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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사진)이 조심스럽게 경제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경기회복세가 꺾일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다. 하지만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돈은 돈대로 쓰면서 경기 회복의 불씨를 피워 올리지 못하면 안 된다”며 “관광업계가 살아나면 민생경제도 살아나는 만큼 관광업계에 대한 자금 지원을 부족하지 않도록 과감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여행업→숙박업→운송업→요식업으로 이어지는 연쇄 침체로 민생경기가 직격탄을 맞은 데 따른 주문이다. 관광업계는 세월호 참사 이후 20여 일 동안 약 316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회의장에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위축됐다는 말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로 서민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들도 차질 없이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공개적으로 경제혁신 계획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 “규제개혁 노력도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은 경제혁신 계획의 핵심 과제다. 하지만 인재(人災)와 관재(官災)로 얼룩진 세월호 참사 이후 규제개혁은 상당히 힘이 빠진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합리적이고 꼭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 분야와 소비자 보호, 공정경쟁 관련 규제는 필요하면 더 강화해야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나쁜 규제는 과감히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규제개혁회의에서 제기된 푸드 트럭이나 영화 분야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문제들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제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 기업들이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지속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조속한 (세월호) 사고 수습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수습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비판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도 “경기 대책을 내놓은 것이 시기적으로 옳은지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전했다.이재명 egija@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해양수산부가 연안여객선 안전을 담당하는 여객선안전감독관 제도를 도입한다. 민간 인력을 채용해 항공기 안전을 점검하는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감독관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해수부 당국자는 8일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 안전을 총괄할 수 있는 안전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감안해 베테랑 항해사나 정비사를 계약직으로 뽑아 여객선의 안전점검을 담당할 여객선안전감독관에 임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10∼20명의 여객선안전감독관을 해수부 본부 소속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여객선의 안전점검은 1차로 한국해운조합에서 독립하는 운항관리자가 현장 출항 점검을 맡고 2차로 여객선안전감독관이 수시로 현장을 돌며 총괄한다. 화물선의 경우 해사안전법 개정에 따라 올해 안에 채용되는 해사안전감독관이 맡는다. 전문가들은 해수부가 국토부의 안전감독관 제도를 참고해 충분한 대우로 최고의 자질을 갖춘 민간 전문가를 뽑아 여객선 안전점검을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를 받아들여 1999년 항공안전감독관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조종과 정비, 운항관리 등의 분야에서 18명을 채용해 항공사 안전점검을 연간 2000차례 가까이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퇴직자를 위해 ‘자리 늘리기’를 하려고 화물선과 여객선의 안전점검을 담당할 사람들을 별도로 뽑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해사안전감독관은 화물선의 구조 변경 등 기계적 문제를 점검하는 자리”라며 “공무원인 이들이 선사의 운항 행태 등을 종합점검하기는 힘들어 여객선안전감독관을 따로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3.8%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및 내년 성장률을 각각 4.0%, 4.2%로 전망했다. OECD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8%, 내년 4.0%였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른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 각각 4%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은 빠른 고령화와 낙후된 서비스 부문의 개혁을 통해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권고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해양수산부가 연구용역 계약의 약 80%를 공개경쟁 없이 특정 기관이나 민간회사에 맡기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외부 연구용역의 상당수가 퇴직 해수부 공무원이 재취업한 산하 기관 등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전현직 해수부 공무원으로 이뤄진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가 해수부 발주 연구용역의 많은 부분을 독점하며 유착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에 따르면 해수부는 2010∼2013년 4년간 발주한 연구용역 336건 중 268건(79.7%)을 공개경쟁이 없는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금액 기준으로 전체 연구용역사업 예산(755억2615만 원)의 78.7%(594억4860만 원)를 특정기관을 지목해 지급한 셈이다. 최근 5년간 전체 정부 부처의 평균 수의계약 비율(54.5%)을 크게 넘어선 수치다. 이런 방식으로 해수부의 연구용역을 맡은 기관은 대부분 해수부 퇴직자들이 재취업하는 해수부 산하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개발원, 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관리공단 등 3개 기관은 이 기간에 145건(43.1%)의 용역을 따냈다.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용역 역시 퇴직 공무원이 취업한 기관과 민간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따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해수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에서 주무관을 하다 퇴직한 A 씨는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민간기업 H사의 전무로 재취업했다. H사는 A 씨가 입사한 직후인 지난해 7, 8월에 각각 ‘청산도항 정비계획 및 기본설계’(6억9150만 원), ‘국가어항 수리현상 조사’(7억6052만 원) 사업을 따내는 등 14억 원이 넘는 정부용역을 맡았다. 또 인천해양항만청 서기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B 씨 역시 지난해 5월 퇴직과 동시에 민간설계업체인 S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인천항 워터프런트 조성, 국가어항 기본설계 등 18억 원이 넘는 해수부 용역을 잇달아 수주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측은 “여러 번 유찰돼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가 적지 않다”며 “입찰에서 떨어진 다른 업체에도 해수부 퇴직자들이 다수 취업해 있는 만큼 특혜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대학 연구소도 많은데 퇴직자가 재취업한 기관에 연구용역을 몰아주는 것 자체가 특혜”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돼가지만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아직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사후대책을 졸속으로 쏟아내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수부는 사고 직후 청해진해운의 다른 노선 운항 재개를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개조 선박의 대수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연안여객선 안전점검에 나섰다. 여기에 내놓는 안전 대책마다 ‘졸속’ 논란에 시달리면서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해수부가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해운 안전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중점검 대상도 모르고 긴급점검 해수부의 세월호 사고 이후 ‘헛발질’은 18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 청해진해운은 인천∼백령도 노선을 운항하는 데모크라시5호에 승객 296명을 태우고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했다. 30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를 낳은 세월호 사고 이틀 만이었다. 당시 해수부 당국자들은 논란이 불거지자 “청해진해운 소속 선박의 운항이 재개된 사실을 몰랐다”며 운항을 정지시켰다. 해수부는 22일부터 해양경찰청 등과 공동으로 연안여객선 173척의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모든 선박의 구명장비 정상 작동 여부와 화물 고정 여부 등을 점검하는 차원이었지만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증축 안전성’은 점검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2012년 일본에서 국내로 도입되며 6586t에서 6825t으로 증축됐고, 이 과정에서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해수부 측은 당초 “증축이 이뤄진 여객선 대수는 해경이 알고 있으며 우리는 모른다”고 밝혔다. 점검 종료를 이틀 남겨둔 28일에야 “여객선 173척 중 19척에서 증축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여객선 구조변경 금지 등 사후 조치는 ‘졸속’ 해수부는 사고 이후 5건 이상의 사후 대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들 대책 역시 “관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거나 “업계와 협의해야 한다”는 등의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는 점. 정부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방어할 ‘미봉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해수부는 25일 “앞으로 여객선 정원을 늘리기 위한 일체의 구조변경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선박안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한 대책이다. 모든 연안여객선에 자동차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항해기록장치(VDR)를 설치하겠다는 대책도 내놨지만 영세한 연안여객업체가 3000만∼6000만 원에 이르는 VDR를 설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실상 철회했다. 사고를 낸 세월호 이준석 선장(69)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장 정년제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연안 여객업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적성 검사 강화로 방향을 바꿨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낸 한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는 2002년 퇴직한 뒤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내항선과 어선의 안전검사를 독점하고 있는 안전 관련 공공기관으로 해운사들의 대표적인 ‘갑(甲)’으로 꼽힌다. 한 차례 연임 끝에 2008년에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한 해운업체의 계열사 대표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낙하산으로 내려갔던 공공기관에서 임기를 채우고 이어 자신이 규제하던 해운사에 재취업함으로써 공직 은퇴 후 관련 분야에서 12년간 월급을 챙긴 것이다. 그가 취업한 해운사는 세월호의 화물적재를 맡았던 업체로 최근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관료 마피아’는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퇴직 관료들과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현직 관료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마피아식 커넥션’을 형성해 안전규제 등 국가 체계의 근간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료 마피아가 장악한 안전관리 공공기관 ‘국회의원은 4년, 대통령은 5년, 관료는 30년’이란 말이 있다. 정권의 손 바뀜에 적응하며 수명을 연장해가는 관료들의 무한권력을 풍자한 말이다. 관료 마피아는 이 같은 관료들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부터 ‘국피아(국토교통부)’,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교피아(교육부)’까지 넓게 퍼진 관료 마피아는 분야별 권력 구조의 꼭짓점을 형성하고 있다. 관료 마피아의 생태계는 규제를 만드는 정부 부처, 규제를 실행하는 공기업이나 정부 위탁기관, 규제 대상인 민간업체를 전현직 관료들이 독점하면서 완성된다. 특히 정부와 민간업체 사이에서 정부 업무를 대행하는 공기업과 정부 위탁기관은 민간기업의 ‘갑’으로 군림하면서 낙하산으로 내려간 퇴직 관료들에게 민간 진출의 통로를 열어준다. 퇴직관료들이 방패막이가 됨에 따라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감독도 허술하게 이뤄진다. 세월호 참사 역시 부실 안전점검이 원인이 됐다. 선박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과 정부의 위탁을 받아 선박을 검사하는 한국선급 등을 해수부 마피아, 일명 ‘해피아’가 장악했고 안전관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특히 안전관리 공공기관은 대부분 직원 1000명 이하의 소규모 기관이어서 정치권과 감사원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관료 마피아의 낙하산이 집중되는 이유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 산하의 주요 안전 관련 공공기관 9곳을 조사한 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5곳의 기관장은 주무부처 출신 퇴직관료였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3곳은 전직 국회의원 등 정치권 출신이 기관장을 맡고 있다. ○ 뒷전에 밀린 안전, 끊이지 않는 비리 안전관리 공공기관장이 규제 대상인 민간기업이나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설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을 지낸 한 전직 관료는 건설사 회장으로 재취업했으며 건설관리공사 사장을 지낸 관료는 퇴임 후 하천 관련 건설업체들이 만든 협회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처럼 전관예우로 끈끈하게 엮인 관료 마피아가 안전관리 기관을 장악하면서 이 기관들은 비리와 안전관리 부실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정부 감사에서 적발된 공공기관 범죄·징계건수를 보면 전기안전공사가 167건, 교통안전공단은 71건이나 됐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의 한 간부는 2006년부터 선박 안전검사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7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챙기다 2012년 구속됐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부실 운항관리로 비판을 받고 있는 해운조합의 해수부 관료 출신 고위 간부는 선박사고를 일으킨 해운사의 보험금 과다 청구를 묵인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실 안전점검이 지속되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관리 공공기관을 관료 마피아가 장악하는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원철 연세대 교수(토목환경공학)는 “안전 관련 공공기관이 관료 집단 내부의 ‘먹이사슬’에 얽혀 본업인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 분야만은 전문가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 12곳이 정부로부터 생산성 평가를 비롯한 전면적인 경영 진단을 받는다. 공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공기업 정상화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높아지는 공공요금 인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들도 해외자산 매각과 국내 사업 구조조정 등 부채 감축 계획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경쟁 도입 확대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 당국자는 28일 “한국생산성본부 등과 함께 주요 공기업에 대한 생산성 평가 등 경영진단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조만간 발전 공기업 1곳을 시범 평가한 뒤 올해 안에 주요 공기업들로 평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평가 등 경영 진단 대상 공기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산업부는 부채중점관리 공기업으로 지정된 에너지 공기업 12곳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와 생산성본부는 이들 공기업의 생산성을 국내 민간기업이나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는 해외 공기업 등과 비교해 국내 공기업들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생산성은 근로자, 투자금, 기술 등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공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적은 근로자나 투자로도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공공요금이 낮아지는 효과로 이어진다. 산업부가 공기업에 대한 생산성 평가에 나선 것은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근절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2월 경영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방만경영을 바로잡는 것 못지않게 공공기관의 생산성을 높여 제대로 된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직 안팎으로 경쟁원리를 과감하게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2개 에너지 공기업들을 포함해 산업부 공기업들은 윤상직 산업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생산성 평가와 별도로 인력, 자본, 기술 분야로 나눠 자체적으로 생산성 향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전은 6개 안팎의 해외광구 사업 지분을 매각하는 등 해외 자원개발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한편 발전소 소프트웨어 개발과 시스템 구축 등 전력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쟁입찰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투자사업에 대한 관리 강화, 성과연봉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공기업들도 사업구조 개편과 경쟁 확대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사업 투자 규모를 연간 2조5000억 원 이내 수준으로 조정하고 민자 유치가 가능한 부분은 민자 전환도 검토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민간기업과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협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사업 구조조정, 경쟁 확대, 인력 운영 합리화 등을 통해 자본 및 노동생산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해외 발전소 건설 확대 등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방안도 에너지 공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과제다.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로 쌓인 부채를 털어내 해외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국내 에너지산업에서 얻은 기술과 경험을 통해 해외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를 통해 물꼬를 튼 해외 원전사업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전은 이르면 올 하반기에 발주될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소비 에너지의 20%를 원자력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에 따라 앞으로 10년 내에 2기의 원전을 건설한 뒤 매년 2기씩 추가로 건설해 2030년까지 총 16기의 원전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리츠칼튼호텔에서 ‘왕립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원(K. A. CARE)’을 비롯한 기자재 공급업체들을 초청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기자재 현지화 로드쇼’를 열고 원전 수주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이어 올 2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내 원자력 인력 양성과 원전 분야 엔지니어링 기술 현지화를 위한 협력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 100만 kW급 원전 2기 건설사업을 발주할 예정인 베트남 원전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9월 조환익 한전 사장 등이 직접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한국 원전사업 로드쇼를 열기도 했다. 해외 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관리 사업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전은 올 9월 요르단에 디젤내연발전소를 준공한다. 발전용량 57만 kW로 디젤내연발전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 발전소는 한전이 6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한전은 준공 후 25년간 운영권을 갖는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일 만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표를 즉각 수리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 작업과 사고 수습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 이후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건부 사표 수리라는 얘기다. 사고 수습 시점은 세월호 희생자의 시신 수습을 마무리하고 선체 인양이 이뤄질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의 사표를 6·4지방선거 이전에 수리하더라도 다른 장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는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며 “더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조건부 사표 수리’ 방침에 따라 당분간 정 총리는 사고 수습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총리실에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구축 방안 △안전 정책과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총체적 점검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 보는 공무원의 퇴출 등 3가지를 지시했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박 대통령도 보다 적극적인 민심 수습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시 한 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보여준 관료 사회의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에 앞서 ‘해양수산부 마피아’로 지목된 해양안전 관련 기관장들도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해수부의 전신인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낸 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선박 안전검사와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선급의 전영기 회장도 같은 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해수부는 두 기관에 위임한 선박 운항 및 안전관리 업무를 산하 공단 등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재명 egija@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선박이나 비행기, 화재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민도 반드시 비상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승객들이 행동요령 없이 움직이면 골든타임 안에 구조 받을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27일 국가재난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선박의 경우 승객들은 탑승과 함께 배의 구조, 구명조끼의 위치 등을 파악해 둬야 한다. 충돌, 폭발 등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신발을 벗고 신속하게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한 해양안전 전문가는 “배가 기우는 등 이상신호가 있으면 탑승객은 일단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갑판 위로 피신하는 것이 좋다”면서 “선실에 늦게까지 머물다간 선박 사고의 경우 30분인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배가 기울어질 때에는 반대 방향의 갑판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 퇴선 명령이 떨어지면 곧장 구명정을 타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야 한다. 물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체온 저하인 만큼 다른 사람과 팔을 끼고, 다리를 물 밖으로 올린 채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선실에 대기하라”는 선장의 잘못된 지시가 세월호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지만 원칙적으로 선박 사고 때에는 선장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국가재난정보센터가 만든 선박 승객 행동요령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며 출입문을 통해 외부로 탈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행기 사고에서는 승객이 취할 수 있는 안전조치가 많지 않다. 사고 후 골든타임도 90초로 짧다. 다만 불시착할 경우 안전띠를 매고 허리를 앞으로 90도 숙인 채 양손으로 발목을 잡는 ‘충격방지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비행기가 멈추면 화재 등 2차 사고에 대비해 즉각 비상구로 탈출해야 한다. 고무재질인 탈출용 비상슬라이드를 타고 탈출할 때에는 하이힐, 안경 등 슬라이드를 찢을 수 있는 물건은 벗어버려야 한다. 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에는 초기 5분이 중요하다. “불이야”라고 외친 뒤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대피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금물이다. 아래층으로 갈 수 없을 때는 옥상,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밖으로 통하는 창문이 있는 사무실이나 방에 들어가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유독가스에 질식하지 않도록 옷, 수건을 물에 적셔 입과 코에 댄 채 숨을 쉬고 문틈을 막아 가스 유입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송충현 기자}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재난 대응 매뉴얼에는 골든타임 활용대책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 학생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사고는 이런 초동조치를 소홀히 해서 생긴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7일 입수한 정부의 ‘재난 유형별 주관기관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소방방재청 등 사고주관부처들은 ‘신속 대처하라, 긴급조치를 하라, 피해 확산을 막아라’는 등의 구호성 대책들을 재난 직후 수분 내지 1시간 정도의 골든타임 동안 해야 할 일로 정해두고 있었다. 재난 관련 매뉴얼이라면 당연히 재난 유형별로 골든타임에 누가 구조작업을 총괄하고 군, 소방대, 경찰, 민간 자원봉사자 등이 임무를 어떻게 분담할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데도 이런 규정들이 없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재난 발생 시 당국이 우왕좌왕하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황금시간대’를 놓쳐버리는 것은 매뉴얼이 모호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해상사고는 1, 2분에 불과한 항공기 사고나 5분 안팎인 대형 육상교통 사고와 달리 골든타임이 30분가량이나 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인명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취재팀이 우리나라 재난관리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정부부처 간 업무를 분담하고 민관(民官) 공조를 이끌어야 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재난에 대비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해 무조건 아끼기만 하려는 기업 풍토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피해자 가족을 돌보는 사회 안전망이 부실한 것도 문제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전 불감증에 걸린 국민의식도 개선해야 할 관행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5대 문제점을 하루 빨리 해결하고 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원칙을 무시한 채 안전보다 효율성만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과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재난사고 후진국’의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골든타임(golden time) ::대형사고 등 응급상황에서 생존 및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이 시간을 넘기면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구조자의 생존율도 급격히 떨어진다.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박재명 / 신광영 기자}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보실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 실장의 발언과 배치되는 정부 문서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25일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재난안전법)’의 법안심사 보고서 속 국가 재난대응 체계도에는 국가안보실이 대통령 바로 밑에 위치해 안행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주무부처 장관(선박 사고의 경우 해수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하도록 돼 있다. 또한 해수부가 작년 6월 만든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해양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에 대한 정보·상황종합 및 관리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장수 실장의 주장과 달리 국가안보실은 주무 부처의 보고를 받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돼 있다. 김 실장 자신이 국가안보실은 재난 발생 때의 컨트롤타워라고 발언한 적도 있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해 4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국가안보실은 안보, 재난, 국가 핵심기반시설 분야의 위기 징후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했다”며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언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기사 발굴에 나서라는 내용을 재난사고 매뉴얼에 명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수부의 해양사고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은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을 개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고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다른 기사를 발굴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수부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매뉴얼에서 부랴부랴 이 내용을 삭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의 매뉴얼을 그대로 참고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며 “매뉴얼에 그런 내용을 포함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수산부 마피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수부 출신 전현직 관료들이 정부 부처-유관기관-민간기업 등에 포진해 이해관계를 같이하며 선박의 안전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해수부는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부처인 데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독립 부처가 됐다가 다른 부처에 흡수되기를 거듭했다. 이런 과정에서 “믿을 건 선후배밖에 없다”는 동류의식이 커졌다는 분석이 있다. 특정 학교에 편중된 학연에다 ‘해양’과 ‘수산’이라는 전문 분야를 다룬다는 점도 해수부 마피아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 ○ 떨어졌다 합치기를 60년, “사람에 충성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해수부는 퇴직 관료를 ‘각별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해양 분야에서 근무했던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다른 부처는 1급(실장급) 퇴직자도 산하기관에서 자리를 얻기가 어려운데 해수부와 관련된 항만 등의 분야는 과장급 퇴직자도 어떻게든 재취업이 된다”며 “이는 현직 후배들이 적극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해수부의 극진한 ‘전관예우’는 잦은 조직개편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해수부는 1955년 해무청으로 출범했다가 1960년대에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으로 분리됐다.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해양수산부가 신설됐다.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이 합쳐져 처음으로 독립된 부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다시 간판을 내리고 해양 관련 업무는 국토부에, 수산 업무는 농식품부에 흡수됐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해양수산부로 다시 독립하기까지 60년 동안 분리와 통합이 반복됐다. 현직 해수부 고위 관료는 “사람도 예산도 얼마 안 되는 조직을 정치권은 여기저기 붙였다 떼기만 반복했다”며 “조직보다 선후배를 챙기는 문화는 그에 대한 해수부 직원들의 ‘대응’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소관 규제가 많은 점도 ‘선배 챙기기’가 활성화된 원인이다. 해수부가 가진 규제는 1491건으로 국토부(2443건)에 이어 정부 내 2위. 그만큼 산하기관에 퇴직자를 내려보낼 수단이 많다는 뜻이다. 해수부의 정원 3840명 중 3326명(86.6%)이 지방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함께 고생한다’는 동료애가 더욱 끈끈하다. 해양 업무를 담당하던 국토해양부는 2011년 한국선급 감사 때 선박안전 등 9건의 문제를 발견하고도 시정과 주의 등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쳤다. 한국선급에 근무하는 해수부 퇴직 관료들을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역대 장관 16명 중 신상우 초대 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 등 6명이 정치인이었을 정도로 전문성이 부족한 수장이 많아 관료들의 전횡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특정 학맥 끼리끼리 ▼수산실 간부 절반이 부산수산대… 철도대 위주 ‘철도 마피아’와 비슷기술직 장벽… 인사교류도 적어○ 실(室) 간부 절반이 단일 대학 출신 특정 대학에 편중된 학연도 해수부의 동류의식과 폐쇄성을 키웠다. 전국에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2곳뿐인 해양대 출신들은 이번 사고와 직접 연관된 해양안전실국에 실무진으로 대거 포진했다. 수산 부문 역시 해수부의 ‘학연 복마전’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해수부 수산실은 강준석 수산정책실장과 정영훈 국립수산과학원장 등 간부 14명 중 7명이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졸업자다. 이들 모두 기술고시를 거쳐 중앙부처의 단일 실에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대학 출신들이 같은 실국에 절반 이상 모인 곳은 중앙부처 중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부산수산대 출신 한 해수부 간부는 “기술고시 수산직에 응시할 수 있는 인원 자체가 부산수산대밖에 없었다”며 “구조적으로 출신대학을 다양화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노사 모두 철도고와 철도대 졸업자로 채워져 ‘철도 마피아’라는 비판을 받은 철도공사와 유사한 구조다. 그나마 실국 간 교류도 거의 없다. 특히 해사안전 관련 실국은 기술장벽이 높아 인력 교류가 쉽지 않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사안전 관련 법안 내용은 일반인의 눈에 ‘암호’로 보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며 “결국 해양이나 해운, 수산 등 각 실국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해수부 마피아 논란에서 보듯 정부로부터 규제나 감독 기능을 위임받은 조직에 퇴직 관료가 재취업하면 위임받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로 ‘좋은 게 좋은 것’ 식의 부작용을 없애려면 정부가 감독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 관료들은 ‘해수부 마피아’ 논란에 대해 “우리가 무슨 마피아냐”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보다도 규모가 작은 우리 부를 마피아라고 하면 다른 부처들이 웃을 것”이라고 반박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송충현 기자}

세월호의 노후화가 이번 침몰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해수부 전현직 관료들을 일컫는 ‘해수부 마피아’가 여객선 선령(船齡)제한 완화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직 해수부 관료들이 재취업하는 해수부 외곽기관 중 하나인 한국해운조합은 2006년부터 자체 연구용역 등을 통해 25년으로 묶여 있던 국내 여객선 선령제한을 35년까지 늘려 달라고 수차례 정부에 요구했다. 국내 여객선의 선령은 1997년 이후 기본 20년에 안전 점검 후 5년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25년으로 제한돼 있었다. 해운조합이 이 선령제한 완화를 요구하자 해수부는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여객선 사용 연한을 30년으로 늘렸다. 해운조합은 당시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에 연구용역까지 맡기며 여객선 사용연한 연장을 주도했다. 해운조합은 ‘여객선 선령제한의 적정성 판단 및 개선방안 연구’를 공개하며 “조선 기술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선박에 사용되는 강재의 질도 발달했다”며 “연안여객선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령제한을 35년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법이 개정된 2009년 당시 정유섭 해운조합 이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국회 통과가 무산된 여객선 선령제한 제도 개선을 올해는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낸 해수부 관료 출신이다. 해운회사들이 출자한 해운조합은 해운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1962년 출범 이후 이사장 12명 중 10명을 해수부 퇴직 관료로 임명해 한국선급과 함께 ‘해수부 마피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기구로 꼽힌다. 일본에서 18년을 운행한 뒤 국내에 도입된 세월호는 2009년 선령제한 연장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선령 제한이 완화되며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2012년 도입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선령이 연장되지 않았다면 세월호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09년 선령제한이 완화된 이후 국내 연안을 오가는 20년 이상 노후 연안 여객선은 2013년 67척(전체 선박의 30.9%)으로 10년 전인 2003년의 6척(3.8%)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 한편 해수부 퇴직관료들은 해수부 외곽 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에까지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정받는 항로에 따라 업체의 ‘생사’가 갈리는 여객 카페리 업계에 해수부 퇴직 관료의 재취업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을 오가는 한중 카페리 업체의 경우 위동해운과 대인훼리, 한중훼리, 영성대룡해운 등 상당수 업체의 대표가 해수부 관료 출신이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 기자}
해양수산부가 소관 법률의 오류를 1년 넘게 방치해 세월호 사고에 연루된 운항관리자의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22일 해수부와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안전운항을 위한 점검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해운법 ‘22조 4항’에는 운항관리자가 화물적재 한도나 구명뗏목 등 구명기구, 소화기구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무가 규정돼 있다. 현재 검경은 운항관리자가 세월호의 과적 위반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이 조항을 위반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문제는 법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도 초보적인 법조항의 오류로 이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처벌 규정인 해운법 57조가 ‘22조 4항’이 아니라 ‘22조 3항’을 위반했을 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조 3항은 “운항관리자의 자격요건, 임명방법과 절차를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으로 운항관리자의 의무조항과 거리가 먼 내용이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2012년 해운법 개정 당시 22조 1항에 새로운 내용을 넣으면서 원래 3항이던 운항관리자의 의무 규정이 4항으로 바뀌었는데도 이를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2항이던 엉뚱한 조항에 처벌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벌칙 조항까지 수정해야 했으나 법령 정비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지난해 11월 말 이를 바로잡는 의원입법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국내 선박운항에 대한 안전관리의 책임과 권한이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에 나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정부 안에서도 선박운항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해양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여객선 및 유도선의 안전관리는 해경, 화물선은 해수부, 어선은 지자체 등으로 선박의 안전관리 책임을 여러 정부기관이 나눠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여러 갈래로 나뉜 해양 재난안전 체계 때문에 세월호 사고의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사고 직후 해수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세웠지만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 등 안전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해수부 수습본부는 선박 안전관리규정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선박 안전은 해경이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 우리는 모른다”라는 답변을 내놓기 일쑤였다. 사고 1시간 만에 수습본부를 가동했지만 정작 아무런 정보도 없이 꾸려진 졸속 본부였던 셈이다. 해운법에 따르면 국내 여객선의 안전은 해경의 책임이다. 국내 연안을 오가는 여객 선박의 운항관리규정 심사와 운항관리자 감독 등의 업무는 해경이 전담하고 있다. 이상진 해수부 해운정책과장은 “1993년 서해훼리호 사건을 계기로 해운항만청에서 해경으로 전담 부처가 바뀌었다”면서 “당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과적이었는데 일반직 공무원들이 선사의 과적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1997년에 수사권이 있는 해경에 업무가 이관됐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화물선에 대한 안전 점검은 해수부가 총괄하고 있고, 어선의 경우에는 각 지자체가 해수부 규정을 위임받아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선박의 종류에 따라 안전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총괄적인 해양안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선박이라는 교통수단을 ‘안전’ 측면에서 종합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 종류’에 따라 규정하는 것 자체가 관료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교수(해양경찰학)는 “본질적으로 똑같은 안전관리인데도 배의 종류에 따라 관리 주체를 달리한 것이 문제”라며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발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입체적인 해양교통 안전관리체계의 수립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양교통 안전 전반을 관리하는 공단을 신설하는 등 국내 해양사고 안전관리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올해 해양안전 예산을 최근 3년 새 가장 적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해양안전 관련 예산은 5402억 원으로 2012년의 5653억 원, 지난해 5712억 원보다 250억 원 이상 적었다. 특히 노후 선박의 안전성 강화 등에 들어가는 ‘선박 안전성 예산’이 올해에는 499억85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43억 원 줄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 관료들이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등 해양 안전 및 운항을 담당하는 민간기관에 진출하면서 형성된 전현직 해양 공무원들의 커넥션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정부에서 선박 검사를 위임받은 한국선급은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많이 가는 대표적인 기관. 1960년 출범한 민간 사단법인이지만 11명의 회장 중 현직 전영기 회장 등 3명을 제외한 8명이 해수부나 그 전신인 해무청, 항만청 출신이다. 올해 2월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구명뗏목 46개 중 44개가 안전하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펴진 구명뗏목은 1개뿐이었다. 한국선급은 해수부가 2008년에 청해진해운의 시설물 점검 업체를 ‘우수사업장’으로 지정하자 서류점검만 실시해 왔다. 한국선급이 안전감독을 한 세월호의 선미(船尾) 증축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해수부는 17일 브리핑을 자청해 “세월호 선미 증축은 국내법과 국제협약상 적합한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미 증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증축검사에 책임이 있는 한국선급을 해수부가 나서서 변호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선박 운항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해운조합 역시 해수부 관료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자리다. 이곳 역시 현직 주성호 이사장(전 국토교통부 2차관) 등 1962년 이후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이다.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이번에 세월호 이준석 선장(69)이 출항 전 화물 적재량, 선원 및 승객 수 등을 허위로 적어 제출했지만 현장점검 없이 출항을 허가했다. 해수부는 한국선급에 선박검사, 해운조합에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를 위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해운사가 낸 출자금으로 만들어진 조합이다. 한 민간 해양재난 전문가는 “해수부 평직원들도 퇴직 후 이들 단체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해수부 마피아’가 해양 분야의 민간 위임업무를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선박 검사와 안전점검 등을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안전 분야에서만큼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의 임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교수(해양경찰학)는 “사고 상황뿐 아니라 평시에도 안전과 관련된 영역만큼은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관료 대신 안전 문제에 대한 기술과 식견이 있는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문병기 기자}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우리 정부가 사고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3차례 바꾸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데 반해 해외에서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재난사고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났을 때 사고 현장인 세계무역센터를 관할하는 지역 소방서가 구조현장을 지휘했다. 연방수사국이나 뉴욕 시 등 상급 단체들도 상황판단만큼은 일개 소방서에 맡겼다. 사고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현장 지휘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 한 안전단체 협회장은 “재난 대처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중앙 공무원들이 사고 대처에 나선 것이 세월호 사건이 대형 참사로 번진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차라리 ‘현장’에 맡겨라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재난의 경우 현장의 상황판단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원철 연세대 교수(토목환경공학과)는 “사고 직후 수습에 나선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행정가’는 있지만 ‘위기관리 전문가’가 없다”며 “실제로 현장을 아는 사람이 지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처음부터 혼란이 시작됐다. 500명 가까운 승객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구조 체계는 허술했다. 해경과 해군, 어선까지 대거 투입됐지만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인명 구조에 나섰다. 해경 등은 승무원들이 전원 탈출한 배 옆에서 2시간 동안 학생들을 구조하지 못했다. 또 사고 직후 해양수산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됐다가 다시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고 이 과정에서 구조자 명단이 뒤바뀌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정부는 17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 설치 계획을 밝혔다가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사고 사흘째까지 ‘수습 주체’가 계속 바뀐 것이다. 초기 대응체계가 부실하다보니 사고 직후 구조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실수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형 사고의 경우 서울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상황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지역 현장이 초동조치를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방 해양대 교수는 “현장 지휘관에게 지휘가 아닌 ‘보고’만 하라고 지시하다 보니 계속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현장 지휘관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상급기관은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지원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항공과 철도 사고조사에 특화된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처럼 해양사고의 원인조사와 안전관리 대책을 평상시에 마련할 수 있는 별도의 해양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공균 전 한국선급회장은 “평시에 해수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해상재난위원회 같은 기관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사고 매뉴얼’ 바꿔라 이번 사고처럼 긴급하게 배에서 탈출해야 하는 ‘퇴선’ 상황에서 세월호 승무원들은 승객 대피를 위해 구명정이나 구명뗏목, 사다리 등을 내려야 한다. 세월호에서는 선장이 선내를 총지휘하고 다음 직책인 1등 항해사가 대피 현장을 지휘한다. 또 선내에서 키를 잡는 조타수와 기관사는 구명뗏목, 선내 관리직인 조기장 휘하 기관 조수들은 사다리를 바다로 투하해야 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당시 가장 먼저 선박에서 대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장 이준석 씨(69) 외에도 구명뗏목이나 사다리 투하 임무를 맡은 핵심 승무원 대부분이 비상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국내 선원법에 따르면 세월호(6825t)와 같은 500t 이상 대형 선박은 열흘에 한 번 해경 입회하에 재난 훈련을 실시해야 하지만 실제 훈련 여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정창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사고 상황을 보면 세월호 승무원들은 비상 훈련을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처가 미숙했다”며 “비상 훈련 기준과 강도를 국제 기준에 맞게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이성호 기자}

해양수산부가 17일 공개한 세월호의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선박자동식별장치)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15일 오후 9시 인천항을 출발해 정상 항로를 따라 동남쪽으로 향하던 중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항로를 갑자기 남서쪽으로 틀었다. 평소처럼 완만한 곡선형으로 선회를 한 것이 아니라 각도가 급한 삼각형 형태로 우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박의 급선회는 매우 이례적이며 선박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배는 삼각형 모양의 급박한 항로 변경을 하지 않는다”며 “세월호에 문제가 생긴 시점이 이 같은 급작스러운 우회 시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도 “이번 사고의 원인은 선체 복원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급격히 방향을 튼 ‘변침(變針·배가 진로를 바꾸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급선회를 한 뒤 세월호는 100m가량 남서쪽으로 더 이동한 뒤 오전 8시 52분부터 1시간 정도 북쪽으로 표류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는 사고 초기 “선박이 지그재그로 운항했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처럼 좌우 방향 전환을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② 속도 높이려 부력조절 탱크 물뺐나선체 한바퀴 돌며 균형 잃어… 항해시간 단축하기 위해 배 가볍게 만들었을 가능성조선해양공학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균형을 잃은 이유로 항해시간을 무리하게 단축시키기 위해 세월호의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에 저장된 물을 배출했다가 배가 가벼워져 안정성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밸러스트 탱크란 배의 부력을 조절하기 위한 평형수(수평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물) 탱크를 말한다. 탱크에 평형수를 채우면 배가 무거워지고 부력이 줄어들어 바다에 깊이 잠긴다. 안정적인 대신 속도가 느려진다. 반대로 탱크에서 평형수를 배출하면 배가 가벼워지고 부력이 커져 바다에 얕게 잠겨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이같이 탱크 내 물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선장은 배의 속도, 안정성, 연료효율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과정과 침몰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 탱크 안에 물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상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보통 선박이 침몰하면 똑바로 떠 있는 상태에서 후미부터 침몰한다”고 설명했다. 선박 뒷부분에는 보일러실과 기관실 등이 있어 무게가 무거운 장치와 기기가 많기 때문이다. 사고 당일 세월호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운항했다는 사실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항적을 분석한 결과 사고가 일어난 16일 세월호의 평균 속도는 20노트. 닷새 전인 11일의 평균 속도 17노트보다 3노트가 더 빨랐다. 사고 직후 이준석 선장(69)이 안개 때문에 출항이 지연되자 무리하게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 항속을 높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사실로 드러났다. 세월호가 물살이 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를 통과하다 차량, 컨테이너 등 선적한 화물을 제대로 묶지 않아 중심을 잃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당시 선박이 ‘꽝’ 소리를 냈다는 생존자 증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꽝’ 소리는 화물이 중심을 잃고 선체와 충돌하면서 날 수 있다. 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방향을 급히 바꾸다 심하게 기울어졌고 선적된 컨테이너와 승용차가 쏟아지며 무게중심을 더 흔들어버렸다는 분석이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도착하기 전 군산 앞바다를 지날 때도 배 안에서 ‘꽝’ 소리를 들었다는 생존자의 진술도 나왔다. 여러 명의 생존자가 “소리가 나고 바로 뒤에 배가 조금 기울었다”고 말했다. 군산 인근 해역에는 진도 해역처럼 급류가 센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미 1차로 화물 하중이 한 곳으로 쏠린 상태에서 2차로 진도 앞바다에서 무게중심이 더욱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복원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컨테이너나 자동차 같은 화물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다면 (급격한 방향 전환 중) 배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력을 잃을 만큼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③ 일본배 2차례 시설확장… 828t 늘어객실 정원 117명 늘어나 배 중심 높아져 균형력 저하… 해수부 “법 기준 따라 개조”세월호가 건조 후 두 차례 시설을 개조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여객선의 무게중심을 높여 선박 침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에서 건조됐을 때 용적(화물을 실을 수 있는 부피)을 나타내는 총톤수가 5997t이었으나 한 달 뒤 589t 늘어난 6586t으로 개조됐던 것으로 일본 국토교통성이 확인했다. 세월호는 이후 일본 가고시마와 오키나와를 18년간 운항한 뒤 2012년 10월 한국 청해진해운에 매각됐다. 청해진해운은 배를 도입한 직후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남 목포에서 객실 증설 공사를 진행해 총톤수를 6825t으로 늘렸다. 건조 직후에 비해 828t이나 총톤수가 늘어난 것이다. 객실 정원도 일본에서 운항 때의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었다. 하세가와 가즈히코(長谷川和彦) 오사카대 교수(선박해양공학)는 “선박 개조로 배의 중심이 높아져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 전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개조할 때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했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세월호는 2012년 10월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입돼 한국선급 주관하에 후미에 선실을 늘리는 개조 작업을 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황의선 해수부 해사산업기술과장은 “선박안전법 기준에 따른 복원성 시험을 모두 거쳐 문제가 없는 개조였다”고 말했다.이은택 nabi@donga.com·박재명 기자도쿄=배극인 특파원}

16일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인양 작업에 해상크레인 3대가 투입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경찰청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8시경 최대 3600t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해상크레인 ‘옥포3600호’를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사고 현장으로 출항시켰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당초 17일 오전 8시 크레인을 출항시킬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급박한 만큼 신속하게 대처하라는 최고경영자(CEO) 지시에 따라 출항 시간을 12시간 앞당겼다”며 “이르면 18일 오전 8시경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16일 오후 8시 거제조선소에서 인양 능력 3600t급 해상크레인 ‘삼성2호’를 현장으로 출발시켰다. 크레인 관리 인력 33명도 함께 파견했다. 해양수산부도 해양환경관리공단 소속 크레인 1대를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이 크레인은 인양 능력 2000t급 규모로 이날 오후 부산항을 출발했다. 해수부 측은 “사고 해역에 18일 오후 11시경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상크레인이 현장에 도착하면 인양 작업은 해경 총괄 지휘 아래 민간 구조 전문업체가 맡는다. 하지만 세월호의 무게가 6825t으로 2010년 폭침됐다 인양된 천안함(611t)의 10배에 달해 인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를 물 위로 올릴 때는 배의 무게에 물의 무게가 더해지기 때문에 가장 힘든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배가 커 천안함처럼 인양 후 바지선에 올려 옮길 수 없고 예인선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강홍구 windup@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