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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통화 많이 하면 이 요금제로, 영화 많이 보면 저걸로… 아, 스마트폰 쓰세요? 그런데 초고속인터넷에 인터넷전화도 쓰려면 이게 더…” 아무리 꼼꼼 알뜰 주부라도 통신요금을 들여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기본 휴대전화 요금제는 40∼80여 종이지만 결합에 결합을 더하면 요금제 조합이 수만 개까지 나온다. 통신회사 요금팀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대는 복잡한 통신요금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강제병합 100년… 끝나지 않은 한일 갈등서울 종로구 신문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위원회엔 강제징용자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4일 만난 한 할아버지는 열아홉 나이에 세상을 떠난 형을 그리며 눈물을 쏟았다. 2004년 이후 22만8000여 건의 피해조사 접수를 했지만 처리된 것은 절반. 한일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링스헬기 정비업체 7년간 엉터리 정비해군 해상초계기와 링스 헬기 정비를 맡았던 민간 정비업체들이 수년간 20억 원가량을 챙겼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교체하지 않은 부품을 새것으로 바꾼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을 썼다. 해군은 4월 진도와 소청도 해상에서 추락한 링스 헬기 추락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북한 댐 방류 예고에도 안전불감증“물이 들면 나가려고 했다.” “내가 베테랑이라 이곳 지리를 잘 안다.” 18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변을 찾은 행락객들은 북한 댐 방류 소식에도 태연했다. 경고방송을 모른 체하거나 숲으로 숨기까지 했다. 불과 10개월 전 그곳에서 북한 황강댐 무단방류로 6명이 숨졌는데도 말이다. ■ 인텔리전트 블록버스터 ‘인셉션’ 즐기기 꿈속의 꿈. 그 꿈속의 또 다른 꿈. ‘메멘토’ ‘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마트료시카 인형을 닮은 꿈 이야기인 영화 ‘인셉션’(사진)으로 돌아왔다. 심리학 문학 수학 등에서 가져온 키워드로 한 겹 한 겹 벗겨갈수록 감춰진 향과 맛이 열린다. 선택은 관객의 몫. 몇 가지 길잡이를 소개한다. ■ 빅리그 팀들도 러브콜… 박주영의 매력은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진가를 입증한 ‘축구 천재’ 박주영(25·AS모나코·사진)의 주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적설이 제기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만 벌써 5개. 해외 유명 클럽들을 애태우게 만드는 박주영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카우트들의 입을 통해 이유를 들어봤다.}

18일 오후 7시 반 어둑어둑해지는 임진강변 맞은편 숲에 낚시꾼 3명이 얼핏 보였다. 경기 연천군 직원들이 어렵게 강을 건너 낚시꾼들에게 다가갔다. “북한이 댐을 방류한다고 해 오후 내내 경고방송을 했는데 듣지 못했느냐”고 하자 “곧 나가려 했다”며 그제서야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연천군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첫 경고방송을 내보낸 것이 오후 3시 반경. 연천군 재난안전관리과 박광하 과장은 “그 시간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숲속에 들어가 있었다면 (경고방송을 듣고서도) 밤까지 낚시를 하겠다고 작정한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임진강 참사’ 후 10개월이 지났지만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했다. 2009년 9월 6일 북한이 아무런 예고 없이 황강댐 물을 무단 방류하면서 연천군 군남면 임진강 임진교 밑에서 야영하던 시민 5명, 그 아래 비룡대교 근처에서 낚시하던 시민 1명 등 6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당시 임진강 참사는 경보시스템만 제때 발효됐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자성이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던 셈이다.북한이 18일 댐 방류를 우리 측에 알려옴에 따라 연천군 인근 행정기관, 수자원공사 등 관계자들이 즉각적으로 피서객 대피 활동에 들어갔다. 수자원공사 군남댐 운영팀 박우양 팀장은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연다고 해도 물이 내려오는 데 7, 8시간은 걸리고,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수위가 갑자기 위험수준으로 올라가는 일은 없을 테지만 지난해 임진강 참사의 기억이 떠올라 급히 재난구조 채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주말을 맞아 임진강변을 찾은 많은 행락객들은 뉴스와 경고방송에도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20분경 군남면 삼거리 북삼교 아래에 있던 일가족 10여 명은 군청 직원들의 대피 경고에도 “오후 6시가 되면 자리를 뜨겠다”며 여유를 부렸다. 오후 6시 40분경 경찰들이 다리 밑으로 내려가자 그제야 물놀이 장비를 챙기면서 “북한 때문에 놀지도 못한다”며 투덜댔다. 연천군은 18일 미산면에서 170명, 장남면에서 80명, 군남면에서 66명 등 총 330명의 행락객을 대피시켰다. 재난안전관리과 박 과장은 “아무리 예방 시설을 보강해도 시민 스스로 재해에 대비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안전문제에 시민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연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엄마, 사회 시간에 댐을 배우면서 선생님이 연천 사고 이야기를 했어. 그때 옆에 있던 어떤 애가 ‘저, 이 사건 알아요.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라고 했어.” 아이의 말에 A 씨(37·여)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2009년 9월 6일 ‘임진강 참사’로 남편(당시 38세)과 아들(당시 9세)을 한꺼번에 잃은 A 씨는 사고 직후 무작정 집을 옮겼다. 이 사고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말을 할까 봐 두려웠던 것. A 씨는 “아이들이 새로 전학 간 학교의 담임교사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지만 혹시라도 소문이 퍼질까 봐 나도 아이들도 노심초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털어놨다. 사고 후 10개월, 시끄러웠던 보상금 문제도 마무리됐지만 A 씨에게 임진강 사고는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묵직하게 남아있다. 18일 북한 댐 방류 소식은 아픈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인터넷에서 북한 댐 방류 소식을 확인한 A 씨는 ‘심장이 쿵쾅대서’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임진강’, ‘연천’, ‘아빠’와 같은 말들은 A 씨 가족에게는 금기어다. 그는 “18일 뉴스를 본 아이들이 혹시나 엄마에게 무슨 변화가 있지 않을까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워했다”며 “아이들이 ‘엄마가 잘못되지 않을까’ ‘아빠처럼 떠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 달 전에도 A 씨를 힘들게 한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천안함 폭침 사건이었다. A 씨가 보기에 천안함 사건과 임진강 참사는 여러 가지로 겹치는 점이 많았다. “북한, 물, 유가족 등 공교롭게도 우리 가족의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공통점이 적지 않았다”며 “TV에서 유가족들의 눈물, 고통, 기약 없는 기다림을 보여줄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잠시 깊은 숨을 들이켠 A 씨는 “남편과 아들의 빈자리가 너무 커 괴로웠어요. 다시는 누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연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검찰의 5번 청구영장청구 거듭 기각되자“본보기 위해서도 꼭 구속”수뇌부는 ‘대결 모양새’ 우려법원의 기각-각하“도주우려 없는데 재청구”‘영장항고제’ 노림수 의심5번째 ‘각하’ 강한 표현 사용‘5번 구속영장 청구에 5번 모두 기각 또는 각하.’ 사법사상 보기 드문 구속영장 청구-기각-재청구-기각이 반복되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가 된 사안은 지난달 10대 청소년 6명이 10대 소녀를 폭행한 끝에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엽기살해사건. 공범 6명 중 4명은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나머지 2명은 영장이 기각됐다. 이 가운데 1명인 이모 군(19)의 신병 처리 문제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20여 일간 ‘오기(傲氣) 싸움’을 벌였다. 14일 다섯 번째 영장이 ‘각하’되고, 검찰은 이 군을 불구속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사태는 매듭지어졌다.○ 5번 청구에 5번 기각-각하 서울서부지검은 이 사건의 공범인 10대 청소년 6명에 대해 지난달 18∼20일 차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중학생 김모 양(15)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폭행한 최모 양(15)과 최 양의 집에 묵으며 폭행에 가담한 안모(15), 윤모 양(15), 최 양의 남자친구 정모 군(15) 등 4명에 대해서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반면 최 양의 집에 한 번 들러 폭행을 거들고 살인을 묵인한 김 양의 남자친구 이모 군(15)과 사체유기 등에 가담한 안 양의 남자친구 이 군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안 양의 남자친구인 이 군을 주범 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 살인에까지 이른 폭행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10대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반쯤 죽여놔’라고 부추겼고, 김 양이 숨지자 최 양 집으로 가 ‘케이블TV 탐정만화에서 본 대로’ 시신을 훼손하고 수심이 깊은 양화대교에서 시신을 버리도록 하는 등 범행을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이 군에 대해 사체유기 혐의로 처음 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22일과 29일, 이달 5일 다시 같은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은 그때마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원론적인 이유로 기각했다. 7일까지 4차례 연속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12일에는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공동상해 혐의를 추가해 다섯 번째로 영장을 청구했다. 오광수 서울서부지검 차장은 “청소년들의 잔혹한 강력범죄를 엄단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이를 심리한 서울서부지법의 수석재판부(부장판사 이병로)는 14일 ‘기각’도 아닌 ‘각하’라는 표현을 쓰며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각하 사유로는 “네 차례의 (기각)결정과 판단을 달리하기 어렵다”는 것. 구속 사유를 더 따져볼 필요도 없이 이전의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영장을 계속 가져와봐야 받아주지 않겠다는 경고의 뜻이 담긴 것이었다. 법원과 검찰의 시각차에는 이 군을 주범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명백한 주범이라고 보는 반면 법원은 이 군이 직접 폭행에 가담하지는 않은 점에 주목한 듯하다.○ 영장항고제 도입 둘러싼 오기 싸움? 법원은 검찰이 이례적으로 영장을 5차례나 청구한 것이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서 영장항고제(구속영장 발부·기각 결정에 대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의 근거로 삼으려는 포석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죄질이 좋지 않은 이 군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거듭 기각한 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활용해 영장심사에 있어서도 일반 형사재판처럼 항소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장 재청구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오기를 부리듯 5차례나 영장을 청구한 것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조차 잃은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선 검사들 역시 법원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 군이 비록 미성년자이고 직접 폭행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끔찍한 방법으로 사체 훼손과 유기를 한 만큼 영장 기각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부 검사는 “반복적인 영장 재청구보다 ‘무오류의 함정’에 빠져 최초에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지 않으려는 법원의 독선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공식 대응은 피하는 분위기다. 구속영장 청구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서울서부지검이 5차례나 계속 영장을 재청구해 법원과 갈등을 빚은 것은 김준규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신사다운 수사’의 기조에 걸맞지 않은 대응이었다고 보고 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사업 실패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최모 씨(42·여)는 올해 2월 생활정보지에서 ‘방송국 보조출연자로 일하면 월 1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솔깃해 남편과 J영화기획사를 찾았다. “방송에 출연하려면 프로필 사진이 필요하니 촬영료 12만 원을 내라”는 기획사 대표 오모 씨(46·여)의 말에 최 씨는 결혼반지를 팔아 12만 원을 마련했다. 이후 오 씨는 최 씨에게 방송국 섭외 담당자의 연락처만 알려줬을 뿐 보조출연 알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05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약 5200명에게서 3만∼6만 원씩 총 2억28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뒤 취업 알선은 해 주지 않은 오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을 찍어 주고 돈을 나눠 가진 사진사 임모 씨(42)와 기획사 직원 4명 등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피해자 중에는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 혼자 아이를 키우는 중국동포 등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많았다”며 “피해 금액이 적어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사기를 당한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구직자를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유령업체들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재미 한인 정치학자인 미국 조지아대 박한식 석좌교수(71·사진)는 13일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 이전으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길 바라고 있으며,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달 3∼8일 북한에 다녀온 박 교수는 이날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김대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사장 김홍업) 주최로 열린 ‘박한식 대석좌교수 초청강연회’에서 방북 기간 평양에서 만난 북한 고위 당국자의 말을 빌려 “북측이 남북관계 정상화를 희망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북한 고위 당국자에게) 정상회담은 가능한가를 물었더니 ‘지금 서두를 수는 없지만 남북합의서에 나온 절차들이 다 마련됐다고 하면 가능하다’고 했다”며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기를 바라고 남북관계가 천안함 사건 이전으로 정상화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측 지인들에게 이런 북측의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들은 “대통령께서도 정상회담을 원하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설 이후 불거지고 있는 북측의 ‘체제 불안설’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비중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다”며 “그를 업고 있는 김정일과 그 김정일을 업고 있는 김정은을 거스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5년 더 산다고 하면 (체제에) 문제가 없고 1, 2년 산다고 하면 약간의 조정기간이 있을 테지만 절대 북의 체제가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교수는 현 정부의 비핵화 중심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은 두 가지 조건만 형성되면 미련 없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면서 “두 가지 조건은 미국이 북한 주변에 배치한 군대의 목적을 달리 설정하는 것, 북한 주변에 다자간 지역안보체제를 확립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비핵화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세계 비핵화를 만들어갈 동반자’로 초청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교수는 1963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미국 조지아대 정치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조지아대 부설 세계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올 4월 한반도 평화 등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모어하우스대가 주는 ‘간디·킹·이케다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국적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복수국적 유지가 가능해졌지만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는 복수국적 지원자들의 입시전략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그동안 복수국적 지원자들은 한국 대학 진학 시 외국 국적을 이용해 각 대학 외국인전형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개정 국적법은 복수국적을 유지할 경우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외국인’ 신분으로 지원하는 길이 막히게 된 것이다. 2010학년도 재외국민, 외국인 대상 전형(정원외 특별전형) 전체 모집정원은 139개 학교, 4596명이다.○ 한국 학생들과 경쟁? 법무부가 올해 5월 개정해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국적법은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한다’는 서약만 하면 두 개 이상의 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국적법은 만 20세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만 22세 전에, 만 20세 이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그때부터 2년 내 대한민국 국적이나 외국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복수국적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국내에서는 한국 국적만 행사해야 된다는 것.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입학관리팀 관계자는 “국내에서 ‘한국인으로 살겠다’는 서약을 하면 공식적으로는 한국인이 되는 것이므로 외국인전형 지원 자격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대부분을 외국에서 이수한 복수국적자들은 외국 국적을 선택해 외국인전형으로 한국 대학에 진학해왔다. 국적법 개정으로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대학 입학 때 외국인전형에 지원할 길은 막힌 셈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현행 규정대로라면 복수국적자들은 재외국민전형이나 일반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에만 응시할 수 있어 불리해진다”고 밝혔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대부분의 대학이 복수국적자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연세대 등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복수국적 학생이 지원할 경우 국적포기서를 제출하거나, 하나의 국적만을 선택하도록 한 것. 연세대 김동노 입학처장은 “국적법 개정으로 복수국적 유지가 가능해졌는데 대학이 이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우수인재 유치 등 국적법 개정의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며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어물쩍 대학들은 복수국적자 허용의 문제점을 뒤늦게 발견했지만 아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교협은 대학들과 해결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복수국적자의 입학을 제한해온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복수국적자들은 한국 국적을 이용해 재외국민전형에 지원하거나 다른 조건에 맞춰 입학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국외국어대 등은 “이제 관련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외국인전형에 복수국적자를 받았던 한양대는 “올해까지는 외국인전형에서 복수국적자 지원이 가능하겠지만 2012학년도 입시부터는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으로는 지원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희진 인턴기자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4학년}
“도전하지 않으면 ‘점프’는 일어나지 않아요.” 배승연 씨(32·여)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성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평범한 디자이너의 꿈을 꾸던 20대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배 씨는 2006년 영국 패션지 ‘보그’가 ‘영국을 빛낼 차세대 디자이너’로 선정한 유망주다. 그는 “20대 때 정말 치열하게 도전한 노력의 대가”라고 강조했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 강당을 가득 메운 500명의 청중 사이에서 연방 박수갈채가 터졌다. 이날 열린 ‘제2회 TEDxYonsei’ 행사에는 배 씨와 같이 20대를 ‘치열한 도전’으로 채운 8명의 연사가 참석했다. ‘TED’는 기술(Technology)·오락(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전 세계 선구적 사상가와 행동가를 초청해 그들의 관심사와 생각을 공유하는 행사다. 연사들은 20대 청중에게 ‘혁신을 향한 무모한 도전’을 주문했다. 배 씨는 한국의 안정적인 취업 자리를 버리고 영국으로 떠나 허드렛일을 하며 패션을 공부한 경험을 들려줬다. 기적처럼 러시아의 고급 브랜드 ‘키사’의 초대 수석디자이너로 뽑혔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그 자리마저 박차고 나와 영국의 한 마을 마구간을 개조해 자신만의 가게를 차렸고 그 브랜드로 영국 톱숍과 보그지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놀라운 도전은 배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토종 전자결제서비스 ㈜이니시스 창립자 권도균 대표, 20대 벤처사업가 김세중 씨, 힙합뮤지션 이요한 씨 등 모든 연사들은 “꿈은 꾸는 만큼 이뤄진다”고 자신했다. 신청 3시간 만에 동났다는 좌석은 학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박세진 씨(28)는 “기존 TED와는 좀 다르지만 재미있었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환기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난해 3월 결핵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김모 씨(53)는 6개월 만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삶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안 그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서류(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해 의료진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7월 7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이른바 ‘존엄사’의 신청 대상을 말기 암, 에이즈 환자에서 말기 일반질환자로 확대하는 진료권고안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김 씨는 이 권고안에 따라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맞는 일반질환 신청자였다.○ 결핵성 폐질환자, 연명치료 중단 신청 김 씨의 폐는 이미 결핵균이 퍼져 손을 쓸 수 없었다.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으면 숨을 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할머니 존엄사 논란’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에 관심을 가져온 김 씨는 서울대병원이 일반질환자들에게도 신청서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놀란 부인과 아들이 반대했지만 김 씨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마침내 김 씨는 9월 12일 부인과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청서를 작성하고 가족의 동의 서명을 받았다. 김 씨가 병상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동안 친지들은 “왜 중환자실로 옮기지 않느냐”며 부인을 나무랐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험담하는 이들도 있었다. 괴로웠지만 남편의 확고한 결심을 알고 있었기에 버텼다. 그렇게 한 달을 지낸 10월 13일 김 씨는 ‘원하던’ 죽음을 맞았다. 서울대병원에서는 6개월마다 약 300명의 말기환자가 임종한다. 병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11월 7개월 동안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관련 서류를 작성한 말기환자는 위암 10명, 폐암 6명, 췌장암 3명, 담도암 3명 등 총 40명이었다. 이 중 10명은 본인이 직접 신청서를 작성했다. 김 씨는 암환자가 아닌 일반질환자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한 신청자였다. ○ 일반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은 불법 김 씨의 연명치료 중단은 사실 법 테두리 바깥의 일이다. 국회는 올 4월 28일 ‘암 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켜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질적인 존엄사 허용이었지만 말기 암환자에 국한했기 때문에 김 씨 경우는 해당이 안 됐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연구해온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는 “(가족이나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하는 것은) 관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일인데 국가나 사회가 지나치게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전국의 만성질환사망자 18만2307명 가운데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은 상태로 사망한 환자는 전체의 83.5%,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사망환자는 82.4%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일은 흔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허 교수는 “인공호흡기 부착을 유보한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의 선종도 따지고 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연세대 김 할머니 경우와 다를 바 없다”며 “연명치료 중단 사전의료지시서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인데도, 부정적인 행위로 비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 환자와 가족들도 이해 부족 환자와 가족들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대화와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전문병동이 지난해 9월 입원한 말기 암환자 20명의 가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가족은 7가족에 불과했다. 12가족은 의사소통 구조가 폐쇄적이었고 1가족은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무료로 해주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아산재단은 천안함 직계 유가족 80여 명을 대상으로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5월 29일부터 이달까지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미 50여 명이 검진을 마쳤다. 재단은 5월 1일 가족대표들과 건강검진을 위한 협약을 맺고 70만∼80만 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직계 유가족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지방의 건강센터 등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많은 가족이 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찾았고 병원 측은 정신과 전문의 강연과 오찬을 함께했다. 검진을 받은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67)는 “유가족들에게 이런 배려를 해주다니 참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전 천안함 유가족 대표는 사건 직후 가족들을 위한 의료캠프를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에 세우는 등 지속적으로 의료 지원을 펼쳐온 아산재단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지난달 12일 병원 측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아산재단은 5월 24일 군인 경찰 소방관 등 국민에게 봉사하는 제복 입은 사람들(MIU·Men in Uniform) 가운데 준사관(군인), 경위(경찰), 소방위(소방관) 이하 직급 공무원 자녀 170명을 선발해 1인당 300만 원씩 총 5억1000만 원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8일 오후 부산시교육청 정문 옆 간이 천막. ‘전교조 대학살! 23명 교사 징계 부당하다’는 구호가 적힌 노란 플래카드 밑에서 20여 명의 교사들이 앉아 농성 중이었다. 이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노동당에 가입했거나 후원금을 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현직 교사 133명에 대해 파면 또는 해임 방침을 내놓은 것에 반발해 벌써 31일째 교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앞서 7일 대구에서는 “부당 징계를 철회하라”며 2주간 단식농성을 한 임전수 전 전교조 대구지부 지부장(50)이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징계 시점이 임박하면서 전교조 지부마다 교단 퇴출 위기에 처한 교사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열심인 데는 말 못할 다른 사정도 있다. ‘피해자 구제기금’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구제기금은 조합 활동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조합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줄 목적으로 조성한 자금이다. 구제기금 적용 대상이 되면 해당 교사는 조합으로부터 수당을 뺀 본봉의 100%를 최장 5년 동안 받는다. 민노당 가입 혐의로 기소된 교사 133명이 파면 또는 해임돼 5년간 이들의 임금을 보전해줄 경우 1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시국선언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교사 22명에게 징역 8개월∼1년이 구형됐다. 이처럼 시국선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등으로 징계 대상 조합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교조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조합원 수는 매년 줄고 있다. 올 3월 말 열린 제59차 전교조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에 따르면 2003년 말 9만3860명에 이르던 조합원은 지난해 말 현재 7만2972명으로 줄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는 매달 봉급의 0.8%로, 조합원 수 감소로 기금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 4월 전교조가 피해자 구제기금 운용 내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4억7649만 원 남은 기금 적립금을 규정대로 집행하면 올해 말에는 5억7459만 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교조는 2008년 학업성취도평가 거부로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서울지역 조합원 8명의 임금을 보전하는 데만 3억9229만 원을 썼고, 지난해 시국선언으로 징계 받은 조합원들의 임금을 보전하려면 2011년에만 10억5600만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합비를 0.2%포인트만 올려도 한 해 30억 원 정도를 더 거둘 수 있지만 조합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현대적인 것을 아는 것도 좋지만 현대가 존재하기 위해 바탕이 된 과거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63)이 24명의 학생을 마주하고 말했다. 15명의 이화여대 학생과 함께 선 외국인 학생 9명은 특별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 총장의 말에 한국을 ‘아는 만큼 보고 가자’는 의지에 찬 학생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메모지와 펜을 꺼내들었다. 학부생인 이들은 6월 21일부터 이화여대에서 시작한 이화·하버드 서머스쿨을 다니고 있다. 하버드대 교수와 학생을 함께 초빙해 한 달 동안 한국 학생들과 숙식하며 매일 초빙 교수의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관련 체험학습을 하는 이화·하버드 서머스쿨은 벌써 5년째를 맞았다. 올해는 인류학과 마이클 허츠펠드 교수가 ‘한국문화체험 비교문화체험’이라는 수업을 열었다. 사학과 교수이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이 총장이 강의에 맞춰 특별 강사를 자청했다. 화창한 하늘을 배경삼아 청색, 홍색, 흰색 등이 어우러진 한국의 궁궐을 본 외국인 학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학생들은 “한국의 궁궐을 처음 보는데 이렇게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지 몰랐다”며 “너무 예쁘고 선이 곱다”고 연방 감탄사를 내뿜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의 문화 유적은 자연과 어우러진 조화를 추구한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조상의 지혜와 당부가 담겨 있다”며 “세계 리더를 꿈꾸는 하버드대생들이 한국 문화의 멋과 지혜를 배우고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언어학과 다이엔 락 씨(22)는 “동서양의 문화가 겉보기엔 달라 보여도 역사가 주는 지혜와 철학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화답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여기, 고 민평기 상사 댁이죠? 심부름 왔는데요.” 2일 장대비를 뚫고 택시 한 대가 충남 부여군에 있는 천안함 46용사인 민평기 상사의 시골집 앞에 도착했다. 어머니 윤청자 씨(67)가 서울아산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둘째 아들이 차에서 내린 젊은 여성을 맞았다. 이 여성은 윤 씨 아들에게 하얀 봉투를 건넸다. 천안함 폭침사건 뒤 동네 지인들이 음료수나 음식을 놓고 가는 일이 잦았기에 아들은 별 생각 없이 봉투를 받았다. 몇 시간 뒤 아들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대는 “돈을 잘 받으셨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며 놀란 아들은 그제야 봉투를 뜯었다. 정관장 캡슐이 담긴 상자와 연두색 종이로 싼 1000원, 1만 원짜리 돈다발이 나왔다. 2일 서울에서 자고 3일 국립대전현충원 100일제까지 마친 뒤 그날 오후 부여군 집으로 돌아온 윤 씨는 돈뭉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총 830여만 원이었다. 지폐 옆으로 놓인 하늘색 편지봉투 안에는 정성스레 쓴 편지 3장이 들어 있었다. “존경하는 윤청자 여사님께. 저희들은 경기도에서 조그만 중소기업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입니다…얼마 전 TV를 통해 여사님께서 (천안함 폭침사건 포상금으로 받은) 1억 원이라는 거액을 나라를 위해 써달라고 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저희는 큰 회사도 아니고 직원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고귀한 마음에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나마 부응해드리고자 직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여사님께 보내드리는 성금을 모았습니다…액수도 많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 회사 이름을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윤 씨는 이틀 뒤인 5일 오전 일찍 부여 집을 나섰다. 먹먹한 마음을 안고 윤 씨가 향한 곳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 죽은 아들이 근무했던 곳이다. “내 이렇게 황송한 돈을 어찌 쓰겠나. 고생하는 군인에게 보탬 되게 써주소.” 윤 씨는 연두색 종이봉투에 고스란히 싼 830여만 원을 편지 복사본과 함께 제2함대에 전달했다. 윤 씨는 “정관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매일 먹고 있다”며 “잘 먹어서 힘이 난다. 고맙다”고 이름 없는 기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62·사진)이 연세대 강단에 선다. 연세대는 이 전 부회장을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글로벌융합학부 정보기술(IT) 융합 전공 정교수로 임명한다고 5일 밝혔다. 2002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아시아의 스타 25인’, 2004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뽑은 ‘무선통신 분야의 선구자’, 2005년 전자·정보통신 분야 최고권위 단체인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선정한 산업리더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 경영인 중 한 명이었지만 박사학위가 없는, 학사 출신의 기업인이 곧바로 정교수로 임용되는 것은 국내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울지 마라, 아 들으면 우짤라카노….”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 소식을 듣고 3일 오후 인천 인하대병원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임성준 군(7)의 할머니 전예호 씨(68)는 소리내 울지 못했다. 이 사고로 전 할머니는 성준이만 빼고 아들과 며느리, 끔찍이 아끼던 두 손주를 모두 잃었다. 인하대병원 응급실 앞 간이침대에 겨우 몸을 의지한 채 소리 없이 눈물 흘리던 전 할머니는 오후 11시경 뒤늦게 도착한 사돈 내외를 보고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아이고 우리 아이들 아까워서 어떡하노.” 성준 군 아버지 임찬호 경주대 컴퓨터정보공학과 교수(42)는 이날 오전 가족들과 싱가포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평소 연구와 책밖에 모른다고 투정하던 아내 이현정 씨(39)와 자주 놀아주지 못한 삼남매 성훈 군(9), 성준 군, 송현 양(3)이 눈에 밟혔던 터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학회에 맞춰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 유가족들에 따르면 임 교수는 매우 가정적인 아빠였다. 연구와 강의 준비에 바쁘면서도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한 달간의 ‘아버지 학교’ 과정도 수료했다. 성준 군의 고모부인 정남진 씨는 “뒤늦게 얻은 막내딸을 특히 예뻐했던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전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경주대 임길택 학과장은 “학생들에게 열정적이어서 강의 평가에서도 늘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고 애도했다. 이번 사고로 팔이 부러진 성준이는 상태가 많이 좋아져 4일 일반 병실로 옮겼다. 아직 사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성준이는 4일 오후까지도 연방 엄마만 찾아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새벽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시신과 성준 군을 옮긴 유족 측은 “인천 3개 병원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네 구의 시신은 모두 냉동실은커녕 중환자실에 하루 종일 방치돼 있었다”며 “사람을 두 번 죽이는 만행”이라며 분노했다. 인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동영상 = 처참한 버스 사고 현장}

한 원로 변호사가 수십 년간 소장해 온 법률서적 2000권을 모교의 후배 법학도들을 위해 기증했다. 고려대는 이석선 변호사(77·고시 사법과 8회·사진)가 최근 학교 측에 30여 년간 모아온 개인 소장 서적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4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 52학번 교우로 법원행정처 송무국장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1981년 변호사로 개업을 했다. 이 변호사가 기증하기로 한 책들은 대법원 판례, 세법, 소송법, 회사법 등에 관한 법률서적으로 자신이 직접 쓴 책도 포함돼 있다. 이 변호사는 “이 책들을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아깝고 부담스럽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맞을 것 같아 대학에 책을 건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981년에도 고려대 도서관에 책 1300권을 기증한 적이 있다. 판사 시절 근무한 적이 있는 법원행정처의 대법원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기도 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허태욱)는 1일 대낮에 학교에서 초등학생 여자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씨(44)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김 씨가 감형을 받기 위해 정신장애를 위장하는 등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김 씨 사건을 수사한 이혜은 검사는 “국립법무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정신감정 및 행동분석 결과 김 씨에게 약간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증상은 있었으나 다른 정신장애를 발견하지 못했고 양형상 감경사유를 감안해 심신장애자를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김 씨가 성폭행 피해 경험이나 자해 시도 등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때는 말을 잘하고 웃기까지 하다가 불리한 진술을 할 때는 말수가 줄고 자리를 피했다”며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김 씨에 대해 “지능적”이라 평하며 “부산 여중생 성폭행살해범인 김길태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반면 김 씨는 그것이 되레 자신에게 불리할 줄 알고 범행은 인정하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정신장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30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서 천안함 유가족들에게 46용사 추모의 글과 영상이 담긴 기록물 사본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고 문규석 원사의 매제 박형준 씨와 고 남기훈 원사의 동생 남기민 씨, 고 강준 상사의 부인 박현주 씨 등이 참석했다. 유족들이 받은 추모기록은 DVD 3개 분량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각계각층의 추모객들이 남긴 3만 쪽 분량의 조의문(약 1000권)과 영결식을 촬영한 동영상을 담았다. 국가기록원은 영구보존을 목적으로 4월 25∼29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해외공관 등에 설치한 분향소에서 조의문과 영상을 수집해 정리했다. 박형준 유가족대표는 “생각지 못했던 선물을 받았다”며 “추모객들이 남긴 메시지와 영결식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 씨(36)는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한국전쟁 기념물 건립위원회’가 주최한 미군동상 건립 행사를 잊을 수 없다. 이 행사는 위원회와 김 씨가 처음 인연을 맺은 2003년 행사가 열린 매사추세츠 주 우스터에서 치러졌다. 전과 마찬가지로 지역 유지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씨는 ‘전사자 유족이자 기부자’라는 이유로 초청돼 케리 의원과 나란히 같은 줄에 앉았다.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미국 일반의 예우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고 김 씨는 회상했다. 올해 제2연평해전 8주년 기념식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아닌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이 행사는 KBS 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장소가 서울로 옮겨온 데다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일반인 참석자가 크게 늘었다. 초등학생 420명을 비롯해 1000명이 넘는 일반 시민이 참석했다. 총 참석 인원은 2500명이 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고 윤영하 소령 등 6명의 전사자 유가족들과 생존 장병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3부 요인과 국회의원, 국무위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위해 마련된 중앙 자리는 썰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이라 그렇다 쳐도 주빈인 정운찬 국무총리 외에 3부 요인은 한 명도 없었고, 국회의원 참석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과 한나라당 박진, 김동성 의원,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박선영 임영호 의원 등 6명이 전부였다. 국무위원은 관련 부서인 국방부, 경찰청, 방위사업청을 제외하면 장(長) 참석자가 한 명도 없었다.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 김문수 경기지사가 참석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커녕 부시장도 보이지 않았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같은 시간에 채문식 전 국회의장의 영결식이 있었던 데다 세종시 수정안 투표가 있어 참석이 어렵다는 말씀들을 전해 오셨다”면서도 “채 전 의장 영결식 참석자 절반만 왔더라면” “세종시 투표는 오후였는데” 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에서 연평해전 행사보다 나흘 앞선 6·25 기념식 때 ‘국무위원들은 행사 신경 쓰지 말고 국사에 전념하라’는 취지의 공지를 했다”는 말도 들렸다. 천안함 폭침사건을 놓고 국가안보를 외치면서도 정작 연평해전 기념식을 외면하고 사건 발생 석 달 만에야 국회 대북규탄 결의안을 내는 정치권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이미지 사회부 image@donga.com}

“다시 또 눈물이 쏟아지려 하네요.” 남편인 천안함 46용사 고 강준 상사의 얼굴을 확인한 박현주 씨(29)는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동아일보는 30일 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에게 ‘MIU(Men in Uniform)-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기획과 천안함 46용사의 기록을 담은 ‘동아뉴스북(DongA News Book·DNB) 1호, MIU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전달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이 생산한 콘텐츠 중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골라 책 형태로 재편집한 동아뉴스북은 6월 25일 1호를 출시했다.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해 1부 ‘MIU 제복이 존경받는 사회’ 기획(▶본보 4월 7일∼5월 31일), 2부 ‘46인의 영웅 잊지 않겠습니다’ 기사(▶본보 4월 30일자 A4·5면)로 꾸몄으며 동아일보 인터넷 홈페이지(dnb.dongA.com)에서 무료로 내려받은 뒤 컴퓨터와 태블릿 PC, e북 단말기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7월 중 출시될 2호부터는 유료로 판매할 예정이다. 유가족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1호 인쇄본 5권을 전달 받은 박 씨와 박형준 가족 대표 등은 “고맙다”며 “구상하고 있던 일인데 이렇게 예기치 않게 볼 수 있게 되니 기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많은 가족 분들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알리겠다”며 “앞으로 DNB가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에서 교육 자료로 널리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