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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상을 담은 당시 공식 기관지가 10여년 만에 추가 발견됐다. 국가보훈처는 12일 “광복70주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6주년(13일)을 맞아 지금까지 국내외에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공보(제22·26·27호)’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진희섭 컬렉션’에 있던 것이다. 진희섭 컬렉션에는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 등에 관한 서신이나 문서 등이 보관돼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공보는 임시정부의 공식 기관지다. 헌법·법령·인사 등 행정 전반에 관한 내용과 국무위원들의 활동, 임시정부의 예산안 등이 담겨 있다. 임시정부는 1919년 9월 3일부터 1944년 12월 20일까지 총 83호의 공보를 발행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 기관지는 2004년 독립기념관에서 한번 소개된 적이 있으나 누락된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구미위원부 통신 일부(제31·35·44·46호)도 이번에 발견됐다. 구미위원부는 고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 설치한 기구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표해 독립외교 및 선전활동과 미주한인들로부터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는 역할을 했다. 구미위원부에서 부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간행물이 구미위원부통신이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07년 국내 여러 곳에 있던 구미위원통신을 모아 발행한 적이 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올 2월 대한인국민회 기관지 국민보 발굴에 이어 이번 해외 자료 발견을 통해 국민들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1년 9개월의 군 생활 동안 아껴 모은 400만원을 형편이 어려운 전우들에게 기부하고 전역하는 육군 병장의 전우애가 부대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15일 전역하는 김륜확 병장(32·사진)이 주인공. 12일 육군에 따르면 35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고 있는 김 병장은 그동안 봉급과 교통비, 급식비 등을 모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서른 살에 늦깎이로 입대한 김 병장은 군 복무를 하면서 가족들의 끼니를 걱정하거나 공공요금 등을 제때 내지 못하는 등 어려운 처지에서도 묵묵히 생활하는 전우들을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김 병장은 “명절 때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장병들을 위해 자비로 쌀과 라면 등을 챙겨주던 지역대장과 행정과정의 선행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방위사업 비리에 대해 12일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종합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비밀사업이 많은 방위사업이 군과 생산업체 쌍방 간 독점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TF 구성 시기는 검찰 중심의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수사와 감사원의 방산비리 특별감사단 감사가 끝난 후가 될 것이라고 한 장관은 덧붙였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 한 장관은 10일 한미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공식·비공식 논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사드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도움될 거라는 기존 의견을 재확인했다. 한 장관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는 국익과 군사적 효용성 등을 고려해 주도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 한 장관은 “정부는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은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상호 이익이 되는 군사적인 협력은 한국의 대일 외교 감정과 현안 등을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또 북한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은 시험 발사한 적이 없어 확실히 그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방한 중인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10일 “지금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 위협 솔직하게 평가” 카터 장관은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한 직후에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와 지역 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솔직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KN 계열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 가능성에 대해 한 장관은 “가까운 장래에 그런 징후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고 확인한 바 없다”면서도 “과거 행태로 볼 때 그들이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이런 도발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양국 장관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거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를 하기로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defence) 및 탐지(detect)하고 교란(disrupt)해 파괴(destroy)하는 ‘4D 개념’을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장관은 최대 관심사였던 사드 배치 문제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카터 장관은 “(사드의) 생산 배치 상황에 따라 배치 시기와 장소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일각에선 이를 사드 현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양국 모두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비공식 논의를 충분히 거친 뒤 군 통수권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사드 문제를 섣불리 공식 의제로 삼으면 ‘사드 반미 여론’이 형성돼 동맹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한국 측 우려가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조” 일본의 독도 영유권 및 과거사 도발로 초래된 한일 양국의 갈등을 두고 카터 장관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터 장관은 “아시아 지역의 역사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잘 알고 있다”며 “당사국 간 화해와 치유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방한 전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관계는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한미일 3국의 정보공유 협정을 통해 북핵 미사일 도발 억제 등 공동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과거를 언급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선 “영토 분쟁은 다자적, 외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중국의 군사적 개입 조짐을 비판했다.○ 한반도 등 역내에 신형 스텔스 폭격기 배치 카터 장관은 한반도와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개발 중인 신형 스텔스 폭격기 등 첨단전력 배치 계획을 언급했다. 새로운 해군 함정 순환 배치와 F-35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전자전과 사이버전 관련 최신 무기 체계도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터 장관은 한 장관과 경기 평택 2함대 사령부의 천안함 전시시설을 방문해 “천안함은 한미동맹에 대한 북한의 위협과 평화안보를 지켜내는 데 어떤 대가가 필요한지 일깨워주는 슬픈 상징물”이라며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주도한 이모 병장(26)과 다른 가해자 3명 전원에게 2심에서 원심을 깨고 살인죄가 적용됐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9일 윤 일병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이 병장 등 가해자 4명에게 살인죄를 인정했다. 1심에선 이들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살인죄로 죄목은 무거워졌지만 형량은 1심에 비해 줄었다. 이 병장은 1심보다 10년이 줄어든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병장에 대해 성범죄 신상정보를 등록할 것도 명령했다. 군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 병장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 병장이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45년은 지금까지 군 법원이 선고한 징역형 가운데 최고의 중형이다. 이 병장과 함께 기소된 하모 병장(23), 지모 상병(21), 이모 상병(21)은 징역 1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1심에서 하 병장은 징역 30년, 지 상병과 이 상병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었던 유모 하사(23)는 1심보다 5년 줄어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윤 일병 사망 당시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증거인멸 등을 도운 이모 일병(21)은 1심에서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이날 벌금 300만 원으로 형량이 줄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지였다. 직접 죽이겠다는 생각은 없었어도 죽어도 상관없었다는 의사를 인정하는 문제였던 것. 고등군사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고 이를 용인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살인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며 “피고인들이 가한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1심에서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 진행된 추가 피고인 신문 등을 통해서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남성원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군대 내 어떤 부조리가 있었는지 상세하게 밝혀졌고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가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합리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형량이 줄어든 데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윤 일병 유족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윤 일병 어머니는 “탄원서를 내는 데 대해 가족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며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것이었고 아들도 계급이 올라가서 그들과 똑같은 위치에 처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형량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도 상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장과 가해자들은 지난해 3월 초부터 한 달이 넘도록 윤 일병에게 집단 폭행을 하고 가래침을 핥게 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 등을 해 윤 일병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한반도 녹화계획을 진행하는 한국의 아시아녹화기구가 올해 안에 북한의 황해북도 사리원과 강원도 판교군에 나무와 농작물을 함께 심는 ‘임농복합 시범단지’ 사업을 추진한다. 고건 아시아녹화기구 운영위원장은 7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열린 ‘한반도녹화계획 추진위원 총회’에서 “유엔 차원의 북한 내 기후변화 대응 산림녹화사업은 국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방안을 통일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사리원은 30ha, 판교군은 10ha 규모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농복합사업은 단순한 자재 지원이 아니라 조림용 나무와 땔감용 나무, 식량난을 해결할 곡물을 함께 심는 종합사업이다. 아시아녹화기구는 시범사업이 진전을 보이면 장기적으로 북한 각 도 1, 2곳에서 임농복합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해북도 수안군에선 현재 임농복합의 하나로 아까시나무와 옥수수를 같이 심고 있다. 이날 총회에 이어 열린 1차 한반도녹화전문가포럼에서는 북한 임농복합경영 유형 및 사례 비교를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발표자인 손요환 고려대 교수는 “북한 산림녹화사업의 성공을 위해 지역주민 조직의 실적을 바탕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남자 캐디(골프 경기 보조원) 어디 없나요.” 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요즘 해군은 군 골프장에 근무할 남자 캐디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군 현역 중장이 군 골프장 여성 캐디에게 성희롱을 했다가 물의를 빚자 아예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하지만 남자 캐디 구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민간 골프장에서도 남자 캐디는 여성 캐디에 비해 드문 편이다. 군 골프장 캐디가 모두 민간인 신분이라는 점도 문제다. 군 골프장의 캐디피(봉사료)는 10만 원(4인 기준) 정도인데 최근 민간 골프장 캐디피가 10만 원을 훌쩍 넘는 추세여서 남자 캐디가 군 골프장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해군은 보고 있다. 현재 군 골프장은 총 27곳이며 해군 부대 내의 골프장은 5곳이다. 장성들이 캐디를 대하는 태도도 최근 골프장 캐디 성희롱 논란 직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한다. 존댓말은 기본이고 사소한 신체 접촉도 조심하며 깍듯한 태도로 대한다는 것이다. 과거 여성 캐디에게 “언니야” “어이, 거리 얼마?”라는 식의 말투에 익숙했던 군 장성들도 혹시 모를 ‘사고’를 의식해 몸을 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의 첫 방한(9∼11일)을 앞두고 잇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프랭크 로즈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사진)는 7일(현지 시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미사일방어-다음 수순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한미 양국이 앞으로 (사드 배치를 놓고) 협상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사드는 북한의 노동미사일 또는 스커드 미사일에 대처하는 결정적인 군사역량(critical capabilities)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는 중국을 겨냥하는 게 아니다. 미군은 우리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외부에서 간섭하는 것에 대해 용납하지도 않고, 용납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현재 한미 간에 공식적인 사드 배치 논의는 없지만 북핵 위협이 고조된다면 중국이 반발하더라도 즉시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세미나에 참석한 일레인 번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담당 부차관보도 “한미 간에 사드 배치를 놓고 아직 공식 협의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미리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한국에 사드를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고 이후 양국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윌리엄 고트니 미 북부사령관은 이날 국방부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을 배치했고 핵무기를 이 미사일의 탄두에 장착할 정도로 소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KN-08 미사일에 장착해 (미국) 본토로 발사할 능력을 갖췄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최근 미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잇달아 거론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은 지난달 25일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분과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북한은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KN-08의 배치 수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KN-08을 실전배치했다는 고트니 사령관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 확인한 결과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N-08은 실전배치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며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은 상당한 기술 수준에 도달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에 있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는 게 한미 정부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정성택 기자}
북한이 1일부터 동해상에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 및 기만전술에 나섰을 가능성 등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항행금지구역 설정이 끝나는 기간을 정하지는 않았다. 통상 항행금지구역은 미사일 도발 등을 예상할 수 있는 징후에 해당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해사기구를 통해 알리는 국제적인 절차가 아니라 북한 어선 및 내부용 조치를 통해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며 “구체적인 경로는 공개할 수 없지만 주변국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북한 내부용 주파수로 북한 선박 등에 알리더라도 보안이 걸려 있지 않으면 주변국들도 항행금지구역 설정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북한 동해안 지역에서는 노동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움직임이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의 9일 방한에 맞춰 추가적인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이 3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대동강 하구 황해도 은율군 해안가 방향으로 KN-02 계열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미사일 1발을 시험 발사한 데 이은 것이다. 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발사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북한 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해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오후 4시 15분부터 5시까지 동창리 일대에서 대동강 하구 해안 방향으로 단거리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140여 km를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4발 중 일부는 북한 내륙에, 일부는 해안가에 떨어졌고 더미탄(연습탄)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날아간 거리를 감안할 때 KN-02 계열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발사 당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 동서를 가로지르는 탄도 궤적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엔 남쪽으로 발사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남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거론되는 상황에 대한 반발로 언제든지 한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위협 성격이 강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군 당국은 이번 도발이 최근 한미 연합 독수리연습(FE)과 대북전단 살포 시도 등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보고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보고 싶었는데 왜 이제 왔나요! 우리 색깔(애인을 뜻하는 북한 은어), 뭐 먹고 싶어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커피원두 로스팅(볶음) 전문 중소업체 ‘커피창고’ 사업장에선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탈북민 여직원들은 이제 남자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농담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김유리 커피창고 대표는 “살아왔던 문화가 달라 처음엔 직원들끼리 어색해했지만 1년 넘게 함께 일하면서 상처를 안고 있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됐다”며 “이제는 남자 직원들이 ‘옷이 예쁘네요’ ‘화장이 잘 먹었어요’ 같은 섬세한 칭찬도 건넨다”고 말했다. 직원 12명의 조그만 회사지만 그 안에선 남북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場)이 펼쳐진 것이다. 커피창고는 탈북민 3명을 비롯해 장애인과 노인, 장기실직자를 고용해 사업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원두를 볶는 일은 탈북민 직원들이, 제품 배달과 커피머신(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먹는 기계) 수리 등은 다른 직원들이 맡고 있다. 커피창고는 지난해 전년보다 2배 증가한 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의 최대 장점은 신선한 볶음 원두를 신속하게 맞춤형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미리 볶아놓은 커피 원두를 팔지 않고 주문을 받은 뒤에 바로 볶기 시작한다. 주문받은 커피 원두는 전국 어디든 사흘 안에 배달한다. 가장 맛이 좋은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원두의 종류는 자체 개발한 블렌딩 원두 8종 등 총 20여 종에 이른다. 양지선 커피창고 과장은 “하루 최대 400kg의 원두를 볶아 공급하고 있다”며 “최근 사내 복지 차원에서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단골 고객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커피창고는 커피머신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은 직원들의 능력과 자부심, 그리고 화합으로 꼽힌다. 탈북민 직원 중 2013년 이 회사에 가장 먼저 입사한 이혜영 씨(44)는 “2012년 한국에 와서 처음엔 식당 서빙을 했는데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 보람을 느끼기 힘들었고 그릇을 깨는 작은 실수에도 움츠러드는 일이 많았다”며 “이젠 모두가 즐기는 커피 원두를 최적의 상태로 볶아내는 기술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탈북민 직원들은 이제 막 한국사회에 발을 내디딘, 하얀 도화지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활력이 넘치고 어떤 기술을 가르쳐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장점이 있다”며 “다른 직원들도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고 자기만의 기술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커피창고는 ‘취약계층이 만든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바로잡은 성공 사례인 셈이다. 모르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힘을 합쳐 배우다보니 탈북민 직원과 다른 직원들이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경조사도 빼놓지 않고 챙겨준다. 최근 탈북민 직원 전연정 씨(43)는 중국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김 대표와 직원들은 한국에서 제사상을 어떻게 차리는지 등을 알려주고 함께 슬퍼하며 아픔을 나눴다고 한다. 전 씨는 “회사를 통해 한국사회에 배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내 위치에서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 돌려주는 것이 남북 간 마음의 통일을 이루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경험한 따뜻함은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함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입사한 탈북민 직원 채옥인 씨(49)는 “불편한 몸으로 열심히 일하는 동료 직원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며 “전에는 낯선 환경에 마음의 문이 닫혀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일반 지역주민들에게도 다가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커피창고는 올해 안에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확장 이전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추가로 뽑을 생산직 직원도 탈북민 출신으로 채울 계획”이라며 “앞으로 탈북민 직원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해 스스로 커피전문점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이탈리아에 있는 교황 요한 23세 박물관에 소장된 희귀 지구본(사진) 문화재 복원사업에 한국의 ‘한지(韓紙·닥나무 껍질 등으로 만든 우리나라 고유의 종이)’가 처음으로 활용된다. 세계 문화재 복원 종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화지(和紙)’를 제친 것이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복원사업은 이달 27일부터 세계적인 문화재 복원 전문가인 넬라 포치의 주도로 시작된다.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베르가모의 교황 요한 23세 박물관에 있는 둘레만 4m가 넘는 대형 지구본이다. 이 지구본에는 분단 이전 한반도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당시 세계 가톨릭 교구 분포도가 상세히 표시돼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1960년대 가톨릭 수도회인 신언회가 요한 23세에게 선물해 접견실에 두고 활용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공공 외교에 노력을 기울여 이번에 한지가 채택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한지는 내구성이 8000년인 반면 화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0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진출로 향후 한지가 유럽 문화재 복원시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연간 200만∼300만 유로(약 23억7000만∼35억5000만 원)의 수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외교부는 전망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앞으로 종이 문화재 유산이 많은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등에도 한지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라며 “다음 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문화재 복원용 종이 국제대회에서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발표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에는 봉사라는 말이 없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하나를 위한 전체만 있을 뿐이다. 경쟁만 있을 줄 알았던 자본주의 체제에서 봉사의 보람을 알게 됐을 때 자본주의 한국사회가 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10년 북한에서 내려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탈북민 곽수진 씨(49)가 지난해 탈북민을 돕는 대한적십자사의 남북하나봉사단을 만든 이유다. 남북하나봉사단은 탈북민들이 뜻을 모아 만든 봉사단체로 주로 탈북민 어른과 아이들의 정착을 돕는다. 현재 회원은 20여 명. 곽 씨는 평일엔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일하면서 주말에는 남북하나봉사단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작은 미미하지만 통일 되는 그날까지 봉사활동으로 한국에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국어 교사로 13년간 일했던 곽 회장은 초등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방과 후에 지도하고 고민상담을 해준다. “수업 진도를 따라가는 게 벅차지만 그보다는 북한 말투 때문에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게 탈북민 학생들의 더 큰 고민입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 머물던 이들이 스스로가 중국 사람인지, 북한 사람인지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이들의 고민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남북하나봉사단은 단체 차원의 봉사활동뿐 아니라 개인별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회원들끼리 경험을 공유한다. 곽 회장은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을 보고 대상을 다문화 가정과 지역 취약계층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남북하나봉사단 회원들이 직접 재료를 구입해 만든 빵을 받은 탈북민 어르신들이 보내준 따뜻한 미소가 보람을 안겨줬다고 한다.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 회원들 모두 힘들어했지만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을 보고 피로가 싹 가셨어요. 작은 변화가 모여 한국사회가 함께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웃는다. 봉사는 이렇게 웃음을 전파하고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군(軍)에서 시작된 ‘군복에 태극기 부착’이 경찰·소방 공무원에 이어 사회복무요원까지 확산되고 있다. 병무청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사회복무요원 제복에 태극기를 부착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병무청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들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지만 일부 사건·사고로 인한 편견과 현역 복무가 아니라는 사회의 선입견 때문에 그들의 헌신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복무요원도 나라를 위해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사회복무요원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제복에 태극기를 부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복무요원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신체조건(보충역·징병검사 신체등급 4급) 등의 이유로 일정 기간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지설 등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병역 자원을 말한다. 원래 명칭은 공익근무요원이었지만 2013년 보충역 제도를 개편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전국에 4만5000여 명의 사회복무요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층이 늘어나 다양한 복지 수요가 생겼고 장기요양 및 보호서비스 대상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회복무요원의 역할과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복무요원 인력도 우선적으로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및 교육문화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배치하고 있다. 병무청은 올해 선발할 예정인 전체 사회복무요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만여 명을 사회서비스 분야에 배치할 계획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복지예산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회복무요원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태극기 제복은 사회복무요원에게 자부심과 사명감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이 사회에 한몫을 하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른 어떤 지원을 받는 것보다 큰 버팀목이 됩니다. 지금 탈북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속감입니다.” 지난달 24일 대전 시내 용광사에서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강순희 백두한라봉사단 대표(47)는 “봉사활동 때마다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 덕택에 이젠 봉사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중독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두한라봉사단은 탈북민 280여 명과 지역주민 100여 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체. 이날 강 대표를 비롯한 백두한라봉사단 20여 명은 대전 한울로타리클럽 회원 20여 명과 함께 홀몸노인 200여 명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백두한라봉사단은 우리 국토의 끝인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온정의 손길을 베풀고 싶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2006년 5, 6명의 탈북민과 지역주민이 뜻을 모아 시작한 모임이 이젠 300명이 넘는 규모로 커졌다. 매달 한 번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뿐만 아니라 공연과 마술 행사로 즐거움을 안겨 드리고 있다. 강 대표는 2013년부터 대전시의 예산 지원을 받아 대전 동구에서 마을기업인 백두한라함경도 음식점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즐겨 찾는 대한노인회 대전시 동구지회 정동수 회장(81)은 “일반 식당보다 더 친절하고 진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봉사활동에 눈을 뜬 것은 10년 전 한 지인의 권유에서였다. 2005년 북한을 떠나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을 거쳐 한국에 온 강 대표는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한국에 오면 직장을 갖고 잘 정착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 주위의 차가운 시선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를 통해 시작한 봉사활동은 그랬던 자신의 가치를 일깨워준 계기였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살펴드리고 건물 청소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그분들이 반갑게 맞아줄 때 ‘이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고 삶의 힘을 얻었습니다.” 강 대표는 당시 맺었던 협회와의 인연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지역주민으로 강 대표와 함께 백두한라봉사단을 만든 심인숙 후원회장은 “열심히 살아가는 강 대표의 모습은 봉사단 내 지역주민 회원들에게도 큰 귀감”이라며 “강 대표를 따라 공부를 시작해 대학 학위를 딴 지역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봉사단체가 단순히 탈북민과 지역주민이 같이 모여 봉사활동을 하는 곳이 아닌 서로가 교감하고 어우러질 수 있는 장(場)이 되고 있는 것. 강 대표는 “탈북민 회원들도 자발적인 노력을 해야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회비를 내고 있다”며 “봉사활동 지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강 대표의 삶은 이제 보람을 통해 뜻깊은 시간으로 변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2001년 홀로 중국으로 가서 식당일을 했던 그는 중국 공안에 잡혀 4번이나 북송되기도 했다. 2005년 7월 그는 공안을 피해 공장 폐허의 고철더미 밑에서 7시간을 숨었다가 옌지(延吉)에서 맨발로 6시간을 걸어 신안(新安)의 한국 선교사를 만난 뒤 새 삶을 찾았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갖고 있는 강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계획에 부푼 가슴을 안고 있다. 그는 “상처를 안고 한국에 온 뒤 또 한번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은 탈북민들에게 단순한 지원만이 아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봉사단 총무 김경희씨 “봉사는 탈북민-지역주민 이어주는 가장 좋은 길” ▼“아직도 일부선 ‘2등국민’ 취급… 탈북민 자생단체 정부지원 아쉬워”“처음엔 탈북민들끼리 각자 겪는 어려움을 소통으로 나누고 해결하려고 만든 단체였습니다. 그런데 단체 구성원끼리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고 외연을 넓히면 한국 사회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충남 아산에서 누리봉사단 총무를 맡고 있는 김경희 씨(45)는 “봉사활동은 탈북민과 지역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8년 한국으로 넘어온 그는 평일엔 어린이집 교사로 생업에 종사하지만 주말엔 누리봉사단 봉사활동과 회원 간 모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2013년 출범한 누리봉사단은 아산지역에 살고 있는 탈북민과 자녀가 함께하는 봉사단체다. 이제는 지역주민까지 참여해 회원 수가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누리봉사단은 하나의 큰 가족처럼 지낸다. 생일을 챙겨주고 집에 프린터가 고장 나면 새벽이라도 찾아가서 고쳐준다. 통일스포츠단에선 축구나 족구로 단합대회를 열기도 한다. 여기에 한 달에 한 번 요양원을 찾아 청소를 하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하거나 말동무가 된다. 아산지역에 있는 충렬탑 등 안보 현장에선 정기적으로 청소활동을 벌인다. “탈북민도 한국인인데 왜 살면서 스트레스가 없겠어요…. 직장생활, 사회생활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똑같죠. 거기에 ‘2등 국민’처럼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까지 견뎌야 하니 오죽하겠어요. 가족과 친구가 없다 보니 터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하소연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생각이 뚜렷하다 보니 처음엔 누리봉사단 회원 간에 갈등이 많았다. 단장을 맡고 있는 임철호 씨(48)는 “북한은 아직까지 가부장적인 사회인데 갑자기 한국에 와서 양성평등 사회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탈북민의 이혼율도 높다”며 “아주 작은 부분에서 생기는 탈북민의 시련을 이해해줄 사회단체가 없다 보니 자생적인 모임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원무과장으로 일하는 임 단장은 2000년 북한에서 내려온 뒤 8년에 걸쳐 북한에 남았던 가족들을 데려왔다. 이를 위해 몸을 혹사한 나머지 2011년 위암 3기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손에 멍이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운동하고 치료를 거듭한 결과 건강을 회복했다. 2010년 김 총무를 만난 그는 시련을 극복하고 얻은 새 삶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에 가치를 느끼고 있다. 김 총무는 “북한에서 버림받고 한국에서도 차별받는 현실에 많은 탈북민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와 탈북민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자생적인 봉사단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단장은 “현재 우리의 모습이 2300만 명의 북한 주민과 하나가 됐을 때인 통일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우리가 적응하지 못하면 지금 북녘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대전·아산=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방부는 최근 예멘의 이슬람 종파분쟁 악화에 따라 수도 사나에 체류하던 우리 국민 10명을 아프리카 지부티로 안전하게 옮겼다고 29일 밝혔다. 국방부는 외교부의 지원요청을 받아 지부티에 있는 미국 아프리카사령부 예하 연합합동기동사령부에 파견된 우리 군 연락장교를 통해 28일 교민과 공관행정관 직원 등 10명을 유엔 항공기를 이용해 지부티로 피난시켰다. 지부티에 파견된 군 연락장교 2명은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 선박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 지원과 연락업무를 맡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부티 공항 입국수속부터 현지 교통편, 호텔 숙박, 국내 항공편 예약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예멘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유관부처 간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올 2월부터 외교부 주도로 국방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 TF를 운영하고 있다.정성택기자 neone@donga.com}
군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캐디)에게 춤과 노래를 요구하며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해군 A 중장이 면직됐다고 해군이 26일 밝혔다. 면직은 현재 맡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지만 보직해임과는 다르다. 보직해임은 징계의 결과로 잘못이 인정됐을 때 내려지는 조치이고, 면직은 잘못을 가리기 전에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현재 직위를 유지하면서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면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A 중장은 이르면 다음 주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A 중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부대 안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면서 캐디에게 동행한 사람들이 버디를 하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라고 다섯 차례나 요구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방부가 대한민국 모든 군인의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하는 방안을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태극기 부착이 군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군 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육해공군 전 장병의 군복에 태극기 패치를 부착하는 내용의 복제(服制) 개편방안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군 장병들의 나라사랑 정신과 소속감을 높이고,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외교안보 당국자들도 ‘태극기 군복’이 군 장병의 긍지를 높이고, 군내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태극기 군복’에 대해 많은 관심과 호응을 보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러 부처에서 ‘태극기 군복’의 의미에 공감을 표하면서 취지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군 장병뿐만 아니라 경찰과 소방대원 등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분들의 제복에도 태극기 패치를 부착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힘든 여건에서 묵묵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제복’에 국민적 예우와 경의를 표하고, 이를 국민통합의 계기로 삼자는 얘기다. 국방부는 올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전 장병에게 태극기를 부착할 수 있는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부착한 군복과 태극기 패치를 보급할 계획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최윤희 합참의장 등 국방부와 합참 수뇌부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태극기 군복’을 착용할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병들에게 보급할 태극기 패치는 일반용과 피아식별 및 위장용 등 두 종류로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한국 해군의 앞선 기술력에 다시 한 번 한국의 위상을 실감했습니다. 동티모르 해군도 한국처럼 발전해 두 나라가 연합훈련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함정 정비기술을 배워 가겠습니다.” 해군 군수사령부에서 고속정과 경비정 정비 기술 교육을 받고 있는 라파엘 다 코스타 해군 병장(39)은 26일 “한국 해군이 무상으로 함정을 준 데 이어 대가 없이 체계적인 정비기술을 전수해줘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스타 병장을 비롯한 동티모르 해군·해경 18명은 16일부터 3주 일정으로 정비 기술을 배우고 있다. 해군은 2011년 동티모르에 무상으로 고속정 1척과 항만경비정 2척을 줬다. 이들 함정은 해군에서 쓰다가 각각 2008년, 2010년에 퇴역했다. 이후 해군이 재정비를 거쳐 함정 전력이 부족한 동티모르에 준 것. 이들 함정은 동티모르에서 현재 해상 방어 및 어류 등 수자원 보호 역할을 맡고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태극기가 달린 군복을 입을 때마다 내가 나라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준비가 됐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저절로 마음가짐과 행동도 살피게 되죠.” 카투사로 용산기지사령부에서 복무 중인 오자환 병장(23)은 25일 “2013년 9월 자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후 줄곧 마음을 다졌는데 제대한 뒤에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한미군 지원병력 역할을 맡고 있는 카투사는 미군 군복을 입지만 오른쪽 팔에는 미군과 구별되는 태극기 패치를 붙이고 있다. 군복에 태극기가 있다는 작은 차이로 장병들의 마음가짐이 바뀔 수 있는 사례다.○ 백 번의 안보교육보다 태극기로 ‘나라사랑’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군인에게 중요한 것은 사명감이다. 돈을 많이 준다고, 주입식 교육을 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대표성을 자각할 때 사명감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선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태극기가 부착된 옷은 의미가 다르다”며 “아무나 입을 수 없는 군복이지만 자칫 국방의 의무를 짐으로 생각하는 인식도 없지 않다.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하는 것은 군복의 가치, 나아가 군 복무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군에 입대하는 청년들에게 태극기가 있는 군복은 단순 반복적인 안보교육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군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태극기가 있는 옷은 국가대표 등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만이 입을 수 있다”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태극기가 부착된 군복을 통해 그러한 자존감을 자연스럽게 장병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한 뒤 직장인이 된 김동일 씨(34)는 “군 생활 때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태극기가 있는 옷을 입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 자부심이 생겼다”며 “제대 뒤에도 그러한 사명감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모든 군복에 부착하는 실무 논의는 국방부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과 군 복제(服制)를 맡고 있는 전력자원관실, 병영정책을 담당하는 인사복지실 등 관련 부서 간 검토를 거쳤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르면 4월부터 태극기를 부착할 수 있는 군복을 보급할 예정”이라며 “4, 5월 중 신병 훈련 수료식에 참석하는 부모들이 직접 신병들의 군복에 태극기를 붙여주는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군복을 입은 모두가 국가대표” 미군들도 군복에 부착된 성조기를 보며 자긍심을 갖는다고 한다. 용산기지사령부에서 복무하는 장문영 상병(23)은 “미군들은 군복의 성조기가 그냥 미국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훈련을 통과해 얻어낸 것(earn)이라고 말한다”며 “군복의 태극기 또한 거저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함을 느끼고 나 자신을 다잡게 된다”고 말했다. 박재호 이병(26)과 임우진 이병(22)은 지난달 용산기지 내 501정보여단으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박 이병은 “태극기가 있는 군복을 보면 ‘앞으로 군 생활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동시에 부대 밖을 나가서 군복을 입고 있지 않더라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 이병은 “카투사는 태극기를 달고 있기 때문에 군사 외교관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다른 한국 군인도 태극기를 군복에 달면 똑같이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극기 부착은 소속 부대가 없는 장병들에게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에서 복무하는 육군 장병들은 소속 부대가 없기 때문에 군복에 부대 마크도 없다”며 “태극기를 군복에 붙이면 모든 장병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인이라는 큰 소속감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