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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글로벌 전력 생산의 절반은 신재생 에너지가 담당할 것이다. 이 분야 투자에서 글로벌 선두주자가 되겠다.” 세계 최대 인프라투자 운용사인 호주 맥쿼리그룹은 지난해 영국의 ‘친환경투자은행(GIB)’을 23억 파운드(약 3조36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친환경투자그룹(GIG)’으로 개편해 올해 5월 서울에서 발족식을 열었다. 아시아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노력에 힘입어 맥쿼리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25억5700만 호주달러(약 2조 원)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항공 인프라 에너지…대체투자 노리는 글로벌 금융 글로벌 금융사들은 기존의 안정적인 수익원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에 눈길을 돌리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자산은 약 10조9000억 달러(1경2317조 원)에 이른다. 대체투자의 영역도 항공기, 선박, 에너지, 환경, 산림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해외 금융회사들은 유망사업으로 꼽히는 항공기 금융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보잉에 따르면 항공기 리스, 항공기 구입자금 대출 등 항공기 금융 수요는 2020년 1720억 달러(약 200조 원), 세계 항공기 교체 수요는 2035년까지 5조9300억 달러(약 67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씨티그룹, 영국 스탠다드차다드 등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은 수백 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항공기 리스회사를 자회사로 두거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일본이 가세해 세계 시장의 40%를 잠식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항공기 리스부문을 인수해 업계 3위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개발은행 등도 항공기리스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1조 달러(약 1130조 원)의 민간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세계 인프라 시장에서도 금융사, 연기금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 원)에 이르는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계획, 유럽연합의 5000억 유로(약 650조 원) 규모 ‘융커플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세계 각국에서 인프라 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는 다양한 인프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는 대표적 사례다. 남미와 호주의 철도 1만km, 아메리카 대륙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1만7000km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에 참여했거나 투자한 발전설비는 전 세계 840곳에 이른다. 올해 6월에는 빅데이터 산업 투자를 위해 통신기업 AT&T의 데이터센터 31곳을 11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사들였다.●인력 역량 부족…존재감 없는 한국 금융 국내 금융회사들도 4, 5년 전부터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해외 시장에 도전한 미래에셋그룹은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코스모폴리탄 호텔, 영국 캐논브릿지 등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에 약 1조 원을 투자했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3000억 원대의 베트남 태양광 발전의 시행사로 나서 금융 자문 및 주선을 담당해 사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진형주 하나금융투자 대체투자금융실장은 “예전엔 국내에서 의사결정이 늦어져 입찰 경쟁에 참여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자산 평가 능력이나 자본 규모가 커지면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한국 금융사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부분의 자산이 비교적 분석이 쉬운 빌딩 등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 사업을 직접 발굴, 기획하기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 지분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에서 해외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인력은 대체로 10명 미만 수준이어서 자산의 미래 가치를 분석할 역량도 떨어진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누구나 탐낼 만한 핵심 자산을 비싼 값을 주고 사는 위험 회피 성향의 투자가 많다”며 “투자은행(IB)를 표방한 대형 증권사들도 리스크 관리 등 자산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 능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에서 글로벌 톱 금융사와 경쟁하기보단 건설 등 경쟁력을 갖춘 산업 분야와 힘을 합쳐 신흥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역을 특화해 신흥 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든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2, 3년마다 순환보직…대체투자 전문가 ‘하늘에 별 따기’▼대체투자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대체투자 구인난을 겪는 금융회사가 적지 않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에 비해 뒤늦게 성장한 분야인 탓에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의 일반 팀장급 연봉은 평균 1억 원을 조금 웃돈다. 하지만 대체투자에 특화된 전문 인력은 정해진 연봉이 따로 없을 정도로 몸값이 비싸다. 특히 투자할 자산 개발부터 계약, 관련 펀드 설정까지 대체투자의 모든 과정을 경험해 본 전문가를 국내에서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성사시킨 사업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보장해주면서 가까스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회사들끼리 대체투자 인력을 빼오려는 ‘인력 쟁탈전’도 치열하다. 같이 호흡을 맞춘 팀 전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사례가 많아 쟁탈전에서 밀리면 자칫 조직이 흔들릴 수도 있다. 금융사들이 부동산, 에너지 등 다른 업종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인력을 급하게 끌어오면서 몸값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본부장이나 팀장의 주요 역할이 인력 유출 방지와 외부 스카우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연기금들도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8월 현재 대체투자 규모가 11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퇴직한 17명 중 8명이 대체투자 전문 운용역이었다.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 경험이 풍부한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출신들은 민간 금융사의 스카우트 타깃이 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체투자 전문 인력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임원은 “2, 3년의 순환보직 시스템에서는 해외 네트워킹이나 투자 노하우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주문도 나온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일본 노무라증권은 2008년 금융위기 후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해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투자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며 “현지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반도체, 자동차만 수출산업이 아니다. 금융도 충분히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 중에는 100원의 이익을 낼 때 해외에서만 80∼90원을 벌어들이는 ‘수출효자’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 금융사들은 100원 중 해외에서 10원도 벌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 좁디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뚜렷한 비전 없이 여전히 ‘깃발 꽂기’ 식의 생색내기에 그치는 사례도 많다. 이제부터라도 금융이 수출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 “미국은 가장 큰 기회의 나라다. 미국에서 ‘글로벌 톱10 금융사’가 될 수익원을 끊임없이 발굴하겠다.” 일본 3대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의 다카시마 마코토 대표는 최근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SMBC는 지난해 미국 철도화물차량 임대회사인 아메리칸레일카리싱을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 사들였다. 미국의 경제 성장으로 철도 운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과감히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해외 유수의 금융회사들은 성장 한계에 다다른 자국 시장을 탈피해 세계무대로 발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깃발 꽂기’식의 확장이 아니다.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철저한 장기 전략 속에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안방은 좁다” 해외에서 돈 더 버는 은행들 수십 년 전부터 해외 영토를 넓혀온 미국, 유럽계 은행은 이제 본국보다 해외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인다. 미국계 씨티은행은 지난해 총수익의 51%를 미국 이외 지역에서 올렸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올 상반기(1∼6월) 해외 이익 비중이 94%나 된다. 스페인계 산탄데르은행도 해외 수익 비중이 85%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아시아 금융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유럽 금융사들이 해외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틈을 노려 활발하게 해외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중국은 국유 은행 5곳(공상, 농업, 중국, 건설, 교통은행)이 해외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2016년 말 현재 세계 63개국, 1280곳에 지점을 열었고 해외 자산만 5조6200억 위안(약 900조 원)에 이른다. 중국계 금융사는 한국에도 진출해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안방보험그룹은 국내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을 잇달아 사들였다. 둥시먀오 중국 런민대 충양금융연구원 고급연구원은 “중국 금융사들은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와 관련된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해 현지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동남아 시장을 장악한 일본 금융사들은 최근 북미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은 지난해부터 미 중부 및 동부 해안지역에 20여 곳의 점포를 내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2015년 도쿄해상이 미국 HCC인슈어런스를, 2016년 손보저팬이 인듀어런스를 각각 75억 달러(약 8조5000억 원), 65억 달러(약 7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고부가가치 사업, 장기 전략으로 승부 글로벌 금융사의 해외 진출 방식은 해외에 지점을 내고 현지 자국민이나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국내 금융권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남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2010년 이후 싱가포르, 중국권, 동남아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트랜잭션 뱅킹’을 강화했다. 이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 고객에 자금 관리, 지급결제, 무역금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DBS는 처음에는 글로벌 은행이 관심을 갖지 않던 중견·중소기업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지원하다가 최근 다국적 기업, 대기업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무엇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10년 이상을 내다본 장기 전략이 해외 사업의 발판이 되고 있다. 호주의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핵심 국가를 공략한 뒤 인접 국가로 진출 시장을 확대해 가는 전략을 펼쳐 성공했다. 초반에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 교류가 많은 뉴질랜드, 피지에 해외 사업을 집중했다.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수익의 30%를 올리겠다는 ‘슈퍼 지역 전략’을 추진해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영업 전선을 확대했다. 일본 미즈호금융그룹은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2010년부터 ‘슈퍼 30-5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미주, 중동·아프리카 등 권역별로 비(非)일본계 우량기업 30∼50개를 선정해 집중 영업하는 방식이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계열사의 해외 진출 업무를 일원화하기 위해 독립된 글로벌사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 눈치를 보지 않고 인사, 예산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의사 결정이 빠르고 전문성이 높다. 진출 대상국의 현지인으로만 구성된 ‘글로벌 자문위원회’도 만들어 사전에 현지화 전략에 힘을 쏟는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들도 중장기적 안목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1, 2개 국가를 주력 시장으로 선정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재영 redfoot@donga.com·박성민 기자 특별취재팀▽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에 오른 토종 사모펀드(PEF) KCGI가 “경영권 장악 의도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예상하고 급등했던 한진칼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등 주주 가치를 내세운 사모펀드 운용사로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로 평가받는 강성부 대표가 올 7월 설립했다. KCGI는 이달 15일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하며 조양호 회장 일가(28.95%)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토종 펀드의 ‘경영 개입’ 위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KCGI는 1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진칼 지분 취득을 경영권 장악 의도로 해석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 감시와 견제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리엇 등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와 비교되는 점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KCGI는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유휴 자산이 많고 투자가 지연돼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증대할 기회가 많다”며 “외국계 투기자본이 요구하는 비합리적인 배당 정책이나 구조조정을 통한 단기 이익 실현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KCGI가 새 이사 선임 등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한진칼 이사회 7명 중 4명을 새로 선임하는 내년 3월 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KCGI가 경영 참여 의지를 유화적으로 드러냈다”며 “내년 주총에서 주주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두세 명의 이사진 교체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CGI가 지분을 취득한 다음 날인 16일 14.75% 급등했던 한진칼 주가는 이날 6.69% 하락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금융산업은 실물경제의 보완 수단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돼야 한다.”(A협회장) “큰 틀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행정지도, 구두 개입 등 그림자 규제는 없애야 한다.”(B은행장) 동아일보 설문에 참여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려면 금융당국의 혁신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금융사의 손발을 묶는 규제 족쇄 대신 혁신을 지원하는 ‘건강한 규제’를 기반으로 금융업을 육성하려는 비전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설문을 통해 익명으로 다양한 제언을 내놓은 CEO들은 “한국에선 규제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C은행장은 “다양한 융복합 사업을 금융사 주도로 추진하고 싶은데 정부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어 주택담보대출 같은 리스크 낮은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D보험사 사장은 “개인정보 활용 범위가 좁고 해외 투자 진출 규제가 까다로워 신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구두 지침, 행정지도, 가이드라인 같은 ‘숨어 있는 규제’가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E카드사 대표는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규제 방향도 사업을 힘들게 한다”며 “사업하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금융사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더 보수적인 경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 영역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 문제에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로 발을 넓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교 역할을 더 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F은행장은 “나라마다 영업 환경과 규제 수준이 다른 만큼 신속한 인허가나 협력을 위해 감독당국 간의 대화 채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들은 한국이 금융 혁신을 게을리 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G핀테크 기업 대표는 “혁신적 금융 서비스가 꾸준히 나와야 금융 소비자들의 자산 증식 기회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해 1∼3분기(1∼9월) 코스피 상장기업들이 외형적으로는 덩치가 커졌지만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장사 순이익은 15% 넘게 쪼그라들었다. 1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34개사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403조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4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0조 원으로 7.88% 늘었고, 순이익은 96조 원으로 1.92% 증가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9.27%로 지난해 동기보다 0.2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매출액 순이익률’은 6.88%로 0.24%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코스피 상장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약 93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이 중 69원가량을 손에 쥐었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반도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상장기업의 이익은 크게 뒷걸음질쳤다. 두 회사를 뺀 매출액은 4.6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94%, 15.45%나 급감했다. 두 회사가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9.6%에서 올해는 49.6%로 급등했다. 1∼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한 기업은 28개에 그친 반면 적자 전환 기업은 55개로 두 배나 됐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15일 오후 5시경 찾은 서울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IFC). 퇴근시간 전인데도 오피스 건물 3개동 중 1곳은 55층의 절반가량이 불이 꺼져 있었다. 완공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해서다. 현재 이곳의 공실률은 35%나 된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표방하며 2012년 11월 들어선 IFC는 국제금융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입주 기업 142곳 중 외국계 금융사는 25곳에 불과하고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외국계 금융회사의 본사 이전은 1곳도 없다. 당초 논의됐던 법인세 인하 등의 혜택이 결국 무산된 탓이다. 최근 IFC로 본사를 옮긴 국내 금융사 관계자는 “국제금융센터여서가 아니라 비교적 최신 건물인데도 여의도의 다른 오피스빌딩보다 임대료가 저렴해서 택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12월 발표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의 현주소는 이처럼 초라하다. 세계 각국이 금융허브를 넘어 혁신산업과 금융이 어우러진 ‘핀테크 허브’를 구축하며 앞서가는 사이 한국의 금융 경쟁력은 뒷걸음치고 있다.○ 서울도 안 되는 금융허브, 부산·전주까지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매년 9월 발표하는 ‘세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서울은 2015년 6위로 가장 높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불과 3년이 지난 올해 33위로 27계단 급락했다. 아시아 도시들만 따로 순위를 매겨도 서울은 올해 처음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제2 금융허브’를 내세웠던 부산의 위상은 더 초라하다. 지옌의 조사에서 부산은 지난해 70위, 올해 44위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월 여의도와 함께 부산 문현지구를 파생상품, 선박금융에 특화된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공기관만 옮겨갔을 뿐 외국계는 물론이고 국내 민간 금융사들도 부산을 외면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 부산에 이어 전북 전주를 ‘제3의 금융허브’로 육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015년 국민연금공단이 전주혁신도시로 옮겨가자 전북도는 금융타운 조성 사업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전주를 제3 금융도시로 키우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놨다. 최근 전주로의 공공기관 이전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부산 지역 정치권과 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갈길 먼 금융허브 이슈가 지역 갈등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서울, 부산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주를 금융허브로 키우는 것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금융허브는 금융회사와 기관들을 한곳에 모으는 군집 효과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는 금융허브 각축전 한국이 뒷걸음치는 사이 세계 각국은 금융허브 수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선전(深(수,천))을 세계적 금융허브로 키워내며 기존의 홍콩, 싱가포르, 일본 도쿄 ‘3강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옌의 아시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중국 5개 도시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상하이는 2015년 21위에서 올해 5위로 급상승했다.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의 정보기술(IT) 대표 기업을 배출한 선전은 IT와 금융이 융합된 핀테크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금융 혁신의 실험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로 2015년 ‘스마트 파이낸셜 센터’ 비전을 내놓은 데 이어 2016년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에 각종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를 도입했다. 세계 4위의 자산운용 시장을 갖춘 호주는 시드니를 대체투자 등 자산운용에 특화된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프랑스는 파리를 ‘유럽의 금융수도’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고 유럽 내 금융사가 파리로 이전할 때 걸림돌을 없애는 137개의 이행 과제를 선정해 개선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본사를 파리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중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사를 끌어들일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의 유인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예측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만들어 금융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펀드 수수료까지 사사건건 간섭해 이에 대응할 인력을 둬야 한다”며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보다 비용이 2, 3배 들어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국은 높은 노동 유연성으로 기업 부담을 낮췄다”고 말했다. 쟁쟁한 금융허브 틈바구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형 금융허브보다 1000조 원이 넘는 연금시장을 활용해 ‘자산운용 허브’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며 “세제 정비, 정주 여건 개선으로 토양만 갖추면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김성모 기자 특별취재팀▽ 팀장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경제부 김재영 조은아, 런던=김성모, 시드니·멜버른=박성민, 싱가포르=이건혁,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 특파원 뉴욕=박용, 실리콘밸리=황규락, 파리=동정민, 베이징=윤완준, 도쿄=김범석}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로 4조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며 검찰 고발을 포함한 중징계를 내렸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6위(22조1300억 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등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춘 회계처리”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해석, 적용했다”고 의결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대규모 순이익을 올린 것이 고의적 분식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분식회계 규모는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조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김태한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 조치를 내렸다. 또 관련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최고 수위의 제재다. 이번 제재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시 주식 거래가 중단됐고,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실질심사가 길어지면 한 달 이상 거래정지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회계처리 논란으로 혼란을 겪은 투자자와 고객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연석회의 등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증선위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의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 간판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고강도 제재를 받으면서 바이오산업 전반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이날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인 모회사 삼성물산의 회계처리도 감리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분식회계 논란이 확대될 소지도 있다.조은아 achim@donga.com·염희진·박성민 기자}
세계 주요국은 대형 금융사의 몸집을 키워 ‘글로벌 플레이어’로 뛰게 하는 한편 중소형사는 특화 영역을 공략해 공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있다. 선진국 금융시장은 소수의 대형사와 다수의 전문화된 특화 중소형사로 나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중소형 특화은행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 벤처캐피털만을 대상으로 하는 벤처금융 전문은행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미국 벤처기업의 절반이 SVB와 거래할 정도다. 2006년 6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였던 SVB 자산 규모는 올해 9월 말 565억 달러(약 63조8000억 원)로 급성장했다. 영국에서는 금융규제 완화와 함께 중소기업·소매금융에 특화된 은행이 대거 등장했다. 2013년 소규모 특화은행의 진입 자본을 500만 유로에서 100만 유로로 낮추면서 ‘챌린저 뱅크’로 불리는 중소형 은행이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아톰뱅크는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6월 저축계좌 서비스를 시작한 아톰뱅크의 예금 보유액은 3월 말 현재 14억4000만 파운드(약 2조1000억 원)에 이른다. 스위스에선 고액 자산가의 자금을 별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킹(PB) 전문은행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융거래 투명성 강화로 고액 자산가의 거래 규모가 줄자 스위스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운용을 위한 PB 전문은행 설립을 허가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부티크 투자은행(IB)’으로 불리는 중소형 금융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라지드, 그린힐, 에버코어 등이 대표적이다. 인수합병(M&A) 자문 같은 전통 IB 업무를 중심으로 지역, 자산가그룹, 업종별로 비즈니스를 세분화해 전문 영역을 구축했다. 이신영 KDB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한국도 특화된 중소형 금융사를 함께 키운다면 금융 부문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종이영수증을 무조건 발급하라니요.” 카드업계는 최근 종이영수증과 회원 약관을 ‘전자문서’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카드사는 현행법에 따라 5만 원이 넘는 결제는 반드시 종이영수증을 출력해야 한다. 카드를 발급하거나 약관을 변경할 때도 꼭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카드업계는 “영수증과 약관을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만 보내도 연 3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 가뜩이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어 비용 절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노인 등 금융소비자가 e메일, 문자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를 묵살하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를 손질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명문화된 법 제도 못지않게 구두 개입, 가격 통제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 규제’가 금융회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 ‘숨은 규제’ 더 무서워 대출 신상품을 개발한 A 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인가를 신청했다가 애만 태우고 있다. 금감원이 처음에는 “이 상품이 왜 필요하느냐”며 캐묻더니 지난달엔 “국정감사로 바쁘다”며 인가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은행 임원은 “신상품을 개발해 출시하기까지 절반의 기간은 금융당국 인가를 받는 데 걸린다”고 말했다. 금융회사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도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속을 끓이는 일이 허다하다. 금감원이 신상품 약관 심사를 두고 반송, 철회를 남용한다고 감사원이 지적할 정도다. B 카드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상품 약관 신청을 하면 3주 만에 인가가 떨어졌는데 올 들어선 몇 달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정부는 규제 완화책을 찾기보다 새로운 규제를 찾는 데 몰두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감원이 7월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분석한 결과 ‘규제 신설’(18개)이 ‘규제 완화’(9개)의 2배나 됐다. ○ ‘포지티브 규제’ 혁신 막아 동아일보가 금융권 CEO 6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40%가 한국의 금융 규제 수준에 C학점을 줬다. D, E등급을 매긴 CEO도 각각 28%, 17%나 됐다. 특히 법령에 나열된 사업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포지티브 규제’가 한국 금융의 혁신을 막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세계적으로 금융과 이(異)업종의 융합이 활발하지만 한국에선 기존 법의 틀을 뛰어넘는 신사업이 등장하기 힘든 구조다. 국내 보험업계는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각종 규제에 막혀 다양한 헬스케어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선 개인의 의료정보와 금융정보를 결합하고 블록체인,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걷기, 달리기, 금연 같은 건강관리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포인트를 주는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시장경제 무시한 ‘가격 개입’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정부의 ‘가격 개입’이 노골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실손보험료를 시작으로 은행 대출금리, 카드사 수수료까지 전방위적 가격 인하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당정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선 카드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제한이 전혀 없다. 하지만 국내 카드업계는 법으로 정한 정례 수수료 개편을 포함해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2007년부터 9차례나 수수료를 낮춰야 했다. 금융노조마저 “정부와 여당이 근본적 해법을 찾기보다 카드 수수료를 희생양으로 삼은 ‘가짜 굿판’을 계속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 여파로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은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 중 올 들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희망퇴직으로 223명을 내보낸 데 이어 현대카드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달 들어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신용카드학회장)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경영난에 몰린 카드사들이 신용대출을 늘리거나 서비스 혜택을 축소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조은아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심의를 앞두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22% 폭락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5조4000억 원이 증발하면서 코스피 시총 순위도 4위에서 13위로 밀렸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보다 8만2500원(22.4%) 급락한 28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4월 10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 6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분식회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을 높게 보고 투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14일 증선위에서 고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폭락과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실적 부진이 제약·바이오주(株)의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4% 급감했다고 지난주 발표한 셀트리온의 주가는 이날 11.98% 급락했다. 바이오 기업의 회계 부풀리기와 실적 논란이 다시 부각되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10.30%), 신라젠(―9.14%), 바이로메드(―6.51%) 등 바이오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상하원을 공화당과 민주당이 양분한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글로벌 증시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하원 수성으로 일방통행식의 ‘트럼프주의(Trumpism)’가 더 강화되거나,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미 정부의 정책 노선이 급변하는 상황 모두 시장이 바라지 않던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연말 ‘상승 랠리’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미중 무역전쟁의 결말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어 금융시장이 다시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미중 갈등 계속돼 안도 랠리 지속 힘들어” 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는 중간선거 결과에 안도하며 2% 이상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주요 기술주의 급등에 힘입어 2.64%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시장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아시아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3.94포인트(0.67%) 오른 2,092.63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 급등하며 2,100 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1.66%,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82%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안도 랠리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증시를 짓눌러온 트럼프 정부의 미중 무역분쟁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도 중국의 영향으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진다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통상당국 역시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전략실장은 “단일 통상 이슈로 가장 큰 자동차 고율 관세 여부에 따라 미국 통상정책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미 금리 차 더 벌어질 수 있어”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차가 지금(0.75%포인트)보다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는 악재다.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라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꺾일 수 있지만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 있는 점을 우려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요인이 충분하다. 한미 간 금리 차가 더 확대되면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가속화돼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나마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갈등 완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전까진 증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증시에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달러 강세를 이끌었던 대규모 감세 정책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추가 법인세 인하 등 과도한 감세 정책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원 연구원은 “트럼프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면서 미국 증시 선호가 약해지고, 선진국 중 내수가 양호한 일본이, 신흥국 가운데는 증시 하락폭이 컸던 한국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박성민 min@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금융사들의 브랜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한화그룹이 금융계열사의 공동 브랜드인 ‘라이프플러스(Lifeplus)’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한화생명은 5일부터 배우 이병헌 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라이프플러스’의 신규 광고를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라이프플러스는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등 한화그룹의 5개 금융계열사가 지난해 초 만든 공동 브랜드다. ‘고객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광고 역시 ‘더 나은 삶’이란 라이프플러스의 철학이 반영됐다. 높은 수익률이나 상품 혜택 등을 설명하던 기존 금융 광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정해승 한화생명 디지털마케팅실장은 “금융업이 금전적 보상이나 위험 대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위한 경험과 기회라는 걸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공동 브랜드 개발에 적극 나선 이유는 금융을 어렵게 생각하는 고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춰 최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한화 금융계열사들은 라이프플러스 이름으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라이프플러스 봉사단은 7일 경기 안성시 삼죽초등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경제 도서를 기증하는 ‘행복한 경제도서관 만들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는 전국 18번째 경제도서관이다. 미래 장기 고객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수요에 맞춘 다양한 금융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월 납입금액이 최저 1만 원으로 20대도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는 ‘라이프플러스 버킷리스트저축보험’, 부모님 용돈과 자녀 건강보험을 동시에 보장하는 ‘라이프플러스 용돈 드리는 효보험’,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한화라이프플러스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이 대표적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모 씨(57)는 지난달 증시가 급락하자 황급히 손절매에 나섰지만 1200만 원 넘게 손실을 봤다. 김 씨를 더 화나게 한 것은 주식을 팔 때마다 꼬박꼬박 내는 증권거래세였다. 주식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닌데 약 100만 원의 세금을 냈다. 그는 “이런 불합리한 세금을 언제까지 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주식을 팔 때 손익과 관계없이 무조건 매도대금의 0.3%를 떼어가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도 증권거래세 인하 법안을 발의하며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주식 시세 차익 대부분에 대해 여전히 비과세하고 있는 데다 연 6조 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6조 원 넘어 6일 국세청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6조2828억 원에 이른다.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증권거래세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손실을 보더라도 투자자들은 코스피, 코스닥 주식을 팔 때 0.3%를 내야 한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길목을 지키고 앉아 통행세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이중과세 문제도 제기된다.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현재는 ‘주식 보유액 15억 원 이상’이지만 2020년엔 10억 원, 2021년엔 3억 원으로 확대된다.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가 기존 1만 명에서 약 8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양도세를 내면서 거래세까지 내야 한다. 아시아 주요국의 거래세율은 한국보다 훨씬 낮다. 중국 홍콩은 0.1%, 싱가포르는 0.2%의 거래세를 매긴다. 대만은 지난해 0.3%에서 0.15%로 낮췄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아예 거래세가 없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증권거래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증권거래세는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도입됐지만 현재는 투자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주식 양도세 대상자가 늘어난 만큼 증권거래세 인하나 폐지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양도세 대상 늘리고 인센티브 제공해야” 하지만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부정적이다. 양도세 대상이 확대되지만 여전히 대다수 투자자는 차익을 남겨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에서 거래세만 섣불리 인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 해 6조 원이 넘는 세수 감소도 정부엔 부담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를 0.1%로 인하했을 때 세입 감소분은 내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낮추고 양도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에 투자자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 이익에서 손실을 뺀 실제 순익에만 과세하는 ‘손익 통산’을 도입하고, 소액이나 장기 투자엔 세금을 깎아주는 분리과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세무 당국은 세수 감소 우려 때문에 소극적이지만 (거래세 폐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1000원도 안 되는 ‘동전주’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 새 동전주의 주가는 거의 반 토막 나 대형주와 소형주의 수익률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졌다. 동전주 기업 가운데 실적 악화로 부실 위험에 빠진 곳이 많아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코스피 상장사 860곳 중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41개로 2016년 말(17개)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코스닥 상장사 1159곳 중 동전주도 같은 기간 30개에서 90개로 3배로 늘었다. 특히 주가가 낮을수록 손실 위험도 컸다. 10월 말 현재 코스피의 동전주들은 2016년 말에 비해 주가가 평균 43.4% 하락했다. 주가가 1000원 이상∼5000원 미만 종목들도 같은 기간 21.46% 떨어졌다. 이와 달리 1만 원 이상∼ 5만 원 미만 종목은 3.31%, 10만 원 이상 종목은 15.92% 올랐다. 코스닥 시장의 흐름도 비슷했다. 주가 1만 원을 기준으로 수익과 손실이 갈렸다. 3만 원 이상 종목은 71.6% 오른 반면 1000원 미만 종목은 49.1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16%, 코스닥지수는 2.73% 올랐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 초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믿고 코스닥벤처펀드와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에 4000만 원을 투자한 직장인 강모 씨(45)는 최근 한 달이 악몽 같았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가 20% 이상 급락하면서 원금의 30%가 넘는 돈을 까먹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은행 창구를 찾았지만 “손절매하기는 늦었고 장이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는 직원의 말에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 공포에 짓눌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30일 국내 증시는 엿새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개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7000억 원을 내던지며 투매 행렬을 이어갔다. 최근 5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개인 투자금은 2조1000억 원에 이른다.○ 개미들 매도 문의 빗발쳐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시중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주식과 펀드를 처분해야 하는지 묻는 상담이 빗발쳤다. 일부 고객은 “시장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진단을 믿어도 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PB들은 화난 고객들에게 추천한 종목이나 펀드의 손실이 컸던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변동성이 클 때는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투자 전략도 급락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직장인 곽모 씨(29·여)는 “총 5개 펀드에 투자했는데 국공채 상품에서 1% 미만의 수익을 거둔 것 외에는 모두 마이너스다. 손실을 만회할 때까지 기다릴까 한다”고 말했다. 가장 다급한 투자자들은 증권사에서 신용융자로 돈을 빌려 투자한 경우다. 주가가 급락하면 증권사들은 해당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증거금을 추가 납입할 수도 있지만 이미 40% 가까이 손실이 난 데다 현금을 끌어올 여력이 없어 막막한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투자한 고객들의 자금이 많이 묶여 있는데, 상환이 안 되다 보니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PB들은 대체로 “손절매하기는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 직원은 “내년 4∼6월 정도에 회복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PB는 “다음 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면 증시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개미 투자 성적표, 연초 이후 반 토막 증시의 바닥을 점치기 힘든 상황에서 개미들의 고통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달 들어 개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를 많이 한 상위 10개 종목의 하락률은 24.46%에 이른다. 외국인(―18.62%)과 기관투자가(―9.30%)보다 손실이 훨씬 컸다. 범위를 연초 이후로 넓혀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15.78%에 그쳤다. 코스닥 시장의 수익률은 ―52.34%로 아예 반 토막이 났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 상장사의 94%가 연 고점 대비 20% 넘게 주가가 폭락했다”며 “신흥국 증시의 평균치(67%)보다도 훨씬 많아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64포인트(0.93%) 오른 2,014.69에 장을 마쳤다. 기관들이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낸 덕분이다. 코스닥지수도 2.29% 올랐다. 미국이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의 거래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증시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면밀히 재점검해 필요 시 가동할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김성모 기자}

한화생명은 경력단절여성(경단녀)들을 위한 특화 영업 조직인 ‘리즈(Re’s)’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리즈(Re’s)는 ‘다시 시작하는 여성들’이라는 의미다. 한화생명은 “전문 금융지식을 갖췄거나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리즈 조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현재 서울, 대전, 광주, 부산, 구미 등 지역에서 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들은 한화생명의 ‘라이프 컨설턴트(LC)’가 돼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 LC는 45세 이하 직장경력이 있는 여성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리즈 지점은 경단녀의 큰 고민인 육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실시한다. 교육과 영업 활동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져 자녀의 등·하원을 직접 챙길 수 있다. 여성들의 취향을 반영해 사무공간은 카페처럼 꾸며졌다. 리즈 지점에서는 직장 경력은 있지만 보험 영업은 생소한 LC들을 위해 단계별 교육 과정이 운영된다. 입문, 기초, 심화, 최고급 4단계의 금융 교육을 통해 LC를 금융 전문가로 육성한다. 교육 과정은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인문교양 클래스, 매력적인 외면을 가꿀 수 있도록 돕는 스피치, 메이크업, 스타일링 클래스 등으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하기까지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리즈 지점의 장점이다. LC들에겐 기본 활동 지표에 따른 기본 활동 수수료와 자녀 학비 등을 지원하는 복지 수수료가 지급된다. 또 본인의 영업성과에 따라 성과 연동 수수료도 지급된다. 통상 경단녀들이 이전 직장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LC는 영업성과에 따라 수수료가 제공되기 때문에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한화생명 측은 설명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맞벌이 가구는 계속 늘고 있지만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40%도 못 미친다”며 “재취업을 고민하는 많은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즈 지점의 LC에 적극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올 초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믿고 코스닥벤처펀드와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에 4000만 원을 투자한 직장인 강모 씨(45)는 최근 한 달이 악몽 같았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가 20% 이상 급락하면서 까먹은 돈이 원금의 30%를 넘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은행 창구를 찾았지만 “손절매 하기는 이미 늦었고 장이 반등할 때까지 더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직원의 말에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 공포에 짓눌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까지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저가 매수하던 개미들이 뒤늦게 투매 행렬에 나서면서 손실이 더 커졌다. 29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8000억 원가량을 순매도 한 개인투자자들은 30일에도 약 7000억 원을 빼갔다. 증시가 소폭 반등했지만 개미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 은행, 증권사에 매도 문의 빗발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시중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주식과 펀드를 처분해야 되는지 묻는 상담이 빗발쳤다. 일부 고객들은 “시장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진단을 믿어도 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PB들은 화난 고객들에게 추천한 종목이나 펀드의 손실이 컸던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라’는 분산 투자 전략도 급락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직장인 곽모 씨(29·여)는 “연금저축펀드를 포함해 총 5개 펀드에 투자했는데 국공채 상품에서 1% 미만 수익을 거둔 거 외에는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을 구입한 고객들이 자금은 묶여있는데 상환이 안 되다보니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PB센터장은 “주식을 빌려 투자했다가 40% 가까이 손실이 난 경우 반대매매 때문에 가장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체로 “‘손절매’ 타이밍은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 상담직원은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지난주에 빠져나왔어야 했다”며 “이젠 내년 4~6월 정도 회복되길 기다리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PB는 “다음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면 증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코스닥 상장사 대부분 폭락 주가가 크게 출렁인 이달 개미들은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4.46%에 그쳤다. 외국인 ―18.62%, 기관 ―9.30%에 크게 못 미쳤다. 범위를 연초 이후로 넓혀도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 수익률은 평균 ―15.78%에 그쳤다. 코스닥 시장에선 ―52.34%로 아예 반토막이 났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부진이 개미들을 더 아프게 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94%가 52주 고점 대비 ―20% 넘게 주가가 폭락했다. 코스피 88%, 일본닛케이225 60%, 나스닥지수 72%,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시장 평균 67% 등보다 높은 수치다. 펀드 투자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4.8%, 연초 이후엔 ―20.05%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8.91%, ―12.67%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기관 매수에 힘입어 엿새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8.64포인트(0.93%) 오른 2,014.69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2.29% 올랐다. 미국이 중국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해 거래 금지 제재를 부과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 오른 영향이 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에서 “증시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면밀히 재점검해 필요 시 가동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미국 증시가 적어도 1년 이상 금리 인상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를 공동 개발한 샌디 래트레이 맨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 증시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들어 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급락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10년간 이어진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래트레이 CIO는 “지속적인 채권 금리 인상이 미 증시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며 “향후 12∼18개월 동안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초 2.46%에서 이달 들어 3.23%까지 급등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까지 4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래트레이 CIO의 분석이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 안전자산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미 증시의 ‘강세장’(불마켓)이 끝났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경기 확장기가 끝났다고 보기에는 미국 경제지표가 아직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래트레이 CIO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은 탄탄하다”며 “경기지표가 좋은 상황에서 강세장만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래트레이 CIO는 통상 투자심리가 불안할 때 급등하는 변동성지수와 연동된 파생상품이 크게 늘고 있어 오히려 지수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동성지수는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향후 30일 동안 얼마나 움직일지를 예측해 수치화한 것이다. 그는 “급증한 파생상품이 변동성지수를 움직이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을 위해서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주식이 어려울 때 다른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기보단 채권 등 다른 자산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요즘처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시기엔 위험 분산을 가장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기일수록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기계학습(머신러닝) 투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래트레이 CIO는 “머신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해 빠른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다. 인간이 찾지 못하는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나 위험을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맨그룹은 1783년 설립된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로, 현재 1137억 달러(약 128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2007년 옥스퍼드대에 설립한 연구소에서 머신러닝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선 AI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성과가 부진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머신러닝의 ‘학습’이 빠진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익률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계의 학습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며 “앞으로 투자 결정에 머신러닝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래트레이 CIO는 수익률 부진에 직면한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헤지펀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이나 채권 등 기존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수익률에 만족할 수 없는 시기가 오고 있다”며 “미국 주요 연기금은 헤지펀드 투자를 늘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삼성증권이 증권업계 최초로 온라인 채널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비대면 방카쉬랑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이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전용 보험을 직접 설계하고 가입할 수 있다. ‘상품비교’ 메뉴에서는 연금보험, 저축성보험, 보장성보험 등 자신의 목적에 맞는 보험 종류를 고른 뒤 상품별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다. 가입 절차도 간단하다. 상품 비교 뒤 ‘예상 수령액 확인’, ‘필요정보 입력’, ‘보험료 입금’ 등 3단계만 거치면 가입이 완료된다. 가입 후 사후관리도 지원한다. 비대면 방카쉬랑스의 또 다른 장점은 오프라인에서 가입할 때보다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계약체결 비용, 관리 비용 등이 줄어 사업비용을 약 24%(연금보험, 40세 남성, 10년 납입 후 60세 연금 개시 기준) 절감할 수 있다. 온라인 방카쉬랑스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온라인 방카쉬랑스의 월납입 금액(초회보험료 기준)은 2016년 5억 원에서 지난해 20억 원으로 4배로 늘었다. 신규 가입 고객의 80% 이상이 핀테크 활용도가 높은 30, 40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한 금융 거래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보험 상품을 꼼꼼히 비교하면서도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이달 31일까지 ‘온라인 보험 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정답을 맞힌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증정한다. 자세한 내용은 삼성증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추락을 거듭하던 국내 증시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코스피 2,000’마저 붕괴되며 2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버팀목이 사라진 주식시장의 급락이 소비와 투자 위축 등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10포인트(1.53%) 하락한 1,996.05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12월 7일(1,991.89)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연중 최저점을 갈아 치우며 지난주 2,100이 무너진 데 이어 일주일도 안 돼 2,000 선을 내줬다. 코스닥지수도 5.03% 급락한 629.70에 마감하며 630 선이 붕괴됐다. 2017년 8월 1일(629.37) 이후 최저치다. 이날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증시의 바닥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공포에 짓눌린 ‘개미’들이었다.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488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3065억 원 등 8000억 원가량을 내던졌다. 외국인도 이날 1600억 원 이상의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국내 증시에서 4조6000억 원가량을 빼갔다. 새로운 악재가 없는데도 대내외 불안 요인들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작은 자극만 가해져도 대규모 투매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국내 증시가 가장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어 우려가 높다. 이달 들어 29일까지 코스피는 14.8%, 코스닥지수는 23.4% 급락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에서 293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증시 안정을 위해 5000억 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지만 2,000 선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