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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이 모차르트를 찾아오다’?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18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에 함께 살면서 밀접한 교분을 유지했다. 1732년 생인 하이든이 모차르트보다 24세 위였지만 모차르트 사후 18년을 더 살면서 모차르트로부터 받은 영향을 후기 작품에 반영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 덕택일까. 올해 5월 서거 200주년을 맞았던 하이든이 서울의 ‘모차르트 본거지’를 찾아온다. 24일 오후 7시 반, 12월 26일 오후 5시 두 차례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열리는 ‘모차르트홀 개관 5주년-하이든 서거 200주년 기념 페스티벌’. 이 행사에서는 하이든의 작품 중 소나타를 비롯한 피아노곡만을 집중 조명한다. 첫 콘서트인 24일에는 소나타 E장조 Hob 16-31 등 다섯 곡의 소나타와 변주곡 f단조, 환상곡 C장조를 김소정 신정연 최세령 씨 등 피아니스트 일곱 사람이 연주한다. 12월 26일 연주회에서는 소나타 일곱 곡과 ‘카프리치오’ G장조, 변주곡 A장조를 조문기 씨 등 아홉 사람이 연주한다. 오늘날 고전음악 형식의 ‘대명사’인 소나타는 하이든과 각별한 관계가 있다. 전(前)고전파 시대 이후 소나타는 조금씩 기술적으로 보완되면서 완성됐지만 낭만주의 시대까지 이어지는 확고한 소나타 형식의 확립은 하이든이 이뤄낸 공적으로 평가받는다. 소나타라는 용어 자체도 1771년 하이든이 악보에 처음 명기한 뒤 널리 쓰이게 됐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183석의 아담한 모차르트홀은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전 서울대 교수)의 모친이자 교육사업가인 김석태 씨(88)가 5년 전 만들고 신 씨가 음악감독을 맡아 운영하는 ‘모녀합작’ 공간. 지난달 23, 31일에는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 기념 페스티벌도 열었다. 12월 30일에는 박흥우 씨와 신 씨가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협연하는 송년음악회가 열린다. 2만 원. 02-3472-8222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용재 오닐-무라지 가오리 협연22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비올라와 기타 연주로?” 첼로와 피아노의 협연곡으로 낯익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색다른 편성의 2중주로 듣는 콘서트가 열린다.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The 아르페지오네 by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 일본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가 연주하는 다양한 레퍼토리의 기타 곡에 이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출연해 마지막 곡으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협연한다.○ 비올라 연주가 본래 음높이에 가까워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본디 첼로를 위해서 쓰인 곡도, 비올라용 곡도 아니다. 슈베르트 시대에 반짝 유행했던 현악기 ‘아르페지오네’를 위해 쓴 곡이다. 무릎에 끼워 연주하는 악기였으니 연주 모습만으로는 첼로에 가깝다. 그러나 음높이는 비올라보다도 오히려 두 음 높다(최저음 기준). 이 때문에 비올라 전문 독주자가 많아진 오늘날은 비올라로 연주하는 경우도 흔하다. 비올리스트 유리 바시메트가 피아니스트 미하일 문티안과 협연한 음반은 이 곡의 최고 명연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콘서트에서 반주악기로 등장하는 기타 역시 아르페지오네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기타와 아르페지오네는 음높이도, 현의 수(6줄)나 지판(프렛)의 배열도 같다. 반주부 악보는 어떨까? 이 곡은 본디 반주에 피아노를 사용하는 곡이 맞다. 그러나 두터운 화음을 쌓기보다는 기타의 ‘특기’ 중 하나인 분산화음을 펼쳐내거나 독주부의 선율에 대꾸하듯이 리드미컬하게 따라가는 부분이 많아 기타로도 산뜻한 연주를 펼쳐내기 좋다.○ 국내에도 팬 많은 미모 여성 기타리스트 미국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수상자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도 팬이 많지만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가 일본 국내에서 받는 사랑은 팝 스타에 가깝다. 15세 때 데뷔음반을 냈고 세계 권위의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의 유일한 일본인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2년을 시작으로 네 차례 공연해 팬 층이 두껍다. 언제까지나 소녀일 것 같은 친근하면서도 순수한 미모도 인기 포인트 중 하나다. 공연 전반부 솔로 무대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북스테후데 모음곡 e단조, 쇼팽 녹턴 E플랫장조 등을 연주한다. 3만∼8만 원. 1577-526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조수미 콘서트 협연 낙점받은 팝페라 신예 ‘카이’국내 팝페라계에 새 얼굴이 나타났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20일 수원대에서 시작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 ‘드림 위드 미’ 중 28일 목포 콘서트와 12월 6일 광주 콘서트에서 서울대 성악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바리톤 카이(정기열·27)와 한 무대에 설 예정이다. 16일 서울 세종로 ‘카페 이마’에서 카이를 만났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카이입니다. 성악도이자 팝페라 가수죠.” ―뭐라카이? “중국어로 연다는 뜻의 ‘개(開)’, 일본어로 좋다는 뜻의 ‘쾌(快)’죠. 축구선수 웨인 루니의 아들 이름도 ‘카이’인데, 스코틀랜드에선 ‘열쇠를 가진 자’라는 뜻이 있어요.” ―‘조수미 씨의 새 파트너’라고 들었다. 어떤 관계인가. “조 선배님이 저희 과 19년 선배시죠. 뵌 적은 아직 없는데, 최근 제 미니홈피에 들어오셔서 ‘힘내세요 카이 파이팅!’이란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본명인 ‘조수경’으로 쓰셨기에, 혹시? 하고 그쪽 미니홈피를 역추적해 들어갔더니 조수미 선배가 맞으셨어요.” ―박사과정 성악도가 왜 팝페라를 한다는 건가. “서울예고 재학시절부터 민속적이거나 대중적인 요소가 있는 성악을 좋아했어요.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를 좋아하는데, 정규 코스로 훈련받지 않은 데서 나오는, 민속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조수미 씨는 왜 테너가 아닌 바리톤을 콘서트 파트너로 골랐을까. “저도 대학 입학 때는 테너였어요. 이후 목소리가 점점 변해 바리톤의 음역을 갖추게 됐지만 테너 음역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제 장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면도기 광고에 나올 듯한 얼굴이다. ‘위너’인가. 몸도 단단해 보인다. “위너? 사실은 요즘 세간에서 말하는 기준(180cm)을 약간 넘은 정도예요. 얼마 전까지 ‘성악가적인 몸매’(투실투실)였는데, 더 많은 대중에게 나가기 위해 몸을 만들었어요. 성악 외적인 매력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죠.” ―팝페라 가수로서의 수명을 언제까지로 보나. “대중과 공감하는 음악을 하는 한은 아주 길 거라고 자신해요. 오늘날 말하는 명곡들은 작곡가 생전의 사람들과 호흡했던 음악들이죠. 저도 나중에 ‘클래식’으로 남을 만한, 탄탄한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알라냐 외 좋아하는 음악가나 가수는…. “조영남 씨죠. 노래뿐 아니라 그의 자유로운 예술관도 좋아합니다. 이성관은 좀 다르지만….” △목포 공연 28일 오후 7시 반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대공연장. 6만∼10만 원. 061-270-8375,6 △광주 공연 12월 6일 오후 6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7만7000∼16만5000원. 1588-076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열 살 때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을 만나 처음 배운 곡이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이에요. 그때 음악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됐죠. 내 음악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9월 경기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지휘자’로 등장했던 장한나 씨(26·사진)가 두 달 만에 ‘첼리스트’로 국내 순회 무대를 갖는다. 18일 경북 구미문예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브람스 소나타 1, 2번을 8회 공연한다.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 씨가 협연한다.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씨는 “최근 브람스 교향곡 악보를 연구하면서 브람스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졌다”고 설명했다. “첼로 소나타 2번과 교향곡 3번은 모두 F장조로 형제 같은 작품이에요. 첼로만 공부해선 몰랐을 브람스의 ‘음악적 기호’들을 많이 깨치게 됐죠.” 장 씨가 ‘정신적 스승’으로 불러온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씨도 18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갖는다. 두 사람은 17일 오후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장 씨는 “선생님의 공연을 보러 갈 시간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계획요? 첼리스트든 지휘자든 ‘아낌없이 나누는’ 음악가죠. 클래식 음악이 소수를 위한 예술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 힘쓰고 싶습니다.” 서울 연주회는 21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2월 5일 오후 2시반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3만3000∼11만 원. 02-749-130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마스터피스 시리즈 추위가 시작된 11월 중순 주말에 듣는 관현악 프로그램으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7번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두 위대한 오스트리아인의 작품 중 앞의 곡은 초겨울 오후의 화창한 햇살이 창으로 비쳐 오듯 느긋하면서도 포근한 감성을 전해준다.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인 뒤의 곡은 거대한 산악에 안기는 듯한 장중함과 의지를 표현한 작품으로서 저무는 한 해를 마음속으로 정리하며 듣기에 알맞다. 두 곡은 13일 정명훈이 지휘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린 서울시향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연주회 프로그램이었다. 첫 곡인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17번은 프랑스의 신예 피아니스트 세드리크 티베르기앵이 협연했다. 그의 터치는 경묘했고 불필요한 강약대조나 남다른 분절법(프레이징)의 강조가 없었다. 이런 결의 연주는 허식이 없는 반면 재미가 적을 수 있지만 티베르기앵은 정확한 무게를 달아내는 장인적인 타건(打鍵)으로 귀에 짝 달라붙는 소릿결의 재미를 선사했다. 첫 두 악장은 마치 고악기(古樂器) 악단들의 음반처럼 느긋했다. 독주자의 명징한 터치가 생생한 감각으로 살아났고, 은은하게 퍼지는 현악 합주 위에 플루트를 비롯한 목관의 솔로가 환하게 피어나는 표정이 화사했다. 변주곡 형식을 띤 세 번째 악장에서 단조의 변주가 등장하면서 언뜻언뜻 현과 목관에 그늘이 지는 듯한 느낌은 없는 ‘도돌이표’를 만들어 다시 듣고 싶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에 대해서는 연주 시작 전 작은 불안감이 있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200∼800Hz대의 중고(中高)음역 성분이 강하게 들린다. 레퍼토리에 따라서는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숙연하고 짙은 결의 브루크너 교향곡에는 너무 밝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1악장 서주 부분부터 총주(總奏·Tutti)가 태산처럼 굳건한 밸런스와 육중한 질감으로 귀를 파고들었다. 절도를 지킨 금관과, 제몫을 다한 저음 현의 공헌이 컸다. 2악장 트리오(중간부) 마지막 부분에서 트롬본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3악장 마지막 화음에서도 호른과 바그너튜바에 흔들림이 있었음을 짓궂게 지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유럽 명문 악단들도 흔히 겪는 일이다. 이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3층 끝과 합창석까지 가득 찼다. 이경구 서울시향 홍보마케팅팀장은 “공연 일정이 1년 단위로 잡히다 보니 연말이 가까울수록 좌석이 더 찬다”면서도 서울시향의 고정 관객이 나날이 늘어나는 것에 흐뭇해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불야성의 이름을 자랑하든 서울장안이 하룻날 밤 상시관제(常時管制)의 검은 막에 휩싸여 화려한 광채를 일허버린지 이미 4개월, 금 3일 연말의 상가를 위하야 상시관제 일부가 해제됨에 따라 밤거리의 요마(妖魔) ‘일류미네이슌’과 ‘네온싸인’이 등장하야 또다시 거리 사람의 눈을 호리고 있다.” ―동아일보 1937년 12월 4일자》“밤거리 밝히는 妖魔한숨짓는 조선 룸펜”수탈경제의 신기루 가스를 채운 유리관에 전류를 통과시키면 색색의 영롱한 빛이 나는 장치. 네온사인이 처음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1893년 미국 시카고 세계박람회였다. 1923년에는 미국의 상점 간판을 네온사인이 장식하기 시작했다. 조선에서는 1920년대 후반 일본인들이 상권을 형성한 경성의 명치정(명동)과 본정통(충무로) 일대에서 이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1934년 12월 8일 동아일보에 게재된 ‘네온 가두(街頭) 대매출 기(旗) 아래 한숨짓는 룸펜의 영자(影子·그림자)’라는 제목의 스케치 기사를 보면 연말 네온사인이 빛나는 거리를 보는 감성이 사뭇 현대적이다. “금은 패물과 능라비단이 오색령롱한 일류미네이슌(illumination)에 어울려 눈을 부시게 하고 전차소리 자동차소리 유행곡 레코드소리 어울려서 저문 거리를 휘몰아가지마는 바뿐 때도 한가한 이 거리의 룸펜군은 언제 이 땅에서 자최를 감추게 되는고?” 한반도로 넘어온 일본인과 일제 수탈의 수혜 계층을 제외한 조선 대중에게는 거리의 명멸하는 광채조차 먼 세상의 꿈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경성 거리만 색색 네온으로 물든 것은 아니었다. 1935년 6월 12일 신의주 일대에는 우박이 쏟아졌다. 다음 날 동아일보에는 ‘네온싸인과 가등(街燈) 박탄(雹彈·우박알)에 분쇄, 신의주 일대에 내린 우박에 총 피해 이만여원’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농작물이나 건물 유리창의 손실보다 네온사인이 깨진 피해액이 컸던 것이다. 1936년 봄에는 창경원 밤벚꽃놀이를 맞아 분수에 네온등을 설치했다. “금년도의 시설로는 춘당지(春塘池)에 직경 약 12메틀(미터)의 장려한 네온싸인의 분수탑을 건립하야 오채의 광파를 못 속에 비치게” 할 것이라고 1936년 4월 25일 동아일보는 전했다. 네온의 시대는 일제의 멈추지 않는 침략욕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일제는 경성에 등화관제를 실시했다. 8월 22일 동아일보는 “야시(夜市), 불의의 수면, 네온싸인도 실색(失色)”이라고 전했다. ‘적기’의 공습이 일어나지 않자 12월에는 상시관제를 해제했지만 한번 어두워진 경성의 밤거리가 예전처럼 밝아지지는 않았다. 광복 후 일본 상인들이 물러가고 6·25전쟁의 참화가 지나간 뒤 한동안은 ‘밝았던 1930년대 서울 거리’를 그리워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오늘날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전광판을 비롯해 다양한 조명 기구가 전국의 밤거리를 밝히고 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규제의 한파를 맞기도 했지만 탄생 100년이 넘은 네온사인은 오늘날에도 현대성과 물질적 풍요의 상징물로 건재하다. 늦은 밤 현란한 조명의 유혹을 따라 오가는 인파의 발걸음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이젠하임 가는 길/정준호 지음/452쪽·2만5000원·삼우반◇너 음악회 가봤니?/류준하 지음/436쪽·1만9500원·현암사 음악사는 길고 걸작은 많다. 듣도 보도 못한 명선율과 명곡이 세상에 가득하다. 그러나 음악사의 줄기를 이루는 기본 명곡 목록을 훑고 나면 ‘레퍼토리 확장’도 문득 벽에 부닥치게 마련. 두 권의 책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미끼를 쉴 새 없이 던지면서 음악사의 중심에서 변방까지 너른 명곡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젠하임…’은 서양 음악사와 이를 둘러싼 다른 여러 장르의 예술사를 교직(交織)하면서 다양한 시대의 예술적 이념을 펼쳐 보인다. 1부를 예로 들면 독일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에서 시작해 그뤼네발트를 주인공으로 한 힌데미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그뤼네발트의 그림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브람스나 드뷔시의 음악작품에서는 어떻게 소개되는지를 짚어보는 식이다. 그뤼네발트와 동시대인인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회화작품이 힌데미트와 동시대인인 마르티누의 음악작품에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도 비교한다. 이처럼 예술사를 종횡으로 누비는 다섯 개의 ‘링크’가 책의 전 5부를 이룬다. 저자는 ‘그라머폰 코리아’ 편집장을 지냈고 KBS 클래식FM ‘FM 실황음악’을 진행 중이다. ‘너 음악회…’는 개성 있는 선율, 돋보이는 형식, 최고의 연주가, 작곡가의 생애, 지리적 특징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감상용 명곡의 저변을 넓힌다. 제목만 보면 초보자용 음악 안내서로 보이지만, 웬만한 레퍼토리를 꿰고 있는 ‘고수’들에게도 효용가치가 높을 책이다. 푸치니 현악사중주 ‘크리산테미’나 레스피기 ‘새 모음곡’처럼 유명한 작곡가가 쓴, 덜 알려졌지만 매혹적인 곡도 만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민요, 대중적 춤곡, 팝 레퍼토리까지 소개한다. 음악 초보자와 상식이 풍부한 애호가, 진지한 마니아 세 사람의 대담 형식을 빌려 쉽게 읽힌다. 책에 귀를 대보았자 선율이 들릴 리는 없다. ‘너 음악회…’는 각 장에 추천 음반을 앨범 표지와 함께 소개했다. ‘이젠하임…’은 책에서 다룬 음악을 별도 CD로 발매했다. 저자가 전작인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에 소개한 작품들도 CD에 담았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15일까지 아트센터 개관 기념 페스티벌 지난달 17일 서울 강북구 번동 옛 드림랜드 터에 문을 연 ‘북서울 꿈의 숲’. 서울에서 네 번째로 큰 이 공원에는 산책로와 연못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콘서트홀(297석)과 퍼포먼스홀(283석), 미술관과 다목적홀 등을 갖춘 ‘꿈의 숲 아트센터’가 공원 내 새로운 지역 명소로 태어났다. 지난달 18일 시작된 개관 페스티벌은 일요일인 15일까지 이어진다. 공연 전후에 숲을 걷거나 해발 139m의 전망대에 올라가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듯하다. 남은 공연 일정을 간추려본다.○ 가야금 4중주 ‘여울’ 국립국악중고와 이화여대 한국음악과를 나온 젊은 여성 연주자 4명이 구성한 가야금앙상블. 가야금 명인 황병기 씨가 재능을 알아보고 팀 결성을 권해 2003년 창단했다. 클래식 재즈 록 등 다양한 음악적 감수성을 수용해 가야금 음악을 재창조한다. ‘밀양아리랑’ ‘스테어웨이 투 헤븐’ ‘섬집아기’ 등을 연주한다. 13일 오후 8시 콘서트홀.○ 국악앙상블 ‘아라연’ 해금 가야금 피리 피아노로 구성된 여성 4명의 앙상블. 창작곡 위주의 퓨전 국악 팀으로 산뜻하고 절제된 연주를 선보인다. 삼청각 상설공연 등에 출연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네 사람은 국립국악중고에 이어 서울대 국악과와 대학원을 동문수학한 사이. ‘바다에 띄운 연’ ‘이화우 흩뿌릴제’ 등을 연주한다. 14일 오후 5시 반 콘서트홀.○ 우광혁의 세계 악기 여행 세계 각국의 전통악기와 민속악기가 가진 색다른 매력을 찾아가는 콘서트. 1990년대부터 같은 주제로 450여 회나 해설음악회를 진행한 우광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해설을 맡는다.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나 루마니아의 팬플루트, 이탈리아의 오카리나처럼 익숙한 음색의 악기에서부터 마야 플루트, 아라비아 피리 등 낯선 악기까지 만날 수 있다. 1부에서는 해설자 스스로가 타악기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를 시연하고, 2부에선 바이올린 독주와 바리톤 독창이 이어지는 ‘음악회 속의 음악회’도 열린다. 세계 각국의 민요가 가진 특색을 알아보는 3부로 문을 닫는다. 15일 오후 5시 반 콘서트홀.○ 익스트림 댄스 코미디 ‘브레이크 아웃’ 2007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매진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은 퍼포먼스. 한국의 비보이와 팝핀, 비트박스 등을 버무려냈다. 배경은 교도소. 간수의 기상 호각 소리와 함께 매일같이 반복되는 아침체조로 감옥의 일상이 시작된다. 이어 죄수들의 자동차 수리장. 하늘에서 혜성처럼 ‘비급’이 떨어지고, 기상천외한 탈출극이 시작된다. 쫓기는 죄수들이 향한 곳은 병원과 성당. 간호사들과 수녀들을 잇달아 만나며 해프닝이 이어지고, 결국은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는데…. 13일 오후 7시 반, 14일 오후 3시 7시, 15일 오후 3시 퍼포먼스홀. 전 공연 1만 원. 8세 이상(콘서트홀), 36개월 이상(퍼포먼스홀) 입장가. www.dfac.or.kr, 02-2289-5401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46·사진)이 23일 오후 6시 반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남산룸에서 열리는 한국발레협회 주최 ‘발레인의 밤’ 행사에서 한국발레협회상 대상을 수상한다. 김복선 동아대 교수는 무용가상을, 김명회 서원대 교수는 작품상을 받는다.}

18일부터 각각 한국순회 첼로콘서트 《“마이스키 선생님은 정신적인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에요.”1994년 11세의 나이로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혜성과같이 떠올랐던 첼리스트 장한나 씨(26). 그는 콩쿠르 1년 전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씨(61·오른쪽사진)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뒤 마이스키 씨에게서 집중 레슨을 받았다. 그 뒤 국내외 언론과의 만남에서 그는 언제나 ‘마이스키선생님’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라이벌이 된 것일까. 두 사람이 각각 18일 시작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나란히 연다.》장 “브람스의 내면적 투쟁 들려줄것”마이스키, 파야-드뷔시 등 다양한 선곡○ 장한나, 브람스 소나타 집중 해부 장 씨는 18일 구미문예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12월 5일 서울 예술의 전당까지 8회의 공연을 연다. 프로그램으로는 육중하고 가을 느낌을 짙게 풍기면서 사변적인 브람스의 소나타 두 곡을 골랐다. 그는 “고전적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혁신적 비전을 제시하려 한, 브람스의 내면적 투쟁을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장 씨가 선택한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 2006년 발매한 슈만 피아노곡 앨범이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의 ‘이달의 선택 음반’으로 선정돼 실력을 인정받은 피아니스트다. 올해 3월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 협연, 10월 대한민국 음악제 출연에서도 깔끔한 연주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연은 20일 고양 아람음악당, 21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차 공연, 26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공연장, 28일 군포문예회관 대극장, 12월 1일 꿈의 숲 아트센터 콘서트홀, 3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이어진다. 21일 공연 3만3000∼11만 원. 1544-1555○ 마이스키, 친딸과의 동행 마이스키 씨도 장 씨를 ‘친딸처럼 아낀다는’ 소회를 자주 밝혔다. 그러나 이번 연주여행에는 ‘진짜 친딸’이 반주자로 동행한다. 피아니스트 릴리 마이스키다. 영국 퍼셀 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페스티벌을 비롯한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고 있다. 18일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두 사람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다양한 첼로 음색을 맛볼 수 있는 레퍼토리를 골랐다. 파야 ‘스페인 민요 모음곡’, 드뷔시 소나타 1번, 쇼스타코비치 소나타 등이다. 공연은 19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2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1일 인천문화예술회관, 22일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23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다. 20일 공연 5만∼14만 원. 02-599-5743○ 예전처럼 가까운가요? 글쎄…. 두 사람의 일정이 겹친 것을 보면 최근엔 자주 연락하지 않는 것일까. 마이스키 씨는 e메일로 보낸 질문에 “한나는 의외의 장소에서 깜짝 전화를 하는 식이었지 근황을 상세히 알리지는 않았다”며 “이번 콘서트에 대해서는 몰랐다. 한국에 가는 김에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연 중인 장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연기획사 PMG의 김지윤 과장은 “장 씨가 13일 기자회견에서 마이스키 선생이 자신을 성장시켜준 데 감사를 다시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동아일보 유윤종 기자}

소프라노 이정민 씨(사진)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이지현 씨의 반주로 독창회를 연다. 샤미나드 ‘저녁의 꿈’, 파야 ‘7곡의 스페인 민요’ 등을 노래한다. 이 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맨해튼 음대 석사과정을 마쳤고 서울대에 출강하고 있다. 2만 원. 02-584-509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대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일곤)이 수여하는 제4회 대원음악상 대상 수상자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씨(사진)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선정됐다. 상금 1억 원. 특별공헌상은 지휘자 임헌정 씨가, 연주상은 첼리스트 양성원 씨가 받았다. 시상식은 12월 4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

애창 가곡인 ‘한 송이 흰 백합화’ ‘동심초’ ‘이별의 노래’ 작곡가 요석 김성태 씨(사진)가 백수(白壽)를 맞았다. 그의 99회 생일(9일) 하루 뒤인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그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이 모여 기념 콘서트를 연다. 연주회를 준비하는 제자 김현중 씨(72·공주교대 음악교육학과 명예교수)에게 ‘선생을 뵐 수 있을지’ 물었다. “지난주 간단한 수술을 받으신 뒤 회복 중이며 청력이 좀 떨어지셔서 질문지를 전해 드리는 게 낫겠다”라는 답이었다. 건강에 대한 질문에 노작곡가는 “수술 회복 후엔 외출이나 활동에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답했다. 특별히 정이 가는 작품 하나만 뽑아달라고 하자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산유화’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올해 그에게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그가 1942년 친일 악단에 참여했다며 그를 ‘친일 인사’로 지정했다. 그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에 참가해 수감된 뒤 경신학교에서 퇴학당한 증거 서류를 제출했고, 친일인사 지정은 6월에 취소됐다. 그는 “애국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늦게나마 오명에서 벗어나 홀가분하다”라고 했다. 이번 연주될 교성곡(칸타타) ‘비바람 속에’는 1958년 정부수립 1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연주됐던 작품. 임헌정이 지휘하는 서울대음대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연주한다. 1부에서는 그의 가곡들을 서울대 교수인 테너 박현재, 소프라노 김인혜, 메조소프라노 윤현주, 바리톤 김성길 씨가 노래한다. 70이 넘는 나이에 스승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준비한 김현중 교수는 앞으로 요석 작곡전집 출판, CD 제작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만∼8만 원. 02-585-2934∼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두터운 팬 층을 지닌 피아니스트 세 사람이 ‘욕심껏’ 꾸린 프로그램으로 늦가을 청중을 찾아온다. 18세기 모차르트에서 20세기 부소니까지 넓은 시대를 아우르거나(백혜선 김정원 씨) 단 하나의 곡집에 집중하면서(박종훈 씨) 함부로 도전할 수 없는 까다로운 레퍼토리를 엮었다. 특히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세 사람의 리사이틀을 묶는 공통분모다. 리스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교를 피아노에 도입해 19세기 ‘피아노의 귀신’으로 불렸던 주인공.》 ○ 백혜선 씨 “리스트는 선악의 투쟁” “음악학자 앨런 워커가 지은 리스트의 삶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어요. 리스트의 편지를 모은 책도 읽었죠. 그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요.”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정식집에서 백혜선 씨를 만났다. 두 아이를 기르며 활동 중인 미국 뉴욕에서 바로 들어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1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1989년 뉴욕 링컨센터에의 국제무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다. 두터운 화음이 켜켜이 쌓이는 부소니 편곡 바흐 ‘오르간 코랄 전주곡’ 두 곡으로 문을 열고, 모차르트 소나타 K553과 약동하는 리듬이 특색인 버르토크의 소나타에 이어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로 문을 닫는다. 연주의 중심은 중간휴식 후 후반 30분을 독차지하는 리스트의 소나타다. 소나타 b단조는 기교의 어려움도 대단하지만 광포한 주제와 위로하는 듯한 모티브가 한없이 교차하는, 극적이면서 난해한 작품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 작품을 연습하다 보면 작곡가가 ‘선과 악의 투쟁’을 표현하려 했다는 확신이 들어요. 당시 그의 편지에도 ‘인기에 영합할 것인가, 진실한 음악을 쓸 것인가’라는 자기분열적인 고민이 많이 나타나죠. 인류 보편의 주제를 다룬 만큼 까다로운 껍질을 깨면 깊이 와 닿는 작품입니다.” 3만∼6만 원. 02-518-7343○ 박종훈 씨 “도전도 재미” “단거리 전력질주를 12번 반복하는 느낌이에요.” 박종훈 씨의 이탈리아 피렌체 자택에 3일 전화를 했다. 그는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스트 ‘초절(超絶)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을 연주한다. 국내 연주자로서는 최초다. “왜 하느냐”고 했더니 “도전도 재미잖아요”라고 받아쳤다. 초절기교 연습곡은 피아노 연습곡의 대명사인 카를 체르니에게 헌정한 곡.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짧은 12곡 각각이 극한의 기교를 실험하는 난곡으로 알려져 있다. 박 씨는 “긴 곡들도 곳곳에 손가락 근육이 쉬는 부분이 있는데 이 곡들에는 없다”며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그는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들을 한두 곡씩은 레퍼토리에 넣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것은 청중으로서도 색다른 경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2만∼5만 원. 02-780-5054○ 김정원 씨 “주력은 쇼팽에” 연주회 참가차 일본 도쿄에 체류 중인 김정원 씨는 3일 쇼팽의 소나타 2번을 연습하다 전화를 넘겨받았다. 그는 22일 오후 5시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시작으로 인천 광주 대전 창원 수원 성남 부산 전주 고양 서울에서 마라톤 순회 콘서트를 연다. 12월 3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막을 내린다. 그가 마련한 프로그램은 언뜻 백혜선 씨의 곡목을 연상시킨다. 부소니가 편곡한 바흐의 코랄프렐류드로 막을 열고, 모차르트의 곡인 ‘작은 별 변주곡’도 있다. 그러나 방점은 쇼팽에 찍힌다. 야상곡 작품 27-2와 소나타 2번을 후반부에 배치했다. 그는 “내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쇼팽을 콘서트에서 미리 기념하려 했다”고 말했다. 리스트 작품으로 그가 마련한 곡은 초절기교 연습곡 중 열한 번째 곡인 ‘저녁의 하모니’와 ‘베르디 리골레토 주제에 의한 패러프레이즈’. 후자는 젊고 힘 넘치는 피아니스트들이 앙코르곡으로 종종 연주하는, ‘서커스적인’ 화려한 작품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연 리사이틀에서도 ‘리골레토…’를 쳤어요(!) 이번엔 피아노의 다양한 느낌을 전하는 의미에서 포함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연주회의 주력은 쇼팽이에요. 피아니스트가 음악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곡가죠.” 서울 5만5000∼6만6000원, 기타 지역 3만3000∼5만5000원. 1588-7890, 1544-1555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폭발적인 성량과 정교한 표현력으로 1990년대 한국 대표 바리톤 중 한 사람으로 군림해온 고성현 씨(한양대 교수·사진)가 14년 만의 독창회를 갖는다. 5일 오후 7시 반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헨델의 라르고’로 알려진 헨델의 ‘그리운 나무 그늘’, 토스티 ‘꿈’, 김연준 ‘청산에 살리라’ 등 13곡을 노래한다. 고 씨는 2000년 이후 유럽으로 진출해 테너 호세 쿠라, 소프라노 인바 뮬라, 마리야 굴레기나 등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과 한 무대에서 공연해 왔다. 3만∼5만 원. 02-3274-860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지휘의 거장들/볼프강 슈라이버 지음·홍은정 옮김/576쪽·2만2000원·을유문화사“지휘자에게서는 인간의 모든 특성이 발견된다. 독보적인 지위 때문에 그의 인격은 전면에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음악의 건축가나 마술사일 수도 있고, 완벽주의자나 향락가일 수도 있다.” 19세기 후반의 한스 폰 뷜로부터 오늘날까지 9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성장 과정과 음악적 특징, 일화들을 소개했다. 대상이 많은 데도 건성건성 훑고 지나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나치게 건조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않게 전기적 사실과 주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푸르트벵글러나 카라얀의 나치 영합 논란, 토스카니니와 말러의 갈등 등도 상반되는 주장들을 잘 아우르려 애썼다. “연습장 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해도 소리가 달라졌다”는 식의 신비주의적인 증언은 넣지 않았다. 반면 지휘자들의 음악적 개성을 평가하는 데는 지나치게 조심했다는 느낌도 든다. 유진 오르먼디를 소개하면서 저자의 평가 대신 ‘그를 최고의 지휘자로 꼽는 데는 묘한 망설임이 있다’는 평론가 해럴드 숀버그의 모호한 말을 인용하고 마무리하는 식이다. 많은 지휘자를 지역적 시대적 특징에 따라 33개의 장으로 묶었지만 검색이 편하지 않다. 사전적 배열 방법을 택하는 것이 독자로서는 편했을 수 있을 듯하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서울시 오페라단(단장 박세원)이 베르디 완숙기의 걸작 오페라 ‘운명의 힘’을 11월 19∼22일 공연한다. 1990년 6월 이후 19년 만에 이 오페라단이 같은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공연 감상의 포인트를 다섯 가지 주제로 정리했다.▽두 남성의 대결이 돋보이는 ‘남자 오페라’ ‘운명의 힘’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여주인공인 소프라노 레오노라가 부르는 ‘주여 평화를 주소서’. 그러나 이 오페라 자체는 테너 돈 알바로와 바리톤 돈 카를로의 대결에 극과 음악 진행의 중심이 쏠리는 ‘남성의 오페라’다. 배경은 18세기 스페인. 레오노라는 아버지가 연인 돈 알바로와의 결혼을 반대하자 야반도주를 하려다 권총 오발로 아버지를 죽게 만든다. 오빠인 돈 카를로는 돈 알바로에게 복수를 다짐하는데….▽1990년대 대표스타 테너 김남두-바리톤 고성현 조우 돈 알바로 역에 테너 김남두, 돈 카를로 역에 바리톤 고성현이 출연해 무대 분위기 장악을 놓고 팽팽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1990년대 한국 오페라 무대의 ‘젊은 파워’였던 두 사람은 1998년 국립오페라단의 ‘오텔로’에 함께 출연한 이래 이번이 11년 만의 첫 공연(共演) 무대다. 돈 알바로역에는 이정원 이병삼, 돈 카를로 역에는 최진학 노희섭 씨가 가세한다. 비운의 여주인공 레오노라 역에는 소프라노 김인혜 김은주 임세경 씨가 출연한다.▽서울시 오페라단 ‘베르디 걸작 5선’ 마지막 무대 2007년부터 3년간 계속된 시리즈 완결편. 무대와 연기에 ‘원작 그대로’를 강조하는 ‘정통성’이 시리즈의 핵심 포인트다. 먼저 공연한 리골레토, 가면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돈 카를로 등 4편은 각각 유료관객 8000∼1만266명을 동원하는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2007년 공연된 ‘가면무도회’는 그해 인터파크 클래식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감동 배가하는 서곡 유명한 ‘운명의 힘 서곡’이 (당연히) 바로 이 작품의 서곡이다. 영화 ‘마농의 샘’ 배경음악으로 쓰인 오보에 멜로디가 특히 친숙하다.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까지 갖춰 전 세계의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서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서곡이다.▽대한민국의 중심 세종로에서 오페라를 1978년 개관 이후 대한민국 오페라의 산증인 역할을 해온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그러나 1993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개관 이후 전막 오페라는 연 2, 3회만 공연된다. 이번 무대는 세종문화회관 앞의 광화문광장이 문을 연 뒤 이곳에서 처음 공연되는 전막 오페라. 공연 전후 청계천과 광화문광장을 걸어보는 것도 ‘문화체험의 보너스’가 될 듯하다. 19, 20일 오후 7시 반, 21일 오후 3시 7시 반, 22일 오후 5시, 2만∼8만 원. 02-399-1114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영화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로 익숙한 악기 소리, 만돌린 같으면서도 더 야성적이고 중후한 음색이 떠오른다면? 러시아의 민속악기 ‘발랄라이카’다. 발랄라이카와 아코디언으로 질풍 같은 소리를 빚어내는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의 ‘타타르스탄 국립전통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한다. 11월 3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타타르스탄 국립전통오케스트라는 1993년부터 러시아를 대표하는 민속 문화사절단으로 전 세계 순회공연을 펼쳐왔다. ‘켜는’ 현악기 위주인 서구 오케스트라와 달리 ‘퉁기는’ 현악기 위주로 독특한 분위기의 음색을 전달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로돕스카야 ‘러시아 민요 두 곡에 의한 환상곡’과 영화음악 멜로디 등을 연주한다. 러시아 공훈예술가인 아나톨리 슈티코프가 지휘한다. 올해 5월 타타르스탄을 찾아 이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한 작가 하일지 씨(동덕여대 교수)는 “타타르스탄 민속오케스트라 연주는 전형성과 권위에서 벗어나 인간의 서정성과 직접 교감하는, 평민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한 음악”이라고 평했다. 2만∼10만 원. 1577-776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오랜만입니다.” 우리말 발음이 또렷했다. ‘한국어를 배우느냐’고 물었더니 “수업하는 데 필요한 말부터 우선 익혔다”고 했다. ‘점점’ ‘조금 더’ ‘반대로’…. “다음 학기엔 시간을 내서 한국어 회화 강의를 들을 겁니다. 한두 해가 아니고 ‘오래’ 있을 거니까요.” 아비람 라이케르트(37). 올 3월 임용된 서울대 피아노과의 유일한 외국인 교수다. 이스라엘인인 그는 1996년 국내 최초의 국제음악콩쿠르였던 제1회 동아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떠오르는 시원스러운 웃음이 13년 전과 다름없다. 그가 11월 11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체임버홀에서 임용 후 첫 독주회를 갖는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8번, 슈베르트 소나타 D 960과 즉흥곡 작품 90-3을 무대에 올린다. 두 가지나 되는 한국과의 큰 인연이 예사롭지 않다. 동아국제음악콩쿠르가 그를 이 자리로 불러온 것일까. “저를 교수로 뽑아주신 분들에게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우승 경력은 틀림없이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때 연주 모습을 기억하는 분도 많았으니까요. 그렇지만 피아노과 교수로서 저는 ‘최고의 학생’이 있는 곳을 찾아온 겁니다. 오늘날 어디에 최고가 있는지는 누구나 다 압니다. 바로 한국이죠.” 13년 전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슈베르트를 꼽았다. 결선 연주곡으로는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3번을 선택했다. 이번 프로그램도 슈베르트와 프로코피예프의 후기 소나타다. “긴 시간이죠. 많은 작곡가를 섭렵했어요. 하지만 옛 사랑은 변하지 않죠.(웃음)” 후기 소나타란 대체로 깊고 무거운 감정을 표현하기 마련이지만 두 작품은 희망적인 느낌으로 끝난다. 끝없을 듯 이어지는 긴 멜로디도 비슷하다. B플랫장조라는 점도 공통된다. “한 세기가 차이나는 시대의 작품이지만 놀랄 정도로 유사하죠. 제가 이 먼 나라에 와서 제 학생들에게서 저와 같은 점을 찾아내는 것처럼 놀라워요”라며 그는 정말 놀란 듯 눈을 치떴다. “한국에선 가르치는 일과 연주 활동을 병행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데…”라고 떠보았다. 그는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일이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고 했다. “가르치는 과정에서 연주가 변해요. 깊어지고 편안해지죠. 학생들에게 곡에 대해 설명한다는 건 나 자신에게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연주회를 계기로 한국 청중과의 접촉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11월에는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등을 담은 앨범이 나온다. 5월에는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주곡을 협연한다. 연주곡은 논의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이국 체류를 즐길까. 가족이 있기는 한 걸까. “저요? 갓난아이 아빠예요. 넉 달 전에 ‘파도’라는 뜻의 딸 갈리를 낳았죠.” 서울은 기대보다 훨씬 문화적 환경이 풍요해서 부인이 갈리를 자기에게 맡기고 저녁에 음악회를 보러 가기도 한다며 그는 웃었다. 음대 로비를 나서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만났다. 만난 지 7개월 된 새 선생님을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순수하고 열정적이세요. 레슨을 받다 보면 저절로 곡을 사랑하게 만들어 주세요.” 김혜영 씨(2학년)의 말에 석사과정 김성현 씨가 “3, 4학년에게는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곡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격하세요. 작품의 내면을 진지하게 찾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할 때는 따끔하게 지적하시죠.” 헤어지기 직전 그는 ‘기사 속에 감사의 말을 꼭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제가 임용될 당시 문익주 교수님이 비자문제 등에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음대의 모든 분도 열정적으로 도와주셨고….” 마치 한국인 음악가를 만난 듯했다. 내국인의 부탁이라면 ‘다른 쓸 말이 많다’며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왠지 그의 말은 거절하기 힘들었다. 3만 원. 02-780-5054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라이케르트 교수는:▽이스라엘 텔아비브 루빈 뮤직아카데미에서 아리 바르디를 사사 ▽1995년 프랑스 에피날 국제콩쿠르 대상 ▽1996년 제1회 동아국제콩쿠르·브레멘 국제콩쿠르 우승 ▽1997년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 동메달 ▽2001∼2008 미국 미시간 그랜드밸리주립대 피아노과 부교수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루살렘 방송 교항악단,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카고 신포니에타 등과 협연}

바로크 작곡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고전주의 작곡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낭만주의 작곡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이 세 곡을 하루 저녁에 연주한다면? “협주곡만 연주한다고? 약간 특이한 콘서트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을 모두 같은 연주자가 소화한다면? 24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양성식 바이올린 독주회가 그런 무대다. 이대욱 지휘 서울클래시컬플레이어스가 협연하고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원정 씨가 또 다른 독주자로 나선다. 체력이 좋은 서구 연주가 중에는 간혹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을 하룻저녁에 치는 식의 ‘만용’을 부리는 이도 있다. 그렇지만 전혀 다른 시대의 작품 세 곡을 하루에 연주하는 것은 체력의 문제를 넘어 치밀한 악보 해석 등 남다른 사전작업을 필요로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씨의 과감한 도전이 범상치 않게 보이는 이유다. 양 씨는 11세 때 처음 독주회를 연 ‘음악신동’. 1988년 런던 칼 플레시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BBC 교향악단, 몬테카를로 교향악단 등 세계적 악단과 협연했다. 음악에 취미가 없는 사람도 “1990년대 의류회사 광고에 출연해 ‘그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들어왔다’는 카피로 기억된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하면 “아∼ 그 사람”이라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음악 비평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의 시벨리우스 협주곡 연주에 대해 “확신에 찬 연주이며 맑은 음색과 흠잡을 데 없는 정확함이 인상적이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파리 롱티보 국제콩쿠르의 심사위원을 지냈고 2010년 세계 최고권위의 콩쿠르 중 하나인 파가니니 국제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올해 그는 대구가톨릭대 교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서울클래시컬플레이어스의 김영아 대표는 앞으로 대구가톨릭대가 주관하는 국제음악제와 국제콩쿠르의 음악감독으로 양 씨가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3만∼20만 원. 02-501-133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