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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하루 앞둔 14일 중국 예술단 단장으로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했다. 남북, 북-미로 이어지는 ‘릴레이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간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했던 쑹 부장의 접견을 거부한 바 있다.○ 김정은-쑹타오 ‘중대 문제’ 논의 15일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전날 김정은과 쑹 부장의 접견 소식을 전하며 “조선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의 공동 관심사로 되는 중대한 문제들과 국제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들이 진지하게 교환됐다”고 보도했다. 또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선 최근 조중(북-중)의 두 당, 두 나라 사이 관계 발전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두 당 사이의 고위급 대표단 교류를 비롯해 당적 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여러 분야, 여러 부문들 사이의 협조와 내왕(왕래)을 활발히 진행함으로써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발전 단계로 적극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데 대해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정은과 쑹 부장 사이 어떤 ‘중대 문제’가 논의됐는지 북한 매체들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시 주석의 메시지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이 중국이 바라는 비핵화 방향에 대해 지난 북-중 정상회담 때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전략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언을 건넸을 수도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5일 김정은이 쑹 부장과 만나 “얼마 전 역사적 방중을 통해 시 주석과 의미 많은 회담을 해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 중국 당의 경험을 거울삼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CCTV는 김정은이 면담을 위해 들어서는 쑹 부장을 밝게 웃으며 맞이하고 악수한 뒤 세 번이나 끌어안는 장면을 방영했다. 김정은은 쑹 부장이 인솔하는 중국 예술단 방문을 환영하는 연회에도 참석했다. 연회에는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최룡해 리수용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리설주, 혼자 중국 예술단 맞아 조선중앙통신은 리설주가 14일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열린 중국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소식을 전하며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라고 호칭을 붙였다. 2월 28일 건군절 열병식 보도에서 리설주를 ‘여사’로 부른 데 이어 이번에는 처음으로 ‘존경하는’이란 수식어까지 붙인 것.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를 앞세워 정상 국가로 인정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이날 리설주는 김정은과 동행하지 않고 김여정 김영철 등과 함께 중국 예술단의 발레 공연 ‘지젤’ 등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태양절을 맞아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다가올 정상회담을 의식해 정상 국가로 인정받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태양절에 △친선 예술축전 △만경대상 국제마라톤경기대회 △김일성화축전(꽃 전시 축제) 등의 행사가 열렸다고 집중 보도했다. 북한은 2016년에는 태양절 당일 무수단 계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지난해 태양절에는 외신들까지 불러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평양에 미국대사관을 개설할 가능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면 더 밝은 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한 현지 언론의 질문에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대통령을 지원하는 포괄적이고 범정부적인 노력을 진행 중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이 비핵화 조치에 나선다면 그 반대급부로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 △양국에 대사관 설치 △북한에 인도적 지원 개시 등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존 볼턴 신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점검했다. 정 실장은 청와대의 중재안을 전달하는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수 있도록 미국 측이 준비 중인 액션플랜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도 북-미 양국에 연락사무소 및 대사관을 개설하는 부분에 대해서 의견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선물할 수 있는 ‘제1옵션’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한 달 반가량 앞두고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실무접촉에선 서로 요구사항만 전달하며 ‘탐색전’을 벌였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상대 요구에 따른 보상 방안까지 검토하며 협상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계획에 따른 맞춤형 반대급부를 어떻게 내놓을지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김정은 설득 플랜 짜나 미국은 그동안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을 주장하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장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과 선을 그었다. 백악관 당국자는 9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도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우리 측에도 ‘(북핵 협상과 관련해) 과거 백악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줄곧 전달해왔다”고 했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일종의 보상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각료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 시기까지 ‘5말 6초’라고 콕 집어 밝히며 북한과의 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도 비핵화 검증 및 사찰 이슈와 관련해 북한과 어느 정도 의견을 교환했기 때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동결-불능화-신고-사찰-폐기’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비핵화 단계를 3단계 수준으로 확 줄이고, 단계별 이행 기간 역시 초단기로 정해 이를 북한이 이행할 때만 ‘당근’을 줄 수 있다는 말이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일 경우 6개월 안에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는 진일보한 장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설치, 양자 대화 확대, 양국에 대사관 설치 등을 통해 북-미가 정상적 관계로 가는 장면도 당장 미국이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란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은 북한에 직간접의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에는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에 돈을 퍼줘서 협상에 실패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경제적 지원으로 지금까지 결정적인 협상 레버리지로 작동해 온 대북제재가 작동을 멈추는 것은 트럼프 머릿속에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美, 대북 인권 문제 본격 거론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10일(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까지 제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일단 미국 내 북한 인권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져 이를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 역시 “북한 정부가 주민들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도록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조미(북-미) 대화의 결렬에 대비한 것이 아니라 협상의 극적인 타결을 염두에 둔 외교 공세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미 핵대결전을 평화적 방법으로 총결산하고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데 대한 최고영도자(김정은)의 결심과 의지는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에 나선다면 그 반대급부로 무엇을 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김정은이 밝힌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에 대해 ‘조건 없는 비핵화’를 강조하며 사실상 반대해왔다. 하지만 북-미 실무접촉 과정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만큼,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설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잘 진행될 경우 우선 ‘부분적 관계 정상화’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사전 실무접촉에서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 △북한에 인도적 지원 개시 △양국에 대사관 설치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북제재 완화 등 경제적 지원 방식은 일단 제외됐다고 한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1일(현지 시간) 극비리에 미 워싱턴을 방문했다. 정 실장은 신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프로세스를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5월이나 6월 초(in May or early June)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조미(북-미) 대화’를 언급하면서 북-미가 10일 오전 동시에 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 북-미가 회담 장소와 비핵화 해법을 두고 사전 접촉에서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이고 한반도 대화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과 접촉했다”고 밝힌 뒤 “북한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우리 대북 특사단을 통해 전달받은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뒤 북한과의 사전 접촉 사실과 함께 비핵화 의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사전 접촉 과정에서) 북-미 양측이 서로를 대단히 존중(great respect)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관계가 아주 오래전에 그랬던 것보다는 훨씬 더 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은 10일자 노동신문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의 전날 개최 내용을 전하며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수뇌(남북정상) 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김정은 지시로 미국과도 본격적인 대화에 나섰다는 것을 북한 주민에게도 알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미는 정보기관 간 물밑 접촉에서 비핵화 검증 프로세스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이 핵사찰 등에 대해 진전된 자세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회담을 공식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북한과의 만남이 준비 중에 있다. 전 세계가 흥분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각료회의에서 미국과 북한이 만나 획기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를 ‘5월 혹은 6월 초’로 콕 집어 밝힌 것을 두고도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올 비핵화 협상에 대해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태껏 백악관이 발표했던 (북-미 대화) 시간표 중 가장 구체적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담에 대해 낙관론을 펼쳤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미 대화의 윤곽을 공개하자 실무 접촉 단계에서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지난 주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고위급 협상 파트너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다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자신감’ 배경엔 北 ‘핵사찰’ 수용 의사? 10일 복수의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최근 정보 당국 간 실무접촉 과정에서 북핵 폐기의 검증 및 사찰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비핵화 검증을 요구했다면 북한은 정황상 완전히 거절하진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비핵화 하겠다고 한 마당에 핵 시설 공개 등은 못 하겠다고 버티겠느냐”며 “일단 미국에 ‘검증받겠다’는 답변을 던져준 뒤 반대급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에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까지 실제 전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체제 보장 방식에 대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2005년 9·19공동선언에 담긴 체제 보장 방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9·19공동선언에는 ‘북-미는 ①상호 주권을 존중하며 ②평화적으로 상호 공존하며 ③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하기로 합의한다’는 문안이 담겨 있다. 익명의 백악관 당국자는 9일 미국의소리(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물밑 접촉 단계에서부터 ‘점진적·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을 펼치며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의 과거 (북핵) 협상은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 ‘업적 홍보’ 원하는 트럼프, ‘대화판’ 안 깬다 비핵화 협상의 주요 의제와 관련한 실질적 진전과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을 부각하기 위해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반복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무역 문제를 비롯한 모든 협상에서 ①최대 압박 ②밀어붙이기 협상 ③성과 홍보 패턴을 보여 왔다. 이런 패턴 때문에 트럼프가 먼저 북-미 회담의 판을 깰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결국 11월 중간선거에서 북핵 해결을 홍보하기 위해 최대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낸 뒤 협상 타결을 유도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북-미는 정상회담 장소를 정하는 문제 역시 우선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관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미 대화 자체를 큰 홍보 이벤트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회담을 원하고 있지만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제3국이 검토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전히 평양을 1순위로 꼽는 기류이지만 미국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몽골 등 제3국과 판문점 등이 후보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북-미가 이미 여러 차례 접촉했으며 지난달 하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北京)에서도 비공식 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물밑 교섭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미사일 완전 폐기와 국교 정상화 등을 ‘일괄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대가를 얻으며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싶어 해 양측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신진우·한기재 기자}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 나선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이 실무접촉 과정에서 김정은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구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북-미 접촉은 북측 인사가 이런저런 구상을 던지면 미국이 주로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실무접촉에선 북한의 비핵화 구상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북한은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비핵화 의지를 미국 측에 직접 전달하는 동시에 북-미 수교 등의 보상이 단계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저널(WSJ) 등 외신은 8일(현지 시간)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북-미는 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후보군을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의제는 탐색전 단계지만 회담 장소와 관련해선 몇 개의 후보군으로 압축해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안다”고 했다. 미국 조야에서 북-미 정상회담 연기론이 나오는 터라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접촉에서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은 회담 성사를 위한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우리가 파악하는 바로는 북-미 간 접촉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의제를 둘러싼 북-미 간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를 마무리하려는 미국과 비핵화 단계별로 최대한의 보상을 얻어내려는 북한과의 간극이 여전하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에 걸리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미 실무접촉 과정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두고 한국의 북-미 중재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중재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혔는데도 미국이 북한과 별도의 테이블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이끄는 CIA 내부의 전담팀이 중국 베이징이나 북유럽 등 제3국에서 주로 북한 정보당국과 비밀 채널을 개설해 실무접촉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정보기관이 수차례 비밀 직접접촉을 하며 회담 장소 등을 논의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한은 회담 개최지로 평양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백악관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회담 준비 접촉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겸 국무장관 후보자가 이끌고 있으며, 북한은 정찰총국장이 나섰다고 CNN이 전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국장을 맡아 ‘천안함 폭침 실무자’로 불리는 장길성이 정찰총국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겸임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 현직 대통령으로서 첫 평양행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3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몽골 중국 스웨덴 등이 회담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양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5월까지 하기로 했던 북-미 회담 시기에 대해선 “현재 목표는 5월 말 또는 6월”이라고 미 관료들이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우리 특사단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4월 개최 의사를 밝혔다가 우리 측 만류로 5월로 미뤘던 것을 감안하면 백악관이 신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5월 초중순에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백악관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에 앞서 정보당국 간 실무 접촉을 통해 회담 장소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에 나서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안방인 평양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불러들이겠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선뜻 오케이 사인을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등 제3국이 새로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평양행 신중해진 트럼프, 제3국으로 눈길 8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실무 논의를 시작했다. 미 CNN도 7일(현지 시간) 북-미 당국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비밀리에 실무 접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미 양측은 회담 장소를 놓고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장소가 정해져야 복잡한 의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날짜는 협의하에 미룰 수도 있지만 장소는 미리 정해둬야 철저한 사전 준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CNN에 따르면 북한은 비밀 실무회담에서 백악관에 평양 개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현직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의 경우 모두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트럼프는 한때 평양 방문을 검토했지만 최근 다소 신중한 기류로 돌아선 것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가 평양행 비행기를 탔는데 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은 데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방문 자체를 북한 체제를 홍보하기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 몽골, 스웨덴, 스위스 등이 서로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양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미국 측은 회담 테이블을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에 마련할 경우 도청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북-중 회담이 열린 뒤 베이징에서 북-미 회담을 이어 가진다는 것도 미국으로선 탐탁지 않은 그림이다. 몽골의 경우 스웨덴 등 유럽 국가보다 김정은이 이동하기 멀지 않은 게 장점이다. 지난달 기차를 타고 베이징에 갔던 김정은은 울란바토르까진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으로서는 몽골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거점이라 상징성도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카드도 아직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이전만큼 자주 거론되고 있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북-미 정보당국이 나서 정상회담 준비 현재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은 양측 정보당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인 만큼 핵심 의제인 비핵화 이슈에 가장 최적화된 기관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CNN은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CIA의 내부 전담팀을 이끌고 비공식 정보 채널로 북한과 조율 작업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역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장이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찰총국장은 장길성 노동당 중앙위원이 맡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겸임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길성이 북-미 간 실무회담에 나선다고 해도 김영철에 비해서는 경륜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중요 국면을 김영철이 직접 챙길 가능성이 있다. 전임 정찰총국장을 지내기도 한 김영철은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내려온 데 이어 우리 대북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 때 김여정과 함께 유일하게 배석하는 등 중추적 역할을 했다. 다만 현재까지 사실상 핵심 역할을 못하고 있는 미 국무부와 달리 북한에선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외교라인의 역할 역시 큰 것으로 전해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이 남북, 북-미로 이어지는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더욱 열중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지난달 23일 보낸 축전 내용을 13일 만에 공개했다. 시 주석의 축전은 앞서 김정은이 지난달 17일 주석 재선출을 축하하며 시 주석에게 보낸 축전에 대한 답장 성격이다. 5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로 시작하는 이 축전에서 “내가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으로 다시 선거된 것과 관련해 축전을 보내준 것에 충심으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은 쌍방의 공동의 귀중한 재부(가치 있고 소중한 것)”라며 “중조 친선을 끊임없이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답전에서 시 주석은 ‘중조 친선’ ‘중조 관계 발전’ 등 단어를 거듭 사용하며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이 김정은의 방중 전 받은 축전을 한참 뒤에야 공개한 것은 방중 성과에 대한 내부 평가작업 등을 거친 뒤 대중 관계를 본격적으로 복원하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1975년 김일성 전 주석이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병문안했던 일화까지 소개하며 “(김일성과 저우 전 총리의) 혁명적 우애는 세계 정치사가 알지 못하는 숭고한 의리”라고도 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5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전날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 참석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리 외무상이 9일(현지 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비핵화 프로세스 공조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시기 김선경 북한 외무성 유럽국장은 유럽연합(EU) 고위 관료들과 잇따라 만났다고 일본 NHK는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온 중국이 북한 근로자들을 다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노동자 해외 파견은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사업이다. 그만큼 북한 근로자 신규 허용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 될 수 있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힘겨루기에 나설 미국과 중국 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400여 명의 북한 여성 근로자가 2일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허룽(和龍)시에 새롭게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북한 근로자들이 중국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통행증인 ‘도강증(渡江證)’을 다시 활발하게 발급해주고 있는 데 따른 것. 이 소식통은 “김정은의 방중 효과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FA는 북한이 중국에 파견할 노동자들을 새로 모집한다는 소식도 알렸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중국에 파견할 북한 노동자들을 모집했으니 이를 주선할 사업체를 알선해 달라는 전화가 평양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 방중 이후) 이런 전화 요청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9월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 해외 근로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증 발급을 금지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대북제재 2397호를 통해 외국에서 취업 중인 북한 근로자들을 24개월 내에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다. 북-중 간 국경무역도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최근 북-중 접경지대의 밀무역 단속을 완화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진위를 확인 중이다. 중국은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인 대북 사업가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등 단속 의지를 보였으나 지난달 이후 단속 인원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미국이 대응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에도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북-중 정상회담 직후 “중국은 북한을 엄중 단속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을 준수하는 데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중국이 이를 피하지 않길 바란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유엔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제재 이행보고서를 지난달 16일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4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기존 북한 노동자에 대한 취업허가 기간이 2019년 12월 22일 이후까지 연장되지 않을 것이란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중국의 제재 이행보고서는 실제 상황과 좀 다르거나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계획이 주로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 북-중 접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재 완화 움직임이 현실에 가까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국 정부가 최근 대북제재에 느슨해지고 있는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공조 전선에서 점점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정보 당국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등 북-중 접경 지역의 일부 중국 기업들이 최근 북한 노동자를 되돌려보내는 절차를 멈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증 발급을 금지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외국에서 취업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내로 북한으로 송환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지난해 말 북한 노동자에 대한 북송 지시 문서를 발송하며 대북제재에 동참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중국 당국은 관련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정부 소식통은 “오히려 중국 정부 관계자가 ‘당분간 북한 사람들을 자극할 행동은 자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단둥과 북한을 오가는 트럭의 통행량도 올해 초 하루 20∼30대 수준에서 지난달에는 50대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확인 중이다. 이 지역 트럭의 통행량은 그동안 북-중 교역 수준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였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집중하기 전엔 하루 100대 이상의 트럭이 오가기도 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17억2000만 달러(약 1조8600억 원)로 2016년 대비 33% 줄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김정은을 만나 ‘교류 확대’를 제안하면서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주 중국 측에 구체적인 대북제재 이행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공유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사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일각의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북한과 리비아) 각각의 상황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두 상황을 비교하는 게 현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퍼 대사 대리는 2일 한미클럽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 “한미가 함께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리비아식 해법’은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해온 것으로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 핵심이다. 이는 ‘한미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촉구한 김정은의 비핵화 로드맵은 물론이고, 정상끼리 만나 큰 틀에서 합의하고 단계별로 조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포괄적-단계적 비핵화’와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내퍼 대사 대리의 이날 발언은 미 정부 인사가 ‘리비아식 해법’의 북한 적용 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라 주목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대사 대리라고 해도 민감한 시기에 공식 석상에서 저런 발언을 한 것은 개인 의견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퍼 대사 대리는 또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그 목적은 바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필요하고 이건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북핵 협상과 연계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북한과 중국까지 겨냥해 싸잡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대북 공조 전선에서 이탈 시 후폭풍이 닥칠 거란 시그널을 주는 동시에 북한과 중국에는 ‘단계별 비핵화 방식’으로 협상 지연을 노리지 말라는 얘기다. 김정은을 가운데 두고 한반도와 주변국 정상들의 셈법이 점차 고차방정식으로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겨냥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한미 FTA 발언은 북-중 정상회담 직후 미국 외교 전문가들이 “한미 양국이 일치된 전선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김정은이 중국과의 혈맹 관계를 재확인하고서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들자 일단 한국부터 확실히 단속해 두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핵 야심을 포기하게 하는 협상에서 서울(한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도 “일부 미국 관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타결’을 간절히 원한 나머지 허약한 합의에 도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 유보를 시사하면서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길 원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대선 때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 협상’이라고 비난하며 재협상을 공언해 왔다. 이 때문에 자동차와 부품, 통관 등에서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 냈음에도 미국 내 여론은 크게 호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와 북핵 협상을 연계하겠다고 한 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 방식을 따라오라는 것인 동시에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자를 어르고 달랠 카드다. 그만큼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을 포함해 모든 관련 내용을 고려한 뒤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는 최적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신(新)밀월관계’를 선언한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이 ‘경제협력’을 명목으로 대북제재 와해 조짐을 보이자 ‘너희에게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더 험난한 중재자 시험대 오른 文 정부는 김정은 방중을 계기로 비핵화 로드맵이 복잡해지자 고심이 커지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 확정 직후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도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랐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전설까지 꺼내들며 대북제재, 핵 동결 및 폐기 등 북핵 관련 문제들을 ‘원샷 타결’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하지만 김정은이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고르디우스식 해법’은 물론이고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서도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언급이 나오자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단계에 맞춰 적절한 보상을 약속하는 ‘이란식 해법’에 대해 그동안 “최악의 합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당연히 북한에 이를 적용하는 것도 반대한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미국과 북한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운전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의 역량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미 공조를 전제로 리비아와 이란식 해법을 섞는 ‘제3의 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 김정은의 전격 방중 이후 벌써부터 러시아행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저팬 패싱’을 우려해 김정은과의 회동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남북은 물론이고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김정은을 가운데 두고 양자(兩者) 또는 다자(多者) 간 접촉을 하고 필요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신(新) 6자 보스 회담’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 6자 회담은 각국의 실무진이 나서 협상의 무게감이 떨어졌지만 이번엔 각국 정상이 비핵화 협상과 논의에 직접 나서고 있어 엇비슷하지만 판 자체가 다르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월 중순 모스크바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6자 회담 당사국인 데다 수많은 북한 노동자가 시베리아 벌목공 등으로 파견나간 곳인 만큼 회동 결과에 따라 김정은은 달러까지 챙길 수 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최근 미국과 관계가 벌어진 푸틴 대통령 역시 북한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서방 국가들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러시아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아직 북-러 정상회담 일정은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푸틴이 김정은과 함께 선 포토라인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회담 직전까지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러 정상회담은 빠르면 4월 초에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도 논평을 내고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국에 이어 러시아의 지지가 필수적인 데다 김정은의 체제 안전과 경제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북-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정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9일 “북한 당국이 간부들에게 ‘6월 초 북-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매체들은 공공연히 대북 경제 지원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안보 문제의 상대는 미국이지만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바랄 상대는 일본뿐”이라며 “북한이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하면 200억∼500억 달러(약 21조6000억∼54조1000억 원)의 지원을 받을 거란 기대감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만나더라도 아베 총리는 지금 상황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김정은은 일본과 성급하게 만나 협상판에 끌어들이면 한미일 공조가 끈끈해져 자신을 역으로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라는 시간표가 요동치고 선수들이 추가되는 데 대해 청와대는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중-일-러 등이 참여하면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더 확실하게 보장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다자 협상의 경우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실리도 많아져 북한의 비핵화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 구도는 김정은이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사실상 필요에 따라 정상들을 ‘골라’ 만나는 상황인 만큼 비핵화 논의의 주도권을 자칫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문병기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한 네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서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틈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류 확대는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을 동반하는 만큼 중국이 제재로 고립된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정은에게 우선 고위급 교류 활성화를 위해 지도적 역할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이 상호 방문, 특사 파견, 서신 등 방식으로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자고 했다. 2011년 12월 김정은 집권 후 양국 간 고위급 교류는 10차례 있었지만 김정은과 시 주석이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일단 ‘보스’들이 교류 활성화에 합의한 만큼 고위급 실무급 교류는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로 시 주석은 오랜 세월 쌓아온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경색된 북-중 관계를 풀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소통 채널을 확대하자는 것. 이에 일각에선 “남북이 평창 교류로 거리를 좁혔던 것처럼 북-중도 정치적 소통은 물론이고 다양한 문화, 스포츠 교류에까지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 번째로는 평화 발전 프로세스 추진이 언급됐다. 시 주석은 중국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평화·발전·협력의 깃발을 들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민간 인적 교류를 강화하자고 약속했다. 다양한 민간 교류 채널을 확대하고, 특히 청년 세대 교류 증진으로 북-중 간 우의를 회복하자는 얘기다. 김정은은 시 주석의 이러한 제안에 “내게 매우 큰 영감과 격려가 됐다”며 “선대가 직접 만든 우의는 절대로 흔들려선 안 된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 미국이 즉각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27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러지 않길 바란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서명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며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의무를 이행하는 뜻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선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깊은 곳에서 나오는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베이징을 찾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갑자기 ‘용비어천가’(세종 27년에 지은 것으로 선조들의 창국 성업을 노래한 장편 서사시) 구절까지 인용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가에선 종종 사자성어로 전하고자 하는 뜻을 함축적, 상징적으로 밝히지만 우리 옛말을 인용하는 것은 드물다. 그만큼 시 주석이 김정은의 방문을 세심히 준비했다는 것이다. 2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6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뿌리 깊고 잎이 우거진 나무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줄기처럼 우리 두 당과 두 나라 인민에게 행복을 마련해 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 최고위급들의 과거 일화를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는 “노세대 지도자들께선 비바람이 몰아치는 기나긴 세월에 친형제와 같은 정을 나누시고 서로 진심으로 대하셨으며 두터운 동지애와 우정, 형제적 정을 맺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일성 주석께선 생전에 40여 차례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 동지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동지 등 중국 노세대 영도자들과 두터운 친선의 정을 맺으셨다”고 강조했다. 압권은 시 주석이 부친인 시중쉰(習仲勳·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 부위원장)이 과거 김 씨 일가와 맺은 인연까지 소개한 부분. 시 주석은 “내 기억으론 1983년 6월 김정일 총비서가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나의 아버지(시중쉰)가 역에서 맞이하고 모진 더위를 무릅쓰고 고궁 참관에 동행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일 총비서 동지께선 매우 큰 감동을 받으시고 그 후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며 “내(시 주석)가 2008년 조선을 방문했을 때 그이(김정일)께서 특별히 그에 대해 회고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부친과 자신이 갖고 있는 김정일과의 인연까지 열거하며 처음 만난 김정은과의 스킨십을 쌓는 데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런 시 주석의 마음은 극진한 환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정은이 실제 베이징에 머무른 시간이 이틀 남짓에 불과함에도 시 주석은 두 차례에 걸쳐 식사를 함께했다. 시 주석은 26일 부부 동반으로 김정은 내외에게 환영 만찬을 대접하고 함께 예술공연까지 관람했다. 다음 날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齋)에선 역시 부부 동반으로 오찬도 함께했다.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건륭제 때 지어진 양위안자이는 2014년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시 주석과 오찬을 함께한 장소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3일부터 2박 3일 베이징 체류 기간 동안 시 주석과 국빈 만찬으로 단 한 차례 식사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올해 들어 강력한 대화 의지를 보이며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결국 가장 먼저 만난 정상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었다. 이번 만남을 시 주석이 먼저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이 결국 한미와 중국 사이를 오가며 몸값 높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대화 모멘텀 장악 승부수 2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처음으로 중국 측에 관계 개선 의사를 내비친 시점은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다. 당시 개회식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특사 교환 등 의사를 밝혔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서로 관계 정상화 의지만 확인한 채 눈치만 보던 북-중이 지난주를 기점으로 그 실행 방식을 놓고 머리를 맞댄 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미국이 ‘초강경 매파’로 외교안보 라인업을 구축해 대북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김정은이 시 주석의 첫 베이징 초청이란 손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최근 리용호 외무상,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을 각각 스웨덴, 핀란드로 보내 미국 측 기류를 탐색했지만 미 관계자들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만족할 만한 반대급부를 확인하지 못하자 ‘보험’ 차원에서 중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란 분석도 있다. 동시에 김정은이 기습적으로 베이징행 열차에 몸을 실은 것은 다음 달부터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선제적으로 판을 이끌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다시 한 번 집중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못지않게 돌발적인 김정은은 충격요법을 어떻게 써야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미중은 물론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의 관계까지 부각시켜 자신을 이 같은 대화 모멘텀의 꼭짓점에 두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이 다른 나라들의 예상보다 반 박자 빨리 움직임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행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도 ‘미국과 여의치 않으면 북-중 관계를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전에 북한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썼던 등거리 외교를 미국과 중국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의 대북 인식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혈맹이자 ‘아우 나라’인 북한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하자 시 주석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본격적인 회담 국면에 나서 ‘차이나 패싱’ 논란이 가속화하기 전에 김 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은, 혈맹의 무게 재확인한 듯 아무튼 김정은이 2011년 12월 집권한 뒤 7년 만에 첫 공개 해외 일정을 방중(訪中)으로 정한 것은 결국 양국이 쌓아온 유산, 즉 북-중 관계의 무게를 실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일성, 김정일이 결국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닦았던 만큼 김정은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올해 이어질 외교 격변기에 중국이란 배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중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용도 폐기’ 선언하며 내치지 않는 한 북한은 절대 중국을 먼저 무시하거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0일 막을 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국가주석 등 임기 제한 폐지’ 등이 포함된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가 완비되자 가급적 빨리 시 주석과의 관계를 복원해야겠다고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양회 후 최근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대북제재로 인한 피해가 올 상반기에 본격화하면서 김정은이 타개책 마련을 위한 중국행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시 주석이 듣기 원하는 비핵화 의지를 직접 전달하며 대북제재 완화나 향후 미국과의 협상 불발 시 기댈 군사적, 경제적 ‘언덕’을 약속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이번 방문에 앞서 중국에 일부 제재 완화 의사를 타진하고, 중국은 ‘은밀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멜리사 핸햄 미 제임스 마틴 핵무기확산방지연구센터(CNS)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북-중 지도자의 만남이 확인된다면 그것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몇 주 뒤 가질 포토 오프(photo op·정치가 등이 선전을 위해 연출한 사진 촬영)보다 (김정은에겐) 훨씬 생산적인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북-중 간에는 오래전부터 당 대 당 물밑 교류를 해왔고 중국이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에 본격적으로 숟가락을 얹기 시작한 것”이라며 “김정은은 중국에 요구하고, 시 주석은 북핵 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몫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그런 인간쓰레기에다 흡혈귀는 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2003년 존 볼턴 당시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북핵 6자회담의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하자 북한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볼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로 지칭하자 이렇게 응수한 것. 북한은 2008년에도 볼턴을 향해 “미 강경보수 세력들이 6자회담의 파탄과 사태 악화만 바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랬던 북한이 정작 볼턴이 미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되자 잠잠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이란이 볼턴 임명 소식을 듣자마자 “미국의 최종 목적은 이란 전복”이라며 핏대를 세우는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볼턴이 백악관 중책을 맡아 대북 정책을 세팅할 시점에 괜히 자극하는 게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증거가 부족하다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도 아니다.” 2003년 1월 서울의 한 호텔.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이렇게 단언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이었던 조창범 전 주호주 대사가 볼턴의 카운터파트로 각각 보좌관을 대동해 2 대 2 회동에 나섰을 때였다. 조 전 대사는 25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볼턴의 대전제는 간단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이 확실한 핵 개발 증거를 북한에서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김정일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에 따르면 볼턴은 이미 당시 “(북-미가 각각 핵 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합의한) 제네바 합의는 영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확실한 검증 없이 북한에 퍼주는 행위라며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북한을 ‘로그 스테이트(rogue state·불량국가)’라 지칭하면서 “한국은 북한을 신뢰하느냐”며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고 한다. 볼턴이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있을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볼턴은 북한을 요즘 말로 ‘적폐’로 인식했고, ‘적폐 청산’을 비핵화의 확실한 방법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향후 본격적인 북-미 대화 국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검증 강화를 주문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퍼붓는 볼턴의 일화도 전해졌다. 2002년 ‘탄도미사일 확산방지를 위한 헤이그행동규범(HCOC)’ 출범을 위해 미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볼턴은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자 이란 외교장관 등을 앞에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원색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조 전 대사는 “일단 기회다 싶으면 앞뒤 재지 않고 들이대고 보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