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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님의 재계약을 위해서 함께 뛰자고 선수들과 약속했다.” 1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이강철 KT 신임 감독(52)의 취임식에서 이숭용 단장(47)이 한 말이다. 내년 시즌부터 3년간 총액 12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에 계약한 이 감독은 KT의 제3대 감독이다. 초대 조범현 전 감독과 2대 김진욱 전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 단장의 말 속에는 ‘이번만큼은 팬들이 납득할 만한 성적을 올리겠다’는 의미가 들어 있었다. 이 감독은 “젊은 팀이기에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은 포스트시즌이다. 가을야구에 가야 좋은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성취감의 문제다. 팬들의 열정적인 성원에 꼭 보답하고 싶다. 그 보답은 가을야구뿐”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해태에서 10년 연속 10승을 거둔 이름난 언더핸드 투수였던 그는 넥센과 두산 등에서 투수코치와 수석코치 등으로 오랜 경험을 쌓았다. 그는 “그동안 모셨던 모든 감독의 장점을 모아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염경엽 SK 감독, 고교 후배인 김기태 KIA 감독, 대표팀 룸메이트였던 류중일 LG 감독 등과 인연이 깊다. 항상 도전하는 마음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야구 색깔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수가 야구를 주도적으로 하는 팀을 만들겠다. 선수들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스스로 강점을 끌어낼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다.” 취임식 직후 그는 팀이 훈련 중인 일본 미야자키로 떠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 우승(아시아경기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소하듯 내뱉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상이었다. 선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로 불린 대투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감독으로 야구 대표팀 금메달을 이끌었다. 선 감독을 증인으로 부른 이유는 대표 선발 과정에서 일부 선수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시종 목소리를 높였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근거 없는 의혹으로 선 감독을 몰아칠 뿐이었다. “연봉은 얼마나 받나” 등의 질문 뒤엔 “사과를 하거나, 사퇴를 하시라”고 소리쳤다. 애당초 이 건이 국정감사거리인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았다. 확실한 증거도 증언도 없었다. 일부 그런 여론이 있다는 게 선 감독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였다. 정치인인 손 의원은 선 감독을 국정감사에 불러들여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국 국가대표 감독으로는 사상 처음 국정감사 증인석에 선 선 감독은 수모를 견뎠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겠지만 고개를 숙였다. 그는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고, 금메달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시대의 정서를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로부터 10여 일 후.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국감장에 섰다. 증인은 정 총재였지만 내용은 또 선 감독이었다. 정 총재의 답변은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 손 의원이 “야구 국가대표에 전임감독제가 필요한가”라고 묻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 감독은 지난해 임명돼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팀을 맡기로 한 전임감독이다. 손 의원이 “선 감독이 TV를 통해 선수들을 관찰했다”고 지적하자 정 총재는 “그건 선 감독의 불찰”이라고 답했다. 손 의원의 비위는 맞췄을지 몰라도 선 감독의 가슴엔 비수처럼 날아든 말들이었다. 평소 TV를 통해 선수들을 관찰하는 선 감독은 정말 판단이 필요한 순간엔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을 지켜봐 왔다. 전임감독제 역시 전임 총재 시절 고민 끝에 나온 산물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선 감독을 보호하는 게 옳았다. 수장이 지켜주지 않는데 밑에 있는 누가 진심으로 그 사람을 믿고 따르겠는가”라고 했다. 선 감독은 2018 한국시리즈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14일 감독직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선 감독과 면담한 정 총재는 문을 막아서면서까지 만류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간의 행동과 발언을 생각하면 선 감독이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다. 선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9 프리미어12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사령탑을 잃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대표팀 감독직을 선뜻 떠맡을 적임자를 찾기 힘들 수도 있다. KBO는 “현재로선 아무 대책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누구나 안다. 선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마땅합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한국 스포츠는 또 한 명의 영웅을 떠나보냈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SK는 최강이라던 두산을 꺾고 8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연장 13회 끝에 한동민의 결승 홈런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한국시리즈 6차전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그런데 SK 관계자들이 우승의 발판이 되었다고 꼽는 경기는 따로 있다. 2일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다. 이날 경기도 플레이오프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경기로 평가된다. 플레이오프 사상 가장 늦은 시간인 오후 11시 24분에 끝났다. 주인공은 역시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린 한동민이었다. 이날 이겼기에 SK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SK는 9-4로 앞서다 9회초 5점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이때 SK 벤치는 단체로 충격에 빠졌다. 경기 흐름이 단숨에 넥센으로 넘어갔다. SK 손차훈 운영팀장은 “모든 선수가 ‘이제 졌다’고 느낄 때 유일하게 한 선수가 나섰다. 베테랑 박정권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정권(37·사진)은 공수교대에 앞서 더그아웃 미팅을 소집했다. 멘털(정신력) 붕괴에 빠진 선수들에게 그는 “동점은 됐지만 승리는 우리 것이다. 넥센은 이미 모든 투수를 다 썼다. 연장에 가면 무조건 우리가 이긴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SK는 10회초 1점을 더 내줘 9-10으로 뒤졌다. 하지만 박정권의 예언이 현실이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8회부터 등판한 넥센 신재영의 구위가 떨어졌지만 바꿀 만한 투수가 없었다. 10회말 선두 타자 김강민은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한동민이 끝내기 홈런을 쳤다. 기적처럼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SK 선수들은 자신감과 여유를 갖고 경기를 즐겼다. 박정권은 4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나이만 많다고 고참이 아니다. 야구장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 후배들 덕분에 한국시리즈에 오게 됐다. 8년 만의 우승도 후배들 덕분이다.” SK의 가을을 가장 빛나게 만든 선수의 겸손한 소감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SK의 최종 승리로 마무리된 한국시리즈 6차전은 12일 밤 12시 가까이 되어서야 끝났다. SK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13일 오전 미국으로 돌아가는 트레이 힐만 감독(55)을 대신할 새 수장을 발표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양복 차림으로 SK 단장직을 수행했던 염경엽 전 넥센 감독(50)이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힐만 감독을 도와 팀의 한국시리즈 제패에 힘을 보탰던 염 감독이 다시 현장 사령탑으로 돌아온다.○ 최고 대우 안긴 구단 계약 조건은 파격적이다. 3년간 계약금 4억 원에 연봉 7억 원 등 총액 25억 원이다. KBO리그 10개 팀 감독 가운데 최고 연봉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다른 팀 감독과 비교해도 후하다. 삼성을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말 LG와 3년 21억 원에 계약했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김태형 두산 감독도 2016시즌 후 3년 20억 원에 사인했다. 지난해 KIA의 통합우승을 이끈 김기태 감독의 계약 조건도 3년 20억 원이었다. 넥센 시절이던 2014년 말 염 감독은 3년 14억 원에 계약했다. 그만큼 SK가 ‘감독’ 염경엽에게 거는 기대치가 크다. SK는 “우리 팀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분석력과 실행력 등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검증돼 있다”며 “2년간 단장으로 재임하며 SK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새 왕조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지난 2년간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톱타자 노수광, 왼손 투수 김택형, 내야수 강승호 등을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이들은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염 감독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구단, 선수단,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독 2기에선 우승할까 선수 염경엽은 초라했다. 통산 타율이 0.195에 불과한 백업 내야수였다. 은퇴 후에는 현대와 LG 등에서 매니저와 운영팀 과장, 운영팀장 등 프런트로 일했다. 2013년 넥센 감독이 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감독 첫해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염갈량’으로 불렸다. 2014년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삼성에 패하면서 우승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6년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 진 뒤에는 계약 기간 1년을 남겨두고 자진 사퇴했다. 이장석 전 대표와의 마찰이 결별 이유였다. 이후 SK 단장으로 고향인 인천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힐만 감독이 투병 중인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한 번 지휘봉을 잡게 됐다. “고생길이 열렸다”는 그의 말처럼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선수들은 지난 2년간 힐만 감독의 ‘무한 긍정’ 리더십에 익숙해져 있다. 제1선발을 맡았던 켈리도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염 감독은 “힐만 감독님이 우승했으니 나도 우승을 해야 한다. 좋았던 점을 이어받아 좋은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15일 감독 이·취임식에 참석한 뒤 16일 마무리 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 가고시마로 건너갈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SK 선수들은 11일 오후 유니폼 차림으로 SK 인천행복드림구장에 집합했다. 이날은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리는 서울로 이동하는 날이라 경기나 훈련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다. 유니폼을 입을 필요도 없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유니폼을 입은 이유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55)을 위해서였다. 힐만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투병 중인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올 시즌을 끝으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은 지난 2년간 때론 아버지, 때론 형님 같았던 힐만 감독에게 추억을 선물하기로 했다. SK의 안방 인천행복드림구장에서의 ‘이별 기념사진’이 그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분위기가 우울하진 않았다. 힐만 감독은 평소처럼 농담을 던졌다. 몇몇 선수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들의 마음은 이튿날인 12일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SK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에 터진 한동민의 역전 결승포에 힘입어 두산을 5-4로 꺾었다. 전날까지 3승 2패로 앞서던 SK는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4번째 승리를 따내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7년과 2008년, 2010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우승이다.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두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 한일 프로야구 최초 제패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1승 4패 또는 2승 4패로 SK의 열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럴 만도 했다. 정규시즌에서 2위를 차지한 SK는 선두 두산에 무려 14.5경기 차로 뒤졌다. 상대 전적에서는 8승 8패로 동률이었지만 기본 전력 차가 커 보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SK는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힐만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힐만 감독은 정규시즌에 주로 2군에 머물던 베테랑 박정권을 엔트리에 포함시킨 뒤 중심 타선에 배치했다. 또 다른 베테랑 김강민에게는 톱타자의 중책을 맡겼다. 큰 경기일수록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강민은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0.429, 3홈런, 6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때렸던 박정권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투수 쪽에서는 정규시즌 때 주로 선발 투수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산체스를 중간 계투로 돌린 승부수가 주효했다. 빠른 공을 가진 산체스는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무실점으로 호투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승리 투수가 됐다. SK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힐만 감독은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등 2개 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역대 최초의 사령탑이 됐다. 힐만 감독은 2006년 니혼햄을 일본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바 있다.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힐만 감독은 한미일 구단 지휘봉을 모두 잡은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 김광현의 4번째 우승반지 이번 한국시리즈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SK는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4.67) 팀이었고, 두산은 팀 타율 1위(0.309)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은 역시 ‘투수 놀음’이었다. SK 투수진은 거의 매 경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특히 왼손 투수 김태훈, 오른손 투수 정영일의 필승 계투조는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김태훈은 플레이오프에서는 무실점, 한국시리즈에서는 단 1실점을 기록했다. 정영일 역시 파워 피칭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SK 토종 에이스 김광현은 6차전 팀이 5-4로 앞선 연장 13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SK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김광현은 10일 5차전 때 3개의 우승반지를 야구장에 가져왔다. 김광현은 “2007년 조웅천 코치님이 현대 시절 반지를 들고 오신 적이 있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3개를 다 가지고 왔다”며 웃었다. 김태훈은 김광현의 우승반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에이스님이 우승반지를 끼고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다니신다”라는 글을 올렸다. 팀 선배 김광현을 장난스럽게 에이스님이라 부르는 김태훈은 이날 “광현이 형이 ‘부럽지?’라고 묻길래 ‘만수르보다 부럽다’고 했다”며 웃었다. 그 소중한 우승반지를 김태훈도 가지게 됐다.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KBO리그에서 가장 배트를 짧게 쥐는 타자다. 방망이를 쥔 양손은 노브(배트 끝에 달린 둥근 손잡이)에서 15cm가량 떨어져 있다. 방망이의 3분의 2 정도만 이용하는 극단적인 그립이다. 올해 정규시즌 막판 경찰청에서 전역한 뒤 두산으로 돌아온 정수빈은 “난 원래 홈런 타자가 아니다. 경찰청에서 뛰면서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짧게 쥔 배트가 내게 제일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훨씬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9년 두산에서 데뷔한 정수빈이 올해까지 10년간 친 홈런이 통산 19개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인 그로서는 최선의 생존법을 찾은 셈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그는 “홈런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을 구해낸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정수빈의 홈런 한 방이었다. 두산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선발 린드블럼의 호투와 8회에 터진 정수빈의 역전 2점 결승포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3차전까지 1승 2패로 뒤지던 두산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2승 2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하루 전 내린 비 때문에 이날 양 팀 에이스 맞대결이 성사됐다. 예정대로 왼손 에이스 김광현을 등판시킨 SK와 달리 두산은 당초 예고했던 이영하를 외국인 에이스 린드블럼으로 교체했다. 두 선발 투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품 투수전을 벌였다. 김광현은 6이닝 6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고, 린드블럼은 7이닝 3안타 10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7회까지 양 팀의 득점은 3회 SK 김강민의 적시타로 얻은 한 점이 유일했다. SK가 3승 고지를 밟으며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예약하는 듯 보였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 투수 산체스를 7회부터 투입하며 승기를 굳히려 했다. 극적인 반전은 8회초 두산의 공격 때 일어났다. 1사 1루에서 정수빈은 산체스의 4구째 빠른 직구(시속 153km)에 간결한 스윙을 했다. 그런데 방망이 중심에 맞은 타구가 쭉쭉 뻗어가더니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비거리는 110m.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정수빈은 두 팔을 벌려 환호했고, 산체스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경기 초반 잇단 득점 찬스를 놓치며 끌려가던 두산은 정수빈의 홈런 한 방으로 기사회생했다.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정수빈은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산은 2-1로 앞선 8회말부터 마무리 투수 함덕주를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함덕주는 한국시리즈 2세이브째를 따냈다. 지난 3경기에서 무려 5개의 실책을 범했던 두산 수비진은 모처럼 제 모습을 찾았다. 3회 3루수 허경민은 SK 김동엽의 좌익선상 땅볼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 후 안정적인 송구로 아웃시켰고, 8회에는 1루수 류지혁이 한동민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5차전은 1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두산은 후랭코프, SK는 박종훈이 선발 등판한다. 인천=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우리다운 수비 나와 더욱 자신감”▼ △두산 김태형 감독=(정)수빈이가 생각도 못 하게 정말, 정말…. 사실 맞는 순간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한동민이 따라가서 잡히는 줄 알았다. 7회 린드블럼이 지친 느낌이었는데 (양)의지가 공이 괜찮다고 해서 더 맡겼다. 두산답게 수비를 잘했다. 선수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것이라 기대한다. 좋은 분위기로 안방인 잠실까지 가게 돼서 다행이다. ▼“3회 만루기회 놓쳐 못내 아쉬움”▼ △SK 힐만 감독=3회말 만루 기회에서 점수를 못낸 게 아쉽다. 타선이 너무 긴장한 것 같다. 좀 더 집중력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광현의 투구 수(90개)를 봤을 때 7회 올릴 생각은 없었다. 산체스가 정수빈에게 맞은 홈런은 공이 한가운데로 몰렸다. 그 실투가 아쉽다. 오늘 두산 수비가 좋았다. 김동엽, 한동민의 안타성 타구를 잘 막았다.}

누구를 위해 비가 내렸을까.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산-SK의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이 비로 인해 순연됐다. 오전부터 날씨와 경기장 상태를 관찰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오후 4시경 우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한국시리즈 역대 8번째 우천 취소다. 전날 오후 11시부터 인천에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은 이날도 내내 그치지 않았다. 4차전은 9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 반부터 열린다. 5∼7차전 또한 하루씩 연기된다. 4차전 티켓을 예매한 관중은 별도의 변경 절차 없이 9일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다. 전날 로맥, 이재원의 홈런포 세 방을 앞세워 두산을 ‘녹다운’시킨 SK로서는 다소 아쉬운 비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앞세워 전날 기세를 이어가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올 시즌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두산을 상대로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1.99로 강했다. SK행복드림구장에서 9월 8일 한 차례 패전을 떠안았지만 6과 3분의 2이닝 1자책(2실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내용은 좋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휴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우천 취소가)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식이 도움 될 만한 선수로 3차전에서 1과 3분의 2이닝 무실점(투구수 35개)을 기록한 필승조 김태훈 정도를 꼽았을 뿐이다. 힐만 감독은 9일에도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해 1승 2패로 궁지에 몰렸던 두산에는 반가운 비다. 전날 경기 직전 4번 타자 김재환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패배까지 당한 두산은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두산은 8일 선발로 예고한 신예 이영하 대신 에이스 린드블럼으로 선발을 변경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 등판했던 린드블럼은 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으나 한동민, 박정권에게 홈런을 맞는 등 5실점을 하고 패전을 떠안았다. 가을야구 선발 경험이 없는 이영하보다 올 시즌 15승을 거둔 에이스 카드로 배수진을 쳤다. 만약 김광현-이영하 카드로 경기가 열려 패했다면 1승 3패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할 수 있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비가 양 팀의 운명을 바꾼 대표적인 경기는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꼽을 수 있다. ‘최동원 시리즈’로 회자되는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에이스 최동원은 1, 3, 5, 6차전에 등판해 3승 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7차전 당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최동원은 하루를 쉰 뒤 7차전 선발로 등판해 완투승을 거둘 수 있었다. 최동원은 전무후무한 단일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두산도 한국시리즈 우천 취소의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1년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은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삼성과의 1차전에서 패했다. 2차전을 앞두고 비가 내려 두산은 휴식을 가졌는데, 이 덕분에 2∼4차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해 두산은 4승 2패로 정상에 올랐다. SK도 좋은 기억이 있다. 두산을 상대한 2009년 플레이오프와, 롯데와 벌인 2011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 번이나 비 덕분에 뒤지던 경기가 ‘노게임’ 선언됐다. SK는 이후 두 차례 모두 이겨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힐만 감독은 “여러 상황에 대한 대비는 된 상태다. 코치들과 상의해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배중 wanted@donga.com / 이헌재 기자}

9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는 2018 미일 야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이 이끄는 일본 팀은 메이저리그 올스타팀과 도쿄와 히로시마, 나고야를 돌며 6경기를 치른다. 대회를 앞두고 가장 화제가 되는 선수는 소프트뱅크 포수 가이 다쿠야(26)다. KBO리그의 신고 선수와 비슷한 육성 선수 출신인 가이는 이달 초 끝난 히로시마와의 일본시리즈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그가 MVP가 된 이유는 ‘가이 캐넌(Kai Cannon)’이라 불리는 송구 능력 덕분이었다. 일본시리즈 6경기 동안 그는 타율 0.143에 단 1개의 타점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무려 6차례나 2루로 뛰던 주자를 잡아내는 강한 어깨를 자랑했다. 역대 일본시리즈 최다 연속 도루 저지 신기록이었다. 가이는 올해 정규시즌에서도 도루 저지율 1위(0.447)에 올랐다. 가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6일 그의 도루 저지 장면을 동영상으로 소개하며 “가이의 도루 저지는 가장 강력한 수비 방식 중 하나”라고 칭찬했다. 7일 후쿠오카 야후오크 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이는 “주자가 뛰면 잡아내면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 대표팀에는 올해 45도루로 아메리칸리그 이 부문 1위에 오른 위트 메리필드(캔자스시티)가 포함돼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46)은 올해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에서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투수 교체만 했다 하면 번번이 실패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다저스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1승 4패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보스턴에 넘겨줬다. 특히 잘 던지던 선발 투수를 조기 교체한 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2차전 선발 류현진을 5회 도중 바꿨는데 앞서던 다저스는 그 경기에서 역전패했다. 왼손 타자가 들어서면 왼손 투수를, 오른손 타자에겐 오른손 투수를 기용하는 ‘좌우 놀이’도 큰 비난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다저스가 역전패한 뒤 “왜 감독이 7이닝 내내 경기를 지배한 투수를 내리고 잔뜩 긴장해 결국 두들겨 맞은 중간계투를 올렸는지 모르겠다. 크나큰 실수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2년 연속 준우승으로 마감한 뒤 로버츠 감독은 “내년 월드시리즈에서는 축하받고 싶다”고 말해 다저스 팬들의 빈축을 샀다. 비난 여론과 구단 수뇌부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미국 언론들은 7일 다저스가 로버츠 감독과 4년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로버츠 감독은 2015년 말 다저스와 ‘3+1년’ 계약을 했다. 올해로 보장된 3년 계약은 끝났고, 내년 시즌엔 구단의 옵션 행사가 남아 있었다. 다저스는 옵션 행사 대신 4년 연장 계약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연봉도 올해 100만 달러 내외에서 3배가량으로 뛴 3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츠 감독은 정규시즌에선 좋은 성적을 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287승 200패를 거뒀다. 사령탑 부임 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최초의 다저스 감독이다. 토미 라소다 전 감독에 이어 40년 만에 팀을 2년 연속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로버츠 감독이 거둔 승률(0.589)은 찰리 드레슨 전 감독(1951∼1953년)의 승률 0.642 다음으로 높다. 한편 파르한 자이디 다저스 단장(42)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사장으로 옮겼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 두산 에이스로 거듭났지만 조쉬 린드블럼(31·사진)은 2015년 롯데에서 KBO리그에 데뷔했다. 2017년까지 롯데에서 활약하면서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린드블럼이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 최동원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사단법인 최동원기념사업회는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BNK부산은행 최동원상’ 수상자로 린드블럼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최동원 전 감독을 기려 2014년 제정된 최동원상은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지난해까지는 한국 투수를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부터 외국인 선수도 포함했다. 최동원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린드블럼이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수상자가 돼 기쁘고 반갑다”고 말했다. 린드블럼은 올 시즌 15승 4패, 평균자책점 2.88의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KBO리그의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이다. 시상식은 11일 오전 11시 부산 남구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다.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9시즌부터는 키움 히어로즈(?).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서울 히어로즈가 키움증권을 새 메인스폰서로 맞아들였다. 히어로즈 구단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키움증권과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구단 명명권)를 중심으로 한 메인스폰서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내년부터 2023년까지 5년이며, 금액은 연간 100억 원 수준이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 구단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스폰서 계약으로 팀을 운영한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은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였다. 팀 이름도 넥센 히어로즈라 불렸다. 히어로즈 구단과 키움증권은 내년 1월 메인스폰서십 출범식을 열고, 그 자리에서 팀 이름을 비롯한 기업이미지(CI)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후(20)와 안우진(19)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히어로즈는 올 시즌 4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SK에 져 시즌을 마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첫 경기에서 졌지만 괜찮아요. 한국시리즈는 4번 먼저 이기는 팀이 우승하잖아요. 3번 져도 4번 이기면 돼요.” SK-두산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이 열린 5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타격 훈련을 마친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하루 전인 4일 열린 1차전에서 두산은 에이스 린드블럼을 선발로 올리고도 3-7로 졌다. 7안타와 9볼넷으로 3점밖에 얻지 못했을 정도로 경기 내용이 나빴다. 하지만 올해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선수들은 좀처럼 동요하지 않았다. 경기 전 훈련 때 선수들은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 최우수선수(MVP)였던 정수빈은 “한두 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게 아니지 않나. 경험 많은 우리 선수들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법을 안다”며 “201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첫 경기를 진 뒤 내리 4경기를 이겼다”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1차전 때 경기 감각 회복에 애를 먹었던 두산 선수들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산은 선발 투수 후랭코프의 호투와 2점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최주환 등을 앞세워 SK를 7-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두산은 3회말 정수빈의 빠른 발을 앞세워 선취점을 얻은 게 컸다. 1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의 땅볼 타구는 유격수 김성현의 정면으로 향했다. 타구 속도가 빨라 병살타로 연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정수빈의 발이 공보다 먼저 1루를 밟았다. 그사이 3루 주자 오재일이 소중한 첫 득점을 올렸다. 1차전처럼 선취점을 뽑지 못했다면 두산 선수들은 쫓기면서 초조하게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무난히 첫 점수를 뽑으며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4회말에는 양의지의 적시타와 최주환의 2점 홈런으로 스코어를 4-0으로 벌렸다. 7회초 3루수 허경민의 실책이 빌미가 돼 4-3으로 쫓겼지만 8회말 양의지와 최주환의 적시타 등으로 3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서는 올해 KBO리그 최다승 투수 후랭코프의 호투가 빛났다. 정규시즌에서 18승(3패)을 거둔 후랭코프는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SK 타선을 6과 3분의 2이닝 5안타 2볼넷 3실점(1자책)으로 틀어막았다. 정규시즌 한 경기 최다 삼진이 9개였던 그는 이날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도 그에게 돌아갔다. 4-3으로 앞선 8회초 2사 1루에서 등판한 두산 마무리 투수 함덕주는 1과 3분의 1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수확했다. 양 팀의 3차전은 7일 오후 6시 반 인천 SK행복드림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두산 이용찬, SK 켈리가 선발로 나선다.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

SK 외야수 한동민은 지난주 금요일을 뜨겁게 달궜다. 2일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0-10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쳐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한동민의 홈런 장면과 홈런 세리머니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한동민은 이틀 전 홈런의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듯했다. 한동민은 “끝내기 홈런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다”며 “아마 영상 조회 수의 3분의 1은 내가 올렸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동민은 이날 시작된 한국시리즈에서는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한동민은 1회초 무사 1루에서 두산 선발 린드블럼의 2구째 몸쪽 낮은 컷 패스트볼(시속 140km)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SK는 이날 한동민의 선제 2점 홈런과 6회초 박정권의 역전 결승 2점 홈런 등으로 7-3으로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은 34회 중 25차례(73.5%)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SK로서는 예상을 뛰어넘은 승리였다. 정규시즌 2위 SK는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를 치르면서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다. 특히 2일 5차전에 에이스 김광현과 외국인 투수 켈리를 투입하는 바람에 한국시리즈 1차전은 3선발인 박종훈이 선발 등판해야 했다. 이에 비해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은 컨디션을 점검하며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1차전 선발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에이스 린드블럼이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정반대였다. SK가 매끄럽게 경기를 풀어간 반면 두산은 20여 일간의 실전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SK는 한동민과 박정권의 홈런 두 방이 결정적이었다. 한동민의 선제 홈런으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온 SK는 2-3으로 역전당한 6회초 박정권의 우월 2점 홈런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도 효과를 봤다. 선발 투수 박종훈을 5회 도중 교체했고, 산체스에게도 1과 3분의 2이닝밖에 맡기지 않았다. 왼손 중간계투 요원 김태훈은 7회부터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9회 마운드에 오른 정영일도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3-4로 뒤진 7회말 무사만루 찬스를 놓친 건 두고두고 아쉬웠다. 오재일이 삼진으로 물러난 데 이어 김재호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이에 앞서 6회말에는 허경민의 번트 실패와 오재원의 도루 실패가 이어졌다. 두산은 안타 7개와 볼넷 9개를 얻고도 3득점에 그쳤다. 잔루는 11개나 됐다. 9회에는 1루수 오재일의 송구 실책이 빌미가 돼 2점을 더 내줬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1차전을 잡았다는 건 좋은 의미다. 다음 경기도 역시 이기고 싶고, 마지막 경기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올해 포스트시즌 들어 모처럼 만원 관중(2만5000명)을 기록했다. 양 팀의 2차전은 5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SK는 문승원을, 두산은 후랭코프를 선발로 예고했다. 이헌재 uni@donga.com·임보미 기자}

“아직도 궁금한 게 많고, 해보고 싶은 게 있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밝았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2개나 갖고 있는 김병현(39)이 호주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호주야구리그(ABL) 멜버른은 29일 구단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질롱은 코리아 팀을 갖고 있지만 우리 팀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국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월드시리즈 영웅 김병현을 환영해 달라”라며 그의 영입 사실을 알렸다. 199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에 입단한 김병현은 2001년 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2004년 보스턴에서도 우승 반지를 받았다. 2010년까지 미국에서 뛰었던 그는 2011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 잠시 몸담았다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KBO리그 넥센과 KIA 등에서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11승 23패, 5홀드, 평균자책점 6.19다. 2017년 말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기도 한 김병현은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은퇴한 줄 알고 있지만 내 입으로 은퇴를 얘기한 적이 없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스포츠 정신이다. 새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병현은 올해 모교인 광주일고의 투수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는 틈틈이 개인 훈련을 해왔다. 그는 “예전의 좋았던 피칭을 어느 정도 찾았다. 선발 투수로 긴 이닝을 던지진 못하겠지만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호주야구리그에는 구대성 감독을 사령탑으로 한국인 선수로 구성한 질롱 코리아와 일본과 대만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오클랜드 등 8개 팀이 참가한다.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팀당 40경기씩을 치른다. 질롱 코리아에는 올해까지 KIA에서 뛰었던 투수 김진우와 이재곤(전 롯데), 장진용(전 LG) 등 KBO리그 출신이 대거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월드시리즈 선발 투수로 등판했던 류현진(31·LA 다저스·사진)의 꿈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다저스가 29일 열린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1-5로 패하면서 류현진의 시즌도 마감됐다. 이날 다저스가 이겼다면 류현진은 31일 원정 6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시즌 종료와 함께 류현진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2013년부터 다저스와 맺은 6년 3600만 달러(약 411억 원)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다저스에 잔류할 수도,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검증된 왼손 선발 투수다. 어깨 및 팔꿈치 수술로 2015년과 2016년을 거의 뛰지 못했지만 통산 40승 28패, 평균자책점 3.20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활약했다. 시즌 초반 당한 사타구니 부상으로 3개월가량 재활에 매달려야 했지만 8월 중순 복귀 후 팀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류현진은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는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제치고 먼저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건강하게 시즌 150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2013, 2014년 2년밖에 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은 ‘빅 피처 투수’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밀워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2경기와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1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버티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현지에서는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퀼리파잉 오퍼는 구단이 FA 자격을 얻은 소속 선수에게 메이저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2019시즌 약 204억 원)을 제시해 1년간 보유하는 제도다. 거액 계약은 쉽지 않아도 합리적인 수준의 다년 계약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팬사이디드는 28일 워싱턴의 내년 시즌 전력 보강을 다루면서 류현진의 가치를 연간 700만∼1000만 달러(80억∼114억 원)로 평가하기도 했다. 류현진의 향후 행선지는 스토브리그의 막이 오른 뒤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가 그의 계약을 담당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에게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는 악몽 그 자체다. 투수 교체만 했다 하면 어김없이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전문가들과 팬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4차전에서도 악몽은 반복됐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경기는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 이후 뒤집히고 말았다. 4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9로 역전패한 다저스는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벼랑 끝에 서게 됐다. 다저스는 하루 전 3차전에서 연장 18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맥스 먼시의 끝내기 홈런으로 3-2,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역대 월드시리즈 최장 이닝(18이닝)과 최장 시간(7시간 20분) 경기 끝에 거둔 소중한 첫 승이었다. 이날도 경기 중반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0-0으로 팽팽하던 6회말 상대 실책과 야시엘 푸이그의 3점 홈런을 앞세워 4점을 먼저 얻었다. 하지만 4-0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서 선발 투수 리치 힐을 교체하면서 흐름이 급변했다. 구원 투수 스콧 알렉산더는 브록 홀트에게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사 1, 2루에서 등판한 라이언 매드슨은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대타 미치 모얼랜드에게 우월 3점포를 얻어맞았다. 매드슨은 1차전과 2차전에서도 연달아 적시타를 맞았던 투수다. 8회에는 믿었던 마무리 투수 켄리 얀선이 스티브 피어스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얀선은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기세가 오른 보스턴은 9회초 대타 라파엘 데버스의 결승타와 피어스의 3타점 싹쓸이 2루타 등으로 대거 5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다저스는 9회말 키케 에르난데스의 2점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3승(1패)째를 거둔 보스턴은 2013년 이후 5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양 팀의 5차전은 2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다저스와 보스턴은 각각 에이스인 클레이턴 커쇼와 크리스 세일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 사건’만 없었다면 올해 신인왕은 강백호(19·KT)가 아닐 수도 있었겠는데요.” 23일 열린 한화-넥센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지켜보던 한 후배 기자는 넥센 신인 투수 안우진(19)의 투구를 보면서 탄성을 내뱉었다. 193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구속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은 누가 봐도 일품이었다. 슬라이더는 어지간한 투수의 속구와 맞먹는 143km가 찍혔다. 에이스 투수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베테랑도 긴장하는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선 그에게선 신인답지 않은 여유가 느껴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거두는 동안 9이닝 7안타 10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악마의 재능’이라고 할 만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MVP는 기자단 투표로 정해지는데 그는 74표 가운데 24표를 받는 데 그쳤다. MVP는 49표를 얻은 팀 선배 임병욱이었다. 기자단의 평가가 인색했던 이유는 그에게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휘문고 3학년이던 지난해 후배들을 집단 폭행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넥센 구단은 올해 정규시즌 50경기 출장정지와 함께 스프링캠프 제외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안우진은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29개)을 세운 강백호와 함께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뒤늦게 1군에 합류하면서 정규시즌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7.16으로 부진했다.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의 기사에는 어김없이 ‘학교폭력’과 관련된 댓글이 달린다. 앞으로 국가대표에 뽑히기도 쉽지 않다. 팬들과 기자들은 냉정한 눈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다 자업자득이다. 그렇지만 나쁘게만 여길 일은 아니다. 일찍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우진 정도면 그간 자기 마음대로 선수 생활을 해 왔을 것이다. 프로에서도 스타가 된 후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이 되었을 수도 있다. 상습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를 비롯해 야구 실력과는 정반대 인성으로 신세를 망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요즘 안우진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넥센 관계자는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겸손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사인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팬서비스에도 열심이다”고 전했다. 1군 복귀 때 “야구를 떠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대로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좋은 투수가 되길 바란다. 야구로 성공하되 항상 속죄하는 마음으로 좋은 일도 많이 하는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물론이다. 안우진은 KBO리그에 모처럼 떠오른 특급 유망주다. 주홍글씨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겨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어릴 적 실수를 딛고 누가 봐도 모범적인 선수로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안우진이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닐까 싶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좀처럼 많은 점수가 나지 않는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라서 구위가 좋은 투수들이 등판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 타자에 따라 투수 교체도 활발히 이뤄진다. 단기전의 특성상 홈런은 가장 확실한 득점 루트다. 27일 시작되는 SK-넥센의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역시 한 방 싸움으로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1∼2차전과 5차전(필요시)이 열리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은 한국에서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야구장이기도 하다. 정규시즌 2위 SK는 자타가 공인하는 홈런 군단이다. SK 타자들은 올해 233개의 홈런을 합작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가 95m에 불과한 구장 덕을 톡톡히 봤다. 외국인 선수 로맥이 43홈런으로 박병호(넥센)와 함께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고, 한동민 역시 생애 첫 40홈런(41개)을 기록했다. 지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던 최정은 올해 부진한 가운데서도 35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들 외에도 김동엽(27개), 이재원(17개), 김강민(14개), 나주환(12개), 정의윤(11개) 등도 언제든 홈런을 때릴 수 있다. 정규시즌 4위 넥센은 올해 165홈런으로 팀 홈런 6위에 머물렀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는 한 달 넘게 결장하면서도 43홈런을 때렸다. 호타준족 유격수 김하성도 20홈런을 쳤다. 대체 외국인 선수 샌즈는 25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12홈런을 때렸다.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임병욱이 좋았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규시즌에서 13홈런을 쳤던 그는 20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타석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올 시즌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넥센이 9승 7패로 앞섰다. 넥센 임병욱은 SK 투수진을 상대로 타율 0.367, 1홈런, 10타점으로 강했다. 김민성과 박병호는 각각 3홈런, 2홈런을 기록했다. SK에서는 한동민이 넥센 투수들을 상대로 무려 1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천적으로 군림했다. 로맥과 김동엽은 각각 5개와 4개의 홈런을 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보스턴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2차전.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월드시리즈 선발 투수로 나선 다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29)은 1회말 1번 타자 무키 베츠를 상대로 공을 던지며 한국 야구에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큰 경기에서 유독 강해 ‘빅게임 투수’란 별명을 얻었던 류현진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고, 팀은 2-4로 패했다. 전날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내고도 4-8로 패했던 다저스는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에서 2연패의 부담을 안고 3∼5차전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으로 향하게 됐다. ○ 공 1개에 갈린 희비 야구는 공 1개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종목이다. 4회까지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하던 류현진이 패전의 멍에를 쓰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공 1개 때문이었다. 2-1로 앞선 5회말 류현진은 7번 타자 이언 킨슬러와 8번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기까지 단 1타자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9번 타자인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1번 베츠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2사 1, 2루가 됐다. 다음 상대는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아웃을 잡아낸 앤드루 베닌텐디였다. 류현진은 1회와 3회 낙차 큰 커브를 이용해 베닌텐디를 봉쇄했다. 1회에는 삼진, 3회에는 중견수 뜬공이었다. 5회에도 류현진은 초구부터 커브를 적극 활용했다. 그렇지만 베닌텐디도 이번에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와 7구째 커브를 모두 커트해 내며 버텼다. 류현진은 마지막 8구째 승부구로 포심 패스트볼을 택했지만 손에서 공이 빠지면서 허무하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2사 만루가 되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곧바로 마운드로 향했고 류현진은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과적으로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는 실패였다. 구원 등판한 오른손 투수 라이언 매드슨은 제구 난조를 겪으며 스티브 피어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J D 마르티네스에게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류현진의 승계 주자 3명이 모두 홈인했고, 류현진의 성적은 4와 3분의 2이닝 6안타 1볼넷 5삼진 4실점이 됐다. ○ 논란 부른 투수 교체 경기가 그대로 다저스의 2-4 패배로 끝난 뒤 미국 CBS스포츠 등 현지 언론은 “로버츠 감독이 월드시리즈에서 거듭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도 전날과 비슷한 장면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하루 전에도 커쇼가 5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로버츠 감독은 우타자 피어스를 상대하기 위해 커쇼를 내리고 우완 매드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매드슨은 피어스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르티네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감독이 지나치게 데이터에 의존하는 듯했다. 소위 ‘좌우놀이’를 신봉해 이날 상대 좌완 선발을 상대로 우타자 일색의 라인업을 짰고, 위기에 우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우완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다저스가 이틀 연속 오른손 타자 라인업을 고수하면서 맥스 먼시, 코디 벨린저, 족 피더슨, 야스마니 그란달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이로써 다저스는 정규 시즌 홈런 개수 상위 4명을 벤치에 앉힌 채 월드시리즈를 시작한 최초의 팀이 됐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류현진은 스스로를 탓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닝을 끝낼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제구가 좀 더 좋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류현진이 지난번 등판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더 던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원래부터 로버츠 감독은 선발 투수를 길게 기다려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결과만 갖고 오늘 류현진 교체 타이밍을 비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1, 2차전을 내주면서 다저스는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1, 2차전을 내준 뒤 이를 뒤집은 경우는 20.4%에 불과하다. 양 팀은 하루를 쉰 뒤 27일 다저스타디움으로 옮겨 3차전을 치른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헌재 기자}

넥센 7년 차 외야수 김규민(25)은 최근 며칠간 극심한 부담을 느껴야 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0)의 공백을 메우는 임무가 그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는 프로 2년 차인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0.355, 6홈런, 57타점을 기록하며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정후는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첫 두 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좌익수로 고비마다 호수비를 선보이며 팀을 구해냈다. 하지만 20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말에 김회성의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잡아내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를 크게 다쳐 남은 포스트시즌 출전이 어려워졌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김규민을 대체자로 선택했다. 장 감독은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수비로 승패가 갈린다. 수비가 안정적인 김규민이 적격이다. 공격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고종욱을 쓰겠다”고 말했다. 22일 3차전부터 선발 좌익수로 나서기 시작한 김규민 역시 “정후가 워낙 수비를 잘했다. 방망이는 못 쳐도 괜찮으니까 수비에서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작 넥센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것은 김규민의 안타 한 방이었다. 정규시즌 4위 넥센이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3위)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김규민의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한화를 5-2로 꺾었다. 넥센은 3승 1패를 기록해 2014년 이후 4년 만에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경기 전까지 김규민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오른 선수 9명 가운데 유일하게 안타가 없었다. 3회 첫 타석에서도 포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됐다. 하지만 김규민은 1-2로 뒤진 4회 2사 만루에서 호투하던 한화 선발 박주홍을 상대로 중견수 앞까지 굴러가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경기를 뒤집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의 유일한 안타가 경기뿐 아니라 준플레이오프의 향방까지 결정지었다. 넥센은 3-2,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8회말 2사 1, 3루에서 임병욱이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쳐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차전에서 연타석 3점 홈런을 쳤던 임병욱은 기자단 투표에서 74표 중 49표를 얻어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준플레이오프 성적은 2홈런 포함 11타수 4안타(타율 0.367), 8타점이다. 2004년 당시 두산 안경현과 같은 단일 시즌 준플레이오프 최다 타점 타이기록이다. 임병욱은 상금 200만 원과 트로피를 받았다. 마운드에서는 신예 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선발 이승호에 이어 4회 1사 1, 3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한 신인 안우진(19)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 5삼진 무실점 호투로 경기 MVP에 선정됐다. 2차전 구원승에 이어 2승째다. 넥센은 27일부터 정규시즌 2위 SK와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치른다. 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