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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은덕군에서 나고 자란 이모 씨(53·여)는 탈북하기 전까지 치과를 구경해본 적이 없다. 이가 아프면 인근 불법 진료소를 찾아 마취도 하지 않고 이를 뽑는 게 가장 흔한 치료법이었다. 틀니나 임플란트는 상상도 못했다. 어금니를 하나 뽑으니 다른 치아들이 기울고 깨져 지난해 4월 탈북했을 땐 성한 이가 없었다. 이 씨는 결국 하나원에서 이를 10개나 뽑아내고 부분틀니를 했다. 이처럼 치아 일부를 상실한 채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가 3명 중 1명꼴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하나원은 2011∼2015년 탈북한 8395명 중 2943명(35.1%)이 임플란트, 틀니, 브리지 등 인공적으로 치아를 만들어주는 보철치료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탈북자의 73.8%는 40세 미만의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남아있는 고령자의 치아 건강 실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2년 구강검진 결과를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 한국인의 보철치료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탈북자들의 치아 상태가 나쁜 이유는 위생 관념이 부족하고 의료 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된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하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발치(拔齒) 위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군별로 1곳씩 있는 ‘구강전문병원’은 예약이 3, 4개월씩 밀려 있는 게 기본이고 의료 자재가 부족해 금 은 구리 등 보철 재료를 환자가 직접 구해가야 하는 탓이다. 하나원은 2010년부터 치아 상실 입소자 전원에게 무료로 보철치료를 하고 있지만 모든 탈북자가 수료 전에 치료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 치과의사 2명과 치위생사 3명 외에도 ‘열린치과봉사회’ 소속 의료진이 주말마다 하나원에 들러 진료하지만 심각한 상태의 환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의료원과 함께 신경치료와 임플란트 등의 시술에 탈북자 1인당 15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료를 받은 탈북자는 500여 명이다. 이현우 서울의료원 치과 과장은 “오랫동안 부실한 치아를 방치하다가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치과를 찾는 탈북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새누리당이 8일 가습제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 청문회를 포함한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청문회도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당정협의 직후 “검찰 수사가 끝난 뒤 필요하면 청문회를 우선적으로 하고, 여기서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정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는 정 원내대표 취임 뒤 첫 당정협의였다. 그동안 야권이 요구해 온 국회 청문회 개최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4·13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민생 현안에 선제공격을 해온 야당으로부터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당정은 생활화학제품의 위해성 관리 대책을 환경부가 아닌 국무총리실에서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 위해 우려 제품은 환경부,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산품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주무 부처가 나뉜 탓에 곳곳에서 위해성 사각지대가 드러나는 현 상황을 범부처 차원에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 기관을 국립중앙의료원 등으로 확대하고 △폐 이외의 장기 손상을 정부가 나서서 조사하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말까지 유럽연합(EU) 기준을 도입해 살생물제(생물체를 제거하는 제조물)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3당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면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에 대해선 “특별법으로 따로 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근본적 실효적 대처 방안을 담은 법 보완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자 조사와 판정을 빠르게 진행하고 유사 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책임 회피와 늑장 대응에 대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우리 당이 요구한 청문회와 법 개정 등을 수용한 것은 늦었지만 전향적인 자세로 평가한다”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홍수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지난달 26일 한 차례 조사를 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를 9일 오전에 재소환한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기 전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실험을 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 책임을 물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모 전 옥시연구소장과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인 세퓨를 유통한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전 대표 오모 씨도 9일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 유통 과정에서 피해를 방치한 외국인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임박했다. 검찰은 2005년 6월부터 5년간 옥시 한국법인을 이끈 존 리 전 대표(48·미국)와 2010년 5월부터 2년간 옥시 한국법인 대표를 지낸 거라브 제인(47·인도) 등 6, 7명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가습기 살균제 유통 과정에서 유해성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은폐하고 제품을 팔아 왔는지,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는지가 집중 조사 대상이다. 앞서 옥시레킷벤키저에서 뒷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57)는 7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돼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조 교수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출국 금지된 호서대 유모 교수(61)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PHMG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는 그러지 않은 이웃 일반 주민보다 폐 손상 위험이 1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13년 PHMG로 인한 폐질환이 의심되는 환자 16명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일반인 60명의 환경 요인과 건강 상태를 비교한 결과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결론을 2013년에 도출하고도 3년이 흐른 올 3월에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지난해에야 논문 작성이 끝나 올해 게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건희 기자}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으로 분류된 베트남에서 귀국한 뒤 발진과 관절통 증세로 4일 병원을 찾은 A 씨(25·여)의 혈액과 소변에서 7일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A 씨는 국내 첫 여성 감염자다. 베트남 현지에서 모기에 물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귀국 후엔 헌혈하거나 모기에 물린 적이 없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A 씨는 4월 10일부터 베트남 호찌민 시에 있는 직장에서 근무해오다 이달 1일 귀국했고, 평소 앓고 있던 질환을 진료하기 위해 인천성모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측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신고했다. 방역 당국이 지난달 29일 베트남을 ‘스마트검역’ 대상 국가에 포함시킨 덕에 A 씨가 병원을 찾았을 땐 ‘위험국 방문’ 경고 메시지가 정상적으로 떴다. 정부가 거액을 들여 구축한 스마트검역 시스템이 작동한 첫 사례다. 현재 A 씨 상태는 양호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신경학적 증상 등을 관찰 중이다. A 씨가 지난달 13∼17일에 현지에서 만나 동행했던 지인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국내 1호 감염자(브라질)를 제외한 2∼4호 감염자 3명이 모두 동남아 국가(필리핀, 베트남)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점을 감안해 태국도 집중 감시 대상 국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으로 분류된 베트남에서 귀국한 뒤 발진과 관절통 증세로 4일 병원을 찾은 A 씨(25·여)의 혈액과 소변에서 7일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그는 국내 첫 여성 감염자다. 베트남 현지에서 모기에 물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귀국 후엔 헌혈하거나 모기에 물린 적이 없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A 씨는 4월 10일부터 베트남 호찌민 시에 있는 직장에서 근무해오다 이달 1일 귀국했고, 평소 앓고 있던 질환을 진료하기 위해 인천성모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측이 지카 감염을 의심해 신고했다. 방역 당국이 지난달 29일 베트남을 ‘스마트검역’ 대상 국가에 포함시킨 덕에 A 씨가 병원을 찾았을 땐 ‘위험국 방문’ 경고 메시지가 정상적으로 떴다. 정부가 거액을 들여 구축한 스마트검역 시스템이 작동한 첫 사례인 셈이다. 현재 A 씨 상태는 양호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신경학적 증상 등을 관찰 중이다. A 씨가 지난달 13~17일에 현지에서 만나 동행했던 지인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셔츠 한 벌을 다릴 때 다림질 보조제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의 양이 폐질환 사망자 수십 명을 낳은 것으로 지목된 가습기 살균제를 최대 5시간 사용했을 때 나오는 양과 맞먹는 것으로 3일 분석됐다. 정부는 다림질 보조제 등 ‘위해 우려 제품’으로 지정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1년 6개월에서 1년 이내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CMIT 배출량, 셔츠 한 벌≒가습기 2∼5시간 주부 A 씨는 일주일에 한 번 다림질한다. 그때마다 옷 여섯 벌을 다리고, 500mL짜리 다림질 보조제를 반 통 정도 쓴다. 셔츠 한 벌 다릴 때 쓰는 보조제는 42.6g으로 소주잔 한 잔 분량(50g)이다. 주부 B 씨는 옷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인 90g을 사용한다고 한다. A 씨의 아이는 30분에 한 번꼴로 옷을 입에 넣는다. 한번 빨기 시작하면 A 씨가 말릴 때까지 17초 동안 옷이 아이의 입안에 들어 있다. 이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최근 소비자 500명을 설문하고 국내외 소비자 연구 결과를 종합해 도출해 낸 다림질 보조제의 평균 사용 행태다. 정부가 뒤늦게 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성분에 포함시키고 성분 조사에 착수하자 이 성분들이 든 다림질 보조제를 얼마나 사용해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다림질 보조제 16종 중 5종에는 주성분인 녹말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살균 방부제 성분인 CMIT와 MIT가 각각 5∼13ppm(제품 1kg에 1mg 포함), 5∼9ppm 들어 있었다. 그러면 ‘대한민국 평균 주부’ A 씨가 셔츠를 한 벌 다릴 때 뿜어져 나오는 CMIT는 얼마나 될까. CMIT의 농도가 13ppm으로 가장 높았던 A 사의 제품에 평균 소비자 사용량을 대입하면 셔츠 한 벌을 다릴 때의 CMIT 배출량은 0.56mg. 보조제를 많이 사용하는 B 씨 기준으로는 1.17mg이다. 27명의 폐질환 사망을 초래했다는 의혹을 받는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사 권장량대로 물 4L(16시간 가습기 작동 가능)에 20g씩 희석해 사용할 경우 시간당 배출되는 CMIT가 0.25m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셔츠 한 벌을 다릴 때마다 ‘가습기메이트’를 짧게는 2시간, 길게는 5시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CMIT가 배출되는 셈이다. 다림질 보조제는 가습기 살균제와 달리 코나 입으로 직접 흡입하는 경우가 드물어 단순히 CMIT 배출량만으로 위해성을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림질 보조제를 바닥에 내려놓은 다림판을 향해 분사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에 영유아가 누워 있는 경우 급성 흡입의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환경부가 스프레이 형태의 다림질 보조제에 CMIT·MIT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농도 사용 때 화상-실명 등 부작용 초래” 환경부는 CMIT와 MIT가 폐와 피부 질환을 초래한다는 각종 연구 결과에 따라 2012년 9월 이들을 유독물질로 정했다. 당시 환경부의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물 1L에 CMIT를 0.33mg 희석해 4시간에 걸쳐 가습기로 배출시켰더니 실험 대상인 흰쥐 절반이 숨졌다. 지난해 6월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컬은 CMIT·MIT를 사용한 자사 제품의 ‘상품안전평가서’를 공개하고 “고농도로 사용할 경우 화상, 각막 손상, 실명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많은 양에 노출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CMIT·MIT가 들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한 업체들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애경 관계자는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에서 제조하고, 애경에서는 판매만 담당했다”고 말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해당 건에 대해 답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샘물 기자 ::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제품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첨가하는 살균 방부제 성분. 흡입 시 기관지 염증을 유발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어 2012년 9월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돼 27명의 폐질환 사망자를 낳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림질 보조제, 수영장 살조제, 자동차 에어컨용 항균필터 등에도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청소년 절반 이상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일주일에 1시간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는 시간은 10년 전보다 14분 늘고 공부하는 시간은 31분 줄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2016년 청소년 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청소년(9~24세) 인구는 937만8000명으로 총 인구의 18.5%였다. 청소년 인구 비율은 1978년 36.9%에서 계속 떨어져 2060년 11.4%(501만1000명)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860만9000명인 학령인구(6~21세)도 2060년 488만4000명으로 떨어진다.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은 2006년 9389명에서 지난해 8만3000명으로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부모와 매일 저녁을 함께 먹는 청소년은 2014년 37.5%로 2011년보다 4.1%p 늘었다. 일주일에 아버지와 대화를 1시간 이상 나눈다는 청소년은 23.9%에서 3년 새 31.8%로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아버지와의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었다. 같은 기간 어머니와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는 청소년은 45.2%에서 53.1%로 늘었다. 2014년 청소년의 자는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18분으로 4년 전보다 14분 늘고 먹는 시간은 1시간 45분으로 17분 늘었다. 이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에 쓴 총 시간은 11시간 22분으로 2004년보다 42분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학습 시간은 4시간 55분으로 31분 줄었다. 학습 시간은 고등학생(8시간 28분), 중학생(7시간 16분), 초등학생(5시간 24분), 대학생(4시간 30분) 순이었다. 10대 청소년 3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중독이었다. 2011년 11.4%였던 중독률은 2014년 29.2%로 급증했다. 20대 중독률도 19.6%로 9.2%p 올랐다. 같은 기간 인터넷 중독률은 10대가 10.4%에서 12.5%로, 20대는 9.2%에서 11.6%로 각각 증가했다. 사망원인 1위는 2007년 이후 변함없이 ‘자살’이었다. 다만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2010년 인구 10만 명당 10.3명에서 꾸준히 줄고 있고, 2014년 7.4명을 기록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국내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20)의 친형 K 씨(21)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군에 입대한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감염 사실을 입영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뒤늦게 확인한 것을 두고 방역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K 씨는 동생과 함께 10∼14일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인 필리핀을 여행한 뒤 26일 경기 북부지역의 한 부대에 입대했다. K 씨 동생의 발열·발진 증상을 진료한 서울 상계백병원이 관할 보건소에 의심 신고를 한 지 사흘이 지난 때였다. 하지만 해당 부대는 K 씨에게 ‘최근 감염병 발생국을 방문했는지’ 등을 묻지 않은 채 입영 처리했고, 동생과 달리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K 씨는 다른 신병들과 함께 생활관(내무실)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이튿날인 27일 오후 질병관리본부가 K 씨 동생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보하자 군은 부랴부랴 K 씨를 병원으로 옮겨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고, 29일 오전 타액과 소변에서 지카 바이러스 양성 사실을 확인했다. 군은 현재 K 씨를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 관찰하고 있다. 군 당국은 K 씨의 혈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K 씨의 생활관 동기들이 전염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를 입영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은 방역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K 씨처럼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은 ‘숨겨진 감염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발열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한 여행객을 표본 조사해 ‘무증상 감염자’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측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흰줄숲모기’가 서귀포, 진주, 청주 등 3곳에서 올해 처음으로 발견됐다”며 주의를 당부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내 5대 로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상시 근로자가 518명이라 영유아보육법상 직장어린이집 의무 설치 대상에 속한다. 근로자의 보육대상 자녀는 161명이다. 하지만 세종은 “설치장소를 확보하기 어렵고 설치비가 부담된다”며 정부에 어린이집을 설치할 계획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 1143곳의 직장어린이집 설치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위탁보육을 실시 중인 곳은 605곳(52.9%)이었다. 법무법인 세종처럼 설치 작업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거나 설치 계획조차 제시하지 않은 178곳과 조사에 응하지도 않은 사업장 146곳은 복지부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했다. 공표된 사업장에는 충주시, 영주시, 제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서강대, 광운대, 성균관대 등 대학교, 강동경희대병원, 분당차병원, 서울백병원 등 병원이 적지 않았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넥센, 미래에셋증권, 삼일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서울메트로 등 대기업도 포함됐다. 법무법인 광장은 조사에 응하지 않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연간 2억 원까지 물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장은 과태료를 내는 게 이익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에 이유를 물어보니 ‘운영비 혹은 설치비가 부담돼서’라고 답했다. 정부가 최대 15억 원까지 지원하는 설치비와 과태료를 전부 고려해도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는 게 낫다는 뜻이다. ‘장소확보가 어렵다’(25%)는 응답과 ‘보육 대상이 부족하다’(24.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국내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K 씨(20)와 함께 필리핀을 여행한 친형(21)도 지카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그는 K 씨와 달리 발열 발진 등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아 초기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다녀오고도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숨겨진 감염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29일 오후 K 씨 형의 소변과 타액의 유전자에서 지카 바이러스 양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10~14일 필리핀 칼리보와 보라카이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왔지만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에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진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아 첫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K 씨는 발열 증상으로 20일 서울 노원구의 ‘365열린의원’을 찾았고 이후 발진이 나타나 23일 상계백병원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로 먼저 신고됐고, 27일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K 씨의 형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위를 역학 조사 중이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다음 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나흘간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 국내 여행을 활성화시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조3100억 원의 내수 진작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올해는 연휴 기간이 나흘로 지난해 광복절 연휴보다 하루가 더 길어 파급 효과는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연휴 기간에 각종 할인 및 무료개방 행사 등을 통해 봄철 관광수요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우선 임시공휴일 당일에는 하루 동안(0∼24시)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하고 전국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 입장료를 50% 할인해 주기로 했다. 또 연휴 기간 내내 4대 고궁을 비롯해 휴양림, 공공기관 연수시설 등을 무료 개방하기로 했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도 황금연휴를 맞아 정부의 내수 살리기에 적극 동참한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은 연휴 기간에 할인행사 물량을 늘리고, 할인 폭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현재 진행 중인 어린이날·어버이날 행사상품 규모를 10∼15% 정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쉬지 못하는 맞벌이부부 등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보건복지부는 임시공휴일인 6일에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는 부모가 있는지 조사하고, 수요가 있는 곳은 당번교사를 배치해 ‘긴급보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임시공휴일에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의 보육료(평일의 1.5배)는 정부가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14일 임시공휴일엔 전체 어린이집 3곳 중 2곳이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문을 열지만 병원에 따라 공휴일 진료에 붙는 추가비용 30∼50%가 적용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가산진료비를 받지 않을 방침이다. 동네 병·의원 중에는 휴업하는 곳도 나올 수 있어 이날 진료를 받을 계획이라면 예약 일정과 진료비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임시공휴일에 주식시장이나 은행 등 금융기관도 문을 닫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에는 국내 주식, 채권, 외환시장이 쉬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증권사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도 문을 닫는다. 예금이나 대출금의 만기일, 카드대금 결제일이 6일이라면 자동으로 9일로 미뤄진다.세종=신민기 minki@donga.com /백연상·조건희 기자}
국내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스마트 검역’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보건당국은 의심환자 신고를 받은 지 나흘 만에야 감염 사실을 확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28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두 번째 감염자 A 씨(20)가 필리핀에서 귀국한 뒤 감기 및 발진 증세로 20일과 23일 두 차례 병원 진료를 받았을 때 스마트 검역 시스템의 하나인 ‘위험지역 여행 조회’는 작동하지 않았고, 의료진은 A 씨가 필리핀을 방문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당국이 필리핀을 ‘산발적 발생국’(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두 달 내 10명 미만)으로 분류해 조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뒤늦게 필리핀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 전반을 조회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첫 환자 B 씨(43)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병원 측이 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아 스마트 검역망이 작동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 보면 보건당국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처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세로 병원을 찾은 지 나흘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온 경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상계백병원은 A 씨가 발진 증세로 내원한 23일 당일 관할 보건소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신고했다. 하지만 A 씨의 혈액과 소변이 국립보건연구원에 도착한 것은 사흘이나 지난 26일이었다. 유전자 검사 확진 결과는 이튿날 오후 7시경에 나왔다. 23일이 토요일인 점을 감안해도 늑장 대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밀 검사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A 씨는 모든 증상이 사라져 28일 퇴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어린이날 다음 날인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됐다. 징검다리 연휴 중간인 6일까지 공휴일이 됨에 따라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8일 일요일까지 나흘간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기간에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6일 하루)되는 등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각종 할인, 무료 개방 이벤트 등이 마련된다. 정부는 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다음 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확정했다. 박 대통령은 “임시공휴일 지정과 여행 주간(5월 1∼14일)을 계기로 국내 여행의 붐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서 내수 진작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인 6일에 민자고속도로를 포함한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또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도 5월 한 달간 3인 이상 가족이 함께 이용하면 전 구간에서 운임을 20%까지 할인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임시공휴일에 쉴 수 있도록 대기업 및 경제단체에 협력사의 납기를 연장해 주는 등의 협조를 유도하고 있다. 또 이미 대부분의 학교가 6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만큼 학원도 임시휴강을 하도록 학원총연합회 등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부득이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초등돌봄교실은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대다수 대형 병원과 어린이집은 문을 열도록 하는 등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세종=신민기 minki@donga.com / 조건희 기자}

황사는 두렵고 날은 벌써 더운 탓에 영업사원 이모 씨(32)는 자가용 창문을 꼭 닫고 에어컨을 켠 채 운전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에어컨 항균 필터가 마음에 걸린다. 세균과 곰팡이를 잡아준다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하지만 혹시 가습기 살균제의 PHMG처럼 몸에 해로운 물질이 섞여 있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에어컨용 항균 필터가 안전한지 잘 관리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관리하지 않는다. 에어컨에 뿌리는 소독(항균)제와 세정제, 탈취제는 환경부가 위해우려제품에 포함시켜 위해성을 평가하고 있지만 항균 물질이 뿌려진 채 고체 형태로 출시되는 항균 필터는 어느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제외된 것.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의약외품도 아니다. 위해우려제품 제도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지만 어느 부처에서도 위해성을 평가하거나 관리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버려진 제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쇳가루와 활성탄이 주성분인 핫팩, 젤형으로 나오는 쿨팩, 파티용으로 사용하는 눈(雪) 스프레이, 식물에 뿌리는 잎 광택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의 유통량과 인체 접촉 빈도, 유해물질 함유량 등을 고려해 매년 2, 3종을 위해우려제품에 포함시킬 계획”이라면서 “일반 공산품과 경계가 모호해 관리 대상을 정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자신이 이용하는 제품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포함됐는지 직접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림질 보조제에는 폐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CMIT와 MIT 외에도 화학물질이 84종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제조업체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분 설명에는 ‘수지계열, 향’이라는 두 마디가 전부였다. 지난해 10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게재된 ‘일부 생활화학용품에 함유된 성분 및 유해물질 조사’ 논문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유리 세정제의 뒷면에는 성분 19종이 표기돼 있었지만 업체가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실제 성분은 28종으로 9종이나 많았다. 구체적인 이름 대신 ‘용제’ ‘용매’ 등으로 뭉뚱그려 표기했기 때문이다. 다목적 세정제, 곰팡이 제거제에도 표기 성분보다 실제 사용 성분이 각각 5개, 1개 더 많았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정부도 제품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정부가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올해 23억8300만 원을 들여 구축한 ‘생활환경 안전정보시스템(ecolife.me.go.kr)’에는 시판 중인 김 서림 방지제 등 전체 생활화학제품 중 10분의 1도 안 되는 632개 제품의 정보만 나와 있다. 성분 정보 역시 ‘계면활성제’ ‘실리콘계’ 등 단편적인 수준이다. 업체에 일반 화학물질 함유량 자료 제출을 강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국민에게 공개할 제품 정보를 업체에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규제”라고 말했다. 한 번 위해성 평가를 완료한 제품을 재평가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과 빈도, 기간은 소비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따른 유해물질의 흡입·노출량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적인 재평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도 2000년대 초 기존 ‘가열형 가습기’보다 더 고운 수분 입자를 내뿜는 ‘초음파식 가습기’가 등장하면서 폐질환 피해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며 “같은 제품도 사용 방식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기기와 결합했을 때 효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성과 위해성유해성은 성분 자체의 해로운 특성을 뜻한다. 위해성은 사람이 유해한 물질에 노출됐을 때 겪는 피해의 정도를 의미한다. 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
정부가 다림질 보조제와 수영장 물 관리에 사용되는 살조제(殺藻劑·조류 제거제), 프린터용 잉크·토너를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유해물질 함량을 관리하기로 했다. 사람이 접촉하는 빈도가 높은데도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된 탓에 위해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유통 중인 다림질 보조제 16종 중 5종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이 5∼13ppm(제품 1kg에 1mg 포함),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5∼7ppm 포함돼 있었다고 27일 밝혔다. CMIT와 MIT는 27명의 폐질환 사망자를 낳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애경 ‘가습기메이트’의 주성분이다. 기술원은 이 성분의 함량이 안전기준(30ppm) 이내지만 옷에 남아 어린이 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스프레이형 다림질 보조제에는 아예 CMIT와 MIT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프린터용 잉크·토너의 일부 제품에선 발암물질인 납(5∼11ppm)과 비소(1∼3.4ppm), 카드뮴(1∼7ppm)이 검출됐다. 인쇄 중 공기에 날리는 이 물질에 오래 노출되면 해로울 수 있어 이 성분이 사용된 잉크·토너는 전량 수거할 방침이다. 살조제에 포함된 이산화염소는 수영장 물을 많이 마시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위해우려제품 15종을 지정하고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다림질 보조제 등 3종의 위해성 연구용역에만 1년 가까이 소비한 것으로 드러나 위해물질 연구 및 지정 기간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
정부가 늘어나는 마약 반입을 막기 위해 항공기 특송화물을 X레이로 실시간 감시한다. 검경은 전국 단위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단속에도 나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무부 대검찰청 관세청 경찰청 등과 함께 26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3회 법질서안전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마약류 범죄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국내 마약사범이 2014년 9984명에서 지난해 1만1916명으로 19.4% 늘어나는 등 마약이 급속히 확산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이미 유엔이 정한 기준인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20명(1만313명)’을 넘겨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은 상태다. 이번 대책은 크게 △길목(통관)에서 마약 유입을 차단하고 △국내에 들어온 마약의 유통과 오남용을 막고 △중독자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뉘어 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우선 7월 인천국제공항에 ‘특송물류센터’를 설치하고 마약류 운반에 주로 이용되는 특송화물을 실시간으로 X레이 검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 밀반입 325건 중 262건(80.6%)은 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을 통한 것이었다. 기존엔 특송업체가 자체 검사한 뒤 마약류로 의심되면 세관 직원이 출동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젠 원격으로 X레이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한다는 구상이다. 검경은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마약을 단속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국 단위 마약 합동수사본부를 꾸린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과 17개 지방경찰청이 함께 단속 계획을 세우고 국제 공조를 지원하며 온라인 마약상과 청소년·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약 판매를 수사할 계획이다. 접속자의 인터넷주소(IP)를 자동으로 숨겨주는 ‘딥웹’에 게재되는 마약 광고를 감시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자동검색 프로그램인 ‘e-로봇’도 도입한다. 식약처는 기존 마약류와 유사한 효과를 지닌 신종마약류가 유통되는 것을 신속히 차단하기 위해 ‘임시마약류’ 지정에 소요되는 기간도 기존 5개월에서 2~3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현재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통 및 과다 처방을 막기 위해 시범사업 중인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도 확대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마약사범의 재범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마약 전담 보호관찰관제를 시행하는 보호관찰소를 현행 26곳에서 내년까지 56곳으로 늘리고, 통상 6개월인 마약사범의 소변·모발 검사 간격을 월 1회로 줄인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전남 여수시 오동도에서 동쪽으로 5km가량 떨어진 해상.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검역감염병 오염국인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2만2000t급 파나마 선적 A화학선이 닻을 내린 채 떠 있었다. 400분의 1 크기인 감시정 ‘오동호’를 A화학선 옆에 대니 바람이 잔잔한 날인데도 갑판이 요동쳤다. 해외에서 온 선박과 선원, 승객이 국내에 지카 바이러스 등 감염병 매개체를 퍼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질병관리본부 검역관들의 승선 검역 현장에 20일 동행했다. 항구에 접안하지 못하는 큰 배는 바다 한복판에 세운 채 검역관이 직접 승선해 검역한다. 이 배는 길이가 180m, 폭 28m, 수면에서 갑판까지 높이만 3, 4층 건물과 맞먹는다. A화학선은 그나마 옆구리에 이동식 철계단이 설치돼 있었지만 줄사다리를 내려주는 배도 있다. 한 검역관은 너울이 심했던 5년 전 겨울 사다리를 타고 배에 오르다가 바다로 추락한 적이 있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면 와류(渦流·소용돌이) 때문에 순식간에 배 밑으로 끌려들어가 목숨까지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2인 1조로 짝을 이룬 검역관은 배에 오르자마자 선장으로부터 보건상태신고서 등 검역 서류를 제출받고 선원 23명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했다. 결과는 정상. 한 명이라도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선원들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륙할 수 없다. 검역관은 이어 주방의 싱크대와 쓰레기통, 화장실 변기 등에서 오물을 채취했다. 수거한 시료는 검역소로 가져가 감염병 매개체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날 검역관 2명이 축구장 3분의 2 넓이인 A화학선을 검역하는 데 들인 시간은 1시간. 여수검역소 소속 검역관 9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한 해 9290척, 하루 평균 25척을 검역해야 한다. 번갯불에 콩 볶는 수준이다. 크기가 63빌딩과 맞먹는 20만 t급 선박에도 2시간 이상 투자하기 어렵다. 검역소 관계자는 “솔직히 언제 허점이 드러날지 장담하지 못하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검사실 인력도 부족해 채취한 오물을 분석하는 데 최소 2, 3일이 걸린다.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2014년엔 비브리오패혈증균과 장염비브리오균이 검출된 한 중국 선박이 아무 제재 없이 일주일간 국내 여러 항구를 돌아다닌 사례도 적발됐다. 또 1980년대 모든 검역정이 세관 감시정으로 통합된 이후 급한 검역도 행정 절차를 밟아 세관에서 배를 빌려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검역소가 감시하는 선박·항공기는 2010년 19만4936대에서 지난해 41만3724대로 늘었다. 하지만 전국 검역소 13곳의 인력은 335명에서 325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세관(2948명)이나 출입국관리사무소(1201명)는 물론이고 동식물을 검역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452명)보다 적다. 박기준 여수검역소장은 “‘보이지 않는 적’인 감염병을 상대하다 보니 아무리 꼼꼼하게 감시해도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여수=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결혼 3개월 차인 이동호(32) 조경아 씨(31·여) 부부는 자가용을 타고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에서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로 함께 출근하는 30분이 ‘과일 데이트’ 시간이다. 이 씨가 출근 전 아침 대용으로 사과나 딸기를 잘라 담아놓으면 조 씨는 조수석에 앉아 과일을 남편 입에 넣어준다. 가끔 토마토를 갈아 주스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노하우가 쌓이니 어느 과일이 건강에 좋은지도 점점 궁금해진다. 대한영양사협회와 함께 과일과 열매채소에 담긴 영양소를 분석해봤다. 딸기: 지금이 제철이다. 비타민C가 귤의 1.5배, 사과의 10배라 6, 7개면 하루 권장량을 금방 채울 수 있다. 비타민C는 여러 호르몬을 조정하는 ‘부신피질’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몸이 축축 처지는 봄에 특히 필요하다. 항산화 성분 중 하나인 안토시아닌은 빨간색이 선명한 과일에 더 많이 들었다. 이 성분은 혈중의 중성지방을 낮추고 몸에 좋은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높여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춘다. 우유와 궁합이 맞는다. 으깬 뒤 우유에 넣어서 마시면 칼슘과 철분이 더 쉽게 흡수된다. 반대로 설탕을 뿌려먹으면 비타민C가 파괴되고, 설탕이 몸속에서 분해될 때 딸기에 들어 있는 여러 영양소도 함께 소모시킨다. 토마토: 비타민B, C가 골고루 들어있지만 특히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비타민A를 만드는 기능뿐 아니라 고기를 구웠을 때 나오는 발암물질을 줄여준다. 고기나 생선에 곁들여 먹으면 좋은 이유다. 혈관질환 예방과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리코펜은 토마토를 삶아먹으면 흡수율이 2, 3배로 높아진다. 삶으면 영양성분이 농축되고 단맛이 나기 때문에 꼭지를 떼고 냄비에 넣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끓여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면 3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요즘 시장에 나오는 초록색 ‘대저토마토’는 짭짤하고 아삭해 별미다. 참외: 여름 과일로 불리지만 체액이 산성으로 변하기 쉬운 늦봄부터 먹어도 몸을 알칼리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뇨작용이 뛰어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항암 성분인 쿠쿠르비타신도 많이 들었다.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어 열량도 낮은 편이다. 맑은 노란색을 띠고 타원형으로 단단한 것을 골라야 맛있다. 꼭지에서 달콤한 향이 너무 진하게 나면 수확한 지 오래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복숭아: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어 피부 결속력을 강화시켜 준다. 펙틴은 미백 효과가 있어 화장품에도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아스파라긴산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피로를 해소해준다.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온도다. 참외가 5∼7도로 시원해야 맛있다면, 복숭아는 8∼13도에서 가장 맛있다. 어쩔 수 없이 냉장고에 보관해뒀다면 꺼내어 바로 먹지 말고 상온에 잠시 뒀다가 먹는 게 좋다. 사과: 껍질을 까먹으면 영양소의 3분의 1은 버리는 셈이다.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근육량을 늘리고 근육 위축을 막아 오십견에 좋은 우르솔릭산 등이 껍질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먹기 전 물이나 과일용 세척제로 헹구면 농약도 거의 남지 않는다. 다만 신맛이 강해 공복에 먹으면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다. 귤: 특히 껍질의 흰 부분에 비타민과 구연산이 들어있어서 떼어내지 않고 먹는 게 모세혈관 건강과 피로 해소에 더 좋다. 말린 껍질을 우려내 차로 마시거나 입욕제로 쓰면 좋다. 베타크립토크산틴 성분은 간염을 억제하고 지방 세포가 에너지를 많이 쓰도록 만든다고 한다. 다만 열량이 높아 귤 3개가 밥 한 공기와 비슷하다. 체리: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특히 먹어볼 만하다.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많이 들어 있어 불면증이나 시차 적응에 좋다. 췌장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1.5배 정도 늘려주기 때문에 혈당 흡수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아니딘 성분은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춰 통풍 환자에게 좋다. 로마시대에는 약으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알이 포동포동하고 광택이 나는 게 싱싱하다. 임경숙 대한영양사협회장은 “제철 과일 위주로 먹되 과일마다 많이 들어있는 생리 활성화 물질이 다 다르므로 최소 주 3회 이상 골고루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스파이시(매운) 키위’라며 먹어 보라고 권한다. 키위는 키위인데 500원짜리 동전 크기였다. 매워 봤자 키위지, 내가 김치로 입맛 다진 한국인이야 하며 입에 쏙 넣었다. 10초 후 기자의 눈, 코, 입에서 회한이 담긴 액체가 동시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씹는 느낌은 덜 익은 고구마 같은데 맵기는 청양고추 이상이었다. 화생방 훈련을 받을 때가 잠깐 떠올랐다. 14일 찾은 뉴질랜드 국립식품과학연구소 티푸키 분소에서 맛본 ‘별종 키위’ 중 하나다.온갖 별종 모인 키위연구소 뉴질랜드 기업혁신고용부(MBIE)와 키위 전문 기업 ‘제스프리’가 연간 350억 원가량을 들여 운영하는 연구소 18곳 중 하나인 이곳에선 신품종 키위 수십 종이 동시에 개발되고 있다. 딸기와 접목해 속이 빨간 ‘레드키위’, 털이 없는 ‘대머리키위’, 길쭉한 ‘대추키위’…. 포도처럼 작아 껍질째 먹는 ‘키위베리’는 최근 시장에 내놓았지만 너무 물러 강도를 개량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이 아닌 접붙이기로만 품종을 개량하기 때문에 상품화할 만한 품종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10년이 걸린단다. 뉴질랜드 정부와 업계가 품종 개량에 이렇게 공들이는 이유는 이 나라의 한 해 키위 수출 규모가 1조4200억 원으로 단일 원예 작물 중 가장 크기 때문이다. 점유율은 전 세계 키위 시장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성공적인 신품종이 나오면 수출 곡선이 춤을 춘다. 대표적인 게 꼭지가 뾰족한 ‘골드키위’다. 15년에 걸쳐 개량했다. 2013년엔 골드키위를 둥글게 만들고 영양소 함량을 개선한 ‘선골드키위’도 나왔다. 신품종은 기존 품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도 활용된다. ‘비타민키위’는 한 알에 비타민C가 1일 권장량(100mg)의 10배 가까이 들어 있지만 아무 맛도 나지 않아 디저트로는 탈락이다. 그 대신 연구진은 기존 품종에 이 키위를 접붙여 맛도 좋고 비타민C도 많이 든 키위를 내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럼 매운 키위는 대체 왜 만들까? 연구소 관계자는 “영업 비밀(It‘s classified)”이라고 했다. ‘키위 vs 변비약’, 승자는? 뉴질랜드 학계에서는 키위의 영양소와 효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12∼14일 타우랑가 시에서는 메시대 산하 리뎃연구소 주최로 ‘제1회 키위 효능 연구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미국 이탈리아 등 16개국에서 영양학자와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등 200여 명이 참가한, 단일 과일을 주제로 한 첫 국제 심포지엄이었다. 이 자리에선 ‘변비 해소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질경이씨(실리움)를 원료로 한 변비약과 키위의 대결 결과가 공개됐다. 뉴질랜드 오타고대의 리처드 기어리 교수팀이 성인 6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4주간 각각 변비약과 키위를 먹도록 한 것. 결과는 무승부에 가까웠다. 변비 환자들의 주간 배변 횟수는 실험 전 평균 0.3차례에서 변비약 복용 후 2.9차례, 키위 섭취 후 2차례로 각각 늘었다. 음식물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했던 피험자들도 키위 섭취 후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이 시간이 너무 길면 변비가, 너무 짧으면 설사가 생긴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는 “키위가 병·의원에서 자주 처방하는 실리움 변비약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키위에 수용성 식이섬유가 불용성보다 4배 정도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수분을 많이 흡수할수록 장운동이 활발해지고 변이 부드러워진다. 키위에는 천연 단백질 분해 효소인 액티니딘이 들어 있어 식사 후 더부룩한 느낌을 줄이고,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 역할도 하기 때문에 대장 내 ‘미생물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달콤한 키위가 혈당 억제한다? 전 세계가 ‘당뇨병 비상’에 걸리면서 키위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보건의 날 주제를 당뇨병으로 정했고, 한국 정부도 당뇨병을 유발하는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키위에도 천연 당이 들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지만 하루 두 개는 오히려 혈당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본적으로 키위는 혈당지수(GI)가 38∼39점인 저혈당(GI 55점 이하) 과일이다. 키위 한 개(100g)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은 포도당 6g과 비슷한 정도다. 혈당지수는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표시한 수치인데 파인애플은 65점, 수박은 60점, 바나나는 55점 정도다. 장에 흡수되지 않고 남아 소화불량을 야기하는 올리고당, 이당, 단당을 뜻하는 ‘포드맵’ 수치도 사과 복숭아 등보다 훨씬 낮다. 여기에 식용식물연구소의 존 먼로 선임연구원은 키위의 식이섬유 조직이 사과나 파인애플 등 다른 과일보다 부드러워 식이섬유 잔류물이 몸속에서 원래 부피의 4배 가까이 팽창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다른 음식물이 당으로 분해되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혈당 작용을 완화한다는 것. 키위 한 개에는 탄수화물도 12g 정도 들어 있어 디저트로 먹으면 쌀밥 두 숟갈 분량의 탄수화물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다. 전분을 소화시킬 때 부수적으로 생성되는 포도당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당뇨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키위에 들어 있는 칼륨은 혈압 유지를, 엽산은 임신부의 빈혈 예방을 돕는다.“전국 단위 영농조합이 힘” 뉴질랜드가 연구개발에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은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과 일조량이 많은 기후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국의 키위 농가 2700여 곳이 뭉친 단일 영농조합의 덕이 크다. 농가들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거치며 키위 가격이 떨어지자 1988년 수출 창구를 단일화했고, 1990년엔 마케팅과 연구개발 기능까지 통합한 제스프리를 설립했다. 농가가 지분을 100% 소유하는 구조다. 사무직원은 본사와 해외 지사를 통틀어 400여 명에 불과하고 오히려 연구 인력이 두 배가 넘는 900여 명이다. 자국 내 농가끼리 가격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 경쟁 상대 자체가 달라진다. 영양소의 함량과 효능을 놓고는 다른 과일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변비약 등 의약품과 경쟁하고, 디저트 시장에서 아이스크림 등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쌀, 빵, 고구마 등 식사를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식이다. ‘키위 쇠고기말이’ ‘연어 키위 롤’ 등 키위를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해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농산물을 브랜드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많지만 제스프리만큼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소비자가 시군 단위로 잘게 쪼개진 브랜드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유와 경영이 일원화된 국내 농업 구조를 주된 원인으로 본다. 규모가 커질수록 전문 경영 노하우가 절실해지는데, 영농조합끼리 사업 영역을 합쳐 지주조합을 만들거나 경영권을 위임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낙농 분야에는 연매출 1조 원 규모의 대형 지주조합이 있지만 도축장과 사료 공장을 대형화하는 데 그치고 연구개발에는 충분한 자원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국에도 ‘제주 감귤’이나 ‘접목선인장’(다른 성질의 선인장을 교배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도록 키운 것)과 같은 전 세계 생산량 1위인 농산물이 있다”며 “정부가 제스프리뿐 아니라 오렌지와 포도 농가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인 미국의 ‘선키스트’와 ‘웰치스’를 벤치마킹해 대형 지주조합의 탄생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티푸키·타우랑가=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가 담뱃갑 경고그림의 위치를 사실상 담배회사의 자율에 맡기도록 22일 권고했다. 결과적으로 10여 년에 걸친 진통 끝에 도입된 경고그림이 담뱃갑 하단에 인쇄되면 소비자가 담배를 살 때 판매대에 가려 구매 억제 효과가 사라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규제개혁위는 이날 오후 규제심사에서 경고그림의 표시 방법 등을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한 결과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인쇄하도록 한 부분을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위치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담배 제조·수입 회사와 판매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고그림을 담뱃갑 하단으로 내리면 구매 시점뿐 아니라 담뱃갑을 휴대할 때에도 흡연을 억제하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림 위치가 확인된 해외 81개국 중 51개국(63%)은 상단 인쇄를 택하고 있다. 한국이 비준한 국제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도 경고그림을 상단에 인쇄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담배회사가 경고그림을 가리기 위해 판매대를 기존보다 높게 만드는 ‘꼼수’를 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초안에는 “판매 시 경고그림을 고의로 가리면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복지부는 이를 최종안에서 빼는 대신 경고그림 인쇄 위치를 상단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개혁위의 결정 탓에 담배회사나 편의점주가 경고그림을 가려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셈이다. 복지부는 이날 규제개혁위에 곧장 구두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했고, 다음주 초 서면으로 재심사를 정식 요청할 계획이다. 규제개혁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다음달 13일 규제심사에서 경고그림의 위치를 다시 논의한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