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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조건 고개 숙이기’와 ‘동문서답’ 작전으로 일관했다. 여야 의원들은 12시간여 동안 무려 일흔 번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존재하는지를 물어봤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초점을 비켜가기로 작심하고 나온 듯 “송구스럽다”는 말만 24차례 반복했다. 일부 질문에 대해선 주제와 무관한 답변을 했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조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 시절에 의해(중용된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있을 발판이 된 것 아니냐.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백원우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왜 당당하게 말을 못하느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최규식 의원은 “나라를 흔들어 놨으면 분명한 대답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문학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대해) 구체적인 금액이 얼마냐”고 물었다. 이에 조 후보자는 “(동영상) 발언 전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조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일부 야당의원들은 흥분해 삿대질까지 하면서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격한 표현도 나왔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차명계좌와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 등을 거론하며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세환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비하발언을 두고 시중에서는 애완동물도 주인에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사회를 보던 안경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장 의원에게 “극단적인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은 모든 역사적 사건을 캐비닛에 묻었고, 노 전 대통령의 한은 국민의 가슴에 묻었다”며 “(노 전 대통령 사건은) 그래서 역사적 사건이 되지 않고, 신화가 돼 버렸다. 노 전 대통령을 신화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신화가 되면 정치적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고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갖은 억측 등이 난무한다”며 “특검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밝힐 건 밝혀야 한다.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결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취지의 말이 아니었겠는가”라며 “조 내정자의 발언이 충격적으로 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17회)지만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적극 도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23일 논란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께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유족 여러분과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이 “진정으로 사과한다면 노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할 의사가 있느냐”고 질문한 데 대해선 “그럴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차명계좌 발언을 한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켜가면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만 말했다.조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와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해 침묵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은 검찰 수사에서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는 조 후보자를 노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한 상태다.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국회에서 특검을 결정한다면 나와서 정확하게 발언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조 후보자는 “성실하게 임하겠다. (특검) 수사결과에 따라 사퇴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물러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북특사 역할과 관련해 “특별한 사안에 대해 특별한 임무가 주어진다면 그것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보건복지위 인사청문회에서 “영리병원 도입 추진을 앞장서서 막을 것이냐”는 민주당 주승용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이해해도 좋다. 현 정부 임기 중에는 영리병원을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날 국회에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열렸으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4, 25일 이틀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이원주 기자 ▲동영상=조현오 인사청문회, 격분한 ‘야’의원}

민주당 등 야당은 24, 25일 양일간 열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문제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2009년 검찰수사 당시 김 후보자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 “여종업원 조사 안 한 채 내사 종결” 김 후보자는 경남지사 시절인 2007년 4월 출장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가 한인식당인 ‘강서회관’에서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식당 사장 곽현규 씨로부터 박 전 회장의 돈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해 6월 9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곽 씨가 김 후보자 외에도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식당을 찾은 이광재 강원지사와 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에게도 각각 수만 달러를 건넨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었다. 곽 씨는 검찰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서만 “직접 돈을 주지 않고 식당 여종업원에게 그가 오면 주라고 맡겨 놨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 2명은 지난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종업원을 조사한 적이 없다”며 “여종업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어 김 후보자를 결국 무혐의로 내사 종결했다”고 말했다. 진실 규명의 핵심 인물에 대한 조사 없이 사건이 일단락된 것이다.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핵심 증인에 대한 조사 없이 내사종결할 경우 검찰예규 위반이 된다. 법조계에선 여종업원이 조사를 받을 때까지는 김 후보자의 ‘내사 중지’ ‘기소 중지’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검찰이 여종업원의 신병 확보를 위한 기본절차인 ‘미국에의 사법공조 요청’ 조치를 취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검찰이 사법공조 요청을 했는지를 답해달라고 16일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22일 현재까지 침묵하고 있다. ○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항소 했는데…” 이 지사와 서 의원의 ‘박연차 돈 수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항소했다. 이 지사와 서 의원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이 ‘박연차 돈 수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는 검찰이 같은 혐의를 받은 김 후보자에 대해 무혐의로 내사종결한 것과는 모순이 되는 대목이다. 한편 진실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뉴욕 강서회관 전 사장 곽 씨는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곽 씨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2008년 9월 1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것으로 법무부에 기록돼 있으며 한국의 주민등록도 이때 말소됐다. 그는 하지만 이 즈음부터 경기 용인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지배인을 두고 몇 달에 한 번씩 들르는 정도였으며, 올 3월에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는 곽 씨의 주소지를 파악하지 못해 이 식당으로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으나 곽 씨는 이를 수령하지 않았다. 한편 김 후보자는 22일 총리인사청문특위 위원들에게 보낸 자료에서 “박 전 회장과는 경남지사 시절인 2008년 이후 지역 경제인들과 몇 차례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밝혔다.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국회는 20일 8·8개각에 따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첫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는 각각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출석시켜 도덕성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과 정책 현안에 대한 소신을 들었다. 두 상임위는 다음 주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뉴타운개발 예정지의 건물을 부인 명의로 구입한 것이 투기 목적이 아니었냐는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 후보자도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자녀교육이나 탈세, 금융 소득공제 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주민등록 정리를 늦게 해 결과적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하게 된 것은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자신과 친지에 대한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책임질 분이 생길 것”이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경남개발공사 강명수 전 사장은 민주당 이용섭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소했다. 이 의원은 강 전 사장이 김 후보자 부인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3일에는 △이재오 특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진수희 보건복지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24일에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4, 25일 열린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국무총리 및 장관 청장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시작을 하루 앞둔 19일 민주당 등 야당은 다양한 의혹을 쏟아내며 막판 대공세를 폈다.○ 이재오 내정자의 ‘독특한 군복무’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군 복무 기간에 대학을 다니는 등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졸업 자격이 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19일 “이 내정자가 1966년 3월 중앙농민학교에 입학한 뒤 다음 달 군에 들어갔다. 성적표를 보면 대학 1∼3학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친다”며 “군 복무지역인 경기 포천에서 학교가 있는 서울까지 제대로 통학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중앙농민학교 학적부에는 1∼3학년 성적을 기록한 필체가 같아 한날한시에 같은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내정자가 졸업한 1970년에 102명이 졸업했는데 1969년 재학생은 42명에 불과했다”며 “학적기록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 측은 “이 내정자가 당시 군인 신분이었지만 국방부에서 시행한 군인 파견 교사 제도에 선발돼 영외거주를 하면서 부대 근처 중학교에서 근무했다”며 “방학을 이용해 중앙농민학교를 다녔고 교수가 편의를 봐 줬다”고 해명했다. ○ 진수희 내정자 동생 회사 승승장구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남동생이 서울시 등이 발주한 공사를 무더기로 수주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진 내정자 남동생은 진 내정자가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인 2004년 11월 조경회사를 설립했는데 이듬해인 2005년 4월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 공사의 조경 설계사업체가 됐고 은평 2, 3지구 공사도 맡게 됐다”며 “당시 은평뉴타운은 진 내정자와 가까운 사이인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였다”고 주장했다. 또 주 의원은 “2008년까지 공공기관 공사를 80건이나 수주했고 이 중 32건(40%)이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에서 발주한 것”이라며 “이 중에는 진 내정자의 지역구인 성동구의 한강공원 뚝섬권역 통합디자인 설계사업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 내정자는 “동생은 특혜 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사업을 해왔다”며 “수의계약도 아니고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따낸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동생뿐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 미국 국적 딸의 한국 선거 투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한국 국적을 상실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의 딸이 6·2지방선거 때 투표를 한 사실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확인했다”며 “국적이 없는 사람이 투표를 한 것은 징역 5년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사위투표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의 부인 윤모 씨가 2007년 자신의 전공경력과 상관없는 설계 감리회사에서 1년 동안 5680만 원의 연봉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당시는 신 내정자가 이명박 대선캠프에 들어가 소득이 없던 때다. 부인을 동창이 대표인 회사에 위장 취업시켜 스폰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신 내정자 측은 “윤 씨는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프레젠테이션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했다”고 해명했다.○ 여당서도 “문제 인사는 거취 정리를”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 8·15 경축사 때 ‘공정한 사회’를 정부 하반기 정국운영 지표로 제시했다”며 “장차관 인사는 그런 점에서 참으로 유감스럽다. 우리가 서민정책을 백날 해본들 쪽방촌 투기를 한 사람이 장관이 되면 이 정부는 서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문제 있는 인사는 자진 사퇴하거나 임명 시 어떤 다른 절차가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이날 “위장전입에 대한 현실적 해법은 2002년 7월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 후보자는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로 지명됐으나 위장전입 등의 의혹이 불거져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심 의원은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지만 고위공직을 바라는 사람이 당시의 청문회를 보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위장전입을 했다면 그것은 ‘청맹과니’”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특정 인터넷 주소(IP) 사용자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개설된 수만 개의 ID를 도용해 광범위한 접속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져 누리꾼들 사이에 ‘해킹 논란’이 일고 있다. 각 사이트를 운영하는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달 초부터 121.254.224.66이라는 IP를 쓰는 사용자가 여러 ID로 접속을 시도한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두 회사는 문제의 IP가 접속을 시도한 ID 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최소 수만 건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문제가 된 IP의 접속을 차단했다. 두 회사 측은 “해킹이라면 접속 성공률이 100%에 가까워야 하지만 이번에는 접속 성공률이 수백 분의 1 수준”이라며 “본사 서버에서 빠져나간 정보는 일절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내 ID로 해커가 접속해 가입한 카페에 광고를 올리는 바람에 카페에서 ‘강퇴(강제퇴출)’ 당했다”,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IP로 로그인에 성공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며 불안해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NHN 측은 “이번 접속 사고에 쓰인 IP는 보안 수준이 높은 대기업 소속 IP여서 내부적으로 ‘화이트 IP(해킹 등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적은 안전한 IP)’로 분류돼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해당 IP 관리자는 ‘LG U+(옛 LG텔레콤)’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해 LG U+ 측은 “해당 IP는 회사에서 고객 업체에 소규모 전산실 운영 목적으로 임대한 IP”라며 “트래픽(전자 정보 전송량)에 특이사항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LG 측은 “오간 정보의 내용은 개인정보 보호 규정에 따라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며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NHN과 다음은 중국 해커가 문제의 IP를 일종의 ‘정류장’으로 이용해 네이버 접속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해커는 보안이 취약한 다른 웹사이트의 ID와 비밀번호 다수를 빼낸 뒤 이 개인정보를 포털사이트에도 그대로 적용해 보는 방법으로 접속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국 해커가 올해 3월 대량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를 입수해 접속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측은 분석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유명 인터넷 동창회 사이트와 대형 유통업체 사이트 등 보안이 취약한 웹사이트에서 약 2000만 건의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돼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 포털사이트 관계자들은 “ID 도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자주 변경하고 가입하는 사이트마다 다른 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하거나 중국 해커들의 표적이 되는 게임사이트 등에 가입할 때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특정 IP에서 지속적으로 접속 시도를 하도록 방치한 기업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광수 행정안전부 정보통합전산센터장은 “소수의 IP에서 지속적으로 로그인을 시도한다면 접속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떠나 이를 감지하고 부정사용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울산 남부경찰서는 이달 2일 남구 달동에서 실종된 전휘복 씨(52·여·사진)를 찾거나 용의자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보상금 50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7일 공개수사로 전환한 이후 사건 현장 일대를 계속 수색했지만 결정적 단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시민 제보가 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2일 오전 4시 20분경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헤어진 후 연락이 끊겼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올 6월 12일 당국의 승인 없이 방북한 진보연대 상임고문 한상렬 목사가 광복절인 15일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돌아올 예정인 가운데 보수와 진보단체들이 각각 한 목사를 규탄, 환영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진보연대와 ‘6·15 공동선언과 한상렬 목사를 지키는 모임’ ‘한상렬 목사를 지지하는 기독교 모임’은 한 목사 귀환에 맞춰 15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강역 주차장에서 ‘한반도평화와 남북관계개선촉구 기도회’를 갖는다. 이들은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 목사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이지 ‘친북’이나 ‘찬양’은 아니다”라며 “검찰의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들도 15일 같은 장소에서 한 목사 방북을 규탄하는 ‘맞불’ 기자회견을 연다. 이어 보수단체들은 같은 날 오후 2시 반부터 문산읍 통일대교에서 집회를 열고 한 목사로 분장한 사람을 포승줄로 체포해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퍼포먼스’도 벌일 예정이다. 한국자유총연맹 등이 참여한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는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한 목사의 실정법 위반 행위를 엄중 처벌하고 진보연대를 비롯한 좌파 세력의 반국가적 행위를 발본색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비상’이 걸렸다. 경찰청은 이날 강희락 청장 주재로 ‘8·15 집회시위 관리 대책회의’를 열고 15일 임진각 주변에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22개 중대(1500여 명)를 배치해 양측 집회 참가자 간 충돌에 대비하기로 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한 목사가 판문점을 넘어오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즉시 체포하고,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위법행위를 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방침이다. 15일에는 임진각 집회 외에도 진보단체가 오후 4시 서울역광장에서 ‘천안함 진실규명, 평화실현 국민대회’를, 보수단체는 오후 5시 종로2가 보신각 앞에서 ‘종북 좌파세력 척결 8·15 국민대회’를 각각 열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는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수철(45)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최장 45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45년간의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청구된 것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이 올 4월 개정돼 최장 45년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토록 할 수 있게 된 이후 처음이다. 전자발찌법은 법정형의 상한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범죄에 대해서는 30년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토록 할 수 있고, 여러 개의 전자발찌 부착 명령 대상 범죄를 저질렀을 때에는 부착기간을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수철의 경우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강간상해와 약취유인 혐의가 함께 적용돼 기소됐다.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지상목) 심리로 열린 김수철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오로지 자신의 성욕을 채우려고 어린 아이의 영혼을 파괴한 것은 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은 것과 다르지 않다”며 “법이 허락하는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학교 등 아동보호시설 접근금지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김수철은 올 6월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생 A 양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한 뒤 자신의 집으로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고는 20일 오전 9시 반.성범죄11명 전자발찌 소급 채워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폭력범죄 전력자에게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소급해서 부착할 수 있도록 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 개정안이 7월 시행되면서 검찰이 성범죄자 11명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최창봉 기자}

#1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정보로 질병 가능성뿐만 아니라 키, 수명 등 모든 것을 분석해 우성, 열성으로 판단하는 사회가 배경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 ‘폭력적이고 머리가 나쁘며 31세에 죽을 운명’이었던 주인공은 자신의 꿈인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우성 유전자를 가진 다른 사람의 검사 결과를 사들였다.#2 한국인 홍모 씨는 지난해 미국 개인유전자 검사업체인 ‘23andMe’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검사 결과 심혈관질병 계통에 대한 위험도가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지능지수(IQ)와 기억력은 평균 이상, 키는 평균보다 0.4cm 작다는 분석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영화적 상상력이 10여 년 만에 현실이 됐다. 생명공학기술(BT)이 발달하면서 최근 특정 질병에 취약한지에서부터 성격, 외모 등 유전자에 포함된 개인의 모든 정보를 파악하는 ‘개인 유전자 분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한 케이블TV 채널에서는 연예인을 출연시켜 유전자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프로그램까지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많게는 수천만 원이 드는 검사 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분석을 받아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대중을 호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에선 아직 불법이지만… TV 프로그램에서 유전자 분석을 해 준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검사를 받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현행법상 상업적인 유전자 검사는 불법에 가까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를 의료기관에서 직접 하거나 의뢰를 받은 기관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연예인들의 검사 결과는 모두 연구 목적으로 활용된다”며 “방송은 연예인들이 검사 결과 공개에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해외 업체에 의뢰하면 얼마든지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23andMe’ 등 미국 주요 유전자 검사 회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한국인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이 회사들이 한국으로 검사 키트(타액을 담는 용기와 이 용기를 회사로 발송하는 택배 봉투로 구성)를 발송하지는 않고 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미국에 사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검사 키트를 국제소포로 받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검사료는 검사 항목에 따라 400달러에서 수천 달러다.○ “검증 안 된 내용으로 낙인” 김종원 삼성의료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질병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2만3000여 개 유전체 중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3000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지금까지 축적된 유전자 정보를 통계적으로 활용해 ‘A 질병에 많이 걸리는 사람에게 B 유전자가 많이 발견됐다’ 정도의 확률 정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10월 과학 전문 주간지인 ‘네이처’에는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유전자검사 업체마다 다른 분석을 하고 있다”는 미국 유력 유전자 연구기관인 J 크레이그벤터 연구소의 존 크레이그 벤터 소장의 기고가 실렸다. 벤터 소장은 “5명의 유전자를 ‘23andMe’와 ‘Navigenics’에 동시에 분석 의뢰한 결과 일부 질병에 대해 전혀 다른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심장병, 낭창(결핵성 피부병의 일종) 등에 대한 발병 위험 검사에서 5명 중 3명에 대해 상반된 결과를 냈다. 유전자 검사로 질병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현재까지는 아무런 극복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상용화나 검사 결과 공개는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있다. 이유경 순천향대 부천병원 진단검사학과장은 “의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질병을 유전자 검사로 진단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 없다”며 “사회적 파장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 “법에 묶이면 기술 뒤진다”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는 “외모나 성격 등에 관련한 검사는 인간의 우열을 유전자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며 “그러나 질병 부분은 의학 발전과 사회적 공익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 결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란 주장에는 “국내외 학계에서 새로 발표되는 논문 수십 편을 매일 분석해 그중 연구기관이나 병원 등에서 의미가 있다고 인정하는 부분들을 연구와 검사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이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하기 시작한 반면 상업화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23andMe 같은 민간 회사가 5만여 명의 DB를 가지고 있다. 유전자 DB는 개인 게놈 분석의 핵심이기 때문에 한국도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유전자 검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면 총 28억5000만 개에 이르는 염기서열(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의 배열 순서)을 저인망식으로 읽는 ‘전장게놈분석(Whole genome sequencing)’을 해야 한다. 이 중에는 아직 과학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밝혀내지 못한 정보도 여럿이다. 따라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 과학적 의미가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 2만8000개만 분석하는 ‘엑솜게놈분석(exome genome sequencing)’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두 검사의 경우 비용이 건당 500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고 순수 검사기간만 최대 2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전자분석 업체에서는 이미 연구가 많이 진행된 염기서열 약 100만 개만 검사하는 칩(chip) 검사를 많이 사용한다. 칩 검사만으로도 알 수 있는 정보는 상당하다. 가장 유명한 회사인 ‘23andMe’에서는 당뇨, 전립샘암, 심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 가능성부터 유당분해(우유 소화 정도), 운동신경 등에 대한 정보까지 상세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도 한다. 23andMe에서는 비슷한 유전자 정보를 가진 사람을 검색해 주는 ‘친척 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코드 제네틱스사(deCODE genetics)는 자신이 북방계에 가까운지 남방계에 가까운지 판별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이런 서비스는 아직 통계와 확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북소리가 절정에 이를 때마다 박수가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공연단이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일 때마다 “와!” 하는 함성도 빠지지 않았다. 5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관문사에 모인 입양인 600여 명은 전통예술 공연단이 한 시간 반 동안 풀어놓는 부드럽고 힘찬 가락에 흠뻑 매료됐다. 국제한국입양인협회(IKAA)가 주최하는 ‘2010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입양인들은 이날 관문사에서 동아일보와 세종문화회관, 현대건설이 공동 진행하는 ‘함께해요! 나눔예술-해피 투모로’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공연은 불교의 제례(祭禮)인 ‘범패의식’으로 시작했다. 얇은 삼베 고깔을 쓴 스님들의 승무(僧舞)는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낮게 읊조리는 법경 소리가 불당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입양인들의 시선은 ‘오고무(五鼓舞)’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로 향했다. 자색(紫色) 한복을 입은 단아한 자태의 전통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힘 있는 북소리를 쏟아내자 입양인들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연이어 등장한 사물놀이패가 꽹과리와 장구를 요란하게 흔들며 절정에 이를 땐 박수와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중이 조금씩 흥겨워하자 사회자는 ‘추임새’ 넣는 법을 일러줬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무릎을 손으로 탁 치거나 하늘로 들며 ‘얼쑤’, ‘좋∼다’ 하고 외치면 된다”고 설명하자 이어지는 공연부터는 신명이 날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얼쑤’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화려한 궁중한복과 한삼(궁중무용을 출 때 손목에 쓰는 긴 소매)으로 치장한 무용수가 추는 태평무(太平舞)와 장구춤, 부채춤 등에 매료된 입양인들은 사물놀이패와 무용수들이 함께 나와 마당놀이 ‘판굿’을 펼치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공연을 담당한 춤아리무용단은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신명이 난 입양인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입양인들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미국에서 왔다는 크리스토퍼 알브리지오(이강원·26) 씨는 “날아다니는 듯 춤사위와 빠른 리듬이 어우러진 판굿이 가장 신났다”고 말했다. 니콜 챔버(임윤아·32) 씨도 “다른 공연과는 달리 몇 번씩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멋졌다”고 감흥을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입양인들은 이날 공연 관람에 앞서 서울 거리에서 전통 간식인 ‘꿀타래’를 맛보거나 경복궁을 둘러보면서 짧은 한국방문을 아쉬워했다. 백현아 IKAA 통역사는 “입양인대회에는 입양 관련 세미나도 개최해 입양인들이 각자 살고 있는 나라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부 입양인들은 입양인대회가 끝나는 8일 이후에도 계속 한국에 머무르며 고향을 방문하거나, 자신을 낳은 친부모를 만날 예정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차를 부식시키고 폭발 위험까지 있는 중국산 가짜 에어컨 냉매 가스를 수입해 시중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올해 4월부터 중국 항저우(杭州)와 산둥(山東) 성 등에서 가짜 에어컨용 냉매 5억2000만 원어치(54t)를 수입해 판매한 혐의로 자동차정비업체 사장 이모 씨(32) 등 7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이 수입한 가짜 냉매는 염화메틸, 클로로디플루오르에탄 등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가짜 냉매는 자동차의 금속 부품을 부식시키고 고무의 내구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등 차를 고장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 냉매 중 경찰이 회수하지 못한 41t(4억2000만 원어치)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형차 6만여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가짜 냉매가 집중적으로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냉매를 계속 쓰면 자동차 고장으로 수리비만 수백만 원이 들 수 있다”며 “올해 5, 6월경 자동차 에어컨 냉매를 새로 충전한 경우 해당 정비업소로 문의하거나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6·2지방선거에서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금을 가장 많이 걷은 광역단체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감 중에선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동아일보가 4일 16개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수한 6·2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자 14명과 교육감 당선자 10명 등 24명에 대한 300만 원 초과 고액 후원금 기부자 626명의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은 고액후원금을 받지 않았고, 임혜경(부산), 민병희(강원), 김복만(울산), 이영우(경북), 안순일(광주), 나근형(인천) 교육감은 고액후원자가 없거나 후원회를 두지 않아 조사에서 제외했다.○ ‘보험성 보은성’ 후원금 적지 않은 듯 광역단체장 중 고액 후원금을 많이 거둔 당선자들은 재선이나 3선이 많았다. 1위인 김문수 경기지사(재선)는 모두 94명으로부터 4억6880만 원을 받았다. 김범일 대구시장(재선)이 61명으로부터 2억9810만 원, 박준영 전남지사(3선)가 57명으로부터 2억8250만 원을 각각 받아 그 뒤를 이었다. 교육감 중에선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21명에게서 1억350만 원을 모금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기용 충북도교육감(16명·8000만 원), 김신호 대전시교육감(10명·5000만 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10명·4900만 원)의 순이었다. 고액 후원금 기부자 626명 중 ‘사업·자영업자’는 모두 338명으로 54%에 이르렀다. 직업을 밝히지 않은 경우가 114명(18.2%), 회사원 10.4%(65명),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은 53명(8.5%)으로 나타났다. 사업·자영업자의 상당수는 해당 지자체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이거나 지역 경영자협회 회장인 것으로 나타나 ‘보험성’ 또는 ‘보은성’ 후원금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후원금 기부자 목록에는 SKC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사장이 올라와 있다. 각각 500만 원씩을 기부했다. 최근 수원시로부터 공장 증설 허가를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인 SKC 측은 “개인 자격으로 기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에게 대표와 임원 명의로 각각 500만 원씩을 후원한 새천년종합건설은 지난해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공사 등을 전남도에서 수주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남영건설 역시 임직원 명의로 총 1000만 원을 후원했다. 3선의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의 고액 후원금 명단에는 학교법인 형석학원 설립자인 김맹석 씨가 포함돼 있다. 형석학원 소속인 충북 형석고는 이 교육감 재임 시절인 2007년 농어촌 우수고로 지정돼 도비 지원을 받아 학생 숙소, 강의실 등이 포함된 학사를 새로 지었다. 이 교육감은 알프스수련원 한창환 대표로부터도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여러 후보에게 고액 후원금을 낸 기부자도 있었다. 이승한 홈플러스회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 각각 5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대부분 “개인적 친분이 있어 기부한 것”이라거나 “정치 철학에 공감해 후원했다”고 밝혔다. 같은 고향 출신이거나 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 후원금 내고 도청으로? 고액 후원금 기부자가 당선자 인수위원회나 도정에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에게 500만 원을 후원한 김부일 전 KBS 제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은 우 지사 취임 이후 제주도 환경부지사로 지난달 28일 취임했다. 우 지사 인수위원회의 공동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오경애 전 제주YWCA 회장과 진광남 제주플라워 대표도 선거 당시 각각 450만 원, 500만 원을 후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500만 원을 후원한 엄재숙 아이젠교육 대표는 인수위 교육문화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경목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차를 부식시키고 폭발 위험까지 있는 중국산 가짜 에어컨 냉매 가스를 수입해 시중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올해 4월부터 중국 항저우(杭州)와 산둥(山東)성 등에서 가짜 에어컨용 냉매 5억2000만 원 어치(54t)를 수입해 판매한 혐의로 자동차정비업체 사장 이 모 씨(32) 등 7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이 수입한 가짜 냉매는 염화메틸, 클로로디플루오르에탄 등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경찰이 자동차부품연구원에 의뢰해 차량 에어컨 팬 주변의 환경과 비슷한 온도와 압력 하에서 정품 에어컨 냉매와 가짜 냉매에 각각 불꽃을 일으켜본 결과, 정품 냉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가짜 냉매는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가짜 냉매는 자동차의 금속 부품을 부식시키고 고무의 내구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등 차를 고장 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 냉매 중 경찰이 회수하지 못한 41t(4억2000만 원어치)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형차 6만여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가짜 냉매가 집중적으로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냉매를 계속 쓰면 자동차 고장으로 수리비만 수백 만 원이 들 수 있다"며 "올해 5, 6월 경 자동차 에어컨 냉매를 새로 충전한 경우 해당 정비업소로 문의하거나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와! 진짜 메시가 온다!” “TV에서 볼 때보다 더 잘생겼네!”3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 야외연회장 입구 쪽에서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스페인 FC 바르셀로나 소속)가 걸어 나오자 아이들이 흥분하며 이렇게 외쳤다. 축구공을 품에 끌어안은 채 서성이며 기다리던 어린이들은 메시를 직접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4일 한국 K리그 올스타와 친선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메시 선수는 이날 잠시 짬을 내 숙소인 호텔에서 한국 어린이들을 만났다.특히 어린이재단에서 추천한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과 새터민 자녀들이 초청돼 이날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축구는 북한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중 하나다. 이날 초청된 새터민 자녀들은 모두 ‘리틀강서FC’라는 축구단에서 남한 아이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축구선수들. 리틀강서FC는 강서구에 살고 있는 새터민과 저소득층 자녀들로 구성된 유소년축구단으로, 전 북한 청소년국가대표로 뛴 경력이 있는 새터민 정의성 씨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아이들은 ‘월드스타’ 메시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메시 선수처럼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입을 모았다. “박지성 선수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메시는 “여러분처럼 어린 나이 때는 축구를 재미있게 하는 것이 좋다”며 “나이가 들면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박 선수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월드스타”라고 호평했다. 메시는 아이들과 공을 주고받거나 사인을 하면서 약 40분간 함께 시간을 보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경목 인턴기자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전 서울 구로구의회 의장이 공천 심사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경 전 구로구의회 의장 윤주철 씨(57·한나라당)가 구로5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윤 씨의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선거에 떨어질 줄 몰랐다” “낙선해 마음이 괴롭고 공천 심사를 담당한 지역위원장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겼다. 또 낙선 직후 주변 사람들에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는 구의원 선거가 처음 시행된 1991년 전국 최연소로 당선된 후 5선 의원을 지내는 등 민선 최장수 구의원을 지냈다. 2001년에는 구로구의회 의장을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치러진 6·2지방선거에서 ‘가’ 대신 ‘나’ 기호를 배정받는 바람에 낙선했다는 생각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국내 정형외과 연구의 기초를 다진 원로 의학자 정인희 연세대 명예교수(사진)가 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1938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고인은 6·25전쟁에 육군 군의관으로 참전해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후 연세대 의과대 정형외과학교실 부교수로 부임해 1981년까지 모교에서 후진을 양성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초기 발기인으로 참여해 정형외과학회 이사장, 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 정형외과학, 재활의학 분야의 기틀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교부장관 표창, 국민훈장 동백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정용 씨와 5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7시 10분,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02-2227-7550}
40대 여성 약사 납치 살해 사건 용의자 두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출소한 교도소 동기로, 피살된 약사 한모 씨(48·여)의 서울 양천구 집에서 40∼50m 떨어진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던 종업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한 씨 납치 살해 사건의 용의자인 신모 씨(28)와 이모 씨(28) 등 2명을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통신기록 조회 등을 통해 이들의 행방을 찾다 한 중국음식점과 유난히 통화가 잦았던 사실을 확인하고 형사 30여 명을 급파해 이날 낮 12시 40분경 두 사람을 붙잡아 수사본부가 차려진 성북경찰서로 압송했다. 신 씨 등은 검거된 중국음식점에서 6월부터 일했다. 이들의 직장과 거주지는 살해된 한 씨의 아파트에서 50m 이내 거리였다. ‘동네 이웃’이 납치 및 살해를 저지른 셈이다. 이들이 일하던 중국음식점 옆 슈퍼마켓 주인은 “배달원 중 한 명이 팔에 문신을 했고 표정이 매서워 보이긴 했으나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이날 경찰에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성폭행 및 강도 전과가 있다. 강도와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알게 됐으며 출소 후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강도강간 혐의로 이 씨는 4년, 신 씨는 4년 6개월간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하고 각각 지난해 9월, 12월에 출소했다. 특히 신 씨는 피해자 한 씨의 라세티 차량이 불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카페에서 2004년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은 시신 발견 당시 한 씨의 하의가 벗겨져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성폭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붙잡힌 신 씨 등은 검거 이후에도 경찰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검거 직후부터 4시간이 넘게 조사를 받으면서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모르겠다”, “(체포)영장을 보여 달라”고 말하는 등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 씨와 이 씨가 검거될 때 경기 과천의 주유소 폐쇄회로(CC)TV에 찍혔던 목걸이와 동일한 것을 차고 있었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뉴스 봤느냐.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대화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못사는 나라에서 온 주제에 게으르기까지 하구나!” 2007년 한국인 남편 강모 씨(43)를 만나 한국으로 시집 온 캄보디아 출신 M 씨(21)가 오후만 되면 낮잠을 자자 못마땅하게 여긴 시어머니가 내뱉듯 이런 말을 던졌다. 덥고 습한 캄보디아에서는 낮 12시∼오후 2시에 잠을 자는 것이 일상이고, M 씨는 습관대로 잠이 들었을 뿐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시어머니의 오해를 풀기 어려웠던 M 씨는 고민 끝에 이주여성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못사는 나라, 게으름뱅이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새 삶을 찾아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한국에 온 결혼 이주여성들이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오해와 냉대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주여성인권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결혼이주여성 인권백서’에 따르면 다문화 부부의 갈등을 초래한 원인으로 ‘생활방식의 차이’가 18.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성격 차이(17.2%), 시댁 문제(8.9%), 경제 문제(8.2%) 등의 순서였다. 문화적 차이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틀림’이 아닌 ‘다름’ 때문에 고통 M 씨 외에도 “게으르다”는 말을 듣는 경우는 많았다. 베트남 출신 한 이주여성은 한국에 온 직후 아침밥을 짓지 않았다가 시부모님에게 “남편이 일 나가는데 아침도 챙겨주지 않느냐”며 호되게 혼이 났다. 베트남에서는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 때가 대부분이다. 기후가 후텁지근한 동남아에서는 좁은 집 안에서 불을 켜고 조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아침은 밖에서 해결한다. 맞벌이를 하는 이 나라 사람들은 하루 세 끼 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상이고, 집에서 먹더라도 한두 가지 반찬만으로 간단하게 때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주여성들이 이런 문화를 시어머니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이주여성들의 고충을 듣는 상담센터의 상담원들은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은 며느리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고 입을 모은다. 베트남에서는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돼지족발을 삶은 물을 마시도록 한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2008년 한국으로 시집 온 H 씨(23)는 첫 아이를 출산한 후 시어머니가 끓여주는 미역국만 억지로 먹어야 했다. 또 베트남에선 따뜻한 느낌이 들 정도로만 방을 덥히는 편이지만 H 씨의 시어머니는 방바닥이 뜨거울 정도로 불을 땠다. H 씨는 “산후조리 문화가 달라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몽골에선 해산 후 양고기를 먹지만 한국에선 삼시 세 끼 미역국만 먹어 고생했다는 ‘몽골 새댁’도 있었다. 올해 초 한국 남성과 결혼한 필리핀 새댁 L 씨도 “오랜만에 먹고 싶었던 필리핀 생선요리를 식탁에 올렸다가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이런 냄새나는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는 핀잔만 들었다”며 “모국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했다. ○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 이런 박대를 당하는 이주여성들은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인권백서’에 따르면 한국 시댁에서 고통을 받은 이주여성들이 가장 많이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은 모국 출신 이민자이거나 모국에 있는 친구(34.9%)였다. 이어 친정 가족이나 친척(18.2%)이었고,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7.9%나 됐다. 하지만 이주여성들이 모국에 전화를 걸어 고민 상담을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2월 결혼해 한국으로 들어온 조선족 여성 조모 씨(30)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모국 친구와 통화를 자주 했다. 남편은 이런 아내를 “아이도 돌보지 않고 전화기만 붙잡고 있다”며 폭행했다. 1년간 이어진 폭행을 참을 수 없던 조 씨는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에서 운영하는 외국인도움센터에 입소했다. 인천여성의전화 이주여성쉼터 이맹열 소장은 “남편이나 시부모들이 이주여성 국가의 생활방식을 후진국 문화라고 무시하면서 갈등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갈등 초기에 해결하면 OK 이주여성과 남편, 시댁 식구들 간의 문화적 차이로 생기는 갈등은 상대방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쉽게 해결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소장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상담소를 찾았던 이주여성 중 절반은 오해를 풀고 시댁으로 돌아간다”고 귀띔했다. 문화적 차이로 생기는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남편과 아내뿐만 아니라 이주여성을 맞는 시댁 식구들이 신부 나라의 문화를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도 했다. 권미주 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팀장은 “출입국관리소 등에서 이주여성의 모국어로 커뮤니티 정보를 담은 안내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이미하 인턴기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박수유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 남편 대상 다문화교육 ‘걸음마’ ▼한국인배우자들 참여율 저조… 고려사이버大 무료강의 개설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의 다문화수업 담당자는 지난달 경남 진해에 산다는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며느리가 베트남에서 왔다”는 이 남성은 “며느리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는데 ‘베트남어와 문화’라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는 며느리와 말도 하고 생소한 베트남 문화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고는 “며느리와 함께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혹시 며느리가 공부할 때 쓸 한국어 받아쓰기 책자가 있느냐”고 해 대학이 개발한 책자 2권을 보냈다. 고려사이버대는 2007년 2월부터 보건복지가족부(현 보건복지부) 등의 지원을 받아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도시와 농촌에 산재한 많은 다문화가정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사이버상에 무료강의를 개설한 것. 결혼이주 여성 등 외국인을 위한 수업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인 가족을 위한 수업도 차차 개설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인 가족을 대상으로 며느리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설된 강의는 ‘베트남어와 문화’뿐으로 2008년 104명이 이 수업을 들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수료생이 232명으로 늘었다. 정부도 국제결혼 배우자 및 시부모 등을 대상으로 ‘결혼 준비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2725명이 전국 100곳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실시된 이 교육을 수강했다. 결혼이민자가 13만 명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다. 지난해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실이 복지부에 요청한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복지부 산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마련한 배우자·가족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인 배우자는 전체 참가자의 3%에 그쳤다. 시부모들의 참여는 더 적어 100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다. 이주여성 지원단체들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배우자나 가족들도 ‘가족 맞아들이기’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려사이버대 김중순 총장은 “우리 사회가 외국 이주여성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둔 교육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다문화센터 통역요원 뚜이 씨 “배우자 문화 존중이 소통의 지름길” ▼ “한국인 남편도 아내가 좋아서 결혼한 거잖아요. 당연히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줘야죠.” 부산 사하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역·번역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느구엔티 뚜이 씨(26·여·사진)의 말이다. 뚜이 씨도 2004년 말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말이 통하지 않아 남편이나 시부모와 마찰이 많았다고 한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한 그는 지난해 2월부터 지원센터에서 본격적으로 통·번역요원 시험을 준비했고, 3개월 만에 합격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다문화가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대부분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다”면서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남편도 아내의 문화와 언어를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부분의 이주여성이 남편과 가족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도 경제권을 갖지 못해 가족의 눈치를 볼 때가 많다고 하소연한다”며 “경제권만큼은 부부가 동등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171개 시군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선 뚜이 씨 같은 이주여성 출신 통역·번역요원들이 ‘소통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160명이던 이주여성 통역·번역요원은 올해 모두 210명으로 늘었다. 한국어능력시험과 자국어 시험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센터를 찾는 이주여성의 상담업무를 맡고 있다. 해당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주여성과 한국인 가족 사이에 의사소통이 안 돼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전국다문화가족사업지원단 강복정 팀장은 “이주여성 통역·번역요원들은 센터를 찾는 이주여성들이 겪는 고충을 이미 경험한 만큼 훨씬 깊이 있는 상담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이 인원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