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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살균제, 세정제 등 위해우려제품 15종에 어떤 살생물질(유해한 생물을 죽일 목적으로 첨가한 성분)이 들어있는지 전수 조사한다고 24일 밝혔다. 우선 다음 달까지 위해우려제품 업체 3800여 곳(제품 8000여 개)으로부터 제품에 들어있는 살생물질의 종류 목록을 제출받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의 위해성을 연말까지 평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이미 위해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다림질보조제, 프린터용 잉크·토너, 수영장 살조제(조류 제거제)는 우선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제조·수입업체가 90여 곳이나 되지만 아직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되지 않아 강제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에어컨 항균필터나 눈(雪) 스프레이 등 어느 부처에서도 관리, 감독하지 않고 있는 생활화학제품들도 우선순위가 밀려 내년에야 조사가 시작된다. 이에 대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결정된 품목이라면 지정 절차를 서두르는 게 상식이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는 업체들에 “인체에 미치는 작용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화학물질이 제품에 쓰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존에 알려진 살생물질 외에 모든 성분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에 응한 업체는 20여 곳(0.5%)에 불과하다. 관련법으로 정한 유해물질 자료를 내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액수가 1000만 원에 불과하고 유해물질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 화학물질의 자료 제출은 업체에 강제할 수 없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1일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에 정식 개원한 관절·척추 중점 진료 병원 ‘서울바른세상병원’은 24일 세 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최고의 전문성을 지닌 의료진 △지역 주민을 위한 맞춤형 클리닉 운영 △최상급 의료시설이 그것이다. 서울바른세상병원엔 척추·관절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의사 9명이 포진해있다. 고려대 의대에서 정형외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국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권위자 임홍철 명예원장이 대표적이다. 임 명예원장은 대한관절경학회, 대한스포츠의학회, 대한외상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2011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배장호 원장은 대한척추신경외과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고, 영남대 의대와 가천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목 디스크 수술의 권위자’다. 최인철 원장은 고려대 정형외과 외래교수를 거친 수족부 진료의 선구자로 꼽힌다. 이밖에도 김형식 병원장을 포함한 정형외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 등 전문의 9명이 관절·척추 진료를 전담한다. 서울바른세상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관절·척추·수족부·내과로 세분화된 4개의 전문클리닉과 1개의 재활물리치료센터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지역 주민의 생활 패턴과 연령을 고려해 전문 진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최적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각각의 클리닉은 진료과별로 협진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관절클리닉에서는 무릎·어깨·엉덩이 관절에 발생하는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무릎 부위의 퇴행성관절염은 물론, 회전근개파열이나 석회성건염, 유착성관절낭염(오십견)등으로 대표되는 어깨 질환과 고관절 질환에 대해 가벼운 진료 상담부터 ‘스피드인공관절’ 수술 등 고난도 수술까지 총괄한다. 척추클리닉은 목·허리 디스크와 관련해 비수술 진료를 우선으로 하며, 불가피하게 수술을 할 땐 절개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타깃 척추수술’을 우선 적용하려 노력한다. 수족부클리닉은 가벼운 손 저림부터 최근 빈번하게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 손가락에 나타나는 방아쇠수지 등 질환을 담당한다. 내과질환클리닉에선 관절·척추 질환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재활물리치료센터는 수술환자들의 빠른 재활을 돕기 위해 도수치료, 전기자극치료, 견인치료 등을 수행한다. 서울바른세상병원은 또 지난해 한국 사회를 공포에 빠뜨렸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필요성이 부각된 음압병실을 2개, 양압수술실을 5개나 갖췄다. 일반 환자들이 감염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 것. 뿐만 아니라 외래 진료실엔 최첨단 초음파검사기 2대를 배치했고,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와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를 갖췄다. 대학병원에 버금가는 진단·치료 장비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병원 문은 지역 주민 중에 근로자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평일엔 오후 8시, 토요일엔 오후 3시까지 연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바이오 의약품의 수출 규모가 7억8915만 달러(약 9330억 원)를 기록하며 해당 분야 무역수지가 6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셀트리온의 자가 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가 헝가리 등 유럽 지역에 대량 수출된 결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출은 2014년보다 34% 늘어난 반면 수입은 7억3822만 달러(약 8728억 원)로 15.8% 감소해 수출 규모가 수입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23일 밝혔다.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이나 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로 만든 의약품을 말하며 화학제제로 만든 의약품과 구분된다. 백신, 세포치료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램시마다. 지난해 4억3932만 달러(약 5194억 원)어치가 팔려 전체 수출 실적의 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램시마는 2012년 식약처의 ‘맞춤형 지원 사업’에 따라 세계 최초로 항체 의약품(항원이나 항체를 만들어 인체 부작용을 낮춘 의약품) 복제약으로 허가받은 뒤 이듬해 유럽의약국(EM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아 수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국내 바이오 의약품을 1억6844만 달러(약 1991억 원)어치나 사들인 ‘큰손’ 헝가리도 주로 램시마를 사갔다. 이에 힘입어 2011년 2억5505만 달러(약 3015억 원)에 불과했던 전체 바이오 의약품 수출 실적은 매년 33.7%씩 급성장했다. 램시마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판매 승인을 받아 올해 수출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의약품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또 다른 이유는 수입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이 여럿 출시된 것이다. 특히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제제를 계속 국산화해 2014년 818만 달러(약 96억 원)였던 수입 규모는 지난해 31.9% 줄었다. 독감 뇌수막염 등의 백신 수입도 전년보다 39% 감소했다. 다만 바이오 의약품을 포함한 전체 의약품의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다. 한국제약협회가 수출입 규모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은 23억800만 달러(약 2조7287억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수입액은 51억5000만 달러(약 6조888억)로 수출의 배가 넘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남 광양시에 사는 최혜미 씨(30·여)는 1년 전부터 코팅 프라이팬 대신 스테인리스팬을 쓴다. 스테인리스팬은 요리할 때 음식이 잘 눌어붙고 코팅 프라이팬보다 무겁다. 하지만 최 씨는 코팅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스테인리스팬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모를 땐 괜찮았는데 알고 나니 코팅 프라이팬을 못 쓰겠더라”며 “플라스틱 소재의 젖병 등도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조심해서 쓰려고 하는데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답답하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 씨뿐 아니라 스테인리스팬 사용자가 모인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코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프라이팬을 바꿨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라스틱 용기의 유해성 우려 때문에 유리 용기를 쓰는 주부도 적지 않다. 생활 속 화학성분의 유해성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의 기준치도 인체에 보다 안전한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화학물질별로 기준치를 정해 놓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지만 않으면 해롭지 않다는 식으로 규정해 소비자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생활 속 피할 수 없는 화학물질 코팅 프라이팬에서 논란이 되는 유해물질은 ‘과불화화합물(PFCs)’이다. 탄소와 불소가 결합된 이 화합물은 물과 기름에 저항하는 특성 때문에 프라이팬 코팅은 물론이고 의류 방수처리에도 쓰이고 있다. 특히 프라이팬 코팅의 대표 격인 ‘테플론 코팅’에는 이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퍼플루오로옥탄산(PFOA) 등이 쓰인다. 체내에 흡수되면 쉽사리 배출되지 않는데 동물실험 결과 암을 유발하고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인 물질이다. 최근 다시 논란이 된 비스페놀 계열 물질 역시 우리 주변 곳곳에서 마주치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여성환경연대 등은 15일 일부 대형 유통업체의 영수증에서 내분비 교란의심물질(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와 비스페놀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 6곳에서 수거한 영수증을 조사한 결과 신세계백화점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이마트 영수증에서 비스페놀A나 비스페놀S가 0.7∼1.2%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비스페놀 계열 화학물질은 영수증과 공공기관 순번대기표 등에 쓰이는 감열지에 사용되고 있다. 또 음료캔이나 종이컵의 코팅 등에도 쓰인다.○ “무해한 수준? 안전 확신 못해”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이런 물질의 유해성이 확인된 바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신재호 을지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그 물질이 안전하다는 게 아니고 노출량이 기준치보다 적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소규모 집단만 조사했거나 노약자 같은 민감군에 대한 기준은 없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홍윤철 서울대 환경보건센터장(예방의학과 교수)은 “정부의 유해물질 기준마저 오래전의 동물실험 결과물에서 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산정돼 근거가 불확실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치 이하의 저농도에서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물질도 적지 않다. 환경부는 다림질보조제에 포함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의 농도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노출계수를 정밀 분석한 결과 와이셔츠 한 벌을 다릴 때 가습기 살균제를 5시간 사용했을 때와 같은 양이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자료들은 화학물질 제조·사용 업체에만 공개되고 있다.○ “상세 정보 공개해 불안감 덜어야” 전문가들은 생활용품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위해성 평가에 사용된 계산식인 ‘노출계수’를 업체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라이팬 코팅에 쓰인 퍼플루오로옥탄산은 “해당 물질의 농도가 안전 수준”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몇 차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은 온도로 조리에 사용했을 때 안전했다는 것인지 밝히는 식이다. 이는 같은 화학물질이라도 소비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유난히 많이, 자주 쓰는 소비자도 자신의 사용량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현재 위해성 노출계수 자료는 화학물질을 제조 및 사용하는 업체에만 공개돼 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일반인이 보기엔 외계어 같은 성분명을 줄줄이 나열할 게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조건희 정동연 기자}

석 달 가까이 공석이었던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로 윤병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61·사진)가 조만간 임명된다. 2월 25일 사표를 낸 전임 대통령 주치의 서창석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5)는 곧 서울대병원장으로 최종 임명된다. 22일 보건 당국 안팎에 따르면 청와대는 윤 교수를 단독 후보로 검증한 결과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곧 임명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25일부터 시작되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일정에도 윤 교수가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경과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윤 교수는 내과 전문의이기도 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전임 대통령들의 주치의는 전부 내과 전문의였다. 윤 교수는 서울대병원 신경과장 등을 지냈고 2012년 서울대병원 심장뇌혈관병원 건립본부장을 맡아 뇌중풍 병원 설립에 기여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생활이 불규칙한 웹디자이너 정모 씨(30·여)에겐 가끔 ‘그’가 찾아온다. 그런 날 정 씨의 하루는 그가 지배한다. 밤이 깊을수록 정 씨를 점점 더 옥죄다 헤어질 땐 찢는 듯한 아픔을 남긴다. 그러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나타난다. 그를 떼어내려고 배추김치와 숙주나물을 실컷 먹어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집요하고 강력해졌다. 그의 이름은 변비. 정 씨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가만히 곱씹어본다. 》○ 식이섬유, 무작정 먹으면 오히려 변비 식이섬유를 둘러싼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많이 먹을수록 변비 해소에 좋다는 것이다. 잡곡과 김, 나물 등에 많이 들어 있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변의 양을 늘리고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기능이 있지만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없어 변을 딱딱하게 만들 수 있다. 충분한 양의 물을 함께 마시지 않으면 식이섬유가 오히려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식품영양학자들은 “항문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도 먹을 게 없던 시절 솔잎이나 풀만 뜯어먹다가 변비에 걸린 선조들이 만든 말이라고 보고 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채식 위주인 한식 식단에 충분히 들어 있기 때문에 따로 보충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현미밥과 콩나물국, 배추김치와 시금치무침 김 불고기버섯볶음 등으로 이뤄진 한 끼 식사에는 하루 충분섭취량(성인 남성 25g, 여성 20g)의 절반이 넘는 15.6g 정도의 불용성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반면 과육 등에 주로 들어있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잘 녹는 성질 때문에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변을 부드럽게 해준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몸속에서 원래 부피보다 팽창해 다른 음식물이 당으로 분해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혈당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위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포만감을 길게 유지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꽁보리밥을 먹은 뒤 유난히 방귀가 자주 나오는 것은 보리에 많이 들어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장내 독소를 희석시켜주기 때문이다. 마늘과 식빵도 식이섬유 중 수용성의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다시마의 수용성 식이섬유 함량은 6.8%나 되지만 불용성 함량이 4배 더 많기 때문에 지나치게 섭취하는 건 삼가야 한다. ○ “과일, 갈아먹을 때보다 짜먹을 때 영양소↑” 전문가들은 불용성·수용성 식이섬유를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서는 과일을 먹을 때 갈아먹는 것보다 짜먹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복통을 유발할 수도 있는 과일과 채소의 껍질을 자연스럽게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어린이에게 과일을 줄 때 식이섬유 과다 섭취가 염려된다면 껍질을 깎아주는 게 권장된다. 사과에 들어 있는 팩틴과 당근의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물질은 급속도로 갈았을 때보다 지긋이 짜냈을 때 세포벽에서 온전히 추출되고 인체에도 더 잘 흡수된다는 학설도 있다. 김영성 신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일을 갈아먹었을 때보다 짜먹을 때 수용성 식이섬유 등 유효 성분의 흡수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루에 식이섬유는 얼마나 먹는 게 적절할까. 성인이 되기 전에는 나이에 5를 더하는 ‘+5’ 규칙을 적용하면 대략적인 충분섭취량이 된다. 3세 아동은 8g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중 약 60만 명은 식이섬유를 과다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등 나쁜 영양소뿐 아니라 칼슘·비타민·미네랄 등 중요 영양소의 체내 흡수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생활용품에 들어가는 유해물질의 용도를 바꾸려면 제조·수입 전 반드시 위해성 평가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한 관련법 조항이 3년 전 삭제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였다. 카펫 세척제로 쓰이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낳은 점을 감안하면, 무분별한 용도변경을 제한할 핵심 조항이 업계의 논리에 밀려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환경부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 따르면 2012년 8월 7일 정부가 규개위에 제출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초안에는 등록대상 화학물질과 관련해 △제조·수입량이 크게 늘거나 △기존과 다른 용도로 쓰거나 △노출됐을 때 사람이 겪는 피해의 정도가 높아지면 해당 물질과 관련된 평가 자료를 제출해 ‘변경등록’을 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을 아예 제조·수입하지 못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같은 달 16일 규개위 행정분과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해당 조항이)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삭제를 권고하고 “제도가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업계가 제출한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이 권고를 받아들였고, 지난해 1월 시행된 화평법에는 ‘사전 변경등록’ 조항이 사라지고 변경사항을 발생 1∼6개월 내에 ‘사후 보고’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이에 대해 환경 전문가들은 생활화학제품에 쓰이는 유해물질은 피부 접촉 혹은 흡입 등 노출 경로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므로 용도변경에 따른 변화도 새로운 화학물질처럼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화평법 시행 이후 화학물질의 용도를 변경하고도 이를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사도 벌인 적이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용도변경 등록 의무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중대 사항이므로 이를 어기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변경 등록 실태도 파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과 경기 수원시 등 수도권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2일, 전국 곳곳에선 때 이른 더위에 당황하는 풍경이 이어졌다. 23일에도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을 기록하고 전국 곳곳의 폭염주의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5월 최고기온이 나흘(19일부터 22일까지) 연속 30도를 넘은 것은 1950년 이후 66년 만이다. 24일 오후부터 비가 내려 더위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더위는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가열된 난기류가 우리나라 상공으로 유입됐다가 일본 동쪽 해상의 고기압에 막혀 정체된 탓에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폭염주의보 발령 시기도 지난해(5월 25일)보다 엿새 빨랐고, 2012년(6월 25일)보다는 한 달 이상 빨랐다. 다만 전국 단위로 보면 5월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은 적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른 더위를 ‘평년보다 더울 여름’의 전조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한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국가는 인도로 19일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인도 사상 최고기온인 51도가 관측됐다. 수도 뉴델리 기온이 46.4도까지 오르는 등 인도 곳곳에서 5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4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인도 전역에서 4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가축과 농작물이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메콩 강 수위는 1926년 이후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유역 내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채소 가격이 40%나 폭등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주성하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울리히 호스터바흐 재무담당 이사(49·독일 국적)가 외국인 임원으로선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오후 2시 호스터바흐 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진한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검찰청사에 나타난 그는 ‘옥시 측에서 서울대 조모 교수에게 자문료와는 별도로 1200만 원을 건넨 사실을 알았느냐’는 물음에 대답을 피했다.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빠른 걸음으로 청사로 들어갔다. 2010년 7월부터 약 6년간 재직한 호스터바흐 이사는 옥시의 자금 흐름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2011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옥시가 서울대, 호서대, KCL 등에 독성실험을 의뢰하면서 지급한 용역비나 교수들에게 ‘자문료’ 형태로 지급한 별도의 자금도 호스터바흐 이사의 결재를 거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옥시가 피해자들과 민사 조정을 하면서 합의금을 제시하는 데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옥시의 전 사내변호사로서 법률 문제를 담당했던 미국 변호사 김모 씨도 이날 함께 소환됐다. 김 씨는 2011년 이후 보고서 조작 의혹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옥시의 법률 리스크를 체크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영국 본사와 상의하며 민사소송 의견서 작성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또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 판매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신고나 민원들을 묵살한 정황은 없는지, 국내 법인의 유한회사 전환 과정 등에서 법률적 조언을 어떻게 건넸는지도 검찰은 조사할 방침이다. 외국인 전직 대표 중에 첫 소환대상이 된 존 리 전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는 23일쯤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리 전 대표가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 옥시 대표를 지내며 제품의 유해성과 피해사실을 알고도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강행한 과실은 없는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1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피해 의심자가 추가로 566명 늘었다. 가족 모임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5일까지 집계된 추가 피해 신고 사망자가 41명, 생존자가 525명 등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신고 접수를 모두 합하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의심자는 266명, 생존자는 1848명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

실직 중엔 국민연금 보험료를 25%만 내도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출산·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보험료를 나중에 한꺼번에 내는 것이 허용된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법과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실직해 구직급여를 받는 동안에 정부가 연금 보험료의 75%를 부담해주는 ‘실업 크레디트’ 제도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희망자는 전국 고용센터나 국민연금공단(지사)에 신청하면 된다. 다만 여러 번 실직해도 일생 동안 최대 1년까지만 지원된다. ‘경단녀 연금 보험료 추후 납부’ 제도는 11월부터 적용된다. 30대 때 짧게 회사에 다니며 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결혼과 동시에 퇴사해 국민연금 최소 가입기간(60세 이전까지 10년)을 채우지 못한 주부 A 씨(58·여)의 경우 그간 내지 못한 보험료를 몰아서 내고 61세가 되는 시점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혜택 대상은 438만 명에 이른다. 연금 보험료를 성실히 내다가 하필이면 잠시 납부를 그만둔 사이 장애를 얻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한 수혜자는 293만 명으로 추산된다.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녀의 연령도 24세까지로 현행보다 5년 길어진다. 군 복무 기간 중 보험료를 내면 가입 기간을 6개월 늘려주는 ‘군복무 크레디트’도 시행된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사는 이날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면허가 취소되거나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방치한 병원은 폐쇄될 수 있다. 기존엔 ‘주사기 재사용 금지’ 의무가 명시되지 않아 ‘비도덕적 진료 행위’(1개월 이내의 자격정지 및 시정명령)로 솜방망이 처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이르면 다음 달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즉시 시행된다. 최신 영화 ‘날 보러 와요’의 주인공처럼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지 못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됐다. 기존에는 보호자 2명이 요청하고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 강제입원이 가능해 가족 간 상속분쟁에 악용되거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내년 5월부턴 다른 정신병원 소속 전문의가 추가로 적합성을 판단해야 하고, 한 달 내에 정신과 전문의, 판검사 혹은 변호사, 인권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 10∼30명으로 구성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정신질환자’의 정의를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로 좁혀, 가벼운 우울증으로 잠시 치료를 받은 환자가 멍에를 쓰는 일이 없도록 했다. 환자가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어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올해 11월부턴 ‘신해철법, 예강이법’으로 불리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의료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 피해자 측이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정 절차가 시작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신해철법)’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이 1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자동개시 제도는 이르면 11월부터 시행된다. 법사위는 그동안 논란이 계속돼 온 ‘중상해’의 기준을 ‘의식불명 상태가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장애인복지법상 1급 장애를 얻은 경우’로 정했다. 1급 장애는 △두 팔 혹은 두 다리를 잃거나(지체장애) △뇌병변 장애로 보행 등 일상생활 동작을 하지 못하거나 △두 눈의 시력이 모두 0.02 이하인 경우 등을 말한다. 다만 환자가 치료 이전에 갖고 있던 장애까지 의료사고의 결과인 것처럼 꾸미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2014년 3월 처음 발의된 법안에는 조정 대상이 ‘모든 의료사고’로 규정돼 있었지만 올해 2월 보건복지위원회는 “의사가 소신 있게 진료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료계의 반발을 반영해 대상을 ‘사망 또는 중상해’로 축소했다. 이마저 의료계가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사망’만 남기고 19대에서 통과시키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막판에 ‘중상해’가 법안에 포함되는 쪽으로 최종 조율됐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조정 절차를 밟으면 총 10만 원대 비용으로 4개월 이내에 조정 결과를 받아볼 수 있어 길게는 수년간 수천만 원이 드는 소송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또 지금까지는 조정신청 5487건 중 조정이 개시된 것은 2342건(43.2%)에 불과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립샘(전립선) 비대증은 ‘민망한 질환’이다. 남자답지 않아 보일까 봐, 나이 들어 보일까 봐 주변에 “소변 줄기가 약해졌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고 민간요법을 찾는 중년 남성이 많다. 동아일보는 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좌담회를 열어 이규성(삼성서울병원) 배재현(고려대 안산병원) 김현우(성바오로병원) 김계환 교수(인천길병원·이상 비뇨기과)와 함께 전립샘 비대증의 현황과 치료법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 진행은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이 맡았다.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톱야자열매(소팔메토) 추출물을 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이나 온열치료기는 전립샘 비대증에 효과가 정말 없나. ▽이규성=의학 전문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연구 결과를 소개하겠다. 전립샘 비대증 환자 300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엔 소팔메토 건강기능식품을, 다른 쪽엔 전분만 들어 있는 위약(僞藥)을 줬는데 증상 개선 효과에 차도가 거의 없었다. 결국 건강기능식품은 일시적인 위약 효과만 낼 뿐 치료제로 착각해 장기 복용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김계환=온열치료기도 그렇다. 요도나 직장에 삽입해 전립샘 심부의 온도를 45∼50도로 유지시켜 주는 기기인데, 현재 시판되는 제품 중에는 의료기기로 검증받지 않고 공산품으로만 허가받은 제품이 많다. 이런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전립샘의 온도만 정교하게 올려주지 못해 사용자가 주변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 전립샘 비대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주지도 못한다. ―전립샘 비대증 환자가 실제론 얼마나 되나? ▽김현우=정부 발표로는 2014년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실제로 증상이 있는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372만 명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립샘이 원래는 호두알 크기(15∼20g)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100명 중 8명, 본인의 전립샘 크기를 아는 사람은 5명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절반 이상은 전립샘 검사를 받아 본 적도 없다. 전립샘 비대증은 만성 고령 질환이어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환자는 더 많아질 거다. ▽김계환=한국의 중년 이상 남성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 연령대에 자다가 일어나서 요강에 소변보는 걸 보며 자라왔다. 나이가 들면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고칠 필요도 못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꼭 치료해야 하나? 손대기 참 겁나는 부위인데…. ▽배재현=전립샘 비대증은 진행성 질환이다. 가만히 두면 결코 더 나아지지 않고 점점 악화되다가 합병증을 얻고 수술이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다. 전립샘이 커지면 처음엔 소변을 배출하기 위해 방광의 힘이 강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 방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결국 소변을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과민성 방광증이나 요실금이 생기고, 심하면 소변을 뽑아내는 도뇨관을 찬 채 여생을 보내야 한다. ▽이규성=초기에 ‘알파차단제’나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등 전문의약품을 복용하기 시작해 전립샘의 성장을 억제했다면 충분히 건강하게 생활했을 환자들이 뒤늦게 수술조차 어려운 상태로 병·의원을 찾아오는 게 가장 안타깝다. 또 소변을 보기 힘든 게 전립샘 비대증이 아닌 방광암 등 다른 원인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약을 먹다가 끊으면 전립샘이 오히려 전보다 더 커질까 봐 복용을 미루는 환자도 많은데, 어떻게 치료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가? ▽김현우=전립샘의 크기는 매년 0.7∼3g씩 증가하는데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를 복용하면 성장을 멈추고 원래 크기의 70∼80%로 줄어든다. 그런데 한국 환자들은 잘 복용하다가도 증상이 개선된다 싶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다. 복용을 1년간 지속하는 환자의 비율이 37%에 불과해 미국(40%)이나 유럽(73%) 등 선진국보다 낮다. 약을 끊으면 그동안의 효과가 없어지고 전립샘이 원래 크기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복용을 시작하는 것을 아예 늦추는 게 낫다’는 잘못된 인식이 번진 거다. ▽배재현=전립샘 비대증은 완치보다는 조절과 관리가 중요한 만성 질환이다. 연 1회 정도는 잔뇨 검사를 받고 2, 3년에 1회 정도 전립샘 크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환자 중 10∼15%는 결국 수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엔 내시경과 레이저 기술이 발달해 전립샘의 크기를 정교하게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성공률이 높고 출혈은 거의 없다. 전립샘을 통째로 들어내고 방광과 요도를 직접 연결하는 전립샘암 수술과 달리 수술 후 요실금 발생 비율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메르스 사태 후 1년을 맞는 보건 당국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시선에는 온도차가 컸다. 보건 전문가 10명은 △감염병 대비 태세 △감염병 이후의 대처 △신속한 정보 공개 △방역 컨트롤타워 기능 등 4가지 영역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6.1점을 줬다. 메르스 당시(4.2점)보다는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린 것. 특히 감염병 환자의 발생 경유 병원을 신속하게 공개하려는 노력(7.1점)에 많은 점수를 줬다. ○ 전문가는 ‘호평’, 국민은 ‘글쎄’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아직 차갑다. 동아일보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국민 감염병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메르스 이전(3.9점)보다 소폭 상승한 평균 4.2점을 주는 데 그쳤다. 특히 국민이 아직 정부의 감염병 정보 공개(4.1점)에 부족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온도차를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정보 공개 수준이 실질적으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메르스 당시 실망의 수준이 워낙 컸기 때문”이라며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 신뢰가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24시간 감시 시스템 정착 전문가들은 방역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가 1년 동안 긍정적인 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위상 강화를 위해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 메르스 당시 방역 컨트롤타워가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등으로 바뀌면서 혼란을 빚었지만 개편 이후엔 질병관리본부로 일원화됐다. ‘24시간 긴급 상황센터(EOC)’를 가동해 전 세계 감염병 정보 수집 및 분석, 국내 상황에 대한 긴급 대응 등이 강화됐다. 지방에서도 신속하게 감염병 검사가 이뤄질 수 있게 된 점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메르스 때는 지방자치단체와 질병관리본부의 협조가 잘 안 돼 유전자 검사가 늦었고 이로 인해 국민 불안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를 빚었다. 올해 질병관리본부 예산도 6924억 원이 배정돼 지난해(5664억 원)보다 22.2%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예산권을 이양받아 실질적 예산 기획 심사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 역학조사관 등 전문성 강화는 숙제 하지만 메르스 확산의 결정적 이유로 지목됐던 ‘전문성 부족’은 개선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메르스 초기에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와 2m 이내에 1시간 이상 접촉자에게 감염될 수 있다’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맹목적으로 따랐다가 대량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가 우수한 호흡기바이러스 전문가, 정규직 역학조사관 등을 확보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정부는 역학조사관 30명을 목표로 했지만, 두 차례 미달 끝에 25명 채용(의사 출신은 6명)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년 근무 후 재계약 형태라 우수한 의사인력의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의사들이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공직에 들어오게 하려면 자신이 노력만 하면 보건복지부 과장, 센터장, 본부장도 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제한된 인사 구조로는 국가 방역을 책임질 유능한 인재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기자}

《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가 온 나라를 흔들었을 때 방역의 최전선이었던 응급실은 역으로 가장 큰 허점을 드러낸 공간이 됐다. 14번 환자를 일반 응급실에 사흘간 입원시켜 80여 명에게 감염시키는 ‘슈퍼 전파자’가 되도록 방치했는가 하면, 메르스에 감염된 응급 이송요원(137번 환자)이 일주일넘게 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감염병을 막는 관문이 아닌 ‘병원 내 감염’의 진원지로 전락했던 셈. 동아일보 취재팀이 8,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센터에서 ‘보조 안전요원’으로 활동하며 그 후 1년간 응급실 운영 실태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체험했다. 》 ○ “왜 막느냐” 항의하는 보호자 8일 오후 11시 반. 체온 39도인 일곱 살 남자아이가 구급차에 실려 왔다. 아이를 따라 응급실로 들어서려는 외조부모를 막아섰다. 이 병원은 감염병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당 보호자 1명에게만 출입증을 주고 응급실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세게 따지다 “메르스 사태 이후 규정이 바뀌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진정했다. 보건 당국은 응급실에 환자 이외 많은 사람이 불필요하게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해 보호자 출입 제한을 일선 병·의원에 권고하고 있다. 연내에 관련법을 개정해 보호자 출입 제한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 의료진은 이 같은 사정을 모르는 일부 보호자의 막무가내 행동과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간호사는 “무작정 응급실에 들어가려던 보호자가 경비원을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호자 등 응급실에 출입한 사람의 인적 사항을 기록해 두는 일은 아직 의무가 아니어서 일부 병원만 실시하고 있다. 응급실을 방문했던 환자나 보호자가 메르스 의심환자로 밝혀지면 그와 접촉했던 다른 보호자들에게도 신속히 자가 격리나 검사를 요청해야 하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언제 누가 드나들었는지 일일이 대조하며 추적해야 하는 형편이다. 정성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열악한 응급실 재정상 모든 병원이 기록 담당 직원을 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응급실을 동네 의원처럼 이용하는 ‘꼼수’ 환자 9일 오전 3시경 50대 남성이 응급실에 걸어 들어와 “숨 쉬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혈압과 혈중 산소 농도를 재 보니 지극히 정상이었다.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가 종전 2단계(응급-비응급)에서 5단계(소생-중증-응급-준응급-비응급)로 세분된 뒤론 경증 환자에게 비싼 응급실 이용료가 부과된다. 의료진이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자 남성은 그제야 수개월 전 다른 병원에서 손목을 꿰맨 자국을 보이며 치료를 요구했다. 외래진료를 빨리 보기 위한 ‘꼼수’로 응급실을 찾은 것. 응급환자 분류체계 세분화는 경증 환자가 뒤섞여 ‘감염병의 온상’이 될 우려가 높은 응급실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 꼽힌다. 반드시 필요한 환자만 응급 진료를 받도록 해 제 기능을 하게 만들자는 것. 하지만 등급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외래진료를 위한 꼼수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응급환자가 아닌 주정뱅이가 응급 의료진의 시간을 뺏는 모습도 여전했다. 같은 날 앰뷸런스에 실려 온 40대 여성은 아무런 응급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만취해 길에 쓰러져 있던 탓에 경찰이 일단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였다. 40분 뒤 부모가 응급실로 찾아올 때까지 다른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은 통곡하며 소리를 지르는 여성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렸다.○ 환자 정보 공유 시스템 필요 달라진 또 하나의 풍경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응급실로 들여보내기 전 예진실에서 1차 문진을 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다. 고열과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고 2주 내에 아랍에미리트(UAE) 등 메르스 발생국에 다녀온 이력이 있다면 일반실이 아닌 음압 격리실로 보낸다. 격리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전신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정밀 검사를 실시해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의심환자를 다른 일반 환자와 분리해 둔다. 하지만 현재 전국 센터급 이상 응급실 145곳 중 예진 및 격리 시설이 모두 완공된 곳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조선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3곳뿐이다. 90여 곳은 공사 중이고, 나머지 50여 곳은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공사 계획조차 내지 않고 있다. 의료정보 전문가들은 메르스 등 호흡기 감염 질환 환자의 진료 정보를 의료기관끼리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 검역소 등 유관기관은 ‘메르스 의심환자·접촉자 관리 시스템’에 의심환자와 접촉자 정보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선 병·의원은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병·의원마다 전자의무기록(EMR)을 관리하는 서버도 따로 두고 있어 직전에 다른 병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았더라도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의료진이 이를 확인할 수 없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학회 공보이사)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진료 기록을 속이는 일부 감염자로 인해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이 무차별로 노출될 위험을 차단하기 어렵다”며 “급성 감염병에 한해 의심환자 정보를 병·의원에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아프리카 가나에 다녀온 남성 A 씨(33)가 고열 때문에 찾아왔다. 의료진은 그를 말라리아 의심 환자로 분류했다. 말라리아는 호흡기 감염이 없고 모기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일반병실로 옮겼다. 의료진도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 환자를 돌봤다. 하지만 의료진이 상세히 문진하는 과정에서 A 씨가 메르스 발생 지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 1박 2일 체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응급센터는 황급히 환자를 음압병실에 격리시키고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7명, 접수 대기실에 함께 머물렀던 다른 환자 보호자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메르스가 의심됐기 때문. A 씨는 격리된 상태에서 다행히 메르스 의심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정돼 격리 조치는 해제됐다. 병원 관계자들은 혹시나 실수에 따른 ‘대형 사태’가 발생할까 봐 긴장 상태에 빠졌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서울의 한 2차병원에서는 바레인과 UAE를 방문한 남성 B 씨(46) 때문에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병원 측은 잔기침, 미열(37.5도) 증상을 보인 B 씨를 보건 당국에 곧바로 신고했고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의 역학조사관이 즉시 출동했다. 흰색 보호구를 착용한 역학조사관은 환자의 증상이 경증이었지만, 메르스 대응 지침에 따라 이 남성을 인근 3차병원 음압병상으로 격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B 씨는 “잔기침 몇 번 한 거 가지고 왜 그러느냐. 메르스가 아니다”라며 버텼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서는 48시간 동안 격리돼 2차례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랑이는 역학조사관이 “거부하면 경찰을 불러 강제 구인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끝났고,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공식으로 ‘메르스 상황 종료’를 선언했지만 일선 병원은 아직 준전시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보건 당국에 접수된 메르스 의심 신고는 394건에 이른다. 이 중 환자의 증상이 메르스를 의심하기에 충분해 의심환자로 분류되고, 유전자 검사가 진행된 사례만 93건이다. 이틀에 1.4건의 메르스 검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의심환자와 접촉해 격리 대상자가 됐다 해제된 사람은 3182명이나 된다. 12일 현재도 21명이 격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병원 관계자와 역학조사관 등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라며 “경찰, 소방관과 같이 항상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서른을 넘긴 나이,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면 종일 상사의 잔소리가 쏟아진다. 록밴드 활동 시절 굳은살이 떠나지 않았던 손가락은 말랑말랑해진 지 오래다.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처럼 느닷없이, 아니 실은 애써 부정해온 사이 서서히 찾아온 탈모.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그녀처럼 머리카락이 빠져나간다. “자라나라 머리! 머리!” 웹툰 ‘청춘극장’의 주인공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외친 말이다.“탈모, 진단은 친구가, 치료는 샴푸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만7904명으로 2010년(18만928명)보다 14.9% 늘었다. 학계는 상태가 심각하지 않거나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등의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는 전체 탈모인이 실제 진료인원의 50배인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대한모발학회에 따르면 탈모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은 증상이 시작된 지 평균 7.3년이 지난 때라고 한다. 그동안 탈모인은 남몰래 다양한 노력을 한다. 인터넷 탈모 커뮤니티에서 추천받은 샴푸를 쓰고, 미용실에서 두피 자극 마사지를 받고, 아침에 우유 대신 검은콩 두유를 마시고…. 이렇게 ‘자가 치료’를 시도하는 횟수는 평균 4.2회다. 미국(3.4회), 일본(3.1회), 스페인(2.6회), 독일(2.3회), 프랑스(2.1회)에 비해 훨씬 잦다. 2014년 기준으로 4조 원 규모로 추산된 국내 탈모 관리 제품·서비스 시장에서 효과가 검증된 전문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58억 원(1.9%)에 불과하다. 학회가 강동경희대병원과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을 방문한 10∼70세 남녀 1021명을 상대로 ‘탈모증에 대한 인식 및 행동 패턴’을 설문한 결과 10명 중 5명은 자신이 탈모인지 확인할 때 전문의보다는 가족과 친구 등 지인에게 의견을 물었다고 답했다.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샴푸와 토닉 등 화장품과 의약외품을 사용한다는 응답은 46%로 가장 많았지만 그중 효과를 본 것 같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특정 음식 등을 통한 치료에 대한 만족도도 2%에 그쳤다. 쓰린 속 뒤집는 잘못된 탈모 상식 탈모인이 제때 병·의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탈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탈모를 질환이 아닌 미용의 관점에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탈모증은 남성형, 원형, 여성형 등 유형과 단계가 다양해 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하지만 탈모증에 여러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세간에 난무하는 온갖 속설도 탈모 치료를 늦추는 원인 중 하나다. 회사원 문모 씨(38)는 최근 대한모발학회가 공개한 ‘잘못 알려진 모발 정보’를 읽다가 속이 뒤집혔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나의 생활을 지배해왔던 습관이 근거 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예컨대 문 씨는 “가발이나 모자를 쓰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머리가 빨리 빠진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있는 모자를 전부 없애버렸다. 하지만 사실은 모자가 머리를 꽉 조여 혈액 공급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탈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탈모의 치료·예방 효과를 표방하는 각종 제품에 적힌 부정확한 정보나 과장 광고도 적절한 치료를 늦추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의약품을 제외한 탈모관리 제품 중 의약외품에는 ‘탈모 방지’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모발과 두피를 청결하게 관리해 염증성 탈모증 등을 방지한다’는 뜻인데도 ‘남성형 탈모증 등에서 비롯된 모발의 탈락 자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것. 한 피부과 전문의는 “‘모발 굵기 증가’ 역시 ‘모발에 수분을 공급해 일시적으로 굵기 증가를 유도한다’는 뜻이지만 수분·영양 부족이 아닌 다른 이유로 모발이 서서히 가늘어지는 탈모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표현을 ‘탈모 증상의 완화 보조’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탈모병원’ 적극적으로 찾는 60대 지난해 탈모 환자 중 남성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린 연령대는 단연 30대(3만1630명). 취업과 결혼을 앞두고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면역체계가 약해지고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며 여성형 탈모, 원형탈모 등이 시작되는 40대 환자가 가장 많다. 50대부턴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 수를 앞지르기 시작한다. 환자 증가세는 60대가 가장 무섭다. 2010년 3369명이었던 60대 남성 환자는 지난해 5123명으로 무려 52.1%나 늘었다. 같은 기간 60대 여성 환자도 43.6% 늘었다. 30대 남성 환자의 증가폭이 19.2%였고 여성 환자는 오히려 3.8% 줄었던 점을 감안하면 60대 이상 탈모인 사이에서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다’라는 인식과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의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탈모 치료에 들인 1인당 진료비도 60대는 평균 128만6000원으로 30대(114만4000원)보다 많았다. 심우영 대한모발학회장(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탈모 치료 효과를 본 젊은 환자들이 늘어나자 어르신들도 병·의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 같다. 특히 배우자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고 느끼는 고령자들이 자신감 회복 차원에서 병원에 많이 온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함경북도 은덕군에서 나고 자란 이모 씨(53·여)는 탈북하기 전까지 치과를 구경해본 적이 없다. 이가 아프면 인근 불법 진료소를 찾아 마취도 하지 않고 이를 뽑는 게 가장 흔한 치료법이었다. 틀니나 임플란트는 상상도 못했다. 어금니를 하나 뽑으니 다른 치아들이 기울고 깨져 지난해 4월 탈북했을 땐 성한 이가 없었다. 이 씨는 결국 하나원에서 이를 10개나 뽑아내고 부분틀니를 했다. 이처럼 치아 일부를 상실한 채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가 3명 중 1명꼴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하나원은 2011∼2015년 탈북한 8395명 중 2943명(35.1%)이 임플란트, 틀니, 브리지 등 인공적으로 치아를 만들어주는 보철치료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탈북자의 73.8%는 40세 미만의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남아있는 고령자의 치아 건강 실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2년 구강검진 결과를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 한국인의 보철치료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탈북자들의 치아 상태가 나쁜 이유는 위생 관념이 부족하고 의료 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된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하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발치(拔齒) 위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군별로 1곳씩 있는 ‘구강전문병원’은 예약이 3, 4개월씩 밀려 있는 게 기본이고 의료 자재가 부족해 금 은 구리 등 보철 재료를 환자가 직접 구해가야 하는 탓이다. 하나원은 2010년부터 치아 상실 입소자 전원에게 무료로 보철치료를 하고 있지만 모든 탈북자가 수료 전에 치료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 치과의사 2명과 치위생사 3명 외에도 ‘열린치과봉사회’ 소속 의료진이 주말마다 하나원에 들러 진료하지만 심각한 상태의 환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의료원과 함께 신경치료와 임플란트 등의 시술에 탈북자 1인당 15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료를 받은 탈북자는 500여 명이다. 이현우 서울의료원 치과 과장은 “오랫동안 부실한 치아를 방치하다가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치과를 찾는 탈북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새누리당이 8일 가습제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 청문회를 포함한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청문회도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당정협의 직후 “검찰 수사가 끝난 뒤 필요하면 청문회를 우선적으로 하고, 여기서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정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는 정 원내대표 취임 뒤 첫 당정협의였다. 그동안 야권이 요구해 온 국회 청문회 개최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4·13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민생 현안에 선제공격을 해온 야당으로부터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당정은 생활화학제품의 위해성 관리 대책을 환경부가 아닌 국무총리실에서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 위해 우려 제품은 환경부,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산품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주무 부처가 나뉜 탓에 곳곳에서 위해성 사각지대가 드러나는 현 상황을 범부처 차원에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 밖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 기관을 국립중앙의료원 등으로 확대하고 △폐 이외의 장기 손상을 정부가 나서서 조사하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말까지 유럽연합(EU) 기준을 도입해 살생물제(생물체를 제거하는 제조물)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3당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면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에 대해선 “특별법으로 따로 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근본적 실효적 대처 방안을 담은 법 보완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자 조사와 판정을 빠르게 진행하고 유사 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책임 회피와 늑장 대응에 대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우리 당이 요구한 청문회와 법 개정 등을 수용한 것은 늦었지만 전향적인 자세로 평가한다”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홍수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지난달 26일 한 차례 조사를 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를 9일 오전에 재소환한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기 전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실험을 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 책임을 물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모 전 옥시연구소장과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인 세퓨를 유통한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전 대표 오모 씨도 9일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 유통 과정에서 피해를 방치한 외국인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임박했다. 검찰은 2005년 6월부터 5년간 옥시 한국법인을 이끈 존 리 전 대표(48·미국)와 2010년 5월부터 2년간 옥시 한국법인 대표를 지낸 거라브 제인(47·인도) 등 6, 7명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가습기 살균제 유통 과정에서 유해성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은폐하고 제품을 팔아 왔는지,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는지가 집중 조사 대상이다. 앞서 옥시레킷벤키저에서 뒷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57)는 7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돼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조 교수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출국 금지된 호서대 유모 교수(61)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PHMG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는 그러지 않은 이웃 일반 주민보다 폐 손상 위험이 1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2013년 PHMG로 인한 폐질환이 의심되는 환자 16명과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일반인 60명의 환경 요인과 건강 상태를 비교한 결과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결론을 2013년에 도출하고도 3년이 흐른 올 3월에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지난해에야 논문 작성이 끝나 올해 게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조건희 기자}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으로 분류된 베트남에서 귀국한 뒤 발진과 관절통 증세로 4일 병원을 찾은 A 씨(25·여)의 혈액과 소변에서 7일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A 씨는 국내 첫 여성 감염자다. 베트남 현지에서 모기에 물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귀국 후엔 헌혈하거나 모기에 물린 적이 없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A 씨는 4월 10일부터 베트남 호찌민 시에 있는 직장에서 근무해오다 이달 1일 귀국했고, 평소 앓고 있던 질환을 진료하기 위해 인천성모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측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신고했다. 방역 당국이 지난달 29일 베트남을 ‘스마트검역’ 대상 국가에 포함시킨 덕에 A 씨가 병원을 찾았을 땐 ‘위험국 방문’ 경고 메시지가 정상적으로 떴다. 정부가 거액을 들여 구축한 스마트검역 시스템이 작동한 첫 사례다. 현재 A 씨 상태는 양호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신경학적 증상 등을 관찰 중이다. A 씨가 지난달 13∼17일에 현지에서 만나 동행했던 지인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국내 1호 감염자(브라질)를 제외한 2∼4호 감염자 3명이 모두 동남아 국가(필리핀, 베트남)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점을 감안해 태국도 집중 감시 대상 국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