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대훈장 - 측근 사면, 임기말 MB의 두가지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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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대훈장 언제 받나

사회통합위 보고 받는 李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성과 보고 오찬 간담회에서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회통합위 보고 받는 李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성과 보고 오찬 간담회에서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셀프(self) 수여’해야 하나, 박근혜 정부에서 받아야 하나.”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10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무궁화대훈장(사진) 수여 시점과 방식을 놓고 털어놓은 고민이다. 무궁화대훈장은 상훈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전·현직 우방국 원수 및 배우자에게 수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 훈장이다. 관례적으로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받아왔다. 다른 훈장처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임기 5년간의 공적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치하받는 의미로 퇴임과 함께 받겠다”며 수여를 미뤘다가 퇴임 직전인 2008년 1월 이 훈장을 받았다. 이 대통령도 비슷한 이유로 수여를 미뤄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후 주변 참모들에게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쳐오는데 한가롭게 훈장 받게 생겼냐”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퇴임 직전 스스로 무궁화대훈장 수여를 결정하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1월 국무회의를 열어 자신과 부인 권양숙 여사를 대상으로 ‘셀프 훈장 수여’를 결정하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논평을 내고 ‘집안 잔치 하느냐’고 비꼬았다. 특히 무궁화대훈장은 대한민국 최고 훈장답게 주재료로 금, 은이 들어가고 자수정 루비 등 보석도 사용된다. 제작비는 약 2000만 원이다. 경기 침체기인 만큼 여론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다음 달 특별사면을 추진한다는 게 알려지자 여야 모두 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서는 것도 청와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초반에 수여식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훈법상 무궁화대훈장은 현직 대통령에게 주는 만큼 수여 대상을 ‘현직 이명박 대통령’으로 설정해놓고, 수여 시기만 다음 정부로 늦추자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무궁화대훈장을 받으려고 전례도 없는 ‘꼼수’를 부린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반대론도 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녹색성장 어젠다 주도 등 이 대통령의 임기 중 성과에 상응하는 훈장 수여가 될 수 있도록 시기와 방식을 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비즈니스 외교 차원에서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알란 가르시아 전 페루 대통령 등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한 바 있다.

이승헌·장원재 기자 ddr@donga.com
■ 특별사면 강행할까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 추진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고려대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이 특사 대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사면 얘기가 나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시중, 천신일, 신재민 세 사람이 무죄 주장을 중단하고 항고를 포기했을 때부터 ‘형이 확정돼야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노림수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인 심재철 최고위원도 “국민 감정상 받아들이기 힘들다. 잘못된 것이며 철회하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권력형 비리를 특사로 구제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드는 것이고 ‘유권무죄’처럼 특권층에 대한 특혜로 인식될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특사는 ‘법치를 세우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 만큼 박 당선인의 반대 의견이 적절히 반영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야권에서도 “국민이 준 권력과 권한을 사사롭게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과 국민은 염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번 특사를 ‘이명박식 임기 말 떨이특사’로 규정한다”고 일갈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도 국회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서 “먹고 튀는 ‘먹튀자본’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정권 말기에 풀어주고 튀는 ‘풀튀정권’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선 임기 말 특사가 박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사면은 통치권자의 정치적 결단”이라며 “새 정부가 아닌 현 정부가 비판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고성호·민동용 기자 sungho@donga.com
#이명박#무궁화대훈장#사회통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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