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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인문학관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17일부터 ‘오늘 생각나는 시’ 전시를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영인문학관 전시실에서 연다. 시인들이 자신의 작품 중 ‘오늘 읽고 싶은 시’를 골라 손글씨로 쓴 작품을 전시한다. 고은 시인, 문정희 한국시인협회장 등 24명의 시인이 참가했다. 시인뿐만 아니라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소설가 박범신 김홍신 등이 손글씨로 쓴 자작시와 애송시도 전시한다. 17일 개회식에는 이어령 전 장관, 김남조 시인, 이종상 화가 등이 참석해 작품 낭독과 축사를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엔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참가해 ‘소설가들의 자작시와 애송시’ ‘오늘 읽고 싶은 외국시와 한국시’ ‘화가들의 애송시’ 등 다양한 주제로 시낭송회를 연다. 다음 달 30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3000∼5000원. 02-379-3182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설 ‘양철북’으로 유명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가 13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 인근 뤼베크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8세. 그는 1927년 독일 단치히자유시(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독일계 아버지와 슬라브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청소년기를 보냈고 뒤셀도르프국립미술대, 베를린예술대 등에서 수학했다. 그는 독일 전후 세대 문학 조류를 대변하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17세 고교생 시절 나치군에 복무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 포로가 됐다가 석방되고 잡부와 석공으로 일하다가 조각가가 되려고 뒤셀도르프미술학교를 거쳐 1952년 베를린예술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파리에서 조각과 그래픽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소설을 썼다. 1959년 쓴 ‘양철북’은 그를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반열로 끌어올렸다. 양철북은 1979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양철북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를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의 시점으로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세 살이 되던 생일날 일부러 계단에서 떨어져 성장을 멈추기로 하고 양철북을 잡는다. 이 소설은 그의 가족의 역사, 자신의 고독한 학교시절, 단치히의 소시민적 세계, 전쟁과 전후 시대를 이른바 ‘개구리 시점’으로 회상한 자서전적 장편이다. 당대 문학계는 비정상적인 난쟁이의 눈에 비친 정상인들의 세계가 더욱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이채롭게 구성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의 나치 복무 전력이 대중의 배반감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그는 지성인으로서 정치적 행동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1960년 독일 사회민주당에 들어가 핵무기 반대를 외치며 빌리 브란트 총리의 재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끄는가 하면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당 소속 헬무트 콜의 낙선 운동에도 나섰다. 일간 디벨트가 2005년 실시한 ‘현존하는 독일인 중 최고의 인물’에도 그는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 요슈카 피셔 전 외교장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콜 전 총리 등과 함께 거명됐다. 고향인 단치히 3부작으로 불리는 ‘고양이와 쥐’(1961년), ‘개들의 시절’(1963년)도 인간사회를 비판적 시선으로 그렸다. 한국에선 그라스의 대표작 ‘양철북’을 비롯해 ‘넙치’ ‘텔크테에서의 만남’ ‘게걸음으로 가다’ ‘라스트 댄스’ ‘나의 세기’ 등이 번역돼 소개됐다. 그는 2002년 5월 한일 월드컵 전야제에 참가해 축시 ‘밤의 경기장’을 낭송하기도 했다. 독일 분단을 겪은 그는 판문점도 방문했다. 2006년 그라스가 출간한 자서전 ‘양파껍질을 벗기며’를 번역 중인 장희창 동의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판문점을 다녀온 그라스가 흥분한 표정으로 ‘남북한이 형제인데 왜 그렇게 싸우느냐, 제발 싸우지 말라’고 당부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양파껍질을 벗기며’는 국내에 6월 출간될 예정이다.이유종 pen@donga.com·박훈상 기자 }

세월호는 출판시장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발간된 관련 도서는 총 31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현장에서 유가족을 인터뷰해 이들의 아픔을 절절히 담아냈다. 이어 박민규, 김애란 등 작가 12명이 쓴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가 2위였다. 세월호 1주년을 맞는 이달에만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연속변침’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는 왜?’ 등 7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지난달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다’ ‘4월의 편지’ 등 2권이 나왔다. 이들은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애도부터 참사 원인 진단과 예방책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세월호 관련 도서를 구입한 독자층은 40대가 44.4%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세월호 피해 학생들의 어머니 연령대인 40대 여성(26.8%)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단도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고은, 김사인 시인 등이 쓴 추모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가 나온 데 이어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와 심상대 소설가 등이 집필한 추모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예옥)가 최근 출간됐다. 한국작가회의는 세월호 참사 1주년 전날인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16 진실 인양 촉구 문화제 ‘다시 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를 연다. 총 4부로 기획된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네가 없는 식탁에서 편지를 쓴다’를 주제로 세월호 참사현장 르포를 낭독한다. 연희문학창작촌이 지난해 9월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열고 있는 ‘304 낭독회’ 8번째 행사도 25일 열린다. 이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304회 열릴 예정이다. 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세월호는 출판시장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동안 발간된 관련 도서는 총 31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현장에서 유가족을 인터뷰해 이들의 아픔을 절절히 담아냈다. 이어 박민규, 김애란 등 작가 12명이 쓴 ‘눈먼 자들의 국가’(문학동네)가 2위였다. 세월호 1주기를 맞는 이달에만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연속변침’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는 왜?’ 등 7권이 잇달아 출간됐다. 지난달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다’ ‘4월의 편지’ 2권이 나왔다. 이들은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애도부터 참사 원인 진단과 예방책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세월호 관련 도서를 구입한 독자층은 40대가 44.4%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세월호 피해 학생들의 어머니 연령대인 40대 여성(26.8%)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단도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고은, 김사인 시인 등이 쓴 추모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가 나온 데 이어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와 심상대 소설가 등이 집필한 추모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예옥)가 최근 출간됐다. 한국작가회의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전날인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4·16 진실 인양 촉구 문화제 ‘다시 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를 연다. 총 4부로 기획된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네가 없는 식탁에서 편지를 쓴다’를 주제로 세월호 참사현장 르포를 낭독한다. 연희문학창작촌이 지난해 9월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열고 있는 ‘304 낭독회’ 8번째 행사도 25일 열린다. 이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304회 열릴 예정이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 “아우구스트 가이거(아버지)의 위트와 지혜. 아버지에게서 말이 더디게 나오고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감탄스러운 문장들이 점점 드물어지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 모든 게 사라져간다는 것이. 마치 피를 흘리는 아버지를 슬로모션으로 지켜보는 느낌이다. 삶이 아버지에게서 한 방울 한 방울 새어나가고 있다. 아버지의 인품이 아버지라는 사람에게서 한 방울 한 방울 새어나가고 있다.”(15쪽) 저자는 치매로 고통받는 아버지와 함께한 10년간의 자전적 기록을 소설로 썼다. 그는 일본 목판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말인 “지극히 보편적인 것도 개인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로 소설을 시작한다. 제목 ‘유배중인 나의 왕’은 그의 아버지를 가리킨다. 아버지는 평생 살아온 집을 낯설어하더니 늘 ‘집에 가자’며 유배당한 늙은 왕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서성였다. 쾌활하고 잘 웃고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뒤에도 추운 날씨 탓에 차가워진 아들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너희는 너희 할 일을 하렴. 그동안 나는 이 손을 녹여주마”라고 말한다. 하지만 따뜻한 순간은 짧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선 자동차가 어떻게 저 안에 들어갔느냐며 놀라고 뉴스 앵커 입에 비스킷을 대고 계속 먹으라고 권한다. 그는 이런 아버지를 보며, 치매 환자를 어린이 같다고 비유하는 세상을 향해 “정말이지 화가 치미는 일이다. 아이는 능력을 얻고, 치매 환자는 능력을 잃는다”고 일갈한다. 고통스러운 체험 속에서 저자만의 철학을 찾았기에 읽어볼 만하다. 저자의 다음 문장엔 밑줄을 치고 여러 번 읽었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더는 줄 게 없어도, 적어도 늙고 아픈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려줄 수 있다. 좋은 쪽으로 가정하면, 이것도 아버지로서의 일이고 자식으로서의 일일 수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구경선 씨(32)는 두 살 때 열병을 앓고 귀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됐다. 그의 어머니는 말을 해보지 못한 딸의 혀가 굳을까 걱정돼 설탕을 입 주변에 발라 빨아 먹는 연습을 하게 했다. 어머니가 목소리를 내면 딸은 고사리 손을 어머니 목에 대고 울림을 느꼈다. 그러곤 제 목에 손을 대고 같은 울림으로 소리를 내며 말을 배웠다. 입 모양으로 상대의 말을 읽는 법도 익혔다. 》게다가 그는 2년 전부터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 그의 눈은 지름 8.8cm밖에 볼 수 없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동반하는 어셔 증후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큰 귀를 가진 토끼 베니가 그의 분신이 됐다. 그림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예담)엔 베니가 등장해 그의 인생 역정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작업실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 드리기 등 꿈을 이룬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한다. 베스트셀러 ‘그래도…’가 ‘기적의 책 캠페인’ 4월 도서에 선정됐다. 캠페인은 1억 원 모금 프로젝트로서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라는 모토로 푸르메재단과 교보문고, 동아일보가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지난달 3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그를 만났다. 그림 속 베니와 꼭 닮았다. 기자가 노트북에 질문을 적어 보이면 그가 소리 내 답했다. 그는 “집에 불이 났을 때 물 한 동이만 날라주어도 정말 고마운 일이죠. 책 한 권이 물 한 동이라고 생각하시고 ‘기적의 책’ 한 권만 사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장애 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이 꼭 필요한가. “병원에 가면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간호사에게 제 순서에 꼭 알려 달라고 부탁해요. 그런데 간호사도 워낙 바쁘니까 따로 알려주지 않아 오래 기다린 적이 많았어요. 장애 어린이를 위한 병원이 생기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병을 고칠 수 있겠죠.” ―독자가 베니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솔직함이죠. 누구나 어렸을 땐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친구 하자’며 먼저 손을 내미는데, 나이가 들면 거절당할까 두려워하죠. 제가 먼저 용기를 내서 사람들에게 솔직함을 보여준 것 같아요.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쉽게 할 수가 없는 순간이 있는데 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한 것도 영향이 있겠죠.” ―요즘 어떤 작업 중인가. “베니 그림에 색칠하는 컬러링북을 작업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게요.” ―책에서 베니가 선글라스에 지팡이를 짚는 걸로 나온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앓는데 늘 즐거울 수만 있나. “괜찮은데, 가끔 우울해져 그냥 눈물이 뚝뚝 나올 때도 있죠.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쇼핑도 하죠. 감정의 굴곡이 있는 건 저도 똑같아요. 호호.” ―책에 담지 않은 버킷리스트가 있나. “내년이면 엄마가 환갑인데 집을 꼭 사드리고 싶어요. 작업실에서 보면 어머니에게 사주고 싶은 아파트가 보여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독자를 위해 책에 서명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삶도 참 소중합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소중하단 걸 꼭 알았으면 해요. 저도 그걸 알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 채 절망 속에서 좌절한 채 살았거든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알바생이 웃어야 가게가 살아요.” 고통받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이 많지만 착한 알바 사업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이렇게 말하며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알바생을 아들, 딸, 친동생처럼 챙겨야 가게에 활기가 돌고 매상도 오른다고 했다. 사장은 정과 기술, 노하우까지 전해주려 애쓴다. 이런 사업장의 알바생은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듯 땀 흘리며 경험 쌓기에 바쁘다. 》 “여긴 시급 받는 곳이 아니라 제 꿈을 키우는 곳이에요.”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인근 브라운스커피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알바생) 홍지연 씨(25)는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커피 바리스타를 꿈꾸는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평일 오후 이곳에서 알바생으로 일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땄지만 부족한 현장 경험을 채우려고 이곳을 택했다. 손님의 주문이 약간 줄자 바리스타 경력 9년 차인 사장 석주환 씨(35)는 홍 씨에게 ‘라테 아트’(커피 위에 우유 거품으로 만드는 그림) 기술을 가르쳤다. “천천히, 서둘지 않으면 돼”라고 조언받은 홍 씨는 멋진 하트 그림을 완성했다. 홍 씨는 “학원에선 자격증에 필요한 기술만 알려주는데 사장님은 훗날 내가 창업했을 때 필요한 노하우도 알려준다”면서 “때론 돈 받고 배운단 생각도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석 씨는 주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경쟁하느라 가게 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통을 알바생에게 전가할 생각은 없다. 브라운스커피는 △근로계약서 작성 △초과근무 수당 지급 △정규직 전환 기회 마련 등을 준수하고 있다. 석 씨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저도 완벽하진 않겠지만 적은 시급으로 일하는 알바생의 고충을 모른 척할 순 없다”며 “알바생이 웃어야 가게가 살고 매출도 오르기에 장기적으론 사장과 알바생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했다.○ “정 주고, 기술 주고” 알바생이 꼽은 착한 알바의 조건은 ‘기술과 정(情)’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이모 씨(23)는 족발집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한식 요리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대학생이던 그는 아내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 임신을 해 족발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족발집 사장은 이 씨가 성실하게 일하자 족발 삶는 법부터 써는 법, 양념 제조법 같은 장사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이 씨는 “이런 것까지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다해 알려주셨다”며 “여러 알바를 해봤지만 알바생 미래를 걱정해준 건 족발집 사장님이 처음”이라고 했다. 충남 논산에서 던킨도너츠 매장을 운영하는 박계령 씨(31)는 ‘매장의 첫 번째 고객은 알바생이다’란 원칙을 세웠다. 창업 전 알바하며 겪은 설움을 잘 알기에 알바생에게 먼저 먹고 싶은 도넛을 권하고 퇴근 시간 10분 전에 꼭 퇴근하라고 알려준다. 명절이나 기념일엔 보너스도 챙겨준다. 그는 “동생처럼 챙겨주면 알바생도 더 밝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한다. 결국 사람을 얻는 건 돈이 아닌 정이다”라고 말했다.○ 업주들 “우리도 할 말 있어요!” 현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착한 알바 일터가 늘기 위해선 알바생의 양보와 희생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의 한 호프집 사장 최모 씨(38)는 “한 달이 넘도록 생맥주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알바생도 있다”며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간만 채워 돈을 받으려는 알바생에게 좋은 대접 해주긴 어렵다”고 했다. 서울 종로의 커피전문점 사장 오모 씨(33·여)도 “손님이 없을 땐 스스로 가게 청소와 정리를 해주면 먼저 시급도 올려 줄 텐데, 멍하니 앉아있거나 청소시켰다고 싫은 티 내는 알바생을 보면 솔직히 최저임금도 아깝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알바생 스스로가 권리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낼 때 사회적 약자인 알바생을 보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착한 알바 일터를 만들려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도 크기에 이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도형 기자}

‘개새끼’ 앞에서 막혔다. 박형서의 단편소설 ‘아르판’을 번역할 때다. “한국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마을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개새끼처럼 뛰어다니기도 했다”란 문장을 마주했다. ‘개새끼’를 영어로 옮기려면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그냥 dog(개)로 하자니 심심하다. mutt(특히 잡종인 개)이나 mongrel(잡종견), stray dog(야생 개) 등을 놓고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점잖지 못하게 마구 날뛰는 모양’을 잘 살리기 위해 mutt으로 골랐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나. 난 인도 뉴델리에서 온 서른한 살 아그넬 조셉이다. TV만 틀면 유창한 한국말에 잘생긴 외국인들이 줄지어 나오는데, 여기서 인사하려니 무척 쑥스럽다. 그래도 내 명함을 건네면 한국 사람들은 전부 놀란다. ‘한국문학번역원 영문화권/E-Book팀 아그넬 조셉.’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처음이자 유일한 외국인 직원이다. 지난해 8월 입사해 번역원에서 일하며 한국문학 번역도 하고 있다. 인도 학교에선 영어로 교육해서 영어는 영어권 국가 사람 못지않게 잘한다. 올 2월엔 고국 인도에서 열린 뉴델리국제도서전에 소설가 신경숙, 시인 최승호 최정례 선생을 모시고 다녀오기도 했다. 그분들도 내가 인사하니까 깜짝 놀라시더라.○ 건달과 간다르바 고교 시절 부모님 조언에 따라 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어쩌면 돈 잘 버는 의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비위가 약해 쥐도 해부할 수 없어 곧 포기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동아시아 언어 중에서 고민했다. 삼촌이 인도 네루대 일본어과 교수라 자연스럽게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 알게 됐다. 세 나라의 언어를 인터넷으로 찾아들었는데, 한국어를 듣는 순간 ‘삘’이 왔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하나 없이 뜻을 몰라도 그저 즐겁게 들렸다. 한국말은 모국어인 말라얄람어와도 비슷하다. 지금도 멍하니 한국말을 듣고 있으면 말라얄람어로 이야기하는 게 아닌지 착각할 때도 있다. 부모님도 한국에 놀러 와선 똑같이 느꼈다고 했다. 실제 한국어 중엔 인도어에서 유래된 단어들이 있다. 조직폭력배나 깡패를 지칭하는 ‘건달’이란 말도 인도 산스크리트어 ‘간다르바’(Gandharva·음악을 다스리는 신)에서 유래했단다. 2001년 주저 없이 네루대 한국어과에 입학했다. 수업 첫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국인 선생님이 맨 앞자리에 앉은 날 보더니 창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그땐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 멍하니 바라만 봤다. 눈치 빠른 친구들이 창문을 열 때까지 멍했다. 한국말을 인터넷으로만 들었지 한국인 입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들은 한국말이 “창문을 열어 달라”라니, 무척 의미심장하다. 내게 한국으로 창을 내준 것은 문학이었다. 한국어를 잘하고 싶어 한국 문학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이 박완서 선생의 ‘엄마의 말뚝’이다. 소설에선 남편을 잃고 서울로 올라와 터를 잡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우리 어머니도 인도 남부 시골마을에서 대도시 뉴델리로 올라오셨다.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어머니 고향 풍경과 정서가 고스란히 박 선생의 소설 속에 녹아 있었다. 그때 느낀 교감이 한국 문학을 계속 갈구하게 했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놀라웠다. 나도 살집이 있는 편이라 지하철에 앉아서 갈 때면 혹시나 옆 사람에게 살이 닿지 않을까 걱정하곤 했다. 소설에선 뚱뚱한 남자 주인공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데, 나처럼 뚱뚱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날 이후 한국 문학에 완전히 ‘꽂혔다’.○ 갑과 을에서 벗어나고파 2006년부터 2년간 한국에 머물며 경희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 체류가 끝나고 인도로 돌아가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문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계약서엔 한국 문학에서 만난 아름답고 맛깔나는 문장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갑과 을밖에 없었다. 수입은 넉넉했지만 딱딱한 문장만 가득한 문서들을 번역하고 있자니 답답했다. 고민 끝에 2012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5기 과정에 지원해 합격했다.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고 싶은 원대한 포부가 생겼다’, 이런 걸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그저 퍼즐 조각을 맞추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때 느껴지는 이기적인 쾌락 때문에 번역을 시작했다. 번역아카데미는 전쟁터였다. 한국인 4명과 영국인 2명, 미국인 1명 그리고 나까지 8명이 한 반이었다. 외국인 넷은 ‘가실게요’ 같은 문법에 어긋나는 한국어 사용에 한국 사람보다 더 분노할 준비가 돼 있었다. 단어 하나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두고도 치열하게 논쟁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엔 얼굴이 벌게지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 유행어 ‘사람이 아니무니다’ 같은 대사도 번역해야 했다. 살짝 김빠지는 일도 있었다. 처음 번역을 배울 때 ‘구름처럼 몰려들다’, ‘약속이나 한 듯’, ‘병풍을 두른 듯’ 같은 표현은 매력이 넘쳐흘렀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 번역해서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나중에야 자주 등장하는 상투적인 문구라는 걸 알았다. 가장 많이 만나는 서술어는 ‘떠오르다’. 그래서 매번 상황에 맞게 새롭게 번역하느라 고민이다. 2013년 번역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제12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에 응모했다. 원고 마감 직전까지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하성란 소설 ‘오후, 가로지르다’를 번역했는데, 오후가 그냥 오후인지 어떤 하루의 오후인지 고민했다. 소설은 ‘수많은 큐비클들 사이를 길고 검은 그림자가 휙 가로지른다’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오후(afternoon)와 가로지르다(across)를 어떻게 조합할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Cutting Across the Afternoon of Life’로 정했다. 일생을 가리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인생의 오후’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단순히 ‘Afternoon, Cut Across’로 번역할 걸 그랬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고 그저 고민 또 고민뿐이다. 여기서 잠깐, 아그넬 조셉은 신인상 결과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번역원 동료 오은지 대리가 대신 귀띔했다. 조셉은 그해 영어 분야에서 미국 영국 같은 본토 영어권 응시자를 제치고 첫 단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원래 영어 분야는 공동 수상자를 선정해 왔는데 1등과 2등의 실력 차가 크다는 이유로 1명만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문학작품처럼 읽히는 완성도 높은 번역”이라고 극찬했다.(조셉은 “상금은 한 명에게 몰아서 주지 않았다”며 조금 아쉬워했다.) 그해 번역원은 영어권 진출 확대를 위해 ‘영문화권/E-Book팀’을 신설하고 한국어와 영어 실력이 능통하고 한국 문학에 조예가 깊은 원어민을 찾고 있었다. 다른 영어권 국가 출신보다도 번역 실력이 뛰어난 조셉이 적격자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10월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매년 10월에 같은 분(고은 시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그분 집 앞에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그분이 노벨 문학상 발표일에 맞춰 한국을 비우는 모습이 생경했다. 나도 한국이 노벨 문학상을 받길 고대하지만, 한국엔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아도 훌륭한 작가들이 충분히 많다. 한국 문학도 강하다! TV에 나오는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대표해서 “우리나라는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한 나라의 문화나 국민의 생각을 저렇게 쉽게 규정해도 되나 싶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이 한국 문학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한국 문학은 주제도, 쓰는 방식도 다채롭다. 게다가 단편문학이 굉장히 발달돼 있다. 한국 문학과 정신은 연결돼 있고, 문학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똥피리는 어떻게 “박제가 되어버린 번역가를 아시오.” 이상의 ‘날개’ 도입부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를 비틀어 써봤다. 번역아카데미 동기는 이상을 좋아하는 나를 “어이, 박제 양반”이라 부른다. 이상은 순전히 자기를 위해 쓰는 작가라 매력 있다. 성공, 명예, 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원하는 대로 써나가는 작가가 얼마나 되겠나. 텍스트를 제일 깊게 읽는 번역가로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는 이상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작가 중엔 박민규의 문장이 늘 새롭다. 이렇게 한국 문학과의 사랑은 계속된다. 아직 결혼 안 한 노총각이지만 당분간은 한국 문학과 진하게 연애하고 싶다. 다시 씨름하고 있는 번역 문제로 돌아가야겠다. 박민규 작가의 ‘낮잠’ 중에 이런 묘사가 나온다. “노성진의 왼편, 두 자리 건너에 앉은 놈이 정동필이다. 키가 큰 윤동필이란 친구가 있어 작은 동필이라 불리던 녀석이다. 백육십이 될까 싶은…정말이지 작은 키다. 참견하길 좋아하고 촐싹대는 면이 있어 ‘똥피리’란 별명을 따로 갖고 있었다.” 아, 똥피리는 또 어떻게 옮겨야 하나.※조셉 씨와의 인터뷰를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그의 한국어는 완벽해서 통역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의 이름 아그넬(Agnel)은 인도에서도 흔한 이름이 아니라 인도 공무원은 실수로 angel(천사)로 그의 여권을 발권했다. 한국 문학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천사가 될지 기대해 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개새끼’ 앞에서 막혔다. 박형서의 단편소설 ‘아르판’을 번역할 때다. “한국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 이름을 부르며 마을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개새끼처럼 뛰어다니기도 했다”란 문장을 마주했다. ‘개새끼’를 영어로 옮기려면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그냥 dog(개)로 하자니 심심하다. mutt(특히 잡종인 개)나 mongrel(잡종견), stray dog(야생 개) 등을 놓고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점잖지 못하게 마구 날뛰는 모양’을 잘 살리기 위해 mutt로 골랐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나.》 난 인도 뉴델리에서 온 서른한 살 아그넬 조셉이다. TV만 틀면 유창한 한국말에 잘 생긴 외국인들이 줄지어 나오는데, 여기서 인사하려니 무척 쑥스럽다. 그래도 내 명함을 건네면 한국 사람들은 전부 놀란다. ‘한국문학번역원 영문화권/E-Book팀 아그넬 조셉.’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처음이자 유일한 외국인 직원이다. 지난해 8월 입사해 번역원에서 일하며 한국문학 번역도 하고 있다. 인도 학교에선 영어로 교육해서 영어는 영어권 국가 못지않게 잘한다. 올 2월엔 고국 인도에서 열린 뉴델리국제도서전에 소설가 신경숙, 시인 최승호 최정례 선생을 모시고 다녀오기도 했다. 그분들도 내가 인사하니까 깜짝 놀라시더라.○건달과 간다르바 고교 시절 부모님 조언에 따라 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어쩌면 돈 잘 버는 의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비위가 약해 쥐도 해부할 수 없어 곧 포기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동아시아 언어 중에 고민했다. 삼촌이 인도 네루대 일본어과 교수라 자연스럽게 한국, 중국, 일본에 대해 알게 됐다. 세 나라의 언어를 인터넷으로 찾아들었는데, 한국어를 듣는 순간 ‘삘’이 왔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하나 없이 뜻을 몰라도 그저 즐겁게 들렸다. 한국말은 모국어인 말라얄람어와도 비슷하다. 지금도 멍하니 한국말을 듣고 있으면 말라얄람어로 이야기하는 게 아닌지 착각할 때도 있다. 부모님도 한국에 놀러 와선 똑같이 느꼈다고 했다. 실제 한국어 중엔 인도어에서 유래된 단어들이 있다. 조직폭력배나 깡패를 지칭하는 ‘건달’이란 말도 인도 산스크리트어 ‘간다르바’(Gandharva·음악을 다스리는 신)에서 유래했단다. 2001년 주저 없이 네루대 한국어과에 입학했다. 수업 첫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국인 선생님이 맨 앞자리에 앉은 날 보더니 창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그땐 선생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 멍하니 바라만 봤다. 눈치 빠른 친구들이 창문을 열 때까지 멍했다. 한국말을 인터넷으로만 들었지 한국인 입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들은 한국말이 “창문을 열어 달라”니, 무척 의미심장하다. 내게 한국으로 창을 내준 것은 문학이었다. 한국어를 잘 하고 싶어 한국문학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이 박완서 선생의 ‘엄마의 말뚝’이다. 소설에선 남편을 잃고 서울로 올라와 터를 잡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우리 어머니도 인도 남부 시골마을에서 대도시 뉴델리로 올라오셨다.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준 어머니 고향 풍경과 정서가 고스란히 박 선생의 소설 속에 녹아 있었다. 그때 느낀 교감이 한국 문학을 계속 갈구하게 했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놀라웠다. 나도 살집이 있는 편이라 지하철에 앉아서 갈 때면 혹시나 옆 사람에게 살이 닿지 않을까 걱정하곤 했다. 소설에선 뚱뚱한 남자 주인공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데, 나처럼 뚱뚱한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날 이후 한국 문학에 완전히 ‘꽂혔다.’○갑과 을에서 벗어나고파 2006년부터 2년간 한국에 머물며 경희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 체류가 끝나고 인도로 돌아가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문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계약서엔 한국 문학에서 만난 아름답고 맛깔 나는 문장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갑과 을밖에 없었다. 수입은 넉넉했지만 딱딱한 문장만 가득한 문서들을 번역하고 있자니 답답했다. 고민 끝에 2012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5기 과정에 지원해 합격했다.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리고 싶은 원대한 포부가 생겼다, 이런 포부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그저 퍼즐 조각을 맞추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때 느껴지는 이기적인 쾌락 때문에 번역을 시작했다. 인도는 다채로운 문화와 민족, 언어의 땅이라 언어 사이를 항해하게 하는 번역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기도 했다. 번역아카데미는 전쟁터였다. 한국인 4명과 영국인 2명, 미국인 1명 그리고 나까지 8명이 한 반이었다. 외국인 넷은 ‘가실게요’ 같은 문법에 어긋나는 한국어 사용에 한국 사람보다 더 분노할 준비가 돼 있었다. 단어 하나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두고도 치열하게 논쟁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엔 얼굴이 벌게지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 유행어 ‘사람이 아니무니다’ 같은 대사도 번역해야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도 육두문자 섞인 욕도 맛깔나게 번역해야 했다. 한국어 문장 하나가 영어로 얼마나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살짝 김빠지는 일도 있었다. 처음 번역을 배울 때 ‘구름처럼 몰려들다’, ‘약속이나 한 듯’, ‘병풍을 두른 듯’ 같은 표현은 매력이 넘쳐흘렀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 번역해서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다. 나중에야 자주 등장하는 상투적인 문구라는 걸 알았다. 가장 많이 만나는 서술어는 ‘떠오르다’. 그래서 매번 상황에 맞게 새롭게 번역하느라 고민이다. 2013년 번역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제12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에 응모했다. 원고 마감 직전까지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하성란 소설 ‘오후, 가로지르다’를 번역했는데, 오후가 그냥 오후인지 어떤 하루의 오후인지 고민했다. 소설은 ‘수많은 큐비클들 사이를 길고 검은 그림자가 휙 가로지른다’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오후(afternoon)와 가로지르다(across)를 어떻게 조합할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Cutting Across the Afternoon of Life’로 정했다. 일생을 가리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인생의 오후’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단순히 ‘Afternoon, Cut Across’로 번역할 걸 그랬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고 그저 고민 또 고민뿐이다. 여기서 잠깐, 아그넬 조셉은 신인상 결과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번역원 동료 오은지 대리가 대신 귀띔했다. 조셉은 그해 영어 분야에서 미국 영국 같은 본토 영어권 응시자를 제치고 첫 단독 수상 영예를 안았다. 원래 영어 분야는 공동 수상자를 선정했는데 1등과 2등의 실력차가 크다는 이유로 1명만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문학작품처럼 읽히는 완성도 높은 번역”이라고 극찬했다.(조셉은 “상금은 한 명에게 몰아서 주지 않았다”며 조금 아쉬워했다.) 그해 번역원은 영어권 진출확대를 위해 ‘영어권/E-book팀’을 신설하고 한국어와 영어 실력이 능통하고 한국문학에 조예가 깊은 원어민을 찾고 있었다. 다른 영어권 국가 출신보다도 번역 실력이 뛰어난 조셉이 적격자로 인정받았다. 2014년 10월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매년 10월 마다 같은 분(고은 시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그 분 집 앞에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그분이 노벨문학상 발표일에 맞춰 한국을 비우는 모습이 생경했다. 나도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받길 고대하지만, 한국엔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아도 훌륭한 작가들이 충분히 많다. 한국 문학도 강하다! TV에 나오는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대표해서 “우리나라는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한 나라의 문화나 국민의 생각을 저렇게 쉽게 규정해도 되나 싶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이 한국 문학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한국 문학은 주제도, 쓰는 방식도 다채롭다. 게다가 단편문학이 굉장히 발달돼 있다. 한국 문학과 정신은 연결돼 있고, 문학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똥피리는 어떻게 “박제가 되어버린 번역가를 아시오.” 이상의 ‘날개’ 도입부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를 비틀어 써봤다. 번역아카데미 동기는 이상을 좋아하는 나를 “어이, 박제 양반”이라 부른다. 이상은 순전히 자기를 위해 쓰는 작가라 매력 있다. 성공 명예 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원하는 대로 써나가는 작가가 얼마나 되겠나. 텍스트를 제일 깊게 읽는 번역가로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는 이상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작가 중엔 박민규의 문장이 늘 새롭다. 이렇게 한국문학과의 사랑은 계속된다. 아직 결혼 안 한 노총각이지만 당분간은 한국문학과 진하게 연애하고 싶다. 다시 씨름하고 있는 번역 문제로 돌아가야겠다. 박민규 작가의 ‘낮잠’ 중에 이런 묘사가 나온다. “노성진의 왼편, 두 자리 건너에 앉은 놈이 정동필이다. 키가 큰 윤동필이란 친구가 있어 작은 동필이라 불리던 녀석이다. 백육십이 될까 싶은…정말이지 작은 키다. 참견하길 좋아하고 촐싹대는 면이 있어 ‘똥피리’ 란 별명을 따로 갖고 있었다.” 아, 똥피리는 또 어떻게 옮겨야 하나.※조셉 씨와 인터뷰를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그의 한국어는 완벽해서 통역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의 이름 아그넬(agnel)은 인도에서도 흔한 이름이 아니라 인도 공무원은 실수로 angel(천사)로 그의 여권을 발권했다. 한국 문학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천사가 될지 기대해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구경선 씨(32)는 두 살 때 열병을 앓고 귀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됐다. 그의 어머니는 말을 해보지 못한 딸의 혀가 굳을까 걱정돼 설탕을 입 주변에 발라 빨아 먹는 연습을 하게 했다. 어머니가 목소리를 내면 딸은 고사리손을 어머니 목에 대고 울림을 느꼈다. 그리곤 제 목에 손을 대고 같은 울림으로 소리를 내며 말을 배웠다. 입 모양으로 상대의 말을 읽는 법도 익혔다. 게다가 그는 2년 전부터 시력을 잃고 있다. 현재 그의 눈은 지름 8.8cm 밖에 볼 수 없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동반하는 어셔증후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큰 귀를 가진 토끼 베니가 그의 분신이 됐다. 그림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위즈덤하우스)엔 베니가 등장해 그의 인생역정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작업실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리기 등 꿈을 이룬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한다. 베스트셀러 ‘그래도…’가 ‘기적의 책 캠페인’ 4월 도서에 선정됐다. 캠페인은 1억 원 모금 프로젝트로 ‘책 한 권, 벽돌 한 장, 책으로 이루는 꿈’이라는 모토로 푸르메재단과 교보문고, 동아일보가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지난달 3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그를 만났다. 그림 속 베니와 꼭 닮았다. 기자가 노트북에 질문을 적어 보이면 그가 소리내 답했다. 그는 “집에 불이 났을 때 물 한 동이만 날라주어도 정말 고마운 일이죠. 책 한 권이 물 한 동이라고 생각하시고 ‘기적의 책’ 한 권만 사주세요”라고 당부했다. ―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이 꼭 필요한가. “병원에 가면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간호사에게 제 순서에 꼭 알려달라고 부탁해요. 그런데 간호사도 워낙 바쁘니까 따로 알려주지 않아 오래 기다린 적이 많았어요. 장애어린이를 위한 병원이 생기면 좀 더 편안 환경에서 병을 고칠 수 있겠죠.” ―독자가 베니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솔직함이죠. 누구나 어렸을 땐 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친구하자’며 먼저 손 내미는데, 나이가 들면 거절당할까 두려워하죠. 제가 먼저 용기를 내서 사람들에게 솔직함을 보여준 것 같아요.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쉽게 할 수가 없는 순간도 있는데 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한 것도 영향이 있겠죠.”― 요즘 어떤 작업 중인가. “베니 그림에 색칠하는 컬러링북을 작업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게요.”― 책에서 베니가 선글라스에 지팡이를 짚는 걸로 나온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앓는데 늘 즐거울 수만 있나. “괜찮은데, 가끔 우울해져 그냥 눈물이 뚝뚝 나올 때도 있죠. 일부러 아무 것도 안 하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하죠. 감정의 굴곡이 있는 건 저도 똑 같아요. 호호.”― 책에 담지 않은 버킷리스트가 있나. “내년이면 엄마가 환갑인데 집을 꼭 사드리고 싶어요. 작업실에서 보면 어머니에게 사주고 싶은 아파트가 보여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독자를 위해 책에 서명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삶도 참 소중합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소중하단 걸 꼭 알았으면 해요. 저도 그걸 알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 채 절망 속에서 좌절한 채 살았거든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달 19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20대 청년이 자신의 방에서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 이사 온 뒤로 호프집 서빙, 치킨 배달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 왔지만 결국 버겁기만 했던 삶의 끈을 놓아 버렸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7월(11.5%)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생 등을 더한 ‘체감실업률’은 12.5%로 더 높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실제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몰리고 있다. 아직 취업이 결정되지 않았거나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찾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3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4년제 대학생의 37.8%가 재학 중 학교 안이나 밖에서 일자리를 가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청소년에게도 아르바이트는 일상이 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중 25.1%가 한 번 이상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음식점 서빙, 전단 돌리기, 뷔페나 결혼식장 안내 및 서빙, 편의점 점원 등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 파트타임으로 인식되는 일자리에 널리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청년들의 아르바이트는 근로조건이 양호하지 않은 편이다. 아르바이트는 본래 안정된 직장을 찾는 과정에서 짬을 내 용돈을 벌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취업문이 막힌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생계수단으로 그 성격이 바뀌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는 7일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취업포털 알바몬과 함께 협약을 맺고 ‘착한 알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수기를 공모하는 한편 근로계약서 작성 준수 등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점포를 ‘착한 알바’ 사업장으로 선정할 계획이다.박창규 kyu@donga.com·박훈상 기자}

“청년에게 착한 알바를∼!” ‘맑스돌’, ‘노동돌’로 불리는 걸스데이 멤버 혜리(본명 이혜리·21·사진)가 7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착한 알바 캠페인을 통해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을 내 딸, 내 아들처럼 아껴 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혜리는 2월 출연한 알바몬 CF에서 “알바가 갑이다”를 외치며 ‘법정 최저시급 5580원’, ‘야간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같은 알바생 권리를 알렸다. 누리꾼들은 “요즘 청소년들은 전태일의 근로기준법은 몰라도 혜리의 최저시급 5580원은 안다”며 박수를 보냈다. ―최저임금, 야간근무수당을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광고를 준비하면서 최저임금은 얼마인지, 야간수당을 얼마나 더 받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았어요. 현실을 알게 돼서 기쁘기도 하고 한편 씁쓸하기도 했어요.” ―일부 고용주는 CF를 비판하기도 했다. “제가 양쪽 입장이 다 되어 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뭐가 옳고 그르다고 하기엔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래도 일을 열심히 했는데 그에 따른 대가를 정확하게 받지 못한 부분은 정말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오르는 물가에 비해 최저임금이 정말 열악하게 오르는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좀 더 건강한 아르바이트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아르바이트생의 능률도 더 오르지 않을까요.” ―아르바이트하면서 꿈을 좇는 또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주변에 아르바이트하는 친구가 많아요. 아르바이트하는 제 또래를 보면 왠지 한 번 더 인사하고 꼭 ‘수고하세요’라고 하게 되더라고요.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어요. 항상 그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면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착한 알바 캠페인에 기대하는 바가 있나.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서로 내 ‘부모님이다, 자녀다’란 생각만 빨리 한다면 금방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거예요. 아르바이트생을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 주기만 해도 이 캠페인은 성공이에요. 파이팅!”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른바 ‘19금(禁) 웹툰’이 요즘 20, 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다. 출판만화 시절 공개된 장소에서 성인 만화를 보기 부담스러웠던 여성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19금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금 웹툰이 성공하려면 여심(女心)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김준협 PD는 “19금 웹툰 독자층은 7 대 3 정도로 여성이 많고, 작가도 여성이 6 대 4로 많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레진코믹스 사무실에서 ‘세컨드’의 안나래 씨(27)와 ‘캠퍼스 밀크푸딩’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베이글녀가 되어 있었다’의 탱크가이 작가(29)를 만나 19금 웹툰의 세계를 훔쳐봤다.○ “말초신경만 자극해서는 안돼” 야한 상상만 하느라 안색이 퀭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예절 바르고 건강한 두 남녀가 나타났다. 이들은 19금 웹툰의 성공 조건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리얼리티를 꼽았다. 남성의 성적 흥분만 자극하는 일본 성인물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의 솔직한 성(性)을 ‘리얼하게’ 담아야 남녀 독자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실제 여성 독자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성 작가의 웹툰이 더 인기가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오로지 여성만을 위해 기획된 19금 순정만화까지 등장했다. ‘19금’ 콘텐츠라고 해도 성기 묘사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세컨드’는 단짝 친구의 연하 남자친구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 여성이 주인공이다. 요즘 등장한 ‘쌍년’(나쁜 여자) 코드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안 씨는 “‘만족감을 채워준다’는 여성 독자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캠퍼스 밀크푸딩’의 주인공은 대학 복학생 모태솔로 ‘남마초’다. 탱크가이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여자를 만나기 어려워하는 ‘초식남’(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남자를 식물에 비유한 것)의 세계를 반영했다”고 했다.○ “‘야동’(야한 동영상) 보면서 연습해야겠어” 안 씨는 좀 더 리얼한 웹툰을 위해 ‘민망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새 웹툰을 준비하며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야동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 것. 19금 웹툰이라 남녀의 정사 장면 묘사가 꼭 필요했다. 안 씨는 장장 한 달간 일본산 야동을 보면서 따라 그렸다. 민망하거나 흥분할 새가 없었다. 몸의 굴곡을 묘사하는 누드도 어렵지만 남녀가 벌거벗은 채 엉킨 모습을 그리는 일은 몇 배나 더 어려웠다. 탱크가이는 19금 웹툰을 그리는 사실이 민망해 여자 친구에게 비밀로 했다. 나중에 이를 고백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친구는 탱크가이를 포함한 19금 웹툰의 팬이었다. 그는 “카메라에 비유하면 여성 작가는 상대의 몸을 훑는 손에 집중해 분위기를 살리고, 남성 작가는 가슴 같은 특정 부위에 포커스를 맞춘다”며 “여성 작가는 파스텔톤, 남성 작가는 살색과 핑크색을 선호한다”고 했다. 성인 콘텐츠는 늘 음란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레진코믹스의 일부 콘텐츠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차단 조치를 내렸다가 곧 철회하기도 했다. 안 씨는 “19금 웹툰엔 요즘 성담론이나 고민을 담는 순기능도 있다”고 했다. 탱크가이는 “재미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성적 활기로 출산이나 결혼을 장려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른바 ‘19금(禁) 웹툰’이 요즘 20, 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다. 출판만화 시절 공개된 장소에서 성인 만화를 보기 부담스러웠던 여성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19금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금 웹툰이 성공하려면 여심(女心)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유료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김준협 PD는 “19금 웹툰 독자층은 7대 3 정도로 여성이 많고, 작가도 여성이 6대 4로 많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레진코믹스 사무실에서 ‘세컨드’의 안나래 (27)와 ‘캠퍼스 밀크푸딩’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베이글녀가 되어있었다’의 탱크가이(29) 작가를 만나 19금 웹툰의 세계를 훔쳐봤다. ●“말초신경만 자극해서는 안돼.” 야한 상상만 하느라 안색이 퀭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예절 바르고 건강한 두 남녀가 나타났다. 이들은 19금 웹툰의 성공 조건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리얼리티를 꼽았다. 남성의 성적 흥분만 자극하는 일본 성인물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의 솔직한 성(性)을 ‘리얼하게’ 담아야 남녀 독자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실제 여성 독자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성 작가의 웹툰이 더 인기가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오로지 여성만을 위해 기획된 19금 순정만화까지 등장했다. ‘19금’ 콘텐츠라고 해도 성기 묘사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세컨드’는 단짝 친구의 연하 남자친구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 여성이 주인공이다. 요즘 등장한 ‘쌍년’(나쁜 여자) 코드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담아냈다. 안 씨는 “‘만족감을 채워준다’는 여성 독자의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캠퍼스 밀크푸딩’의 주인공은 대학생 복학생 모태솔로 ‘남마초’다. 탱크가이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여자를 만나기 어려워하는 ‘초식남’(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남자를 식물에 비유한 것)의 세계를 반영했다”고 했다. ●“‘야동’(야한 동영상) 보면서 연습 해야겠어.” 안 씨는 좀 더 리얼한 웹툰을 위해 ‘민망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새 웹툰을 준비하며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야동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 것. 19금 웹툰이라 남녀의 정사 장면 묘사가 꼭 필요했다. 안 씨는 장장 한 달간 일본산 야동을 보면서 따라 그렸다. 민망하거나 흥분할 새가 없었다. 몸의 굴곡을 묘사하는 누드도 어렵지만 남녀가 벌거벗은 채 엉킨 모습을 그리는 일은 몇 배나 더 어려웠다. 탱크가이는 19금 웹툰을 그리는 사실이 민망해 여자 친구에게 비밀로 했다. 나중에 이를 고백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친구는 탱크가이를 포함한 19금 웹툰의 팬이었다. 그는 “카메라에 비유하면 여성 작가는 상대의 몸을 훑는 손에 집중해 분위기를 살리고, 남성 작가는 가슴 같은 특정 부위에 포커스를 맞춘다”며 “여성 작가는 파스텔톤, 남성작가는 살색과 핑크색을 선호한다”고 했다. 성인 콘텐츠는 음란물 논란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지난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레진코믹스의 일부 콘텐츠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차단 조치를 내렸다가 곧 철회하기도 했다. 안 씨는 “19금 웹툰에 요즘 성담론이나 고민을 담는 순기능도 있다”고 했다. 탱크가이는 “재미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성적 활기로 출산이나 결혼을 장려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기독교 최대 축일인 부활절을 맞아 5일 전국 성당과 교회에서 부활절 미사와 예배가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께서 선물로 주신 평화의 삶을 각자 삶의 현장에서 살도록 노력하자”며 “나 자신부터 스스로 반성하고 쇄신해 이웃을 배려하고 사회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천주교회는 전날 부활 성야 미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를 기억하는 뜻에서 노란 리본과 부활 달걀을 단 구조물을 제단 앞에 설치하기도 했다. 명동성당에선 노란색을 칠한 부활 달걀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품에 안은 성모’ 그림이 그려진 달걀도 판매했다. 서울대교구는 부활 달걀 판매 수익금 일부를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이 다녔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성당에 전달할 예정이다. 개신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 등이 각각 부활절 예배를 열었다. 한기총은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자 가정을 위한 부활절 예배를 진행하며 “이 시대 가난한 자, 소외된 자, 고통당하는 자, 외로운 자들에게 다가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며 섬기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NCCK는 소속 교회들이 공동 예배문과 기도문, 설교문으로 각 교회에서 진행했고 상징적 의미로 서울 후암동 중앙루터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부활, 우리의 부활’을 주제로 예배를 열었다.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도 ‘그리스도의 부활, 화해와 통일로’를 주제로 예배를 열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설가 최진영(34)의 두 가지 상상. 하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그의 살을 뚝뚝 뜯어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애인의 살은 찹쌀떡처럼 쫄깃하고 달다. 끔찍하거나 엽기적이기는커녕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둘.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그의 육신은 불태울 수도 땅에 묻을 수도 없다. 늘 나의 죽음보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의 죽음이 더 큰 공포다. 작가는 두 가지 상상을 하나로 버무렸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구의 증명’이다. 소설 속 ‘구’(남자)와 ‘담’(여자)은 처음 만난 여덟 살 때부터 서로 호감을 느꼈다. 가정 형편이 불우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했고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졌다. 성인이 된 구가 부모가 남긴 빚 때문에 쫓기다 죽는다. 담은 죽은 구를 자신의 집으로 옮겨와 먹는다. 빠진 손발톱부터 성기까지 야금야금. 소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혼자 남은 자의 절절함을 보여준다. 1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작가를 만났다. 담이 시신을 먹은 까닭부터 물었다. “두 사람은 세상에 그들밖엔 보이지 않았어요. 담이 구를 따라 죽으면 둘은 아예 세상에서 없는 게 돼요. 담은 구를 먹으면 피와 살이 되니 오래 살 수 있고 자신 안에 구를 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먹으면서 구의 존재를 증명한 거예요.” 설정은 충격적이지만 읽어 보면 호러 소설처럼 끔찍하고 괴기스럽다기보다 슬프고 애잔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먹는 담을 떠올리며 사랑, 삶, 죽음 같은 흔하게 쓰는 단어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라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사랑이 짠하다. 작가는 소설을 쓰는 내내 인디밴드 ‘9와 숫자들’의 ‘창세기’를 반복해서 들었다고 했다. “그대는 내 혈관의 피/그대는 내 심장의 숨/그대는 내 대지의 흙/그대는 내 바다의 물”(‘창세기’ 가사 일부)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크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연인이 된 관계는 결속력이 다르다. 씨실과 날실이 얽힌 것처럼”이라고 했다. 소설에서 둘을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드는 장치는 빚이다. 대부업체는 지옥이라도 찾아가서 돈을 받아내려 한다. 작가는 “요즘 세상에 빚내서 학교에 다니고 집을 사는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내가 보기엔 활활 타는 불덩이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이다. 지금 생활과 미래를 저당 잡히는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한 생각도 녹였다”고 했다. 인터뷰를 끝내며 꼭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노력을 했으면 해요. 구를 먹는 담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된다면 타인의 불행을 예민하게 여기는 감각이 살아있는 거겠죠. 그런 예민함이 있으면 살면서 고통을 느낄 일이 많겠지만, 그래도 그 예민함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 시대가 상당히 우울한데, 명랑을 통한 삶의 기쁨이 필요합니다. 우울한 삶을 명랑 코드로 긍정적으로 기쁘게 바꿀 수 있도록 명랑콘서트를 마련했어요.”(정호승 시인·65)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웃음과 감동,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명랑콘서트’가 열린다. 행사는 북콘서트 프로젝트팀 ‘WeCanDo’(우린 할 수 있다) 대표 최명란 시인(52)이 기획했다. 이 행사에는 정호승 시인, 성악가 최용호(31), 아동문학가 최수진(31·건반), 기타리스트 김영수 씨(28) 등이 함께한다. 정 시인은 명랑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자작시를 낭송하고 시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는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첫 구절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를 ‘돈이 없는 사람’으로 비틀어 낭송하는 식으로 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명랑함을 꺼내 건강한 웃음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최 시인은 ‘찐한’ 경남 사투리로 좌중을 휘어잡는 명랑 토크를 선보인다. 특히 무대 위에서 한 잔 술 없이도 신나게 부르는 ‘무반주 노래 부르기’가 그의 특기다. 최 시인은 “시를 읊다가 즉석에서 노래가 터져 나와 반주팀이 준비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며 “청중 나이에 따라 노래 ‘하얀 나비’도 가수 김정호, 배우 심은경 버전으로 바꿔가며 부를 수 있다”며 웃었다. 테너 최용호 씨는 폭발력 넘치는 목소리로 관객석을 열광적인 분위기로 바꾸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 많은 사람이 찾으셔서 관객도 우리도 행복하고 명랑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최수진 씨는 키보드 반주를 맡았다. 최 시인은 개인적인 일로 힘든 시간을 갖고 은둔생활을 할 때 자신을 위태로운 삶에서 구해준 것은 시와 음악이었다고 고백한다. 이후 2012년 후반부터 한 달에 2, 3번씩 전국의 학교, 종교시설, 복지시설, 기업 등을 돌며 시와 음악을 나누고 있다. 최 시인과 팀원들은 “출연료가 적어도 뜻이 좋으면 가고, 뜻이 없으면 돈이 많아야 간다”는 원칙도 세웠다. 최 시인은 “공연할 때마다 끝까지 사람들이 객석을 채우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할 때 가장 기뻤다”며 “생동하는 봄에 시와 음악으로 명랑 기운을 듬뿍 받아 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명랑콘서트는 무료로 진행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 시대가 상당히 우울한데, 명랑을 통한 삶의 기쁨이 필요합니다. 우울한 삶을 명랑 코드로 긍정적으로 기쁘게 바꿀 수 있도록 명랑콘서트를 마련했어요.”(정호승 시인) 4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웃음과 감동,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명랑콘서트’가 열린다. 행사는 북콘서트 프로젝트팀 ‘WeCanDo’(우린 할 수 있다) 대표 최명란 시인(52)이 기획했다. 이 행사에는 정호승 시인(65), 성악가 최용호(31), 아동문학가 최수진(31·건반), 기타리스트 김영수(28) 등이 함께 한다. 정 시인은 명랑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자작시를 낭송하고 시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는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첫 구절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를 ‘돈이 없는 사람’으로 비틀어 낭송하는 식으로 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명랑함을 꺼내 건강한 웃음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최 시인은 ‘찐한’ 경남 사투리로 좌중을 휘어잡는 명랑 토크를 선보인다. 특히 무대 위에서 한 잔 술 없이도 신나게 부르는 ‘무반주 노래부르기’가 그의 특기다. 최 시인은 “시를 읊다가 즉석에서 노래가 터져 나와 반주팀이 준비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며 “청중 나이에 따라 노래 ‘하얀 나비’도 가수 김정호, 배우 심은경 버전으로 바꿔가며 부를 수 있다”며 웃었다. 테너 최용호 씨는 폭발력 넘치는 목소리로 관객석을 열광적인 분위기로 바꾸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 많은 사람들이 찾으셔서 관객도 우리도 행복하고 명랑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최수진 씨는 키보드 반주를 맡았다. ‘WeCanDo’는 2002년 최 시인과 김영수 씨가 야외무대에서 시낭송과 음악 연주로 불우이웃돕기 공연을 펼치며 시작했다. 원래 이름은 주말에 모인다는 뜻에서 위크엔드(Weekend)였지만 긍정하는 삶의 의미를 담아 팀 이름을 바꾸었다. 2012년 후반부터 한 달에 2, 3번씩 전국의 학교, 종교시설, 복지시설, 기업 등을 돌며 시와 음악을 나누고 있다. 명랑 콘서트는 무료로 진행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시인이 남겨두어야 할 것은 시인의 발자취가 아니라 시정신이다. 시와 시정신은 시인의 결핍과 편견까지도 극복해 주기 때문에 시와 시정신은 시인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것이다. 시인들은 돈도 밥도 안 되는 시를 쓰면서도, 시에 운명을 걸고 시에 순정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천양희) “(정말로 좋은 시란) 글의 형식은 단호하게 짧아야 하며 시에 동원된 언어는 쉽고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하고 시의 주제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것이어야 한다. 좋은 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만나 온 사람들처럼 만들어 준다.”(나태주) 70대 중견 시인들의 시론이 담긴 산문집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직소포에 들다’ ‘마음의 수수밭’을 쓴 천양희 시인(73)이 ‘작가수업 천양희-첫 물음’(다산책방), ‘풀꽃’의 나태주 시인(70)이 ‘꿈꾸는 시인’(푸른길)을 선보였다. 등단 50년 동안 한결같이 시를 써온 천 시인은 시를 ‘내 팔자’ ‘생업(生業)’ ‘시업(詩業)’이라 부른다. 그러면서 “시업과 사업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은 시집이 너무 많고 시인도 너무 많아 가끔 ‘시멀미’가 날 때가 있다”고 일갈한다. 시집 35권을 낸 나 시인은 소설가나 수필가 등과 달리 ‘집 가(家)’가 아닌 ‘사람 인(人)’을 쓰는 시인의 자격을 설명한다. “시인은 끝까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인간의 본분과 인간의 냄새를 잃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부드럽고 촉촉하며 세상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하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시인이 남겨두어야 할 것은 시인의 발자취가 아니라 시정신이다. 시와 시정신은 시인의 결핍과 편견까지도 극복해주기 때문에 시와 시정신은 시인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것이다. 시인들은 돈도 밥도 안 되는 시를 쓰면서도, 시에 운명을 걸고 시에 순정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천양희) “(정말로 좋은 시란) 글의 형식은 단호하게 짧아야 하며 시에 동원된 언어는 쉽고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하고 시의 주제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것이어야 한다. 좋은 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만나 온 사람들처럼 만들어 준다.”(나태주) 70대 중견시인들의 시론이 담긴 산문집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직소포에 들다’ ‘마음의 수수밭’을 쓴 천양희 시인(73)이 ‘작가수업 천양희-첫 물음’(다산책방), ‘풀꽃’의 나태주 시인(70)이 ‘꿈꾸는 시인’(푸른길)을 선보였다. 등단 50년 동안 한결같이 시를 써온 천 시인은 시를 ‘내 팔자’ ‘생업’(生業) ‘시업’(詩業)이라 부른다. 그러면서 “시업과 사업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은 시집이 너무 많고 시인도 너무 많아 가끔 ‘시멀미’가 날 때가 있다”고 일갈한다. 시집 35권을 낸 나 시인은 소설가나 수필가 등과 달리 ‘집 가(家)’가 아닌 ‘사람 인(人)’으로 시인의 자격을 설명한다. “시인은 끝까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인간의 본분과 인간의 냄새를 잃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부드럽고 촉촉하며 세상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하겠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