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특교

구특교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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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따뜻함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일이 안 될 때는 현장으로 가 직접 두 발로 뛰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겠습니다.

kootg@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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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림공사로 외벽벽돌 와르르… 내진설계 의무화 ‘구멍 숭숭’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의 한 빌라 입구. 3층짜리 건물 아래에 붉은 벽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아파트 외벽을 장식했던 벽돌이다. 벽돌이 있던 자리는 시멘트 골격만 앙상하게 남았다. 한 주민은 “외벽에 붙어 있던 벽돌이 순식간에 떨어져 내렸다. 마침 지나는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 인명피해는 겨우 면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식용’ 마감재에 속수무책 당했다 피해는 이곳을 비롯해 북구 장성동, 환여동, 양덕동, 흥해읍 일대에 집중됐다. 그리고 피해 유형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낡은 벽돌과 대리석 외장재, 대형 강화유리 등의 피해가 많았다. 장성동의 한 카페는 1층 전면이 ‘뻥’ 뚫렸다. 지진 충격에 두께 1cm가 넘는 강화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카페 입구에는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었다. 흥해종합복지문화센터 꼭대기 부분에 설치된 대리석 외장재도 2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장에 있던 승용차가 처참하게 부서졌다. 차량 소유주 서금주 씨(67·여)는 마침 운전석을 비워 화를 면했다. 서 씨는 “멀쩡한 대리석 외벽이 이렇게 힘없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냐. 다들 부실공사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물의 척추에 해당하는 기둥이나 전체의 하중을 견디는 보를 제외한 다른 비구조적 요소는 건축 때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준호 계명대 토목공학전공 교수는 “미관상 필요로 도입하는 비구조적 요소들은 내진 설계는커녕 보강 의무 규정도 없다. 지진 대비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증폭시키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벽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띄우는 방식인 ‘필로티 구조’ 건물 피해도 잇따랐다. 장성동 환여동 양덕동 등지의 필로티 구조 건물 10여 채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일부 기둥이 처참하게 부서져 뼈대만 남았거나 천장 일부가 폭삭 내려앉아 임시 철골 구조로 받쳐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필로티 구조 건물에서는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 포항 지진 현장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건물 구조보다 부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내진설계 강화해도 구멍 ‘숭숭’ 내진설계 의무화 건축물 기준은 현재 ‘2층 이상 또는 규모 500m²(이하 연면적 기준)’에서 올 연말까지 ‘2층 이상 또는 규모 200m²’로 강화된다. 신축 주택은 규모와 관계없이 내진설계가 반영돼야 한다. 1988년(‘6층 이상 또는 10만 m² 이상’) 이후 다섯 차례 법 개정이 이뤄진 결과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인 내진설계·시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대상 범위만 확대됐을 뿐 전문설계·시공사를 거치지 않은 ‘날림 작업’이 여전한 탓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주거용 661m² 이하, 비주거용 495m² 이하 규모 건물은 건축주가 ‘직영 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건축주가 건설사(건설업 등록업자)를 끼지 않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장비를 직접 동원해 소형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661m²는 아파트 건설 최소면적인 26m² 주택 25채 정도를 지을 수 있는 넓이다. 이에 따라 무자격 개인사업자들이 저층 빌라 등을 내진기능 없이 부실 시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내진설계 대상인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4만5861동 중 내진 성능을 갖춘 곳은 11.6%(5324동)에 그쳤다.포항=장영훈 jang@donga.com·구특교 / 천호성 기자}

    •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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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진 두려워 집에 못 가”… 추위 떨며 대피소서 뜬눈 밤샘

    15일 오후 10시경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지친 모습의 주민 500여 명이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나같이 불안한 표정이었다. 일부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정면만 바라봤고 일부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얇은 매트 위에 누워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모두들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추위보다 더 무서운 건 여진의 공포였다. 상당수는 체육관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밖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한 40대 여성은 아이들이 “엄마, 너무 춥다”며 체육관 안으로 팔을 잡아끌자 “더 큰 지진 나면 여기도 무너질 수 있다”며 달랬다. 이 여성은 “남편이 더 안전한 곳을 찾는 대로 옮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체육관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근처 아파트 주민이다. 이 아파트는 외벽이 떨어지고 갈라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모 씨(77)는 “집 안 물건이 거의 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서워서 도저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겠다. 당분간 체육관에서 지낼 생각”이라며 망연자실해했다. 대피 안내방송과 보급품 지원이 늦다며 포항시 공무원에게 항의하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모포를 뒤집어쓰고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를 하는 수험생도 보였다. 한낮에 닥친 지진의 공포는 밤늦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진 탓에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시간이 갈수록 증폭됐다. 북구 환호동 대도중 강당에서는 주민 200여 명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김정구 씨(67)는 “아파트에 금이 가고 외벽이 무너져 아내와 함께 정신없이 대피했다. 춥지만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진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또 흔들렸어 또 흔들렸어, 어서 나가야 돼”라고 말하며 다급히 강당을 벗어났다.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시민 상당수도 집으로 향하지 않은 채 밤늦게까지 학교 운동장과 공원, 큰 도로 등 넓은 공간을 헤매고 다녔다. 1층에 자리한 식당과 카페 등지를 전전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여진에다 16일로 예정된 수능시험까지 연기되면서 포항 전역이 불안감에 짓눌리는 모습이었다. 영일대해수욕장 1층 커피전문점에서 밤을 보낸 김모 씨(42)는 “오후 9시경 천장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4, 5초 동안 심하게 흔들리는 여진이 발생해 정말 놀랐다. 2층에 있던 10여 명이 ‘우와’ 비명을 지르며 모두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흥해읍 망천리 마을회관에 모인 홀몸노인 7명은 평생 처음 겪은 공포의 순간에 몸서리치며 밤을 지새웠다.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한 채 서로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안부를 묻는 휴대전화 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최상순 씨(89·여)는 “집이 무너질까 무서워 밖으로 뛰쳐나와 이곳으로 달려왔다. 다들 혼자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모여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임선 씨(84·여)는 “6·25전쟁도 겪었지만 태어나 이런 경험은 정말 처음이다. 우리 마을에는 대피소가 없어 임시로 마을회관을 사용하고 있다. 다들 이러다 죽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무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구 장성동과 두호동 일대는 밤새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집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친척집 등 다른 곳으로 가려는 차량들이 도로에 쏟아져 나오면서 일부 구간은 주차장처럼 변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이곳은 평소보다 많은 차량이 운행에 나서면서 주요 사거리마다 경찰관이 교통 신호를 조정해야 할 정도였다. 안모 씨(39)는 “포항에 살면서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많은 이웃들이 여진이 무서워 다른 지역 친척집이나 피해가 덜한 친구집으로 대피했다. 지인 중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일부러 차를 계속 몰고 다니다 그냥 쪽잠을 자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장성동의 한 일식집은 기왓장으로 만든 입구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폭삭 내려앉아 처참한 모습이었다. 내부 벽과 주방, 화장실 벽에 금이 가고 타일이 모두 떨어졌다. 접시도 다 깨지고 천장에 있는 조명이 테이블에 떨어져 박살난 상태였다. 냉장고와 정수기도 넘어지는 등 상당수 집기는 사용할 수 없어 보였다. 직원 1명도 대피하다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주인 김정환 씨(49)는 “인테리어와 집기가 손을 못 쓸 정도로 부서졌다. 장사는커녕 완전히 새로 지어야 할 것 같아 걱정이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포항=장영훈 jang@donga.com·황성호·구특교 기자}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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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男간부에 성추행 당할라… 여직원들 ‘회식포비아’

    회식(會食)은 여러 사람이 모여 식사를 하며 친목을 다지는 자리다. 하지만 숱한 사건과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샘과 현대카드의 사내 성폭력 논란도 회식이 발단이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9일 회식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직장 여성 10명의 사연을 들어봤다. 회식 코스의 전형이라 할 ‘술자리→노래방→귀갓길’이 모두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회식 자리가 직장의 상하관계를 악용한 성폭력 무대로 전락했다며 ‘회식포비아(회식에 대한 공포)’를 호소했다. 건설업체에 갓 입사한 A 씨(26·여)는 4월 사내 체육대회를 앞두고 열린 회식 자리만 떠올리면 치가 떨린다. 남성 상사가 “A 씨가 팬티만 입고 춤추면 응원상이 확실한데 생각 없어?”라고 말했고 남성 동료들은 낄낄대며 웃었다. A 씨는 수치심에 혼자 밖으로 나가 눈물만 쏟았다. 지속적인 성희롱에 A 씨는 9월 퇴사했다. 한 대기업 계열사의 비정규직 B 씨(24·여)는 3월 인사팀장이 부른 회식 자리에 갔다가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 20대 여성 C 씨는 회식 자리마다 아내와의 잠자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원형탈모증에 걸렸고 최근 퇴사했다. 이 상사는 거래처 사람을 만나면 C 씨의 몸매 이야기를 하며 성희롱을 일삼았다. 항의를 하면 “여자에겐 칭찬”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회식 2차 장소로 자주 가는 노래방에서는 친목을 빙자한 성추행이 공공연히 벌어진다. 여직원에게 술을 따르라거나 춤을 춰보라고 하고, ‘디스코 타임’을 빙자해 허리를 감싸는 일은 예사다. 노래방 도우미나 접객여성 취급을 한다. 20대 여성 D 씨는 “상사가 노래를 마칠 때마다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면 분위기를 맞추느라 어쩔 수 없이 안기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회식 후 귀갓길엔 성폭행 불안에 시달린다. 남성 상사가 “밤길이 위험하니까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택시에 강제로 함께 탄다. “사실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다”며 몸을 더듬는다. 성추행을 당한 여성들은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직원이 5명인 작은 회사에 입사한 여성 E 씨는 귀갓길에 택시 안에서 성추행을 하려는 회사 대표를 제지했다. 이후 15분만 지각을 해도 급여가 깎이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 최근에는 직장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애매한 말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내가 성희롱 발언을 하는 건 아니고”라면서 “△△ 씨는 옆에서 보면 몸매가 좋다”는 식이다. “듣는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면 성희롱”이라고 반발하면 “사람이 너무 삐뚤어졌다”며 힐난한다. 또 직장에서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 사원’으로 찍혀 2차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문제를 덮으면서 합의하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행 성추행 사건은 2012년 358건에서 지난해 721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고소를 해도 성희롱은 현행법상 모욕죄에 해당돼 처벌 수위가 수십만 원의 벌금 정도다. 고소를 당한 남성이 피해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취재진이 만난 10명의 여성은 모두 “회식 자리에서 젊은 여직원을 남성 상사 옆에 억지로 앉히는 것부터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구특교·김예윤 기자}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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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테러예방 첫걸음은 식당 종업원과 친해지기”

    “9·11테러가 터지고 지휘통제 시스템이 마비됐습니다. 누구한테 어떤 지침을 받아야 할지, 어디로 출동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당시 동료와 친구 70여 명을 잃었는데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6일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만난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형사건 현장대응팀 요원 존 스칼벡 씨가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경찰에 테러대응법을 전수하러 온 스칼벡 씨는 16년 전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스칼벡 씨는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붕괴됐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동료와 친구들은 그만큼 운이 좋지는 않았다. 전대미문의 테러에 지휘체계는 먹통이 됐다. 경찰과 소방대, 군은 같은 매뉴얼로 손발을 맞춰 훈련한 경험이 없었다. 서로 의사소통에도 애를 먹었다. 컨트롤타워가 유명무실해지자 혼란은 가중됐다. 스칼벡 씨는 “테러가 발생하고 이틀 뒤에야 지휘체계가 자리 잡았다. 나도 혼란에 빠져 그들 장례식에 가지 못한 게 지금껏 아쉽다”고 말했다. 스칼벡 씨를 비롯한 현직 FBI 요원 6명은 6∼10일 경찰교육원에서 경찰을 비롯한 테러 관련 당국자들에게 강의한다. 이들은 9·11테러를 비롯한 테러 및 대형 재난 현장에서 현장 조사와 감식을 맡는 전문요원이다. 현장 경력 30년 이상인 로버트 위더홀드 팀장은 테러 예방의 첫걸음은 “식당 종업원과 친해지기”라고 강조했다. 그 역시 9·11테러 현장에 있었다. 몇 개월 뒤인 2002년 미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대응에 나섰다. 9·11테러 예방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위더홀드 팀장과 요원들은 올림픽 개막 두어 달 전부터 현장을 누볐다. 지역 경찰과 소방관, 주방위군 등과 관계를 맺었다. 실제 테러가 발생하면 깊은 유대가 있어야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들은 같은 매뉴얼로 훈련했고 지휘체계도 통합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특히 식당 종업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밥을 먹었다. 종업원들이 보고 들은 것이 테러 예방의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위더홀드 팀장은 “테러 징후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식당 종업원 같은 주민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기술훈련보다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과의 끈끈한 유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에는 국경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 테러 안전국은 아니라는 뜻이다. 꼭 총기가 있어야 테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뜻밖에도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예로 들었다. 당시 휘발유가 든 병에 불을 붙여 일어난 방화로 192명이 숨졌다. 차량 돌진 테러나 화학무기 테러도 예외가 아니다. 위더홀드 팀장은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한국에서도 9·11테러 같은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지금부터 긴밀히 관계 맺고 테러 대응 통합시스템을 마련해야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도 가능할 겁니다.” 아산=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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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교수→전공의→의대생, 대물림되는 ‘백색폭력’

    #1.‘교수 → 전공의 → 의대생’, 대물림되는 ‘백색폭력’#2. #3. (채널A 화면)전북대 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김 모 씨가 몇 달 전에 찍어둔 본인의 몸입니다. “발로 날아차기 하고, 로우킥 때리고 뺨 맞고….”(김 씨 / 前 전북대병원 전공의)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교수와 전공의 선배. 김 씨는 벨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맞은 적도 있으며 휴대폰 검사는 물론 사진이나 사생활 검사까지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병원은 ‘정형외과의 특수성’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 문화의 특수성이기도 한데. 정형외과 특수성이 있기는 한 것 같아요.” (전북대병원 관계자)“문제 제기가 과도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기자)“그거에 대해서 저는 말 못 하겠어요.” (전북대병원 관계자)#4.2년 전 국정 감사에서 한 여성 인턴은 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한 적도 있습니다.“보건복지부장관님께서는 저처럼 병원 폭력 때문에 의사로서의 커리어를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셨으면….”(폭행 피해 인턴)하지만 집행 유예를 선고받은 가해자는 전문의 자격을 땄고, 피해 인턴은 학교를 떠났습니다.#5. #6. #7.의대생은 교수뿐만 아니라 전공의 앞에서도 항상 ‘을’입니다. 교수-전공의-의대생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먹이사슬을 연상케 합니다. 전공의는 교수 앞에서 ‘을’이지만 의대생에겐 ‘갑’입니다. 그리고 교수에게 당한 갑질을 대물림합니다. ‘옵저베이션(observation·관찰)’ 관행도 유명합니다. 전공의가 하는 의료 행위를 학생들이 정자세로 관찰하는 걸 말하는데요. ‘병풍’으로도 불립니다. ‘병풍’은 길게는 4시간까지 이어집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전공의의 욕설이 쏟아집니다. 목이 말라도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 ‘세면대 물’만 마실 수 있습니다. 학기마다 학생 여러 명이 쓰러집니다.하지만 의대생들은 쉽게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합니다. 전공의가 의대생 평가를 교수에게 위임받아 유급 여부까지 결정하기 때문이죠. 교수는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전공의들의 권력을 눈감아주기도 합니다. 학교 측도 병원 평판에 신경 쓰느라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합니다.#8. 이에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대생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11월 중순까지 의대생 갑질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있습니다. 은밀히 자행되는 백색 폭력의 사슬, 이제 확실히 끊어야 하지 않을까요.2017. 11. 7. (화)동아일보 디지털통합뉴스센터원본| 채널A 김유림 기자·동아일보 구특교 기자사진 출처| 채널A 더깊은뉴스기획·제작| 김아연 기자·엄소민 인턴}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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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보,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委 참여 검토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인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면 정부가 차기 행장 인사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일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예보의 임추위 참여 여부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비리 의혹과 이광구 행장 사퇴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예보가 우리은행 최대주주(18.52%)로서 행장 선임 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 배임의 소지가 있다는 게 이유다. 현재 우리은행 임추위는 이 행장과 과점주주들이 선임한 사외이사인 노성태 전 한화생명경제연구원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상용 연세대 교수,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로 구성돼 있다. 원래는 예보가 선임한 비상임이사도 임추위에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민영화 직후 정부 개입을 줄인다는 취지로 임추위에서 빠졌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번 주 후반 이사회를 열고 임추위 구성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과점주주 중심 체제로 전환하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은행 경영에서 발을 뺐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예보가 임추위에 참여하면 정부 입김에 취약한 예전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다”며 “과점주주로 구성된 우리은행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경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은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추위에 예보가 참여한다면 ‘예보를 통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관치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과제인 예보의 잔여 지분 매각은 내년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위원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지배구조는 중요한 판단 요소”라며 “그런데 차기 행장이 선임되기 전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곧 시작된다. 서울북부지검은 3일 이 사건을 형사5부에 배당했다. 수사는 특혜 채용 여부, 이 행장의 방조 또는 묵인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강유현 yhkang@donga.com·구특교 기자}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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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직 소원 이뤄 행복해했던 딸이… 너무 착했던 아내도…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가 꿈 많은 사회 초년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2일 경남 창원터널 앞에서 발생한 화물차 폭발사고로 숨진 배모 씨는 3개월 전 꿈에 그리던 정규직에 취직했다. 배 씨의 이모부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한 조카였다”고 말했다. 이모부는 취직이 어려운 때에 임시직으로 일하다 큰 회사 정규직으로 취직한 조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일요일인 5일 배 씨는 또래 친척들과 ‘단합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다. 모임에서 배 씨는 총무를 자처할 정도로 책임감도 컸다. 이모부는 “요즘 친척이라고 해도 젊은 애들이 잘 모이지 않는데 조카는 자기가 모임을 이끌 정도로 가족에게 항상 착하고 마음이 고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친구를 처음 집안 어른께 소개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배 씨가 운전하던 스파크 차량은 3개월 전 어머니가 물려준 것이다. 배 씨가 직장을 먼 곳으로 옮기게 되자 준 것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외근 활동도 많은 직장생활이었지만 배 씨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도 세무서에 세금 신고를 하러가던 배 씨는 남해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가장 가까운 경로로 창원터널을 골랐다. 고속도로까지 10분이면 갈 거리를 앞두고 뜻하지 않은 참사가 배 씨를 덮쳤다. 특히 사고 순간 배 씨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머니는 “내가 차를 물려주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불에 탄 배 씨의 차량은 큰 기름통이 운전석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배 씨는 탈출하려다 실패한 듯 조수석에서 숨져 있었다. 이날 사고로 사망한 유모 씨의 남편 송모 씨는 연신 담배를 입에 물며 “현장을 가서 봤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고. 눈물밖에 안 나더라고”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현장을 직접 본 충격 탓인지 자꾸 몸을 떨었다. 그에게 아내는 ‘너무도 착했던’ 사람이다. 이날 유 씨는 경남 김해시 장유동에 사는 딸 집에 가다 변을 당했다. 유 씨는 늘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신호등이나 규정 속도를 어긴 적이 없다. 송 씨는 이날도 아내가 평소처럼 운전했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반대편 도로에서 날아오는 기름통까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람 잘못으로 그런 것도 아닌데…운전을 잘못해서 그랬으면 모르겠는데 불길이 넘어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송 씨는 울먹였다. 아내의 사망으로 가족 모두의 가슴에 상처가 남았다고 했다. 숨진 유 씨의 아들과 딸 모두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송 씨는 담배를 끄며 말했다. 그는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혀서 사고가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해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은 다른 걸 바라는 게 없다”고 당부했다.창원=구특교 kootg@donga.com / 서형석 기자}

    •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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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 덮친 공기관 채용비리 수사… 이광구 우리은행장 “책임지고 사퇴”

    이광구 우리은행장(사진)이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해 올해 3월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지 7개월여 만이다. 이번 정부 들어 시중은행장이 중도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장은 2일 전체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지난해 신입 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차기 행장이 결정될 때까지만 행장 직무를 수행한다. 이 행장은 채용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공채에서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 거래처 등의 청탁을 받아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은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체 점검 보고서를 서울북부지검에 넘기고 수사를 지시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채용 비리에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은 남기명 국내부문장 등 3명을 직위 해제했다. 하지만 이는 이 행장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행장의 사퇴에는 채용 비리 의혹 외에 다른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행장은 2014년 말 취임 당시 서강대 금융인들의 모임인 ‘서금회’ 일원으로 알려져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분류됐다. 최근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사찰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친박 꼬리표는 뗐지만 곧이어 채용 비리가 터졌다.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1998년 상업·한일은행 합병 이후 끊임없이 문제가 된 행내 계파 갈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일은행 출신 직원이 상업은행 출신인 이 행장을 끌어내리려고 내부 인사 자료를 유출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이순우, 이광구 등 상업은행 출신 행장이 잇따라 나오면서 한일은행 출신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대해 진상 규명과 전수 조사를 지시하는 등 현 정부의 강경 기조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에서 시작된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는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압수수색 등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후임 은행장 선임 시기와 절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손태승 글로벌부문장,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내부 혁신을 위해 제3의 외부인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 및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18.78%) 매각 등 우리은행의 당면 과제들은 일단 전면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강유현 yhkang@donga.com·송충현·구특교 기자}

    • 20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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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이영학은 변태 성욕자… 가학적 성추행뒤 살해”

    살인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사진)이 성기구를 사용해 피해자 김모 양(14)을 가학적으로 성추행한 뒤 발각될까 봐 두려워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효붕)는 변태 성욕 장애를 가진 이영학이 성욕을 푸는 대상이던 아내 최모 씨(32)가 숨진 뒤 최 씨를 대신해 김 양을 유인, 성추행한 뒤 살해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영학을 아동·청소년의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영학은 성적 가학행위 등을 즐겼다. 아내가 숨진 뒤 새로운 대상을 찾다가 딸 이모 양(14·구속)의 초등학교 동창생 김 양을 지목했다.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였다. 이 양은 “네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영화를 같이 보자”며 김 양을 유인했다. 이영학은 자기 집에 온 김 양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건네 잠들게 했다. 이후 김 양에게 각종 기구로 성추행을 했다. 잠에서 깨면 신고할까 봐 두려워진 이영학은 김 양이 정신을 차릴 무렵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이영학을 구속 기소하면서 적용한 ‘강간 등 살인’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면 처벌로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 가능하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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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아내 자진 입국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 씨(35)의 아내 정모 씨(32)가 1일 자진 입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이날 오후 6시 1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체포됐다. 정 씨는 남편 김 씨의 범행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살인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김 씨는 아내 정 씨, 두 딸과 함께 지난달 23일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김 씨는 지난달 21일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친모(55)와 이부(異父)동생(14)을 흉기로 살해하고 같은 날 강원 평창군의 한 국도에서 계부(57)까지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친모의 계좌에서 80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뒤 뉴질랜드 달러로 환전해 출국했다. 그러나 2015년 현지에서 절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뉴질랜드 경찰에 체포돼 구속됐다. 정 씨는 한국의 가족과 연락한 뒤 귀국 의사를 표명했고 1일 입국했다. 경찰은 정 씨가 사전에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 어느 정도 범행에 가담했는지 등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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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 전공의→ 의대생… 의료계 ‘갑질 카스트’

    올해 초 부산의 한 대학 의과대에 입학한 A 씨. 그는 의대 내 동아리에 가입했다. 4월 동아리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 1년 선배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동아리 신입회원 모두에게 보낸 것이었다. 제목은 ‘13가지 신입생 숙지사항’. 내용은 ‘자기소개 때 성적(性的)인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 ‘사발식에서는 1인당 15모금씩 술을 마셔야 한다’ 등이다.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각오하라’는 협박성 충고도 있었다. 메시지는 현실이 됐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신입생들은 선배 수십 명 앞에서 자신이 상상하는 성적 행위를 상세히 설명했다. 머뭇거리는 신입생에게 “저 ××, 뭐냐”는 욕설이 쏟아졌다. 남학생 간 성행위를 연기하는 ‘성인용 콩트’까지 했다. A 씨는 “의료봉사를 하려고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수치심만 느낀다”면서도 “학교생활을 버티고 이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선배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상대로 한 일부 의대 교수의 갑질이 논란이다. 하지만 이는 교수와 전공의 사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대생(예과생, 본과생)은 교수뿐만 아니라 전공의 앞에서도 항상 을이다. 교수-전공의-의대생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먹이사슬을 연상케 한다. 마치 인도의 카스트(계급제도)처럼 쉽사리 바뀌지도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의대생은 학교 분위기가 ‘조폭 문화’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경북지역의 한 의대 신입생 B 씨는 시내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에게 90도로 고개 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었다. 개인 약속도 함부로 잡을 수 없다. 약속이 겹칠 경우 우선순위는 교수, OB(선배), 동문회, 동아리 순이다. 동아리 탈퇴는 하늘의 별 따기다. B 씨는 “‘탈동(탈동아리)’했다간 왕따를 당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공의는 교수 앞에서 ‘을’이지만 의대생에겐 ‘갑’이다. 그리고 교수에게 당한 갑질을 대물림한다. 의대생에게 실습은 공포의 시간이다. 학생들에게 불만을 품은 전공의가 유리 기구를 벽에 던지거나 수술용 칼을 실습생에게 던지는 행위까지 벌어진다. 한 실습생은 “얼굴에 맞을까 불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학교 측도 전공의의 행동을 모르는 척 넘어가니 어쩔 도리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옵저베이션(observation·관찰)’ 관행도 유명하다. 전공의가 하는 의료 행위를 학생들이 정자세로 관찰하는 걸 말한다. 병풍으로도 불린다. 길게는 4시간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전공의의 욕설이 쏟아진다. 목이 말라도 정수기 물을 마실 수 없다.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 ‘세면대 물’만 마실 수 있다. 학기마다 학생 여러 명이 쓰러진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쉽게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전공의는 의대생 평가를 교수에게 위임받아 유급 여부까지 결정한다. 교수는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전공의들의 권력을 눈감아주기도 한다. 학교 측도 병원 평판에 신경 쓰느라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하다. 한 의대생은 “2년 전 한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한 일이 공론화됐는데, 학교 측은 내부 고발자 색출에만 골몰했다”며 “경찰 신고라도 했다간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대생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1월 중순까지 의대생 갑질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의대협 류환 회장은 “전공의가 폭행을 당하면 전공의 선발 인원 감축 등 보호 장치를 만들지만 의대생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병원에도 실습생을 위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각종 부조리에 취약한 상황이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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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곳곳 인도 막고 천막농성… 아직 청산 못한 ‘시위적폐’

    《 촛불집회의 가장 큰 유산은 평화적 소통이다. 연인원 1684만 명이 모였지만 물대포와 차벽, 돌과 몸싸움은 없었다. 28일 열린 ‘촛불 1년’ 집회도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에서 보여준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집회·시위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도심 곳곳에선 시민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앞 인도. 녹슨 자전거와 부서진 책상 주위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나뒹굴었다. 어느 천막농성장의 풍경이다. 천막 위에 덧씌워진 비닐은 누렇게 색이 바랬다. 앞에는 농성장에서 쓰던 이불 3개가 걸려 있었다. 천막 한쪽에 적힌 글자는 이날까지 ‘3701일째’ 농성임을 알리고 있었다.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내년 초 시행을 요구하는 농성이다. 면접을 보려고 여의도를 찾은 함모 씨(20·여)는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으며 걷다가 갑자기 나타난 이불자락에 깜짝 놀랐다. 6m 남짓한 인도의 절반을 농성장이 차지하다 보니 자칫하면 천막과 충돌할 판이다. 함 씨는 “자기주장을 밝히는 거야 상관없지만 이렇게 인도에 큰 천막까지 치면 아무래도 지나는 사람들이 불편할 테니 농성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도 천막 4동이 ‘점거’ 중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으로 구성된 ‘노동자 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가 설치한 것이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LG광화문빌딩 앞은 마치 ‘캠핑장’을 방불케 한다. 한 달 넘게 파업 중인 LG생활건강노조가 23일 이곳에 텐트 20여 개를 설치하고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인도에서 밀려난 보행자들은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내려와 걸었다. 도로법상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거나 교통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 도심 곳곳에 자리한 장기 농성장은 대부분 불법이다. 시나 구청이 철거를 유도하고 강제집행까지 나서지만 ‘막무가내식’ 점거 앞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겨우내 이어진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집회·시위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실제 집회·시위 현장의 폭력성은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둔감하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사회단체가 기존의 의사 전달 방식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통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처럼 TV 광고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정부도 시민들의 의사 전달 채널을 다원화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동혁 기자}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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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핼러윈에 취한 ‘불금’… 밤새 무법 파티

    “뭐야, 이 미친놈!” 28일 오전 2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핼러윈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복장으로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신데렐라 드레스 차림의 여성에게 쏠렸다. 좀비로 분장한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여성의 얼굴과 허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문제의 남성은 여성의 항의에 미안한 기색도 없이 키득거리며 함께 온 일행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소동을 지켜보던 기자의 얼굴 옆으로 담뱃불이 휙 스쳐갔다. 불을 붙인 담배를 든 한 남성이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 채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가 손에 든 담배는 잠시 뒤 간호사 복장을 한 여성의 등에 닿았다. 담배 불똥이 흰 옷 위로 튀었다. 이태원 일대에서 27일 열린 핼러윈 축제가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무질서가 판을 쳤다. 이태원 중심가의 한 클럽. 투명한 창 너머로 교복 차림의 여성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한 중년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었다. 문제의 남성은 여성들의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까지 해가며 한참 동안 ‘몰래카메라’ 촬영에 열중했다. 선정적인 차림의 여성만 찾아다니며 카메라로 현장 생중계를 하는 BJ(인터넷방송 진행자)도 종종 눈에 띄었다. 거리 곳곳에선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스파이더맨 등 영화 캐릭터 복장을 한 취객 한 무리가 도로로 몰려나와 주행 중인 차량 옆으로 쓰러졌다. 한 남성은 “내 발이 밟힐 뻔했다”며 차량 운전자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정차 중인 택시 보닛 위에 큰대자로 누워서 잠든 남성도 있었다. 택시 운전사는 “깜빡 못 보고 출발이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혀를 찼다. 인도에는 깨진 병 조각이 나뒹굴었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들은 총총걸음으로 유리 조각을 피하느라 애를 먹었다. 클럽과 술집 화장실은 핼러윈 축제 참가자들이 남긴 분장용 물감 얼룩으로 난장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 일대의 유동인구는 20만 명으로 평소 금요일 밤의 2.5배나 됐다. 취객이 늘면서 경찰을 찾는 허위 신고도 급증했다. 28일 오전 2시 반경 한 공용화장실 비상벨을 통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급하게 출동했다. 하지만 신고가 접수된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허탕을 친 출동 경찰관은 “술에 취해 신고용 벨을 잘못 누르는 경우가 잦다. 오늘 같은 날은 (장난 삼아) 일부러 누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분장 때문에 오해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5시경 만취한 20대 남성들이 싸우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현장에는 피투성이가 된 남자들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상처 입은 분장을 한 남성들이었다. 이태원 파출소는 아예 시장통으로 변했다. 술에 취한 채 행패를 부리다 수갑이 채워진 한 남성은 경찰관들에게 “이거 풀라고. 이 어린 놈의 ××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곁에 있던 술에 취한 여성은 파출소 바닥에 연신 침을 뱉었다. 짧은 머리의 한 남성은 술이 덜 깬 상태로 경찰관에게 “담배 한 대만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파출소 안은 신고자와 붙잡혀 온 사람들로 날이 샐 때까지 북적였다. 취객의 욕설에 시달리던 한 경찰관은 “밤새 사건 사고가 하도 많아서, 자꾸 무전을 치다 보니 아예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구특교 kootg@donga.com·황성호 기자}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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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이 바란건 공정한 사회… 앙갚음으로 흘러선 안돼”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촛불 3만 개가 켜졌다. 5주 뒤 촛불은 232만 개로 늘어났다. 23차에 걸친 촛불집회는 올 4월 말 마무리됐다. 한 건의 폭력 사태도 없었다. 광장에 모인 1684만8000명(연인원)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촛불 1년, 그들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촛불의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 본보는 20∼60대 ‘촛불 시민’ 10명을 만났다. 이들은 지난겨울 평균 5, 6회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들은 촛불집회를 ‘일생일대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33)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최저임금을 준수하라’는 구호는 계속되고 있다”며 “힘없는 사람만 희생하지 않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민주 씨(25·여)는 “정치적 이슈보다 중요한 건 약자를 살리고 돕는 일”이라며 “장애인과 노인, 갑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급격한 변화나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정치에 대한 거리감도 나타냈다. 영화감독 김재수 씨(59)는 경남 거창과 서울을 오가며 4차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오랜 기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피해를 현장에서 느꼈다. 촛불이 제기한 문제에 누구보다 공감했다. 하지만 “(적폐 청산을) 자칫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보복성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헌수 시니어노조 위원장(67)도 “한꺼번에 많이 하려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라며 “국민 전체가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신중히 생각하고, 상식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 통해 성숙해진 한국 사회 지난해 이맘때 최주영 씨(28·여·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이었다. 첫 촛불집회는 마침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그는 주말마다 거의 빠짐없이 집회에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이유다. 최 씨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탄핵안 인용’은 법조문에만 있는 줄 알았다”며 “현실이 되는 걸 보니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촛불시민들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3월 10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꼽았다. 대구에 사는 주부 신은자 씨(47)는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바뀌지 않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우리가 지적한 문제들이 앞으로 하나둘 고쳐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간호사 이보람 씨(26·여)는 “병원 내 비정규직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게 됐다”며 활발해진 ‘소통’을 강조했다. 학원 강사 도민익 씨(41)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숙의 끝에 공사 재개 결정을 내리고, 이를 국민들이 수용한 것이 우리 사회가 지난해보다 소통한다는 가장 큰 근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관용, 신뢰, 참여의식, 공동체의식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도묘연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전국 20∼60대 남녀 1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도 연구원은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도 간접적으로 시민성이 증진됐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촛불집회가 ‘민주주의 실천교육 프로그램’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김동혁 hack@donga.com·구특교·김예윤 기자}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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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금니아빠, 아내 성매매 시키고 몰래 촬영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한 이영학(35)이 아내 최모 씨(32)를 성매매에 동원한 뒤 성관계 장면까지 몰래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영학은 올 6월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했다. 이영학은 아내 최 씨를 성매매에 동원했고 빌라 내부에 가정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성매수 남성과 아내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경찰이 이영학의 휴대전화, 태블릿PC 등에서 확보한 동영상에는 최 씨가 성매수 남성 10명을 상대로 유사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성매매 여성은 최 씨가 유일하다. 경찰은 “실내가 어두워서 성매수 남성들이 CCTV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성매수 남성들에게 회당 15만∼25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성매수 남성 10명 중 6명의 신원을 파악해 성매매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영학이 2005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딸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을 받은 돈이 12억80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 기간 동안 기초생활수급비로 1억2000여만 원을 받았다. 경찰은 이영학이 후원금 중 딸 치료비 이외의 용도로 빼돌린 자금도 확인하고 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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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휘성 “돈은 溫氣있을때 써야” 살던 집도 기부

    “젊었을 때는 버는 돈이 내 돈인 줄 알았어요. 살아보니 아니더군요. 쓰는 돈이 제 돈입니다.” 23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시가 22억 원 아파트를 고려대에 기부한 유휘성 씨(79) 말이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서 만난 유 씨는 “죽을 때 수의에 넣어갈 수도 없는 돈, 꼭 필요한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고 보람을 듬뿍 느끼는 게 내 돈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씨는 “제 돈이 누군가의 삶을 일으켜 세울 온기가 있을 때 과감히 써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유 씨는 고려대 상학과(현 경영학과) 58학번이다. 1970년대 작은 건설회사를 창업해 30년 넘게 키운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그의 기부는 처음이 아니다. 2011년과 2015년에 각각 10억 원을 고려대에 기부했다. 이번까지 합하면 고려대 기부금은 40억 원이 넘는다. 유 씨가 기부에 열심인 이유는 힘들게 유년 시절을 보내며 공부한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13세에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됐어요. 14세 때 장터를 떠돌며 성냥이나 누룩을 팔아서 먹고살았어요. 자전거를 타고 40km가량 떨어진 장터를 오가기도 했습니다.” 유 씨는 14세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 두 달 남짓 다니다 졸업했다. 그는 “피란 아동들에게 학교에 오면 모포 5장을 준다기에 찾아갔다. 덮고 잘 이불이 없었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유 씨는 고등학교 때 서울에서 유학하며 작은아버지 집 신세를 졌다. 미국 등에 입양된 전쟁고아들이 나중에 자라서 영어로 쓴 편지를 국내 후원자들에게 한국어로 번역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일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했다. 그렇게 1958년 고려대에 들어갔다. 유 씨는 “돈 벌며 공부하는 일에 시달려 봐서 어렵게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마음이 쓰인다”며 “그 친구들은 나처럼 지긋지긋하게 살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유 씨는 “벌 만큼 벌었으니 잘 쓰자”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다. 2011년 고려대 신경영관 건립에 10억 원을 냈다. 2015년에는 10억 원 규모 장학기금을 마련했다. 고려대는 이 돈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28명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냈다. 이번에 기부한 아파트는 유 씨가 1978년부터 2005년까지 27년간 가족들과 살다가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준 집이다. 기초과학연구기금 마련에 쓰일 예정이다. 유 씨는 “돈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에 몰두해 노벨상을 받는 학생들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씨는 한국에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미국 빌 게이츠나 앤드루 카네기처럼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기부하는 사람들이 국내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유 씨는 돈을 바닷물에 비유했다. “바닷물을 다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듯 가지고 있으면 더 욕심나는 게 돈입니다. 베풀 수 있을 때 베풀어야 나중에 죽을 때 갈증 없이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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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장난감 화살로 친구 실명시킨 초등생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동급생에게 화살을 쏴 실명에 이르게 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경북지역 A초교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등에 따르면 사건은 이 학교 수학여행 중이던 7월 14일 경기 수원시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일어났다. 이날 오전 1시경 숙소 안에서 6학년 남학생 일부가 장난감 화살을 벽에 쏘며 놀고 있었다. 벽이나 유리창에 잘 붙도록 앞부분에 고무가 붙은 화살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B 군(12)은 친구들이 갖고 있던 화살을 가져가 고무를 제거했다. 그리고 문구용 칼을 이용해 앞부분을 깎았다. B 군은 진짜처럼 끝이 날카롭게 변한 화살을 친구 박모 군(12)을 향해 겨눴다. 이를 본 박 군은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아 베개로 얼굴을 가렸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지만 B 군은 계속 박 군을 겨냥했다. 박 군이 잠시 베개를 내린 순간 B 군은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은 박 군의 왼쪽 눈을 찔렀다. 박 군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B 군은 현장에 달려온 교사에게 “(피해자가) 혼자 활을 갖고 놀다 다쳤다”고 말하고 자신이 사용한 화살을 부러뜨린 뒤 칼과 함께 화장실에 버렸다. 박 군은 왼쪽 눈 전체가 크게 찢어져 봉합수술을 했다. 워낙 큰 부상이라 대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고 결국 수정체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아직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군은 다문화가정 자녀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고 베트남 출신 어머니는 최근 이혼 후 고국으로 떠났다고 한다. 현재는 할머니가 박 군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폭위는 B 군의 행위에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전학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B 군의 부모는 학폭위 등에서 “아이가 고의로 화살을 쏜 게 아니라 벽이 뚫리는지 궁금해 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학교 관계자는 “B 군이 일부러 박 군을 향해 쏜 건 아니라고만 밝혀 다른 이유는 알기 어려웠다”며 “다만 B 군이 평소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의 행위를 몇 번 했다”고 밝혔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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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성매매 판쳐도… 손쓸 도리없는 ‘해외 SNS’

    “몸 전체 10분 영상은 5000원, 15분은 1만 원. ‘문상’으로 드려요.” 15일 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직장인 A 씨(24)가 보낸 대화 내용이다. 그는 여중생으로 가장한 본보 기자에게 ‘문상’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문상은 서점이나 영화관에서 쓰이는 문화상품권이다. 하지만 청소년 사이에서는 현금이나 다름없다. 온라인에서는 게임 아이템을 비롯해 어지간한 물건을 다 구입할 수 있다. 이걸 노리고 일부 어른들이 온라인에서 10대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처음 A 씨와의 접촉은 어렵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건 만남’을 검색하자 A 씨가 올린 “14∼17세, 남자경험 없으면 환영, 문상 지급”이란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A 씨는 “용돈이 부족할 테니 문상이 필요하지 않냐”며 “좀 더 가까워지면 만남도 가질 수 있다”고 은밀히 제안했다. SNS를 이용한 어른들의 파렴치한 행위가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여중생 딸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이영학(35)도 트위터로 10대 미성년자와 만남을 시도했다. 다른 SNS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로 ‘조건 만남’을 검색하면 게시물이 수십만 개 나온다. 대부분 성매매를 암시하는 글이다. 최근에는 ‘수원 맛집’, ‘예쁜 카페’처럼 평범한 해시태그를 단 성매매 관련 글을 올려 단속망을 피하는 ‘꼼수’도 등장했다. SNS가 10대 상대 성범죄의 ‘통로’가 됐지만 근본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외국 기업이라 한국 법률은 물론 국내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자율성 보장’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트위터 코리아는 성관계 또는 성범죄와 관련된 부적절 단어를 '금칙어'로 지정하는 등의 방안을 미국 본사에 여러 번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용자와 정부 기관의 신고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운영원칙 위반 시 관련 조치를 내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미국 본사와 국내 지사의 시각 차이도 있다"며 "사전 모니터링이 쉽지 않아 사후 규제로 지적되는 게시글에 조치를 취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015년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해외 SNS와 자율심의규약시스템을 마련했다. 방심위가 음란글을 발견하면 해당 SNS업체에 신속히 개별 통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SNS 게시물을 일일이 감시할 모니터링 인력이 부족하고 수정 요청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감시에 한계가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음란글을 규제하는 금칙어를 만들라고 강제할 수 없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전 세계 약 1억 명이 이용하는 SNS 텀블러(Tumblr)는 자율심의규약시스템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방심위로부터 성매매·음란 관련 게시물 시정, 삭제 요구를 받은 온라인 게시물 3만200건 가운데 텀블러가 74%를 차지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8월 텀블러 측에 적발된 음란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텀블러 측은 “미국법의 적용을 받는 미국 기업이라 국내 규제에 따를 이유가 없다”며 버텼다. 전문가들은 업체가 자발적인 규제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외 기업을 꾸준히 이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SNS 특성상 공적기구에 의한 제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해외 기업이라도 한국의 특성을 이해하고 법을 준수할 때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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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이웃들 “이영학 아내, 남편의 로봇 같았다”

    “남편이 아내를 로봇처럼 조종하는 것 같았어요.” 살인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서울 중랑구 집 이웃들은 15일 동아일보 취재진에게 이영학과 부인 최모 씨(32)가 주종(主從)관계로 보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내 최 씨 자살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학이 평소 아내를 학대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주민 김모 씨는 “최 씨는 남편 말에 ‘찍소리’ 한 번 못했다. 늘 기운이 없고 기계적으로 명령을 따르는 로봇 같았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 이모 씨는 “이영학이 아내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손가락질로 뭔가를 시키는 장면을 자주 봤다”며 “무거운 짐을 드는 것도 언제나 아내 몫이었다”고 했다. 주민 이모 씨도 “이영학이 자동차 튜닝(성능개조)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최 씨는 남편 옆에 공구를 들고 멍하니 서 있다가 뭔가 지시를 들으면 황급히 건네곤 했다”며 “최 씨가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낯빛이 어두웠다”고 전했다. 미용실 원장 구모 씨는 “세 가족이 함께 다니는 걸 보면 이영학이 항상 앞에 서고 딸과 아내가 멀리서 뒤따랐다”고 말했다. 최 씨가 남긴 A4용지 4장짜리 유서에는 최 씨가 초등학생 때 동급생들에게 성폭행당한 이후 양아버지, 이웃 등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은 “최 씨가 어려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면 남편의 일상적 학대를 피해로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영학의 최 씨 자살 방조 혐의와 함께 성매매 알선, 기부금 유용 혐의 등을 수사하기 위해 15일 전담팀을 꾸렸다. 최 씨가 자살 전날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이영학 모친의 동거남 A 씨(59)는 14일 경찰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았다. 최 씨는 고소장에서 “총기 위협에 못 이겨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엽총 등 총기 5정을 발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구특교 kootg@donga.com·이지훈 기자}

    •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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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코패스 이영학 “성욕 채우려 범행… 지옥에서 불타겠다”

    “죽은 아내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딸 친구 김모 양(14)을 집으로 부른 이유다. 아내를 언급했지만 비뚤어진 성욕(性慾)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영학은 치밀하게 범행 대상을 골랐다. 원래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했으나 여의치 않자 다루기 쉬운 상대를 선택한 것이다. “○○이가 착하고 예쁘니 데려와 봐.” 이영학은 딸 이모 양(14)이 초등학교 때 집에 놀러 온 김 양을 기억했다. 무난한 표적이었다. 이 양은 집에 온 김 양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이 양은 나중에 “아빠의 계획을 그르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희귀병을 물려받은 딸에게 참혹한 범죄자의 낙인까지 새겼다. 이영학은 13일 “아직 모든 게 꿈만 같다. 영원히 지옥에서 불타겠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동안 딸에게만 미안해하던 이영학은 이날 자신의 민낯을 처음 드러내고 사죄했다. 그러면서도 “아내가 죽은 후 계속 약에 취해 있었고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약 기운을 탓하기에 이영학 부녀의 행동은 너무 치밀했다. 딸 이 양은 이영학의 지시에 따라 김 양에게 ‘졸피뎀’(수면제)을 3알이나 갈아 넣은 드링크 음료를 마시게 하고, 신경안정제 2알을 추가로 건넸다. 이영학은 잠든 김 양을 안방으로 데려간 뒤 ‘혹시라도 잠에서 깰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면제 3알을 물에 타 김 양의 입에 흘려 넣었다. 이어 김 양의 옷을 벗기고 성추행했다. 경찰은 이영학의 음란기구 사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기구 3점을 정밀 감정하고 있다. 잠들어 있던 김 양은 24시간이 지난 1일 낮 12시 30분경 깨어났다. 공포에 질린 김 양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이영학은 수건과 넥타이 등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이영학의 범행 동기를 ‘비상식적으로 높은 성(性)적 각성 수준’에서 찾았다. 경찰은 “이영학은 자신의 강한 성적 욕구를 맞춰줄 사람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학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도 높게 나왔다. 경찰이 이영학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 검사를 한 결과 25점(40점 만점)이 나왔다. 이 검사에서 25점 이상 받으면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5년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김일곤은 33점, 2003∼2004년 부녀자 등 21명을 살해한 유영철은 38점, 8명을 살해한 강호순은 27∼28점이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교수(경찰학)는 이영학을 ‘경계성 사이코패스’로 진단했다. 통상적 사이코패스 범죄자와 달리 경제적인 욕구와 일부 논리적 언행 탓에 점수가 다소 낮게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숨진 김 양은 연예인을 꿈꾸는 평범한 여중생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예인 사진을 올리는 게 취미였다. 장례가 치러진 8일 운구 행렬은 김 양이 평소 가고 싶어 했던 서울 강남의 한 연예기획사 앞을 지나 화장장으로 향했다. 김 양 학교 관계자는 “김 양 친구들이 너무 괴로워해 집단 심리상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영학을 강제추행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딸 이 양에게는 추행유인과 사체유기 혐의(불구속)가 적용됐다. 경찰은 이영학의 여죄를 수사할 계획이다. 이영학은 서울 강남에서 1인 마사지숍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하고, 숨진 아내 최모 씨(32)를 성매매에 동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영학이 최 씨를 폭행하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권기범 kaki@donga.com·구특교 기자}

    •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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