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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후 진행하려던 3국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일본 측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반발해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했다. 한일 갈등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협력 논의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향후 한미일 3각 협력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3자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은 예정 시간을 2시간가량 앞두고 셔먼 부장관 단독 회견으로 바뀌어 취재진에 공지됐다. 국무부 내 기자회견장에 혼자 나타난 셔먼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 일부 이견이 계속되고 있고, 오늘 회담과는 무관한 이런 차이 중 하나 때문에 회견 형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이후 개별적으로 진행한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한미일 3각 협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북한의 위협 대응,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등 차원에서 복원 및 강화에 공을 들여온 분야다. 3국은 2017년 1월 이후 5년 가까이 열리지 않던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올해 7월 되살렸고 정례화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의 억지 주장으로 한일 양국은 미국 워싱턴 한복판에서 갈등을 노출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양국이 격하게 충돌해 온 현안에 독도 문제까지 다시 불거진 형국이다. 이 여파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던 3자 고위급 협의 채널은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김 청장의 16일 독도 방문으로 자국 내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미국행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래도 한미일 회의는 중요하다고 상부를 설득해 워싱턴에 왔다”고 미국 측에 말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18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배경에 대해 “이번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둘러싼 사안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본이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아 3국 공동 기자회견을 무산시킨 것을 두고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며 “(일본이) 그런 이유로 불참한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3자 회담 및 이후의 한일 양자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취임 후 한일 양국 간 첫 고위급 대면 협의였다. 3국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되면서 셔먼 부장관이 혼자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북한의 관여를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셔먼 부장관은 어그러진 기자회견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 “매우 건설적인 3자 회담을 가졌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에는 “매우 만족한다”며 “미국은 한국,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기 위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됐는지, 조만간 발표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한일 양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8일 울릉도 일대 해·공군 부대와 동해상에서 임무 수행 중인 합동순항훈련전단을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국방부 측은 서 장관의 이날 방문에 대해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던 일정”이라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후 진행하려던 3국 공동 기자회견이 돌연 무산됐다. 일본 측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반발하면서 기자회견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이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협력 논의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향후 한미일 3각 협력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3자 차관급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은 예정시간을 2시간가량 앞두고 셔먼 부장관의 단독 회견으로 형식이 바뀌어 취재진에 공지됐다. 국무부 내 기자회견장에 혼자 나타난 셔먼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 일부 이견이 계속되고 있고, 오늘 회담과는 무관한 이런 차이 중 하나 때문에 회견 형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이후 개별적으로 진행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3자 회담 및 이후의 한일 양자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취임 후 양국 간 첫 고위급 대면 협의였다. 모리 차관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며 김 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해 최 차관에게 항의했고, 최 차관은 한국 경찰청장이 한국 영토의 현지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日, 한미일 외교차관 회견 2시간전 “불참” 통보한미일 3각 협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북한의 위협 대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등 차원에서 복원 및 강화에 공을 들여온 분야다. 쿼드(Quad)나 오커스(AUKUS) 같은 역내 협의체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은 한국으로서도 이는 중요한 다자논의 참여의 틀이었다. 3국은 2017년 1월 이후 5년 가까이 열리지 않았던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올해 7월 되살렸고 정례화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결국 일본의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이를 다시금 촉발한 김창용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양국은 워싱턴 한복판에서 뿌리깊은 갈등을 노출하고 말았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일본의 수출규제 등 두 나라가 격하게 충돌해온 현안에 독도 문제까지 다시 불거진 형국이다. 간신히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던 3자 고위급 협의 채널은 그 여파로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김 청장의 독도 방문으로 자국 내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미국행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래도 한미일 회의는 중요하다고 상부를 설득해 워싱턴에 왔다”고 미국 측에 이야기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배경에 대해 “이번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둘러싼 사안은 우리나라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극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혼자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은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고 북한의 관여를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어그러진 기자회견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 “매우 건설적인 3자 회담을 가졌다”며 “이는 한미일 3자 형식이 왜 그렇게 중요하고 강력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는 “매우 만족한다”며 “미국은 한국, 일본 및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기 위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됐는지, 조만간 발표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잇단 질문에 “한일 양국과 협의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한미 간 종전선언 논의가 거의 마무리돼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을 뒷받침할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셔먼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일본과 한국, 미국은 북한이 해서는 안 되는 미사일 발사를 한 것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점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대북제재 이행을 언급했다. 일본 측도 종전선언에는 여전히 냉랭했다. 복수의 일본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이날 3자 협의에서 종전선언 관련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다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 안정에 도움이 돼야 수용하겠다”는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도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조건 충족을 기대하기 어렵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보이콧하는 방향으로 곧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16일(현지 시간) 나왔다. 전날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충돌을 막고 긴장을 낮추려 시도한 것과는 별개로 인권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조만간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의 어떤 정부 관료도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같은) 외교적 보이콧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대한 대응 목적이고, 미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이런 방침을 알리되 보이콧 여부는 각국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베이징 올림픽에 초청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15일 정상회담에선 올림픽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국 의회 내 대중국 강경파 의원들은 신장과 티베트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경고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이 보이콧 방침을 최종 확정하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미중의 4자 회담 개최를 통해 남북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기대한 정부 구상은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중국까지 참여시켜 남북미중 4자가 베이징에서 서명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는 상대국 언론인에 대한 사실상의 추방 조치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언론인들에게 1년짜리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중국도 미국 언론인을 상대로 똑같은 조치를 하기로 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경제산업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은 17일 일본 도쿄에서 회담하고 새로운 ‘미일 통상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했다. 새 협의체는 불투명한 산업보조금 등 중국 관련 통상문제에 대처하고, 환경, 노동, 디지털경제 등 과제를 다룰 예정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이달 중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16일(현지 시간) 나왔다. 미중 양국이 전날 정상회담에서 충돌을 막고 긴장을 낮추려 시도한 것과는 별개로 인권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권고가 이미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하고 공식 대표단이 개회식 등에 참가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는 이런 방침을 알리되 보이콧 여부는 각국이 판단해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로긴은 외교안보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언론인으로, 칼럼 등을 통해 백악관 내부 기류를 전해왔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베이징 올림픽에 초청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15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로긴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논의는 정상회담과는 별개로 진행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국 의회 내 대중국 강경파 의원들은 신장과 티베트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경고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이 보이콧 방침을 최종 확정하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미중의 4자 회담 개최를 통해 남북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기대한 정부의 구상은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중국까지 참여시켜 남북미중 4자가 베이징에서 서명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는 상대국 언론인에 대한 사실상의 추방 조치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언론인들에게 1년짜리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중국도 미국 언론인을 상대로 똑같은 조치를 하기로 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자국 내 미국 기자들이 자유롭게 중국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수 있게 허용했다”고 밝혔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중 간 합의가 추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전체적인 현안들에 대해 참모들이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2주 내로 더 발표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서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대만과 인권 문제를 비롯한 현안들을 두고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백악관은 이날 3시간 넘게 진행된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복잡성과 함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할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전략적 위험을 관리하고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상식의 가드레일(common-sense guardrails)’을 구축하고 미중 양국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방면에 걸쳐 격한 경쟁을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은 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신장, 티베트, 홍콩을 비롯한 중국의 인권 문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활동에 맞서 미국 근로자들을 보호할 필요성도 분명히 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미국의 관여 의지도 확인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훼손하거나 현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의 독립 세력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만 독립을 부추기는 것은 불을 갖고 노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장난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는 경고도 내놨다. “미국의 정책이 이성적인 방향으로 돌아가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말도 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반이성적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는 “양국 관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모두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에 있고 지구촌 인류도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담 본론에서는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며 ‘제로섬 게임’을 하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에 대해 “양측이 적대감을 누그러뜨렸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두 정상이 협력 증진을 약속했지만 돌파구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15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첨예한 의제들만큼이나 회담 자체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담은 미중 간 시차를 고려해 미국 동부시간으로 15일 오후 7시 46분, 중국 시간으로는 16일 오전 8시 46분에 시작됐다. 예고됐던 시간보다 1분이 늦어졌다.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두 정상은 1시간 56분간 회담한 뒤 15분간 휴식 시간을 갖고 다시 1시간 18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축구 경기처럼 전후반으로 나눠 총 194분간 회담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11시가 지난 시간까지 3시간 넘게 시 주석과 논의와 공방을 이어가야 했다. 79세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강행군이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회담 내용을 정리해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 나선 것은 워싱턴 시간으로 밤 12시가 넘어서였다. 백악관은 회담에 앞서 “통역을 포함해 몇 시간 진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회담은 당초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 대면으로 진행되는 회담의 경우에도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으로 나뉘어 통상 두 차례 진행되지만 오찬을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거나 회담 간격도 더 벌려 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정이 모두 사라진 화상 방식 회담에서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셈이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10분 분량의 영상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스크린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동시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고 시 주석은 입을 다문 채로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먼저 발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밤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차 통역으로 약 6분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시 주석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시 주석은 “우리가 영상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오랜 친구’를 만나 무척 기쁘다”고 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한 것은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일 때 두 차례 만난 것을 감안한 표현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넥타이는 서로를 배려한 색깔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넥타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이었고, 시 주석 넥타이는 미국 집권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이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공동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각자 여는 기자회견도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했을 때에는 공동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각자 개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쟁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경쟁의 방향과 ‘게임의 룰’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듯 호주ABC뉴스는 회담에 임한 양국 정상을 두고 “미중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책임 있는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들을 놓고는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만 문제 두고 설전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거론한 건 대만 문제였다. 그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만해협에서 급격히 높아진 군사적 긴장감이 돌발적인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막으려면 미국의 의도부터 중국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200대 가까운 전투기와 군용기를 대만의 항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는 등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러나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나 현재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다만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회담 후 언론과 전화 간담회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조치가 설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과 관련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독립, 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넘으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만해협 등지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중국은 대만 측의 태도에 따라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시 주석의 메시지 곳곳에는 노골적인 표현과 강도 높은 경고가 담겼다. 시 주석은 무역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만의 독립과 관련된 시도를 ‘불장난’으로 표현하며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현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비판과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신장과 티베트, 홍콩의 인권 문제를 거론했고, 인도태평양의 자유롭고 열린 항행 문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등을 회담 테이블에 모두 올렸다. 첨예한 이슈들을 놓고 두 정상은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는 날 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전화와 달리 화상으로 진행하는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상당한 (발언) 주고받기(back and forth)를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문제도 의견 교환두 정상은 다만 의도하지 않았던 충돌은 피하고 경쟁에 집중하자는 큰 틀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협력을 모색하는 탐색전도 함께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에게 “우리 두 지도자는 양국 경쟁이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상식의 가드레일’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자신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 시 주석이 축하 전화를 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며 “매우 자애로운(very gracious) 전화였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다음번에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던 2011년과 2013년 베이징을 방문해 당시 각각 부주석, 주석 신분이던 시진핑을 만난 적이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나의 오랜 친구를 보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언론들이 거론해왔던 의제였다. 두 정상은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점을 교환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종건 외교부 1차관(사진)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주제로 열린 전략포럼에서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이며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미국 행정부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한미 동맹이 장기적으로 약화하고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한국이 간과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우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미 두 나라는 21세기의 동맹이 어떤 것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전통적인 안보뿐 아니라 경제, 문화 분야에서도 파트너십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전략적 파트너”라며 “다른 국내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교정책 또한 한국인, 한국 중산층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미국 및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고 그 시장에서 오는 큰 수익의 혜택을 즐기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급망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서 오는 여러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 문제만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베이징과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그것이 우리 정책의 현실”이라고 했다. 최 차관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 같은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랜들 슈라이버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어느 한쪽은 뭔가를 중요하고 핵심적인 도전으로 보는데 다른 한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동맹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며 “(한국이) 그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한미)동맹이 점차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쟁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경쟁의 방향과 ‘게임의 룰’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 듯 호주ABC뉴스는 회담에 임한 양국 정상을 두고 “미중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책임 있는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들을 놓고는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대만 문제 두고 설전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거론한 건 대만 문제였다. 그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만해협에서 급격히 높아진 군사적 긴장감이 돌발적인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막으려면 미국의 의도부터 중국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200대 가까운 전투기와 군용기를 대만의 항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는 등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러나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나 현재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다만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회담 후 언론과 전화 간담회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조치가 설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과 관련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독립, 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넘으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만해협 등지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중국은 대만 측의 태도에 따라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시 주석의 메시지 곳곳에는 노골적인 표현과 강도 높은 경고가 담겼다. 시 주석은 무역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만의 독립과 관련된 시도를 ‘불장난’으로 표현하며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현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비판과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신장과 티베트, 홍콩의 인권 문제를 거론했고, 인도태평양의 자유롭고 열린 항행 문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등을 회담 테이블에 모두 올렸다. 첨예한 이슈들을 놓고 두 정상은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는 날 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전화와 달리 화상으로 진행하는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상당한 (발언) 주고받기(back and forth)를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문제도 의견 교환두 정상은 다만 의도하지 않았던 충돌은 피하고 경쟁에 집중하자는 큰 틀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협력을 모색하는 탐색전도 함께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에게 “우리 두 지도자는 양국 경쟁이 의도하던 하지 않았던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상식의 가드레일’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의 양자 관계는 미국 중국 두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자신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 시 주석이 축하 전화를 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며 “매우 자애로운(very gracious) 전화였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다음 번에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던 2011년과 2013년 베이징을 방문해 당시 각각 부주석, 주석 시분이던 시진핑을 만난 적이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나의 오랜 친구를 보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언론들이 거론해왔던 의제였다. 두 정상은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점을 교환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주제로 열린 전략포럼에서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이며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미국 행정부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한미 동맹이 장기적으로 약화하고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한국이 간과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우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미 두 나라는 21세기의 동맹이 어떤 것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전통적인 안보 뿐 아니라 경제, 문화 분야에서도 파트너십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시기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베이징이나 도쿄에 가지 않고 워싱턴으로 왔다”며 “우리가 어려움과 난관에 직면할 때마다 함께 할 상대는 미국의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전략적 파트너”라며 “다른 국내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교정책 또한 한국인, 한국 중산층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미국 및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고 그 시장에서 오는 큰 수익의 혜택을 즐기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급망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서 오는 여러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 문제만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그것이 우리 정책의 현실”이라고 했다. 한국이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장 가까운 국가임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차관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 같은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어느 한 쪽은 무언가를 중요하고 핵심적인 도전으로 보는데 다른 한 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동맹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며 “(한국이) 그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한미)동맹이 점차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미중 한 쪽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권을, 국제질서와 규칙을, 공정한 무역을, 평화로운 분쟁 해결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그러면서 “한국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 협의체) 신설 과정에서 프랑스처럼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핵심 정책결정권자들은 프랑스에 대해 충분하고 합당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상황에 놓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프랑스는 당초 호주와 대규모 디젤잠수함 건조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호주가 미국과 오커스를 결성하고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받기로 하면서 계약이 파기되자 “동맹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도 “미국과 중국 간 ‘강대국 파워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은 더 확대되고 더 집중적으로 진행되면서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미중 관계가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동맹들이 받는 영향도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메데이로스 교수는 미국 내 반중 여론의 강화, 중국 인권유린 상황 등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문제 제기, 의회에서 잇따르는 중국 견제 법안 등도 거론했다. 더 이상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최 차관이 기조연설에서 남미와 이란, 미얀마 등 전 세계 주요 현안들을 언급하면서도 막상 중국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것과 관련, “최 차관이 ‘이제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중요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이야기하겠다‘고 했을 때 중국이 나올 줄 알았는데 북한이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4일(현지 시간)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연말 국면이니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뒤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한미 간에 이견이 없고 이것을 언제, 어떻게 하는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가 방법론과 관련해 이견 없이 합의하는 것”이라며 “조만간 결과가 있을 것 같고 그러고 나서 북에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전선언 문안 조율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방미에서 그간 논의된 것을 한 번 더 짚어볼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이고 그걸 어떻게 유도하고 견인하느냐는 또 다른 숙제의 영역”이라고 답변했다.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지에 대해서는 “쉽게 장담할 수는 없다”며 “어떤 것들은 블랙박스에 넣어놓고 우리는 나름대로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11일 국회에서 “한미 간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했고 이수혁 주미대사는 9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 문안까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는 등 진전을 시사하는 한국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언론의 잇단 질의에도 아직까지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한국과의 협력 의사 및 북한과의 대화 중요성만 반복해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정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올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난맥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고비로 점차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치솟는 밥상 물가 등 경제 문제가 국민들의 삶에 충격을 주면서 바이든 정권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바이든 행정부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집권 민주당 내에서는 2024년 차기 대선 주자로 누가 나설지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박해진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이달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1%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여러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 문제가 바이든 정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70%에 이르는 응답자는 경제에 대해 비관하고 있다고 답했고, 절반가량(48%)은 인플레의 책임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봤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는 55%로 절반을 넘었다. WP는 “경제를 낙관하고 인플레 위험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백악관은 물가 상승 우려가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점점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백악관은 인플레를 바로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美국민 절반 “바이든, 인플레 책임”… 물가급등에 돌아서는 민심 바이든 정권 흔드는 인플레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관론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대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는 57%에 이르는 유권자가 “미국 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했고, 역시 같은 57%가 미국 경제가 약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지난달 중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62%가 최근 인플레이션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 어느 정도 이상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화살을 쏟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제로 금리’와 함께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지출을 해온 결과가 결국 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경기 회복이란 명분을 내세워 지나친 ‘돈 풀기’를 고집한 것이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이런 우려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반대해 온 중도 성향 조 맨친 상원의원은 최근 트윗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협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식료품점에서 주유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세금’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면서 고소득층 자산은 크게 불어난 반면, 서민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빈부격차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위기, 이상 기후, 에너지대란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이 안 그래도 잔뜩 쌓여 있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미지근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 급등 조짐이 보이던 올봄만 해도 “인플레는 경제 재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하지만 이달 10일 물가상승률이 6%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제야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은 나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하는 등 뒤늦게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경제 문제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정권에 가하는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선거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는 12일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지금의 인플레는) 바이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통해 “물가 상승은 그 효과가 너무 즉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심 이반에 놀란 바이든 행정부는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 NBC 등에 출연해 최근 물가 상황을 두고 “맥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했을 때부터 우리 경제는 전면적 위기 상태였다”고 했다. 최근의 경제난을 두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CBS방송에서 “이는 팬데믹에 달렸다. 인플레를 내려가게 하고 싶다면 팬데믹 대응에서 진전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인플레는 팬데믹에 따른 현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초반부터 고전을 거듭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2024년 대선 ‘잠룡’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WP는 민주당 차기 주자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시선이 이미 ‘포스트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여당 내의 이런 현상은 인플레에 발목이 잡힌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국정 동력을 더 약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폴리티코 역시 이런 상황을 다루면서 여권 인사 등을 인용해 “(정치판의) 체스 게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중국에 대한 우려들을 제기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대만 문제와 인권을 비롯해 미중이 충돌해온 외교안보 현안들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관세나 공급망 같은 경제 이슈들은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 기자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세 가지 주요한 분야에서 논의를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런 방침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미국의 대중 접근 방향에 대해 시 주석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기술과 산업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되 군사적 충돌은 피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오해(misunderstanding)를 피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이자 우선순위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며 “대통령은 우리가 오해나 오판을 피하기 위한 상식의 가드레일을 세우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책임 있는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신장 지역에서 이뤄지는 인권침해 문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행동 등 양국의 입장이 다른 사안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대만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일관돼 왔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이를 재확인할 것”이라는 게 이 고위당국자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시 주석과 논의할 예정이다. 핵 비확산과 기후변화가 대표적인 어젠다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하루 앞두고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전격 발표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관세나 공급망 문제가 다뤄지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어젠다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여러 경제적인 이슈들이 회담 과정에서 거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두 나라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있다”며 “이것은 아주 다층적인 역학 구조이며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중이 합의해서 발표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결과물 도출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미국 측의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회담 진행과 관련해서는 “통역을 통해 여러 시간(several hours)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전개될 미중 정상회담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이라기보다 ‘화상 미팅(virtual meeting)’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 단계에서 분야별 합의 사안들을 논의하고, 회담 후 공동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 내용을 발표하는 일반적인 정상회담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인프라법안에 서명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CNN방송은 이 일정을 두고 “이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중국 같은 전체주의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정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올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난맥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고비로 점차 악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치솟는 밥상 물가 등 경제 문제가 국민들의 삶에 충격을 주면서 바이든 정권에 직격타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집권 민주당 내에서는 2024년 차기 대선 주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박해진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지만, 한 번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이달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1%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여러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 문제가 바이든 정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70%에 이르는 응답자는 경제에 대해 비관하고 있다고 답했고, 절반 가량(48%)은 인플레이션의 책임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봤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에 불과했고 부정 평가는 55%로 절반을 넘었다. WP는 “경제를 낙관하고 인플레 위험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백악관은 물가상승 우려가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점점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백악관은 인플레를 바로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관론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하버드대-해리스 조사에서는 57%에 이르는 유권자가 “미국 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했고, 역시 같은 57%가 미국 경제가 약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지난달 중순에 실시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62%가 최근 인플레이션에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 어느 정도 이상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제로 금리’와 함께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지출을 해온 결과가 물가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경기 회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나친 ‘돈 풀기’를 고집한 것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이런 우려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반대해 온 중도 성향의 조 맨친 상원의원은 최근 트윗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협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식료품점에서 주유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세금’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며 고소득층은 자산이 크게 불어난 반면, 서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빈부격차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위기, 이상기후, 에너지대란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이 안그래도 잔뜩 쌓여있었지만, 처음부터 너무 미지근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급등 조짐이 보이던 올 봄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경제 재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하지만 10일 물가상승률이 6%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제서야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은 나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하는 등 뒤늦게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경제 문제는 국민들의 실제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정권에 주는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선거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잇’은 12일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바이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통해 “물가 상승은 그 효과가 너무 즉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심 이반에 놀란 바이든 행정부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 NBC 등에 출연해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맥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했을 때부터 우리 경제는 전면적인 위기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경제난을 두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탓을 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CBS방송에서 “이는 팬데믹에 달렸다. 인플레이션을 내려가게 하고 싶다면 팬데믹 대응에 진전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에 따른 현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초반부터 고전을 거듭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2024년 대선의 ‘잠룡’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WP는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시선이 이미 ‘포스트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여당 내의 이런 현상은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힌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국정 동력을 더 약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폴리티코 역시 이런 상황을 다루면서 여권 인사 등을 인용해 “(정치판의) 체스 게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4일(현지 시간)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연말 국면이니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직후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한미 간에 이견이 없고 이것을 언제, 어떻게 하는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가 방법론에 관련해 이견 없이 합의하는 것”이라며 “조만간 결과가 있을 것 같고 그러고 나서 북에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전선언 문안 조율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방미에서 그간 논의된 것을 한 번 더 짚어볼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이고 그걸 어떻게 유도하고 견인하느냐는 또 다른 숙제의 영역”이라고 답변했다.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쉽게 장담할 수는 없다”며 “어떤 것들은 블랙박스에 넣어놓고 우리는 나름대로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11일 국회에서 “한미 간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했고, 이수혁 주미대사는 9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 문안까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는 등 진전을 시사하는 한국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언론의 잇단 질의에도 아직까지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한국과의 협력 의사와 북한과의 대화 중요성만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차관은 한미가 협의해온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유엔 제재가 있고 그보다 촘촘한 미국 제재가 있다”며 “이런 것들은 소통을 얼마나 쌓아 가느냐의 문제로 이를 충분히 쌓아놨으니 중요한 것은 정치적 결단”이라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같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제품의 미국 반입을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0년 만의 ‘역사결의’ 채택으로 3연임(장기집권)을 사실상 확정한 날이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보안장비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보안장비법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금지 목록에 올린 회사의 제품을 승인하거나 검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으로 상·하원의 압도적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FCC는 지난해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화웨이와 ZTE에 대해 중국 공산당과 연계 및 스파이 행위 가능성을 들어 국가 안보 위협 기업으로 분류했다. FCC는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의 미국 영업 허가를 취소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화웨이 장비 구입 시 연방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같은 대중 견제 기조가 이어져 바이든 대통령은 6월 화웨이를 포함한 59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호주 로이연구소 주최 화상 대담에서 “미중 간 관계가 꼭 신냉전으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동맹 규합을 통한 중국 견제 기조는 재확인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호주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받게 된 것에 대해 “‘당신이 우리에게 베팅한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베팅하겠다’는 신호를 동맹들뿐 아니라 전 세계에 보내고자 했던 것”이라며 “미국에 좋은 동맹은 미국으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거센 경제 보복과 압박에도 호주가 쿼드에 적극 동참하는 등 미국의 대중 견제 전선에 함께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는 발언이다. 이날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400억 유로(약 54조 원)가 넘는 대규모 기술과 인프라 건설 계획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1일 중국공산당을 이끄는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에 이어 공산당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가 채택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사실상 중국의 3대(大) 지도자에 올랐다.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지위가 재확인되면서 3연임(장기 집권)을 넘어 시 주석의 강력한 1인 통치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신들은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점에 시 주석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준 6중전회 결과를 전하면서 지나친 권력 일원화가 가져올 위협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12일 “6중전회가 채택한 역사결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행동지침서”라고 규정하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시진핑 사상을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개최한 ‘6중전회 정신 설명회’에서도 이 같은 논조는 계속됐다. 왕샤오후이(王曉暉) 중앙선전부 부부장(차관급)은 “중국공산당은 9500만 명 당원과 56개 민족, 14억 명 인구를 이끌고 있다”면서 “대국을 이끄는 당 중앙에 핵심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6중전회가 시 주석의 3연임을 넘어 1인 통치 체제로 가기 위한 기초 작업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는 내년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핵심’이 강조된 것은 내년 새 공산당 지도부는 시 주석 중심의 강력한 1인 통치 체제가 될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3연임 확정은 이미 기정사실화됐고 이후 통치 체제는 그동안 중국공산당이 해 오던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된 체제로 갈 것이란 전망이다. 베이징의 독립 정치학자 우치앙은 뉴욕타임스에 “이번 6중전회는 21세기에 새로운 전체주의 시스템의 탄생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과 권한 강화가 중국의 전체주의와 권위주의를 비판하며 동맹국들과 대중 견제 전선을 구축해 온 미국의 행보에 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대만을 비롯한 민감한 외교 안보 현안들을 놓고 미국에 한층 강경한 태도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6중전회 결과가 중국의 공세적인 대외정책에 더 힘을 실어 결과적으로 향후 미중 관계에 수년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샌디에이고대의 빅터 시 교수는 “시 주석은 매우 호의적인 내용(보고)에 점점 더 둘러싸이면서 세계의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해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그는 점차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따른 몰이해와 오판은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나친 권력 일원화로 인해 시 주석의 가장 큰 위협은 결국 시 주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 주석은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처음으로 화상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시 주석의 위상을 확고히 한 6중전회 직후여서 시 주석은 한층 높아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마주 앉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이자 중국 전문가인 찰스 프리먼은 “힘을 가진 위치에서 누가 누구에게 먼저 접근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때 시 주석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공개한 6중전회 공보에 따르면 시 주석의 홍콩과 대만에 대한 대처가 훌륭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면서 “앞으로 이 두 지역에 단호한 태도를 견지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같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의 미국 반입을 제한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보안장비법(Secure Equipment Act of 2021)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보안장비법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금지목록에 올린 회사의 제품을 승인 혹은 검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으로, 상하원의 압도적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FCC는 지난해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ZTE에 대해 중국 공산당과 연계 및 스파이 행위 가능성을 들어 국가안보 위협으로 분류했다. 브렌던 카 FCC 집행위원은 이후 이런 업체들의 장비가 미국 내에서 반입 승인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회에 촉구해왔다. IT전문매체 ZD넷에 따르면 FCC가 화웨이 관련 장비를 승인한 건수는 3000건에 달한다. 카 집행위원은 3월 한 공개석상에서 이를 거론하면서 “우리가 일단 화웨이나 다른 업체들이 용납할 수 없는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이상 이 회사의 제품들을 구매하거나 이것들이 우리의 통신 네트워크에 침투하도록 놔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FCC는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의 미국 영업허가를 취소했다. 미국의 중소 통신사가 화웨이 등 기존 장비를 다른 장비로 교체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19억 달러의 기금도 마련해 운용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화웨이 장비 구입 시 연방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 통신업체들을 옥죄는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화웨이와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같은 통신기업들을 포함한 59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화웨이와 ZTE는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도 올라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현지 시간) 미중 간 관계가 꼭 신냉전으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치열하게 경쟁하되 불필요하게 충돌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로 미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갈등 수위를 조절하려는 백악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호주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받게 된 것에 대해서는 “좋은 동맹은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호주 로이(Lowy)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 출연해 “미중이 신냉전으로 가고 있다거나 충돌의 길로 가고 있다거나 혹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극심한 경쟁이라고 말한 방향으로 나아갈 선택권이 있다”고 했다. 미국이 자국의 가치를 지키면서 경제와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힘써 경쟁하는 것이 대중 정책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는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중국이 국제적 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 역시 (미국이 나아가야 할) 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또한 인도태평양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현실을 다루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이 영국, 호주와의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결성하며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지원키로 한 것에 대해 “당신이 우리에게 베팅한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베팅하겠다‘는 신호를 동맹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보내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보유한 가장 발전되고도 민감한 기술로 여러분에게 걸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안정성과 안보, 억지를 창출할 집단적이고 단결된 능력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핵기술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은 1958년 영국에 이어 6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관점에서 이는 폭넓은 파트너십의 문제이자 더 크게는 동맹을 둘러싼 수사에 있어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문제”라며 “미국에 좋은 동맹은 미국으로부터 좋은 동맹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거센 경제 보복과 압박에도 호주가 쿼드(Quad)에 적극 동참하는 등 미국의 대중견제 전선에 함께 하는 것을 평가하는 발언이다. 다만 그는 호주 정부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지원받기로 결정,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을 다룬 방식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발표를 둘러싸고 있었던 과제들에 천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선가 역사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겠지만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나는 현재와 미래만 보면서 가겠다”고도 했다. 미국이 이 사안을 놓고 또 다른 주요 동맹인 프랑스와의 갈등이 빚어진 것에 대해서는 호주 정부에 간접적인 불만을 드러낸 부분이다. 호주는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받기 위해 앞서 프랑스와 진행했던 900억 달러 규모의 디젤 잠수함 협상을 파기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프랑스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국-프랑스 관계가 휘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다”며 사실상 사과하는 등 프랑스 달래기에 한동안 공을 들여야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정치, 외교, 군사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충돌해 온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서로 협력하겠다는 공동선언을 10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15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깜짝 합의다.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도 힘을 합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상황을 관리하려는 양국의 계산이 반영된 결과다. 1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이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회를 이틀 앞두고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미국과 중국은 기후 변화에 있어 협력만이 유일한 해결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합의 사실을 알렸다.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특별대표 또한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도전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엔 차이보다 합의가 더 많다”고 밝혔다. 공동선언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온실가스인 탄소와 메탄 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기후 대응 강화를 위한 실무그룹을 내년 상반기에 가동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삼림 벌채를 막고 숲을 보전하는 데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 및 향후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기후변화는 팬데믹 대응과 함께 미국이 중국과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꼽았던 대표적인 사안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진행된 COP26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실패한 총회’로 낙인찍히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공동선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세계 1, 2위 국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 합의를 환영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선언문에 구체적인 목표 수치, 세부 실행 방안 등이 없어 이번 합의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미국 CNBC는 시 주석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에 초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시 주석의 초청을 거절하자니 양국 관계의 경색이 우려되고, 받아들이자니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 메시지와 모순된다는 딜레마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