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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낮 기온이 30도를 넘기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은 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설레는 철이기도 하지만 질병에 주의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선 신경이 많이 쓰이는 계절이다.○ 여름 단골병, 식중독 냉방병 장염 더위가 시작되면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일본뇌염, 수족구병 등 각종 전염병이 기승을 부린다. 로타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가성 콜레라와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식중독도 조심해야 할 질병이다. 전염병은 대개 위생상태가 나쁠 때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특히 주위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에어컨 때문에 자주 걸리는 병이 냉방병. 에어컨 온도를 외부와 크게 차이 나게 설정하면 몸이 적응하지 못해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 실외 온도에 비해 에어컨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아야 냉방병을 예방할 수 있다. 몸의 리듬이 깨지면 면역력도 떨어져 각종 병을 이기기 힘들어진다. 수면시간과 식사시간을 지키면 면역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야외활동 및 야영이 많아지는 시기이고 집안에 들어오는 벌레도 많아진다. 모기나 개미에 물리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벌에 쏘이면 때로 생명에 위협이 된다. 벌에 쏘인 뒤 전신 피부에 발진이 일어나거나 배가 아프고 입술이나 눈꺼풀이 부어오르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아기들은 땀띠도 조심해야 한다. 아기들은 땀샘 발달이 미숙해서 땀이 나오는 출구가 잘 막히기 때문에 땀띠가 자주 돋는다. 땀띠는 가렵다고 긁으면 세균에 감염돼 고름이 나는 피부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만큼 자극을 피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도록 한다. 땀띠 예방을 위해선 실내를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더운 날에는 옷을 가볍게 입히도록 한다. 비누를 많이 사용하면 피부의 저항력을 떨어뜨리게 되므로 목욕시킬 때 가급적 비누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파우더는 땀띠를 예방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땀띠 질병 자체를 막지 못하기 때문에 가급적 바르지 않도록 한다.○ 아이들 모기 대책법 올여름은 모기가 비상이다. 올 초 가축 수백만 마리가 구제역 때문에 도살처분되면서 사람들이 모기에 물릴 확률이 최대 2배 이상 높아졌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땀을 많이 흘려 모기에 잘 물린다. 모기 예방법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은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뿌리는 모기약은 속효성 살충제이므로 당장 달려드는 모기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자기 전에 뿌려두는 것은 소용이 없다. 또 모기향과 모기매트는 밀폐된 공간에서만 효과가 있다. 환기를 시키면 효과가 뚝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모기에 물린 뒤에는 긁지 않도록 한다. 가려움증을 없애려면 물린 부위를 찬물에 깨끗이 씻고 물파스 등을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파스에는 가려움증을 완화시켜 주는 항히스타민제와 염증을 줄이는 소염제가 첨가되어 있다. 하지만 바르는 물파스 제품들은 경련의 위험성 때문에 만 30개월 이상 소아에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 이하의 연령이라면 물린 자리에 얼음찜질을 해준다. 시중에 시판되는 모기물린 데 바르는 스틱형 연고를 발라도 된다. 모기에 물렸을 때 침을 발라주는 어른이 있다. 알칼리성인 타액이 산성인 모기침에서 분비되는 액을 중화시켜 가렵지 않게 만든다는 것인데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타액은 순간적인 가려움만 없앨 뿐이며 오히려 침 속에 있는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등이 상처를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 섭취와 청결한 위생이 예방의 첫걸음 여름철 질병을 예방하는 첫걸음은 적절한 영양 섭취와 청결한 위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최창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체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자주 마시고, 비타민과 단백질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백질은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소와 신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비타민은 피로해소에 도움을 준다. 어린이들에게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질병을 일으키는 균의 주요한 전염 경로가 오염된 손이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는 대기 중에 떠다니므로 외출이 잦은 여름에는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만들어 저항력을 키워야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앞으로 중증 응급환자를 위한 실시간 병원 정보는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로 물어보세요!” 어느 병원으로 가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잘 몰라서 중증 응급환자가 여러 병원을 헤매다 숨지는 불상사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중증 응급환자를 11개 군(群)으로 나눠 상황별 대처가 가능한 응급기관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은 16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4개 전문응급의료센터, 119개 지역응급의료센터, 335개 지역응급의료기관. 국번 없이 1339번으로 직접 전화하면 안내해준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1339 홈페이지(www.1339.or.kr)에 접속해도 응급실 병상 및 진료가능 여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소방본부 상황실도 119구급대에 응급의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줘 응급현장에서 바로 조치하도록 했다. 11개 중증응급 환자는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복부손상 사지접합 응급내시경 응급투석 조산 신생아 중증화상 정신질환 등이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5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모처럼 의료계와 약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의료계 4명, 약사계 4명, 소비자단체 4명 등 위원 전원이 참석해 4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파행은 없었다. 21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재분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과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감기약을 ‘약국외 판매약’으로 새로 분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 아슬아슬한 중앙약심 이날 의료계와 약계 대표들은 보건복지부 보고 안건의 검토 순서와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간 재분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면 갈등이 격화될 것이 예상되는 이유다. 의약품 재분류는 의사의 처방권이 달린 첨예한 사안이라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약사회는 즉각 복지부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박인천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복지부가 너무 많이 몰아친 회의”라며 “복지부가 의약외품 전환품목에 대해 위원회의 의결 없이 곧바로 발표한다면 위원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이날 분류된 의약외품 목록에 대한 충분한 검토 시간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민 편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비율은 8 대 2 정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이 검토되는 의약품은 잔탁 큐란 등 위장약, 손톱무좀 치료제, 히알루론산나트륨, 인공누액 등이다. 반대로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이 검토되는 의약품은 프로나제 등 소염효소제다.○ 제약사 “슈퍼 판매 신중히” 의약외품을 8월부터 슈퍼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살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가 기존 유통망인 약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슈퍼 판매 채널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박카스=약’으로 50년 동안 장수했기 때문에 우선 약국 유통망을 유지할 것이다. 앞으로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 슈퍼 판매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국제약은 “복합마데카솔·마데카솔케어가 주력 제품이고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은 마데카솔은 원래 약국에서 거의 팔리지 않았다. 당장 유통망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또 44개 가운데 23개는 생산실적이 없는 제품. 박카스의 지난해 매출이 1285억 원으로 가장 크고 나머지 제품의 매출은 100억 원 이하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도는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동욱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생산실적이 없더라도 슈퍼 판매 길이 열리면 생산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열진통제 등 감기약의 경우 슈퍼에서 살 수 있기까지는 1,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약품을 약국외 판매약으로 분류하려면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 복지부는 위원회 논의와 공청회를 거쳐 올해 정기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로봇수술이 기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보다 효과적이라고 볼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정부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로봇수술과 기존 수술을 비교한 국내외 연구 171편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5일 밝혔다.연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가장 많은 임상연구가 이뤄진 전립샘암 수술의 경우 장기 생존율과 재발률, 심각한 부작용 등 주요 지표에서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법과 차이가 있다는 근거는 없었다. 다만,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가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을 받은 환자보다 입원 기간이 짧고 출혈량과 수혈 요구량도 적었다.또 자궁내막암과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궁 절제술은 로봇수술 쪽이 출혈량은 적었지만 수술 시간과 입원 일수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근거는 없었다.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장절제술도 수술 시간과 입원 일수, 수혈 요구량, 합병증 발생 등의 측면에서 복강경수술보다 우수하다는 근거가 없었다는 게 연구원의 주장이다.연구원 측은 “국내 큰 병원에서 위암 등 상당수 수술을 로봇을 이용해 경쟁적으로 하고 있지만 100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연구책임자인 신채민 부연구위원은 “로봇수술이 표준 의료기술로 자리 잡으려면 기존 수술에 비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체계적인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현재 수술로봇(다빈치 로봇)의 대당 가격은 약 30억∼40억 원이며 연간 유지비용이 약 2억∼2억5000만 원에 달한다. 초기 도입비용을 제하더라도 연간 150∼200건(월평균 15건) 이상 수술해야 유지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평균 700만∼2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2005년 7월 세브란스병원이 로봇수술을 도입한 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한림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등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해 갑상샘암, 위암, 자궁암 등 각종 수술에 적용하고 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채소와 발효식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 장수마을 거주자가 도시 거주자보다 건강에 좋은 장내 유산균이 많게는 5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농촌건강장수마을 거주자 25명과 도시지역 40대 이상 거주자 44명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분석한 결과 비만과 대장 질환 억제 효과가 있는 유산균이 차지하는 비율이 장수마을 거주자 쪽이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농촌건강장수마을 조사 지역은 충북 영동군 토항마을과 강원 춘천시 박사마을이며 도시 거주자는 서울과 서울 근교 지역이다. 농촌건강장수마을이란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주민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농촌마을로 농촌진흥청이 지정한다. 장수마을 거주자에서는 건강에 좋은 유산균 락토바실루스가 전체 장내 세균 중 1.355% 비율로 분포해 도시 거주자 0.56%의 2.4배에 달했다. 역시 좋은 유산균인 락토코쿠스는 장수마을 거주자의 분포율이 0.1%로 도시 거주자 0.02%의 5배 수준이었다. 이들 유산균은 장내에서 장운동을 도와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대장질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보건복지부는 9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휴대전화 전파를 발암 가능성 물질로 분류함에 따라 국내 소아와 청소년에 대해 휴대전화 사용 자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는 국립암센터 등에서 전자파의 영향을 연구하는 국내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나왔다. 이에 앞서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지난달 31일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을 발암가능성 물질(그룹 2B)로 분류했다. 권준욱 복지부 질병정책과 과장은 “소아청소년의 경우에는 뇌와 신경조직이 아직 성장 중이고, 조직 내 전자파 투과가 성인보다 쉬워 노출에 따른 잠재적 위해가 더 클 수 있다”면서 “향후 발암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휴대전화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유럽에서 유행하는 장출혈성대장균(EHEC 0104:H4)이 2004년 국내에서 보고된 장출혈성대장균과는 유전자형이 다른 세균이라고 7일 밝혔다. 앞서 일부 국내 언론은 유럽의 장출혈성대장균이 출현하기 이전에 국내에서 같은 세균이 발견됐다고 보도해 국내 농산물 수출업체와 검역 당국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유전자 지문 감시망인 펄스넷을 통해 최근 유럽에서 유행하는 장출혈성대장균의 유전자 지문을 입수해 국내에서 분리된 균주의 유전자 지문과 비교한 결과 유전자형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지문 분석에서 국내와 유럽의 대장균은 염색체 길이가 서로 달라 유전자형도 다르다는 결론이 나왔다.}
6월은 A형 간염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환절기인 3월부터 크게 늘기 시작해 6월이 되면 최고조에 이른다. 전염력이 매우 높아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전에는 유행성 간염이라고 불렸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대변으로 배설되므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 조개류를 먹을 때 감염된다. 단체생활을 하는 군대, 보육원, 탁아소에서 집단 발생할 수 있다. A형 간염 환자와 접촉한 가족이나 친지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 어릴 때 감염되면 가벼운 감기 정도로 앓고 지나가는데 성인이 되어 걸리면 증상이 훨씬 심해지는 점이 특이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난다. 전신피로감과 근육통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타나 감기몸살이나 위염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그 후 소변 색깔이 콜라처럼 진해지면서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다. 심하면 간부전이 발생할 수 있으며 드물게는 사망할 수도 있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사 전이나 음식을 조리하기 전, 화장실 이용 후,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하게 씻고 날것이나 상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지하수나 약수는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일반적으로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죽는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 접종. 항체가 없다면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서동진 비에비스 나무병원 병원장은 “A형 간염 항체 유무는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다”며 “간 질환이 있거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로 여행을 간다면 예방백신을 꼭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치료를 받는 환자가 60대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6∼2010년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수면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는 지난해 29만 명으로 2006년(15만 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지난해의 경우 50대(5만6916명) 70대(5만1572명) 60대(5만1347명)의 순으로 많았다. 60대 이상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3.6%를 차지하는 셈. 유형별로 보면 불면증이 19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잠을 자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수면성 무호흡증(1만9792명), 극심하게 졸음이 밀려오는 발작성 수면장애(1454명) 순이다. 전문가들은 수면장애 환자가 느는 이유는 노령인구가 크게 늘었고 스트레스와 비만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남녀를 비교하면 불면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수면성 무호흡은 여성보다 남성이 약 4배 많은 수준.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년기가 되면 뇌의 대사나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 때문에 수면의 연속성이 떨어져 자주 깨거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형태로 생활리듬이 변한다”고 말했다. 수면장애를 예방하려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낮잠과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음주 역시 가급적 삼가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적은 양으로 제한해야 한다. 낮잠도 너무 많이 자면 정작 깊게 잠들어야 할 밤에 방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30분 이내가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 교수는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나 홍차 콜라 초콜릿은 먹지 않는 것이 좋고 담배도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최소 오후 7시 이후엔 피우지 않아야 한다”면서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에 40분 정도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유럽에서 최악의 식중독을 일으키고 있는 주범은 슈퍼독성을 지닌 대장균의 변종으로 밝혀졌다. 이 대장균의 정체와 주의할 점을 Q&A로 알아본다. Q: 이 균의 정체는 무엇인가? A: 동물의 장 속에 사는 식중독 균이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일반적으로 혈변성 장염을 유발하는데, 널리 알려진 O-157을 비롯해 O-17, O-26, O-111, O-104 등 O형 타입만 100여 가지가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시가(Shiga)’라는 독소를 배출하는데 이 때문에 출혈을 동반한 설사 복통 혈변 등을 일으킨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지만, 환자 중 10% 정도는 합병증으로 콩팥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오줌이 배출되지 않는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장출혈성 대장균은 자체적으로 내뿜는 독소가 인체에 해를 끼친다. 치료에 항생제는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대장균이 죽으면서 더 많은 독소를 배출하기 때문. 현재로서는 독소와 대장균이 저절로 배출될 때까지 수액제제로 전해질을 공급하는 대증요법을 사용한다. 한편 독일에서는 대장균이 내뿜은 독소를 제거하는 해독제를 임상시험 중이다. 소아 3명에게 사용한 결과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해독제가 성인들에게도 잘 들을지가 초미의 관심사. Q: 예방은 어떻게 하나? A: 당분간 생채소보다는 75도 이상에서 3분 이상 가열해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채소는 흐르는 물에 세 차례 이상 철저하게 씻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장출혈성 대장균을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를 수 있을까. 국내 감염전문가들은 슈퍼 박테리아급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변종 대장균’이라 부르는 게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슈퍼박테리아는 독성이 매우 강하거나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 약이 듣지 않는 세균에 붙인 통칭이다. 맹독성의 경우 17년 전 영국에서 발견된 살 파먹는 박테리아가 독성이 아주 강해 슈퍼박테리아로 불렸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균 자체는 박멸되기 때문에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르기 힘들다. 또 전혀 새로운 대장균이 아니고 기존에 알려진 것으로 이번에 한꺼번에 감염자가 많아지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균에 ‘슈퍼박테리아’를 붙인다면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라며 “외국에서도 슈퍼박테리아가 아니라 장출혈성 대장균(EHEC)으로 부른다”고 지적했다. 반면 3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마크 홈스 교수가 새로 발견했다고 발표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는 전형적인 슈퍼박테리아로 볼 수 있다. MRSA는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투여해도 죽지 않아 VRSA(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과 함께 대표적인 슈퍼박테리아로 분류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연합뉴스TV ▽보도국 △국장 김대영 △부국장 겸 제작팀장 진병태 △〃 겸 편집팀장 이창섭 △정치팀장 고승일 △경제〃 권영석 △사회〃 최재영 △스포츠〃 이동칠 △영상취재〃 문승재 △문화·연예〃 김가희}

자외선 노출로 피부가 빨리 늙게 되는 이유를 국내 연구팀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사진), 김은주 박사는 자외선이 얼굴과 목, 팔 등 노출 부위 피부의 피하지방세포에서 지방합성을 억제함으로써 피부를 늙게 하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 몸의 지방은 피부 밑에 85%가, 내장에 15%가 각각 저장돼 있다. 보통 자외선을 온몸에 많이 쬐면 지방합성이 억제돼 과다하게 섭취된 열량이 피하지방에 축적되지 못하고 내장지방 형태로 쌓인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출이 심한 얼굴, 목, 팔 등에 피하지방이 없어져 볼륨감이 준다. 결국 피부에 주름살을 유발하며, 피부탄력을 감소시켜 노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피부 표피세포에서 분비되는 IL-6, MCP-3, PlGF라는 단백질 물질이 지방합성을 억제하는 것도 확인했다. 이 물질들을 제거한 결과 자외선을 쪼이더라도 지방합성이 억제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단백질 물질을 조절하는 화장품 소재를 개발하면 원하는 부위의 피하지방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이론적 근거를 과학적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논문은 피부과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미국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실릴 예정이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보건복지부는 안전성 논란이 일었던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카바수술)에 대해 앞으로 병원이 수술비를 받으려면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카바수술에서 전향(前向) 연구를 하는 경우에만 비급여를 산정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고 말했다. 전향 연구란 의사가 연구계획서 및 수술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 뒤 승인을 받아야 수술할 수 있는 것으로, 객관적인 수술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승인을 받지 못하면 환자에게 수술비용을 받지 못한다. 카바수술을 원하는 환자는 기존 수술에 비해 300만∼50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카바수술을 계획한 의료기관은 자체 임상시험 심사위원회(IRB)를 통과한 전향 연구계획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내고 승인을 받아야 수술비를 인정받는다. 또 카바수술은 엄격한 수술 적응증(대상 질환 및 환자) 범위 내에서만 수술을 해야 한다. 병원과 의사는 카바수술 전향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에게 이미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판막치환술이 있음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엄격한 수술 적응증을 정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신의료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유럽발(發) 슈퍼박테리아 공포가 커지면서 국내 식탁은 안전한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럽산 채소가 거의 팔리지 않고 있고 채소를 익혀 먹으면 감염되지 않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Q. 슈퍼박테리아의 정체는 무엇인가.A. 장출혈성대장균(EHEC)으로 동물의 장 속에 사는 변형된 대장균의 일종이다. 시가(Shiga)라는 독소를 배출하는데 이 때문에 출혈을 동반한 설사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지만 환자 중 10% 정도는 합병증으로 콩팥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Q. 치료는 어떻게 하나.A. 장출혈성대장균은 균에서 나오는 독소가 문제다. 항생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독소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소가 자연적으로 배출될 때까지 수액치료 진통제 복용 등 대증요법을 사용해야 한다. 독소 배출에 시간이 걸리므로 체력이 약한 고령자들은 상태가 나빠지기 쉽다.Q. 국내에서 유럽산 채소와 과일이 판매되고 있나.A. 이번에 매개체로 의심받고 있는 스페인산 오이는 국내 유입이 금지된 상태다. 국내 대부분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는 유럽산 신선 채소를 판매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생산한 신선채소를 국내에 들여오려면 물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일부 마트에서는 피클통조림처럼 오이를 가공해 만든 제품을 소량 판매하고 있지만 가공 과정에서 살균처리를 했기 때문에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우려는 없다. 현재 일부 마트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유럽산 신선식품은 노르웨이산 고등어 정도로 품목이 극히 제한돼 있다. 유럽산 채소나 과일은 구색 맞추기용으로 소량을 짧은 기간에 판매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수요가 별로 없어 국내에 거의 들여오지 않는다. Q.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현지에서 야채를 먹어도 되나.A. 대장균은 섭씨 75도 이상에서 3분간 가열하면 죽는다. 따라서 독일 등 해당 지역 여행객은 현지에서 개인위생에 유의하고 채소류는 반드시 익힌 것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번 균은 가축 배설물에 오염된 물이나 그런 물로 조리한 채소 등의 야채류, 오염된 우유, 조리되지 않은 고기 등에 붙어 있다 이를 섭취한 사람에게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1996년), 미국(1982년)에서도 같은 변형대장균으로 집단발병 또는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직원 건강을 위해 기업마다 고유의 금연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이 중 성공률로 따지자면 금연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강제형 금연정책’이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금연정책을 펴고 있는 20개 기업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다.금연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으로 보고 금연 프로그램을 필수로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강제형’ 금연이 ‘포상형’ ‘자발형’보다 성공률 높아금연정책은 참여하는 방식과 프로그램에 따라 강제형 포상형 자발형으로 분류된다.최근 3년 사이 금연정책을 시행한 기업 20곳 중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강제형’ 프로그램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참여 대상이 전 직원이어서 완벽한 금연 환경이 조성되고 담배를 끊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목표달성 기간이 3∼6개월로 짧아 성과를 분명하게 잴 수 있었던 것도 성공률을 끌어올린 요인이다.강제형을 도입한 기업은 포스코 웅진그룹 등. 이들 기업은 ‘흡연율 제로’를 선언한 뒤 전 직원의 금연을 유도하고 있다. 포스코는 금연 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6개월 만에 전체 임직원 2만여 명이 담배에 손대지 못하게 만들었다. 웅진그룹은 3개월 만에 전 직원 흡연율을 20%대까지 끌어내렸다.포상형과 자발형은 강제형보다 금연성공률이 낮았다. LG전자의 금연펀드 제도는 대표적인 ‘포상형’ 정책. 금연 참가자가 10만 원을 내고 부서장이 5만 원을 스폰서 형태로 투자해 금연펀드를 마련한 후 캠페인이 종료된 뒤 성공자에게 적립금을 나눠준다. 라이나생명은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VIP 건강검진권과 헬스클럽 이용권, 여행상품권을 주며 독려하고 있다.현대중공업과 신한카드는 ‘자발형’ 프로그램으로 금연 의지가 높은 직원들의 노력을 돕고 있다. 롯데마트는 간부사원에게는 강제형을, 사원급에게는 자발형을 선택하게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 들어 국내 8개 사업장을 금연사업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연구역을 설정하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유병욱 순천향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사회적 책임의 하나로 인식해 솔선수범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회사에서 금연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연을 결심한 직원에 대해 전문의와의 상담 및 치료보조제 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무리하면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금연율을 높인 강제형의 경우 지속성이 떨어지고 직원의 스트레스도 늘었다. A기업 금연 프로그램 담당자 최모 씨는 “금연을 잘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소변 테스트를 할 때면 임직원으로부터 항의성 내지는 봐달라는 전화를 받곤 한다”고 말했다.포상형도 금연 의지를 북돋기는 하지만 상만 챙기고 흡연을 바로 시작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도 간간이 눈에 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09년 11월,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51)는 승용차 라디오에서 이른바 ‘조두순 사건’ 소식을 들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두 달이 지났는데 한 의료기기 회사가 피해자인 나영이(가명)에게 평생 동안 무료로 배변주머니를 공급하겠다는 얘기였다. 2008년 12월 당시 8세였던 나영이는 등굣길에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다. 대장을 비롯한 장기가 몸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항문도 파열됐다. 응급수술을 한 의사는 손상이 심한 대장을 다 잘라내고 항문을 막았다. 그리고 배변주머니를 달아 소장과 연결했다.》○ 귓가를 맴돈 나영이 사연많은 사람들은 나영이가 평생 배변주머니를 차고 살아야 한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왜 나영이가 항문 없이 평생 살아야 할까. 항문 없이 태어난 아이들한테도 항문을 만들어 줄 수 있는데….”선천적으로 항문이 없는 아이에게 인공항문을 만들어주는 수술을 여러 번 했던 한 교수는 뉴스를 듣고 혼잣말을 했다.그가 가입한 산악자전거 동호회원들은 “왜 가만있느냐. 의사로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며 질책했다. 그때부터 그의 머릿속에서는 나영이가 떠나지 않았다. 한 교수의 고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이내 “내가 항문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으니 나영이를 한번 보겠다”고 나섰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한 교수에게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나영이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한 교수는 대장을 제거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해부학적으로 장이 다 빠져나올 수 없고 대장 전체를 다치기란 힘들기 때문. 한 교수는 “정말 대장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놀랐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울 수 있겠단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대장은 없지만 괄약근은 70% 정도 남아 있었다.2010년 1월 6일 1차 수술이 시작됐다. 한 교수가 수술을 위해 엉덩이와 배를 열자 뒤엉킨 장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염증도 심했고 흉터도 많았다. 특히 골반 쪽에는 염증이 돌덩어리처럼 굳어 있었다. 대장을 대신할 소장이 놓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작은 나영이의 몸을 치료하는 한 교수의 손은 여느 때보다 정밀하게 움직였다.한 교수는 1자로 돼 있는 소장을 J자로 만들었다. 장이 1자 상태면 배변을 조절할 수 없다. 항문도 복원시켰다. 1차 수술은 10시간 넘게 걸렸다. 인공항문을 이식하는 수술은 대개 4시간 남짓 걸린다. 하지만 그보다 두 배 이상 걸린 대수술 끝에야 가운을 벗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그해 8월 소장과 항문을 연결하는 2차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배변주머니도 떼어냈다. 이후 인체 조직에 인위적 자극을 줘 본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생체되먹임’ 요법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 한 교수는 “현재 일반인에 비해 80% 정도 배변 기능이 회복됐다. 계속 치료한다면 95%까지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연 임신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삶 찾은 아이들의 미소한 교수는 올해로 18년째 소아외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처음엔 외과 의사를 생각했다. 이유는 ‘수술을 통해 사람이 살든지 죽든지’ 결론이 나오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하지만 학생 때 본 선배 외과 의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수술을 마친 환자의 삶은 곧 의사 어깨에 부담으로 얹어졌다. 소아외과는 그나마 가벼울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어릴 때 수술을 받으니 아이들의 남은 삶은 의사의 삶과도 결부됐다.“많이 힘들죠. 돈 되는 과도 아니고, 신체 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다 봐야 하니까. 하지만 힘들게 살려놓은 아이가 웃으며 인사할 때, 건강하게 커나가는 모습을 볼 때 소아외과 의사 하기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그는 1년에 700회 이상 어린이 환자들을 수술한다. 지금까지 1만 번 이상 소아 수술을 집도했다. 선천성 기형, 담도폐쇄, 탈장 등 그가 맡는 아이들의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질병이어도 똑같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매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다.한 교수는 “의료에선 편한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신념대로 나영이를 찾았다. 그리고 나영이의 웃음을 되찾아줬다. 나영이와 같은 아이들의 미소 뒤에는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는 고집 센 의사, 한 교수가 서 있다.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두순 사건::2008년 12월 11일 등교 중이던 김나영(가명·당시 8세) 양이 범인 조두순에게 유인돼 교회 안 화장실로 납치된 뒤 강간 상해를 당한 사건. 이로 인해 피해자의 항문 등 신체는 심하게 손상됐다. 범인 조두순은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았다. 범행의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조두순이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점 등을 참작해줬다. 김 양은 지금도 손상된 신체에 대한 힘겨운 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에 사용되던 ‘나영이 사건’이라는 용어가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이 일면서 ‘조두순 사건’이라 불리게 됐다.}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서울시내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산모 1명이 또 숨졌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경 서울시내 A 병원에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입원했던 B 씨(36·여)가 사망했다. 이날 숨진 B 씨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폐렴으로 이 병원에 입원했던 7명의 산모 가운데 1명이다. 10일 처음 사망한 산모와 마찬가지로 B 씨는 초기 기침과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폐 섬유화’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입원 한 달여 만에 변을 당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세계피부과학술대회 조직위원회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피부과 전문의 등 100여 개국 1만2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22차 학술대회를 개막했다.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회의 주제는 ‘혁신적 피부과학을 통한 세계적 교류’. 이 대회는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개최된 후 4년마다 피부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 자리 잡아 ‘피부과 올림픽’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13개국에서 개최됐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1982년 도쿄 대회를 연 일본에 이어 두 번째 개최국이 됐다. 이날 면적 1만7500m²의 코엑스 전관은 500여 의약품 및 의료기구 제조회사 등이 설치한 900여 개의 부스로 가득 찼다. 석학들의 특강도 이어질 예정. 25일에는 200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하랄트 추어하우젠 박사, 26일 분자생물학 및 유전자 연구의 권위자인 망누스 노르드보리 박사, 27일 세계 처음으로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만능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재미 과학자 박인현 박사의 특강이 마련돼 있다. 유례없이 규모가 큰 대회에 대한 각계의 기대는 상당하다. 관광업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숙박료 임대료 세금 등 간접 효과까지 포함해 20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와 2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대회가 국내 의료진의 우수한 의술 등 의료 한류(韓流)를 확산시키는 물꼬를 터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피부과학술대회 은희철 대회장(서울대병원 피부과)은 “이번 대회 유치는 피부과의 영역을 넘어 전체 한국 의료계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일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까지 서울에서는 피부과학술대회 외에도 35건의 의학 관련 국제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3년엔 세계치과의사연맹총회(참여인원 2만 명)와 세계신경외과학술대회(5000명)가, 2014년에 세계내과학술대회(5000명)가, 2016년에는 국제치과연구학회(6000명)와 세계고혈압학회학술대회(6000명) 등이 예정돼 있다.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모체태아의학회’서 자궁경부무력증 최신 진단·처치 방법 소개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근영 산부인과 교수가 27일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리는 ‘모체태아의학회(Fetus as a Patient)’에서 자궁무력증을 주제로 특강을 한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자궁경부무력증의 최신 진단과 처치 방법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또 응급자궁경부무력증(Recue Cerclage) 수술 시 흘러내린 양막을 자궁 내부로 돌려놓는 데 유용한 의료기구를 소개한다. 이 교수는 이 기구를 직접 개발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이 의료기구를 사용해 자궁경부무력증 수술 성공 확률을 세계 평균보다 높은 97%로 올렷다고 설명했다. ■ 옥수수·소나무·황토로 만든 친환경 건축자재, 아토피 증상 완화친환경 건축자재와 아토피피부염과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나정임·허창훈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팀이 LH 공사와 공동으로 2010년 5월∼2011년 4월까지 LH 주택을 친환경 자재로 교체한 뒤 시공 전후 4주간 아토피 환자의 증상 변화를 측정했다. 교체 시공한 친환경 자재는 옥수수 소나무 황토로 만든 벽지와 바닥 마감재다. 아토피 피부염 증상과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인 EASI(Eczema Area Severity Index)를 이용해 증상이 경미한 환자군(EASI 점수 3미만) 10명과 경증 이상인 환자군(EASI 점수 3이상 14명)을 나눠 비교한 결과 4주 후부터 EASI 점수가 1∼3점 감소했다.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가려움증도 덜해졌다. 나 교수는 “기존 연구를 통해 유해물질 농도가 증가하면 아토피피부염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유해물질 농도가 낮아지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음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 월 9820원 저렴한 보험료로 치매 간병비 5000만원 보장아메리칸 홈 어슈어런스 컴퍼니의 한국지사인 차티스는 업계 최초로 치매 간병비 5000만 원을 보장하는 ‘명품치매보험’을 내놓았다. 이 보험은 경제적 부담이 큰 치매를 60세 남자 기준 월 9820원의 보험료로 대비할 수 있도록 치매 간병비 5000만 원을 보장한다. 단 간병비는 ‘중증치매 상태’로 진단이 확정되고 그 상태가 90일 이상 지속된 경우 최초 1회에 한해 지급된다. 또 치매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1회 3만 원씩 연 5회까지 지원한다. 이외 골절 최고 500만 원, 화상 최고 300만 원, 장기 및 뇌 손상에는 90만 원을 지급해 갑작스러운 사고도 보험으로 대비할 수 있다. 차티스 관계자는 “명품치매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치매 간병비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80-607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