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과 정반대 임무… 난감하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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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자출신 인수위원들 곤혹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학자 출신 인수위원 중에는 ‘소신’과 ‘임무’ 사이에서 난감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업무보고를 통해 정부 각 부처에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실행 계획을 점검해야 하지만 정작 공약이 그동안 밝혔던 소신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인 홍기택 경제1분과 위원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를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다. 홍 위원은 2009년 2월 나성린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금산분리 완화는 한마디로 은행에 주인을 찾아 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위원의 소신은 박 당선인의 공약과는 배치된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은행과 산업의 관계에 좀 더 보수적인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라며 현재 9%인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홍 위원은 정부가 주도해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의 신용을 회복시키는 것에도 줄곧 반대했다.

카드대란 직후인 2004년에는 신문 칼럼에서 배드뱅크(부실채권 처리 기관)를 통한 신용회복 지원 정책에 대해 “별 효과 없이 도덕적 해이만 가중시켜 금융시장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융기관들이 자체 프로그램으로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신용불량자 대사면을 실시하려 할 때도 ‘도덕적 해이를 고착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홍 위원은 이제 금융위에 박 당선인이 약속한 ‘18조 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립’ 및 ‘채무불이행자 320만 명의 신용회복 지원’ 시행을 촉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인 서승환 경제2분과 위원은 세종시 반대론의 선봉에 서 있던 학자다. 그는 2007년 신문에 쓴 칼럼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잘나가는 지역을 더 잘나가게 해줘야 한다”라며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비판했다. 또 세종시 건설에 대해 “당장은 소득 격차가 줄어 갈채를 받을지 모르나 결국은 모두가 못사는 사회가 된다. 포퓰리즘에 도끼자루가 썩는다고나 할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 위원은 17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보고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박 당선인이 공약한 ‘명품 세종시 건설 적극 지원’ 방침에 따라 향후 이행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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