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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로 유명한 프랑스 동남부 휴양도시 칸의 칼턴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대낮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경찰 추산 1억300만 유로(약 1521억 원)어치의 보석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정오경 얼굴을 가린 무장 괴한 1명이 정문으로 들어와 자동권총으로 경비원들을 위협한 뒤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손목시계 등 전시품들을 순식간에 가방에 쓸어 담았다. 이 도둑은 칸의 아름다운 해변도로인 ‘라 크루아제트 대로’의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다고 AFP통신이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호텔 로비에서는 20일부터 이스라엘 억만장자 레프 레비에프가 소유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외신들은 현지 경찰이 사건 몇 시간 뒤 강도를 체포했지만 보석은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호텔은 공교롭게도 1955년 서스펜스 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연쇄 보석절도 사건을 다룬 그레이스 켈리 주연의 영화 ‘나는 결백하다(To Catch a Thief)’를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처럼 코트다쥐르 해변을 배경으로 한 절도 사건이 재현된 것이다. 칸에서 발생한 대형 보석 도난 사건은 올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5월 칸 국제영화제 기간에도 2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도둑들은 노보텔 호텔룸 벽에 설치된 금고에 보관 중이던 스위스 쇼파드사의 보석 약 100만 유로어치를 훔쳤다. 또 다른 이브닝 갈라쇼 행사장에서도 도둑들이 80명의 경비원을 따돌리고 200만 유로 상당의 목걸이를 훔쳐 달아났다. 조너선 사조노프 미국 ‘박물관보안네트워크’ 편집장은 “최고급 보석은 잘게 분해해 암시장에서 쉽게 내다팔 수 있어 되찾을 확률이 거의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였던 이집트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또다시 정치적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혼란이 이어지는 이집트에서는 유혈 사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카이로 외곽 나스르시티에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는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 세력의 시위를 이집트 경찰이 무력 진압해 사상자 수천 명이 발생했다. 이날 유혈사태는 과도정부의 실력자인 압둘 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폭력과 테러리즘에 맞서는 권한을 군부에 부여하는 거리시위에 나서라”고 촉구한 뒤에 일어났다. 이집트 보건사회부 측은 이날 최소 75명이 숨지고 1000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은 최소 120명 사망에 부상자는 45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26일에도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무르시 찬반 세력 간 대규모 맞불 집회가 열려 시위대 간 충돌로 7명이 숨지고 194명이 다쳤다. 8일 이집트군의 발포로 50여 명이 숨진 뒤 최악의 유혈사태다. 3월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최소 2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하다드 대변인은 “숨진 시위대 대부분이 머리와 가슴에 조준사격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니 압델 라티프 내무부 대변인은 “경찰은 최루탄만 사용했을 뿐”이라며 폭력 사태를 조장한 것은 무슬림형제단이라고 비난했다. 이집트 검찰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일 쿠데타 이래 연금돼 있던 무르시 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이집트 법원은 26일 무르시가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와 공모해, 2011년 카이로의 교도소 탈옥사건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형은 사형이다. 내무부는 무르시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수감된 토라 교도소로 이관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우려의 뜻을 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집트 과도정부가 평화로운 사태 해결과 이집트인 보호라는 책임을 져야 하고 이집트군은 의사 표현과 집회의 자유 등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27일 성명에서 “폭력은 화해와 민주화를 향한 노력을 저해하고 지역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집트 과도정부는 파국의 위기에서 한 발 물러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것과 관련해 쿠데타 여부를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연간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 군사·경제 원조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0년 말 ‘재스민 혁명’으로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슬람주의 집권세력을 비판해 온 야권 지도자가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 지고 있다. 25일 오전 제1야당인 국민운동당의 무함마드 브라흐미 사무총장이 자택 앞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있다가 괴한들이 쏜 총탄 10여 발을 맞고 숨졌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25일부터 수도 튀니스에서는 수천 명이 내무부 청사 앞으로 몰려왔다. 야당 소속 의원 52명도 브라흐미 암살에 항의하는 표시로 26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의회해산을 요구했다. 시위는 브라흐미의 국장(國葬)이 치러진 27일 이후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베이비노믹스(Babynom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영국 왕실의 로열 베이비 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23일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첫 아들을 공개할 당시 선보였던 유아용품이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아기를 감쌌던 숄은 노팅엄에 있는 니트 수제품 전문회사인 ‘GH 하트 앤드 선’의 45파운드(약 7만7000원)짜리 양모로 짠 수제품. 31년 전 윌리엄 왕세손이 태어났을 때도, 2011년 빅토리아 베컴이 딸을 낳았을 때도 사용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눈코 뜰 새가 없다”고 말했다. 윌리엄 왕세손이 아기를 차에 태울 때 손에 든 바구니형 카시트는 브라이택스사의 80파운드(약 13만7000원)짜리로 영국 유아전문 쇼핑몰 키드케어 슈퍼스토어에서 판매량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카시트의 아기를 감싼 속싸개는 미국 아덴아나이스가 만든 ‘정글잼’ 디자인으로 채닝 테이텀과 제시카 알바, 샌드라 불럭 등 할리우드 배우들도 사용해 주목받고 있다. 캐서린 세손빈이 입었던 물방울무늬 드레스도 큰 인기다. 영국 디자이너 제니 패컴이 캐서린만을 위해 제작한 옷이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사품이 나돌고 있다. 키드케어의 알렉스 피셔 홍보이사는 “로열 베이비에 관한 뉴스를 ‘독수리 눈(eagle eye)’으로 보는 엄마들이 왕실 따라하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조폐청은 사전에 제작한 로열 베이비 기념주화 덕분에 특수를 맞았다. 기념주화에 ‘용을 죽이는 세인트 조지’ 도안을 사용했는데 아기 이름이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로 정해지면서 주화의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반면 공주 탄생을 기대하며 준비했던 업체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영국의 한 도자기 업체는 로열 베이비가 딸임을 확신하고 분홍색 휘장을 두른 기념상품 세트 5000개를 생산했다가 고스란히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접시 세트는 ‘땡처리’ 사이트에서 세트당 2.98파운드(약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시리아에서 내전을 피해 ‘엑소더스(탈출)’에 나선 주민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600만 명을 넘어섰다. 유엔은 시리아 난민 사태가 주변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4일 영국 독일 등 서방국들도 시리아 난민을 수용해야 할 사태가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진행된 2년간 국경을 넘은 난민이 200만 명에 이르며 국내에서 떠도는 난민도 400만 명이 넘는다고 유엔은 추산했다. 시리아 인구 2200만 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집을 잃고 헤매는 형국이다. 유엔은 1948∼67년 팔레스타인 위기 때와 같이 시리아 사태가 지역 인구통계 전체를 뒤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올해 말까지 인구 4명 가운데 1명이 시리아 난민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요르단 북부 자타리 난민촌도 수용인원이 15만 명을 넘어 요르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가 됐다. 난민촌 운영에는 매일 5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가 필요하다. 요르단에서는 갑작스러운 인구 증가 때문에 치안 교육 병원 등 공공서비스가 부실해지고 고용시장이 왜곡되는 연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유엔은 시리아 난민을 인접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서유럽권 국가로 재정착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시리아 사태는 단순한 인도주의 측면, 지역적 위기를 넘어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이 5000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지만 이 같은 사례는 제한적”이라며 “이라크 난민 사태 때와 같은 대규모 재정착이 시리아 난민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페인 서북부의 갈리시아 지역에서 성지순례에 나섰던 탑승객이 탄 열차가 탈선해 최소 78명이 숨지고 143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중상자도 20명이 넘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24일 오후 8시 41분(현지 시간) 수도 마드리드를 떠나 서북부 페롤로 가던 고속철 열차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중앙역을 4km가량 남겨둔 지점에서 선로를 이탈했다. 이 사고로 객차 대부분이 탈선해 옆으로 쓰러지거나 전복되면서 승무원과 승객 251명 중 221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갈리시아 주 법원 관계자는 “잠정적인 수치지만 현재까지 탈선 현장에서 시신 73구를 수습해 임시 안치소로 옮겼다. 병원으로 이송된 5명이 추가로 숨졌고, 143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는 해마다 약 600만 명의 순례객이 몰려드는 유명한 성지로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어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많은 순례자들은 야고보가 복음 전파를 위해 걸은 천 년 이상 된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의 길)’을 횡단한다. 특히 이날은 예수의 12사도 가운데 하나인 야고보를 기리는 축제가 시작되기 전날이라 승객 대부분이 순례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시는 사고 이후 축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폭파나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일부 언론은 “열차가 제한속도 시속 80km인 커브 길에서 220km로 달리다 탈선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1972년 세비야 인근에서 열차 탈선으로 77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스페인에서 발생한 최악의 열차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이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동 석유에 목을 매던 미국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에 의존하던 유럽이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인 셰일가스로 ‘에너지 독립의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셰일가스 혁명’을 베를린 장벽 붕괴, 중국의 부상에 맞먹는 세계 정치의 격변을 가져올 ‘뉴 그레이트 게임(New Great Game)’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셰일층)에 묻혀 있는 천연가스인 셰일가스는 이미 1800년대에 발견됐으나 채굴의 어려움으로 경제성이 없어 최근까지 방치됐다. 그러나 미국이 지하에 물과 화학물질을 주입해 셰일층 암석을 분쇄하는 방식으로 가스를 추출하는 ‘수압파쇄(fracking)’ 방식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2020년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성공에 자극받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도 적극적으로 셰일가스 개발에 나섰다. EU는 16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EU 환경장관회의에서 지하수 오염 등 환경 파괴 논란을 빚는 수압파쇄 방식의 셰일가스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귄터 외팅거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셰일가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장관은 최근 “국내 매장량의 20%만 개발해도 2020년까지 1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국영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14일 셰일가스 개발 규제방침을 확인했지만 정치권의 셰일가스 개발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더욱 적극적이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19일 “영국이 셰일가스 혁명의 리더가 되길 원한다”며 “셰일가스 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북해에서 석유·가스를 개발하는 기업에 적용했던 소득세율 62%보다 낮은 30%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 셰일가스 생산을 위한 투자가 140억 파운드(약 24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페인과 폴란드는 셰일가스가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선언한 이후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함께 셰일가스 탐사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독립’ 움직임에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에너지 전략이 바뀌면서 이라크전 이후 중동 지역에 개입하길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니컬러스 레드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중동산 원유에서 독립하면 걸프 왕국 지도자들의 안정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며 “그러나 중동을 중국과 인도에 내줄 수는 없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셰일가스 혁명에서 가장 큰 패자(敗者)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독점 공급자로서 횡포를 부려왔다. 2006년, 2009년에는 장기계약 협상과정에서 추운 겨울에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가스관을 끊기도 했다. 그런데 유럽이 미국산 셰일가스, 중동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자체 셰일가스 개발도 추진하면서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을 20% 이상 낮추며 저자세로 돌아섰다. 푸틴의 권력기반인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시장가치는 2008년 3670억 달러에서 5년 만인 올해 21.3%(약 780억 달러)로 추락했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지금 러시아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셰일가스 유령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령을 쫓아내기 위해 환경단체부터 올리가르히(옛 소련 붕괴 이후의 신흥재벌), 크렘린 스파이까지 총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셰일가스 혁명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는 셰일가스 매장 지역이 인구 밀집 지역과 겹쳐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 유럽은 석유개발 기반시설이 미국보다 적고 지질조사도 덜 되어 있다. 환경오염 규제가 더 복잡해 비용이 좀 더 많이 든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로열 데자뷔(Royal d´ej`a vu)?’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세손빈이 23일 ‘로열 베이비’를 안고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에서 퇴원했다. 태어난 지 만 하루를 겨우 넘긴 로열 베이비는 베이지색 담요에 싸인 채 세손빈의 품에 안겨 전 세계 취재진에 최초로 공개됐다. 윌리엄 왕세손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푸른색 셔츠 차림의 캐주얼한 복장을 선택했다. 하늘색 바탕의 흰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캐서린 세손빈의 패션은 31년 전 같은 장소에서 첫아들을 대중에 공개했던 시어머니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사진)의 것과 유사했다. 아기의 출산 장소인 세인트메리 병원 특별병동인 ‘린도 윙’부터 주치의 마커스 세첼, 아기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버킹엄궁의 공고문까지 모두 윌리엄 왕세손이 태어났을 때와 판박이다. 이 때문에 영국 언론들은 캐서린 세손빈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따라하기를 ‘로열 데자뷔’(이미 본 듯한 느낌)라고 표현하고 있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격의 없고 소탈한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윌리엄 왕세손은 병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꽤 크고 무거운 아이”라고 아들을 소개한 뒤 “이름을 놓고 고민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아들의 첫 기저귀를 갈았다”며 “다행히 외모는 엄마를 닮았다. 아이의 머리털이 (탈모인) 내 머리보다 풍성하다”고 말해 취재진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윌리엄 왕세손은 검은색 레인지로버 차량에 유아용 카시트를 직접 장착한 뒤 직접 운전해 켄싱턴궁으로 향했다. 외신들은 이 카시트가 영국 브라이택스사의 제품으로 가격이 80파운드(약 13만7000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왕세손 부부의 이 같은 행보가 사전 조율된 영국 왕실의 홍보전략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중산층 출신인 세손빈의 친근한 모습을 부각시켜 과거 스캔들로 얼룩진 영국 왕실의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는 것이다. 24일 오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해리 왕손이 켄싱턴궁을 찾아와 로열 베이비를 처음 만났다고 BBC가 보도했다. 왕세손 부부는 이날 오후 아이와 함께 캐서린 세손빈의 친정인 버크셔 버클버리를 방문했다. 한편 로열 베이비가 상속받을 수 있는 왕실 가족의 재산이 총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에 이른다고 국제 재산정보회사인 ‘웰스-X’가 추산했다. CNN머니는 이 아기의 양육비용으로 약 100만 달러를 예상했다. 또한 로열 베이비는 장기적으로는 총 8억 달러의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영국 브랜드파이낸스가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세손빈의 첫아들 출산을 계기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양위(讓位)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로 태어난 로열 베이비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3대 직계손으로 왕위 계승 서열 순위 3위에 올랐다. 삼촌인 해리 왕손의 서열은 4위로 한 계단 밀리는 등 왕실의 계승 구도에도 변동이 생겼다. 찰스 왕세자가 65세인 데다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올해 87세로 고령이어서 영국 정가에서는 조심스럽게 양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왕실에서 양위가 이어진 데다 찰스 왕세자가 올해부터 왕실의 주요 업무를 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국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가브’가 5월 성인 19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왕이 양위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는 여왕이 계속 통치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33%는 양위해야 한다고 답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의 직계 장손의 아들이 태어남에 따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위에서 물러나면 영국은 ‘왕(King)’이 내리 3대째 통치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은 여왕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We could not be happier).”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세손빈이 첫아들을 얻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전역이 ‘로열 베이비’의 탄생을 기뻐하는 축제의 열기에 휩싸였다.22일 오후 8시 반 런던 버킹엄궁 정문 앞뜰에는 로열 베이비의 탄생을 알리는 공고문이 내걸렸다. “케임브리지 왕증세손이 오후 4시 24분에 몸무게 3.79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수천 명의 영국 시민은 버킹엄 광장에 몰려나와 밤이 새도록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했다. 로열 베이비는 케임브리지 공작인 부친 윌리엄 왕세손의 직함에 따라 케임브리지라는 칭호를 부여받았다. 정식 이름은 추후 발표된다. 영국 도박사들은 제임스, 조지란 이름에 가장 높은 금액을 베팅했다. 캐서린 왕세손빈은 이날 오전 6시경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에 입원해 11시간 동안의 진통 끝에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다. 이날 세인트메리 병원 앞에서는 중세시대 이래의 전통에 따라 주민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관직인 ‘타운 크라이어’를 맡은 토니 애플턴 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로열 베이비’의 탄생을 알렸다. 병원 앞에는 23일에도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아기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찍기 위해 각국의 취재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날 태어난 사내아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3대손 직계 장자로서 왕위 계승 서열 3위에 올랐다. 할아버지 찰스 왕세자와 아버지 윌리엄 왕세손에 이어 장차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포함해 4대 후계 체제가 확립된 것은 영국 역사상 120년 만이다. 시민들은 경기 불황 속에서 모처럼 희소식이 전해졌다고 기뻐했다.로열 베이비의 탄생을 기념해 23일 오후 런던탑과 그린파크에서 총 103발의 축포가 발사됐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3시간 동안 종이 울렸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의 분수와 런던탑은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파란색 조명을 밝혔다. 영국 소매업계는 로열 베이비 탄생에 따른 소비유발 효과는 2011년 윌리엄 왕세손 부부 결혼식 때의 1억6300만 파운드(약 2798억 원)를 뛰어넘는 2억4300만 파운드(약 4171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하워드 아처 씨는 “2011년 ‘로열 웨딩’부터 2012년 여왕 즉위 60주년, 2013년 로열 베이비까지 왕실 이벤트는 영국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광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로열 베이비 출산 소식을 대서특필했으며 일간 ‘더 선(The Sun)’은 23일자 신문 12페이지를 특별판으로 발행하며 제호를 ‘아들’을 뜻하는 ‘더 선(The Son)’으로 바꿔 달아 눈길을 끌었다.요크셔 주 방문에 나섰던 찰스 왕세자는 첫 손자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가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며 “빨리 손자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도 “영국 왕실, 모든 영국인과 함께 이 역사적 순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승리에 대해 세계 언론은 일본 내 민족주의 발호에 따른 주변국과의 불화를 우려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아베는 민족주의적 감정이 뿌리 깊이 배어 있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잔학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고 지적했다. WP는 “일본 야당 의원들은 선거 결과로 대담해진 아베가 수정주의적 신조(revisionist beliefs)를 더욱 공개적으로 말하면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분노하게 할 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우호 관계를 촉구하는 미국도 화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베 총리가 경제 개혁보다는 보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의제에 몰입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 동맹국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적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을 재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선제공격 능력을 갖추고 중국과의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방위한다는 이유로 해병대도 창설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의 개정 추진 가능성을 점쳤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행위에 대해서는 ‘더 적게 반성하는 관점’으로 역사를 다시 기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FP통신은 투표 전날인 20일 아베 총리가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헌법을 바꾸자”고 발언한 것을 전하면서 “개헌 및 군사력 확대 시도가 영토 분쟁 중인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삐걱거리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이슬람식 얼굴 가리개 단속 등에 대한 반발로 폭력 사태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파리 남서쪽 이블린 지역의 트라프 시에서 20일 밤 차량 20여 대가 불타고 시민 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프랑스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이 사건은 18일 밤 한 시민이 얼굴 가리개를 한 아내에게 벌금을 부과하려는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이다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그는 경찰관의 목을 조른 혐의를 받고 있다. 19일 밤부터 이슬람교도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 300여 명이 트라프 경찰서 인근으로 몰려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트라프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14세 소년이 눈에 중상을 입고 경찰관 4명이 다쳤다. 시위는 주말 내내 계속됐으며 20일 새벽에는 자동차 한 대가 경찰서로 돌진하기도 했다. 르몽드지는 “엘랑쿠르나 기앙쿠르 같은 인근 지역에서도 버스 정류장과 거리에 세워 둔 자동차가 불에 타는 등 폭력 사태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뉘엘 발 내무장관은 국내 무슬림 존중과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경찰을 늘려 배치했다. 프랑스에서는 2011년 4월 얼굴 가리개 착용을 금지한 이후 ‘특정 종교를 노린 적대화 정책’이라는 이슬람교도 측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얼굴 가리개 착용을 강요한 사람은 3만 유로(약 44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가리개를 쓴 여성은 소액의 벌금을 내거나 시민의식 교육을 받아야 한다. 파리 교외에서 대규모 시위 사태가 발생한 것은 2005년 경찰에 쫓기던 청소년 2명이 변전소에 숨었다가 감전돼 죽으면서 촉발된 시위 이후 처음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인천이 유네스코가 정한 ‘2015년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 2015)’로 선정됐다. 유네스코는 19일(현지 시간) “인천이 시민들과 한국인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책을 가까이 하게 하고, 독서를 진흥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 15번째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올해 각국에서 접수된 지원서가 양과 질적인 면에서 무척 수준이 높았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2015년 ‘세계 책의 수도’ 유치전에는 영국 옥스퍼드와 프랑스 리옹 등 세계 13개국 도시가 경쟁을 펼쳤다. 2011,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유치 도전에 나선 인천은 올해 초 ‘세계 책의 수도’ 주제를 ‘모두를 위한 책(Books for All)’으로 정하고 아시아 지역 도서 나누기, 인천을 중심으로 한 도서 기증, 찾아가는 북 콘서트 등을 추진하겠다는 제안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인천은 책의 수도로 지정됨에 따라 ‘아시아 문학상’을 제정하고, 국제 아동도서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또 ‘찾아가는 북 콘서트’ ‘시 낭송회’ ‘책으로 치유하는 힐링운동’ ‘지역 도서관에서의 문학 작가 초청’ ‘SNS를 통한 독서 운동’을 전개한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책 보내기 운동, 도서 기증 및 책 추천 릴레이운동도 함께 벌인다. 북한 문학가와의 만남, 국제서점협회 세미나, 세계 대학생 도서 커뮤니티 초청 행사 등도 마련키로 했다. 책의 수도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 내년 4월 23일부터 1년간 운영되며 책과 관련한 국제행사 30∼40여 개가 열리게 된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시민들이 책을 통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청소년들의 책 읽는 습관이 정착될 수 있는 도서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2001년부터 독서문화 진흥과 창의적인 출판·저작권 보호를 위해 매년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가 맨 처음 이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3년 책의 수도로는 방콕이, 2014년은 나이지리아 남부 항구도시 포트하커트가 뽑혔다. 박희제 기자·파리=전승훈 특파원 min07@donga.com}
중국 정부가 조종하는 해커 집단이 유럽연합(EU) 고위 관리들의 e메일을 해킹한 사실을 미국 정보기관이 알려주었다고 EU 전문매체 EU옵서버가 17일 보도했다. EU옵서버에 따르면 2011년 7월 ‘코멘트’와 ‘비잔틴 캔도르’라고 불리는 2개의 해커집단이 EU 이사회 전산망에 침투해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질 드 케르쇼브 EU 대테러조정관 등 고위관리 11명의 e메일을 해킹한 것으로 밝혀졌다. e메일에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 관한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EU옵서버는 당시 이 같은 해킹 사실을 EU 측에 알려준 것이 미국 정보기관이었다고 폭로하며 “미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냉소적으로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곧 발표할 ‘2013년 외교백서’에서 평론과 한 장(章)을 할애해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 등을 거론하며 “중국은 인터넷 해킹의 피해국이며 인터넷을 이용해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17일 전했다.파리=전승훈·베이징=이헌진 특파원 raphy@donga.com}

군부와 자유세속주의 세력이 중심이 된 이집트 과도정부 새 내각이 16일 출범했다. 새 내각에는 여성과 기독교인도 포함됐지만,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계가 배제돼 향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아들리 만수르 임시정부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하짐 알베블라위 총리를 비롯한 각료 35명의 취임 선서식을 열었다. 군부 최고 실력자 압둘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은 제1부총리에 취임했고, 레다 하페즈 중장이 방산장관에 임명되는 등 군부 인물도 요직을 차지했다. 새 내각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을 이끈 자유세속주의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경제 분야 전문 변호사이자 이집트금융감독기구(EFSA) 수장을 지낸 지아드 바하 엘딘이 제2부총리 겸 국제협력장관을, 헌법학자이자 국제법 교수 출신인 호삼 에잇사가 제3부총리 겸 고등교육장관을 맡았다. 외교장관에는 1999∼2008년 주미 대사를 지낸 핵군축 전문가 나빌 파흐미가 임명됐다. 라일라 라셰드 이스칸데르 환경장관을 비롯해 공보장관, 보건장관 자리에는 여성 장관이 취임했다. 수십 년 동안 이집트 내각에는 2명 이상의 여성 각료가 포함된 적이 없다. 또 이스칸데르 장관을 비롯한 총 3명의 기독교도가 내각에 진출했다. 이날 출범한 내각에는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이후 대통령선거와 총선거,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이슬람 계열이 모두 배제됐다. 무르시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슬림형제단 출신 장관(12명)을 비롯해 보수 이슬람정당인 ‘알누르당’, 온건 이슬람정당 ‘알와삿당’ 등 친이슬람계 장관 17명이 내각의 핵심 부서를 장악했다. 무슬림형제단과 알누르당 등 이슬람 세력은 내각 참여를 거부하고 새 내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집트 카이로 시내에서는 내각 발표 하루 전인 15일 저녁부터 16일 새벽 사이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사태가 벌어져 최소 7명이 사망하고 260여 명이 다쳤다. 게하드 엘하다드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불법적인 정부, 불법적인 내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슬람 세력 측에 17일부터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했다. 알누르당도 성명을 내고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몰아내고 정부를 장악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의 비밀 정보수집 행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감시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NSA 내부 청사진을 갖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가 14일(현지 시간) 주장했다. 스노든의 폭로를 최초로 보도한 그린월드 기자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NSA가 어떻게 세워지고 활동하는지에 관한 내부 지침을 담은 문서 수천 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월드 기자는 스노든이 확보한 자료들에는 NSA의 활동이 상세히 설명돼 있어 이 정보에 접근하면 미 정보당국의 도청을 피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스테판 스발포르스 스페인 우메오대 교수(사회학과)는 스노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4일 보도했다.}
독일 바이에른 주의 한 사립고등학교 졸업생 27명 전원이 최근 치러진 대입수학능력평가 필기시험에서 낙제했다. 학교는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독일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인 바이에른 주에서 보통 공립학교 학생의 97%, 사립학교 학생의 90% 이상이 대입수능시험인 아비투어에 합격한다. 그런데 2011년 슈타인푸르트 시에서 개교한 사립고교인 EPFOS 전교생 27명이 필기시험에서 낙제했다. 그중 2명은 구술시험을 통해 가까스로 구제됐다. 비싼 학비를 주는 사립학교에서 벌어진 이 사태를 두고 독일 언론은 ‘교육 대참사’라며 원인 찾기에 나섰다. 바이에른 주 교육당국도 이 학교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루드비히 웅거 교육부 대변인은 “학교 측이 총체적으로 학사관리에 실패했다”며 “EPFOS는 8월 말 시작하는 새 학년도 수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의 웹사이트에는 “가족 같은 분위기, 소규모 학급, 열정적인 교사. 불안과 과로로부터 해방된 수업(Lernen-frei von Angst und ¨Uberforderung)”이라는 홍보문구가 적혀 있다. 한 달에 140유로(약 21만 원)의 수업료를 받는 이 학교는 ‘경제를 전문으로 하는 첫 사립고’를 표방했지만, 한 명도 경제, 수학, 기술 과목에서 낙제를 면치 못했다. 이 학교는 장기결석도 문제 삼지 않았다. 실제로 학생의 10% 이상이 수업에 불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졸업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고 12학년(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을 재수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학생 대부분은 인근 공립학교로 전학 가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27명의 학생 중 15명이 전입시험에서 공립학교 12학년에 입학할 수 있는 점수(3.5점)를 얻지 못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노든은 미국에 최악의 악몽이 될 정보를 가졌다.” 미국 정보 당국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하고 러시아에 도피 중인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신변을 위협받을 경우 미국에 사상 최대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폭로할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46)가 말했다. 스노든의 폭로를 최초로 특종 보도했던 그린월드 기자는 13일(현지 시간) 브라질 일간지 ‘라나시온’과 인터뷰에서 “스노든이 가진 수천 건의 문서파일 전체가 세계 곳곳의 몇몇 사람에게 전달됐으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공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와 관련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자체의 결함을 지적했다. 슈피겔 온라인판은 8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사고 발생은 그저 시간문제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일 국적기인 루프트한자 항공기도 3주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에 실패한 적이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착륙 실패율이 전 세계 국제공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루프트한자 측은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 대해서는 특별 안전수칙까지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슈피겔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여러 번 착륙해본 경험이 있는 조종사들의 증언과 사례를 들며 공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한 조종사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에 대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착륙을 하기가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까지 말했다. 슈피겔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공항 주변의 소음 제한 규제 탓에 멀리서부터 낮게 접근하지 못하는 공항”이라며 “항공 교통 관제사가 짧은 시간에 급경사 착륙을 유도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조종사들에게 악명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조종사는 “이로 인해 비행기의 급강하 속도가 최대 허용치를 넘어서는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슈피겔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시설 개조 공사 중이어서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하는 ‘글라이드 슬로프’를 비롯해 착륙 유도등, 접근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한 조종사는 “전자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사전 경고 등을 통해 공항에 가파른 각도로 접근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의 착륙 각도를 사전에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항공사 기장들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와 인접한 지형적 특성 외에 관제 방식도 문제라는 것이다. 기장들은 공항 활주로에 안정적으로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춰야 할 지점에 도달했는데도 공항 관제사들이 지시를 뒤늦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잉777 기종 운항 경력만 10년이 넘는 A 기장은 “고도를 낮추라는 지시가 제때 떨어지지 않아 짧은 시간에 고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장관석 기자 raphy@donga.com}
“독일 영국 등 서방국도 미국의 정보기관에 협력했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이 독일 연방정보국(BND)을 포함한 서방 정보기관이 미국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에 협력했다고 7일 발간된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스노든은 “NSA 내 해외국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다른 나라와 제휴 사업을 추진했다”며 “NSA의 불법 사실이 알려졌을 때 역풍을 차단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기획됐다”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스노든이 5월 하와이에 머물 당시 암호로 된 e메일을 통해 이뤄졌다고 슈피겔은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NSA가 영국의 ‘템포라’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전화와 인터넷을 감시해왔다는 스노든의 폭로에 대해 “냉전시절의 전술”이라며 미국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이 문제는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도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독일 정보기관이 나치, 옛 동독 시절도 아닌 최근까지도 비밀스럽게 사생활을 도청해왔다는 폭로에 메르켈 총리에 대한 여론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NSA가 최근 10년간 브라질에서도 미국 통신기업을 통해 개인과 기업이 주고받은 전화와 e메일 수백만 건을 감시해온 사실이 스노든의 자료에서 확인됐다고 브라질 일간지 글로부가 7일 보도했다. 한편 보름째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서 발이 묶인 스노든을 위해 쿠바도 7일 망명 허용 의사를 밝혔다. 스노든에게 망명 허용 의사를 밝힌 곳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볼리비아에 쿠바까지 가세했지만 여전히 스노든의 망명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다비드 초케우앙카 볼리비아 외교장관은 7일 “최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전용기에 스노든이 함께 탑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영공 통과를 거부한 사건은 항공 관련 국제조약과 협정을 위기에 빠뜨렸다”며 “관련 책임자를 처벌해야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볼리비아가 미국 정보당국의 기밀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의 망명을 허용했다. 이로써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한 나라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포함해 3개국으로 늘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6일 “미국과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전혀 두렵지 않다.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한다면 기꺼이 망명처를 제공하겠다”며 볼리비아 주재 미대사관의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가스수출국 포럼을 마치고 볼리비아로 돌아가려던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스노든을 전용기에 태웠다는 의혹을 사 오스트리아에서 13시간 동안 발이 묶이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 등 남미 정상들은 5일 이 사건에 대해 비난하는 모임을 가진 직후 스노든의 망명 허용 방침을 밝혔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전했다. 스노든은 그동안 20개국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의 환승구역에 2주째 머물고 있는 스노든은 망명 허용국이 나타나 원하면 러시아를 떠날 수 있게 됐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