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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파크 여성 샤워장 몰래카메라(몰카) 촬영 장소가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은 29분 4초 분량의 이 영상에 지금까지 알려진 경기 용인시, 강원 홍천군 외에 경기 고양시의 워터파크에서도 촬영된 장면이 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강신명 경찰청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피해 장소 최소 세 곳 경찰은 용인에서 찍힌 몰카 영상이 지난해 7월 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성이 워터파크 몰카 영상에 자신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확인하고 최근 경찰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지난해 7월 워터파크를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 세 곳에서 찍힌 동영상 촬영 기법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동일 인물이 촬영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다각도로 지난해 여름 세 곳을 모두 방문한 인물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동영상에 찍힌 여성들 가운데 휴대전화를 든 상태로 거울에 정면으로 비친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이 여성이 휴대전화 케이스 모양의 몰카를 이용해 촬영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 몰카는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 별도 카메라가 장착돼 화면을 끈 상태로 촬영이 가능하다. 구입하기 쉽고 범행 은폐가 가능해 다른 여성 전용 시설에서 무차별로 촬영됐을 위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악질 몰카에 음란업소 광고 범인이 동영상을 제작한 목적도 의문이다. 유출된 몰카 영상에는 ‘아무도 모르게 060 300 ××××’라고 적혀 있다. 기자가 직접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안녕하세요. 달달한 성인 전용 휴식 공간 ××× 보이스 채팅입니다. 문의전화는 1599-××××이고 삐 소리 후 30초당 600원입니다”란 안내 음성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다양한 길이로 편집된 동영상마다 다른 광고가 붙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내려받는 동영상에 업체가 배너 광고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며 “촬영자가 특정 업체에 돈을 받고 영상을 팔았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여성 촬영자가 직접 찍고 인터넷에 올렸을 개연성도 있다. 불법 음란물 유통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업로더들은 과시욕과 인정욕구를 지니고 있다. 희귀한 영상, 새로운 영상을 올리면 회원들에게 ‘본좌’ ‘선생’ ‘하느님’ 등으로 불린다. 이런 변태성향자는 일반인, 미성년자 영상 등 다른 업로더가 쉽게 구할 수 없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몰카 영상을 웹하드에 올리면 돈도 챙길 수 있다. ‘워터파크 몰카 공포’가 확산되면서 전국 대형 워터파크들도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각 워터파크들은 몰카 촬영 금지를 알리는 경고문을 추가로 설치하고 여직원을 샤워장에 상시 배치하기로 했다. 일부 워터파크는 샤워장, 탈의실 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몰카 촬영과 유포는 불특정 다수를 공포와 수치심에 빠지게 하는 악질 범죄이며 이런 영상을 계속 전파하는 행위도 끝까지 적발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라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 용인=남경현 기자}
이른바 ‘사설탐정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업 제도의 합법화 필요성을 홍보하는 블로그가 문을 열었다. 경찰청은 민간조사업 도입과 관련한 정책을 알리는 ‘민간조사업 정책알리미’ 블로그(http://blog.naver.com/susa-lab510)를 20일 개설했다. 경찰은 블로그에 입법정책 설명자료와 관련 논문, 언론기고문, 뉴스스크랩 등을 실어 홍보할 계획이다. 또 탐정이 등장하는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한 유명 연예인이 민간 탐정 도입을 응원하는 영상메시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민간조사 활동이 합법이고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는다. 민간조사업이 도입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7일 한 인터넷 향수 전문 커뮤니티에 ‘○○향수 소분(조금씩 덜어 판매)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판매자는 절반 정도 남은 향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아래에 한 병(75mL) 값이 21만 원인데 10mL씩 작은 병에 옮겨 2만 원에 팔겠다고 적었다. 남이 쓰다 남긴 향수지만 구매를 원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향수를 소량으로 사는 직장인 이모 씨(23)는 “뿌리고 싶은 향수는 많은데 병째 살 돈이 없어서 소량으로 구매한다”며 “한 번 뿌리는 양(약 1mL)은 몇천 원에 파니까 쉽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20대를 중심으로 ‘소분(小分) 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분은 작게 나눈다는 뜻이지만 젊은층 사이에선 제품을 잘게 나눠 사고파는 의미로 통한다. 경제력은 부족해도 소비의 즐거움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젊은층이 주로 이용한다. 온라인 물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 카페에선 소분으로 물건을 판매한다는 글이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온다. 커피 원두, 만년필 잉크, 반려견 사료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고급 향수와 화장품이다. 화장품 소분 판매자는 큰 병에 담긴 화장품을 용기에 덜어 판매한다. 또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명품 화장품을 구매하고 받은 샘플도 판다. 딱 한 번 바를 양의 소분 화장품이 거래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 장모 씨(21·여)는 “입사 면접 같은 중요한 날 한 번 바르기 위해 화장품을 소분으로 구매했다”며 “고가 화장품을 살 땐 최대한 샘플을 많이 얻어서 다시 소분 시장에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몸짱을 꿈꾸는 젊은 남성들은 단백질 보충제, 비타민제 등을 소분 시장에서 찾는다. 아르바이트생 임모 씨(26)는 “단백질 보충제 한 통에 10만 원씩 하니까 아르바이트를 해서는 사기 어렵다”며 “남이 질려서 못 먹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보충제가 소분 시장에 나오면 구매한다”고 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집과 자동차처럼 목돈이 드는 재화 대신 고급 화장품이나 향수 같은 ‘작은 사치’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같은 비용으로 다양한 제품을 즐기려는 젊은층의 소비 욕구 덕분에 소분 시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엔 취업난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젊은층의 경제 여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자기표현이 확실하고 꾸미고 싶은 욕구도 훨씬 커졌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작은 사치인 향수, 화장품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가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면 젊은 세대가 소분 같은 작은 소비만 꿈꾸다가 큰 꿈을 접어 버릴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소분 시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파는 소분 상품들은 유통기한, 성분, 위생상태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위험하다”며 “소분 거래는 화장품법,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 등에 따라 처벌하지만 온라인 거래 특성상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노덕호 인턴기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세무회계학과 졸업}
경찰이 67년 만에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를 ‘국·관’ 단위 조직으로 한 단계 승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찰청은 내년 상반기부터 총경급 간부가 지휘하는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를 격상해 경무관급이 지휘하는 과학수사관리관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과학수사관리관이 신설되면 아래에 과학수사담당관, 범죄분석담당관을 두고 과학수사기법계, 현장지원계 등 7개의 계가 설치된다. 경찰은 과학수사관리관이 과학수사 현장감식부터 첨단과학수사 기술 개발까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1948년 감식과로 출발해 1999년 과학수사과, 2004년 과학수사센터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과’ 단위에 머물러 있다.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됨에 따라 경찰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새로운 과학수사 기법 개발에 나섰지만 정작 담당 경찰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는 경찰관 27명이 근무하고 있다. 반면 2010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승격됐다. 송호림 과학수사센터장은 “현장에서 찾은 범죄 증거 없이 국과수의 감정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과수 발전에 경찰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체계적인 증거물 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2017년 제3차 법률시장 개방으로 해외 로펌이 들어와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지난해 설에 이뤄진 박근혜 정부의 첫 특사 때와 마찬가지로 ‘생계형 사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영세 상공인 1158명 등 일반 형사범 6408명(국방부 10명 포함)이 재기의 기회를 얻게 됐다. 독서실에서 컵라면 등 3만 원을 훔친 ‘장발장형’ 범죄자 같은 생계형 초범과 과실범 수형자 723명과 가석방 중인 283명이 형 집행을 면제받거나 감형을 받는다. 교통사고 과실로 생업인 운전을 포기해야 했던 버스 운전사 등 16개 생계형 행정법규를 위반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은 5392명도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다. 음주운전 등으로 인해 운전면허가 정지, 취소되거나 벌점이 쌓인 220만925명도 특별감면 대상이 됐다. 도로교통법 위반자 204만9469명의 벌점은 삭제되고, 면허정지·취소 처분 등을 받은 6만7006명, 면허 재취득 결격 기간에 있는 8만4450명 등은 면허증을 재발급받아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했다. 대상자 가운데 1회 음주운전 적발자는 22만7919명이다.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 음주 측정 불응, 뺑소니 등은 제외됐다. 영세 운송사업자와 공인중개사법 위반자, 어업면허 취소자 등 3700여 명에 대한 제재도 면제되거나 감경됐다. 특별감면 대상인지는 사이버경찰청(www.police.go.kr)이나 교통범칙금 과태료 조회 납부시스템(www.efine.go.kr)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로 경찰민원콜센터(182번·오전 9시∼오후 6시)에 문의하거나 경찰서 교통민원실에서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경찰은 운전면허 정치 처분이 철회된 사람들이 일선 경찰서에서 면허증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임시 공휴일인 14일부터 16일까지 연휴 기간에도 경찰서 교통민원실을 개방한다. 신동진 shine@donga.com·박훈상 기자}
북한이 국내 유명 보안업체를 해킹한 뒤 한 대형병원의 전산망을 송두리째 장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업계에선 “북한이 해당 보안프로그램을 쓰는 모든 기관의 전산망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마스터키를 확보한 셈”이라며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북한이 정보보안업체인 하우리의 업무용 PC를 해킹하고 여기서 발견한 보안 취약점(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는 비공식 경로)을 악용해 서울 A대학병원의 중앙통제시스템과 관리자 PC를 장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12일 밝혔다. 북한은 보안프로그램을 해킹한 뒤 2014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8개월간 A병원의 전산망을 완벽히 제어하는 수준으로 장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이 언제든 모든 PC에 악성코드를 심는 방법으로 사이버테러를 가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며 “4월 이런 사실을 통보할 때까지 병원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킹 근원지가 2013년 3월 국내 금융·언론기관을 공격한 ‘3·20 사이버테러’ 당시 사용된 북한 평양 소재 인터넷주소(IP주소)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같은 목적을 위해 병원 전산망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전산망 마비 등 사이버테러 준비가 주목적이라 의료정보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8년 설립된 하우리는 보안프로그램 백신 ‘바이로봇’을 개발해 안랩과 함께 국내 보안업계를 양분해왔다. A병원 등 의료기관뿐 아니라 국방부 등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보안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 경찰 조사에서 하우리가 작성한 ‘국방부 보안시스템 구축사업’ 관련 제안서 등 국방부 관련 문서 14종도 북한이 탈취한 정황이 드러났다. 보안업계에선 북한 사이버테러기관이 1차 타깃으로 국내 보안업체를 노리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이 하우리뿐 아니라 안랩, 빛스캔 등 국내 유력 보안업체가 개발한 보안프로그램의 취약점을 찾기 위해 분석하고 내부 PC에 직접 침입하려는 시도를 반복한다는 것. 한 보안 전문가는 “보안업체가 만든 프로그램도 결국 해킹의 대상이 되는 소프트웨어라 취약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하우리 보안제품을 쓰는 모든 기관이 북한의 위협에 놓였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전산망이 처음 장악된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이 다수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제2, 제3의 사이버테러를 시도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전문가는 “의료정보는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1차적 개인정보보다 훨씬 민감한 내용이다. 만약 전산망을 장악한 대학병원의 의료정보를 빼낸 뒤 이용자에게 병원장 이름으로 악성코드가 담긴 e메일을 뿌리면 안 열어 볼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리 측은 “피해 없이 다 끝난 이야기가 경찰을 통해 다시 나와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서동일 기자}
경찰이 불량식품 척결을 위해 전문 수사반을 만들고 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청은 최근 폭염 속에 변질된 식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높고 추석을 맞아 각종 식품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10월 31일까지 불량식품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특별단속기간 동안 각 지방경찰청에 전문 수사반을 설치하고 전국 경찰서에 합동단속반을 꾸리기로 했다. 경찰은 3대 주력 단속 대상으로 △노인 상대 ‘떴다방’ △불량 수산물 △인터넷 유통 불량식품 등을 정했다. 특히 위해식품을 제조, 유통한 사범이나 이를 봐준 공무원은 구속 수사할 계획이다. 또 불량식품 신고보상금을 현행 500만 원에서 최고 50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찰은 올해 상반기 동안 불량식품 위반 사범 2378명을 검거하고 이중 6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단속된 불량식품 업체는 관계 기관에 반드시 행정처분 통보해 업체폐쇄, 영업정지 등으로 재범의지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윙, 윙, 윙.’ 파리 수백 마리가 큰 소리를 내며 맹렬히 돌진해 왔다. 시신에서 나는 악취가 그들을 유혹했다. 초록빛 금속성 광택을 내는 금파리가 시신의 얼굴을 뒤덮었다. 금파리는 살짝 열린 입을 비집고 들어가 하얀 톱밥처럼 생긴 알을 낳았다. 인적 드문 숲 잡초 위에 덩그러니 놓인 시신의 주인공은 불과 30분 전에 목숨을 잃었다. 범인이 건넨 살충제가 든 음료수를 모르고 마셨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고온다습한 초여름 날씨라 시신에 곤충이 들끓었다. 다음 날. 시신의 배가 힘껏 공기를 불어넣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몸속 혐기성 박테리아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 시신에 달려드는 파리는 수천 마리로 늘었다. 어제 오후 산란했던 알에서 0.2cm 크기의 구더기가 나왔다. 구더기는 꾸물꾸물 기어 몸속 깊은 곳으로, 피부로 이동했다. 뾰족한 앞머리에서 소화액을 내뿜었다. 시신을 소화액으로 녹이고 물장구치듯 꿈틀거리며 파먹었다. 셋째 날. 시신 위로 수천, 수만 마리의 하얀 구더기가 무리 지어 기어 다녔다. 구더기를 먹으려 포식성 곤충인 왕반날개가 날아들었다. 왕반날개는 구더기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돌돌 말아 먹었다. 산란하는 파리를 잡아먹기 위해 파리보다 조금 큰 파리매까지 날아왔다. 들개는 밤마다 찾아와 시신의 손가락, 발가락을 골라 먹었다. 넷째 날. 몸속 단백질과 지방이 녹으며 죽처럼 흘러내렸다. 피부가 벗겨지면서 가스가 새어 나갔다. 시신은 더 역한 냄새를 냈다. 금파리도 부패한 시신 위에 더는 산란하지 않았다. 부패한 시신만 쫓는 송장벌레, 검정파리만 들끓었다. 대변을 보려고 등산로 밖으로 나온 등산객이 참혹하게 변한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법곤충학 전문 검시관은 작은 집게를 들고 시신 위를 기어 다니는 구더기를 잡았다. 시신과 시신 옆뿐 아니라 주변을 날아다니는 곤충까지 채집했다. 구더기를 실험실로 데려와 정성껏 키운다. 파리는 기온 25도에서 12일간 ‘알→1령→2령→3령→번데기→성충’으로 변한다. 구더기 발육 상태와 번데기로 변하는 시간을 계산해 시신의 사망 시점을 추정한다. 구더기 배에서 나온 소화물에 독극물이 있는지 검사하면 사망 원인도 밝힐 수 있다. 사망 장소에 살지 않는 곤충이 시신에서 나왔다면 시신이 사망 이후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인간과 비슷하게 부패하는 돼지 실험을 참고한 가상 상황이다. 법곤충학은 사망 직후부터 시신 곁을 떠나지 않는 곤충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망 시점, 장소, 원인 등을 추정한다. 지난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시점을 ‘증언’한 것도 시신 속에서 나온 구더기였다. 미국은 기증받은 시신을 이용해 여러 상황에서 부패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시체농장(Body Farm)’이 있다. 한국은 올해부터 경찰수사연수원에 야외 실습장을 마련하고 동물실험윤리 기준에 따라 돼지 부패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인도로 주행하는 배달 오토바이 근절을 위해 업주 대표에게도 범칙금을 물린다. 2일 경찰철은 10월 30일까지 이륜차 무질서행위 근절을 위한 법규위반 특별단속 계획에 따라 인도로 상습 주행하는 배달 오토바이가 적발되면 가게 사장에게도 범칙금 4만 원을 물린다고 밝혔다. 배달원 단속만으로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보고 관리책임이 있는 업주까지 처벌하는 것이다. 인도주행 단속 적발건수는 지난해 1480건에서 올해는 현재까지 1만5941건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오토바이 인도 주행 근절을 위해 요기요 등 배달 어플리케이션 업체 3곳, 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이륜차 무질서 행위 근절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박 씨(76)를 만났어. 영장에는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웃 할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이를 감추려고 불을 질렀다’고 적혀 있었지. 나만큼이나 형사들에게 인기 좋은 유전자검사 기기가 ‘할머니 손톱 아래에서 박 씨 유전자가 나왔다’는 결과지를 출력해 주자 박 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더라고. 하지만 불을 질렀다는 혐의는 계속 부인했어. 내가 나설 순간이 온 거야. 그의 손등과 눈썹을 크게 확대해 형사도, 그도 볼 수 있게 화면에 띄웠지. 불길이 순간적으로 확 치솟을 때 손등의 털과 눈썹 끝자락이 그을려 뭉툭하게 변한 게 확연하게 보였어. 눈으론 절대 알 수 없는 범행의 증거였지. 그제야 박 씨가 고개를 떨구더라고. 내가 누구냐고? 나는 명탐정 셜록 홈스 뺨치는 휴대용 영상 현미경이야. 사람이 맨눈으로 찾을 수 없는 미세 증거를 볼 수 있지. 바퀴 달린 커다란 여행가방처럼 생겼어. 가방을 열면 200배 확대가 가능한 디지털 현미경과 모니터가 들어 있지. 현장에서 촬영, 재생, 녹화가 가능해. 형사들이 내게 고맙다고 하는 이유야. 내가 없었을 때는 현장에서 얻은 미세 증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야 했거든. 하지만 이제 전국 200여 개 경찰서마다 나를 써서 0.001mm 크기의 미세 증거를 확인할 수 있게 됐지. 용의자 추적을 시작하는 시간이 그만큼 빨라졌단 뜻이야. 미세 증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 60대 식당 여주인이 신체 일부에 틀니가 박힌 채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 형사들 손에 들려 현장에 가보니 범인은 부엌 나무문을 뜯고 들어와 범행을 저질렀더군. 사건 발생 10일 후 유력한 용의자가 붙잡혔어. 역시나 ‘식당에서 밥만 먹고 나왔다’며 발뺌했어. 하지만 그의 옷소매가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사람 눈엔 보이지 않던 식당 나무문 재질과 똑같은 목재 가루와 여주인이 입었던 빨간 스웨터의 미세한 섬유 조각이 선명하게 화면에 나타났어. 열흘 만에 형사들이 집으로 퇴근할 수 있었지. 내가 꼭 나쁜 사람만 잡아내는 건 아니야. 한 여고생이 50대 초반 남자에게 성폭행당할 뻔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어. 여학생은 저항하다 얼굴을 맞아 코피까지 흘렸지. 신고 10분 뒤 근처에서 급하게 무단 횡단을 하던 중년 남자가 붙잡혀 왔어. 여학생은 보자마자 “바로 저 남자예요”라고 소리쳤어. 나도 화가 나 그 어느 때보다 정밀하게 눈을 들이대곤 남자의 손과 손톱, 옷가지에 여학생의 살점이나 혈액, 옷 섬유 조각이 없나 살폈지. 터럭 하나도 나오질 않더라고. 여학생이 당황해서 무턱대고 범인으로 지목한 사건이었어. 나는 억울한 사람 만들지 않는 데도 아주 요긴하다니까. 세상이 복잡해지고 범죄 수법도 교묘해지면서 내 인기는 갈수록 올라가는 중이야. 그러다 보니 살인이나 방화, 강도 같은 강력 범죄 현장에 과학수사요원 손에 들려 자주 출동하고 있어.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란 명언을 남겼어. 미세 증거를 확보하면 범인이 현장에 있었고 피해자와 신체 접촉한 사실을 밝힐 수 있다는 뜻이지. 미국 과학수사계에는 “수사란 체모와 섬유와의 전쟁이다”란 말까지 있어. 앞으로 영화에서처럼 즉시 정확한 성분까지 분석 가능한 내 후배 현미경이 나올 거야. 홈스의 돋보기는 이제 잊고 나와 내 후배들의 활약을 기대해 줘!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없앤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들은 수사기관이 끝까지 범인을 추적해 억울한 피해자의 한(恨)을 풀어주길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 김태완 군 사건도 초동수사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면 일찍 해결될 수 있었다. 과학수사(CSI) 수준을 높여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를 특정할 증거나 단서를 확보하는 것이 공소시효 폐지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기획시리즈 ‘증거는 말한다’는 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과 잿더미가 된 화재 현장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증거의 세계 등 한국 CSI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손이 얼얼할 정도로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딸의 빌라 현관문은 열쇠공이 도착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철컥’ 소리를 냈다. 다급한 아버지가 내달리듯 들어섰다. 안방에선 거구의 남성이 배에서 피를 흘린 채 신음하고 있었다. 연락이 끊겼던 딸은 작은방에서 시신으로 아버지를 맞았다. 바닥과 옷을 얼룩지게 한 피는 오래전에 굳은 듯했다. 숨이 붙은 남자는 “갑자기 강도가 들어와 우리 둘을 찌르고 달아났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이재준 현장감식팀장과 감식요원 4명이 지난해 출동했던 살인사건의 개요다. 두 사람이 흘린 혈흔은 집 안 곳곳에서 확인됐다. 여기서부터 범인을 찾아야 했다. 푸른빛을 내는 특수 손전등(현장 감식용 법광원)으로 정밀 감식을 시작하자 단서들이 쏟아졌다. 혈흔이 이미 바닥에 쓰러진 몸에서 흘러나왔는지, 움직이는 도중에 바닥으로 떨어졌는지(낙하 흔적) 구분이 가능했다. 요원이 재구성한 사건은 이랬다. 쓰러진 여성은 출혈이 심했다. 한참이 지나 혈액이 굳었고 그 위로 남성의 혈액이 떨어졌다. 다른 사람의 혈액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남성이 흉기로 여성을 살해하고 자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 남성은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 있어 배나 손목에 난 상처가 타인의 흉기에 의한 것인지, 스스로 만든 것인지 각도를 살펴보지 못했다. 수술 뒤 이 부분까지 확인하고 추궁하자 죄를 털어놨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여자의 집에 갔다가 사소한 시비 끝에 20여 차례 찔러 살해했다고 했다. 여자가 숨지자 스스로 손목을 그었고 불안한 듯 집 안을 돌아다닌 탓에 방과 거실은 그의 혈흔으로 얼룩졌다. 긴 시간이 지나고 밖에서 문을 두드리자 강도로 위장하려고 그때서야 자신의 배를 찌르고 둘러댔지만, 증거 앞에선 진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재준 팀장은 “현장에서 중요한 증거를 놓치면 사건이 장기 미제로 빠질 수밖에 없어 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최근 범인들도 비닐장갑을 끼거나 신발에 테이프를 붙이는 등 지문과 족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현장감식요원의 과학적 근성에는 당해내기 어렵다. 3월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10대 여중생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범행했고 칫솔, 수건 등 자신이 모텔에서 쓴 모든 물건을 없앴다. 당연히 지문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욕조도 깨끗했다. 하지만 요원들이 욕조 배수구의 좁은 틈에서 찾아낸 몇 올의 몸털 앞에서 이 사건의 범인 역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지만 결정적 물증 앞에서는 무릎을 꿇기 마련이다. 과학수사(CSI)가 요즘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서울경찰청은 CSI 요원의 분석 능력을 드높이기 위해 지난달 9일 청사 지하에 현장실습장을 만들었다. 실습장은 60m²(약 18평) 크기의 아파트 내부를 똑같이 재현했다. 주부가 강도에게 저항하다 숨진 상황을 가정하고 ‘실습 수사’ 중인 CSI 요원들을 만났다. 요원들은 현장에서 빠르게 계획을 세우고 증거물 수집을 시작했다. 현장 감식은 CSI의 ‘시작과 끝’으로 불린다. 사건 현장에서 증거물을 빠짐없이 채취해 범인의 모든 행위와 동기까지 확인하는 ‘사건의 재구성’이 그들 손에 달렸다. 요원들은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그림으로 스케치하는 요원도 있다. 안동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증거물도 수사 중에 중요한 증거물로 변할 수 있어 필요 이상으로 꼼꼼하게 감식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장에서 6∼8시간 가까이 작업하기에 실습장에서 철저한 팀워크 훈련으로 기본기를 다진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이 태국 현지에서 활동 중이던 전화금융사기범, 인터넷 도박 사범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인터폴을 통한 해외 검거작전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3일 경찰청은 태국에서 전화금융사기범과 인터넷 도박 사범 68명을 검거해 25명을 국내로 송환하고 나머지 43명도 곧 국내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국내로 송환된 25명 중 1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번 수사로 전화금융사기범은 선모 씨(33) 등 모두 32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태국 방콕 등지에서 인터넷 전화, 컴퓨터 등을 갖춘 콜센터를 꾸리고 금융기관을 사칭해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돈을 송금 받았다. 선 씨 등 일당 7명은 지난달 3~12일 피해자 64명으로부터 119회에 걸쳐 8억2900만 원을 송금받아 가로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된 전화금융사기범들은 태국 현지에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화려하게 생활했다”고 전했다. 인터넷 도박사범은 박모 씨(40) 등 36명이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서 전화금융사기 콜센터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활동무대가 태국 등 동남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특히 태국은 무비자로 90일간 체류가 가능하고 현지 경찰이 적발해도 최장 3개월만 선고해 금융사기 등을 노린 범죄자가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형법상 살인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경기 포천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은 장기미제 사건 기록이 보관된 캐비닛을 열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캐비닛 안에는 2003년 11월 실종돼 2004년 2월 포천시 소흘읍의 한 배수로에서 알몸 시신으로 발견된 엄모 양(15·당시 중학교 2학년) 사건의 자료가 가득하다. 당시 경찰은 6개월 이상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2018년 만료될 예정이던 공소시효는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여중생 사건을 잘 아는 형사는 포천서에 남아 있지 않다. 포천서 강력계의 한 경찰은 “공소시효 폐지는 분명히 형사의 집념을 일깨우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무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수사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일명 ‘태완이법’으로 불린다. 1999년 황산테러를 당한 고 김태완 군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국민 여론은 흉악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는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수사 현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 과연 얼마나 많은 장기미제 사건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2011년 창설된 각 지방경찰청의 장기미제 사건 전담팀 사정도 포천서와 비슷하다. 장기미제 사건 전담팀은 수사본부까지 설치됐던 강력범죄 미제사건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 2004년 경기 화성 여대생 실종, 2008년 대구 초등생 납치 살인, 2009년 제주 어린이집 여교사 살해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전국 16개 지방청의 전담팀 소속 형사는 모두 50명. 서울경찰청 소속 11명을 제외하면 각 지방청에 2, 3명 정도 근무하고 있다. 20대 여성의 억울한 죽음을 수사 중인 한 지방청 전담팀 형사는 “새로운 강력사건이 일어나면 지원 근무를 하다 보니 미제사건 해결에만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지방청 전담팀 형사도 “인사고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니 실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다. 공을 들여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해도 다른 사건과 동급으로 취급되니 힘이 빠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2010년 이후 공소시효가 만료된 강력범죄는 매년 200∼300건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만 101건이 만료됐다. 매년 200∼300명의 흉악 범죄자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소시효 폐지가 실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추가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잦은 보직 변경, 순환 근무로 경찰이 한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충분히 수사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공소시효가 폐지돼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전담팀 형사들은 공소시효 폐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22일 만난 서울경찰청 장기미제 사건 전담팀 형사들은 표정이 밝았다. 최근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해 기술적으로 미제사건 해결 가능성이 커졌지만 공소시효 만료가 마음의 걸림돌이었다. 현재 전담팀은 가출이나 자살 정황이 없는 미제사건 중 타살로 의심되는 8건을 수사 중이다. 갑자기 사라진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며 집 전화번호도 바꾸지 못하는 피해 가족을 생각하며 밤낮으로 사건에 매달리고 있다. 정지일 전담팀장은 “공소시효가 폐지되면 범죄자는 끝까지 쫓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끝까지 수사하는 것만으로도 억울한 피해자 가족들에겐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 같은 전담팀의 필요성을 고려해 빠르면 9월 전국 전담팀 형사를 72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호경 기자}
‘송도순, 김병기, 전유성….’ 그가 건넨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창회 수첩에 적힌 67학번 이름들이다. 송도순 씨는 성우로, 김병기 씨는 탤런트로, 전유성 씨는 개그맨으로 전공을 살려 활약했다. 수첩을 건넨 그의 이름도 적혀 있다. 김원배(67). 그의 직업란엔 전공과 어울리지 않게 ‘강력계 형사’라고 적혀 있다. 지금은 경찰청 범죄수사연구관으로 일한다. 그는 동기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한 번도 연극판을 떠나지 않았다고, 지금까지도 한복판을 휘젓고 다닌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제복 입은 ‘딴따라’ “야, 너 지금 연극 하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베테랑 선배 형사는 가소롭다는 듯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연극 연출가를 꿈꾸던 그의 눈엔 사건 현장이 늘 무대처럼 보였다.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사건 현장이란 무대 위에서 사라진다. 형사인 그는 무대에 올라 범인이 남긴 흔적을 좇는다. 단서를 조합해 범인의 범죄 행위를 머릿속에 그린다. 곧 배우의 동작과 동선이 된다. 범죄 현장에 남은 증거품은 무대 위 소품처럼 하나하나 챙긴다. 연출자의 시각으로 연극을 만들듯 수사하다 보니 종합적으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그는 7남매 중 장남. ‘딴따라’ 기질을 숨길 수 없어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해병대 전역 후 복학했다가 아버지의 목재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졸업은 못했다. 돈이 없어 몸만 달랑 전북 무주 집으로 내려왔더니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볼 낯이 없었다. ‘나 같은 인간이 집에 있어선 안 된다. 돈만 쓸 줄 아는 딴따라인데….’ 가족에게 손 벌릴 수 없어 1973년 순경이 됐다. 충남 금산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 파출소의 신고전화는 좀처럼 울리지 않았다. 마을 청소년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고 대민 봉사 활동만 즐겁게 했다. 신기하게도 주민과 살갑게 생활하다 보니 제보가 쏟아졌다. 친해지니까 제 발로 찾아와 수갑을 채워 달라는 절도범도 있었다. 검거 실적이 가파르게 올랐다. 1978년 강력계 형사로, 1980년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계에 스카우트됐다.○ ‘연극유추법’ 형사 “저기 마네킹이 있다. 가 보자.” 한창 장난감 칼싸움을 하던 아이들 눈에 낙엽 밖으로 삐죽 빠져나온 팔이 보였다. 호기심에 달려간 아이들은 손으로 만져 보고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벌거벗은 채 꽁꽁 얼어붙은 여성 시신이었다. 아이들은 가까운 파출소로 달려가 신고했다. 1983년 1월 11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호암산 중턱에서 발견된 시신은 ‘아마추어 사진작가 죽음 연출 살인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세상을 놀라게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온 김 씨가 ‘연극유추법’이란 독특한 수사 기법을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 증거를 바탕으로 망자(당시 24세)의 신원을 확인하고 보일러 설비 기사 이동식(당시 42세)을 범인으로 붙잡았다. 이동식은 동네 이발소 면도사로 일하던 피해 여성과 사귀고 있었다. 이동식은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각종 대회에서 상을 탄 실력 있는 아마추어 작가였다. 망자는 그런 남자에게 호감을 느꼈다. 강력팀은 이동식이 아내와 자식에게 불륜 사실을 들킬까 걱정돼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했다. 하지만 김 씨의 눈과 머리는 더 깊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한겨울이었지만 울긋불긋 고운 낙엽이 시신 주변에 놓인 점에 그의 시선이 꽂히면서 ‘예술 작품을 만들려는 장치’는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 순간 이동식의 카메라가 떠올랐다. 이동식이 아내, 전처, 불특정 여성들을 찍은 사진이 대거 발견됐다. 사진 속 여성들은 벌거벗은 몸으로 포르노 배우 같은 성적인 자세를 취했다. 밧줄로 목을 묶거나 칼로 가슴을 찌르는 흉내를 낸 괴이한 사진도 많았다. 낙엽 위에 죽은 듯 누워 있는 망자의 사진도 딱 한 장 나왔다. 그는 작품에 욕심내는 사진작가가 한 장만 찍었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 끈질기게 추궁하고 탐문한 끝에 이동식이 끝까지 숨기려고 했던 사진 21장이 담긴 필름을 찾았다. 사진 속에는 숨진 여성이 청산가리를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담겨 있었다. 사진은 1982년 12월 14일 일어난 일을 증언했다. 그날 호암산에서 이동식은 “누드 사진을 찍기 위해 옷을 벗으면 감기가 들 수 있으니 감기약을 먹어 두라”며 청산가리가 든 약을 피해 여성에게 먹였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이동식은 여성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극치의 쾌감을 맛보려 했다”며 “과거 찍은 사진들은 연습 과정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동식은 1986년 사형당했다. ‘그(이동식)는 극약을 먹여 내연 관계 여인의 목숨을 끊고 그 순간을 카메라에까지 담는 ‘여유’를 보였다. 발작적이랄까, 도착적이랄까. 참으로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경악과 충격을 던져 준 살인사건이었다.’(1983년 1월 21일 동아일보)○ 한국에서 일어난 살인 총망라 형사는 오랫동안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 범죄분석관으로 일했다. 사건 현장을 연극 무대로 옮기는 ‘연극유추법’으로 사건을 종합적,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그의 보고서는 정평이 났다. 일선 경찰서에서 보내준 사건 기록만으로 무대가 잘 그려지지 않으면 직접 현장에 나가 자문과 수사를 했다. 그는 2005년 ‘한국의 살인 범죄 실태와 수사’란 책 5권을 만들었다. 경찰 내부용인 책엔 그가 수집하고 연구한 살인사건 1750여 건을 57개 유형으로 분류해 정리했다. 2010년 ‘살인사건 분석’이란 책 2권도 만들었다. 그 안에는 성공한 수사뿐만 아니라 1998년 ‘사바이 단란주점 살인사건’ 같은 실패한 수사도 기록돼 있다. 과시용이 아니라 다음 무대에 설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만든 책이다. 실제로 2009년 강호순의 연쇄 살인을 밝혀내는 데 그의 자료가 큰 도움을 줬다. ‘여경의 전설’로 불리는 강서경찰서 박미옥 강력계장은 “선배는 치정 살인부터 ‘묻지 마 범죄’까지 한국 살인의 고전부터 현대까지를 기록으로 총정리한 분”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 책엔 존속살인 무대에 오른 한국인의 모습도 담겨 있다. 친자식은 친부모를 살해할 때 칼로 여러 번 찌르고, 시신도 불태우거나 토막을 내는 등 심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친부모는 제 자식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려도 시신을 훼손하지 않는다. 시신을 유기할 때도 하늘을 향해 가지런히 눕혀 줬다. 범죄 피해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다. 하지만 미제 사건 피해자는 여성이 더 많다. 여성이 범죄에 희생되면 치정에 의한 범죄라고 속단한 나머지 과거 남자관계를 밝히는 데 몰두하다가 초동 수사를 망치는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견 양성 교관 형사는 2005년 6월 경위 계급으로 퇴직했다. 은퇴 후에도 범죄수사연구관으로 일하며 ‘연극판’을 떠나지 않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의 곁에 늘 경찰 수사견 포순이(10년생·골든레트리버)와 포돌이(5년생·래브라도레트리버)가 있다는 점. 경찰 수사견 아이디어는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초동 수사를 해야 할 경찰이 실종자, 시신 등을 찾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직접 호주, 일본 경찰견 학교로 건너가 고유한 냄새로 범인, 실종자, 시신을 찾는 경찰견 양성 과정을 배웠다. 경찰견 연구학회까지 만들어 보급에 힘쓰고 있다. 그는 2013년 12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도권의 한 경찰서에서 사건 해결을 도와 달라고 했다. 포순이와 함께 도착한 빌라의 거실과 주방에는 밀가루와 소금이 잔뜩 뿌려져 있었다. 흔적을 지우기 위한 범인의 교란작전이었다. 범인은 30대 주부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고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간 사이 집안에 침입했다. 범인은 비열했다. 5시간 동안 집안에 머무르며 주부의 벗은 몸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죽은 척하라고 시킨 다음 사진도 찍었다. 주부의 친구가 빌라 문을 두드리자 칼로 피해자를 찌르고 도주했다. 피해자 옷으로 갈아입은 채였다. 그는 범인이 주부를 폭행할 때 휘두른 골프채 손잡이를 포순이 코에 갖다 댔다. 잠깐 킁킁거린 포순이는 무대 밖으로 멀리 달아난 범인을 뒤쫓았다. 골목길을 한참 걷더니 어느 골목의 의류수거함 앞에 가만히 서서 형사를 올려다봤다.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범인의 흔적을 찾아 붙잡을 수 있었다.○ 에필로그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해요.” 형사 수첩을 탁 덮으며 그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40년 형사 인생을 들려주면서 일일이 기록을 찾아 보여줬다. 기억에 의존하는 법이 없었다. 각종 수사기록으로 꽉 찬 방에서 지금도 사건을 기록하고 수사 매뉴얼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책상 위에 담뱃갑이 보이기에 담뱃값 인상과 범죄율도 분석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그는 ‘최고의 연극 연출가’가 되겠다던 청운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범죄 현장을 연극판 삼아 누비고 다니며 아쉬움을 달랬다. 딱 1년 대학로 파출소장을 지내며 연극 무대를 가까이한 것도 소중한 기억이다. 이곳에서 한국연극협회로부터 연극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인터뷰 사진을 경찰청 대강당 무대에서 찍었다. 포순이와 나란히 서서 무대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비록 연극 연출가가 되진 못했지만 사건 현장을 연극 연출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수사하고 살았으니 원이 없죠. 그저 프로 경찰이었다, 진정한 짜부(형사)였다고 불러주면 만족합니다.” 이 말을 남기며 웃던 형사의 눈은 그윽하게 포순이를 향해 있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백승탁 전 충남교육감(80)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 둔산경찰서는 22일 백 씨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백 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대전 지역의 모 골프장 경기보조원인 A 씨(여)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백 씨와 A 씨 주장이 상이한 부분도 있지만 검찰에 송치할 때에는 혐의를 입증할만한 내용이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A 씨가 녹취한 휴대전화 음성 파일과 일부 목격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백 씨의 추행이 이어지자 견디다 못해 스마트 폰을 이용해 녹취한 것으로 안다. 백 씨 음성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A 씨가 큰 충격을 받았으며 지역 유력 인사라는 점 때문에 경찰에 고소한 이후에도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관선·민선 충남도교육감과 충남지역 명문 모 고등학교 이사장을 지낸 백승탁 씨(80)가 골프장 캐디를 추행한 혐의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최근 요리방송 출연으로 인기를 모은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의 아버지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골프장 캐디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백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백 씨는 지난달 중순 대전 유성구의 한 골프장 20대 여성 캐디 A 씨를 골프장 근처로 불러내 가슴 부위 등을 강제로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을 받은 A 씨는 골프장을 그만둔 상태다. 백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96.8dB(데시벨). 15일 오후 3시경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 노동자·서민 살리기 총파업 대회에서 측정된 순간 최대 소음 기록이다. 무대에서 80m나 떨어진 곳인데도 헬기 프로펠러 소리(100dB)에 육박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귀를 막은 채 행사장 주변을 지났다.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허모 씨(54)는 “모두 절박한 사정이 있겠지만 집회 때마다 소음 때문에 이런 불편을 겪다 보니 집회 참가자의 주장까지 공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은 현장 소음 관리에 나선 남대문경찰서 소음관리팀과 동행했다. 조합원 5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인 광장의 무대 양옆에는 대형 스피커 3, 4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대형 크레인 한 대에는 스피커 8개가 매달려 있었다. 일종의 ‘공중 스피커’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중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주변 방해물이 없다 보니 더 크고 멀리 퍼진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무대에서 약 80m 떨어진 곳에서 소음을 측정했다. 집회 시작 30분 전 서울역광장 소음은 66.8dB이었다. 하지만 집회 시작 후 규정에 따라 10분간 평균 소음을 측정하자 기준치(75dB)를 넘는 80.4dB이 기록됐다. 경찰은 곧바로 주최 측에 소음을 기준치 이하로 유지하라는 유지명령서를 전달했다. 일부 참가자는 “정당한 집회 권리를 소음 측정으로 방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소음 기준 강화? “글쎄요” 지난해 7월 21일 강화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광장, 상가 지역 소음 기준은 주간 80dB, 야간 70dB에서 각각 주간 75dB, 야간 65dB로 낮아졌다. 소음 신고가 들어온 건물 외벽에서 1∼3.5m 떨어진 지점 1.2∼1.5m 높이에서 측정한다. 경찰이 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 집회현장 소음 측정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1∼6월) 8443건에서 올 상반기 1만4147건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집회소음도는 평균 68.9dB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3dB에 비해 1.4dB 정도 줄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소음도는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야간에는 주거지역(60.8dB·기준 60dB)과 그 외 지역(66.8dB) 모두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그만큼 불편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 경찰은 규정과 현실 사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른바 ‘10분 딜레마’다. 시행령 개정으로 5분씩 2회 측정치의 평균값에서 10분씩 1회 측정한 평균값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측정이 2회에서 1회로 줄었지만 여전히 주최 측은 마음만 먹으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집회 참가자는 측정 시간이 10분이란 걸 알고 소리를 키웠다가 줄이기를 반복한다”며 “이런 ‘소리 숨바꼭질’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주변 시민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음 공해 해결을 위해서는 소리 크기에 큰 비중을 둔 현재의 소음 관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리 크기뿐 아니라 성분, 지속 시간 등 소리 3요소를 고루 따져야 한다는 것.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소음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음질 나쁜 스피커, 확성기 같은 장비나 소음 지속 시간 등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괴롭히기식 소음 공해를 차단해 소음 감소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자유 위축시킨다” 반발도 필요하면 처벌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광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 소음에 따른 시민들의 피해가 계속되는 만큼 기준 초과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처벌 기준(50만 원 이하의 벌금)은 한국 생활 수준에 비춰볼 때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경찰이 소음 측정을 명목으로 소규모 집회까지 따라다니며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며 “소음 피해 민원이 발생하면 경찰이 주최 측과 협의해 음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 기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으로 집회 소음 기준이 강화된 지 21일로 1년을 맞는다. 하지만 집회 현장의 소음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찰청이 작성한 ‘소음 기준 강화 집시법 시행령 개정 이후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집회 소음은 68.9dB(데시벨)로 기준 강화 이전인 70.3dB에 비해 1.4dB 줄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4dB 감소는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시민 불편이 큰 야간 시간 평균 집회 소음은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등 광장, 상가 지역 등이 66.8dB(기준 65dB), 주거지역과 학교 주변이 60.8dB(기준 60dB)로 측정됐다. 강화된 소음 기준치를 모두 초과한 것이다. 주간 시간 광장, 상가 지역 등은 71.5dB에서 69.7dB(기준 75dB)로, 주거지역은 63.6dB에서 63.3dB(기준 65dB)로 소폭 감소했다. 새로운 시행령은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시행됐다. 집회가 많은 광장과 상가 지역의 소음 기준이 주간 80dB, 야간 70dB에서 각각 5dB씩 낮아졌다. 주거지역, 학교 주변은 소음 기준이 주간 65dB, 야간 60dB로 변함이 없지만 종합병원, 공공도서관 주변이 소음 기준 적용 대상에 추가로 포함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국가정보원이 불법 사찰에 활용하기 위해 도청 및 감청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위키리크스가 8일 이탈리아 보안업체인 ‘해킹팀’에서 유출된 자료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위키리크스는 각국 정부나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한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다. 위키리크스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육군 5163부대’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9차례에 걸쳐 해킹팀에 도·감청 프로그램 구입 및 유지 비용으로 총 68만6400유로(약 8억5800만 원)를 지불했다. 5163부대는 국정원이 한때 대외적으로 사용한 위장 명칭 중 하나다. 국정원이 해킹팀에서 구입한 ‘RCS’는 PC나 스마트폰을 원격조종 및 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누군가가 스파이 프로그램이 설치된 PC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통화 내용을 녹음해 e메일로 전송하거나 기기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수차례 업그레이드돼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도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킹팀은 자사가 판매하는 RCS의 구현 기능에 따라 ‘다빈치’ ‘갈릴레오’ 등의 별칭을 붙여 구분했다. 해킹팀의 홍보 브로슈어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OS)가 설치된 PC는 물론이고 애플의 맥도 해킹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역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갤럭시’ 등에서 프로그램이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이라는 비정부기구에 따르면 해킹팀은 35개국의 300여 개 업체 및 단체에 이런 도·감청 프로그램을 판매해 왔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청첩장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거나 e메일에 첨부된 문서를 열었을 때 스파이 프로그램에 감염될 수 있다”며 “일단 PC나 스마트폰에 해킹팀의 RCS 같은 스파이 프로그램이 깔리면 기기 사용자는 그 사실을 알기 어렵고 백신으로도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불법 사찰을 위해 RCS를 구입해 활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출된 해킹팀 자료에는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2011년 11월 21, 2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해킹팀 본사를 방문했고 2013년 2월에는 해킹팀이 서울에서 ‘SKA’(국정원의 위장 명칭) 요원들을 만난 사실이 담겨 있다. 당시 해킹팀이 국방정보본부 산하 대북 통신감청부대로 추정되는 ‘SEC’를 방문한 내용도 e메일에 들어 있다. 경찰청 역시 해킹팀과 접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14일 “경찰이 해킹 장비를 활용하는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현재 해킹 장비를 쓰고 있지 않을뿐더러 들여올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박창규 kyu@donga.com·곽도영·박훈상 기자}

경찰이 올해 4월 18일 열린 세월호 참사 1주년 추모 집회에서 불법 시위로 발생한 피해액에 대해 집회 주최 단체와 대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4일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로 인한 경찰 피해액을 9000만 원으로 산정하고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등 3개 단체와 박래군, 김혜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 등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시위대의 폭력행위로 차벽, 경찰버스, 경찰 장구류 등이 파손돼 7800만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시위대에 맞아 부상한 경찰관 40명에게 1인당 위자료 30만 원씩 모두 1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증 자료를 분석하면 피해액을 입증할 수 있다”며 “법무부와 협의해 이번 주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현장에서 부상한 경찰관 치료비 등을 물어내라고 주최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2013년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세월호 추모 집회를 불법으로 이끈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래군, 김혜진 공동운영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이날 신청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