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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이 쇼팽국제콩쿠르 우승으로 클래식 붐을 일으킨 올해, 국내에서도 다양한 공연들이 클래식 팬들을 열광시켰다. 또 내년에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공연이 적지 않다. 올해 좋았던 공연과 내년에 기대되는 공연을 전문가 9명의 설문을 통해 알아봤다. 이번 설문에선 올해 좋았던 공연을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으로 나눠 3개 씩, 내년 기대되는 공연도 같은 방식으로 5개 씩 뽑아달라고 한 뒤 순위를 매겼다. ○올해 좋았던 공연 헝가리 태생의 명지휘자 이반 피세르가 4월 5년 만에 로열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들려준 것이 가장 많은 표(6표)를 얻었다. 이어 11월 빈 필하모니를 이끌고 내한한 크리스토퍼 에센바흐가 4표를 얻어 뒤를 이었다. 박제성 평론가는 “빈에서도 보기힘든 ‘올(All) 모차르트’ 공연을 에센바흐의 피아노 연주까지 곁들여 들었다”고 평했다. 그 다음은 난형난제의 경합이었다. 구스타보 두다멜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니,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뮌헨 필, 서울시향을 이끈 오스모 벤스케, 토마스 헹엘베르크와 북독일방송교향악단이 2표씩 얻었다. 실내악 등 소품 공연에선 전문가의 취향만큼 표가 분산됐는데 2월 마지막 날 열린 김수연(바이올린) 임동혁(피아노) 듀오의 슈베르트 연주를 4명이 꼽았다. 송현민 평론가는 “예쁜 사운드를 빚고자 하는 두 사람의 욕심이 슈베르트를 통해 꽃피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공동 2위(3표)는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에벤 콰르텟(10월) 공연과 베토벤 소나타 위주로 구성된 정경화 리사이틀 ‘불멸의 바이올린’(4월)이 올랐다. ○내년에 기대되는 공연 역시 마리스 얀손스였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가 한 명도 빠짐없이 그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공연(12월4일)을 골랐다. 하이든 교향곡 100번 ‘군대’와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이 협연하는 베토벤 협주곡이 프로그램으로 준비돼 있다. 음악평론가 황장원은 “이 시대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지휘자-오케스트라의 파트너쉽은 언제 다시 보아도 매혹적이고 감동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리카르도 무티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1월 28, 29일)이 7표를 받았다. 이틀간 베토벤 5번, 말러 1번, 프로코피예프 1번, 차이콥스키 4번 교향곡을 선보일 예정. 2년 전 시카고 심포니 내한공연 때 무티는 건강상 이유로 오지 못했다. 노태헌 평론가는 “이미 검증된 최상의 조합으로 시카고 특유의 기능성과 무티의 강렬한 드라이브가 그려낼 멋진 무대”라고 추천했다. 한국을 처음 찾는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11월 10일)도 7표를 받았다. 92세의 전설적 노장인 헤르베르트 볼룸슈테트가 이끄는 밤베르크 오케스트라 무대도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에센바흐, 엘리야후 인발 등 여러 지휘자가 지휘하기 때문에 표가 갈렸지만 다 합치면 6표나 추천됐다. 실내악에선 4표가 3명이나 나왔다. 우선 베를린 필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잘 생긴 외모까지 갖춘 안드레아스 오텐잠머 독주회(6월2일)가 꼽혔다. 율리아 피셔의 리사이틀(10월21일)은 현존하는 최고의 신진 여성 바이올리니스트가 선사할 무대라는 기대감이 컸다. 마지막으로 알렉상드르 타로가 들려줄 바흐의 골든베르크 협주곡(6월 8일)에 관심이 높았다. 장일범 평론가는 “섬세한 피아니스트가 들려줄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기대한다”고 주목했다. 3표씩 얻은 공연은 조성진의 갈라 콘서트(2월2일),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첫 내한 공연(3월 12일), 묵직하고 어두운 음색으로 음악의 심연을 그려내는 니콜라이 데미덴코의 공연(12월 8일)이 올랐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우상 패는 묘한 패다. 자체가 작지 않은 크기지만 꼭 이겨야 하는 패는 아니다. 패는 구실일 뿐 팻감을 쓰는 과정에서 손해 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백 28이 바로 그런 수다. 지금 반상에서 제일 큰 곳은 참고도 백 1로 잇는 곳. 하지만 흑 2가 놓이면 ‘가’로 끊기는 수가 있어 백 3이 불가피하다. 흑 4로 패를 해소하면 흑이 좋은 형세. 그래서 백은 28을 두고 흑이 패를 해소하면 참고도 백 1로 이을 심산이다. 하지만 백의 속셈을 꿰뚫고 있는 흑도 패를 내버려 두고 29로 한 점을 잡는다. 패를 둘러싼 ‘밀당’이 점입가경이다. 흑 31의 팻감에 백이 A로 후퇴하면 약간 활용당한 꼴. 백 32 역시 팻감이 한두 개 더 나오더라도 손해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진행을 보더라도 패를 이기는 것보다 손해 보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건 분명한 상황. 흑은 맛좋게 흑 37로 패를 썼다. 당연히 38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이지현 5단이 흑 39로 패를 따내자 갑자기 이세돌 9단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 9단은 급히 바둑돌을 집더니 불문곡직 백 40으로 나갔다. 흑은 뭐가 잘못된 것일까. 승부의 흐름이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30 36=○, 33 39=27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2를 선수할 때, 흑 3을 선수하고 흑 5로 받는다. 이제는 단수된 흑 한 점이 나오는 것이 위력적이다. 백 6으로 때려내 후환을 없앤다. 흑 7은 선수가 되는 곳. 백 10도 흑이 역으로 두면 큰 곳이라 백 12로 막기 전에 하나 교환해 둔 것. 이제 멀고 먼 끝내기 승부가 펼쳐지겠다고 봤는데 여기서 흑의 승부수가 등장한다. 흑 13이 그것. 비상시국이 아니면 보기 힘든 수. 백도 일단 백 14로 끊어 패를 한다. 참고도 백 1로 물러서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흑 2로 두어 버티면 ‘가’로 끊는 수가 있어 백이 굴복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팻감은 흑이 많기 때문. 어차피 중앙 백 대마에 대한 흑의 팻감이 많아 백이 패를 이기긴 힘들다. 패를 하는 시늉만 하다 백 20으로 물러서는 백. 여기서 흑은 패를 해소하지 않고 흑 21로 두어 버틴다. 지금 형세는 흑이 무리하게 버틸 정도로 불리한 것 같지만, 사실 약간만 이득을 보면 흑도 충분한 형세. 흑은 팻감이 많은 것을 믿고 여기서 승부를 결정지으려고 하는 것이다. 흑 23의 팻감을 쓰며 흑은 패를 버티고 있는 상황. 이 패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이 한판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9=7, 22=16.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JTBC의 ‘마녀사냥’이 노골적 성적 표현으로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는 23일 JTBC ‘마녀사냥’의 지난달 6일과 20일 방영분이 방송심의규정의 성 표현 조항을 위반했다며 관련자 징계 및 경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종 제재 수위 결정은 전체회의에서 내려지지만 보통 소위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된다. 관련자 징계 및 경고는 벌점 5점을 받는 법정 징계다. ‘마녀사냥’은 지난달 6일 방송에서 여성 속옷을 머리에 쓰는 장면 등을 방영했고 20일 방송에선 콘돔, 인터코스 등의 표현을 여과 없이 내보내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마녀사냥’은 이달 18일 종영됐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81도 근거의 급소이자 실리로도 큰 곳. 백도 82로 막아 중앙 대마를 안정시킨다. 흑이 전보에 쌓아둔 두터움이 이제부터 슬슬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먼저 흑 83이 기분 좋은 선수. 중앙에서 백 집이 거의 사라졌다. 게다가 백 86이 실수. 그냥 ‘A’로 한 점 잡는 것이 확실했다. 실전처럼 둔 건 단수 당하는 걸 방지한다는 뜻인데 지금은 확실히 한 집을 내는 게 중요했다. 백 86 때문에 백이 뒷날 곤경을 치른다. 흑 87, 89는 두터움을 활용한 응수타진. 백이 90으로 물러서는 건 흑의 두터움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흑 B로 나가는 뒷맛이 여전히 남아 있다. 두터움 활용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흑 95의 붙임. 평상시라면 있을 수 없는 수지만 지금은 강력한 보디체크. 백 96으로 반항했지만 흑 97로 따라붙자 백의 응수가 끊긴다. 만약 백이 참고도 1처럼 뚫어 버리면 속은 시원하다. 실리로도 엄청 크다. 그러나 흑 2부터 10까지 중앙 백 대마가 졸지에 빈사 상태에 빠진다. 아까 ‘A’로 잡았다면 이런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백은 100으로 자중했고 흑은 101로 넘으며 크게 실리를 얻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에 대해 흑은 ‘당황하지 않고’ 59, 61로 뚫어버린다. 미리 준비된 진행이다. 이어 흑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69까지 꾹꾹 눌러 막는다. 흑이 우직하게 두터움을 고집하는 사이 백 66과 70처럼 알짜 명당을 빼앗긴 것은 아닐까. 이지현 5단은 지금 형세가 흑에게 좋다고 보고 있다. 유리한 형세를 지키기 위해선 이세돌 9단의 다양한 변칙 주먹에 같이 맞서기보다는 두터움을 쌓아 백을 압박하고 변화의 여지를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백은 흑이 그러거나 말거나 잽싸게 74처럼 계속 큰 곳을 차지한다. 이젠 흑의 두터움이 힘을 발휘할 시간. 흑 75가 백의 입장에선 고약한 수다. 참고도 백 1로 받으면 흑 6까지 백 두 점이 떨어지는 것이 아프다. 어떻게 받아도 백이 옹색한 모양이다. ‘궁하면 손 빼라’는 격언대로 이 9단은 백 76으로 우하부터 건드려 본다. 흑 79가 기로. 맘 같아선 80의 자리에 잇고 중앙 백 전체를 한 번 공격하고 싶다. 그러나 우세한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흑 79로 자중한다. 더구나 상대가 타개의 달인 이 9단이니까 지금 무리할 필요 없다. 백 80으로 백 대마가 사실상 살아가자 전체적인 흑백의 모양이 결정돼 벌써 종반 느낌이 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피아니스트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와 바리톤 박흥우 씨(리더라이히 대표)가 연말을 맞아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의 우수와 애잔함을 들려준다. 이들의 공연은 30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구 모차르트홀에서 열린다. 이 공연은 2004년 이후 연말마다 같은 장소에서 열려 올해가 12번째다. 두 사람의 인연은 신 교수가 독일문화원에서 독일 리트(가곡)를 부르는 박 씨의 공연을 보고 그 감정 표현과 가사 전달에 감탄해 직접 공연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이후 매년 5월엔 슈만의 ‘시인의 사랑’, 연말엔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공연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 음악을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로 2011년 독일연방공화국이 수여하는 공로훈장을 같이 받았다. 예년 공연은 200여 석의 객석을 가득 채우고 보조의자까지 동원되는 등 성황을 이뤘다. 박 씨는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고독과 슬픔을 절제된 목소리로 들려주고 신 교수는 박 씨의 음량과 소리에 적합한 반주로 앙상블을 이룬다는 평을 들어왔다. 공연 이해를 돕기 위해 신 교수가 공연 전에 간단히 곡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신 교수가 직접 번역한 가사를 영상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24곡의 노래는 휴식 없이 진행된다. 3만 원(학생 2만 원). 02-3472-8222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한국기원 연구생인 김기백 씨(19·사진)가 49대 아마국수로 등극했다. 김 씨는 21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9회 전국아마국수전 결승전에서 송규상 군(17)에게 276수 만에 흑 반집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김 씨는 내년 6월 중국에서 열리는 제37회 세계아마추어바둑선수권전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아마국수전은 기아자동차가 협찬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올해 공연계엔 클래식 분야에 가장 경사가 겹쳤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0)의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오랜만에 클래식 붐이 일었다. 또 임지영 문지영 등의 유명 해외 콩쿠르 우승 소식도 이어졌다. 여기에 해외 발레단에 소속된 김기민 박세은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서울시향 내분, 연극 소극장 폐관, 전통무용 인간문화재 선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 등 나쁜 소식도 적지 않았다. 》‘1위는… 썽진 초.’ 10월 20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 국제음악 콩쿠르 우승자로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호명되자 발표장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국인 연주자의 쇼팽 콩쿠르 우승은 처음이었다. 조성진은 예선부터 정확한 터치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었다. 조성진의 우승은 김연아의 겨울올림픽 피겨 우승에 비교되며 국내에서 조성진 신드롬을 불렀다. 각 언론에선 연일 조성진 소식과 인터뷰를 실었고 11월 6일 국내에 발매된 조성진의 콩쿠르 실황 앨범은 첫 제작 물량인 5만 장이 1주일 만에 다 팔려 추가로 5만 장을 찍었다. 앨범 발매일에 클래식 전문매장인 풍월당에는 앨범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황 앨범은 지금까지 약 8만2000장(기업 판매 제외)이 팔렸고 내년 2월 2일 조성진의 한국 공연을 앞두고 추가 물량을 찍을 예정이다. 조성진만큼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임지영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것 역시 쾌거였다. 또 1위 선정에 까다롭기로 이름난 이탈리아의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문지영은 어릴 적 가난으로 피아노도 갖지 못했던 어려움을 이겨낸 감동 사연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서울시향 내분 사태라는 우울한 소식도 있었다. 지난해 말 박현정 당시 대표가 직원에 대한 성추행과 언어폭력 의혹으로 물러난 뒤 박 전 대표와 직원 간의 고소전이 펼쳐졌다. 그 와중에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항공료 부정 사용 등 업무상 횡령 의혹이 제기되자 정 감독이 사의를 내비쳐 파장이 일었다. 정 감독은 연초에 1년짜리 계약을 맺으면서 서울시향 전용 홀 마련과 예산 증액 등이 성사되지 않으면 추가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향과 정 감독은 협의 끝에 일단 내년 연주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으나 정식 계약은 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경찰은 박 전 대표를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성추행을 당했다는 직원을 무고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반전이 일어나는 등 여파가 계속 이어졌다. 무용계에선 해외 무용단에서 활약 중인 한국 출신 무용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4월에는 발레리노 김기민이 동양인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승급됐다. 세계 최고의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인 발레리나 박세은도 2월 ‘백조의 호수’ 주역을 따낸 뒤 성공적 무대를 치렀다. 또 발레 무용수 1세대인 강수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국립발레단 예술감독)는 10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네긴’으로 국내 은퇴 무대를 가져 갈채를 받았다. 뮤지컬 시장에선 초연한 지 10주년, 20주년 된 작품이 많았다. 뮤지컬 ‘명성황후’ 20주년, ‘베르테르’ 15주년, ‘맨 오브 라만차’ 10주년, ‘빨래’ 10주년, ‘사랑은 비를 타고’ 10주년 등이었다. 뮤지컬이 2000년대 초반 막 활성화될 때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작품들이 롱런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창작 뮤지컬 중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 ‘명성황후’는 초연 무대였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다시 올라 흥행에 성공했다. 전통무용계에선 15년 만에 중요무형문화재 살풀이춤(97호) 승무(27호) 태평무(92호)에서 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 선정에 나섰다. 오랜만에 전통무용계의 경사가 될 수 있는 사안이었으나 사전에 심사위원 명단이 유출되고 각종 로비 의혹이 일어나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부터 7일까지 세 분야에 대해 보유자 선정 심사를 했으나 아직 발표는 되지 않고 있다. 연극계는 올해가 상실의 시대였다. 70∼150석 규모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이 줄줄이 폐관됐다. 28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4월에, 40년 역사의 첫 민간 소극장 삼일로창고극장이 10월에 문을 닫았다. 앞서 1월에는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도 폐관했다. 서정보 suhchoi@donga.com·김정은 기자 }

흑 ○는 백 대마를 공격하는 급소. 하변 백을 공격하면서 우변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중앙에서의 공중전이 불가피해졌다. 이제부터 이지현 5단의 행마 감각이 드러난다. 귀나 변에 비해 중앙은 행마의 다양성 지수가 높은 곳. 그래서 춤사위 같은 수가 자주 등장한다. 정답은 없지만 존재 이유가 있는 수들이 반상 위에 흩뿌려진다. 먼저 흑 43. 좌변 백 모양을 견제하며 하중앙 백 대마의 공격을 본다. 딱 그곳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형태상으로는 그럴듯하다. 두 번째는 흑 49. 백의 진로를 막아 대마를 은은하게 압박한다. 좌변으로 나가는 탈출로를 좁히면서 백을 우상 쪽으로 몰고 간다. 국후 이 5단은 흑 49 대신 참고 1도 흑 1도 제시했다. 백 2로 나가는 정도인데 흑 3, 5로 백을 쫓으면 얻을 게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세 번째인 흑 57은 중앙에선 보기 힘든 밭 전(田) 자 행마. 역시 한마디로 설명이 안 되는 수다. 굳이 해석하자면 백이 좌변을 지키면 두터움을 쌓아 중앙 백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곱게 지키는 것으로는 직성이 안 풀리는 이세돌 9단이 백 58로 밭 전 자 행마의 빈틈을 찔러 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30일부터 열리는 세계기전 멍바이허배의 결승전을 앞둔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이 전초전 격으로 18일 금용성배 본선(순위결정전)에서 만났다. 이 9단으로선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0 대 2로 완패당한 이후 설욕전이기도 한데 초반 포석에서 판을 그르쳐 ‘힘 한번 못 써보고’ 또 패했다. 커제 9단이 “포석 이후엔 (이 9단에게) 기회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 9단이 멍바이허배에서 커제 9단을 이기려면 포석이 관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9단은 그동안 포석에서 뒤져도 타고난 힘과 수읽기로 역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커제 9단은 포석에서 한번 우위를 잡으면 좀처럼 놓치지 않는 기술이 탁월하다. 유창혁 9단은 최근 “이 9단이 멍바이허배를 앞두고 포석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포석에서 대등한 싸움을 하지 않으면 커제 9단에게 그대로 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바둑에선 무난한 포석이 진행되고 있다. 흑 29 때 백 30이 초반 포석의 변곡점. 참고도 백 1로 귀를 차지하면 쉽게 흑 2, 4로 뛰어나와 좌변 백 모양을 키우기 어렵게 된다. 실전은 두터움을 택한 것. 이지현 5단은 흑 41로 우하 백 공격에 나서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세돌 9단의 성적은 최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과 KBS바둑왕전 결승에 잇따라 진출했다. 30일부터 시작되는 커제 9단과의 멍바이허배 결승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 같아 기대된다. 이지현 5단은 국내 랭킹 11위. 미래의 기대주인 나현 6단(16위), 이동훈 5단(12위)보다 랭킹이 앞선다. 그만큼 꾸준히 성적을 내는 기사인데 아직 결정적 고비를 넘지 못하는 점이 흠이다. 이번 대국도 고비 넘기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흑 5까지는 최근 애용되는 포진. 백 6, 8로 두면 흑 19까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한때 흑 9로 참고도 흑 1로 붙이는 정석이 유행이었다. 유행의 이유는 바로 백 6. 이 수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변화가 쏟아졌다. 그중 하나가 백 12까지 육박전을 벌이는 것. 백 12 대신 ‘가’로 둘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초반 난타전을 피할 수 없다. 흑 9로 먼저 걸쳐놓는 것은 이득이다. 우상 쪽이 실전처럼 변화한다고 할 때 백이 선수를 잡아 ‘A’로 눈목자 굳힘을 하면 우상 흑 세력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전이 흑으로선 세력 활용하기 쉬운 형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이후 수순이 20여 수 진행됐지만 승패와 무관한 단순한 끝내기여서 생략한다. 미래의 기대주 이동훈 5단은 최근 리민배 준결승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이 5단은 커제와의 역대 전적에서 2승 2패로 대등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커제보다 한 살 어린 이 5단이 중국의 대세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한다. 이 바둑은 초반에 우세를 잡은 이 9단이 전혀 틈을 보이지 않고 밀어붙여 완승을 거두며 끝났다. 참고도가 갈림길이었다. 백 1이 사실상 패착이었다. 두텁긴 하지만 한가했다. ‘A’로 젖혀 흑 4의 침입 수단을 방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백 1로 한눈을 팔자 흑 4가 정문(頂門)의 일침처럼 날카로웠다. 흑 4를 잡기 위해 백 7, 9 등 악수교환을 해야 했던 것이 문제였다. 우변 백 진에 침입한 흑 돌은 잡을 수 있었지만 흑 8, 10으로 우하 백이 크게 약해지면서 백은 내내 이 대마를 살리는 데 늘 신경을 써야 했다. 이 9단은 이후 두터운 행마로 일관하며 백에 기회를 주지 않았고 막판 백이 제 풀에 무너졌다. 이로써 4강전은 이세돌 9단 대 이지현 5단, 조한승 9단 대 한상훈 7단의 대결로 치러진다. 183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연말을 맞아 감미롭고 따뜻한 세레나데의 선율에 흠뻑 빠지게 할 연주회가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홍종화 숙명여대 교수를 주축으로 구성된 스트링 체임버 오케스트라 ‘앙상블 우리’가 19일 오후 5시 서울 숙명여대 숙연당 음악홀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인 ‘세레나데의 밤’을 갖는다. 이날 연주회에선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바체비치의 4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콰르텟, 바흐의 샤콘 작품 1004번,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볼프의 이탈리안 세레나데, 차이콥스키의 세레나데 등 다양한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앙상블 우리’처럼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세레나데 연주를 듣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선착순 무료.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12년 만에 10대 기사끼리 결승전을 펼진다. 16일부터 열리는 제2회 렛츠런파크배에서 15세 신진서 3단과 18세 김명훈 2단이 결승전(3번기)을 벌인다. 10대 기사의 결승전은 2003년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18세 동갑내기였던 최철한-원성진이 대결한 이후 처음이다. 2012년 영재입단대회로 입문한 신 3단은 입단 동기인 신민준 3단(16)과 함께 ‘양신(兩申)’으로 불리며 한국 바둑계의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최우수 신인상도 수상했다. 올해 전적이 54승 21패(15일 현재)로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55승 20패)과 박빙의 다승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렛츠런파크배 본선에선 윤준상 백홍석 김지석 9단 등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쳤다. 김 2단은 지난해 늦깎이로 입단했으나 입단 19일 만에 KBS바둑왕전 본선에 올라 최단 기간 본선 진출 기록을 세웠다. 올해 41승 22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GS칼텍스배 4강, LG배 세계기왕전 본선 16강 등으로 최우수 신인상 후보에 올라 있다. 두 기사의 맞대결은 지난해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한 번 대국해 신 3단이 이긴 것이 전부. 두 기사 모두 종합 기전에서 첫 우승을 노린다. 우승 상금 8000만 원.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43의 견고한 한 칸 뜀은 백이 A로 나와 끊는 수를 방비하며 뒷날 B로 파호해 백을 공격하는 수를 노린다. 우세한 흑은 철저히 두터운 행마로 일관하고 있다. 이때 백 44가 너무 느슨했다.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탁 끊어지는 순간이다. 어떻게든 반상을 휘저어야 하는 백으로선 백 44처럼 점잖은 행마는 피해야 했다. 흑 45로 중앙을 틀어막자 이제야말로 B의 파호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백 46의 보강이 불가피한데 흑이 47부터 53까지 상변을 꾹꾹 눌러 막자 흑의 모든 근심거리가 사라졌다. 백 44로는 참고 1도 백 1이 끝까지 버티는 수. 흑 2면 백 3으로 상변 흑 두 점을 공략한다. 흑의 입장에선 참고 1도가 실전에 비해 훨씬 골치 아프다. 또 백 46으로 보강하지 않고 참고 2도 백 1, 3으로 흑 한 점을 취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흑 4의 파호에 중앙 백이 거의 절명 상태에 빠진다. 흑 8까지 백대마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흑 59로 중앙 경계가 확정되어선 승리가 사실상 흑의 손안에 들어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방송인 이윤석(사진)이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서 ‘야당은 전라도당이나 친노당이라는 느낌이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15일 공식 사과했다. 이윤석은 이날 소속사를 통해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9일 방영된 TV조선 ‘강적들’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 갈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야당은 전라도당이나 친노당이라는 느낌이 있다. 저처럼 정치에 별로 관심 없던 사람들은 기존 정치인이 싫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뒤늦게 논란이 일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편향된 발언”이라며 그에게 KBS1 ‘역사저널, 그날’ 등에서 하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그 정도 발언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라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평론가 진중권 씨도 이날 트위터에 “이 정도의 발언에 시비를 걸면, 반대편에서도 비슷한 시비를 걸 것이고, 그러면 우린 아무 말도 못하게 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은 스웨(時越) 9단보다 약하다. 내가 이길 확률은 95%다.”(커제·柯길 9단) “어린 나이에 세계 1인자가 되는 걸 선배 기사로서 두고 볼 수 없다.”(이세돌 9단) 벌써 반상 밖 설전이 후끈하다. 30일 중국 장쑤 성에서 열리는 제2회 멍바이허(夢百合)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전(5번기)의 두 대국자 커제 9단(18)과 이세돌 9단(32)이 벌이는 신경전 얘기다. 커제가 명실상부한 세계 1위에 오르느냐, 한국이 중국 ‘90후’(1990년대 후반 출생) 기사의 약진을 막아 내느냐가 걸린 대결인 만큼 양국 바둑 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실력은 내가 낫다’ vs ‘어리다’ 커 9단은 10일 제2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에서 스웨 9단을 2 대 0으로 꺾고 우승했다. 올 1월 바이링(百靈)배에서 추쥔(邱峻) 9단에게 3승 2패로 이겨 우승한 이후 두 번째 세계대회 제패다. 이후 중국 국내 기전도 3개나 휩쓸면서 중국 랭킹 1위가 됐다. 올해 세계대회 전적만 29승 5패(승률 85.2%). 1년 전만 해도 잘 두는 신예 정도의 존재감이던 그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번 멍바이허배마저 커 9단이 우승하면 1년 새 세계대회 3개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1위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에서 강동윤 9단이 커 9단을 저지하지 못했다면 이번 멍바이허배까지 4개 세계대회 우승까지 노릴 뻔했다. 커 9단은 삼성화재배 우승 직후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결승전 이전에 스 9단과의 전적이 5승 6패였는데 이번에 우승했기 때문에 이 9단과의 대결에서 이길 확률은 95%”라며 “그건 스 9단이 이 9단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이 전에 멍바이허배 우승 확률을 50%라고 한 것에 대한 반박성 발언인데 평소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커 9단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것. 이 9단도 과거엔 “내가 최강인 것 같다. 실력적으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등 커제급 발언을 자주 했다. 그래서인지 이 9단은 커 9단의 발언에 대해 “표현이 그렇긴 하지만 자신감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냐”라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커제가 벌써 세계 1인자로 올라서는 건 국적을 떠나 선배 기사로서 막아야 한다고 본다. 스물 몇 살은 돼야 하는데 너무 어리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커제의 백번을 이기는 것이 관건 이 9단은 지난달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커 9단에게 2 대 0으로 밀렸다. 불리한 바둑 뒤집기로 정평이 있는 이 9단이 두 판 모두 힘 한번 못 써 보고 내용 상 완패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바둑계에선 “이 9단이 어린 후배한테 뭔가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역력했다”고 분석한다. 커 9단은 특히 백을 들었을 때 강하다. 중국 측 집계로는 현재 백번으로 34연승 중이다. 따라서 이 9단이 커 9단의 백번을 이겨 낼 수 있느냐가 멍바이허배 우승컵 행방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식 룰로 진행되는 멍바이허배는 덤이 7집 반이어서 국내 기전(6집 반)보다 흑으로 이기기가 부담스럽다. 이 9단은 11일 명인전 준결승전에서 박영훈 9단을 누르고 결승에 올랐고 14일 KBS바둑왕전에서도 결승에 오르는 등 한동안 저조했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목진석 9단은 “커제가 수읽기 실력만 믿고 무리한 수법을 쓰던 때도 있었지만 1년여 전부턴 쉽게 두면서 상대의 약점을 찔러 가는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단숨에 정상권에 올랐다”며 “기량으론 우승 확률이 반반이지만 누가 부담감을 내려놓고 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세돌 9단은 스웨 9단보다 약하다. 내가 이길 확률은 95%다.”(커제 9단) “어린 나이에 세계 1인자가 되는 걸 선배기사로서 두고 볼 수 없다.”(이세돌 9단) 벌써 반상 밖 설전이 후끈하다. 30일 중국 장쑤성에서 열리는 제2회 멍바이허(夢百合)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전(5번기)의 두 대국자 커제(柯 삼수변+吉) 9단(18)과 이세돌 9단(32)이 벌이는 신경전 얘기다. 커제가 명실상부한 세계 1위에 오르느냐, 한국이 중국 ‘90후’(1990년대 후반 출생) 기사의 약진을 막아내느냐가 걸린 대결인 만큼 양국 바둑 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실력은 내가 낫다’ vs ‘아직 어리다’ 커제 9단은 10일 제2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에서 스웨(時越) 9단을 2대0으로 꺾고 우승했다. 올 1월 바이링(百靈)배에서 추쥔(邱峻) 9단에게 3승2패로 우승한 이후 두 번째 세계대회 제패다. 이후 중국 국내 기전도 3개나 획득하면서 중국 랭킹 1위가 됐다. 올해 세계대회 전적만 29승 5패(85.2%). 1년 전만 해도 잘 두는 신예 정도의 존재감이었던 그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번 멍바이허배마저 커 9단이 우승하면 1년 새 세계대회 3개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1위에 오른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에서 강동윤 9단이 커 9단을 저지하지 못했다면 이번 멍바이허배까지 4개 세계대회 우승까지 노릴 뻔했다. 커 9단은 삼성화재배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결승전 이전에 스웨 9단과 전적이 5승 6패였는데 이번에 우승했기 때문에 이 9단과 대결에서 이길 확률은 95%”라며 “그건 스웨 9단이 이 9단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이 전에 멍바이허배 우승 확률을 50%라고 한 것에 대한 반박성 발언인데 평소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커 9단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것. 이 9단도 과거엔 “내가 최강인 것 같다. 실력적으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등 커제급 발언을 자주 했다. 그래서인지 이 9단은 커 9단의 발언에 대해 “표현이 그렇긴 하지만 자신감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냐”라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커제가 벌써 세계 1인자로 올라서는 건 국적을 떠나 선배 기사로서 막아야 한다고 본다. 스무 몇 살은 돼야 하는데 너무 어리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커제의 백번을 이기는 것이 관건 이 9단은 지난달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커 9단에게 2대0으로 밀렸다. 불리한 바둑 뒤집기로 정평이 있는 이 9단이 두 판 모두 힘 한 번 못써보고 내용상 완패했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바둑계에선 “이 9단이 어린 후배한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이 역력했다”고 분석한다. 커 9단은 특히 백을 들었을 때 강하다. 중국 측 집계로는 현재 백 번으로 34연승 중이다. 따라서 이 9단이 커 9단의 백번을 이겨낼 수 있느냐가 멍바이허 우승컵 행방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식 룰로 진행되는 멍바이허배는 덤이 7집반이어서 국내 기전(6집반)보다 흑으로 이기기가 부담스럽다. 이 9단은 11일 명인전 준결승전에서 박영훈 9단을 누르고 결승에 올랐고 14일 KBS바둑왕전에서도 결승에 오르는 등 한동안 저조했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목진석 9단은 “커제가 수읽기 실력만 믿고 무리한 수법을 쓰던 때도 있었지만 1년여 전부턴 쉽게 두면서 상대의 약점을 찔러가는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단숨에 정상권에 올랐다”며 “기량 상으론 우승 확률이 반반이지만 누가 부담감을 내려놓고 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콩쿠르빨’, ‘에이전시빨’ 다 잊고 내년엔 새롭게 출발합니다.”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년 9개월 만에 국내 리사이틀을 갖는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30·바이올린)에게 연락을 했더니 그는 뜻밖의 화두를 던졌다. 그는 창단 8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노부스 콰르텟이 이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김재영과 김영욱(바이올린) 이승원(비올라) 문웅휘(첼로)가 2007년 결성한 현악4중주단. 지난해 노부스 콰르텟은 제11회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국내 현악4중주 팀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하고 세계적 에이전시인 지멘아우어와 계약을 맺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 덕에 올해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실내악단이 서는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등 유럽 주요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뭔가 이뤘다 싶을 때 다 버려야죠. 콩쿠르 우승이나 에이전시의 후광이 약발이 다할 때가 됐어요. 내년 한 해 동안 ‘노부스’라는 팀 이름답게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레퍼토리를 추가해 연주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2017년에 더 큰 무대를 마련할 겁니다.” 당장 레퍼토리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과 베토벤 후기 작품 등을 보강해 다양화를 꾀하겠다고 한다. 21일 리사이틀에서는 메인 곡인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비롯해 브리튼의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 그리그의 현악4중주 1번을 선보인다. 2000석이 넘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실내악을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죽음과 소녀’가 잘 알려졌고 스케일이 큰 곡이어서 한번 시도해 봅니다. 특히 기존 연주보다 ‘더 아프고 고통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해요.” 15일 오후 7시 반 천안예술의전당, 17일 오후 7시 반 광주 유스퀘어문화관에서도 공연한다. 노부스 콰르텟은 최근 프랑스 레이블인 ‘아파르테’를 통해 내년 3월 발매 예정으로 첫 앨범을 녹음했다. 이 앨범엔 악보로만 있던 윤이상의 현악4중주 1번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베토벤의 현악4중주 11번, 베베른의 랑자머 자츠, 아리랑 등 한국적 느낌이 나는 4곡을 담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