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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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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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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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델 유리사 “보자기 두르고 슈퍼맨!… 누구나 코스프레 경험”

    “제가 처음 코스프레(코스튬플레이)를 할 땐 ‘평소에 입지도 못할 옷을 만드는 시간 낭비’라며 혀를 차는 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아이와 함께 코스프레 행사에 참가하는 부모도 정말 많아요!”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자타공인 코스프레 마니아인 모델 유리사(본명 박선혜·23·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쪽 분야가 생소한 이들에겐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인 얼굴. 하지만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Sub-Culture·주변부 문화)’라 불리는 게임 애니메이션 쪽에선 ‘여신’으로 통한다. 유리사는 초등학생 때부터 코스프레를 시작해 스스로를 ‘모태 코스어(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라 부른다. 2002년 초등학교 1년 때 만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여섯 살 위 오빠와 머리를 맞댔다. 옷감을 가위로 자르고 스테이플러로 이어 붙였다. 책꽂이에서 빼낸 나무판으로 신발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고양이 캐릭터 복장을 입고 ‘서울 코믹월드(서코)’에 참가하며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귀도 만들고 방울도 달고, 나름대로 갖출 건 다 갖췄었다”며 웃었다. 그의 예명 유리사는 만화로도 제작된 일본 격투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의 캐릭터에서 따왔다. 이미 중국에선 모델 겸 방송인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프레의 성지 일본에선 가수 데뷔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코스프레를 ‘무분별한 일본 문화 따라하기’로 보거나 퇴폐업소나 음란물에 나오는 야한 의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실 코스프레의 본질은 오히려 순수해요.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핵심이거든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씩은 만화 주인공을 따라한 경험이 있잖아요. 보자기를 두르고 ‘슈퍼맨!’을 외치듯, 직접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어 보는 게 바로 코스프레죠. 한국에서도 조금씩 그런 오해가 풀리고 있지만,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유리사는 언젠가는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이나 일본 ‘코믹 마켓(코미케)’ 같은 박람회의 코스프레 행사가 한국에서도 열리길 기대한다. 전망은 밝다. 지난해 제1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에는 5000여 명의 코스어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올해는 일반인 1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내 퍼레이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답니다. 꼭 복장을 갖춰야만 코스프레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좋아하는 캐릭터들과 어울려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다 보면 어느새 흠뻑 빠지게 될걸요? 마음을 여는 게 제일 중요한 거니까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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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 효과? 작가 효과? 쨍한 ‘미스터 션샤인’

    2016년 ‘태후’, 2017년 ‘도깨비’에 이어 2018년엔 ‘미션’ 열풍이 불까. 3회 만에 10%대 시청률에 진입한 tvN의 24부작 주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상반기부터 올해의 ‘최대어’로 입에 오르내렸다.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부터 캐스팅, 제작진, 제작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은 ‘미스터 션샤인’의 이모저모를 주요 키워드별로 정리해 봤다. #넷플릭스 ‘미스터 션샤인’의 제작비는 430억 원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의 ‘통 큰 베팅’이 있었기에 가능한 액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달 넷플릭스와 ‘미스터 션샤인’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음을 알렸다. 계약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계약 금액이 전년도 매출액(2017년 2868억 원)의 10%를 넘을 때만 공시 의무가 생긴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최소 287억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이례적 대규모 투자는 한국 드라마의 세계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은 사례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드라마 시장이 거대 자본에 잠식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는 “기존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회당 제작비가 5억∼6억 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드라마 한 편에 회당 해외 자본만 12억 원이 투입되는 현상은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숙 구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곳곳에는 ‘김은숙 드라마’의 향이 짙게 배어 있다. 극 초반이지만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 등의 대사는 ‘역시 김은숙’이라는 반응을 낳고 있다. 종로에 처음으로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 두 주인공이 만나는 연출도 김 작가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응복 PD의 감각이 돋보인다. 다만 김 작가의 ‘시그너처’ 같은 로맨스 요소가 이번에는 불안 요인이다.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89학번’ 이병헌과 ‘90년생’ 김태리의 로맨스가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간접광고(PPL)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저잣거리로 나선 김태리. 눈깔사탕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 뒤로 ‘불란셔 제빵소’ 간판이 선명하다. 모 프랜차이즈 제과점 PPL이다. 가배(커피) 마니아인 듯한 이병헌은 창가에 서서 예쁜 잔을 들고 커피 향을 음미하다가 뜬금없이 “이 잔이 요즘 유행이냐”고 묻는다. CJ 계열사의 커피잔 PPL이다. 김은숙 작가는 전작부터 간접광고를 폭넓게 활용해 왔다. ‘미스터…’는 시대극 특성상 간접광고 활용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각종 브랜드가 극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핸드백, 보석 브랜드의 PPL도 예고된 상황. 이를 두고 “숨은 PPL 찾기 또한 소소한 재미”라는 의견과 “시대극에 등장하는 과도한 PPL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역사 고증 김태리의 부모는 1870년대에 일본에서 의병 활동 중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구한말 의병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역사 고증에 오류가 있었던 것. 또 극 중 유연석이 몸담은 ‘흑룡회’가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실제 일본 극우 조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친일 미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은 “친일 미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문을 게재하고 음성 녹음을 새로 하는 방식으로 흑룡회를 ‘무신회’라는 가상의 조직으로 수정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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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고층 건물 수놓은 ‘엑소 LED쇼’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세계 최고(最高) 건물 부르즈 칼리파를 수놓았다. UAE 현지 언론인 걸프 뉴스는 14일 오후 8시(현지 시간) 부르즈 칼리파에서 엑소를 주제로 한 발광다이오드(LED) 쇼와 분수 쇼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약 3분간 이어진 엑소 LED 쇼는 높이 828m에 이르는 부르즈 칼리파 외벽 전체가 보라색으로 물들여지며 시작을 알렸다. 엑소 멤버 시우민을 시작으로 각 멤버의 얼굴과 이름, ‘we are one’ 등 엑소를 나타내는 문구와 상징이 건물 외벽에 나타났다. 멤버들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수백 명의 현지 팬은 환호성을 질렀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LED 쇼 이전에는 건물 앞 두바이 분수에서 엑소의 곡 ‘Power’에 맞춘 분수 쇼가 펼쳐지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예인이 부르즈 칼리파 LED 쇼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엑소가 처음이다. 두바이 분수에서 케이팝 음악에 맞춘 분수 쇼가 펼쳐진 것 또한 올해 1월 엑소의 곡으로 진행된 것이 처음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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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넷플릭스가 몰고 온 맞춤형 플랫폼 바람

    최근 넷플릭스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약 30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 ‘통 큰 베팅’은 넷플릭스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편으로 DVD를 배달하던 이 회사는 어떻게 월 매출 1조 원의 ‘콘텐츠 공룡’이 됐을까? 저자는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예로 들며 방대한 양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유료 회원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하우스…’의 성공을 확신하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다는 것. ‘미스터…’에 대한 투자에도 김은숙 작가와 주연배우 이병헌 김태리에 대한 수요 분석이 선행됐을 것이다. 책의 영어 원제 ‘Streaming, Sharing, Stealing’은 실시간 전송과 재생, 콘텐츠의 손쉬운 공유, 불법 다운로드라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산업 환경의 특성을 뜻한다. 저자는 콘텐츠 공급 중단을 통해 아이튠스를 손보려다 도리어 큰코다친 NBC의 사례를 들며 기존 사업자에 필요한 건 새 플랫폼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적응이라고 말한다. “콘텐츠 불법 복제는 정녕 해로운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도 던진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바라보는 우리 콘텐츠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저자는 과감한 위험 감수와 투자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한국 기업들은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새로운 생태계에서 살아남아 ‘공룡’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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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술 더 뜬 ‘워마드’ 성당방화 예고… 경찰 수사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천주교 성당 방화를 예고하는 글이 추가로 올라왔다. 천주교에서 예수의 몸으로 여기는 성체(聖體)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온 다음 날이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11일 오후 7시경 워마드에는 ‘오는 15일 한 성당에 불을 지르겠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주황색 플라스틱통에 기름을 담는 사진과 함께 “임신중절을 합법화할 때까지 천주교와 전면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글쓴이는 추가로 “소라넷, 일베 등 온갖 남초 사이트에서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하고 강간 모의, 집단강간 인증할 때나 순찰 강화하지 그랬냐”고 비난 글을 올렸다. 현재 워마드에는 신성모독 외에 ‘낙태 인증’ ‘소년 살인 주장’과 같은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8일에는 미성년 남성을 과자, 초콜릿을 준다고 유인해 살해했다는 글이 올라 왔다. 글쓴이는 “살인 후 모텔에서 이틀간 (시체를) 해체했고 뒷산에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산속에서 워마드를 상징하는 모양의 손가락을 찍은 인증샷과 함께였다. 같은 날 혈흔이 가득한 변기 사진과 함께 국내에선 금지된 경구용 낙태약 미프진을 이용해 낙태를 했다는 내용의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제의 글들이 온라인에 확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드 폐쇄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워마드의 성체 훼손 사건을 교황청에 보고하기로 했다. 주교회의는 12일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심각한 모독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법에 따르면 교리에 어긋나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교황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앨프리드 슈에레브 몬시뇰 주한 교황대사를 통해 교황청 신앙교리부에 공식 보고서를 올린다.○ ‘페미니즘 혐오’ 낳는 워마드 행보 워마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페미니즘 혐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마드에는 최근 많은 여성이 참여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시위’를 옹호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면서 ‘워마드=페미니스트’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워마드는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며 지난해 1월 처음 열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정확한 이용자 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소수의 여성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보가 지난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워마드에 올라온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게시글은 280여 건, 글 1건당 댓글은 10여 개, 조회수는 20∼6000건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스트로 추천되는 글도 조회수가 천 단위에 불과하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조회수가 1만도 안 되는 성체 훼손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기사화되고 천주교가 공식 대응하면서 워마드에 한국 페미니즘의 과잉 대표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워마드=페미니스트’라는 인식 때문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페미니즘 재갈’에 물려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직장인 한모 씨(27·여)는 “대학 때 여성학 수업을 듣고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워마드 논란이 언론에 크게 다뤄지면서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워마드 유저로 오해받는 분위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를 안 꺼내게 된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정훈·이지운 기자}

    •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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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뉴스TOP10’ 유튜브 ‘실버 플레이 버튼’ 받아

    채널A의 인기 랭킹 뉴스쇼 ‘뉴스TOP10’이 12일 유튜브 본사로부터 ‘실버 플레이 버튼’을 받았다. 이 상은 유튜브가 구독자 10만 명을 보유한 채널의 운영자에게 수여한다. ‘뉴스TOP10’은 2014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현재 구독자 13만 명, 누적 조회수 1억500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앵커를 맡고 있는 황순욱 보도본부 차장은 “한 꼭지당 약 10분을 투자해 긴 호흡으로 설명하는 ‘뉴스TOP10’의 뉴스들은 유튜브 환경에서 즐기기에 최적화돼 있다”며 “앞으로도 ‘TOP10스러운’ 양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콘텐츠 생산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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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국밥집 편한 혼밥 더는 못해… 썸타는 이성 떠나 이젠 모두 친구”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날들을 돌이켜 보며 자신감도 얻었답니다.”(오영주) 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채널A ‘하트시그널2’ 출연자들이 모였다. 이 프로그램은 9주 연속 온라인 화제성 지수 1위, 올해 상반기 구글 TV 프로그램 인기 검색어 순위 1위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15일 종영 후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이들은 여전히 ‘핫’하다. 숱한 감정 소모를 겪었지만 현재 이들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 동료가 됐다. “아직도 출연진 단체 채팅방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린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화로 정리했다. ▽오영주=난 연애 성향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시그널하우스에서는 다 잊고 ‘직진’했지. 많은 20대들이 나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감정들을 투영하고 공감을 해준 것 같아 고마웠어. 사랑에 성공만 있는 건 아니잖아? ▽김도균=시그널하우스에서 몰입하다 보니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이런 것도 정말 몰랐어. 방송을 보고서야 영주와 내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니까.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을지 공감이 가더라고. ▽임현주=방송이 나갈 때 주변에서 ‘너네 실제로 사이 안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 전혀 그렇지 않았잖아. 물론 사랑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긴 했지만 그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지. ▽김도균=‘썸’을 타는 관계 말고도 동료로서 우정 쌓던 모습이 좀 더 방송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신년 기념 윷놀이도 진짜 재미있었잖아. ▽이규빈=난 운전을 못 한 게 정말 아쉬웠어. 운전 데이트가 정말 많았는데…. ▽정재호=내 20대 마지막 순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준 프로그램이야. 방송 중에는 최대한 의심을 덜 사기 위해 (데이트를 할 때) 도균, 규빈을 끌어들여 만났지. ▽송다은=배우 지망생이라 자칫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까 봐 두려웠어. 한 달 동안 몰입한 후 진심을 알아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에 기뻤지. 매주 금요일 모여서 ‘본방 사수’를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우 오빠도 오늘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임현주와 커플이 됐던 김현우는 이날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대화 중에 김현우가 언급되자 출연진의 대화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김장미=그래. 현우 오빠랑 정말 재밌었어. 여기서 내 ‘생얼’을 처음 본 사람이었다니까. 방송으로 그때 그 놀라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시그널하우스에 있을 때도 교회도 함께 나가고 추억이 참 많아. ▽오영주=결과를 궁금해하는 회사 동료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답을 입에 달고 살았지.(웃음) 속편이 제작된다면 출연자들에게 ‘감정 소비가 TV에 나온 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돌아보면 모두 추억이 되지만. 하하. 이들은 방송 출연 후 180도 달라진 일상을 이야기했다. ▽이규빈=대학교 4학년 1학기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학생들이 뒤돌아보는데 정말 당황했어. 헝클어진 머리에 안경을 쓰고 외출하면 가족들이 ‘너 이렇게 추레하게 다녀도 되냐’며 걱정한다니까. ▽임현주=나도 그래. 자취생이라 동네 국밥집에서 가위로 김치를 잘라 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지금은 구석에 앉고 조심하게 되더라고. ▽김장미=난 화장품이 늘어나면서 화장대가 좁아지는 게 걱정이야. 옷에는 관심이 많은데 뉴욕에서는 솔직히 화장에 무심했거든. 제작진의 소회도 남달랐다. 박경식 PD는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 점이 큰 수확”이라며 “시즌1이 청년들의 풋사랑이라면 시즌2는 어른들의 성숙한 사랑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진민 PD는 “시즌1이 80점이라면 시즌2는 85점”이라면서 “남은 15점은 시즌3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차원”이라며 웃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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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다녀도 되냐” 하트시그널2 방송 후 180도 달라진 일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날들을 돌이켜보며 자신감도 얻었답니다.”(오영주) 8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채널A ‘하트시그널2’ 출연자들이 모였다. 이 프로그램은 9주 연속 온라인 화제성 지수 1위, 올해 상반기 구글 TV 프로그램 인기 검색어 순위 1위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15일 종영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이들은 여전히 ‘핫’하다. 숱한 감정 소모를 겪었지만 현재 이들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 동료가 됐다. “아직도 출연진 단체 채팅방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린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화로 정리했다. ▽오영주=난 연애성향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시그널하우스에서는 다 잊고 ‘직진’했지. 많은 20대들이 나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겪었던 감정들을 투영하고 공감을 해준 것 같아 고마웠어. 사랑에 성공만 있는 건 아니잖아? ▽김도균=시그널하우스에서 몰입하다보니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이런 것도 정말 몰랐어. 방송을 보고서야 영주와 내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니까.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을지 공감이 가더라고. ▽임현주=방송이 나갈 때 주변에서 ‘너네 실제로 사이 안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 전혀 그렇지 않았잖아. 물론 사랑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이해관계가 얽혀있긴 했지만 그 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지. ▽김도균=‘썸’을 타는 관계 말고도 동료로서 우정 쌓던 모습이 좀 더 방송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신년 기념 윷놀이도 진짜 재미있었잖아. ▽이규빈=난 운전을 못 한 게 정말 아쉬웠어. 운전데이트가 정말 많았는데…. ▽정재호=내 20대 마지막 순간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준 프로그램이야. 방송 중에는 최대한 의심을 덜 사기 위해 (데이트를 할 때) 도균, 규빈을 끌어들여 만났지. ▽송다은=배우 지망생이라 자칫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두려웠어. 한 달 동안 몰입한 후 진심을 알아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에 기뻤지.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서 ‘본방사수’를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우 오빠도 오늘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임현주와 커플이 됐던 김현우는 이날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대화 중에 김현우가 언급되자 출연진들의 대화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김장미=그래. 정말 현우 오빠랑 정말 재밌었어. 여기서 내 ‘생얼’을 처음 본 사람이었다니까? 방송으로 그때 그 놀라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는데…. 시그널하우스에 있을 때도 교회도 함께 나가고 추억이 참 많아. ▽오영주=결과를 궁금해 하는 회사 동료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답을 입에 달고 살았지.(웃음) 속편이 제작된다면 출연자들에게 ‘감정 소비가 TV에 나온 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물론 돌아보면 모두 추억이 되지만. 하하. 이들은 방송 출연 후 180도 달라진 일상을 이야기했다. ▽이규빈=대학교 4학년 1학기 수업에 들어갔더니 교수님이 출석을 부를 때마다 학생들이 뒤돌아보는데 정말 당황했어. 헝클어진 머리에 안경을 쓰고 외출하면 가족들이 ‘너 이렇게 추레하게 다녀도 되냐’며 걱정한다니까. ▽임현주=나도 그래. 자취생이라 동네 국밥집에서 가위로 김치를 잘라먹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지금은 구석에 앉고 조심하게 되더라고. ▽김장미=난 화장품이 늘어나면서 화장대가 좁아지는 게 걱정이야. 옷에는 관심이 많은데 뉴욕에서는 솔직히 화장에 무심했거든. 제작진의 소회도 남달랐다. 박경식 PD는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인 점이 큰 수확”이라며 “시즌1이 청년들의 풋사랑이라면 시즌2는 어른들의 성숙한 사랑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진민 PD는 “시즌1이 80점이라면 시즌2는 85점”이라며 “남은 15점은 시즌3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차원”이라고 웃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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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로 뜬 몸짱맘 “일단 따라해보세요”

    “아기 엄마들은 모든 일상이 애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아이 잘 본다고 월급 받는 것도 아니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없잖아요. 운동을 하면서 비로소 제 자신을 되찾았어요.” 스물셋 어린 나이에 먼 미국 땅에서 결혼을 하고 곧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아이만 돌보다 산후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스미’라는 본명보다 ‘현이, 윤이 엄마’라는 호칭이 익숙하던 그의 인생은 4년 전 운동을 시작하며 완전히 뒤집혔다. 이제 그는 건강한 몸매 가꾸기가 고민인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다. 4일 서울 강남구 유튜브 캠퍼스에서 홈트레이닝(홈트)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스미홈트’ 운영자 박스미 씨(30)를 만났다. 시작은 엉뚱했다. 두 시간 동안 아이를 맡아 준다는 말에 혹해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잠깐이라도 아이를 떼어 놓고 ‘멍하니 TV 보며 사이클이나 탈’ 생각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오롯이 자신을 위해 땀 흘리는 시간에 매료됐다. 2015년 3월 운동 시작 6개월 만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복근 사진을 팔로어가 100명 남짓한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39만,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자랑하는 ‘스미홈트’의 시작이었다. 오후 11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나면 비로소 박 씨의 운동 시간이 시작된다. 매일 밤 운동하는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 “저도 겪어봐서 알아요, 그냥 ‘열 개씩 3세트 하세요’ 하면 끝까지 다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힘들죠? 저도 힘들어요. 그래도 우리 딱 열 번만 더 합시다!’ 하면서 같이 운동하니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본인 영상을 보며 운동을 배우는 ‘스미어터(스미+다이어터)’가 늘면서 책임감도 커졌다. 짬 나는 대로 필라테스를 배워 강사 자격증을 땄고, 지난해엔 자신이 터득한 운동법을 모아 책도 냈다. 둘째 아이를 유치원 오후반에 보내게 된 후부터는 매일 오후 2시 유튜브에서 라이브 운동방송을 한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7시. 매일 수백 명의 ‘스미어터’가 출근 전 자투리 시간에 방송을 보며 운동을 배운다. “연예인들은 아이 낳고도 몇 달 만에 살을 쪽 빼고 나타나잖아요. ‘저 사람들은 애 봐 주는 사람도 있고, 비싼 PT도 받을 테니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애 둘 키우면서 혼자 운동해도 할 수 있더라고요. 엄마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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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기 유튜버’ 스미홈트 운영자 “두 시간 아이 맡아 준다는 말에 혹해…”

    “아기 엄마들은 모든 일상이 애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아이 잘 본다고 월급 받는 것도 아니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없잖아요. 운동을 하면서 비로소 제 자신을 되찾았어요.” 스물셋 어린 나이에 먼 미국 땅에서 결혼을 하고 곧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아이만 돌보다 산후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스미’라는 본명보다 ‘현이, 윤이 엄마’라는 호칭이 익숙하던 그의 인생은 4년 전 운동을 시작하며 완전히 뒤집혔다. 이제 그는 건강한 몸매 가꾸기가 고민인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다. 4일 서울 강남구 유튜브 캠퍼스에서 홈 트레이닝(홈트)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스미홈트’ 운영자 박스미 씨(30)를 만났다. 시작은 엉뚱했다. 두 시간 동안 아이를 맡아 준다는 말에 혹해 휘트니스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잠깐이라도 아이를 떼어 놓고 ‘멍하니 TV 보며 사이클이나 탈’ 생각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오롯이 자신을 위해 땀 흘리는 시간에 매료됐다. 2015년 3월 운동 시작 6개월 만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복근 사진을 팔로워 100명 남짓한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39만,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자랑하는 ‘스미홈트’의 시작이었다. 밤 11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나면 비로소 박 씨의 운동 시간이 시작된다. 매일 밤 운동하는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 운동 방법만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운동을 함께한다는 게 ‘스미홈트’의 특징이다. “저도 겪어봐서 알아요. 그냥 ‘열 개씩 3세트 하세요’ 하면 끝까지 다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힘들죠? 저도 힘들어요. 그래도 우리 딱 열 번만 더 합시다!’ 하면서 같이 운동하니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본인 영상을 보며 운동을 배우는 ‘스미어터(스미+다이어터)’가 늘면서 책임감도 커졌다. 짬나는 대로 필라테스를 배워 강사 자격증을 땄고, 지난해엔 자신이 터득한 운동법을 모아 책도 냈다. 둘째 아이를 유치원 오후반에 보내게 된 후로부터는 매일 오후 2시 유튜브에서 라이브 운동방송을 한다. 한국 시간으로는 아침 7시. 매일 수백 명의 ‘스미어터’들이 출근 전 자투리 시간에 방송을 보며 운동을 배운다. 실시간 채팅으로 운동 방법, 식단 고민 등을 상담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은 아이 낳고도 몇 달 만에 살 쪽 빼고 나타나잖아요. ‘저 사람들은 애 봐 주는 사람도 있고, 비싼 PT도 받을 테니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 보니까 애 둘 키우면서 혼자 운동해도 할 수 있더라고요. 엄마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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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질병예방 vs 부작용… 예방접종 둘러싼 논쟁

    우리나라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4종,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2종의 예방접종을 받고 증명서를 내야 한다. 자녀가 지정된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부모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나라도 있다. 아동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지만,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 사회에서 병원체가 숙주를 찾지 못해 전파가 차단되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예방접종률이 80∼90%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예방접종이 자폐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돈을 벌려는 제약회사의 상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는 부모들의 모임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아이가 예방주사를 맞지 않아도 병에 걸리지 않는 건 집단면역 때문이지 예방접종이 필요 없기 때문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어떤 백신을 개발할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매년 2억 명 이상이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아직도 백신이 없다.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주 수요층인 저개발 국가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제약회사들의 판단 때문이다. 저자는 백신 기술이 정치·경제 논리에 휘둘리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백신 기술 자체의 중요성과 이를 사용하는 방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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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웅 원장 “세련된 오영주, 사랑의 승부사… 잘 웃는 임현주, 속은 단단”

    뒷담화를 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경동맥 법칙’(여성은 호감 있는 남성에게 경동맥처럼 연약한 부위를 드러냄)부터 ‘팔꿈치 효과’(팔꿈치처럼 둔감한 부분부터 접촉하면 유대감 형성이 쉬움)까지, 그가 말하면 유행이 된다. 9주 연속 온라인 화제성 지수 1위, 올해 상반기 구글 TV 프로그램 인기 검색어 순위 1위 등 숱한 기록을 남긴 채널A ‘하트시그널2’ 열풍 뒤에는 해박한 정신건강의학 지식으로 연애세포를 정밀하게 해부한 ‘양 원장’이 있었다. 그가 대표원장으로 있는 경기 부천시 W진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양재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36)를 만났다. 그는 ‘하트시그널2’의 성공 요인으로 출연자들이 가진 ‘현실적인 판타지’를 꼽았다. “연애 판타지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하지만 드라마 주인공처럼 ‘딴 세상 사람들’ 같진 않아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거라고 봅니다.” 출연자들은 잘생기고 예쁘지만 주변에 한두 명쯤은 있을 것 같은 외모를 갖췄고, 고(高)스펙이지만 ‘누구나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법한’ 정도라는 것. 그는 “서울대 나온 행정고시 합격자여서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난 학생들이 이규빈 씨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해서 놀랐다”고 했다. 모든 출연자가 빛났지만 가장 돋보인 인물로 오영주를 꼽았다. “영주 씨는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된 것 같아요. 똑 부러지게 자기 커리어를 쌓으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현명한 모습과 함께 사랑에 있어서는 승부사적인 기질을 보였으니까요.” 20대 여성 시청자 가운데 상당수가 ‘나도 오영주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투영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종적으로 2명에게 선택받은 임현주는 ‘외유내강’형이라고 했다.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다니거나 잘 웃어주는 현주 씨의 행동은 ‘나는 철든 30대 어른이야’라고 여기던 남성들을 무장 해제시켜요. 하지만 그런 아이 같은 모습의 내면에는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어른스러움과 단단함이 있어요.” 임현주와 커플이 된 김현우는 ‘외강내유’형으로 봤다. 여린 내면을 남에게 보여주는 데 익숙하지 않고, 이성에게도 말보다는 매너 있는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려 한다는 것. 김현우가 오영주와 이뤄지지 않은 이유도 이 같은 성격에서 찾았다. “똑 부러지는 영주 씨는 현우 씨가 본인의 마음을 A부터 Z까지 말해주기를 원했지만, 현우 씨는 C까지만 이야기하면 알아서 Z까지 이해해주길 바란 거죠.” 그가 2년 전 ‘하트시그널’에 패널로 출연하기로 결심한 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싶어서였다. ‘연예인 패널들보다는 내가 나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시작했다는 그는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시그널을 읽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정신과 의사 전체가 욕먹을 것 같아 기를 쓰고 열심히 했답니다.” 본인이 연애할 때도 상대의 심리가 훤히 보이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아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긍정적인 시그널만 과대포장하면서 김칫국 마셔대기 일쑤였어요! 하하.”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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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나는 한국 웹툰시장, 해외 작가 몰려든다

    지난달 19일 네이버 웹툰 댓글창에 때아닌 욱일기 논란이 일었다. 웹툰 ‘위장불륜’ 연재를 시작한 일본인 작가 히가시무라 아키코(43)가 2007년 팬미팅 포스터에 욱일기와 일본군 캐릭터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작가가 사과문을 올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자 상황은 일단락됐다. 누리꾼들은 “유명 일본 만화가가 한국 웹툰에 연재를 시작한다니 신기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웹툰 시장에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웹툰 플랫폼 배틀코믹스에서 3월 공개한 ‘황태자 약혼녀로 살아남기’는 스토리는 한국 작가가, 그림은 중국 작가 팀이 맡은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웹툰이다. ‘황태자…’를 기획한 다온크리에이티브는 내년 초까지 총 5편의 한중 합작 웹툰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권별빛 콘텐츠개발팀장은 “중국 작가 팀의 작화는 한 컷 한 컷이 일러스트 수준”이라며 “한국 팬들의 취향에 맞춘 스토리와 중국 작가 팀의 그림 퀄리티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많게는 30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중국 웹툰 작가 팀은 편당 인건비가 국내 작품의 2,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진코믹스도 해외 웹툰 작가들을 발굴해 한국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2017년 서울시가 개최한 일본군 위안부 콘텐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프랑스인 작가 아나밸이 한국의 일상과 문화를 그려낸 '아나밸과 대한민국'이 대표적이다. 레진코믹스는 2014년부터 총 세 차례 ‘세계 만화 공모전’을 개최해 해외 웹툰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판타지 액션물 ‘프릭-퀀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스토리 작가 제로와 그림 작가 사콘, ‘펄스’를 내놓은 태국 작가 라타나 사티스 등이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시장에 데뷔했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일본, 중국 일변도였던 과거와 달리 한국 웹툰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작가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사실 해외 웹툰 수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한국으로 진출한 대만 작가 아만(阿慢)의 ‘백귀야행지’를 비롯해 각종 웹툰 플랫폼에서 이미 수백 편의 해외 웹툰이 수입돼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해외 인기 웹툰을 수입하는 수준을 넘어 외국 작가들이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해 기획한 작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다각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승한 레진엔터테인먼트 일본법인장은 “단순히 시장에 있는 만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 기획 단계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하여 제작한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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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2막 깎고 다듬고…” 목공에 빠진 5060

    “평생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서류만 만지며 살아왔잖아요. 어느 순간 ‘내가 손 쓰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컨설팅업체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50)의 말이다. 그는 66m²(약 20평) 남짓 되는 사무실의 절반을 목공 작업실로 꾸몄다. 수저, 도마는 물론이고 사무실 책상과 의자까지 이 작업실에서 직접 만들었다. 이번 여름휴가 때는 미국 메인주에 사는 목공 장인을 찾아가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만든 작품을 판매하고 있는 그는 “5∼10년 안에 전문가 수준으로 기술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손맛 좀 볼 줄 아는’ 중년이 늘고 있다. 목공은 특히 5060세대에게 인기가 많아 취미로 목공을 즐기는 이들을 가리키는 ‘취목족’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다. ‘취미 목수’들의 인터넷 카페는 회원 수가 21만 명을 넘어섰고, 매일 200건 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목공 교실을 운영하는 유우성 씨(61)는 “최근 목공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급증했다. 정원이 다 찼는데도 배우겠다는 문의가 이어져 올해는 정원보다 더 많은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을 프로듀싱한 음반제작자 김웅 씨(46)도 틈날 때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가구 공방을 찾는다.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겠다”는 다짐으로 가구 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0년차. 전시회를 열 정도가 됐고 은퇴 후에는 전문 목수가 될 계획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지난달 ‘대한민국 50+ 세대의 라이프 키워드’ 보고서에서 가족과 치열한 삶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 ‘다시 태어나는’ 5060세대를 ‘리본(Re-born)’ 세대로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0∼64세 1070명 중 71%가 “생산적인 여가 활동을 원한다”고 답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060세대가 원하는 것을 하며 자신을 위해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도 이런 이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된 이들에게 전통 목공뿐만 아니라 옻칠, 나전칠기, 금속공예, 자수 등 15가지 전통 공예를 배울 수 있다. 수료 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아 예술가가 된 사람도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에서는 전통공예건축학교 저녁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무 명 남짓한 50, 60대 ‘아재’들이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치마를 두른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조종원 한국문화재재단 문화교육팀장은 “저녁반 수업의 수강생은 절반 이상이 50, 60대 직장인으로, 회사원 교수 건축가 등 직종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문진호 씨(56)는 이곳에서 전통자수를 배우는 아내 김애현 씨(55)의 권유로 지난해부터 장롱, 탁자 등을 만드는 소목을 배우고 있다. 건축가인 문 씨는 “작은 한옥을 지어 내가 만든 가구와 아내가 만든 병풍으로 꾸민 후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웃었다. 회사원 송세근 씨(59)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숨 가쁘게 살아오다 한 작품을 몇 달씩 걸려 만드는 삶에 매료됐다. 옻칠과 나전칠기를 배우고 있는 그는 “친구들에게 ‘술만 마시지 말고 나전칠기를 배워 보라’고 권한다”며 작업 중인 옻칠함을 들어 보였다. 전문가들은 ‘리본 세대’의 수공예 취미는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공예는 아날로그적 삶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향수를 달래준다”며 “은퇴 후 삶이 길어지고, 주 52시간 근무제로 여가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공예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그 종류도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유원모 기자}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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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제화 공방서 느껴보는 장인의 손길

    손맛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만들어 낼까. 최근 장인(匠人)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수제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높아진 관심과 장인정신에 대해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대를 넘어-수제화 장인’ 특별전은 한국 구두의 역사와 함께 수제화 장인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구두를 신은 고종황제의 사진, 산악인 허영호가 1995년 북극해 횡단 때 신은 특수 제작 등산화 등 구두와 관련된 유물과 기록 사진, 동영상 224개를 선보인다. ‘구두’의 어원은 구한말 신발을 뜻하는 일본어 ‘구쓰(くつ)’에서 유래했지만 ‘장인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도 대를 잇는 제화공 가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서울 중구 을지로 수표교 근처에서 4대에 걸쳐 83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송림 수제화’가 수제화의 명맥을 잇고 있는 대표적인 가문이다. 전시장에는 제작도구와 1950년대 만들어진 수제 등산화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발 상태도 많이 좋아지고 있어 고마운 시간들이랍니다”라고 적힌 고객의 감사편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의 백미는 수제 구두 공방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한 공간이다. 손님을 맞는 접객부터 가죽을 재단하고, 바닥창을 제외한 가죽을 자르고 박음질하는 갑피, 바닥창에 갑피를 붙이고 밑창과 굽, 깔창 작업을 하는 저부 등 수제 구두 제작의 전 과정을 소개한다. 주말 전시장을 찾아가면 송림 수제화 장인들이 직접 구두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철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초청장을 뿌리지도 않았는데 이번 특별전을 찾는 관람객 중에는 중장년층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며 “유행보다는 정성과 향수를 중시하는 5060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10월 15일까지. 무료.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평범한 생활용품을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무형문화재 전수자들의 작품을 즐길 수 있다. 29일 개막한 특별전 ‘장인의 손길, 일상을 꾸미다’로 갓, 신발, 나전칠기, 화각(華角·쇠뿔을 이용한 공예기법) 등 우리의 전통 기술을 그대로 살려 제작한 공예품 200여 점을 선보인다. 관람객이 손을 대면 꽃과 곤충이 반응하여 움직이는 초충도 인터랙티브 영상 등 체험형 프로그램과 전통 문양 스티커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낼 수 있는 우편엽서도 준비됐다. 8월 26일까지. 무료.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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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리스토텔레스에게 철학을 가르친 곤충 꿀벌

    “영리하고 정치적이며 신성한 성격을 가진 곤충.” 아리스토텔레스는 꿀벌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원전 4세기부터 오늘날까지 꿀벌에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각각 양봉업자와 철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형제인 저자는 이 ‘꿀벌’이라는 키워드로 서구 사상사를 조망한다. 자연철학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 581종에 대한 연구 기록을 남겼다. 그중 인간 다음으로 가장 방대한 설명을 남긴 동물이 꿀벌이었다. 자연은 그 무엇도 헛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던 그에게 “완벽하게 균형 잡힌 질서”를 갖춘 꿀벌 군집은 하나의 소우주였다. 꿀벌을 이해하면 대우주의 신비가 풀릴 것이라 기대했다. 기독교가 전파되며 꿀벌은 서양사상사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예수가 신과 인간을 잇는 유일한 존재인 기독교 사상에서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로 여겨지는 꿀벌은 이단의 상징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꿀벌의 ‘실업’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세 학자들이 성모 마리아의 ‘처녀 잉태’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꿀벌을 다시 끌어들였다. 참고로 19세기 초 여왕벌의 교미가 관찰되기 전까지 꿀벌은 ‘교미 없이 번식하는’ 곤충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근대 철학·사상사에서 꿀벌의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그들이 상징하는 사상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졌다. 심지어 나치 독일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데에도 꿀벌을 사용했다. 21세기에도 꿀벌은 생태계 균형을 강조하는 ‘수분 매개형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인용한다. 저자들은 꿀벌이 “인간이 낀 색안경에 가장 걸맞은 세계상을 그들 눈앞에 펼친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상가들이 꿀벌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건, 혹시 꿀벌을 그들 맘대로 해석하는 견강부회는 아닐는지. 재밌는 책이지만, 어쩌면 그들은 “우리는 그냥 꿀벌인데”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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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찍다가 집에 보낼 판… 근로자 처우 더 열악해질수도”

    “부산 촬영이면 서울에서 왕복하는 데만 8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이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건가요?” 드라마 스태프인 A 씨는 “지방 촬영은 스태프 모두 전세버스를 타고 가는 게 관행”이라며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면 지방 촬영지에서 알아서 모이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적용받는 업종에서 방송업, 영상·오디오 제작 배급업이 제외돼 해당 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개정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업계 특성을 무시한 일괄적 시행으로 오히려 임금만 줄어들고 제작환경은 열악해질 거란 우려를 제기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방송 및 영상 제작업 등은 다음 달부터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를 지켜야 한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주 52시간 근로만 허용된다. 한 케이블방송 스포츠 영상감독은 “야구 시즌에는 지방 3연전 출장이 비일비재하다. 한창 일하던 사람에게 중간에 끊고 집에 가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촬영 장비 세팅 및 철수 시간도 있는데 녹화하는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적용하는 꼼수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컴퓨터그래픽(CG)업체나 편집회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외주 편집사 대표는 “편집은 ‘몰입’의 영역인데, 근무시간 다 됐다고 끊을 수가 있나”라며 “작품당 돈을 받는 직무라 제작기간을 늘리면 당장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현장 근로자들은 제도의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그간 방송계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발전차 기사로 한국방송스태프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김두영 씨는 “오전 7시 방송국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4시에 해산하는 날도 비일비재하다. 평균 19.5시간씩 주 5일을 일하는 셈”이라며 “이렇게 지쳐 ‘동태 눈’이 돼 일하면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조연출 A 씨도 “충분히 쉴 수 있다면 환영할 소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제도가 의도는 좋아도 처우가 열악한 근로자들의 대우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단 점이다. 제작기간이 길어지면 제작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중론. 본보 취재 결과 지상파 방송사 등은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스태프 임금이나 하도급 단가를 낮출 방침을 세우고 있었다. 최근 50명 규모의 촬영팀을 추가로 투입한 지상파 드라마운영팀장은 “지금도 드라마 두 편 중 한 편은 적자여서 제작비를 더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라 인력을 추가 투입하면 스태프의 계약 단가 삭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반기 방영 예정 드라마 2편을 제작 중인 제작사 팀장 B 씨는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현장 스태프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판단만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한류’를 이끌어온 콘텐츠 경쟁력 하락과 산업 위축도 우려된다.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신선하지만 흥행이 불투명한 작품에는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콘텐츠 대비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선 업계 특성을 고려한 ‘유연근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는 탄력근로제 도입을 정부에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도 “업종 특성상 미니시리즈 촬영 4개월 동안 집중해서 일하고, 촬영이 끝나면 프로듀서를 포함한 스태프가 일반 직장인보다 쉴 수 있는 기간이 길다”고 했다. 유승호 강원대 교수(문화경제학회장)는 “노동시간 중심 규제가 콘텐츠처럼 창의적 분야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사용자가 장시간 근로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윤경 yunique@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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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은 “힐링 드리려 속내 내보이다 내가 더 힐링”

    “드라마 ‘도깨비’ 때는 혼자 괜히 많이 짊어지고 가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은교’(2012년)로 데뷔한 뒤 계속 대선배들과 작업하면서 ‘못 따라가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화 ‘변산’은 또래 배우가 많아 부담을 좀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2016∼2017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이 돌아왔다. 도깨비 신부가 아닌 좀 더 현실감을 갖춘 모습으로. 배우 김고은은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에서 여주인공 ‘선미’ 역을 맡았다.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때로는 재기발랄한 지은탁 같았고, 때로는 서글서글하고 능청스러운 선미 같았다. “출연자 가운데 큰형인 고준 선배(용대 역)부터 막내인 저까지 촬영 내내 같은 숙소를 쓰며 동고동락했어요. 촬영장에서도 내내 서로 장난치기 바빴고. 일과가 끝나면 몰려다니며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박)정민 선배 빼고는 대부분 처음 알게 된 사이인데, 중학교 동창들이랑 노는 것 같았다니까요.” 전북 부안군 변산에서 나고 자란 청춘들을 그린 ‘변산’은 뭣보다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 한데 김고은은 작품을 소개해 달라는 말에 한참을 머뭇거렸다. 결국 어렵게 입을 떼며 “너무 뻔해서 쓰기 싫지만, ‘힐링’ 외엔 달리 적당한 말을 못 찾겠다”고 말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는 스스로의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어루만질 수 있었습니다. 관객에게도 힐링과 위로를 전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저 역시 많은 위안을 얻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인 박정민과 작품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 김고은은 현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며 꽤나 놀랐단다. “나름 최선을 다해 연기를 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를 보며 반성 많이 했습니다. 연기는 물론이고 랩 작사와 연습, 탭댄스 연습까지…. 정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몰입하고 노력하는 배우였어요.” ‘은교’로 강렬하게 데뷔한 그도 벌써 배우 생활 7년 차. 언젠가부터 충무로에 주목할 만한 신인 여배우가 등장하면 곧잘 ‘제2의 김고은’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젠 스스로 뿌듯해도 좋을 위치까지 오른 게 아닐까. “제 입으로 제 자랑요? 어휴, 무슨. 없어요, 없어. 굳이 따지면 ‘변산’에서 역할에 맞게 살을 찌운 거?(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을 8kg 이상 늘렸다) 아직 한참 멀었죠. 무조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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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은, 영화 ‘변산’ 작품 소개 부탁하자 “너무 뻔해서 쓰기 싫지만…”

    “드라마 ‘도깨비’ 때는 혼자 괜히 많이 짊어지고 가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은교’(2012년)로 데뷔한 뒤 계속 대선배들과 작업하면서 ‘못 따라가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화 ‘변산’은 또래 배우들이 많아 부담을 좀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2016~7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이 돌아왔다. 도깨비 신부가 아닌 좀더 현실감을 갖춘 모습으로.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변산’에서 여주인공 ‘선미’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은 28일 인터뷰에서 살짝 ‘아수라 백작’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은탁의 재기발랄한 청순함과 선미의 서글서글한 능청스러움이 ‘변검’처럼 왔다 갔다 한다고나 할까. 근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출연자 가운데 큰형인 고준 선배(용대 역)부터 막내인 저까지 촬영 내내 같은 숙소를 쓰며 동고동락했어요. 촬영장에서도 내내 서로 장난치기 바빴고. 일과 끝나면 몰려다니며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박)정민 선배 빼고는 대부분 처음 알게 된 사이인데, 중학교 동창들이랑 노는 것 같았다니까요.” 전북 부안군 변산에서 나고 자란 청춘들을 그린 ‘변산’은 뭣보다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 한데 김고은은 작품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한참을 머뭇거렸다. 결국 어렵게 입을 떼며 “너무 뻔해서 쓰기 싫지만, ‘힐링’ 외엔 달리 적당한 말을 못 찾겠다”고 말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는 스스로의 감정을 좀더 솔직하게 어루만질 수 있었습니다. 관객에게도 힐링과 위로를 전하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저 역시 많은 위안을 얻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인 박정민과 작품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 김고은은 현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며 꽤나 놀랐단다. “나름 최선을 다해 연기를 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를 보며 반성 많이 했습니다. 연기는 물론이고 랩 작사와 연습, 탭댄스 연습까지…. 정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몰입하고 노력하는 배우였어요.” ‘은교’로 강렬하게 데뷔한 그도 벌써 배우 생활 7년 차. 언젠가부터 충무로에 주목할만한 신인 여배우가 등장하면 곧잘 ‘제2의 김고은’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젠 나름 스스로 뿌듯해도 좋을 위치까지 오른 게 아닐까. “제 입으로 제 자랑이요? 어휴, 무슨요. 없어요, 없어. 굳이 따지면, ‘변산’에서 역할에 맞게 살을 찌운 거?(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을 8㎏ 이상 늘렸다) 아직 한참 멀었죠. 무조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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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작 ‘영드’ 한국옷 입고 날개 달았다… 미드 쓴맛 OCN ‘라이프 온 마스’ 

    미드(미국 드라마)로 본 쓴맛, 영드(영국 드라마)로 만회할까. 9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OCN 입장에선 어쩌면 역전홈런 찬스를 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미드를 리메이크했던 전작 ‘미스트리스’는 야심 차게 선보인 투수였지만, 시청률 1%대란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현재 6회까지 방영한 ‘라이프…’는 5%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누상에 있는 주자를 불러 모아 한 방이면 끝내기도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일발장타를 기대하는 이 타자는 영국에서 건너온 거포 용병. 2006년 주인공 형사가 우연한 사고를 겪은 뒤 눈을 뜨니 1970년대. 그곳에서 똑같이 형사를 한다는 줄거리다. 당시 BBC 원작은 미국 에미상까지 받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미국 ABC방송이 리메이크했을 정도였다. 물론 한국리그에서 서양 용병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꽃보다 남자’ ‘하얀 거탑’ 등 아시아권 리메이크는 대박이 곧잘 터졌지만, ‘미스트리스’는 물론 ‘앙투라지’ ‘슈츠’ 등의 장타율은 신통찮았다. 2016년 tvN ‘굿 와이프’ 정도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한국판 ‘라이프…’는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좋다. 원작의 틀을 잘 유지하면서 ‘현지화’도 기막히게 해냈다는 평이다. 예를 들면 원작의 주요 무대였던 영국 펍 ‘레일웨이 암스’는 소줏집 ‘인성상회’로, 영국 프로축구 ‘맨체스터 더비’는 한국 프로야구 해태와 삼성의 라이벌전으로 바꿨다. 심지어 유니폼도 ‘빨강 대 파랑’으로 맞췄다. 원작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음악으로 등장한 데이비드 보위의 ‘라이프 온 마스’는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가 대신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시청자들에게 잘 먹혀드는 복고 분위기도 잘 살렸다. ‘응답하라 1988’이 선보였던 ‘쌍팔년도 정서’가 매력적이다. 연탄가스를 마신 주인공에게 동치미 국물을 들이붓는 등 당시 정황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1971∼89년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상징인 배우 최불암이 당대 분위기 그대로 깜짝 출연한 것도 화젯거리. BBC 관계자들조차 “한국판은 오리지널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역적 매력이 물씬하다”고 극찬했단다. 다만 ‘라이프…’는 이제 초반부인데도 벌써부터 드라마의 향배를 두고 격론이 오가고 있다. 원작의 결말이 워낙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흥행과 호평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던 원작의 영광을 한국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일단 흐름은 나쁘지 않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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