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기 정부, 엄중한 안보 경제 상황 단단히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08년 잇따른 해외 악재에 시달리며 민심을 잃었다.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치솟아 국내 물가가 급등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이라는 민감한 현안에 어설프게 대응해 광우병 시위의 빌미를 제공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내줬다. 9월에 미국발(發)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747(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경제규모 7위)’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대북(對北)정책 ‘비핵·개방 3000’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감행,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같은 도발로 힘을 잃었다.

박근혜 차기 정부가 출범 후 직면할 안보와 경제 상황은 5년 전보다 좋지 않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차기 정부는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대외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패권 다툼으로 긴장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총서기 체제 출범 후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우경화로 가는 일본과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갈등은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지 모른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전도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4%에서 3%로 낮춰 잡았다. 일자리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12만 개 줄어든 32만 개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서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세수도 2조 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일본 아베 정부의 ‘돈 풀어 경제 살리기’가 본격화하면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수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과 경기침체, 유럽 재정위기와 총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같은 대외 변수의 움직임에 외교안보 분야의 악재까지 겹치면 집권 초부터 나라 안팎에서 사면초가에 몰릴 수 있다.

권력 교체기는 위기관리의 허점이 노출되는 시기다. 이명박 정부는 청와대 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며 경제위기 극복에 나선 경험을 살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대외 악재 관리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 안보와 경제의 큰 틀을 짜야 한다. 북한의 ‘정권 떠보기’ 도발이나 경제의 돌발 악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기 대응체계도 선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 정부와의 긴밀한 대화채널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위기관리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박근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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