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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는 14일 방탄과 방수 기능이 개선된 방탄복과 방탄헬멧, 전투조끼 등을 올해부터 지급하는 한편 2016년까지 기능성 방한복을 전군에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군 장병 급식비가 전년보다 6.5% 올라 메뉴가 다양해지고 식단의 질도 크게 나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선 장병들의 평가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신형 전투복과 전투화에 대한 불만이 여전하고, 병영 내 식단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21세기 선진강군을 표방하는 한국군의 의식주 환경은 아직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 ▼ 군복 땀배출 잘 안돼 여름엔 헉헉… 전투화는 착용 1주일만에 너덜 ▼군은 올해 장병 피복 예산을 늘려 기능성 전투화를 비롯해 방한복과 신형 전투복(여름용), 운동모를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고기능성 소재로 제작된 신형 의류와 전투화는 착용감과 활동성이 뛰어나 장병들의 전투수행 능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군 당국은 밝혔다. 하지만 품질과 실용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군이 2011년부터 보급한 디지털 무늬의 신형 전투복은 폴리에스테르와 면을 소재로 사계절용 한 종류로 제작됐다. 그렇다 보니 여름이면 땀 배출과 통풍이 잘 안 돼 ‘찜통 군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군 당국은 ‘군복은 전투 적합성이 우선이다’ ‘병사들이 적응이 덜 됐다’라고 반박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군은 구형 여름 전투복에 디지털 무늬를 염색한 신형 여름 전투복을 별도로 제작해 지난해 6월부터 일선 부대에 보급 중이다. 2011년 말부터 보급된 기능성 전투화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군은 기능성 전투화가 구형 전투화보다 가볍고 방수 성능도 향상됐다고 밝혔지만 일선 부대에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에는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에 보급된 기능성 전투화가 각개전투 훈련 1주일 만에 가죽이 심하게 닳고 접합 부분이 떨어져 불량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경남 창녕의 모 육군부대 소속 이모 상병은 “훈련 도중 착용한 기능성 전투화의 접합 부분이 터져 새 전투화 지급을 요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이 강인한 이미지와 넓은 시야 확보를 위해 2011년부터 기존의 전투모(챙모자) 대신 보급한 베레모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햇빛을 가릴 수 없고, 두꺼운 천 재질로 통풍이 안돼 여름에 착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 2000년대 초 베레모를 도입한 미 육군은 일선 장병들의 불만을 수렴해 2011년부터 기존 전투모를 착용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한국군도 전투모 환원이나 병행 착용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한끼 1인 급식비 중학생 절반수준… 신세대 장병 입맛 맞추기 역부족 ▼올해 군 장병의 하루 급식비는 6848원으로 지난해보다 416원 올랐다. 군은 인상분으로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식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선 부대에선 건강에 좋은 천연조미료 사용을 확대하고, 주스 대신 과일 공급을 늘렸다. 열량 소모가 많은 훈련병의 간식비도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라 빵과 에너지바 등을 더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장병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본보 취재진이 최근 서울역과 용산역 등에서 만난 장병들은 대체로 군 식단의 맛과 질이 사회에서보다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경기 남양주시 육군 모 사단 소속 김모 상병은 “일선 부대에서 급식비 인상 효과를 거의 체감할 수 없다”며 “입대 당시와 비교해 ‘짬밥’(군대에서 먹는 밥의 속어)이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쇠고기가 들어간 뭇국과 배추절임 등으로 한 끼를 먹은 적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강원 화천에서 근무 중인 이모 병장은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을 따라가기엔 급식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장병의 한 끼 급식비는 2282원으로 서울지역 중학생(4100원)의 56%, 초등학생(3110원)의 73% 수준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장병의 열악한 식단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희수 의원(새누리당)이 각 군 훈련소의 급식 사진을 공개하자 ‘이렇게 먹고 나라를 지킬 수 있나’ ‘군 급식예산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줄을 잇기도 했다. ▼ 재래식 화장실 3232곳 여전히 사용… 상수도 보급 절반 그쳐 위생 취약 ▼지난해 10월 강원 화천군 최전방 부대를 찾은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은 지 36년이 넘은 병영시설의 천장은 물이 새 곳곳에 누런 얼룩이 생겼고, 병사들이 잠을 자고 쉬는 생활관은 천장이 뚫려 벽에 보온재를 임시 설치해 찬바람을 막고 있었기 때문.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화장실은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열악했다. 반면 인근 부대의 신축 병영생활관은 온돌식 침상과 현대식 목욕탕, 화장실을 갖춘 깔끔한 시설로 대조를 이뤘다. 여야 의원들은 예산을 확보해 노후화된 병영시설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총 7조6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소대 단위(30∼50명)의 침상형 구조를 분대 단위(9명 안팎)의 침대형 구조로 신축하고, 체력단련장과 도서실 등 여가 및 편의시설을 늘리는 내용이다. 육군 666개 대대, 해·공군 886동, 전방관측소(GOP) 소초 957동 등 총 2509개 동이 대상이다. 군 관계자는 “병영현대화 사업 등이 완료되는 2016년 이후엔 병영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래식(일명 푸세식) 화장실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광진 의원(민주당)이 지난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군내 재래식 화장실은 총 3232개 동에 달했다. 군은 우선적으로 830개 동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2015년 이후에나 가능해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한 장병들이 군 생활 적응에 애로를 겪고 있다. 식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군내 상수도 보급률은 49.6%에 불과하다. 심정(深井)이나 우물 등 지하수(45.9%)나 하천이나 강물과 같은 지표수(4.3%)를 쓰는 부대가 많다. 강원 화천의 한 육군 부대는 계곡물이나 빗물을 물탱크에 받아 끓여 식수로 쓰고 있다. 지역 자체가 물이 부족한 데다 예산 부족으로 상수도를 부대까지 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이산가족을 실은 버스가 금강산을 향해 출발할 수 있게 됐다. 남북이 14일 열린 2차 고위급 회담에서 ‘20∼25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금강산에서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합의됐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볼모로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연기하라”며 억지 주장을 해오다가 이날 ‘통 큰 용단’을 거론하며 스스로 물러섰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과 북한 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회담에서 3대 합의사항이 담긴 공동언론보도문을 채택했다. 내용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중단하며 △상호 관심사를 계속 협의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것이다. 남북은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김규현(NSC)과 원동연(통전부) 파트너’가 남북관계의 상시 채널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김 차장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의 첫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신뢰에 기초한 남북관계 발전’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은 1시간 15분 만에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측은 24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들고 나왔으나 이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한국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원동연 부부장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데 합의하면서 ‘우리가 통 큰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후 5시경 “원동연 노동당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방위원회 대표단이 참가했다”고 전하며 합의 내용을 보도했다. 정부는 15일 오전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를 위한 선발대를 금강산으로 보낸다. 같은 날 오후에는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남북 2차 고위급 회담의 최대 성과는 예정대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20∼25일)를 열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국 수석대표인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1차장은 14일 “이산가족 상봉과 키리졸브 일정이 겹치는 데 대해 북한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차장은 북측이 제기한 남측 언론의 최고 존엄(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모독 중단 요구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언론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북측이 12시간 만에 급하게 2차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배경은 무엇인가.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서 새로운 한반도를 열어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분명하게 천명돼 있고 북측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북측이 12일 1차 고위급 회담 때는 최고 존엄에 대한 남측 언론의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았는데 이번엔 이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나. “우리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의 기초에 서 있다는 것을 북측이 이해를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미국의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언론의 비방과 잘못된 보도에도 ‘언론 없는 자유(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에 선택하라면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한다’고 했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언론관이라고 얘기했다.” ―합의문에 ‘앞으로 편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추가로 갖는다’고 했는데 회담 정례화를 뜻하나. “합의문에 들어가 있는 내용 외에 추가적으로 다룬 문제는 없었다. 현재로선 정례화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오라버니, 이게 뭐예요? 먹는 거예요?” 앙상한 두 손에 바나나를 쥔 이복 여동생은 먹는 방법을 몰랐다. 바나나를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했다. 1972년 6월 동해에서 조업을 하다 납북된 남정렬 씨(81)의 아들 남장호 씨(49)가 들려준 일화다. 2001년 7월 중국 옌지(延吉)에서 아버지가 북한에서 결혼해 낳은 남춘선 씨(40)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남춘선 씨는 당시 160cm도 안 되는 키에 몸무게는 겨우 40kg 정도 되는 체형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도 저렇게 잘 먹지 못하고 계시겠구나….” 남장호 씨는 이날 밤새도록 이복 여동생을 부둥켜안고 울었다.바나나 처음본다는 北이복동생 아버지가 납북된 뒤 생계가 막막해진 남 씨의 어머니와 4남매는 뿔뿔이 흩어졌다. 장호 씨는 초등학교 졸업 한 학기를 남기고 학교를 그만 두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일했던 식당마다 힘들어서 오래 버티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대만 화교가 운영하는 한식당에서 일하게 됐는데 제 사정을 듣더니 양자로 삼길 원하더군요. 가족들이 반대했지만 그때 심정은 양자로 갔으면 했어요. 그 정도로 먹고 사는 게 힘들었거든요.” 이후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허드렛일을 해가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북으로 붙들려간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못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1000만 원을 모아 중국으로 갔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없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해서였다. 대신 이복 여동생이 나왔는데 한눈에 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혈육의 힘이란….남파간첩 입에서 형의 이름이… 1978년 8월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홍건표 씨(53)의 동생 홍광표 씨(47)는 1995년 검거된 남파 북한 간첩의 기자회견을 잊지 못한다. 같이 지켜보던 어머니 김순례 씨(84)도 얼어붙었다. “광표야. 지금 저 사람이 홍근표라고 했어?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 “예, 어머니. 저희가 집에서 부르던 둘째형 이름이잖아요.” 남파 간첩의 입을 통해 17년 전 실종된 형의 생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1978년 당시 여름방학 때 동네 친구와 홍도에 놀러간다며 버스에 올라타던 형한테 “맛있는 거 사오라”며 배웅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36년이 지난 오늘도 형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개학일이 지났는데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서울 수유동에서 주방세정제 중소업체를 운영했던 아버지는 한달음에 가족들이 있는 충남 천안으로 내려왔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지역 신문에 광고도 내면서 충남 지역과 전라도 지역을 이 잡듯이 뒤졌어요. 아버지가 일을 못하게 되면서 가정형편도 급격히 어려워지고 둘째, 셋째누나는 고등학교와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어요. 아버지는 식사도 거르시고 담배만 피우시다가 폐결핵까지 얻었어요.” 1999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병세가 악화된 부친 홍사운 씨는 74세가 되던 2001년 끝내 아들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혹시나 돌아올까” 36년 이사 못가 김순례 씨는 아직도 홍건표 씨가 살았던 충남 천안시 입장면 도림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아들이 돌아왔는데 집을 못 찾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는 정작 어머니 본인이 외출을 한 뒤 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치매가 온 것이다. 광표 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끼고 계시던 금반지를 주셨어요. 형 만나면 꼭 주라고…. 어머니 살아생전에 이 반지를 형한테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노력을 다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형과 생이별한 슬픔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정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너무나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입대해서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정훈병과로 배정받았는데 인사 담당 소령이 형에 대해 질문을 하더라고요. 결국 정훈병과에서 일반 보병병과로 바뀌었습니다. 마치 저희 형이 간첩인 것처럼 대하더군요. 나라에서 언론을 통해 납북자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이런 오해가 팽배해 있는 것 같아요. 형이 살아 있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가족들에게 속 시원히 설명조차 해주지 않는 정부가 원망스럽습니다.”“납북자-국군포로 회담 제의해야”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의 전면적 생사확인을 위한 별도의 남북회담을 북한에 제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희 씨(54)는 46년이 지났는데도 납북된 아버지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부길호’ 어선의 기관장이었던 아버지 김경두 씨(81)는 1968년 6월 연평도 인근 앞바다에서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 며칠씩 조업을 나가면 하나밖에 없는 딸을 못 보는 게 아쉬워 이번이 마지막으로 배를 타는 거라고 말하곤 했던 아버지였다. “한여름처럼 더운 날씨였어요. 할머니와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데 경찰관 2명이 집으로 찾아와 아버지가 납북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이후부터 하루하루가 악몽이었어요.” 경찰관들은 다음 날부터 여수에 살던 김 씨 집에 매일 같이 찾아와 김 씨와 어머니를 감시했다. 1957년 육군 수송부대에서 상사로 제대한 김경두 씨는 발전기를 다룰 줄 알고 불도저 운전 자격증도 있는 기술자였다. 당시 경찰관들은 “아버지가 기술이 많고 똑똑해서 데려갔을 것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전문기술을 갖고 있는 아버지를 포섭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버지가 내려오면 꼭 신고하라는 말을 하곤 했어요. 그때부터 우리 가족뿐 아니라 사촌들까지도 모두 감시를 당했습니다. 친분이 있는 집에서 TV를 사줬는데 그 집을 찾아가 정말 우리 집에 TV를 사줬는지 확인까지 하더군요.” 당장 먹고 사는 것도 막막해졌다. 김 씨 어머니는 밤새워 한복 수선하는 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꾸렸다. 북으로 끌려간 아버지와 생이별을 한 김 씨는 결국 어머니와도 떨어져 고아 아닌 고아의 삶을 살아야 했다. 중학교 때 부산으로 혼자 와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다녔다.“간첩 가족 낙인 찍히고 감시받아” 감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어려운 형편에 대학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정부의 감시를 받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취업 길도 막막했다. 사촌들도 마찬가지였다. “육촌 할아버지는 제사 때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해도 안 되고, 취업도 되지 않는다고 길게 한숨을 쉬시곤 했어요. 어떻게 이런 정부가 있을 수 있습니까.” 김 씨는 지금도 누가 자기를 감시하지 않는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결혼도 포기하고 살던 김 씨는 30세라는 당시로선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부산에서 두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집 거실에는 아버지의 젊었을 적 사진이 걸려 있다. 김 씨는 2006년 이산가족 상봉 때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북측에서 아버지 김경두 씨에 대해 ‘확인불가’라는 답변을 해와 그리운 혈육을 만날 수 없었다. “백발 됐어도 바로 알아볼텐데…”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면 한눈에 알아볼 자신이 있다. “백발이 되셨어도 알 수 있어요. 어렸을 때 자려고 누우면 어머니가 항상 눈 감고 아버지 얼굴을 그려보라고….” 인터뷰 내내 침착한 태도를 보였던 김 씨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흐느껴 울던 김 씨는 어느새 오열하고 있었다. “정희야, 아버지 얼굴 그려봐라.”“또? 싫어.”“어서 그려봐. 어떻게 생겼니?”“나처럼 눈이 크고 목이 길고요, 그리고….”아버지를 뵙게 되면 김정희 씨는 이 한마디를 하고 싶다고 한다. “아버지…. 사무치게 보고 싶었습니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북에서 돌아오지 못한 채 억류된 납북자의 수는 517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은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스스로 ‘공화국’의 품에 안긴 자진 월북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식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14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전격적인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합의대로 20∼2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뤄지고 후속 남북 접촉이 이어진다면 그동안 정부가 남북 협력 과제로 제시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남북 협력 사업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 철도공사와 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한 코레일, 포스코, 현대상선 관계자 18명이 11∼13일 나진∼하산 철도 구간과 나진항을 방문하는 등 현지 실사를 시작한 점이 주목된다. 남북 물류 사업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2010년 단행된 ‘5·24조치’(대북 교역 및 신규투자 금지)도 순차적으로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은 개성공단의 숙원사업이던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협의를 최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따라서 1단계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는 개성공단의 확대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합의 내용이 원칙만 언급한 선언문 성격이어서 구체적인 실천 과정에서 서로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할 여지가 있다. 상호 비방 중단과 관련해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탈북자 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기 어렵고 언론보도도 통제할 수 없어 합의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폄훼나 비난 발언을 내놓을 수도 있다. 특히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남측 민간단체에 팩스를 보내 반정부 활동을 독려하는 등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할 경우 북한 태도의 진정성은 다시 의심받게 된다. 또 북한이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연습(2월 24일∼3월 6일)과 독수리연습(2월 24일∼4월 18일)을 대남 도발의 빌미로 삼을 개연성도 여전하다. 북한은 연초부터 대남 대화공세를 펼치면서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 로켓 발사장의 확장공사를 지속했다. 3차례 핵실험을 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갱도 굴착이 계속됐다. 이른바 화전(和戰) 양면술인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4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발언, 한국의 언론보도를 핑계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핵전쟁 위협 카드를 꺼내들었다. 남북이 14일 합의를 이행하고 추가 협의를 지속한다면 관계 진전이 속도를 내겠지만 반대의 경우 또다시 경색 국면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2008년 이후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는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와 함께 협의해야 할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는 국제적 이슈가 된 만큼 그 빗장을 여는 일이 간단치 않다고 설명했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정부는 20∼25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관련해 ‘북한이 행사 진행을 보장하는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으면 상봉단을 금강산에 보낼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런 확약을 하지 않으면 상봉 행사 무산도 감수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13일 “상봉 행사는 반드시 20∼25일에 열어야 한다”며 “24일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 기간에도 상봉 행사를 진행한다는 북한의 명확한 확약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상봉 행사 뒤로 연기하라’는 북한의 주장에는 어떤 타협이나 절충안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접촉(회담)에서 한국 측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20∼25일) 뒤로 연기하라’는 북한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자 북한 측 대표단은 ‘올라가 그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북한 측 대표단은 13일 “다시 만나자”는 뜻을 한국에 보내왔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를 다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 고위급 2차 회담이 14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북한은 고위급 접촉 수석대표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명의의 회담 속개 제의 통지문을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앞으로 보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북한의 ‘회담 공세’가 시작된 것일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7년 만의 남북 고위급 회담이었던 12일의 남북 판문점 접촉이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난 지 12시간 만에 북한은 ‘회담 속개’를 제의해온 것이다. 13일 낮 12시에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3시간 뒤에 만나자고 알려왔다. 속사포처럼 회담 제의를 쏟아낸 것이다. 결국 남북 간 협의를 통해 ‘14일 오전 10시’로 조정됐지만 북한의 적극적이면서도 신속한 회담 제안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화 파트너로 청와대를 꼭 찍어 회담장으로 끌어낸 뒤, 북한의 통일전선부와 한국의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간의 ‘비대칭 회담’을 정례화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할 말 많은 북한, 들어 보려는 한국 북한이 12일에 이어 14일 고위급 회담을 잇달아 갖는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주장한 ‘북한식 남북관계 개선’의 결과물을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 내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장성택의 전격 처형 이후 중국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더 어려워지고,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도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 진전으로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측이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상봉행사 뒤로 연기할 수 없음을 강조하자 북한 측 대표단은 “올라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구체적 지시를 받고 다시 협의해 보자는 뜻으로 읽힌다. 남북한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의 의중을 다시 전달받아 벌이는 14일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앞으로 고위급 회담에 NSC 사무처가 이번처럼 전면에 계속 나가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청와대에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 하니 ‘그럼 한번 들어보자’는 취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냉탕 온탕 오간 12일 회담 분위기 12일 첫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북한에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고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북한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취지와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북핵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측 수석대표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은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고 북한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핵문제는 남북 간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의 신년사, 북한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 김정은 특명에 따른 북한 국방위의 공개서한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비방 중상 중단,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를 주장했다. 북한 측이 이번 회담이 김정은의 뜻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계속했으나 김정은의 친서나 별도 메시지를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북핵 문제에 이견을 보이긴 했지만 이날 오전까지는 서로 입장을 설명하거나 제기하는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한국 측은 무력도발 중단 등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의 필요성,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남북한 철도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계획도 설명했다. 오후 전체회의 때 남북이 공동언론보도문을 만들기로 한 뒤 북측이 “예정대로 이산상봉 행사를 진행하되 군사훈련 기간 중에는 상봉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게 원칙적 입장”이라는 점을 보도문에 넣겠다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원동연은 ‘최고존엄’과 북한 체제에 대한 한국 언론의 비방 중상 중단도 보도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측은 “이산가족 상봉은 중대제안 정신에 따라 우리가 남측에 양보한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그에 대해 한국이 군사훈련 연기로 북한에 보상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오후 9시 45분경 수석대표 접촉 뒤 2시간 동안 정회하며 최종 합의를 시도했으나 평행선을 달리자 양측은 더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 측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향후 회담에 대해 협의하자”며 여지를 남겼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12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고위급 회담은 양측이 각자 제기하고 싶은 의제를 모두 꺼내 놓고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 관계자는 “테이블에 남북관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거의 모든 현안을 올렸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논의는 비교적 잘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은 서로 제기한 문제와 함께 공감대를 이룬 부분을 공동언론보도문에 담기로 하고 문구 조율에 돌입하면서 진통이 시작됐다. 양측은 각자의 의견이 더 담기도록 밀고 당기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13일 0시를 넘기고 말았다. 12일 오전 10시 5분에 시작된 회담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2번 이상의 전체회의와 2차례 이상의 수석대표 회의를 잇달아 했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 분위기는 진지했고 많은 얘기를 나눴으나 남북 간 의견 차이는 여전히 컸다”고 말했다. ○ 쉽게 꺼내놓은 남북 메뉴(현안), 주워 담기는 힘들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하면서 강조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이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북한에 대규모 경제협력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비전코리아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음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때도 북핵 문제를 빠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정부는 북한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과거 도발 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도 요구해 왔다. 이날도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보이면 서해 등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을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남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전면적인 생사 확인도 한국 정부가 중요하게 북한에 요구해 온 사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욕을 보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남북한 철도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의지도 이날 북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그동안 주장해 온 문제들을 대부분 꺼내놓았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변함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핵개발을 “미국의 핵 위협에 대한 억제수단”이란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대북제재 5·24 조치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이 밤늦도록 난항을 겪은 것에 대해 북한의 대남담당 부서인 통일전선부를 상대로 청와대가 직접 회담에 나선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는 “최고 결정권자인 청와대가 공개회담에 나가서 북한과 마주 앉으면 책임을 누구에게 미룰 수도, 시간이 필요하니 다음에 만나자고 요구할 수도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공개 요구했던 북한, 고위급 접촉 신속 보도 북한은 8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서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에서 비공개로 만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비정상 관행의 정상화’ 차원에서 ‘공개 접촉’을 역제의해 이를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이같이 전하고 “어차피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들어 북측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공개를 원했던 북한은 12일 고위급 접촉이 시작되자 곧바로 이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지 1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24분경 회담 개최를 전하면서 “원동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고 국방위원회 성원들이 참가해 북남(남북)관계와 관련한 문제들을 협의한다”고 보도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북한이 12일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연계시키며 24일로 예정된 군사연습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20∼25일)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7년 만에 열린 고위급 회담은 특별한 성과 없이 종료됐다. 정부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사안과 군사적 사안을 연계하는 북한 측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며 “북한은 자신들이 최고 존엄이라 부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북한 체제에 대한 한국 언론 보도를 트집 잡으며 한국 정부가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은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남북은 다른 주요 현안에서도 기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남북은 이날 논의된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판문점에서 열린 이날 회담에서 남북은 이산가족 문제부터 북핵 문제까지 광범위한 남북 현안에 대한 관심과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양측은 서로 제기한 문제와 함께 공감대를 이룬 부분을 공동언론보도문에 담으려 했으나 12일 오후 11시 35분까지 문구 조율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회담이 끝났다. 수석대표인 김규현 대통령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장인 판문점으로 향하기에 앞서 “남북관계 사안을 중심으로 하지만 저희로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합의대로 잘될 수 있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부하 여군에게 술시중을 강요하고 무단으로 부대를 비운 현역 육군 사단장이 보직해임됐다. 7일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부대 사단장으로 취임한 A 준장은 공관에서 잦은 회식을 하고 부하 여군들을 회식에 참석시켜 강제로 술을 따르게 했다. 또 수시로 보고도 없이 책임 지역을 이탈하기도 했다. 육군 당국은 지난달 21일자로 A 사단장을 보직해임했다. 이후 A 사단장은 전역지원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31일자로 전역 조치됐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야, 젖 집어넣어!” 해병대 1사단에서 복무하다 최근 전역한 김모 씨(30)는 아직도 선임들이 던지던 폭언이 귓가에 맴돈다. 김 씨는 일반 남성보다 가슴이 큰 체형이다. 당직사관과 선임들은 매일 점호 시간 때 가슴을 펴고 정자세로 서 있던 김 씨에게 서슴없이 언어폭력을 가했다. 김 씨는 “샤워를 할 때도 항상 놀림거리였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군 내 언어폭력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고질병으로 꼽힌다. 국방부는 지속적으로 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군 내 언어폭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가리 큰 놈이 일도 못하냐” 충북 충주의 한 탄약창에서 근무하다 최근 전역한 이모 씨(30)는 아직도 군 생활을 떠올리면 치욕감에 손이 떨린다. 이병 시절 어느 날 이 씨는 일과 후에 정자세로 ‘각’을 잡고 TV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선임 병사가 다가와 느닷없이 “너 참 대가리 크다. 생긴 게 뭐 그따위로 생겼냐”고 막말을 던졌다. 철모가 머리에 잘 맞지 않을 때도 “대가리가 얼마나 크면 안 들어가냐”고 놀려댔다. 선임들의 조롱으로 주눅이 든 이 씨는 업무 중에 실수를 하곤 했다. 그때마다 “얼굴도 못생긴 게 일도 못하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 씨는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외모를 비하하며 무능력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탈영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욕설과 폭언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있었다면 군 생활이 그렇게 견디기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해병대에서 복무하다 전역한 김모 씨(31)는 서울 출신인데도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목소리가 크고 억양이 센 경상도 사투리를 썼던 선임자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사투리가 입에 밴 것이다. 김 씨는 “더 놀라웠던 것은 선임에게 당했던 대로 똑같이 후임에게 권위적으로 보이려고 사투리로 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군대의 언어폭력은 계급사회라는 위계질서 속에서 하급자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낳은 병폐라고 지적한다. 하급자의 복종을 유도하기 위해 뭐라도 트집을 잡으려 하다 보니 부대 내에서 수행하는 업무와 관련된 일부 행동만 보고 조그만 실수도 그 사람의 전체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한마디로 ‘고문관’ 또는 ‘낙오자’라는 낙인을 너무 쉽게 찍는 경향이 크다.○ 자살로 이어지는 군 언어폭력 지난해 7월 육군 31사단에서 김모 일병(22)이 K2 소총에서 발사된 총탄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헌병대는 김 일병의 부대 장병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일부 선임병이 김 일병을 포함한 후임병들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강원 화천군 소속 부대 인근에서 오모 대위(28·여)가 상관이었던 노모 소령(37)의 성적 폭언에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오 대위의 유서가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폭언은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군우울증 유병률(어느 시점에서 조사 대상 인구 중 환자 비율) 조사’에 따르면 국방부가 군 장병 1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살을 생각한 군인 비율이 9.3%였다. 자살을 계획한 장병은 1.8%, 자살 시도까지 한 경우는 1.2%였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폭언 등 병영 부조리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장병들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4.6%였다. 자살 관련 행동을 보인 군 장병들 중 50%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았다. 우울장애가 심한 장병들은 자살 관련 행동이 5.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바리가 뭘 알아” 군의 수준을 비하하는 시각이 만연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공군에서 17년째 복무 중인 최모 소령(40)은 요즘 사회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줄었다. 일이 바빠져서가 아니다. 술이 몇 잔 오가고 나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 보면 거의 매번 무시를 당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지난해 화제가 됐던 세제(稅制)개편안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한 친구가 옆 테이블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군인이 뭘 아냐’며 무시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해병대에서 근무하는 이모 중령(42)은 “일반 유치원에 딸을 입학시켰는데 어느 날 퇴근해서 와보니 아내가 울고 있었다”면서 “왜 우냐고 물어봤더니 ‘군바리 딸이 유치원에 왔다고 다른 학부모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을 때 군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후 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불신의 뿌리는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군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민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며 “보안 수준이 낮은 군 시설은 시내 빌딩에 입주해 민간 기업이나 기관과 함께 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심규선 ksshim@donga.com·정성택 기자}
입춘 다음 날인 5일 남북관계에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2010년 상봉행사 이후 4년 만이다.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지난달 자신들이 내놓은 ‘중대 제안’을 거론하며 군사적 적대행위가 남북 간 화해 분위기를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키리졸브 등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의 판을 깨는 북한의 단골 메뉴였던 ‘금강산 관광 재개와 상봉행사의 연계’ 주장도 없었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해 놓고 지키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이런 일이 재발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북한에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실무접촉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은 브리핑에서 “북한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고 그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런 변화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는 정부의 요청에 북한이 호응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기간이 이달 하순부터 시작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리졸브와 이틀가량 겹치지만 북한이 일방적으로 상봉행사를 무산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방어적 성격의 연례 훈련인 키리졸브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단, 미국은 올해 키리졸브에 핵 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군 고위소식통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날 실무접촉에서 북측을 적극 배려했다. 한 당국자는 “정부는 애초 제의한 ‘17∼22일 행사 개최’ 계획을 거듭 밝혔으나 북한이 자신들의 내부 사정 때문에 상봉행사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25일을 제안했고 정부가 이를 바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6·25전쟁 때 경기 가평고(당시 가이사 중학원)를 세운 미국 제40보병사단 출신 참전 용사들이 62년 만에 이 학교를 찾는다. 국가보훈처는 밀튼 콘 등 미 40사단 참전 용사 5명이 7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방한엔 미 40사단 부사단장인 마트 말랑카 준장도 함께한다. 이들은 7일 가평고에서 개관하는 ‘가이사 역사관’을 둘러본 뒤 졸업식에 참석해 미 40사단 현역 장병들과 참전 용사들이 모은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6·25전쟁 당시 중부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미 40사단 병력 1만5000여 명은 1952년 가평에 주둔했다. 당시 조지프 클리랜드 사단장은 한국 어린이 150여 명이 누더기 천막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부대원들에게 학교를 짓기 위한 성금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장병들은 1인당 2달러 이상을 냈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이듬해 1월 교실 10개와 강당 1개를 갖춘 학교가 완공됐다. 클리랜드 사단장은 40사단 첫 전사자인 케네스 카이저 하사의 이름을 따서 학교 이름을 ‘가이사 중학원’으로 지었다. 당시 주민들은 카이저를 ‘가이사’로 불렀다. 가평고 교정에는 ‘이 학교는 미 제40보병사단 장병들이 대한민국의 장래 지도자들에게 봉헌한 것입니다. 1952년 8월 15일’이라고 새긴 표석이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러시아의 전략 핵 폭격기가 지난달 28일 사전통보 없이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해 독도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12월 8일 이어도와 마라도를 포함하는 새 KADIZ를 선포한 후 러시아 전투기가 KADIZ를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U-95는 순항 핵미사일 AS-15를 16기 탑재할 수 있다. 3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 TU-95 2대가 지난달 28일 오후 4시경 일본 영공을 거쳐 독도 주변 상공까지 들어왔다. TU-95가 일본 서북쪽 영공을 침입하자 일본은 항공 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 2대를 대응 출격시켰다. 이후 TU-95는 독도 상공에 진입해 한 바퀴 선회비행했고 우리 공군도 F-15K 2대와 KF-16 2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영토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선제적 방어를 위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어 ‘준(準)영공’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10월에도 예고 없이 KADIZ를 침범했던 러시아는 지난해 18차례, 최근 5년간 64차례 KADIZ를 무단으로 침범했다. 러시아의 상습적인 방공식별구역 침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군의 관리능력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지난해 11월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한국과 일본이 영토분쟁에 대비한 군사력 증강에 나서면서 러시아도 군사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러시아는 핵잠수함과 미사일 순양함 등 함정 40척을 새로 도입해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현재 러시아는 2020년까지 6400억 달러(약 693조원)을 들여 무기를 현대화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인 1130억 달러를 해군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잦은 시험발사 실패로 성능 결함 논란을 빚었던 국산 대잠(對潛)유도미사일인 홍상어의 ‘운명’이 올 4월 최종 시험발사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올 4월 동해상의 해군 함정에서 실탄 2발과 연습탄 2발 등 총 4발의 홍상어 최종 시험발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4발 가운데 실탄 2발을 포함해 3발이 목표물에 명중해야 홍상어는 실전 운용과 추가양산을 재개할 수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홍상어 등 정밀유도무기가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으려면 75%의 명중률을 기록해야 한다. 실탄과 연습탄을 포함해 4발 가운데 3발만 명중하면 실전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홍상어는 시험발사 실패에 따른 설계 결함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실탄은 100% 명중해야 ‘합격점’을 받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다른 소식통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최근 홍상어의 탄두와 음향 탐지부에 대한 기술적 개량 작업을 끝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최종 시험발사가 합격기준을 통과하면 해군 함정에 탑재된 50여 발도 개량해 재배치하는 한편 2차 양산(70여 발)도 재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종 시험발사가 실패할 경우 실전 운용과 추가 양산 계획이 장기 보류되면서 전력공백이 초래되는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홍상어는 2000년부터 9년간 ADD 주도로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됐다. 물속에서 발사되는 일반 어뢰와 달리 로켓추진 장치로 공중으로 발사된 뒤 목표 해역 상공에서 떨어져 바다로 들어가 적 잠수함을 타격한다. 2012년 7월부터 해군 구축함에 실전 배치된 홍상어는 같은 해 실시된 첫 성능 검증발사 때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고 유실되면서 설계 결함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군 당국은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7차례에 걸쳐 12발(실탄 5발, 연습탄 7발)의 품질 확인사격을 실시했지만 8발만 명중해 66.7%의 명중률을 기록했다. 특히 실탄은 5발 중 2발만 표적을 맞혀 명중률이 40%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해군 함정에 실린 홍상어의 실전운용을 중단하고 추가 양산계획도 보류한 상황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올해부터 군 장병들의 식사가 소금을 줄이고 제철 과일을 늘리는 ‘웰빙’ 식단으로 바뀐다.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장병 하루 급식비가 전년보다 6.5% 증가한 6848원으로 정해져 급식 메뉴 확대와 질 개선에 나선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급식비 증가율은 지난 5년간 평균 급식비 증가율(4.3%)보다 높다”며 “급식비가 인상된 만큼 일반인(2500Cal)보다 높은 장병의 하루 권장열량(3100Cal) 기준에 맞춰 급식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병 하루 섭취량 기준으로 소금은 6g에서 5g으로, 고추장은 20g에서 19g으로 줄인다. 천연조미료 사용량은 0.3g에서 0.7g으로 늘어난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이 24일 오후 한국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남북관계 진전에 파란불이 켜졌다. 북한이 드디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수용이 “남북관계 새로운 대화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평화 공세’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라고 해 온 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시기도 “귀측(한국 측)이 편리한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에 일임하겠다는 뜻. 정부 관계자는 “상봉 행사 준비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 일정 등을 포함해 27일경 북한에 구체적 제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설이 지난 2월에 상봉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올해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 이후 각종 선전 매체와 국방위원회의 ‘중대 제안’(16일), ‘공개서한’(24일) 등을 통해 화해 제스처를 보여 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위장 평화 공세, 선전 공세”라고 비판하고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함으로써 일단 정부의 원칙적 대북 대응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대응했다. 24일 오전 북한 국방위원회는 ‘공개서한’에서 김정은 제1비서의 특명임을 내세워 자신들의 ‘중대 제안’(16일)이 위장 평화 공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루 안에 ‘북한의 공개서한→한국의 논평→북한의 새로운 제안’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반응을 본 뒤 수용 입장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다. 그동안의 정부 원칙을 보고 이산가족 상봉 수용 방침을 결정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5일 오전 1시(한국 시간) 미국 뉴욕에서 갖는 기자회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은 환영하지만 ‘남북관계에서 짚을 건 짚겠다’는 태도다. 특히 북한이 공개서한에서 “불미스러운 모든 과거를 불문에 부치자”고 주장한 부분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덮어 두고 가려 한다면 국민은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북한이 대남 유화 공세를 펼치며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의 중단을 거듭 요구하는 배경엔 막강한 미군 참가전력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매년 2월 말부터 두 달간 실시되는 이 훈련에는 주한미군(2만8500여 명)을 비롯해 주일미군과 괌, 미 본토 등 해외 주둔 미군 1만여 명과 전투기 및 함정 등 대규모 첨단전력이 참가해왔다. 핵추진 항모 강습단과 최신예 전투기 등 미군 참가 전력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30조 원 이상으로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약 35조7000억 원)에 맞먹는다.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7곳에 배치된 주일미군 병력과 해·공군 전력은 한반도 유사시 48∼72시간 내 전개돼 한미공동 작전계획(OPLAN 5027)에 따라 대북 응징작전에 돌입한다.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F-22 스텔스 전투기는 일본 내 기지에서 출격한 지 20분 만에 평양의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2월 12일) 이후 도발 위협이 고조됐던 지난해 KR 때 미국은 F-22를 비롯해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 폭격기 등을 참가시켜 고강도 대북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B-2와 B-52 폭격기는 미국의 대한(對韓) 핵심 안보 공약인 ‘핵우산’ 전력으로 북한 수뇌부엔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몇십 배의 핵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훈련 내용도 북한엔 경계 대상이다. KR와 매년 8월에 실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 연합군사연습은 북의 전면남침 시 수도권 북방에서 이를 저지한 뒤 대북 반격작전(북진)에 나서는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북한의 동·서해를 통한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작전이 이뤄지고 한미 연합군이 휴전선을 돌파해 평양을 함락하고 청천강까지 진격한 뒤 북한 안정화 작전을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 때마다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맞불작전’을 벌여왔다. 이는 북한 내 유류난과 식량난을 가속화하는 자충수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는 분석이 많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지속되는 한 대규모 대남 도발은 물론이고 체제 유지도 힘들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훈련을 무력화하기 위해 대남 유화 공세를 통한 선전전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전격 수용했다. 북한은 24일 오후 6시 반경 판문점 연락관 통지문을 통해 “북남(남북)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 행사를 진행하자”며 “(상봉 행사는)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설이 지나 날씨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알려 왔다. 지난해 9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다시 열자고 한 이달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제의에 대해 “좋은 계절에 만나자”며 일단 거부했던 태도를 바꾼 것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패키지로 제안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요구도 접었다. 이로써 집권 2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정부는 즉각 “북한이 뒤늦게나마 우리의 제안을 수용한 것을 환영하며 이산가족 상봉 시기와 협의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은 북한에 추후에 통보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과 연계해 온 기존 주장에서 물러나 조건 없이 한국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재개 실무 접촉을 위해 조만간 판문점 적십자 연락 채널을 통해 협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북한 국방위원회는 ‘남조선(한국) 당국과 여러 정당, 사회단체들, 각 계층 인민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명임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른바 ‘중대 제안’(16일)이 “위장 평화 공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오후 4시 반경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이 밝힌 비방 중상 전면 중단 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부터 즉각 호응하라”고 밝혔다. 이에 북한이 2시간 만에 상봉 제안 전격 수용으로 호응한 셈이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해군의 차기호위함에 정품이 아닌 ‘짝퉁’ 부품을 공급한 군납업체가 적발됐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1일 “차기호위함에 들어가는 유압펌프의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A업체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독일 정품 제조사의 내부 문건을 이용해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적발된 유압펌프는 함정의 조타기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차기호위함에는 함정이 거센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신속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최신 조타기를 설치하기로 돼 있다”며 “유압펌프를 구성하는 레벨스위치에 독일산 정품이 아닌 모조 부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납품 업체는 정품 대신 부산의 한 공구상가에서 모조 부품을 몰래 만들어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품의 가격은 150만 원이지만 모조품은 45만 원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다. 해군은 노후 함정을 대체하기 위해 2010년부터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차기호위함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인천함 진수에 이어 2000∼3000t급 함정 5척이 추가로 건조 중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모조 부품이 납품된 해군함은 차기호위함 2번함부터 6번함과 차기 상륙함까지 모두 6척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