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박용 기자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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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용 기자입니다.

parky@donga.com

취재분야

2026-02-26~2026-03-28
칼럼100%
  • [사설]4대강, 감사 결과 존중하고 고쳐서 더 푸르게

    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지난해 말 퇴임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스스로 100점 만점에 95점이라고 평가했다. 3년 8개월간 사업을 진두지휘한 그는 “하천 준설을 통해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을 만들고 홍수와 가뭄에 견딜 수 있는 수자원 관리가 이뤄졌다”고 자랑했다. 그제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심 본부장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4대강의 주요 시설물인 보(洑)의 내구성과 수문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불합리한 관리로 수질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준설로 유지관리 비용이 2880억 원이나 되는 문제도 드러났다. 22조 원을 들인 대형 국책 사업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려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가 관리 감독에 빈틈이 생기고 부실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감사원이 2010년 1차 감사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이번에는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1차 때는 ‘공사 결과’가 아니라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 평가 등 ‘공사 이전’을 감사한 것이어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4대강 추진본부는 감사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의 주장만 받아들여 문제를 부풀렸다”며 억울해한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어제 “보의 안전과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으나 감사원의 구체적인 지적들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보완을 약속했다. 감사 결과를 부풀려서도 안 되고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정부 당국은 감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설계, 수질, 유지보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꼼꼼히 재점검하고 철저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4대강의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침식과 재(再)퇴적 같은 부작용을 피하려면 지류 지천의 수질 개선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16개의 보를 설치해 전국적으로 저수량 6억2000만 t의 ‘거대한 물그릇’을 만드는 공사로 200년에 한 번 올지도 모를 홍수와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까지 대비하는 건국 이후 최대의 치수(治水) 사업이다. 한반도는 강수량이 집중되는 여름철에 홍수 피해를 보고 봄에는 강이 말라 가뭄에 시달린다. 물 부족과 홍수에 대비해 물그릇을 키우고 물길을 정비하는 일은 어느 정부라도 꼭 해야 할 사업이다. 태풍과 호우가 잦았던 지난해 홍수 피해가 예년보다 줄었던 것도 4대강 사업의 덕이다. 공사 부실은 시정해야 하지만 치수 사업의 의미와 필요성까지 부인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16개 보를 다 뜯어내서 강을 옛날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식으로 이번 감사 결과를 이용하려는 것은 이성적 대응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후보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알고 있다. 위원회 등을 구성해 잘못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약속대로 새 정부는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문제점을 찾아내고, 부실을 털어낼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201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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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공식 폐기된 가족계획

    2006년 개봉한 ‘잘살아보세’는 1970년대 가족계획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다. 전국 최고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용두리 마을을 무대로 ‘출산율 제로’에 도전하는 보건소 여성 가족계획 요원(김정은)의 분투기다. 마을 사람들은 콘돔이 어디에,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도 모른다. 정관수술을 받던 이장 변석구(이범수)는 의사에게 “작동은 되겄쥬∼”라고 묻는다. 그토록 피임에 무지했던 마을 사람들은 40여 년 전 한국인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영화 속 가족계획 요원도 보건사회부가 1963년부터 각 보건소에 실제로 파견했던 공무원이 모델이다. ▷가난에 시달리던 1960년대는 ‘58년 개띠’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입’이 큰 걱정이었다. 1960년 인구 증가율은 3%, 가구당 평균 자녀 수는 6.3명이나 됐다. 전후(戰後) ‘베이비 붐’(1955∼1963년)을 잠재운 건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였다. ‘잘살아보세’라는 구호를 앞세워 1962년부터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도 인구 증가율 억제 목표를 넣었다. 셋만 낳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도 이 무렵에 등장했다. ▷1970년대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에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표어가 거리와 공중 화장실에 넘쳐났다. 1977년 아파트 입주 신청에 불임 수술자를 우대하기로 하자 50, 60대 남성까지 수술을 받으러 보건소로 몰려들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정관수술을 받으면 훈련을 빼줬고 기업들이 수입하는 피임약에는 관세도 물리지 않았다. 드디어 1988년 인구 증가율은 1%로 떨어졌다. 정부는 1994년 산아 제한 정책을 중단했다. ▷정부는 15일 국무회의를 열고 보건소의 가족계획 업무(산아 제한과 피임 교육 등)를 삭제하는 내용의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유명무실해진 가족계획 업무를 공식 폐기한 것이다. 정부는 1983년 합계출산율이 인구 현상 유지가 가능한 2.1명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1990년대 중반까지 출산을 억제해 정책 전환의 타이밍을 놓쳤다.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가 됐다. 1960년대 ‘3·3·35’(3명의 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까지만 낳자) 구호는 ‘1·2·35’(결혼 후 1년 안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5세 이전에 낳자)로 바뀌었다. 한창 일할 젊은이가 줄고 복지 수요가 큰 고령자가 늘면 나라 곳간도 금세 바닥난다. 아버지처럼 ‘다시 잘살아보세’라는 구호를 내건 박근혜 정부의 ‘21세기형 가족계획’ 카드가 궁금하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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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대선 공약, 한정된 재원 맞춰 구조조정 필요하다

    다음 달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나랏돈을 들여 곧장 실행에 옮겨야 할 공약은 252개에 이른다. 실현 가능한 재원(財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출범 직후 ‘부도 공약’이 쏟아질 판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당선인의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 조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을 짧은 기간에 마련할 수 있는 묘안은 없을 것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실현하려면 5년간 131조 원, 연평균 26조 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당선인의 기초노령연금 두 배 인상 공약(약 9만5000원→20만 원)에 난색을 보이자 당선인 측에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고 한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당선인 측이 공약 이행에 의지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급하게 내놓은 공약까지 무리하게 다 이행하려 들다가는 나라살림이 버티기 힘들 것이다. 당선인은 여당 내에서조차 공약재고를 요청하고, 일각에서 ‘당선인 공약이행을 위한 재원이 실제보다 적게 추산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선인 측은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려서 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올해 복지 예산은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겼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여야가 복지 예산을 증액하고, 반값등록금과 무상보육에 들어갈 이른바 ‘박근혜 예산’을 보탠 결과다. 기초노령연금 인상이나 사병 군복무 단축처럼 조 단위의 예산이 필요한 공약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재원이 더 필요한데도 버스업계 유류세 감면, 중견기업 세제 혜택, 부동산 취득세 감면 연장처럼 오히려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공약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 얘기하듯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형국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공약을 실현하려면 공약의 가짓수를 줄이고 우선순위를 정해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공약의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한다. 당선인은 자활 의지가 있는 채무자의 빚을 깎아주거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18조 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고, 암 심장질환 희귀난치병 뇌혈관 질환과 같은 4대 중증질환 치료비를 100%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채무자 우선 정책이 “빚을 다 갚는 사람은 바보다”라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부른다면 곤란하다. 무턱대고 고가진료를 요구하는 풍조를 만들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일이 생겨서도 안 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3%)보다 낮은 2.8%로 예상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올해 세수 목표인 204조 원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 국세청을 동원해 무리하게 세원을 쥐어짜게 되면 경제가 위축되고 돈이 지하로 숨어버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현금거래 자료를 모두 활용하면 연간 최대 6조 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권의 비호 아래 징벌의 수단으로 세무조사의 칼날을 휘둘렀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런 방식은 개인의 금융정보 보호라는 금융실명법의 골간을 해칠 우려가 크다. 국세청의 자료 열람권을 확대하려면 확실한 개인정보 보호 대책과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이 전제돼야 한다. 양극화에 따른 갈등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성장 잠재력 위축을 해결하려면 복지 예산 증액은 불가피하다. 조세연구원은 저출산 고령화만으로도 2050년이면 국가부채 비율이 남유럽의 재정위기국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걸 공짜로 해결해 주겠다는 보편적 복지보다 보육이나 취업 지원과 같은 사회 안전망을 탄탄하게 짜는 선별적, 생산적 복지로 복지 지출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高)복지 고부담의 원칙과 증세(增稅)를 통한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정치 리더십을 발휘해야 ‘공약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

    •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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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박용]크레타 섬의 유령 양 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 벌어진 희한한 일을 소개한 적이 있다. 페타치즈로 유명한 그리스 크레타 섬에는 한때 ‘유령 양 떼’가 출몰했다. 유럽연합(EU) 정부의 보조금을 노린 가짜 양들이었다. 섬의 목축업자들은 가까운 사람들이 키우는 양을 모아 거대한 양 떼를 만들었다. 조사관이 나오면 양 떼를 집집마다 몰고 가서 보여주는 ‘양 떼 돌려 막기’로 보조금을 더 타먹었다. 국민의 일탈을 감시해야 할 국가 리더십은 부패와 비리로 작동을 멈췄다. 그리스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려고 해도 운전 강사와 시험 감독관에게 줄 ‘파켈라키’(작은 봉투라는 말로 촌지를 뜻함) 두 개를 들고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각종 인허가에는 뇌물이 오갔다. 결국 지도층의 부패와 타락은 국민 전체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국가 부도의 파국을 불러왔다. 그리스의 비극은 부패가 공공투자 정책을 왜곡하고 거래 비용을 늘려 민간의 투자 의지를 꺾고 경제를 나락에 빠뜨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청렴도가 그리스보다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놓고 큰소리칠 형편도 아니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지난해 조사 대상 176개국 중 45위(그리스는 94위)였다. 하지만 2년 연속 순위가 떨어졌다. 정권 말이 다가오면서 반(反)부패 의지가 퇴색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잇단 친인척과 측근 비리로 “억장이 무너진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검찰에서는 10억 원대 뇌물 검사,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성행위를 한 검사까지 나타나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힘 있는 기관일수록 청렴과 거리가 멀다는 부패의 법칙도 여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청렴도 평가의 꼴찌는 법무부였다. 수사, 단속,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 중에서는 경찰청과 검찰청이 바닥을 기었다. 16개 시도교육청 중에는 가장 덩치가 큰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가 제일 나빴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도 걱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주무르는 각종 복지 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섰다. 100개가 넘는 복지 제도와 복잡한 복지 전달 체계를 정교하게 손질하지 않는다면 눈먼 돈이 생기고 재원이 줄줄 새서 도덕적 해이와 비리를 부를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쏟아내는 각종 법안이 시장과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로 변질될 수도 있다.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과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정치권의 입김이 커질수록 부패와 비리의 유혹도 강해진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 정치쇄신과 서민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막상 총선, 대선이 끝나자 의원 연금과 세비 삭감, 면책·불체포 특권 내려놓기는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들이 외치는 경제민주화와 민생이 진정 서민을 위한 것인지, 재벌들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군기 잡기’인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정도만 돼도 성장률이 연평균 약 0.65%포인트 올라간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열 자식 굶기지 않겠다”며 민생 정치를 약속했다. 그러자면 지도층의 부패에 대한 불관용 원칙을 세우고 부패와 비리의 싹을 제대로 잘라내는 정치쇄신과 반부패의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 정실(情實) 자본주의와 정경 유착의 부패 고리만 끊어도 국민이 그토록 바라는 경제민주화를 앞당기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선거유세 기간에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패거리, 밀실, 권력투쟁, 부정부패 등도 여성 리더십으로 고치고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힘 있는 사람이 개혁을 비웃고, 민간 분야에서 ‘크레타의 유령 양 떼’가 어슬렁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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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낙후한 서비스업이 끌어내리는 노동생산성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A 씨는 퇴직금을 털어 음식점을 개업했다.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긴 시간 일하는데도 벌이는 그때의 절반 이하다. A 씨는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고도 실속은 없는, 말하자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을 하고 있다. A 씨처럼 저(低)부가가치 일자리를 맴도는 사람이 많아지면 국가 전체의 노동생산성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7∼9월)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전 분기보다 0.4% 하락했다. 하락폭이 조사 대상 22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1.3%)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09년 이후 내리막길이다. 노동생산성은 국내총생산(GDP)을 전체 노동량(취업자수×평균 근로시간)으로 나눈 수치다. 노동생산성의 하락은 일을 많이 해도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얻지 못하는 경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지난해 2.1% 성장에 44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내에서 “경기가 어려운데도 고용시장이 선방했다”는 자화자찬이 나오지만 냉정한 평가가 아니다. 일자리 나누기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단시간 노동이 늘어나고 직장에서 밀려난 50대 등이 음식업 도소매 숙박 등 영세 서비스업소를 창업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보다는 질 낮은 일자리가 많이 늘었을 뿐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약 1%포인트 높은 3.0%로 예상하면서도 일자리 증가는 12만 개 줄어든 32만 개로 예상했다. 경기침체의 영향이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미치는 ‘일자리 한파’의 예고다. 일자리를 늘리면서 노동생산성도 끌어올려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해결하자면 고용의 약 70%를 책임지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부터 과감히 없애야 한다. 교육 의료 문화 관광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8년 이후 서비스업 관련 대책만 20차례, 세부과제만 800건을 내놨지만 교육 의료 법률 분야의 규제 완화 등 핵심 과제들이 정치권과 이익단체의 반대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새 정부가 이익단체에 끌려다니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나랏돈을 풀어 공공 부문의 단기 일자리를 늘리거나 근로시간 감축 같은 일자리 나누기로 숫자 부풀리기를 하는 것은 진통제 처방에 불과하다. 근본 처방은 미취업 청년과 중고령 은퇴자의 재교육 및 훈련,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일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경쟁력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우는 ‘제조-서비스 융합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비스업=질 낮은 경제’라는 등식을 깨야 한국 경제가 비상할 수 있다.}

    • 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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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차기 정부, 엄중한 안보 경제 상황 단단히 대비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08년 잇따른 해외 악재에 시달리며 민심을 잃었다.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치솟아 국내 물가가 급등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이라는 민감한 현안에 어설프게 대응해 광우병 시위의 빌미를 제공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내줬다. 9월에 미국발(發)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747(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경제규모 7위)’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대북(對北)정책 ‘비핵·개방 3000’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감행,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같은 도발로 힘을 잃었다. 박근혜 차기 정부가 출범 후 직면할 안보와 경제 상황은 5년 전보다 좋지 않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차기 정부는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대외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패권 다툼으로 긴장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총서기 체제 출범 후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우경화로 가는 일본과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지 모른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전도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4%에서 3%로 낮춰 잡았다. 일자리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12만 개 줄어든 32만 개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서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세수도 2조 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일본 아베 정부의 ‘돈 풀어 경제 살리기’가 본격화하면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수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과 경기침체, 유럽 재정위기와 총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같은 대외 변수의 움직임에 외교안보 분야의 악재까지 겹치면 집권 초부터 나라 안팎에서 사면초가에 몰릴 수 있다. 권력 교체기는 위기관리의 허점이 노출되는 시기다. 이명박 정부는 청와대 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며 경제위기 극복에 나선 경험을 살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대외 악재 관리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안보와 경제의 큰 틀을 짜야 한다. 북한의 ‘정권 떠보기’ 도발이나 경제의 돌발 악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기 대응체계도 선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 정부와의 긴밀한 대화채널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위기관리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 201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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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건배사 ‘울렁증’

    말주변이 부족한 사람은 각종 모임이 몰리는 연말이 두렵다. 이들에게 폭탄주보다 무서운 것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외쳐야 하는 ‘건배사’ 차례가 돌아올 때다. 마지못해 ‘건배’나 ‘위하여’ 운운했다가는 분위기 망치고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건배사 스트레스’가 오죽 심했으면 직장인들이 회사 모임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이 ‘장기자랑이나 건배사’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을까. ▷건배는 술자리에서 서로 잔을 들어 축하하거나 건강이나 행운을 비는 만국 공통의 관습이다. 미국과 영국은 ‘치어스(cheers)’나 ‘토스트(toast)’, 독일은 ‘프로스트(prost)’, 프랑스는 ‘상테(sant´e)’, 이탈리아는 ‘살루테(salute)’라고 외친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건배사는 단순 덕담을 넘어선다. 모임의 동질감이나 결속을 다지는 구호나 세태를 풍자하는 사회적 의미가 담기곤 한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송년회 건배사를 조사했더니 ‘너나잘해(너와 나의 잘나가는 새해를 위해)’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변사또(변함없는 사랑으로 또 만나자)’ ‘오바마(오직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길)’ ‘통통통(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 ‘스마일(스쳐도 웃고, 마주쳐도 웃고, 일부러라도 웃자)’과 같은 삼행시형 건배사가 올해도 인기를 끌었다. ‘명품백(명퇴 조심, 품위 유지, 백수 방지)’과 같이 세태를 반영하거나, 아프리카 스와힐리어인 ‘하쿠나 마타타(문제없어, 걱정하지 마)’처럼 글로벌 감각을 살린 건배사도 등장했다. ▷모임에서 튀려고 ‘성행위(성공과 행복을 위하여)’와 같이 식상하고 불쾌감을 주는 삼행시 구호를 남발하다가는 자칫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어떤 공공단체 고위 간부는 기자간담회에서 ‘오바마(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건배사를 외쳤다가 설화에 휘말려 물러났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KISS(Keep It Simple and Short·단순하고 짧게 말하기)’와 ‘TPO(시간 장소 상황을 고려하기)’ 원칙을 강조한다. 모임 성격에 맞게 진솔한 느낌과 이야기를 담아 30초∼1분을 넘지 않는 자신만의 건배사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미리 스마트폰에 건배사 앱이라도 내려받아 두면 ‘건배사 울렁증’을 줄일 수 있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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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박용]반값 등록금이라는 ‘반값 정치’

    18대 대통령 선거는 50대 이상 유권자 수가 20, 30대를 처음 앞지른 ‘시니어 우위 선거’ 원년이었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가 이긴다’는 선거 통념도 중·고령 유권자층이 두꺼워지면서 깨졌다. 산업화부터 민주화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중·고령층은 “서민의 어려움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생활비 반값 공약’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어버리는 나라의 곳간 걱정이 ‘반값 정치’의 유혹보다도 컸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문 후보보다 강도는 덜하지만 ‘반값 공약’을 내놨다. 소득계층별로 장학금을 차등 지급해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여준다는 ‘반값 등록금’ 공약이 대표적이다. 여기엔 일자리 공약(4조5000억 원)의 1.5배에 이르는 7조 원이 들어간다. 혈세로 그만한 돈을 지출할 가치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셈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국민의 교육 기간이 1년 늘어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식정보화 시대로 접어들수록 숙련된 사람과 같이 일할 때 생산성이 더 높아지는 ‘인적자원의 외부효과’도 커진다. 미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와 고교 졸업자의 소득 격차는 1980년대 33%에서 1990년대 중반 70%로 벌어졌다. 한국은 오히려 거꾸로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인적자본 성장률은 1991년 0.96%에서 2011년 0.86%까지 하락했다”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는 과잉 학력자가 진학 대신 생산 활동을 한다면 경제가 1.01%포인트 추가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구실을 못하는 ‘무늬만 대학’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소득 수준을 고려한 1인당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제 기능 못하는 대학이 등록금을 비싸게 받아도 학생들이 몰리는 시장 왜곡은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대학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대학 수와 입학 정원을 늘렸다. ‘돈만 있으면 대학 간다’는 말이 그때 나왔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학자금 융자 제도를 대폭 확대했다. 대학 문턱이 낮아지고 국가가 학자금까지 대주니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서는 ‘학력 거품’이 끼었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는 늘지 않아 대졸자 절반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처지다. 일자리 창출과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근본 처방 없이 정부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반값 등록금으로 또 다른 거품을 만든다면 제 발등을 찍는 일이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는 “재스민 혁명이 튀니지에서 촉발된 것은 많은 정치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교육 버블도 그중의 한 요인”이라며 “대졸자가 실업을 비관해 자살한 직후 시위가 촉발된 것이 우연이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지난날 튀니지 정부는 사회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학을 무료로 다니게 했다. 대졸자는 10년간 3배로 늘었고 대졸 실업률은 2010년 45%로 급증해 청년들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반값 등록금이 ‘반값 대학’을 낳을 판”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억누르자 일부 대학이 졸업 이수학점을 줄이거나 외부 인턴십과 시간강사를 늘려 비용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대학은 반값도 비싸다. 학습 의지, 학업 역량, 대학의 수준과 무관한 반값 등록금은 대학 진학의 초과수요를 만들어 부실 대학이 연명하도록 뒷돈을 대주는 것 같은 역효과를 낼 공산이 크다. 반값 등록금 운운하기 전에 밥값 못하는 대학이 어딘지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에서 올바른 선택을 받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반값 등록금도 아깝지 않다.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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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전자상거래 급증하는데 카드결제 불안해서야

    온라인 쇼핑은 경기 침체에도 성장을 거듭하며 백화점, 대형마트를 제치고 소매시장 최대의 유통 채널로 떠올랐다. 탐색 주문 결제 배송이 편리한 온라인 쇼핑 시장은 올해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쇼핑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전체 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신용카드 결제의 허점을 노린 해킹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30만 원 미만의 온라인 소액 신용카드 결제 수단인 ‘안전결제(ISP)’ 정보가 해킹을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커들이 지난달 4일과 5일 한 게임사이트에서 해킹한 ISP 정보로 게임 아이템 등을 부정 구입해 해당 BC카드와 국민카드 회원 190명이 약 1억7000만 원의 손해를 봤다. 환전이 쉬운 게임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구매한 조직적 해킹으로 보인다. 이번 해킹은 피해자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PC 안에 저장된 인증서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ISP 결제 시스템 자체가 해킹을 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대대적인 해킹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2010년 국내 4개 카드회사의 안심클릭 결제 정보가 해킹을 당한 데 이어 인터넷뱅킹 공인인증서와 같은 방식의 인증서를 활용한 신용카드 결제 방식인 ISP의 허점까지 드러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와 ISP 운영회사는 해커가 인증서를 복사해 빼가더라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적 보안장치를 도입하고 게임사이트 결제의 경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고가 터진 뒤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 사후약방문으로는 날로 지능화하는 해커에 대처하기 어렵다. 금융 당국은 해킹 위험을 사전에 파악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감시 체계부터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해킹 대책을 제대로 세워 거래 안전성을 지켜내야 한다. 해커들은 이용자들의 허술한 보안의식을 집요하게 노린다. e메일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정보를 빼내고 해킹 프로그램을 유포할 정도로 교활하다. 이용자들은 인증서를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 메모리 등에 따로 보관하고 비밀번호 관리를 강화해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알지 못하는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일도 피해야 할 것이다. 방화벽이 아무리 튼튼해도 관리하는 사람이 한눈을 팔면 보안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 20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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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두 후보는 ‘재정 악화 경고’ 무시하나

    탄탄한 국가재정은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이었다. 당시 한국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 누적과 외국 자본 이탈로 달러가 부족해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지만 국가재정만큼은 튼튼했다. 정부는 모자란 달러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려 급한 불을 끄고 재정을 풀어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과 사회안전망 정비에 나설 수 있었다. 연간 7∼8% 경제성장을 하며 나라 곳간을 든든히 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15년간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9%에서 33.3%로 상승했다. 아직 선진국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늘고 저(低)성장에 따라 세입이 줄어드는 장래를 생각하면 앞길이 밝지 않다. 조세연구원은 저출산과 고령화만으로 2050년이면 국가부채 비율이 재정위기에 처한 남유럽에 육박하는 128%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361조 원에 이르는 공기업 부채는 물론이고 선진국보다 과다한 가계와 기업 부채가 악화해 국가부채로 옮아올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수백조 원에 이를 통일비용도 막대한 부담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5년간 복지공약 실행을 위해 134조 원을 쏟아 붓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지 않았지만 총선 공약만 해도 174조 원에 이른다. 후보들은 예산 절감 등 세출 구조조정과 세원(稅源) 확대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올해도 선심성 ‘쪽지예산’ 같은 구태를 드러내는 국회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제1 야당과 집권 여당 대표를 지낸 박 후보나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 후보는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국가부채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300조 원이 넘는 나라예산에서 정치권이 밀어 넣은 졸속 사업을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치권이 이익집단의 압력에 밀려 세금 낭비 법안을 남발하고 쪽지예산을 들이밀면 나라살림은 금세 거덜이 난다. 정치 포퓰리즘을 차단하자면 재정의 투명성과 방만한 재정 지출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산 개혁에는 기득권의 거센 반발도 따른다. 전직 경제관료와 학자 100여 명이 참여한 건전재정포럼이 나서 “정치개혁부터 하라” “당선 직후 재정 지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예산개혁에 착수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후보는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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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박용]2013 ‘코코넛 위기’

    ‘나무에 매달린 묵직한 코코넛 열매가 어느 순간 떨어질지 모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제 상황을 ‘코코넛 위기’로 정의했다. 나무 밑에서 잠시 정신 줄을 놓았다가는 갑자기 떨어진 코코넛 열매에 머리통을 얻어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기업들이 느끼는 예측불허의 위기감에 잘 들어맞는 비유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TV, 휴대전화 등 20여 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임원들은 오전 6시 반에 출근한다. 창의와 혁신과 같은 근로의 질이 중요한 시대에 새벽 출근은 얼핏 아날로그 사풍을 연상시킨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소니,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을 분석했더니 1등에 오른 순간 자만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새벽 출근은 ‘성공의 덫’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조직을 독려하는 일종의 ‘각성(覺醒)제’라는 것이다. 이러니 일본 기업에서 “스스로 위기를 진단하고 대처하는 한국 기업이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위기는 일반적으로 외부로부터 온다. 하지만 한국 기업 리더들은 의도적으로 기업 내부에 위기를 만들고 이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한다. 고려대 마틴 헴메어트 경영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식 경영방식을 정의한 저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최근 한국 미국 영국 싱가포르에서 동시 출간했다. 그는 한국 기업에 특유의 ‘위기창조(Crisis creation) 리더십’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자동차 내수시장이 3만 대에 불과했던 1970년대 연산 30만 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라인 건설을 발표하고 조직이 명운을 걸고 고유 모델 개발과 수출에 매진하도록 몰고 갔다. 반도체 산업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그룹은 1980년대 일본이 6년 걸려 개발한 64K D램을 6개월 만에 내놓았다. ‘해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 창조 리더십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은 2류다. 그대로 있으면 3류, 4류가 된다”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이 회장은 2010년 경영에 복귀해 “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며 직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가 회장으로 일한 25년간 삼성그룹의 매출이 39배, 시가총액은 303배, 수출은 25배로 늘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리더가 위기의 징후에 눈을 감는 순간 진짜 위기가 시작된다. 회계 부정을 일으킨 엔론, 월드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몰락에는 단기 실적에 눈이 멀어 위기에 눈을 감은 전문 경영인들의 부패와 무능이 깔려 있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 아스펜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잡스가 주변 사람들에게 냉정하고 까다롭게 굴었던 것은 사람들이 조직 내에 편안하게 안주하는 ‘집단바보화(bozo explosion·무능한 사장이 무능한 임직원을 넘쳐나게 만드는 현상)’를 막기 위한 나름의 처방”이라고 설명했다. 잡스는 아이작슨에게 “정직하게 구는 것이 내 일”이라고 말했다. 국가 경영과 정치 리더십의 본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라 경제는 저(低)성장과 경기 침체, 922조 원의 가계부채와 늘어나는 복지 수요로 신음하는데도 대선후보들은 국민을 운운하는 정치적 수사와 함께 나라 곳간을 허무는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증세(增稅), 기득권 노조의 양보, 약자의 자구 노력과 같은 고통 분담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쓴소리는 하지 않는다. 주인인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눈앞의 정권 쟁취에 혈안이 된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다.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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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국제기구 유치 후진국

    싱가포르는 1990년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글로벌 기업 지역본부를 집중 유치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교육 의료 관광 금융 문화산업으로 투자유치 대상을 다변화했다. 2008년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한 한국 기업인은 “싱가포르 정부가 요즘 외국인 모객(募客) 효과가 큰 국제 비정부기구(NGO)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노력으로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 지역본부 등이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었다. 공단을 만들고 세금을 깎아 주며 외국기업 유치활동을 펴던 한국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본 전략이었다. ▷한국 정부도 어제 국제기구 유치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국제기구를 끌어와 국격(國格)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와 인재를 불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인천 송도 유치가 확정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은 300∼500명이 상주하고 연간 100여 차례 넘게 국제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거주자와 방문객이 늘면 마이스(MICE)산업, 즉 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와 관련된 서비스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증가한다. 일회성 행사인 올림픽, 월드컵보다 지속적으로 경제효과를 일으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11위의 유엔 분담금을 내는 국가지만 국제기구 유치 실적은 초라하다. 2만2000여 개의 국제기구 사무국 중 한국이 유치한 기구는 43개뿐이다. 미국(3646개) 벨기에(2194개) 프랑스(2079개)는 물론이고 일본(270개) 태국(133개) 싱가포르(86개) 필리핀(75)보다 적다. 한국에 있는 국제기구의 평균 근무인원은 GCF를 제외하면 외국인 1.8명을 포함해 11.3명에 불과하다. 동아시아지방정부 관광포럼(춘천), 국제무형문화도시연합(강릉)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무늬만 국제기구’도 있다. ▷한국은 강대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를 끼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 정보기술(IT) 게임과 같은 산업적 강점, 경제개발 분단 녹색성장 등의 경험이 국제기구 유치 경쟁의 차별화 포인트다. 하지만 지자체 간에 무리한 유치 경합이나 퍼주기 경쟁은 경계해야 한다. 말도 안 통하고 외국인 병원과 학교마저 부족한 한국을 선호할 국제기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 분야의 규제를 풀고 외국인 거주 환경을 개선해야 국제기구가 제 발로 찾아올 수 있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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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재원 없는 ‘도깨비방망이’ 선심공약, 해도 너무한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10일 3년 전 내놓은 총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자국민에게 사과했다. 다음 선거에서는 지킬 수 있는 공약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아동수당 지급,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고교 무상교육 같은 무상복지 공약을 내걸어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제 위기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았고 1경(京) 원이 넘는 천문학적 부채에 짓눌린 데다 세출 조정마저 어려워 상당수 공약을 부도냈다. 올해 한국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0∼5세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반값 대학등록금처럼 달콤한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나 기초노령연금 인상(문, 안)처럼 과거 정부가 부도를 낸 선거 공약도 다시 들고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세출 절약과 비과세 축소”라는 원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 핑계를 댔다. 400쪽짜리 공약집까지 낸 안 후보 측은 “좀 더 기다려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재원 마련 방안을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졸속 공약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하더라도 늘어날 세수는 연간 수조 원 안팎에 불과하다. 세율 인상에 따른 투자 위축이나 자본 이탈 같은 부작용도 만만찮다. 세출 조정이나 세원 투명성 강화 같은 얘기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재탕 공약이다. 건전재정포럼은 각 당이 밝힌 증세 방안들을 고려하더라도 복지공약을 다 이행하자면 새누리당은 5년간 연평균 8조 원, 민주통합당은 24조5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보들은 어디서 얼마나 돈을 걷어 어떻게 쓸 것인지, 소상한 방안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342조5000억 원이다. 경기 침체로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4%)를 밑돌면 법인세 소득세 같은 세수 부족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자당의 복지공약에 한 푼이라도 더 반영하겠다고 벼른다. 민주당은 정부의 예산편성과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을 무시하고 차기 대통령의 공약 실행을 위해 내년 예산안의 1% 수준인 3조∼4조 원을 따로 떼어 남겨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없이 대통령 당선자가 나오기도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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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진重 복직 근로자 휴직, 정치논리 허구 드러냈다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의 정리해고자 92명이 극심한 노사분규가 타결된 지 1년 만에 일터로 돌아왔다. 하지만 일감이 없어 작업복도 입어보지 못한 채 곧바로 유급(有給)휴직에 들어가야 할 형편이다. 정치권과 노동단체들이 한진중(重) 경영진을 압박해 해고자의 재취업을 얻어내긴 했지만 경쟁력이 떨어진 조선소의 고용 환경까지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다. 한진중 영도조선소는 조선업 불황,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로의 생산기지 이전, 장기파업의 후유증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회사는 2008년 9월 이후 상선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일감은 현재 건조 중인 군함 1척이 전부다. 수주물량이 없어 빈 독을 건설회사에 빌려줄 정도라 직원 700여 명 중 500여 명은 출근 대신 유급휴직을 하고 있다. 92명의 재취업자도 유급휴직 대열에 합류해 조선소 정상화를 기다려야 할 처지다. 극한투쟁으로 허비했던 시간에 노사(勞使)가 똘똘 뭉쳐 생산성을 높이고 허리띠를 졸라매 위기 극복에 나섰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진중 사태는 2010년 12월 사측이 영도조선소 생산직 직원 400명의 희망퇴직 계획을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400명 중 94명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았고, 노조는 총파업을 벌이며 맞섰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35m 크레인에 올라가 309일간 고공 농성을 벌이며 한진중 분규를 정치투쟁의 장(場)으로 몰고 갔다.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은 김 씨를 지원한다며 이른바 ‘희망버스’를 조직해 회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조남호 한진중 회장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내 “정리해고자 복직 권고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해 결국 항복을 받아냈다. 한진중 사태는 자율 합의의 원칙과 기업 현실을 외면해서는 노사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기업이 경영위기 속에서 인력 감축 같은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면 벼랑 끝에 내몰려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노조가 극한투쟁으로 맞서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개입하면 사태는 꼬이고 일감은 더 줄어들게 된다. 정치권이 기업인의 팔을 비틀어 정리해고자를 현장으로 밀어 넣더라도 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소용없는 일이다.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도 한진중 사태처럼 정치적 결단으로 풀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사 간 신뢰와 타협의 토대 위에서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일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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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재벌 단죄’ 국민참여재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위원장 김종인)가 대기업 총수 일가 등의 주요 경제 범죄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배심원단이 기업 총수나 경영자의 횡령, 배임과 같은 경제 범죄를 의무적으로 심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혐의가 확정되면 형을 깎아주지 못하게 하고 사면권 행사는 엄격히 제한하는 이중 삼중의 차단막을 쳐 비리 기업인이 법망을 빠져나갈 틈을 근본적으로 막겠다고 벼른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판결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우리 법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원할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받는 신청주의를 택하고 있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유무죄와 양형(量刑)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재판부가 이를 참작해 선고한다. 주로 강도 살인 성범죄와 같은 사건에서 피고인이 배심원단의 감정에 호소해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려는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많았다. 대법원은 배심원들의 평결이 법관의 판단을 돕는 권고적 효력 이상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아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의 법적 기속력(羈束力)이 한층 강해지는 추세다. ▷재벌 범죄에 대해서만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하겠다는 새누리당의 발상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위헌론(違憲論)이 일고 있다. 재계는 “기업인을 국민정서법으로 다스려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것” “유전유죄(有錢有罪)의 마녀사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복잡한 기업 회계가 끼어드는 경제 범죄를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다루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도 미국 배심원단이 애국 감정에 치우쳐 삼성에 불리한 판결을 했다는 ‘동네 판결’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후보수락 연설에서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경(政經) 유착, 법경(法經) 유착, 관경(官經) 유착의 먹이사슬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정치인과 같은 권력형 비리도 단죄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 비리 정치인을 국민참여재판에 올리자는 말은 하지 않고 재벌에만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나만 빼고 개혁’ 같은 소리로 들린다.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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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현대·기아차 연비 과장, 국내에선 없었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10∼2012년 미국 시장에서 팔린 현대·기아자동차 일부 차종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이 과장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EPA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20개 차종 중 제네시스 쏘렌토 쏘울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 13개 차종의 연비가 실제보다 높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수정된 연비를 반영하면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 차종의 평균 연비는 3% 정도 떨어지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소비자 보상계획을 즉각 내놨다. 보상금액은 3년간 팔린 90만 대에 대해 8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보상금액은 크지 않지만 소비자 신뢰 하락이 예상된다. EPA가 벌금을 물리고 연방거래위원회(FTC)까지 과대광고 조사에 나서면 사태가 악화할 수도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 시장은 소비자 권익이나 안전을 침해하는 제조회사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가 EPA 조사에 앞서 제기된 소비자 민원에 적극 대처했더라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1980년대 ‘싸구려 자동차’ 소리를 듣던 현대·기아차는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려 세계 4위의 자동차 회사로 도약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미국 시장에서 100만 대 넘게 자동차를 판매하는 성과도 올렸다.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 받는 견제도 강해지고 있다. EPA는 “현대·기아차의 연비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제기돼 조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EPA가 연비 조정을 명령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고 모두 단일 모델에 한정된 사안이었다. 이번처럼 특정 자동차 회사를 타깃으로 한 대규모 조사는 없었다. 미국 자동차시장 보호를 위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미국 시장과 유사한 소비자 불만이 국내에서도 나온다. 2010년 에너지관리공단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자동차 업체가 제시한 연비보다 실제 연료가 더 소모된다”고 응답했다. 자동차 업계와 관계 당국은 차량 연비 측정 방식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연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기술 개발에 힘써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 20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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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대선 앞에 얼어붙은 기업투자, 일자리 더 위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몸을 사린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올 3분기(7∼9월) 설비 투자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설비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떨어져 ‘투자 위축이 성장 걸림돌’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기업 투자 부진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2.4% 경제 성장이 물 건너가고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될 공산이 크다. 기업의 투자 부진은 세계 경기 침체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관련이 깊다. 자동차와 전자 업종을 제외한 해운 조선 철강 산업과 같은 주력 산업의 실적 악화로 투자 여력도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뜨거워진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의 투자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선후보들은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강화, 계열분리명령제도와 같이 기업 지배구조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국내 대기업들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수십조 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대선 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대선 때마다 대기업 규제 정책이 화두로 떠오르다 보니 대선이 있는 해에는 기업 투자가 선거 전에 위축됐다가 선거가 끝난 뒤 살아나는 경향을 보인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말에 새로운 사업을 벌였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 특혜 시비에 휘말리거나 정책이 바뀌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새 정부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산업 정책이 나온 뒤에 투자를 하는 게 안전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업이 경제 외적인 정치적 변수로 몸을 사리면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치고 경기 회복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선거철에 기업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돈줄을 풀지 않으면 생산이 줄고 일자리도 늘지 않아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기업 투자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대체로 0.1%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업 투자 위축과 성장 정체의 피해는 고스란히 골목상권의 서민과 청년들의 실업으로 돌아온다. 기업들도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 동력을 창출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다. 기업이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변덕스러운 정치가 아니라 국내외 시장과 소비자다.}

    • 201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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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복지 확대 좋지만 내 주머니 세금 나가는 건 싫다”

    건전재정포럼과 한국재정학회가 한국갤럽과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복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응답자 가운데 대다수는 복지가 확대돼야 한다면서도 정작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증세(增稅)보다는 다른 씀씀이를 축소하거나 면세(免稅)자를 줄이는 방안을 선호했다. 복지 확대에는 찬성해도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 나가는 건 싫다’는 심리다. 대선후보들이 쏟아낸 복지 공약의 뒷감당이 힘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고(高)복지 저(低)부담’을 바라는 개인들의 이기적 성향을 탓할 수는 없다. 이기심은 인간 본성이자 경제 활동의 근간이다. 정치는 개인의 이기심과 약자를 돕는 이타심의 충돌 속에서 타협점을 찾아내 국부(國富)를 키우고 민생을 살찌우는 일이다. 그래서 경제와 정치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대선후보들이 귀에 솔깃한 복지 공약을 남발하고 뒷감당에서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리더로서 자격 미달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복지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차기 정부 5년 동안 해마다 각각 54조 원과 128조 원이 더 투입돼야 한다. 장밋빛 복지 공약을 쏟아내는 대선후보들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꺼린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은 예산 구조조정과 조세 감면 축소로 연간 27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장 증세 계획은 없다”고 발을 뺐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부자 증세와 법인세율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막대한 복지 공약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국민 모두가 조금씩 세 부담을 더 져야 한다”며 ‘보편적 증세론’을 주장했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투명한 세원에 역행하는 ‘간이 과세자 확대’라는 주장을 들고 나와 어느 쪽이 본심인지 혼란스럽다. 고령화와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복지 지출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대선후보들은 얼마를 어디서 걷어 어떻게 쓸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남유럽 사태에서 보듯 저성장 속에서 세금을 내는 사람만 내고, 대다수의 국민이 보편적 복지의 그늘에 안주하게 되면 나라 곳간이 감당할 수 없다. 조세 저항도 커진다. 증세를 하자면 과세 기반을 늘리고 탈세와 지하 경제를 양지(陽地)로 끌어올리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무리하게 세율을 올리면 투자가 위축되고 소득이 지하로 숨는 것이 돈의 생리다. 땀 흘려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식이라면 우수 인재와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할 공산이 크다. 경제를 살려 세금을 내는 기업과 근로자를 늘리는 것이 세수를 근본적으로 늘리는 길이다.}

    •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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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후보들의 약속, 低성장 악순환 끊을 처방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3% 미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자면 앞으로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한국은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긴 23개 선진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평균 8년이 걸렸지만 이대로라면 한국은 그 갑절이 소요될 것이라는 경고다. 한국 경제는 올해 3분기(7∼9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개 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경기의 침체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과 산업생산, 설비투자가 위축돼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113%에 이르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리면 한국은 ‘폐렴’을 앓는다. 한국 경제의 체질이 바뀌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살아나도 저(低)성장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외국인과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자에 나설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 시계(視界)는 캄캄한데 연말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타령을 늘어놓으며 저성장을 애써 외면한다. ‘창조경제’(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정경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혁신경제’(무소속 안철수 후보)처럼 뜬구름 잡는 식의 추상적 구호만 쏟아지고 있다.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일으킬 구체적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기 침체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만 탓하고 복지로 ‘있는 떡이나 나누자’고 덤비면 저성장 기조는 굳어지고 3만 달러 시대는 더 멀어질 수 있다. 성장 없이는 복지로 저소득층과 약자를 보듬어 준다는 후보들의 약속은 공수표가 돼 버릴 것이다. 한 집의 가장이 곳간이 비어 가는데도 돈을 벌어 올 궁리는 하지 않고 가족에게 용돈을 올려 주고 겨울 코트를 선물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것과 다름없다. 경제가 제자리를 맴돌면 서민이 가장 먼저 냉기를 느낀다. 자영업자는 생활고에 신음하고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방황하게 된다. 저성장으로 세수가 줄면 복지 지출마저 어렵다. 한정된 파이를 나누기 위한 계층 간 갈등도 분출할 것이다. 후보들은 저성장의 고리를 깨지 않고서는 저소득층과 약자의 질곡을 풀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 201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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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병원 형태 다양화 ‘이념 내세워 반대’는 反국익

    한국 관료들은 인천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진땀을 흘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국인 거주여건과 관련해 “국제기구 직원들이 이용할 병원이 있느냐” “자녀가 다닐 외국인 학교는 있느냐”는 외국인 심사위원의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답은 군색할 수밖에 없었다. 명색이 경제자유구역인데도 송도에는 아직 외국인이 선호할 대형 종합병원이 없다. 외국인 학교도 한 곳뿐이다. 정부가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세부 규정이 없어 외국인 투자가들이 병원 설립을 주저하게 만든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 영리병원을 유치하겠다는 포석이다. 외국인 투자나 해외 의료관광객 유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건강보험 적용은 안 되고 비용이 비싸지만 내국인도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을 만들고 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했지만 10년간 설립된 사례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외치며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했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에 갇혀 답보 상태다. 업종 단체와 일부 시민단체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비가 폭등하고 의료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거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무너질 것”이라며 영리병원을 반대하고 있다. 전체 병원의 절반 이상이 개인이 운영하는 사실상 영리병원 형태인 현실에서 영리병원을 이념적 논쟁거리로만 몰고 가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리병원은 병원 형태를 다양화하고 의료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할 수 있는 기회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미루기만 할 일이 아니다. 서울시내 대형 병원 한 곳이 고용하는 인원은 의사와 같은 전문 인력부터 식당이나 청소용역과 같은 서비스 인력을 합해 8000∼1만 명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서비스산업 비중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면 약 24조 원의 경제적 부가가치와 약 21만 명의 중장기적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공적 의료보험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하는 해법을 찾아낸다면 국가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이념 논쟁에 갇혀 변화 자체를 거부하다 보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싱가포르와 같은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국으로 넘어가고 말 것이다.}

    •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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