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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결국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18일 주야간조 2시간씩의 부분 파업에 이어 19일에는 4시간씩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다. 열심히 일한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를 요구할 수 있고, 협상이 제대로 안 되면 절차에 따라 파업할 수 있다. 하지만 기아차의 이번 파업 결정 과정을 보면 논리나 정당성 면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게 많다. 기아차 노조와 사측은 10일에 2019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 기본급 4만 원 인상(호봉 승급 포함) 등 거의 모든 조건이 형제사인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합의를 한 것이다. 하지만 13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이 합의안은 부결됐다. 노조 집행부는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마자 갑자기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임금협상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교섭으로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자아비판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뭔가 보여주려는 듯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조 집행부는 “사측의 오만방자한 행동에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것이 조합원의 의견이고 조합원의 뜻을 무시하는 사측의 행동에 경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뭐가 무시고, 뭐가 오만방자한 것일까. 당초에 마련된 합의안은 노사가 함께 만든 것이었다. 연내 임금협상 마무리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새 노조 집행부가 동의한 내용이다. 조합원 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됐다고 해서 집행부가 사측에 대해 ‘무시’ ‘오만방자’를 외치기엔 느닷없다. 합의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다른 잡음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기아차 안팎에서는 합의안이 부결되자 ‘또 파업하겠군’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레 나왔다. 합의안이 부결됐으니 파업으로 실력을 행사해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힘을 얻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였던 것이다. 실제로 노조는 이틀간 파업 뒤 20일에 다시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이쯤 되면 필요에 의한 파업이 아니라 ‘학습된 파업’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합의안이 부결되면 새 협상을 진행하면 된다. 많은 회사에서 그렇게 한다. 회사와 마주 앉기도 전에 파업 깃발을 일단 들고 보는 것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맏형으로 꼽히는 현대차 노조는 올해 8년 만에 분규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 지으며 큰 박수를 받았다. 올해 새로 당선된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뻥파업’, ‘묻지 마 투쟁’을 이제 조합원들도 식상해한다고 분석했다. 무조건 파업으로 대응하는 기존 투쟁 방식이 지역사회와 국민들에게 더 이상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의 결과다. 습관적 파업은 무기로서의 위력도 떨어진다. 자동차 산업이 사느냐 죽느냐의 전환기에 들어선 건 주지의 사실이다. 단순히 산업만이 아니라 그 산업에 속한 기업의 노조 역시 관성에 따를 것인지, 새롭게 변화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기아자동차 노사가 함께 마련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자 기아차 노조가 18일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스스로 동의했던 합의안이 부결된 상황을 돌파하는 무기로 파업을 이용하는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 주간조와 야간조가 2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기아차 노조는 19일에도 주·야간조 각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인다. 기아차 노사는 이달 10일 16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4만 원 인상(호봉승급 포함), 성과 및 격려금 150%+320만 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포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9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합의안은 13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56.0%의 반대로 부결됐다. 새로운 노사 합의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가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부분 파업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사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게 아니라 파업 같은 실력행사에 먼저 나서는 관행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금협상의 사측 대표인 최준영 기아차 대표이사(부사장)는 이날 담화문에서 자동차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언급하며 “비판적인 신문 기사 등에 눈을 뜨기 힘든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서 제일 큰 관문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결합심사가 예비심사를 넘어 심층심사 단계에 돌입했다. 18일 현대중공업그룹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 시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심층심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한 달가량의 예비심사를 진행한 EU 집행위는 두 회사의 합병이 대형 컨테이너선,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시장에서 경쟁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내년 5월 7일까지 심층심사를 진행한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심층심사는 이번 기업결합이 시장에 가져올 긍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설명하고 EU가 가진 우려사항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2020년형 티구안이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1위 자리를 다시 꿰찼다. 본격적인 인도가 시작된 지난달 총 1640대를 판매하며 같은 달 1150대를 판매한 아우디의 SUV Q7을 누르고 티구안의 인기를 증명한 것이다. 2008년 첫 출시 이후 한국에서만 4만여 대가 판매된 티구안은 국내에 판매된 수입 SUV 가운데서 압도적인 베스트 셀링카로 꼽힌다. 2014, 2015년에는 2년 연속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티구안의 인기 비결은 넉넉한 실내·트렁크 공간, 간결하면서도 모던한 내·외부 디자인, 높은 실용성 등이었다. 신형 티구안은 이전 모델에 비해 눈에 띄게 스포티해진 차체 비율과 함께 가벼워진 중량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615L의 공간을 제공하는 트렁크는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1665L까지 늘어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기존 중형 SUV의 편의·안전사양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인 가격대를 신형 티구안의 주요 경쟁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쟁 차종의 가격대가 4000만 원 중·후반에 포진하는 반면 티구안은 프리미엄 등급의 가격이 4100만 원대이고 최상위 등급인 프레스티지도 440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3000만 원 후반대에도 차를 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뛰어난 연료 효율 역시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티구안의 공인 복합연비는 L당 14.5km로 비슷한 크기의 차종인 볼보 XC40의 L당 10.3km, 지프 컴패스의 L당 9.3km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신형 티구안에 탑재된 각종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안전한 SUV’를 강조하는 티구안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 티구안에는 △최대 시속 약 160km까지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며 속력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경고 및 긴급제동을 보조하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Pedestrian Monitoring) △정체 상태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한 채 정속 주행을 보조해 주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Traffic Jam Assist) △차선 유지를 돕는 레인 어시스트(Lane Assist) △사각지대를 모니터링 해주는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Side Assist Plus)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피로 경보 시스템 등이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된다. 다양한 편의사양도 신형 티구안의 경쟁력 중 하나다. 12.3인치 TFT 컬러 디스플레이와 맞춤형 메뉴가 적용된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Active Info Display)를 통해 연비와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주행 정보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주행속도를 비롯한 주요 주행 정보가 스크린에 투영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됐다. 신형 티구안은 2.0L TDI 엔진과 7단 DSG변속기가 조합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9.3초, 202km의 최고 시속을 낸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놀라운 풍경이었다. 올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취재 때였다. 오후 3시 30분인 주간조 퇴근시간 전부터 정문에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직원들은 시계가 3시 30분을 알리자마자 일제히 공장을 ‘탈출’했다. 0시 10분 야간조 퇴근시간에 맞춰 다시 가봤다. 어둠 속 공장 건물에서 삼삼오오 미리 걸어 나온 직원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다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거나 혹은 뛰어서 공장을 뛰쳐나왔다. 퇴근 시간 전에 업무를 끝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찌감치 작업장을 벗어나 정문 앞에서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서 있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공장이 한국 대표 자동차 공장이라는 것이 서글펐다. 울산공장에서 와이파이를 허용하느냐 하는 논란이 최근 자동차 업계의 기삿거리가 됐다. 오래된 악습.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던 일이다. 기자가 본 모습도 실은 ‘조기퇴근’ ‘조기식사’처럼 어엿한 용어까지 있다고 한다. 2017년 현대차 해고 근로자의 복직 소송에서는 한 명이 두 명, 세 명 몫의 일을 하는 이른바 ‘두발뛰기’ ‘세발뛰기’ 작업 관행이 언급됐다. 한 명이 일을 몰아서 하고 나머지는 쉬는 변칙근무가 암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같은 해에 송호근 서울대 교수도 ‘가보지 않은 길’이란 책에서 울산공장의 적나라한 현실을 지적했다. 미리 조립을 끝내 놓고 쉬는 이른바 ‘올려치기’ 같은 관행과 결합된 노동 최저화와 보상 극대화, 낮은 작업효율 등이 언급됐다. 송 교수는 “울산공장에서 열정과 소명의식을 얘기하는 것은 꿈같은 소리”라고 했다. 맨땅에서 세계 5위권 완성차 업체의 신화를 쓴 현대차다. 울산공장은 그 중추다. 하지만 그런 긍지와 자존을 유지하려면 근로자 스스로가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 0시 30분쯤 정문을 나선 한 50대 근로자는 “일부의 행태지만 나도 저들이 부끄럽다. 할 일 하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작업장 정리해 놓고 나오는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 업계의 관심은 미래차로 쏠렸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기, 생산인력 감소도 화두였다. 해외 완성차 업체에서는 판매 감소와 미래차 대응을 위한 구조조정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울산공장이라는 따뜻했던 성채에도 이제 차가운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노사가 경쟁력과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아닌, 동영상 보며 일하고 퇴근 전에 작업장 떠나는 현실이 기사화되는 울산공장의 현실은 아무리 봐도 놀라운 풍경이다.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에서 근무시간에 와이파이(WiFi) 사용을 제한했다가 노동조합의 반발에 조치를 일단 철회했다. 노사는 와이파이를 둘러싼 갈등의 해법을 20일까지 찾기로 했지만 기존의 생산 관행을 놓고 양측이 다시 충돌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울산공장 생산라인 근무자들이 기존처럼 근무시간에도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 시간 중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접속 제한을 한 지 이틀 만에 일단 이를 되돌린 것이다. 회사 측은 2일 생산라인에서 동영상을 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에만 와이파이 접속을 허용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는 9일 와이파이 접속이 차단되자 14일 특근 거부까지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8년 만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로 사측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노조 집행부 교체기를 틈타 회사가 일방적인 조치를 했다는 불만이다. 하지만 와이파이 사용을 놓고 특근까지 거부하겠다는 노조의 결정에 비판이 쏟아지고 사측도 일단 와이파이 접속 제한 조치를 유보하자 노조도 특근 거부 카드를 접은 것이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런 논란 자체가 울산공장의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 게시판에는 “부끄러워서 회사 점퍼도 못 입고 다니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고 울산공장 외 현대차의 다른 사업장에서는 “울산공장 조합원의 힘이 센 건 알았지만 설마 근무시간에 와이파이까지 쓰는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존의 작업 관행 등을 앞으로 바로잡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계속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발표한 인사에서 임원을 20% 넘게 줄인 대한항공이 6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는다. 1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에 ‘희망퇴직 신청접수’ 공지를 올렸다.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대상이다. 단, 운항 승무원과 기술·연구직, 해외근무 직원 등 일부 직종은 제외했다. 대한항공이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110여 명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대한항공은 23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거쳐 이달 말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는 법정 퇴직금과 최대 24개월분의 급여를 추가 지급하고 퇴직 후 최대 4년간 자녀의 고교, 대학교 학자금 등 복리후생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측은 “정년보다 일찍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직원에게 보다 나은 조건으로 퇴직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권고나 강제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조원태 회장이 본격적인 군살 빼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주축인 항공운수 사업을 뺀 호텔업 등 지원 사업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언급한 바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에서 근무시간에 와이파이(WiFi) 사용을 제한했다가 노동조합의 반발에 조치를 일단 철회했다. 노사는 와이파이를 둘러싼 갈등의 해법을 20일까지 찾기로 했지만 기존의 생산 관행을 놓고 양측이 다시 충돌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울산공장 생산라인 근무자들이 기존처럼 근무시간에도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 시간 중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접속 제한을 한 지 이틀 만에 일단 이를 되돌린 것이다. 회사 측은 2일 생산라인에서 동영상을 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에만 와이파이 접속을 허용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는 9일 와이파이 접속이 차단되자 14일 특근 거부까지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 8년 만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로 사측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노조 집행부 교체기를 틈타 회사가 일방적인 조치를 했다는 불만이다. 하지만 와이파이 사용을 놓고 특근까지 거부하겠다는 노조의 결정에 비판이 쏟아지고 사측도 일단 와이파이 접속 제한 조치를 유보하자 노조도 특근 거부 카드를 접은 것이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런 논란 자체가 울산공장의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 게시판에는 “부끄러워서 회사 점퍼도 못 입고 다니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고 울산공장 외 현대차의 다른 사업장에서는 “울산공장 조합원의 힘이 센 건 알았지만 설마 근무시간에 와이파이까지 쓰는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의 조립 품질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참담한 일”이라며 “기존의 작업 관행 등을 앞으로 바로잡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계속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금 뻔뻔해져도 되는 펀펀(Fun Fun)한 차. 최근 국내에서 연간 1만 대 판매의 고지를 넘보고 있는 완성차 브랜드 ‘미니’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뉴 미니 JCW 컨버터블’을 최근 300km가량 시승해 본 소감이다. 1959년 영국에서 탄생한 미니는 특유의 귀여운 외관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브랜드 역사 초창기에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연이어 우승했던 미니의 지향점은 레이싱카에 가깝다. 이런 미니의 고성능 라인인 존쿠퍼웍스(JCW) 모델답게 뉴 미니 JCW 컨버터블의 주행 성능은 상당했다. 시승차는 4기통 2.0L 트윈파워 터보엔진으로 231마력의 최고 출력과 32.7kg·m의 최대 토크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6.5초. 도심 주행에서는 짧은 거리에서도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줬다. 갈 길이 바빠 조금 뻔뻔해질 수 있는 운전자라면 전장 3874mm, 공차 중량 1390kg의 이 작은 차로 다른 차들 사이사이를 충분히 헤집고 다녀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스포츠 모드에서 급가속 이후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이른바 ‘팝콘 소리’라고 불리는 후연소 배기음이 ‘빠방 빠방’ 터져 나오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차체와 좌석이 낮은 데다 장시간 운전하기에는 서스펜션 등이 딱딱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작은 체구로 마음껏 달리는 재미를 느끼면서 딱히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미니의 서스펜션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 다른 재미는 내외장 디자인이다. 외관에는 마치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뜬 것 같은 미니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와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적용됐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감성도 남다르다. 버튼 대신 토글스위치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면서 스위치를 조작하듯 위아래로 올렸다 내리는 재미가 있다. 시승차의 소프트 톱은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면서는 약 15초 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다. 한 번씩 ‘뚜껑’을 열고 달릴 수 있는 것도 이 차의 묘미다. 공간은 아무래도 좀 아쉽다. 뒷좌석이 있지만 짧은 거리면 몰라도 장거리를 타기엔 버겁다. 복합 연료소비효율은 L당 11.1km, 차량 가격은 5570만 원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보좌해 일관 제철소 건설을 이끌었던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62·사진)이 퇴진했다. 지난해 정의선 수석부회장(49)이 그룹 전반을 총괄 지휘하는 체제로 바뀐 현대차그룹에서 정 회장을 보좌했던 기존 부회장단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 부회장이 대표이사 중심의 경영 혁신 가속화를 위해 용퇴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현대제철 부회장에서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우 부회장은 1년여 동안 이건용 대표(부사장)와 함께 현대로템의 경영 전반을 총괄해 왔다. 현대차그룹 측은 우 부회장이 최근까지 현대로템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해외 수주를 강화하는 등 경영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후배 경영진 중심의 경영 혁신 추진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퇴임을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한 우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상무,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지냈다. 특히 현대제철의 일관 제철소 건설을 주도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철강 부문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 부회장은 퇴임사를 통해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떠나 아쉽고 미안하지만 남은 임직원들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우 부회장이 부회장 자리에서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현대차그룹 내에는 오너 일가인 정 수석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59)을 제외하면 세 명의 부회장만 남게 됐다.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꼽혔던 김용환 부회장(63)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겨 철강 사업을 지휘하고 있고,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해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긴 정진행 부회장(64)은 건설 부문을 이끌고 있다. 계열사가 아닌 현대차 내부에서는 윤여철 현대·기아차 정책개발담당 부회장(67)이 노무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독일 BMW는 10월 말 국내에서 미래자동차 전략을 설명하는 행사를 열고 참석자들에게 폐지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책자와 볼펜을 제공했다. 친환경차 로드맵을 공개하는 자리에서조차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친환경적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친환경차 생산에 나선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생산 과정의 친환경을 강조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생산 과정만 놓고 보면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불식하면서 장기적으로 무역장벽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맥도널드가 제공하는 커피 껍질을 플라스틱 소재와 혼용해서 차체 하부 부품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소재는 기존 플라스틱 대비 20% 가볍고,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도 25%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는 소재 생산은 물론이고 생산 및 운행 과정에서 쓰이는 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폐기 등까지 고려한 환경 개념을 따지기 시작했다.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도 충전 이후가 아니라 에너지의 생성단계부터 자동차 생산 및 활용, 폐기까지 전체적인 친환경성을 따지는 이른바 ‘웰투휠(Well To Wheel)’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생산 흐름을 주도하는 곳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유럽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경쟁국들과의 생산 과정에서의 차별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올해 독일 내 츠비카우 공장에서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던 이 공장은 최근 전기차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는 ‘탄소 중립’ 생산기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39년까지 자동차 생산에서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놓고 있다. 독일 BMW의 경우 현재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쓰는 전력 100%를 풍력 등 신재생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고 앞으로는 100%로 높일 계획이다. 이 공장뿐만 아니라 뮌헨, 딩골핑 공장 등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면서 공장 내 부품 운송에도 순수 전기 트럭을 활용하고 있다. 경량화 소재이지만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알루미늄 생산에서 재활용 알루미늄 사용 비중을 높이고 전기차에 필요한 2차 전지 소재인 코발트 조달에서는 일종의 공정무역 개념까지 적용하고 있다. 우살라 마타 BMW그룹 지속가능성·환경보호 부문 부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과 자원효율성 제고는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충남 아산공장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마련한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의 1단계 태양광 발전 시스템 조성을 마무리 지어 가고 있다. 현대차도 폐플라스틱·폐시트를 재활용해 소재로 쓰는 등 친환경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친환경 생산 여부가 향후 일종의 국제적인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앞으로 환경 규범을 강화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친환경 생산이 아직까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마케팅 수준의 문제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종의 무역장벽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5일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브로제와 미래 자동차 시트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8일 밝혔다. 브로제는 차량 시트 분야에서 높은 시장 경쟁력과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두 회사는 △자율주행 특화 메커니즘 시트 △스마트 통합 제어 시트 △초슬림 경량 시트 등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트랜시스 측은 “자율주행 등의 기술로 미래차의 실내는 휴식, 여가, 업무, 취침 등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며 “탑승자의 다양한 요구를 구현할 수 있도록 신소재와 통신기술 등이 적용된 시트 구현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이 합병해 올 1월 출범한 현대트랜시스는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을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프롤로그 - 동아네찻집 車 팀장의 브랜드 뽀개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준중형 세단을 중고로 사서 폐차할 때까지 탔습니다. 지난해엔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중형 SUV를 신차로 사서 타고 있습니다. 10만km를 넘게 운전했지만 필요에 따라 차를 몰았을 뿐, ‘드라이빙 감성’까지는 사실 잘 모릅니다.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편안하게 타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자동차 담당 기자로서 점점 더 궁금해지긴 합니다. 저 차는 왜 저렇게 비쌀까. 이번에 적용했다는 그 기능 정말 쓸만할까. 저 브랜드 차는 정말 좀 남다를까. 모든 차를 다 타보긴 힘듭니다. 하지만 각자 철학을 얘기하는 완성차 ‘브랜드’ 자체는 차례로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차알못’ 자동차 팀장의 브랜드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를 타온 ‘평범한 아빠’가 각 브랜드의 대표 차종을 통해 느껴본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이야기입니다.(먼저 뽀개본 다른 브랜드가 궁금하다면…) ▼브랜드 뽀개기 1편 - 볼보▼ ▼브랜드 뽀개기 2편 - 지프▼ ▼브랜드 뽀개기 3편 - 벤츠 AMG ▼ # 독일 아우토반 체험 세 줄 요약 주요 완성차의 브랜드 자체도 일종의 브랜드이지만 속도무제한으로 유명한 ‘아우토반’이나 레이서들의 성지 ‘뉘르부르크링’ 같은 일종의 인프라도 하나의 브랜드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올해 가을 독일에서 사흘에 걸쳐 경험해 본 ‘아우토반’은 노면의 느낌은 물론 운전 문화까지 모두 “아우토반, 아우토반 할 만하다”로 요약된다. 다만, 생각보다 차선은 많지 않고 속도 무제한 구간도 제한적이라는 점 등은 기대와 달랐던 점이다.# 고속이 고속 같지 않은 도로 지난 9월에 사흘에 걸쳐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쾰른을 오가며 경험해 본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역시’라는 말이 나왔다. 거의 직선 주로였고 노면의 질감도 매끄러웠다. 국내에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아주 미세한 요철이 계속 이어지는 듯한 느낌에 비교하면 말 그대로 반듯하고 매끄러운 느낌이다. 여기에 운전자들의 전반적인 고속주행이 곁들여지면서 실제 속도에 비해서 시속 20~30㎞는 낮게 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남들 달리는 만큼 덩달아 달리면서 시속 120㎞ 정도라고 생각하고 속도계를 보면 실제로는 140~150㎞ 정도였다는 얘기다. 다만, 차선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고속주행을 위한 도로이지만 도로 폭을 무작정 넓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왕복 4차선인 경우가 많았고 왕복 5차선, 6차선 정도를 볼 수 있었다.# ‘속도무제한’의 힘과 매력 ‘평균 주행 속도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아우토반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속도무제한’이겠다. 자동차 기술은 발전하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시속 100~110㎞가 최고 속도다. 경주용 서킷에 가지 않으면 합법적으로는 6기통 8기통은커녕 일반적인 4기통 차량의 성능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걸 시속 150㎞나 160㎞로 푸는 것도 아니고 ‘무제한’으로 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다른 차들이 열심히 달리니 내 차의 속도도 같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도로만 뚫려 있으면 최대한 빨리 달려도 된다, 는 원칙이 있으니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고성능차’라고 할 수는 없는 독일 브랜드 소형,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시속 200㎞ 이상을 무난하게 달렸다. 다만, 머나먼 타국에서 낯선 차로 고속 주행을 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피로감을 주긴 했다.# 곳곳에서 ‘무제한’을 해제… 불시에 속도 단속 아우토반은 2륜차도 진입할 수 있는(차보다 더 빨리 달린다…) 무료 도로(!!)이고 속도무제한이 일종의 상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구간에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도시지역을 통과할 때, 도로 공사로 도로 폭이 좁아질 때 등에는 120㎞는 물론 80㎞ 수준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속도 제한 여부는 표지판으로 알려주고 차량 내장형 네비게이션에도 무제한구간인지 그렇지 않으면 어느 속도까지 달려도 되는지 표시가 떠 있다. 그리고 한국과 다른 점은 이런 제한 속도에 따른 과속 단속을 요란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에서 출시되는 차 가운데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중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모드에서 속도 단속 카메라가 등장하면 알아서 속도를 떨어뜨렸다가 높이는 기술까지 있는 상황. 하지만 독일에서는 속도 단속 카메라가 앞에 있는지 여부조차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는다. 국내와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독일 당국의 원칙은 이렇게 되겠다. “무제한 구간에서는 마음대로 달려도 되는데 제한 구간에서는 아무소리 말고 규정 속도 제대로 지켜라.” 과속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비싼 과태료를 매기는 ‘깜짝 등장’ 속도 단속 카메라는 물론 암행순찰차도 있다고 하니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규정을 잘 보면서 밟을 필요가 있겠다.# 시속 300㎞로 달려도 차가 없으면 오른쪽으로 첫 아우토반 체험을 앞두고 장기간 유럽에서 생활했던 지인에게 들은 조언은 “생각보다 1차로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였다. 이유는 이렇다. 아우토반에서는 내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도 오른쪽에 차선이 비어 있으면 오른쪽 차선으로 달려야 한다. 왼쪽은 추월 차선이니 추월할 차가 없으면 시속 180㎞ 아니라 250㎞, 300㎞로 달려도 1차로를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워낙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1차로까지 진출하려면 웬만한 속도로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1차선까지 들어가서 앞차를 추월할 상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속도무제한과 차량의 성능을 최대한 경험해보기 위해 여건이 허락하면 시속 200㎞ 이상로 달리느라 1차로를 파고들었을 뿐 대부분 2, 3차로 주행으로 충분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충분한 ‘양보’ 독일에 가기 전에 들었던 조언 중에는 “독일도 최근에는 예전에 듣던 것에 비하면 잘 양보를 안 해주더라”는 말도 있었다. 실제로 추월을 위해 1차로로 파고들었을 때 1차로까지 들어와 있다가 아직 2차로로 빠지지 않은 차가 바로바로 양보해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바로 빠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좀 더 앞으로 치고 나가려고 하거나 시간을 두고 2차선으로 빠지는 차도 있었다. 하지만 1차로를 달리면서는 뒤에 차가 붙나 안 붙나, 를 매우 신경 쓰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따라 붙으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그 증거다. 국내의 상황은 이런 아우토반과는 좀 많이 다르다. 1차로가 추월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아닌가 싶은 운전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의 ‘1차로 정속주행 비판’은 분명 모순도 있다. 그 정속 주행이 110㎞만 되도 면죄부를 요구할 수 있는 논리가 있다. 어차피 이보다 더 빨리 달리면 불법 아니냐는 것이다. 참 어려운 부분이다. 차량 흐름에 맞춰 적절하게 추월을 하자는 것이긴 한데 어차피 1차선로로 가건 2차로로 가건 100~110㎞를 넘어서면 불법이다. 독일과는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여건인 것이다. 이런 점은 좀 놔두고… ‘아우토반’이라는 훌륭한 도로의 존재 외에 독일과 한국의 차이점은 또 뭐가 있을까. 깊숙하게 알아보지 못했지만 ‘운전’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한 독일 주민은 독일에서는 성인이 되면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중요한 하나의 절차이고 최소한 3개월 이상은 걸린다고 얘기했다. 한국처럼 쉽게 면허를 따고 도로로 나설 수 있는 제도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면서 자칫 잘못하면 나도, 남도 다치거나 죽게 할 수도 있는 물건이다. 긴 시간을 들여서 운전자가 지켜야 할 룰을 제대로 익혀야만 면허를 따고 도로에 나설 수 있는 문화에서도 분명히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 듯 하다. 온라인 상의 정보를 좀 살펴보니 독일에서 운전 면허를 따려면 최소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매우 엄격한 필기시험 △아우토반 주행을 포함한 충분한 운전연수를 거쳐야 실기 시험을 치를 수 있다고 한다. 속도와 추월 문화에 대한 짧은 얘기로 상편을 마무리하고 다음 편에서 합류차를 위해 우측 차선을 비우는 문화 등에 대해 더 얘기해 보겠다. 프랑크푸르트=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5일 하언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부터 연말 정기 임원 인사 대신 연중 수시 인사 체제로 전환한 현대차그룹이 소폭의 승진 인사로 전문성과 사업 성과를 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6년 울산공장에 입사한 하 신임 사장은 완성차 생산기술과 공장 운영을 경험한 생산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차 대표이사 중 한 명인 하 신임 사장은 앞으로 국내 생산 담당을 겸직하면서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전주공장 등 국내 공장 운영을 총괄한다. 신장수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법인장(전무)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신임 부사장은 2017년 말 조지아 공장장으로 부임한 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의 유연 생산체계 구축과 품질 개선 등을 추진하면서 북미 사업 판매와 수익성 확보에 기여했다. 이영규 현대·기아차 홍보2실장(전무)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홍보실장을 겸임하게 됐다. 현대·기아차 정책지원팀 서경석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건설 커뮤니케이션담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정수경 현대모비스 경영지원본부장(전무)과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전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민수 현대차 고객채널서비스사업부장(상무)은 전무로 승진해 해비치호텔&리조트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시장과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이해를 토대로 해비치호텔&리조트의 고객 만족 제고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합원들도 이제 ‘뻥파업’, ‘묻지마 투쟁’을 식상해 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시대 변화 적응 못하면 현대차는 오래 갈 수 없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고용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이상수 신임 현대차 노조위원장(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이렇게 밝혔다. 이 신임 지부장은 3일 치러진 8대 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49.9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선 직후 공개적인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신임 지부장은 ‘강경 투쟁’을 앞세우는 방식보다는 고용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원칙 아래 조합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이 내세웠던 ‘실리’라고 강조했다. 중도·실리 노선으로 평가받아 온 이 신임 지부장은 이날 노사 관계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회사가 발전할 때 고용의 안전장치가 지켜질 수 있다”며 “회사와 노조가 서로 열린 자세로 정책적 방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노조도 인식하겠다는 것이다. 이 신임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대단히 성숙해져 있다”며 “그동안의 ‘뻥파업’, ‘묻지마 투쟁’ 이런 것에 대해 속지도 않을뿐더러 식상해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고용을 지키고 회사의 이익을 제대로 분배하는 정의를 지켜내겠다는 것이 이른바 ‘실리’이고 많은 조합원이 이런 것을 인식하고 공감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공정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의 고용을 지키면서 발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임 지부장은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기자들도 알고 현장 조합원도 알고 있다”며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부품이 줄어들면 누가 봐도 (고용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울산 아산 전주 등 전체 위원회의 울타리 안에서 고용이 지켜지는 방식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내년부터 정년퇴직자가 2000명까지 증가한다”고도 했지만 이런 상황을 ‘고용축소의 완충지대’로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답하지 않았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제조 중심의 사업구조를 제품과 서비스 양대 구조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신임 지부장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 못하면 현대차가 오래갈 수 없다”며 “(변화에 적응 못한) 필름 회사들은 망하지 않았나”고 되물었다.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수뇌부가 변화에 잘 대응해야 고용의 미래 역시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시점에서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이 신임 지부장이 향후 2년 동안 취하는 태도가 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임 집행부는 중도·실리를 표방하면서 다양한 조직의 연합군 성격으로 당선됐다고 볼 수도 있다”며 “노사 간의 첨예한 이슈에서 실제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지부장은 이달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2년 동안이다. 울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자동차가 미래차 기술에 올해부터 6년 동안 연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3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또 자동차 생산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중장기 전략도 구체화했다. 현대차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이원희 사장 주재로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를 열었다. CEO 인베스터 데이는 현대차가 올해 2월 27일 처음 연 행사로 CEO가 직접 나서 기업설명회(IR) 행사를 하면서 현대차의 중장기 투자 계획과 목표 이익률 등을 공개한다. 현대차가 이 행사를 다시 연 것은 최근 미국 앱티브사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 합작사 설립,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밝힌 개인용 비행체(PAV) 및 로보틱스 사업 비중 50% 달성 등 신사업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양대 축으로 하는 사업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가 이날 공개한 ‘2025 전략’에는 2025년까지 지능형 모빌리티 영역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양대 사업으로 설정하고 이에 맞춰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플랫폼 사업 기반 구축 등을 3대 전략 방향으로 삼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품 영역에서는 기존 제조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수익성을 확보해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고 개인용 비행체, 로보틱스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제조사업 영역을 넓혀 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전기차를 중심으로 젊은 고객층과 시장을 적극 공략해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세계 판매를 연간 67만 대로 확대해 3대 전동차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가 56만 대, 수소전기차가 11만 대다.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에는 차량 운행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한 차량에서 쇼핑과 배송, 콘텐츠 스트리밍, 음식 주문 등의 사업이 포함된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북미에서는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카셰어링과 로보택시 실증 사업을 펼치고 국내에서도 다른 회사와 함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기존 사업 역량 제고에 41조1000억 원, 전동화,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역량 확보에 20조 원 등 총 61조1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6조1000억 원)와 올해(7조8000억 원)에 비해 연간 2조∼3조 원씩 투자를 늘린 것이다. 6년 동안 외부 기업 인수나 투자 등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하기 위해 총 12조 원도 책정했다. 현대차는 3대 핵심 재무 목표로 총투자액을 상향 조정한 것 외에 세계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보다 1%포인트 높은 5%로 설정했다.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 목표도 2022년 7%에서 2025년 8% 수준으로 상향했다.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내년 2월까지 총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주주 친화적 정책을 통해 주가를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이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3일 서울 강남구의 포스코센터는 오전부터 북적였다. 포스코센터는 경북 포항시에 본사를 둔 포스코의 서울사무소다. 철강기업 특유의 이미지대로 평소엔 임직원만 조용히 지나다니던 이곳이 이날은 1층과 지하 1층 로비 곳곳에 무대와 작은 도서관, 카페가 설치되고 호빵과 군고구마를 나눠주는 공간까지 마련됐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가운데 1년 반 동안의 성과를 나누고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를 축제처럼 꾸민 것이다. ‘기업, 시민이 되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최정우 회장은 “올해는 기업시민헌장 선포를 통해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헌장을 실천해 성과를 창출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회장은 또 “지난해 포스코가 기업시민을 선언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의미인지를 되묻고 생소하게 받아들였지만 그동안 기업시민이라는 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고 기업이 이윤만 추구해서는 영속할 수 없다는 반성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8월 미국에서는 대표기업 최고경영자(CEO) 181명이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목적을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영을 해 나가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최 회장은 이런 흐름이 기업의 책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동반성장 △청년 취·창업 지원 △벤처플랫폼 구축 △저출산 해법 롤모델 제시 △바다숲 조성 △글로벌 모범시민 되기와 만들기 등 포스코의 6대 기업시민 대표사업이 소개됐다. 포스코의 각 계열사들도 저마다의 기업시민 활동을 홍보하는 공간을 꾸몄다. 포스코그룹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깜짝 등장해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섰다. 이날 만 59세 생일을 맞기도 한 그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기업이 단순히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행복날개’로 대표되는 SK그룹의 노력이 포스코의 기업시민과 맥이 닿는다고 판단한 최태원 회장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마련한 행사를 찾아 강연에 나서면서 이례적인 모습이 만들어진 셈이다. 최정우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올 8월에도 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회동해 두 기업 간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사회문제는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해결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되면서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라며 “기업은 이제 과거처럼 해서는 돈을 벌 수도, 생존할 수도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최정우 회장은 참석해준 최태원 회장에게 감사를 표하며 “포스코와 SK 두 기업의 노력이 합해지고 협력한다면 기업시민이 기업 차원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혁신운동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대모비스는 3일 업무 전반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과정(AIM)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개설된 이 교육과정은 △AI 전문가 양성 과정 △AI 전략 과정 △AI 심화 과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 양성 과정에 선발된 직원 16명은 5개월간 파견 교육을 받게 된다. 2개월간 외부에서 교육을 받고 3개월은 현장에서 실무 프로젝트를 한다. 교육 과정은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AI 알고리즘 이론, 데이터 처리와 분석 실습 등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전문가 양성 과정을 수료한 직원들이 실무에서 AI를 활용해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 1회 열리는 AI 전략 과정은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AI를 적용한 제조 프로세스 혁신과 AI와 빅데이터가 가져올 디지털 전환 등이 중심이다. AI 심화 과정은 3개월 온라인 코스로, 코딩 스킬 향상과 머신러닝 강의 등으로 이뤄진다. 팀당 1명 수준인 일반 직원 340여 명이 교육 대상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일부 연구소와 생산, 물류 현장에 AI를 도입해서 소프트웨어를 검증하거나 품질 불량을 찾아낸 사례는 있었지만 전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문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삼성중공업이 내빙(耐氷) 원유운반선 두 척을 추가 수주하면서 올해 71억 달러(약 8조4000억 원)를 달성해 연간 목표치의 90%를 넘어섰다. 78억 달러로 설정한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둔 것으로, 최근 5년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삼성중공업은 2일 유럽 지역 선사에서 아프라막스급 내빙 원유운반선 2척을 모두 1875억 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선박은 2022년 3월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은 수요가 가장 많고 경제성이 뛰어난 8만5000∼12만5000DWT(재화중량톤수·선박에 실을 수 있는 총화물의 무게) 크기의 선박이다. 이번에 수주한 내빙 원유운반선은 영하 30도의 극한 환경에서 최대 70cm 두께의 얼음과 충돌해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 가격은 동급 선박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올해 총 71억 달러를 수주해 목표인 78억 달러의 91%를 달성했다. 지난해 실적(63억 달러)은 물론이고 2년 전 실적인 69억 달러도 넘어서면서 연간 기준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큰 금액을 수주한 것이다. 11월 중순까지의 수주를 선종별로 보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3척, 컨테이너선 6척, 원유운반선 16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등 총 39척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은 10월 말 기준 전 세계 조선소 수주잔량 순위에서도 583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4개월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산차와 유럽차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중국 내 2위 자동차기업으로 꼽히는 둥펑자동차가 최근 국내에서 쿠페형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펜곤 ix5’의 첫 계약 물량 100대를 완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아직은 판매 물량이 많지 않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차량 디자인에서도 괄목한 만큼 성장했다는 평가 속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의 한국 진출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아직은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평가 받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진입이 장기적으로는 더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전기차 굴기’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이다. ○ 힘 아쉽지만 디자인·가격 앞세운 중국車 소문만 무성한 중국차. 그래서 직접 한번 타 보기로 했다. 펜곤 ix5의 가격은 2480만 원.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크기(길이 4685mm, 폭 1865mm)는 현대차의 싼타페와 맞먹는다. 다만 차급에 비해서는 배기량이 작은 1.5L 가솔린 엔진을 썼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2.4kg·m을 발휘하며 무단변속기(CVT)와 맞물려 복합 연료소비효율은 L당 9.8km를 확보했다. 펜곤 ix5로 서울과 충남 천안을 왕복하는 국도와 고속도로 300km가량을 달려본 소감은 ‘넘치는 편의장치, 아쉬운 힘’으로 요약된다. 저배기량의 터보엔진을 채택한 가운데 힘과 연비 측면에서 분명히 아쉬움이 있었다. 초반은 물론이고 고속에서도 가속력에서 부족함이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 나는 요란한 소리에 비해 속도계 올라가는 속도가 느리다.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물론이고 시내 주행에서도 순간적인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차가 답답하다. 같은 차량에서도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되는 파워트레인을 다양한 버전으로 설계할 수 있다. 배기량이 더 큰 엔진을 적용하면 해소할 수 있는 답답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단 지금의 차량에서 만족스럽다고만 얘기하기는 힘이 든다. 하지만 디자인과 차의 내부를 보면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앞·뒷모습이 독일 브랜드의 차와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뿐 아니라 쿠페형의 날렵한 디자인은 ‘중국차 맞아?’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앞면에서는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가 세련된 느낌을 주고 뒷면 역시 LED를 적용한 램프로 장식했다. 한 식당 앞에 주차하고 나오는데 누가 “어디 차냐?”고 물어오며 “차 잘 나왔네”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중형 SUV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내 공간은 기존의 이 가격대 차량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비슷한 차급에서 등급을 높이거나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는 전동식 파노라마 선루프와 전동식 트렁크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운전석·조수석 모두 전동 시트가 적용됐고 후방 카메라와 전·후방 충돌센서도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블랙박스는 차량에 자체적으로 포함돼 있다. 다만, 최근 중형급 이상 국산차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운전자가 요구하는 속도를 유지하되 앞차를 감지해 자동으로 가·감속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대신 일반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됐고 후측방 차량경보, 차선이탈방지 등의 기능은 없다.○ “중국 전기차, 만만치 않은 경쟁자” 중국 완성차 브랜드 중에서는 북기은상차가 2017년 중형 SUV인 ‘켄보600’을 국내에서 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이어 다시 국내 진출에 나선 둥펑자동차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쿠페형 SUV를 들고 왔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성능과 프리미엄급 옵션을 갖추고도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내년에는 1200대, 그리고 2022년부터는 연 3000대를 판매하면서 추가로 SUV 모델을 들여올 계획이다. 펜곤 ix5를 수입·판매하고 있는 신원CK모터스 관계자는 “한국은 자동차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가지고 있어 제품의 경쟁력과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장”이라며 “가성비를 앞세운 내연기관차를 선별해 추가 투입하고 전기차로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자동차도 내년 하반기부터 순수 전기차인 EU7을 한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준대형 세단을 기반으로 한 최신형 전기차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한 것으로 유명한 중국 지리자동차도 최근 1t 소형과 2.5t 중형 전기트럭을 앞세워 내년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기차의 강점을 살려 현대·기아차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소형 상용차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을 전기차 생산 기지로 삼으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해외 진출까지 모색하는 사례도 있다. 전북 군산시의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은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바이톤의 고급형 중형 SUV를 2021년부터 국내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동안의 ‘전기차 굴기’를 내세우며 전기차 산업을 적극 육성했던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축소하자 내수에만 의지하기 힘들어진 중국 자동차 기업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중국은 내연기관차 고유 기술에서는 아직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디자인에서는 이제 ‘따라하기’를 넘어 자신들의 색채를 가미하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본격화될 전기차 시장에서는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