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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법도 아는 남자’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세계 랭킹 2위 이대훈은 19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랭킹 1위 자우아드 아찹(24·벨기에)을 11-7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58㎏급에서 은메달을 땄던 이대훈은 체급을 달리해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황경선(30·고양시청)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67㎏급에서 동메달을 딴 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2연패에 성공하며 3회 연속 메달을 땄다. 1회전(16강전)에서 다비드 실베로 파트리크 부이(28·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1라운드 종료 뒤 기권승을 거둔 이대훈은 8강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20·요르단)에게 8-11로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아흐마드는 우승을 차지하며 요르단에 첫 번째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8강 경기가 끝난 뒤 아흐마드의 손을 높게 들어 준 이대훈은 “어릴 때는 패하면 내가 슬퍼하느라 상대 선수가 기쁜 걸 축하해줄 여유가 없었다. 승자가 나타났을 때 패자가 인정하면 승자도 더 편하게 다음 경기를 잘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8강 경기 상대는 즐기는 데 나는 이기려고 들었다. 그게 패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에서 금메달 못 딴다고 여기서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몇 개월 지나면 다 잊게 될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또 다른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두 번씩 우승을 차지한 이대훈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남은 시간은 딱 4초. 딸은 2-4로 뒤져 있었다. 엄마는 두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기도하는 엄마는 얼굴을 파묻고 있느라 머리 공격에 성공한 딸이 6-4로 경기를 뒤집는 장면도 보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한국 관중이 “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눈을 떠 같이 환호했다. 엄마의 눈가는 어느 틈엔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의 막내딸 김소희는 이 한 방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8강전을 통과했다. 충북 제천에서 분식집을 하며 딸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김소희의 어머니 박현숙 씨(51)는 이번에 리우를 찾은 게 생애 첫 해외여행이다. 3년을 반대하다 딸의 운동을 허락하던 날 “내가 꼭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다”고 큰소리치던 딸은 고교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돼 부모님 해외여행 꼭 시켜드리겠다’는 글을 부모님의 분식집 벽에 적어놓았다. 리우로 오는 길에 프랑스 파리에서도 하룻밤을 묵었다. 남편은 프랑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감자튀김 몇 개를 먹은 게 전부였지만 그는 뭐든지 맛있게 먹었다. 혹시라도 딸이 엄마가 입맛을 잃지 않을까 걱정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딸이 경기를 벌이는 날도 일부러 2층 관중석 제일 어두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혹시 우리를 보고 실수할까 걱정돼 여기 앉기로 했다”며 “딸이 경기하는 걸 수없이 봤는데 이번에는 너무 심장이 쿵쿵 뛴다”고 말했다. 4강전이 시작되자 그의 손에 들린 태극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응원 때문인지 그의 손이 떨려서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4강전에서 3라운드까지 0-0 무승부가 이어지자 그는 “머리 조심해” “빨리 피해야지”를 외쳤다. 딸보다 더 긴장한 그는 연장전이 시작되자 아예 태극기로 눈을 가렸다. 그가 일어나서 다시 태극기를 흔든 건 연장 종료 36초 전이었다. 딸은 이번에도 승리하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어느새 그도 스타가 돼 있었다. 주변에 있던 브라질 팬들이 찾아와 같이 ‘셀카’를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결승전에서 그는 응원단장이 됐다. 브라질 관중 사이에서 “킴, 킴, 킴” 응원 구호가 들리자 그는 “소희, 소희, 소희”를 외치며 응원구호를 바꿔 놓았다. 그가 크게 “김소희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브라질 팬들도 “파이팅”이라고 따라 외쳤다. 박 씨는 “소희가 리우에 오기 전에 아빠와 같이 낚시를 가자고 해 하루 휴가를 낸 적이 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비가 내려 결국 낚싯대를 펴지도 못했다. 올림픽 전에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꺼낸 제안이었을 텐데 결국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일단 낚시부터 가야겠다”고 말했다.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행 티켓을 힘겹게 손에 넣었던 김소희(22)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1점 차의 힘겨운 승부를 연이어 치른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소희는 “이 기쁨을 느끼게 해주려고 하늘이 그동안 이렇게 날 힘들게 했던 모양이다. 오늘은 하늘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18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전에서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그다노비치(18)를 7-6으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한국에 7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김소희는 “어제 잠자리에 들면서 러키세븐(7번째 금메달)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러키세븐을 채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소희는 첫판인 16강전에서 페루의 훌리사 디에스 칸세코(27)를 10-2로 무난하게 제압했다. 하지만 8강과 4강, 결승전에서는 모두 한 점 차의 진땀 승부를 벌였다. ▼ 하늘도 도왔다, ‘러키 세븐’ 태권 소녀 ▼특히 8강전에서는 올림픽 랭킹 2위인 태국의 빠니빡 웡빠따나낏(19)에게 막판까지 2-4로 뒤지다 경기 종료 4초 전 극적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상대 머리에 3점짜리 발차기 공격을 성공시켜 5-4로 역전에 성공한 김소희는 웡빠따나낏에게 6-5로 승리했다. 4강전에서는 ‘골든 포인트제’(먼저 득점하는 선수가 승리)가 적용되는 연장 승부 끝에 프랑스의 야스미나 아지에즈(25)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종료 15초 전까지 3점 차로 앞서다 막판 추격을 허용하면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김소희는 특히 뒷걸음질을 치다 경기 종료 버저와 거의 동시에 넘어지면서 금메달을 놓칠 뻔했다. 경고 9개를 받고 있던 김소희가 종료 버저가 울리기 전에 넘어졌다면 경고를 한 차례 더 받으면서 반칙패를 당하기 때문이었다. 경고를 10번 받으면 득점에서 앞서 있어도 반칙패가 선언된다. 세르비아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고, 승리의 환호를 질렀던 김소희의 얼굴은 하얗게 변했다. 1년 같은 시간 1분가량이 흐른 뒤 나온 판정에서 종료 버저가 울린 뒤에 김소희가 넘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소희는 올림픽 출전권을 간신히 손에 쥐었다. 지난해 12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회전 탈락으로 랭킹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당시 김소희의 랭킹은 7위였다. 6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다. 6위 안에 태국 선수가 2명이 포함된 것이다. 랭킹 쿼터는 체급별로 한 나라에 1장만 준다는 WTF 규정에 따라 7위인 김소희에게 출전권이 넘어왔다. 올림픽 첫 출전의 기회를 어렵게 잡은 만큼 김소희는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 원래 체급보다 3kg을 더 올려 나서는 대회라 체중을 늘리고 근력과 힘도 키워야 했다. 김소희는 그동안 아시아경기나 세계선수권에서는 46kg급에 출전했다. 하지만 올림픽에는 이 체급이 없다. 김소희는 1월부터 두 달 동안은 기술 훈련을 제쳐 두고 체력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에만 죽기 살기로 매달렸다. 두 달 만에 하체 근력량을 30%가량 키웠다. 늘린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김소희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고 했다. 김소희는 어릴 때부터 ‘깡다구’가 셌다. 왈가닥이기도 했던 김소희는 아침에 흰 옷을 입고 나가서 저녁에 옷이 시커멓게 변한 뒤에야 집에 왔다. 주로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산에서 개구리를 잡으며 놀았다는 김소희는 남자아이들한테도 지는 것을 싫어해 늘 앞장을 섰다고 한다. 깡은 셌지만 몸은 약한 편이었다. 코피를 자주 쏟았다. 이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딸의 건강을 위해 보낸 곳이 태권도 도장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서울체고 재학 중에는 태권도부이면서도 구간 마라톤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을 만큼 뛰는 데도 소질이 있었다. 지구력이 좋은 김소희를 당시 육상부 코치가 ‘산소통’으로 불렀다고 한다. 2011년 세계선수권 때 보여준 부상 투혼은 김소희의 악바리 근성을 잘 설명해 주는 일화다. 당시 발가락 부상을 안고 출전했던 김소희는 대회 도중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코치들은 말렸지만 김소희는 출전을 고집했다. 도핑 테스트 때문에 진통제도 먹지 않고 계속 출전한 김소희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세계선수권 첫 우승이었다. 김소희는 2013년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태권도의 희망으로 성장했다. 이종석 wing@donga.com /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축구랑 비치발리볼만 잘나가면 아무 문제없어요.” 16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만난 현지 주민 카리오카 클라라 보르헤스 씨에게 “리우 올림픽에서 브라질 성적이 신통치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그는 비치발리볼 경기장 바로 옆 해변에 자리 잡은 펍에서 친구들과 함께 TV로 브라질과 스웨덴의 리우 올림픽 여자축구 4강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브라질은 승부차기 끝에 스웨덴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펍에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비치발리볼 경기장으로 향했다. 비치발리볼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브라질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경기장을 채우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인 카밀라 멜 씨는 “미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비치발리볼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코파카바나 해변은 비치발리볼의 영혼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이 독일을 상대로 점수를 올릴 때마다 삼바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비치발리볼 표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 토요일이던 14일 경기 때는 앞자리의 암표 값이 1500헤알(약 52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도 이날 밤 11시 59분에 여자부 경기를 배정하는 등 경기장을 ‘클럽화(化)’하면서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도록 유도했다. 브라질 사람들만 유독 이 두 종목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통계 자료로 각종 사회 문제를 풀어내는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www.fivethirtyeight.com)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당시 전 세계 TV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인기 종목 순위를 매긴 뒤 인기에 따라 메달 가치를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축구에서 딴 금메달 한 개는 다른 종목에서 따낸 금메달 12.9개(1위)만큼 가치가 있었다. 비치발리볼(7.7개) 역시 농구(8.0개)에 이어 3위다. 인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따도 금메달 20개를 딴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날 비치발리볼 준결승 결과도 브라질 팬들의 바람대로 나왔다. 남자부에서는 알리송 세루치(31)-브루노 오스카르 슈미트(30) 조, 여자부에서는 아가타 베드나르주크(33)-바르바라 세이샤스(29) 조가 각각 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4연패를 노리다 브라질에 발목이 잡힌 미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 케리 월시 제닝스(38)는 “비록 우리를 응원해 주지는 않지만 열정적인 브라질 팬을 사랑한다. 그들은 항상 우리가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이날까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로 종합 순위 15위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그리스(15위) 이후 개최국으로는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비치발리볼과 축구에 금메달이 남아 있는 이상 브라질 팬들은 낙담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1시 온두라스와 준결승을 치른다.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축구랑 비치발리볼만 잘 나가면 아무 문제없어요.” 1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만난 현지 주민 카리오카 클라라 보르헤스 씨에게 “리우 올림픽에서 브라질 성적이 신통치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그는 비치발리볼 경기장 바로 옆 해변에 자리 잡은 펍에서 친구들과 함께 TV로 브라질과 스웨덴의 리우 올림픽 여자축구 4강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브라질은 승부차기 끝에 스웨덴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펍에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비치발리볼 경기장으로 향했다. 비치발리볼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브라질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경기장을 채우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인 카밀라 멀 씨는 “미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비치발리볼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코파카바나 해변은 비치발리볼의 영혼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이 독일을 상대로 득점을 올릴 때마다 삼바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비치발리볼 표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 토요일이던 14일 경기 때는 앞자리의 암표 값이 1500헤알(약 52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도 이날 밤 11시 59분에 여자부 경기를 배정하는 등 경기장을 ‘클럽화(化)’하면서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도록 유도했다. 브라질 사람들만 유독 이 두 종목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통계 자료로 각종 사회 문제를 풀어내는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www.fivethirtyeight.com)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당시 전 세계 TV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인기 종목 순위를 매긴 뒤 인기에 따라 메달 가치를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축구에서 딴 금메달 한 개는 다른 종목에서 따낸 금메달 12.9개(1위)만큼 가치가 있었다. 비치발리볼(7.7개) 역시 농구(8.0개)에 이어 3위다. 인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따도 금메달 20개를 딴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날 비치발리볼 준결승 결과도 브라질 팬들의 바람대로 나왔다. 남자부에서는 알리슨(31)-브루노 슈미트(30) 조, 여자부에서는 아가사(33)-바바라(29) 조가 각각 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4연패를 노리다 브라질에 발목이 잡힌 미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 월시 제닝스(38)는 “비록 우리를 응원해주지는 않지만 열정적인 브라질 팬을 사랑한다. 그들은 항상 우리가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이날까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로 종합 순위 15위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그리스(15위) 이후 개최국으로는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도 비치발리볼과 축구에 금메달이 남아 있는 이상 브라질 팬들은 낙담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1시 온두라스와 준결승을 치른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 골퍼가 홀인원을 낚을 확률은 3500분의 1 정도다. 이 확률을 성공시켰다면 60분의 1 안에 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놓고 남녀 선수 각 60명이 경쟁을 벌인다. 박인비(28)는 경기 시작을 이틀 앞둔 15일(현지 시간)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연습 라운드를 돌다 6번홀(177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박인비는 “처음에는 홀인원을 한 줄 모르고 있었는데 가보니 (공이) 홀에 들어가 있더라. 대회에 앞서 좋은 징조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끝난 남자 골프에서는 저스틴 로즈(36·영국)가 1라운드 도중 4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행운을 몰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결과도 따라주면 좋을 것 같다”며 “최근 손가락 부상이 있었는데 많이 좋아졌다. 좋은 경기를 펼쳐 많은 분들께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박인비가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 이른바 ‘골든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박인비는 코스를 둘러본 뒤 “바람이 변수다. 바람만 없으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며 “코스를 파악할 시간도 짧고 그린 주변에 굴곡이 심해 상상력이 풍부한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잔디는 태국이나 싱가포르 쪽 골프장과 비슷하다. 남자 경기를 먼저 치르면서 잔디가 자리를 잡은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세영(23), 양희영(27), 전인지(22) 등으로 구성된 한국대표팀에서 맏언니인 박인비는 “개인전만 치르지만 단체전처럼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긴장을 풀고 있다. 이렇게 좋은 팀 분위기가 경기력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자 골프는 17일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한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가장 슬퍼 보이는 금메달리스트.’ 리우 올림픽 남자 체조 뜀틀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이세광(31)에 대한 브라질 현지 언론의 평가다. 이세광은 15일(현지 시간) 리우 올림픽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5.691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시상식에서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세광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준 사람은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세광은 한국 기자들에게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크나큰 승리를 안겨주고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은 동지께 승리의 보고, 영광의 보고를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 하는 이세광에게 양학선(24·수원시청)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학선 선수가 체조를 대표하는 게 아니다”고 강한 어조로 짧게 대답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세광은 뒤늦게 답변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 듯 “그저 치료를 잘 받아서…”라고 말끝을 흐린 채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이세광은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는 “금메달은 저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금메달은 조국에 바치는 선물”이라며 “이 금메달로 조국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금메달을 따내 조국에 승리감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게 이세광의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북한 여성이 이세광의 곁에 꼭 붙어 인터뷰의 답변 방향을 미리 잡아줬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일본 체조 대표 우치무라 고헤이(27)는 심각한 오타쿠(매니아)다. 우치무라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에서 ‘포켓몬고’를 하려다가 500만 원이 넘는 휴대전화 요금 폭탄을 맞았다. 체조 선수에게는 금기에 가까운 초콜릿과 패스트푸드 중독자이기도 하다. 운동을 시작한 계기도 남다르다. 그가 체조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건 만화 ‘간바! 플라이하이’ 때문이었다. 이 만화 제작에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였던 모리스에 신지(59)가 참여했다. 그만큼 묘사가 사실적이다. 우치무라는 “어릴 때 이 만화에 나와 있는 모든 훈련을 따라해 봤다”며 “특히 착지할 때의 심리에 대해서는 이 만화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치무라는 리우 올림픽 남자 체조 개인종합과 단체종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우치무라뿐 아니라 일본 대표 선수 중에는 만화 (영화)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리우 올림픽 수영 남자 개인 혼영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세토 다이야(22)는 “다섯 살 때 TV 애니메이션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축구와 수영을 동시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탈(脫)아시아 수준에 도달했다는 일본 육상계에도 역시 ‘스피드킹’ 같은 1990년대 육상 만화가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리우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야구는 말할 것도 없다. 한 일본 기자는 “예전에는 스포츠 만화에 절대적인 노력과 근성을 강조하는 신파극이 많았다. 그러다 점차 명랑한 성장 스토리 위주로 바뀌면서 어린이들이 스포츠에 입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가장 슬퍼 보이는 금메달리스트.’ 리우 올림픽 남자 체조 뜀틀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리세광(31)에 대한 브라질 현지 언론의 평가다. 리세광은 15일(현지시간) 리우 올림픽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5.691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시상식에서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리세광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준 사람은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었다. 시상식을 끝난 뒤 리세광은 한국 기자들에게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크나큰 승리를 안겨주고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은 동지께 승리의 보고, 영광의 보고를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 하는 이세광에게 양학선(24·수원시청)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학선 선수가 체조를 대표하는 게 아니다”고 강한 어조로 짧게 대답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리세광은 뒤늦게 답변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은 듯 “그저 치료를 잘 받아서…”라고 말끝을 흐린 채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리세광은 그러나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는 “금메달은 저 자신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다. 금메달은 조국에 바치는 선물”이라며 “이 금메달로 조국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금메달을 따내 조국에 승리감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게 리세광의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북한 여성이 리세광의 곁에 꼭 붙어 인터뷰의 답변 방향을 미리 잡아줬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 골퍼가 홀인원을 낚을 확률은 3500분의 1 정도다. 이 확률을 성공시켰다면 60분의 1 안에 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놓고 남녀 선수 각 60명이 경쟁을 벌인다. 박인비(28)는 경기 시작을 이틀 앞둔 15일(현지시간)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연습 라운드를 돌다 6번홀(177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박인비는 “처음에는 홀인원을 한 줄 모르고 있었는데 가보니 (공이) 홀에 들어가 있더라. 대회에 앞서 좋은 징조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끝난 남자 골프에서는 저스틴 로즈(36·영국)가 1라운드 도중 4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행운을 몰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결과도 따라주면 좋을 것 같다”며 “최근 손가락 부상이 있었는데 많이 좋아졌다. 좋은 경기를 펼쳐 많은 분께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박인비가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 이른바 ‘골든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박인비는 코스를 둘러본 뒤 “바람이 변수다. 바람만 없으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며 “코스를 파악할 시간도 짧고 그린 주변에 굴곡이 심해 상상력이 풍부한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잔디는 태국이나 싱가포르 쪽 골프장과 비슷하다. 남자 경기를 먼저 치르면서 잔디가 자리를 잡은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세영(23), 양희영(27), 전인지(22) 등으로 구성된 한국대표팀에서 맏언니인 박인비는 “개인전만 치르지만 단체전처럼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긴장을 풀고 있다. 이렇게 좋은 팀 분위기가 경기력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자 골프는 17일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한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북한 선수단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기장에 나타날 때 늘 동행하는 여인이 있다. 이 여인의 정체를 알기 어려운 건 AD카드(출입증) 때문이다. 리우 올림픽 참가자들은 신분에 따라 출입증을 한 장씩 발급받았다. 취재기자가 받는 출입증 코드는 E, 선수단은 Ao다. 신분증마다 출입 가능한 곳이 다르기 때문에 출입구를 지날 때마다 신분증 검사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여인은 출입증이 두 장이다. 취재진만 출입할 수 있는 곳에는 E카드를 들고 나타나고, 선수단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는 Ao카드를 꺼내 든다. 이름이 써 있는 앞면이 안 보이게 목에 걸고 다녀 이름을 알기도 어렵다. 영어도 유창하다. 선수단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이 여인이 나타나 통역을 한다. 김일성대를 졸업한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북한에서 영어 전공자는 몽골 해군과 같다. 내륙국인 몽골에 해군이 필요 없는 것처럼 서방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는 북한에서도 영어가 그만큼 필요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국향(23)이 역도 여자 최중량급(75kg 이상)에서 은메달을 딴 14일(현지 시간)에도 이 여인은 경기 시작 30분 전 북한 대표팀 관계자와 함께 기자실에 들렀다. 그러고는 영어로 된 리우 올림픽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 2016’을 확인하고 갔다. 그들이 떠난 컴퓨터 모니터에는 임정심(23)이 이틀 전 역도 여자 75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기록지가 떠 있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이때까지 임정심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북한은 리우 올림픽 역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목표로 세웠지만 금 1개, 은 2개를 따내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선수단은 대책 회의라도 하는 것처럼 경기장 바깥에 모였다. 그중에는 출생연도가 프로필에 나와 있는 1991년이 아니라 1990년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엄윤철(25)도 있었다. 그들에게 “엄윤철이 실제로 몇 년 생이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한 북한 여인이 삼성 스마트폰 화면을 열심히 보면서 기자 곁을 스쳐 지날 뿐이었다.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여기는 축구 경기장이 아니라 테니스 코트입니다.” 14일(현지 시간)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 도중 주심을 맡은 마리아 파스칼(프랑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축구 경기장 같았습니다. 브라질 팬들이 앤디 머리(29·영국)를 응원한 건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 선수가 아르헨티나 대표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28)였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코트에 등장하자 브라질 축구 대표팀 유니폼 차림으로 경기장을 찾은 브라질 팬들은 “레츠 고, 앤디”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등장하자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자국 축구 대표팀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결국 심판이 중재에 나선 겁니다. 아르헨티나와 전혀 관계없는 경기에서도 브라질 사람들은 틈만 나면 아르헨티나를 깎아내리기 바쁩니다. 전날 열린 여자 축구 8강전에서 브라질은 승부차기 끝에 호주를 꺾었습니다. “브라질, 브라질”을 연호하던 팬들 사이에서 누군가 “마라도나 셰이라도르(cheirador·‘냄새 맡는 개’라는 뜻의 비속어)”라고 외치자 브라질 사람들은 갑자기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욕하는 데 정신이 팔리고 말았습니다. 브라질 팬 지오바니 바레투 씨는 “아르헨티나의 모든 게 싫다. 모든 브라질 국민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는 이런 농담도 있습니다. 예수가 최후의 만찬 도중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하리라’고 이야기하자 제자 11명이 먼저 포르투갈어(브라질 공용어)로 ‘Eu n~ao sou(전 아닙니다)’ 하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예수를 배반하는 유다는 스페인어(아르헨티나 공용어)로 ‘Yo no soy(나는 아닙니다)’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는 1825년부터 3년간 치른 전쟁이었습니다. 그때 브라질은 시스플라티나 주(州)를 잃었는데 이곳에 새로 들어선 나라가 바로 우루과이입니다. 이날 테니스 경기에서는 머리가 3-1로 승리하고 올림픽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단식 2연패에 성공했습니다. 두 선수는 경기 후 진한 포옹을 나누면서 축하와 위로를 주고받았습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1982년 포클랜드(말비나스) 전쟁을 치렀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서로 협력을 모색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아르헨티나는 약 200년 전 일이 아직도 앙금으로 남아있는 것이죠. 어쩌면 이웃 나라가 싫은 건 인류 보편적인 현상인지도 모를 일입니다.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축구의 나라’ 관중들은 한목소리로 “올레”를 외쳤다. 이에 맞춰 ‘럭비의 나라’ 선수들은 연이은 득점으로 호응했다. 럭비 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브라질 출신 마테우스 씨는 “브라질 사람들이 리우 올림픽에서 축구 대표팀에 기대했던 걸 피지 럭비 대표팀이 보여주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피지 대표팀 할렘 글로브트로터스 감독이 ‘우리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려고 플레이한다(We play to entertain)’고 말한 그대로였다. 피지가 9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럭비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다. 피지는 11일(현지 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럭비(7인제) 남자 결승에서 영국을 43-7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지가 올림픽에서 딴 첫 메달이다. 피지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데 성공한 149번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이 됐다. 인구가 90만 명이 못 되는 태평양의 작은 섬 나라 피지에서는 럭비가 국기(國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기가 높다.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 선수 명단을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가 직접 발표했을 정도다. 당연히 실력도 뛰어나다. 피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87위밖에 되지 않지만 럭비 세계 랭킹은 10위다. 피지 럭비 대표팀 주장 오세아 콜리니사우는 “우리나라는 아직 가난하기 때문에 차비를 아끼려고 형제들이 번갈아 가면서 학교에 가는 일이 흔하다”며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깡통이나 둘둘 만 티셔츠 아니면 슬리퍼까지, 공으로 삼을 만한 건 무엇이든 들고 럭비를 하며 논다”고 말했다. 럭비 선수들의 사정은 넉넉하지 않다. 선수 대부분이 부업으로 생계를 충당한다. 이번 대표 선수 13명 중에도 교도관이 한 명, 호텔 벨보이가 두 명 포함됐다. 콜리니사우는 “우리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그래도 국민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피지는 2월 불어닥친 태풍 ‘윈스턴’으로 44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산 피해 규모도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 원)나 됐다. 이 태풍으로 집이 무너진 대표 선수도 있다. 콜리니사우는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국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대표팀에 많은 지원을 하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럴 여건이 안 된다. 그래도 작은 나라지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린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결승전을 찾은 영국인 애덤 스코필드 씨는 “나는 영국 사람이지만 이번 경기는 피지를 응원했다. 피지가 가장 진화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럭비 팀이기 때문”이라며 “피지는 빠르고 경쾌하다. 경기 내내 멈추는 법이 없다. 반면 영국은 너무 보수적인 전략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대패를 당하고 만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브라질에서도 점점 ‘후그비’(럭비의 포르투갈어 발음)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2010년 1만 명이던 럭비 등록 선수가 지난해 6만 명까지 늘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펜싱 국가대표 김정환(33·국민체육진흥공단)은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마친 뒤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사브르 개인전에서 메달을 땄다고 아버지께 알려드리는 세리머니였다. 김정환의 아버지는 2009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10일(현지 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정환은 경기가 끝난 뒤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돌아가신 아버지”라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는 정말 나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실 분이었다. 살아 계셨다면 지금 나보다 더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더 빨리 운동을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올림픽 메달을 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신동중 2학년 때 펜싱을 시작한 김정환은 한국체대 졸업반이던 2005년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다. 그해 서울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1년 동안 선수 자격정지를 당했다. 김정환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심해 불면증에 시달렸다. 수면제를 잘못 먹은 게 탈이었다. 상심이 너무 커서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붙잡아 주셨다. 그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환은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개인전에서는 19위에 그쳤다. 김정환은 “런던 때 금메달만큼이나 오롯이 내 힘으로 얻은 이번 동메달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때는 순환 원칙에 따라 3개 펜싱 종목 중 2개 종목만 단체전이 열려 이번 대회에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경기가 없다. 김정환은 “현실적으로 다음 올림픽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또 ‘가라, 마라’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내가 대표팀을 하는 동안 한국 펜싱, 특히 사브르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런 전통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펜싱을 대표하던 ‘엄마 검객’ 남현희(35)도 이날 32강에서 패하며 마지막 올림픽 도전을 마쳤다. 남현희는 “그래도 속은 후련하다. 올림픽에 온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며 “선수 생활 내내 나는 노력할 수밖에 없는 팔자를 타고났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는 행운이 좀 따라줬으면 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펜싱 국가대표 김정환(33·국민체육공단)은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마친 뒤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으로 사브르 개인전에서 메달을 땄다고 아버지께 알려드리는 세리머니였다. 김정환의 아버지는 2009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10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정환은 경기가 끝난 뒤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돌아가신 아버지”라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는 정말 나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실 분이었다. 살아 계셨다면 지금 나보다 더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더 빨리 운동을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올림픽 메달을 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신동중 2학년 때 펜싱을 시작한 김정환은 한국체대 졸업반이던 2005년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다. 그해 서울 국제 그랑프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1년 동안 선수 자격 정지를 당했다. 김정환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심해 불면증에 시달렸다. 수면제를 잘못 먹은 게 탈이었다. 상심이 너무 커서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붙잡아주셨다. 그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환은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개인전에서는 19위에 그쳤다. 김정환은 “런던 때 금메달만큼이나 오롯이 내 힘으로 얻은 이번 동메달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때는 순환 원칙에 따라 3개 펜싱 종목 중 2개 종목만 단체전이 열려 이번 대회에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경기가 없다. 김정환은 “현실적으로 다음 올림픽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또 ‘가라, 마라’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내가 대표팀을 하는 동안 한국 펜싱, 특히 사브르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런 전통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펜싱을 대표하던 ‘엄마 검객’ 남현희(35)도 이날 32강에서 패하며 마지막 올림픽 도전을 마쳤다. 남현희는 “그래도 속은 후련하다. 올림픽에 온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며 “선수 생활 내내 나는 노력할 수밖에 없는 팔자를 타고났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는 행운이 좀 따라줬으면 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했다.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유도 대표 곽동한(24·하이원스포츠단)이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1위 곽동한은 11일(한국 시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유도 9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4위 마루크스 뉘만(26·스웨덴)을 상대로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뒀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간 곽동한은 종료 2분32초를 남기고 뉘만을 완전히 등에 업은 채 주특기인 업어치기 기술을 성공시키면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곽동한은 카라오카 경기장 에서 열린 경기에서 첫 두 경기를 한판승으로 끝냈고 8강 전에서는 24위 맘마달리 메흐디예프(23·아제르바이잔랭킹)에게 지도 4개를 빼앗으면서 반칙승을 거뒀다. 곽동한에게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를 안긴 건 바르람 리파르텔리아니(23·조지아·5위)였다. 곽동한은 리파르텔리아에게 허벅다리후리기 절반 두 개를 잇달아 내준 끝에 한판으로 패했다. 이로써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유도의 ‘판타스틱 4’로 불렸던 네 선수 모두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채 대회를 마치게 됐다. 판타스틱 4는 자기 체급에서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김원진(60㎏급), 안바울(66㎏급), 안창림(73㎏급), 곽동한(90㎏급)을 일컫는 표현이었다. 네 명 중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선 곽동한은 못내 아쉬운 듯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활짝 웃지 못했다. 곽동한은 경기 후 “금메달을 따려고 열심히 운동했는데 준결승에서 졌을 때는 솔직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긴 뒤에야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며 “3등 한 것과 안 한 건 차이가 크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경기에 임했다. 동메달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절체절명의 순간, 한국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21·한국체대)이 대역전극을 만들어낸 힘은 ‘몰입’이었다. 국제펜싱연맹(FIE) 남자 에페 세계 랭킹 21위 박상영은 1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3위 임레 게저(42·헝가리)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14로 뒤져 1점만 더 허용하면 경기를 내줘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박상영은 믿기지 않는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마지막 포인트에 성공한 뒤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체육관이 떠나갈 듯이 환호성을 지른 박상영은 “원래 내 실력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가니까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 욕심을 버리면 내 몸이 저절로 반응해줄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은 게 역전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공식 사이트 ‘인포 2016’에 따르면 박상영은 이 종목에서 역대 두 번째로 어린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최연소 기록이 116년 전인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의 라몬 폰스트(당시 16세·쿠바)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 올림픽에서는 최연소나 다름없다. 반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던 임레는 이번까지 5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했다. 박상영이 처음 나간 큰 무대에서 자신보다 인생을 두 배나 산 선수를 무너뜨린 것이다. ○ 펜싱밖에 모르는 바보 박상영은 “펜싱을 시작했던 중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잘하는 것이나, 잘하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펜싱은 내가 유일하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이었다. 처음 펜싱을 시작할 때 부모님 몰래 학원을 빼먹고 운동할 정도였다”며 “지금도 잘하는 게 펜싱밖에 없다. 펜싱으로 칭찬을 받을 때 제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검은색 돼지 대여섯 마리가 집 안으로 뛰어들어 오는 태몽을 꿨다는 그의 어머니 최명선 씨(51)는 공부를 잘하던 돼지띠 아들이 펜싱을 하겠다고 하자 걱정부터 앞섰다고 한다. 때마침 집안 형편도 기울었다. 어머니가 계속 반대를 굽히지 않자 박상영은 오전 5시에 집을 나서 오후 11시에 들어가는 ‘반(半)가출’ 시위를 벌였다. 어머니는 혹시라도 아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설까 걱정했지만 그 시간 박상영은 거울을 마주 보며 스텝 훈련을 하고 2시간씩 강변을 뛰었다. 최 씨는 “매일 늦게 들어오길래 뭘 하는지 알아보려고 몰래 뒤를 밟았더니 컴컴한 학교에서 혼자 운동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더라. 눈물이 왈칵 났다. 그때 상영이가 얼마나 펜싱을 하고 싶어 하는지 느꼈다. 그 순간 내가 상영이의 가장 열렬한 팬이 돼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두 달 전부터 전국 사찰을 돌며 아들을 위해 108배를 올렸다. 지도자들이 본 박상영은 역시 펜싱에 미친 아이였다. 국제펜싱연맹 홈페이지에도 박상영의 별명은 ‘크레이지 펜서(미친 검객)’라고 올라 있다. 대표팀 상비군 감독으로 박상영을 지도했던 김창곤 FIE 심판위원은 “혹독한 연습 후 중간 쉬는 시간에도 펜싱 동영상을 찾아보던 녀석”이라며 “펜싱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있으면 그걸 진짜 못 참았다. 하루 종일 펜싱만 생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몰입의 힘, ‘덕력(?)’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 대신 ‘덕력’을 믿는다. 덕력은 누리꾼들이 마니아라는 뜻의 일본어 ‘오타쿠’를 ‘오덕후’로 바꿔 부르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오덕후의 힘(力)이 바로 덕력이다. 공자가 2500년 전 이야기했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란 말이 바로 덕력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박상영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자기소개에 ‘올림픽=제일 재밌는 놀이’라고 썼다. 박상영은 처음 펜싱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 재미있는 놀이터에서 제대로 놀기 위해 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박상영은 지난해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펜싱 선수로는 크지 않은 체격 조건(178cm, 75kg) 때문에 순발력이 중요한 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부상이었다. 박상영은 “어느 날 국내대회에서 ‘쟤는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이 없었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나 간절했는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꿈을 수도 없이 꿨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힘들어하던 박상영에게 아버지 박정섭 씨(54)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박 씨는 ‘이겨내고 또 이겨내면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인한 영이로 태어날 것이라고 아빠는 믿는다’는 편지를 보내 아들의 기운을 북돋았다.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얼굴이 점점 굳어가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9일(현지 시간) 양궁경기장을 찾아 북한 여자 대표 강은주(21)의 경기를 지켜봤다. 강은주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북한 양궁 선수다. 경기가 끝난 뒤 최 부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국 취재진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이틀 전 역도경기장에서 한국 기자들을 지나쳐 조용히 빠져나갔던 최 부위원장 일행은 이날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 언론 사이에서 취재 경쟁이 심해지자 경호 레벨도 올라간 것 같았다. 일행 중 한 명은 한국 기자들에게 “어디서 왔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경호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국 기자도 있었다. 취재진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최 부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취재 경쟁만 최 부위원장을 곤혹스럽게 하는 건 아니다. 북한이 강세를 보이는 올림픽 역도 경기가 열린 사흘 동안 북한은 은메달 2개를 따는 데 그쳤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금메달을 5개 이상 주문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체육 강국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기 때문에 리우에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최 부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스포츠 외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최 부위원장에게는 부담이다. 최 부위원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행사장에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을 뿐 주요 국가 관계자들과는 별다른 교류가 없는 상태다. 조선중앙통신은 최 부위원장이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과 따로 만났다고 보도했지만 브라질 정부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반면 역도 남자 56kg급에서 올림픽 2연패에 실패하며 최 부위원장에게 질책을 받았던 엄윤철(25)은 갈수록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북한 동료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러 왔다가 한국 역도 관계자들과 함께 ‘셀카’를 찍을 정도다. 윤석천 한국 역도 대표팀 감독은 “엄윤철과는 국제 대회에서 만난 일이 많아 비교적 친한 사이인데, 연습장에서 우연히 마주쳐 ‘힘내라’고 얘기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며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표정이 밝은 걸 보면 별 탈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선수촌에 공급한 콘돔은 총 45만 개. 4년 전 런던 대회보다 3배가량 늘었다. 리우 올림픽 참가 선수(1만500명)가 대회 기간 1인당 43개씩 쓸 수 있는 양이다. 실제로 이 많은 콘돔이 제대로 사용되는 것일까. 유럽이나 남미, 미국 선수들은 “오히려 모자랄지 모른다”는 반응이다. 브라질 남자 육상 대표 이고르 아우베스(22)는 “자원봉사자가 거의 매일 자판기에 콘돔을 채워 넣는 걸 보면 충분히 다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이탈리아 남자 선수는 “리우에 도착한 뒤로 하루 평균 3명 정도와 관계를 맺었다. 경기를 앞두면 남성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성욕도 더 왕성해지는 것 같다”면서 “관계 맺은 선수와 마주치면 어색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며 웃었다. 동양권 선수들 답변은 좀 달랐다. 일본 여자 역도 대표 미야케 히로미(31)는 “남자 동료 선수들이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일본 남자 선수들은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재미있어할 것 같아 여러 개 챙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럭비 대표 카일 브라운(29)은 “(콘돔) 포장지에 오륜기 그림도 없는데 기념품이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올림피안들은 주로 스마트폰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선수촌 안에서 연애 상대를 만난다. 아르헨티나의 배구 대표선수 레티시아 보스카시(31)는 “운동선수들은 (키나 덩치가) 일반인에 비해 크거나 작은 경우가 많다. 밖에서는 이런 신체적 특징에 대한 편견 때문에 연애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도 많다. 그런데 선수촌에서는 이런 게 단점이 되는 일이 적기 때문에 더 금방 친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쪽 세계에서도 최고 인기 스타는 단연 금메달리스트다. 금메달을 들고 ‘줄을 서라’고 말하며 다니는 선수도 봤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수들은 어떤 쪽일까. 현역 시절 올림픽에 세 차례 참가한 한 한국 지도자는 “선수촌에서 벌어진 일은 선수촌에 묻어두고 가는 게 선수들 사이의 매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는 전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웃었다. 17층짜리 건물 31개 동으로 이뤄진 리우 올림픽 선수촌은 리우데자네이루 외곽 바하다치주카에 자리 잡고 있다. 개·폐회식 장소인 마라카낭 주경기장으로부터 차로 1시간 정도 거리다. 신축 아파트 단지 같은 느낌으로 주변에 편의시설이나 유흥시설은 아예 없다. 그 대신 선수촌 안에 미용실, 이발소는 물론이고 꽃집도 있지만 선수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에서 마련한 가상현실(VR) 체험 부스에 드문드문 발길이 이어지는 정도다. 조호성 한국 사이클 대표팀 감독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만 해도 주변에 쇼핑몰도 있고 그래서 밖에 나가도 할 게 많았다. 여기서는 치안 문제도 심각하다고 하니까 선수들이 전부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스마트폰만 한다”고 말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당을 이용하다 보니 선수촌 식당은 물론이고 패스트푸드 가게에도 사람이 넘쳐난다. 선수촌 안에 있는 올림픽 공식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선수들은 24시간 동안 원하는 모든 메뉴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 파나마의 수영 대표선수 마리아 파르(18)는 “어떤 선수가 농담으로 햄버거 100개를 주문했는데 점원이 ‘알겠다’고 답해 부랴부랴 취소하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선수촌에서 우연히 세계적인 스타 선수와 마주치는 건 올림피안들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다. 홍콩 육상 대표 천밍타이(21)는 “선수촌에 도착해 보니 같은 아파트에 자메이카 대표팀이 머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사인 볼트(30)와 ‘셀카’를 찍고 돌아가는 게 이번 올림픽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