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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큐, 삼성.”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 예정지를 확정짓자 텍사스주 지역 인사뿐만 아니라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까지 나서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중요성과 위상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23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투자 유치를 공식 발표했다. 애벗 주지사는 “이날 발표는 매우 역사적”이라며 “지금 이 발표를 지켜보는 한국인들에게 ‘삼성과 함께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애벗 주지사는 투자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김 부회장을 향해 “생큐, 삼성”이라고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말해 눈길을 끌었다. 텍사스 주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삼성의 약 170억 달러(20조 원)에 달하는 투자는 텍사스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로는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삼성의 공장 건설로 6500명의 건설 일자리와 공장 완공 후 2000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백악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각각 최고위급 책임자인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공동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투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개별 기업 투자에 백악관 최고위 인사가 나서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디스 위원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급망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우리의 공급망 보호를 돕고 제조업 기반을 활성화하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삼성의 텍사스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삼성의 투자 결정에 매우 기쁘다”며 “반도체의 국내 생산은 가장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혁신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23일(현지 시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백악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각각 최고위급 책임자인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장(NEC)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공동성명을 내고 삼성의 투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미국의 공급망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우리의 공급망 보호를 돕고 제조업 기반을 활성화하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삼성의 텍사스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제조역량을 추가로 확보해 다시는 공급부족 문제에 직면하지 않도록 의회,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국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제조업 및 기술 분야의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삼성의 투자 결정에 매우 기쁘다”며 “반도체의 국내 생산은 가장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혁신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의 투자가 텍사스에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이 국가안보 및 경제 안보에 핵심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삼성 및 다른 반도체 생산업체들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투자 유치를 공식 발표했다. 텍사스주는 뉴욕주 등 다른 후보지와 경합 끝에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생산시설 건설 부지로 최종 선정됐다. 텍사스주는 삼성전자가 1996년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 이후 25년 간 삼성전자의 미국 내 주요 생산기지로 자리잡아온 곳이기도 하다. 애벗 주지사는 “이번 투자는 텍사스주에서의 해외 직접투자 중 최대 규모”라며 “삼성의 투자는 텍사스 주민들에게 셀 수 없이 많은 기회를 주고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의 지속적인 특별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로 텍사스주에 2000개가 넘는 기술 분야 일자리, 6500개의 건설 분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와 연관된 수천 개의 취업 기회가 생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2022년 초에 건설을 시작해 2024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애벗 주지사는 “이날 발표는 매우 역사적”이라며 “지금 이 발표를 지켜보는 한국인들에게 ‘삼성과 함께 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또 “투자 영향은 텍사스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과 텍사스의 투자 유치 의미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 부회장을 쳐다보며 “땡큐 삼성”이라고 5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다. 깊은 감사와 흥분이 가득 담겨 있는 기자회견이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국무부는 지난주 방미했던 최종건 외교1차관이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중국의 야심과 권위주의가 확대되는 것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한미 관계가 우선임을 강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3일 보도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최 차관이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어떤 형태의 한중 관계가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고 한 것에 답할 의향이 있느냐는 VOA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최 차관은 당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부르면서 한중 관계가 좋은 것이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이런 공개 질의를 던졌다. 또 “다른 국내 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교 정책도 한국인, 한국 중산층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어 “우리는 전염병에서 기후 위기, 핵확산에 이르기까지 대응해야 하고 이는 여러 국가들이 함께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1953년 이후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더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 및 번영의 핵심축이 돼 왔다”며 “우리의 군사, 국방 관계는 철통같고 흔들림이 없으며 상호 신뢰와 경제, 민주적 가치 공유에 기반한 유대 관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 중국 견제 목적으로 영국, 호주와 결성한 3자 협의체 ‘오커스(AUKUS)’ 참여국을 아시아와 유럽의 다른 국가들로 확대할 의사가 있다고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19일(현지 시간) 밝혔다. 오커스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와 달리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협의체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캠벨 조정관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오커스와 쿼드를 넘어―미국의 향후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제로 진행한 대담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 강화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방침을 밝혔다. 그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재차 강조하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하는 많은 일이 중국에 속 쓰림(heartburn)을 유발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커스와 쿼드 같은 다자 협의체와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과의 양자 안보 동맹 강화를 언급하며 “이런 것들이 (중국의 속 쓰림을 유발하는) 목록 가장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커스의 역할과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선제적으로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라며 “더 효과적인 안보와 억지를 위해 적용 가능한 방법들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3개 회원국이 사이버 안보와 해저 역량, 군사 분야 인공지능(AI) 등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혁신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오커스를 ‘열린 구조물’이라고 표현하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아와 유럽 내 다른 나라의 참여를 예상한다”고 했다. 쿼드에 대해서는 협력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비공식적 모임으로서 천천히, 신중히 가야 한다는 점을 회원국들이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쿼드는 인프라와 보건, 교육, 기후변화 대응 같은 공동 어젠다를 위한 것으로, 중국 견제 같은 특정한 문제에 맞서기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캠벨 조정관은 일본이 내년 쿼드 정상회의 개최국이라고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쿼드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의가 내년 봄 일본에서 열린다고 전했다. 보도대로 진행될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이 성사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미국 10대 백인 청소년에게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렸다. 평결에 대한 비판론과 이에 맞선 옹호론이 동시에 거세지면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사건의 쟁점이 됐던 정당방위 인정 여부와 함께 인종차별, 총기 규제 등을 놓고 지속돼온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2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된 카일 리튼하우스(18·사진)에게 전부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12명의 배심원단은 사흘 연속 이어진 심리와 이후 26시간의 논의를 거쳐 무죄라고 결정했다. 리튼하우스는 17세였던 지난해 8월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의 과잉진압 총격으로 반신불수가 된 사건이 발생한 뒤 항의 시위가 벌어지자 백인 자경단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가 시위 참가자에게 AR-15 반자동 소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는 체포된 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해왔다. 약탈과 방화로 시위가 격해지던 상황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경단과 함께 활동하던 중 시위자들이 자신을 때리며 총을 빼앗으려 해 어쩔 수 없이 총을 쐈다는 것이다. 리튼하우스는 재판을 받는 도중 배심원단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검찰은 그가 목표물을 뚫을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풀 메탈 재킷’ 탄환 30발을 총에 장착하고 있었고 총격사건 뒤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다 그날 밤 현장에서 사람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유일한 사례였다는 점 등을 들어 그의 유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은 사흘간의 공개 심리가 CNN과 폭스뉴스 등 주요 매체를 통해 생중계될 정도로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10대 청소년이 자경단을 자처하며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사람을 쏴 죽인 행위는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영웅시하며 무죄 평결을 촉구해왔다. 후원금을 모아 200만 달러에 이르는 리튼하우스의 보석금을 대고 지난해 11월 그를 석방시킨 것도 총기 소유 지지자들이었다. 1급 살인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리튼하우스는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을 받게 될 처지였다. 그는 무죄 평결이 나오자 변호사를 통해 “배심원단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 자기방어는 위법이 아니다”라면서도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배심원단 최종 평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할 수 없어 이번 평결은 그대로 확정된다고 CNN은 전했다. 배심원단 인종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리튼하우스 역시 백인이라는 점에서 인종차별 논란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심원단 최종 평결을 두고 “피고인이 흑인이었다면 결정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희생자 유족들은 “사법 시스템의 실패”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뉴욕과 시카고 등지에서는 무죄 평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수백 명의 시위 참가자는 “리튼하우스 사건은 아직 안 끝났다” “인종주의에 굴복하지 않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사건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경찰 개혁과 총기 규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공화당은 평결을 근거로 정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회 분열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결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배심원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고 나는 이를 존중한다”고만 짧게 답변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한 때가 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예정돼 있던 한미일 차관 협의 후 공동 기자회견이 그중 하나였다. 4년 넘게 중단돼 있던 3국 간 차관 협의를 간신히 되살리고 정례화를 약속한 이후 미국의 심장부에서 판이 깔린 외교 무대. 세 명이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것만으로 미국이 주요 동맹국들과의 단단한 결속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런 공동 기자회견이 갑자기 무산된 것은 국무부 내에서도 적잖게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홀로 회견을 이끌어야 했던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얼얼한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양옆으로 긴 무대 중간에 그만 덩그러니 앉은 모습은 휑하고 어색했다. 외교적 돌발 상황에 해외 언론들이 보인 관심은 예상보다 컸다. 한국뿐 아니라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부터 유럽과 중동 매체까지 관련 기사를 내놨다. 한 매체는 ‘일본이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보도했다가 국무부로부터 “미국의 단독 회견은 한미일 3국이 사전에 미리 합의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수정 요청을 받기도 했단다. 이런 법석은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돼 온 동북아의 다자 협의체가 어떻게 굴러가는지가 그만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슈임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국무부는 특히 중국 매체를 비롯한 중국의 반응을 눈여겨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매체들이 잇달아 이를 보도하며 일부 ‘고소하다’는 식으로 논평하는 것을 당국자들은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측 인사들은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로 충돌할 때마다 “이런 균열을 제일 좋아할 나라는 북한과 중국”이라고 지적해 왔다. 한미일의 3각 협의체는 사실 우리에게도 중요하고 필요한 외교안보 공조의 틀이다. 한국은 쿼드(Quad)나 오커스(AUKUS), 파이브아이스(Five Eyes) 같은 역내 다자 협의체 중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 잘못하다간 홀로 외딴섬이 될 판이다. 미중 간의 치열한 패권경쟁 과정에서 역내 합종연횡 움직임이 더 강도 높고 더 속도감 있게 벌어지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한미일’ 구도가 삐거덕거릴 때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이라도 한 발 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어쩔 수 없이 다시 머리를 맞대는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여기에 중국까지 덧붙여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의 핵능력 증강과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 사이버 공격, 첨단기술 경쟁은 이에 맞서는 미국의 동맹 규합 시도를 더 강화시키고 있다. 한미일 협력의 비중과 역할과 기대치가 모두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기자회견 무산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워싱턴에는 그 빌미로 작용한 한국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이 내년 대선을 앞둔 일각의 정치적 의도와 연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한 인사는 기자에게 “이번 일은 극도로 잘 조율됐거나 극도로 어설프게 조율됐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일 감정이 가져올 정치적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면 효과를 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외교적으로 미숙했다는 지적이었다. 쓸데없이 억울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일 관계의 개선 시도는 절실하다.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서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미국의 10대 백인 청소년이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을 받았다. 평결에 대한 비판론과 이에 맞선 옹호론이 동시에 거세지면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사건의 쟁점이 됐던 정당방위의 인정 여부와 함께 인종차별, 총기 규제 등을 놓고 지속돼온 미국의 양극화 현상이 다시 심화될 조짐이다.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은 19일(현지 시간) 2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된 카일 리튼하우스(18)에게 모든 혐의에 대한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사흘 연속 이어진 심리와 이후 26시간의 논의를 거쳐 그의 무죄를 결정했다. 리튼하우스는 17세였던 지난해 8월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의 과잉진압 총격으로 반신불수가 된 사건이 발생한 뒤 항의 시위가 벌어지자 백인 자경단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가 시위 참가자 2명에게 AR-15 반자동 소총을 쏴 사망케 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는 체포된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해왔다. 약탈과 방화로 시위가 격해지던 상황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경단과 함께 활동하던 중 시위자들이 자신을 때리며 총을 빼앗으려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총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리튼하우스는 재판을 받는 도중 배심원단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그가 목표물을 뚫을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풀 메탈 재킷’ 탄환 30발을 총에 장착하고 있었다는 점, 총격사건 뒤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날 밤 현장에서 사람을 쏘아죽인 유일한 사례였다는 점 등을 들어 그의 유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은 사흘 간의 공개 심리가 FOX뉴스와 CNN등 주요 뉴스매체를 통해 하루 종일 생중계될 정도로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10대 청소년이 자경단을 자처하며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다 사람을 죽인 행위는 마땅히 처벌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영웅시하며 무죄 평결을 촉구해왔다. 후원금을 모금해 200만 달러에 이르는 리튼하우스의 보석금을 대고 지난해 11월 그를 석방시킨 것도 이들 총기소유 지지자들이었다. 리튼하우스는 1급 살인 등 중범죄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종신형을 받게 될 처지였다. 그는 무죄 평결을 받은 뒤 변호사를 통해 “배심원단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배심원단의 최종 평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할 수 없어 무죄 평결은 이대로 확정된다. 배심원단의 인종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리튼하우스 역시 백인이라는 점에서 인종차별 논란은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심원단의 최종 평결에 대해 “피의자가 흑인이었다면 결정이 달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결이 내려지자 희생자의 유족들은 “사법 시스템의 실패”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제이컵 블레이크의 가족과 변호사는 “오늘 결정은 가증스럽다”며 “이는 앞으로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우려했다. 뉴욕과 시카고 등지에서 그의 무죄 평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수백 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리튼하우스 사건은 아직 안 끝났다”, “인종주의에 굴복하지 않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사건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다른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경찰개혁과 총기 규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공화당은 평결을 근거로 정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회 분열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배심원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으며 나는 이를 존중한다”고만 짧게 답변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후 진행하려던 3국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일본 측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반발해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했다. 한일 갈등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협력 논의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향후 한미일 3각 협력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3자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은 예정 시간을 2시간가량 앞두고 셔먼 부장관 단독 회견으로 바뀌어 취재진에 공지됐다. 국무부 내 기자회견장에 혼자 나타난 셔먼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 일부 이견이 계속되고 있고, 오늘 회담과는 무관한 이런 차이 중 하나 때문에 회견 형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이후 개별적으로 진행한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한미일 3각 협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북한의 위협 대응,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등 차원에서 복원 및 강화에 공을 들여온 분야다. 3국은 2017년 1월 이후 5년 가까이 열리지 않던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올해 7월 되살렸고 정례화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의 억지 주장으로 한일 양국은 미국 워싱턴 한복판에서 갈등을 노출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양국이 격하게 충돌해 온 현안에 독도 문제까지 다시 불거진 형국이다. 이 여파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던 3자 고위급 협의 채널은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김 청장의 16일 독도 방문으로 자국 내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미국행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래도 한미일 회의는 중요하다고 상부를 설득해 워싱턴에 왔다”고 미국 측에 말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18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배경에 대해 “이번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둘러싼 사안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본이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아 3국 공동 기자회견을 무산시킨 것을 두고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며 “(일본이) 그런 이유로 불참한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3자 회담 및 이후의 한일 양자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취임 후 한일 양국 간 첫 고위급 대면 협의였다. 3국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되면서 셔먼 부장관이 혼자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북한의 관여를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셔먼 부장관은 어그러진 기자회견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 “매우 건설적인 3자 회담을 가졌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에는 “매우 만족한다”며 “미국은 한국,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기 위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됐는지, 조만간 발표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한일 양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8일 울릉도 일대 해·공군 부대와 동해상에서 임무 수행 중인 합동순항훈련전단을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국방부 측은 서 장관의 이날 방문에 대해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던 일정”이라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후 진행하려던 3국 공동 기자회견이 돌연 무산됐다. 일본 측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반발하면서 기자회견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이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협력 논의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향후 한미일 3각 협력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3자 차관급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은 예정시간을 2시간가량 앞두고 셔먼 부장관의 단독 회견으로 형식이 바뀌어 취재진에 공지됐다. 국무부 내 기자회견장에 혼자 나타난 셔먼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 일부 이견이 계속되고 있고, 오늘 회담과는 무관한 이런 차이 중 하나 때문에 회견 형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이후 개별적으로 진행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3자 회담 및 이후의 한일 양자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취임 후 양국 간 첫 고위급 대면 협의였다. 모리 차관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며 김 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해 최 차관에게 항의했고, 최 차관은 한국 경찰청장이 한국 영토의 현지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日, 한미일 외교차관 회견 2시간전 “불참” 통보한미일 3각 협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북한의 위협 대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등 차원에서 복원 및 강화에 공을 들여온 분야다. 쿼드(Quad)나 오커스(AUKUS) 같은 역내 협의체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은 한국으로서도 이는 중요한 다자논의 참여의 틀이었다. 3국은 2017년 1월 이후 5년 가까이 열리지 않았던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올해 7월 되살렸고 정례화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결국 일본의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이를 다시금 촉발한 김창용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양국은 워싱턴 한복판에서 뿌리깊은 갈등을 노출하고 말았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일본의 수출규제 등 두 나라가 격하게 충돌해온 현안에 독도 문제까지 다시 불거진 형국이다. 간신히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던 3자 고위급 협의 채널은 그 여파로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김 청장의 독도 방문으로 자국 내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미국행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래도 한미일 회의는 중요하다고 상부를 설득해 워싱턴에 왔다”고 미국 측에 이야기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배경에 대해 “이번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둘러싼 사안은 우리나라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극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혼자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은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고 북한의 관여를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어그러진 기자회견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 “매우 건설적인 3자 회담을 가졌다”며 “이는 한미일 3자 형식이 왜 그렇게 중요하고 강력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는 “매우 만족한다”며 “미국은 한국, 일본 및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기 위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됐는지, 조만간 발표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잇단 질문에 “한일 양국과 협의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한미 간 종전선언 논의가 거의 마무리돼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을 뒷받침할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셔먼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일본과 한국, 미국은 북한이 해서는 안 되는 미사일 발사를 한 것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점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대북제재 이행을 언급했다. 일본 측도 종전선언에는 여전히 냉랭했다. 복수의 일본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이날 3자 협의에서 종전선언 관련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다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 안정에 도움이 돼야 수용하겠다”는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도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조건 충족을 기대하기 어렵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보이콧하는 방향으로 곧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16일(현지 시간) 나왔다. 전날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충돌을 막고 긴장을 낮추려 시도한 것과는 별개로 인권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조만간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의 어떤 정부 관료도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같은) 외교적 보이콧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대한 대응 목적이고, 미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이런 방침을 알리되 보이콧 여부는 각국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베이징 올림픽에 초청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15일 정상회담에선 올림픽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국 의회 내 대중국 강경파 의원들은 신장과 티베트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경고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이 보이콧 방침을 최종 확정하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미중의 4자 회담 개최를 통해 남북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기대한 정부 구상은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중국까지 참여시켜 남북미중 4자가 베이징에서 서명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는 상대국 언론인에 대한 사실상의 추방 조치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언론인들에게 1년짜리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중국도 미국 언론인을 상대로 똑같은 조치를 하기로 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경제산업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은 17일 일본 도쿄에서 회담하고 새로운 ‘미일 통상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했다. 새 협의체는 불투명한 산업보조금 등 중국 관련 통상문제에 대처하고, 환경, 노동, 디지털경제 등 과제를 다룰 예정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이달 중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16일(현지 시간) 나왔다. 미중 양국이 전날 정상회담에서 충돌을 막고 긴장을 낮추려 시도한 것과는 별개로 인권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권고가 이미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하고 공식 대표단이 개회식 등에 참가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는 이런 방침을 알리되 보이콧 여부는 각국이 판단해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로긴은 외교안보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언론인으로, 칼럼 등을 통해 백악관 내부 기류를 전해왔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베이징 올림픽에 초청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15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로긴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논의는 정상회담과는 별개로 진행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미국 의회 내 대중국 강경파 의원들은 신장과 티베트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경고하기 위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이 보이콧 방침을 최종 확정하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미중의 4자 회담 개최를 통해 남북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기대한 정부의 구상은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중국까지 참여시켜 남북미중 4자가 베이징에서 서명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는 상대국 언론인에 대한 사실상의 추방 조치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언론인들에게 1년짜리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중국도 미국 언론인을 상대로 똑같은 조치를 하기로 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자국 내 미국 기자들이 자유롭게 중국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수 있게 허용했다”고 밝혔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중 간 합의가 추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전체적인 현안들에 대해 참모들이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2주 내로 더 발표할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서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대만과 인권 문제를 비롯한 현안들을 두고서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백악관은 이날 3시간 넘게 진행된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복잡성과 함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할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전략적 위험을 관리하고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상식의 가드레일(common-sense guardrails)’을 구축하고 미중 양국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방면에 걸쳐 격한 경쟁을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은 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신장, 티베트, 홍콩을 비롯한 중국의 인권 문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활동에 맞서 미국 근로자들을 보호할 필요성도 분명히 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미국의 관여 의지도 확인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훼손하거나 현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의 독립 세력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만 독립을 부추기는 것은 불을 갖고 노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장난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는 경고도 내놨다. “미국의 정책이 이성적인 방향으로 돌아가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말도 했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반이성적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는 “양국 관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모두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에 있고 지구촌 인류도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담 본론에서는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며 ‘제로섬 게임’을 하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에 대해 “양측이 적대감을 누그러뜨렸다”고 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두 정상이 협력 증진을 약속했지만 돌파구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15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첨예한 의제들만큼이나 회담 자체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담은 미중 간 시차를 고려해 미국 동부시간으로 15일 오후 7시 46분, 중국 시간으로는 16일 오전 8시 46분에 시작됐다. 예고됐던 시간보다 1분이 늦어졌다. 중국 관영매체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두 정상은 1시간 56분간 회담한 뒤 15분간 휴식 시간을 갖고 다시 1시간 18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축구 경기처럼 전후반으로 나눠 총 194분간 회담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11시가 지난 시간까지 3시간 넘게 시 주석과 논의와 공방을 이어가야 했다. 79세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강행군이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회담 내용을 정리해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 나선 것은 워싱턴 시간으로 밤 12시가 넘어서였다. 백악관은 회담에 앞서 “통역을 포함해 몇 시간 진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회담은 당초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 대면으로 진행되는 회담의 경우에도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으로 나뉘어 통상 두 차례 진행되지만 오찬을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거나 회담 간격도 더 벌려 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정이 모두 사라진 화상 방식 회담에서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셈이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10분 분량의 영상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스크린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동시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고 시 주석은 입을 다문 채로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먼저 발언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밤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차 통역으로 약 6분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시 주석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시 주석은 “우리가 영상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오랜 친구’를 만나 무척 기쁘다”고 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한 것은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일 때 두 차례 만난 것을 감안한 표현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넥타이는 서로를 배려한 색깔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넥타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이었고, 시 주석 넥타이는 미국 집권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이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공동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각자 여는 기자회견도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했을 때에는 공동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각자 개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쟁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경쟁의 방향과 ‘게임의 룰’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듯 호주ABC뉴스는 회담에 임한 양국 정상을 두고 “미중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책임 있는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들을 놓고는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만 문제 두고 설전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거론한 건 대만 문제였다. 그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만해협에서 급격히 높아진 군사적 긴장감이 돌발적인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막으려면 미국의 의도부터 중국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200대 가까운 전투기와 군용기를 대만의 항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는 등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러나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나 현재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다만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회담 후 언론과 전화 간담회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조치가 설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과 관련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독립, 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넘으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만해협 등지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중국은 대만 측의 태도에 따라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시 주석의 메시지 곳곳에는 노골적인 표현과 강도 높은 경고가 담겼다. 시 주석은 무역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만의 독립과 관련된 시도를 ‘불장난’으로 표현하며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현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비판과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신장과 티베트, 홍콩의 인권 문제를 거론했고, 인도태평양의 자유롭고 열린 항행 문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등을 회담 테이블에 모두 올렸다. 첨예한 이슈들을 놓고 두 정상은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는 날 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전화와 달리 화상으로 진행하는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상당한 (발언) 주고받기(back and forth)를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문제도 의견 교환두 정상은 다만 의도하지 않았던 충돌은 피하고 경쟁에 집중하자는 큰 틀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협력을 모색하는 탐색전도 함께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에게 “우리 두 지도자는 양국 경쟁이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상식의 가드레일’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자신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 시 주석이 축하 전화를 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며 “매우 자애로운(very gracious) 전화였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다음번에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던 2011년과 2013년 베이징을 방문해 당시 각각 부주석, 주석 신분이던 시진핑을 만난 적이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나의 오랜 친구를 보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언론들이 거론해왔던 의제였다. 두 정상은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점을 교환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종건 외교부 1차관(사진)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주제로 열린 전략포럼에서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이며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미국 행정부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한미 동맹이 장기적으로 약화하고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한국이 간과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우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미 두 나라는 21세기의 동맹이 어떤 것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전통적인 안보뿐 아니라 경제, 문화 분야에서도 파트너십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전략적 파트너”라며 “다른 국내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교정책 또한 한국인, 한국 중산층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미국 및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고 그 시장에서 오는 큰 수익의 혜택을 즐기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급망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서 오는 여러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 문제만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베이징과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그것이 우리 정책의 현실”이라고 했다. 최 차관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 같은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랜들 슈라이버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어느 한쪽은 뭔가를 중요하고 핵심적인 도전으로 보는데 다른 한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동맹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며 “(한국이) 그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한미)동맹이 점차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15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쟁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경쟁의 방향과 ‘게임의 룰’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 듯 호주ABC뉴스는 회담에 임한 양국 정상을 두고 “미중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책임 있는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의 협력을 약속했지만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들을 놓고는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대만 문제 두고 설전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거론한 건 대만 문제였다. 그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만해협에서 급격히 높아진 군사적 긴장감이 돌발적인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막으려면 미국의 의도부터 중국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200대 가까운 전투기와 군용기를 대만의 항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는 등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러나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나 현재 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대해선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다만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날 회담 후 언론과 전화 간담회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조치가 설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과 관련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독립, 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넘으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만해협 등지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중국은 대만 측의 태도에 따라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시 주석의 메시지 곳곳에는 노골적인 표현과 강도 높은 경고가 담겼다. 시 주석은 무역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만의 독립과 관련된 시도를 ‘불장난’으로 표현하며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自焚·자분)”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현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비판과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신장과 티베트, 홍콩의 인권 문제를 거론했고, 인도태평양의 자유롭고 열린 항행 문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등을 회담 테이블에 모두 올렸다. 첨예한 이슈들을 놓고 두 정상은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는 날 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전화와 달리 화상으로 진행하는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상당한 (발언) 주고받기(back and forth)를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문제도 의견 교환두 정상은 다만 의도하지 않았던 충돌은 피하고 경쟁에 집중하자는 큰 틀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협력을 모색하는 탐색전도 함께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에게 “우리 두 지도자는 양국 경쟁이 의도하던 하지 않았던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상식의 가드레일’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의 양자 관계는 미국 중국 두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자신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 시 주석이 축하 전화를 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며 “매우 자애로운(very gracious) 전화였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다음 번에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던 2011년과 2013년 베이징을 방문해 당시 각각 부주석, 주석 시분이던 시진핑을 만난 적이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나의 오랜 친구를 보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언론들이 거론해왔던 의제였다. 두 정상은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점을 교환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주제로 열린 전략포럼에서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이며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미국 행정부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한미 동맹이 장기적으로 약화하고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한국이 간과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우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미 두 나라는 21세기의 동맹이 어떤 것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전통적인 안보 뿐 아니라 경제, 문화 분야에서도 파트너십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시기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베이징이나 도쿄에 가지 않고 워싱턴으로 왔다”며 “우리가 어려움과 난관에 직면할 때마다 함께 할 상대는 미국의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전략적 파트너”라며 “다른 국내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교정책 또한 한국인, 한국 중산층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미국 및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고 그 시장에서 오는 큰 수익의 혜택을 즐기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급망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서 오는 여러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 문제만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그것이 우리 정책의 현실”이라고 했다. 한국이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장 가까운 국가임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차관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 같은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어느 한 쪽은 무언가를 중요하고 핵심적인 도전으로 보는데 다른 한 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동맹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며 “(한국이) 그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한미)동맹이 점차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미중 한 쪽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권을, 국제질서와 규칙을, 공정한 무역을, 평화로운 분쟁 해결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그러면서 “한국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 협의체) 신설 과정에서 프랑스처럼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핵심 정책결정권자들은 프랑스에 대해 충분하고 합당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상황에 놓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프랑스는 당초 호주와 대규모 디젤잠수함 건조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호주가 미국과 오커스를 결성하고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받기로 하면서 계약이 파기되자 “동맹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도 “미국과 중국 간 ‘강대국 파워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은 더 확대되고 더 집중적으로 진행되면서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미중 관계가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동맹들이 받는 영향도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메데이로스 교수는 미국 내 반중 여론의 강화, 중국 인권유린 상황 등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문제 제기, 의회에서 잇따르는 중국 견제 법안 등도 거론했다. 더 이상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최 차관이 기조연설에서 남미와 이란, 미얀마 등 전 세계 주요 현안들을 언급하면서도 막상 중국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것과 관련, “최 차관이 ‘이제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중요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이야기하겠다‘고 했을 때 중국이 나올 줄 알았는데 북한이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4일(현지 시간)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연말 국면이니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뒤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한미 간에 이견이 없고 이것을 언제, 어떻게 하는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가 방법론과 관련해 이견 없이 합의하는 것”이라며 “조만간 결과가 있을 것 같고 그러고 나서 북에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전선언 문안 조율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방미에서 그간 논의된 것을 한 번 더 짚어볼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이고 그걸 어떻게 유도하고 견인하느냐는 또 다른 숙제의 영역”이라고 답변했다.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지에 대해서는 “쉽게 장담할 수는 없다”며 “어떤 것들은 블랙박스에 넣어놓고 우리는 나름대로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11일 국회에서 “한미 간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했고 이수혁 주미대사는 9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 문안까지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는 등 진전을 시사하는 한국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언론의 잇단 질의에도 아직까지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한국과의 협력 의사 및 북한과의 대화 중요성만 반복해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등 ‘정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는 올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난맥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고비로 점차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치솟는 밥상 물가 등 경제 문제가 국민들의 삶에 충격을 주면서 바이든 정권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바이든 행정부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집권 민주당 내에서는 2024년 차기 대선 주자로 누가 나설지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박해진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이달 7∼10일 미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1%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여러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 문제가 바이든 정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70%에 이르는 응답자는 경제에 대해 비관하고 있다고 답했고, 절반가량(48%)은 인플레의 책임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봤다. 바이든의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는 55%로 절반을 넘었다. WP는 “경제를 낙관하고 인플레 위험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백악관은 물가 상승 우려가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점점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백악관은 인플레를 바로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美국민 절반 “바이든, 인플레 책임”… 물가급등에 돌아서는 민심 바이든 정권 흔드는 인플레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관론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대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는 57%에 이르는 유권자가 “미국 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했고, 역시 같은 57%가 미국 경제가 약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지난달 중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62%가 최근 인플레이션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 어느 정도 이상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화살을 쏟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제로 금리’와 함께 수조 달러에 이르는 재정 지출을 해온 결과가 결국 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경기 회복이란 명분을 내세워 지나친 ‘돈 풀기’를 고집한 것이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이런 우려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반대해 온 중도 성향 조 맨친 상원의원은 최근 트윗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협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식료품점에서 주유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세금’이 실제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면서 고소득층 자산은 크게 불어난 반면, 서민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빈부격차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위기, 이상 기후, 에너지대란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이 안 그래도 잔뜩 쌓여 있었는데, 처음부터 너무 미지근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 급등 조짐이 보이던 올봄만 해도 “인플레는 경제 재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하지만 이달 10일 물가상승률이 6%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그제야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은 나의 최우선 순위”라고 말하는 등 뒤늦게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경제 문제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정권에 가하는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선거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는 12일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지금의 인플레는) 바이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통해 “물가 상승은 그 효과가 너무 즉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심 이반에 놀란 바이든 행정부는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 NBC 등에 출연해 최근 물가 상황을 두고 “맥락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했을 때부터 우리 경제는 전면적 위기 상태였다”고 했다. 최근의 경제난을 두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CBS방송에서 “이는 팬데믹에 달렸다. 인플레를 내려가게 하고 싶다면 팬데믹 대응에서 진전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인플레는 팬데믹에 따른 현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초반부터 고전을 거듭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2024년 대선 ‘잠룡’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WP는 민주당 차기 주자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시선이 이미 ‘포스트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여당 내의 이런 현상은 인플레에 발목이 잡힌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국정 동력을 더 약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폴리티코 역시 이런 상황을 다루면서 여권 인사 등을 인용해 “(정치판의) 체스 게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중국에 대한 우려들을 제기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대만 문제와 인권을 비롯해 미중이 충돌해온 외교안보 현안들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관세나 공급망 같은 경제 이슈들은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4일 기자들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세 가지 주요한 분야에서 논의를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런 방침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미국의 대중 접근 방향에 대해 시 주석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기술과 산업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되 군사적 충돌은 피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오해(misunderstanding)를 피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이자 우선순위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며 “대통령은 우리가 오해나 오판을 피하기 위한 상식의 가드레일을 세우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책임 있는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신장 지역에서 이뤄지는 인권침해 문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행동 등 양국의 입장이 다른 사안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대만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일관돼 왔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이를 재확인할 것”이라는 게 이 고위당국자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시 주석과 논의할 예정이다. 핵 비확산과 기후변화가 대표적인 어젠다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하루 앞두고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전격 발표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관세나 공급망 문제가 다뤄지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어젠다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여러 경제적인 이슈들이 회담 과정에서 거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두 나라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있다”며 “이것은 아주 다층적인 역학 구조이며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중이 합의해서 발표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결과물 도출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미국 측의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회담 진행과 관련해서는 “통역을 통해 여러 시간(several hours)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전개될 미중 정상회담을 놓고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이라기보다 ‘화상 미팅(virtual meeting)’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 단계에서 분야별 합의 사안들을 논의하고, 회담 후 공동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 내용을 발표하는 일반적인 정상회담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인프라법안에 서명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CNN방송은 이 일정을 두고 “이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중국 같은 전체주의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