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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K그룹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인 만큼 협력업체, 해외 파트너, 나아가 고객과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서로 돕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SK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1, 2차 협력사 대표들은 이달 8일 ‘함께 하는 성장’ 상생 결의대회를 열고 “SK와 협력사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거래질서를 확립해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해 나가자”고 결의했다. 투자에 있어서도 SK그룹은 2013년 3600억 원이던 동반성장 펀드 규모를 올해 6200억 원으로 확대했다. SK는 이 펀드에서 협력업체에 저금리 사업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동반성장펀드 외에도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재정 지원책이 마련된다. SK건설은 1차 협력사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직접 대여금 규모를 기존 250억 원에서 2020년까지 400억 원으로 늘린다. 협력사들에 대한 대금 지급 방식도 개선된다. 특히 하도급 업체는 물론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현금지급 비중을 늘린다. SK건설은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정상적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하며, 2차 협력사에 대한 직불을 확대할 예정이다. 협력사 직원들의 역량 강화 및 복지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그룹 차원에서 2006년부터 운영 중인 동반성장아카데미 참여 대상이 2차 협력사로 확대된다. 지금까지 20만 명이 수강한 이 아카데미는 협력사의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재계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기존 1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하던 ‘동반성장 MBA(핵심 인재 대상)’ 및 동반성장 e러닝(전 임직원 대상)을 2, 3차 협력사로 확대하고, 2, 3차 협력사의 경영인을 위한 ‘동반성장 CEO 세미나’를 신설한다. SK텔레콤은 1, 2차 협력사의 체계적 동반성장 지원을 위해 현재 지역별로 분산 운용하는 교육지원시설을 서울 중구 을지로 사옥 인근에 동반성장센터(가칭)로 새롭게 설립한다. 내년부터 협력사들의 교육, 세미나, 기술 전시, 사무 인프라, 복지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재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선고 임박, 대중 수출 급감, 미국의 통상압박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경제단체들은 의견을 담은 성명서조차 내지 않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 타격을 우려하고 있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1심 선고가 임박했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하나같이 말을 아끼고 있다. 2013년에는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통상임금 논란에 대해 유감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나마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완성차 5개사로 구성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인건비 부담이 올라갈 경우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지만 성명을 낸 지 불과 6시간 만에 “생산거점 해외 이전 검토 관련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입장을 바꿨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협회 측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총은 김영배 부회장이 5월 새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등 일자리 정책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가 역풍을 맞은 뒤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 곧장 경총을 향해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재계 분위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기업의 의견을 반영한 경제단체 공식 성명은 실종 상태다. 특히 올 7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 국내 1호 상장기업인 경방이 주력 공장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겠다고 반발하는 등 중소·중견기업인들이 경영에 큰 부담을 토로했지만 경제단체들의 성명은 거의 없었다. 같은 달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법인세 인상을 발표했을 때도 경제단체들은 침묵했다. 공식 성명 대신 관계자의 코멘트로 갈음했다. 경제단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25일에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2008년 삼성특검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기소한 직후 5개 경제단체가 일제히 논평을 내고 “법적 절차를 마무리 짓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자”고 목소리를 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는 재계가 할 말은 했다”며 “사회의 주요 한 축인 재계가 분위기에 억눌려 의견도 말하지 못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상의가 그나마 기업과 정부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업의 애로사항과 요구사항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지역의 회원사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 정부가 주도하는 투자 활성화의 효과에 대한 회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고, 불편한 사항을 규제 완화로 풀어주려 한 것은 기업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런 소통마저 없어서 기업인들이 침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의 청와대 만남이 밝은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기업들이 사업 현장에서 필요한 요구사항을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했다. 행사 이후 반도체 인력 문제, 사회적 기업 활성화 외에 이렇다 할 후속 정책이 없다는 게 증거”라며 “기업과의 소통과 대화 자리를 늘리고 문턱을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김지현 jhk85@donga.com·이은택 기자}

“GS칼텍스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고객사, 협력사와의 안정적인 협력관계 구축과 동반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협력사와의 자유롭고 원활한 소통을 추진하며 동반성장을 위한 기본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 1월 설 명절을 맞아 허진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이 직접 고객사, 협력사에 동반성장 실천을 위한 협조 요청을 위해 보낸 서신의 내용이다. GS칼텍스는 협력사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으며, 협력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금지원, 기술개발 지원, 교육 및 훈련 등의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거래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매대금은 100% 현금결제 및 세금계산서 수취 후 7일 이내에 지급하고 있으며, 동반성장 협약 체결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융권과 공동으로 1000억 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GS칼텍스는 생산성 혁신 파트너십 지원사업을 통해 중소 협력사의 제조생산 기술과 관련된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기술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폴리머 및 윤활유 사업 관련 자재의 공동개발 추진 및 기술교육 지원, 최신 동향 및 신제품 소개를 위한 기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기술교육 지원센터에서는 GS칼텍스 여수공장 정비용역 협력사를 대상으로 안전역량, 직무역량, 관리역량 향상을 위한 8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상수송 안전지원 기술센터에서는 해상수송 협력사를 대상으로 매 분기별 승선 전 안전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한화그룹의 상생경영과 동반성장은 ‘함께 멀리’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0년 인천의 한 협력업체를 방문해 “빨리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한화 협력업체는 단순히 하도급업체가 아니라 가족이고 동반자이므로 서로 도와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케미칼은 5월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강화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불공정 거래 근절과 상생협력을 실천할 것을 결의했다. 또, 1차 협력사의 2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등 불공정 갑(甲)질 사전 차단에 나섰다. 한화케미칼은 앞으로 신·증설 공사와 관련해 1차 협력사와 도급계약 시 2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만들어 현금 흐름에 취약한 2차 협력사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방산 및 화약 제조 계열사인 ㈜한화는 대금 결제방식 개선, 환경개선지원, 복지향상 등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최우선으로 실천해오고 있다. 매년 우수 협력업체 시상을 통해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물품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결제하고 협력사 연구개발품목에는 연 950억 원가량의 선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한화테크윈 항공방산부문은 4월 경남 창원 인력개발원에서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을 열었다. 주요 협력사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4대 실천사항 준수와 공정한 계약 체결 이행을 약속했다. 한화그룹은 임직원이 함께하는 참여형 사회공헌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기금에 회사가 추가로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임직원들이 언제라도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유급 자원봉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GS는 협력회사가 단순한 거래상대방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통해 함께 동반성장하는 파트너라는 이념으로 상생경영 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GS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 협력업체가 많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협력업체와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동반자로서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GS는 그동안 계열사별로 업종 특성에 맞게 협력회사의 원활한 자금흐름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 및 지급 조건 개선, 협력회사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및 상품 공동개발, 교육 및 훈련 지원 등을 해왔다. 또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등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해오고 있다. GS는 협력업체의 원활한 자금흐름을 위해 상생펀드 규모를 확대하고, 현금결제 비중을 늘리는 등 지급 조건을 개선해 왔다. 거래금액의 일정비율을 선(先)지급하는 선급금 제도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GS는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별로 협력회사와 공동기술 및 상품 개발, 특허출원, 판로개척을 지원하고 있으며 혁신활동 및 안전교육, 품질교육 등 교육 훈련도 지원하고 있다. GS는 2010년부터 그룹 차원의 ‘공생발전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협력회사 동반성장 프로그램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 GS는 앞으로도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여러 공생발전 프로그램이 더욱 실질적이고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협력업체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업종별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특화시켜 나갈 것이며 잠재역량을 갖춘 다수의 중소 협력업체들이 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개방적인 협업구조를 갖추어 나가도록 할 예정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한국경제연구원,전남대 등 4개大서 채용설명회한국경제연구원은 내달 5∼8일 전남대 충북대 경북대 부산대에서 ‘2017 지역인재 채용설명회’를 연다. 삼성, LG, 한화, LS, 코오롱, 대림, OCI 등 7개 그룹 22개 기업이 참가한다. ■ 현대차,인공지능 상담서비스 ‘코나 챗봇’출시현대자동차가 28일 ‘코나 챗봇(채팅로봇·Chatting Robot)’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관련 질문을 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답해 주는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다. 현대차는 베타 서비스를 통해 고객 상담 데이터를 쌓은 뒤 곧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SK케미칼,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 4가’ 본격 출하SK케미칼은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4가’가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출하에 들어갔다고 28일 밝혔다. 4가 독감 백신은 A형 두 가지, B형 두 가지 등 네 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을 유도한다. 스카이셀플루 4가 출하 물량은 연말과 내년 초 국내에서 접종될 535만 명분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GE(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같은 전통기업들도 과감하게 조직을 바꾸고 있습니다. GS도 구성원의 창의적, 자발적 역량을 이끌어내도록 조직을 바꿔가야 합니다.” 허창수 GS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의 변화를 거듭 주문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전통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로는 미래의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GS는 25, 26일 이틀간 강원 춘천 엘리시안강촌 리조트에서 2017년 그룹 최고경영자 전략회의를 열었다. 허 회장을 비롯해 허진수 GS칼텍스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사업본부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는 ‘불확실성 시대의 대응’이었다. 어떤 요소들이 앞으로 경영활동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지,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둘러싸고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허 회장은 “최근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국제 정세는 보호무역주의 등 때문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혁신이 비즈니스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고집해왔던 경영마인드와 방식으로는 미래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허 회장은 거듭 ‘변화’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에 잘하던 것, 익숙한 것에만 머무르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환경 변화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기조에서 최근 GS 주요 계열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우리가 더하는 아이디어’라는 뜻의 ‘위디아(We+dea)’ 팀을 만들어 환경 변화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GS홈쇼핑은 사내 아이디어 경진대회 ‘해커톤’, 사내 창업경진대회 ‘스파크’ 등의 프로젝트를 연이어 진행 중이고 GS리테일은 인터넷 K뱅크 투자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허 회장은 “정해진 것은 빨리 실행으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실수는 바로 보완하는 민첩하고 유연한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모든 일을 해내는 것은 결국에는 사람이다.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올해 13년째 열린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는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시작됐다. 매년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진행되며 GS그룹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핵심 기구로 자리 잡았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머리카락 두께 ‘10만분의 1’ 구멍에서 벌어지는 블루 골드(푸른 황금) 경쟁. ‘수(水)처리’라고 불리는 물 정화 사업을 최근 화학업계가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과 첨단기술 분야에 물 수요 증가로 수처리 시장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3, 4년 전 후발주자로 뛰어든 한국 화학기업들은 기존 강자인 미국, 일본 업체들과 기술 경쟁을 벌이며 시장 쟁탈에 나섰다. 글로벌워터마켓(GWM)은 수처리와 연관된 직간접적 시장이 올해 세계 880조 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940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약 445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국내 1위 LG화학이 2014년 처음 뛰어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화학은 그전부터 기초연구를 진행하다 2014년 4월 미국의 수처리 필터 제조기업 나노H₂O를 인수해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LG화학은 다양한 수처리 방식 중에서도 가장 미세한 불순물까지 정제해 고(高)순도의 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삼투 분리막(RO) 방식을 주력으로 밀었다. 기초소재와 복합물질, 고분자 합성기술 분야의 강점을 살려 단기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LG화학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도 수질(水質)이 25% 이상 우수하고 염분 제거율도 99.8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대구에 연(年) 처리용량 55만 m² 규모의 필터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은 2015년 삼성SDI의 수처리 분리막 사업을 인수했으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신동빈 롯데 회장 검찰 수사 등으로 한동안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올해 들어서야 복잡한 사정이 정리되며 급물살을 탔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다른 중공사(Hollow Fiber) 방식을 선택해 내년부터 양산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의 방식은 ‘중공사’라는 미세한 실을 수없이 교차시킨 뒤 그 사이로 물을 통과시켜 불순물을 거르는 방식이다. 미세한 구멍이 많은 필름이나 막을 통해 물을 거르는 역삼투 분리막 방식과는 다르다. 두 방식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역삼투는 아주 미세한 불순물까지 걸러낼 수 있다. 조금의 먼지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반도체 웨이퍼를 세척하는 ‘초순수(극히 순수한 물)’도 만들어낸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들어지는 정제수의 양도 적다. 반면 중공사 방식은 속도가 빠르고 많은 양의 정제수를 만들 수 있지만 아주 미세한 물질은 걸러내지 못한다. 한국기업들의 도전을 받고 있는 기존 세계 강자들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대표 화학기업 도레이는 2014년 당시 웅진케미칼(옛 제일합섬)을 인수해 국내에 진출했다. 역삼투, 중공사 등 모든 형태의 제품을 생산하며 가정용 정수필터는 전 세계 점유율 1위다. 최근 들어서는 산업용 분야에서 치고 올라오는 LG화학 등 한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외 미국의 다우케미컬, 일본의 니토덴코 등도 기존 강자로 꼽힌다. 이에 맞서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기존 필터들의 장점은 결합하거나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한으로 줄여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필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미 붕소 제거율 등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연말까지 100개 이상 국가에서 특허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당분간 총수와 그룹 컨트롤타워가 모두 없는 초유의 길을 걷게 됐다. 동아일보는 향후 수년간 그룹과 계열사가 맞게 될 사업 환경 변화 및 이에 대응할 역량을 진단하기 위해 삼성의 사업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현직 전문경영인과 고위 관계자, 삼성 전문 애널리스트 15명의 의견을 27일 직접 들어봤다. 전문경영인들은 지금의 위기의식이 2008년 삼성 특검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했다. 당시에도 근무했던 A 씨는 “지금 삼성그룹은 비상체제라고 선언조차 못 하고 있는 상태”라며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댈지, 그리고 그걸 누가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 경영인은 “사업 현안에 대해 상의할 대상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특히 그동안 ‘삼성’이라는 간판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큰 힘이 됐던 수주업이나 기업간거래(B2B) 사업은 현재의 상황이 장기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1심 선고 직후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평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삼성의 성공을 가져온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고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했다. S&P도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 삼성전자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에서 최종 뇌물죄가 확정될 경우 미국 반부패방지법 적용 대상이 돼 삼성 제품의 관공서 납품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밖에서는 단기적으론 문제가 없다지만, 사장단은 당장 내년도 경영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도 고민인 분위기다. B 씨는 “올해 사업은 지난해 10월 보고해 그룹과 조율한 대로 마무리하면 되지만 내년 경영계획이 문제”라고 했다. C 씨 역시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시스템의 삼성’이라며 리더십 공백이 문제없다고 말하지만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인사 등 큰 결정 사안은 의사결정 주체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삼성은 국정 농단 여파로 지난해에도 정식 그룹 인사를 하지 못했다. 이미 정체가 심한 상황에서 올해도 흐지부지되면 임직원 사기는 물론이고 퍼포먼스도 눈에 띄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마치 눈을 감고 길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위기의식이 담긴 발언도 나왔다. 경영자로서의 이 부회장 개인 브랜드에 의존해 오던 신사업 진출 및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이 생길 거란 목소리가 많았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오너들이 모이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가 대표적이다. 개인 회원 자격으로 참석하는 이 자리에 전문경영인의 대신 참석은 어렵다. ▼ “주주 이익환원 등 주요 의사결정 차질 빚을것” ▼ 이종(異種) 산업의 M&A로 초성장 역량을 겨루는 ‘합종연횡 패러다임’ 시대에 경쟁력 저하를 피하긴 어렵다. D 씨는 “큰 계약은 선밸리처럼 캐주얼한 사교 자리에서 나온다”며 “이 부회장 개인 인맥이 당분간 끊긴다는 것은 이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삼성 금융계열사가 중국 금융·자원개발 관련 국영기업인 중신(中信·CITIC)그룹과 협력하는 과정에서도 중국 측은 이 부회장의 참석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에 아직 이사회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못한 상태에서 헤드쿼터가 사라졌다는 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E 씨는 “이 부회장 부재 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면 된다는 얘기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미국의 GM이나 GE처럼 이미 이사회의 역할이 정착된 기업과 달리 아직 우리는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삼성 전문 애널리스트들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제시했다. 삼성이 주주 이익환원이나 성장사업 중심의 사업 재편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재판 이전에 정해졌던 대로 반도체와 바이오를 두 축으로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업의 주식가치를 올리려면 주주에게 꾸준히 이익환원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관련 의사결정은 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해외투자자들은 주주환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삼성전자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재용의 부재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장기적인 투자 결정”이라며 “제아무리 삼성이 플랜B, 플랜C까지 마련해놨다고 가정하더라도 길어야 2, 3년짜리고 5년에 대한 로드맵은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이재용이 없다고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총수가 진행해 오던 투자 등 장기적 의사결정에는 영향이 있겠지만 단기적 사업 진행이나 계열사 매각 및 합병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지배구조 관련 결정에도 먹구름이 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계열사 간 지분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전반의 체제 변경을 위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은택·김재희 기자}

“SK가 존경받는 기업,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세상의 변화를 읽고 통찰력을 키우려면 1년에 한 번 모여 포럼을 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연중 수시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스템을 만들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24일 끝난 ‘2017 SK 이천포럼’에서 임직원에게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공부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최 회장은 “아직 딥 체인지에 대한 내부 이해도와 변화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 포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는 최 회장이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뒤 화두로 던진 기업혁신을 일컫는 말이다. 최 회장은 “바꾸는 시늉만 해서는 안 되고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구조적 프레임을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후속 작업으로 이천포럼의 하위 분야별 포럼을 만들고 최고경영자(CEO), 임직원들이 토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포럼에서 화두로 떠오른 기술 변화, 사회적 가치 창출, 글로벌 이슈 등을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삼아 회사 경영과 접목하는 방안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CEO와 임직원들은 인공지능(AI)이나 빅 데이터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한 참석자는 “빅 데이터의 반대말은 스몰(Small·작은) 데이터가 아니라 프라이버시(Privacy·사생활)라는 강연자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데이터를 생산하고 활용 방안을 궁리했지만 사생활 문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항수 SK PR팀장(전무)은 “이천포럼이 사회 변화와 성장에 기여하는 포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삼성그룹 역사상 오너와 그룹 전현직 수뇌부 모두 부재인 최악의 상황이 왔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지난해 이미 해체된 데 이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사실상의 삼성그룹 총수로 삼성그룹 79년 역사에서 총수 실형은 처음이다. 불구속 상태였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까지 함께 법정 구속됐다. 당분간 삼성그룹은 운전대를 잡을 컨트롤타워가 없어 경영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 직후 구속된 탓에 삼성은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시스템이나 조직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동안 미래전략실에서 해왔던 그룹 전반의 인사와 감사, 사업 전략 등의 업무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지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의 최대 위기였던 2008년 4월 삼성특검 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 등 10명이 기소됐지만 불구속이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삼성전자 대표이사직 퇴임을 비롯해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담은 그룹 경영쇄신안을 직접 발표했다.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역할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에게 맡겼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헤드쿼터에 대한 대안과 대리인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현재 구축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몇 년은 더 이어진다고 하지만 안정된 포트폴리오만으로 지속하긴 어렵다.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해 오던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의 ‘뉴 삼성’도 멈춰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5년 3건, 지난해 6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이어왔지만 지난해 말 이후 현재까지는 사실상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은 현재 실적이라도 좋지만 당장의 장사마저 위태로운 금융 및 중공업 등 비(非)전자 계열사들은 고민이 더 크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아 맡고 있는데 대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유지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오른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의 경우 유지하는 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해외 주주를 포함한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일제히 공식 성명을 냈던 경제 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공식 입장 발표는 자제하고 일부 관계자가 대신 개별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이 부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고 국가 발전에 헌신한 부분들도 있는데 안타깝게 됐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 하락과 투자 및 신규 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 차질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김지현 jhk85@donga.com·이은택 기자}
국세청이 한화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한화그룹 내 방위산업 분야 계열사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비서실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사정 당국이 방산 비리와 관련한 탈세 정황을 포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 일가를 포함한 그룹 전반에 대한 탈세 조사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세무 당국과 한화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에서 ㈜한화 방산부문, 한화테크윈,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 회장 비서실 등 4곳에 대해 회계와 재무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했다. 이번 조사는 5년에 한 번 진행하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탈세 혐의가 있을 때 단행하는 특별 세무조사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날 1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다. 특히 해외탈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방산 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세무조사에 들어간 한화테크윈은 18일 강원 철원군 지포리사격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군 장병 2명이 숨진 K-9 자주포를 만든 기업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산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이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 등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세무회계 부분을 국세청이 검증하는 차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조사가 김 회장 일가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대기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는 한화그룹이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는 애초 생각하는 탈세 혐의 한두 개만 보지 않는다”며 “조사할 수 있는 여러 혐의를 한꺼번에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화그룹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통상적인 조사로 알고 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방문이나 조사 목적을 예고하고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사정을 모른다”며 “일단 달라는 자료는 다 넘겼다”고 전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은택 기자}
국세청이 한화그룹의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 한화테크윈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24일 한화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경 국세청은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내 한화테크윈을 방문해 세무 관련 자료를 가져갔다. 한화는 한화테크윈을 비롯해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이중 한화테크윈은 최근 사격 훈련 중 폭발이 일어나 군 장병 2명이 숨진 K-9 자주포를 만든 곳이다.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의 배경이 폭발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정부가 KAI(한국한공우주산업)에서 시작된 방산비리 수사 및 실태조사를 다른 관련기업으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방산비리를 ‘이적 행위’로 규정하며 발본색원(拔本塞源) 의지를 내비추기도 했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아직 우리도 세무조사의 이유나 배경은 모른다. 딱히 입장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국내 10대 그룹 중 7곳은 올해 임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회복과 경기 부양이 기대되는 그룹에서는 임원이 소폭 늘었지만 대부분의 업종에서 임원을 줄이며 긴축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1∼6월)에 5억 원 넘게 보수를 받은 고액연봉 임원은 24.5% 늘어 임원 간에도 부익부 빈익빈 경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업분석업체 재벌닷컴이 자산 기준 상위 10대 그룹의 사업보고서, 올 2분기(4∼6월)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등기 및 비등기 임원은 총 561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5587명)보다 32명 늘어난 수치다. 삼성은 임원이 1899명에서 1983명으로, SK는 639명에서 645명으로 늘었다. 이 그룹들은 여성 임원도 각각 78명에서 83명으로, 11명에서 13명으로 늘었다. 특히 삼성의 임원 증가 폭은 10대 그룹 중 가장 컸다. LG는 771명에서 779명으로, 여성 임원은 11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 반면 나머지 7개 기업은 임원이 줄었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986명에서 961명으로 줄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에서 손실을 입은 롯데도 420명에서 413명으로 줄었다.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농협도 소폭 줄었다. 여성 임원은 6개월 동안 128명에서 137명으로 9명 늘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8%뿐이어서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함을 증명했다. 농협그룹은 3개 상장사의 임원 69명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이날 재벌닷컴이 2461개 상장사 및 비상장사 분기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상반기 보수로 5억 원 이상을 받은 임원은 총 295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237명)보다 58명 늘어난 수치다. 1위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139억8000만 원)이다. 오너가 중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96억3500만 원), 허창수 GS 회장(49억5300만 원), 신동빈 롯데 회장(48억7600만 원), 구본무 LG 회장(43억 원), 조양호 한진 회장(41억1800만 원)이 톱5에 들었다. 한편 국내 30대 그룹 중 17곳은 상반기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평가업체 CEO스코어 분석 결과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액은 총 37조1494억 원으로 지난해(29조245억 원)보다 8조1249억 원(28%) 늘었다. 삼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등에 지난해보다 5조209억 원 많은 12조6267억 원을 투자했다. LG와 SK도 지난해보다 약 1조7000억 원씩 투자를 늘렸다. 반면 현대차는 5576억 원, 두산과 포스코도 각각 2005억 원, 1773억 원씩 투자가 줄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1992년 8월 24일 중국 베이징의 정부 국빈만찬관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안(芳菲苑).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부 장관과 첸치천(錢其琛) 중국 외교부장이 공동서명문에 서명을 한 뒤 샴페인을 들었다. 10분도 걸리지 않은 자리였지만 양국이 외교 통상의 벽을 처음 허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이후 한중 교역은 약 33배로 늘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교류가 주춤하고,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추격한 분야가 속출하면서 ‘중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이 독감에 걸리는’, 부담스러운 관계도 부각된다.》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중국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4월 시작한 중국 노선 감편 및 운항 중지 조치를 이달 말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원래 5월까지만 한시적으로 할 계획이었지만 한중 사드 갈등이 지금까지도 안 풀리고 중국 탑승객도 줄어 비상조치를 연장한 것이다. 이달 24일은 한중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5주년 되는 날이다. 눈부시게 늘어난 교역량과 경제 교류 성과를 돌이키며 서로 축배를 들어야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어둡다. 사드 갈등과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우리 기업들은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2년 수교 첫해에 63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한중 양국 교역은 지난해 2114억 달러(약 240조4200억 원)로 늘었다. 무려 33.2배로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한일 교역은 2.3배, 한미 교역은 3배로 늘었다. 수교 이후 양국 교역은 매년 평균 15.7%씩 늘었고 2003년부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중(對中) 교역량은 대미(對美) 교역(1096억8000만 달러)의 약 2배, 대일(對日) 교역(718억2000만 달러)의 약 3배다. 한국도 중국에 중요한 무역국가로 부상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홍콩, 일본에 이어 중국의 4번째 주요 수출국이다. 수입국 중에서는 한국이 1위다. 2위는 일본이고 그 뒤로 미국, 독일, 호주 순이다. 양국은 투자와 인적교류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중국에 총 47억5000만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투자했다.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도 중국인이 가장 많다. 지난해 한국에 온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46.8%가 중국인이었다.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인(17.1%, 2015년 기준)이다. 동시에 양국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양국의 기술격차는 2002년 4.7년이었으나 2015년에는 3.3년으로 줄었다. 국제특허(PCT)도 2008년까지는 한국이 더 많았으나 2009년 역전된 뒤 2015년엔 중국(2만9846건)이 한국(1만4626건)의 약 2배에 달했다. 올 초부터 본격화된 사드 갈등은 양국 교역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에서 현대자동차 판매량은 반 토막 났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현지 판매량은 월 7만∼14만 대 수준이었지만 올해 3∼7월에는 5만6026대, 3만3009대, 3만5100대, 3만5049대, 5만15대로 줄었다.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도 있었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암암리에 한국차 판매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청와대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올 3월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단체 관광객 확보 경쟁을 벌이며 노선을 늘리던 국내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인 제주도는 지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내년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분야 후속 협상이 예정된 만큼 지금부터 교류를 다각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은택 nabi@donga.com·김현수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3387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1억 원 이상 고(高)연봉 근로자는 4만 명 늘었다. 특히 주요 대기업 임원 42명은 올 상반기(1∼6월) 평균 20억 원씩의 보수를 받았다.1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2015년(3281만 원)보다 107만 원(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자를 연봉 순서대로 나열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근로자의 연봉(중위연봉)은 2623만 원이었다. 연봉 상위 10% 커트라인은 6607만 원이었다. 수출 부진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는 모든 계층의 평균연봉이 올랐다. 가장 연봉이 높은 계층인 상위 10%(10분위)는 9452만 원에서 9586만 원으로 134만 원 올랐고, 가장 낮은 계층인 하위 10%는 601만 원에서 633만 원으로 32만 원 올랐다. 연봉이 1억 원 넘는 고소득 근로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 중 2.8%(43만 명)는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39만 명)보다 4만 명 많은 숫자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수준은 다소 차이가 좁혀졌다. 2015년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6544만 원이었으나 지난해는 6521만 원으로 23만 원이 줄었다. 조선 등 제조업체의 야간, 휴일, 연장근무가 감소해 초과 급여가 줄어든 탓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3362만 원에서 3493만 원으로 늘었다. 대기업-중소기업 연봉 차이가 1년 새 3182만 원에서 3028만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유익환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내수 침체 등 악재 속에서도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연봉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다소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고액 연봉을 받는 주요 대기업 임원의 보수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는 올 상반기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임원을 고액 연봉자로 설정하고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에서 총 42명이 이에 해당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보수 총액은 844억 원으로 1인당 평균 20억 원꼴이었다. 고연봉 임원의 보수 총액이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139억8000만 원을 받은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이 50억5700만 원, 신종균 인터넷모바일(IM)부문장(사장)이 50억5000만 원, 이재용 부회장이 8억4700만 원을 받았다. 총액은 약 249억3000만 원이었다. 아모레퍼시픽(79억8000만 원), 네이버(76억4000만 원), LG(55억9000만 원), SK이노베이션(49억70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5억 원 이상 고연봉자가 서경배 회장(당시 7억9800만 원)뿐이었으나 올해는 서 회장(65억5000만 원)과 심상배 사장(14억3000만 원)이 함께 이름을 올려 고연봉자 보수 총액이 가장 크게 뛴 회사로 꼽혔다.이은택 nabi@donga.com·박성민 기자}

북한과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주 국내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과거 북한 리스크가 발생한 후 증시는 대부분 3거래일 이내에 안정세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와 기업 실적 호조세 둔화 등이 맞물리며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북한發 증시 충격, 과거보다 커져 북한 리스크는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북한 리스크가 발생하면 국내 증시는 곧바로 타격을 받았다.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자 코스피는 당일 2.41% 급락했다. 이후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김정일이 사망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불안에 빠질 때마다 코스피는 추락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장이 마감한 이후인 늦은 밤 발생해 당일 코스피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은 다음 거래일에 고스란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여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개 사건이 발생한 지 2거래일이 지나면 코스피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직후 3.43% 급락했던 코스피는 다음 날 반전해 2거래일째에는 3.09% 오르며 하락분을 모두 만회했다. 과거 5차례 핵실험 때도 3거래일째 이내에는 대부분 하락세를 끊어냈다. 이는 북한 리스크가 이미 국내 증시 전반에 반영돼 있는 데다, 그동안의 학습효과를 통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북한 관련 충격을 오뚝이처럼 이겨내는 현상을 증권가에선 ‘북한 미스터리’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이 과거와 다른 조짐을 보인다.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북한이 괌 타격 위협으로 대응하자 코스피는 사흘 연속 하락폭을 넓혔다. 이번 북한 리스크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울고 싶던 코스피에 뺨을 때린 격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코스피의 상승세가 유례없이 8개월 동안 지속되며 하락 부담이 컸던 차에 마침 차익실현을 할 기회가 온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1분기(1∼3월)에 비해 2분기(4∼6월), 3분기(7∼9월)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외국인 이탈 커서 충격 장기화될 가능성 올 들어 코스피 상승세가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은 만큼 외국인 자금 이탈의 충격이 더욱 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외국인투자자들은 11일 하루에만 5872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이달 들어 1조346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이번 북한 리스크에 따른 시장 위기가 과거보다 오래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에 대한 내성과 학습효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약세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8월 말 을지훈련 등으로 한반도 내 지정학적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도 “북한 리스크가 심화할 경우 외국인에 의한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더 커져 있다는 점도 최근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올 3월 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 보유액은 5465억 달러로 금융위기 이전 최대치였던 2007년 9월 말 3648억 달러보다 50% 늘었다. 특히 북한 리스크와 외국인 매도세가 기업이익 감소라는 악재를 만나면 충격파는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207개 주요 상장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기대치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조사 대상 중 절반이 넘는 112곳은 기대치가 낮아졌고 81곳만 높아졌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도 14조4644억 원에서 14조950억 원으로 한 달 새 3694억 원 줄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 중순만 해도 255만 원을 돌파했지만 이달 들어 220만 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8109억 원에서 6761억 원으로, 기아자동차는 5708억 원에서 4442억 원으로, 현대모비스는 7002억 원에서 5905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신민기 minki@donga.com·이은택 기자}

지난해 8월 처음 찾아간 광주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은 죽어가던 전통시장을 부활시킨 모범 사례였다. 1900년대 초 자연적으로 생겨난 옛 ‘송전역전 매일시장’은 2010년 전후로 주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손님들을 빼앗겨 몰락해 갔다. 광주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카드는 시장을 다시 살리기로 계획하고 2015년 사업을 벌였다. 청년창업자를 시장에 유치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 상권이 생겨나도록 한 것이다. 당시 만났던 청년사장들은 “어르신이 청년점포에 와서 물건도 사가고 조언도 해주신다. 우리도 어르신 가게에서 필요한 것들을 조달하며 같이 살아간다”고 말했다. 시장은 하루 방문객이 4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명소가 됐다. 1년이 지난 12일 기자는 휴일을 이용해 다시 송정역시장을 찾아갔다. 첫눈에도 간판과 품목이 바뀐 점포들이 제법 보였다. 소문난 맛집 앞에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적어도 겉모습은 여전히 활기찼다. 하지만 다시 만난 상인들에게 안타까운 속사정을 들었다. “손님이 많아지니까 임대료가 폭등했어요. 예전에는 월 30만∼40만 원이면 충분했던 점포들이 400만∼500만 원까지 치솟았어요. 옛날부터 계시던 상인 어르신들 중 많은 분들이 결국 견디다 못해 장사 접고 떠나셨어요.” 한 청년사장은 “말로만 듣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내가 있는 곳에서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씁쓸해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상권이 활성화되면 임대료가 급등해 원주민, 영세상인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송정역시장은 세련되게 바뀐 디자인으로 인터넷, TV에 자주 등장하며 몸값이 유난히 올랐다. 이곳은 원래 장사가 안돼 권리금도 없던 시장이었지만 최근 ‘점포 수리비’란 명목으로 권리금과 비슷한 항목이 생겨나고 있다. 이를 두고 이익을 본 상인과 그렇지 않은 상인들 사이에 갈등의 조짐도 보인다. 2년 전 시장 부활의 ‘구원군’으로 투입됐던 청년사장들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임차료 지원 혜택을 받고 아이디어를 무기로 창업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지원이 끊긴다. 한 청년사장은 “맨손으로 가게를 일궈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데 지원이 끊기면 임차료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거액의 임차료를 제시하는 외지인, 카페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거나 건물주가 점포를 차릴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사업의 취지와 방향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다만 다시 살리고자 하는 것이 ‘상권’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함께 살릴 수 있어야 온전한 전통시장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은택·산업부 nabi@donga.com}

“통상임금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되면 국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배수진’을 쳤다.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 등 국내 완성차 5개사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탈(脫)한국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국내 제조업 생태계 전반을 흔들 수 있는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통상임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보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절박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동안 노조 및 지역사회의 반발,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생산시설 해외 이전’이란 초강수를 선제적으로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가 1심에서 패소할 경우 노조에 돌려줘야 하는 인건비는 소급분까지 포함해 최대 3조 원에 이른다. 기아차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6% 급감한 4040억 원에 그쳤다. 최대 3조 원에 이르는 통상임금을 부담할 경우 당장 올해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고문수 전무는 “국내 자동차 생산의 37%를 차지하는 기아차의 경영위기는 1, 2, 3차 협력업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같은 그룹인 현대차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자동차부품 업계 전체에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쏟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들이 패소할 경우 8조 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직원 450명 이상 국내 기업 중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35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35곳 중 구체적인 예상 피해 금액을 밝힌 25곳은 지연이자, 각종 추가임금 소급분 등을 모두 더하면 최대 8조3673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지출한 총 인건비의 36.3%에 달하는 돈이다. 정조원 한경연 고용복지팀장은 “설문에 응답한 기업만 약 8조 원이고, 나머지 미응답 기업과 아직 구체적으로 사례가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10조 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5개 기업에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은 총 103건이고 그중 4건만 확정판결이 나 종결됐다. 아직 기업 1곳당 평균 2.8건의 통상임금 소송이 물려 있는 셈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가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던 임금 문제를 들춰내 다시 문제 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신뢰가 무너지고 경영 기반을 흔든다는 점에서 큰 사회적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년 연속 하락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2분기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글로벌 생산순위는 인도에 밀려 6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7위 멕시코한테도 역전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한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대차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조별 근무자들이 2시간 동안 파업하는 방식이다. 이번 주말부터 휴일 특근도 중단한다. 현대차는 이번 파업으로 1500여 대(300억 원 규모)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8년 연속 무분규 노사 협상을 타결한 쌍용차를 제외한 기아차, 한국GM 등도 파업을 앞두고 있다. 기아차는 2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고, 한국GM도 노조 찬반투표 및 파업권 확보를 마친 상태다.서동일 dong@donga.com·이은택·곽도영 기자}

8일 오후 9시 19분경 중국 쓰촨(四川)성 유명 관광지 주자이거우(九寨溝)에서 강진이 발생해 최소 19명이 숨지는 등 약 3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매몰자도 적지 않아 인명 피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 발생 당일 약 4만 명의 관광객이 주자이거우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한국인 관광객 2명도 경상을 입었다. 중국지진네트워크센터는 이번 지진이 규모 7.0의 강진이라고 발표했다. 지진 여파로 산시(陝西)성의 시안(西安)시,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의 건물들까지 흔들렸다. 지진 직후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의 일부 설비가 잠시 중단될 정도였다. 9일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회로의 사진을 찍는 포토공정 일부가 가동을 멈췄지만 바로 복구됐고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지진 발생 직후 가장 높은 1급 지진응급태세를 발령했다가 9일 0시 44분경 2급 응급태세로 낮췄다. 앞서 AFP통신은 8일 밤 중국 국가재난감소위원회가 2010년 인구조사 자료를 기초로 100여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초기 조사 분석을 바탕으로 13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9일 지금까지 최소 19명이 숨지고 26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최소 3명은 생명이 위독하다고 밝혔다. 이날 주자이거우를 방문한 관광객은 3만8799명으로 집계됐다. 9일까지 대피시킨 관광객은 3만1500명이어서 나머지 관광객의 안전이 우려된다. 9일 오전 10시 17분에는 규모 4.8의 여진이 발생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중국 당국은 규모 6.0의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두(成都)한국총영사관 측은 한국인 단체 및 개별 관광객이 109명으로 집계됐으며 다리와 손목에 경상을 입은 2명의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큰 부상 없이 인근 청두시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호텔 주차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공포감을 호소했다. 10일까지 이들 중 절반이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자이거우 간하이쯔(干海子) 지구에서는 관광객 100여 명이 산사태로 고립됐으며 이 중 일부가 낙석에 중경상을 입었다. 도로 곳곳이 갈라져 교통이 통제됐다. 한 도로에서 50인승 버스가 낙석에 두 동강이 나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도로 곳곳에서는 낙석에 깔려 완전히 찌그러진 차량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2800여 명이 머물던 주자이거우 지역의 톈탕(天堂)호텔은 로비와 식당이 무너져 내렸다. 9일 새벽 사망자 1명, 중상자 4명이 확인됐고 투숙객들이 호텔 바깥에서 밤을 지새우며 공포에 떨었다. 주자이거우 첸구칭(千古情) 지역에서는 2008년 쓰촨성 원촨(汶川) 대지진을 주제로 한 공연 도중 지진이 발생해 건물 일부가 붕괴되면서 공연 관계자 1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관람객이 대피했다. 지진 발생 당시 관객들은 대지진을 재현한 특수효과로 착각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지만 9일 주자이거우에서 피난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도로가 정체돼 구호차량 진입이 지연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버스 운전사들이 구호차량 전용도로로 끼어들어 구호차량이 1시간에 5km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9일 오전 7시 27분 주자이거우에서 서북쪽으로 2200km 떨어진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북부 보얼타라(博爾塔拉) 징허(精河)현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32명이 중경상을 입고 가옥 1000여 채가 파괴됐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