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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강원 홍천군(1819.7km²). 제주도(1848.4km²)와 맞먹을 정도다. 그곳을 가로지르는 홍천강의 길이는 147km, 폭은 최대 100m에 달한다. 빼어난 경관까지 더해 해마다 피서객들이 몰린다. 매년 20명에 육박하는 익사자가 발생하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랬던 이곳의 익사자가 올해 2명으로 급감했다. 이 지역 부대인 육군 11기계화보병사단과 홍천군이 힘을 합쳐 안전지킴이로 나서고 예방활동을 강화하면서 분위기가 변한 것이다. 25일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11사단은 지난달부터 홍천군과 함께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순찰조에 선발된 11사단 부대원들은 4명씩 2개 조를 편성해 하루 3번씩 홍천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안전교육 및 구조·구급활동을 했다. 올 6월 취임한 노승락 홍천군수의 제안이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넓고 긴 홍천강의 특성 때문에 끊이지 않던 익사 사고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군수는 11사단을 두 번 찾아가 안전사고 예방 협업의 취지를 설명했고 조영진 11사단장(소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성경민 11사단 정훈참모 보좌관(대위)은 “본격적인 피서철에 앞서 순찰자로 선발된 부대원들은 의무대 및 홍천소방서에서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받고, 자동심실제세동기(AED) 등 장비 사용법을 익혔다”며 “물놀이 사고가 많은 곳이나 강물이 깊고 유속이 빠른 곳을 위험 지역으로 세분하고 중점적으로 안전 순찰을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 순찰에 나서는 이들은 홍천소방서 상황실에서 운영하는 비상연락망에도 가입해 있어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상황 접수를 하고 바로 현장으로 이동한다. 순찰조는 이달 15일 만취 상태로 길에 쓰러져 있던 행인을 가족에게 인계했다. 22일엔 래프팅을 하다 급류에 휩쓸린 사람을 구조 로프로 구출하기도 했다. 성 보좌관은 “시민들이 예방활동에 적극 동참해 물놀이 사고 발생 건수 자체도 줄었다”며 “올해 4건의 인명 구조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홍천군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예산 4억3000만 원을 들여 안전요원 90명과 구명조끼 2000벌을 확보했다. 홍천군 남면 물놀이 안전 구조팀장을 맡고 있는 권오석 씨(60)는 “11사단 장병들의 구조 활동 지원으로 많은 인명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5월 11일 6·25전쟁 폴란드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대표단의 레셰크 소체비차 준장과 로베르트 베레이 중령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1주일 일정으로 남북한의 군사 대치 상황을 점검하고 정전협정의 준수 여부 등을 감독했다. 폴란드는 1995년 북한의 일방적인 추방으로 본래 파견지인 북한에서의 활동은 더이상 할 수 없게 됐지만 매년 한국을 방문해 꾸준히 NNSC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폴란드는 체코슬로바키아와 함께 6·25전쟁 후 중국과 북한이 지명한 NNSC 국가다. 하지만 북한은 1995년 4월 폴란드 대표단을 강제 추방하고 폴란드의 북측 사무실 폐쇄를 밝혔다. 1989년 폴란드의 비공산당 계열 정당이 연립정부로 정권을 잡고 같은 해 11월 한국과 수교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박상암 주폴란드 대사를 조기 소환하자 폴란드도 주북한 대사 소환으로 맞대응했고 외교 관계도 대리대사급으로 격하시켰다. 앞서 1956년 5월 북한이 정전협정 이후에도 비무장지대 안으로 옛 소련 무기를 반입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자 NNSC 산하 시찰단 활동을 중단시켰고 시찰단의 활동을 규정한 정전협정 조항도 폐기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6·25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출범한 NNSC는 유엔사령부가 지명한 스위스와 스웨덴, 북한과 중국이 지명한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등 4개 국가로 출발했다. 정전의 감독, 감시, 조사 등 임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군사정전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1953년 8월 스위스와 스웨덴 대표단은 한국에,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는 북한에 첫 정전 감시 파견 위원단을 보냈다. 폴란드 추방에 앞서 북한은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도 추방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국가가 해체돼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쪼개지고 나서 모두 북한 측 감독위원회 참여국 지위를 승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3월 루보미르 자오랄레크 체코 외교부 장관은 NNSC 활동 복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국이 비세그라드 그룹과 올 6월 서울에서 첫 고위급 정무회의를 통해 한반도 안보에 대한 협의 체제 구축에 합의하자 북한은 불편해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와 NNSC 무용론을 내세우며 정전체제의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올 6월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은 비세그라드 그룹 대표단의 한국 방문에 대해 “미국에 추종하는 일부 나라들이 오래 전 사멸된 정전감독기구의 존재를 거론해대며 우리를 함부로 걸고 들었다”고 비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참관하기 위해 방한한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21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미국 고고도(高高度)미사일방어(THAAD) 체계와의 ‘완벽한 상호 운용성’을 언급했다. 올 5월 취임 후 첫 순방지로 한국을 택한 워크 부장관은 이날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KAMD가 독립적이고 강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독립적’이라는 언급은 KAMD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THAAD와 KAMD)의 상호 운용성이고 이들 시스템을 적은 비용으로 상호 연계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호 운용한다는 것은 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되 전력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을 양국이 찾자는 뜻으로 보인다. 이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6월에 밝혔던 THAAD의 주한미군 배치 요청을 미 국방부가 승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크 부장관은 북한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북한은 많은 포탄을 보유하고 있고 이것은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며 “최근 미사일(시험발사)에 중점을 두는데, 이는 분명한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일 공조 체제에 대해 그는 “한국과의 관계만큼 일본과의 관계도 똑같이 중요하다”며 “한미일이 상호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안보 상황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워크 부장관은 이날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다음 방문지인 일본으로 떠났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민간단체인 군 인권센터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육군 6사단 소속 남모 상병(23)의 수사기록 일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고 봐주기 식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 인권센터가 입수한 한 장짜리 헌병대 속보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인 남 상병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인 B 일병의 엉덩이에 비비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또 올해 4월부터 이달 초까지 경계근무지에서 A 일병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50차례 폭행을 했다고 돼 있다. 헌병대 속보는 헌병대 수사관들이 군 인트라넷에 올려 공유하는 수사기록으로 군 인권센터는 “수사 내용이 축소되는 걸 보다 못한 한 현역 군인이 이를 제보했다”고 밝혔다.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 당국이 강제추행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 사건을 축소했고 폭행 횟수도 줄였다”며 “가해자 부모에게 연락하고 첫 보도가 나오기까지 5일 동안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군이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축소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남 상병은 올 4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맡은 일과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A 일병의 턱과 배를 수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욕설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다른 후임병인 B 일병을 뒤에서 껴안고, 손등으로 B 일병의 바지 지퍼 부위를 치는 등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남 상병은 처음에는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장난삼아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추가 조사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19일 남 상병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육군 6사단 군사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육군 관계자는 “범행을 자백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고려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군 검찰은 조만간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2010년 부대 창설 이후 2012년 대선(大選) 기간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정치 관련 글의 인터넷 게재 등 정치 관여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윗선’의 지시나 국가정보원과 연계된 조직적인 대선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사이버사 정치 댓글 의혹 최종 수사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오랜 수사를 벌였지만 군 수뇌부를 의식한 ‘꼬리 자르기’ ‘면죄부’ 수사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전직 사령관이 정치개입 위법행위 방조…‘윗선 개입’ 없었나 조사본부는 연제욱(육군 소장),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육군 준장·이상 육사 38기)을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로, 사이버사 대북심리전단 요원 19명을 정치관여죄 혐의로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 전 사령관 등은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의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옹호 또는 비판하는 위법적인 정치글 작성 행위를 인지하고도 이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이모 전 대북심리전단장(불구속·군무원)에게서 보고받은 문건 등을 통해 심리전단 요원들의 탈법적인 정치 관여행위를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무리한 조사다” “정치관여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사실이 없다”라며 강력 반발했다. 연 전 사령관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령관 재직 때 부대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여러 차례 지시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당시 사건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주요 작전 개요만 보고받아 정치글 작성 같은 위법 여부를 알 수 없었다는 것. 조사본부는 김 전 장관은 구체적 혐의가 없어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 전 사령관 등이 이 전 단장의 보고 내용을 어떤 형태로든 김 전 장관에게 올리거나 언급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직적 개입 없었지만 국정원 연계 의혹은 여전 조사본부는 야당 등 일각에서 제기한 국정원과 연계된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휘계선을 포함해 관련자들의 통화 명세와 e메일, 관련 문서, 출입 현황,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하고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 조사본부는 국정원 요원으로 추정되는 ID 380여 개와 심리전단 요원 ID 150여 개의 리트윗 횟수가 1800여 회(전체 리트윗의 0.6%)로 나타났다고 밝혀 일부 상호 연관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글이 확인된 것만 7100여 건에 이르는데도 조직적 개입이 아니라는 수사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국정원 추정 ID는) 단지 추측일 뿐 국정원 요원으로 단정할 수 없고 7100여 건은 사이버사 창설 이후 요원들이 인터넷에 올린 전체 78만여 건의 글 가운데 0.9%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 댓글 의혹 수사에서 드러난 SNS 등 인터넷 댓글의 자동확산프로그램이 사용되지 않은 점도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는 이유로 조사본부는 들었다.○ 도를 넘어선 사이버사 요원들의 일탈 행위 조사본부에 따르면 사이버사 요원들은 SNS와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 현안에 대응하는 글을 작성하거나 유사한 글을 퍼나르는(리트윗) 방법으로 정치글 작전을 수행했다. 위법행위가 드러난 정치글 7100여 건 외에 처벌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정치 관련 글도 5만여 건에 달했다. 사이버사 요원들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행위가 도를 넘어섰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 전 단장이 부임하면서 사이버사의 ‘일탈행위’는 더 과감해졌다. 이 전 단장은 국방 안보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이 작성한 글을 작전에 활용하도록 했으며 “대응작전 때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고 요원들을 독려하는 등 직무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조사본부는 밝혔다. 백낙종 조사본부장은 “극우 보수성향의 이 전 단장은 북한의 주장이나 의견에 동조하는 개인과 단체를 국가안보 위협세력으로 간주했다”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천안함 폭침,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같은 국방 안보 사안을 왜곡하거나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며 대응토록 지침을 하달했다”고 설명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17일 저녁 무렵의 일이다. 류성식 육군 인사참모부장(소장)이 논산훈련소장으로 좌천된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14일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보고 누락 책임으로 징계위원회 회부 결정을 받은 상태였다. 징계위원회 개최 날짜조차 정해지지 않은 15일, 광복절 휴일에 김요환 신임 육군참모총장은 그를 논산훈련소장으로 보내려고 했다. 김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직신고를 한 지 4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18일 하루 종일 논란이 이어졌다. 육군 관계자는 “류 부장이 자진해서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를 밝혔다는 것. 하지만 류 부장은 먼저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김 총장은 왜 류 부장이 징계 결정을 받자마자 하루 만에 다른 사람을 앉히려고 했을까. 신임 총장으로 내정된 지 겨우 일주일 지났을 뿐이다. 13일에는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열렸다. 수많은 현안을 앞두고 과연 인사 검증이라도 충분히 했을까. 무리한 인사라고 판단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5일 김 총장을 만류했다고 한다. 류 부장은 논산훈련소장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결국 임시직으로 육군본부 정책연구위원으로 발령 났다고 한다. 이런 결정은 김 총장이 연대장 시절 예하 대대장으로 같이 일했던 김규하 현 논산훈련소장(소장)과 맞물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직속 부하이던 후배를 핵심 보직인 인사참모부장에 앉히려다가 일이 커진 게 아닐까. 육사 34기인 김 총장은 1978년 소위로 임관했다. 군 생활 35년. 자신의 결정과 그 파장이 어떨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런 인사 잡음이 나온 것이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육군이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를 벌인다는 의혹과 불신을 자초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쇄신을 외치면서 안에선 자리싸움이나 하고 있는 군에 과연 신뢰를 보낼 사람이 있을까.” 한 예비역 장성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정성택·정치부 neone@donga.com}
북한이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69주년 경축사에 대해 남북 관계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비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대결의 빗장을 그대로 두고 협력의 문을 열 수 있는가’란 제목의 글을 통해 “남조선 집권자의 ‘8·15 경축사’라는 것은 북남관계 문제에 대한 똑똑한 해결책은 없고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남협력의 길이 반통일적인 5·24조치에 의해 꽉 막혀 버렸는데 그것을 그대로 두고 환경 민생 문화의 통로를 열자고 했으니 모순도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한반도 방어준비 태세를 향상하고 연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군사연습을 18일부터 실시한다. 이에 대해 북한은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제의 날강도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그에 발벗고 추종해 나서고 있는 남조선 괴뢰들이 동족대결 책동에 따라 고안한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전했다. 성명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맞춤형 억제전략을 실전에 적용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선전을 포고해온 이상 우리식의 가장 강력한 앞선 선제타격이 우리가 선택한 임의의 시각에 무자비하게 개시된다는 것을 다시금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훈련의 취지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북측이 ‘선제타격’ ‘불바다’를 운운하며 도발 위협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이라며 “경고를 무시하고 또다시 도발한다면 가차 없이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강원 철원군 육군 6사단 예하 부대에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남 지사는 17일 경기도청에서 “군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남 지사는 아들 소식을 언제 알았냐고 묻자 “13일 군에서 연락이 와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6사단에 따르면 군은 4월부터 최근까지 업무와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A 일병(21)의 턱과 배를 주먹으로 4, 5차례 때린 혐의로 남모 상병(23)을 13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남 상병은 전투화를 신은 상태에서 A 일병의 다리 등을 걷어차고 욕설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 상병은 또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생활관에서 B 일병(19)을 뒤에서 껴안거나 손등으로 바지 지퍼 부위를 툭툭 치는 등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남 상병은 조사에서 폭행과 욕설 등 가혹행위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지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장난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6사단 관계자는 “병영 내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11일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폭행을 목격한 동료들을 통해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 헌병대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남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 나와 공식 사과했다. 남 지사는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대신해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 아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대로 응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아버지로서 저도 같이 벌을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남 지사의 두 아들은 모두 현재 군 복무 중이며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장남이다. 남 지사는 15일자 모 언론에 두 아들에 대한 심경을 기고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남 지사는 기고에서 ‘자식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심정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병장(동생)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라며 이번 사건과는 관계없는 둘째 아들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철원=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지난달 말부터 군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어 6일 첫 회의를 열었다. 육군은 이 자리에서 “1986년에는 전체 징병대상자 중 51%의 건강한 사람을 뽑아 쓸 수 있었는데 지난해엔 전체 91%가 현역 판정을 받았다”며 “이 중 2만6112명은 정신이상 체크를 받았는데 병무청에서 현역 복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군에 보냈다”고 밝혔다. 병력 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정신이상자까지 군에 입대시키는 바람에 이 같은 사고들이 발생했다는 설명으로 들렸다. “군의 민낯을 보여 드리겠다”던 육군이 입대자를 선발하는 병무청에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신이상자를 입대시킨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상은 어떨까. 혹시라도 징집 자원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병무청 판단 기준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그건 아니다. 1962년 국방부령으로 제정된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은 총 25차례 개정됐지만 지난 10년간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한 질병 관련 규정 등은 오히려 강화됐다. 병무청 관계자는 “정신과 검사 부분엔 변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육군이 지적한 ‘정신이상 체크’를 받았던 2만6112명은 3차까지 가는 정밀 심리검사를 거쳐 정상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역 입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병무청은 병역 의무를 피하려는 이를 가려낼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그래서 판정 규정은 엄격할 수밖에 없다. 결론은 간단해 보인다. 육군이 윤 일병 사건으로 호된 비난을 받자 그 책임을 병무청에 떠넘기려 했고 집안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병무청이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병력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을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군은 병무청을 탓하고, 병무청은 컨트롤타워인 국방부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자세라면 선진 병영문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서로 싸우기보다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고민할 때다.정성택 정치부 neone@donga.com}
부자지간으로 알려진 북한 주민 2명이 14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로 헤엄쳐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오전 3시 40분경 경계근무를 하던 해병 2사단 초병들이 교동도 앞에서 남성 2명이 헤엄쳐 오는 것을 발견했다”며 “(발견 당시) 이들은 ‘살려 달라, 귀순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동도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해안까지의 거리는 2.5km에 불과하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들은 50대와 20대의 부자지간이라고 하지만 아직 정확한 신원이 밝혀진 것은 없다”며 “관련 기관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북한 주민이고 귀순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을 거쳐 국내에 정착하게 된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보고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박모 국방부 인사기획관 등 고위공무원과 현역 장성 12명이 징계위원회 회부 및 경고 주의 조치를 받았다. 국방부는 14일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 보고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당시 수뇌부의 정점인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당시 국방부 장관),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 등 수뇌부와 주요 장성들은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처럼 ‘꼬리 자르기’용 면피성 감사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체적인 보고 체계 부실 국방부의 특별 감사 결과에 따르면 28사단과 6군단은 윤 일병 사망 다음 날인 올 4월 8일 오전 7시 10분 3군사령부와 육군본부, 국방부 등 상부에 윤 일병에 대한 반인륜적이고 엽기적인 가혹행위 내용이 담긴 ‘사고 속보’를 보고했다. 이는 국방 인트라넷 메일로 국방부 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에 전달됐지만 안전상황센터장은 이를 수뇌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8일 오전 헌병대장으로부터 윤 일병 사건의 전모를 보고받은 6군단장은 9일 3군사령관에게 이를 유선으로 지휘 보고했다. 하지만 3군사령관은 이를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3군사령관은 현재 전역해 징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6군단 인사참모와 3군사령부 인사참모는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파악하고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실명 공개 거부”로 빈축 국방부는 보고 누락의 책임을 물어 박 인사기획관과 육군 인사참모부장인 류모 소장, 육군 헌병실장인 선모 준장, 육군 안전관리센터장인 정모 대령, 국방부 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장인 김모 소령 등 5명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또 박모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국방부 조사본부장인 백모 소장 등 7명에 대해 경고 및 주의조치를 했다. 직속 부하에게 보고를 받지 못한 관리 책임이 있는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징계위에 회부되지 않고 경고 및 주의 대상으로 빠진 것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온 당국자들의 태도도 빈축을 샀다. 김장호 감사관은 ‘징계위에 회부된 사람과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받은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반적으로 감사 결과에서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버텼다. 국방부 대변인이 공개하라고 했지만 명단을 챙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희롱 혐의 소령 “그런 일 없었다” 한편 육군은 4년 전 강원 화천 전방부대에서 발생한 여군 장교 자살 사건 재조사에 나섰다. 심모 중위(여)는 자살하기 전 근무하던 부대의 대대장이었던 A 소령으로부터 밤샘 술자리 강요, 성적 수치심 발언 등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A 소령이 심 중위에게 ‘장기 복무자로 선발되려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애원하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A 소령은 심 중위에게 500여 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500여 회의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소령은 올 6월 다른 여군 장교를 성희롱한 혐의로 보직 해임된 뒤 최근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A 소령은 성희롱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부자지간으로 알려진 북한 주민 2명이 14일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로 헤엄쳐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2명이 강화군 교동도로 귀순했다"며 "오늘 새벽 3시 40분경 경계근무 중이던 해병 2사단 장병이 교동도 앞에서 신원 미상의 인원이 이동하는 것을 관측한 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유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50대와 20대의 부자지간이라고 하고 아직 정확한 신원이 밝혀진 것은 없다"며 "관련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남성 2명이 교동도로 헤엄쳐 오는 것을 해병대 초병들이 발견했다"며 "(발견 당시) 이들은 '살려 달라, 귀순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동도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해안까지는 거리는 2·5㎞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기관은 해병대로부터 이들의 신병을 넘겨받아 정확한 신분과 월남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이 북한 주민이고 귀순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하나원을 거쳐 국내에 정착하게 된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근본 처방이 빠졌다.” “과거 대책의 재탕, 삼탕 수준이다….” 국방부가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폭력과 가혹행위에 찌든 병영 악습과 부조리 근절을 위한 혁신 방안을 발표했지만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과거 군 부대의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시한 각종 대책의 ‘백화점식 나열’ ‘우려먹기 수준’이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번 개선안이 최종 확정안은 아니고, 군이 12월 말에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충분한 반성을 담지 않았다는 것. 군 당국과 수뇌부가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우리 병영의 위기 상황을 여전히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회의에서 19개의 단기, 중장기 과제로 이뤄진 병영혁신안을 보고했다. 여기엔 △장병 기본권 제고를 위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구타 및 가혹행위 관련 신고 포상제도(군파라치) 도입 △현역 판정기준 강화 및 현역복무 부적합자 조기 전역 △일반전방소초(GOP) 부대의 가족 면회 허용 △취약지역에 폐쇄회로(CC)TV 확대 설치 등이 들어 있다. ‘군파라치’ 제도의 경우 구타 및 가혹행위를 신고한 장병에 대한 불이익과 보복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GOP 부대 면회는 해당 병사의 부모나 가족이 2주 전에 신청하면 영내에서 면회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 중엔 본보가 제안한 초급 간부 및 부사관 리더십 강화(본보 8월 6일자 A3면, 8월 12일자 A4면)와 부대원 전우애 의식교육 강화(본보 8월 13일자 A10면) 방안도 포함됐다. 또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병사가 인터넷으로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국방통합 인권사이버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사와 간부 및 부모 대표로 이뤄진 ‘인권 모니터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장병 인권보장과 인성교육 강화 차원에서 인권 교관을 현 250명에서 2000명으로 늘리는 한편 인권침해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아울러 최전방초소(GP)와 GOP 부대의 소대장을 장기복무 또는 연장복무 희망자 위주로 선발해 진급 혜택을 주고, 소대장 직위에 우수부사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병영혁신안 중 다수가 과거부터 추진되다 흐지부지되거나 효과를 거두지 못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있다. 가령 군인복무기본법 추진은 2005년 ‘육군훈련소 인분가혹행위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입법 추진을 공언했지만 아직도 법제화되지 않은 사안이다. 군 당국은 국회와의 협조 문제를 이유로 들지만 정책 추진에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소원수리 및 고충처리제도 개선과 장병 언어순화 운동, 초급 장교 및 부사관 리더십 향상 등도 병영문화 개선의 ‘단골 메뉴’다. 병영 폭력과 부조리를 예방하기 위한 ‘국방 옴부즈맨’ 등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 설치 방안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빠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는 옴부즈맨 제도는 군 본연의 임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허용 및 사이버지식방의 확충 방안, 열악한 병영 여건의 개선 대책도 포함되지 않았다. 왜곡된 위계질서로 이어지는 계급체계 개편 등 근본적인 대책도 논의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들도 “근원적이고 실효성 있는 처방을 도입해야 하는데도 대부분 간판과 포장만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군 셀프개혁’의 한계를 재확인한 것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는 군내 여론도 적지 않다. 이날 회의에선 백승주 국방차관 주관의 토론회도 진행됐다. 구홍모 육군 7사단장(소장)은 “일과 후에 완전히 퇴근하는 개념의 생활관을 도입해 병사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성일 공군 군종실장(대령)은 “구타 가혹행위를 신고한 병사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고, 병사들의 종교 활동 등 주말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육군본부 법무실장이 육군 검찰관들의 내부 전산망에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여론에 밀려 예하 (28사단) 검찰관의 법적 양심에 기초한 법적 판단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점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이어 사건을 처음 조사한 28사단 검찰관에 대해 “한 달여에 걸친 폭행, 가혹행위와 사망의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가능한 범위에서 완벽하게 특정해 공소를 제기했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또 “참모총장이 사퇴했음에도 국민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는 거기에 편승해 계속 기름을 붓는 상황”이라며 “불법으로 수사 기록을 유출하고 검찰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응분의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자성보다는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 측은 “일부 표현으로 인해 오해를 발생시키고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4년 전 강원 화천군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던 여군 중위가 같은 부대 대대장의 성희롱으로 괴로워하다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국방부는 내부 제보와 자체 감찰조사를 통해 2010년 화천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던 A 소령(45)이 고 심모 중위(당시 25세)를 성희롱했고 심 중위는 이를 괴로워하다 그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A 소령은 올해 4월에도 인천의 한 부대에서 부하 여군 장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모욕적 발언을 한 혐의를 받았다. A 소령은 이후에 보직 해임됐다. 심 중위 사건에 대한 조사는 일주일 뒤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흐지부지됐다. 국방부는 내부 제보와 자체 감찰조사를 통해 A 소령이 심 중위를 포함한 다른 여군들에게 지속적인 성희롱 발언을 해 온 사실을 확인했지만 A 소령에 대해 ‘구두경고’만 하고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던 심 중위의 가족이 올해 5월 권익위를 찾아 진정서를 낸 뒤 권익위가 재조사한 결과 A 소령이 심 중위를 상대로 성희롱을 하는 등 성 군기를 위반한 사실을 군 당국이 그해 7월 적발한 점을 확인했다. 군이 은폐하던 사건의 진실이 4년 만에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권익위는 심의를 거쳐 심 중위의 순직 처리를 군 당국에 권고할 방침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동아일보가 기획으로 내보내는 기사들이 군대를 혁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응원을 보냅니다.”(8월 12일·독자 아이디 mme4***) “‘한 병사의 용기가 있었다’(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전모를 알린 김모 상병 기사)를 읽고 마음에 감동이 가득합니다.”(8월 8일·독자 아이디 un7***) 윤 일병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동아일보가 총 6회(8월 4∼6일, 11∼13일)에 걸쳐 다룬 병영문화 혁신 기획 시리즈와 관련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들은 군 병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군인의 아내라고 밝힌 한 독자는 “원인 없는 사고는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학교폭력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아들을 데리고 징병검사장에 다녀왔다는 한 독자는 “군 폭력은 학교폭력과 무관하지 않다. 특정 정치적 이념을 가진 교사들이 진짜 필요한 인성교육을 등한시한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 청주시 만수초등학교 교사인 옥근아 씨(58·여)는 “이번 참극은 현대 양성평등 사회의 이면에서 억압받는 남성 역차별의 문화가 낳은 비극”이라며 배려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폭력과 부조리에 물든 병영 환경의 개혁을 더는 군(軍)에 맡겨선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병영 악습을 쉬쉬하고 축소하는 군내 집단이기주의와 보신주의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의 ‘셀프 개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군 당국은 1987년 ‘구타·가혹행위 근절지침’ 제정을 시작으로 올해 ‘병영문화 선진화 추진계획’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병영혁신’, ‘군 개혁’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총체적 실패로 끝났다. 병영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구호만 요란한 병영개혁 군 자체 개혁은 구호만 거창했을 뿐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군과 병영여건 개선을 내건 각종 대책의 주요 내용들도 대부분 재탕, 삼탕에 그쳐 ‘보여주기식 개혁’, ‘전시 행정’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신병영문화 창달’(1999년), ‘선진병영문화 VISION’(2005년), ‘전투형 군대 육성을 위한 병영문화 혁신대책’(2011년), ‘병영문화선진화추진계획’(2012년) 등 정권과 시대에 따라 군 당국이 추진한 병영개선 대책은 간판과 포장만 바꿨을 뿐 그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윤 일병 사건은 군 주도 병영개혁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군에만 맡겨선 내부 반발과 집단 이기심 등으로 병영 혁신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인권단체 등 민간·시민 차원에서 장병 인권 향상과 병영 적폐를 일소하기 위해 군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대 관리와 전투력 향상이 혼연일체 돼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최근 최전방 부대를 찾아 “부대(병영) 관리가 잘돼야 실전적 훈련이 가능하고 싸워 이길 수 있는 강군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됐을지 의구심이 남는다. 아직도 일선 부대에는 병영 개선과 전투형 강군 육성을 상반 관계로 인식하는 지휘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두 사안 가운데 한 측면을 강조한 정책을 추진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1월 논산훈련소의 훈련병 인분 가혹행위 사건, 같은 해 6월 육군 28사단 최전방초소(GP)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 정책을 쏟아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군사소위원회도 이때 만들어졌다. 군 관계자는 “당시엔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리한 훈련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 이런 조직들은 대폭 축소·폐지됐다. 같은 시기 국방부는 ‘군대다운 군대’, ‘군 재조형 작업’을 화두로 예하부대에 전투형 강군 육성을 주요 목표로 강조했다. 또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 당국은 ‘창끝부대’, ‘정예강군 육성’을 화두로 내걸었다. 일선 부대에서 대대장을 맡고 있는 한 지휘관은 “2006년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부대 입간판이 2008년 이후엔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시대와 정권에 따라 병영 개선과 강군 육성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일선 지휘관들은 상부 지시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군대 좋아졌다’는 시각이 폐습의 주범 최고 지휘관부터 병사까지 군과 병영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군대가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 “난 과거에 더 고생했다”는 그릇된 생각이 군을 개혁과 변화의 무풍지대로 만드는 주범이라는 의미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영 악습과 부조리가 계속되는 주된 이유는 장교와 병사 등 군내 구성원들의 ‘본전 생각’이 근절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영 사건사고를 군의 치부로 여기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군기 문란 행위로 보는 그릇된 인식도 변해야 한다. 육군 25사단장을 지낸 서종표 전 국회의원은 “군기는 부대원 간 전우애와 일체감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병영문화 개선을 통해 ‘진짜 군기’가 정립돼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육군 28사단에서 11일 두 병사가 휴가 중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모두 관심병사로 분류된 두 병사는 군 당국의 인성검사에서 자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군 당국은 이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 특히 자살한 병사 가운데 1명은 한 선임병을 지목해 “죽이고 싶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번 동반 자살 사건도 병영 내 부조리가 원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폭력과 가혹행위 등 병영 악습의 척결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잇따르는 군 사건사고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겨우 엿새 고참병이 얼마나 괴롭혔기에…’ 11일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목을 매 동반 자살한 육군 28사단 소속 병사 2명 가운데 이모 상병(21)이 유서에 욕설과 함께 죽이고 싶다고 지목한 김모 상병. 그는 이 상병보다 입대가 불과 엿새 빠른 선임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으로 고질적인 사병들의 위계질서가 병영 악습과 폐해를 초래한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났다. 시대가 변하고 병사의 복무기간은 계속 줄어든 반면 병 계급체계와 위계질서는 수십 년째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후진적 병영 폐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 상병은 지난해 8월 5일, 가해자로 지목된 김 상병은 같은 해 7월 30일 각각 입대했다. ▼“휴가때 동반자살” 두달전 예고에도 못막았다▼28사단 분대장, 관심병사 자살 징후 알고도 상부 보고 안해병사들의 선후임 관계는 입대한 달로 구분되고 지휘관들도 이를 용인하기 때문에 김 상병은 이 상병보다 입대가 엿새 빨랐지만 이른바 ‘한 달 선임병’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병 계급은 ‘4계급’이 아니라 ‘21계급’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12일 “입대시기로 보면 사실상 동기나 다름없지만 김 상병이 선임병 노릇을 하면서 가혹행위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김 상병과 부대 지휘관들을 상대로 구타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휴가 전 동반자살” 예고도 모른 척했다 군 당국의 병영생활 행동강령에 따르면 분대장이나 조장으로 임명된 병사를 제외하고 병 상호 간 명령 지시나 복종이 금지된다. 군 관계자는 “병영 악습을 대물림한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병사들 간 잘못된 서열문화”라며 “병사의 계급체계와 위계질서의 전면적인 개편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고참 문제뿐만이 아니다. 특히 이들은 6월 말경 자살을 예고했는데도 제대로 부대의 관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상병은 당시 같은 부대원에게 “8월 휴가 때 이모 상병(23)과 동반 자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원은 분대장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지만 간부들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아 관리소홀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28사단 자체가 ‘관심 사단’ 병사 동반 자살 사건은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육군 28사단에서 잇달아 벌어진 일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28사단은 부대 창설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28사단 자체가 이젠 ‘관심 사단’이 된 셈이다. 부대 관계자는 “윤 일병 사건으로 사단장이 보직해임되고 국민적 공분과 비판 속에 또다시 자살사고가 발생해 충격이 크다”며 “부대 전체 사기도 크게 떨어져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28사단은 경기 연천 지역의 최전방 경계임무를 전담하는 부대다. 1953년 11월 충남 논산에서 창설됐다. 신병 양성과 대간첩작전, 휴전선 경계임무 등을 수행해 온 이 부대는 44차례 대간첩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여러 차례 표창을 받았다. 이 부대가 운용 중인 태풍전망대는 군사분계선(MDL)과 불과 800m 떨어져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북한과 마주하고 외부와 단절된 병영 환경과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05년 6월에는 김모 일병이 최전방초소(GP) 생활관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숨지고, 김 일병을 포함해 4명이 다쳤다. 1985년 2월에는 예하 부대에서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이등병이 생활관에 총기를 난사했다. 2013년 8월에는 현역 장교가 무장 탈영해 자신의 차량으로 부대에서 약 350km 떨어진 전남 장성에 내려가 소총으로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국가보훈처는 제69주년 광복절(15일)을 맞아 세 번의 옥고를 치른 송중직 선생 등 독립유공자 192명을 포상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주일 한국대사관을 옮길 때 발견된 ‘3·1운동 피살자 명부’에 있는 30명도 포함됐다. 송중직 선생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황해도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돼 1년 옥살이를 한 뒤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다 두 번 더 체포돼 6년을 복역하던 중 옥중에서 순국했다. 포상을 받는 독립유공자 192명 중 독립장은 3명, 애국장 87명, 애족장 71명, 건국포장과 대통령표창은 각각 17명, 14명이다. 생존자가 없어 광복절 기념식 때 유족에게 수여될 예정이다. 3·1운동 피살자 명부에 기록돼 있는 총 624명 중 260명은 이미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았다. 미포상자 364명 중 명부 외의 기록이 있거나 제적부에서 사망 날짜가 확인된 54명을 심사해 이번에 30명을 포상하기로 했다. 1949년 독립유공자 포상이 시작된 후 올 7월까지 1만3509명이 건국훈장과 포장,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 중 4586명(34%)의 훈장이 후손을 찾지 못해 전수되지 못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재외공관 광복회 등 관련 기관에 명단을 전달해 지속적으로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군 사격훈련 중 ‘A급 관심병사’가 사망했다. 육군에 따르면 경기 광주시 인근 제3군사령부 직할 공병부대 사격장에서 12일 오후 2시 18분경 굴착기 운전병인 윤모 일병(21)이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숨졌다. 군 헌병대는 윤 일병이 실탄을 받고 사격 장소로 이동하던 중 자신의 K-1소총 총구를 턱에 대고 스스로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윤 일병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일병은 지난해 10월 입대했다. 입대할 때부터 A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관리를 받아왔다. 육군 관계자는 “윤 일병은 인성검사 때 ‘자살 우려’ 결과가 나와 A급 관심병사로 분류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군은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병사를 정도에 따라 A·B·C급 병사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자살을 계획했거나 시도한 적이 있는 경우 가장 높은 관심을 요하는 A급 관심병사로 분류한다. 지난달 27일 육군 22사단 영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신모 이병(22)과 같은 날 강원 철원군 모 사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 이병(21)도 A급 관심병사였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영화 ‘명량’의 관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선풍을 일으키면서 솔선수범으로 부하를 지휘한 ‘이순신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의 성패는 지휘관들의 역량과 소명의식에 좌우된다. 하지만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21세기 한국군 지휘관들의 리더십은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는 국민적 공분과 비판에 흔들리고 있다. 》 ○ 지휘관의 방관과 무소신 척결 필요 일선 지휘관들의 방관과 무소신이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폭력을 ‘대물림’하게 만든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사건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지휘관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윤 일병 사건도 상급 지휘관의 무관심과 사건 축소, 초급 간부(하사)의 폭행 가담이 빚어낸 21세기판 병영 대참극이었다. 11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난 육군 병사들은 “간부들이 바뀌지 않으면 병영혁신도, 군대개혁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 의정부의 모 사단에서 근무 중인 이모 상병은 “대개 간부들은 ‘진급’에 목을 매면서 부대 내 문제를 가급적 쉬쉬하고 덮으려 한다”고 말했다. 군인의 사명과 본분을 망각한 채 공(公)보다 사(私)를 앞세우고 ‘보신주의’에 안주하는 지휘관들이 병영 내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병사들은 “일선 지휘관들이 부대 관리의 편의를 위해 고참병 위주의 ‘군기잡기’식 내무 부조리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탓에 병영폭력이 ‘독버섯’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관들이 병사를 ‘부속품’이나 ‘소모품’으로 여기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선 부대를 다녀보면 병사를 하인이나 시종 취급하면서 잔심부름을 시키는 간부가 많다”고 말했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은 “이런 문제는 징병제가 갖고 있는 숙명이자 병폐”라고 지적했다. 때가 되면 부하(병사)들이 충원되는 구조에서 일선 지휘관들은 부하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가 안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처럼 모병제 국가는 병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부하들에 대한 지휘관들의 생각이 남다르다고 윤 전 장관은 진단했다.○ “초급 간부 자질 향상이 병영 혁신 출발점” 초급 간부의 자질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육군 28사단 일반전방소초(GOP)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사건에는 함량 미달의 초급 간부가 사태를 방조하고 악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일선에서 병사와 직접 마주치며 이들을 챙겨야 할 초급 간부의 질적 저하가 병영 부조리의 불씨라는 의미다. 관련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군 당국에 따르면 매년 3100여 명의 부사관이 구타 가혹행위와 성추행, 복무규율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고 있다. 이 중 130여 명이 강제 퇴출되고 있다. 전체 부사관 7만5000여 명의 평균 4% 이상이 범죄와 결격사유로 해마다 징계를 받는 셈이다. 또 대학 재학 및 졸업자가 전체의 51%인 병사들과 달리 부사관은 4%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로는 부소대장이나 분대장을 맡는 부사관이 병영을 장악하고 병사를 관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부사관은 장교보다 보수 및 처우가 낮은 데다 사회적 인식도 낮아 갈수록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초급 장교의 질적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전체 소대장(중·소위) 가운데 학군장교(ROTC) 등 단기 복무장교 비율은 89%에 이른다. 중대장(대위)의 단기복무 장교 비율도 35.6%에 달한다. 육군 관계자는 “단기복무 장교들은 장기복무 장교보다 직업적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최일선에서 병사를 관리하는 초급 간부의 자질 향상을 위한 대책이 병영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간부의 인사적체 해소와 예산 문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소통이 필요해…” 일선 지휘관들과 병사들의 소통시간이 부족한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중대장 이하 초급 지휘관은 교육과 훈련은 물론이고 잡다한 행정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부대원 중에 ‘관심병사’라도 있으면 다른 부대원들은 아예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 양구의 모 사단에서 중대장으로 근무 중인 박모 대위는 “사고라도 터지면 상부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페이퍼 워크’를 처리하느라 일선 지휘관들은 진이 다 빠진다”며 “병사들과 스킨십은 고사하고, 개별 면담도 건성건성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상부의 보고시간에 맞추기 위해 별문제가 없는 병사는 아예 면담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상급부대의 지나친 간섭이 초급 간부들을 무능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 장교를 지원하도록 양성 및 인사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초급 간부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해 병사 관리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