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제2의 북방외교 정책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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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립-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전략적 설득 필요

5월 11일 6·25전쟁 폴란드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대표단의 레셰크 소체비차 준장과 로베르트 베레이 중령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1주일 일정으로 남북한의 군사 대치 상황을 점검하고 정전협정의 준수 여부 등을 감독했다. 폴란드는 1995년 북한의 일방적인 추방으로 본래 파견지인 북한에서의 활동은 더이상 할 수 없게 됐지만 매년 한국을 방문해 꾸준히 NNSC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폴란드는 체코슬로바키아와 함께 6·25전쟁 후 중국과 북한이 지명한 NNSC 국가다. 하지만 북한은 1995년 4월 폴란드 대표단을 강제 추방하고 폴란드의 북측 사무실 폐쇄를 밝혔다. 1989년 폴란드의 비공산당 계열 정당이 연립정부로 정권을 잡고 같은 해 11월 한국과 수교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박상암 주폴란드 대사를 조기 소환하자 폴란드도 주북한 대사 소환으로 맞대응했고 외교 관계도 대리대사급으로 격하시켰다.

앞서 1956년 5월 북한이 정전협정 이후에도 비무장지대 안으로 옛 소련 무기를 반입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자 NNSC 산하 시찰단 활동을 중단시켰고 시찰단의 활동을 규정한 정전협정 조항도 폐기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6·25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출범한 NNSC는 유엔사령부가 지명한 스위스와 스웨덴, 북한과 중국이 지명한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등 4개 국가로 출발했다. 정전의 감독, 감시, 조사 등 임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군사정전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1953년 8월 스위스와 스웨덴 대표단은 한국에,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는 북한에 첫 정전 감시 파견 위원단을 보냈다.

폴란드 추방에 앞서 북한은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단도 추방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국가가 해체돼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쪼개지고 나서 모두 북한 측 감독위원회 참여국 지위를 승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3월 루보미르 자오랄레크 체코 외교부 장관은 NNSC 활동 복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국이 비세그라드 그룹과 올 6월 서울에서 첫 고위급 정무회의를 통해 한반도 안보에 대한 협의 체제 구축에 합의하자 북한은 불편해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와 NNSC 무용론을 내세우며 정전체제의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올 6월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은 비세그라드 그룹 대표단의 한국 방문에 대해 “미국에 추종하는 일부 나라들이 오래 전 사멸된 정전감독기구의 존재를 거론해대며 우리를 함부로 걸고 들었다”고 비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비세그라드#폴란드#북방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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