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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에서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비밀리에 영업을 이어간 이른바 ‘홀덤펍’이 경찰에 적발됐다. 홀덤펍은 카드 게임 등을 하면서 술도 마실 수 있는 업소들을 일컫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9일 오후 11시경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한 지하 홀덤펍 매장에서 ‘바카라’라는 카드 게임을 하던 운영자 및 이용객 20여 명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업소에서 한 테이블에 4∼6명씩 앉아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현장을 포착했다. 이들의 테이블에는 술병이 놓여 있었고, 일부는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측은 “오후 9시 이후 영업 금지와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모두 어긴 것으로 파악하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감염병예방법 위반 외에 다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적발된 이들은 “돈을 걸지는 않았고, 단순히 게임만 즐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현재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상태”라며 “향후 조사를 통해 입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전남혁 forward20@donga.com·박종민 기자}

“피부가 그게 뭐냐? 천연두에 걸린 환자 같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사장의 막말. A 씨는 그때마다 숨통이 조여 오는 듯했다. 사장은 “여자는 결혼하면 회사 관둬야지” “이 동네에서 (남녀 통틀어) 네가 덩치가 제일 크다” 등의 말들을 스스럼없이 해댔다. 게다가 주말에도 전화로 업무를 지시하는가 하면, 가짜 영수증 작성 등 불법적인 일까지 시켰다. “너무 고통스러웠죠. 근데 알아봤더니, 어디 하소연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더 충격을 받았어요. 직원이 5명이 안 돼서 ‘직장 내 괴롭힘’ 적용도 안 된다고 들었어요. 괜스레 더 억울해지더라고요.” 누군가에겐 너무 극단적인 사례로 비칠 수도 있다. 요즘 회사에서 상사라고 함부로 굴었다간 처벌받는다는 걸 웬만하면 다 안다. 2019년 7월부터 시행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은 현재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적용 범위다. 직원이 5명 미만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단 소리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7월 이 점을 지적했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에 “해당 법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가해자 처벌 조항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은 물론이고 가해자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규정도 도입하라는 내용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심각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300인 이상 사업장(29.7%)보다 5인 미만 사업장(57.1%)에서 2배 가까이 많았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B 씨는 “사장 부부의 ‘갑질’이 너무 심해 항변했더니, 자신들은 떳떳하다는 듯 ‘할 수 있으면 해봐라’는 식으로 나와 더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행히 고용노동부도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일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5명 미만 사업장 적용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으며, 나머지 권고 사항은 현실적 제약이 있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 달리 적용될 것이 아닌 근로자의 기본적 인권을 위한 대원칙”이라며 “행정적 소요만 극복할 수 있다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포함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가야 할 방향은 바뀔 게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디서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개정안이 15개 계류돼 있다. 법이 국민을 지켜주지 않으면, 국민도 법을 신뢰하지 못 한다. “영세업체에 다니는 직원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냐”는 한 근로자의 항변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박종민 사회부 기자 blick@donga.com}

“PC방 업계는 더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만의 고통을 강제하는 방역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 수도권에 있는 PC방 약 500곳이 18일부터 정부의 방역 조치에 불복해 오후 9시 이후에도 영업하는 ‘오픈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이날 “전 재산을 투자해 생업을 이어가는 PC방 사업주들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일단 수도권의 조합 소속 PC방 약 500곳에 18일부터 야간 영업 재개를 요청했고, 다른 PC방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18일 0시부터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합금지 및 운영제한 조치를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합금지 대상인 유흥업소나 그다지 형편이 나아지지 않은 PC방과 노래방 등은 집단 반발하고 있다. 다만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해진 카페와 영업을 재개한 피트니스센터 등은 오랜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의 한 코인노래방은 방 31개 가운데 1개에만 고객이 있었다. 사장 A 씨는 “일단 문은 열었지만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면 손님의 80% 이상을 못 받는 셈”이라며 “단식 투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한숨지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에 소속된 47개 업소는 18일 “과학적 근거 없이 고위험시설로 지정해 부당한 집합금지를 당했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손실보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전국 유흥업소 업주들도 방역지침 연장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국유흥업중앙회 관계자는 “전국 회원들에게 18일부터 가게 문은 닫은 채 간판 불을 밝히는 점등 시위에 동참해 달라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중앙회 광주시지부 소속 일부 유흥업소는 방역당국에 항의하기 위해 18일 오후 6시부터 영업을 강행했다. 반면 두 달여 만에 매장 손님을 받은 카페는 활기가 돌았다. 1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카페 출입문에 ‘거리 두기 제한 완화로 매장 이용 가능’이라는 팻말이 걸렸다. 사장 이후곤 씨(39)와 직원들은 커피를 내리느라 분주했지만 표정은 무척 밝았다. 이 씨는 “지난주보다 손님이 2배는 늘었다”면서 “한 손님이 ‘사장님 좋으시겠다’며 덕담해줬다”며 웃어 보였다.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직원이 붐비는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정부 권고에 따라 “1시간 넘게 계시진 않았느냐”고 확인하는 광경도 보였다. 한숨을 돌린 몇몇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본사에 대해 담아뒀던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업주인 신모 씨(46)는 “업주들이 힘겨워하는 동안 본사가 도와준 건 하나도 없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원재료 값을 조금만 낮춰줬어도 그리 서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여 만에 문을 연 피트니스센터 등도 오전부터 활기를 띠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마스크를 쓴 채 땀을 흘리던 유모 씨(45)는 “드디어 답답한 집을 탈출해 운동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다만 해당 헬스장 직원은 “면적당 인원 제한 탓에 퇴근 시간대에 주로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계속 회원권을 정지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박종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아동 학대 방지 해법으로 ‘입양 취소’ ‘입양 아동 교체’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입양제도의 관리와 지원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과 입양단체 등은 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양천구 아동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책을 설명하던 중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칫 아동을 돌려보내는 파양(罷養)이 입양 가정에서의 아동 학대 방지 대책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회견 뒤 3시간 만에 해명에 나섰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씀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입양 전에 양부모의 동의로 사전위탁보호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바로 입양을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 전 5, 6개월간 사전 위탁을 통해 아이와 예비 부모의 친밀감, 양육 및 새로운 가족관계 형성 준비 정도를 수시로 지원하고 점검하는 것”이라며 “양부모의 동의 아래 관례적으로만 활용했는데 이제 입양 특례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이를 파양시키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계속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반려동물에게조차 그렇게 하면 천벌을 받는다”며 “현행 법률에서도 파양은 법원 결정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돼 있다. 문 대통령, 인권변호사였던 것이 맞나”라고 비판했다. 입양 아동을 키우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도 “문제는 아동 학대지 입양이 아니다. 부디 따뜻한 가슴으로 진심으로 사건을 보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입양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없는 발언”이라며 “친자식을 낳았는데 성격이 부모와 맞지 않는다고 바꾸지 않듯 (입양 가정도)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입양은 아동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지 입양 부모의 의사로 취소하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한 인간의, 한 아동의 삶이 교환될 거라고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말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아동정책과 아동인권을 논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전주영·박종민 기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씨에 갓 태어난 아기를 창밖으로 버려 숨지게 만든 산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부경찰서는 “영아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후반 여성 A 씨를 16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6일 오전 자신이 사는 빌라 화장실에서 홀로 출산한 뒤 창밖으로 아기를 버렸다. 이날 오후 1시경 인근을 지나던 주민이 빌라 건물 사이에서 아기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아이의 몸에는 탯줄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이날 고양시는 최저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날씨였으나 아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주민 탐문 등을 통해 현장 주변에서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A 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거주지를 떠나 도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A 씨는 병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출생신고도 안 한 아홉 살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40대 여성이 구속 수감됐다. 인천지법 윤소희 영장당직판사는 17일 오후 B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8일경 미추홀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딸의 아버지는 15일 오후 10시 반경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죄책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박종민 blick@donga.com / 인천=박희제 기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씨에 갓 태어난 아기를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만든 산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부경찰서는 “영아살해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후반 여성 A 씨를 16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6일 오전 자신이 사는 빌라 화장실에서 홀로 출산한 뒤 창밖으로 아기를 던졌다. 이날 오후 1시경 인근을 지나던 주민이 빌라 건물 사이에서 아기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아이의 몸에는 탯줄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이날 고양시는 최저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날씨였으나 아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주민 탐문 등을 통해 현장 주변에서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A 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거주지를 떠나 도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A 씨는 병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출생 신고도 안한 아홉 살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40대 여성이 구속 수감됐다. 인천지법 윤소희 영장당직판사는 17일 오후 A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8일경 미추홀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딸을 숨지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약 일주일 뒤인 15일 오후에 119에 전화해 “아이가 숨졌다”고 신고했다. 이후 집안에서 옷가지와 이불 등을 쌓아놓고 불을 피웠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체의 상태를 봤을 때 숨진 지 최소 수일이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가 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3일 정인이 양모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아동학대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해 달라”는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정인이를) 넘어뜨린 뒤 발로 밟는 등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으로 볼 수 있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발로 밟으면 숨질 수 있다는 것 예견 가능” 검찰이 양모의 주된 혐의를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변경한 데에는 “정인이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폭행이 지속적으로 가해졌다”는 법의학자들의 부검 재감정 소견이 주요 근거가 됐다. 재감정에 참여했던 법의학자들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양실조로 제대로 활동을 못하던 생후 16개월 아이를 발로 밟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검 결과 정인이는 복부에 가해진 강한 둔력(鈍力)에 의해 췌장이 절단돼 복강 내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정인이의 출혈량은 약 600mL였다. 정인이의 나이와 몸무게(약 9.5kg)를 고려할 때 전체 혈액의 90%에 달하는 양이다. 법의학자 A 교수는 “척추에 닿아있던 췌장이 복부에서 등 쪽으로 가해진 힘에 의해 잘린 것으로 보인다”며 “누운 자세와 같이 등이 고정된 상태에서 배에 심대한 외력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는 “발끝처럼 뾰족한 부분으로 때렸다면 피부에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 뭉툭한 것으로 넓은 부위에 힘을 가해 췌장이 끊어진 것이라면 발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모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가슴 수술을 받아 손으로 강한 물리력을 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법의학자들의 분석이다. 정인이 시신 재감정 결과 강한 폭행이 지속적으로 가해진 흔적도 발견됐다. 이 교수는 “약 6개월에 걸쳐 서로 다른 시기에 발생한 갈비뼈 골절이 7군데 보였다. 이 정도면 입양 한 달 뒤인 3월경부터 갈비뼈가 온전했던 기간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A 교수도 “췌장을 비롯한 주변 장기에 섬유화가 진행된 흔적이 보였다. 최소 사망 2, 3주 전부터 췌장에 손상을 입힐 정도의 힘이 여러 번 가해졌던 증거”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양모 측 변호인은 “(정인이)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로 인한 통증으로 피해자를 떨어뜨린 사실은 있지만 고의로 숨지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양모가 피해자가 하늘을 보는 상태로 떨어져 등을 의자에 부딪쳤다고 진술했다고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허리가 복부 장기 손상을 막아준다. 등으로 떨어져서는 췌장 손상이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檢 “기소 당시 살인죄 적용 안 한 점 송구” 법원이 양모에 대해 살해 의도가 있었다거나, 정인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폭행을 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살인죄가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선고 형량이 크게 높아진다.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의 법정형은 각각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기준은 살인죄(10∼16년형)가 아동학대치사(4∼7년형)보다 2배 이상 높다. 다만 양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사망 경위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양모를 재판에 넘기면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이후 양부모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기소 당시와 첫 공판 사이에 사실관계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충분히 검토해 살인죄로 기소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소 당시 살해 의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양모에 대해 프로파일링 수사를 진행하다 결과를 받지 못한 채 구속 기간 마지막 날 기소했는데 이후 유의미한 내용이 확인돼 법의학자 재감정 등 보완 수사를 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 기자}

“피고인은 두 살 여아의 췌장이 손상을 입을 정도로 폭행을 저질렀다. 췌장 손상은 고의적인 폭행 여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2017년 3월 17일 미국 네바다주 카슨시티에서 32개월 된 여아 클로이 허낸데즈가 목숨을 잃었다. 사건 직후 클로이를 돌보던 남성 보호자 에릭 불(30)은 “아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카슨시티 지방법원은 그를 살인 및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으며, 결국 불은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클로이 사건은 13일 첫 공판이 열리는 정인이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의사 표현이 힘든 아이의 사망이란 점 외에도 사망 원인이나 정황, 보호자 해명 등이 흡사하다. 클로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숨진 정인이와 사인(死因)이 똑같다. 모두 둔력(鈍力)에 의한 복부 손상이다. 외력이 미치는 마지막 장기인 췌장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도 닮았다. 클로이는 췌장 바깥이 1cm가량 찢어졌고,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됐다. 클로이 사건은 부검의 캐서린 캘러핸의 감정보고서가 불을 살인죄로 기소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캘러핸은 보고서에서 “피해자는 둔력에 의한 외상으로 사망했으며,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살인으로 봐야 한다”고 적었다. 법정에서도 “췌장은 물론이고 심장과 간에도 손상이 있었다. 이는 단순 사고로 생길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고 증언했다. 불의 초기 증언을 캘러핸은 강하게 반박했다. “아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거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다쳤다는 등의 설명은 아동학대를 숨기기 위해 흔히 하는 변명이다. 심폐소생술로 췌장이 다치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으며, 낙상(落傷)은 심폐소생술보다 더 가능성이 낮다.” 불의 주장은 정인이 양모의 진술과도 거의 일치한다. 양모는 “아이를 떨어뜨려 의자에 부딪혔다” “택시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다 내장 손상이 생긴 것 같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췌장이 절단된 정인이보다 상처가 덜했던 클로이의 췌장 1cm 상처에도 캘러핸은 고의성이 짙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결국 불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클로이를 때렸다”고 인정했다. 2018년 1심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정인이 양모를 살인 혐의 대신 아동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피해자에 대한 살인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법의학 전문가들의 재감정 보고서를 바탕으로 살인죄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리는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의 방청권 추첨에는 813명이 응모해 51명이 당첨됐다. 약 16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대전의 한 유치원 교사인 박모 씨(25·여)는 “지방에 있지만 이 재판은 꼭 참석해서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에는 ‘양부모를 엄벌해 달라’는 민원과 진정서들이 밀려들고 있다. 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 기자}

검찰로부터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부검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가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법의학자는 “피해자 복부에 수일 전 고의적 가격이 있었고, 재차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가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살인 의도 있었거나 최소 사망 가능성 인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검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 A 교수는 ‘재감정 보고서’를 10일 서울남부지검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30년 넘게 부검 현장에서 활동한 A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췌장이 절단될 만한 힘을 가했다면 양부모가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A 교수를 포함해 법의학 전문가 3명에게 부검 재감정 결과를 제출받았고, 나머지 2명도 A 교수와 비슷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은 정인이 사인(死因)과 관련한 의문점을 10가지로 정리한 뒤 재감정을 의뢰했는데, 이 가운데 8가지가 직접 사인으로 추정되는 췌장 절단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떤 힘이 작용해야 췌장이 절단될 수 있는지’, ‘16개월 아기의 췌장의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165cm의 성인이 눈높이에서 던지지 않고 떨어뜨렸을 때 의자에 부딪히는 정도로 췌장 절단이 가능한지’ 등이다. A 교수는 재감정 보고서에 정인이의 췌장이 절단된 상황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동아일보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지만 수많은 부검 경험과 문헌을 토대로 다양한 가능성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A 교수는 정확한 감정을 위해 직접 소아과 전문의들에게 자문했다. 앞서 검찰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정인이 사건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의사회는 검찰에 “췌장은 장간막, 대장, 소장이 먼저 손상된 뒤 마지막에 외력이 미치기 때문에 췌장까지 절단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사고가 아닌 고의에 의한 둔력(鈍力)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포함시켰다. ‘축구 경기 중 배를 발로 차인 경우’, ‘황소 머리에 배를 받힌 경우’ 등의 췌장 손상 등과 관련한 해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의사회가 의견서를 작성하며 참조한 8개 해외문헌 가운데 미국법의병리학회에서 작성한 논문은 32개월 된 여아가 아동학대로 인한 췌장 절단으로 사망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해당 논문은 “췌장 절단은 학대에 의한 부상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실수로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생기기는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 논문에는 “낙상(落傷)은 보호자가 복부 손상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숨기기 위해 가장 많이 드는 변명”이라는 내용도 있다. 정인이 양부모 측은 췌장 절단에 대해 “아이를 흔들다 떨어뜨려 의자에 부딪혔다”, “병원으로 이동 중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다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文 대통령 “기초 수사 부실” 경찰 비판검찰은 재감정 보고서를 바탕으로 13일 열리는 첫 공판 전까지 양부모를 살인죄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양부모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살인죄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검찰은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양부모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갖고 학대했는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올해 첫 주례회동에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3차례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양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조치가 미흡했고, (경찰의) 기초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고도예 기자}

“흑흑, 도와주세요. 엄마를 찾아야 돼요.”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갔다는 8일 오후 5시 40분경. 강북구에 있는 한 편의점 앞 길거리에서 오들오들 떨며 울먹이던 A 양(5)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내복만 입은 아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함정민 씨(30) 부부는 일단 외투를 벗어 덮어주고는 아이를 달랬다. 발견 당시 아이의 내복은 분비물로 더럽혀져 있었다고 한다. “일단 A 양이 자기 집이라고 말한 곳으로 함께 가봤어요. 근데 인기척도 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었어요. 아이가 손목에 팔찌를 차고 있기에 봤더니, 다행히 이름과 전화번호 등이 나와 있더군요. 하지만 연락을 해봐도 전화기가 꺼져 있었어요.” 아이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었던 함 씨 부부는 일단 편의점 내부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잠시 안정시킨 뒤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함 씨는 “먹을 걸 사주겠다고 했지만, A 양은 안 먹는다며 고개만 가로저었다. 시종일관 엄마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학대예방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를 대동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선 아이의 친모인 B 씨도 만났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는 A 양이 집에 보이지 않아 딸을 찾으러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B 씨는 오전에 딸을 집에 혼자 두고 일거리를 찾아 나갔다. 홀로 아이를 키워온 그는 최근 직장을 얻기 위해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고 한다. A 양은 9시간 가까이 집에 혼자 있었으며, 엄마를 찾으려 집을 나섰다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몰라 주변을 떠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지금까지 A 양과 관련돼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적은 없다. 아이의 신체에서 학대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B 씨의 집을 방문한 경찰은 “집이 매우 지저분해 아동방임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일단 분리 조치를 위해 A 양을 친척 집에 맡겨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A 양이 엄마를 찾아 바깥에서 배회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목격담도 나왔다. 편의점 주인 C 씨(39)는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오후 6시 반경 A 양이 울면서 가게로 엄마를 찾으러 온 적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임 역시 현행법상 엄연히 학대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며 “인근 주민들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마약 투약을 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33)가 집행유예 기간에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7일 다시 구속 수감됐다. 2019년 4월 이후 두 번째다. 황 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서부지법 권경선 영장전담판사는 7일 오후 5시 40분경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황 씨가 A 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해 현장에서 주사기 여러 개를 확보했으며, 이 중에는 황 씨의 DNA가 검출된 주사기도 있었다. 이에 앞서 황 씨는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한 혐의 등으로 2019년 4월 구속 기소됐다. 황 씨는 이후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으며, 같은 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남양유업 측은 6일 “황 씨는 물론이고, 그 일가족 누구도 남양유업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 활동과도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태권도장도 되는데 왜 우리만 안 되나요?” 4일 오전 9시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A피트니스센터.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센터에는 회원 대여섯 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1m 이상 거리를 유지한 채 각자 땀을 흘렸다. 이 피트니스센터가 다시 회원을 받은 건 거의 한 달 만이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8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3일 정부 발표대로라면 해당 업소들은 2.5단계가 17일까지 연장돼 지금도 문을 열 수 없다. 하지만 센터를 운영하는 김성우 씨(44)는 이날 영업을 강행했다. “억울하잖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해 방역 조치가 필요하단 건 이해하죠. 그런데 기준이 불합리해요. 휴업해도 매달 임차료와 관리비로 1000만 원씩 내요. 오죽하면 문을 열고 ‘시위’를 하겠어요.” 4일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 피트니스센터들이 방역지침 항의 차원에서 영업을 재개한 이른바 ‘오픈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측은 “이날 전국 500여 곳이 동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단속을 감수하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어린이·청소년 교육 기능을 가진 일부 시설만 허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실내체육시설들의 원성이 유독 큰 건 같은 운동시설인 태권도장이나 검도장 등은 문을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역시 오픈 시위를 감행한 경기 안양시에서 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이정혁 씨(38)도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을 맞춰주길 바란다”고 했다. 태권도장 등의 운영이 허용된 데는 사정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일부 실내체육시설은 교육기관의 특수성을 가진 점을 감안해 달라”고 했다. 태권도장 등은 겨울방학 아이들 ‘돌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란 취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들도 이용자 연령이 고교 3학년 이하, 동시간대 교습 인원 9명 이하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영업한 업소들은 모두 단속 대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를 통해 이미 공문을 내려 보냈다. 위반 시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계고장을 발부하고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여할 수 있다. 위반이 지속되면 형사 고발도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업소 내부에서 취식이 금지된 카페들도 17일까지 조치가 연장되자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인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식당에서 밥 먹으면 코로나19 안 걸리고 카페에서 음료수 마시면 걸리느냐”며 “7일 세종시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집단 소송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운영 기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야외 골프연습장은 영업이 가능하지만, 스크린골프장은 실내건 야외건 집합금지 대상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야외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우모 씨(54)는 “실내·실외가 기준도 아니고, 사람이 모이지 않게 하려면 야외 골프연습장도 금지해야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원이나 교습소 등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동시간대 9인 이하 대면수업’ 기준이 애매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수학학원 원장은 “벌써부터 ‘우리 아이는 대면수업에 넣어 달라’는 학부모 요청이 쏟아진다. 9명을 맘대로 고를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노원구에서 미술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서모 씨(54)는 “전체 원생이 180명이 넘어 9명씩 수업을 짜기가 너무 힘들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시간대가 겹쳐서 힘들게 양해를 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은 집합금지 대상인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관련 지침의 보완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합금지 업종의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청장은 “거리 두기를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개편하는 것에 대해선 계속 현장 의견 등을 반영해 수정·보완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김소영 ksy@donga.com·박종민·김소민 기자}

“태권도장도 되고 발레교습소도 되는데 왜 같은 운동시설은 우리만 안 되나요?” 4일 오전 9시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A 피트니스센터. 이른 아침 시간부터 문을 연 센터에는 어느새 회원 대여섯 명이 나와 운동을 하고 있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1m 이상 거리를 유지한 채로 러닝머신 등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이 피트니스센터가 다시 회원을 받은 건 거의 한 달 만이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8일부터 피트니스센터들은 줄곧 휴업에 들어갔다. 3일 정부 발표대로라면 해당 업소들은 2.5단계가 17일까지 연장돼 지금도 문을 열 수 없다. 하지만 센터를 운영하는 김성우 씨(44)는 이날 영업을 강행했다. “억울하잖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해 방역 조치가 필요하단 건 이해하죠. 그런데 그 기준이 너무 불합리해요. 문을 닫은 채 매달 임대료와 관리비로 1000만 원씩 내요. 회원들한테 환불해준 금액만 3000만 원이 넘습니다. 오죽하면 이렇게 문을 열었겠어요.” 4일 수도권에서 A 센터를 비롯한 일부 피트니스센터들이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뜻에서 영업을 재개한 이른바 ‘오픈 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업종별 영업 허가 기준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동시간대 9인 이하 대면수업 가능’ 지침이 내려진 학원가도 혼란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은 실내체육시설들의 원성이 유독 컸다. 같은 운동시설인 태권도장이나 검도장 등은 문을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역시 ‘오픈 시위’를 감행한 경기 안양의 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이정혁 씨(38)도 “집단 감염이 발생한 스키장도 문을 열게 해주면서 왜 우리만 안 되냐”며 “피트니스센터는 1월이 대목이다. 새해에 등록 회원이 가장 많은데 올 한 해 장사를 망친 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업을 강행한 업소들은 단속에 걸리면 추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를 통해 이미 단속 공문을 내려 보냈다. 위반 시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지자체장 명의로 계고장을 발부하고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여할 수 있다. 위반이 지속되면 형사 고발이 가능하며, 확진자가 나오면 구상권 청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형평성 논란이 일자 “운영을 허용한 일부 실내체육시설의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고 부탁했다. 태권도장 등은 겨울방학 ‘돌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들 시설도 이용자 연령이 고교 3학년 이하에 동시간대 교습 인원이 9명 이하여야만 한다”고 전했다. 골프장도 희비가 엇갈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야외 골프연습장은 영업이 가능하지만, 스크린골프장은 실내건 야외건 집합 금지 대상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야외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우모 씨(54)는 “실내·실외 기준이 적용된 것도 아니고 명확한 설명도 해주질 않았다”며 “사람이 모이지 않게 하려는 취지라면 야외 골프연습장도 금지해야 맞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원이나 교습소 역시 혼란과 원성이 뒤섞이고 있다. ‘동시간대 9인 이하 대면수업’ 기준이 애매하다는 반응이 많다. 학원 규모가 아니라 대면수업 인원이 기준이라 운영 방식을 놓고 고심이 크다. 일부 중대형 학원들은 대면수업과 비대면 온라인수업을 함께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의 한 수학학원은 “벌써부터 학부모들의 ‘우리 아이는 대면수업에 꼭 넣어 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9명을 맘대로 고를 수도 없어 난감한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노원구에서 미술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서모 씨(54)는 “우리 학원은 전체 원생이 180명이 넘어 9명씩 수업을 듣게 하려면 시간표가 엄청 복잡해진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요일이나 시간이 많이 겹쳐서 이걸 어떻게 양해를 구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업소들의 집합 제한은 당연히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준이 명확하고 합리적이어야 사람들이 수긍하고 조치를 지킨다. 오히려 반발이 생기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4일 브리핑에서 “지난달 8일부터 실내체육시설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끝나는) 2주 뒤 집합 금지 시설에 대해 어떻게 허용할 수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할 수 있을지 논의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일 1084명(수용자 1041명, 직원 22명, 가족·지인 21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동부구치소가 전날 실시했던 전수 검사에서 또다시 121명이 무더기 확진됐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강원북부교도소로 이감된 4명과 동부구치소 직원 1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 3∼5일 간격으로 5차례 이어졌던 전수 검사 때마다 120∼30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초기 부실 대응으로 코로나19가 이미 구치소 곳곳에 퍼진 데다 전수 검사 이후에도 체계적인 수용자 분리와 추적 관리가 안 돼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울동부구치소의 1차 전수 검사는 첫 확진자 발생 3주 만에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8일 수용자와 직원 2844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해 187명이 확진됐다. 12월 23일 2차 전수 검사에서는 300명이 확진돼 1차 때보다 크게 늘었다. 이후 3차, 4차, 5차 검사에서 각각 260명, 140명, 121명이 확진됐다. 확진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확진율(검사 대상 중 확진자 비율)은 1차 6.6%, 2차 12.3%, 3차 15.4%, 4차 7.9%, 5차 10.8%로 큰 변화가 없다. 법무부는 확진자들을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수백 명을 강원북부교도소와 여주교도소 등으로 옮기는 등 분산 대책을 펴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1차 전수 검사 당시 서울동부구치소 전체 수용자가 2149명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확진된 수용자(1041명)의 비율은 43%에 이른다.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 10명 중 4명꼴로 감염된 셈이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장은 전수 검사를 거듭해도 확진자가 크게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치소 측에서 최초 확진자 확인 이후 접촉자들을 완벽히 분리하지 못해 생긴 문제”라며 “초기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자주 전수 검사를 하며 격리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에 ‘검출 한계’가 있어 바이러스가 일정 수를 넘지 않으면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며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들이 서로 뒤섞여 생활하다가 뒤늦게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 잠복기가 보통 2주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5차 전수 검사에서 확진된 수용자의 상당수는 1차 검사 이후 새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의 수용자 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구치소 측이 1차 검사 후에도 밀접 접촉자들을 일반 수용자들과 같은 방에서 지내게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 중에서 계속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 원인을 신속히 규명해야 한다”며 “초기에 증상자와 무증상자로 분리 수용하면서 걸러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와의 접촉이 확산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라고 하더라도 무증상 보균자일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다른 교정시설로 보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동부구치소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법무부가 추산한 전국 교정시설의 확진 인원은 총 1108명으로 늘어났다. 황성호 hsh0330@donga.com·박종민 기자}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일 1084명(수용자 1041명, 직원 22명, 가족·지인 21명)으로 집계됐다. 동부구치소가 전날 실시했던 전수 검사에서 또다시 121명이 무더기 확진됐다. 동부구치소에서 강원북부교도소로 이감된 4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 3~5일 간격으로 5차례 이어졌던 전수 검사 때마다 120~300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초기 부실 대응으로 코로나19가 이미 구치소 곳곳에 퍼진 데다 전수 검사 이후에도 체계적인 수용자 분리와 추적 관리가 안 돼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울동부구치소의 1차 전수 검사는 첫 확진자 발생 3주 만에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8일 수용자와 직원 2844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해 187명이 확진됐다. 12월 23일 2차 전수 검사에서는 300명이 확진돼 1차 때보다 크게 늘었다. 이후 3차, 4차, 5차 검사에서 각각 260명, 140명, 121명이 확진됐다. 확진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확진율(검사 대상 중 확진자 비율)은 1차 6.6%, 2차 12.3%, 3차 15.4%, 4차 7.9%, 5차 10.8%로 큰 변화가 없다. 법무부는 확진자들을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수백 명을 강원북부교도소와 여주교도소 등으로 옮기는 등 분산 대책을 펴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1차 전수 검사 당시 동부구치소 전체 수용자가 2149명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확진된 수용자(1041명)의 비율은 43%에 이른다. 동부구치소 수용자 10명 중 4명꼴로 감염된 셈이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장은 전수 검사를 거듭해도 확진자가 크게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치소 측에서 최초 확진자 확인 이후 접촉자들을 완벽히 분리하지 못해 생긴 문제”라며 “초기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자주 전수 검사를 하며 격리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에 ‘검출 한계’가 있어 바이러스가 일정 수를 넘지 않으면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며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들이 서로 뒤섞여 생활하다 뒤늦게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 잠복기가 보통 2주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5차 전수 검사에서 확진된 수용자의 상당수는 1차 검사 이후 새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의 수용자 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구치소 측이 1차 검사 후에도 밀접 접촉자들을 일반 수용자들과 같은 방에서 지내게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 중에서 계속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 원인을 신속히 규명해야 한다”며 “초기에 증상자와 무증상자로 분리 수용하면서 걸러내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와의 접촉이 확산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음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라고 하더라도 무증상 보균자일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다른 교정시설로 보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박종민 기자blick@donga.com}

‘화성 ○○○번 확진자.’ 29일 새벽 경기에 있는 한 병원. 87세의 한 어르신은 지켜보는 가족도 없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보름 만이었다. 그 15일 동안 어르신은 평생 불렸던 본명은 간 곳 없이, 그저 몇 번 확진자란 숫자만이 따라다녔다. 마지막 가는 길도 황량했다. 여전히 가족 입회는 가로막힌 채 특수비닐에 밀봉돼 입관됐다. 그날 오후 3시경 뿌옇게 눈이 흩날리던 경기 성남화장장. 그제야 화성 ○○○번 확진자는 이성찬(가명)이란 이름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가족들은, 이미 재로 변해버린 그를 마주하고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장례식은커녕 아버지 눈조차 감겨드리지 못했어요. 가슴에 맺힌 이 서글픔이 평생 남을 것 같아요. 그저 몇 번째, 몇 번째 번호로만 불리다 떠난 우리 아버지…. 불쌍해서 어떻게 하나요.”(장녀 이모 씨) 879명. 30일 0시 기준 올 한 해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숨을 거둔 이들의 수.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었고, 또 우리의 친구거나 이웃이었던 그들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갔다. 홀로 병상에 누워,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죽어서도 그들은 숫자로 남았다. ‘○○번째 확진자’ 또는 ‘○○번째 사망자’. 879개의 서로 다른 삶과 사연이 그저 그렇게 땅에 묻혔다. 코로나19는 확진자의 면회를 제한했고, 임종은 물론 시신 확인도 차단했다. 장례식도 화장 뒤에나 가능했다. 가족을 여의고 슬픔을 다독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파주 ○○○번 확진자’도 그랬다. 29일 세상을 떠난 김기영 씨(67·여)는 자칫하면 거기에 또 다른 이름도 붙을 뻔했다. ‘무연고 사망자.’ 25년 전 남편과 헤어지고 최근 요양병원에서 지내온 김 씨는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이가 장남 김모 씨(40)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병원비 대줄 여력이 없던 김 씨는 한동안 병원을 찾지 못했다. 그사이, 어머니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8일 저녁 가까스로 어머니가 위독하단 연락을 받은 김 씨. 하지만 그가 달려왔을 땐 이미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 화장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작업복 차림으로 화장장에서 만난 김 씨는 “최근에 겨우 새 일자리를 구했다. 조만간 어머니를 찾아뵈려고 했는데…”라며 붉어진 눈으로 천장만 바라봤다. 가족들의 슬픔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낙인. 코로나19 사망자의 가족이란 이름은 또 다른 생채기를 내고 있다. 확진자였던 아버지 김호순(가명) 씨를 떠나보낸 김모 씨(39) 가족. 29일 경기 용인화장장에서 유골함을 건네받은 가족은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결정을 해야 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포기하기로. “당연히 장례식장을 백방으로 알아봤죠. 그때마다 돌아온 답은 ‘코로나19 사망자를 받으면 금방 소문이 나서 (영업이) 곤란하다’였습니다. 봉안당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당분간 유골함을 집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애도는 고사하고 아버지를 모실 손바닥만 한 공간도 허락이 안 되다니 너무 억울하고 허탈합니다.” 또 다른 유족 A 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9월 11일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공공기관과 은행 등에서 받아야 했던 차가운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A 씨는 “사망진단서를 들고 행정·금융 절차를 밟으러 가면 일단 경계부터 하고 확진자 대하듯 굴었다”며 “어머니를 잃은 상처가 다시 후벼 파이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겨울이 오며, 가족 곁을 떠나는 코로나19 환자들은 점점 더 늘고 있다. 수도권 3차 대유행이 시작된 뒤 12월에만 353명의 ‘○○○번 확진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찢기는 가슴을 부여잡는 가족 역시 갈수록 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라도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면 안 됩니다. 특히 이미 큰 상처를 받은 유가족들을 편견이나 낙인 없이 대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합니다. 어쩌면 감염병 확산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남은 이들에게 남을 상처가 아닐까요.”(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빈손으로 나고 자랐으니 갈 때도 빈손으로 가야죠.” 평생 농사를 지었던 노부부가 자신들의 모든 재산을 대학에 기부하기로 했다. 전병천(79) 김정숙 씨(80) 부부는 올해 초 자신들이 소유한 아파트와 상가 건물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한 뒤 최근 이 약속을 지켰다. 동국대는 “불심(佛心)이 깊은 전 씨 부부가 최근 인천에 있는 아파트를 판 금액 2억 원을 기부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부부는 2월경 자신들이 가진 아파트와 상가 건물을 사후 유산 형식으로 기부하겠다고 약정했다. 그러나 부인 김 씨가 “하루라도 빨리 기부하자”는 의지가 강해 최근 아파트를 먼저 팔아 돈을 전달했다. 김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 수십억 원씩 기부하는 대단한 사람도 많은데 그에 비하면 초라하다”며 자신을 낮췄다. 적은 돈이 아니지만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파트와 상가는 두 사람이 평생 동안 모은 전 재산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 씨는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가진 것 없이 전 씨와 결혼해서 그저 억척스럽게 땅만 일구며 살아왔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돈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살아왔어요. 큰돈은 아니라도 죽기 전에 다른 사람 돕는 일에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기부를 떠올렸죠. 남편도 아들도 내 얘기를 듣더니 흔쾌히 찬성해줬습니다.” 사실 김 씨는 이전에도 기부를 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당시 의도치 않게 아픔을 겪었다. 1978년 모교인 초등학교에 약 1300만 원을 기부했는데, 담당 직원이 이를 빼돌려 선행이 허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자칫 기부에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었으나 그는 흔쾌히 용서하기로 했다. 김 씨는 “돈이 잘못이지 사람이 잘못이겠냐”며 “무턱대고 돈을 맡긴 내 탓이라 생각하고 말았다”고 회상했다. 현재 부부는 아들이 마련해준 작은 전원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아파트를 팔아 기부한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아들이 자신이 예전에 살던 주택을 리모델링해 모셨다. 김 씨는 “아들 덕에 살아서 기부할 수 있어 좋았다”며 “실제로 돈을 전달하고 나니 너무 후련하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이 기부금을 학생 등을 위한 장학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노부부께서 농사를 지으며 평생 일군 재산이라 무엇보다 값진 기부”라며 “두 분의 귀한 뜻을 받들어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음료 공장에 있는 설탕 창고를 청소하던 외주업체 근로자가 작업 도중 쏟아진 설탕 더미에 파묻혀 목숨을 잃었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28일 오전 8시 30분경 만안구에 있는 동아오츠카 공장 옥상에 설치된 원통형 창고 안에서 청소업체 직원 A 씨(40)와 B 씨(33)가 갑자기 쏟아진 설탕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구조에 나섰지만 A 씨는 구조 당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B 씨는 왼쪽 정강이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설탕 창고는 지름 5m, 높이 9m 크기의 원통형 구조다. 설탕은 약 50t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사고 당시 창고 내에는 약 15t의 설탕이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등은 동양오츠카와 계약을 맺은 청소업체 직원들로, 창고 내부에 눌어붙은 설탕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 도중에 갑자기 벽면에 붙어 있던 설탕 덩어리들이 한꺼번에 떨어지며 덮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음료 공장은 현재 가동이 중지된 상태로 내년 1월까지 정비 기간이었다고 한다. 업체 측은 이 기간을 이용해 외주업체에 창고 청소 등을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청소업체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측은 “청소업체 등을 통해 작업 당시에 안전 조치가 적절히 이뤄졌는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음료 업체와 소방대 등을 대상으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노동단체들이 26일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도 여의도 등 서울 도심에서 차량 240대 규모의 ‘드라이브스루’ 차량시위를 강행했다. 주요 도로에서 교통 혼잡까지 벌어지자 경찰은 시위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참가자들을 모두 입건할 계획이다.○ 여의도, 서대문 등 도심 곳곳 혼잡 비정규직 공동행동 등 노동단체들은 2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에 참가한 차량들은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등의 방향으로 수십 대씩 갈라져 운행한 뒤 청와대 앞을 지나갈 예정이었다. 이후 광화문광장으로 함께 가 차량으로 광장을 두 바퀴 돌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차량 집회는 경찰과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미 금지를 통고한 상태였다. 공동행동 측은 이에 “차량이 100m 간격을 유지하고 차량에서 내리지도 않는데, 이를 금지하는 건 과도한 조치”라 반발하며 시위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서울 시내 곳곳은 경찰의 통제까지 더해지며 혼잡을 빚었다. 지하철5호선 여의도역 사거리에서 국회로 이어지는 지하터널은 시위차량 30대가 경찰에 막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 밖에도 마포대교와 서대문사거리 등 곳곳에서 교통 정체가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시내 17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차량 시위를 막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인근 종로구 효자동에서도 분쟁이 이어졌다. 경찰은 차량 1대가 이동 명령을 거부하자 견인 조치하기도 했다. 시위 차량들은 3시간 반이 지난 오후 5시 반경 해산했다. 경찰 측은 “현장에서 채증한 영상 등을 확인해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모두 입건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코로나19라도 집회 전면 금지 안 돼”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코로나19 등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은 자유를 제한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약할 우려가 있어 법안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의견 표명하기로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의원 등이 8월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감염병예방법에 의거 교통을 차단하고 집합 제한 및 금지 지역과 재난 사태 선포 지역 등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인권위는 “감염병 확산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집회·시위를 일부 제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모든 집회·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집회 금지에 아무런 예외적 허용 사유나 조건을 두고 있지 않아 집회의 자유 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도 봤다. 인권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아 조만간 국회의장에게 의견 표명을 할 예정이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최고급 아파트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에서 대리기사는 사고 직후 차에서 운전석 창문으로 빠져나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리기사는 탈출한 뒤 바로 쓰러져 조수석에 윤모 변호사(60)가 타고 있던 차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테슬라 차량에 결함이 없는지 자료 조사에 들어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대리기사 A 씨가 사고 뒤 운전석 창문을 통해 차에서 빠져나왔다”며 “창문을 어떻게 열 수 있었는지는 앞으로 대면 조사 등에서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지금까지 해당 사건은 전력이 차단돼 문이 잠겨버린 테슬라에서 A 씨가 어떻게 빠져나왔는지가 확인되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주차장 내에 있는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A 씨는 차량 창문으로 빠져나온 뒤 약 5m 지점에서 쓰러지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이후 자동차는 불과 연기에 휩싸였으며, A 씨가 다시 차에 접근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운전석 창문이 없었던 건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에서도 확인됐다. 소방 관계자는 “운전석 유리창 자체가 보이지 않았고, 윤 변호사가 앉아 있던 조수석 창문은 금이 간 상태로 깨져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창문 공간은 피해자를 구하기엔 너무 좁았고, 차 문 자체는 자동으로 잠겨 열리지 않았다. 결국 소방대는 조수석 쪽 뒷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했다. 사고 차량인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는 차문은 물론이고 창문도 전자식으로 여는 전기차다. 사고의 충격으로 전력이 차단되면 둘 다 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운전석 창문이 충돌로 부서지며 떨어져 나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겸임교수는 “소방대가 차량 문을 강제로 뜯으려 했던 정황으로 봤을 때 창문이 전자식으로 열리진 않았을 것이다. 사고로 창문이 깨져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차량 분석을 의뢰했으며, 대리기사 A 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A 씨는 당초 가벼운 상처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복부에 수술이 필요한 수준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가 회복한 뒤에야 대면 조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사고를 자주 다뤄 온 한문철 변호사는 “A 씨도 사고로 부상을 입은 데다 현장을 떠나지도 않아 차주를 구하지 않은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테슬라 차량의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 조사에 착수했다. 차량 결함 여부를 가린 뒤 본조사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최근 테슬라 화재 사고와 관련해 급발진과 배터리 화재 발생, 도어 개폐 방식 등의 가능성을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24일 말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지민구·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