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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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6-03-01~2026-03-31
문학/출판28%
문화 일반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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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낯설지 않은… 하와이의 빼앗긴 역사

    “역사를 왜곡한다, 고유어를 금지하고 강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한다, 전통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비하하고 ‘우월한’ 문명을 이식한다, 기존 정치체제를 무너뜨리고 강제 병합한다, 땅과 자결권을 빼앗는다, 차별한다, ‘어차피 다른 열강에 의해 식민화될 운명이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정당하다’고 말한다….” 일제에 강점당한 한반도가 아니라 미국 하와이 얘기다. 하와이라고? 맞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원주민 여성이 훌라 춤을 추며 ‘알로하’ 인사하는 하와이, 한때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던 ‘파라다이스’ 하와이, 지금도 ‘가보면 그렇게 좋다’는 하와이, ‘니가 가라 하와이’의 그 하와이다. 인디언 학살이라는 미국의 ‘원죄’는 잘 알려져 있지만 하와이 식민화는 비교적 낯설다. 미국은 1893년 하와이 왕조를 전복시켰고, 1898년 강제 합병했다. 오늘날 하와이는 엄연히 미국 국내와 국제법적으로 미국의 영토이며 50번째 주다. 책은 하와이 원주민의 시각에서 본 역사와 문화를 담았다. 1949년 태어나 하와이 원주민을 대표하는 저항운동가로 활동한 하와이대 명예교수가 1993년 썼다. 우리로 치면 한 권짜리 ‘기미 독립선언서’로 느껴진다. 폴리네시아인들이 하와이에 살기 시작한 건 기원 후 400년경이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1778년 제임스 쿡 선장이 도착하면서 서양과 처음으로 접촉했다. 이후 서양인들과 함께 들어온 전염병으로 하와이 인구는 급감했다. 서양인들은 토지의 사적 소유 제도도 들여왔다. 원주민은 토지를 뺏긴 채 굶어 죽어가는데 미국인들의 설탕 플랜테이션 농업은 번영했다. 저자는 미국인이 하와이 원주민을 억압적인 봉건제도에서 해방했다는 등의 ‘하올레’(백인) 역사학자들의 서술을 반박한다. “우리 과거를 폄하하는 건 그들(서양인)의 행위가 거울에 비춰진 것이다. ‘하와이의 왕은 토지를 소유하고 백성은 토지에 얽매여 있었다’는 건 누군가 토지와 인간의 관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서양의 무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 우리의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건 서양의 기독교 사회에서는 연애가 죄악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 자연과 인간의 영적 힘을 믿는 것을 두고 미신을 섬긴다고 쓴다면 서양은 훨씬 전에 대지와의 깊은 정신·문화적 관계가 단절됐다고 폭로하는 것이다.” 물론 하와이와 한국은 다른 역사적 시간대를 산다. 억압당하는 원주민들의 하와이는 한국의 과거다. 그들에게 역사는 패전국들의 식민지에만 민족자결을 선언한 제1차 세계대전 종전에 멈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오늘날 상당수 한국인에게는 민족주의가 발전적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됐다. 한반도의 해방은 일제가 하와이 오아후 섬의 진주만 미 해군기지를 기습하며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가 패망한 결과로 얻어졌다는 점에서 북태평양 서쪽 한반도와 동쪽 섬의 식민 역사는 교차하고 엇갈린다. 그러나 섬 원주민―외지인의 구도로 보면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책 해제에서 “하와이의 과거는 제주의 미래일 수 있다”며 저자의 연설문을 제주식으로 패러디했다. “우리 조상의 태곳적 터전이던 대지에 골프장과 테마파크가 들어섰습니다. 그 땅은 대부분 메밀이 재배되던 땅이며… 외지인의 손으로 넘어갔으며 속속 중국인에게도 넘어가는 중입니다. …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담아내는 호텔과 펜션, 타운하우스 단지가 속속 건설되고 있습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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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영 “한반도 사는 작가, 사회적 속박서 못벗어나”

    “한반도에 사는 작가는 창작과 사회적인 표현의 자유, 이런 자유를 갈망하지만 또 하나가 있습니다. 제가 ‘역사의 엄처시하(嚴妻侍下·엄한 아내를 모시고 사는 남편)’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늘 도사리고 있어요. ‘책임져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런 것 자체가 작가에게 억압이죠. 그런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작가에게 그런 게 가능할까요?” 소설가 황석영 씨(74)가 10일 자전(自傳·자서전) ‘수인’(전 2권·문학동네)의 출간을 앞두고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수인번호 ‘83’. 이제 황석영이라는 내 이름은 사라졌다. … 정치범은 가슴에 꿰맨 번호표 아래 삼각형의 붉은 표지를 달게 되어 있었다.”(‘수인’에서) 책 앞부분은 작가가 방북과 뒤이은 망명생활을 마치고 1993년 귀국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이야기에서 1947년 어머니의 등에 업혀 월남하던 때로 건너뛴다. 책은 이처럼 작가가 감옥에서 보낸 5년과 유년부터 망명까지의 생애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황 씨는 “아마 나는 말년까지 속박 속에서 살다 죽을 것”이라며 “그래서 책은 감옥을 현재에 놓고 들락날락하면서 천을 짜듯 시간을 얽어 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대는 내가 감옥에 갇혔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며 “책 제목을 바꾸면 ‘자유란 무엇인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학은 내 집이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글쓰기에 얽힌 절박한 사연도 얘기했다. “베트남전 참전 당시 청룡부대가 철수하는 마지막 방어 작전에 투입돼 교통로를 지키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처음으로 적과 마주 대하고 총을 쏘는 전투에 직면했지요. 긴 밤이었어요. 밤새 ‘살려주세요, 여기서 죽지 않으면 반드시 좋은 글을 쓰겠습니다’ 하고 기도했습니다.” 황 씨는 “출감하고 ‘이제 황석영은 글을 못 쓸 것’이라고 문단에 소문이 났지만 나는 노름꾼이 밤새 노름하다 밑천을 다 털어먹고 새벽 ‘끗발’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평온했다”고 회고했다. “옆을 돌아보지 않고 한길로 화살처럼 쭉 달려오기만 했습니다. 한 달도 편한 적이 없었어요. 나 자신도 상처를 입었지만 주변에도 얼마나 상처를 남겼는지 글을 쓰면서 뒤늦게 성찰했습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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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사회를 지배하는 모호한 관념이 발전 가로막아”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 국가냐 아니냐’ 하는 질문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를 대하는 것 같은 몽롱하고 무지한 관념에 빠진 질문입니다. 북한은 강한 무력을 가진 군사적, 정치적 실체이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소설가 김훈 씨(69)는 7일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자신의 장편 ‘남한산성’(학고재) 100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의, 불의, 도덕 같은 모호한 관념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쇄에 담은 ‘못다 한 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전남 해남의 명량대첩 축제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같은 열차에 탄 김 전 대통령은 작가에게 “‘병자호란’에서 주화파와 척화파를 대표하는 최명길과 김상헌 가운데 어느 편이냐”고 물었고 작가는 “아무 편도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최명길을 긍정한다”고 했다고 한다. 김 씨는 “불굴의 민주투사 김대중이 주화파 최명길에 대해 그토록 긍정적인 이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타협할 수 없는 이념의 지향성과 당면한 현실의 절벽 사이에 몸을 갈면서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며 길을 열어간 그분의 생애를 나는 생각했다”고 썼다. ‘남한산성’은 2007년 4월 출간돼 지금까지 100쇄, 60만 부를 찍었다. 100쇄는 화가 문봉선의 그림 27점이 담긴 ‘아트 에디션’으로 제작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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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앱, 독자층 넓혔지만 수익은 ‘글쎄’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신동엽 ‘산문시·散文詩 1’에서)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지난달 9일 출판사 창비의 시 전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요일’이 추천한 ‘오늘의 시’다. 그날의 관심사에 맞춰 손 안으로 시를 ‘배달’한 것. 모바일 기기와 순문학을 접목해 독자층을 넓히려는 시도의 성과를 살펴봤다. 창비는 올해 4월 출시된 ‘시요일’의 앱 다운로드 수가 약 5만5000건, 하루 이용자 수는 1만5000명 선이라고 7일 밝혔다. 문학 중에서도 ‘시’ 장르의 독자층이 비교적 넓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6월 1일 시작된 유료 결제 수는 밝히지 않았다. 무료 서비스 기간이 당초 4월 말로 예정했다가 한 달 더 연장된 것으로 미뤄 보면 사용자 확대가 만만치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박신규 창비 전문위원(시인)은 “기존 시집 종이책 독자가 40대 이상의 비중이 컸던 데 비해 시요일 앱 다운로드는 20, 30대가 약 40%로 앱이 시 독자층을 확대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설 등 다른 장르로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도서관 등에서 시요일을 활용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시요일처럼 앱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콘텐츠를 유통하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 문학동네가 시선집을 ‘e북’으로 만든 앱 ‘문학동네 시인선’은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시인선의 종이책은 통상 초판 1500∼3000부가 다 나가 중쇄를 하는데, 앱은 독자들의 반응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1년여 전 시뿐만 아니라 출판사 콘텐츠 전반을 모바일로 유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지금은 중단한 상태다. 카카오페이지 등 기존 플랫폼에 소설을 연재하는 건 비교적 활발하다. 산발적으로 소설을 서비스하던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5월 ‘문학/실용’ 카테고리(사진)를 도입했다. 최근 발간된 소설가 이외수의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종이책 출간에 앞서 이 페이지에서 연재돼 구독자 40만 명을 기록했다. ‘유리’(박범신)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천명관) ‘단 한번의 사랑’(김홍신) 등은 2만∼10만 명의 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길게는 수백 회의 연재 중 한 회차만 봐도 구독자로 셈해지기 때문에 허수가 적지 않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로맨스, 무협, 판타지 등 장르 소설의 인기가 높지만 순문학에 가까운 소설들의 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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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철 사건, 30년만에 속보 냅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는 선배 세대가 1987년 이전부터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것임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1987년 당시 동아일보 법조팀장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취재하며 여러 건의 특종 보도를 했던 황호택 동아일보 고문(전 논설주간)이 6월민주항쟁의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한 ‘박종철 탐사보도와 6월항쟁’(블루엘리펀트)의 출간기념회를 7일 열었다. 이날 황 고문은 “기록에만 의지하지 않고 당시의 증인들을 다시 만나 새로운 사실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회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사회부장이었던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가 축사를 했다. 또 취재기자였던 동아일보 배인준 전 주필(EBS 감사), 정동우 전 부국장(건국대 교수), 황열헌 전 기자와 고(故) 윤상삼 전 기자의 부인 엄영숙 씨, 이홍우 화백, 신성호 당시 중앙일보 기자(성균관대 교수), 박종철 시신의 부검 없는 화장을 막은 최환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변호사), 유시춘 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총무, 신경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이용훈 전 대법원장, 이진강 전 대한변협회장, 정성진 대법원 양형위원장, 이병대 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하경 회장과 고학용 전 회장, 이병규 한국신문협회 회장, 김병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손세일 전 국회의원, 민병욱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윤승용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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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들의 치열했던 청춘, 시와 노래로 재구성

    토지문화관(강원 원주시 흥업면)은 10일 오후 4시 토지문화관에서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문학극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연출 최치언)가 공연된다고 5일 밝혔다. 이 공연은 기형도 이연주 진이정 여림 신기섭 시인 등의 시 작품을 바탕으로 삶을 재구성한 연극이다. 문화관 측은 “시에 치열하게 매달렸던 시인들의 청춘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면마다 요절한 시인들의 빛바랜 흑백사진들과 원고가 나오는 한편 원작 시에 곡을 붙인 노래가 흐른다. 이번 공연은 문화 기반이 부족한 곳에서 공연하는 ‘2017 신나는 예술여행’(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문화체육관광부·복권위원회 후원)의 일환이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문의는 토지문화관(033-762-1382)으로 연락하면 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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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방 가야사 연구 활성화 기대” “섣부른 복원 부작용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야사(史) 연구와 복원을 지시한 것에 대해 학계에서는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유적 복원 속도전이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학계의 가야사 연구 현황과 이후 방향을 알아본다.○ 호남 동부도 가야 영역으로 밝혀져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야사는 연구의 변방이었다. 고대 한반도의 가라(加羅·가야)국을 일본이 정복했다는 일본서기(日本書紀) 내용 등을 근거로 일본이 고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던 시절이다. 1977년 경북 고령군 지산동 44호, 45호 고분의 발굴은 가야사 연구의 전환점이 됐다. 이 고분들은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로 뼈와 함께 토기, 철기가 대규모로 쏟아졌고, 이를 계기로 ‘가야 고고학’이 성립됐다. 비슷한 시기 일본서기를 우리 입장에서 해석한 천관우(1925∼1991)의 연구도 나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대왕(大王)이나 하부사리리(下部思利利)라고 새겨진 대가야계 토기가 발견돼 가야의 정치 체제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기도 했다. 호남 동부의 대부분이 한때 가야의 영역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건 1990년대 이후다. 일제강점기에는 한 일본인 학자가 ‘상다리, 하다리, 사타, 모루’ 등 이른바 ‘임나4현’의 위치를 섬진강 유역으로 봤지만 이후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태식 홍익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 지역이 전남 여수, 순천, 광양 일대일 것이라고 봤고, 2006년 순천에서 가야 고분군이 발굴되면서 설득력을 얻었다. 근래에는 전북 남원 장수 진안 임실 고분군이 가야의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삼국사기에 우륵이 지은 가야금 곡 12개의 이름 중 10개는 사실 지명(地名)인데 그중 4개는 호남 지방”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복원보다 발굴과 연구가 먼저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가야사는 고고학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문헌사와 고고학을 결합하는 학제적인 연구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고고학적 자료의 증가에 따라 가야인의 삶과 죽음을 밝혀내는 연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산하 가야문화재연구소가 현재 가야사 관련 발굴조사 중인 곳은 경남 김해 봉황동 유적과 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이다. 금관가야의 왕궁 추정지로 여겨지는 봉황동 유적은 2015년 9월부터 발굴하고 있다. 비화가야 최고지배층이 묻힌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2014년 3월부터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연구소는 비화가야와 아라가야 등 권역별 고분문화의 특징을 규명하는 한편 출토 유물을 분류해 신라, 백제 등 다른 문화권과 비교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금관가야 시대 당시 고도(古都)를 재현하는 복원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김세기 대구한의대 교수(고고학)는 “남원, 진안, 장수, 순천 등 호남지역에도 규모 있는 가야유적들이 산재한 만큼 가야사 연구, 복원을 폭넓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는 가야사 복원은 발굴조사와 같은 기초연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섣부른 복원은 유적의 의미를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고학자는 “기초연구에 비해 복원에 더 중점을 두면 속도전 논란을 빚은 경주 월성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고대사학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 연구가 현실문제 해결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조종엽 jjj@donga.com·김상운·김배중 기자}

    •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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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6·10항쟁展을 6·29 즈음 열다니…

    ‘6월 항쟁의 본질이 6·29선언?’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6월이 거의 다 지나간 26일에야 6월 항쟁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를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시는 6월 항쟁 전시임에도 이달 중 닷새밖에 열리지 않는 데다, 6월 항쟁의 시작을 알린 ‘6·10국민대회’가 아니라 군사정부의 정치적 양보인 ‘6·29선언’ 30주년을 사흘 앞두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6월 항쟁 본전시가 아니라 관련 학술대회가 9일 개최된다. 4일 낮까지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홈페이지 등에는 6월 항쟁 전시를 연다는 공지가 없었다. 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26일부터 9월 3일까지 ‘민(民)이 주인 되다’라는 제목의 6월 항쟁 기념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사를 전공한 한 교수는 “1987년 6월 항쟁은 10일부터 29일까지 벌어졌지만 학계나 정부 모두 국민적 항쟁의 시작일인 10일을 기념해 왔는데 다른 해도 아니고 30주년에 때맞춰 전시를 열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박물관 측이 항쟁의 결과로 집권자가 양보한 6·29선언을 6월 항쟁의 본질로 보고 있다면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역사박물관 측은 이런 비판에 대해 국방부와 공동으로 11일까지 여는 ‘유해발굴감식단 전시’를 들며 국방부 탓을 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원래 6월 항쟁 전시를 이달 초부터 시작하려 했는데 국방부가 ‘6월 초까지는 유해발굴감식단 전시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며 “사실 거부를 많이 했는데 국방부가 강하게 요구해서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 11일 ‘유해발굴…’ 전시가 끝난 뒤 전시물을 해체하고 새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6월 항쟁 전시는 이달 말에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 측의 해명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국방부는 유해발굴 사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접근성이 좋은 역사박물관 전시를 추진했다”며 “박물관 측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합의해 전시를 기획한 것이고, 국방부가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6월 항쟁 전시에 국방부 탓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역사박물관의 관람객 수가 2015년을 기점으로 이전보다 20∼30%가량 급감한 것으로 드러나 박물관 측의 기획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물관은 2012년 12월 개관했으며 관람객 수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약 105만, 115만 명이었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81만여 명씩으로 줄었다. 박물관 측은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관람객이 줄었던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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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사춘기 소녀의 몸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여드름, 부푸는 가슴, 생리…. 사춘기를 맞는 소녀들이 어떤 몸의 변화를 겪게 되는지,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궁금해할 만한 것을 일러스트와 함께 담았다. 이 책은 소녀들이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장 제목은 ‘나를 먼저 사랑하기’ ‘변화를 즐기기’ ‘현명하기’ ‘지금 행복하기’다. 저자 본인도 사춘기 딸의 엄마로 디자인을 전공한 교수다. 300컷이 넘는 스텐실 기법 일러스트, 감성적인 그림과 비유가 인상적이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전문의와 청소년성문화센터 등의 감수를 받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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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정치적 소음에 예술로 저항한 쇼스타코비치

    줄리언 반스는 맨부커상을 받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팬이 있는 영국 소설가다. ‘시대의 소음’은 ‘예감은…’ 이후 5년 만인 2016년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20세기의 대표적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생애를 재구성했다. 소설은 쇼스타코비치가 여행 가방을 종아리에 기대 둔 채 초조하게 승강기 옆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탈린 정권의 눈 밖에 난 그는 한밤중에 들이닥치는 비밀경찰에 가족 앞에서 잠옷 바람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아 그렇게 서 있는 참이다. 소설의 1, 2, 3장은 각각 “그가 아는 것은 그때가 최악의 시기였다는 것뿐이다” “…지금이 최악의 시기라는 것뿐이었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나쁜 최악의 시기라는 것뿐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쇼스타코비치는 평생 소비에트 국가로부터 환대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소설에서 쇼스타코비치는 열아홉 살에 쓴 첫 교향곡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성공을 거듭하다가 스탈린 앞에서 연주 실수를 한 탓에 음악을 금지당하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소비에트 대표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건너가 융숭한 대접을 받지만 자신이 쓰지도 않은 연설문에서 자신의 우상인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곡가를 비판하게 된다. 이후 스탈린의 부름으로 명예를 회복하지만 원치 않았음에도 공산당 가입을 강요당한다. 노년이 된 쇼스타코비치는 “늙어서 젊은 시절에는 가장 경멸했을 모습이 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라고 독백한다. 그러나 저자는 쇼스타코비치를 일신의 안전을 위해 체제와 타협한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치열한 내적 갈등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끝까지 추구한 인물로 그린다. “예술은 모두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모든 시대의 것이고 어느 시대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그것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이들의 것이다. 예술은 귀족과 후원자의 것이 아니듯이, 이제는 인민과 당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시간의 소음 위로 들려오는 역사의 속삭임이다.”(본문 중에서)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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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중근 의사 순국 직전 日간수에 준 유묵 한중연 기탁

    안중근 의사(1879∼1910)가 1910년 3월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 기요타(淸田) 간수과장에게 써 준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이라는 글씨가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에 기탁됐다. 한중연은 이인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이 올 4월 K옥션 경매에서 2억9000만 원에 낙찰받은 안 의사 유묵을 한중연 장서각에 기탁했다고 1일 밝혔다. ‘일통청화공’은 ‘항상 맑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란 뜻으로 비록 감옥에 있었지만 간수과장이 날마다 맑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상대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중연은 설명했다. 유묵 왼쪽에는 약지가 잘린 안 의사의 왼손 손도장이 찍혀 있다. 한중연 관계자는 “안 의사는 교도소에서 교도소장, 담당 간수, 통역관 등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는데, 인연을 맺은 이들 중 간수과장과의 에피소드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내용이 많지 않았다”며 “이번 유묵은 추가 연구의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사의 유묵은 5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26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 이번에 기탁된 유묵은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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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윤정 “아이와 함께 도서관 가서 책 고르세요”

    “책을 고르는 것도 삶과 같아요. 부모들이야 빨리 정답을 알려주고 싶겠지만 정답 같은 건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책을 고르고 아끼며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품 100여 권을 번역한 아동문학 평론가 최윤정 씨(59)가 2000년 냈던 평론서 ‘슬픈 거인’의 개정판을 최근 출간했다. 개정판에는 ‘어린이 문학 속의 페미니즘’을 비롯해 새로 쓰인 글이 담겼다. 어린이·청소년 문학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의 대표이기도 한 최 씨를 최근 만났다. “서점에서 좋은 책만 골라 한 번에 많이 사고 싶은 건 부모의 편의고, 부모의 욕심일 뿐입니다. 서점 매대에 잘 보이게 전시돼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최 씨는 “서점보다 도서관에 가서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라”며 “사서의 도움을 받아도 좋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의 저자와 출판사를 적어두었다가 같은 저자, 출판사의 책으로 넓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동문학이 과거 계몽이나 순수한 동심을 강조하는 데만 머물렀다가 리얼리즘에 치우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다양하고 풍부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상업주의라는 ‘어린이 문학의 적’은 모양만 달라졌을 뿐 여전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과거 ‘편집부 엮음’이라고 편자 명이 달린, 품질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아동문학 전집 출판이 성행한 적이 있어요.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전집이 기획 상품처럼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최 씨는 “그런 책은 출판사 입장에서 빨리 일정 수량의 세트를 팔아치워야 하는 물건”이라며 “그러나 독자에게 책은 빨리 사둬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유아용품 준비하는 것처럼 임신 몇 개월이면 수십만 원짜리 아기용 그림책 전집을 들여놓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새 전집으로 교체하는 일을 반복하지요. 그런데 부모는 ‘사 줬다’는 데만 만족할 뿐 정작 아이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좋아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최 씨는 “아이가 겉으로 과학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시를 좋아하는 성향일 수 있다”며 “아이가 책을 천천히 소화하고 다른 책에 관심을 갖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기 취향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출판이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 도서관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도서관 수가 적지는 않아요. 그런데 도서관 직원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예산이 컴퓨터 설치 등에 많이 쓰이면서 도서 구입은 축소되고, 독서 교육도 침체된 것을 체감한다고 합니다. 학교 도서관 활성화는 출판이 상업주의에 쏠리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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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외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유례없이 불행한 일”

    “지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불행한 일입니다. 문화예술이 낙후돼 있으면 군사·경제적으로 강국이라도 만년 후진국을 면치 못합니다.” 소설가 이외수 씨(71·사진)가 2005년 ‘장외인간’ 이후 장편소설로는 12년 만에 신작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해냄)를 냈다.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번 소설이 원칙과 도덕성, 상식이 회복되는 나라가 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설은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수목원을 운영하는 서른 살 청년이 주인공이다. 그는 식물들의 제보와 도움을 받아 동물학대와 뇌물수수, 공금횡령 등의 사회악을 밝혀내고 응징하기 시작한다. 이 씨는 ‘식물과의 교감’이라는 설정에 대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하면서 “내가 사실 달에 사는 지성을 가진 존재들과 ‘채널링(외계인과의 텔레파시)’을 10여 년 동안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고 믿기지 않는 말을 하기도 했다. 소설은 지난해 9월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먼저 모바일과 웹으로 연재됐다. 이 씨는 “사람들이 종이책을 너무 읽지 않는 시대가 돼 다른 방식으로도 독자를 확보하고자 연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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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도참변’ 일제 만행 고발… 한국 언론사 첫 순직기자

    “추송 장덕준 형은 본사의 특파원으로 작년 10월경에 간도 방면의 험악한 형세를 조사키 위하여 출장하였다가 행방이 불명하여 탐지할 도(道)가 두절되다.” 일제강점기 동아일보는 일본 왕실의 ‘3종 신기’를 비판해 정간당했다가 복간되자마자 이튿날(1921년 2월 22일자) 1면 머리기사로 ‘추송 장덕준 형을 사(思)하노라’라는 논설을 실었다. 동아일보 논설기자였던 장덕준 선생(1892∼1920·건국훈장 독립장)은 1920년 10월 ‘간도참변(경신참변)’이 시작되자 이를 취재하기 위해 현지로 떠났다 일본군에 피살됐다. 간도참변은 봉오동 전투 등에서 독립군에 대패한 일본군이 간도의 독립군 근거지를 파괴하면서 조선인 3700여 명을 무차별 학살한 사건이다. 장 선생은 간도에서 “나의 동포를 해하는 자가 누구이냐고 쫓아와보니 우리가 상상하던 바와 조금도 틀리지 않는다”고 첫 소식을 보내왔다.(동아일보 1925년 8월 29일자) 독립기념관과 국가보훈처는 ‘6월의 독립운동가’로 장덕준 선생을 선정하고 6월 1∼30일 독립기념관 야외 특별기획전시장에서 관련 사진 등 추모전시를 연다. “…밤중이 되어 일본군이 와서 말하기를 상관이 부르니 같이 가자고 하기에 장덕준은 의심이 들어 밤중이니 가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일본군은 말(馬)까지 가지고 다시 와서 가자고 강요하여 하는 수 없이 따라간 것인데 그 후로는 종적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일본군은 장덕준을 미워하고 기피하여 그날 밤 밖으로 유인하여 암살한 것이 틀림없다.”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의 1921년 10월 28일자 기사다. 장 선생의 최후에 대해서는 함경북도 나남의 헌병대장인 스즈키 다케오미(鈴木武臣)가 조선헌병대사령관 마에다 노보루(前田昇)에게 보고한 일본군 측 기록도 있다. “(1920년 11월) 8일 밤 국자가(局子街) 우시장 여인숙 관동여관에 투숙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장덕준으로 사료되는 조선인이 1명 나갔다는데….” 동아일보는 1930년 4월 1일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면서 장 선생의 죽음을 인정하고 순직자로 추도식을 거행했다. 장 선생은 황해도 재령군의 빈농 집안에서 태어나 인촌 김성수 선생과 함께 ‘육영회’(인재 양성을 위해 조선 학생을 외국에 유학시키는 모임) 설립을 추진했고, 동아일보 창간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한편 황해도로 주금(株金)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창간 뒤에는 논설반원과 통신부장, 조사부장을 겸직했다. 장 선생은 1920년 4월 2∼13일 ‘조선소요에 대한 일본여론을 비평함’이라는 논설로 3·1운동을 왜곡하는 일본 여론을 비판했고, 1920년 6월 5차례에 걸쳐 황해도 평안도 일대의 조선인 차별 현장을 다룬 르포 기사의 필자 ‘삼민생(三民生)’도 장 선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 선생의 동생인 설산 장덕수(1894∼1947)는 동아일보 초대 주간을 지냈다. 6월의 독립운동가 공훈 내용을 작성한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당시 동아일보가 정간 중이었으므로 취재를 해도 보도할 지면조차 없는 상태였지만 장 선생은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며 “한국 언론사상 최초의 순직 기자임에도 ‘국자가 관동여관’의 현 위치를 비롯해 마지막 행적이 채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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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달콤하고 향긋한 벌꿀, 공룡 시대에도 있었을까

    공룡 시대부터 현대까지 꿀벌과 관련된 이모저모를 담았다. 꿀벌은 옛날부터 인류와 가까운 관계였다. 기원전 7000년 그려진 스페인의 아라냐 동굴 벽화에는 벌집에서 꿀을 따는 사람과 꿀벌의 모습이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신은 꿀을 먹고 자랐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황제에 오른 뒤 왕국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꿀벌을 선택했다. 꿀벌의 생김새와 생태, 꽃가루를 어떻게 옮기는지, 벌통의 구조, 꿀벌의 적, 벌침, 꿀벌과 관련된 기네스 기록, 꿀로 만든 요리 등 어린이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내용이 다채롭다. 커다란 판형에 시원하게 담긴 감각적인 삽화가 인상적이다.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받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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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참혹한 비극 이후, 우리는 그저 견딜 뿐”

    김영하가 돌아왔다. 현대적 감수성으로 삶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온 작가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이후 7년 만에 낸 소설집이다. ‘아이를 찾습니다’(제9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 ‘옥수수와 나’(제3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등을 비롯해 중단편 7편이 실렸다. 그의 소설은 시니컬하지만 절묘한 농담이 매력이었는데, 이번 소설집은 ‘김영하가 이렇게 분위기가 어두운 작가였나’ 하는 생각이 들 작품이 반이다. 작품들은 ‘상실’이나 ‘탈출 불가능함’을 직간접적인 테마로 하고 있다. 표제작의 주인공 현주는 아빠와의 관계에 갇히고, 아빠의 죽음은 그를 “희귀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로 만들어버린다. 책 마지막에 실린 ‘신의 장난’은 한 편의 부조리극이다. 작가는 우리의 삶이 주인이 떠난 방에 갇혀 굶어 죽어가는 고양이들의 그것과 뭐가 다른가 묻는다. 인간의 삶은 순식간에 질 나쁜 농담이 돼 버린다. “그해 4월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참혹한 비극이 있었다. …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2014년 겨울 발표한 ‘아이를 찾습니다’를 기점으로 그 전후 자신의 삶과 소설이 모두 달라졌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작가를 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전에 쓴 세 편의 주인공들은 상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안하기 위한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이를 찾습니다’ 이후의 주인공들은 자위와 연기는 포기한 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이 그 뒤에 발표한 것들이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작가의 2015년 ‘김유정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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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얘기 듣고 숨멎는 충격… 세계 알리려 소설 써”

    “2005년 한국에 왔을 때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에 갔었지요. 할머니들은 조용히, 꼿꼿하게 정면으로 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계시더군요. 할머니들의 침묵은 어떤 목소리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 1997년 미국에서 소설 ‘종군위안부’(Comfort Woman)를 내 1998년 전미도서상을 받은 한국계 소설가 노라 옥자 켈러 씨(52)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 25일 만난 그는 “할머니들은 ‘역사는 덮으려고 해도 덮을 수 없다. 내가 바로 여기 있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켈러 씨는 이날 본보 취재진과 함께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다. 그는 소녀상을 처음 봤다고 했다. “할머니들처럼 움츠리지 않고, 당당하게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네요.” 하와이에서 자란 그는 1993년 하와이대 인권 심포지엄에서 황금주 할머니(2013년 별세)의 강연을 듣고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뒤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한국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증언을 듣고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뒤 할머니들의 증언 번역본을 읽으면서 오랜 침묵의 무게를 느꼈고, 그 트라우마가 다음 세대에 이어진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켈러 씨는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실망스러웠다. 특히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은 할머니들에게 다시 침묵하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0, 70년대 한국의 미군 기지촌을 배경으로 사생아, 혼혈인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여우소녀’(Fox Girl)를 2002년 냈다. “위안부나 기지촌 여성들 모두 오래 잊혔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세대가 바뀌었는데도 같은 문제가 벌어지는 걸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인이 얼마나 죽었는지, 지정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는 가감 없이 알려지지만 여성과 어린이, 약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와이에서 고교 교사로 작문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일을 하고 자녀를 돌보느라 글을 쓸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고 했다. 곧 둘째 딸이 고교를 졸업해 다시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1980년대 하와이의 해변 휴양지 와이키키에서 벌어진 성매매, 인신매매 문제를 다룬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종군위안부’와 ‘여우소녀’에 이어 다시 약 20년 뒤를 배경으로 하는 셈이다. 그는 “이 역시 당시에는 쉬쉬하면서 넘어갔던 문제”라며 “소설을 통해 여성이 입은 피해뿐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주체성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묘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진실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전쟁 속에서 여성을 희생시키는 일은 크건 작건 여러 곳에서 자행됐습니다. 어느 누구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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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 게바라 아들, 쿠바 시인 페레스…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

    쿠바의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의 아들인 시인 오마르 페레스(53·사진)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23일 ‘우리와 타자’라는 세션에서 ‘우리, 그리고 그들 인식하기’라는 발표를 한 뒤 “많은 경우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말하지 못할 때 오해가 생긴다”며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타악기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KT빌딩에서 열린 ‘세계문학 교류의 밤’ 행사에서 한국 재즈밴드와 즉흥 협연을 하기도 했다. 오마르 페레스는 니콜라스 기옌 문학상, 쿠바비평가상 등의 문학상을 받았고, 시집 ‘신성한 어떤 것’(1996년) ‘칸시온과 레타니아’(2002년) ‘링구아 프랑카’(2009년) 등을 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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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에 박경리 동상 건립

    “꼭 제 어머니여서가 아니라, 한국 작가의 동상이 러시아에 세워진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에 문화교류가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 소설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동상(사진)이 건립된다.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에 한국 작가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박경리 선생이 소개되면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동상 건립은 2013년부터 한러대화 문화예술분과포럼의 양국 관계자들이 한러 우호 증진 차원에서 추진해 온 것이다. 이 단체는 한국과 러시아 수교 20주년이었던 2010년 양국의 민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민관산학협의체다. 한러대화는 러시아 작가동맹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국민시인인 푸시킨의 동상을 2013년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건립했다. 사무국은 “러시아에 한국인 동상이 건립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경리 선생 동상 건립이 합의된 뒤 한러대화는 박 선생의 문학세계를 러시아에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대하소설 ‘토지’ 번역에 착수해 지난해 10월 1권이 러시아에서 출판됐고, 생애와 작품을 조명한 책 ‘박경리, 넓고 깊은 바다처럼’을 올 2월 한국어와 러시아어 합본으로 제작해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 전달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12월부터 박 선생에 관한 온라인 전시를 열고 있으며, 올해 1학기부터 동양학부에 관련 강좌를 열고 특강을 진행 중이다. 동상은 토지문화재단에서 제작을 맡았고 서울대 권대훈 교수가 만들어 2014년 말 이미 완성됐다. 기단과 좌대는 러시아 현지에서 만들기로 했다. 동상은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본관 뒤 정원에 들어설 예정이다. 동상은 6월 러시아로 옮겨지지만 바로 설치되는 것은 아니다. N M 크로파체프 한러대화 러시아측 조정위원장(상트페테르부르크대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시점에 동상 제막식을 열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동상이 제자리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3년 푸시킨 동상이 서울에 건립될 당시에는 정상회담 참석차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막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방러 계획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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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하스, 판문점-백담사-석굴암 소재로 詩 쓴 美 계관시인

    “길은 한강을 따라 간다. 우리가 향하는/산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는 강./오늘 아침 그 길은 강빛을 닮아 회청색,/황금색 줄무늬에 바람결. 팔월,/비 온 후 구름 자욱한 아침. 하늘은/옅은 회색. 햇살 반짝이는 길가 웅덩이/너무나 환해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것 같아/열심인 젊은 수도승 꼿꼿한 자세처럼.”(로버트 하스, ‘백담사행 버스’ 전문)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최근 방한한 로버트 하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76)가 한국을 소재로 삼아 쓴 시 3편이 22일 번역 소개됐다. 하스 교수는 ‘인간의 소망(Human Wishes·1989년)’을 비롯한 시집을 냈으며 미국에서 계관시인으로 두 차례 추대됐고 퓰리처상을 비롯한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그가 쓴 한국에 관한 시는 ‘백담사행 버스’를 비롯해 석굴암 가는 길을 배경으로 쓴 ‘검은 머리 댄서를 위한 옷’, 6·25전쟁을 소재로 삼은 ‘판문점, DMZ를 다녀와서’ 3편이다. 번역은 정은귀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맡았다. 하스 교수는 ‘판문점…’에서 ‘적어도 공동의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인간들이 이러한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아무런 증거가 없어’라면서 전쟁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비극을 짚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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