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후한 서비스업이 끌어내리는 노동생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A 씨는 퇴직금을 털어 음식점을 개업했다.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긴 시간 일하는데도 벌이는 그때의 절반 이하다. A 씨는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고도 실속은 없는, 말하자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을 하고 있다. A 씨처럼 저(低)부가가치 일자리를 맴도는 사람이 많아지면 국가 전체의 노동생산성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7∼9월)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전 분기보다 0.4% 하락했다. 하락폭이 조사 대상 22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1.3%)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09년 이후 내리막길이다. 노동생산성은 국내총생산(GDP)을 전체 노동량(취업자수×평균 근로시간)으로 나눈 수치다. 노동생산성의 하락은 일을 많이 해도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얻지 못하는 경제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지난해 2.1% 성장에 44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내에서 “경기가 어려운데도 고용시장이 선방했다”는 자화자찬이 나오지만 냉정한 평가가 아니다. 일자리 나누기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단시간 노동이 늘어나고 직장에서 밀려난 50대 등이 음식업 도소매 숙박 등 영세 서비스업소를 창업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보다는 질 낮은 일자리가 많이 늘었을 뿐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약 1%포인트 높은 3.0%로 예상하면서도 일자리 증가는 12만 개 줄어든 32만 개로 예상했다. 경기침체의 영향이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미치는 ‘일자리 한파’의 예고다.

일자리를 늘리면서 노동생산성도 끌어올려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해결하자면 고용의 약 70%를 책임지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부터 과감히 없애야 한다. 교육 의료 문화 관광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8년 이후 서비스업 관련 대책만 20차례, 세부과제만 800건을 내놨지만 교육 의료 법률 분야의 규제 완화 등 핵심 과제들이 정치권과 이익단체의 반대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새 정부가 이익단체에 끌려다니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나랏돈을 풀어 공공 부문의 단기 일자리를 늘리거나 근로시간 감축 같은 일자리 나누기로 숫자 부풀리기를 하는 것은 진통제 처방에 불과하다. 근본 처방은 미취업 청년과 중고령 은퇴자의 재교육 및 훈련,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일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경쟁력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우는 ‘제조-서비스 융합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비스업=질 낮은 경제’라는 등식을 깨야 한국 경제가 비상할 수 있다.
#서비스업#노동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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