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배터리 무서운 성장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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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까지 출하량 전년대비 상승률
LG화학 161%, 삼성SDI 89%

“1위 파나소닉, 테슬라 의존도 높고
3, 4위 中기업, 정부 지원덕 성장
사드 보복에도 선전한 韓 경쟁력”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중국 정부의 온갖 불이익과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술력과 수주 전략으로 세계 판매량,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며 선두 일본 업체와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5일 에너지 분야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1∼7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 현황을 집계해 발표했다. 이 기간 출하된 배터리 총량은 20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16GWh)보다 20% 이상 늘었다. 전기차 판매량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배터리도 함께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톱5 중에는 한국의 LG화학과 삼성SDI가 가장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2위 LG화학은 총 2345.2MWh의 배터리를 출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99.7MWh)보다 160.7% 늘어난 규모다. 톱5 업체 중 100% 이상 성장한 곳은 LG화학뿐이다. 글로벌 점유율도 지난해 5.6%에서 올해 11.7%로 뛰었다.

전기차 배터리는 생산 방식과 모양에 따라 크게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으로 나뉘는데 LG화학은 파우치형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GM(제너럴모터스)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Bolt)EV,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에도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LG화학은 성능, 안전성, 원가경쟁력을 성장의 비결로 꼽았다. LG화학 관계자는 “다른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전자회사들인데 우리는 화학과 소재 기반의 화학기업이다. 이를 백분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또 수주량이 늘어나면서 생산물량도 늘어 자연스레 원가경쟁력이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원통형과 각형을 밀고 있는 삼성SDI는 5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올해 1213.0MWh를 출하해 지난해(641.5MWh)보다 89.1% 늘었다. 성장률은 톱5 중 LG화학에 이어 2위다. 삼성SDI 관계자는 “형태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각형이 안전성에서 다소 우위라고 판단하고 여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위는 일본의 파나소닉, 3, 4위는 중국의 CATL과 BYD가 각각 차지했다. 파나소닉은 32.5% 성장했지만 LG화학이 워낙 큰 폭으로 올라 격차가 좁혀졌다. 지난해 LG화학의 출하량은 파나소닉의 약 4분의 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CATL은 22.7% 성장했고, BYD는 오히려 6.5% 줄었다.

한국 업체들의 성장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딛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중국은 한국과 사드 갈등이 불거진 뒤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계속 한국 배터리를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며 불이익을 주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이 때문에 배터리업계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공급처를 다양하게 늘리고 기술 경쟁, 원가 절감 등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에서 타격이 없진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인기 전기차 모델에 공급량을 늘려 만회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급처를 다양하게 늘려 점유량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에 의존하는 물량이 너무 많아 리스크가 크고,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지원 때문에 성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생존력, 수주 노하우를 가진 한국 업체들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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