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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광암 논설주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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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0~2026-05-10
칼럼100%
  • [광화문에서/천광암]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

    대학병원에서 정교수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암투를 그린 의학드라마 ‘하얀 거탑’의 일본 원작을 보면, 출세욕에 가득 찬 주인공인 조교수가 고가의 그림을 실세 정교수에게 선물로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림을 돌려보낼지 받을지를 놓고 정교수 부부간에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공짜이니 그냥 받자”는 부인에게 정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는 법이야.” 공짜가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역설적인 이치는 신문 사회면을 조금만 들춰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농촌지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침구나 건강용품을 실제 가격보다 수십 배 비싼 값에 떠안기는 사기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들이 하나같이 내거는 미끼가 바로 공짜다. 무료공연이나 공짜선물로 유인한 뒤 인정(人情)에 호소해서 안 살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수법이다. 공짜의 무서움을 몰랐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시골 노인들뿐만이 아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의 뒤늦은 후회는 더 뼈에 사무칠 것이다. 공돈의 올무에 걸려 수십 년간 공을 들여 얻은 권력과 명예를 하루아침에 내놓으려면 얼마나 속이 쓰릴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의 요즘 행태를 보면, 수령자로서뿐만 아니라 공여자로서도 공짜의 달콤함에 푹 절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정책에 공짜라는 달콤한 포장을 씌워 국민들을 현혹하는 ‘정치상술(商術)’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정치인들이 우리 정치인들을 당해낼 수 있을까 싶다. 무상급식과 무상의료 등 무상복지 시리즈는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 한 여야의 짬짜미도 공짜 선호 심리를 파고드는 전형적인 정치상술이다. 소득대체율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에게 표를 줄 것이라는 계산에 취해, 나라 곳간이나 미래세대의 부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 우리 정치인들의 지금 모습이다.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의 파산은 예정돼 있는 상태다. 2014년 말 현재 470조 원 규모인 국민연금기금은 2043년에 2561조 원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2060년에는 완전히 바닥나게 된다. 이후에도 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가입자들에게 보험료를 더 내게 하거나 혈세를 투입해야 하지만 급속히 고령화하는 인구구조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부채 때문에, 때를 놓치면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지금은 15∼64세의 청장년 100명이 노인 16명을 부양해야 하지만, 2060년에는 청장년 100명이 노인 80명을 부양해야 한다. 현재 3%대 후반인 잠재성장률은 고정적인 0%대에 진입하고, 지금 500조 원대인 국가채무는 무려 1경4612조 원으로 ‘조’를 넘어 ‘경’의 시대에 들어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과잉복지 때문에 2033년경 한국 정부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연금에 더 퍼줄 궁리를 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연금재정을 건전화하고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모든 지혜를 짜내도 부족할 때다. 현 세대가 공짜를 앞세운 정치상술에 계속 놀아날 경우, 후손들은 빈껍데기 연금과 파탄 난 재정, 제로성장이 체질화된 허약한 경제를 유산으로 받게 된다. “공짜에 취해 나라를 거덜 내먹은 세대”라는 역사적 평가를 면하려면, 얄팍한 정치상술에는 세상에서 제일 비싼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표와 여론으로 정치인들에게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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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날다람쥐 닮아가는 한국경제

    날다람쥐는 재주가 많은 동물이다. 달리기는 기본이고, 나무를 타거나, 헤엄을 칠 수도 있으며, 나무에 구멍을 팔 줄도 안다. 또 날다람쥐의 옆구리에는 엷은 막이 자라 있어서 네 다리를 활짝 펼치면 마치 행글라이더처럼 나무 사이를 활공(滑空)할 수도 있다. 재주가 많아서 자연계의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날다람쥐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유는 날다람쥐가 갖고 있는 재주가 하나같이 어중간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 수 있지만 지붕을 넘지 못하고, 나무를 타지만 가지 끝까지는 못 가고, 헤엄을 치지만 계곡을 건널 수 없고, 구멍을 팔 줄 알지만 자기 몸을 충분히 숨기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달리는 속도 또한 어중간하다고 한다. 한국경제가 날다람쥐를 닮아가고 있다. 이것저것 욕심은 많이 내지만, 말만 앞서고 실천력이 뒤따르지 않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와 정치권이 대대적으로 발표한 비전과 청사진만 보면 한국은 지금쯤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이고 금융 의료 교육 등 고급서비스업과 미래형 제조업 분야에서도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거창하게 등장했던 비전일수록 속 빈 강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2월 야심 찬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숲을 기르면 호랑이는 저절로 오게 돼 있다”며 외국 금융사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금융허브 비전에 따라 서울 여의도에는 국제금융센터(IFC)가, 부산에는 부산국제금융센터가 지어졌다. 그런데 1월 말 현재 시점에서 IFC는 3개동 중 1개동은 입주한 금융사가 하나도 없다.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외국 금융사는 1곳도 없고, 한국 금융공기업 9곳만 입주해 있다고 한다. 칡넝쿨 같은 규제가 개선되지 않다 보니, 오라는 호랑이는 안 오고 집고양이 몇 마리만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월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 기적을 만들 미래전략”이라면서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정비전으로 제시했다. 이후 저탄소차협력금제 등을 법제화했으나 현실은 뒷전이고 의욕만 앞서는 내용이어서, 많은 반론에 부닥친 끝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되지도 않을 일에 아까운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현재로선 녹색성장의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어서 ‘한반도의 기적’은 고사하고, ‘동네 기적’이라고 하기에도 낯 뜨거운 수준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4대에 걸쳐 추진돼온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첫 단추도 못 끼우고 있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조차 3년 넘게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역대 정부와 현 정부가 요란한 구호와 함께 벌여만 놓고 제대로 실행을 하지 않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마당에 정부와 야당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 애드벌룬을 띄우느라 여념이 없다. 마치 소득주도성장이 한국경제를 ‘저성장-저고용의 늪’에서 건져낼 비책(秘策)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내수시장이 협소한 한국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론이다. 자칫하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을 훼손해,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성이 크다. 이미 몸에 지닌 다섯 가지 재주 중 하나라도 제대로 갈고닦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새로운 재주만 찾아 헤매는, 어설픈 날다람쥐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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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임금 조정의 나비효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았던 서울 신당동 사저가 최근 일반에 공개됐다. 뉴스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금융권에서 돌았던 ‘괴담’ 한 토막이 떠올랐다. 당시 사저 건너편에는 모 은행 대리가 살았는데, 월급을 어찌나 많이 받는지 씀씀이가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육영수 여사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박정희 장군은 은행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됐고, 나중에 대통령이 된 뒤 은행원들의 급여를 무자비하게 삭감했다. 아버지의 연(緣)이 딸에게도 이어져 이번 정권에서도 ‘은행원 잔혹사’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게 괴담의 줄거리였다. 현 시점에서 볼 때 괴담의 예측 부분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괴담에 나오는 ‘은행원 잔혹사’ 자체는 과거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은행은 최고의 연봉이 보장된 ‘신의 직장’이었다. 이 시절 한국은행에 근무했던 정운찬 전 총리는 “1년에 보너스만 50번씩 받았던 것 같다”고 회고한 적이 있을 정도다. 박정희 정부는 1972년부터 은행원 고액연봉에 본격적으로 칼을 대기 시작했다. 그해 6월의 신문기사 한 토막을 보자. ‘봉급 삭감에 이어 예년 같으면 몇 번씩 쏟아져 나왔을 각종 보너스가 한 푼도 안 나오자 은행원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 심한 이는 자기 은행에 들어오는 예금마저 “다른 은행에 가서 하라”고 할 정도로 일을 기피하고 있다.’ 은행원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박정희 정부는 눈도 깜박하지 않았다. 1975년에는 모든 은행원의 월급을 무려 30% 이상 삭감하는 고강도 조치까지 내놓았다. 그러자 은행원들의 무더기 이직(移職)이 시작됐다. 당시는 수출주도형 고속성장에 가속도가 붙던 시절이다. 종합상사를 비롯한 수출기업과 중동 붐을 탄 건설업체들은 고급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었다. 이들의 ‘고급인력 갈증’을 해소해 준 것이 바로 이직 행렬에 뛰어든 은행원들이었다. 1976년 한 해 동안 이직한 은행원만 1500명이 넘었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만약 박정희 정부의 은행원 임금 삭감 정책이 없었다면 한국경제가 걸어온 길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임금 정책은 한 나라의 경제구조나 경제발전 역사를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런 점에서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임금을 인상하도록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박정희 정부의 은행원 임금 삭감 정책이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는 나름 순기능을 했던 것과는 반대로, 최 부총리의 임금 인상 드라이브는 아무리 뜯어봐도 국가경제에 보탬 될 것이 없어 보인다. 우선 대기업들이 임금을 올리면 인재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더 심해질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도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의 강압에 못 이겨 마지못해 임금을 올린 기업들은 노동생산성이 높은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일자리를 줄이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대기업들의 임금 수준이 너무 높아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정부가 팔을 비틀지 않더라도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대기업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과거 은행원들이 한창 좋던 시절에는 이런저런 명목을 달아 마구 수당을 만들다 보니 ‘비 오는 날에는 우중(雨中)수당, 갠 날엔 청명(淸明)수당’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정부가 지금처럼 임금 인상 드라이브를 걸다 보면 우중수당, 청명수당이 다시 등장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어 보인다.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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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불침항모와 갤럭시S6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1999년경의 일이다. 삼성그룹의 분기당 순이익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자, 당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이제 우리는 ‘불침항모(不沈航母)’가 됐다”고 자평했다. 불침항모란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는 뜻이다. 삼성그룹이 어지간한 외부환경에는 끄떡하지 않을 수 있는 시장지배력과 수익창출력을 갖추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에만 ‘1조 원’의 5배가 넘는 5조2900억 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15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있지만 5조 원은 여전히 엄청난 돈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아니라 연간 매출로 따져도 5조 원을 넘기면 한국의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런 삼성전자가 “지금이 위기”라며 최근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의 급여를 인상하지 않기로 일찌감치 방침을 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급여뿐만 아니라 평가와 승진에서도 전례 없이 빡빡한 기준을 적용해 상당수 직원들이 패닉에 빠져 있다. 삼성이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긴축에 나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2013년 4분기에 비해서는 3조 원이나 줄어 수익성이 악화된 반면, 임직원 수와 급여총액은 늘어나는 등 군살이 많이 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상의 문제는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다. 80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히트작, 갤럭시S3 이후 불침항모 선단을 이끌 ‘기함(旗艦)’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4월과 2014년 4월 각각 갤럭시S4와 갤럭시S5를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전자업계는 S4와 S5 두 모델 모두 5000만 대 안팎의 판매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200조 원이 넘는 거대 선단을 이끄는 기함으로서는 자격 미달이었다. 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된 갤럭시S6는 삼성전자의 절박한 위기감이 반영된 승부작이다. 옆면에는 금속을 소재로 채택하고 앞면과 뒷면에는 강화유리를 사용해 S5 등 이전 모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하드웨어의 스펙은 삼성이 갖고 있는 첨단 기술력을 다 쏟아 부었다는 설명이 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S6 실물을 처음 접했을 때, 지금 쓰고 있는 S5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S4와 S5를 약간 부정적으로 봤던 외신들도 “삼성의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제품력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갤럭시S6의 진정한 승부처는 지금부터, 제품이 일반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4월 중순까지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광고·마케팅 및 공급 능력에 S6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긴축경영 분위기가 S6의 발목을 잡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업이 돈을 버는 데는 비용을 줄이는 ‘분모(分母)경영’과 파이를 키우는 ‘분자(分子)경영’의 두 가지가 있다”면서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손쉬운 분모경영에 집착하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S6라는 승부수를 띄운 현 시점에서 삼성의 경영진이 깊이 되새겨 봐야 할 이야기다. S6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좁게는 삼성의 기함이지만, 넓게는 한국 경제의 기함이기 때문이다.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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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十亂과 十常侍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행보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끝장토론을 벌이고, 대기업들이 만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는 열성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는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정책 난맥에서 보이듯, 이제는 경제 살리기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국정동력마저 사라지는 듯한 조짐도 보인다. 어디에서 꼬인 것일까. 십상시와 십란(十亂)의 고사가 떠오른다. 십상시는 황제의 귀와 입을 장악하고 국정을 농단하다 후한(後漢)을 패망으로 이끈 10명의 환관을 말한다. 중국사에서 이 십상시와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존재가 십란이다. 십란은 문왕과 그 아들인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하고 태평성대를 열었던 ‘10명의 유능한 신하’를 뜻한다. 십란이라는 말은 무왕이 상나라의 폭군인 주왕을 정벌하기 위해 군사들을 모아 놓고 했던 연설에서 나왔다. 무왕은 “주왕에게는 억조(億兆)의 군사가 있지만, 나에게는 마음과 덕이 하나로 통하는 10명의 유능한 신하가 있다(有亂臣十人)”는 점을 들어 승리를 장담한다. 무왕이 꼽은 십란은 주공단, 소공석, 태공망, 필공, 영공, 태전, 굉요, 산의생, 남궁괄, 읍강 등 10명이다. 이 중 태공망은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사전략가 중 한 명이었고, 소공석은 지방관의 사표(師表)로 오늘날까지 추앙받는 인물이다. 십란 중 가장 걸출했던 인물인 주공단은 군사적으로도 혁혁한 공을 세웠고 무왕이 죽은 이후에는 어린 조카를 대신해 섭정을 하면서 유교적 이상정치를 구현했다. 그는 인재를 소중히 여기기로 특히 유명했다. 무왕의 동생이자 성왕의 숙부라는 존귀한 신분이었지만 손님이 찾아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즉시 손님을 만나러 뛰어나갔다. 목욕하다가 머리카락을 틀어쥔 채 나간 것이 세 번이고, 먹던 밥을 뱉어내고 허겁지겁 나간 것이 세 번이라는 삼착삼토(三捉三吐)의 고사가 주공 이야기다. 하루 저녁에 70명의 인재를 대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무왕이 아버지의 위업을 이어받아 천하를 통일하고, 주공이 역사에 길이 남는 정치적 문화적 업적을 남긴 것은 유능하면서 덕이 높은 인재를 등용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간절한 바람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해도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경제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치 군사 외교 사법 교육 분야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홀로 발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는 대통령이 십란과 같은 유능한 인재를 폭넓게 등용하고, 수시로 대면해서 열린 대화를 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곤두박질치는 데는 ‘수첩인사’ ‘문고리 권력 3인방’ ‘십상시’ 등의 용어가 상징하는 것처럼 과거의 친소관계에 얽매이는 편협한 인사가 발단이 됐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통(不通)에 책임이 큰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두둔하면서 쇄신 인사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도화선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소영’ ‘강부자’ ‘만사형통’ 등 잘못된 인사에서 이명박 정권의 추락이 시작됐던 것과 다르지 않다. 박심(朴心)과 민심(民心)이 멀어질 때 그 결과를 예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왕은 이런 말을 남겼다. “하늘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백성이 원하는 바를 반드시 따른다(天矜于民 民之所欲 天必從之).”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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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한국경제의 바람구멍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자리 잡은 울산 전하·미포만 일대를 지난주 둘러봤다. 이곳의 항공사진을 보면 힘차게 날아오르기 위해 양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의 모습이 연상된다. 포효하는 호랑이를 닮은 듯도 한데, 풍수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된다. 이곳은 뒤로 염포산, 봉대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앞으로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이다. 향토풍수학자들은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놓고 다투는 형세의 명당이어서 부와 명예가 한꺼번에 모이는 땅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이 천하의 명당도 ‘바람구멍’이 뚫리면 좋은 기운이 쇠하게 된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현지에서는 이 바람구멍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나온다. 일부 향토풍수학자는 바람구멍의 실체로 개통을 5개월 앞둔 염포산터널을 꼽는다. 하지만 진정한 바람구멍은 땅과 땅 사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름 아닌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이야기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7개월여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해 말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이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표류상태에 빠져들었다. 근로자들의 정서에도 일면 공감은 간다. 조선업의 작업환경은 힘들기로 유명하다. 한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진 무쇠 덩어리 안에서 한 말도 넘는 땀을 흘려야 하고, 겨울에는 겨울대로 거센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그런데도 쾌적한 실내에서 편하게 일하는 현대자동차 등 인근 대기업의 근로자들보다 연봉이 적으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경쟁상대는 현대차 근로자들이 아니다. 이미 수주 물량 면에서 한국을 앞지른 중국 조선업체의 근로자들이다. 종전에는 해양플랜트 등 첨단 분야에서의 기술적인 우위로 간신히 경쟁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기록적인 저유가로 석유 관련 선박과 설비 발주의 씨가 말라 더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한다. 더구나 한중 간의 기술격차는 무서운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그 결과가 3조 원이 넘는 적자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생사의 기로에서 노사 간 내부갈등으로 시간을 허송한다는 것은 공멸을 뜻한다. 비단 현대중공업만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 전반이 비슷하다. 지난 40여 년간 ‘국제시장 세대’들이 뼈 빠지게 일한 덕분에 한국경제는 세계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성취를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고도성장을 견인한 주력산업들이 한꺼번에 비틀거리는 등 한국경제의 기반에 금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런데도 모두가 노(勞)와 사(使), 갑과 을로 편을 갈라 힘겨루기를 하느라 중국 쇼크, 엔화 약세, 역오일쇼크 등 동시다발적인 초대형 악재에 속수무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반기업 정서와 관료주의의 포로가 돼 짐이 된 지 오래다. 지속성장이냐, 일본식 장기침체냐의 기로에 선 한국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설비투자도, 연구개발도, 신시장개척도 아니다. 노와 사, 정과 노, 사와 정, 정규직과 비정규직, 갑과 을 사이에 뚫린 바람구멍을 막는 것이 이런 것들보다 훨씬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돌로 성을 쌓은 자는 망하고, 사람으로 성을 쌓은 자는 흥(興)한다’고 한다. 인화(人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양보와 배려로 우리 사회 구성원 사이에 생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위기를 넘는 첫걸음이다.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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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정주영의 돼지몰이론-빈대론

    2015년은 한국 기업사(史)에서 큰 의미가 있는 해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소 판 돈을 들고 야반도주한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이 한국 최고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이자 역사이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은 세계 5위의 자동차그룹도, 세계 최대의 조선그룹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한국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대부분이 불모지로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건설과 조선업종의 대기업들은 분기당 수천억 원에서 최고 2조 원에 이르는 부실을 털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화학과 유화업종은 중국 특수(特需)가 꺼지면서 구조적 불황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인다. 투자와 소비 어느 것 하나 온기가 도는 곳이 없다. 이처럼 어려운 때이기에 좌절과 포기를 몰랐던 정 회장의 일생은 종전보다 훨씬 더 값진 교훈을 던진다. 1996년 스웨덴의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정 회장을 추천한 적이 있다. ‘대학교는커녕 중학교 문턱도 못 밟아본 사람에게 노벨경제학상이 웬 말이냐’고 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정 회장의 ‘돼지몰이론’과 ‘빈대론’은 지금의 한국 경제에 어떤 고급 경제이론보다도 훌륭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 회장은 ‘고정관념’과 ‘적당히 주의’를 무엇보다 싫어했다. 그가 유조선을 가라앉히는 기막힌 아이디어로 서산 천수만 물막이 공사를 성공시키고 미포만 갯벌 사진 한 장으로 그리스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수주한 것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고정관념이 사람을 멍청이로 만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이 역(逆)발상을 강조한 정 회장의 ‘돼지몰이론’이다. 돼지를 우리에서 내몰 때는 앞에서 귀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꼬리를 잡아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돼지몰이론은 시장 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경비 절감에만 매달리는 기업들도 귀담아들어야겠지만, 그보다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더 뼈아프게 새겨야 할 이야기다.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 법인세를 올리자거나, 기업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내부유보금에 과세를 하는 등의 발상이 모두 앞에서 돼지 귀를 잡아당기는 행동이다. 다음으로, 정 회장이 ‘적당히 주의’를 배척하기 위해 평소 강조했던 것은 ‘빈대론’이다. 빈대론은 정 회장이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을 할 때 직접 겪었던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정 회장은 잠을 자는 동안 빈대에게 물어뜯기지 않기 위해 갖은 꾀를 낸 끝에, 밥상 다리 네 개를 물이 담긴 큰 그릇 4개에 담그고 밥상 위에서 잠을 잤다. 빈대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해자(垓字)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빈대의 공격이 재개됐다. 빈대들은 밥상 다리를 기어오를 수 없게 되자,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에서 사람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고공침투’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정 회장은 빈대론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렇게 덧붙였다. “찾지 않으니까 길이 없는 것이다. 빈대처럼 필사적인 노력을 안 하니까 방법이 안 보이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더이상 “투자할 곳이 없다”, “미래의 먹거리가 안 보인다”고 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가 이렇게 자문(自問)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해보기는 했어? 빈대만큼이라도….”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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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단두대보다 무서운 감사원

    올해 경제 분야에서 천송이 코트나 푸드트럭만큼 화제를 모았던 키워드는 많지 않다. 천송이 코트와 푸드트럭은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공무원들과 기업인, 중소 상공인들을 모아서 주재한 토론회에서 규제 완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토론회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의지가 너무도 결연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은 규제 완화의 성과가 풍성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규제개혁 성과는 기대 이하다. 외국인들의 천송이 코트 구매를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됐던 ‘액티브 X’ 보안프로그램 설치 의무는 내년부터 없어진다. 9개월이 걸린 셈인데, 이미 타이밍을 놓쳐서 뾰족한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푸드트럭은 수혜 대상이 고작 22대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의 ‘단두대’ 발언은 지지부진한 규제 완화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읽은 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겠다”며 ‘규제 기요틴’ 도입 의사를 밝혔다. 해당 부처가 필요성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규제를 자동으로 일괄 폐기하는 ‘규제 기요틴’의 유용성은 멕시코와 헝가리 등에서는 이미 검증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제도가 ‘규제대국(大國)’ 한국에서도 과연 통할 수 있을까? 결론을 내기에 앞서 지난달 말 한 경제신문에 난 다음 기사가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우면연구개발센터에 지하연결통로를 만들기 위해 승인신청을 했다. 관련법에는 이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었는데도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담당부서는 ‘공무원 재량권’을 내세워 18개월 동안이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서초구청에서는 구청장이 공사허가를 내주라고 지시했지만 담당부서가 구청장의 지시를 뭉개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들이 나중에 감사에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몸을 사렸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규제를 ‘암 덩어리’로 지목해서 없애려 해도 뜻대로 잘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권력은 길어봐야 4, 5년 뒤면 바뀌지만 공직사회의 ‘슈퍼 갑’인 감사원은 영속하는 권력이고, 공무원들로서는 후자의 눈치를 더 살피게 되는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지만, 정책과 행정은 부족한 정보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따르게 된다. 결과가 다 드러난 다음에 당초 의사결정이 맞았느니 틀렸느니 꼬투리를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그런데 상당수 감사원 감사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규제 공무원들은 마지못해 복지부동(伏地不動)을 하거나, 적어도 복지부동을 할 수 있는 핑곗거리를 마련하게 된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을 한 공무원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다 감사원의 반발에 부닥쳐 포기한 바 있다. 이는 규제 공무원들에게 ‘어느 줄이 생명줄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결정적인 악수(惡手)였다. 12월 현재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규제는 1만4977건에 이른다. 지자체 권한에 속하는 규제는 4만1910건이나 된다. 이 두 무더기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규제 실타래는 단두대로 잘라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규제 공무원들의 뇌리에서 ‘빅 브러더’의 검은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이 병행되지 않으면 규제 단두대도 천송이 코트와 푸드트럭에 이은 또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게 될 것이다.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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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경제수석의 위험한 ‘엔저’ 인식

    1995년 상반기 한국의 수출은 기록적인 신바람을 내고 있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앞세운 수출은 단군 이래 가장 좋았다는 ‘3저 호황’에 버금가는 호경기를 구가했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사상 최고 기록이 쏟아졌다. YS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띄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이헌 당시 대통령경제수석은 그해 8월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호언했다. 일각에서는 ‘문민(文民) 호황’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운명이었다. 수출 증가를 주도한 요인이 ‘슈퍼 엔고’ 현상이었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흐름이 바뀌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YS 정부가 낯 뜨거운 자화자찬을 할 즈음 서서히 시동을 걸던 엔저 현상이 본격화되자 한국 경제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1996년 1, 2월 경상수지는 2개월 연속 사상 최대 적자를 냈고, 4월에는 수출증가율이 2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반면 수입은 계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외환시장에는 심각한 달러 기근이 찾아왔고,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엔저라는 거시적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거시적 정책이 절실했지만 YS 정부는 엉뚱하게도 ‘경쟁력 10% 강화’라는 미시적 대책을 들고 나와 기업들을 닦달했다. 결과는 환란(換亂)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치욕이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환란의 기억을 끄집어낸 이유는 환율 문제에 대해 잘못된 대응을 하거나 타이밍을 놓쳤을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 경제정책 결정자들이 잊어버린 것 같아서다. 최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조선 화학 등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그 여파로 한국 경제는 작년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했다. 과거에 비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가공할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로부터도 협공을 당하고 있어서 상황이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경제정책 결정자들의 상황 인식은 한가하다 못해 낭만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안종범 경제수석은 이달 초 경제정책 브리핑에서 “엔저를 투자 확대의 기회이자 기업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말은 우리 기업들이 원가 1%를 줄이려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대기업들의 단가 쥐어짜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중소협력업체들의 비명소리가 어째서 안 수석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안 수석은 또한 “지금은 가격경쟁시대가 아닌 창조경제시대인 만큼 기술과 아이디어를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는 데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창조경제로 엔저 환경을 헤쳐 나가겠다는 안 수석의 발상은 거시적 증세(엔저 현상)에 미시적 처방(경쟁력 10% 강화)을 했던 YS 정부 경제참모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영양제일 수는 있지만 영양제로 암을 고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포크는 샐러드를 먹는 데는 안성맞춤이지만 수프를 떠먹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제발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앞뒤가 맞는 엔저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천광암 산업부 부장 iam@donga.com}

    • 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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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미래의 취업준비생을 위한 팁

    정도전, 장영실, 김구, 노무현. 올해 하반기 현대자동차 입사시험에 출제된 에세이 문제의 답으로 많이 거론된 인물들이다. 시험 문제는 ‘본인의 관점에서 역사상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인물에 대해 쓰시오’였다. 특히 수험생의 절반 정도는 정도전에 대해 썼다고 한다. 상반기 내내 안방극장을 달궜던 TV 사극 ‘정도전’의 영향일 것이다. 과거 에세이를 채점했던 경험을 떠올려 ‘내가 만약 현대차 채점위원이라면 어떻게 점수를 매길까’ 하는 상상에 빠져봤다. 에세이를 채점할 때는 대개 질문 취지에 충실한 답을 하는지, 주제와 소재는 참신한지, 일관성과 설득력은 있는지, 표현력은 좋은지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시험 채점이라는 게 비슷비슷한 내용의 답안지를 수십 장씩 읽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참신성이 없거나 질문의 취지에서 벗어난 답안지에는 아예 눈길이 가지 않게 된다. 이런 연유로 정도전이나 노무현이라는 답에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을 것 같다. 정도전의 경우, 채점위원이라면 누구나 ‘책을 얼마나 안 읽었기에 TV 드라마 이야기로 답안지를 채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고인이기는 하지만 측근과 추종자들이 현실정치의 최대 세력 가운데 하나다. 그를 역사라고 하기에는 일러도 너무 이르다. 아직 역사적 평가가 내려지지 않은 인물에 대해 고평가, 저평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장영실과 김구도 참신한 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모 기업 면접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사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6·29선언’이라는 대답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나름 준수한 답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 대기업들이 인문학 비중을 크게 늘리고 난도(難度)를 높인 것은 올 하반기 채용에서 처음 시작된 현상이 아니다.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확고한 경향이다. 대응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취업준비생들이 내놓는 답은 기대치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가뜩이나 ‘스펙’ 쌓기에 바쁜 취업준비생들을 두고 기업들이 역사다 인문학이다 해서 괴롭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7월 신한은행이 고졸 고객들에 대해 대졸 고객들보다 비싼 이자를 물리는 등 차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인 적이 있다. 당시 신한은행의 한 임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하소연을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예금과 대출 등 금융상품을 설계할 때는 수학 통계학 전공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권도 이공계 출신 채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 물론 이공계 출신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들이 인문학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보니 큰 문제다.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들이 상품을 개발했다면 학력에 따라 대출을 차별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겠느냐.” 이런 종류의 고민은 비단 금융권만의 몫이 아니다. 한국의 주력 제조업이 ‘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시장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함께 ‘인간’을 이해하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기업들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기술력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역사 중시 추세는 결코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문제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난도 또한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평소 책이나 신문기사를 꼼꼼히 읽고 자신만의 역사관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스펙이 있어도 대기업 문턱을 밟아보기 어려운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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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넛크래커에서 쥐라기로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의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부터 동남쪽으로 5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푸른 잔디가 깔린 야외 정원에는 거대한 공룡의 뼈 모형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악기에 이 일대에 서식했던 지구역사상 최강의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의 화석이다. 구글이 T렉스를 마스코트로 삼은 것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글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행동양식을 보면 T렉스의 그것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624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무기로, 수많은 기업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구글이 2001년 이후 인수합병(M&A)한 기업은 168개에 이른다. 구글과의 생존경쟁에서 밀려 도태한 기업의 수는 그 이상일 것이다. 이 같은 ‘포식본능’은 구글이 줄기차게 잘나가는 원동력이다. 구글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안드로이드나 유튜브를 인수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구글은 없을 것이다. T렉스가 북아메리카 대륙을 주름잡던 시절, 아시아 대륙의 지배자는 타르보사우루스 바타아르(T바타아르)였다. 할리우드로부터 멀리 떨어진 탓에 지명도는 낮지만 사냥 솜씨에서는 결코 T렉스에게 뒤지지 않던 육식공룡이다. 만약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T렉스와 T바타아르가 경쟁적으로 사냥감을 쫓는다고 생각해보자. 모든 초식공룡들과 다른 육식공룡들은 숨이 멎는 공포를 느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최근 세계 ICT산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19일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알리바바는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에서 페이스북과 삼성전자를 제쳤다. 상장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손에 쥔 알리바바의 다음 행보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기술 진보 속도가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빠른 ICT산업에서 독자 기술만으로 변화를 쫓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M&A나 제휴가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이고,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무기가 시가총액이다. 중국의 울타리를 부수고 글로벌 무대로 뛰어나올 준비가 끝난 인터넷 공룡은 알리바바뿐이 아니다. 중국판 페이스북 텅쉰과 검색 포털 바이두는 이미 홍콩 증시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상태다. 이들 중국 3대 인터넷기업의 시가총액은 460조 원에 이른다. 거기에 비하면 네이버, 엔씨소프트, 넥슨 등 한국 3대 인터넷기업의 시가총액은 34조 원. 초라한 금액이다. 하드웨어 분야에 삼성전자가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의 샤오미 등 후발주자가 뒤쫓아 오는 속도는 매우 위협적이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우리 산업이 처한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로 ‘넛크래커(호두까기)’가 널리 쓰였다. 앞서가는 일본과 뒤쫓아 오는 중국 사이에 낀 괴로운 처지를 상징하는 말이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따라 배울 일본이 있고 적당한 거리로 뒤쫓아 오는 중국이 있는 구도는, 앞뒤로 페이스메이커를 둔 마라톤 경기였다. 적당히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편안한 ‘골디록스’였다. 세월호특별법 논란에 가로막혀 한 걸음도 못 내딛는 정국, 대통령이 나서도 외국인들이 ‘천송이 코트’ 살 수 있게 해주는 데 몇 달씩 걸리는 철벽 규제, 회사가 분기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금을 올려 달라고 떼를 쓰는 노조문화를 보면, 산업의 지질연대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넛크래커 시대가 좋았다”는, 고통에 찬 탄식이 터져 나올 날이 머지않은 느낌. 필자만의 기우일까.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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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청산 옆에서 땔감 걱정 안 하려면

    올 5월 말과 6월 초에 걸쳐 중국암웨이사(社)에 소속된 직원과 사업자 1만5000여 명이 단체관광으로 한국을 찾았다. 3000여 명씩 5차례로 나눠 방한한 이들은 제주도 부산 서남해안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여수 엑스포장에서 공연과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면서 5박 6일간의 일정을 마감했다. 식사 메뉴로는 갈비구이와 삼계탕이 나왔고 반주(飯酒)로 소주, 맥주, 복분자주가 제공됐다. 여기서 퀴즈. Q. 이들이 일정 마지막 날 한 끼 저녁의 반주로 곁들인 순(純) 술값은 얼마일까? 정답은 2억4040만 원이다. 메인 메뉴를 포함한 총 식비는 40억 원, 개인 지출을 빼고도 회사 측이 단체관광에 쓴 직접경비만 238억 원에 이른다. 이어지는 퀴즈. Q. 국제선과 국내선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서 여객 수가 가장 많은 항공노선은 어디일까? 정답은 김포∼제주 구간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모든 수학여행이 중단되고,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에 따라 국내 여행 수요가 궤멸적인 타격을 받았지만 김포∼제주 구간이 여전히 북적거리는 데는 유커(游客), 즉 중국인 관광객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유커가 놀랍다. 먼저 ‘대수(大數) 효과’의 위력이 놀랍고, 씀씀이에 다시 한 번 입이 벌어진다. 관광업계에서는 “50대 중국 남성이 고가의 핸드백 가게에서 진열대 한 줄을 몽땅 쓸어 갔다” 등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유커의 통 큰 씀씀이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일본의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관광하면서 평균적으로 쓰는 돈은 일본인들보다 2.3배나 많다. 명나라 때 문학자 능몽초가 엮은 소설집 초각박안경기에는 ‘청산(靑山)이 있는 한 땔감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지금 유커와 한국 경제의 관계가 딱 청산과 땔감이다. 유커 효과를 잘 활용한다면 ‘내수(內需) 불황’과 ‘일자리 기근’에 대한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는 이야기다. 통계를 보면 연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수는 2007년 100만 시대를 연 이후 4년 뒤인 2011년에는 200만 시대에 진입했고, 이어 2년 만에 400만 시대로 점프했다. 이런 기세는 앞으로도 이어져 6년 뒤인 2020년에는 방한 중국인 수가 1500만 명에 근접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 432만 명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모두 24만 개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산술로 유커 1500만 시대인 2020년에는 83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계산이지만 이보다 훨씬 빨리 100만 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방한 중국인 수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이들의 씀씀이가 커지는 속도가 2배나 빠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자세다. 한국의 관광 인프라는 지금의 유커 400만 시대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저가 호텔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호텔 대신 찜질방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몰아넣는 악덕 여행사까지 나온다. 다양한 음식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은 무시되기 일쑤다. 의자 대신 방바닥에 앉혀놓고 삼계탕 한 그릇 내주는 것으로 끝이다. 중국인들은 익히지 않은 채소는 잘 먹지 않는데 유커들에게 상추나 깻잎을 내놓는 식당이 대다수다. 중국의 해외여행 붐이 아무리 거세고 한중 간 거리가 가까워도, 잠자리 불편하고 먹을 것 없는 나라를 다시 찾으려는 유커는 없을 것이다. 400만 명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마이너스 구전(口傳)’의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청산을 옆에 두고 땔감 걱정을 하는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서둘러 자문(自問)해 봐야 한다. ‘한국은 유커들이 다시 오고 싶은 나라일까.’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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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지도에 없는 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초점을 내수를 살리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데 맞추면서 최근 ‘소득주도성장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수출을 늘려 고용을 창출하고, 가계를 먹여 살리는 경제운용모델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선 용어다. 아직 선진국에서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최 부총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도에도 없는 길”이다. 최 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의외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보수가 아닌 진보의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소득주도성장론은 한마디로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해 국내 수요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라는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분배우선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분배라는 용어 대신 소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대립 개념인 성장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당의(糖衣)를 입힌 분배우선론이라고 할 수 있다. 내수시장이 빈약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소득주도성장론이 들어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임금을 올리면 내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려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화하고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가계소득이 기업소득을 쫓아가지 못하는 원인으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직원들에게 월급을 적게 줘서 그렇다는 ‘대기업 원죄론’을 펴지만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프라이드치킨 버블’로 상징되는 자영업의 영세성과 지나친 비대화가 진짜 원인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호프집과 통닭집 수는 9만3945개로 10년 전보다 3배나 늘었다. 어떤 동네에서는 두세 집 건너 한 집이 치킨집이다 보니 절반 이상이 개업 후 3년 내에 문을 닫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내는 곳이 부지기수다. 이런 와중에 영세자영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비정상적으로 높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과 일본은 각각 6.8%와 11.9%에 불과한데 한국은 무려 28.2%에 이른다. 반면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의료·교육·금융 등 고부가가치형 서비스업은 규제와 집단이기주의의 벽에 가로막혀 질식하기 직전이다. 진보진영에서 말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13억5000만 중국시장을 바로 이웃에 두고 5000만도 안 되는 좁은 내수시장에 ‘올인’하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물론 경제이론과 실무에 모두 밝은 최 부총리가 이런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경제주체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경제계와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서는 최 부총리가 말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주도성장론을 뒤엎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일부 보완하기 위한 실용주의적 정책조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고용 없는 성장,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괴리 등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큰 틀에서 보면 정부가 12일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한 대책 안에 모두 들어 있다. 정치권은 무능하고, 정부는 이해집단의 눈치를 살피느라 십여 년째 입으로만 떠들고 있어서 문제이지, 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곧게 뻗은 대로(大路)가 눈앞에 있는데, 지도에도 없는 길에서 헤맬 이유가 없다. 더구나 옛 사람은 이렇게 경고한다. ‘눈 덮인 들길을 걸을 때 아무렇게나 걷지 마라. 오늘의 내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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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천광암]“지지 말그래이”

    1994년 9월 2일 오전 청와대. 창밖에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착 가라앉은 바깥 공기와는 대조적으로 조찬장 안은 밝고 활기 찬 분위기였다. 이날 조찬은 김영삼 대통령(YS)이 세계 최초로 256M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삼성전자 연구진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가 1MD램(1986년)과 4MD램(1988년)을 개발할 때만 해도 일본과는 2∼4년이라는 넘기 힘든 기술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맹렬한 추격전을 벌인 끝에 16MD램 개발(1990년)에서는 그 격차를 다시 수개월로 좁혔고, 64MD램 개발(1992년)에서는 일본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에 올라섰다. 그리고 조찬이 있기 이틀 전 256MD램을 개발해 일본 업체들을 완전히 따돌린 터였다. 조찬 행사는 물 흐르듯 진행됐다. 그런데 끝날 무렵 예기치 않은 ‘작은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256MD램 개발실무 작업을 총괄한 황창규 이사(현 KT 회장)가 무심코 만년필을 떨어뜨린 것이 조찬장을 나가려던 YS의 주의를 잡아끈 것. 배석했던 박재윤 경제수석이 황급히 달려왔지만, 먼저 허리를 굽혀 만년필을 주워든 이가 있었다. YS였다. YS는 황 이사의 양복 윗주머니에 손수 만년필을 꽂아주면서 마치 다짐을 받듯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말그래이.” YS의 묵직한 격려가 삼성전자 연구진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후 삼성전자의 성공담은 알려진 그대로다. 그것이 얼마나 극적인지는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잔혹사(殘酷史)’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998년 2월 미쓰비시전기와 오키전기가 D램 사업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그해 9월에는 히타치가 도쿄(東京)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듬해 1월에는 후지쓰가, 3월에는 마쓰시타전기가 D램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했으며, 12월에는 NEC와 히타치가 D램 사업을 분리해 엘피다라는 합작회사를 세운다. 유일하게 남은 일본의 D램 업체인 엘피다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2009년 300억 엔(약 3000억 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수혈 받고도, 2012년 2월 경영파탄 상태에 이른다. 달도 차면 기운다던가. 잘나가던 반도체도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에 스포트라이트를 내주는 처지가 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 간의 ‘빅2 대혈전’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반도체의 영화(榮華)는 더욱 빨리 빛이 바래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삼성 안팎에서 반도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결단으로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당시 이 회장은 동양방송 이사였으며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을 인수)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라는 단순한 의미에서가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저가 제품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2분기(4∼6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실적이 기대를 밑돌면서 ‘구원투수’가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규모를 보면 반도체는 2조 원 수준으로 4조 원대 후반인 무선사업 부문에 못 미친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반면 반도체 부문은 시장이 팽창하고 있어서 충분히 기대를 걸 만하다. 삼성전자가 하반기(7∼12월) 실적을 끌어올리는 주역으로 반도체를 맨 먼저 꼽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선, 철강, 정유, 화학, 건설, 해운, 통신 등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들이 어렵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요즘이다. 반도체가 이런 우울한 뉴스들을 날려 버리는 청량제가 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지지 말그래이, 반도체.”천광암 산업부장 iam@donga.com}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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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무너진 SW생태계 재건… 산업 경쟁력 확보에 최우선”

    “소프트웨어 강국 인도에 가보니 세계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 와서 인도 인재들을 활용하려고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일하고 있습디다. 한국도 연구실에 머무르고 있는 기술들을 산업으로 키워서 꼭 창조경제를 이뤄내야 합니다.” 최근 정부과천청사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63)을 만났다. 4월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 최 장관은 새해에 가장 역점을 둬 추진할 정책 과제로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또 ‘미래부의 존재감이 없다’는 최근의 비판을 의식한 듯 “올해부터는 창조경제의 가시적 성과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인도를 다녀왔는데…. “15∼18일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이름난 인도를 돌아봤다. 업체에도 가보고 학계 사람들도 만났는데 배울 점이 많았다. 우리는 하드웨어가 강하고 인도는 소프트웨어가 강하니까 협업할 부분이 많이 보였다. 한국의 대덕연구단지처럼 인도 벵갈루루 지역에 R&D 단지가 크게 구축돼 있었는데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인도는 진출이 쉽지 않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에 진출한 지 20년 됐고 5000명 규모의 연구소를 운영하는 삼성전자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삼성전자가 인도 연구소 안에 ‘소프트웨어 상생협력센터’를 만들고 전담인력도 2명을 배치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현지에서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센터를 활용해서 사람도 구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하면 좋을 것이다.” ―인도 인재를 수혈받는 것도 좋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인재가 고갈되고 있는 건 문제 아닌가. “지금 한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졌다.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의 효율을 올리고 융합하는 데도 제일 좋은 기술이고 없어선 안 되는 산업이다. 창조경제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인데 이쪽 분야가 학교나 산업이나 다 무너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대에서는 전산학과, 컴퓨터공학과가 제일 커트라인이 높고 인기도 좋았는데 회사에 취직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돈도 많이 안 주니 이젠 이런 학과가 다 미달이다. 이런 풍토를 바꾸기 위해 미래부가 작년에 ‘소프트웨어 혁신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려운 분야인 건 맞다. 하지만 분명히 변화는 있다. 나도 교사를 해봤지만 한국에서 제일 의식과 동작이 빠른 사람들은 학부모다. 그런데 작년에 우리가 소프트웨어 혁신 전략을 내놓으면서 산업을 키운다고 하니 벌써 올해 소프트웨어학과에 학생들이 많이 몰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정부부터 국산 소프트웨어를 많이 구매하고 유지보수 비용도 제값을 주면 풍토가 많이 바뀌고 분위기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라 생기고 처음으로 정부에 소프트웨어정책국도 만들지 않았나.”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연계 산업 경쟁력을 키울 방안은…. “연구실에 잠자는 기술을 ‘산업’으로 키워내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도는 우주산업의 경쟁력이 아주 높다. 산업체 수도 500개나 되고 국가 R&D 비용의 절반을 이쪽에 투자할 정도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물으니 정부는 20%밖에 기여 안 했다고 하더라. 정부는 규격을 만들고 최종 테스트만 하지 나머지 R&D나 제품 생산은 민간이 80%를 하고 있다는 거다. 우리도 나로호 후속으로 국산 로켓을 쏘아 올리고 달 탐사선도 보내야 한다. 그러려면 우주기술을 과학기술에서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게 꼭 필요하다. 인도 우주청과 정례 협의체를 만들어서 노하우를 많이 전수받을 생각이다.” ―최근 카드 정보 유출 때문에 온 나라가 패닉 상태다. 미래부도 개인 정보보호 유관 부처인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 정보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부분이다. 정부도 개인 정보보호와 관련해 모든 걸 새롭게 정비해 나가야 한다. 미래부는 정보보호 관련 기술정책을 맡고 있는 부처인 만큼 정보보호를 하나의 산업으로 일으켜 수출도 하고 한국이 이 분야의 세계적 강국이 되게 하는 게 목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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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천광암]미세먼지, 담화증장

    “중국의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유일한 수단이 뭔 줄 아세요?” “15억 인구의 폐입니다.” 필자가 지난달 하순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을 때 현지 가이드가 던졌던 농담이다.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로 대기오염이 극심해지고 있는데, 방지대책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우리나라는 중국발(發) 미세먼지의 반나절 영향권에 들어 있다. 중국의 대기가 나빠지는 속도를 보면, 지난주 겪었던 중국발 미세먼지 공습은 ‘맛보기 예고편’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대책은, 그제 발표된 대로 예보를 강화하는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사실상 5000만 국민의 폐로 오염된 공기를 정화해야 하는 셈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미세먼지의 공습 뒤에는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중국에서 대기오염이 심해진 원인으로는 난방 및 공업용 에너지 사용량의 급증과 자동차 수 증가 등이 꼽힌다. 이른바 ‘바오바(保八·연간 경제성장률을 8%로 유지하는 정책)’로 상징되는 중국의 고속성장이 근본 원인이다. 중국 정부가 환경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성장에만 ‘다걸기(올인)’해 온 결과 대기의 자정기능이 고장 나 버린 것이다. 비록 ‘바오바’는 폐기했다고 하더라도 중국 경제는 지난해 7.8% 성장에 이어 올해도 7%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후로도 7%대 성장률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15억 인구에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것’과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별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종신교수를 지낸 바 있는 류징(劉勁) 청쿵상학원 부학장(재무학 전공)은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률을 4∼5% 수준까지 떨어뜨려야 한다”고 단언한다. 만약 중국의 성장률이 반 토막 난다면,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한다고 한다. 단순계산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8%에서 4%로 내려가면 한국의 성장률은 1.6%포인트 떨어지게 된다. 한국 경제가 2011년 2분기부터 2013년 1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0%대 성장의 늪에서 헤맸던 점을 돌이켜보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나 겪었던 마이너스 성장의 쓴맛을 다시 보게 될지 모른다. 물론 중국의 성장률이 4% 선까지 추락한다고 보는 것은 다소 극단적이다. 그러나 중국 대기의 급속한 악화 속도로 볼 때 중국 경제에 대한 ‘감속(減速) 압력’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중국 공산당이 내년 경제정책운용 키워드로 ‘담화증장(淡化增長·성장을 약하게 한다는 뜻)’을 제시할 것이라는 중국 언론들의 보도는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을 위협하는 것은 환경문제만이 아니다. 빈부격차 확대나 부실채권 문제도 심각하다. 이로 인한 중국발 경제쇼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 투자를 활성화하고 서비스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칼자루를 쥔 우리 국회는 경제효과가 수십조 원에 이르는 법안을 깔고 앉은 채, 정치 게임에만 여념이 없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로선 울화통이 치밀 따름이다. 한방(韓方) 상식에 따르면, 울화는 심장에 부담을 준다고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폐를 혹사시키고 여의도발 스트레스에 심장이 상하다 보면, 우리 국민의 심폐 건강이 어찌될지 걱정이다.천광암 경제부장 iam@donga.com}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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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천광암]‘전월세 상한제’ 폭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박력 있는’ 경제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 최대의 전자제품 판매체인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5개 매장의 관리자와 직원 500명을 체포했다. 이어 전자제품 의류 신발 자동차 등의 소매 마진에 대해 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감시에 들어갔다. 수도 카라카스의 가전제품 소매점 등에서는 군인들이 질서 유지를 하는 가운데, 이 기회에 싼값에 물건을 장만해두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취임 이후 잇단 정책 실패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그 책임을 ‘장사꾼들의 탐욕’으로 돌려 궁지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꼼수이다. 어찌 됐든 일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번 조치 덕분에 고가의 전자제품을 싼값에 사들고 나오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웃는 얼굴이 앞으로도 죽 계속될 수 있을까. 군대를 동원한 물가통제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경제전문가는 거의 없다. 소매점에 재고가 있는 동안에는 반짝 효과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투자가 위축돼서 극심한 생필품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암시장이 독버섯처럼 퍼져 나갈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이번 소동을 보고 있으면, 국내의 전월세상한제 도입 논의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민주당은 앞으로 국회에서 민생법안 등을 논의할 때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최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이달 발표했다. 여당과 정부 일각은 공식적으로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반대하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부동산시장 정상화 관련 법안 통과와 맞바꾸는 ‘빅딜’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 군대를 동원하느냐, 않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전월세상한제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소매 마진 상한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집세상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1990년 아메리칸이코노믹리뷰가 미국의 경제학자 4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3%가 “집세상한제는 공급을 줄이고 주거의 질을 악화시킨다”고 응답했다. 캐나다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조사에서도 95%가 같은 의견을 냈다. 이런 견해에는 좌우의 구분도 없다. 스웨덴의 좌파 경제학자인 아사르 린드베크는 “집세상한제는 도시를 파괴하는 데 있어서 폭격 다음으로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주장하는 동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전셋값이 고삐 풀린 상승세를 보이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월세상한제는 가격 상승을 진정시키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연스러운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집세를 묶어두면 집주인들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려 할 것이다. 반면 수요는 더 늘어나 공급 부족이 만성화한다. 이미 셋집을 구해서 살고 있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혜택을 받지만, 신혼부부나 전근자 등 새로 셋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집 구하기가 지금보다 몇 곱절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집주인들은 기존 임대주택이 낡아도 다시 짓거나 수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도시의 슬럼화가 진행된다. 이는 집세상한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민주당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정말 추진할 생각이라면, 이런 부작용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 먼저 충분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천광암 경제부장 iam@donga.com}

    •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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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천광암]히스테리시스(Hysteresis)

    ‘개인적으로 세계경제가 건강한지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생체신호를 확인하는 곳은 런던도, 프랑크푸르트도, 도쿄도, 뭄바이도 아니다. 바로 서울이다. …한국은 숨 가쁘게 변화하는 산업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항상 최첨단의 위치를 고수하는 나라다. …사람들은 한국을 아시아의 독일이라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한국만이 세계에서 유일한 금메달리스트 후보로 우뚝 설 수 있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부문 사장은 ‘2022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국가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저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에서 한국의 경제적 잠재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 책 초판이 국내에서 발행된 지난해 8월만 해도 공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뉴스가 적지 않게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출구전략을 가장 잘 견딜 수 있는 나라로 캐나다, 호주와 더불어 한국을 꼽았다. 외국인들이 9월 한 달 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8조3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을 보면 IMF와 비슷한 견해가 국제금융계에 널리 확산돼 있는 듯하다. 주요 경제지표의 움직임에서도 희망의 싹을 읽을 수 있다. 올해 경상수지흑자는 사상 최고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되고 물가는 안정돼 있다. 실물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던 대표 업종 중 하나였던 조선업은 호전되는 징후가 완연하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 대비 1.1% 성장해 9분기 만에 0%대 성장의 늪에서 벗어났다.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을 보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에 앞서 잠시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인디언 서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우리 경제 각 분야에 온기가 돈다는 것이다. 유일한 예외는 청년들의 일자리 시장이다. 매년 내리막 곡선을 그려 온 청년고용률은 올해 40%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경제학에는 ‘히스테리시스’라는 용어가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고용이 줄어들다가도 다시 경기가 호전되면 고용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불경기 터널이 길면 경기가 다시 살아나도 고용이 예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다. 일손을 놓고 있는 동안 숙련도가 떨어지고, 승진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경력을 쌓을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도 예전처럼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히스테리시스는 기존 직장인들에게도 큰 위협이지만, 직장에 첫발을 내디딜 기회를 원천적으로 빼앗길 처지인 청년실업자들에게는 훨씬 더 피부에 가까이 와 닿는 문제다. 우리 청년들이 히스테리시스의 포로가 되느냐, 아니면 세계경제의 금메달리스트로 도약하는 데 동참할 기회를 갖느냐를 결정할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국회다. 행정부는 입법수단이 아니면 청년고용률을 끌어올릴 대책이 없다며 사실상 두 손을 든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서비스 규제 완화 관련 법안과 부동산시장 정상화 법안 등 고용창출효과가 큰 법안들을 통과시킨다면 60%의 청년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이 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국감증언대에 세워 ‘정치게임’을 벌일 궁리에만 바쁘다. 투자와 생산의 현장에 있어야 할 기업인들이 여의도로 불려 다니다 보면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리가 없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비용을 아무 죄 없는 청년들이 일자리 시장에서 영구 격리되는 것으로 대신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천광암 경제부장 iam@donga.com}

    • 201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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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천광암]욕 안 먹는 경제팀 되는 법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의 명문 코넬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어디 내놔도 꿀릴 게 없는 학력이지만 박근혜 정부 경제팀 내에서는 ‘최저 학력’이다. 경제부총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한국은행 총재, 공정거래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장관 등 나머지 경제팀 멤버들은 전원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학위가 전부는 아니지만 전문성 하나만 따지면 현 경제팀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일견, 일도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 35일 만에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내놓은 기민함을 발휘했다. 5월 초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서 한 푼도 깎이지 않고 통과시키는 정치력을 보여줬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부채탕감 정책도 큰 잡음 없이 해치우는 정교함도 보여줬다. 그런데도 인기가 없다. 평가점수는 낙제점을 간신히 벗어난 수준이다. 동아일보가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100점 만점에 61점을 받는 데 그쳤다. 사실 평점이 낮은 것보다 더 뼈아픈 대목은 많은 국민이 “경제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는 점이다. 현 경제팀의 존재감이 없는 이유는 욕먹는 것을 너무 의식하고 기피하기 때문이다. 정답이 뻔히 나와 있고, 야당이나 특정 단체 등 목소리 큰 집단의 비판을 피해서 할 수 있는 일만 골라서 한다. 정작 한국이 세계 경제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 즉 서비스업과 수도권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고 포퓰리즘의 외풍(外風)을 차단하는 일에는 심하게 몸을 사린다. 핵심은 제쳐두고 변죽만 울리고 있으니 존재감이 있을 리 없다. 7월 초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들이 합동으로 내놓은 서비스업대책을 봐도 현 경제팀이 욕을 먹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알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규제를 시급히 풀어야 하는데도 정부는 소소한 잔챙이 규제만 몇 개 없애고 서비스업의 숨통을 죄고 있는 ‘대못’ 규제는 건드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아서…”라는 것이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변이었다. 다시 말하면 ‘일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현 부총리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듯이 조금씩 소리 나지 않게 해나가겠다는 뜻이다. 원래 수적천석은 승거목단(繩鋸木斷·새끼줄로 톱질해도 나무를 자를 수 있다는 뜻)과 짝을 이루는 말로 속세를 떠나서 도(道)를 닦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자세를 가리킨다. 과연 현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이 도인(道人)처럼 행동을 하면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을까. 법구경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한 무리의 신도들이 부처의 고명한 제자들을 차례로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부처가 ‘숲에 머물며 수행을 하는 자 중 으뜸’이라고 평가한 레와타 존자는 가만히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혜제일’ 사리푸타 존자는 차근차근 이론적으로 가르침을 폈다. ‘다문(多聞)제일’ 아난다 존자는 간단명료하게 요점만 이야기했다. 그런데 신도들은 세 존자의 가르침에 대해 모두 불평을 했다. 부처님 말씀은 이렇다. “사람들은 말없이 앉아 있어도 비난한다. 너무 말을 많이 해도 비난한다. 말을 조금 해도 역시 비난한다. 이 세상에서 비난을 받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팀은 야당이나 여론의 비판을 받지 않으면서, 일은 일대로 해보겠다는 부질없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당장은 욕을 좀 먹더라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숙제들을 뚝심 있게 해나가야 ‘정말 큰 욕’을 안 먹는 경제팀이 될 수 있다.천광암 경제부장 iam@donga.com}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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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천광암]빨간 재킷과 외바퀴자전거

    1960, 70년대 수출입국(輸出立國)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진흥확대회의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의 애정은 각별했다고 한다. 1965년부터 1977년까지 162번의 회의가 열렸으며, 이 중 160번을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 회의 초반에는 상공부와 외무부 차관이 230여 명의 참석자 앞에서 브리핑을 했는데, 브리핑이 진행되는 동안 박 대통령은 일절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대통령의 관심이 각별하다 보니, 모 차관은 브리핑을 잘하기 위해 아나운서학원에 다니기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이 회의를 통해 수출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대외여건이 나빠서 수출목표 달성이 위태위태할 때는 “목표 달성을 못하면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각료들이 사표를 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수출진흥확대회의는 수출을 가로막는 ‘대못’과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1967년 3월 부산에서 회의가 열렸을 때는 중소기업은행 부산지점의 대출을 놓고 “왜 대출이 양조장에 편중됐느냐” “담보가 없다고 유망한 기업에 대출을 안 해줘서 되겠느냐”고 대통령이 조목조목 지적해 지점장은 실신지경이 되고, 은행장은 진땀을 흘렸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2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수출진흥확대회의의 골격을 그대로 답습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한국경제 구조가 고도화함에 따라 회의의 주제가 ‘수출’에서 ‘무역(=수출+수입)+투자’로 확대됐지만 회의의 성격·시간·형식, 대통령의 회의 주재 스타일까지 판박이에 가깝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이 회의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를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어제 회의는 박근혜노믹스의 향후 이정표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였다. 지금까지 박근혜노믹스와 관련한 경제계의 불만은 컬러가 전혀 다른 ‘경제민주화’와 ‘투자활성화’를 동시에 강조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그제 언론사 논설실장들과의 오찬에서 “(경제민주화) 중점 법안 7개 중 6개가 이번 국회에 통과가 돼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교통정리’를 했다. 그 하루 뒤에 예정된 투자 관련 회의다 보니 경제계는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일회성’인지, 지속적인 의지가 담긴 말인지 촉각을 곤두세운 터였다. 때로 경제계는 정부가 두툼한 보고서에 담아 내놓는 정책패키지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나 작은 몸짓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투자를 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 이분들이 경제를 살리는 거고, 일자리를 만드는 거고, 소비도 활성화하는 거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투자를 당부하기 위해 대통령이 ‘립서비스’를 한 적은 과거 정권에서도 많았지만 “업고 다니겠다”는 파격적인 수사를 한 대통령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회의에 빨간색 재킷을 입고 나왔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많은 열정을 불어넣어 경제를 활력 있게 살려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직접 설명하기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 18일 증권거래소를 방문했을 때도 빨간색 재킷을 입었고, 역시 비슷한 설명을 했다. 지난달 중국 방문 때도 빨간 재킷을 입은 적이 있다. 양국의 경제인들이 참여한 한중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을 할 때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2월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앞두고 “한국경제는 외바퀴자전거다. 줄곧 달려야지 멈추면 넘어진다”며 ‘외바퀴자전거론’을 편 적이 있다.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올해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바퀴자전거가 멈춰 넘어지지 않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빨간 재킷을 입는 날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천광암 경제부장 iam@donga.com}

    •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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