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박종민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구독 172

추천

동아일보 산업1부 재계팀 박종민 기자입니다.

blick@donga.com

취재분야

2026-05-16~2026-06-15
산업43%
기업34%
경제일반5%
검찰-법원판결5%
노동4%
인물/CEO2%
무역2%
아시아2%
사회일반2%
고용1%
  • 조두순 출소 임박… 청소년 성범죄자 거주지 40곳 가보니

    성범죄자 조두순(68)의 출소가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도권에 있는 또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의 거주지 주변 감시망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이건학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에 지리정보체계(GIS) 분석을 의뢰해 ‘성범죄자알림e’에 고지된 서울 경기 거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40명(2회 이상)을 전수 조사한 결과, 거주지 반경 1km 내에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된 장소가 한 군데도 없는 곳이 17곳(42.5%)이었다. 이번 분석의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제공했다. 분석 대상 중에는 여성안심구역은 물론 여성안심귀갓길도 없는 지역 역시 5곳이나 됐다. 여성안심구역 등으로 선정되면 경찰의 집중 순찰 대상에 오르고 조명과 비상벨 등 범죄예방시설을 강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40개 지역에서 그나마 지정돼 있는 여성안심귀갓길과 여성안심구역도 성범죄자의 거주지와 상당히 동떨어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에서 범죄 예방 목적으로 설치한 폐쇄회로(CC)TV 역시 충분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큰길이나 사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밀집돼 실제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외진 골목 등을 비추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경 1km 내 CCTV가 단 7개뿐인 곳도 있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CCTV 안 보이고 골목길 어두컴컴…곳곳에 도사린 ‘성범죄 공포’▼청소년 성범죄자 거주지 가보니주변 건물 대부분 필로티 구조…야간 CCTV 감시망서 벗어나‘안심지킴이집’ 지정된 편의점 대처요령 묻자 “교육받은적 없어”전문가 “환경 바꿔야 성범죄 막아”“출소한 지 딱 8일 만이었다는데….”서울 강남구 주민 A 씨는 한 건물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올해 3월경 이 건물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박모 씨(44)가 13세 여중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박 씨의 범행 경과는 여러모로 조두순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는 조두순이 범행한 2008년 다수의 중학생을 인근 건물 등으로 끌고 가 범행을 저질렀다. 수법도 비슷하고 법정에서 ‘심신 미약’을 주장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것도 닮았다. 그런 박 씨가 출소 뒤 8일 만에 다시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여성안심구역 없고 CCTV와 가로등마저 부실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2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 40명의 거주지 반경 1km 내 여성안심구역 개수는 평균 1.15개다. 여성안심구역이 없는 지역은 17곳, 여성안심귀갓길이 없는 지역이 7곳이었다. 이 중 5곳은 둘 다 선정돼 있지 않았다.폐쇄회로(CC)TV 개수는 반경 1km 내 평균 147개로 분석됐다. 하지만 많게는 382개부터 적게는 7개까지 지역마다 편차가 컸다. CCTV 개수 하위 20곳 중 15곳이 경기 지역이었다.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범죄예방설계(CPTED)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재범들의 거주지 인근을 직접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현장을 둘러보며 “곳곳에 범행에 유리한 환경이 보인다”고 지적했다.아동 성범죄 전과 2범인 A 씨의 거주지 반경 1km 내 방범용 CCTV는 32대뿐이다. 여성안심구역은 없으며, 거주지와 약 500m 떨어진 곳에 여성안심귀갓길만 1곳 있다. A 씨가 사는 골목 끝 CCTV 4대가 함께 설치돼 있었지만, 주변 건물이 ‘필로티 구조’인 탓에 곳곳에 사각지대가 생겼다.흔히 쓰이는 건축 방식인 필로티 구조는 범죄에 매우 취약하다. 한국셉테드학회장을 지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필로티는 CCTV의 사각을 만들고 야간에는 주변 조명도 가린다”고 했다. 박 씨가 피해자를 끌고 가 범행을 저지른 곳도 필로티 구조의 건물이었다.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전과 4범인 B 씨의 거주지는 가로등마저 문제였다. 인근 골목에 설치된 가로등이 철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해가 지자 골목은 사람의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어두워졌다. 이민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빛 공해 민원에 따른 조치로 보이는데, 야간 시야 확보는 범죄 예방의 핵심 요소다. 가로등을 쓸모없게 만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B 씨의 집 앞 편의점은 ‘여성안심지킴이집’이다. 위협을 느낀 여성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시와 협약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B 씨의 거주지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엔 어린이집이 2곳이나 있었다.○ 관리 어렵다면 예방 환경부터 만들어야성범죄자들의 거주지 반경 1km 내 범죄예방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른 사건 292건 가운데 157건(54%)이 거주지 반경 1km 내에서 일어났다. 박 씨가 범죄를 저지른 장소도 거주지에서 1km 안이었다. 그의 범행 장소는 여성안심구역도, 여성안심귀갓길도 아니었다. 박 씨가 피해자를 끌고 가는 장면이 찍힌 CCTV는 도주한 박 씨를 추적하는 데 활용됐을 뿐 예방 효과는 없었다.10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이 내놓은 ‘조두순 출소 대비 재범 방지를 위한 관리방안’에서도 주거지 반경 1km를 강조하고 있다. 방안에는 △조두순 주거지 반경 1km 내 여성안심구역 지정 △CCTV 증설 △전담 보호관찰관 지정 △관할 경찰서 특별대응팀 편성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는 조두순만을 위한 조치일 뿐, 박 씨와 같은 다른 성범죄자들은 여전히 수십 명을 관리하는 일반 보호관찰관의 몫이다.전문가들은 조두순만이 아닌 불특정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훈 교수는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시민들이 불안한 이유가 꼭 조두순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조두순에 버금가는 감시 조치를 당장 시행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어두운 골목의 조도를 개선하거나 사각지대를 조금씩 없애 나가는 등 작은 것부터 해결해가야 한다”고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 기자}

    • 2020-1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제때 검사받은 수험생만 피해… 임용시험 확진자 대책 왜 없나”

    “확진입니다. 얼굴 사진과 사용하신 카드 내역을 보내주세요.” 20일 오전 10시경 A 씨는 방역당국의 모바일메신저 문자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음 날은 오랫동안 준비했던 임용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메시지를 받았을 때도 마지막 정리 차원에서 교육학 논술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던 중이었다. A 씨는 “문자를 받자마자 눈앞이 막막해져 책상 위에 펜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최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임용시험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터지면서 A 씨도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검체 검사를 받은 A 씨는 이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공부에 몰두했지만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아 응시 기회를 잃었다. A 씨는 “내가 잘못해 감염된 것도 아닌데, 오랜 노력을 부정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노량진 임용시험 학원 관련 확진자가 22일 기준 76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1일 치러진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 1차 시험 직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전국 11개 시·도 수험생 67명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응시하지 못했다. 해당 수험생 등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는데 임용시험은 안 된다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분노했다. 교육부는 10월 초 ‘코로나19 확진자는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하고 각 시도교육청이 낸 공고에 명시했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들 가운데 음성 판정을 받은 응시자 142명과 밀접접촉자가 아닌 검사 대상자 395명은 일반 응시자와 분리된 별도의 시험장 등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 방침이 명확한 기준 없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교육부가 “다음 달 3일 열리는 수능은 확진자도 별도 공간에서 응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일 확진돼 시험을 보지 못한 조범진 씨(25)는 “응시 인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능도 시험을 보게 해주는데 상대적으로 응시자가 적은 임용시험을 못 보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확진 통보 시점이 몇 시간 차이로 갈리며 시험 응시 여부가 정해지기도 했다. 수험생 최영진 씨(26)는 21일 오전 시험 시작 3시간 전에 확진 소식을 전달받았다. 검사를 받은 뒤 언제 결과가 나올지 몰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그는 24만 원을 들여 방역 택시까지 예약해뒀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최 씨는 “모집 공고 시점부터 시험이 치러질 때까지 한 달이나 여유가 있었다”며 “교육부가 확진자를 위한 응시 방안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대구에서 시험에 응시한 C 씨는 같은 날 오후에 양성 판정을 통보받아 시험을 모두 치렀다. 대구시교육청 측은 “C 씨는 대구의 한 중학교에 마련한 자가격리자 시험장에서 시험을 쳤다”며 “확진자의 밀접접촉자가 아닌 임용시험 학원 관련 전수조사 대상자였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응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최모 씨(29)는 이에 대해 “교육청에 명확한 기준 없이 확진 시점에 따라 응시 여부가 갈리는 건 문제 아니냐고 문의했다”며 “그저 ‘방침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다른 수험생은 “검사에 신속하게 응한 이들만 바보가 됐다. 최대한 미루다가 검사받았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속상해했다. 최 씨는 임용시험을 보려고 기존 직업도 포기했지만 응시조차 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정상환 변호사는 “헌법 제15조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르면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관련해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당할 경우 인권위가 조사에 나설 수 있다”며 “교육부가 확진자들의 수능과 임용시험 응시 여부에 차이를 둔 것 역시 차별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김소영 기자}

    • 2020-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방역 지침 걸핏하면 바뀌니…” 투명 칸막이 치는 음식점들

    “자꾸만 바뀌는 질병청 지침에 맞춰 방역 방법을 매번 다르게 적용하기엔 힘이 듭니다.” 19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기 전 만난 사장 A 씨는 “서울시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1.5단계로 올라갔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방역 지침을 세세하게 확인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A 씨는 “지쳐서”라고 했다. 그는 1단계 때부터 어떤 단계든 상관없이 비말을 차단할 수 있도록 모든 테이블 양 끝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뒀다. 최근 서울과 경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19일 0시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됐다. 하지만 이날 동아일보가 둘러본 서울의 다중이용시설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며 시민들의 피로감이 늘어났다. 자칫 방역 노력을 포기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거리 두기 격상으로 바뀐 방역지침에 따르면 이날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은 기존에 150m² 이상의 시설에서만 의무였던 핵심 방역수칙 준수 사항이 50m² 규모까지 확대됐다. 많은 업소들이 지침에 따라 운영하고 있지만 “원래부터 해오던 방식”이라고 했다. 115m²(약 35평) 남짓한 카페를 운영하는 전모 씨는 “코로나19 상황을 매일 확인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바뀐 지침을 손님이 와서 알려줄 때도 있다”고 했다. 거리 두기 격상 자체를 모르고 있는 업소도 적지 않았다. 동대문구에 있는 한 PC방의 직원 B 씨(37)는 “그런 지침은 솔직히 몇 달 전부터 안 챙겨봤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해당 PC방에서는 3명이 줄지어 앉는 등 한 명씩 띄어 앉아야 하는 1.5단계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여의도도 거리 두기 1.5단계 격상이 무색할 정도로 이전과 바뀐 게 없었다. 오전 11시 45분경 한 식당은 비가 오는데도 고객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간격은 30cm가 안 될 정도였다. 식당 내부 역시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반면 이미 고객 발길이 끊긴 지 오래라 딱히 방역지침 준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종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 씨(46)는 ‘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에 따른 지침 변경’에 대해 묻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김 씨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사람들이 오질 않아 방이 차본 적도 없다”며 “‘고객이 이용한 방은 소독 30분 뒤 재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성북구에 있는 한 미용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직원 곽모 씨(29)는 “제한할 인원이 찾아오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시큰둥해했다. 미용실은 4m²(약 1.21평)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되고 음식 섭취도 안 되는 다중이용시설 가운데 하나. 곽 씨는 “1년째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누구라도 찾아오면 방역지침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잠깐의 방심이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힘들더라도 방역지침 준수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오늘부터 2주간 우리 사회가 철저한 비대면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특히 회식이나 음주는 일절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김태언 beborn@donga.com·박종민·조응형 기자}

    • 2020-1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가용 없어 40분 걸어와… 10억 기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료계가 힘든 시기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80대 사업가가 자신의 모교에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의학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10억 원을 내놓았다. 고려대 상학과(현 경영학과) 58학번인 유휘성 씨(82)는 이전까지도 고려대에 약 54억 원을 기부한 ‘슈퍼 기부자’다. 고려대는 “유휘성 동문이 3일 오전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부식에서 10억 원을 내놓았다”고 16일 밝혔다. 유 씨는 2011년과 2015년, 지난해에도 10억 원씩 학교에 기부했다. 2017년에는 가족들이 살던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당시 매매가가 24억 원이었다고 한다. 유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을 보며 항상 고마움을 느껴 왔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치고 힘든 상황일 텐데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0년 건설사를 창업한 유 씨는 평생 열심히 일하며 견실하게 회사를 지금껏 이끌어 왔다. 하지만 해당 업체 역시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1000억 원가량 줄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유 씨는 “사정이 어려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어렵다고 기부를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유 씨가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까닭이 있다. 자신도 역시 누군가의 도움 덕에 이만큼 살아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 씨는 어린 시절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여읜 뒤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충북 진천에서 먹고살기도 막막했지만 주변에서 도와준 덕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유 씨는 “언제나 마음속엔 나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살아왔다”며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평생의 소원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돈이란 바닷물과 같아요.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큰 부를 일군 재산가지만 유 씨의 삶은 소탈하다. 3일 열렸던 기부식에도 도보 40분 거리를 걸어서 찾아갔다. 운전기사를 고용해도 될 만한 형편이지만 자가용도 없다. 2017년 자녀들이 독립한 뒤엔 2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하기도 했다. 그때 원래 살던 50평형대 아파트를 고려대에 기부한 것이다. 유 씨가 기부한 돈은 고려대의 ‘인성기금’을 마련하는 기반이 됐다. 유 씨의 어머니와 할머니 성함에 있는 ‘인(仁)’ 자와 본인 이름의 ‘성(星)’ 자를 따와 이름을 지었다. 고려대 측은 “이번 기부금 역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학발전기금과 심혈관질환 연구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1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조두순 집주변 CCTV 추가한 현장 가보니…“심각” 한숨만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다음 달 13일 만기 출소를 앞둔 가운데, 경기 안산에서 조두순이 머물 곳으로 알려진 지역에 설치됐거나 설치될 폐쇄회로(CC)TV가 범죄 예방에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조두순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거주지 역시 범죄 예방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안산 2020년 방범 CCTV 설치 계획’에 따르면 해당 구에서 12월까지 설치를 마무리할 CCTV는 모두 148대. 법무부가 조두순 예상 거주지의 반경 1km 이내에 증설하겠다고 발표한 CCTV 70여 대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범죄예방설계 전문가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와 현장을 점검했더니, 해당 CCTV 설치안은 범죄 예방에 적절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단 결론이 나왔다. 먼저 148대나 추가되지만 같은 장소가 중복돼 실제 늘어난 방범지역은 38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나 사거리 위주로 설치돼 골목 등 실제 범행이 자주 벌어지는 공간은 사각지대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 교수는 “이런 식의 CCTV 설치는 범죄 예방이 아니라 사후 검거에만 효과적”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해당 지역의 종합적인 범죄 예방 환경도 ‘낙제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행이 용이한 외진 공간들이 방치돼 있고 △주변 거리의 야간 조명이 미비하며 △유흥가 골목이 초등학생 등하굣길로 쓰이는 점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서울 경기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거주지들도 함께 검토한 결과 똑같은 약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범죄 취약한 골목 대신 큰길 향한 CCTV… 가로등도 상당수 꺼져 ▼ “솔직히 예상보다 더 심각합니다. 모든 측면에서 ‘평균 이하’예요.”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 주변을 4시간가량 둘러보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셉테드(범죄예방설계)학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던 이 교수는 국내에서 범죄 가능성을 줄이는 환경 구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날은 다음 달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이 부인의 거주지인 안산으로 돌아오는 데 한 달이 남은 시점.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출소 전 범죄예방 환경 조성 및 법률 개정 △일대일 전자감독 등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감독 등의 내용이 담긴 ‘조두순의 재범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향후 계획안을 토대로 현장을 둘러보니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CCTV 큰 거리에만…고장 난 가로등도 많아 조두순 예상 거주지의 반경 1km 이내를 샅샅이 훑어본 이 교수는 먼저 폐쇄회로(CC)TV의 비효율적인 위치부터 지적했다. 이날 인근 대형 건물들의 외곽을 돌아본 결과 모두 다섯 군데에서 방범용 CCTV 10여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차량이 다니는 대로나 사거리 교차로 위에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대다수가 카메라 방향이 차도 등 큰 거리만 비추고 있어 주변 골목이나 시설물을 감시하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CCTV는 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으나 민간에서 설치한 CCTV는 눈에 띄게 노후화돼 있었다. 또 몇몇 CCTV는 렌즈 유리에 먼지가 뿌옇게 앉아 제대로 촬영이 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설치된 CCTV는 범죄 예방이나 현장 포착에 효과가 없다. 사고가 발생한 뒤 용의자의 도주 경로를 추정하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조두순 예상 거주지 인근 38곳에 설치될 CCTV들의 위치도 문제였다. 이 가운데 32곳이 대로나 사거리에만 집중돼 있었다. 이 교수는 “CCTV는 개수보다 ‘분포’와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다양한 실제 동선을 고려해서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너무 일괄적으로 ‘사람 많이 다니는 곳’에만 몰려 있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 ‘으슥한 공간’이 많은 것도 지적됐다. 인근 건물들의 창고나 지하실 등이 별다른 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문의 걸쇠가 대부분 부식돼 있고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실제로 들어가면 음침하고 밖에선 확인이 안 되는 공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범죄 예방에 이런 공간의 관리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지하 공간 등은 반드시 꼭 잠금장치를 설치해 관리해야 한다. 이 교수는 “건물 옥상 역시 평소에는 열 수 없고 화재경보기가 울릴 때만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후 8시가 되자 주변은 상당히 어두워졌다. 한 주거지 뒤편 거리는 약 20m 간격으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지만, 고장 난 가로등이 적지 않았다. 인근 주차장의 조도도 개선 사항이었다. 이 교수는 “밝기가 평균적으로 0∼1럭스(LUX)로 5∼10m 전방에 있는 물체의 윤곽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런 불빛으론 CCTV도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아동 성범죄자 거주지도 개선 시급 그런데 이런 문제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거주지 역시 사정은 좋지 않았다. 조두순 거주지로부터 10km가량 떨어진 지역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네 차례 저질렀던 A 씨가 살고 있다. 이곳은 크고 작은 빌라들이 빽빽이 들어선 지역이다. 최근 둘러본 이 지역은 골목 곳곳이 음습해 성인 남성도 밤에는 혼자 다니기 께름칙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골목에 가득한데 차고가 높은 화물트럭이 많아서 성인 남성도 건너편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곳의 방범용 CCTV는 처음 거리로 들어서는 골목 입구 사거리에만 설치돼 있다. 한 주민은 “이마저도 차량들에 가려 안쪽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혀를 찼다. CCTV 아래 기둥에 비상벨이 달려 있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동 성범죄 전과 4범인 B 씨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은 가로등이 너무 부족했다. 야간이 되자 인근 주택 등에서 새어나오는 생활조명에 의지해 겨우 주변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골목은 누군가가 아예 가로등을 철판으로 막아 거리를 어두컴컴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곳 역시 CCTV는 골목 입구에만 3, 4대씩 설치돼 있었다. 카메라가 골목 안쪽으로 바라보고 있긴 했는데, 정작 골목이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아무리 범행 의도를 가진 용의자가 있더라도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범행 발생률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CCTV의 분포와 주변의 밝기, 시야 확보 등 사소한 문제만 해결해도 범죄 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안산=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범죄 취약한 골목 대신 큰길 향한 CCTV… 가로등도 상당수 꺼져

    “솔직히 예상보다 더 심각합니다. 모든 측면에서 ‘평균 이하’예요.”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 주변을 4시간가량 둘러보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셉테드(범죄예방설계)학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던 이 교수는 국내에서 범죄 가능성을 줄이는 환경 구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날은 다음 달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이 부인의 거주지인 안산으로 돌아오는 데 한 달이 남은 시점.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출소 전 범죄예방 환경 조성 및 법률 개정 △일대일 전자감독 등 가장 높은 수준의 관리 감독 등의 내용이 담긴 ‘조두순의 재범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향후 계획안을 토대로 현장을 둘러보니 고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CCTV 큰 거리에만…고장 난 가로등도 많아 조두순 예상 거주지의 반경 1km 이내를 샅샅이 훑어본 이 교수는 먼저 폐쇄회로(CC)TV의 비효율적인 위치부터 지적했다. 이날 인근 대형 건물들의 외곽을 돌아본 결과 모두 다섯 군데에서 방범용 CCTV 10여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차량이 다니는 대로나 사거리 교차로 위에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대다수가 카메라 방향이 차도 등 큰 거리만 비추고 있어 주변 골목이나 시설물을 감시하지 못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CCTV는 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으나 민간에서 설치한 CCTV는 눈에 띄게 노후화돼 있었다. 또 몇몇 CCTV는 렌즈 유리에 먼지가 뿌옇게 앉아 제대로 촬영이 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설치된 CCTV는 범죄 예방이나 현장 포착에 효과가 없다. 사고가 발생한 뒤 용의자의 도주 경로를 추정하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조두순 예상 거주지 인근 38곳에 설치될 CCTV들의 위치도 문제였다. 이 가운데 32곳이 대로나 사거리에만 집중돼 있었다. 이 교수는 “CCTV는 개수보다 ‘분포’와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다양한 실제 동선을 고려해서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너무 일괄적으로 ‘사람 많이 다니는 곳’에만 몰려 있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 ‘으슥한 공간’이 많은 것도 지적됐다. 인근 건물들의 창고나 지하실 등이 별다른 장치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문의 걸쇠가 대부분 부식돼 있고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실제로 들어가면 음침하고 밖에선 확인이 안 되는 공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범죄 예방에 이런 공간의 관리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지하 공간 등은 반드시 꼭 잠금장치를 설치해 관리해야 한다. 이 교수는 “건물 옥상 역시 평소에는 열 수 없고 화재경보기가 울릴 때만 개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후 8시가 되자 주변은 상당히 어두워졌다. 한 주거지 뒤편 거리는 약 20m 간격으로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지만, 고장 난 가로등이 적지 않았다. 인근 주차장의 조도도 개선 사항이었다. 이 교수는 “밝기가 평균적으로 0∼1럭스(LUX)로 5∼10m 전방에 있는 물체의 윤곽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런 불빛으론 CCTV도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아동 성범죄자 거주지도 개선 시급 그런데 이런 문제는 조두순의 예상 거주지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거주지 역시 사정은 좋지 않았다. 조두순 거주지로부터 10km가량 떨어진 지역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네 차례 저질렀던 A 씨가 살고 있다. 이곳은 크고 작은 빌라들이 빽빽이 들어선 지역이다. 최근 둘러본 이 지역은 골목 곳곳이 음습해 성인 남성도 밤에는 혼자 다니기 께름칙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골목에 가득한데 차고가 높은 화물트럭이 많아서 성인 남성도 건너편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곳의 방범용 CCTV는 처음 거리로 들어서는 골목 입구 사거리에만 설치돼 있다. 한 주민은 “이마저도 차량들에 가려 안쪽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며 혀를 찼다. CCTV 아래 기둥에 비상벨이 달려 있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동 성범죄 전과 4범인 B 씨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지역은 가로등이 너무 부족했다. 야간이 되자 인근 주택 등에서 새어나오는 생활조명에 의지해 겨우 주변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골목은 누군가가 아예 가로등을 철판으로 막아 거리를 어두컴컴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곳 역시 CCTV는 골목 입구에만 3, 4대씩 설치돼 있었다. 카메라가 골목 안쪽으로 바라보고 있긴 했는데, 정작 골목이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아무리 범행 의도를 가진 용의자가 있더라도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범행 발생률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CCTV의 분포와 주변의 밝기, 시야 확보 등 사소한 문제만 해결해도 범죄 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안산=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김봉현, 검사 술접대했다던 룸살롱서 같은시기 靑행정관과 대책회의 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의 조사를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대책 회의’를 했던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같은 시기 이 룸살롱에서 검사 출신 전관 A 변호사와 현직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락현)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무렵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F룸살롱에 방 2, 3개씩을 잡아두고 대책 회의를 했다”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42·수감 중)과 저녁식사를 한 뒤 룸살롱 작은 방 안으로 이동해 회의를 했다고 한다. 룸살롱 마담 B 씨는 올 4월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이 지난해 6, 7월부터는 이전과는 달리 방을 2, 3개씩 (많이) 잡았다”며 “어떤 방엔 아가씨가 들어갔고, 어떤 방엔 안 들어갔다. 김 전 회장은 두 방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21일 이 룸살롱 방 안에서 라임에 대한 검사 계획이 담긴 금융감독원의 대외비 문건을 건네받았다. 같은 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룸살롱의 큰 방에서 라임 검사를 담당한 금감원 선임검사역과 당시 검찰 파견 근무 중이던 금감원 조사역과 함께 술을 마셨다. 김 전 행정관은 룸살롱 방 안에 딸린 화장실에서 검사역으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았고, 다른 방에 있던 김 전 회장을 찾아가 문건을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은 문건을 복사했고, 이 전 부사장이 뒤늦게 룸살롱에 도착해 복사본을 건네받았다. A 변호사도 김 전 회장과 함께 이 룸살롱을 여러 차례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행정관은 검찰에서 “김 전 회장과 함께 2019년에 7, 8회 유흥주점에 간 적이 있다. A 변호사나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55·수감 중), 김모 수원여객 재무이사 등도 함께 간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행정관은 올 3월 30일 진행된 금감원의 조사에서도 “지난해 룸살롱에서 A 변호사와 스태프 변호사들을 만났고 한 번은 A 변호사와 김 전 회장이 있는 상태에서 제가 합류했다”며 “지난해 12월 룸살롱에서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할 때도 A 변호사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행정관은 올 3월부터 이어진 금감원 감찰과 검찰 조사에서 룸살롱에서 현직 검사들을 소개받았다는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을 4일 서울남부지검으로 불러 A 변호사와 검사들을 룸살롱에서 접대한 구체적인 날짜 등을 조사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1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춘재 “살인 14건 내가 진범… 당시 왜 나를 못잡았는지 이해 안가”

    2일 오후 1시 반 수원지법 501호 법정에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가 들어섰다. 이춘재가 23세였던 1986년 경기 화성시에서 처음 살인을 저지른 지 34년 만이다. 청록색 수의를 입고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는 그의 고교 졸업사진과 흡사했다. 이날 이춘재는 자신의 8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했던 윤성여 씨(53)가 청구한 재심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가 저지른 14건의 연쇄살인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 “증인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맞습니까?”(윤 씨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 “네, 맞습니다.”(이춘재)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의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1989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에서 모두 14건의 살인과 34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를 저지른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이춘재는 박 변호사가 1988년 ‘8번째 사건’ 관련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직접 그린 범행 장소 약도 등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묻자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당시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말을 벗어 손에 끼고 범행을 했습니다. 피해자의 속옷은 벗긴 뒤 범행 뒤처리에 사용하고 사망한 피해자에게 새로운 속옷을 입히고 나왔습니다.” 이춘재는 “목을 조르는 위치가 비슷해 항상 같은 곳을 누르게 된다”며 손을 들고 목을 조르는 방식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피해자들을 스타킹으로 결박하고 속옷 등으로 재갈을 물린 이유에 대해 “결박은 반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재갈은 소리 지르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일 뿐”이라며 “피해자의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씌운 것은 나를 못 보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 중 9세, 13세 여성이 포함된 점 등을 지적하며 이춘재에게 연쇄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무엇인지를 여러 번 물었다. 그때마다 이춘재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멈추면 강간이 되고 진행되면 살인이 되는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한 것이 아닙니다. 불을 찾아가는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그런 행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춘재는 이어 “(범행 후) 후회를 하기는 했지만 순간적으로 ‘또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찰나의 생각일 뿐이었다”고 했다. 당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경찰 보여주기식 수사”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범행 당시 경찰 수사의 허술함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했다. “검문을 받다가 파출소까지 불려간 적이 있었지만 용의선상에는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들킬 만한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나를 왜 못 잡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이춘재는 파출소에 갔을 당시 피해자의 것으로 기억되는 시계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경찰에 “길에서 주웠다”고 말하자 바로 풀어줬다고 했다. 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나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경찰이 수백 명씩 왔다 갔다 했지만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경찰이 지난해 자신이 수감돼있던 부산교도소로 찾아왔을 때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이춘재는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살인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수로 복역 중이었다. 그는 박 변호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성 프로파일러에게 손을 한번 만져봐도 되냐고 물었던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손이 예뻐 보였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재판 말미에 “저의 사건에 관계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반성하고 있고, 그런 마음에서 자백했다. 하루속히 마음의 안정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본인이 저지른 수많은 범행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윤 씨는 “이춘재가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맙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다만 그가 진실을 말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수원=이경진 lkj@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1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춘재, 영화 ‘살인의 추억’ 보고도 느낌없다는 사이코패스”

    “증인의 범행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했는데 보고 어땠습니까?”(박준영 변호사) “별다른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이춘재) 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는 자기 대신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53) 측 박준영 변호사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춘재는 “‘살인의 추억’을 교도소에서 봤지만 감흥은 없었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증인신문을 하며 이춘재가 저지른 14건의 살인사건 현장 사진들을 법정 안 대형 화면에 띄웠다. 피해자들의 최후 모습과 각종 증거 사진들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약 5분에 걸쳐 연이어 제시됐다. 그동안 이춘재는 이 화면에 시선을 또렷이 고정한 채 미동도 없이 바라봤다. 이춘재는 “지난 27년간 교도소 생활을 하며 반성하고 생각이 바뀌었느냐”는 박 변호사의 질문에 “조두순이 나간다고 해서 밖에서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며 “가석방을 생각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나간다고 했을 때 (조두순보다) 더한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온 윤 씨 측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에게 “이춘재는 완전히 사이코패스로 보인다. 이 사람은 자기 마음 그대로 말한 것 같아서 역설적으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윤 씨 측 다른 변호사는 “이춘재는 상습적 폭력사범, 지능화 범죄 이런 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인데 공감능력이 전혀 없어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잠깐의 후회는 있지만 자신의 범행의 반인륜성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수원=이경진 lkj@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1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춘재 “불나방처럼 본능 끌려 범행…경찰 보여주기식 수사”

    2일 오후 1시 반 수원지법 501호 법정에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가 들어섰다. 이춘재가 23세였던 1986년 경기 화성시에서 처음 살인을 저지른 지 34년 만이다. 청녹색 수의를 입고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눈매는 30여 년 전 몽타주 사진과 흡사했다. 이날 이춘재는 자신의 8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간 복역했던 윤성여 씨(53)가 청구한 재심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가 저지른 14건의 연쇄살인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1989년 9월 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 화성과 청주에서 모두 14건의 살인과 34건의 강간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한 것에 대해 “내가 진범이 맞다”고 증언했다. 윤 씨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춘재가 1988년 ‘8번째 사건’ 관련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직접 그린 범행 장소 약도와 당시 피해자 집 구조 영상을 제시하며 당시 상황을 묻자 차분한 목소리로 상세히 답변했다. 이춘재는 “당시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말을 벗어 손에 끼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의 속옷은 벗긴 뒤 범행 뒤처리에 사용하고 사망한 피해자에 새로운 속옷을 입히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목을 조르는 위치가 비슷한 위치에 항상 같은 곳을 누르게 된다”며 손을 들고 목을 조르는 방식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춘재에는 피해자들을 스타킹 결박하고 속옷 등으로 재갈을 물린 이유에 대해선 “결박은 반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재갈은 소리 지르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씌운 것은 나를 못 보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에게 피해자 중 9세, 13세 여성이 포함된 점 등을 지적하며 연쇄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무엇인지를 여러 번 물었다. 그때마다 이춘재는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멈추면 강간이 되고 진행되면 살인이 되는 것”이라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이춘재는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한 것이 아니라 불을 찾아가는 불나방처럼 본능에 끌려 범행을 저질렀다. 그냥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그런 행동을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춘재는 이어 “(범행 후)후회는 항상 했지만 순간적으로 ‘또 일이 벌어졌구나’라는 찰나의 생각일 뿐이었다”며 당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증인신문 도중 이춘재가 저지른 14건의 살인사건 현장 사진들을 법정 안 대형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최후 모습과 각종 증거 사진들이 슬라이드 형식으로 제시되는 약 5분 동안 이춘재는 시선을 화면에 또렷이 고정한 채 미동도 없이 바라봤다. ● “당시 경찰 보여주기식 수사”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범행 당시 경찰 수사의 허술함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했다. 이춘재는 “검문을 받다가 파출소까지 불려간 적이 있었지만 용의선상에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며 “들킬만한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나를 왜 못 잡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피해자가 당시 소지했던 시계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경찰에서 “길에서 주웠다”고 말해 바로 풀려났다고 했다. 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자신을)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경찰이 수백 명씩 왔다 갔다 했지만 ‘보여주기 식’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경찰이 지난해 이춘재가 있던 부산교도소로 찾아왔을 때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 변호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성 프로파일러에게 손을 한 번 만져봐도 되냐고 물었던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손이 예뻐 보였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재판 말미에 “저의 사건에 관계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반성하고 있고, 그런 마음에서 자백했다. 하루속히 마음의 안정을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윤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이춘재가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맙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다만 그가 진실을 말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수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11-02
    • 좋아요
    • 코멘트
  • 입 뻥뚫린 핼러윈 가면만 쓰고 활보… 종업원은 ‘턱스크’ 주방 일

    “여기 지금 2호선 ‘지옥철’ 같아.” 핼러윈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세계음식특화거리’에서 한 남성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태원의 이 거리는 핼러윈을 맞아 시민들이 몰려들며 출근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을 뜻하는 ‘지옥철’을 방불케 했다. 인파 속에서 발을 내디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신을 소독하는 방역게이트를 통과해야 거리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 게이트 앞에 줄을 선 시민만 150여 명에 달했다. 이 거리에 있는 술집들은 10곳 중 8곳꼴로 거리에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 중이었다. 이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이들은 거의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주방 종업원 ‘턱스크’ 적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방역당국이 모임 자제를 당부했지만 핼러윈 기간 서울 도심 주요 유흥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동아일보는 핼러윈 당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 등 합동단속반 공무원들의 서울 이태원 일대 단속에 동행했다. 또 전날인 30일 홍익대, 강남역 일대를 살펴본 결과 곳곳에 인파가 몰리면서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핼러윈을 앞두고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실제로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일 0시 반경 단속반원들이 이태원동의 한 감성주점 안으로 들어서자 업주가 손님들을 향해 소리쳤다. “서로 떨어지세요. 마스크 쓰시고요!” 당시 주점 안에는 손님 10여 명이 스탠딩 바에 서서 2, 3명씩 짝을 지어 서로 포옹을 하거나 가까이 붙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단속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부 손님은 급히 비상구로 몸을 숨겼다. 단속반은 곧이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 종업원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업주는 “평소에는 마스크를 잘 쓰다가 잠깐 내린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단속반은 이곳에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단속반은 이날 전자출입명부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단란주점 1곳과 전자출입명부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를 쓰지 않는 일반음식점 1곳도 적발했다. 서울시는 30일과 31일 이틀간의 합동단속을 통해 총 533곳을 점검했고 이 가운데 방역수칙을 위반한 28곳을 적발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는 핼러윈 코스튬을 차려 입거나 페이스페인팅을 한 젊은이들로 붐볐다. 찢어진 입 모양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한 한 젊은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주변에 보여주며 거리를 누볐다. 입이 뚫려 있는 가면만 쓰고 마스크를 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 클럽 문 닫자 주점으로 ‘풍선 효과’ 올해 핼러윈 기간에는 대형 클럽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감성주점이나 헌팅포차 등에 사람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태원을 찾은 대학생 민모 씨(19·여)도 “대학 새내기라 핼러윈 파티를 즐기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무서워 친구랑 둘이 술을 마시러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홍익대 인근에서는 오후 7시 반부터 한 헌팅포차 앞에 손님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바로 옆 실내 포장마차는 3, 4인용 테이블 약 30개가 모두 만석이었다. 이 업소는 테이블 간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테이블 간 띄어 앉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도 비슷했다. 입구에 해골이 그려진 장식을 걸어둔 한 술집은 오후 6시 반부터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영향 등으로 인해 이미 ‘위험의 불씨’가 있던 상황에서 핼러윈이라는 이벤트로 사람이 많이 몰려 위험을 부채질한 격이 됐다”며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이청아·박종민 기자}

    • 2020-1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논문 대작 500만원… ‘대입 스펙 조작’ 학원장 등 78명 적발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이라면서 왜 구동 원리조차 모르는 거죠?” 지난해 고교생 A 군은 한 온라인 앱마켓에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앱을 올렸다. 일반 고교생은 하기 힘든 수준 높은 작업이었지만 A 군은 며칠 만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입시에서 관련 학과에 지원한다면 수시전형 등에서 충분히 차별화할 만한 ‘좋은 스펙’이었다. 하지만 이 앱은 A 군이 만든 게 아닌 한 유명 입시컨설팅 학원의 강사가 대신 개발해준 것이었다. 실제로 경찰이 A 군에게 앱에 대해 질문했더니 전혀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 입시에 유리한 입상대회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앱은 물론이고 논문이나 발명품 등을 대신 제작해준 학원 관계자와 해당 학생들이 대거 검찰에 넘겨졌다. 관련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학원장은 23일 구속 수감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각종 대회에 제출할 창작물을 대신 만들어 학생들에게 건넨 입시컨설팅학원 관계자 18명과 이를 이용해 입상한 학생 60명 등에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학생들 대부분은 고교생이고, 일부 재수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학원장 B 씨는 서울 강남 등에 입시컨설팅학원을 차려놓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모집했다. 대외적으로 홍보물 등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상담 과정에서는 창작물을 대신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유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원하는 논문이나 독후감 등을 의뢰하면 학원 강사들에게 맡겨 만든 뒤 건당 100만∼500만 원을 받고 넘겨줬다. 해당 강사들 중에는 명문대 대학원생이나 전문직 등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전문가 등이 대리로 제작한 창작물 다수는 교내외 대회에서 입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부는 국내 대학의 수시전형 등에도 활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학원 측은 학부모나 학생들과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꼼꼼하게 체크해서 전문가 티가 나지 않도록 (글 표현 등을) 본인 말투로 수정해야 한다”며 치밀하게 범행을 진행했다. 관련 학생 60명이 검찰에 넘겨졌지만 실제로 논문이나 발명품 등의 대리 제작을 해준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대회 등에) 제출하지 않았거나 수상 실적이 남아있지 않아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입건하지 않았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입상이 안 됐을 경우엔 법률적으로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경찰은 이러한 내용을 관련 대학과 입상대회 주최 측에 통보해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들이 입시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고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시나 취업 등의 분야에서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수사에 나서겠다”고 전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10-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앱 만들어주고 논문까지 써준 학원강사 등 78명 적발…1건당 수백만 원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이라면서 왜 구동 원리조차 모르는 거죠?” 지난해 고교생 A 군은 한 온라인마켓에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앱을 올렸다. 일반 고교생은 하기 힘든 수준 높은 작업이었지만 A 군은 며칠 만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입시에서 관련 학과에 지원한다면 수시전형 등에서 충분히 차별화할만한 ‘좋은 스펙’이었다. 하지만 이 앱은 A 군이 만든 게 아니었다. 한 유명 입시컨설팅 학원의 강사가 대신 개발해준 것이었다. 실제로 경찰이 A 군에게 앱에 대해 질문했더니 전혀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 입시에 유리한 입상대회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앱은 물론 논문이나 발명품 등을 대신 제작해준 학원 관계자와 해당 학생들이 대거 검찰에 넘겨졌다. 관련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학원장은 23일 구속 수감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각종 대회에 제출할 창작물을 대신 만들어 학생들에게 건넨 입시컨설팅학원 관계자 18명과 이를 이용해 입상한 학생 60명 등에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학생들 대부분은 고교생이고, 일부 재수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학원장 B 씨는 서울 강남 등에 입시컨설팅학원을 차려놓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모집했다. 대외적으로 홍보물 등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상담 과정에서는 창작물을 대신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유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원하는 논문이나 독후감 등을 의뢰하면 학원 강사들에게 맡겨 만든 뒤 1건 당 100만~500만 원을 받고 넘겨줬다. 해당 강사들 중에는 명문대 대학원생이나 전문직 등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전문가 등이 대리로 제작한 창작물 다수는 교내외 대회에서 입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부는 국내 대학의 수시전형 등에도 활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학원 측은 학부모나 학생들과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꼼꼼하게 체크해서 전문가 티가 나지 않도록 (글 표현 등을) 본인 말투로 바꿔 수정해야 한다”며 치밀하게 범행을 진행했다. 관련 학생 60명이 검찰에 넘겨졌지만, 실제로 논문이나 발명품 등의 대리 제작을 해준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대회 등에) 제출하지 않았거나 수상 실적이 남아있지 않아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입건하지 않았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입상이 안 됐을 경우엔 법률적으로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경찰은 이러한 내용을 관련 대학과 입상대회 주최 측에 통보해 조치를 취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들이 입시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건으로 보고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시나 취업 등의 분야에서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수사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10-29
    • 좋아요
    • 코멘트
  • 서울 대형클럽 10여곳 “핼러윈 기간 휴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고려해 핼러윈 주간에 자체적으로 휴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1일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이태원과 강남 등의 대형 클럽 10여 곳이 2∼5일씩 휴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감성주점과 콜라텍 등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번 주말 휴업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클럽은 여전히 영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현재 서울에서 유흥주점으로 등록해 실제 영업 중인 클럽 14곳 가운데 13곳이 휴업 의사를 전해왔으며, 1곳은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28일 밝혔다. 최근 핼러윈 시즌 방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서울시와 경찰 등이 강력한 단속 방침을 밝히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핼러윈 주간에 감성주점이나 콜라텍 등도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현재 클럽과 감성주점, 콜라텍 대표자와 협의해 이번 주말 영업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회 관계자는 “나이트클럽 등 유사 업소들도 자발적 휴업을 결정한 곳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핼러윈에 대비해 29∼31일 젊은층이 몰리는 클럽과 감성주점 108곳에 ‘전담 책임관리’ 공무원을 업소당 2명씩 지정해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고객이 몰리는 0시∼오전 2시엔 담당 공무원이 상주하기로 했다. 방역수칙 위반이 드러나면 즉각 이튿날 0시부터 2주 동안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클럽 등이 많은 이태원과 홍익대 인근 등 7개 밀집지역은 23일부터 경찰과 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합동으로 점검 중이다. 서울에 있는 클럽 44곳과 감성주점 64곳, 콜라텍 45곳 등은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특별 점검도 벌이기로 했다. 다만 대형 클럽 등이 문을 닫으면 다른 업소로 몰리는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 강모 씨(25)는 “핼러윈에 암암리에 클럽처럼 운영하는 업소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김하경·박종민 기자}

    • 2020-10-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자체장 백지신탁 주식 10년 보유” 참여연대, 공직자 10명 문제점 지적

    일부 국회의원들이 백지신탁한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보유해 논란이 된 데 이어 현직 구청장과 군수 등 공직자 10명도 몇 년째 백지신탁 주식을 보유한 채 직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10명의 공직자가 백지신탁한 주식이 최소 3년 이상 처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를 이어오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공직자 명단에는 김영종 종로구청장과 김준성 영광군수, 이성호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정남준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포함됐다. 참여연대 측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할하는 대상만 조사한 결과로 기초의회의원 등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백지신탁한 주식은 모두 비상장주식으로 대다수가 건설 관련 업체가 발행한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백지신탁한 주식은 60일 이내 처분돼야 한다. 하지만 해당 공직자 중에는 2010년 발행한 주식을 10년째 처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참여연대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박덕흠 의원 역시 백지신탁한 주식이 매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직무를 수행해 문제가 됐다. 공직자 전체를 대상으로 백지신탁 주식의 처분 상황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10-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THE 사건]꼭꼭 숨은 보이스피싱 일당 45명 붙잡은 열혈 형사, 비결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한 번만 믿고 따라와 줘.” 지난해 5월 서울 성동경찰서 강력2팀. 서주완 경위는 뭔가 단단히 결심한 듯 팀원들에게 다짐을 받았다. 당시 강력2팀은 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현금 수거를 담당하는 조직원을 막 검거한 참이었다. 하지만 중국에 거점을 두고 조직원만 수백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조직에서 현금수거책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서 경위는 이 조직을 끝까지 추적해 일망타진하길 원했다. 물론 주변 동료들도 당연히 범죄자 소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들을 붙잡는 건 요원해 보였다. 중국에서 은밀히 움직이다보니 조직 구성조차 알려진 게 없었다. 하지만 서 경위는 “머리 속에 피해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관둘 수가 없었다”며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지만 일단 부딪혀봤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백 명에 이르는 피해자 중에는 수년 간 모았던 손자의 대학 등록금을 잃은 할머니와 3년간 어렵사리 모은 적금을 모두 빼앗긴 20대 청년도 있었다. 강력반 생활만 22년 차인 서 경위지만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을 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어렵게 붙잡은 현금수거책의 계좌를 역으로 추적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밤을 지새가며 이체 내역을 일일이 대조했고, 이를 분석해 사건의 윤곽을 잡아나갔다. 현금수거책의 계좌를 추적한 지 6개월째. 지난해 11월 드디어 조직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났다. 중국에 있는 한 조직원이 범행수익금을 이체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계좌를 찾아낸 것. 결국 해당 계좌 소유자인 조직원 A 씨가 중국 비자를 갱신하려 국내에 들어오는 걸 파악해 현장에서 붙잡았다. 하지만 해당 조직원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체포됐을 때를 대비한건지 앵무새 같은 변명만 반복했다. 서 경위는 일단 피의자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일단 A 씨가 구속 수감된 구치소로 계속해서 찾아가 설득했다. 서 경위는 “지속적으로 양심에 호소하면 언젠가 자백할 거라고 믿었다”며 “5차례 계속 가서 진심 어린 조언을 했더니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고 전했다. 서 경위에 감화된 A 씨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A 씨는 이후에 “정신 차리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편지를 서 경위에게 보내기도 했단다. 제시한 여러 장의 사진들에서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하나하나 지목했다. 경찰은 해당 조직원들을 추적해 한국에 입국할 때마다 하나둘씩 붙잡았다. 이미 조직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한 서 경위의 심문에 조직원들은 꼼작도 하질 못했다. 무려 1년 5개월 동안 끈질긴 추적. 서울 성동경찰서는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322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140억 원가량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4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서 경위와 동료가 작성한 사건 기록만 약 2만2000장이다. 그간 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저지른 범죄는 엄청났다. 경찰에 따르면 2018년 6월경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검사를 사칭하며 “당신의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계좌에 있는 돈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라”고 속이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검사실과 똑같은 모습의 방을 만들어놓고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해 속이기도 했다. 이 조직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7개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확인된 조직원만 170명에 이른다. 하지만 서 경위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 범죄자들도 여럿 검거했지만, 아직 피해자들이 제대로 돈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에도 여전히 남은 조직원이 많고, 국내에 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출국길이 막혀 숨어있는 조직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경위는 이들의 가족들에게도 찾아가 양심에 호소하며 설득 중이다. 몇몇 가족들은 중국에 있는 조직원에게 “자수하라”고 연락해주기도 했다. 동료들은 서 경위를 ‘집념이 대단한 경찰’로 평가한다. 서 경위의 부인도 “당신은 형사가 아니라 종교인이 됐어야 했다”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서 경위는 “언변이 뛰어나지 못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 노력했을 뿐”이라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만족하고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추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 경위와 동료들은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검거해나갈 예정이다. 서 경위는 “수사는 ‘인내’와 ‘끈기’의 싸움”이라며 “마지막 한 명을 검거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10-21
    • 좋아요
    • 코멘트
  • 검사실 꾸며놓고 화상 보이스피싱… 140억 가로채

    검사실과 똑같은 방을 꾸며놓고 검사인 척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322명으로부터 140억 원가량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45명을 검거해 1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6월경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검사로 사칭하며 “당신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계좌의 돈을 금감원 직원에게 맡기라”고 속이며 범행을 저질렀다. 검사실처럼 꾸민 방을 만들어놓고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수년간 모아온 손자의 대학등록금을 잃은 여성과 대학 졸업 뒤 3년간 부어온 적금을 잃은 20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콜센터 조직원이 범행수익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 계좌를 찾아내며 급물살을 탔다. 이를 추적해 중국 비자를 갱신하려고 국내에 들어오던 계좌 주인인 조직원 A 씨 등을 붙잡았다. 일당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7개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확인된 조직원만 107명에 이른다. 경찰은 남은 국내 조직원들을 추적하는 한편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들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마지막 한 명을 검거할 때까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0-10-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전자발찌 60대 성폭행… 경찰-법무부 공조 ‘구멍’ 1년째 도주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찬 60대 남성이 성폭행을 저지르고 도주했는데도 사건 당일 10시간 넘게 경찰과 법무부의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며 검거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1년째 소재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다.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에 따르면 울산에 사는 A 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8시 10분경 한 여성을 성폭행한 뒤 도주했다. 피해자는 약 5분 뒤 신고해 울산중부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 범행 장소인 A 씨 집으로 출동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건강보험증 등을 통해 A 씨의 신원을 파악했다. 전과 10범인 A 씨는 강도와 절도 등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2017년 9월 병 치료를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나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 씨를 추적했으나 찾지 못했다. 경찰이 A 씨의 동선을 인지한 건 오후 6시 49분경이었다. 법무부가 A 씨의 전자발찌가 경북 경주에서 훼손됐다고 알려왔기 때문이었다. 박 의원은 초동수사에서 경찰과 법무부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로 봤다. 박 의원은 “성범죄가 벌어지고 전과자인 A 씨의 신원까지 알았는데 경찰이 전자발찌 착용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를 감독하는 법무부는 형사사법포털(KICS)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현장에서 CCTV와 주변인 진술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A 씨가 경주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사라진 뒤 지금도 어디에 있는지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간치상 혐의로, 올해 1월에는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으나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의 관리 감독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복역하고 있는 조두순도 12월 출소 뒤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라며 “경찰과 법무부의 관련 공조 체계를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 2020-10-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찰-아동기관-주민센터, 입양아 사망 막을 ‘3각 방패’에 구멍

    13일 발생한 16개월 입양아 A 양 사망 사건은 아동학대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었던 관련 기관들의 여러 허점이 겹쳐 생긴 비극이었다. 경찰은 A 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 받아 조사했지만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민간기관으로 조사 권한이 제한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의 일방적 진술에 기대 상황을 파악했다. A 양의 집 가까이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던 인근 주민센터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A 양 사망 후 이틀이 지나도록 사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문제없다” 부모 말만 믿은 아동보호전문기관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A 양 사망 당일인 13일 오전 11시경 A 양의 부모와 통화하면서 A 양의 상태와 관련해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A 양은 뇌와 복부에 큰 상처를 입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도착한 상태였다. 5월부터 4개월간 학대 의심 정황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A 양 부모의 주장이 사실인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속한 현장 확인이나 경찰 신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날 A 양이 치명적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린 것은 병원 측이었다. A 양의 몸에서 복합골절 등 학대 정황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A 양은 결국 이날 오후 6시경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A 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개골 골절과 복부 출혈 등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상처가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의심 가정의 1차 조사를 맡고 있지만 민간기관이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 부모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해도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의 경우 부모가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도 제대로 따지기 어려운 구조다.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 양 입양 이후 8개월 동안 아동학대 문제로 3차례나 경찰 조사가 이뤄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사 때마다 양부모의 말을 믿고 A 양과 양부모를 적극 분리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A 양을 진료한 의사는 아이 영양 상태가 의심돼 112에 신고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 입안에 염증이 나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 체중이 줄었을 뿐”이라는 양부모의 해명을 듣고 학대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역시 A 양 부모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 내렸다. 해당 의사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도 800g에서 1kg이 빠지기 어렵다”고 진술했지만 기관과 경찰은 부모 말을 더 신뢰했다. 경찰은 A 양이 결국 사망하자 이제야 A 양 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재차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의사는 학대 정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문가 판단을 좀 더 신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A 양 집 코앞에 있던 주민센터도 몰랐다 주민센터 등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역할도 아쉬운 대목이다. 동마다 있는 주민센터 소속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아동학대 의심 가정에 확인 방문을 할 수 있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 정황을 발견하면 신고의무자로서 경찰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이 학대 가능성을 사전 인지하고 수시로 가정방문을 했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도 있었다. A 양 주거지 인근의 주민센터는 불과 343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본보가 숨진 A 양 관련 취재를 위해 15일 연락할 때까지 A 양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해당 공무원이 A 양 학대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경로는 거의 닫혀 있었다. 주민센터 담당관들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위기아동 명단을 접수한다. 시스템은 학대 피해 사실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예방접종, 학교 결석 여부 등 41개 정보에 근거해 분기별로 관리 대상 아동을 선정한다. A 양은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은 A 양 학대 관련 정황을 지자체와 공유하지도 않았다. 현 규정상 정보 공유 의무가 없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지자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의 정보를 알 길이 없고, 지자체가 관리하는 위기아동 정보 역시 공유되지 않는 상태”라며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유관 기관들 간 적극적인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김태언 기자 / 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 2020-10-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짝꿍요? 아… 가장 친한 친구? 우리집 햄스터요”

    “상훈이는 짝이 누구야?” “짝…, 그게 뭐야?” 경기 안산에 사는 원상훈(가명·7) 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4일 만난 상훈에게 짝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학교에서 옆에 같이 앉는 친구’를 말한다고 했더니 그제야 “아하…”라면서도 머뭇거렸다. 상훈의 어머니는 “학교를 거의 가지 못하다 보니 친구 이름을 잘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옆에 붙여 앉히질 않으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상훈이는 학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학년이면 한창 뛰어놀 나이인데 “어쩌다 가봤자 자리에 앉아서 책만 읽고 온다”며 툴툴댔다. 친구 이름도 한참 만에 4명쯤 얘기하고는 더는 모른다고 했다. 친구들 생김새를 물어보니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확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온 건 올 1월. 그 여파로 전국 초등학교는 제대로 입학식도 개학식도 치르지 못했다. 그 여파는 지금껏 이어졌다. 19일부터 서울과 인천 등에서 초1을 시작으로 전원 등교를 개시한다지만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코로나19 시대는 초1 신입생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짝은커녕 친구 사귈 기회가 거의 없었고, 담임교사의 얼굴도 낯설다. 급식마저 칸막이로 갈라진 자리에 앉아 먹어야 했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저 빨리 수업만 듣고 오는 곳이었다. 2020년 ‘학교가 처음이었던’ 2013년생 아이들을 만나봤다.○ 학교가 낯설고 힘겨운 1학년들 상훈이는 달리기를 잘한다. 그래서 축구도 무지 좋아한다. 하지만 올해 학교에서 축구는 한 번도 해보질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뛰면 숨 쉬기가 힘들어 좀처럼 공을 차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았는데. 상훈이는 요즘 어린이집이 너무 그립다. 상훈에게 지금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일까. “호두랑 히어로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이름을 댔다. 학교가 낯설고 어려운 건 다른 1학년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용인에 사는 강시원 군은 최근 “학교를 1주일에 한 번만 가니까 아쉽지”란 엄마의 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학교는 평일 매일매일 가는 곳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것이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논다는 말도 어리둥절해했다. 어머니 박성란 씨(38)는 “지금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교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학교랑 너무 달라 대화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친구 1명 사귀지 못한 아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김윤지 양은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 하필 올해 봄 서울에서 이사 오는 바람에 학교에는 유치원 친구도 없다. 그렇다 보니 언젠가부터 윤지는 학교 가기 전날이 되면 눈에 띄게 불안해한다. 어머니 홍정은 씨(38)는 “등교하는 아침마다 윤지가 가기 싫다고 울곤 해서 억지로 학교에 보내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고민스럽다”며 “학교에서는 친구들한테 물건도 못 빌리게 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겠지만, 한창 사회성을 길러야 할 나이에 ‘친구들과 거리 두는 법’부터 배우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EBS 강의나 컴퓨터 원격 수업도 아이들에겐 쉽지 않다. 대구에 사는 권도윤 군은 최근 EBS 수업을 듣다가 묘한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엄마,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날 시켜주지 않아.” 녹화방송이란 걸 몰랐던 도윤은 TV에 나오는 선생님도 유치원 때처럼 똑같이 해야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학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도윤이는 이런 수업 방식으로 인해 학교에 대한 실망이 클 수도 있다. 경기 광주에 사는 이승희(가명) 양도 도무지 TV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학교에 못 가는 것도 아쉽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 보니 자꾸 딴짓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어”라고 했더니 “너무 답답해.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짓기도 했다.○ 가족 중심 ‘콘택트’로 위기 극복해야 아이들이 안쓰러운 건 단순히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에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코로나 1학년’들의 학교생활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이들이 또래와 교류하며 소통하고, 갈등이 생겨도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할 시기에 전혀 그런 사회화 과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설규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친구들과 싸운 뒤 화해도 하고 선생님의 꾸지람도 받아봐야 나름 사회적 규칙을 배우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교감이 줄어드는 건 학생들의 자존감 형성에도 차질을 빚는다. 초1 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발견해 나간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8, 9세는 동료를 자기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시기다. 이 과정이 없으면,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김기전 우리두리 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은 “실제로 최근 1학년 중 일부가 이를 갈거나 소리를 지르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만지지 마라’ ‘나가면 안 된다’ 같은 부정어를 주로 듣다 보니 아이들에게 감정이 억눌리는 경험이 많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체 능력의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안 그래도 바깥 활동이 줄었는데, 학교에 가도 땀 흘려 뛰어놀 기회가 없다. 수업이 비대면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아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시간만 길어졌다. 정성우 부산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놀이 중심의 운동이 절실한데, TV나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니 시력도 나빠지고 거북목 증세가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낙담하지 말고 자녀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기를 기회 삼아 ‘사회적 언택트(untact)’를 ‘가족 중심의 콘택트(contact)’로 바꾸는 것이다. 심미경 인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가족 간의 게임’과 ‘마주 보기’를 권장했다. 집에서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보드게임 등으로도 아이들은 또래와 놀 때처럼 사회화를 배울 수 있다. 아빠와 엄마가 아이와 동등하게 놀이를 함으로써 수평적 관계에서 오는 소중한 체험도 줄 수 있다. 마주 보기는 표정 감정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마스크만 쓰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타인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심 교수는 “가족끼리 한자리에서 마주보고 대화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협상이나 역지사지의 자세 등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송재홍 제주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예를 들어 학교에 오지 않더라도 학원 등을 다니는 아이들과 형편상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은 적응력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간 불규칙한 등교로 학교 규율에 익숙지 않은 1학년들에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다소 엄격한 학교생활이 힘겨울 수 있다. 윤현철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등교를 재개하면 초반에 몇몇은 늦잠을 잘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틀에 적응할 시간을 최대한 넉넉히 줘야 한다”고 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김태언 기자 / 김희량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졸업 / 조지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 / 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 2020-10-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