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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 국가채무비율의 지속적 상승 전망이 신용등급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의 잇따른 나랏돈 지출 공약에 우려를 표했다. 다만 한국의 신용등급은 기존 ‘AA-, 안정적’을 유지했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발표하며 “한국의 재정 여력은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히면서도 “국가채무비율의 지속적 상승 전망이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등급에 압박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피치는 특히 이번 발표에 이례적으로 대선 후보들의 재정지출 공약에 주목했다. 피치는 “대선 후보들이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지원 약속을 지지하고 있어 재정 안정화는 대선 이후에도 빠르게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한국이 나랏돈 씀씀이를 늘리는 부분을 짚었다. 한국 나라살림을 압박하는 요인으로는 고령화를 꼽았다. 피치는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출 및 재정적자 용인 기조가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고령화에 따른 장기 지출 소요가 있는 상황에서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위협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적됐다. 피치는 “남한의 대화재개 노력에도 북한과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고 비핵화 협상은 큰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짚었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가계부채가 급증했으나 가계 자산,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하면 위험요인이 잘 억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

올해 한국의 최대 외교 이벤트는 단연 5월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한미 동맹은 70년 전 전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우면서 다져졌다’는 양 정상 공동선언의 첫 문장은 동맹의 공고한 뿌리를 보여줬다. 한국만의 착각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주미 일본대사로 있던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최근 일본의 민방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바이든 정부에서도 ‘한미 동맹은 함께 피를 흘린 동맹이라는 걸 잊으면 곤란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미 관계를 둘러싼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한국의 기업들이다. 정상회담 때 발표된 4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은 흔들림 없는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배터리 투자는 대중국 견제를 위한 새로운 기술 동맹의 시작이자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이다. 한국에 투자되는 달러가 우리의 안보를 지켜준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1972년 신진자동차와 미국 GM이 공동 출자해 GM코리아(현 한국GM)를 설립했을 때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1개 사단을 주둔시키는 것보다 GM 공장을 한국에 세우는 게 안보에 더 낫다”고 반겼다. 이제는 한 발 진화했다. 한국 땅에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더해 최첨단 기술과 대규모 자본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글로벌 투자가 우리 안보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텍사스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조지아의 SK 배터리 공장, 오하이오·테네시의 LG 배터리 공장은 경제적 이익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미 동맹의 상징이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새해 새로운 5년을 시작하는 새 정부를 누가 이끌게 되든, 자유민주주의와 동맹의 가치를 의심하게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로 안보를 시험대에 올리는 것은 한국 경제와 세계 공급망을 떠받치는 기업을 위해서도 삼가야 할 일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든든하니 정부가 뭘 해도 용인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과 철없는 행동은 국가 운명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어정쩡한 자세와 모호한 수사로 정체성을 의심받아 온 지난 5년간의 한국 외교 앞에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한미 동맹과 지역 안보를 지켜낸 보루였다. 대만이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TSMC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유례없는 밀월관계를 형성하며 당당한 글로벌 외교 전략을 펴는 것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새로운 경제동맹 구상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실현에 나서며 경제 통상과 안보를 하나로 묶고 있다.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린치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정부는 선도(先導)에 설 준비가 됐을까. 대선 주자라면 새 정부 외교정책의 첫 번째 과제로 이 물음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훈 국제부 차장 sanghun@donga.com}

“삼성이나 이런 데서 기본소득을 이야기해 보는 게 어떻겠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이야기를 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최근 발언에서는 정치인들이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치권이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난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고 있다’ 정도로 비판할 수준이 아니다. 시장경제 체제의 한 축으로 존중해 줘야 한다는, 기업은 고용을 하고 세금을 내며 부를 창출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과연 갖고 있긴 한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언제든 동원 가능하고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상대 정도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게 무리가 아니다. 국민들로서는 ‘도대체 정치권은 기업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 주체다. 경제의 3대 주체로 기업 가계 정부를 꼽지만, 부를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기업이 유일하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가계에 임금을 지급하고 정부에 세금을 낼 수 있다. 근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선진국은 곧 강하고 튼튼한 기업이 많은 나라라는 뜻으로 통한다. 돈을 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다. 투자를 통해 설비를 갖추고 기술을 쌓아 놔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경제 개발 초기에 아무것도 없을 때는 정부 주도로 도로 수도 전기 등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지만, 선진국으로 가려면 기업을 비롯한 민간이 주도하는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유도하는지에 따라 경제 운명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의 투자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축적 수준을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생산자산 축적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축적 규모(7484조 원)는 2000년 대비 305% 늘어 33개 회원국 중 증가율이 5번째로 높았지만 2010년 이후로 따져보면 증가율은 64%로 크게 둔화됐다. 호주(55%), 이스라엘(54%), 캐나다(47%) 등 최근 경제에 활력이 도는 선진국들이 투자에 속도를 내며 곳간을 부지런히 채우고 있다. 한국은 2018, 2019년 2년 연속 설비투자가 마이너스였다. 규제는 늘고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바뀌지 않는데 투자가 늘어나면 그게 신기한 일이다. 가뜩이나 미중 갈등에 치이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생존을 담보로 변화의 최전선에 뛰어든 기업을 향해 어떻게 경제 안보를 지키고 투자를 유도할지 정치권이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외교·경제 정책은 이미 그렇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 활동과 아무 상관없는 설익은 공약을 ‘한번 연구해 보라’며 툭 던지는 모습에 ‘시원하다’ ‘통쾌하다’며 반길 유권자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자국에 투자해 주는 삼성에 “생큐”를 다섯 번 외쳐 주는데 한국에서는 언제까지 기업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지 우려된다.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온 세상이 전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미국의 베스트셀러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A year without “Made in China”)’는 오늘날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패권 경쟁의 영향을 앞서 보여준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한 프리랜서 기자가 남편에게 중국산이 아닌 선글라스를 사주기 위해 안경점 대장정에 나선 건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산 제품을 피하기 위해 10달러짜리 대신 70달러짜리 신발을 사야 했고 그나마도 2주일이라는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한 중산층 가정이 체험했던 ‘웃픈’ 에피소드는 지구를 강타한 심각한 현실이 됐다. 2000년대에 이미 “서방의 마녀사냥이 절대 중국산 제품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중국은 이제 “한국,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대놓고 위협하고 있다. 중국산 장난감을 못 사 떼를 부리는 아이는 어르고 달래면 되지만, 중국산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면 물류망이 마비돼 나라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차이나 리스크는 갑자기 닥친 쓰나미가 아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투자도, 수입도, 수출도 빗장을 걸 수 있다는 걸 꾸준히 드러내 왔다. 산업계 관계자만 고민하면 되는 문제로 여겨졌던 차이나 리스크는 요소수 사태를 겪으며 온 국민의 민생 문제가 됐다. 원료비, 물류비가 저렴한 중국산에 요소수 원료 97%를 의존했던 현실은 한국의 대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드러냈다. 실리콘, 마그네슘, 염화칼슘 등 싸다는 이유로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 어느 하나라도 공급난이 벌어지면 타격이 요소수보다 덜하리란 보장이 없다. 우리가 매달려 봤자 “한국이 위기를 겪는 건 자업자득으로 우리와 무슨 관계인가”라는 반응이 돌아올 뿐이다. 요소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정부와 유관 기관들이 우당탕거리며 급조한 대응책은 든든하기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런 임기응변으로는 경제 산업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저렴한 중국산이 주는 이득을 내려놓는 건 고통스럽더라도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원자재 공급처 다변화 없이는 경제 발전과 산업 안보 모두 놓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은 더 이상 기업 경영과 산업 정책의 제1변수가 될 수 없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어쩌면 요소수 사태는 한국 경제에 백신이 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근본적 체질 변화에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지위를 높일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핵심 설비에서 중국산을 제외하려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흐름은 한국이 올라타야 할 기회다. 중국에 편중된 원자재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새로운 틀을 짜는 작업은 20세기 석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던 결기 이상의 각오를 갖고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국가 과제다. 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10L에 1만 원 안팎이던 요소수 가격이 호가 기준으로 최대 10만 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 등 경유차와 중장비를 가동할 수 없어 ‘물류대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선 산업 현장의 타격을 걱정하는 국내 기업들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요소수는 국내 요소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이 최근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시중에 풀렸던 물량은 동나고 이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주요 제조 기업들에 따르면 원자재·물류 배송을 위해 쓰이는 차량 대다수가 디젤 화물차라 물류대란이 현실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 대 중 60%인 200만 대 정도는 요소수를 반드시 넣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요소에 대해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생산해 왔는데 호주와의 갈등으로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고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요소수 가격이 이전보다 배 이상 뛰고, 사재기까지 벌어지고 있다. 요소수 구입이 더 어려워지면 자칫 국내 화물운송 시장이 사실상 멈추는 최악의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 현장에서 원자재, 제품 등을 이송하는 화물차량의 발이 묶이면 택배 등 업종을 불문하고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된다.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아직 요소수 부족에 따른 실제 운행 차질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당장 다음 달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 요소수 품귀 사태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80% 이상은 롯데정밀화학, KG케미칼이 공급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1∼2개월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요소수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는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2일 국내 요소 수급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이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요소수 매점매석 등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 요소를 수입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

“한국 자동차 회사가 이런 주문을 제안받았다면 굉장히 난처했을 겁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10만 대 주문’ 뉴스를 보고 기자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차를 많이 팔아야 돈을 버는 자동차 회사가 주문을 겁낼 것이라는 말이 의아하지만 올 들어서 전용 전기차 생산라인이 돌아가기 시작한 한국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세계적인 렌터카 업체인 미국 허츠가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3 10만 대를 구매할 것이라는 발표는 ‘전기차 많이들 사는구나’ 정도로 다룰 소식이 아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퇴장시키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다. 대량 주문은 자동차시장에서 개인 구매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경제’를 단번에 이뤄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여러 논란에도 글로벌 빅3 자동차 메이커 자리를 놓치지 않는 힘이 미국 정부와 렌터카 업체의 대량 구매에서 나온다. 10만 대 주문 소식에 테슬라가 세계 자동차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고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서며 ‘천슬라’ 고지에 올라선 것은 자동차 산업 구조 개편의 상징적 모습이다. 전기차가 미래 대세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끝났다. ‘기선을 제압당하면 설 자리는 없다’는 절박감으로 전기차 주도권을 잡기 위한 쟁탈전이 본격화된 지 오래다. 미국은 자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기존 보조금 7500달러(약 875만 원)에 4500달러를 추가로 얹어주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 독일 등 경쟁국의 반발과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는 우려 섞인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본은 지난해 말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해 보조금을 40만 엔(약 409만 원)에서 최대 80만 엔으로 2배로 올렸다. 한국은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다. 2018년 대당 1900만 원을 정점으로 올해는 지역에 따라 최대 150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400만 원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보조금은 4분기(10∼12월) 들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소진됐다. 올해 정부 보조금 예산 1조2000억 원으로는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를 채우기에 부족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까지 30만 대의 전용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추는 등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라인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차를 만들 수 있는데도 보조금이 부족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못 사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혹여나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기차에서 한국은 미국에 5억1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들도 포드 크라이슬러를 사야 한다”며 흑자를 줄이라고 압박한 지 10년 만에 이렇게 됐다. 경쟁국에선 업체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사생결단의 전기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이 승부처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방산·항공 기업 휴니드테크놀러지스는 2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방산전시회 ‘ADEX 2021’에서 프랑스 방산기업 라테코르와 라이파이(LiFi·Light Fidelity) 기술 활용 제품 및 시장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라이파이는 전파를 이용하는 기존 와이파이와 달리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이용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기술이다. 보안에 강점이 있어 항공 우주산업, 군사 부문에서 폭넓게 적용되는 혁신적인 통신 기술이다. 휴니드는 라이파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라테코르와 협력해 군사용 및 항공우주용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조인트벤처 회사를 설립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본격 영업활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휴니드는 세계 라이파이 시장이 2028년 150억 달러(약 17조67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진 휴니드 회장은 “라이파이 기술은 세계 산업계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이라며 “라테코르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차세대 글로벌 통신 시장을 선도하는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

“통화정책으로는 반도체를 생산할 수도, 트럭 기사를 확보할 수도, 바람을 세게 만들 수도 없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가 최근 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 쇼크에 대해 내놓은 말이다. 공급망 쇼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지만 경제에서 국가수반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고 있다는 중앙은행 총재조차 마땅한 해법이 없다며 고민을 토로한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는 게 원칙이지만, 공급망 쇼크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우려는 경제학 법칙을 수학 공식처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공급망 쇼크가 미치는 경제적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한국에서 공급망 쇼크가 가장 컸던 때는 1970년대의 2차례 오일쇼크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빚어진 산유국들의 유가 인상과 석유 감산은 중화학공업을 육성해 글로벌 경제 체제 문턱에 발을 디디려던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 개헌 이후 발동한 9차례 긴급조치 중 정치적 사안이 아니었던 유일한 조치가 1차 오일쇼크 대책이었던 1974년 긴급조치 3호였다.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 경제성장률(―1.7%)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과 함께 정부 수립 이후 단 두 차례 기록했던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최근의 공급망 쇼크는 50년 전 오일쇼크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다. 당시엔 석유 수급 문제만 풀면 됐지만, 오늘날엔 코로나19 이후 불거진 수요-공급 미스매치에 글로벌 물류망 혼란, 친환경 비용에 따른 그린플레이션,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까지 다층적 변수들이 뒤엉켰다. 외교적 결단, 경제적 조치 몇 개로 풀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24년 전 외환위기는 기업들의 과잉 중복 투자와 외화 수급난을 해결하면 풀리는 문제였다. 고통스러웠어도 해답은 단순했다. 지금은 얽히고설킨 변수 중 우리 손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집값 폭등, 취업난, 실물경기 악화로 우리 스스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돈을 푸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건 한국의 역대 최대 규모 추가경정예산(35조 원)과 연 0.75% 기준금리가 보여주고 있다. 내년에 들어서는 차기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를 걱정하면서 공급망 쇼크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내놓는 대선 주자들은 찾아볼 수 없다. 공급망 이슈는 대통령이 국가 명운을 걸고 백년대계의 큰 그림으로 풀 정부의 첫 번째 과제다. 미중 갈등이 본격 패권 경쟁으로 치닫는 현실에서는 냉전 붕괴 이후 30여 년간 한국 대외 경제정책의 골격이 된 ‘경제 따로 안보 따로’ 전략이 작동하기 어렵다. ‘싸게 만드는 데에서 갖다 쓰면 된다’는 경제 논리가 지배했던 글로벌 공급 사슬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서 공급망 안보 대책을 준비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이 네이버클라우드, WTC서울과 함께 무역센터 입주사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 KTNET은 6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네이버클라우드, WTC서울과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무역센터 입주업체들과 KTNET 고객사들은 네이버클라우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KTNET 인터넷 회선과 전용회선, 보안솔루션 등을 업체 환경에 맞게 제공받을 수 있다. 우선 트레이드타워 및 아셈타워, 도심공항타워에 입주해 있는 523개 사와 스타트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지방 무역회관 입주사, 무역협회 회원사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차영환 KTNET 사장은 “무역업체와 중소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넷플릭스의 협업처럼 이번 협력이 국내 무역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프리미엄 IT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상훈기자 sanghun@donga.com}

추석이 다가오면 주요 대기업들은 ‘협력사 납품대금 조기 지급’ ‘농수산물 구입 지원’ 등에 나선다고 발표한다. 일반 독자들은 체감하기 어려운 기사이지만 현금이 아쉬운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는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다. 협력사가 받은 대금은 또 다른 거래처의 결제대금, 명절 상여금이 되고 전통시장, 슈퍼마켓, 동네 식당, 호프집, 커피숍의 매출로 이어진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기업들의 조기 지급은 바뀌지 않았지만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 원이 넘는 빚을 떠안으며 45만3000개의 매장이 폐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모인 메신저 채팅방 프로필의 검은 리본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본보가 최근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국세통계를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 숙박, 서비스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은 9개 업종의 지난해 매출 감소 피해가 11조 원에 달했다. 숙박업(―12.8%), 소매업(―9.4%), 서비스업(―8.5%) 등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영업 제한을 받은 사업장이 몰린 업종에서 매출 감소 폭이 컸다. 대표적 자영업 업종인 음식업에서만 지난해 매출 감소액이 6조326억 원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는 도심지, 대학가, 주택가 골목상권 어디도 비켜가지 않았다. 엄청난 기밀 자료를 분석한 게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개인사업자 608만1321명이 국세청에 신고한 자료로 작성한 정부 통계다. 정부는 공개 자료 이상으로 훨씬 정밀한 자료를 갖고 있다. 개인사업자 한 명 한 명의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액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1원 단위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요즘은 매출의 90% 이상이 신용카드, 현금영수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성은 담보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1년 반 이상 길어지면서 연간 단위의 국세통계에도 팬데믹의 생채기는 뚜렷이 남았다. 세금을 거두려 이처럼 정확한 숫자를 쥐고 있으면서 정부 여당은 정작 코로나19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활용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논란이 불거지자 “불만 없게 모두에게 다 주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료만 한 정확한 지표가 없다”는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와 강제 영업시간 단축 등에 힘들어하는 사업장을 선별해 낼 수 있는데도 재정당국과 여당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다. ‘국민들이 반발하니’ ‘자료가 부족해서’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자영업자 선별 지원이 어렵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재난지원금, 국민지원금은 정부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영업을 제한당한 사업자의 피해 보상에 맞춤형으로 쓰여야 한다. ‘돌고 돌면 언젠간 자영업자들에게 흘러갈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전 국민에게 살포하는 방식으로 지급하는 건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차 중 어느 쪽이 화재에 안전할까. 최근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 뉴스를 보면 답을 고르기 쉬울 것 같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상외로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전기차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전기차 화재 위험이 과장됐다”고 말한다. 얼마 전 CNN에 출연한 미국의 한 연구자는 이렇게 밝혔다. “내연차 화재는 불 때문에 길이 막힐 때만 지역 교통뉴스 정도로 다뤄진다. 전기차는 불꽃이 조금 튀어 그을음만 생겨도 미디어들이 달려든다.”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해도 틀렸다고만 볼 수는 없다. 미국에서 1년에 발생하는 차량 화재 20만여 건 중 전기차 화재는 1%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 내 전기차 보급 비중은 약 3%다.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10년 남짓 정도라 명확한 안전 대응 지침이 부족한 전기차와 130년 역사의 내연차를 단순 수치로 비교하는 건 무리이지만, 자동차 마니아라면 흥미롭게 지켜볼 논쟁이다. 한국 산업계만큼은 남의 일 보듯 여유롭게 관전할 상황이 아니다. 누구보다 한국 기업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량 리콜이 결정된 제너럴모터스(GM) 볼트EV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앞서 올 초 리콜을 단행하기로 한 현대 전기차 코나는 배터리와 차량 모두 한국 기업이 생산했다. 미국에서는 배터리 교체 리콜을 받은 코나 일부 차량에서 주행 가능거리가 80km가량 줄었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 제품만 리콜 대상이 된 건 아니다. 테슬라 포드 BMW 포르셰 볼보 등 해외 유명 전기차 및 배터리도 리콜에 들어갔다. 전기차와 배터리의 리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게 드물어 섣불리 한국 기업의 기술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할 순 없다. 이제 막 싹이 트기 시작한 신규 산업에서 생기는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너그러운 눈으로 이해하기에는 한국 산업의 위상이 예전과 차원이 다르다. 한국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에 이어 점유율 세계 2위다. 중국 업체들이 거대한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톱클래스다. 세계 주요 자동차 관련 업체와 소비자들이 한국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국 토크쇼의 놀림감이 되어도, 가전 매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써도 한국산 제품이 해외에서 팔리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한국 제품이 세계 1위를 놓고 경쟁하고 한국 업체가 연구개발한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는 시대다. 과거 한국 제품의 큰 고장 수백 건보다 오늘날의 미세한 결함 하나가 해당 기업과 한국 산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서 직접 투자를 챙기는 분야다. 중국을 따라잡기 위한 외교안보 전략으로 추진되는 정책이라 향후 한국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설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금 적극 대응해 논란을 잠재우고 안전 담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관련 산업이 더 커지고 경쟁국들이 치고 들어오면 늦을 수 있다. 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코오롱은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1% 증가한 1059억 원이었다고 17일 밝혔다. 지주사 전환 이후 최대 규모다. 매출은 1조404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5%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74.7% 증가한 729억 원이었다. 2분기 실적 호조는 코오롱글로벌 건설 부문의 주택·건축사업 확대와 자동차 부문에서 BMW 신차 판매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자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산업자재 및 화학 부문에서 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고 패션 부문 실적도 개선됐다는 게 코오롱 측의 설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아라미드와 자동차 타이어 핵심 소재인 타이어 코드 생산설비의 증설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코오롱 측은 수분제어장치, 수소연료전지 핵심 소재 개발 및 생산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

‘역대 1위, 전 품목 플러스, 전 지역 플러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내놓은 7월 수출입 동향 보도자료는 이렇게 시작한다. 정부부처 공식 문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업 영업부 사무실의 현수막 구호로 어울릴 법한 흥분감 묻어난 문구가 굵은 컬러 글씨로 큼직하게 쓰여 있다. 부동산정책 실패, 물가 급등, 체감 경기 침체 등으로 연일 비판을 받는 정부에 모처럼 날아든 반가운 지표다. 수출은 기업들의 뼈를 깎는 노력의 바탕 위에서 이뤄진다. 다만 노력만으로 잘되는 건 아니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뒷받침한 건 두 가지 원인을 빼놓을 수 없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펜트업(pent-up·수요 분출) 효과다. 자원 빈국인 한국에 원자재값 상승은 기본적으로 호재이기 어렵다. 철광석 가격 인상은 철강값 상승을 부르고 이는 자동차, 가전 등 철을 사용하는 제품값을 압박한다. 원유값 상승부터 밀, 콩 등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까지 모두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는 요소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후반부터 본격화된 원자재값 상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어온 수요 급등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소비가 살아나면서 비싼 값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 제품과 원자재 가공품이 잘 팔렸다. 수출이 늘어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무역액 증가부터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 100원짜리 재료를 가공해 110원에 팔던 걸 150원에 구입해 160원에 팔게 되면 수입·수출액은 커지고 관련 기업 매출은 증가하지만 체질 개선이라고까지 보긴 어렵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수출 실적 증가를 이끈 품목은 대표적인 원자재 가공 산업인 정유, 석유화학, 철강이었다.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박수 칠 일까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펜트업 효과가 끝물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전, 자동차, 인테리어 등을 사는 보복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후반부터 나타나던 반짝 호황이 저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고가 내구재를 구매한 사람들이 식당에서 외식도 하고 여행도 다녀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온기가 미처 윗목에 돌기도 전에 델타 변이 파생 바이러스 확산세가 무섭게 커지고 있다. 보복 소비 수혜를 본 수출 대기업들은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라도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기대하며 버텨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갈수록 실낱같은 희망도 품기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명확하다. 자신들 덕분에 잘된 거라고 숟가락을 얹기 전에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온기가 돌지 않는 곳에 군불을 넣어줄 정책을 짜야 한다. 갈수록 불확실성은 커져 가는데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재난지원금 25만 원을 상위 10% 부자에게 줄지 말지가 주요 경제 현안이다. “한국 등 아시아 수출국에서 수출 엔진이 느려질 조짐이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며 울리는 경고등을 외면할 만큼 한국 경제가 여유롭지 않다.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유일의 액화석유가스(LPG)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6 LPe(사진)가 출시 2년여 만에 누적 출고 6만 대를 달성했다고 25일 밝혔다. 2019년 6월 첫선을 보인 QM6 LPe는 지난달까지 5만9334대가 판매됐으며 이달 중순 6만 대를 넘었다. QM6 LPe 구매 고객 중 약 40%가 최상위 등급인 RE 시그니처와 고급 라인인 프리미에르 모델을 선택했다는 게 르노삼성차의 설명이다. QM6 LPe는 스페어 타이어를 보관하던 트렁크 바닥 하단에 LPG 도넛탱크를 탑재해 기존 LPG 차량의 단점이던 협소한 트렁크 공간 문제를 보완했다. 작년 11월에는 퀀텀 윙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방 다이내믹 턴 시그널 등을 새로 적용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
최근 짓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기존 석탄화력 대비 기술·환경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정부 정책에 따라 계획이 확정돼 진행 중인 신규 석탄화력 건설을 정부가 다양한 규제 강화를 통해 좌초시킬 경우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 전력산업연구회가 20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신규 석탄화력 발전 퇴출, 과연 정당한가’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대기환경보전법보다 강한 기준이 적용돼 노후 석탄화력 대비 최대 85%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환경부, 서울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하에서 국내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발생 비율은 1% 정도로 유추된다”며 “(환경오염이) 무조건 석탄화력 때문이라는 논리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의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기존 사업이 좌초돼 전체 신규 석탄화력 문제로 번지면 약 18조 원 규모의 유례없는 국가 상대 배상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아무리 탄소중립이라는 공공의 목적 때문이라고 해도 새 정책을 소급 적용하면서 헌법이 보장한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

3, 4년 전 일본에서 ‘아라포 크라이시스’라는 신조어가 회자됐다.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당시 40세 전후의 ‘아라포(어라운드 포티)’ 세대들이 경제 사회적으로 처한 곤궁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들의 위기는 1990, 2000년대 일본 경제 버블 붕괴에 따른 취업빙하기에서 시작됐다. 졸업 후 취업 기회를 놓친 이들은 좀처럼 일자리를 잡지 못했고 설사 취업을 했더라도 월급 인상, 승진을 기대하기 힘든 비정규직이 많았다. 일자리가 불안해 결혼도 어렵고 고령 부모가 큰 병에라도 걸리면 막대한 병원비, 간호 부담에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다른 나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다. 일본 취업빙하기 못잖은 청년 실업이 오늘날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취업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덮치면서 취업준비생들 속은 그야말로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의 구직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1.0%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채용이 연기될까 봐, 40.2%는 경기 불황으로 기업 채용 자체가 줄어들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취업준비생들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기존 직원들도 돌아가며 휴직을 시켜야 할 기업들에 신규 채용은 언감생심이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직원 수가 공개된 309곳에서 올 1분기(1∼3월) 정규직 직원 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10∼12월)보다 1만1710명 줄었다. 1만 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가 1년여 만에 증발해 버렸다. 500대 기업 밖으로 나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일자리는 200만6000개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176만9000개)보다도 13.4% 많았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해고보다 무급휴직 등을 한 사람이 늘어 타격이 덜하다지만 신규 채용만 놓고 보면 악재에 가깝다. 외환위기 때는 대량 해고로 발생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채용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휴직자 복직이 우선이라 취업준비생이 뚫어야 할 문은 그만큼 좁아지게 됐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한 치 앞이 불확실해진 기업들이 과거처럼 대규모 채용에 나서긴 쉽지 않다. 대기업 실적이 선방했다지만,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업 기업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소비자물가보다 3배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 잇따른 대기업 노조 파업 등이 기존 일자리를 흔들고 있다.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생겨나는 각종 규제들은 국내 사업장 해외 이전, 국내 투자 위축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 축소 직격탄을 맞은 세대의 후유증은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는다는 걸 일본의 아라포 크라이시스가 생생히 보여준다. 현금을 쥐여주는 것 말고는 체계적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한국에서 코로나19 일자리 쇼크가 미래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상상만 해도 두렵다.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를 자부하는 쌍용자동차의 족보에는 SUV만 있는 게 아니다. 아웃도어의 상징 격인 픽업트럭도 오롯이 새겨져 있다. 쌍용차는 한국에 픽업트럭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20년 전부터 무쏘 스포츠,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등을 내놓으며 국내 픽업 시장을 이끌어 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차가 올해 야심 차게 내놓은 모델은 정통 픽업을 자처하는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사진)이다. “고 터프(Go tough)를 디자인 콘셉트로 강인한 이미지를 갖췄다”는 쌍용차의 설명에 맞게 매끈한 세단, SUV와 달리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낸 남성적 분위기를 뽐낸다. 시승을 위해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을 마주하며 든 느낌은 ‘크고 우람하다’였다. 전장(차 길이)이 5404mm로 긴 것도 이유이지만 픽업트럭답게 차 뒤에 달린 짐칸이 차를 더 크게 보이게 했다. 높고 길고 넓은 차체에 어디에 세워져 있어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큰 덩치가 눈에 띈다. 아마조니아 그린이라는 명칭의 외관 색상은 군복 색깔과 엇비슷하다. 강인한 느낌의 픽업트럭과 잘 어울렸다. 전고가 1865mm로 높아 웬만한 성인도 사이드스텝을 밟고 운전석에 올라야 한다. 내부 버튼이나 기어봉,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등은 오래된 디자인 스타일로 수입차나 국내 대기업 신형차와 비교하기는 무리이지만 운전에 크게 지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운전석과 좌석에 앉으면 시야가 시원하게 탁 트이지만 세단 같은 편안한 승차감을 기대할 차는 아니다. 예민한 사람이거나 어린이, 노약자 탑승자라면 다른 차에 탔을 때보다 쉽게 멀미를 할 수도 있다. 파워 모드로 전환하면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붕’ 하며 치고 나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계곡, 비포장도로 같은 곳에서 더욱 운전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대도시에서 일상적인 승용차로 쓰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는 사람에겐 국산차 중에서 최적의 차가 될 수 있다. 연비 L당 10.4km, 가격은 2439만 원부터다.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를 자부하는 쌍용자동차의 족보에는 SUV만 있는 게 아니다. 아웃도어의 상징 격인 픽업트럭도 오롯이 새겨져 있다. 쌍용차는 한국에 픽업트럭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20년 전부터 무쏘 스포츠,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등을 내놓으며 국내 픽업 시장을 이끌어 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차가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은 정통 픽업을 자처하는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이다. “고 터프(Go tough)를 디자인 콘셉트로 강인한 이미지를 갖췄다”는 쌍용차의 설명에 맞게 매끈한 세단, SUV와 달리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낸 남성적 분위기를 뽐낸다. 시승을 위해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을 마주하며 든 느낌은 ‘크고 우람하다’였다. 전장(차 길이)이 5404mm로 길었던 것도 이유이지만, 픽업트럭답게 차 뒤에 달린 짐칸이 차를 더 크게 보이게 했다. 높고, 길고, 넓은 차체에 어디에 세워져 있어도 한 눈에 들어올 만큼 큰 덩치가 눈에 띈다. 아마조니아 그린이라는 명칭의 외관 색상은 군복 색깔과 엇비슷하다. 강인한 느낌의 픽업트럭과 잘 어울렸다. 전고가 1865mm로 높아 웬만한 성인도 사이드스텝을 밟고 운전석에 올라야 한다. 내부 버튼이나 기어봉,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등은 오래된 디자인 스타일로 수입차나 국내 대기업 신형차와 비교하기는 무리이지만 운전에 크게 지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운전석과 좌석에 앉으면 시야가 시원하게 탁 트이지만 세단 같은 편안한 승차감을 기대할 차는 아니다. 예민한 사람이거나 어린이, 노약자 탑승자라면 다른 차에 탔을 때보다 쉽게 멀미를 할 수도 있다. 파워 모드로 전환하면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붕’ 하며 치고 나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계곡, 비포장도로 같은 곳에서 더욱 운전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대도시에서 일상적인 승용차로 쓰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는 사람에겐 국산차 중에서 최적의 차가 될 수 있다. 가격은 2439만 원부터다. 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0만 명 넘게 나오던 지난달,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몇몇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들을 위해 에어앰뷸런스(환자 이송용 비행기)를 띄워 한국으로 이송했다. 비행기가 한 번 뜨는 데 드는 비용은 2억 원이 조금 안 됐다. 비용보다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 기업들의 미담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의 통 큰 행보가 부러울 뿐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당장 한 달 한 달 대금 결제가 위태로운 상황에 에어앰뷸런스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그저 마스크 열심히 쓰고 해열제 상비약 잘 챙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지 기업들을 돕는 KOTRA 등 지원기관도 이런 대규모 지원은 엄두를 못 낸다. 코로나19 1차 백신 접종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서며 한 고비를 넘은 줄 알았던 상황이 인도발 델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며 새 국면에 들어섰다. 영국에선 98%, 러시아에선 99%의 신규 감염자가 델타 변이 감염자다. 겨우겨우 코로나19 악재를 딛고 일어서려는 기업에 델타 변이 팬데믹은 상상 이상의 공포다. 철강, 원유, 시멘트 등 원자재들의 잇따른 가격 상승이 현실화된 마당에 델타 변이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가 또다시 멈춰 서 버린다면,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부담을 제품 값에 채 반영도 하기 전에 수요가 꺾여 버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비싸게 사들인 원자재로 만든 제품이 팔리지도 않고 창고에 쌓이는 악성 재고가 되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13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이고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 건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V자형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바탕이 됐다. 기대감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꺾였을 때 나타날 파장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지나고 보니 기적같이 버텨낸 것이지, 전년 대비 수출이 두 자릿수 이상 퍼센트씩 감소하고 글로벌 물류가 또다시 막힌다면 살아남을 국내 기업은 많지 않다. 한 번 띄운 에어앰뷸런스는 탄탄한 기업의 미담이 되지만, 거듭되는 변이 바이러스의 공포는 해외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델타 변이 팬데믹 공포로 기업들이 생존을 걱정하는 지금, 한국의 정치권과 정부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을까.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더 큰 팬데믹이 나타난다면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기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다. 변이가 확산된 영국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비용 감소, 매출 증대’를 기대했던 기업들이 혼란에 빠지고 소매, 요식업, 레저 업체들은 대출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상황을 비켜 나가리라 장담하긴 어렵다. 어떤 업종과 기업이 위기를 겪을지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곳간을 든든히 채워 놔야 어려울 때 기업을 일으켜 세울 지원이 가능하다. 지금은 이들을 위한 촘촘하고 정교한 금융·재정 안전망을 구축해 놓는 게 우선이다. 쓰러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다시 일어나려면 몇 배의 노력을 해도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지난 수차례 경제 위기를 통해 이미 체험했다.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

지금 당장 사겠다고 계약을 해도 올해 안에 가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제품이 있다. 전기차 얘기다. 소음은 작고 매연은 없는 데다 디자인까지 세련됐다. “출고 시기가 늦어지는 전기차 대신 우리 회사 다른 차를 사면 100만 원을 깎아주겠다”는 프로모션까지 등장했지만 ‘그래도 전기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장점이 많은 전기차이지만 아직 큰 단점이 있다. 충전이다. 공영주차장, 공공기관 등에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는 잦은 고장에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이 의외로 많다. 완속충전기는 충전에 몇 시간씩 걸려 먼저 온 운전자가 있으면 허탕을 치기 일쑤다. 인적 드문 곳에 있는 충전기는 거미줄이 쳐져 있거나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 국내 전기차 공용 충전기는 6만4000기.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비율이 2.2대 수준이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관리가 소홀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충전기 등을 감안하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수소충전소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에 고작 4곳으로 경쟁 도시 도쿄(21곳)의 5분의 1 수준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한 호기심과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수준으로 주목받아온 ‘글로벌 테스트베드’로서 한국의 위상은 탄소중립 분야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국책사업으로 내세우며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탄소중립 분야에서 가장 우리에게 친숙한 전기·수소차조차 인프라 현실은 아직 이 정도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점진적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지만, 치고 나가는 경쟁국을 앞선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민간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과 수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정부의 발 빠른 투자가 절실하다. 미국은 전기차 시장 인프라 구축에만 1740억 달러(약 193조 원)를 투입하기로 했고 일본은 전국에 146곳의 수소 스테이션을 이미 설치했다. 무역 상대국 간 차별 금지 원칙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과 중국은 자국산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친환경차 보급에 다걸기하고 있다.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막대한 자동차 산업에서 뒤처지면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새로운 산업 문명은 미래를 예측하고 과감히 인프라에 투자한 노력으로 열매를 맺어 왔다. 산업혁명 시대 유럽의 철도가 그랬고 고도성장기 한국의 고속도로 건설과 철강산업이 그랬다. 초고속 유·무선 인터넷망에 이뤄진 대규모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IT 강국 코리아’는 꿈도 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탄소중립 투자가 나눠 먹기 식 소모성 예산 집행이 돼선 곤란하다. 탈원전 정책처럼 애써 구축한 인프라를 허무는 식이어서도 안 된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인프라 구축과 국가의 일자리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추진돼야 한다. 판이 제대로 깔린 기회 앞에서 엉뚱한 방향의 투자로 시간을 낭비했다간 금세 뒤처질 수 있다. 경쟁국과 같은 출발선에서 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자주 오지 않는다.이상훈 산업1부 차장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