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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를 통과한 예산에 대해 ‘쪽지예산이 과도하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더니 말뿐이었다’ 등의 지적이 나오자 새누리당이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이날 자료를 내고 “국회에서 쪽지예산을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늘렸다는 오해가 있으나 실제 정부안 대비 SOC 증액 규모는 지난해 5210억 원, 올해 5574억 원으로 예년 수준”이라고 해명했다.하지만 올해 무상보육 등을 위한 복지예산이 크게 늘었음에도 SOC 예산 증액 폭이 전년보다 7% 커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난해의 경우 국회에서 늘린 액수보다 많은 8407억 원을 SOC 분야에서 삭감했지만 올해는 삭감 폭이 1895억 원에 불과하다.나 부의장은 또 “복지예산을 늘리느라 국방예산을 삭감했다는 오해가 있는데 국방 분야에서 예산 집행이 불투명하거나 양산에 문제가 있는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며 “오히려 안보 상황을 고려해 삭감 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국방예산의 순삭감 폭은 올해 3287억 원으로 지난해(1951억 원)보다 68.5% 늘었다. 지난해 삭감한 예산의 약 65%가 제주 해군기지 관련 예산인 것을 감안하면 장비 도입 예산의 삭감 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의원연금을 개혁하겠다고 해놓고 지난해와 같은 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에는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액수가 정해지지 않아 예산을 유지한 것”이라며 “기준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남은 예산을 불용 처리하겠다”고 설명했다.여야는 의원연금을 포함한 국회 쇄신 관련법을 지난해 11월 1일까지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제 와 ‘법안이 바뀌지 않아 예산을 그대로 편성했다’고 말하는 것은 군색하다는 지적이 있다.나 부의장은 ‘증액심사가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개하는 것이 올바르지만 회의에서 선별적으로 증액을 추진하면 증액되지 않은 사업 당사자들이 반발해 심사가 불가능해진다”며 “향후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야당도 내부적으로 할 일이 산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의 선후를 가려주었으면 한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사진)이 5일 브리핑에서 인수위원 인선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해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 인선 등에서 국민대통합 의지를 기본 철학으로 삼아 어느 때보다 세심한 고려를 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은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는 박 당선인의 진심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자질 논란이 일던 윤 대변인이 인수위 출범을 맞아 더이상 밀리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밀봉 인사’ ‘깜깜이 인사’ 논란에 대한 해명 없이 갑자기 야당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은 다소 느닷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의 선후’를 언급하며 야당을 상대로 ‘너희 할 일이나 하라’는 투의 논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통합당은 “윤 대변인의 막말은 야당에 대한 도발”이라며 연일 사퇴를 촉구했다. 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지명 철회도 요구했다. 당내에서는 이미 박 당선인과의 ‘허니문 종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박영선 의원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흔히 새 대통령이 탄생하면 야당과 허니문 기간이 있다”며 “우리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허니문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장원재·김기용 기자 peacechaos@donga.com}

#새누리당은 올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값등록금 공약을 지키기 위해 국가장학금지원 예산을 정부안보다 5250억 원 늘렸다. 0∼5세 무상보육 공약을 위해서는 영유아 보육 지원 예산을 4359억 원, 양육수당 지원 예산을 2538억 원 늘렸다. 그 대신 방위사업청의 방위력 개선 예산은 4120억 원 깎여 나갔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국방 전력증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3일 “안보 없이는 복지와 민생도 지켜지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전의 현안인 국가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용지 매입을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원 문제로 용지 매입비는 올해 예산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대전 지역에서는 “선거가 끝나니 이럴 수 있느냐”는 말이 터져 나온다. #박 당선인은 투표 전날 사병 복무기간을 3개월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약을 이행하면 한 해 2만7000명의 전력 공백이 발생하고, 이를 부사관으로 메우려면 매년 수천억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군 부사관 확충을 위해 증액된 예산은 158억 원에 불과하다. 올해 예산안은 박 당선인이 선거 후 처음 마주친 ‘불편한 진실’이다. 선거 기간 발표된 공약은 수천 가지에 이른다. 한정된 예산에서 하나의 공약을 지키려면 다른 공약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은 자신들을 위한 공약이 미뤄지거나 폐기되면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더니 이럴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대선에서 다른 후보를 찍은 이들 사이에는 “어디 공약을 다 지키나 두고 보자”며 벼르는 움직임도 있다. 박 당선인이 당면한 ‘불편한 진실’은 예산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택시법은 버스업계와 택시업계의 이해가 극명하게 충돌하는 사안이다. 선거용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충분히 듣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거부권 행사 얘기까지 나오지만 “국회에서 합의한 내용에 덧붙일 말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그런 애매한 태도를 취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수위원회 기간에 공약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성과 비용 대비 효용을 따져 일부 공약은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후순위로 돌려야 한다는 것.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인수위에서는 일관성이 없는 공약을 바로잡고, 효용 대비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공약의 경우 점진적으로 하거나 범위를 좁히는 등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약이더라도 객관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지키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박 당선인이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택시법처럼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이더라도 필요하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장원재 정치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전직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헌정회의 연로회원 지원금, 일명 의원연금은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비교해 과도한 혜택으로 의원들이 가진 특권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이에 여야 모두 의원연금 개혁 법안을 내놓았지만 ‘폐지’보다는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도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흐지부지되고 있다. ○ 하루만 일했어도 월 120만 원의원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전직 국회의원이면 누구든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연금처럼 재직기간 중 본인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고도 만 65세가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달 120만 원을 여생 동안 받을 수 있다.헌정회는 정관을 통해 △전직 대통령 △공무원 △지방자치단체·공직유관단체 등에서 매달 보수나 업무추진비를 받는 사람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외된 65세 이상 전직 의원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836명 중 20명에 불과하다.재직 기준이 따로 없다 보니 단 하루만 의원 배지를 달았어도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20년 이상 재직해야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하면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이를 감안해 여야는 지난해 9월 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재직 기간을 1년(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또는 4년(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으로 정하고 그 이상 재직한 경우에만 연금을 주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의원연금을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사회보험의 일부로 볼 경우 재직 기간이 길더라도 본인 납부액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소득이나 재산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재산이 2조 원이 넘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도 전직 의원이 되면 의원연금 대상이 된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다른 소득이 있어도 지급된다.의원연금이 기초노령연금처럼 국가가 세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공공부조의 성격이라면 당연히 소득 또는 재산을 기준으로 일정 기준 이하일 때만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야는 소득이나 재산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하지만 지급 기준이 ‘소득인정액이 헌정회 정관에서 정한 기준 미만일 것’(이철우),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미만이고 금융·부동산 자산이 10억 원 미만일 것’(이용섭) 등이어서 어려운 의원을 돕는다는 취지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비판이 나온다.의원연금을 국가에 기여한 보상으로 보면 액수가 과도하다. 6·25 참전 용사 명예수당은 올해 3만 원 올랐음에도 월 15만 원에 불과하다. 무공훈장을 받은 이들에게 주는 무공영예수당은 올해 월 21만∼23만 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월 120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월 30만 원씩 약 30년 동안 불입해야 한다.○ 선진국은 의원 개인 돈 내고, 재직 기간 비례해 연금 지급선진국 중에서 한국처럼 기형적인 의원연금 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영국의 경우 의회연금법에 따라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의원이 급여의 일부(5.9∼11.9%)를 지속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국가에서는 급여의 26.8%만 지원한다. 만 65세가 되면 재직 기간에 최종 급여액의 일정 비율(1.7∼2.5%)을 곱한 만큼을 연금으로 수령한다. 그렇게 해서 받는 연금급여가 연간 3000만 원 내외다.미국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재직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의원이 급여의 일정액을 납부해야 하며, 재직 기간에 따라 수급액도 차이가 난다. 스웨덴은 12년 이상 의원직을 수행해야 연금을 지급하며, 일본은 2006년 의원연금을 폐지했다.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은 입 모아 외치던 기득권 내려놓기가 표를 위한 정치 캠페인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1일 통과된 예산안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는 올해에도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128억26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와 동일한 액수다. 헌정회는 만 65세 이상의 전직 의원들에게 월 120만 원씩을 지급한다. 국회의원을 하루만 해도 평생 받을 수 있다. 일반인이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월 30만 원씩 30년을 불입해야 하는 것이나 6·25전쟁 참전 유공자에게도 월 12만 원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 대선 때 의원 연금제도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꽝’이었다. 실제로는 개혁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전에도 여야는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의원 연금 손질을 수없이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6월 연금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금 지급 대상을 ‘현재 수령자’로 한정하고 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내놨다. 민주당도 재직 기간이 4년 미만이거나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제외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제대로 논의된 적 없이 아직도 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1일 통과된 올해 예산의 총규모는 지출 기준으로 342조 원이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우며 불필요한 예산을 줄인 끝에 민생 관련 예산은 늘리면서도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342조5000억 원)을 5000억 원이나 줄였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여야가 내세우는 ‘알뜰살림’이 사실은 기존에 발행한 국채의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을 줄이면서 나타난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당초 정부안에서 연 4.8%로 설정했던 국채 이자율을 연 4.0%로 0.8%포인트 내리는 방식으로 1조4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했다. 결국 이 추가 재원 덕분에 여야가 실제로는 정부 지출을 9000억 원 늘렸음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5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게 됐다. 여야와 정부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를 감안해 당초 책정한 이자율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한 9월과 12월 사이에 내려간 국채 금리는 0.1%포인트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안을 편성할 때는 이자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했으나 이번에 현실적으로 바꾼 것”이라며 “현재 금리가 연 3%대인데 앞으로 내리면 내렸지 올라갈 가능성은 적어 국회와 협의해 금리를 낮췄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도 “정부가 책정한 금리에 거품이 끼어 있어 이를 걷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채 이자율을 책정할 때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채 이자는 국가부도 사태가 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예상 밖으로 금리가 오르면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국채 이자를 갚기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이날 통과된 예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운영비 54억800만 원이 전액 삭감돼 해당 기관이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현행법에서 지난해 말까지로 정한 국고보조 시한이 연장되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게임물등급위는 2006년 세워진 뒤 매년 관례적으로 국고 지원이 연장돼 왔으나 이번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회를 없애고 민간 자율심의기구를 두자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정부에서 제출한 국고 지원 연장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게임물등급위는 국고 지원이 없어진 뒤 빚어질 업무 파행을 막기 위해 게임 심의수수료를 두 배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이 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거치지 않으면 게임을 시중에 유통할 수 없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여야는 1일 오전 6시 4분 본회의를 열고 342조 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막판 충돌은 연례행사지만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여야는 전날 오후 예산안의 구체적인 금액까지 모두 합의하고도 제주해군기지 예산에 어떤 부대의견을 붙일지를 두고 밤을 새우며 싸우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강창희 국회의장 주재로 릴레이 협상을 4차례 벌였고 1일 오전 4시경 ‘70일 이내에 부대의견에 포함된 세 가지 조건을 이행하고 국회에 보고한 뒤 예산을 집행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데 합의했다. 조건은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란 우려 불식 △15만 t급 크루즈 선박의 입항 가능성 철저 검증 △항만관제권, 항만시설 유지·보수비용 등에 대한 협정서 체결이다. 여야는 이후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나 합의처리임에도 41명이 반대, 30명이 기권하는 등 여진이 적지 않았다. 찬성은 202명이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원내대표끼리 합의한 부대의견을 번복해 예산안 처리가 늦어졌다고 비판했고, 민주통합당은 여당이 ‘박근혜표 예산’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예산안이 늦게 통과되면 재정 집행이 늦어져 정부 지원이 시급한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 헌법은 이를 막기 위해 국회가 매년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는 10년째 법정기한을 어겼을 뿐 아니라 민생과 관련이 적은 제주해군기지 논란으로 해를 넘기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11월 22일, 12월 2일, 12월 28일 합의처리 약속을 세 차례나 어겼다. ‘밥값을 하겠다’던 19대 국회의 약속이 허언으로 돌아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여야는 지난해 8월 말까지 국정감사를 마치고 정기국회에서는 예산안과 법률안 심사에 집중하겠다며 법률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방탄국회 논란과 공방 속에 약속은 잊혀졌고 국감은 예년처럼 10월에 열렸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6월 불체포특권 포기 등 6대 특권 폐지 방안을 발표했고 민주당도 비슷한 방안을 내놨다. 여야는 11월 1일까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여야가 지난해 12월 31일 합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일명 유통법)은 대형마트 영업 제한시간을 ‘자정∼오전 10시’로 현재(자정∼오전 8시)보다 2시간 늘리고 매달 일요일과 공휴일 중 이틀을 쉬도록 했다.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합의된 안과 비교하면 영업 제한시간은 완화됐고 의무 휴업일은 강화됐다. 지경위에서 여야는 영업 제한시간을 ‘오후 10시∼오전 10시’로 확대하고 의무 휴업일을 ‘월 1일 이상 2일 이내’에서 ‘월 1일 이상 3일 이내’로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이 “맞벌이 부부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대해 진통을 겪어왔다. 여야는 다만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있을 경우 평일에도 쉴 수 있도록 했다. 지경위 민주통합당 간사인 오영식 의원은 “지방은 장날에 맞춰 대형마트가 휴업을 하는 것이 전통시장과 자영업자들에게 더 편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은 △대형마트가 지방자치단체에 개설 등록을 신청할 때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사전입점예고제를 도입해 등록 신청 30일 전에 지자체장에게 입점 사실을 알리도록 하며 △현행 규제에서 예외가 됐던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개설 점포도 같은 규제를 받도록 했다. 당장 법이 시행되면 매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대형마트 측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달 일요일과 공휴일에 이틀씩 문을 닫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휴일 매상이 평일의 1.5∼2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에서 “당초 개정안에서 영업시간 제한이 다소 축소돼 아쉬운 점은 있지만 대형유통업체와 소상공인이 상생하기 위한 양보와 타협의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여야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도 원안대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여야는 대중교통을 규정하면서 ‘노선을 정하지 아니하고 일정한 사업구역 안에서 여객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택시업계에 연간 1조9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권은 포퓰리즘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표를 얻기 위해 무리한 공약을 남발한 결과 정부 재정이 축나게 됐다는 것이다. 전면 파업을 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가 한발 물러난 버스업계에 추가 지원이라는 당근을 줘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여야는 2013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협의를 지속했지만 1일 0시 30분까지도 진통을 거듭했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로 막판까지 협상 여야 예결위 간사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4시까지 협의한 끝에 대부분의 쟁점에 의견을 모았지만 제주 해군기지 예산(2009억 원)과 관련해 마지막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양측 원내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이후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민주당은 △예산 일부 삭감 △국방부 소관 예산을 국방부와 국토해양부가 50%씩 분담 △2개월간 공사 중지 후 문제없을 경우 공사 정상화 등을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계수소위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연기를 거듭했지만 오후 8시경 민주당이 주장을 철회하는 대신 부대의견을 붙이자는 선에서 여야가 합의의 실마리를 찾은 듯 보였다. 이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 예산에는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것 △15만 t급 크루즈선박의 입항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것 △방위사업청과 국토부 예산을 구분해 적정하게 편성할 것 등의 부대의견이 달렸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부대의견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예산을 편성하되 집행은 부대조건을 이행한 뒤 보고서를 국회가 채택한 다음에 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 안을 갖고 1일 새벽까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협상을 벌였다.○ 복지와 교육 분야 예산 크게 늘려 여야가 합의한 2013년도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안을 총액 기준으로 약 5000억 원이나 줄이면서도 복지와 교육 분야 예산은 크게 늘렸다는 것이다. 0∼5세 무상보육, 정부의 대학 등록금 지원 확대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결과다. 방위사업청의 방위력 증강 예산 가운데 4120억 원은 삭감됐다. 복지 분야와 교육 분야의 예산은 공약 사업을 중심으로 1조8896억 원 늘었다. 그 대신 복지 분야에서 불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절감해 7050억 원을 줄여 순증액은 1조1846억 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상보육 예산이다. 여야는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위해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정부안(2조7895억 원)에서 약 7000억 원 늘린 3조4792억 원을 책정했다. 무상보육의 시행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5세 이하 영·유아를 둔 가정에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보육료나 양육수당이 지급된다. 대학생을 위한 등록금 지원 예산도 대폭 늘었다. 당초 정부가 편성한 올해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은 2조2500억 원이지만 여야는 여기에 5250억 원을 보태 관련 예산을 2조7750억 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국가장학금의 수혜 대상이 현재 ‘소득 하위 70%까지’에서 ‘하위 80%까지’로 확대된다. 군 사병 월급은 지난해 대비 약 20%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안에는 사병 월급 15% 인상 방침이 담겨 있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5%포인트 인상 폭이 확대됐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 257억 원이 증액됐다. 6·25 참전용사 명예수당도 당초 정부는 12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2만 원 올리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는 1만 원을 더 늘렸다. 무공수당은 현재 월 18만∼20만 원에서 월 21만∼23만 원으로 올렸다. 참전수당과 명예수당을 올리기 위해 여야는 관련 예산을 339억 원 늘렸다.장원재·유재동 기자 peacechaos@donga.com}

30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잠정 합의한 새해 예산안은 정부안에서 2000억 원 늘어난 342조7000억 원 규모(세출 기준)다. 이 중 주목되는 여야 합의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위한 예산을 반영한 것이다. 여야는 이를 위해 정부의 보육 관련 예산안 2조3237억 원에 더해 1조500억 원가량을 증액하기로 했다. 이로써 소득수준에 따른 선별적 지급을 추진했던 정부의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은 3개월여 만에 폐기됐다. ‘0∼5세 보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11총선과 이번 대선에서 줄기차게 주장한 대표 공약이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박 당선인이 28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민생 예산 통과를 부탁한 뒤 당초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던 기획재정부도 결국 모든 계층 무상보육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동의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0∼2세 보육수당은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축소하려던 정부 방침과 달리 올해처럼 유지된다. 3∼5세는 의무교육 성격의 보편 보육과정인 ‘누리과정’이 적용되면서 커버된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0∼5세 가정에는 소득에 상관없이 매달 20만 원씩 양육수당이 지급된다. 현재 차상위 계층(소득 하위 15%) 0∼2세에게만 지급되는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무상보육 중앙정부 부담금인 7000억 원의 증액을 추진했다. 하지만 중앙정부 부담금만큼의 금액을 지원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감안해 그 절반인 3500억 원을 중앙정부가 더 떠안게 했다. 올해와 같은 ‘보육 대란’을 막기 위해서다. 여기에 행정안전부 특별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 부담을 더해 1조4000억 원으로 무상보육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야가 새로 증액한 예산 4조3000억 원에는 0∼5세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예산 이외에 사병의 월급 단계적 2배 인상과 무공영예·참전명예수당 추가 인상을 위한 예산 등이 반영됐다. 경기 침체에 대비한 일자리 지원과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원 예산도 적지 않은 수준으로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무상급식 예산에는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30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을 국방부 몫으로 하느냐, 아니면 민군 복합항인 만큼 국토해양부와 국방부에 함께 배정하느냐 등 금액이 아닌 항목 조정에 대한 문제 한두 가지만 남았다”며 “국회에서 합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박근혜 예산’ 증액을 위해 재정건전성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온 국채 발행 규모는 7000억 원 수준으로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뤘다. 정부가 당초 세입으로 잡아놓은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에 따른 예상액 7000억 원은 매각 추진 가능성이 작은 만큼 삭감하되 이에 따른 세입 부족분을 국채 발행을 통해 메우는 방안이다.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복지·서민 예산은 (다른) 세출을 삭감해서 늘리려 하는 것”이라며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정부가 세입을 잘못 잡은 7000억 원(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이 최대치이고, 아예 안 할 수도 있는지 등을 두고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새 정부 첫해부터 빚을 내서 나라살림을 꾸리려 한다는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홍수영·장원재 기자 gaea@donga.com}
여야가 3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로 30일 합의하면서 최대 현안인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통법)’도 함께 통과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택시법은 최근 본회의 상정 시 운행 중단을 공언하던 버스업계가 한발 물러서며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는 지난달 22일 본회의 상정을 미루며 다른 대안이 없으면 예산안과 함께 법안을 처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택시업계에 연간 1조9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포퓰리즘 논란이 있어 최종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유통법은 대형마트 영업 제한 폭을 놓고 여야가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달 여야 합의로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을 현재의 ‘자정∼오전 8시’에서 ‘오후 10시∼오전 10시’로 확대하고 의무 휴업일을 ‘월 2일 이내’에서 ‘월 3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이 다른 의견을 제시해 법안 처리가 미뤄져 왔다. 민주당은 30일 의무 휴업일을 ‘4일 이내’로 늘리거나 ‘월 2회 일요일’로 명시하면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자정∼오전 10시’ 영업 제한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의무 휴업일과 관련해 △이해 당사자 합의 시 평일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거나 △월 2회 휴무로 하되 그중 1회를 휴일로 하는 안을 역제안한 상태다. 여야 지경위 간사들은 31일 오전에 만나 최종 합의를 시도하기로 했다.장원재·최우열 기자 peacechaos@donga.com}
여야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열어 ‘박근혜 대선공약 예산안’의 재원 마련을 위한 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예산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는 이날도 열리지 못해 올해도 막판까지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게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날 기재위를 열고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내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현행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내리는 내용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해 일정 금액이 넘으면 근로소득 등과 합산해 6∼38%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준금액을 두고 새누리당은 2500만 원, 민주당은 2000만 원을 주장하며 맞서왔다. 민주당이 주장해 온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조정 및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대신 여야는 기재위 산하에 조세개혁특위를 설치하고 소득세와 법인세 등 주요 세제 개정안을 종합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선 새누리당과 정부 간 협의를 거쳐 당초 1조∼2조 원 규모로 발행하려던 신규 국채 발행 규모를 일단 9000억 원 수준으로 줄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추가 삭감을 요구하면서 최종 타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주말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소위를 열어 최종 예산안을 조율한 뒤 마지노선인 31일 예결특위와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처리하는 일정이 유력해 보인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28일 소속 의원들에게 “31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 등 중요한 민생법안을 처리한다. 한 분도 빠짐없이 전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장원재·고성호 기자 peacechaos@donga.com}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대치하던 여야는 예산안 통과의 마지노선인 이달 말을 목전에 둔 28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후 4년 연속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던 예산안이 처음으로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19일 대선 승리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6조 원의 신규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더라도 2조∼3조 원 규모의 신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협의를 거치며 대선 공약 예산을 5조 원 규모로 축소했다. 기존 예산 삭감에도 적극 나서 불필요한 예산을 3조3000억 원 줄이고 남은 1조7000억 원에 대해서만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협의 과정에서 기존 예산을 더 삭감했고 국채 발행 규모를 9000억 원까지 낮췄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도 애를 많이 썼다”며 이례적으로 상대를 칭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채 발행은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새누리당에서 성의를 보이자 어느 정도의 국채 발행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다만 현재 9000억 원 수준인 국채 발행 규모는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세와 법인세 등 부자증세를 요구하던 기존 태도에서도 한발 물러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낮추는 선에서 세법 개정안에도 동의했다. 최 의원은 “복지 일자리 분야에서 예산 지출을 늘리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최대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자는 것”이라며 “국채 발행 규모를 새누리당이 주장하던 규모의 3분의 1로 줄인 것은 민주당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합의 처리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국채 발행 규모에 대한 최종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고 반값등록금 실현 예산 등 예산의 세부 내용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재 80∼90%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큰 흐름은 잡혔지만 대형 폭탄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여야는 27일 ‘박근혜 대선공약 예산안’의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싸고 협의를 거듭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여야 간사가 오전에 만났지만 협의는 결렬됐고 오후에 세제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개최하려던 조세소위원회와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이에 따라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세법 개정안은 예산 부수법안으로 통상 예산안과 함께 통과되기 때문에 기재위의 세법 개정안 처리는 예산안 처리 전에 이뤄져야 한다. 결국 올해도 지난해처럼 여야가 대치를 거듭하다 마지노선인 12월 31일 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채 발행 악영향 없어” vs “재정적자 안 된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새누리당은 ‘박근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1조∼2조 원 안팎의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국채 발행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기재위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5조 원이라고 보면 이미 3조3000억 원의 기존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에 1조7000억 원만 마련하면 된다”며 “1조, 2조 원의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큰 것도 아니고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박기춘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고위정책회의에서 “재정적자를 더이상 확대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정책은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복지를 확대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국채 발행 불가론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불과 보름 전 선거 공약으로 20조 원 규모의 ‘일자리 뉴딜’을 제안하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던 민주당이 갑자기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것이 전형적인 ‘예산안 발목잡기’라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13일 “수출은 선진국 경제 악화로, 내수는 가계부채 문제로 풀릴 기미가 없다. 이럴 때는 정부 재정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20조 원을 과감하게 위기극복 일자리 복지예산으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일단은 세수를 늘려야겠지만 불가피할 경우에는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FIU법 처리’ vs ‘부자증세’ 두 번째 쟁점은 재원 마련을 위해 세제를 어떻게 개편하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의 비과세와 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소득세와 법인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을 조정해 세수를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렇게 하면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말 증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금융정보분석원(FIU)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그렇게 되면 4조5000억 원에서 6조 원의 세금 수입이 생길 것”이라며 “이를 반대하면서 명분을 찾고 선전용으로 국회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일단 새누리당의 안대로 세제 개편안을 처리하고 추후에 세수를 확충할 수 있는 법안을 협의하자는 주장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FIU법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FIU가 수집한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하자는 내용의 법안이다. FIU는 은행 증권 등 각 금융회사로부터 하루 2000만 원 이상의 고액거래와 1000만 원 이상 거래 중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거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FIU가 수집된 금융정보를 분석한 뒤 조세범죄 조사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자료만 국세청에 제공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국세청에서 고액거래 정보를 모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IU법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대선 공약으로 ‘고액 현금거래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FIU법은 별개 사안인 만큼 이번에 부자증세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38%) 구간을 현행 3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낮추고 법인세는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 25%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장원재·최우열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선공약 예산안’을 둘러싼 재원 마련 방법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 국회가 26일 파행을 겪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이날 조세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세제 관련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27일로 연기됐다.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28일로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민주통합당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을 직접 조정하는 ‘부자 증세’로 재원을 확보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의 하향 조정(현행 3억 원→1억5000만 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 하향 조정(4000만 원→2000만 원) △법인세 적용 구간 신설(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시 최고세율 25%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 1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채를 발행해서 모든 사람에게 국가 부채를 부담시키는 것은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라며 “해법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직접적인 세율 인상 대신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의 각종 비과세와 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소득자가 연말정산에서 받는 공제총액한도를 2500만 원으로 제한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최저한세율(각종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도 현행 35%에서 45%로 높이는 방안이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법인세 최저한세율은 과세표준 1000억 원 초과 시 현행 14%에서 16%로 올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은 현행 400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관련 세제 법안을 개정하더라도 내년도 추가 세입은 125억 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정부 예산안 342조 원 가운데 4조 원가량을 삭감하더라도 1, 2조 원 안팎의 국채발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재위 새누리당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낮은 세율, 넓은 세원’ 원칙에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국회 예결특위에서 예산을 최대한 삭감하고 국채발행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6조 원은 복지 사각지대 축소와 서민 일자리 긴급 지원,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및 가계 부채 해소 등 서민 지원 예산”이라며 “민주당의 주장처럼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성호·장원재 기자 sungho@donga.com}

민주통합당은 24일 대선 패배의 충격을 수습하기 위해 이달 안에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선출된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도록 결정했다. 원내대표 권한이 강해짐에 따라 선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 및 당무위-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표결 끝에 신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하도록 결정했다. 겸임에 45명이 찬성했고, 37명이 반대했다.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등 쏟아질 원내 현안을 감안하면 겸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오전 당무위원회에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에게 비대위원장 지명권이 없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진 만큼 의총에서 표결로 선정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해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사퇴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5월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선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당 혁신을 통해 ‘뉴 민주당’으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 만큼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싼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원내대표는 28∼31일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로는 4선의 신계륜 김한길 추미애 의원과 3선의 박영선 유인태 조정식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내 일부 중진 그룹을 중심으로 경선보다는 추대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모적인 권력 투쟁을 피하자는 것이다. 5년 전에도 대통합민주신당이 대선에 패한 뒤 중앙위원회에서 교황선출투표 방식으로 손학규 대표를 선출한 바 있다. 오전 9시 반부터 5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비노(비노무현) 인사들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강도 높게 추궁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였다. 정세균 박영선 이인영 의원 등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간부들은 듣기만 했다. 노웅래 의원은 “국민 60% 이상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이뤄내지 못했으니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문재인 후보가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혼자 못하면 같이하자. 필요하면 나도 지역구에서 재신임을 받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의총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신임은 사실상 (문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철 의원은 “민주당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올해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아무런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4대 불가론’을 말하며 상대를 깎아내렸기 때문에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지 못했다”며 “뼈저린 반성을 통해 당의 근본적인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원내대표 선거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랑 전 의원은 ‘당내 몇 사람의 작태’라는 표현을 쓰며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장원재·이남희 기자 peacechaos@donga.com}
18대 대선 선거비용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법정선거비용 한도(560억 원)에 못 미치는 480억 원, 450억 원의 비용을 각각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20일 신문 및 방송광고, 방송연설 등 홍보비가 전체 선거비용의 58%를 차지하고 나머지 비용은 선거사무원 수당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거비용은 선거보조금(177억 원), 펀드 모금(250억 원), 금융권 대출(200억 원), 특별당비 및 후원금 등으로 이미 법정한도 이상을 마련해 뒀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밝힌 이번 대선 비용은 약 450억 원. 2007년 대선 때(390억 원)보다 60억 원을 더 썼다. 선거비용 중 70% 정도가 신문 및 방송광고, 유세차량 제작 등 홍보비로 쓰였으며 나머지는 선거사무소 운영비 등으로 지출됐다. 민주당은 선거보조금 160억 원 외 나머지 금액은 모두 펀드 모금(300억 원)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득표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한다는 규정에 따라 두 후보는 지출한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게 됐다. 득표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15% 미만일 때는 선거비용의 50%만 보전되고 10% 미만이면 전혀 돌려받지 못한다. 투표 사흘 전 사퇴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예비후보자 단계에서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는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20일 오후 4시 40분경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국정에 정파와 정당을 넘어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이 끝난 다음 날 승자와 패자가 통화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막판에 네거티브전이 기승을 부리면서 후보들이 서로 감정을 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병풍(兵風) 사건’이 벌어졌던 2002년, BBK 의혹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던 2007년에는 선거 후 후보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 후보에게 먼저 전화를 건 박 당선인은 문 후보가 전날 패배를 인정하며 “박근혜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드린다. 국민들께서도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힌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선인은 또 “치열하게 선거를 치렀지만 이게 다 국민의 삶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선택받고자 함이 아니었겠느냐. 그런 만큼 앞으로 국민을 위해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문 후보는 다시 한 번 당선을 축하하고 “박 당선인에 대해 기대가 크다.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또 “제가 당은 책임지고 끌어갈 수는 없겠지만 민주당이 국정에 정파와 정당을 넘어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국정 운영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의 통화는 2∼3분가량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도 “야당을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해서 국정 운영을 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렸다. 열린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에 모두가 동참할 때”라고 강조했다. 승자와 패자가 결과 발표 후 축하와 위로를 건네며 협력을 다짐한 만큼 박 당선인의 대통합 행보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도 ‘아름다운 승복’으로 향후 정치적 행보에 힘이 실리게 됐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진보좌파의 위기.’ 이번 대선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평가다. 진보좌파 진영이 총결집해 단일대오를 형성했지만 보수우파 세력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4·11총선에 이어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격언대로 그동안 진보 진영은 뭉치지 못해 패한 경우가 많았다. 1987년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단일화를 통해 각각 승리했다. 이번 대선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민주개혁세력’(민주통합당), ‘중도진보세력’(안철수 전 후보), ‘진보평화세력’(진보정의당), 야권 성향의 시민사회세력이 모두 뭉친 것도 단일후보를 내세우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100만 표 이상 차이로 패하자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이제 뭉쳐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20일 “안철수 전 후보 및 진보 세력과 야권대연합을 이루고 투표율을 최대한 높이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이런 구도라면 투표율이 80%가 됐더라도 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패배를 진보진영이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틀을 버리고 철저하게 자기쇄신을 해야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진보라는 말을 들으면 예전에는 개혁, 변화 등 긍정적인 인상을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종북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인상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며 “진보 진영의 재편성을 통해 진보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의 진보 진영이 추구하는 세 가지가 반핵, 반전, 인권인데 한국의 진보 진영은 북한 인권에 침묵하고 북핵 문제도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를 활발하게 제기하는 등 새로운 진보 운동을 펼쳐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과 문 후보는 이번 선거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이긴 하지만 그 수면 아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역사가 연장되고 있다는 점을 안일하게 봤기 때문에 자기혁신을 게을리했다”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일 집계한 18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75.8%. 17대 대선(63.0%)은 물론이고 16대 대선(70.8%)보다도 크게 높아진 것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정치 무관심층이 많은 젊은층이 투표소로 몰린 결과로 해석돼 진보진영이 유리하다는 일반적 공식은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투표율이 73% 이상이면 불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통합당은 투표율이 71.5% 이상이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도 70%대 중반 투표율이면 문 후보가 매우 유리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높은 투표율 자체만으로도 잔칫집 분위기였다. 하지만 투표율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이 결집하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고 선거전문가들은 머쓱한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 직선제가 재도입된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대선 투표율이 반전됐다는 의미도 있다. 1987년 13대 대선 투표율은 89.2%였으나 정치 무관심층이 많아지며 14대 81.9%, 15대 80.7%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세였다. 하락세를 되돌린 가장 큰 원인은 초박빙 승부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총집결해 맞대결을 벌이면서 적극 투표층이 늘어난 것.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참여 의사를 묻는 최근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대답이 79.9%로 2007년 조사 때의 67.0%보다 12.9%포인트 높아져 투표율이 다소 오를 것으로 전망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높아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도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에서는 이날 하루 종일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폭주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