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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헌법을 수호하는 최고기관인 헌법재판소는 오직 헌법에 따라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법 절차에 따라 사안을 철저히 심사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염원하는 국민의 뜻에 반하지 않게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박 소장은 “헌법을 지키고 그 참뜻을 구현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또 고심해 국민 여러분의 믿음에 부응해 헌재가 맡은 역할을 책임있게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29일 전국의 휴대전화 가입자 1031명(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재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2%였다. 헌법재판관 9명은 마지막 준비기일을 앞둔 3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했다. 박 소장은 방명록에 “헌법은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입니다”라고 적었다. 한편 헌재는 박 대통령을 불러 당사자 신문을 하도록 해달라는 국회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에 따라 내년 1월 3일 열리는 첫 변론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두 번째 변론기일부터 증인신문을 본격 시작한다. 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공원이나 길가에 대기시켰다가 차로 픽업해 각종 지시를 내린 정황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최 씨가 직권남용죄의 구성 요건상 ‘민간인’ 신분일 뿐이어서 김 전 차관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변론에 맞서 검찰이 공개한 사실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9일 열린 김 전 차관과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최 씨의 지위를 이해하는 것이 국정 농단 사건을 풀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 씨는 장 씨가 운전하는 차를 한강 둔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노상으로 몰고 간 뒤 근처에서 미리 대기하던 김 전 차관을 태워 차 안에서 지시했다”며 구체적인 공모 정황을 공개했다. 현직 차관을 길가에 서 있게 할 만큼 최 씨의 영향력이 막강했다는 것. 이어 외국 대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카드와 함께 선물한 기념품이 최 씨 집에서 발견됐다며 이 물품들을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밀접한 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의 조카 장 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삼성을 압박한 배후로 박 대통령을 지목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에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독대한 정황이 기재된 메모를 근거로 들었다. 또 최 씨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문체부 산하 카지노업체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요구한 80억 원대 용역계약 역시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 등이 최 씨에 대해 모르쇠 전략으로 나간 것과 달리, 김 전 차관이 최 씨 관련 비위의 증인을 자처함으로써 박 대통령 및 고위 공직자들과 공모 관계를 전면 부인해 온 최 씨의 방어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 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나온 최 씨의 변호인은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 후원 기업을 물색해 달라고 도움을 구한 적은 있지만, 특정 기업이나 금액을 정해 강요한 적은 없다”며 직권남용 공모 사실을 부인했다. 또 김 전 차관이 기업들을 협박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김 전 차관의 ‘과잉 충성’으로 몰았다. 반면 장 씨는 “삼성에 후원금 지원을 요구한 혐의를 인정한다”며 개입을 부인한 최 씨와 엇갈린 진술을 했다. 한편 19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고 박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이 비밀누설 증거로 낸 최 씨의 태블릿PC를 적법하게 입수한 것인지 문제 삼았다. 최 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첫 공판은 내년 1월 5일, 김 전 차관과 장 씨의 첫 공판은 같은 달 17일 열릴 예정이다.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나는 최순실 씨하고 금전적인 거래는 전혀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대리인단과의 첫 상견례에서 탄핵 사유를 부인하며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청와대 위민관 접견실에서 대리인단과 만나 탄핵 소추 사유를 전반적으로 질의하고 대답하면서 최 씨와의 금전 거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지 21일째인 이날 청와대 관저에서 칩거 생활 중인 박 대통령은 초췌한 혈색으로 대리인단의 물음에 차분하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나도 몰랐던 것이 언론에 나와 다시 확인해 보니 아닌 경우가 많았다”라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됐다는 점을 대리인단에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될 게 없는데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서 안타깝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적 혼란 사태에 대해 “나라가 어지럽게 돼 죄송하다”라며 죄스러운 마음도 표현했다. 또 대리인단에 “훌륭한 분들이 도와주니까 든든하다. 잘 부탁한다”라며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박 대통령과 상견례를 한 대리인단은 헌재로부터 넘겨받은 수사 자료를 검토하며 오후 내내 회의를 이어 갔다. 이날 자리에는 기존에 알려진 이중환 변호사(57·사법연수원 15기) 등 대리인단 변호인 9명 외에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65·5기)도 동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재판관은 수원지법원장과 서울가정법원장을 역임한 뒤 2006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6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했다. 이 전 재판관은 현재 대리인단에 합류할지 고심 중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측면에서 도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출신인 이명재 대통령비서실 민정특보(73)도 박 대통령의 자문역을 맡아 오며 특검 수사 및 탄핵심판 과정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장과 광주고검장을 지낸 이범관 전 새누리당 의원(73·4기)도 대리인단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과도하게 좁은 구치소 공간에 사람을 수용하는 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구치소에 수용돼 있는 동안 공간이 너무 좁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당했다며 강모 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29일 강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교정시설 내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교정의 목적인 재사회화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며 "1인당 수용면적이 인간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협소하다면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용된 자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청구인 강 씨는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기소돼 2012년 4월 벌금 70만 원 판결을 받았으나 벌금을 내지 않아 2012년 12월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 강 씨는 당시 실면적이 7.419㎡에 불과한 방에서 최대 5명과 함께 지냈고 1인당 수용면적이 1.24㎡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이러한 수용 행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2013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당시 강 씨가 수용된 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1.06~1.27㎡에 불과했다"며 "이같은 수용면적은 성인 남성 평균 174cm의 키를 가진 사람이 팔다리를 마음대로 뻗기 어렵울 정도며 최소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않아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되거나 극심한 고통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한철 헌재 소장과 김이수, 안창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1인당 수용면적은 최소 2.58㎡ 이상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5~7년 이내에 이런 기준 충족하도록 교정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정원 대비 실제 수용인원 비율이 123.6%에 달하지만 예산 등 문제로 시설을 추가 확충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
헌법재판소가 내년 1월 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을 열기로 했다. 두 번째 변론도 이틀 후인 5일로 정하는 등 매주 2회 변론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27일 소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두 번째 준비기일에서 본격적인 변론 시기를 정하는 한편으로 국회와 박 대통령 측에 쟁점을 더 구체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54)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13일 전에 신속한 결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헌재는 먼저 심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탄핵소추 절차의 적법성 문제를 해결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답변서를 통해 4가지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지만 본격적인 변론 과정에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57)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각하 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대통령 대리인단이 이런 절차 부분을 철회해주면 사실인정 중심으로 ‘정면승부’를 해보자”고 정리했다. 박 대통령 측도 신속한 심리에 동의하며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등 탄핵 사유 관련 세부사항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 등에 기업이 어떤 의사결정 과정에서 출연을 결정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헌재에 요청했다. 사실조회는 사건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기관에 확인을 구하는 절차이다. 헌재가 두 번째 변론기일을 첫 변론 이틀 뒤로 지정한 것은 과거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기일에 노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심리가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리인단도 “현재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박 대통령 측은 본격적인 변론기일에서 증거를 두고 격렬한 다툼이 벌어질 것을 예고했다. 헌재가 전날 검찰로부터 받은 방대한 수사 자료에 대해 헌재는 유력한 증거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과거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검사가 조사한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공개된 심판정에서 사실인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최순실 씨는 2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수감동 현장 신문’에서 청문회 증인들이 인정한 사안까지 모두 부인하며 방어막을 쳤다. 최 씨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등은 물론이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마저 모른다고 했다. 위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안 전 수석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을 바꾸기도 했다. ○ 박 대통령에게 ‘최 원장’으로 불린 최순실 최 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소회를 묻자 “죄스럽고 가슴 아프다”면서도 “대통령에 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복잡하다”며 말을 피했다. 박 대통령을 원망하느냐는 물음엔 “원망하지 않는다. 나를 원망한다”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을 비롯한 검찰의 기소 내용 중 박 대통령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질문을 하지 마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다만 차움의원 시술 여부에 대해선 “(박 대통령) 당선 전에는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오히려 차움의원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청와대 출입 여부에 대해 답변을 피했지만 “자주 가지 않았다”고 일부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최 씨를 ‘최 원장’이라고 불렀던 점은 확인됐다. 최 씨는 “내가 유치원 원장을 해서 (박 대통령이) 그렇게 불렀다”며 “나는 박 대통령 당선 전까지는 ‘의원님’이라고 했고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님’이라고 불렀다”고 답했다. 최 씨는 “청문회 자리인 줄 몰랐다”며 “돌아가고 싶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위원들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박 대통령은 ‘최 씨가 1%도 국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시녀같이 심부름하던 사람, 눈도 못 마주치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고 하자 최 씨는 “그런 소리를 했느냐? 나도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딸 특혜 입학과 태블릿PC 사용은 강력 부인 최 씨가 가장 강하게 반발한 대목은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과 태블릿PC 사용 여부였다고 한다. 고개를 숙인 채 얼굴에 착용했던 마스크만 만지작거렸던 최 씨는 정 씨의 부정입학 의혹 관련 질문이 나오자 바로 고개를 들어 “왜 부정입학이냐, 정당하게 입학했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딸아이가 입학하고 알았다”고 답했다. 특히 최 씨는 삼성에 딸을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이 지원한 이유에 대해선 “검찰 공소장을 보라”고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정 씨의 자진출석 설득 여부 등 딸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최 씨는 눈물을 쏟았다. 또 딸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만들려고 박태환 선수를 견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그동안 신나게 살지 않았느냐”고 하자 최 씨는 “신나게 살지 못했다”고 또박또박 답하기도 했다.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며 “검찰에서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자신의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제시될 태블릿PC 관련 내용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 씨는 자신의 재판에 유리한 진술만 일관되게 했다”며 “훈련이 잘된 듯했다”고 했다. 그나마 최 씨가 인정한 건 자신과 함께 일한 “차은택 씨와 고영태 씨는 안다”고 한 정도였다. ○ 독일에 한 푼의 재산도 없다? 최 씨는 독일 8000억 원 차명재산 축적 의혹에 대해선 “독일 탈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독일에는 단 한 푼의 재산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최 씨가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측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황당하다.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부친 최태민 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사람을 죽이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황당한 질문이다.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문이 끝날 무렵 최 씨는 ‘국민들에게 소회를 말해 보라’는 위원들의 질문에 “나라에 혼란을 끼쳐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공허하고 허무하다. 나라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국조특위가 최 씨와의 신문을 강행하자 최 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특위 위원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낸 최 씨를 신문한 것은 사실상 ‘불이익한 진술 강요’에 해당한다”며 “(특위 위원들에 대한)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날 특위 위원들이 최 씨 등을 접견한 데 대해 “현행법이나 규정상 문제가 없다”며 최 씨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의왕=강경석 coolup@donga.com /권오혁 기자}
헌법재판소가 22일 오후 2시 헌재 소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기 위한 첫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첫 준비기일에서 헌재는 탄핵심판 당사자인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측을 불러 주요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고 향후 절차를 협의한다. 본격적인 변론은 2, 3번의 준비기일이 열린 후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준비기일에는 헌재가 특검과 검찰에 수사 기록을 보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박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도 내려질 예정이다. 헌재 안팎에서는 이의신청이 기각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헌재는 “검찰 수사는 끝났고 특검은 수사하기 전이며, 법정에서 첫 재판이 열리지 않아 헌재법상 수사 기록 송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기록을 받지 못한 상태다. 헌재법 32조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특검 등으로부터 수사 기록을 받는 것이 지연되자 고심을 거듭하며 묘수를 찾고 있다. 수사 기록 확보는 신속한 심리를 위해 중요하다. 국회 탄핵소추의결서 증거 사항으로 최순실 씨 등에 대한 공소장이 제시됐는데 이를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서도 수사 자료가 필요하다고 헌재는 보고 있다. 헌재는 과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에서도 수사 자료 등을 받아 검토했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헌재가 수사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청구인 측에 증거를 요구하고 피청구인 측에 반박 자료를 받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심판 개시 180일 안에 결론을 내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재는 수사 기록 확보를 위해 헌재법 32조를 축소 해석하는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 형사사건 외에 최 씨 등 공범의 형사사건에는 헌재법 3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국회가 헌재에 문서 송부 촉탁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할 수도 있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필요하다면 수사 자료 인증 등본 송부 촉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가 헌재심판규칙에 따라 직접 특검이나 검찰을 방문해 수사 자료를 살펴보는 방법도 가능하다.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죽을죄를 졌다”며 사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해외 도피를 끝내고 10월 31일 검찰에 출석하며 고개를 숙였던 최순실 씨(60)는 50일 만에 선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돼 19일 첫 재판에 나온 최 씨는 수감번호 ‘628번’이 뚜렷한 연갈색 수의(囚衣)를 입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섰다. 방청석을 채운 시민과 취재진 등 12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여성 청원경찰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한 최 씨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한 채 피고인석으로 이동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자숙하는 듯했던 최 씨의 태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취재진의 카메라가 철수하자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최 씨는 재판부의 질문에 머뭇거리며 방청석에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답변하기도 했지만 재판 내내 정면을 응시했다. 최 씨의 첫 재판이 열린 이날은 공교롭게도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날이었다. 누구보다도 박 대통령의 당선을 기뻐했을 최 씨는 이후 비선(秘線) 실세로 군림하며 전횡을 일삼은 끝에 결국 법의 심판대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최 씨는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재판부가 “혐의를 전부 인정할 수 없는 것이 맞느냐”고 묻자 “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독일에서 벌을 받겠다고 돌아왔는데 들어온 날부터 많은 취조를 받았다. 이제 (재판을 통해)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인데 공모한 사실이 없다. 전제가 되는 공모가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씨 측은 핵심 물증인 태블릿PC의 검증을 법원에 요구하는 등 검찰 수사 전반을 부정하는 의견을 내놓아 앞으로 검찰과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최 씨 측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으로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첫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최 씨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앞으로 공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방청석을 한 차례 힐끗 쳐다본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최 씨와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1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두 사람과 박근혜 대통령을 ‘3각 공모’ 관계로 본 검찰의 공소사실을 허물겠다는 공통의 목표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에서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최 씨는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이 공모한 일과 자신은 무관하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반면,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안 전 수석은 변호인을 통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비선 실세가 없음을 확인한 뒤 대통령의 뜻을 수행한 것뿐이라며 최 씨에 대해서만 ‘모르쇠 전략’을 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최 씨의 사익추구와 무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주장하는 박 대통령 측의 논리와도 맞아떨어진다. 》○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에게 공 넘긴 최순실 최 씨는 재단 모금과 인사 개입 등 국정 농단과 관련된 혐의에 관한 책임을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 쪽으로 떠밀었다. 공무원이 아닌 최 씨에게 공무원이 주체인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행자 격인 박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과의 공모가 인정돼야 하는데 이들과의 3각 공모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검찰의 공소사실 ‘전제’를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 것은 탄핵심판 중인 박 대통령에게도 불리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최 씨가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 “최 씨와 어떤 관련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것” 등의 주장을 펼치며 최 씨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최 씨가 본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 수의를 입고 나온 것도 재판부에 적극적인 소명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강압수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공모자로 지목된 최 씨 스스로가 박 대통령과의 공모를 적극 부인함으로써 검찰의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참조해 작성된 국회의 탄핵 사유를 흔드는 효과도 있다. 최 씨 등 피고인들은 여론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의 허점을 파고들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 안 전 수석 “비선 실세 존재 의심하고 문의” 안 전 수석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정 전 비서관의 응답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최 씨의 영향력을 부정한 것도 대통령 탄핵심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안 전 수석 스스로 최 씨의 영향력을 일부라도 시인하게 되면 ‘최 씨에게 이용당한 피해자’ 입장에서 탄핵심판 변론에 임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될 수 있다. 안 전 수석 측은 이날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비선 실세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절대 없다’고 했다”며 “안 전 수석은 그 말을 믿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연락했다”라고 말했다. 최 씨를 단지 정윤회 씨 부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이 검찰에 제출한 다이어리에 대통령의 지시 내용은 상세하게 적힌 반면 최 씨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는 점도 최 씨의 모르쇠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최 씨와의 연결고리만 부인하면 박 대통령의 정당한 직무 집행 논리와 어긋나는 사실이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재단 모금과 관련해 “안 전 수석에게 문화 융성 등 좋은 취지로 협조를 받으라고 지시했을 뿐 위법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라거나 “참모진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오해해 과도한 직무 집행이 이뤄졌을 수 있다”라며 안 전 수석과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 피고인 8명 중 정호성만 혐의 인정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을 통해 최 씨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공범들의 다른 혐의에 비해 처벌이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초기에 혐의를 인정해 재판부의 선처를 이끌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기밀 누설 혐의에 대해서 자백하는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면서 “대체로 대통령 뜻을 받들어서 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날 재판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측 변호인은 차 씨가 운영했던 회사 자금 횡령 등 개인 비리 혐의만 인정하고 KT 인사 개입과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인수 시도 등 국정 농단 관련 혐의는 부인했다. 차 씨의 측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등 4명도 검찰의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29일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의 재판도 열릴 예정이다.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허동준 기자}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인 최순실 씨의 태블릿PC를 두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새누리당 이완영 이만희 의원과 청문회 주요 증인 사이의 ‘위증교사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차 청문회(6일) 직전인 4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영 의원은 19일 국회 출입 기자들을 만나 “정 이사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위증하도록 부탁하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 국회의원직을 걸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기관 및 증인, 참고인 등과 청문회 전에 만나 의혹을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국정조사의 일환”이라며 “제보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P 의원도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고영태 증인과 두 차례 만났는데, 이것도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말한 P 의원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 비주류인 황영철 장제원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긴급 국조특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회의가 열렸지만 민주당 소속 위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30여 분 만에 끝났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K스포츠재단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두 사람(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고영태 씨)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노 부장의 증언을 바탕으로 위증 의혹을 보도한 데 대해 “재단의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던 노 부장이 구조조정 건으로 나와 갈등을 겪자 앙심을 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이달 두 차례 이 의원을 만났고 처음엔 자신이 먼저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서울대 박사로 체육 전문가인데 마사지센터 원장으로 싸구려 취급을 당해 (고교 선배인) 이 의원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 의원과 처음 만난 4일 자신은 태블릿PC에 대해 아는 게 없어 평소 태블릿PC가 고 씨의 것이라고 언급해 온 박헌영 과장을 이 의원에게 소개해 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과장이 이 의원과의 접촉을 거절해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9일에는 이 의원 측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와 의원실로 찾아가니 이만희,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의원들은 태블릿PC 관련 사실을 박 과장에게 확인하고 싶어 했지만 이때도 무산됐다. 정 이사장은 “나는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청문회에서 박 과장이 진술한 내용은 평소에도 박 과장이 하고 다닌 이야기”라며 “고-노-박(고영태 노승일 박헌영)이 22일 청문회에 나오니 그때 확실하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11일 검찰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태블릿PC를 최 씨 소유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줄곧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해 온 최 씨는 1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해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국정 농단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가장 중요한 증거가 태블릿PC인데, 최 씨는 검찰에서 34일 동안 조사를 받았는데도 실물을 보지 못했다”며 “증거로서 태블릿PC를 검증하고, 실제 존재 여부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PC는 이미 정호성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대한 증거로 제출됐다”며 “최 씨의 공소사실 입증을 위한 자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강경석 coolup@donga.com·정지영·권오혁 기자}

1987년 헌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현재의 헌법재판소 제도는 초창기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중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의 무게중심으로서 커다란 존재감을 보여줬다. 특히 2004년 수도 이전 위헌 결정, 2014년 선거구 획정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등 의견이 분분했던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헌재의 결정에 따라 마무리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또다시 대두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헌재의 역할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동시에 헌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등 정치권에서 해소하지 못한 현안을 최종적인 헌법해석권을 가진 헌재에서 해결하라는 식의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헌을 통한 헌재의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헌재의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두는 ‘헌법재판관의 구성 방식’이다. 현재 9명의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도록 돼 있다. 임기는 6년으로 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요구된다. 이런 요건에 따라 판사 및 검사 출신인 중년 남성들이 재판관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고 ‘인적 구성의 다양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변호사 자격이 없지만 법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진 인사들에게도 헌재 재판관을 맡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한 재판관 9명의 임기도 차등화해 3분의 1씩 교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2년 9월 20일 임기가 시작된 김창종, 이진성, 강일원, 김이수, 안창호 재판관은 모두 2018년 9월 19일 동시에 임기가 끝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재판부의 연속성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정권의 영향력이 미칠 가능성도 커진다. 헌재 소장과 재판관의 임명 방식에 대한 개선 논의도 제기됐다. 헌재 소장과 재판관의 임명 방식은 헌재의 권위와 민주적 정당성과도 직결된다. 현재의 소장과 재판관 지명 방식에서는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우선 헌재 소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재판관도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여당이 다수당일 경우 국회 몫인 3명 중 많게는 2명까지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 헌재 인선에 대한 대통령의 과도한 영향력은 삼권 분립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하는 방식 또한 상호 독립적인 두 기관의 성격으로 볼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독일처럼 재판관 전원을 국회에서 의석수에 비례해 시차를 두고 임명하는 안이나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지명하는 안이 거론된다.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재판관 9명 모두 국회에서 가중다수결로 뽑도록 해 국회 소수세력도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재판관으로 임명되게 하거나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해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법원과의 갈등 해소도 헌재의 과제다. 헌재와 대법원은 최고 법원 지위 및 재판소원 등 권한 문제를 놓고 장기간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헌재 측은 법원 판결이 타당했는지 심사하는 재판소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대법원은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는 기관이므로 재판소원이 헌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헌재 측은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도입한 ‘추상적 규범 통제’의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위헌법률심판 제도의 하나인 추상적 규범통제는 법원의 재판과 관련이 없는 법률도 심사하는 제도로 예방 차원에서 법률 시행 전 위헌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지금 헌재는 법률 시행 이후 사후적으로 법률을 심사하는 ‘구체적 규범 통제’를 인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 자체에 위헌성 논란이 있는 경우 헌재가 바로 판단해 국민의 권리 침해를 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소모적 논쟁과 사회집단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추상적 규범통제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2004년 잊지 못할 성인식을 치렀던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또다시 칼자루를 쥐었다. 칼 끝이 향하는 쪽은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인 박근혜 대통령이다. 1988년생인 헌재가 16세가 되던 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초유의 탄핵심판에서 헌재의 기각 결정은 정치지형을 단번에 바꿔 놨다. 하지만 이후 헌재는 골치 아픈 정치권 이슈를 넘겨받아 사법적으로 소화시키면서 정권의 ‘전가의 보도’라는 오명을 샀다. 서른을 앞둔 헌재가 지금처럼 정치 분쟁을 교통 정리하는 조역에 그칠지, 아니면 혼란스러운 정국을 종결짓고 국민의 가슴에 헌법적 가치를 아로새길 주역이 될지는 스스로의 결정에 달렸다고 헌법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지명권자 성향 따라 보수화된 재판관 구성 박근혜 정부가 집권 첫해인 2013년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헌재에 청구할 당시만 해도 지금의 5기 재판부(2013∼2019년)는 제대로 된 정치적 사건을 맡은 적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굵직한 정치 현안을 처리했던 3기 재판부(2000∼2006년)와 비교해 성향이 어떤지 재판관 면면이 주목을 받았다. 헌재 재판관들은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여, 야, 여야 합의로 각각 1명)가 3명씩 지명하는데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 정권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보수화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뒤 2013년 4월 박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로는 처음으로 헌재소장에 지명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공안 헌재’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역시 검찰 공안통 출신으로 새누리당 추천을 받은 안창호 재판관과 박 대통령이 추천한 조용호 서기석 재판관은 보수적인 판결을 할 것으로 점쳐졌다. 여야 합의나 대법원장 추천으로 임명된 나머지 4명의 성향에 따라 위헌, 정당해산, 탄핵 등 주요 결정의 정족수가 6명인 헌재의 판단이 갈리는 형국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은 2명 중 대구경북 지역 ‘향판(鄕判)’ 출신인 김창종 재판관은 뚜렷한 보수 색채를 띠었지만, 다른 한 명인 이진성 재판관은 이정미 재판관(이용훈 전 대법원장 추천), 김이수 재판관(유일한 야당 추천)과 함께 진보적인 의견을 많이 냈다. 여야 합의로 추천된 강일원 재판관 역시 사안별로 다양한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사전 신고 없이 시위를 벌인 주최자를 처벌토록 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 재판관 등 4명이 위헌 의견을 내는 경우도 나왔다. 하지만 통진당 해산심판(2014년)과 교원노조법 위헌법률심판(2015년) 등 주요 사건에서 헌재의 결정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쪽으로 쏠렸다.박근혜 정부가 반가워 할 판결 많아 첫 번째 ‘성향 리트머스’ 사건이었던 통진당 해산심판의 시점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문 등으로 수세에 몰린 때였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 대표로 나서 “통진당은 대한민국을 붕괴시키려는 암적인 존재”로 몰아붙였다. 결과는 정부의 완승. 당시 헌재는 “(통진당의 활동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하는 등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했다.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선거 등 정치적인 공론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의 대거 당선으로 교육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제재가 먹히지 않을 때도 헌재는 정부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5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규정한 근거인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해고된 교원 등 교원이 아닌 사람을 조합원 자격에서 배제하는 것이 지나친 단결권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에도 소수의견은 김이수 재판관뿐이었다. 전교조의 노조 지위를 박탈한 헌재 결정에 야당과 시민단체뿐 아니라 일부 국제기구에서도 “노조에 대한 탄압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김영한 비망록 공개로 헌재 공정성 도마 위에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 정부의 손을 들어줬던 헌재의 이력 때문에 아직도 박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헌재 재판관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공개된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에 통진당 해산심판에 관한 메모가 발견되면서 청와대와 헌재 사이 ‘사전 교감’ 논란까지 일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헌재 결정 2주 전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를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비망록에 나온 것이다. 황 대통령 권한대행과 새로 임명된 조대환 대통령민정수석 모두 박한철 헌재소장과 사법연수원 동기(13기)라는 점도 면죄부를 받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박 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까지다. 헌재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헌재 스스로 ‘정권의 방패막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절호의 찬스라는 기대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헌재가 정치적 판단보다 헌법적 해석에 초점을 맞춘다면 스스로의 위상을 진일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역사에 기록될 기명 의견을 내야 할 헌법재판관들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법조인으로서 양심에 걸맞은 결정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권오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헌법재판소에 대리인단을 통해 탄핵심판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국회가 주장한 5개의 헌법 위반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추상적 헌법 규범 위반은 탄핵 이유가 안 된다”는 헌재 주석서인 ‘주석 헌법재판소법’의 논리를 내세웠다. 박 대통령 측의 전면 부인 전략은 심리 과정에서 시간을 끌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57·사법연수원 15기) 등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재에 낸 A4용지 24쪽 분량의 답변서에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모두 다툰다. 탄핵은 이유 없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성건 변호사(56·17기) 손범규 변호사(50·28기) 채명성 변호사(38·36기) 등 4명이 선임계를 냈고 전직 헌법재판관 등 중량감 있는 인사도 참여할 예정이다. 대리인단은 첫 변론 기일에 박 대통령이 출석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민주권 원리, 대의민주주의, 생명권 위배 등 헌법 위반 5가지 사유에 대해서 철저히 법 논리로 다툴 계획이다. 헌재 부설 헌법재판연구원이 지난해 6월 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에는 헌법 수호 책무, 대통령 취임 선서 의무 같은 추상적·지침적 법규를 위반했다고 해서 탄핵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돼 있다.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을 국민주권 원리 위배로 탄핵하려면 왕정 같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구체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탄핵심판을 인용해 박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쓴 주석서를 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리인단은 또 국회가 주장한 네 가지 법률 위반 사항에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774억 원 출연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에게 귀속된 바가 없다고 서술했다. 삼성 등과 연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이번 답변서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변론 과정에서 세부적인 사실과 법리 등을 두고 다툴 방침이다. 대리인단은 헌재가 15일 수명재판부 명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서울중앙지검에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한 수사 기록을 보내줄 것을 요구한 점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다. 헌재는 기각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헌재가 요청한 ‘최순실 게이트’ 수사 기록 제출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할 예정”이라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사 정보가 박 대통령 측에 넘어갈 우려가 있고 거부하면 탄핵심판에 비협조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서다.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그의 내연녀 관련 기사에 특정인을 모욕하는 허위 내용의 악성 댓글을 단 재력가 부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김모 씨(60)의 1심 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김 씨가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댓글을 반복 게시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댓글 게시와 유포를 선동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이며 김 씨를 엄벌에 처해줄 것을 요구한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최 회장과 내연녀에 관한 인터넷 기사를 접한 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두 사람의 기사에 “A 기자도 완전 꽃뱀 출신”이라는 등의 사실과 다른 댓글을 여러 차례 작성한 혐의로 9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해외언론사 소속 한국인 주재기자인 A 씨가 이른바 꽃뱀 출신이라는 등의 김 씨의 댓글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 씨가 허위 사실로 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며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부장판사는 △김 씨가 경찰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댓글로 기재한 것을 후회한다고 진술했고 △경찰 조사 뒤에도 악의적인 댓글을 계속 게재했으며 △A 기자와 무관한 기사에도 댓글을 계속 남긴 점 등을 근거로 김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 기자는 11월 10일 공판에 직접 출석해 “악플 때문에 자살한 연예인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악플은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하니까 그 정신적 손상과 압박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칼만 안 들었지 사람이 죽지 않게 찌르는 것과 같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씨는 재벌가 안주인 등 재력가 부인들의 모임인 ‘미래회’ 회장까지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미래회에서는 최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5)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선고 직후 “댓글은 인터넷 기사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었다”며 “댓글을 남긴 건 (미래회와는 무관하게) 종교에 바탕을 둔 개인적 신념에 따라 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진경준 전 검사장(49)이 ‘30년 지기’인 김정주 NXC 대표(48)로부터 받은 넥슨 비상장주식 1만 주 등 9억5000여만 원 상당의 금전적 지원은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진 전 검사장은 김 대표로부터 받은 주식을 팔아 남긴 차익 등 130억 원대의 수익을 국가에 추징당하지 않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뇌물 혐의에 대해 “김 대표로부터 받은 금전적 이익과 관련한 직무 연관성이나 대가성이 검찰 측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대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무죄 판단의 이유로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약 10년간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 직무 관련 현안에 개입되지 않았고 △향후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의 도움을 받을 만한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도 크지 않았으며 △진 전 검사장이 금전적 이익을 본 시기와 김 대표 및 넥슨 관련 현안들의 발생 시기가 동떨어져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30년 넘게 친분을 이어온 두 사람의 관계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친한 친구 사이를 넘어 지음(知音)의 관계로 보인다”는 표현도 판결문에 명시했다. 반면에 진 전 검사장이 서용원 한진 대표(67)로부터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 자신의 처남 회사에 총 147억 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맺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는 유죄로 인정됐다. 서 대표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진 전 검사장은 올해 3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이후 ‘넥슨 공짜 주식’ 논란에 휘말렸다. 검찰은 2005년 김 대표로부터 넥슨 비상장주식 1만 주를 사실상 무상으로 받은 것을 비롯해 2014년 12월까지 총 9억5000여만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한 혐의 등으로 진 전 검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진 전 검사장은 지난해 보유 주식을 팔아 120억여 원의 차익을 남겼다. 검찰은 이날 “일부 쟁점에 대해 법원과 견해차가 있는 만큼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13년과 추징금 130억7000여만 원을 구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뇌물수수에서 직무 연관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이 확정된 김광준 전 부장검사 사례에서는 법원이 그가 향후 사건을 맡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 돈도 뇌물로 판단한 적이 있어 진 전 검사장 항소심에서는 직무 관련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 전 검사장이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받을 당시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그를 청탁금지법으로는 기소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이 공표한 청탁금지법 처리 방침에 따르면 검사는 법정형이 더 무거운 뇌물 혐의로 기소하기 때문이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진경준 전 검사장(49)이 김정주 NXC 대표(48)로부터 약 10년에 걸쳐 받은 9억5000여만 원 상당의 금전적 지원에 대해 법원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처남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된 서용원 한진 사장(67)에게는 각각 무죄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 간의 넥슨 주식 관련 금전 거래 등 검찰이 뇌물로 판단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직무연관성과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 86학번 동기 사이로 30년 넘게 친분을 이어온 두 사람의 친분 관계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한진 내사사건을 종결하면서 자신의 처남 회사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일감을 받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 공직자재산등록을 하면서 타인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혐의(금융실명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김 대표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사실상 무상으로 받은 것을 비롯해 2014년 12월까지 총 9억5300여만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 진 전 검사장은 2015년 넥슨 주식을 처분해 120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올해 3월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이후 '넥슨 공짜 주식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은 특임검사팀 수사를 통해 진 전 검사장을 특가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진 전 검사장이 넥슨 법인 명의로 리스한 제네시스 차량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11회에 걸쳐 가족 여행 경비 5000여만 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김 대표 회사 관련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직무와 관련된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김 대표에게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관련된 현안이 없었고, 진 전 검사장이 검사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수한 이익과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직무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이상으로 공무원 직무에 관한 알선 대가로 뇌물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심리하면서 변론 전 준비절차를 열기로 한 것은 현직 대통령 탄핵이란 중대 사안을 ‘신속’하고도 ‘완결적’으로 처리하려는 고심의 결과물이다. 사건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변론 전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헌법재판관을 이례적으로 3명이나 지정하기로 한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조치다. 첫 평의(評議)가 열린 12일 헌재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평의에는 페루 헌법재판소를 방문 중인 김이수 재판관(63·사법연수원 9기)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참석했다.○ 헌법재판관 3명이 준비절차 진행 헌재는 16일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를 받은 후 2, 3번의 준비절차를 헌재 소심판정에서 진행할 방침이다. 준비절차에서는 국회 소추위원이자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측과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출석해 주요 쟁점들을 서로 다투며 정리한다. 헌법재판소법 3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이 원칙이어서 양 당사자 주장을 듣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때는 별도의 준비절차 없이 바로 변론에 들어갔지만 이번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준비절차 기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중요 사건에서 준비절차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서 헌재는 주심 재판관 등 3명의 재판관이 준비절차를 담당했다. 당시 두 차례 열렸던 준비절차에서 재판관들이 정부와 통진당 측 대리인의 주장을 듣고 통진당 해산 쟁점 등을 미리 정리했다. 또 정당해산심판에서 준용해야 하는 법을 두고 다툼이 벌어져 이 자리에서 민사소송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기도 했다.○ 헌재 “모든 소추 사유 심리해야” 헌재는 탄핵심판 소추 사유 가운데 일부 중요한 사유만 떼어내 선별적으로 심리하지 않는다고 이날 밝혔다. 심리 절차에서 신속성은 유지하되 절차적 정의를 위해 소추 사유는 모두 따져 보겠다는 취지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의결서는 헌재에 들어오면 탄핵심판 청구서가 된다. 탄핵심판에는 형사 절차로 진행되므로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 탄핵 사유를 모두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특히 헌재법상 탄핵심판에는 변론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헌재가 직권으로 개별 소추 사유를 선별해 심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변론주의는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수집해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 법 원칙이다. 학계 등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최대한 빨리 내기 위해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에 담긴 사유를 보지 않고 중요 사안 위주로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 측근에게 공무상 비밀 문건을 유출하는 등의 행위가 헌법 1조 국민주권주의를 위배해 탄핵 사유가 되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유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법적으로 선별 심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선별 심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목적을 앞세워 절차적 정의를 훼손한다는 설명이었다. 헌재는 또 국회와 법무부에 각각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는 국회와 법무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1일 공개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음파일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의 업무 수첩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7월 청와대에서 조원동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60·불구속 기소)에게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취지로 지시했다”며 박 대통령을 강요미수 혐의 피의자로 추가 입건했다. CJ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 정권에 껄끄러운 콘텐츠를 만들자 박 대통령이 경영진 퇴진을 지시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정호성 휴대전화와 공용 G메일로 기밀 유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은 검찰이 10월 29일 정 전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확보한 휴대전화 8대와 태블릿PC 1대에서 나왔다. 이 중 스마트폰 1대와 폴더폰에서 녹음파일 총 236개가 복구됐다. 박 대통령 취임 전 녹음파일이 224개(약 35시간 36분 2초), 취임 후 녹음파일이 12개(약 28분 34초)다. 박 대통령 취임 전에 정 전 비서관과 최 씨가 대화한 것이 녹음된 파일은 3개, 47분 51초 분량이다. 또 취임 전 박 대통령과 최 씨, 정 전 비서관이 만나 나눈 ‘3자 대화’가 녹음된 파일은 11개, 5시간 9분 39초 분량이 확보됐다. 대통령이 등장한 녹음파일은 주로 대통령 취임사를 준비하는 내용이었다. 취임 후에는 정 전 비서관과 최 씨 간 대화 파일이 8개(16분 10초),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이 나눈 대화가 4개(12분 24초) 녹음돼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를 ‘선생님’이라 불렀고, 최 씨는 2013년 10월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해외 순방을 자주 다닌다는 얘기가 있어 놀러 다닌다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가자”는 취지로 정 전 비서관에게 말했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청와대 회의 발언 내용과 수위까지 주문한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대선 전부터 공유하던 G메일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최 씨에게 문건을 넘겼다. 초대 행정부 조직도와 조각(組閣) 명단,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고위직 인선 자료, 대통령 순방 자료 등이 무차별적으로 최 씨에게 흘러갔다. 분량은 △2012년 30건 △2013년 138건 △2014년 2건 △2015년 4건 △2016년 6건이 넘어갔다. 박 대통령 본인이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해 국가 기밀을 비선 실세에게 줄줄이 유출하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박 대통령은 정윤회 씨에 대한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직후인 2014년 12월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두 사람(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 취임 즈음인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 895회 통화와 1197회의 문자를 주고받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락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의 유착 정황에 비춰 보면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의 통화는 2014년 12월 이후에도 지속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핵심 증거인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은 총 17권이 검찰에 입수됐다. 크기는 손바닥만 하고 권당 30쪽(총 15장) 정도로, 17권을 모두 합하면 총 510쪽 분량이다. 작성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티타임 회의 등 일상적인 회의는 수첩의 앞에서부터 날짜 순서대로 적었다. 박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수첩의 뒤에서부터 역방향으로 기록했다. 제목은 ‘VIP’로 돼 있고 날짜를 적었다.○ 김기춘 우병우 본격 수사 특검으로 넘겨 검찰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의 성격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지 등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이날까지 수사한 결과를 특검으로 넘겼다. 또 최 씨의 국정 농단을 알고서도 묵인 또는 방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진행하던 검찰 수사도 특검에서 마무리하게 됐다. 검찰은 이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대해 2015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압박해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구속 기소)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 원을 후원하도록 압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장관석 jks@donga.com·권오혁 기자}
19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는 최순실 씨(60·구속 기소)가 판사 출신 최광휴 변호사(52·사법연수원 24기)를 추가로 선임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전날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법무법인 지원 소속의 최 변호사는 1995년 판사로 임관해 법원에서 재판을 하다가 200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최 씨의 변호인은 사건 초기부터 변호를 맡아온 법무법인 동북아의 이경재 변호사(67·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를 포함해 2명이 됐다. 검찰 출신인 이 변호사는 향후 특검 수사 및 정유라 씨 변호 등을 맡고 최 변호사가 재판 변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씨는 앞서 이진웅 변호사(47), 진종한 변호사(51) 등을 차례로 선임했지만 모두 얼마 안 돼 사임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변호인를 추가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최 변호사 외 추가 변호사 선임 가능성도 있다.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재판은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포스코 비리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이병석 전 새누리당 의원(64)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9일 제3자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추징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포스코의 청탁을 해결해준 대가로 측근 권모 씨에게 크롬광 납품 중계권이 돌아가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2012~2014년에 걸쳐 지인들로부터 총 2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했다. 제3자 뇌물수수 관련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은 헌법상 국회의원의 청렴 의무를 저버리고 의원의 지위를 남용해 측근으로 하여금 사업권을 취득하게 해줬다"며 "이런 제3자 뇌물수수 범행은 국회의원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발한 이 전 의원 측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경북 포항북 지역구에서 4선 의원을 한 이 전 의원은 19대 국회 전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포스코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올해 2월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권오혁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