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증시 추락…공포에 짓눌린 개미들의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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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믿고 코스닥벤처펀드와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에 4000만 원을 투자한 직장인 강모 씨(45)는 최근 한 달이 악몽 같았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가 20% 이상 급락하면서 까먹은 돈이 원금의 30%를 넘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은행 창구를 찾았지만 “손절매 하기는 이미 늦었고 장이 반등할 때까지 더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직원의 말에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 공포에 짓눌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까지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저가 매수하던 개미들이 뒤늦게 투매 행렬에 나서면서 손실이 더 커졌다. 29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8000억 원가량을 순매도 한 개인투자자들은 30일에도 약 7000억 원을 빼갔다. 증시가 소폭 반등했지만 개미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 은행, 증권사에 매도 문의 빗발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시중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주식과 펀드를 처분해야 되는지 묻는 상담이 빗발쳤다. 일부 고객들은 “시장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진단을 믿어도 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PB들은 화난 고객들에게 추천한 종목이나 펀드의 손실이 컸던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라’는 분산 투자 전략도 급락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직장인 곽모 씨(29·여)는 “연금저축펀드를 포함해 총 5개 펀드에 투자했는데 국공채 상품에서 1% 미만 수익을 거둔 거 외에는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을 구입한 고객들이 자금은 묶여있는데 상환이 안 되다보니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PB센터장은 “주식을 빌려 투자했다가 40% 가까이 손실이 난 경우 반대매매 때문에 가장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체로 “‘손절매’ 타이밍은 늦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은행 상담직원은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지난주에 빠져나왔어야 했다”며 “이젠 내년 4~6월 정도 회복되길 기다리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PB는 “다음주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면 증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코스닥 상장사 대부분 폭락

주가가 크게 출렁인 이달 개미들은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4.46%에 그쳤다. 외국인 ―18.62%, 기관 ―9.30%에 크게 못 미쳤다. 범위를 연초 이후로 넓혀도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 수익률은 평균 ―15.78%에 그쳤다. 코스닥 시장에선 ―52.34%로 아예 반토막이 났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부진이 개미들을 더 아프게 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94%가 52주 고점 대비 ―20% 넘게 주가가 폭락했다. 코스피 88%, 일본닛케이225 60%, 나스닥지수 72%,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시장 평균 67% 등보다 높은 수치다.

펀드 투자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4.8%, 연초 이후엔 ―20.05%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8.91%, ―12.67%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기관 매수에 힘입어 엿새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8.64포인트(0.93%) 오른 2,014.69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2.29% 올랐다. 미국이 중국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해 거래 금지 제재를 부과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 오른 영향이 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간부회의에서 “증시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면밀히 재점검해 필요 시 가동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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