“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영장 혐의만 추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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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별도 자료 발견땐 새 영장 필요… 피의자 참관없이 출력-복제는 위법”

대법원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기업 데이터베이스(DB) 등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의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한 결정을 내놓았다. 이번 결정은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을 주요한 수사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검찰의 기업 비리 수사 관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제약업체 회장 이모 씨가 수원지검의 압수수색이 절차상 위법인 만큼 취소해야 한다며 제기한 재항고 사건에서 “한 단계라도 절차가 위법했다면 모든 압수수색을 취소해야 한다”며 이 씨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결정에서 대법원은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 성립 요건을 처음 제시했다. 자료의 추출 및 복제, 분석 등 모든 과정에 피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며, 압수한 증거에서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범죄 혐의에 관한 자료를 발견할 때에는 즉시 법원에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절차를 어겼을 때에는 이미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압수수색 전체가 취소되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2011년 4월 이 씨의 배임 혐의에 관한 영장을 발부받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디지털 저장매체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로 가져와 복제했다. 이 씨는 이 과정을 지켜보다 중간에 자리를 떴다. 검사는 대검에서 복제한 전자정보를 자신의 외장하드에 복제해 들여다보다가 약사법 위반 등 다른 혐의의 단서를 포착해 해당 문서를 출력했다. 새로운 범죄 첩보를 건네받은 특수부 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약사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다시 압수수색을 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 참여권 보장과 별도의 영장 없이 압수물을 복제해 임의로 들여다보고 배임 혐의와 무관한 자료를 출력한 건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수많은 인원과 시간이 필요한 디지털 자료 분석 과정에 피의자의 참여권을 일일이 보장하라는 것은 사실상 기업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압수수색#영장#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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