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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을 배운 사람이 10% 늘어나면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은 1.36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은 전국 253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성인 22만89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지역사회건강조사’와 ‘2013년 국내 급성심장정지 등록자료’를 분석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 지역주민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수준과 시행의지,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지역주민이 10% 늘어날수록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심장정지 환자가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을 받을 확률은 1.1배, 생존율은 1.36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에 따르면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자가 가장 적은 지역은 경북 영덕군이었다. 이곳 지역주민 중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비율은 5.6% 수준에 머물렀다. 경북 군위군 8.5%, 전남 진도군 9%, 전남 고흥군 12%, 전남 신안군 13.2% 순으로 교육이수자 비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소생협회의 학술지 ‘소생(Resuscitation)’ 2월호에 실렸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23일에 이어 25일에도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PM10)가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황사의 영향으로 25일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걸쳐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m³당 151μg 이상) 수준을 보이겠다”며 각별히 건강관리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으로 2시간 이상 이어질 때 발령되는 미세먼지주의보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m³당 3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농도가 2시간 이상 이어져 경보가 발령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5∼13도로 전날과 비슷하고 낮 최고기온은 19∼27도를 나타내겠다.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가 나타난 23일 인천과 충남 지역은 하루 동안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m³당 209μg과 213μg에 이르렀다. 경기 지역 역시 이날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201μg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농도를 m³당 50μg 이하로 낮춰서 관리할 것을 권고하는데, 이들 지역은 기준치에 비해 4배 정도 대기 질이 나빴던 것이다. 분지 지형으로 대기 정체 현상을 보인 대구 역시 이날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206μg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주의보는 24일 낮 12시에 해제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0μg 이하로 떨어지면 주의보를 자동으로 해제하는데 정오를 기점으로 97μg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미세먼지주의보가 해제됐다는 소식에 예정됐던 일정을 포기했던 시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반면 심각한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신문사 주최로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등 각종 야외 행사가 진행돼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을 일으킨 폴크스바겐이 최근 미국 판매차량에 대한 현금 보상 계획을 밝히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시정조치(리콜) 계획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폴크스바겐 측은 이미 두 차례나 정부에 불성실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았지만 “차량 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오히려 느긋한 표정이다. 리콜 계획서 제출 마감기한이 없는 허술한 국내 법령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 허술한 국내 법령이 오만 키웠다 폴크스바겐 사태가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23일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경유차량 약 12만 대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렸다. 리콜 관련 규정이 담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리콜 명령을 받은 업체는 45일 내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리콜 계획서가 퇴짜를 맞았을 때 언제까지 보완하라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리콜을 압박하기 위해 제출 시한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적인 허점 탓에 첫 계획서를 엉망으로 제출해 퇴짜를 받으면 오히려 시간을 버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45일 기한을 모두 채우고 제출 마감일인 올 1월 6일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리콜 핵심 내용인 결함 원인을 단 한 문장으로만 적어내 논란이 됐다. 3월에도 리콜 계획서를 다시 제출했으나 차량 개선 방법이 담기지 않아 또다시 퇴짜를 맞았다. 문제는 리콜 계획이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는 것. 해당 법인은 “문제가 된 경유차량 15종에 대해 차량 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며 “다음 달 중순쯤 먼저 완성된 소프트웨어부터 한국 정부에 순차적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독일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언제 리콜 계획서가 이행될지 알 수 없다. 해당 법인은 22일 “한국 정부의 리콜 승인을 받은 뒤에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오히려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에게 1인당 5000달러(약 565만 원) 등 3조3900억 원을 배상한다는 내용이 국내에 알려진 뒤에 내놓은 입장이다. 국내에선 법무법인 광장이 폴크스바겐 측에 법률적 조언을 해주고 있다. ○ ‘글로벌 호구’ 된 한국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난처한 표정이다. 리콜 계획서를 불성실하게 작성했다는 이유로 1월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리콜 반려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실제로는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양새이다. 국내 소비자 피해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환경부가 지난해엔 폴크스바겐에 대한 검찰 고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정부법무공단에 자문해 올 1월에 고발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탓에 압박은커녕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내 폴크스바겐 차량 판매량은 2월보다 66.8% 증가한 3663대로 집계됐다. 이 회사의 대표 모델인 ‘골프2.0 TDi’와 ‘티구안’을 각각 최대 17%, 15% 할인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허술한 규정과 외제차 선호 소비 심리를 제대로 꿰뚫어본 폴크스바겐 측이 한국 시장을 농락한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다음 달부터 추가 접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폐 이외 다른 신체부위 피해에 대한 진단 판정기준을 마련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새로 내놨다. 정부 집계로 최소 103명이 숨지는 원인을 제공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불리한 자료를 은폐한 사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옥시는 흡입독성 동물실험 용역을 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자사에 불리한 보고서를 내놓자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 이외 다른 피해도 조사 후 지원 확대” 환경부는 22일 “정부 고시를 개정해 5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 접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작년 말 마감한 3차 조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다. 피해 접수는 신청서와 함께 신분증 사본, 진료기록부,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기관 진단자료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내면 된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이뤄질 4차 피해 조사 대상자가 24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살균제 업체들에 대한 엄벌과 함께 꾸준한 피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추가 피해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피해 조사를 계속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폐 이외의 건강 피해 가능성을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진단 및 판정 기준이 마련될 경우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검찰이 “폐 외에 다른 장기(臟器) 손상과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관계까지 추가 조사해야 한다”는 전문가위원회 의견에 따라 수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맞닿아 있는 조치다. 3차 피해조사 신청자 752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시기도 당초 2019년에서 내년 말까지로 앞당긴다. 환경부는 이미 서류를 제출한 신청자들에 대한 조사 및 판정은 되도록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직한 실험 결과’ 외면한 옥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의 의뢰로 실험을 진행했던 KCL 연구진을 지난달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옥시 측이 실험 보고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옥시는 2011년 9월 말 KCL과 서울대 수의학과 연구진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흡입독성 동물실험을 동시에 의뢰했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서울대 연구팀은 PHMG의 농도를 가정용 가습기 살균제의 1배, 2배, 4배로 조절해가며 1주, 4주, 9주, 13주마다 폐를 관찰하는 저농도 실험을, KCL은 농도를 1배, 6.6배, 33배로 높여 같은 기간마다 측정하는 고농도 실험을 맡았다. KCL 연구진은 2011년 12월 중순경 PHMG의 농도를 6.6배로 놓고 흡입하게 한 쥐의 폐 조직이 실험 4주 만에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폐 섬유화’가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쥐의 폐포(肺胞)와 혈관 등이 막혀 폐에 세척액이 들어갈 수도 없을 정도로 섬유화가 진행됐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옥시의 수령 거부로 KCL의 ‘정직한’ 보고서는 옥시 측이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는 물론이고 피해자들과의 민사소송 의견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옥시는 또 더 이상 고농도 실험이 필요 없게 되자 KCL과 계약한 연구용역비 3억 원 중 1억 원을 주지 않았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실험 중간에 용역 목적이 달성돼 실험을 중단하더라도 연구용역비는 발주처가 전액 지급하는 게 관례”라고 입을 모았다.○ 검, 다음 주부터 옥시 전 대표 줄소환 검찰은 옥시가 저농도 흡입독성 실험을 맡은 서울대 연구진에 1년 예정인 실험기간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해 넉 달 만에 보고서를 제출받고 연구용역비와 별도로 1000여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돈은 4개월에 걸쳐 다달이 연구팀 C 교수 계좌에 입금됐다. C 교수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해롭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결과를 뒤집는 보고서를 빨리 달라’고 재촉했다. 실험을 급히 진행한 데 대한 특별격려금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생식독성실험도 의뢰받은 서울대 연구팀은 임신한 쥐 15마리 중 태아 13마리가 사망했다는 결과를 도출해 가습기 살균제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하다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고 간, 신장 등 폐 외에 다른 장기의 손상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옥시 측은 이를 은폐, 묵살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옥시가 외국인 대표들이 한국법인에 재직했던 2005년부터 꾸준히 피해 민원이 접수됐는데도 살균제 판매를 멈추지 않았던 점 등을 두고 영국 본사로 수사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음 주초 살균제 제조 당시 신현우 전 대표 등 옥시의 전현직 임원을 소환 조사한 뒤 거라브 제인, 샤시 쉐커라파카 등 옥시의 외국인 전 대표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임현석 기자}

디젤 자동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파문을 일으킨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미국 법무부와 소비자 손해배상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의 이번 합의가 국내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안(案)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 정부처럼 배상을 강하게 요구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20일(현지 시간) 독일 일간 디벨트는 폴크스바겐이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에게 1인당 5000달러(약 565만 원)씩 배상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이 2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폴크스바겐이 미국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모두 30억 달러(약 3조39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배상 방법으로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판매된 문제 차량 가운데 2000cc급 차량 최대 50만 대를 되사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환매 대상 차량은 제타 세단과 골프 콤팩트, 아우디 A3로, 3000cc급 엔진의 아우디, 포르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은 제외된다. 한국 정부는 폴크스바겐의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에 대해 “소비자 개개인이 민사소송을 통해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내리는 과징금 외에는 다른 처벌 조항이 없어 국내 소비자에 대한 배상을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미국과 캐나다 피해자에게 1000달러 상당의 상품권과 바우처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 고객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차량 소유주 4300여 명은 이미 한국과 미국 양국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저감장치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동일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 보상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미국에서 소비자 보상안이 최종 결정되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실제보다 배출가스 양이 적게 표시되도록 눈속임하는 소프트웨어 장치를 디젤차에 설치했다가 작년 9월 미국에서 최초로 적발됐다. 미 법무부는 당시 60만 대에 장착된 불법 소프트웨어가 배출가스 통제체계를 왜곡한 바람에 배출가스가 과다 발생했다면서 청정공기법 위반 혐의로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최대 900억 달러(102조 원)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번 미국에서의 합의와 관련한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본사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로부터 리콜 계획서 승인을 아직 못 받은 상태여서 리콜부터 진행하는 게 우선순위”라며 “리콜 승인을 받은 후에 국내 소비자 배상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환경부에 일부 내용을 보완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차량 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소프트웨어 개발 일정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순경 리콜 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방침이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임현석 기자 /파리=전승훈 특파원}
21일 오후 제주해역서 규모 2.7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일본 규슈 지역 발생한 지진과는 무관하다고 이날 밝혔다. 소방신고를 총괄하는 국민안전처도 피해신고는 없었다고 밝혀 걱정에 떨던 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2.7 규모의 지지은 21일 오후 3시53분쯤 제주시 고산 북서쪽 34㎞ 해역(북위 33.52도, 동경 125.92도)에서 발생했다. 이내 오후 3시 55분에도 고산 북서쪽 36㎞ 해역(북위 33.53도, 동경 125.89)에서 같은 규모의 지진이 이어졌다. 이로써 올해 제주지역서 총 4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대륙판 구조가 맞물리는 지역에서 지층이 불안정해지면서 일어난 일본 규슈 지역 지진과 이번 제주지역 지진은 성격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제주지역 지진은 유라시아 판구조 내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강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안전처도 일본 지진 이후 발생한 남부지역 지진인 만큼 촉각을 기울이고 소방신고를 확인했으나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진앙이 해안이고 사람이 감지하기도 어려운 만큼 작은 규모의 지진이어서 피해신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규모 3.0 이상 지진부터 사람이 감지할 수 있고, 그보다 강도가 약한 지진은 지진계만 탐지가 가능하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가습기 살균제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에 치명적인 유해 성분이 포함된 게 발견됐다면 즉시 판매금지가 가능할까? 아니다. 판매금지나 형사고발 등의 행정조치까지는 보통 5개월이 걸린다. 현행법은 기업에 충분한 소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그 사이 제품은 계속 시장에서 판매된다. 기업 논리에 국민 건강은 뒷전에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부터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활화학제품 15종을 대상으로 제품 성분검사와 화학성분 표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상시 모니터링 대상인 위해우려제품 15종, 총 8000여 개 제품 중에서 400개 정도 표본을 뽑아 검사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한 사망사고의 후속조치다. 사용 금지 물질이 포함됐는지, 함량 제한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표시 대상 물질이 누락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있는 제품을 적발하더라도 제품안전기본법과 행정절차법 등에 따라 행정처분에 앞서 기업의 소명을 받아야 한다. 기업이 10일 이내 재조사를 요구하면 또다시 성분 시험에 들어가는데, 통상 2개월이 소요된다. 최종 행정처분을 내리는 지역 환경청에서 기업의 조치계획서를 받는데 이 역시 통상 한 달이 걸린다. 실제 행정처분을 결정하고 이를 기업에 통보하더라도 30일 이내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이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판매금지까지 총 5개월을 훌쩍 넘긴다.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이나 성분 표시를 하지 않은 제품이나 똑같이 이런 절차를 밟고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수십 개의 문제 제품을 적발하고도 소명 절차를 밟는다는 이유로 제품명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이후 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했다지만 여전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며 “기업의 논리보다 국민 건강을 우선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매년 봄철이면 급격한 기온 변화와 큰 습도 변화로 인해 알레르기성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이 시기 꽃가루와 황사, 미세먼지 등의 대기 오염 물질이 호흡기에 직접적인 손상을 미치면서 발병률을 높인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증가하는 집먼지진드기도 알레르기성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포 황금소아청소년과의원 오진원 원장의 도움말로 알레르기성 질환의 대표 질환인 알레르기 비염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알레르기 비염, 단순 감기 오인 조심 4월은 봄철 중 가장 많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발생하는 기간이다. 4월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는 약 100만 명(2014년 기준)으로 평균 90만 명 정도의 여느 달보다 10만 명 정도가 많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 전체 진료 인원 중 4명 중 1명인 24.3%가 어린이로 전 연령 중 가장 많은 환자 분포를 보였다. 9세 이하 어린이는 알레르기 비염에 특히 취약하다. 소아 환자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를 오인해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천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재채기와 맑은 콧물, 코막힘 등 증상이 감기와 매우 비슷하다. 또한 봄이면 환절기 감기가 흔해져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를 구분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증상이 비슷한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는 차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와 달리 열이 나지 않으며, 특정 환경에 노출됐을 때 재채기와 코막힘 증상이 심해지며 증상의 호전 및 악화가 반복되는 특성을 보인다. 맑은 콧물로 인한 코 훌쩍임, 코 막힘과 가려움 증상으로 인한 ‘코 문지름’이 자주 반복되거나, 눈물이 나고 눈이 가려우며, 목이 아픈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알레르기 비염이 의심된다면 전문의 진단을 통해 알레르기 비염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야 동시다발적 혹은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막을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방치하면 천식 나빠져 소아 시기에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천식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염과 천식은 코와 기관지로 이어지는 기도에 발생하는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라는 점에서 연관성이 많다. 2014년 기준으로 실제 천식 진료 환자 3명 중 1명인 34%가 초등학교 입학 이전 소아 환자였다. 천식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져 가슴의 쌕쌕거림(천명)을 동반한 호흡 곤란의 증상을 보인다. 알레르기 비염은 다른 질환으로의 악화는 물론, 아이의 성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콧물 및 코막힘 증상으로 인해 수면에 영향을 미쳐 성장에 방해되거나, 입으로 숨을 쉬는 습관이 굳어지면서 ‘얼굴 변형’, ‘치아 불균형’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 시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이면 코가 막히는 탓에 제대로 집중하기가 어렵고, 흐르는 콧물을 계속 닦으며 훌쩍이다 보니 두통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질 수 있다. 만약 자녀에게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의심된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효과적인 약물 처방 등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함께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은 같이 앓고 있는 환자가 많은 만큼 동시 치료가 중요하다. 실제 천식 환자 80%는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다. 또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40%는 천식을 동반한 증세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동반되는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는 세계천식기구의 천식치료 지침(GINA guideline)에서 1차 치료제로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신체적 특성상 숨을 깊게 들이마셔야 하는 스테로이드 흡입제 사용을 힘들어하면 먹는 약물인 ‘류코트리엔 조절제’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씹어 먹는 간편한 복용으로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소아 알레르기 비염 및 천식의 경우 아이의 치료 거부나 어려움을 이유로 치료에 소홀할 수 있는데, 이는 질병 악화를 유방하고, 성장, 학습 방해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이의 연령 및 증상을 고려해 아이가 쉽게 복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알레르기 비염 예방 관리 수칙 알레르기 비염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알레르기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은 소아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에서 지속적으로 예방 및 관리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따라서 영유아기부터 적정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 위험요인의 노출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알레르기비염의 발병 확률이 23%로 공기가 깨끗한 곳보다 4배가량 높아진다. 황사가 심하거나 꽃가루가 날리는 날은 외출을 삼가거나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환절기 감기나 독감 등의 바이러스성 코 질환들은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어 예방을 위해 손 씻기 등 청결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아내가 무직일 때보다 한 주에 60시간 이상 일할 때 남편의 우울감이 배로 높아졌다. 아내는 남편이 무직일 때 우울감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연세대 의대(예방의학교실) 합동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부부 8056쌍을 대상으로 배우자의 근무시간에 따른 우울 정도를 분석해 17일 공개했다. 아내가 무직일 때 우울하다고 대답한 남편은 전체의 7.1%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아내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할 때 13.0%로 높아졌다. 아내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일 때와 △주 50시간 이상∼60시간 미만일 때 각각 전체 남편의 10.7%와 11.0%가 우울하다고 대답했다. 아내의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에 비례해 우울감도 커진 셈이다. 반면 아내는 남편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에서 50시간 미만이 가장 적절하다고 봤다. 이 보다 근무시간이 줄거나 길어지면 우울감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에서 50시간 미만일 때 우울하다고 답한 아내는 14% 정도였다. 남편의 근무시간이 주 60시간 이상이면 아내의 17.5%가 우울하다고 답했다. 남편이 무직일 때 우울감이 20.4%로 가장 커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일과 가정이 양립이 안 되면 본인뿐 아니라 서로를 보살피고 위로하는 가족의 기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근무시간 단축을 사회와 가정의 복지문제로 보고 정부도 근무시간을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전신 화상을 입고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스리랑카 소녀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한양대병원의 도움으로 재활 수술을 받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로셸 양(13).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태어난 로셸 양은 갓난아기일 때 마약과 술에 빠진 아버지가 홧김에 지른 불로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자라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화상으로 살이 녹아내린 손가락이 엉겨 붙었고 입 주변 살이 붙어서 제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흉터가 굳어 가면서 고통은 더 커져만 갔다. 기아대책에서 의료지원사업을 펼치는 ‘생명지기팀’은 올해 2월 로셸 양의 딱한 사연을 확인하고 3000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사연을 들은 한양대병원은 치료비의 절반만 받기로 하면서 온정을 더했다. 로셸 양은 지난달 15일 국내로 옮겨져 이튿날 한양대병원서 수술을 받았다. 한양대병원 측은 “로셸 양의 수술 치료는 생활에 불편을 주는 장애부터 해결하려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밝혔다. 오그라든 손과 잘 열리지 않는 입부터 수술한 것. 기아대책은 로셸 양이 몸이 자라면서 화상 치료 부위가 넓어지는 만큼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추가적인 후원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정부가 올 시즌부터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금지해 야구장의 명물로 꼽혀 온 ‘맥주보이’를 볼 수 없게 됐다. 국세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관련 법률을 검토한 끝에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규제하기로 하고 이달 초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맥주보이가 허가된 장소인 영업장에서만 주류를 판매해야 하는 주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의견이다. 일반 야구장 좌석은 영업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이 쉽게 음주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동식 주류 판매원이 관중의 나이를 일일이 확인해 주류를 판매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청소년 음주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맥주보이의 주류 판매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음주가 청소년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받아들여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이 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점차 줄여가고 있는데 야구장 좌석은 지금까지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KBO는 12일 맥주보이가 활동하던 잠실, 사직, 대구, 수원구장을 안방으로 하는 구단들에 국세청의 의견을 전했고 잠실과 사직, 수원구장에서는 맥주보이의 영업이 곧바로 중단됐다. 대구구장을 안방으로 하는 삼성도 조만간 같은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맥주보이 영업 중지 조치에 대해 야구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보다 긴 역사를 가진 미국, 일본의 프로야구장에서도 맥주보이가 돌아다니고 있고, 미국에서는 맥주보이가 청소년 음주를 막기 위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팬들의 항변이다. 야구팬 전모 씨(34)는 “한강 둔치에만 가도 공공연히 청소년 음주가 적발되는 상황에서 야구장만 규제한다고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모 씨(30)는 “청소년으로 의심이 되면 주민등록증 확인을 강화해야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영업장 외 판매 규제 조항을 야구장에 적용하는 것도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킨배달점 등에서도 공공연히 맥주를 배달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치킨배달점 등도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맥주 판매량에 관계없이 매점으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구단들로서는 매출에 직접적 타격은 없지만 매점과의 관계, 팬들의 반응 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속내다. KBO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합의해 야구장을 특례 지구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정부 부처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강홍구 windup@donga.com·임현석 기자}
갑상샘암을 두고 국내외에서 과잉 진단치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제 전문가들이 기존에 암으로 분류됐던 갑상샘암의 한 종류를 암이 아니라 종양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가 7개국 병리학자와 임상 의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연구를 진행하고 기존 갑상샘암 가운데 하나인 ‘유두모양 갑상샘암 피포성 소포변형(EFVPTC)’을 갑상샘 종양의 한 종류(NIFTP)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질병은 갑상샘암의 여러 유형 중에서 10∼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14일(현지 시간)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학술지(JAMA Onc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갑상샘암에 대한 과잉진단을 줄이고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갖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병명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해당 질병이 암과 모양만 비슷할 뿐 성질은 달라 신체 내 다른 세포로 침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아내의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남편의 우울감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 또한 남편의 근무시간이 일주일에 60시간을 넘어가거나 직업이 아예 없으면 우울감이 커졌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일을 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함께 불행해진다는 ‘교훈’이다. 서울대·연세대 의대(예방의학교실) 합동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부부 8056쌍을 대상으로 배우자의 근무시간에 따른 우울 정도를 분석해 그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산업보건(Industrial Health) 4월호에도 실렸다. 연구팀은 이들의 근무형태를 △무직 △주 40시간 미만 근무 △주 40시간 이상~50시간 미만 근무 △주 50시간 이상~60시간 미만 근무 △주 60시간 이상 근무로 구분하고 배우자의 근무형태가 본인의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남편은 아내가 무직일 때보다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길 때 약 2배 가까이 더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가 무직일 때 우울하다고 대답한 남편은 전체의 7.1%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아내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할 때 13%로 높아졌다. 아내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일 때와 △주 50시간 이상 60시간 미만일 때 각각 전체 남편의 10.7%와 11%가 우울하다고 대답했다.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감도 차츰 더 커졌다. 아내는 남편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에서 50시간 미만 사이가 가장 적절하다고 봤다. 이보다 근무시간이 줄거나 길어지면 우울감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에서 50시간 미만일 때 우울하다고 답한 아내는 14% 정도였다. 남편의 근무시간이 주 60시간 이상이면 아내의 17.5%가 우울하다고 답했다. 남편이 무직일 때 우울감이 20.4%로 가장 커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일과 가정이 양립이 안 되면 본인 뿐 아니라 서로를 보살피고 위로하는 가족의 기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근무시간 단축을 사회와 가정의 복지문제로 보고 정부도 근무시간을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백두대간의 허리에 자리잡은 ‘민족의 영산’ 태백산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15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태백산도립공원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면적은 강원 태백시와 영월 정선군 및 경북 봉화군 일대 70.1km²에 이른다. 이는 기존 도립공원 면적(17.4km²)의 4배에 이르는 규모로 국립공원 승격에 맞춰 공원 면적을 넓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4일 오전 경기 고양시 ‘국립 한국경진학교’ 체육관에서 조금 특별한 교육활동이 진행됐다. 발달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통합교육 수업을 한 것. 율동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 25명과 발달장애 학생 25명(초교 1, 2, 3학년)이 함께 듣는 수업이었다. 통합교육 프로그램 이름은 ‘친구야 반가워’였다.장애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통합교육 오전 10시 반쯤 체육관에 모인 학생들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 아직 첫 만남이 어색해서였을까. “서로 처음 만난 친구들과 인사해요”라는 교사의 말에 율동초 학생들은 수줍게 웃으며 인사했다. 반면 한국경진학교 소속 학생들에게서는 쉴 새 없이 “안녕”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더 컸다. 수업을 맡은 교사는 “언니 오빠, 형 누나야”라고 율동초 학생들을 한국경진학교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이어 조를 짠 뒤 같은 조 친구에 대해서 알아보는 퀴즈와 준비운동이 진행됐다. 어색함이 풀리는 데 30분이면 충분했다. 신문지 한 장 위에 모든 조원이 올라가는 게임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신문지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자 외발로 신문지 위에 올라섰다. 학생들의 몸이 기우뚱했다. 몸무게가 40kg에 가까운 한 발달장애 학생이 신문지 위에 어떻게 올라서야 할지 몰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율동초 한 학생이 인사를 하듯 상체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내 등에 타.” 다소 뚱뚱해 보이는 몸이 번쩍 올라탔다. 이들은 신문지 위에서 5초를 버텼다. 게임에서 승리한 뒤 두 학생은 마주 보며 웃었다. 아이들 사이에 장애라는 벽은 없었다. 율동초는 2014년부터 한국경진학교를 매년 세 번 방문한다. 인근 신일초 4학년 학생 28명도 이 학교를 7번씩 찾는다. 대화중학교 학생 37명이 꾸린 동아리와 주엽고교 학생 동아리 40명도 이 학교에 4, 5회씩 방문해 이와 같은 통합교육을 받는다. 서로 짝을 지어 이야기하거나 인근 산을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한국경진학교 김은주 교장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서로 대화하면서 산책하는 것조차 학창시절 동안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회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백 마디로 가르치는 것보다 이렇게 실제로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진학교와 인근 초중고교의 통합교육은 1997년 개교 이래로 이어져 온 전통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수학교는 어떻게 보면 장애 학생에게는 천국일 수도 있지만 비장애 학생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안타깝죠. 반면에 비장애 학생은 장애 학생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어 이들과 대화하는 방법도 모르고 외면하기 쉽죠. 우리 학생들이 서로를 조금씩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애 학생들을 보듬는 능력은 사회 지도층이 될 친구들에게 필요한 덕목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 교장은 이렇게 말하며 한국경진학교를 찾는 이 학교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율동초 학생들을 인솔한 박미리 교사도 “아이들이 스스로 체험하지 않으면 생각하지 못했을 말을 한다”며 “장애 친구들은 몸이 불편하니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했다”고 했다. 김 교장은 “통합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서 교사가 세심한 관심 속에 이를 진행해야 아이들이 공존과 상생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함께 학생들을 모아놓는 것만으로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상생을 가르치는 학교 동산정보산업고 서울 노원구 동산정보산업고 학생 80여 명은 봉사 동아리를 꾸려 같은 구에 있는 서울정민학교로 점심시간마다 봉사활동을 나간다. 서울정민학교는 40학급 240여 명이 재학 중인데 모두 중증 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중증 지체장애 학생 중에서 식사 보조인이 없이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는 학생은 20여 명에 불과하다. 식사를 일찍 끝낸 동산정보산업고 학생들이 식사를 직접 도와주거나 식사 후 휠체어를 밀어주며 학교 근처나 교정을 산책하기도 한다. 산책이 끝나고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몸이 불편한 정민학교 학생들의 양치를 도와준다. 서울정민학교 신현무 교장은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식사 후에 산책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깊이 헤아려줘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해외의 좋은 대학 입학에 필요한 ‘스펙’을 만들기 위해 지체장애 학생들과 사진을 남기고 이를 장애돌봄 활동으로 포장하려는 고교생도 많은데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교장의 설명이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 양한재 장학사는 동산정보산업고와 서울정민학교의 통합교육 사례를 공존상생 서울 교육의 가장 좋은 모범 사례이자 자랑으로 꼽는다. “동산정보산업고 아이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는 게 아니에요. 봉사 동아리의 전통 때문에 산책을 시작한 아이들이지요. 상생과 공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아이들의 가슴에 서서히 물들지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이 바로 이것 아닐까요?” 양 장학사는 한 해 봉사활동을 마무리한 동산정보산업고 학생들의 봉사소감문을 소개했다. ‘제가 서울정민학교 친구의 휠체어를 밀고 잠시 학교 밖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널 때였어요. 저를 스쳐가던 사람들이 휠체어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느꼈어요. 휠체어를 외면하는 듯한 눈빛과 불쌍하다는 눈빛들이 지나갔어요. 저는 그때 장애를 갖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사람들의 눈빛을 견디는 것이 장애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소감문을 읽은 양 장학사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왜 다들 자기 지역에 특수목적고만 생기길 바랄까요. 특수학교에서 이렇게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장애인을 위한 교육 확대의 필요성은 통계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4년 기준 장애인 평균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이하가 41.4%에 이른다. 낮은 평균학력은 이들이 학교를 아예 다니지 않거나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 이들의 취업률은 36.6%로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친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23만5000원 정도다. 일반 가구 평균치(415만 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낮은 교육률이 장애인의 빈곤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장애인의 학습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평생학습을 통해 늦게라도 장애인이 꿈을 펼쳐 나갈 수 있게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종하 인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 교육을 마치고 나면 중증장애인은 더이상의 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고, 갈 곳이 없다 보니 가정이나 장애인시설에 맡겨진 채 꿈도 없이 연명하듯 삶을 이어가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며 “장애인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평생교육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07년 개정된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상 시도의 평생교육진흥원이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의 설치, 운영을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기는 하다. 국가나 지자체는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문제는 평생교육시설 설치가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산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데다 주민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고 판단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설치 이야기만 나오면 ‘검토 중’이란 답변만 되풀이한다는 게 장애인 단체들의 한결같은 불만이다. 특수학교 사정이 최악인 서울시이지만 장애인 평생교육 분야는 조금 나아지고 있다. 1월 서울시는 예산 20억 원을 투입해 성인 발달장애인의 사회 적응과 취업을 돕기 위한 평생교육센터 5곳과 지원센터 1곳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생교육시설의 확충과 함께 장애인들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최근 정부기관과 지자체는 장애인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행정자치부는 1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세종청사 등 10곳에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장애학생 직업체험을 위해 장애인 운영 카페 ‘꿈틀’을 서울 종로구 본청 건물 1층에 열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왜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반학교에 방치하지요?” 자폐증 진단을 받은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아버지인 김모 씨(42)는 최근 담임교사에게 불려가 이런 말을 듣고는 억장이 무너졌다. 안 보내고 방치하다니…. 4년째 특수학교 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이다.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장애인을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 수준에 상처를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특수학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설립이 잇따라 무산되거나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는 자폐증이나 지적장애 같은 인지기능 장애, 언어발달 장애 등을 의미한다.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지만 신체가 건강해 외형상으로는 장애인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학생들의 상당수는 일반학교로 보내진다. 명분은 ‘통합교육’.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장애 학생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비장애 학생도 약자를 보듬는 법을 배워가는 이상적인 교육이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복도로 뛰어나가거나 소리를 지르는 자폐 학생, 교실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이 일반학교에 떠넘기듯 맡겨진다. 적응에 실패하면 또 다른 학교로 옮겨간다. 수도권의 한 교육지원청 특수교육 담당자 김모 씨는 “폭탄 돌리기가 시작되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취급을 견뎌야 하는 장애 학생, 그리고 강도 높은 학업 스트레스 속에서 이들을 마주해야 하는 비장애 학생의 서툰 동거로 학교는 늘 긴장 상태다. ▼ 주민들 “장애인 학교 싫다”… 외면당한 자폐아들, 발만 동동 ▼장애인에게는 해당 장애에 맞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특별한 대우가 아니라 꼭 필요한 교육일 뿐이다. 하지만 2016년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교육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올해로 ‘장애인의 날’은 36년째를 맞지만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살아가려는 자세보단 ‘장애는 불편하고 덜 떨어진 상태’라고 인식하는 세태가 여전하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특수학교 설립이나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 편성도 비장애인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현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같은 장애인 학교 ‘님비(NIMBY)’ 때문에 고통 받는 생생한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장애인 싫다는 못난 편견 특수학교 부족 현상이 가장 심한 곳은 서울이다. 2003년 특수학교를 마지막으로 설립한 이후로 14년 동안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세우지 못했다. 서울에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는 8곳(양천, 금천, 영등포, 용산, 성동, 동대문, 중랑, 중구)에 이른다. 학교 설립이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의 반발이다. 2018년에 개교할 계획으로 서울 강서구에 설립이 추진되던 발달장애 대상 ‘서진학교’와 2019년 중랑구에 건립할 예정이던 ‘동진학교’는 모두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 공사의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특히 강서구는 지역 정치인이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전국적으로도 특수학교 설립이 지연되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기도교육청은 용인시 처인구에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주민 반대 때문에 착공조차 못했다. 강원도교육청이 설립을 추진하는 원주특수학교와 동해특수학교는 지난해 12월까지 주민 반대로 착공을 하지 못하다 최근에야 가까스로 공사를 시작했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만큼이나 장애인과 학부모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장애인 혐오 발언이다. 설립 무산 위기에 처한 서진학교 예정 부지에서 지난해 말 공사를 촉구하던 장애인 학부모 강모 씨(47)는 지역 주민에게 견디기 힘든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 주민이 “(강 씨 자녀가) 국립한방의료원에서 한방치료를 받으면 장애가 나을지도 모르죠”라고 비아냥거린 것. 강 씨는 “모욕감이 들었고 주민들이 장애인과 공존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먹먹해졌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 안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시설 ‘서울커리어월드’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일부 지역 주민은 “장애인과 성일중 학생들은 공존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차라리 쓰레기장이 들어오는 것이 낫다”라고 폭언을 한 주민까지 있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지역 주민들은 지역 정치인의 힘을 빌려 반대투쟁에 나서기도 하는데 여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주민 반대에 힘을 보태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며 “외롭고 쓸쓸한 장애인을 누가 대표해주나 싶어 더 씁쓸해진다”라고 말했다.일반학교로 등 떼밀리는 발달장애아들 김모 씨(21)는 한때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매일 죽는 사내’로 불렸다. 그가 고교 3학년이던 2014년 3월 한 달간 관내 경찰서에 보고된 자살 시도 횟수만 7번. 그는 매번 같은 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오금동 횡단보도와 마천동에 위치한 PC방 4층 옥상이었다. 그해 3월 17일 오전 2시. 정적을 깨는 무전소리가 들렸다. 송파경찰서 소속 당직 경찰은 누군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에 장소를 확인하고는 “아마 그 녀석일 거야”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경찰이 데려온 사람은 바로 김 씨였다. “내가 쥐포가 되도록 내버려두란 말이야.” 그는 교통사고를 당하면 사람이 쥐포처럼 납작해진다고 생각했다. 경찰서에서조차 자살하겠다며 총을 빼앗으려고 난동을 부렸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김 씨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에 지원했지만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볍다는 이유로 입학이 거부된 학생이었다. 김 씨의 아버지(61)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중증장애인이 특수학교를 들어가는지 궁금할 정도”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들의 장애와 학교, 사회의 차별에 찌든 표정이었다. 김 씨는 발달장애 1급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평소에도 안절부절못하고, 자동차의 사이드미러를 이유 없이 발로 차는 등 또래 친구들과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때 두 번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증세가 나아지지 않았다. 정신지체 질환으로 장애등급을 받은 것은 그가 중학교 2학년 때인 2009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고교 진학 무렵 특수학교를 지원했는데 안 됐어요. ‘몸은 멀쩡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교육지원청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으면 좋아질 거라고 했죠.” 김 씨의 아버지는 뒤늦게 병원에서 운영하는 치료학교도 알아봤지만 “대기 인원이 꽉 차 들어갈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운 좋게 들어간다고 해도 한 달에 80만 원에 이르는 수업비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송파구에 위치한 일반고로 아들을 보냈다. 일반고 특수학급에 배치됐지만 장애 종류가 전혀 다른 지체장애 학생과 같은 반에 묶였다고 한다. 그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골칫덩어리가 됐다. 예체능 시간엔 비장애 학생들과 같은 반을 썼는데 수업시간에 소리를 지르거나 불안해하는 증세를 보였다. 심지어 수업 중에 커터로 손목을 그으려고 해 교사와 학생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통합교육 시간에는 몰래 학교를 빠져나가곤 했다. 고3 때는 학교를 가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복합장애 나타나야 특수학교 입학 발달장애아는 부모에 기댈 수밖에…” ▼학생들은 김 씨를 두고 정신병자라고 수군댔다. 사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또래들이 한겨울에 김 씨를 학교 정문 앞 분수대에 밀어 넣어 아버지가 학교에 옷을 가져다 준 적도 있었다. 김 씨는 2014년 4월 경찰서를 수차례 오가던 중 정문 앞에 서 있던 의경에게 돌을 던져 처음으로 입건됐다. 지난해까지 발달장애·지체장애 교육기관이 설치된 대전소년원(대산학교)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1년을 보냈다. 지금은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 맡겨진 상황이다. 아직도 그의 학적은 일반고 3학년이다. 긴 시간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김 씨만이 아니다. 서울의 한 일반고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인 A 군(18)은 지난해 성동구의 학교에서 광진구의 현재 학교로 전학을 왔다. 지난해 일반고에서 특수학급에 배정받았으나 주로 예체능 시간에 이뤄지던 통합수업 도중에 알 수 없는 괴성을 계속 지르는 게 문제가 됐다. 전학 간 학교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A 군은 텃밭에 나가서 진행하는 야외실습을 거부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울부짖는 등 불안증세가 계속되자 당황한 교사는 활동보조인을 학교로 불러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그러자 A 군은 갑자기 조리용 칼을 들고 복도로 달려 나갔다. 결국 A 군은 이를 막아선 교사의 팔에 칼을 휘둘러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A 군의 집 근처인 서울 동대문구와 중랑구에는 발달장애인 특수학교가 없다. 가장 가까운 발달장애인 특수학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학에만 1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마저도 한 반 7명 정원에 3명씩 초과한 상태였다. A 군은 다시 일반계 고교로 떠밀리듯 전학을 갔다.70%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특수학교 교육부에 따르면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장애학생은 2006년 6만2538명에서 지난해 8만8067명으로 2만5529명(40%)이 급증했다. 이전에는 장애를 쉬쉬했지만 이제는 진단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국의 특수학교는 143개교에서 167개교로 24개 학교가 늘고 증가한 정원은 2000여 명에 그쳤다. 현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약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70%는 특수학교에 들어갈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특수학교 정원마저 줄어들었다. 2008년 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에 따라 특수학교 정원이 학급당 △유치원 4명 △초등학교·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으로 조정된 것. 이전에는 학급당 정원이 최대 12명이었다. 그러나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를 설립하려고 해도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증가하는데 이에 맞춰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갈 곳 없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넣기 위해 일반고의 학급 수를 무리하게 늘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지체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서울정민학교는 2001년 개교 당시 23개 학급으로 시작했는데 올해 40학급까지 늘었다. 직업훈련실, 재활실, 체육실 등이 있던 자리를 전부 교실로 바꿨다. 이 학교 관계자는 “처음엔 장애인을 어엿한 사회인으로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지금은 보육이나 하면 다행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증 장애학생을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배치하는 시도교육청 실무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시도교육청에 소속된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위원은 장애 정도와 필요에 따라 학생들을 특수학교와 일반학교(특수학급)로 나눠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통합교육의 우수성만 앞세워 장애학생의 학부모에게 일반학교를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데 급급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위촉한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위원 김모 씨는 “복합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한 특수학교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숟가락을 쥐는 법 등을 배우는 재활훈련이 필요한 지체장애 학생과 시계 보는 법을 모르는 발달장애 학생은 오랜 시간 인내심을 갖고 가르칠 수 있는 특수학교로 보내야 하는데도 일반학교에 보내는 게 현실”이라며 “학부모가 각자 잘 치료해주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내실 있게 할 수는 없을까. 학부모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특수교육법 제2조는 통합교육을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반학교도 법적으로 이에 걸맞은 시설을 갖추고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이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발달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 종류에 맞춰 교원을 전부 확보하기도 어렵고 학생이 졸업하면 교사만 남겨 놓을 수도 없어 사립학교에서 채용을 꺼린다”고 털어놨다. 더 큰 문제는 학습 성과를 내야 하는 교육 현실이다. 김남연 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은 “우리의 교육목표는 공존이 아니라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다 보니 성과가 더딘 장애학생과 같이 수업을 받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통합교육이 원칙이라고 해도 준비되지 않은 장애·비장애 학생의 ‘강제 통합’마저 환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백두대간의 허리에 자리잡은 ‘민족의 영산’ 태백산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로써 2013년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3년 만에 국립공원이 추가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15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태백산도립공원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면적은 강원 태백시와 영월 정선 및 경북 봉화군 일대 70.1㎢에 이른다. 이는 기존 도립공원 면적(17.4㎢)의 4배에 이르는 규모로 국립공원 승격에 맞춰 공원 면적을 넓혔다. 백두대간 중심부에 위치한 태백산은 개병풍과 담비 등 멸종위기 동식물 26종, 열목어와 붉은배새매 등 천연기념물 10종을 비롯해 모두 2637종의 야생생물종이 서식해 생태 경관이 우수한 산으로 꼽힌다. 강원지역 각종 설화에 등장하면서 역사, 문화적 측면에서 가치도 높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태백산 국립공원 지정을 통해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핵심 생태축 보전 기반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잇는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백두대간의 산맥을 잇는 국립공원 벨트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에 속하는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등의 주요 산들은 이미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태백산의 국립공원 지정 노력은 신청 세 번째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1989년 강원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듬해인 199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태백시가 국립공원 승격을 신청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고 이에 신청을 자진철회하면서 국립공원 지정이 무산됐다. 석탄 광산이 몰려있는 태백산의 특성상 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각종 보호 규제와 개발 제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일부 주민들이 “국립공원 보호에 따른 각종 규제 때문에 개발 등 권리를 제한받게 된다”며 반대에 나섰지만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설득작업에 나섰다. 결국 15일 최종적으로 국립공원위원회에 공원 지정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국립공원 지정이 생태 보전 뿐 아니라 지역발전을 이끄는 소중한 자산으로 태백산을 소개하고 주민과 함께 관광자원으로 가꿔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태백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개소 이후 지자체와 산림부서, 시민단체,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지역협력위원회’를 구성해 공원의 보전관리 외에도 지역사회 협력사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태백산을 관광자원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남부 지방에 머물고 있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차츰 빠져나가면서 15일 전국의 하늘은 대체로 맑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4일 오후 광주와 대구의 미세먼지(PM10)를 ‘나쁨’ 수준까지 끌어올렸던 황사 현상이 이날 밤을 기점으로 약해지면서 15일 전국이 다시 청정한 대기 상태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3∼12도, 낮 최고기온은 14∼25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일교차가 10도 이상 크게 벌어지는 만큼 건강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주말에는 전국에 강한 바람과 함께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인 16일 낮부터 제주도와 전북, 전남 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시작돼 늦은 오후에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비는 17일 낮에 서쪽지방부터 점차 그치겠다. 16, 17일 이틀간 제주도에는 50∼10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20대 여성이 13일 새벽 진료 도중 병원을 탈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여성은 약 4시간 만에 인근 호텔에서 발견돼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보건 당국과 국민은 하루 종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8일 입국한 UAE 여성 A 씨(22)는 13일 오전 1시 30분경 고열, 기침, 인후통 증상을 보여 자매 2명과 함께 숙소 근처인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메르스 이후 응급실 시스템을 정비한 병원 측은 치료 공간과 분리된 예비진료실에서 A 씨를 진찰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신고한 뒤 A 씨에게 격리 치료를 권고했다. 하지만 A 씨는 격리 조치를 극도로 꺼리면서 타고 온 차량에 올라탔다. 응급의학과 B 교수가 방역복을 입고 차로 접근해 격리 치료를 받도록 재차 설득했다. 설득하는 동안 병원 측은 매뉴얼대로 응급실 외부에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음압시설(병실 내 공기를 외부로 빼 별도로 보관하는 장치)이 장착된 텐트 병실을 설치했다. 의료진은 결국 A 씨를 구급차로 옮겨 격리하다 음압텐트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A 씨는 오전 3시 32분 경호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음압텐트를 나와 차로 돌아가더니 이내 차를 몰고 병원을 빠져나갔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중동 문화상 신체 접촉을 극도로 주의해야 했고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어 강압적으로 제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보건 당국은 경찰과 공조해 4시간가량 수색한 끝에 오전 7시 20분경 A 씨가 머물던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태연하게 잠자던 A 씨와 일행을 찾아냈다. 보건 당국은 UAE 대사관 관계자를 대동해 A 씨를 설득한 끝에 오전 9시 40분경 국립중앙의료원 격리 병상으로 옮길 수 있었다. A 씨는 곧바로 유전자 검사(PCR)를 받았고 오후 5시경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양성이었으면 해당 병원, 호텔을 비롯해 A 씨가 다녀간 장소를 역추적해 수백 명을 격리해야 했는데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다. 1차 검사 후 48시간이 지나서 2차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A 씨의 상황은 지난해 메르스 이후 달라진 국내 방역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강북삼성병원은 응급실 예비진료실을 설치해 A 씨와 기존 환자의 접촉을 막았다. 병원 측은 A 씨와 접촉했던 예비진료실 간호사 1명과 행정직원 2명만 격리했다. 병원을 탈출한 A 씨를 찾은 지 1시간 만에 의심환자 발생과 경유 병원을 발표하는 등 정보 공개도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르스 의심신고는 올해만 301건에 이르고, 이 중 의심환자로 분류된 77건은 모두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외국인 의심환자도 12명이나 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감염병 컨트롤타워 격인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14일 입법예고하고 6월 30일부터 시행한다.유근형 noel@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