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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26일(현지 시간) 공식 발표했다. 모든 외국산 자동차는 물론이고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도 관세 부과 대상이다. 관세 부과 시점은 자동차의 경우 다음 달 3일, 핵심 부품은 향후 관보에 공시되는 날로 하되 5월 3일 이전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과 같은 협정들이 충분히 긍정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미국이 다음 달 상호 관세 부과 후 한국에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실질적으로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며 “자동차를 미국에서 만든다면 관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자동차 관세의 효과로 매년 1000억 달러(약 147조 원)의 새로운 수입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등을 고려하면 관세로만 “2년 안에 6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까지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5%라는 수치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하나의 고정된 숫자라는 점”이라며 “자동차 가격에 따라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관세 철회를 위한 조건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엔 “(이번 조치는) 영구적”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약 49%(지난해 기준)를 미국 시장에서 거둬들인 한국 자동차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경제 6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의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정부와 소통해나갈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트럼프 “美, 각국이 수십년 돈 훔친 돼지저금통 돼… 한미 FTA 큰 효과 없어”[美, 내달 3일 車관세 부과]“車관세가 美성장 촉진할 것”동맹 겨냥 “친구가 적보다 훨씬 나빠”“美서 만들면 관세 면제” 거듭 강조“친구들은 종종 적들보다 훨씬 더 나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의 동맹과 우방도 많은 무역적자를 안겼다며 ‘관세 카드’를 앞세워 압박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자동차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이날을 ‘해방의 날’로 지칭했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동맹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 독일을 지목해 “이들 국가가 미국 기업의 자동차 수출 능력을 훼손했다. 이는 결코 공정하지 않고, 앞으로 반드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국의 무역 사기꾼들(trade cheaters)이 미국 제조업을 외국 부품을 조립하는 저임금 공장으로 만들었다”며 날을 세웠다.● “한미 FTA 긍정적이지 않아”앞서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도 ‘관세 리스트’에 추가하며 ‘통상 전쟁’ 전선을 확장했다. 그는 자동차 관세가 “이전에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미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최근 멕시코에서 미국 인디애나주로 일부 차량 생산 지역을 변경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 (관세 부과) 조치가 없었다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도 재차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포고문’에 따르면 자동차와 엔진 등 자동차 핵심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근거했다. 232조는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포고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자동차 및 특정 자동차 부품 수입이 초래하는 국가안보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또 포고문은 USMCA 적용을 받는 자동차 관련 부품에 대해선 일단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상호 관세 모든 나라에 적용될 것”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선 “모든 나라에 적용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24일에는 “일부 국가와 산업이 상호 관세의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틀 만에 또 말을 바꾼 것. 이처럼 관세 부과 계획을 자주 바꾸는 것을 두고 ‘강온 양면’ 카드로 상대방의 심리를 뒤흔들고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그는 상호 관세 덕분에 미국이 부유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미국)는 모든 국가가 수십 년 동안 돈을 훔쳐 간 ‘돼지저금통(piggy bank)’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그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는 상호 관세 부과 방식에 대해 “우리는 아주 공정하고, 정말 친절하게 할 것”이라며 “매우 관대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경우, 그동안 그들(상대국)이 우리에게 수십 년간 부과해 온 관세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산업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또 목재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이 활용돼야 하며,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공청회에서 제기됐다. 26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미 상원 외교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대만과 한국에서 기회주의적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선제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임무를 (동아시아) 역내 방위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반도 방위에만 임무가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는 이날 상원 외교위 공청회에 출석해 “대만 사태 시 한국이 수행하는 후방 지원 역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군이 대만 사태에 개입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이 병참 등 후방 지원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이 같은 사안들은 한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민감할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논의돼야 하는 주제라고도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혼란을 틈타 북한이 남침할 가능성에 한국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 석좌는 “중국의 대만 침공 사태 시 북한의 기회주의적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이 독립적인 군사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움직임과 관련해선 “많은 동맹국은 50년 전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분담할 능력이 있다”며 “다만, 갑작스러운 변화로 동맹국을 놀라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달리 의회 비준이 필요한 동맹국에 새 분담 협정을 위한 정치적 여지를 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오리아나 스카일러 마스트로 미 스탠퍼드대 프리먼스포글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위원도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해야 한다”며 “미국이 한반도에 있는 미군을 한반도 밖의 비상 상황, 즉 중국과 관련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을 비롯한 많은 동맹국이 이미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은 이 비용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방위비 분담에 있어 동맹국들의 기여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지리적 난제’로 규정하고 “강력한 동맹과 파트너십은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방위비 분담에 대해 포괄적 시각을 갖고 동맹국의 기여를 일부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친구들은 종종 적들보다 훨씬 더 나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의 동맹과 우방도 많은 무역적자를 안겼다며 ‘관세 카드’를 앞세워 압박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자동차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이날을 ‘해방의 날’로 지칭했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동맹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 독일을 지목해 “이들 국가가 미국 기업의 자동차 수출 능력을 훼손했다. 이는 결코 공정하지 않고, 앞으로 반드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국의 무역 사기꾼들(trade cheaters)이 미국 제조업을 외국 부품을 조립하는 저임금 공장으로 만들었다”며 날을 세웠다.● 한미 FTA 긍정적이지 않아앞서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도 ‘관세 리스트’에 추가하며 ‘통상 전쟁’ 전선을 확장했다. 그는 자동차 관세가 “이전에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미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최근 멕시코에서 미국 인디애나주로 일부 차량 생산 지역을 변경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 (관세 부과) 조치가 없었다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도 재차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포고문’에 따르면 자동차와 엔진 등 자동차 핵심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근거했다. 232조는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고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이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자동차 및 특정 자동차 부품 수입이 초래하는 국가안보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또 포고문은 USMCA 적용을 받는 자동차 관련 부품에 대해선 일단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 “상호 관세 모든 나라에 적용될 것”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선 “모든 나라에 적용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24일에는 “일부 국가와 산업이 상호 관세의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틀 만에 또 말을 바꾼 것. 이처럼 관세 부과 계획을 자주 바꾸는 것을 두고 ‘강온 양면’ 카드로 상대방의 심리를 뒤흔들고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그는 상호 관세 덕분에 미국이 부유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미국)는 모든 국가가 수십 년 동안 돈을 훔쳐 간 ‘돼지저금통(piggy bank)’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그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호 관세 부과 방식에 대해 “우리는 아주 공정하고, 정말 친절하게 할 것”이라며 “매우 관대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경우, 그동안 그들(상대국)이 우리에게 수십 년간 부과해온 관세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일부 국가에 관세를 집중 부과하는 이른바 ‘핀셋 관세’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 산업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또 목재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이 활용돼야 하며,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주장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공청회에서 제기됐다. 26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미 상원 외교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대만과 한국에서 기회주의적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선제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임무를 (동아시아) 역내 방위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반도 방위에만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는 이날 상원 외교위 공청회에 출석해 “대만 사태 시 한국이 수행하는 후방 지원 역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군이 대만 사태에 개입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이 병참 등 후방 지원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이 같은 사안들은 한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민감할 수 있다며 정치권에서 논의돼야 하는 주제라고도 했다.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혼란을 틈 타 북한이 남침할 수 있는 가능성에 한국이 대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 석좌는 “중국의 대만 침공 사태 시 북한의 기회주의적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이 독립적인 군사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움직임과 관련해선 “많은 동맹국은 50년 전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분담할 능력이 있다”며 “다만, 갑작스러운 변화로 동맹국을 놀라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달리 의회 비준이 필요한 동맹국에 새 분담 협정을 위한 정치적 여지를 줘야 한다”고 했다.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미 스탠퍼드대 프리먼스폴리국제학연구소 연구위원도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해야 한다”며 “미국이 한반도에 있는 미군을 한반도 밖의 비상 상황, 즉 중국과 관련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을 비롯한 많은 동맹국이 이미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은 이 비용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했다.방위비 분담에 있어 동맹국들의 기여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지리적 난제’로 규정하고 “강력한 동맹과 파트너십은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방위비 부담 분담에 대해 포괄적 시각을 갖고 동맹국의 기여를 일부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은 두 나라가 정말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그 속에서 국가를 성장시켜 왔죠.”헨 바손 이스라엘 외교관 후보생(30)은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같이 말했다. 바손 후보생은 이스라엘의 외교관 선발 프로그램인 ‘카뎃’에 합격해 교육 과정에 있다. 최근 그는 해외 현장 실습을 위해 일주일 간 한국에 파견됐다. 이스라엘은 우수한 자국 외교관 후보생을 교육 과정 중 주요 해외 공관에 파견해 현장 경험을 쌓게 한다. 한국도 파견 대상국 중 한곳이다. 이스라엘은 국제 무대에서 외교전과 첩보전을 중시하는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외교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지 후보생에게 직접 물었다. 이스라엘 외무고시 ‘카뎃’…협동심 중시 여겨 이스라엘 외교부는 자국 외교관 채용 및 교육 과정에 대해 “군 파일럿만큼이나 까다로운 선발 기준을 자랑하는 엘리트 코스”라고 소개한다. 외교관 진입 경로도 카뎃 하나 뿐이다. 바손 씨는 이스라엘 벤구리온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외교관의 꿈을 키워왔다. 바손 씨는 “카뎃은 외교관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대로, 카뎃은 이스라엘에서 외교관이 되기 위한 정규이자 유일한 양성 프로그램인 것. 지원자 수만 매 기수 2000 명 안팎. 이 중 실제 외교부 수습 외교관이 되는 이는 20여 명에 불과하다. 합격률이 1~2% 수준인 것이다. 바손 후보생 기수는 26명이 선발됐다. 합격률은 2%였다. 카뎃은 서류 심사부터 마지막 합숙 평가까지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필기시험에서는 논리력, 언어능력, 시사 상식, 영어 및 제2외국어 능력을 종합 평가한다. 이후 소규모 그룹 활동, 면접, 다중 시나리오 평가, 심리검사, 신원조회가 이어진다. 군사 전략, 국제법, 경제 외교를 모두 다뤄야 하는 통합 시험이다 보니, 준비 기간에 보통 수년 이상 걸린다는 게 후보자들의 전언이다. 바손 후보생은 “주로 발표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리더십, 협동심 등 현업에 가까운 능력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카뎃을 통해 선발된 예비 외교관들은 크게 두 가지 코스로 경력이 나뉜다. 바손 후보생이 속한 외교정치 트랙은 외교정책, 홍보, 문화교류 등 이른바 ‘정무 분야’를 담당하는 외교관을 길러낸다. 영사 트랙은 대사관·총영사관 운영과 민원 서비스 등을 담당할 인력을 육성한다. 6개월간의 카뎃 과정 수료 후에는 외교부 정규직이 아닌 수습 외교관으로 5년간 근무한다. 이 기간 동안 본부와 해외 공관을 오가며 실전 경험을 쌓고, 이후 정식 외교관으로 임명된다.한국도 이스라엘 외교관 교육 대상지로카뎃에 합격한 외교관 후보생들에 대한 교육은 외교부 산하 기관에서 약 6개월간 진행된다. 국제정치, 유대사, 외교사, 언론 대응, 위기관리, 외국어 등 실무 중심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한 주간 재외공관 실습도 포함돼, 수료 전부터 해외 업무를 직접 경험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한 주간 재외공관 실습 파견 지역을 까다롭게 고른다. 한국 외엔 영국, 프랑스, 키프로스,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세르비아, 싱가포르, 인도가 훈련 대상국에 들어간다. 이스라엘과 외교 안보 분야 협력국가이면서 지정학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여기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측은 “한국은 2024년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데다가 K-콘텐츠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진 점을 두루 감안해서 교육지로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바손 훈련생 역시 “한국이 최근 국제적인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는 국가라 특히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한국과 이스라엘의 우호적인 관계도 교육 훈련지 선택 배경이 됐다. 양국은 주로 경제 안보 분야에서 협력이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다. 또한 기술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바손 후보생은 “한국은 이번이 처음인데, 실제로 와보니 도시도 멋지고 사람들도 너무 따뜻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과 한국이 비슷한 역사와 경제 발전 경로를 갖고 있다는 점에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25일(현지 시간) 북한을 두고 핵능력 보유국(nuclear weapons power)으로 지칭하면서 언제든 핵실험을 할 준비 태세가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개버드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위협에 대한 보고 때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 본토뿐만 아니라 지역 내 미군과 동맹국들을 겨냥할 수 있는 전략적·재래식 전력을 강화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고 한다”라며 “이는 (국제 사회에서) 체제 보장과 핵능력 보유국으로서 암묵적인 인정을 받으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의 공고화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더 많은 재정·군사·외교적 지원을 제공받고 있고, 목표를 강화하고 있다”라면서 “이로써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가운데서도 북한군에 전투 경험도 쌓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개버드 국장은 또 “김 위원장은 전략적 무기의 진전, 러시아와의 관계 심화, 북한의 경제적 내구성을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협상력 강화 및 제재 완화 필요성 감소로 보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속적으로 시험 발사하며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개버드 국장은 미국의 국가 안보 위협 국가로 중국과 러시아, 이란과 북한을 묶어 “2022년 이후로 4개국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국제적 범죄 카르텔과 이슬람 극단주의를 기반으로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등도 미국 안보 위협 요소로 언급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튀르키예의 유력 야권 정치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54)이 부패 및 테러 혐의 등으로 당국에 체포돼 구금 중인 가운데 23일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가 구금된 19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또한 튀르키예 전역으로 확산되며 연일 격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HP는 이날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원 투표에서 전체 170만 명 중 160만 표(약 94%)를 얻어 이마모을루 시장이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CHP 전당대회에서 당내 유일 적격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CHP 측은 이날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마련한 비당원 시민 투표함엔 1321만 표가 몰렸다고도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테러 단체로 규정된 쿠르드족 분리운동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협력하고, 지난해 지방선거 중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됐다. 법원은 23일 그의 구금을 연장했고 당국 또한 시장직 직무를 정지했다. 이에 많은 시민들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 탄압이라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3년부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2028년 7월까지의 임기가 보장됐다. 임기 만료 전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재출마가 가능해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튀르키예 안팎에선 사실상 종신 집권을 노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기 대선 전부터 경쟁자의 싹을 일찌감치 자르기 위해 이마모을루 시장에게 석연찮은 혐의를 씌워 체포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에르도안 정권의 장기 집권에 따른 경제난과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 등에 대한 반감 또한 상당하다. AFP통신은 현재 전국 81개 주 중에서 최소 55개 주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고 전했다. 22일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만 시위대 323명이 체포됐다. 일각에선 시위가 더 번지면 에르도안 정권이 시위대를 유혈 진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튀르키예 유력 대권주자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부패 혐의 등으로 구금된 가운데서도 튀르키예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마모을루 시장 구금 후 그의 정치적 기반인 이스탄불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AP통신은 튀르키예 1야당 공화인민당(CHP) 대선 후보 선출 예비 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CHP 측은 이스탄불시청을 비롯해 전국에 마련한 투표함에 약 1500만 명 표가 모였다고 전했다. 이중 1321만1000표는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 투표로 받은 표로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연대 의미가 담겼다고 CHP 측은 설명했다. 이번 야권 대선 후보 선출은 유력한 대항마인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조기 대선을 촉구하는 의미가 강하다. CHP 경선에선 이마모을루 시장만 단독 입후보했다.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3년 재선에 성공해 다음 대선은 2028년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튀르키예 헌법에서 규정한 대통령 3선 금지 조항을 무마하기 위해 헌법 개정 또는 조기 대선을 통해 재집권을 노린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2017년에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꾸고 권력을 연장한 전례가 있다. 당시 개헌 조항에는 중임 대통령도 조기 대선을 실시하면 재출마가 가능하다는 단서까지 포함돼 야당도 일찌감치 대선 준비에 나섰다. 이스탄불 교외 실리브리 교도소에 수감된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날 CHP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X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정부에게 강한 한방을 날릴 것”이라고 썼다.앞서 이날 이스탄불법원은 부패·테러 연루 혐의로 체포된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해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구금 조치키로 결정했다. 구금 연장 조치에 따라 튀르키에 내무부는 이마모을루 시장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19일 쿠르드족 분리운동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와 협력한 혐의, 지난해 3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PKK는 튀르키예 정부로부터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다. 튀르키예법원은 23일 구금 조치를 연장하면서 테러 혐의는 제외하고 부패 혐의에 대해서만 구금 연장 조치를 결정했다. 구금 연장 조치로 인해 이마모을루 시장 체포 이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가 더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시위에선 이마모을루 시장 아내인 딜렉카야 이마모을루가 이스탄불 시청 밖에 모인 수만 명의 시위대 앞에서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인기 있는 야당 인물을 표적으로 삼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 구금에 반대하는 시위가 5일째 지속된 가운데 튀르키예 내부무는 22일엔 323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는 소셜미디어 X에서 정부를 비판해온 언론사, 정치인, 학생 계정 700여 개에 대해서도 폐쇄 명령을 내렸다. 다만 X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는 가운데 일마즈 툰츠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정치적 수사로 규정할 수 없다”라면서 반발하는 등 튀르키예 정치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이마모을루 시장 구금 연장을 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적 죽이기에 나섰다며 비판하는 국외 여론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외교부는 23일 성명을 내고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구금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 시행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수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재계가 한국의 기업인 형사 기소 관행, 예고 없이 도입되는 각종 규제와 제재 등을 문제 삼았다. 이것이 일종의 비(非)관세 장벽으로 작용해 미국산 제품이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것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20일(현지 시간) 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상의는 앞서 11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미국 기업 경영진에 대한 형사 기소 △불투명하고 잦은 규제 △미국산 특허 의약품에 대한 낮은 가격 책정 등을 한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거론했다.미 상의는 한국에서 일하는 미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근로기준법 위반, 세관 신고 오류 등으로 형사 기소, 출국 금지,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특정 기업이 법을 위반해도 ‘개인’이 아닌 ‘법인’을 문제 삼고 관련 소송 또한 민사로 이뤄진다는 것이다.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2017∼2022년 재직)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총 1700여 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2020년 7월 기소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그의 출국을 세 차례 금했다.그는 2023년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18일 2심 결심 공판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선고는 올 7월에 이뤄진다. 그가 이미 한국을 떠났음에도 법정 공방이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에 미 상의는 “과도한 형사 처벌은 한국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각국 최고의 인재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도 어려움을 낳는다”고 비판했다.미 상의는 기업 사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및 제재 또한 자의적이고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법령과 규제가 예고 없이 도입될 때도 많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신약에 대한 특허 기간 인정에도 인색하다며 미국산 의약품과 기기에 대한 가격 책정을 더 높이라고 압박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2일부터 주요 교역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USTR은 관세 책정을 위해 각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공정 관행이 심한 국가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우리는 수백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 난 희토류를 담보로 원한다.”(2월 3일, 미국 국부펀드 설립에 대한 행정명령 서명식)# “러시아는 우리와 무역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부동산과 희토류가 매우 많다.”(3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후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희토류다. 특히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확보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를 두고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확보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우크라이나에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란 천문학적 돈을 지원했다고 강조한다. 이 돈을 우크라이나 광물을 개발해 받아내겠다고 주장한다. 또 우크라이나의 광물을 개발해 얻는 수익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재건 투자기금을 설립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 측의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러시아군의 파상공세 속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백기를 든 상태다.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광물을 미국 주도로 개발하는 이른바 광물 협정은 조만간 체결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푸틴 대통령,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격전지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 등 에너지·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로 하는 내용의 ‘부분 휴전’에 합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광물 채굴 뒤 정·제련에 들어갈 에너지 시설을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부분 휴전 추진 과정에서 에너지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 조치에 초점을 맞춘 핵심 이유도 광물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미중 경쟁 구도 속에 자원 무기화가 가능한 핵심 광물의 확보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 목표가 됐다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목표와 이유에서 이토록 광물에 집착하는지, 특히 우크라이나 광물 확보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광물 무기화 가속… 미중 패권 경쟁 성격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0년과 2022년 반도체, 무기, 정보기술(IT) 장비 같은 첨단산업의 소재 등으로 쓰이면서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목록을 지정했다. 여기에는 희토류를 비롯해 망간, 티타늄 등이 포함된다. 이른바 공급망 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신속히 안정적인 수급처를 찾아야 하는 광물들이다. 미국이 핵심 광물 확보에 몰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패권 경쟁국인 중국의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장악력이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를 전략 무기화하고 공급을 차단할 경우, 미국의 무기 생산과 첨단산업 등이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다. 실제로 USG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희토류 생산량은 27만 t으로 전 세계 생산량(39만 t) 중 69%를 차지한다. 생산량과 매장량 모두 1위다. 핵심 광물 중에서도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사용처가 다양하다. 희토류는 화학적으론 원소로 분류되는데, 광물에서 채집된다.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해 산업 활용성이 높다. 특히 전기차, 풍력발전기, 항공기, 미사일 등의 필수 부품인 ‘영구 자석’은 희토류 없이는 만들 수 없다. 다만, 희토류는 광물을 정제해서 원소를 추출하는데 광물 내 원소 함량이 1∼2%로 아주 낮아 추출·분리·정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광산 운영을 꺼려 왔다. 반면 중국은 넓은 영토와 주요 선진국 대비 느슨한 환경 규제로 채굴 및 가공에 용이한 설비 환경을 대규모로 구축했다. 여기에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희토류 정제·가공에 필요한 고도의 기술까지 확보했다. 게다가 2022년부터 연간 1000억 위안(약 20조 원)을 들여 지질 탐사를 벌이고 있다. 세계 희토류 매장량 1위국인 데다 글로벌 정제·가공 능력까지 장악한 중국을 미국으로서는 공급망 안전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영구 자석에 사용되는 정제 희토류의 92%를 중국이 공급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핵심광물정책 총책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서방은 (중국의 희토류 공급 독점이) 전략적으로 심각한 약점임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정제와 보관 및 운송까지 포함한) 중간 가공 절차를 갖추는 것은 매우 자본 집약적”이라며 중국의 기술 독점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다른 핵심 광물들도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흑연 매장량은 세계 전체의 31% 수준임에도 천연 흑연 생산은 78%를 차지했다. IEA는 중국이 세계 흑연 정제 시장을 사실상 100% 독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에 필수 재료다. 전기차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중국은 광물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서방의 제재에 반격할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미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갔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흑연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또 자신들이 확보한 희토류 가공 기술에 대해서도 수출을 막았다.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부과에 대응하며 지난달 중국이 꺼내든 카드에도 반도체나 방산 등 첨단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텅스텐 등 희소 금속 5종에 대한 수출 제한이 포함됐다. USGS는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완전히 제한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34억 달러(약 5조 원) 감소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역대 美 행정부 노력에도 핵심 광물 확보 난항 겪어미국은 일찌감치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경계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0년 넘게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 전략 마련에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처음으로 ‘핵심 광물 전략’의 윤곽을 잡았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핵심 광물 목록을 확대했다. 또 적대국으로부터의 수입 의존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보다 세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국내 채굴을 늘리고 동맹국과 국제 협력 체계를 구축했으며 중국산 광물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USGS에 따르면, 미국의 희토류 원료 순수입 의존도는 2020년 100%에서 점진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기준 80%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수입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또 2020∼2023년 미국의 희토류 수입 물량 중 70%는 중국산이었다. 가장 적대적인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유독 높은 것.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때 마련한 국제 협력 체계로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보다 공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로 시선이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유엔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크라이나는 세계 광물 자원의 약 5%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정부 산하 지질자원연구소(BRGM)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철, 망간, 우라늄 등 100여 종의 자원이 있다. 우크라이나 측이 아직 개발을 본격화하지 않은 노보폴타우스케 광상의 경우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지 중 한 곳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엔 핵 발전에 필수적인 희토류이자 역시 USGS가 핵심 광물로 지정한 베릴륨도 다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매장량 기준 리튬 10%, 티타늄 약 7%를 보유하고 있다. 또 원자력 발전의 원료이며 핵무기 개발과도 직결되는 우라늄의 유럽 최대 매장지이기도 하다.우크라이나도 자신들이 보유한 광물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등과의 협상 과정에서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전인 지난해 10월 안전 보장을 요구하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에 자국의 천연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협력 방안을 먼저 제시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 광물 매장지 중 약 40%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확한 경제성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는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의 개발 실효성을 놓고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트럼프 2기, 희귀 광물 지대 팽창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핵심 광물 확보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핵심 외교 목표는 광물 확보”라며 “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18,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이 영토 확장에 골몰했던 중요한 이유가 바로 자원이라는 점을 들어 비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시작 전부터 동맹국에 대한 영토 주권 침해 발언을 계속해 논란을 빚었는데 이 역시 핵심 광물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10일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는 ‘주지사’라고 부르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트뤼도 당시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당시 현지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캐나다를 합병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토로했다. USGS에 따르면 캐나다 희토류 가채광량(현재의 기술과 비용 조건으로 채굴 가능한 실질 매장량)은 85만 t 정도로 추정돼 중국(4400만 t)이나 브라질(2100만 t)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항공기나 전기차 모터, 군사 무기 등 첨단산업에 쓰이는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등 고품질 희토류가 많이 매장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선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린란드에도 현 기술로 채굴 가능한 희토류 150만 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20년에도 그린란드 영토 매입을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FT 등은 북극항로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며 동시에 풍부한 미개발 광물 자원을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광물에 대한 야욕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은 광물 개발을 미끼로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하려 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희토류 개발에 협력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돈바스 동부 지역을 포함해 러시아 자원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제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엔 희토류가 많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바 있다.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도 지난달 21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 기업에 현지 광물 탐사권 및 전략 광물 공동 개발을 제안하면서 군사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코발트 생산의 약 80%를 담당한다. 코발트는 전기차나 휴대전화의 핵심 소재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자국 영토에 희토류가 다량 매장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해당 서한에 대해 미 국무부 측은 FT에 “콩고민주공화국은 첨단 기술에 필요한 주요 광물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부합하는 분야에서의 협력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거래 외교가 가능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희토류(稀土類·rare earth minerals)주기율표상 원자 번호 57∼71번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 스칸듐(Sc), 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의 통칭. 천연 광물에 매우 적게 존재해 땅에 거의 없다는 뜻으로 ‘희귀한 흙’이란 이름이 붙었다. 자성, 전도성, 내열성 등이 뛰어나 반도체, 항공기,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발전기 등의 핵심 재료로 쓰인다.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각 국가의 전략 산업에 필수적이고 국가 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수급 차질 위험 등이 큰 원료 광물. 미국은 50종, 유럽연합(EU)은 34종, 한국은 리튬·흑연·희토류 5종 등의 핵심 광물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 시행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수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재계가 한국의 기업인 형사 기소 관행, 예고 없이 도입되는 각종 규제와 제재 등을 문제 삼았다. 이것이 일종의 비(非)관세 장벽으로 작용해 미국산 제품이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것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20일(현지 시간) 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상의는 앞서 11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미국 기업 경영진에 대한 형사 기소 △불투명하고 잦은 규제 △미국산 특허 의약품에 대한 낮은 가격 책정 등을 한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거론했다.미 상의는 한국에서 일하는 미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근로기준법 위반, 세관 신고 오류 등으로 형사 기소, 출국금지,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특정 기업이 법을 위반해도 ‘개인’이 아닌 ‘법인’을 문제 삼고 관련 소송 또한 민사로 이뤄진다는 것이다.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2017~2022년 재직)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총 1700여 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2020년 7월 기소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그의 출국을 세 차례 금했다.그는 2023년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18일 2심 결심 공판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선고는 올 7월에 이뤄진다. 그가 이미 한국을 떠났음에도 법정 공방이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에 미 상의는 “과도한 형사 처벌은 한국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각국 최고의 인재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도 어려움을 낳는다”고 비판했다.미 상의는 기업 사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및 제재 또한 자의적이고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법령과 규제가 예고 없이 도입될 때도 많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신약에 대한 특허 기간 인정에도 인색하다며 미국산 의약품과 기기에 대한 가격 책정을 더 높이라고 압박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2일부터 주요 교역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USTR은 관세 책정을 위해 각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공정 관행이 심한 국가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미국 항구를 이용하는 중국 조선사에 최대 150만 달러(약 22억 원)의 입항 수수료를 징수하는 행정명령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미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중국 조선업을 위축시키고 미국 조선 산업의 부흥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전 세계 해상 운송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결과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물류 비용을 대폭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미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상업 화물선 용량 중 중국 조선사의 비중이 50%가 넘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1일 중국 조선사에 관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련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 중이라는 것이다. 당시 공고엔 중국 선사가 소유한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선박당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4000만 원), 중국산 선박을 포함해 다수 국가의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에는 최대 15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해운사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해운사라 해도 중국산 선박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 입항 수수료를 징수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해상 운송 비중이 높은 미 에너지 업계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 석탄업체 엑스콜에너지는 이미 12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미국산 석탄의 수출 비용이 35%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석탄 기업은 입항 수수료가 시행되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광부들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국석유협회도 최근 USTR에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이 타격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현재 미국 조선사가 제조한 LNG 운반선이 없어 싫어도 중국 선박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한국 조선사가 수혜를 누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이전으로 군 배치를 되돌렸다. 이스라엘군은 18일부터 대대적인 공습을 재개한 가운데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던 유엔 직원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9일(현지 시간)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내 지상군 투입 사실을 알렸다. 이스라엘군 측은 “지상군은 국경 근처의 보안 구역을 넓히고, 가자 북부와 남부 사이에 부분적인 완충 지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허리 역할을 하는 ‘넷자림 회랑’을 포함해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 일대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올해 1월 19일 하마스와의 휴전 협정이 체결되자 가자지구 최남단 필라델피 회랑을 제외하고 지상군을 물렸으나 다시 군을 투입한 것이다. 이로써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군이 장악하면서 휴전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지상군이 넷자림 회랑에 다시 진입하자 휴전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하마스 측은 새로운 휴전 합의가 필요하지 않으며, 기존 합의대로 휴전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측은 상호 인질을 추가 석방하는 1차 휴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하마스는 2단계 종전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하마스가 제거되지 않으면 이전에 본 적 없는 강도로 공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가자지구 휴전을 연장하는 중재안이 있으나, 이와 같은 기회가 점차 닫히고 있다”라며 하마스 측을 압박했다.이스라엘군은 또 이날 가자지구 남부의 하마스 차량과 초소 등을 표적으로 공습을 이어갔다. 가자지구 보건당국 18일 기준 최소 47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유엔 측은 가자지구에서 구호 작업을 펼치던 유엔사업서비스기구(UNOPS) 직원 1명이 공습으로 인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5명 발생했다. 호르헤 모레이라 다 실바 UNOPS 사무총장은 “폭발은 사고가 아니었다”라며 이스라엘군 비판 목소리를 냈다. 하마스 전투요원을 대상으로 정밀 타격을 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유엔 건물을 공습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 1월 19일 양측이 임시 휴전에 돌입한 후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가자지구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18일 텔아비브 키리아 군기지에서 송출된 긴급 방송 담화를 통해 “이제부터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은 전투 속에서만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 공격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후 아직까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59명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군사력을 쓰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카타르 알자지라 또한 이날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쪽 접경 지역에 이스라엘군 전차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최근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이스라엘이 조만간 지상군 투입까지 단행할 뜻을 밝힌 셈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부터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기습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군 전투 재개 직후 “하마스 간부와 거점을 표적 삼아 집중 타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P통신 등은 공습이 가자지구 전방위에 걸쳐 이뤄져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한 민간인 피해가 심하다고 우려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 또한 19일 낮 12시까지 최소 434명이 숨졌다고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전쟁 재개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모셰 야알론 전 국방장관은 11일 공영 칸 방송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측근들이 2012년과 2018년 카타르에서 홍보비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950억 원)를 수수했다는 ‘카타르 게이트’ 의혹을 제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9년 11월에도 국내 사업가들로부터 불법 향응 등을 받았다는 비리, 배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됐다. 이 재판은 아직도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와중에 ‘카타르 게이트’까지 불거지면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사퇴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핵심 지지층인 강경 보수 유권자가 선호하는 전쟁 재개를 택했다는 것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대화 의지 또한 내비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시 주석이 ‘머지않은 시점(not too distant future)’에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시 주석의 방미 가능성에 대비해 워싱턴의 노숙인 텐트촌을 철거하는 등 도시 대청소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이 열린다면 핵심 주제는 양국의 관세 부과를 포함한 통상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4일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달 4일에도 10%의 추가 관세를 또 부과했다. 중국 역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두, 옥수수, 돼지고기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이 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의 원인으로 지목한 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정상이 올 6월 미국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4월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회담 장소와 시기를 두고 양국이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수장 로넨 바르 국장의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신베트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기습 공격에 따른 ‘가자전쟁’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지만, 실제로는 비리 의혹에 휩싸인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네타냐후 총리 측과 바르 국장 측은 전쟁 직후부터 책임 소재 공방을 벌였다. 특히 신베트 측이 5일 네타냐후 정권의 책임론을 거론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불화가 커졌다. 이 보고서에는 카타르가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총리 측이 방관했고, “하마스의 기습 공격 위협이 크다”는 수차례의 보고 또한 무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와중에 모셰 야알론 전 국방장관은 11일 공영 칸 방송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측근들이 2012년과 2018년 카타르에서 홍보비 명목으로 총 6500만 달러(약 950억 원)를 수수했다는 ‘카타르 게이트’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큰 파장이 일자 신베트는 관련 조사에도 착수했다. 바르 국장에 대한 해임 시도가 총리의 개인적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책임 소재+‘카타르 게이트’ 여파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6일 바르 국장과 만난 뒤 성명을 내고 “전쟁 중에는 나와 신베트가 완벽한 신뢰 관계여야 하지만 이 신뢰가 깨졌다”며 그의 해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빠르면 19일경 전시내각 투표를 통해 해임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에 참여하는 장관급 인사 32명 중 투표에 참석하는 인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다만 AP통신은 최종 해임에는 크네세트(의회)와 법무장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바르 국장은 사퇴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그는 성명을 통해 “총리가 요구하는 ‘신뢰’는 국익에 반한다. 내가 얻어야 할 신뢰는 국민의 신뢰뿐”이라고 밝혔다. 바르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의 전임자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가 2021년 10월 발탁했다. 그간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신베트 국장직은 통상 5년 임기가 보장됐다. 관례대로라면 내년 10월까지 국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두 번째 집권 시절인 2019년 11월 국내 사업가들로부터 불법 향응 등을 받았다는 비리, 배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기소됐다. 이 재판은 아직도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와중에 ‘카타르 게이트’까지 불거졌고 신베트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자 양측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쟁 와중 네타냐후 반대파 잇단 퇴진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 이 와중에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 헤르지 할레비 전 군 참모총장, 전시내각에 참여했던 중도파 인사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은 총리와의 이견으로 줄줄이 사퇴했다. 갈란트 전 장관, 할레비 전 참모총장의 자리는 모두 총리와 가까운 강경보수 성향 인사가 대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바르 국장까지 해임하려 하자 야권은 그가 ‘충성파’로 요직을 채워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도 그가 주요 보직마다 기존 인사를 해임하고 측근을 앉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론 또한 냉담하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2.5%가 “총리가 전쟁 발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48%는 “즉시 사퇴”를 촉구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 수장 로넨 바르 국장 해임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지만, 최근 카타르 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충성파를 찾아 앉히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6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신베트 수장은 신뢰가 필요한 자리이지만, 그런 신뢰를 보낼 수 없다”라고 이와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해임 조치는 기관의 재건과 가자전쟁에서의 목표 달성, 다음 비극을 막기 위해선 필수적”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례적인 정보기관 국장 해임 사유를 두고 2023년 10월 하마스 기습공격으로 시작한 가자전쟁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점을 든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바르 국장 해임안이 19일 내각 투표에 회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르 국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도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가 요구하는 ‘개인적인 신뢰’는 국가 이익에 반한다”라며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받야할 신뢰는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뿐”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59명이 모두 석방된 뒤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바르 국장은 2021년 10월 전임 총리인 나프탈리 베네트 정부 하에서 임명됐다. 신베트 국장직은 통상 5년 임기를 보장한다.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바르 국장이 하마스와의 가자전쟁 원인에 대한 공식 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요구하면서 충돌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공식적인 국가 조사위원회를 꾸리자는 요청을 거듭 거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를 일종의 정치 공세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최근 신베트가 가자지구 전쟁 책임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 내각의 온건한 하마스 대응책 등이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총리실과 각을 세웠다. 미국 매체는 악시오스는 신베트가 네타냐후 총리 측극 비리 의혹에 대해 정조준하자 서둘러 국장 해임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스라엘 정보 기관은 크게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모사드와 국내 정보를 취급하는 신베트로 나뉜다. 신베트는 국내 정치 현안과 관련한 수사 업무를 맡기도 한다. 신베트는 최근 경찰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의 카타르 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카타르 측으로부터 2012년 15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2018년 5000만 달러(약 730억 원)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네타냐후 총리실 측극 3명도 카타르로부터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안으로 가져온 ‘30일 임시 휴전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 측이 내놓은 중재안에 서명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동안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대한 공세 고삐를 쥐고 있다. 종전 협상 막판까지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13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그 아이디어(휴전안)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지지하지만 논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 발언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원론적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안으로 내건 휴전안에 동의한다는입장이면서도, 당장 서명하진 않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이다.푸틴 대통령은 30일 임시 휴전안이 우크라이나가 재무장할 시간을 벌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30일 휴전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가 강제동원을 계속하고, 무기를 공급해 새 부대가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전선의 거의 모든 구역에서 진군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큰 부대를 포위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는 우리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은 완전히 고립돼 있으며 물리적 봉쇄가 이뤄지면 상대는 항복하거나 죽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끊은 상황에서 보다 유리해진 전황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휴전 제안에 동의하지만, 이는 휴전이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지고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여부는) 이제 러시아에 달렸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먼저 합의한 임시 휴전안을 수용하라며 공개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평화를 위해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아 대러 제재에 나설 경우) 러시아에 엄청 안 좋고, 재정적으로 황폐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푸틴 대통령 발언이 공개되자 자신도 곧바로 통화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 협상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러시아는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외교전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NBC는 13일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 측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를 배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예비역 중장 출신 켈로그 특사는 친(親) 우크라이나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켈로그 특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달 18일에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국가안보회의는 이날 보도에 대해 “켈로그 특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라며 반박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종전 중재국 중 한곳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모습도 보였다. 크렘린궁은 13일 푸틴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통화가 라마단 성월을 맞아 사우디 측에 안부를 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양국의 수준 높은 협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도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당시 총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된 피해자가 26년간 고통을 겪다 결국 총상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관할 당국은 이를 총격에 의한 타살로 결론내면서, 해당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기존 13명에서 1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13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컬럼바인 총격 피해자 앤 마리 호크할터가 43세를 일기로 지난달 16일 숨졌다. 이날 재퍼슨카운티 검시 사무소는 부검 보고서를 통해 호크할터는 패혈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검시 사무소는 총격으로 인한 신체 마비와 합병증이 사망에 중대 요인으로 보고했다. 이를 토대로 법의학자는 보고서에 사망 원인을 타살로 결론지었고, 관할 당국 또한 해당 보고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다. 컬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은 1999년 4월에는 콜로라도주 리틀턴 컬럼바인 고교에서 재학생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가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12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를 숨지게 하고 자신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호크할터가 타살로 보고되면서 사망 피해자가 추가로 집계됐다. 호크할터는 총격 사건 당시 17세로 점심을 먹던 중 가슴과 등에 총상을 입어 허리 아래 하반신이 마비됐다. 척수 손상으로 인한 극심한 신경통 등 평생 만성 통증을 앓았다. 클라리넷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도 포기했다. 총격 사건은 피해자의 가족에게도 큰 심리적 충격을 안겼다. 호크할터의 어머니는 컬럼바인 총격 사건으로 딸이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에 대해 깊은 죄책감과 고통을 느낀 끝에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호크할터는 신앙 생활을 이어갔고, 다른 총상 피해자들을 돕는 활동에도 활발히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총격범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2016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을 내자 그에게 편지를 보내 “원망은 독약을 삼키는 것처럼 나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나는 당신을 용서하며 잘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부고 소식은 지난달 지역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 가족 수 타운센드는 지난달 17일 덴버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크할터는 심한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삶의 옹호자이자 장애인 커뮤니티에서 자신만큼 강하지 않던 사람들을 위한 옹호자였다”라고 애도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을 앞세운 러시아 측 반격으로 인해 군사 요충지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수세에 몰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가 7개월간 우크라이나에 내줬던 해당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닮은 북한군 인해전술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인디팬던트는 13일(현지 시간) 러시아 북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이 대거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작전중인 우크라이나군 정찰부대 지휘관을 인용해 “북한군이 디도스 공격처럼 밀려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해당 지휘관은 “북한군을 10명 중 8명꼴로 죽였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소수인 탓에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핵심 보급 도시인 수드자를 내주고 전선을 뒤로 물린 것으로 전해졌다. 디도스 공격이란 웹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에 대량 트래픽을 발생시켜 서비스를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 방식이다. 북한군은 인명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자살 공격(suicidal attacks)’에 활용되고 있다는 게 해당 사령관의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군은 스베르들리코보 같은 작은 마을을 차지하기 위해서 북한군 희생자가 수백명에 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군이 초기 선봉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이후 드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측이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원격조정되는 신형 유선 드론을 쓰고 있어 전파 방해를 받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해당 드론은 25㎞ 거리에서도 조종이 가능하며, 전파 방해를 받지 않고 있다. 신형 드론은 러시아군 전체 드론 중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AP통신도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기습공격으로 쿠르스크를 점령했으나, 북한군이 이 지역에 투입되면서 전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는 “북한군은 무거운 탄약을 들고도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린다”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13일 쿠르스크 지역 주요 도시인 수드자를 비롯해 3개 도시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수드자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 내 다른 거점에 물자를 보급하던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 군은 쿠르스크 지역 내 다른 저항 거점에 대해서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압박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간 휴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측 협상력을 떨어트리기 위해 공세에 고삐를 쥐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8월 기습 공격으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점령했으나, 러시아가 북한군을 앞세워 공세에 나선 끝에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겼던 영토 70%를 다시 수복했다고 AP통신이 이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은 AP통신 측에 “러시아군은 휴전 협상에 들어가기 전까지 쿠르스크 수복전에 나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은 협상 지렛대를 잃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