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잦아 걱정인데… 年평균치 낮추겠다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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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미세먼지 대책]전문가 3人이 본 ‘3大 구멍’
① “선진국 수준” 공허한 목표
평균 농도, 유럽과 큰차이 없어… ‘나쁨’ 주의보 줄이는 게 핵심
② “경유차 문제” 해법은 안내놔
위해하다면서 운행제한 조치 미흡… 경유값 인상 공론화 노력 안보여
③ 중국과 ‘생활외교’ 실종
“외교협력 강화” 구체성 없는 발표… 中에 종합적인 대책 요구 못해

정부가 3일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경유값 인상 같은 핵심은 빠지고 기존에 시행하던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종합대책을 보면 정부가 국민의 미세먼지 불만과 우려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미세먼지 대책에 ‘3대 구멍’이 뚫려 있어 국민 건강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놓고 누더기 정책이라는 논란과 함께 한동안 거센 후폭풍이 일 조짐이다.

① ‘연평균’ 아니라 ‘고농도’가 문제

정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통해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내 미세먼지를 유럽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초미세먼지 농도를 기준으로 파리(연평균 m³당 1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나 런던(15μg)만큼 청정한 대기 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6μg이었다.

그러나 연평균 농도를 낮추는 것보다 ‘나쁨’ 일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보다 ‘나쁨’ 수준까지 치솟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에 치명적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매년 좋아지고 있는데도 왜 국민의 불편은 커지는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만 보면 지금도 외국과 별 차가 없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은 21μg으로 국내 연평균치인 26μg보다 낮았지만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을 넘긴 날은 이틀이나 됐다.

조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는 겨울철과 봄철에 집중되면서 고농도를 나타내는 것이 문제로 이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수도권 미세먼지 문제는 오래된 감기처럼 이 약 저 약 써도 안 먹히는 상태인데 예전과 같은 정책을 들고나왔다”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수도권을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고 지역별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 “경유차 문제”라면서 의지 못 보여

환경부는 이번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유차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을 들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경유차가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으니 경유값 인상 등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과 경유차 운행 제한과 같은 핵심 대책을 내놓아야 했는데, 혜택 축소와 같은 어정쩡한 대책만 나왔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경유차가 문제라고 지적해 놓고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정부가 과연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지, 경유차가 과연 문제인지 국민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경유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체 규모에 비해 비교적 적지만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해도는 가장 높다”며 “정부가 이와 같은 설명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설득력을 떨어뜨렸다”라고 지적했다.

③ 생활 외교 실종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부처 간 핫라인을 마련하는 등 외교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고농도일 때 어떤 대책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김상협 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는 “범정부 차원의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쳤는지 모르겠다”며 종합적이고도 장기적인 시각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방 등 큰 외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데 주변국과 미세먼지와 같은 문제를 두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생활 외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세먼지 종합대책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각각 대책을 내놓은 반면 외교부는 환경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세먼지#미세먼지 농도#년평균#정부#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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