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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댐의 급작스러운 방류가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곡성 등 하류 지역의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피해 주민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 7일부터 3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지만 섬진강물이 급격하게 불어나 범람한 시점은 8일 오전 이후라는 게 주민들의 대체적인 증언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섬진강댐의 초당 평균 방류량이 8일 오전 6시(591t)부터 낮 12시(1752t)까지 불과 6시간 사이에 3배로 급증했다. 이날 오후 4시경에는 초당 1869.8t을 방류해 섬진강댐의 최대 방류량(초당 1868t)을 뛰어넘기도 했다. 수해 당시 섬진강댐의 방류가 빠른 시간에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방류량 6시간 만에 3배로 급격히 늘려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은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곡성군 등 섬진강 하류 지역의 홍수기 범람을 막는 기능을 한다. 댐의 방류는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와 홍수통제소에서 댐의 수량과 강의 상황을 고려해 방류량과 방류 시기를 판단한다. 수자원공사는 태풍, 집중호우 등이 예상되면 홍수 발생 전에 댐의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해 댐의 물을 방류하는 ‘예비 방류’를 실시한다. 이번 수해의 경우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예비 방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섬진강댐이 위치한 전북 임실군에 호우 예비특보가 발표된 것은 6일 오후 4시경이다. 이후 7일 오전 5시 30분 호우주의보가 발표됐고, 오후 2시 20분경 호우경보로 변경됐다. 하지만 6일과 7일 섬진강댐의 평균 초당 방류량은 각각 198.1t, 328.6t이었다. 각각 최대 방류량(초당 1868t)의 10.6%, 17.6% 수준이다. 수자원공사는 8일이 돼서야 방류량을 급속히 늘렸다. 이날 오전 6시까지 초당 591.1t이었던 방류량이 3시간 뒤인 오전 9시경 2배 이상인 초당 1406.8t으로 늘었다. 다시 3시간 뒤인 정오에는 초당 1752.2t을 방류했다. 이날 오전 방류량이 급격히 늘면서 섬진강 하류가 범람하기 시작했고 주변 지역의 침수 피해로 이어졌다. 구례군 토지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택균 씨(60)는 “8일 새벽 조금씩 차오르던 물이 오전 8시경 급격히 불어나 펜션 1층으로 물이 들이닥쳤다. 그때부터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는 데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 키 높이까지 물이 차 고무보트로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곡성군 고달면에서 한옥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 씨(55)는 “그날 오전 불과 3, 4시간 사이에 물이 사람 키 높이까지 차올랐고 곧 한옥 서까래까지 물이 찼다”고 말했다. 신 씨는 10년 전인 2010년 8월 17일에도 비슷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도 전북 지역에 5일 이상 폭우가 이어지면서 섬진강댐의 초당 방류량이 500t에서 1000t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번 침수로 섬진강 수계 6개 시군에서는 2500여 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주택 2000여 곳이 물에 잠겼다. 유근기 곡성군수는 “군민들이 섬진강댐 방류가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고 믿고 있다”며 “9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물을 아끼지 말고 선제적으로 방류를 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방류량은 댐 운영 지침과 자체 물 관리 시스템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해 결정한다. 7, 8일 방류량도 해당 시뮬레이션을 따른 결과”라고 해명했다.○ “댐 수위 고집한 실책” vs “불가피한 선택”섬진강댐의 급격한 방류가 강 하류 범람을 초래해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무조건 댐을 높은 수위로 유지하려다 벌어진 실책”이라는 분석과 함께 “비가 너무 많이 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한다. 조영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부의 수량 관리 대응이 늦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과거 국토교통부는 홍수 관리에 적극적이었는데 2018년 물 관리 업무를 넘겨받은 환경부는 수질을 우선시해 녹조 대응 등 용수 확보를 위해 댐의 수위를 높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비가 내려 수량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댐의 역할은 홍수뿐 아니라 가뭄 대비도 하는 것”이라며 “당초 폭염이 예상됐던 상황에서 비가 많이 온다고 미리 얼마만큼의 물을 빼 놓을지 결정하는 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단순히 방류를 많이 해서 침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이전에 오랜 강수로 지반이 약해졌을 수도 있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방류 당시 담당자들이 매뉴얼대로 조치했는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상황을 충분히 알렸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구례=조응형 yesbro@donga.com / 박종민·강은지 기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호 사고 당시 강한 물살에 휩쓸려가는 인공수초섬을 고정하려는 위험천만한 작업이 이뤄진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가 난 6일 오전 의암댐 수문은 총 14개 중 9개가 열린 상태로 초당 1만 t의 물이 하류로 방류되고 있었다. 의암댐 상류에 있는 춘천댐과 소양강댐에서도 초당 7000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 배를 띄워 작업을 하기에는 살인적인 유속이었다. 인공수초섬의 유실을 막기 위해 고정 작업에 나섰다가 전복된 선박 3척은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 급류 속 작업 경위 두고 주장 엇갈려 이 사고로 기간제 근로자 이모 씨(68)가 사망했고, 춘천시 이모 주무관(32)과 기간제 근로자, 민간업체 직원 등 5명이 실종됐다. 인공수초섬 쓰레기 수거 및 고정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업체와 실종자의 가족들은 “춘천시의 지시에 따라 작업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는 “업체가 먼저 작업을 제안했고 수초 고정 작업은 강하게 만류했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다만 시는 업체 측이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도록 허락한 것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암호의 인공수초섬을 관리하는 민간업체 직원들은 사고 전날인 5일 오후 시 관계자로부터 “소양강댐 방류로 인공수초섬이 걱정되니 현장에 도착해 대기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직원들은 이 요청에 따라 같은 날 충북 진천의 사무실에서 춘천으로 이동했다. 업체 측은 다음 날인 6일 오전 의암호 인공수초섬 근처에 도착해 현장을 지켜보던 중 “인공수초섬 주변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시 관계자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주무관이 ‘인공수초섬의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수초섬을 고정하고 있던 로프가 끊어져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휴가 중이었던 이 주무관이 업체 측에 어떤 경위로 인공수초섬 쓰레기 정리 작업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가자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고무보트와 경찰정, 관공선 등 3척이 현장에 접근했고 곧 연달아 전복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춘천시의 주장은 민간업체와 실종자 가족들의 설명과 다르다. 인공수초섬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게 된 건 민간업체의 제안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물살이 세니 조심하라며 주의를 줬다”는 것이다. 또 담당 국장과 계장은 이 주무관으로부터 인공수초섬 유실 상황을 보고받고 “떠내려가도 좋으니 내버려둬라. 출동하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게 춘천시의 주장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7일 오전 브리핑에서 “소양강댐을 연 상태에서는 수초 작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이 맞다”며 사과했다. 경찰은 댐 하류에서 발견된 경찰정에서 블랙박스 장치 등을 수거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안전지침 없어…전문가 “전형적 관재(官災)” 집중호우 시 하천 작업에 대한 안전지침과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춘천시는 “날씨나 유속에 따라 작업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지침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댐 수문이 개방됐을 때 작업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도 없었다.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조원철 전 명예교수는 “수문을 열고 작업을 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전형적인 관재”라고 지적했다. 춘천=박종민 blick@donga.com·이청아 / 강승현 기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춘천시 서면 의암호 사고 당시 강한 물살에 휩쓸려가는 인공수초섬을 고정하려는 위험천만 작업이 이뤄진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가 난 6일 오전 의암댐 수문은 총 14개 중 9개가 열린 상태로 초당 1만t의 물이 하류로 방류되고 있었다. 의암댐 상류에 있는 춘천댐과 소양강댐에서도 초당 7000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 배를 띄워 작업을 하기에는 살인적인 유속이었다. 인공수초섬의 유실을 막기 위해 고정 작업에 나섰다 전복된 선박 3척은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 급류 속 작업 경위 두고 주장 엇갈려 이 사고로 기간제 근로자 이모 씨(68)가 사망했고, 춘천시 이모 주무관(32)과 기간제 근로자, 민간업체 직원 등 5명이 실종됐다.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업체와 실종자의 가족들은 “춘천시의 지시에 따라 작업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반면, 춘천시는 “작업을 만류했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암호의 인공수초섬을 관리하는 민간업체 직원들은 사고 전날인 5일 오후 시 관계자로부터 “소양댐 방류로 인공섬이 걱정되니 현장에 도착해 대기하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직원들은 이 요청에 따라 같은 날 충북 진천의 사무실에서 춘천으로 이동했다. 업체 측은 다음날인 6일 오전 의암호 인공수초섬 근처에 도착해 현장을 지켜보던 중 “수초섬 주변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시 관계자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주무관이 ‘인공섬의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수초섬을 고정하고 있던 로프가 끊어져 수초섬이 떠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휴가 중이었던 이 주무관이 업체 측에 어떤 경위로 인공섬 쓰레기 정리 작업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수초섬이 떠내려가자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고무보트와 경찰정, 관공선 등 3척이 현장에 접근했고 곧 연달아 전복됐다. 당시 상황에 대한 춘천시의 주장은 민간업체와 실종자 가족들의 설명과 다르다. 인공수초섬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게 된 건 민간업체의 제안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물살이 세니 조심하라며 주의를 줬다”는 것이다. 또 담당 국장과 계장은 이 주무관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떠내려가도 좋으니 내버려둬라. 출동하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게 춘천시의 주장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소양강 댐을 연 상태에서는 수초작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이 맞다”며 사과했다. 춘천경찰서는 이들 선박들이 호수섬 작업에 나서게 된 상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안전지침 없어…전문가 “전형적 관재(官災)” 집중 호우 시 하천 작업에 대한 안전지침과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춘천시는 “날씨나 유속에 따라 작업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기준이나 지침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이번처럼 댐 수문이 개방됐을 때 작업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한 지침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전형적인 관재(官災)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조원철 전 명예교수는 “수문을 열었으면 당연히 작업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의암댐 쪽엔 춘천댐과 소양감댐 물이 다 흘러온다. 물살이 굉장히 강해 매우 위험하다”며 “물살에 휩쓸렸다가 생존한 분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춘천=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6일 오후 강원 춘천시 통합지원본부가 차려진 북한강 경강교. 이날 오전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가 일어난 지점에서 약 16km 떨어진 이곳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소방대원 5명이 하천 곳곳을 살펴보며 실종자 수색을 벌였다. 계속된 수색작업에도 진전이 없자 소방당국은 수차례 수색 범위를 다시 넓히고 수색대도 추가 투입했다. 소식을 듣고 황급히 본부로 찾아온 실종자 가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불어난 강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날 오전 11시 반경 춘천시 서면 의암호에서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승선했던 8명 가운데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의암호 선착장 앞에 설치해뒀던 수질 개선용 인공 수초섬이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기 시작하자 고정 작업을 벌이기 위해 출동했다. 1명은 자력 탈출했고 1명은 구조됐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출동한 8명 중 5명은 수질 개선 업무를 맡고 있던 춘천시 소속 기간제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속 와이어에 걸리며 3척 순식간에 전복 6일 오전 10시경 한 시민이 의암호 선착장 앞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간다고 춘천시에 신고를 했다. 이에 오전 10시 10분경 관리업체 직원 1명이 탄 고무보트 1척과 시 소속 기간제 근로자 5명이 탄 관공선이 이를 막으려 출동했다. 하지만 물살이 너무 거세 이를 막을 수 없어 오전 11시 2분경 112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인근에 있던 춘천경찰서 서부지구대 소속 경찰정 1척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소양강과 의암호 등에서 인명사고 발생 시 긴급 출동 등의 용도로 운영하는 선박이었다. 경찰정에는 경찰 1명과 시 직원 1명이 승선했다. 경찰정까지 가세해 떠내려가는 인공 수초섬을 막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선박들까지 하류로 함께 떠내려갔다. 그런데 선박 가운데 고무보트가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의암호에 가로질러 설치된 와이어에 걸렸다. 이 와이어는 민간인들이 댐에 접근해 위험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해둔 것이었다. 하지만 집중호우 탓에 의암호 수위가 높아져 와이어는 수면에 잠겨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고무보트를 타고 있던 업체 직원을 구하려 경찰정과 관공선이 긴급히 접근했지만 결국 3척이 모두 전복되고 말았다. 전복 직후 관공선에 타고 있던 A 씨(60)는 자력으로 탈출해 육지에 올라왔다. 하지만 나머지 7명은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 배 3척과 실종자 모두 폭 13m의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하류로 떠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암댐은 최근 계속된 집중호우로 수위가 높아져 2일부터 수문을 열고 방류 중이었다. 낮 12시 반경 사고 지점과 약 13km 떨어진 춘성대교 인근에서 관공선에 타고 있던 B 씨(68)를 구조했다. B 씨는 탈진한 상태였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후 오후 1시경 사고 지점과 약 20km 떨어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관공선에 타고 있던 C 씨(68)도 발견됐으나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을 거뒀다. 경찰(54)과 30대 시청 직원, 50대 기간제 근로자 2명, 업체 직원(47)은 오후 10시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 분통 C 씨의 빈소는 이날 인근의 한 병원에 차려졌다. 유족들은 “이 물살에 배에 태우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게 아니라 인재”라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춘천시에서 근무하다 8년 전 정년퇴임한 C 씨는 기간 근로제 형태로 고용돼 수질 관리 업무를 도맡아 왔다. C 씨의 처남 김모 씨(47)는 “가정 형편 탓에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면서도 항상 성실했다”고 전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을 꼭 이런 날 했어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의암댐은 최근 집중호우로 수위가 높아지며 2일 밤부터 수문 9개를 열고 초당 1만677t을 방류하고 있었다. 2∼6일 춘천에는 485mm의 비가 내렸다. 일각에서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 기간제 근로자들 다수를 출동시킨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춘천시 환경과 관계자는 “댐이 열린 상태에서 작업해선 안 된다”면서도 더 이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고가 접수된 이상 현장 확인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춘천=이청아 clearlee@donga.com·박종민·이인모 기자}

6일에도 경기 일대에서는 폭우로 인해 시내버스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로 골프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매몰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밤사이 쏟아진 폭우에 파주와 연천 등에선 주민 1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6일 오전 6시 37분경 경기 파주시 파평면 율곡1리 율곡수목원을 지나던 92번 버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잠겼다. 당시 버스에는 운전사 1명과 승객 4명 등 5명이 타고 있었는데, 물이 순식간에 버스 안까지 들어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 채 의자 위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구조대가 버스에 타고 있던 5명을 구조한 건 약 30분 뒤. 큰 부상 없이 모두 빠져나왔다. 최초 신고자인 김모 씨(57)는 “구조에 나섰을 때 이미 버스 창문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고무보트를 이용해 구조했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밤새 내린 폭우로 침수 위험이 있어 기존 노선 대신 국도 37호선을 우회하도록 지침을 내렸다”며 “버스 운전사가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기존 노선대로 가다가 물에 잠겼다”고 설명했다. 파주시는 5일 오후 3시경부터 임진강 비룡대교 지점의 수위가 오르자, 인근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키고 오후 4시 반경엔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현재 율곡리에 사는 주민 18명과 인근 적성면 두지리 주민 68명은 파평중학교 등에 대피해 있다. 6일 오전 7시 기준 비룡대교 수위는 13.32m로 주의 단계인 9.5m를 넘어섰다. 파주시 군내면에선 6일 오전 1시 반경 수내천 제방이 무너져 33만578m²(약 10만 평) 규모의 전진농장이 물에 잠겼다. 제방 유실로 통일촌과 대성동 마을 등 민간인통제선 내 마을이 침수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오전 6시 42분경엔 제방 복구를 위해 군내면 현장을 방문했던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4명이 배수장에 고립됐다가 2시간여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경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연천군 주민 1209명과 파주시 주민 257명이 인근 학교와 마을회관, 주민센터 등 25곳으로 긴급 대피했다. 같은 날 오전 9시경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는 산사태로 들이닥친 토사로 관리동에 머물던 직원 2명이 토사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직원 5명이 관리동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토사가 건물로 들이닥쳤다고 한다. 함께 일하던 3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지만 직원 2명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구조인력 40여 명을 투입해 오전 10시 18분경 직원 김모 씨(36)와 박모 씨를 구조했다. 김 씨는 왼쪽 발목에 골절상을 입었으나, 두 사람 모두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파주=박종민 blick@donga.com / 이소연 기자}

“24년 전에 물난리 겪고 겨우 다시 일으켜 세운 살림살이인데….” 안영순 씨(72·여)는 6일 오후 강원 철원군 갈말읍 동막리에 있는 집 앞에 멍하니 서서 말을 잇지 못했다. 폭우를 피해 대피소로 피신했다가 마을에 물이 빠지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안 씨는 쑥대밭이 된 눈앞의 풍경에 말을 잃었다. 집 안 가구는 방 안쪽까지 파고든 흙에 범벅이 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마당에는 장독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안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사흘 전 잠긴 집 복구해 놨더니 또…” 강원 지역에 내린 폭우로 5일 오후 한탄천이 범람하며 침수됐던 철원군의 4개 마을에는 6일 오전 물이 빠지긴 했지만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진흙으로 뒤덮여 버린 마을은 거대한 개펄을 방불케 했다. 도로 곳곳이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졌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묘목판이 완전히 뒤엉켜 어떤 작물을 키우던 곳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옥수수와 벼는 허리가 꺾인 채 논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인근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은 막막함을 토로했다.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비가 계속 내려 속도가 붙지 않았다. 마당마다 물에 젖은 살림살이들과 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였다. 혼자 사는 고령의 주민들은 치울 엄두도 못 낸 채 마당에 주저앉아 한숨만 내쉬었다. 사흘 전에도 폭우로 마을 일부가 물에 잠겼던 김화읍 생창리 주민들은 또다시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체념한 듯 보였다. 주민 유순덕 씨(77·여)는 사흘 전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물에 젖은 물건들을 겨우 말려 놓았는데 다시 침수되면서 겨울에 보일러를 때려고 사 뒀던 나무와 마당에 뒀던 전동휠체어가 물에 젖어 못쓰게 됐다. 유 씨는 “한 달에 20만 원 나오는 기초연금이 유일한 수입인데 자식들에게 무한정 기댈 수도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이학규 씨(81)는 “집으로 가는 길이 완전히 진흙탕이 돼 가 보지도 못하고 있다. 사흘 전에 잠겼던 물이 좀 빠지나 했는데 또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철원군과 인근 군부대에서는 굴착기와 산악용 소방차 등까지 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섰다. 불어난 물에 지뢰가 휩쓸려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어 지뢰 탐지 작업도 병행했다. 하지만 오전 내내 비가 계속돼 좀처럼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철원군 관계자는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을 돕고 있지만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피해를 덜 입은 주민들은 피해가 심한 이웃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갈말읍 동막리 주민 안승준 씨(74)는 침수된 자신의 토마토 밭을 뒤로하고 혼자 사는 고령의 이웃집을 찾아 집안 정리를 도왔다. 안 씨는 “밭은 나중이고 사람이 먼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교적 젊은 40, 50대들이 홀로 사는 노인의 집 정리를 돕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파주에선 장독과 벽돌이 물에 둥둥 떠다녀 5일 오후부터 내린 폭우로 마을 일부가 침수된 경기 파주시 파평면도 주민 2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5일 오후 6시부터 6일 오전 7시 사이에 평균 100mm의 비가 내린 파주시 파평면 율곡1리는 저지대인 마을 한가운데가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다. 마을 입구도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랐다. 물 위로는 장독과 나무판자가 둥둥 떠다녔고, 빈 버스 운전석에도 물이 넘실댔다. 파주시는 5일 임진강 비룡대교 수위가 상승하자 오후 3시경 이 마을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덕분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밤사이 내린 비로 일부 농경지가 고스란히 물에 잠겼다. 집에 남은 물건을 챙기기 위해 마을에 있었던 김현수 씨(47)는 “혹시 물이 더 높이 들이찰까 봐 걱정돼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호수로 변한 논밭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주민은 “벼는 이삭이 막 생길 시기고, 고추는 이제 막 빨개져서 딸 때가 됐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파주시 관계자는 “마을에 찬 물이 빠지는 대로 복구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철원=김태성 kts5710@donga.com / 춘천=박종민 기자}

중부지방 중심으로 폭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6일 강원 춘천에 있는 의암호에선 선박들이 전복되며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전날 소양강댐 수문 개방으로 한강이 불어나며 서울 한강대교엔 9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6일 오전 11시 30분경 춘천시 서면 의암호의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고무보트가 댐 보호를 위해 설치한 와이어에 걸리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보트에는 쓰레기 수거업체 직원 1명이 타고 있었다. 경찰정과 환경감시선이 곧바로 구조에 나섰지만 오히려 급류에 휩쓸리면서 선박 3대가 모두 전복됐다. 전복된 선박들은 폭 13m의 댐 수문을 통과해 하류로 휩쓸려 내려갔다. 당시 의암댐은 집중호우로 수문을 개방해 방류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선박 3대에 탑승했던 8명 가운데 5명이 실종되고 1명은 사망했다. 가까스로 탈출한 시청 공무원 등 2명은 구조됐다. 보트에 타고 있던 직원은 이날 폭우로 유실된 인공 수초섬을 고정하려고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군과 경찰, 소방 등은 약 700명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 가평군에선 전날 소양강댐이 3년 만에 수문을 개방하며 북한강 수위가 상승해 한때 자라섬도 물에 잠겼다. 자라섬 침수는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가평 일대는 최근 집중호우가 이어지며 일부 마을이 고립되기도 했다. 임진강 수위도 올라가며 경기 파주와 연천 등에선 전날에 이어 주민 약 1500명이 추가로 긴급 대피했다. 서울도 한강 수위가 불어나며 한강대교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한강대교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건 201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한강대교 지점 수위는 주의 단계(8.5m)를 넘어선 8.73m를 기록했다. 한강공원 대부분이 침수되며 한강공원 11곳도 모두 진입이 통제됐다. 강변북로의 마포대교~한강대교 양방향 등 도로 교통 통제 구간도 늘어났다. 춘천 의암호 사고 현장을 찾은 정세균 총리는 긴급지시문을 통해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강원도, 춘천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가용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며 “수색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안성=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여기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겨우 살아났습니다. 너무 고마웠죠.” 2일 오전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리는 인근 저수지 둑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당시 이곳 주민 양성삼 씨(77)와 부인 박정자 씨(66)는 순식간에 집 안에 무릎 높이로 물이 차올랐지만 어디로 피할 생각도 못 한 채 머릿속이 하얘져버렸다고 한다. 부부는 평소에도 다리를 쓰는 게 쉽지 않아 거동이 불편했다. 박 씨는 “거센 물살에 벽돌로 지은 담벼락이 무너져 내릴 정도여서 어디로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결국 창문 유리까지 깨지며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했다. 곤경에 빠진 부부를 구한 건 이웃 주민인 5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저수지 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두 분이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더니 아직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곧장 두 아들과 함께 부부의 집으로 뛰어갔고, 두 사람을 부축해 높은 지대에 위치해 안전한 이웃 민가로 대피시켰다. A 씨는 “두 분이 평소 다리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 더 걱정이 됐다. 이웃사촌들은 다 가족 같은 사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A 씨는 이날 부부를 구한 뒤 또 다른 이웃에도 먼저 찾아가 수해를 입은 집을 치우는 일을 도왔다. A 씨는 “대단한 걸 한 게 아니다. 이웃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한사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 경기와 충북 등에 수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서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오전 이천시 율면부녀회 회원 등 주민 15명은 피해 가구들을 방문해 장판을 걷어 가며 바닥 청소를 도왔다. 대전 서구 정림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선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동안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소속 대학생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진흙 등으로 오염된 주민들의 이불, 옷가지를 세탁했다. 이천=박종민 blick@donga.com / 김소영 기자}

“살아남은 놈들이라도 구해보려 했는데….” 3일 오전 경기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 한 돼지 농장. 전날 내린 폭우로 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와 뿌리째 뽑힌 나무들로 돈사 입구는 꽉 막혀 있었다. 인부들이 이른 아침부터 복구 작업을 하고는 있었지만 오락가락 내리는 비로 복구 작업이 늦어지고 있었다. 농민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농장 관계자는 “돼지가 몇 마리나 죽었는지 파악도 못 했다”며 “비 때문에 복구 작업도 제대로 못 해 남은 돼지들도 다 잃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날 가장 피해가 컸던 경기 이천·안성시, 충북 북부지역에는 이날도 시간당 100mm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복구장비 반입 안돼 발만 ‘동동’ 전날 산사태가 있었던 죽산면 장원리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마을에 쌓인 토사 위로 빗물이 흘러내리면서 작은 개울 크기의 물길이 생겼다. 마을 곳곳에 전신주가 쓰러져 있었고 땅은 물러져 움푹 파인 곳도 있었다. 산에서 떠내려 온 통나무와 대형 컨테이너는 마을 공터에 널브러져 있지만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지반이 내려앉아 굴착기 같은 중장비가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많았지만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도로 여건도 여의치 않았다. 플라스틱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정모 씨(47·여)는 “흙과 물을 아무리 퍼내도 계속 밀려든다”며 “이대로면 계약한 납품 일자도 못 맞출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천시 율면 산양리는 전날 저수지 둑이 무너지며 물난리를 겪었다. 주민들은 흙탕물로 얼룩진 집기들을 연신 닦아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은 온통 쓰레기 더미로 막혀 있었다. 굴착기가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물살에 쓸려 내려온 쓰레기를 도로 바깥으로 치우고 있었다. 하지만 폭우가 다시 쏟아지면 복구 작업도 중단됐다. 이종진 산양1리 이장은 “차량 통행로를 확보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뿐”이라며 “적어도 5일까지는 폭우가 계속된다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했다.○ 고구마밭이 모래밭으로 충북 충주시 산척면 광동마을에 사는 김봉회 할머니(81)는 전날 내린 비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할머니는 “팔십 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허리가 아파 남에게 맡긴 두 마지기 논도 다 쓸려 내려갔다”며 울먹였다. 주민들은 오전 일찍부터 굴착기와 덤프트럭까지 동원해 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하지만 도로 위에는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토사 더미와 나무 더미, 쓰레기 등이 뒤엉켜 있어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곳도 많았다. 지난해 이 마을로 귀농한 김기용 씨(54)는 “우리 집은 그나마 지대가 높아 피해가 적었다. 지대가 낮은 아래쪽은 물길이 새로 날 정도로 토사가 쓸려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 씨 집에서 바라본 건너편 밭은 금방이라도 경사면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보였다. 전원주택은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흙벽 위로 위태롭게 서 있었다. 휩쓸려 내려온 토사는 새로 짓는 집 안을 완전히 메워버렸다. 10여 km 떨어진 명서리 서대마을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다리는 무너졌고 산에서 쏟아진 흙더미는 도로를 집어삼켰다. 고구마 주산지인 이 마을의 주민들은 인근 천등산 자락에서 간벌(나무 솎아내기)을 너무 많이 해 피해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6600여 m² 규모의 고구마 농사를 짓는 허정대 씨(63)는 “불과 1시간 반 뒤에 흙탕물이 집 앞까지 무릎 높이로 들어찼다”며 “토사까지 겹쳐 근처 고구마 밭을 모래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을 상류 하천에서는 전날 출동 도중 급류에 휩쓸린 송모 소방사(29)를 찾기 위한 소방대원들의 수색이 이뤄졌다. 식당을 하는 안정일 씨(52)는 “송 소방사가 급류에 휩쓸린 직후 황급히 내려오던 대원들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며 “(송 소방사가) 가끔씩 이쪽으로 출동한 인연으로 얼굴을 알고 있는데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북 지역은 이번 기습 폭우로 모두 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수난사고자 1명 포함)됐다.충주=장기우 straw825@donga.com / 안성=박종민 기자}

“‘여기서 이렇게 죽는 구나’ 싶었는데 겨우 살아났습니다. 너무 고마웠죠.” 2일 오전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리는 인근 저수지 둑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나렷다. 당시 이곳 주민 양성삼 씨(77)와 부인 박정자 씨(66)는 순식간에 집안으로 무릎 높이로 물이 차올랐지만 어디로 피할 생각도 못한 채 머리 속이 하얘져버렸다고 한다. 부부는 평소에도 다리를 쓰는 게 쉽지 않아 거동이 불편했다. 양 씨는 “거센 물살에 벽돌로 지은 담벼락이 무너져 내릴 정도여서 어디로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결국 창문 유리까지 깨지며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했다. 곤경에 빠진 부부를 구한 건 이웃 주민인 5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저수지 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자말자 두 분이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더니 아직 집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곧장 두 아들과 함께 부부의 집으로 뛰어갔고, 두 사람을 부축해 높은 지대에 위치해 안전한 이웃민가로 대피시켰다. A 씨는 “두 분이 평소 다리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더 걱정이 됐다. 이웃사촌들은 다 가족 같은 사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A 씨는 이날 부부를 구한 뒤 또 다른 이웃에도 먼저 찾아가 수해를 입은 집을 치우는 일을 도왔다. A 씨는 “대다한 걸 한 게 아니다. 이웃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한사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 경기와 충북 등에 수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서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오전 이천시 율면부녀회 회원 등 주민 15명은 피해 가구들을 방문해 장판을 걷어가며 바닥 청소를 도왔다. 대전 서구 정림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선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동안 대학생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진흙 등으로 오염된 주민들의 이불, 옷가지를 세탁했다. 자원봉사자 배준환 씨(24)는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곳은 많은데 제 ”은 한 개라 모두 돕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며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 피해 주민들이 잘 극복하길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천=박종민 기자blick@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밤새 비가 많이 내려 걱정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 이장 신지선 씨는 2일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논과 밭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습 폭우가 내린 충북은 주로 북부 지역인 충주와 제천, 단양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사망자 4명과 실종자 9명은 모두 급류에 휩쓸리거나 산사태로 매몰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기와 강원에서도 2명이 숨졌다.○ 충북 북부, 산사태 등으로 4명 사망 충북 제천시 수산면에 사는 윤영호 씨(75)는 “집 근처 청풍호의 물이 도로가까지 차오르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충주시 엄정면 312mm, 앙성면 246mm 등 주로 충북 북부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인명 피해도 이 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오전 10시 반경 충주시 앙성면 능암리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토사가 인근 축사를 덮쳤다. 이 과정에서 가스 폭발이 발생해 A 씨(59·여)가 숨졌다. 오전 8시경에는 엄정면 신만리 주민 B 씨(76·여)가 건물 밖에 있다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토사에 깔려 변을 당했다. 앞서 오전 7시 18분경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 야산에서도 흙더미가 밀려 내려와 인근 캠핑장을 덮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C 씨(42)가 흙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오전 11시경 음성군 감곡면 사곡2리 복사골 낚시터 인근 하천에서 D 씨(59)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물이 불어난 하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충북 지역에서는 7건(9명)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소방본부는 304명의 인원과 드론 등 장비 51대를 동원해 수색 중이다. 제천시와 강원 태백시를 잇는 태백선, 충남 연기군과 제천시를 잇는 충북선은 선로가 물에 잠기거나 계곡에서 내려온 토사에 선로가 사라지면서 완전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충북선 심탄역 플랫폼은 토사와 함께 돌덩이, 통나무로 철로가 뒤덮였다.○ 경기·강원, 2명 사망·하천 범람 주민 대피 경기와 강원에서도 산사태와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로 2명이 숨졌다. 오전 7시 10분경 경기 안성시 일죽면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양계장 건물을 덮쳤고 안에 있던 50대 남성이 매몰됐다. 주민들은 “엄마랑 딸이랑 흙발로 달려와서 ‘사람 살려 달라’고 해서 갔는데 이미 흙이 뒤덮여 있었다”며 “산사태에 쓸려 내려가는 이동식 주택을 굴착기로 받쳐 보려다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직후 집을 빠져나온 가족들은 남성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흙을 파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산사태 후 집은 흙과 함께 쓸려 내려갔고, 양계장이 있던 자리는 간신히 흔적만 찾을 수 있었다. 이 남성의 시신은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시간 만인 9시 20분경 발견됐다. 오전 7시 30분경 이천시 율면 산양저수지 둑 일부가 무너지면서 주민 120여 명이 대피했다. 여주시 원부교 인근 주민 29명도 원미천 물이 불어나면서 저동고 체육관으로 피신했다. 오후 5시경 강원 철원군 담터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2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가 다른 피서객들에 의해 구조됐지만 숨졌다.충주=장기우 straw825@donga.com / 안성=박종민·김소영 기자}

“밤새 비가 많이 내려 걱정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 이장 신지선 씨는 2일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논과 밭 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기습폭우가 내린 충북은 주로 북부인 충주와 제천, 단양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사망자 4명과 실종자 9명은 모두 급류에 휩쓸리거나 산사태로 매몰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기와 강원에서도 산사태 매몰로 1명이 숨졌다. ●충북 북부, 산사태 등으로 4명 사망 충북 제천시 수산면에 사는 윤영호 씨(75)는 “집 근처 청풍호의 물이 도로가까지 차오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했다. 이날 충주시 엄정면 312㎜, 앙성면 246㎜ 등 주로 충북 북부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인명피해도 이들 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오전 10시 30분경 충주시 앙성면 능암리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토사가 인근 축사를 덮쳤다. 이 과정에서 가스 폭발이 발생해 A 씨(59)가 숨졌다. 앞서 오전 7시 18분경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 한 캠핑장 인근 야산에서도 토사가 무너지면서 흙더미가 캠핑장을 덮쳤다. 이 곳에 있던 B 씨(42)가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오전 8시경에는 충주시 엄정면 신만리에서는 C씨(76)가 건물 밖에 있다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토사에 깔려 변을 당했다. 오전 11시경에는 음성군 감곡면 사곡2리 복사골 낚시터 인근 하천에서 D 씨(59)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급류에 휩쓸린 실종자에 대한 수색도 진행 중이다. 낮 12시 10분경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 밭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E 씨(72·여)가 급류에 휩쓸렸다. 인근에 있던 딸(49)과 사위(54)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들면서 3명이 모두 실종됐다. 신 이장은 “휴가를 맞아 타지에 사는 4남매가 놀러온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7시 30분경에는 충주시 산척면 서대마을 주택매몰 현장에 출동하던 송모 소방사(29)가 급류에 휩쓸렸다. 도로 침수로 차량 진입이 어려워지자 차에서 내려 상황을 확인하던 중 갑자기 도로가 무너져 내리면서 사고를 당했다. 충북소방본부는 304명의 인원과 드론 등 장비 51대를 동원해 수색 중이다. 충주시 산척면과 노은면, 음성군 감곡면, 괴산군 청천면에서도 실종 신고 4건(4명)이 접수돼 소방당국이 이들을 찾고 있다.●경기·강원, 토사 무너져 피해 속출 경기와 강원에서도 산사태로 1명이 숨졌다. 오전 7시 10분경 경기 안성시 일죽면에서 토사가 한 양계장 조립식 건물을 덮쳐 안에 있던 50대 남성이 매몰됐다. 주민들은 “엄마랑 딸이랑 흙발로 달려와서 ‘사람 살려달라’고 해서 달려갔는데 이미 흙이 뒤덮여 있었다”며 “산사태에 쓸려내려가는 이동식 주택을 굴착기로 받쳐보려고 하다가 매몰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직후 집을 빠져 나온 가족들은 남성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흙을 파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산사태 후 집은 흙과 함께 쓸려내려갔고, 양계장이 있던 자리는 간신히 흔적만 찾을 수 있었다. 이 남성의 시신은 매몰사고가 발생한지 약 2시간 만인 이날 오후 9시 20분경 벌견됐다. 오전 2시경에는 강원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의 한 주택에 토사가 밀려들어왔다. 안에서 잠을 자던 할머니(81)와 손녀(11)가 방에 갇혔다가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치료중이다. 충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안성=박종민 기자blick@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의 방조 의혹 등에 대해 만장일치로 직권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전원위원회실에서 최영애 위원장과 박찬운 이상철 정문자 상임위원 등이 참석한 ‘제26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에 대한 직권조사 실시에 전원이 찬성했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28일 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해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직권조사 요건 등을 검토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직권조사는 7명 안팎으로 구성하는 전담 팀을 꾸리기로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의 전반적인 사항은 정문자 상임위원 소관의 ‘차별시정위원회’에서 전담할 예정”이라 했다. 조사팀은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등 행위 △서울시의 성희롱 등 피해에 대한 묵인 방조와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 △성희롱 등 사안과 관련한 제도 전반과 개선 방안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등을 다각도로 조사할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점검단은 28일부터 이틀간 벌인 서울시 현장 점검 결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방안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피해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을 지정하고 피해자 보호 지원 계획을 조속히 마련할 것 등을 시에 요구했다. 미래통합당은 이와 관련해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통합당은 3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정재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원내외 인사 11명이 참여하는 특위 구성을 의결했다. 이 교수는 여가부 여성폭력방지위 민간위원도 맡고 있다.박종민 blick@donga.com·이미지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 씨 측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냈다. A 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는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전·현직 서울시 직원들의 방조 의혹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권위가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를 촉구하는 행진을 한 뒤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진정’이 아닌 직권조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결정하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도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며 “요청서에 피해자가 진정하려 했던 사실관계는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내부위원회 의결을 통해 직권조사가 결정되면 담당조사관 배정 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여성단체가 제출한 요청서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연관된 항목은 물론이고 고소 사실이 유출된 경위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등 8가지의 조사 요구 항목이 담겼다. 피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30가지 증거자료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은 이날 요청서를 제출한 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면담했다.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디씨인사이드’ 등 4개 사이트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3일 관련 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사이트 관리자로부터 피해자 비방 게시물의 작성자 정보를 넘겨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blick@donga.com·강승현 기자}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중앙119구조본부 다섯 영웅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지난해 10월 31일 독도에서 긴급 환자를 소방헬기로 이송하다 순직한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뜨자 시상식장 곳곳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상 수상자들을 대신해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고 박단비 소방교 대신 단상에 오른 아버지 박종신 씨(57)는 입술을 꽉 깨물고 연신 눈가를 훔쳤다. 어릴 때부터 소방대원을 꿈꿨던 딸은 부모의 반대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고 한다. 소방대원이 된 뒤엔 집에서도 연습에 매진할 정도였다. 박 씨는 “눈을 감고 다시 떠도 항상 딸이 어른거린다”며 “부모를 대하듯 환자를 돌봤던 딸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고 서정용 검사관은 주변에서 묵직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동료인 안병우 항공정비실장은 “자신의 자리에서 늘 할 일을 충실히 했던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고 이종후 부기장은 30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였다. 동료들은 그를 몸을 사리지 않고 희생정신이 강한 대원이었다고 칭찬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해난구조요원으로 꼽혔던 고 배혁 소방장의 아버지 배웅식 씨는 “누구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제복상을 받은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 구조대의 최문호 경장(31)은 지난해 서격렬비열도 인근 해상에서 화물선과 어선이 충돌했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했다. 바다에 빠진 화물선 선장을 구조하고 응급조치를 해 귀한 생명을 구했다. 최 경장은 “선장님이 깨어나 ‘감사하다’고 했을 때 저야말로 살아나 주셔서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71항공정비대대 김용필 준위(56)는 1983년 헬기 정비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 37년간 전투헬기를 조종해왔다. 김 준위는 육군 현역 조종사 중에서 최다 무사고 비행 1만 시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 준위의 부인 박차순 씨(56)는 남편이 혹시라도 위험한 일을 겪을까 봐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박 씨는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군 생활을 한 남편이 누구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 박종배 경감(51)은 “저 혼자 특출하게 잘해서가 아니라 동료들이 함께한 덕분”이라며 겸양했다. 박 경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등에 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으로 3000여 명으로부터 120억 원을 가로챈 7개 조직을 붙잡아 244명을 구속시켰다. 박 경감은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의 가정이 무너지거나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범인 검거가 곧 범죄 예방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다”고 했다.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부산 기장경찰서 김양진 경위(49)는 2018년 10월 마을버스에서 압축천연가스(CNG)가 유출된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조하다 가스 중독으로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갔다. 5년 전에는 술에 취해 택시 운전사를 폭행하며 난동을 부리는 남성을 제압하다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기도 했다. 김 경위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워낙 위험해 구급대원들도 현장 진입을 만류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참 아찔했던 순간”이라며 회상했다. 이날 시상식은 모두 15명의 영예로운 제복을 입은 경찰과 소방관, 군인 등이 상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수상자 가운데 7명은 유명을 달리해 유족들이 대신 참석했다. 일민미술관에서 차분하게 치러진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방지하기 위해 참석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제복상김태근 소령(해군 6항공전단 627비행대대)김용필 준위(육군 항공작전사령부 71항공정비대대)박종배 경감(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신영환 경위(전북지방경찰청 고창경찰서 흥덕파출소)서왕국 소방장(인천영종소방서)최문호 경장(중부지방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구조대)◇위민경찰관상故이상무 경위(경남지방경찰청 김해중부경찰서상동파출소)국승옥 경위(전북지방경찰청 익산경찰서 생활안전계)김양진 경위(부산지방경찰청 기장경찰서 일광파출소)◇위민소방관상故박찬희 소방령(소방청)심사위원한덕수 전 국무총리(심사위원장)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김용민 전 감사원 감사위원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김소영 ksy@donga.com·박종민 기자}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 A 씨 측은 22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진상규명 민관 합동조사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 지원단체와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에 대해 서울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외부 국가기관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다음 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했다. 진정이 접수되면 인권위는 경찰에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조사할 수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사망해 조사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인권위법상 조사가 가능하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추행 혐의가 조사를 통해 인정되면 인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서울시 직원들의 묵인 방조가 사실로 드러나면 인권위는 관계 기관에 징계나 제도 개선 등을 권고할 수 있다. 피해자 측의 입장 발표 5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서울시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합동조사단 방침을 철회했다. 서울시 황인식 대변인은 “피해자가 인권위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박종민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내기 하루 전 검찰에 관련 면담을 요청했던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검찰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가능성에 대해 경찰과 청와대보다 먼저 알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과 청와대 뿐 아니라 검찰도 피소 사실 유출 의혹 관련 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피해자 A 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2차 기자회견에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하기 전날인 7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유현정) 부장검사에게 전화해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당시 유 부장검사가 “고소 접수 전 면담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자 “증거 확보 필요성 때문에 고소 후 바로 피해자 조사를 해야 한다”며 면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유 부장검사가)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면담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해 피고소인에 대해 말했고 다음 날인 8일 오후 3시 면담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통화 당일 저녁 유 부장검사에게서 ‘일정 때문에 면담이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유 부장검사가 7일 김 변호사로부터 박 전 시장 고소 관련 면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부장검사가 김 변호사에게 8일 면담을 약속하지는 않았고, 검토 결과 고소장 접수 전 변호사 면담은 어렵다고 보고 “절차에 따라 고소장을 접수하라”고 안내했다는 게 서울중앙지검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다음 날인 8일 A 씨와 이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접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변호사와의 통화 사실 및 내용,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사실 등을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전혀 없다”며 “9일 오후 4시 30분경 수사지휘 검사가 서울경찰청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고소장 접수 사실을 유선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지검장이나 차장검사가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게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피소 사실 유출 관련 고발건 수사를 배당받은 상황에서 피해자 측 면담 요청 사실을 대검에 보고하지 않은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위은지 wizi@donga.com·박종민 기자}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전쟁기념관 웨딩홀에서 한 직원이 9년 동안 8억5000만 원 이상을 횡령한 사실이 22일 뒤늦게 밝혀졌다. 같은 기간 국방부와 감사원은 사업회를 상대로 9차례나 감사를 진행했지만 횡령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사업회는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의 수납 계약 담당 직원 A 씨(38)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 씨가 560회에 걸쳐 8억5056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판단해 올 3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약 9년에 걸친 횡령은 지난해 12월 들통이 났다. 사업회는 다른 팀장급 직원이 웨딩홀 내부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일부 고객에게 더 많은 할인율을 제시하는 등의 부당 행위를 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조사 과정에서 계약서 원본과 영수증을 살피던 사업회는 A 씨의 횡령 단서를 확인했다. 강 의원실이 확보한 사업회 자체 조사 자료를 보면 2008년 입사한 공무직(무기계약직) 직원 A 씨는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8년 11개월 동안 웨딩홀 공금에 손을 댔다. 전쟁기념관 웨딩홀에서 일부 연회 행사가 끝나면 A 씨는 비용을 현금으로 직접 받은 뒤, 계약서와 계산서 등을 없앴다. 관리 감독자에게는 행사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보고해 전액을 가로챈 것이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는 계약서 사본에 명시된 비용을 실제 수납금보다 낮추는 방식으로 위조해 결재를 받아 차액을 빼돌리기도 했다. A 씨는 2010년에는 1540만 원 정도만 가로챘다.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고, 2018년에는 총 1억3730만 원을 횡령했다. 지난해에도 11월까지 1억 원 가까이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A 씨는 사업회 자체 조사에서 “주말 근무가 많아 이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생각해 돈을 따로 가져갔다. 대부분은 유흥비로 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사업회는 그전 자체 감사에서는 A 씨의 횡령 흔적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사업회 임직원들은 A 씨에 대해 “평소 일처리가 깔끔하고 근무태도가 좋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국방부나 감사원 등 정부 상급기관이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와 통제를 얼마나 엉망으로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전쟁기념관 웨딩홀은 군 관계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전쟁기념사업회는 2006년부터 웨딩홀을 직접 관리 감독하고 있다. 사업회는 웨딩홀 등 수익사업에 대한 국고보조금으로 연평균 100억 원 이상을 지원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A 씨 사건을 최근 형사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업회와 A 씨의 합의가 이뤄지면 기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업회는 A 씨에게 다음 달 초까지 횡령에 대한 구체적 변제 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업회 측은 “A 씨 혼자 실무를 챙기며 문제가 생겼다. 문서 전산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종민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한 진상규명 합동조사단 구성에 여성단체의 참여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서울시는 최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에 조사단에서 활동할 전문가를 추천해달라고 두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서울시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17일 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를 직접 방문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추가로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합동조사단을 전원 외부 위원으로 구성한다 해도 조사 대상인 서울시가 조사단의 주체가 되는 방식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단 관련 세부 계획이나 조사권 범위 등을 논의한 적도 없으면서 먼저 공개적으로 공문부터 보내는 건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성변호사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하루속히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를 착수하고 적극적인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 피해자를 보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진상조사에 앞서 박 전 시장 휴대전화 3대에 대한 재영장 신청과 서울시청 6층 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인권 침해 행위와 이를 방조한 서울시 공무원들을 조사해 달라며 인권위에 12일 제출된 진정은 취하됐다. 진정인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인권위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인권위가 직권 조사하더라도 피해자 측 협조 없이는 조사를 제대로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 및 서울시의 성추행 묵살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임 특보가 참고인 신분이어서 제3의 장소에서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임 특보를 불러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같은 날 밤 대책회의를 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20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고소장이 접수된 8일 저녁 보고를 받았다”면서 “규정에 따라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박종민 blick@donga.com·이지훈·유원모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한 진상규명 합동조사단 구성에 여성단체의 참여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서울시는 최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에 조사단에서 활동할 전문가를 추천해달라고 두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들은 서울시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했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17일 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를 직접 방문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자 추가로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한국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합동조사단을 전원 외부위원으로 구성한다 해도 조사대상자인 서울시가 조사단의 주체가 되는 방식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단 관련 세부계획이나 조사권 범위 등을 논의한 적도 없으면서 먼저 공개적으로 공문부터 보내는 건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성변호사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하루속히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를 착수하고 적극적인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 피해자를 보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진상조사에 앞서 박 전 시장 휴대전화 3대에 대한 재영장신청과 서울시청 6층 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인권 침해 행위와 이를 방조한 서울시청 공무원들을 조사해달라며 인권위에 12일 제출된 진정도 취하됐다. 진정인인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인권위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인권위가 직권 조사하더라도 피해자 측 협조 없이는 조사를 제대로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 및 서울시의 성추행 묵살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임 특보가 참고인 신분이어서 제3의 장소에서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임 특보를 불러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 했는지, 같은 날 밤 대책회의를 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20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고소장이 접수된 8일 저녁 보고를 받았다”면서 “규정에 따라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