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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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06-29~2025-07-29
종교71%
문학/출판13%
역사7%
음악3%
인사일반3%
문화 일반3%
  • 무안공항서 주일예배 맡은 김준영 목사 “설교가 아니라, 함께 있고 울어주려 간 것뿐”

    “설교라고 부르는 건 가당치도 않아요. 지금은 설교할 때가 아니라, 함께 있고 함께 울어줄 시간이니까요.”5일 전남기독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 교회들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과 조문객들을 위한 예배를 올렸다.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뒤 첫 주일 예배다. 이날 설교를 맡았던 무안 대중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 김준영 목사(67)는 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그 어떤 성경 구절로도 유가족의 아픔을 달랠 수는 없다”며 “함께 예배를 드렸지만, 목사로서 설교하는 자리가 아니라, 옆에 있어 주고 아픔을 함께하는 자리였다”라고 말했다.이날 예배는 참사로 경황이 없어 교회에 갈 수 없는 유가족과 조문객들을 위해 마련됐다. 때문에 예배 시간도 일요일이지만 평소 교회 예배 시간과 다르게 오후 3시로 늦게 잡았다. 슬픔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유가족을 위한 배려였다. 김 목사는 “밤새 한잠도 못 잤거나 새벽에나 잠깐 눈을 붙였을 텐데, 평소 교회 예배처럼 아침 예배를 드릴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늘 하는 설교였지만 이날만큼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참사 규모가 클수록 희생자, 피해자는 물론이고 유가족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이에 섣부른 위로가 자칫 또 다른 형태로 피해자, 유가족을 공격하는 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설교를 예배당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참사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유가족들이 상처받거나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며 “혹시나 본의 아니게 말실수라도 하면 유가족들을 더 아프게 할 수 있기에 부담도 컸다”라고 떠올렸다. 무엇보다 자신이 비록 목사지만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청천벽력처럼 떨어졌는데, 신앙을 가졌기 때문에 원망도 못하고 속으로 품고만 있으면 더 아프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거꾸로 왜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하는지 하나님께 묻고, 원망하고, 너무하신다고, 이렇게 독하신 분인지 몰랐다고 얼마든지 따지라고 했지요.”대신 김 목사는 “아픔은 크지만, 그 때문에 남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힘들고 고통스럽게 산다면 그건 먼저 떠난 분들이 바라는 게 아닐 것”이라며 “그래서 얼마든지 하나님을 원망하고, 대신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났을 때 먼저 간 자식 부모 형제 친구가 속상해하지 않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힘을 내 살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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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티격태격 700년 패권 이끈 두 나라

    작금의 어지러운 나라 상황을 보며 대한민국이 대체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인 이들이 많다. 광복을 맞은 지 불과 70여 년 만에 이룩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세계 7번째로 독자적 우주발사체 기술을 개발한 나라, 군사력은 세계 6위, K팝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 강국…. 그런데, 요즘 위정자들이란 사람들의 해괴한 행태를 보면 신라까진 바라지도 않고 100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태풍 속을 지나면서도 선장과 선원들이 싸움만 하는 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난파 외에 뭐가 있을까.이 책은 영국 역사학자이자 전쟁사학자인 저자가 고대의 두 패권국인 로마와 페르시아(정확히는 파르티아와 그 뒤를 이은 페르시아)의 700년간의 갈등과 대립을 서술했다. 얼핏 보면, 두 나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과 정치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나열한 것 같지만,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어떻게 두 나라가 700여 년을 지속해 생존할 수 있었는지’다. 허구한 날 안에서는 정쟁, 밖에서는 전쟁만 하는 나라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아니기 때문이다.“권력과 패권을 놓고 경쟁한다고 해서 로마나 파르티아가 상대방을 폐쇄적으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서로 경계하고 모욕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공존하는 것을 만족스럽게 여겼다. 황제와 왕중왕들은 이렇게 평화 공존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8장 ‘상업에 능숙한 사람들’에서)저자는 고대 세계의 두 패권 국가가 그 오랜 세월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양쪽 지도자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무엇이 가장 큰 관심사인지 판단하며 그것을 성취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늘 그런 지도자로 가득 차 있던 것도 아니고, 항상 잘한 선택만 한 것도 아니지만 근본적인 흐름은 그랬다는 것이다.벌써 한 달 넘게 위정자라는 이들이 ‘나라와 국민은 모르겠고 너만 쓰러뜨리면 소원이 없겠다’며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읽는 것은 로마와 페르시아 이야기인데, 머릿속에서는 우리나라 걱정에 한숨만 나오게 만드는 책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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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교총 대표회장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혼란, 하루속히 해결돼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김종혁 대표회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으로 대한민국은 극렬한 정쟁 속에 빠져있다”라며 “법적·정치적으로 빠른 해결을 통해 더 이상의 국민적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김 대표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1월 중순으로 설날을 향해 가고 있지만, 새해의 기대와 소망보다는 정리되지 않는 일들이 우리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교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 평화와 화해의 길을 여는 데 기여 해야 한다고 믿는다”라며 “한교총은 어떠한 정치적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양심과 믿음에 따라 정의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라고 덧붙였다.한교총은 올해 한국 기독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 기독교 역사를 재조명하고, 종교문화자원 보존을 위한 각종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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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 첫 자서전 ‘희망’, 80개국서 동시 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자서전 ‘희망’(원제 Spera·사진)이 14일(현지 시간) 세계 8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300여 쪽의 ‘희망’은 1936년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교황의 인생을 담고 있다. 원래 사후에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가톨릭교회가 25년마다 맞이하는 은총의 해인 희년을 맞아 올해 출간했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으로 직접 교황직을 인수·인계받는 유례없는 일을 겪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로마 남부 교황 여름 별장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베네딕토 16세를 만났던 일도 밝혔다. 베네딕토 16세가 커다란 흰색 상자를 건네며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나는 여기까지 했고, 이런 조처를 했으며, 이런 사람들을 해임했으니, 이제는 당신 차례”라고 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자 안에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과 관련된 문서들과 학대, 부패, 어두운 거래, 잘못된 행위들에 대한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황이 흰 상자의 비밀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89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이상설과 자진 퇴임설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교황은 2021년 7월 결장 협착증 수술을, 2년 뒤엔 탈장 치료 수술을 받았다. 교황은 “나는 건강하다. 간단하게 말해 늙었을 뿐”이라며 “수술받는 동안에도 사임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희망’ 한국어판은 다음 달 말쯤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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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첫 자서전 ‘희망’ 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자서전 ‘희망’(원제 Spera)이 14일(현지 시간) 세계 80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300여 쪽의 ‘희망’은 1936년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교황의 인생을 담고 있다. 원래 사후에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가톨릭교회가 25년마다 맞이하는 은총의 해인 희년을 맞아 올해 출간했다.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으로 직접 교황직을 인수·인계받는 유례없는 일을 겪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로마 남부 교황 여름 별장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베네딕토 16세를 만났던 일도 밝혔다. 베네딕토 16세가 커다란 흰색 상자를 건네며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나는 여기까지 했고, 이런 조처를 했으며, 이런 사람들을 해임했으니, 이제는 당신 차례”라고 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자 안에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과 관련된 문서들과 학대, 부패, 어두운 거래, 잘못된 행위들에 대한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교황이 흰 상자의 비밀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89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이상설과 자진 퇴임설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교황은 2021년 7월 결장 협착증 수술을, 2년 뒤엔 탈장 치료 수술을 받았다. 교황은 “나는 건강하다. 간단하게 말해 늙었을 뿐”이라며 “수술받는 동안에도 사임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희망’ 한국어판은 다음 달 말쯤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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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경 너무 어려워… 흥미 느끼게 쉽게 썼죠”

    “어른인 저도 처음 성경을 읽을 때는 너무 어려워서 몇 번이나 책장을 덮게 되더라고요. 처음 성경을 접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썼지요.” 9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방송인 조혜련 씨는 최근 ‘조혜련의 잘 보이는 성경 이야기’(오제이엔터스컴·사진)를 출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초등학생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한 신·구약 이야기를 이정준 작가가 그린 1300여 장의 그림과 함께 책에 담았다. 속량(贖良) 등 어려운 단어는 ‘돈 등으로 값을 지급해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풀어 썼다. 문장도 성경의 원뜻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여기에 제사장들이 입는 세마포 겉옷 위에 걸치는 소매 없는 조끼인 ‘에봇’, 제사장들이 손발을 씻는 데 사용했던 ‘물두멍’, 제물을 태워 올리는 단인 ‘번제단’ 등은 그림과 함께 소개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내용의 오류를 막는 것이었다고 한다. 조 씨는 “그림을 중심으로 성경 구절을 설명하려다 보니 내용을 압축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과정에서 성경의 의미와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면 안 되기에 해석상 논란이 있는 부분은 빼고 전문가들의 감수도 받았다”고 했다. 감수는 백석대 신학과 김병국 교수와 이해원 목사가 맡았다. 개그우먼답게 초심자들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과하지 않은 선에서 그만의 위트도 넣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 에서와 야곱을 설명할 때, 에서는 MBTI가 ‘E’고 야곱은 심한 ‘I’라고 묘사하는 식이다. 지난해 평택대 피어선 신학전문대학원 역사신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매일 3시간씩 7개월간 책을 썼다고 한다. 조 씨는 자신의 책이 “성경 입문을 돕는 바람잡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가 배경이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시대 문화나 용어, 시대적 상황 등을 설명한 관련 서적이나 주석을 계속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교회를 오래 다녀도 성경 구절만 알지 역사적 맥락과 함께 이해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는 것이다. “초벌구이 된 고기가 먹기 편한 것처럼, 성경의 기본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을 먼저 본다면 성경에 더 흥미를 느끼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 씨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은 읽으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성경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누구나 책을 사용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소유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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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경에 대한 흥미 느끼도록…입문 돕는 바람잡이 되고파”

    “어른인 저도 처음 성경을 읽을 때는 너무 어려워서 몇 번이나 책장을 덮게 되더라고요. 처음 성경을 접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썼지요.”9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방송인 조혜련 씨는 최근 ‘조혜련의 잘 보이는 성경 이야기’(오제이엔터스컴)를 출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초등학생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한 신·구약 이야기를 이정준 작가가 그린 1300여 장의 그림과 함께 책에 담았다. 속량(贖良) 등 어려운 단어는 ‘돈 등으로 값을 지급해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풀어 썼다. 문장도 성경의 원뜻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여기에 제사장들이 입는 세마포 겉옷 위에 걸치는 소매 없는 조끼인 ‘에봇’, 제사장들이 손발을 씻는 데 사용했던 ‘물두멍’, 제물을 태워 올리는 단인 ‘번제단’ 등은 그림과 함께 소개했다.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내용의 오류를 막는 것이었다고 한다. 조 씨는 “그림을 중심으로 성경 구절을 설명하려다 보니 내용을 압축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과정에서 성경의 의미와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면 안 되기에 해석상 논란이 있는 부분은 빼고 전문가들의 감수도 받았다”라고 했다. 감수는 백석대 신학과 김병국 교수와 이해원 목사가 맡았다.개그우먼답게 초심자들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과하지 않은 선에서 그 만의 위트도 넣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 에서와 야곱을 설명할 때, 에서는 MBTI가 ‘E’고 야곱은 심한 ‘I’라고 묘사하는 식이다. 지난해 평택대 피어선 신학전문대학원 역사신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매일 3시간씩 7개월간 책을 썼다고 한다.조 씨는 자신의 책이 “성경 입문을 돕는 바람잡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가 배경이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시대 문화나 용어, 시대적 상황 등을 설명한 관련 서적이나 주석을 계속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때문에 교회를 오래 다녀도 성경 구절만 알지 역사적 맥락과 함께 이해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는 것이다.“초벌구이 된 고기가 먹기 편한 것처럼, 성경의 기본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을 먼저 본다면 성경에 더 흥미를 느끼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조 씨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은 읽으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성경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누구나 책을 사용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소유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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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꼰대의 잔소리’ 대신 현명한 조언을

    중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뭔가 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하면 “그거 한때의 재미야” 또는 “네가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래”라며 하면 안 되는 이유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 대화는 기승전 ‘네가 지금 해야 할 것은 공부고, 그런 것은 대학 가서 하면 된다’로 끝나고,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더 이상 뭔가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를 안 하게 된다. ‘아직 어려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에 하는 말이겠지만, 듣는 입장에선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얼마나 하고 싶은지 서로 이야기하고 상황이 허락하는 안에서 아이가 바라는 것을 접하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세계적인 발달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청소년의 뇌는 미성숙하기에 이성적으로 판단해 행동하기 어렵다’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학교, 가정, 직장에서 젊은 세대에 대한 어른들의 조언과 피드백이 실패하는 이유는 청소년이 미성숙하고 충동적이어서가 아니다. 어른들이 청소년의 뇌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누구와 친하게 지내라거나, 어떤 농담을 하라거나, 어떤 옷차림을 하라고 지시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많은 사람이 무시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것이다. 청소년에게 어른의 뜻을 강요하는 것은, 자신들의 문화 속에서 의미 있고 존중받을 만한 역할을 할 방법을 찾아내는 주체적인 학습자가 되려는 욕구를 그들에게서 빼앗는 셈이 된다.”(6장 ‘질문: 지시하지 않는다’에서) 오래전, 지금은 돌아가신 96세인 증조할머니와 집에서 한 아침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때였다. 70세쯤 된 노인 세 분이 출연해 요즘 젊은이들의 개념 없는 행태를 개탄하고 있는데, 할머니 말에 ‘빵’ 터졌다. “니들은….” 책을 읽다 보니, 드럼을 갖고 싶다는 증손자의 철모름을 탓하지 않고, 나중에 보태라며 허리춤에서 당신의 용돈을 꺼내 주신 그 마음이 그리워진다. 원제 ‘10 to 25 The Science of Motivating Young Peopl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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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가사 입어도 계율 못지키면 지옥행… 불제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죠”

    “가사(袈裟)를 수(垂·드리우다)하고만 있어도 공덕이 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불제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기도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가사 명장 무상 대종사는 6일 “가사에 담긴 정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가사는 승려가 장삼 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를 일컫는다. 펼쳐 놓으면 평범한 직사각형 천처럼 보이지만, ‘바느질 세 땀만 떠도 공덕을 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정성이 들어간다. 속리산 정이품송이 고즈넉하게 서 있는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만난 무상 대종사는 “예전에는 가사에 침이 튀지 않게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중간에 해우소를 가려면 헌 옷으로 갈아입고 다녀올 정도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종단 내 통일된 가사를 보급하는 가사원 도편수를 40년간 맡아온 그는 지난해 9월 조계종 첫 가사 명장에 위촉됐다. 여러 조각의 천을 이어 만드는 가사는 조각의 수에 따라 하품 9·11·13조, 중품 15·17·19조, 상품 21·23·25조의 9품으로 나뉜다. 극락세계 9품을 상징하는데, 25조는 법계가 가장 높은 종정과 대종사에게 수여된다. 무상 대종사는 “조금이라도 구겨진 채 바느질하면 모양이 흐트러지기에 한 장을 이을 때마다 다림질하고 다시 바느질해야 한다”며 “개인 실력과 몇 조를 만드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20일 정도가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60여 년을 천착해 온 일이지만 시작은 참 단순했다. 1960년대 중반 가사 한 벌 얻어볼 요량으로 한 절의 가사불사에 참여해 심부름하다가 당시 최고의 편수인 법장 스님 눈에 들었다고 한다. 많게는 100여 명이 모여 한쪽에선 천을 재단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바느질과 다림질을 하던 시절이었다. 제법 일머리가 있었는지 법장 스님은 이후 가사불사가 있을 때마다 그를 데리고 다녔다. 어느 해인가 가사불사 요청이 왔을 때 그에게 자신이 재단할 때 쓰던 대나무 자(가사 자)를 건네며 맥을 잇게 했다. “그 누구도 가사를 입으면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지요. 설사 싸우더라도 가사를 입고 싸우는 중은 없으니까요. 하하하.” 무상 대종사는 “가사를 가리켜 해탈복, 청정의, 복전의(福田衣)라고 부르지만 동시에 인욕(忍慾)과 계율을 상징하는 옷”이라며 “아무리 공덕이 큰 가사를 입었어도 계율을 지키지 못하거나 출가자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지옥행이니 수행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라고 말했다.보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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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사(袈裟)는 출가자에게 가장 무서운 옷이지요”

    “가사(袈裟)를 수(垂·드리우다)하고만 있어도 공덕이 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불제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기도 합니다.”대한불교조계종 가사 명장 무상 대종사는 6일 “가사에 담긴 정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가사는 승려가 장삼 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를 일컫는다. 펼쳐 놓으면 평범한 직사각형 천처럼 보이지만, ‘바느질 세 뜸만 떠도 공덕을 쌓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정성이 들어간다.속리산 정이품송이 고즈넉하게 서 있는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만난 무상 대종사는 “예전에는 가사에 침이 튀지 않게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중간에 해우소를 가려면 헌 옷으로 갈아입고 다녀올 정도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종단 내 통일된 가사를 보급하는 가사원 도편수를 40년간 맡아온 그는 지난해 9월 조계종 첫 가사 명장에 위촉됐다. 여러 조각의 천을 이어 만드는 가사는 조각의 수에 따라 하품 9·11·13조, 중품 15·17·19조, 상품 21·23·25조의 9품으로 나뉜다. 극락세계 9품을 상징하는데, 25조는 법계가 가장 높은 종정과 대종사에게 수여된다. 무상 대종사는 “조금이라도 구겨진 채 바느질하면 모양이 흐트러지기에 한 장을 이을 때마다 다림질하고 다시 바느질해야 한다”며 “개인 실력과 몇조를 만드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20일 정도가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말했다.60여 년을 천착해 온 일이지만 시작은 참 단순했다. 1960년대 중반 가사 한 벌 얻어볼 요량으로 한 절의 가사불사에 참여해 심부름하다가 당시 최고의 편수인 법장 스님 눈에 들었다고 한다. 많게는 100여 명이 모여 한쪽에선 천을 재단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바느질과 다림질을 하던 시절이었다. 제법 일머리가 있었는지 법장 스님은 이후 가사불사가 있을 때마다 그를 데리고 다녔다. 어느 해인가 가사불사 요청이 왔을 때 그에게 자신이 재단할 때 쓰던 대나무 자(가사 자)를 건네며 맥을 잇게 했다.“그 누구도 가사를 입으면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지요. 설사 싸우더라도 가사를 입고 싸우는 중은 없으니까요. 하하하.”무상 대종사는 “가사를 가리켜 해탈복, 청정의, 복전의(福田衣)라고 부르지만 동시에 인욕(忍慾)과 계율을 상징하는 옷”이라며 “아무리 공덕이 큰 가사를 입었어도 계율을 지키지 못하거나 출가자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지옥행이니 수행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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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청에 사상 첫 여성장관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2주 앞둔 6일(현지 시간) 로버트 매컬로이 추기경(71)을 미국 워싱턴의 차기 대주교로 임명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를 비판하고 이민자 인권을 옹호해 온 매컬로이 추기경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화된 반(反)이민 정책에 맞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톨릭 전문매체 CNA는 이날 교황청 발표를 인용하며 매컬로이 추기경은 미국 추기경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다고 보도했다. 매컬로이 추기경은 트럼프의 첫 임기 때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에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트럼프 반이민 정책의 방해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봉헌생활회·사도생활단성(수도회성) 장관에 이탈리아 출신인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60·사진)를 임명했다. 교황청 장관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수도회성은 교황청의 중앙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중 하나로, 세계 가톨릭교회 안 모든 수녀와 수사의 입회부터 퇴회까지 종교 생활을 책임지는 곳이다. 브람빌라 장관 임명은 가톨릭교회 안에서 여성의 지위가 변화하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교황은 여성의 교회 참여를 늘리기 위해 2021년 교회법을 개정해 가톨릭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 참여에 성별 구분을 없앴다. 2022년에는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들이 바티칸시국의 여러 부서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바티칸 헌법을 승인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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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앞에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설교”

    “교회는 기도하러 온다면, 그 어떤 사람도 받는 곳이니까요.” 7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만난 유상진 담임목사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교회 방문으로 난처한 일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영암교회는 윤 대통령이 초1 때부터 중1 때까지 다닌 곳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첫해인 2022년 성탄절 예배와 2023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를 이곳에서 드렸다. 이 때문에 정치 성향이 다른 신도들로부터 상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유 목사는 대통령실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 요청이 왔을 때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옳은 것 아니냐”라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영암교회가 이태원 참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데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지 희생자 추도는 참사 현장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 유 목사는 “의견은 말했지만 ‘꼭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해 방문을 거절하지는 않았다”라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교회가 기도드리러 오는 사람을 거절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설교에서 그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라는 구절을 인용했다고 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라면 희생자와 유가족 옆에 있어야 한다는 뜻을 성경을 빌려 말한 것. 유 목사는 “부목사와 교회 관계자들은 뜨끔하며 놀란 눈치였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지러운 시국 탓에 교회 안에서도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걱정했다. 유 목사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갈등을 겪는 원인은 내가 사랑하는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서로 다른 생각으로 불편하더라도 서로 가르는 것을 넘어 더 큰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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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뉴욕서 평양까지 예술 테마 기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역학조사관을 지냈던 사람에게 “미국은 왜 감염자 동선을 파악하지 않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누적 사망자가 51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사망자가 많았지만, 지하철 탑승 시간까지 파악하는 우리와 달리 역학조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넓어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이동을 통제하고 감염병을 박멸하는 게 아니라, 감염 차단은 노력하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라고 말했다. ‘공간의 크기’가 국가와 도시의 보건 정책은 물론이고, 팬데믹 기간 시민의 삶과 생활방식, 심지어 생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이 된 셈이다. ‘공간의 크기’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수백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해 온 예술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아일랜드 국립미술관 관장인 저자는 인간 문명의 집합체인 도시가 그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 인간의 삶을 반영해 온 예술, 그 속에 사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어떻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말한다. 각각 특색 있는 15개 도시를 소개했는데, 평양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쓴 건축에 관한 책 중 기념비적 공간에 대한 그의 견해가 있는데, 이것이 지금의 평양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기념비적) 공간에는 초상화나 조각품과 같은 초점이 있어야 하며, 이를 주변이 압도하지 않아야 한다. 그 뒤로는 주변 건물이나 풍경을 차단하는 배경이 있어야 하며… 이것은 초점에다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15장 평양: 통제 중) 이런 공간 중 하나가 높이 20m가 넘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이 서 있는 평양 만수대기념비 앞이다. 이곳에 온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거대한 두 부자의 동상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그 앞에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열광하고 울기까지 한다.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이란 부제가 소름이 끼친다. 원제 ‘The Power of art’.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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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태아부터 죽음까지 생명존중”… 새해 첫 미사서 ‘낙태 반대’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새해 첫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1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에서 “모든 사람이 태어난 모든 아이를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며 “태아의 생명, 아이들의 생명, 고통받고 가난하고 늙고 외롭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생명 등 소중한 삶의 선물을 보호하라”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수태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촉구한다”며 “그래야 각자가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벨기에를 방문한 교황은 재위 중 낙태법 승인을 거부했던 벨기에 5대 국왕인 보두앵 1세 묘를 방문해 낙태법을 ‘살인적인 법’이라고 부르며 “보두앵 국왕이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며 그를 ‘성자’로 칭송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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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를 넘어 다음 세대 위해… 북한 사역은 꼭 가야할 길”

    “교회를 넘어 나라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통일을 준비하는 북한 사역은 아무리 힘들어도 꼭 가야 할 길입니다.” 최근 ‘북한 기독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출간한 양병희 영안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담임목사(사진)는 지난해 12월 28일 인터뷰에서 20여 년이 넘게 북한 사역에 매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북한 기독교…’는 그가 북한 사역을 시작한 뒤 북한 방문 및 탈북자들의 증언과 자료 등을 토대로 북한 기독교의 현실을 다룬 책이다. 양 목사는 “북한은 신앙의 자유가 없고, 종교인 종교 건물도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할 뿐이지만 그 아래에는 변화의 조짐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성경 소지는 여전히 안 되지만, 성경을 보는 관점이 변한 것. 성경에 대한 정의는 과거 ‘예수교의 허위적이며 기만적인 교리를 적은 책’에서 2000년대에는 ‘주로 기독교에서 종교의 교리를 적은 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요한계시록을 묵시록으로 쓰는 정도일 뿐 성경 내용도 거의 동일하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언 17장 1절)라는 구절을 조선기독교연맹에서 편찬한 성경은 ‘집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다투는 것보다 누룽지를 먹어도 마음 편한 것이 낫다’로 쓴다. 2002년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초청으로 북한을 처음 방문한 양 목사는 “예배 도중 눈물을 흘리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 이후 20년 넘는 북한 사역의 길로 나를 이끌었다”라고 말했다. 한 가정예배처소에서 북한 주민 몇 명과 손을 잡고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마침 방에 북한 측 인솔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고 있는데, 손을 잡고 있던 한 할머니가 말없이 내 손바닥을 긁으며 눈물을 흘렸다”며 “처벌이 두려워 드러낼 수 없을 뿐 북한 주민 속에도 진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의 손을 잡은 할머니의 아버지는 광복 전 장로였다고 한다. 이후 그는 북한을 더 잘 알기 위해 고려대에서 북한학을 전공하고, 동북아한민족협의회를 설립해 북한 사역과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영안교회에는 매주 100여 명의 탈북민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세례를 준 탈북민도 760여 명에 이른다. 2001년 교회 안에 만든 북한선교부는 통일부 출신 목회자를 담당으로 두고 탈북민을 위한 법률, 의료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양 목사는 “우리도 막상 경찰서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려면 잘 몰라서 두려운데 탈북민은 오죽하겠느냐”라며 “교회를 통해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면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기독교 박해 상황을 알리고 있는 ‘국제오픈도어선교회’에 따르면 북한에는 약 5만∼10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수용소에 투옥되거나 외딴 산간으로 추방당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신앙을 들키면 처벌받는 곳에서 투옥된 사람이 있다는 게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겠지요.” 양 목사는 “하도 북한 도발에 시달리고 뒤통수를 맞다 보니, 이제는 북한을 돕자고 하면 ‘지원 결과가 핵 개발로 돌아오지 않았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럼에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호소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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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 새해 첫 미사 메시지는 ‘생명 존중·낙태 반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해 첫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했다.교황은 1일(현지 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에서 “모든 사람이 태어난 모든 아이를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며 “태아의 생명, 아이들의 생명, 고통받고 가난하고 늙고 외롭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생명 등 소중한 삶의 선물을 보호하라”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수태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촉구한다”라며 “그래야 각자가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지난해 9월 벨기에를 방문한 교황은 재위 중 낙태법 승인을 거부했던 벨기에 5대 국왕인 보두앵 1세 묘를 방문해 낙태법을 ‘살인적인 법’이라고 부르며 “보두앵 국왕이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며 그를 ‘성자’로 칭송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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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 극한 대립으로 화 자초… 그러고도 여전히 치킨게임”

    “정치인들이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국민을 위태롭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원광사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법원 스님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쟁으로 군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는 육해공군 군법사와 군 사찰 380여 곳의 포교 및 수행 활동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2004년 해군 군종 법사(대위)로 전역한 그는 지난해 11월 군종특별교구장에 취임했다. 법원 스님은 “군 인사도 중단되면서 안보를 책임지는 주요 보직들이 공석인 상태”라며 “이럴 때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직무 정지되면서 고창준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제2작전사령관은 김봉수 육군교육사령관(중장)이 직무대리를 맡는 등 연쇄 공석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군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워낙 군이 위축돼 있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법원 스님은 “오죽하면 전국 일선 군 사찰에서 해마다 하는 제야의 타종 행사를 해도 되는지까지 묻고 있다”며 “혹시나 무슨 구설에 휘말릴지 몰라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성탄절 예배도 안 가는 등 아무것도 안 하려는 분위기라서 물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직후 가진 첫 법회에서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는 ‘화쟁(和諍) 사상’을 중심으로 법문을 했다. 법원 스님은 “결국 따지고 보면 정치권은 자기는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서로 극단으로 치닫다가 이런 참사가 빚어진 게 아니겠느냐”라며 “이런 일을 겪고서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서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극한의 대립이 화를 자초했는데 여전히 남 탓 공방만 하다가는 우리 사회가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인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입니다. 그런데 지금 장교들조차 따가운 시선 때문에 밖에 나갈 때 군복 대신 사복을 입으려 합니다. 군인이 군복을 부끄러워하면 나라는 누가 지키겠습니까.” 법원 스님은 “문제를 일으킨 군인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되, 그들의 행위 때문에 군과 대다수 올곧은 군인들이 매도돼서는 안 된다”라며 “진상조사는 철저히 하고, 국가 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는 만큼 정치권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게 선을 지키는 슬기를 발휘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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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바람에도 새봄 준비하는 보리싹처럼…”

    “때로는 바람이 불고 때로는 눈보라가 쳐도 산천의 초목은 힘차게 솟아오를 봄소식을 준비합니다. 삼동 찬바람에도 새봄을 준비하는 보리싹처럼 곳곳에서 찬란한 새봄을 준비하니 봄꽃 향기는 더욱 그윽하고 꽃잎은 더욱 선명할 것입니다.”(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신년 법어) 을사년 새해를 앞두고 종교 지도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빚어진 어려운 상황을 국민 모두의 지혜로움으로 극복하고 희망의 새해를 맞자는 송년·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사에서 “모든 다툼을 멈추게 하고 화합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최선의 안은 소통이라는 통로의 확보”라며 “우리 모두가 다툼은 그치고 어울림으로 함께 사는 길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사부대중께서는 지혜를 모아 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축원드린다”라고 밝혔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도 “‘고통을 마주하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니라’고 하신 부처님 말씀을 기억하자”라며 “혼란의 시기일수록 우리의 마음이 본래 청정한 자성을 잃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이영훈 대표총회장은 “한국 정치가 백척간두에 선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참회하며 반성과 기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서로 비난하고 질책하며 따지다 보면 갈등만 커질 뿐이고 국가공동체는 불행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면서 사랑의 마음으로 손잡아 주자”라고 당부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도 “새해에는 과거의 아픔을 넘어서 새로운 희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데 온 국민이 함께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계엄으로 촉발된 어려운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러나 이런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믿음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며 “우리가 보았던 희망의 가능성이 더욱 꽃을 피워, 각자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향해 서로 손을 내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자”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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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동 찬바람에도…봄 꽃 향기는 더욱 그윽할 것”

    “때로는 바람이 불고 때로는 눈보라가 쳐도 산천의 초목은 힘차게 솟아오를 봄소식을 준비합니다. 삼동 찬바람에도 새봄을 준비하는 보리싹처럼 곳곳에서 찬란한 새봄을 준비하니 봄꽃 향기는 더욱 그윽하고 꽃잎은 더욱 선명할 것입니다.”(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신년 법어) 을사년 새해를 앞두고 종교 지도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빚어진 어려운 상황을 국민 모두의 지혜로움으로 극복하고 희망의 새해를 맞자는 내용의 송년·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사를 통해 “모든 다툼을 멈추게 하고 화합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최선의 안은 소통이라는 통로의 확보”라며 “공생을 위한 통합의 길은 제삼자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다툼은 그치고 어울림으로 함께 사는 길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사부대중께서는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축원드린다”라고 밝혔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도 “‘고통을 마주하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니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기억하자”라며 “혼란의 시기일수록 우리의 마음이 본래 청정한 자성을 잃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이영훈 대표총회장은 “한국의 정치가 백척간두에 선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참회하며 반성과 기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서로 비난하고 질책하며 따지다 보면 갈등만 커질 뿐이고 국가공동체는 불행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면서 사랑의 마음으로 손잡아 주자”라고 당부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도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온 국민이 어려운 시기를 경험했다”라며 “새해에는 과거의 아픔을 넘어서 새로운 희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데 온 국민이 함께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갑작스러운 계엄으로 촉발된 어려운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러나 이런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믿음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라며 “우리가 보았던 희망의 가능성이 더욱 꽃을 피워, 각자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향해 서로 손을 내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자”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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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엄후 경찰-軍후배들 흔들려… 본연의 자세 지켜야 거듭날 것”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아무 관계 없는 대다수 경찰 후배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 게 안타깝지요. 이런 시련과 아픔이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사회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3일 서울 서초구 경찰선교회에서 만난 김병철 대표 목사는 “최근 공·사석에서 만난 경찰 후배들이 시국 상황 때문에 심정적으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 시절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검거한 그는 2011년 울산지방경찰청장(치안감)을 끝으로 은퇴한 뒤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2016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8년 경찰선교회 대표 목사에 추대된 그는 선교회를 통해 15만 경찰관에 대한 선교와 사회봉사, 순직·부상 경찰관과 범죄 피해자 돕기,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목사는 “최근 경기남부경찰청 성탄절 행사에 갔는데, 직원들 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굉장히 침울해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김준영 청장이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변에 2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한 것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관련 부서들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는 “진실 여부는 수사에서 가려질 테니 거기에 맡기고, 어떤 고난과 시련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경찰 본연의 자세를 지킨다면 더 좋은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에 투입된 707특수임무단의 전신인 606부대 부사관 출신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우리 부대가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테러 부대인데, 그런 부대가 본연의 임무가 아닌 일에 투입돼 정치적으로 휘말려 비난받고 있으니 후배 부대원들 심정이 말이 아닐 것”이라며 “지금 시대에 안 맞는 일이 벌어진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부대원에 대한 비난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마 유영철 외에도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때 무려 1600여 명의 조직폭력배를 검거한 ‘강력계의 전설’이다. 그는 “비록 목사 신분이지만 유영철 같은 흉악범들이 정말로 회개해 개과천선할 수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고 알 방법도 없다”며 “이 때문에 그들의 범죄성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눌러줄 수 있는 교정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보다 범죄자 인권, 처우만 더 위하는 것이냐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가 형사정책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에 초점을 두다 보니, 피의자 인권·처우는 계속해서 개선됐지만 피해자 구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평생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신체적 피해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힘들게 사는데, 비록 교도소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좋은 처우를 받는 아이러니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범죄 피해자를 돕는 제도가 있지만 재판이 거의 끝날 때쯤이나 지급되는 등 가장 필요한 시기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교정 시스템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 지원도 피해가 발생한 뒤 가장 빠른 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보완됐으면 합니다.” 김 목사는 “경찰 출신이다 보니 ‘왜 하나님은 저 악인에게 정의를 세우지 않느냐’는 물음을 종종 받곤 한다”며 “그 뜻을 알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피해자에게 조금 더 관심과 배려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그런 억울함도 많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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