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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정부가 개인의 주택 매매를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 이후 금지됐던 사적 주택 거래가 52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이 조치는 올 4월 피델 카스트로 전 공산당 제1서기 자리에 오른 그의 막내 동생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경제개혁의 일환이다. 라울은 2006년 7월 피델이 장출혈로 퇴임한 뒤 사실상 후계자 역할을 해왔고 2008년 2월 국가평의회 의장에 공식 취임한 데 이어 4월 공산당 제1서기 자리까지 물려받았다. 라울 의장은 당시 300여 가지의 고강도 경제개혁 방안을 통과시켜 사회주의 시스템을 대폭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지난 달 초에는 자동차 거래도 허용했다. 쿠바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경제개혁안은 주택 매매 허용은 물론이고 △수년 내 공무원 100만 명 이상 감축 △식량배급제 폐지 △국영회사의 자율성 신장 △정부 지출 삭감 △외자 유치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라울 의장은 다만 경제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것을 의식해 “쿠바식 사회주의를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며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쿠바 사회의 시장경제화는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행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2010년 14만8000명으로 집계됐던 자영업자가 정부의 예상보다 빨리 33만3000명으로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세계경제포럼(WEF)이 1일 발표한 세계 성(性)평등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35개국 중 107위로 나타났다.. 순위는 리카르도 하우스맨 하버드대 교수, 로라 티산 UC 버클리대 교수, 사디아 자히디 WEF 연구원 등 3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정치 경제 보건 교육 등 4개 분야의 남녀 간 성 평등 상태를 지수로 산출해 작성했다. 한국의 성평등 지수는 0.6281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건강 및 생존권에서 78위, 정치적 파워 90위, 교육 성취도에서 97위였고, 경제참여 및 기회 항목에서는 117위였다. 2009년 115위였던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 104위로 상승했지만 올해 다시 세 계단 하락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적지 않아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의 건강 및 생존권 순위가 78위인데 비해 캄보디아 우간다 코트디부아르 레바논 등의 국가는 공동 1위로 최상위 점수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또 교육성취도 순위도 한국이 97위인 반면 도미니카 벨리제 말타와 같은 국가들이 공동 1위로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2005년에야 비로써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쿠웨이트도 이번 보고서의 성평등 순위에서 한국보다 상위에 올랐고,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조사대상 26개국 중 18개국이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한편 올해 조사에서 종합 1위는 아이슬란드였고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이 8위로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국가 부도 위기에서 헤매고 있는 그리스에서 지난 10년간 부정 수급자에게 지급된 공적연금이 70억∼80억 유로(약 10조7600억∼12조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80억 유로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3.5%에 이르는 액수다. 그리스 최대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재단(IKA)의 로베르토 스피로풀로스 국장은 10월 31일 이 같은 사실을 시인하며 “잘못 지급된 연금을 마지막 1유로까지 되찾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카티메리니 데일리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1년 인구조사 당시 그리스에서 100세를 넘는 인구는 1700명이 채 안 됐지만 2011년 현재 IKA에서 연금을 수령 받은 100세 이상 고령자는 9000명을 넘는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할 때까지 이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인의식이 실종된 그리스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웃 국가들이 구제금융 지원에 앞서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고 나서야 그리스는 연금 실태 조사를 벌였다. 스피로풀로스 국장은 이미 사망한 사람들에게 흘러 나간 연금의 일부는 친척들이 챙겼고, 일부는 은행 통장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8월 한 달 동안에만도 90세 이상 수급자 중 1473건의 부정사례를 적발했다”며 “낭비를 없애는 노력을 통해 이미 연금 재정에서 7억 유로 이상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나는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흘러온 역사 속에서 기독교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이 행해졌던 것이 사실임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 점에 대해 큰 수치심을 갖고 인정한다. 이는 분명히 기독교 신앙의 남용이며 기독교의 진정한 성격에 명백히 위배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7일 ‘평화를 위한 종교 간 기도 모임’에서 기독교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역사 속 폭력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를 표했다. 베네딕토 16세 직전 교황이었던 고(故) 요한 바오로 2세는 ‘갈릴레오 재판’ ‘마녀사냥’ ‘십자군 원정’ ‘아메리카대륙 원주민 학살’ ‘개신교 탄압’ 등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청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1986년 주도한 종교인 평화 모임 25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모임에서 베네딕토 16세는 “폭력과 전쟁, 테러리즘은 결코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며 신의 이름으로 모든 종교는 지구상에 정의 평화 용서 삶 그리고 사랑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진리의 순례, 평화의 순례’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아시시 성프란체스코 성당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도교 등 전 세계 종교 지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모임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전 세계 불교도를 대표해 연설했다. 모임에는 ‘비(非)신자’라는 타이틀 아래 불가지론(不可知論·절대자, 무한자, 신은 알 수 없다는 주장)자 4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이들에 대해 “전 세계에서 신앙은 없지만 진리를 희구하면서 하느님을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해 초대받았다”고 설명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31일경 지구 인구가 7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이날을 ‘인구 70억 명의 날’로 정했다. 60억 명을 넘은 지 13년 만이다. 수백만 년의 역사를 가진 인류가 10억 명에서 70억 명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7년이다. 세계 인구는 2025년에 80억 명, 2043년에 90억 명을 넘을 것으로 유엔은 전망했다. 선진국 인구 증가는 정체됐지만 개발도상국의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급격한 인구 팽창이 식량 주택 의료지원 환경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오늘은 리비아인 모두에게 특별한 날입니다.”리비아 과도정부를 대표하는 과도국가위원회(NTC)가 ‘40년 독재에서의 해방과 새로운 리비아의 출발’을 선포한 23일 수도 트리폴리는 흥분과 들뜸,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했다.시내 중심의 순교자광장은 해방 선포식이 열리기 2시간 전인 오후 3시경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노점상들은 과도정부의 국기와 모자, 스카프, 배지 등을 팔았다. 선포식이 시작되는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광장으로 향하는 중심가의 오마르 알모르타르 대로는 왕복 4차로 전체가 승용차로 가득 차 거대한 주차장이 됐다. 트리폴리에서 가장 번화한 대로 중 하나인 이 거리는 다행히 내전 기간에 전투가 심하게 벌어지지 않아 상가 대부분이 파손되지 않았다. 이날은 상가의 90% 이상이 문을 열었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옷가게와 화장품점이었다. 광장 바로 옆의 노점상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로 가득 찼다. 카다피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그래픽 처리한 사진들이 1디나르(0.7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금은방과 가방 가게가 집중돼 있는 광장 다른 한쪽의 무실거리 재래시장도 대목을 만났다. 한 보석상 주인은 “그냥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오늘은 그래도 행복한 날”이라며 웃었다. 광장 곳곳에서 카메라와 수첩을 든 동양기자를 본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어디서 왔느냐고 묻고는 반갑다거나 고맙다고 말했다. 광장 한쪽 편에서는 NTC가 낙타 두 마리를 도축한 뒤 요리해 이슬람의 전통적 호의 표시로 시민에게 나눠줬다.축하 행사의 막이 오르자 광장에 모인 10만 인파는 대형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두 살짜리 딸을 안은 여성 사르만 씨(42)는 광장 맨 앞에서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리비아” “알라”를 연신 외쳤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대형 연단 앞을 지키던 50여 명의 과도정부군 병사들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시민들과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같은 시간 반군의 수도였던 벵가지의 키시광장도 축제의 도가니였다. NTC를 대표해 압델 하피즈 고가 부위원장이 “머리를 높이 쳐들어라. 여러분은 자유 리비아인이다”라고 외치자 수만 명의 군중은 “리비아”를 연호하며 일제히 삼색 깃발을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카다피군과의 전투에서 숨진 가족과 친구의 사진을 높이 흔드는 군중도 있었다. 무스타파 압둘잘릴 NTC 위원장은 “새 리비아는 이슬람 국가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토대로 입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사들이 카다피가 하수구에 숨었다가 붙잡히고 혼란한 상황에서 살해된 사실을 빗대어 “그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넘겨질 것”이라고 조롱하자 여성들은 감격에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트리폴리와 벵가지를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축하행사는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수백 발의 축포 소리도 새벽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기쁨으로 가득 찬 축제 분위기가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기 권력을 향한 경쟁이 NTC 내부에서 이미 시작됐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500여 개 부족으로 분화된 리비아 내 분파 간 이권다툼까지 벌어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카다피가 생포된 뒤 사살된 것이나 카다피의 장례 절차가 연기되고 있는 것도 NTC 내 세력 간 갈등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전투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과도정부군 병사들이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이슬람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바니왈리드 남부 지역을 포위하고 있다고 과도정부군 지휘관이 23일 발표했다. 이슬람은 20일 수르트에서 도망쳐 이곳으로 숨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8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내전이 남긴 처참한 파괴도 리비아의 미래에 짙은 어두움을 드리우고 있다. 22일 기자가 방문했던 미스라타가 대표적이다. 리비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미스라타는 온통 폐허뿐이었다. 시내 중심가에 제대로 된 건물은 하나도 없었다. 3층 이상의 건물들은 모두 불타거나 부셔졌다. 3시간 넘게 차로 시내를 돌아다녔지만 문을 연 곳은 자동차 정비소와 문방구, 가구점이 전부였다.미스라타에서 트리폴리로 돌아오는 동안 크고 작은 검문소 17곳을 통과했다. 검문소마다 쌓여있는 대형 컨테이너 안에는 병사들이 가득했다. 한 검문소 옆에서는 불과 7∼8세밖에 안 돼 보이는 어린이들이 소총을 들고 숲 쪽을 향해 실탄을 쏘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병사 누구도 아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얼마를 달리다 보니 10∼20대 초반의 젊은이 수십 명이 빗자루와 수레 등을 끌고 부서진 도로 중앙분리대의 돌을 치우고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흡사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린 직후 젊은이들이 스스로 나서 거리를 청소하고 쓰레기를 치우던 모습과 같았다. 그들이 리비아의 미래이고 희망이었다.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58)이 남미 최초의 여성 재선 대통령이 됐다.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3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53.04%의 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1983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재선으로 남미를 대표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앞으로 3년 동안 여성 수장들이 이끌게 됐다.○ 압도적 재선 이룬 리더십 비결은?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데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주효했다. 우선 지난해 10월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의 사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에 불과해 경쟁자인 훌리오 코보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54.8%)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동정표가 몰리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지난해와 올해 9%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아르헨티나의 경제도 재선에 힘을 보탰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3분의 2는 콩, 광물 등과 같은 1차 산업품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의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올라 큰 수익을 얻었다. 마지막 요인은 포퓰리즘 정책이었다. 그는 300만 명의 아동에게 매달 50달러씩 보조금을 지불하고, 낙후 지역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무료로 나누어주는 정책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 파타고니아의 표범 vs 보톡스의 여왕페르난데스 대통령은 1989년 산타크루스 주 의원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정치가다. 남편의 사망 이후 “나는 정치를 혼자 못한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능력도 그의 이런 이력을 감안하면 특이한 게 아니다.그는 자신에게 반기를 들고 경쟁자로 돌아선 코보스 부통령을 철저하게 고립시켰고 비리 의혹이 제기된 측근은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드넓은 파타고니아 평원을 호령하는 표범에 빗대 ‘파타고니아의 표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하지만 이미지 정치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외모에 많은 신경을 써 ‘보톡스의 여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비난도 받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방문 중 11만 달러를 주고 구두 20켤레를 사 또 한 번 비난을 받았다.그의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률이다. 아르헨티나의 비공식 집계 실업률은 20%로 남미에서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높다. 연 25%에 이르는 인플레율과 도시 빈곤층 확산 등도 그가 넘어야 할 장벽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태국뿐만이 아니다.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유례없는 홍수로 신음하고 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에 따르면 19일 현재 태국 315명, 캄보디아 247명, 라오스 30명, 베트남 55명, 필리핀 98명 등 동남아 5개국에서 홍수로 745명이 사망했고 83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나흘 전 통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23일까지 사망자와 이재민 수는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태국의 홍수 사망자는 23일 현재 356명으로 늘었다.태국 수도 방콕은 21일 수도 사수를 포기하고 시를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의 북쪽 수문을 열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캄보디아에서도 북부에 내린 물폭탄이 반도의 남쪽으로 흘러내리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10년간 최악의 재해”라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동남아 5개국의 홍수 피해는 세계 제조업과 농업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엔은 20일 “계속되는 동남아 홍수가 인도적 대위기(humanitarian crisis)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아시아의 제조업 허브’로 부상한 이들 지역의 대규모 공단이 대거 물에 잠겨 산업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공장이 몰려 있어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리는 방콕의 나바나콘 공업단지는 침수돼 공장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또 베트남과 필리핀에 진출한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홍수 피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쌀 생산의 보고인 동남아 지역 농경지도 물에 잠겨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국은 전체 농경지의 12.5%가 침수됐고 캄보디아(12%), 라오스(7.5%), 필리핀(6%), 베트남(0.4%)에서도 농경지가 대거 물에 잠겼다. 태국은 전 세계 쌀 무역량의 31%를 차지하는 쌀 수출 1위국이고 베트남은 2위국이다. 유엔은 “주요 쌀 수출국의 농경지 침수로 식량 가격이 이미 상승하고 있다”며 “동남아 대홍수로 쌀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동남아 지역에는 최근 수년간 홍수와 이상추위, 가뭄 등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국제 기상학계에서는 이번 동남아 대홍수의 주범으로 올해 반세기 만에 가장 강력해진 라니냐 현상을 꼽고 있다. 라니냐 현상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경우를 말하는데 올해는 해수면 온도가 1.5도나 낮다. 지구 전체의 온도를 낮춘다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그 대신 동남아, 중남미 등의 일부 국가에 홍수와 같은 엄청난 자연재해를 불러오기도 한다.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7월 말부터 석 달 가까이 계속된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태국 수도 방콕마저 물속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태국 정부는 방콕을 사수하기 위해 홍수 방벽을 쌓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물이 쉴 새 없이 불어나 두 손을 들 수밖에 없게 됐다.수쿰판 빠리밧 방콕 시장은 21일 방콕 동북쪽의 돈므앙과 락시 2개 구역을 홍수경보 지역으로 지정했다. 20일 방콕 시내 동북부 7개 지역을 홍수경보 지역으로 지정한 지 하루 만에 2곳을 추가한 것이다. 태국 정부는 방콕이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대는 물론 죄수들까지 동원해가며 3m 높이의 홍수 방벽을 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2, 3일 뒤 80억 m³에 이르는 물폭탄이 방콕을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달 말 만조로 바닷물이 역류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는 방콕 시내를 가로지르는 운하의 수문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운하의 수문이 20일부터 일부 개방되어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이 범람하고 도로가 침수되는 등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짜오프라야 강이 넘치면 20일 현재 317명인 희생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홍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업단지가 몰려 있는 아유타야 주의 5개 공단과 방콕 최대 공단인 나바나콘 지역이 물에 잠기며 최근 일주일 동안 6533개의 공장과 기업이 문을 닫았고 26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홍수가 시작된 7월 이후 지금까지 문을 닫은 공장은 1만4254개이며 실직자는 66만 명에 이른다.가장 큰 피해를 본 공단 지역은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릴 정도로 자동차 조립 및 부품생산기지들이 집중돼 있다. 또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태국의 하드디스크 생산 지역이어서 전 세계 컴퓨터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의 고대 수도인 아유타야의 문화유적도 대거 물에 잠겼다. 이번 홍수로 인한 손실액은 6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태국이 홍수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폭우가 더 내리지 않더라도 방콕 시내에서 물이 빠져 수위가 정상을 찾는 데만 한두 달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야당은 구호·구조 작업을 위해 침수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잉락 친나왓 총리는 군부에 실권을 제공하는 비상사태가 자칫 쿠데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상사태 선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으로 지구촌에는 이제 대표적 장기집권 독재자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만 남게 됐다. 이들 중 살레 대통령은 올해 말 권좌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북한과 시리아의 독재자들은 아랍의 봄에 아랑곳없이 독재정권을 더욱 굳게 지킬 태세다. ○ 김정일 핵무기에 더 집착할 듯북한은 카다피의 사망 소식에 침묵하고 있다. 카다피가 시민군에게 죽었다는 소식이 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상상력을 안겨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북한은 2006년 12월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처형 소식을 18일이 지나서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짤막하게 보도했다. 따라서 북한은 카다피의 사망 소식도 뒤늦게 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후세인 보도 때와는 달리 “어리석게도 승냥이에게 환상을 가졌다가 물려 죽었다”는 논리를 앞세워 전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 나토군이 개입한 직후인 3월 2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리비아의 핵 포기 방식이란 바로 안전 담보와 관계 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얼려 넘겨 무장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방식”이라고 비난했다. 리비아는 2003년 핵무기 포기 선언을 했다. 따라서 카다피의 죽음이 북한을 더욱 핵무기에 매달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으로 북핵을 폐기시키기는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감시체계와 악독한 징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사 시위가 일어나더라도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진압될 것으로 보인다. 처한 위치에서도 리비아와 다르다. 핵무기와 막강한 재래식 무력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이라는 대국을 등에 업고 있다.김정일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후계자로 내세운 김정은에게 주민들은 물론이고 간부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어 자칫 국가통치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체제는 시민혁명보다는 점점 곪아 문드러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허울만 남았다 붕괴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불씨를 끌 수 없는 시리아시리아는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3000여 명을 학살하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리비아처럼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내전 상황 속에서 반군 측이 전멸위기에 몰렸던 리비아와는 달리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세력이 대치하는 양상이다. 타국의 시위사태에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또 시리아가 가진 중동에서의 영향력과 아랍세계의 지지, 40만 명의 막강한 병력 등도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전 세계를 공분하게 할 정도의 대학살이 벌어지지 않는 한 시리아 국민은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 독재정권과 싸워야만 한다.하지만 알아사드에게도 약점은 있다. 인구의 13%에 불과한 시아파에 의지해 73%의 수니파를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 큰 난제다. 오랜 종교 갈등은 그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시리아의 시위는 알아사드의 생각처럼 쉽게 끌 수 있는 불씨는 아니다.33년간 집권해온 예멘의 살레도 물러날 것이라고만 밝혔을 뿐 언제 어떤 방법으로 물러날지는 함구하며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사회주의 사상으로 철두철미하게 무장돼 있을 것 같은 북한이지만 돈 앞에서는 남한보다 더 부패했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말 그대로 ‘돈이면 만사 OK’인 셈이다. 남북 이산가족을 연결하며 서신 물품 돈을 운반하는 ‘풍산개’ 조직 역시 국경경비대 장교 및 각 지역 고위 공직자와 연결돼 있지 않으면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절차는 복잡하지만 돈만 주면 처리 속도는 예상외로 빠른 편이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송금하는 절차는 대략 이렇다. 북한과 연결된 중국 환전상을 찾아 돈을 보내면 중국 환전상은 액수를 확인한 뒤 북한에 있는 환전상에게 통보한다. 북한 환전상은 돈을 받을 가족을 대신해 국경을 오가며 심부름하는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건넨다. 상황에 따라선 심부름하는 브로커가 돈을 받을 가족을 직접 국경에 데려오기도 한다. 현재 중국과 북한 환전상, 심부름을 하는 북한 브로커가 10%씩을 챙기고 가족에게 70%를 주는 거래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2009년 화폐개혁 이후 국경 일대에 수시로 각종 검열대가 내려와 외부와의 연락선을 색출해 처벌하면서 가족이 70%를 다 챙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 탈북자는 “브로커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이제는 환전상이나 브로커가 약속보다 더 많이 챙기고는 오히려 ‘싫으면 딴 선을 찾아보라’며 배를 내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거래선을 가지고 환전상으로 변신한 북한 주민은 앉은 자리에서 송금 수수료를 챙기면서 돈을 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현지 보위부, 보안서(경찰), 검찰, 노동당 등 권력기관을 매수해야 한다. 중앙의 검열이 있을 때마다 일부는 시범 케이스로 체포되지만 대다수는 뇌물을 쓰고 빠져나간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거물 환전상으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이제 중앙에서 어떤 검열단이 내려와도 끄떡없다. 사방에서 그를 비호해주기 때문이다. 남북이산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철저하게 사상 무장이 된 고위 공무원도 돈만 되면 어떤 일이라도 하는 게 북한의 실상”이라고 귀띔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처음 무아마르 카다피의 생포를 주장하다 사망했다고 번복하면서 카다피의 사살 과정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NTC의 공식 발표는 카다피가 심한 부상을 입고 NTC 소속 병사들에게 체포된 뒤 이송 도중 사망했다는 것이다. NTC가 공개한 휴대전화 동영상에도 피투성이가 된 카다피가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병사들이 카다피의 몸을 앞뒤로 이리저리 돌리면서 살펴보는 가운데서도 카다피는 축 늘어져 미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추정해보면 카다피는 체포 당시 이미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 통신도 NT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가 도주하려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고 보도했다.카다피가 공습을 피해 달아나다 치명상을 입은 것인지, NTC 병사의 총격을 받아 숨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NTC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하지만 42년간 권력을 쥐고 있던 그가, 더구나 측근들과 지지자들이 가득한 고향에서 홀로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고 설명하기엔 석연찮은 점들도 있다.이에 따라 그의 죽음이 의도된 사살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당초 NTC는 카다피를 생포해 법정에 내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경우 NTC가 걸머쥐게 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카다피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직 리비아 내에 만만치 않은 세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아직 지지기반이 허약한 NTC는 이라크처럼 카다피 지지자들의 극단적 테러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재판 과정을 통해 카다피의 최후 진술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퍼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5월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을 때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미국이 그를 생포하지 않고 사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는 설이 힘을 얻기도 했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세 이하 유아를 겨냥한 교육용 영상 프로그램은 거의 효과가 없다고 미국 소아과학회(AAP)가 18일 밝혔다. 이 나이대에 TV에 노출될 경우 오히려 언어발달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증거도 일부 있다는 것이다. AAP는 이날 12년 만에 새로 발표한 권고문에서 TV 프로그램과 DVD들이 2세 이하 유아의 사회성과 언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AAP는 “부모들은 유아들에게 TV를 틀어주는 대신 말을 걸어주고 장난감으로 스스로 놀이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언어 및 문제 해결 능력, 창조적 사고를 키워주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AAP는 2세 미만 아이의 방에는 TV를 놓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어른들도 TV 시청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부모가 TV를 켜놓는 경우 84%가 아이들에게 말을 적게 건넬 뿐 아니라 새로운 단어를 쓰는 빈도도 74%나 떨어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주미 사우디아라비아대사 살해 미수 사건이 핵폭탄급 후폭풍을 가져올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살해계획의 배후인 이란을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조작극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미국 일부 언론도 정부의 발표가 믿기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판을 통한 진실공방이 어떤 결말을 맺느냐에 따라 미국과 이란 중 한 나라는 정권의 신뢰도에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 모두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이란을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시키고자 ‘최고로 엄격한 제재’를 모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이 사건에 개입된 이란 정부 인사는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도 “이란중앙은행(CBI)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며 “이란은 전례 없는 수준의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유엔 안보리에 항의서신을 보낸 데 이어 13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서 “서방이 국제적으로 ‘이란 혐오증’을 확산시키려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있다”며 대미 비난 강도를 높였다. 미국 CNN,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 등 서방의 주요 매체들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 정부와 특수부대가 이번 암살 계획에 개입됐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CNN은 이번 테러는 이란이 그동안 하던 방식이 아니며 계획도 너무 허술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가디언도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특수부대인 ‘쿠드스’가 그렇게 엉성하게 일을 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쿠드스’는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직속 부대로 해외에 이슬람혁명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됐다. 지금까지 수많은 테러에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물증을 남기지 않은 고도로 훈련된 최정예부대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매우 기분이 좋다. 아름다운 이곳이 마음에 든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있는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UWCiM)’의 학생이 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손자 김한솔 군(16)은 학교에서의 첫날인 13일 보스니아 현지 TV에 입학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날 모스타르에 있는 UWCiM 기숙사에 입주한 김 군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현지 TV에 촬영됐다. TV 카메라를 피하기는커녕 손을 흔들기까지 했다. UWCiM을 대표한 야스민카 브래디치 씨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한솔 학생이 학교에 도착했다”며 “김 군은 우리 학교에서 2년간 머무르며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군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달라”며 “그는 다른 모든 학생과 같은 보통의 학생이며 같은 조건하에서 똑같은 거주 여건과 음식을 제공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군의 UWCiM 입학은 학교네트워크의 본부인 UWC가 북한과 갖고 있는 특별 교육협력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김 군이 밝고 활달하게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발렌티나 민돌예비츠 UWCiM 교장은 “김 군이 보스니아에 좋은 인상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UWCiM은 보스니아 내전 때 피해를 많이 받았던 모스타르 지역의 재건과 화합을 상징하기 위해 2006년에 설립됐다. 본교인 UWC는 1962년 영국에서 개교한 기숙학교 형태의 국제학교로 현재 싱가포르 등 12개국에 분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군이 홍콩과 가까운 싱가포르에도 UWC 분교가 있는데 왜 굳이 보스니아 분교를 택했는지, 그리고 수많은 기숙형 국제학교 가운데 굳이 UWC를 고집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우선 재학생 중에 외교관, 다국적 기업 임원, 개발도상국의 주요 정치인 자녀들이 많은 UWC의 학생 구성이 김 군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교사나 학생들이 자신을 특이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김 군은 기숙사에서 첫 밤을 보낸 12일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민돌예비츠 교장도 “김 군을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또 홍콩에 있는 리포춘UWC 입학이 좌절된 뒤 UWCiM을 택한 것은 보스니아가 서방국이 아닌 데다 지방 도시에 있으며 외국 학생끼리만 폐쇄적인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알바니아 체코 코소보 중국 리비아 레바논 몬테네그로 이란 팔레스타인 등 비서구권 출신 학생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일각에선 김정남의 향후 계획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김정남은 내년에 마카오 생활을 청산하고 유럽으로 본거지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스티븐 코드링턴 전 리포춘UWC 교장은 “김한솔이 유럽 학교를 선택한 건 김정남의 동선과 관계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정남이 내년에 유럽에서 일하기로 했으며 김 군은 부모와 가까운 곳에서 학교를 다니길 원했다”고 말했다.반대로 김정남이 김 군을 홍콩UWC에 전학시켜 옆에 두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에선 입학허가를 내주지 않으니 일단 UWCiM에 입학시켰다가 자연스럽게 홍콩UWC로 전학을 하는 우회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김 군의 UWCiM 입학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북한 로열패밀리의 유학 관례를 따르지 않은 점이다. 성혜림의 소생인 김정남과 고영희의 소생인 김정철, 김정은 등 김정일의 아들들은 모두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 스위스는 중립국이며 치안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투쟁에서 패배해 신변 안전에 민감한 김정남은 아들이 스위스에 가면 감시를 받는다고 판단해 아들의 스위스 유학을 막았을 가능성이 크다.홍콩 당국이 김 군의 학생비자 발급을 막은 이유도 미스터리다. 리포춘UWC는 지난 7년간 북한에 학생 대표를 보내는 등 북한 학생 유치에 적극적이었고 학교 역시 김 군을 입학시키기 위해 이민국에 수차례 비자 발급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홍콩에 김 군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라고 요청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리비아 동부 벵가지의 한 대학에서 기술공학을 전공하는 22세의 대학생 무함마드 셈비시 씨. 그는 ‘소우트(Sowt)’라는 잡지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소우트는 ‘아랍의 목소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매주 12쪽 분량으로 발행돼 벵가지를 중심으로 3000여 부가 팔리는 이 잡지는 기술공학, 의학, 경제학 등을 전공하는 20대 초반 대학생 5명이 만들고 있다. 벵가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던 2월 셈비시 씨는 중심부 자유 광장에서 잡지에 실릴 기사 원고를 받는다는 내용의 홍보 전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잡지를 발행하는 데 들어갈 비용도 모금했다. 10일도 안 돼 수십 건의 기고와 8쪽 분량의 잡지 2000부를 발행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했다. 시민들의 도움에 힘입어 얼마 뒤 6쪽을 시민기사로 채운 창간호가 세상에 나왔다. 자유를 찾은 벵가지에 시민들이 직접 발행하는 언론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고 CNN방송이 12일 전했다. 8개월 사이 독립신문이 무려 120여 개나 생겨났다. 기자의 80%는 기술자다. 리비아의 원유 정제업의 중심지인 벵가지에서 지식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제 관련 기술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들에게 기사 쓰는 법을 가르치는 국제 자원봉사 단체도 여럿 있다. 한 자원봉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브델살람 도마 씨(25)는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만 초기 신문은 기사의 형식을 전혀 갖추지 않은 일기장 같았다”며 “기사 구조도, 정보도, 사례도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아마르 카다피를 단죄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는 벵가지에 온 외국 기자들의 통역관으로 따라다니며 외국 기자들에게서 기사 쓰는 법을 배웠다. 카다피 집권시절 리비아에는 신문이 불과 5개 밖에 없었다. 모두가 카다피의 철저한 어용지였다. 하지만 독재 정권이 붕괴된 뒤 리비아 전역에서 신생 언론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제작이 상대적으로 쉬우며 상세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신문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리비아의 이 같은 모습은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억눌렸던 곳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생색내기용 어용언론 몇 개만 허용하고 있는 북한에도 언젠가 이 같은 ‘신문의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북한 김정일의 장손으로 추정되는 김한솔(16·사진)이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12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도착했다고 현지 관리가 밝혔다. 사넬라 듀코비치 보스니아 국경 경찰 대변인은 김한솔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발한 항공편을 이용해 이날 오후 2시 20분 사라예보 공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듀코비치 대변인은 그가 보스니아 입국에 필요한 여권과 비자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외신들은 김한솔이 사라예보에서 남쪽으로 약 60km 떨어진 모스타르의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UWCiM)’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메리 무사 UWCiM 대변인은 지난주 “김한솔은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첫 번째 북한인으로 다른 학생들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말했다. 연간 학비가 2만5000달러(약 2895만 원)에 이르는 이 학교는 2006년에 세워졌으며 이스라엘 이란 팔레스타인 학생 등 34개국, 총 124명의 외국인 학생이 재학 중이다. 기숙사에서 3년간 생활한다.김한솔의 신분이 노출돼 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북한 전문가는 “신분과 얼굴이 다 공개된 상황에서 예정대로 학교에 나타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며 “사생활 노출을 극히 꺼리는 북한의 특성으로 볼 때 오래 다닐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우크라이나 법원은 11일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주역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50)에게 직권 남용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또 법원은 형기를 마치고도 3년 동안 공직을 맡는 걸 금지했으며 15억 그리브나(약 2223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티모셴코 전 총리가 2009년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계약에서 권력을 남용해 우크라이나에 손해를 끼친 것을 유죄로 판단했으며 검사 구형대로 7년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판사가 선고를 다 읽기 전에 일어나 기자들에게 “스탈린이 피의 숙청을 벌인 1937년의 억압이 우크라이나에 되돌아왔다”고 반발했다. 재판 후 그는 다시 구금시설로 돌아갔다. 그는 2009년 러시아와 천연가스 수입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즈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8월 5일 수도 키예프 교외의 구금시설에 수감됐다. 티모셴코 전 총리 측은 이번 재판이 지난해 2월 대선에서 자신에게 근소한 차로 승리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4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부정선거 시비 속에 티모셴코 전 총리와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 등이 주도한 오렌지 혁명으로 쫓겨났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력 야당 지도자인 티모셴코 전 총리의 총선과 대선 출마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이번 판결이 유럽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자유무역 및 정치연합과 관련한 조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여러 차례 친러파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친서방파인 티모셴코 전 총리를 박해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유럽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이번 판결이 최종 판결이 아니며 앞으로 항소심이 남았다”고 말했다. 수도 키예프에서는 티모셴코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몰려나와 경찰과 대치하는 등 정정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000년대 초반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는 여성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면적 11만 km²의 이 작은 나라는 서로 죽이고 또 죽이는 오랜 내전으로 인구 300만 명 중 3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런 와중에 전체 여성의 75%가 성폭행을 당했으며 실업률은 85%에 육박했다. 사람들은 외국으로 탈출하기에 급급했다. 2003년 그런 암흑 속에서 한 여성이 분연히 일어섰다. “여성들이여,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남자들과의 잠자리를 거부하자.” 이른바 라이베리아 ‘섹스파업’의 시작이었다. 섹스파업을 호소한 라이베리아 평화운동가 리머 보위 씨(39)는 장기 집권 중이던 찰스 테일러 당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 가나에서 열리는 평화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평화회담은 테일러 대통령의 사임과 민주선거로 이어졌다. 보위 씨의 노력으로 이뤄진 2005년 대선에서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다. 라이베리아에 민주화를 정착시키고 연평균 6%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72)이다. ▼ “성폭력-정치차별 방관말라”… 재스민혁명 지지도 ▼존슨설리프 대통령은 두 번의 투옥과 두 번의 해외 망명 등 고초를 겪으면서도 조국의 민주화와 여성인권 향상에의 꿈을 버리지 않은 의지의 여성이다. 여성인권 불모의 땅 라이베리아에서 고통 받는 여성의 마음에 희망과 용기의 싹을 틔워준 이 두 여성, 그리고 ‘재스민혁명’의 격류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싸우고 있는 예멘의 여성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인 타우왁쿨 카르만 씨(32) 등 3명이 올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여성인권 탄압 방관 말자” 메시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이들 아프리카 및 중동의 여성운동가 3인을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평화 구축 활동에 헌신하면서 여성들의 안전 및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비폭력적으로 투쟁했다”고 밝혔다. 올해 노벨 평화상의 메시지는 매우 명료하다. 지구촌이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지역 여성들이 감내하고 있는 열악한 인권 상황을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사회 모든 계층의 여성이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와 세계의 지속적인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 위원장인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노르웨이 총리는 “이번 평화상 수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아프리카와 이슬람권 여성들의 영향력 확대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프리카 및 무슬림권에서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여성의 역할에 관심이 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뒤집어 보면 아프리카 여성의 인권이 더는 방치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아프리카는 군인보다 여성이 더 위험한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난을 비롯한 성적 학대, 폭력, 질병 등에 여성들이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 성폭력 문제는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특히 심각해 2002년 통계에 따르면 소녀 4명 중 1명이 16세 이전에 성폭행을 당했다. 2004년 통계에서는 에이즈에 걸린 15∼24세 아프리카 사람 중 4분의 3이 여성이었다. 조혼과 성기의 일부를 자르는 할례의식도 여전히 전통처럼 남아 있다. 유엔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여성 중 25.3%가 15세 전에 결혼한다. 특히 서북부 암하라 지역의 경우 이 비율이 52.4%에 달해 세계에서 조혼 비율이 가장 높다.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은 2000년 이후 속속 여성의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사우디는 현재까지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치 않고 있다. ○ 재스민 혁명에 대한 간접적 시상 이번 노벨 평화상 수상자 후보에는 약 250명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이집트 시민혁명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전 구글 간부 와엘 고님 씨,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청년단체인 ‘4·6 청년운동’, 튀니지의 유명 블로거 리나 벤 멤니 씨 등이 자주 거론됐다. 그러나 노벨위원회는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카르만 씨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야글란 위원장은 “아랍의 봄 혁명을 아우르는 지도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시위를 촉구했던 수많은 블로거 중에서 찾기란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직 이집트 튀니지 예멘 시리아 등의 정권교체가 미완으로 남은 상태에서 만약 아랍의 봄에 단독으로 상을 수여했을 경우 불확실성과 논란의 소지가 너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예멘 민주화 시위의 촉발제 역할을 한 카르만 씨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함으로써 노벨위원회는 여성운동에 상을 주는 동시에 중동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노벨 평화상의 공적으로 간접 인정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카르만 씨는 아랍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던 고님 씨는 “카르만의 수상을 축하한다. 그녀는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축하를 보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각국의 여성운동은 노벨 평화상이라는 빛나는 영예를 안고 활동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한 ‘여성 인권의 불모지’ 아프리카가 가장 주목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시리아 정부군에게 잔인하게 고문당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져 ‘시리아의 꽃’으로 불리며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소녀가 살아 돌아왔다. ‘엠네스티인터내셔널’ ‘휴먼라이트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시리아 반정부 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달 23일 시리아 홈스에서 머리와 팔이 잘려나가고 피부가 벗겨진 참혹한 시신이 발견됐으며 이 시신은 자이납 알호스니 양(18·사진)으로 신원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시신을 확인한 알호스니 양의 어머니가 “내 딸이 맞다”고 증언했다는 설명도 곁들었다. 호스니 양은 오빠의 반정부활동을 막기 위한 인질로 7월에 시리아 보안군에게 끌려갔었다. 인권단체들의 발표 후 알호스니 양은 6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시리아 민주화 항쟁의 상징으로 급부상했다. 시위대는 알호스니 양을 ‘시리아의 꽃’으로 부르며 그의 사진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고, 국제사회는 소녀를 잔혹하게 고문 학살한 시리아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호스니 양은 5일 시리아 국영방송에 출연해 “오빠의 학대를 피해 집을 뛰쳐나와 현재 친척집에 머무르고 있다”며 “내가 참수됐다는 소문이 떠돌아 고심 끝에 TV에 나올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호스니 양의 오빠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동생이 분명히 맞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시리아 관영 언론들은 “서구 언론과 인권단체들의 거짓말이 드러났다”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국제인권단체들은 시신이 누구인지 밝히라는 성명을 냈다. 한편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은 3월 중순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뒤 지금까지 2900여 명이 당국의 유혈진압으로 학살됐다고 6일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