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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특히 2월 1일부터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국이 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확산시키고 △미국 일본 등 주변 우방과는 별도의 추가 제재를 위한 협의 채널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펴겠다는 구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 태세를 거듭 주문했다.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해 온 외교안보장관회의 일정과 장면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의지를 대내외에 적극 알렸다. 정부는 회의에서 안보리 의장국이 된 점을 십분 활용해 그동안 북한 제재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이었던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보다는 핵실험을 굉장히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면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실험 도발 수위에 따라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 2087호의 핵심인 대량 현금거래 감시와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의 수출입 통제보다도 강한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다. 정부는 안보리 제재 못지않게 미일과의 협의를 통한 대북 양자 제재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이날 회의 직후 “결국 (미일 등) 각국의 추가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나온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검토해 온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 제재와 이란을 압박했던 포괄적 금융 제재, 북한을 왕래하는 선박의 타국 입항을 제한하는 해운 제재 외에도 추가적인 양자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해외에 차린 ‘유령 회사’를 파악해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포괄적 대북 제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실효적인 제재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미국 등과 함께 중국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 원조를 주저 없이 줄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나 북-중 간 화물에 대한 통관 검사를 강화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이런 대북 강경 기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사태 전반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 반응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현 정부가 마지막까지 대북 강공 드라이브에 나선 것에 대해선 마냥 박수만 보낼 수 없는 미묘한 처지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북한이 아직 핵실험을 한 것도 아닌데 자극적인 발언을 계속 내놓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여러모로 새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위협과 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응이 물리적 충돌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박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시작도 제대로 못 해보고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승헌·이정은 기자 ddr@donga.com}
“‘막고 올리고 쏘고’ 전략이 먹혔다.” 스포츠 중계방송의 한 대목이 아니다. 30일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자 청와대 일각에서 환호성과 함께 터져 나온 말이다. 올해 초부터 청와대 일부 참모 사이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마무리를 위한 ‘막고 올리고 쏘고’ 전략이 회자됐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논란이 일었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을 막고, 동절기 전력수요 관리를 위해 전기료를 올리며, 나로호를 쏘아 올리면서 임기 말 국정 운영을 마무리하겠다는 것. 실제로 택시법은 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일단 시행을 막으면서 대체입법을 위한 공론화에 성공했다는 게 청와대의 내부 판단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14일부터 산업용을 위주로 전기요금을 평균 4% 올려 동절기 전력 수요 관리를 위한 방어선을 쳤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는 이미 두 차례 실패한 데다 워낙 변수가 많아 청와대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을 졸였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이번 3차 발사마저 실패하면 정부 분위기도 적잖이 위축됐을 텐데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함께 TV로 나로호 발사 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보다가 발사 성공이 확인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의 노력이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었음을 확인했다. 31일 진행될 위성과의 교신도 성공하자”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과 청와대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를 계기로 검증 정보 공유의 폭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30일 “지금도 필요한 경우 청와대에 검증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철저한 검증을 위해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검증 자료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인선 검증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당선인 측에서 요청하면 지금까지 축적해 온 각 분야 1만여 명에 대한 인사파일 중 필요한 대목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너무 많이 포함돼 있어 요청하지도 않은 인사에 대한 파일을 통째로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1만여 명에 대한 가족관계, 병역의무 이행, 전과 및 징계, 재산 형성과정, 납세 등 기본 검증 자료를 가지고 있다. 이 중 700∼800명에 대해선 상세한 검증 자료를 축적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무총리 낙마 사태를 계기로 정부 차원의 ‘검증 자산’ 활용에 대한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기마다 새로 들어설 정권이 물러나는 정권의 인사 검증 자산을 신뢰하지 못하고 별도로 검증작업을 진행하다 놓치는 부분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 당선인 측은 정권을 재창출했는데도 현 청와대의 인사검증 자료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검증작업에 나섰다가 초유의 청문회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사태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 당선인 측은 “청와대로부터 검증 파일을 받는다 해도 새로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현 청와대 인사 풀에 포함되지 않은 인사를 쓸 경우 새로 검증을 해야 하고, 주로 서류 검증만 되어 있는 청와대 검증 파일만으로 인선할 경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청와대의 검증 파일을 활용하고 별도의 인선 검증도 함께 진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동정민·이승헌 기자 ditto@donga.com}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10차례의 발사 연기와 2차례 발사 실패 끝에 마침내 발사에 성공했다. 2002년 8월 개발 계획을 세운 지 10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자국 땅에서 자국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린 나라를 뜻하는 ‘스페이스 클럽’에 세계 11번째로 가입하게 됐다. 나로호는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이륙해 위성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나로호가 이륙한 뒤 9분 동안 위성덮개(페어링) 분리, 1단 분리 및 점화, 2단 점화, 나로과학위성 분리 등의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졌다.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오후 5시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위성을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며 “우주강국을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하듯 노르웨이 기지국은 오후 5시 26분경 우주 궤도를 날고 있는 나로과학위성이 보낸 신호를 수신했다.이명박 대통령은 나로호 발사 성공 직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우주 시대를 열게 된 것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본격적인 우주과학 시대를 열어가는 첫출발을 했다”며 “대한민국 국력이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로 만들자”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오랜 기다림 속에 우주 강국을 향한 첫 번째 꿈이 이루어졌다”며 “이런 새로운 도전이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고 축하했다.2004년 한-러 우주기술협력협정을 체결했던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도 “예산이 충분하지 못한데도 발사에 성공한 과학자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고 전했다.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 우주개발 계획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나로호 후속으로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Ⅱ) 개발 사업을 2010년부터 진행해 왔다. 정부는 당초 한국형 발사체를 2021년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를 2, 3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정부는 그동안 나로호 개발 사업비로 5205억 원을 투입했으며 대한항공 한화 삼성테크윈 한국화이바 등 150여 개 기업과 45개 대학 및 연구소가 사업에 참여했다.고흥=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이승헌 기자 ilju2@donga.com}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 직후 정치권의 시선은 곧바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에게 쏠렸다. 특히 이 후보자의 거취는 물론이고 그 방향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는 2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자 문제에 대해 “국회가 판단할 일”이라며 가급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 후보자가 낙마하자 그 파장이 이 후보자에게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이 끝난 만큼 본회의 표결 실시 여부 등은 여전히 여야 정치권에 달린 것 아니냐”면서도 “아무래도 이 후보자에게 불리한 기류가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나서서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할 의사는 없지만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은 분명하다는 의미다. 박근혜 당선인이 김 후보자 낙마로 어그러진 초반 인사 시스템을 쇄신하기 위해 이 대통령과의 첫 합작 인선인 ‘이동흡 카드’를 버리자고 청와대에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당선인 처지에선 김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심정으로 이 후보자를 정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이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거센 검증 공세를 ‘사상 최악의 인사청문회’라고 규정하며 ‘이동흡 카드’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더이상 버틸 정치적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인준 투표 실시가 난망한 이 후보자의 관련 문제를 연일 거론하며 야당과 맞서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김 후보자의 순조로운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이 후보자도 털고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진사퇴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버틸 명분이 없을 것 같다”며 “당선인을 생각한다면 조속히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미 이 후보자는 자생력이 없어진 상황이 아니냐”며 “이제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승헌·길진균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55명에 대한 임기 말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특사안을 심의·의결한 뒤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민간 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이전 정부보다)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라며 “정치 사면은 당초 약속대로 절제해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적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저축은행 비리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사건 관련자 제외 △중소·중견기업인으로서 기여도 및 사회봉사 정도 감안 △사회 갈등 해소 등 4대 원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특사는 31일자로 단행된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박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라며 “이번 특사 강행 조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창중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사로 최 전 위원장, 천 회장은 각각 1년 10개월, 1년 1개월의 잔여 형기를 면제 받았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됐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도 특사 혜택을 받게 됐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캠프 대변인이었던 장광근 전 의원, 친박계 중진인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도 복권됐다. 다른 정계 인사로 여권에선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현경병 전 의원이, 야권에선 김종률 서갑원 우제항 전 의원이 복권됐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던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도 복권됐다. 경제인 중에선 조현준 효성 섬유PG장(사장) 등이 포함됐다. 용산 참사 사건으로 구속된 6명의 철거민 중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 등 5명도 사면을 받았다. 여야 정치권은 사면법 개정 추진에 즉각 나섰다.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은 이날 대통령 친족과 측근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누리당도 사면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가) 박근혜 정부가 반듯한 사면 문화를 정착시키는 원년이 되도록 사면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밝혔다.이승헌·전지성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의 ‘1·29 특별사면’은 한 달여 전부터 그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대선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만큼 현 정부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해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그 핵심은 이 대통령 친인척과 최측근 인사에 대한 특사였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27일 연말 특사설이 돌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임기 내 특사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처음으로 특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론을 탐지하기 위한 일종의 ‘애드벌룬’이었다. 당시만 해도 청와대 안팎에선 29일 사면 발표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물론이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0순위’로 거론됐다. “친형을 풀어주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특사를 왜 하겠느냐”는 말이 돌 정도였다.청와대는 올해 들어 9일 “종교계를 비롯해 경제계, 정치권 등에서 특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특사 추진을 공론화했다. 이때부터 특사 대상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 주변에선 ‘당초 계획대로 이 전 부의장과 측근들을 사면하자’는 의견과 ‘친인척은 안 된다’는 의견이 갈렸다. 핵심은 이 전 부의장이었다. 그런데 특사 추진 소식을 접한 이 전 부의장 측에서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 이 전 부의장 측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무죄를 입증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특사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에 대한 특사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을 고민하던 청와대도 이때부터 사실상 ‘이상득 특사 카드’를 접었다고 한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도 친인척인 만큼 이 전 부의장과 함께 특사 대상에서 멀어져 갔다.하지만 여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반대하고 나섰고 급기야 특사 단행 사흘 전인 26일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이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법무부가 마련한 특사안에 대해 1차 검토를 마쳤던 청와대는 다시 논의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특사 규모도 약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특사 발표 전날인 28일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거듭 비판하자 청와대는 막판에 잠시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일부 핵심 참모들은 “더 흔들리면 안 된다”며 예정대로 최 전 위원장, 천 회장 등이 포함된 특사안을 확정하겠다는 뜻을 굳혔다. 일부 참모는 막판까지 특사를 반대했다가 이 대통령에게 가벼운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이승헌·손영일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하려는 특별사면과 그 대상을 놓고 그동안 ‘화합 모드’를 보였던 신구 권력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던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첫 파열음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29일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검토해 온 임기 중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특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법무부 사면심의위원회가 최근 특사안에 대한 심의를 마친 것으로 안다. 이 대통령이 이르면 29일 국무회의에서 특사안에 서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사 대상에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고려대 동기동창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구속 중인 최측근 인사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측근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거론된다. 그러나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과 김희중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은 특사에서 제외될 개연성이 높다. 청와대는 이번 특사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재벌 회장 등은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며 이 대통령 측근에 대한 특사를 정면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마지막 특사 추진에 대해 인수위가 처음으로 공개 비판한 것이다. 윤 대변인은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사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대변인으로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했다”라고 말해 ‘특사 반대’는 박 당선인의 의중임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박 당선인 측의 비판에 대해 공식 논평은 자제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마저 감추지는 못했다.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 욕 먹더라도 사면하겠다는 MB… 朴과 ‘허니문’ 깨지나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들이 대부분 임기 말에 마지막 특사를 단행한 것을 거론하며 박 당선인이 반대하더라도 특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7년 12월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을 특별사면했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2년 12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다.○ ‘정치적 부채’를 갚으려는 이 대통령 이 대통령은 왜 야당은 물론이고 박 당선인 측의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최측근 인사에 대한 특사를 추진하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그 이유로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채의식’을 자주 거론한다. 특히 고령의 최시중 전 위원장(76), 천 회장(70)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심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둘의 구치소 생활도 종종 보고받고 인간적인 연민을 자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명은 ‘MB 대통령’을 만든 핵심 창업 공신이다.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친구이기도 한 최 전 위원장은 여의도 정치를 잘 몰랐던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기법으로 정국 대처 방안을 가르친 ‘정치 스승’이다. 대선 과정에서 비공식 최고의사결정기구였던 ‘6인 회의’의 핵심이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 사업권 인허가 알선과 관련해 받은 8억 원 때문에 구속되면서 한동안 대선자금 관련성을 공개 거론한 것은 이 대통령과의 이런 정치적 인연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천 회장은 사석에서 이 대통령을 ‘명박이’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친구이다. 각종 정치자금 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선후보 자격으로 내야 할 특별 당비 30억 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천 회장은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로부터 워크아웃 조기종료 등의 청탁과 함께 46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MB가 최 전 위원장과 천 회장에 대한 특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번이 아니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선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국갤럽이 유독 박 당선인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자주 발표했다는 이유로 일부 친박계 의원의 대표적 표적이었다. 이 대통령의 특사 강행 배경에는 본인의 경험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1998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뒤 미국 연수를 떠났다가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단행한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다. 그 덕분에 2002년 서울시장에 도전해 당선되면서 정치적 재기가 가능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내가 그때 사면받지 못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느냐’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주변에 한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정치적 부담’을 거부하는 박 당선인 박 당선인 처지에선 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비리 의혹 관련 여권 인사들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박 당선인의 사실상 첫 인사라고 할 수도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민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26일 브리핑에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란 강한 표현을 쓴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더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으로 보장된 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길어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권력형 비리 척결에 대한 박 당선인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MB 정부와 자연스럽게 차별화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 당선인은 ‘사면=MB의 단독 작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자신은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야 ‘신뢰와 원칙’이라는 박 당선인의 정치 브랜드도 훼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꾸준히 밝혀 왔다.이승헌·홍수영 기자 ddr@donga.com}

대통령 경호실의 부침이 새삼 관심거리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소속 경호처(차관급)로 낮춰졌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대통령 비서실과 독립된 경호실(장관급)로 복원되기 때문이다. 경호실로의 승격은 박근혜 당선인의 뜻에 따른 것이다. 경호실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권부’의 상징처럼 인식돼 온 터라 정치권에선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 인생 트라우마가 이유?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25일 “차관이 장일 때와 장관이 장일 때 (경호실) 구성원이 가지는 사기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선 때 박 당선인을 적극 지지한 경호실 출신 인사들은 경호처를 경호실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서실에서 독립시키더라도 굳이 ‘작은 청와대’ 기조를 깨면서까지 장관급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선진국 중에서 경호실장이 장관급인 나라는 없다. 미국은 국토안전부 비밀수사국에서 경호를 담당하며 수장은 차관보급이고 독일 프랑스 일본 등도 경찰이 경호를 담당하며 책임자는 차관보급이나 국장급이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의 아픈 과거에서 배경을 찾는 시각이 있다. 부모를 모두 흉탄에 잃고 자신도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때 테러를 당해 생명을 잃을 뻔했던 만큼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당선인의 한 측근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문세광의 총탄에 어머니를 잃지 않았느냐”며 “3차 핵실험을 한다고 떠드는 등 북한이 갈수록 우려스러운 행태를 보이는 데 대해 좀 더 책임 있게 안전을 챙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경호실장이 장관급이어야 경호가 잘되는 것이냐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 “비서실이 비서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경호 역시 업무 자체가 특수하니 비서실과 별도로 본래 상태로 복귀하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주인은 경호실? 경호실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첫해인 1963년 12월 경호실을 신설했다. 그 전까지 대통령 경호는 경찰 몫이었다. 경호실의 권부 이미지는 1970, 80년대에 형성됐다. 박 전 대통령 임기 말 차지철 경호실장은 그 정점에 서 있었다. 차 실장은 매일 아침 대통령 비서실장보다 먼저 대통령을 만나 주요 시국 현안을 보고하고 관계기관에 대통령의 뜻을 지시했다. 효자동 근처에 별도의 정보기구 사무실을 만들었고 중앙정보부장에게서 매일 아침 보고를 받았다. 차지철의 ‘자공달(子供達·작은 아이들)’로 불리는 인맥을 만들어 당과 국회까지 관여했다. 김영삼 정부 때 민간 출신 경호실장이 탄생한 후 조금씩 약해지긴 했지만 경호실의 위상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경호실 구성원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대부분 유지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경호실’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경호실을 대통령실장 산하 차관급으로 낮추는 청와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호처는 권력 이미지를 뺀 순수 경호를 지향했으나 내곡동 사저 문제 등으로 오점을 남겼다.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경호실로의 승격에 대해 “3공의 부활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동정민·이승헌 기자 ditto@donga.com}
청와대가 녹색 성장의 성장세가 꺾일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녹색 성장은 이명박(MB) 정부의 대표 어젠다 중 하나.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1일 청와대 조직 개편을 발표하며 녹색성장기획관실과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신설할 기후변화비서관실도 녹색 성장보다는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이슈에 치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22일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녹색 성장 어젠다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이런 조바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녹색 성장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하느냐’고 물은 결과 ‘매우 그렇다’ 79.8%, ‘대체로 그렇다’ 17.5% 등 긍정적인 답변이 97.3%였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녹색 성장은 녹색기후기금(GCF) 본부의 인천 송도 유치를 계기로 MB 브랜드를 넘어 ‘코리아 어젠다’로 자리 잡았다. 이 흐름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승됐으면 하는 게 현 정부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설된)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이 중심이 돼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녹색 성장과 관련된 대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택시법에 대한 국회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을 심의·의결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최종 서명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한 뒤 “글로벌 코리아 시대인데 국제 규범에 맞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라며 “택시(업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은 택시법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택시법에 대한 국회 재의요구안을 23일 국회로 보낼 예정이며 택시법을 대신할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택시업계는 이날 노사 4개 단체가 모두 참여한 대표자회의를 열고 30일부터 지역별 운행 중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월 20일까지 국회 재의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기한 운행 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다.이승헌·박재명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재의 요구)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그동안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의견을 모으면 이를 이날 오후 재가하는 형태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분석한 결과 택시법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 거부권을 행사해도 박 당선인과 충돌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법이 국회의원 다수(222명)의 찬성으로 통과된 만큼,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151명)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택시법이 다시 의결된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한편 택시 노사 4개 단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전국 시도 대표자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비상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택시법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하며 거부권이 행사되면 택시 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택시 노사는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택시 25만 대와 종사자 30만 명이 서울에 모여 운행을 중단한 채 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승헌·박재명 기자 ddr@donga.com}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원의 17일 감사 결과 발표가 정치권 안팎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관련 정부부처들은 공개적인 반박에 나선 반면 환경시민단체들은 전면 조사를 요구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정권이 교체됐다면 더 강한 (감사)결과가 나왔을 것”이란 민감한 발언까지 나와 논란을 증폭시켰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례적으로 합동브리핑을 갖고 “핵심 시설인 보(洑)는 안전이나 기능상 아무 문제가 없다”며 감사원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 장관은 “지난 2년간 홍수와 태풍을 거치면서 세굴(洗掘·강물에 강바닥이 패는 현상) 피해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감사원이 지적한 15개 보 중 12개는 이미 보강 작업을 마쳤다”고 강조했다. ‘보 바닥보호공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대형 보에 4m 미만의 소규모 보 기준을 적용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 하천설계 기준은 15m 이하로 통일돼 있다”고 밝혔다. 유 장관도 수질 관리 기준이 부적절하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 “정부가 잘못된 기준을 4대강에 적용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4대강 사업을 정권 차원의 역점 과제로 추진했던 청와대는 감사결과가 나온 직후 국토부와 환경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국토부의 해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원이 처음부터 ‘문제 있다’는 프레임을 갖고 들여다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전문가들이 원칙에 따라 감사를 진행한 결과”라고 거듭 밝혔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권이 교체된 뒤 감사가 진행됐다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센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을 수도 있다. 부실 등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물어 주무부처 장관들이 검찰에 넘겨지는 상황까지 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와 정부가 반발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정반대로 감사결과에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전면 조사 △부실사업의 책임자 처벌 △보 철거를 통한 강의 복원을 요구했다. 이승헌·김철중 기자 ddr@donga.com}
지난해 12월 초 어느 주말 오후.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 관저에서 손녀들과 숟가락을 들고 부인 김윤옥 여사가 만드는 닭볶음탕을 기다리고 있었다. 갖은 야채를 넣은 닭볶음탕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그릇을 싹 비웠다. 주말이면 테니스를 친 뒤 김 여사가 해주는 음식을 먹는 게 관저 생활의 작은 낙이라고 한다. 이전엔 측근들과 관저에서 종종 만찬도 했지만 요즘엔 뜸하다. 대통령 가족이 임기 5년 동안 지내는 관저는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주변엔 별 시설물도 없다. 그만큼 대통령의 휴식을 강조한 공간이다. 관저 현판이 ‘청안당(靑安堂·청와대에서 편안한 곳)’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시에 관저는 대통령이 퇴근 후 다소 긴장을 푼 상태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야간 집무실’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임기 첫 해인 2008년 당시 곽승준 국정기획,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 이동관 대변인 등과 자주 관저에서 만찬을 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핵심 측근들과 편한 차림으로 맥주를 마시며 국정 현안을 토론했다. 그러나 임기 말에는 지지율 하락과 측근들의 이탈로 홀로 현안을 고민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박근혜 당선인에게 “네가 없었으면 난 살 수 없었을 거야”라며 외로움을 토로했다는 일화도 있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어느 날 밤 관저에 올라갔는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니까 귀곡산장이 따로 없더라”고 했다. 그만큼 관저는 고도의 보좌를 요구하는 공간이다. 박 당선인이 독신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미국 백악관처럼 집무공간과 생활공간을 한 건물에 둘 수는 없더라도 관저를 완전히 동떨어지게 두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청와대 관저에는 살림을 돕는 직원 2명만 상주하는데 관저 직원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관저 일정을 늘리자는 제안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저에 중소형 규모의 리셉션을 진행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관저에서 만찬 행사를 갖기도 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얼마 전 청와대 비서동 중 한 곳인 위민3관 1층 화장실 입구에 반사경이 설치됐다. 화장실을 나가기 전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다. 사연은 이렇다. 가뜩이나 비좁은 화장실 앞 복도에 얼마 전 대형 통신장비가 들어섰다. 사무실 안에 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이 장비가 화장실 입구의 시야를 가렸고, 화장실을 출입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부딪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은 권위적으로 설계돼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반면 본관에서 500m 떨어진 비서동은 제대로 업무를 보기 어려울 만큼 열악하다. 역대 청와대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그 본질적 이유를 예산과 경호 문제에서 찾고 있다.○ 청와대 예산이라면 일단 깎고 보는 국회 이명박 정부도 출범 초 로드맵을 짜고 청와대 공간 개조를 시도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넘어가자 논의가 흐지부지되기 시작했다. 1차 공사에 약 2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청와대 내 누구도 국회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장다사로 대통령총무기획관이 “세종시 이전으로 정부서울청사에 빈 공간이 생기니 참모들을 임시로 옮긴 뒤 비서동 보수공사만 진행하겠다”며 예산을 요청했지만 여야 모두 차가운 반응이었다. 실제 정권을 불문하고 청와대 관련 예산은 깎이기 일쑤다. 2013년 청와대 예산도 당초 정부가 제출한 1644억 원에서 25억 원 깎인 1619억 원이 최종 배정됐다. 1년 전인 2012년 예산보다 60억 원 줄었다. 이한구 국회 운영위원장 겸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리모델링에 대해 “경제가 어려운데 청와대가 무슨 돈을 쓰느냐. 쓸데없이 돈을 쓰면 안 된다.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소통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뀌어 집주인이 집을 고치는 걸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밀봉-불통 인사’의 대명사가 된 박근혜 당선인이 소통과 변화를 위한 신호탄이 아니라 보여주기의 일환으로 청와대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새 정부 임기 초에 과감하게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최평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총공사비만 2000억 원이 넘는 제2의원회관을 지은 국회가 무슨 근거로 청와대 리모델링을 위한 논의조차 막을 수 있느냐”며 “박 당선인이 임기 초에 중장기적 어젠다로 설정하고 과감하게 국회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임기 첫해에 로드맵을 짜서 국민에게 보고하고 끈질기게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복병, 경호 문제 청와대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경호 체계 수정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청와대 내 각종 동선은 대통령 경호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공간 재배치는 결국 경호 체계 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영원한 ‘늘공(늘 공무원)’이자 여전히 만만치 않은 목소리를 내는 경호처가 자신들의 역할 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는 것. 경호처는 군사정권 시절에 비해서는 확연히 달라지긴 했지만 경호 동선 조정 등에 대해선 여전히 민감해하고 가끔 다른 참모 조직과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현 정부 초 벌어진 청와대 업무 동선과 경호 체계와 관련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 당선인 집무실에서 몇몇 핵심 참모로부터 기밀사항을 보고받고 있는데 경호관이 문 앞에 버티고 있었다. 보고하던 참모가 “자리를 잠시 비켜 달라”고 하자 경호관은 “수칙상 나갈 수 없다”고 했고 실랑이 끝에 경호관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 전까지 경호실이던 명칭이 경호처로 바뀌었다는 것. 당시 실랑이를 벌였던 참모는 “경호관들이 충성심이 강하고 업무 수행력도 좋지만 청와대 공간을 유기적으로 소통형 구조로 바꾸려면 경호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 업무를 담당했던 장기붕 대경대 경호학과 교수는 “본관에 일부 참모가 들어가거나 본관 바로 옆에 비서동을 신축해도 이젠 경호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을 정도로 청와대 경호 능력이 업그레이드됐다”며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청와대 리모델링을 위해 경호의 강약이나 동선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예산이나 경호문제를 넘어 실질적인 청와대 리모델링을 실현하기 위해선 소통형 업무공간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가장 중요한 셈이다. 최평길 교수는 “대통령이 임기 중반 들어 지지율이 하락하면 소통은커녕 참모들도 보기 싫을 수 있다”며 “임기 초에 의지를 갖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헌·고성호 기자 ddr@donga.com}

박근혜 당선인이 다음 달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 관저 생활을 시작하면서 반려견을 키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박 당선인이 가족이 없는 만큼 개와 함께 청와대 관저에 들어올 것으로 안다”며 “고독한 관저 생활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현재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선 개를 키우지 않지만 정치권에선 소문난 애견가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엔 청와대에서 ‘방울이’라는 개를 키웠고, 2005년엔 동생 지만 씨에게서 받은 진도개 ‘봉달이’ ‘봉숙이’를 기르며 새끼 7마리를 분양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반려견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키우는 반려견 중 일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주말에는 자신의 에쿠스 전용차량에 태울 정도로 아끼는 진도개 ‘청돌이’는 퇴임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따라갈 게 확실시된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키우던 또 다른 진도개인 ‘진순이’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펫 원’(pet one·대통령 애완동물)도 정권 교체되는 셈이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테니스 쳐도 되겠구먼….”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청와대 본관 2층 집무실에 들어서자 주변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을 열고 집무용 책상까지 15m가량 떨어진 ‘광활한’ 집무실을 보고 평소 즐기는 테니스를 해도 될 정도라고 촌평한 것이다. 천장까지의 높이는 3m가 넘어 특급호텔 로비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정작 본관 집무실 주변에는 제1, 2부속실 직원과 경호원들이 전부였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 주요 참모들을 입주시킬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곳곳에 포진한 기둥 둘레만 1m가 넘어 대형 공사가 불가피했다. 그러던 중 촛불시위가 터졌고 리모델링 계획은 물 건너갔다. 이렇듯 전체 면적이 25만 m²인 청와대 공간의 문제점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이 500m가량 떨어져 있는 데다 본관 공간이 비효율적이고 심지어 권위적인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이 참모 호출하면 빨라야 5분 이상 걸려 이 대통령이 급한 용건으로 비서동에 있는 참모를 불러 만나려면 5분에서 길게는 8분가량 걸린다. 대통령이 수시로 찾는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대통령 호출 지시→제1부속실에서 연락→박 대변인, 차량 호출→탑승 및 이동→본관 1층 도착 및 경호시설 통과→계단으로 2층 집무실까지 이동에 평균 5분이 걸린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이나 수석비서관들도 마찬가지. 전용차량이 없는 비서관들은 걸어가기 때문에 10분 정도 걸린다. 한 관계자는 “지난주 눈이 많이 왔을 때는 종종걸음으로 가서 훨씬 더 많이 걸렸다”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본관은 지나치게 넓고 비서동은 옆 사람의 팔이 닿을 정도로 미어터지는 게 현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취임 후 본관에 도착해 “기수야(김기수 수행실장), 사무실에 어떻게 가노?”라고 물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가 설계한 히틀러 총통관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권위적으로 설계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 본관에 들어가 보면 박물관을 연상케 할 정도다. 본관에는 대형 회의 공간만 다섯 곳이다. 1층 왼쪽에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이, 오른쪽에는 충무실과 인왕실이 있다. 10m가량의 복도를 지나 전실(前室)을 거쳐야 나오는 세종실은 보통 일주일에 한두 차례 사용된다. 국무위원 전원이 들어가도 옆 사람이 닿지 않는다. 세종실만큼 넓은 충무실은 그나마 전용회의도 없다. 식사를 겸한 회의공간으로 사용되는 충무실은 티타임을 위한 별도 공간도 있다. 인왕실에선 주로 다과회가 열린다. 2층에는 여야 대표 초청 회동 등을 위한 백악실이 있고 반대편의 또 다른 대형 공간인 집현실에선 수석비서관회의 등이 열린다. 비서동 사정은 전혀 다르다. 제1, 2부속실, 국가위기관리실 산하 직원 등을 제외하고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전 수석비서관, 기획관, 행정관 300여 명이 3개 비서동에 나눠 일하고 있다. 이 중 위민 2, 3관은 1968년에 지어져 안전진단 결과 붕괴 위험 수준인 ‘D판정’을 받아 청와대는 재건축을 위한 예산 편성을 시도했지만 국회에서 번번이 깎였다. ○ 본관에 대통령실장 등 핵심 참모 들어가야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통, 방만한 공간 활용을 막기 위해선 우선 핵심 참모들이 본관으로 이주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통령이 수시로 찾는 대통령실장과 신설될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홍보·경제수석비서관은 본관으로 이동해 현안을 놓고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학)는 “대통령실장과 국정 주요 현안을 다루는 수석비서관들을 본관으로 옮겨 가급적 미 백악관 식에 근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6월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분석한 결과 이 대통령은 홍보수석 외교안보수석(신설될 국가안보실장) 경제수석 등을 가장 많이, 자주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 청와대에선 본관에 일부 참모가 이동한 뒤 비서동을 본관 인근 용지에 새로 짓는 방안이 자주 거론된다. 한 핵심 관계자는 “위험 진단을 받은 비서동을 새로 짓는다면 본관에서 100m가량 떨어진 빈터에 짓는 게 낫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그런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11일 오전 7시 반. 청와대 관저를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 대신 참모들이 일하는 비서동인 위민1관의 ‘간이 집무실’로 출근했다. 취임 후 월요일마다 본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온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본관은 답답하다. 밥 먹으면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싶다”라며 비서동에서의 금요 조찬회의를 시작했다. 한 수석비서관은 “월요 회의보다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고 참모들이 기탄없이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본관 집무실 이상으로 비서동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2007년 2월 열린우리당 탈당 후 정치적으로 고립됐던 노 전 대통령이 비서동에서 참모들과 부대끼며 활력을 찾으려 했다”라고 기억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사례는 국정의 핵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이 500m가량 떨어져 있는 현 청와대 구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촌각을 다투는 국정 현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수시로 소통하며 대처하기에는 너무 전근대적인 ‘불통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본관은 1991년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지어졌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부터 역대 정권은 각종 문제점을 인식하고 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백억 원의 공사 예산 확보를 위한 국회 설득에 실패하거나 게이트 등 각종 악재가 터져 이를 추진할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도 2008년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공간 재배치를 검토했으나 그해 5월 불거진 촛불집회로 중도에 포기했다. 이제 20년 묵은 과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넘어왔다. 소통과 협치(協治)의 ‘정부 3.0’을 내세운 박 당선인 주변에서도 이번에야말로 청와대 공간을 21세기형 거버넌스에 맞게 소통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지난해 9월 27일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제안했고, 박 당선인도 긍정적이었다. 마침 박 당선인은 ‘큰 정부’를 추구하는 대신 ‘작은 청와대’를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도 17일 대통령직인수위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청와대 공간 개편을 공식 건의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임기 초에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청와대 리모델링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해 임기 첫해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미국학)는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의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청와대 공간 리모델링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청와대 측은 택시법의 국회 통과 후 이 같은 가능성을 내비쳐 왔으나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의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는 관점에서 (택시법을) 심각히 논의해 달라. (택시법에 부정적인) 국무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할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택시법 통과 시 재정지원 부담을 안게 될) 지방자치단체의 의견도 공식적으로 받아 보라”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부 국무위원이 택시법에 부정적인 견해를 강하게 피력했다. 주무 장관인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고정 노선이 없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것은 해외에도 사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재원 법체저장은 “대중교통에 대한 (법적) 정의가 다른 법과 혼동을 일으키는 등 법 체계상 혼선이 있을 수 있다. 택시법에 대한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우선 택시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듯하다. 또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한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지 않는 점을 들어 박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출범 열흘 만에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마무리 지었다. 유민봉(총괄) 옥동석(실무) 강석훈(외부 의견 전달) 등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소속 3인방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최근 각종 업무보고 일정을 마치면 함께 모여 새벽까지 개편 작업에 몰두해 왔다. 특히 유민봉 국정기획조정 총괄간사가 눈에 띈다. 유 간사는 이날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때 40분에 걸쳐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30여 개를 원고 없이 깔끔하게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언론 공식 무대에 성공적으로 등장하면서 일각에서는 인수위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그윽하고 우수에 찬 인상을 주는 턱수염이다. 그의 한 지인은 “유 간사를 처음 본 2005년에도 지금과 똑같은 모양과 형태로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라며 “키에 비해 얼굴이 좀 갸름한데 그걸 보완하기 위해 수염을 기르는 걸로 알고 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벤치마킹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인 유 간사는 인선 발표 당시만 해도 의외라는 평이 많았다. 학자 특유의 행정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국정 관리와 행정학을 전공해 정부 조직과 관련된 다양한 이론이 뒷받침된 데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무원 경험까지 있어 추진력 있게 정부 조직 개편을 이끌었다는 평이다. 유 간사는 요즘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이번 조직 개편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을 반영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국정기획조정분과 관계자는 “유 간사는 각종 회의를 주재할 때 참석자들의 의견을 주로 듣는 편이지만 설득이 필요하면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가며 소상하게 설명한다”라며 “하루 종일 회의가 이어지지만 평소 등산으로 닦은 체력은 인수위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직 개편 실무를 담당한 옥 위원은 대선 때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정부개혁추진단장을 맡아 정부 조직 개편 밑그림을 짜 왔다. 원래 재정 전문가이지만 당선인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 전문가, 행정 전문가 등과 함께 정부조직팀을 꾸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조직 개편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그는 인수위가 출범한 이후 통의동 금융연수원 인수위 사무실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별도의 독립 공간에서 실무 작업을 진행했다. 철저한 보안과 혹시 있을지 모를 부처의 로비 때문이라고 한다. 옥 위원은 이곳에서 외부 전문가 없이 행정안전부 공무원 등 극소수 인원과 함께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과도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의견을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의 모든 공약을 꿰뚫고 있는 강 위원은 흩어져 있는 각종 정부 조직 관련 공약의 취지와 정부 개혁의 의지를 유 간사와 옥 위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옥 위원이 실무 작업을 하는 동안 강 위원은 학계, 산업계, 정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옥 위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동정민·이승헌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