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

권기범 팀장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구독 12

추천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시대. 한 쪽에만 속 시원한 기사보다는 양쪽 모두 불편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kak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정치일반81%
인사일반3%
칼럼3%
정당3%
기타10%
  • ‘우리 역사 찾기’ 日 탐방… “日문화에 영향 끼친 백제문화 자랑스러워”

    일본 나라(奈良) 현 호류(法隆)사를 찾은 한국 청소년 32명이 사진으로만 보던 백제관음상(百濟觀音像) 앞에 서자 나지막한 탄성을 터뜨렸다. 4일 오전 이들은 길이 2.8m, 8등신의 관음상이 짓는 미소에 완전히 압도된 모습이었다. 아스카(飛鳥) 시대의 대표적 유물인 관음상은 왼손에는 보병(寶甁)을 들고 오른손은 손바닥을 내보이며 ‘구원’과 ‘자비’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절 입구에서부터 시끌시끌하던 아이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학생들은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관음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살폈다. “온화한 얼굴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일본의 유명한 유적에는 꼭 삼국시대 이야기가 같이 나오던데 그만큼 우리 문화가 대단했던 것 같다.” 관음상을 본 뒤 저마다 백제 문화에 대한 평을 늘어놓느라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SH공사가 주최하고 동아일보 우리은행 롯데관광 서울의료원이 후원하는 청소년 일본 백제문화유적탐방 ‘희망 꿈꾸GO!’ 탐방대가 일본을 찾았다. 이번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모범적으로 생활하는 서울 지역 중고교생 32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일본 오사카(大阪)와 교토(京都), 나라에 있는 사찰과 신사(神社)를 찾아 백제 문화의 흔적을 되짚었다. 2006년 이후 7번째로 이뤄지는 해외역사탐방으로 1∼6회에는 백두산을 올랐지만 올해 처음 일본을 찾았다. 학생들은 이번 탐방에서 호류사 금당벽화, 백제사 등 직간접적으로 백제문화의 흔적이 담긴 유적들을 고루 살펴봤다.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한 백제 왕인박사의 묘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은혜 양(17)은 “일본 문화에 백제 문화가 이처럼 많은 영향을 미친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일본 방문이 두 번째인 손정현 군(18)이 절을 지키고 있는 일본인 관리인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이 절이 일본에서 몇 번째로 큰 절이냐”고 물었다. 관리인이 “크기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손 군은 중학교 때부터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2010년 일본어능력시험(JLPT) 2급 자격을 취득했다. 손 군의 꿈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일본 관광통역안내사가 되는 것. 손 군에게 이번 탐방은 직업체험과도 같았다. 되도록 많은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공부했던 일본어를 실전에서 시험해봤다. 일본 문화재 속에 담긴 백제의 흔적을 보며 서로의 역사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다. 손 군은 “일본 국보 1호이면서 동시에 백제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교토 고류(廣隆)사의 목조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손 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국내 면세점에서 일하면서 꿈을 이뤄갈 생각이다. 면세점을 찾는 일본인과 대화하며 실전 일본어를 익힐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어서다. 손 군은 “장래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서비스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1학년 강태양 군(16)은 역사학자 겸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일본에 방치되다시피한 왕인박사 묘를 바라보면서 한일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강 군은 “훗날 두 나라의 역사적 앙금을 씻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영준 SH공사 고객관리팀장은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본에서 새로운 꿈을 키웠길 바란다”고 말했다.나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6-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슈퍼 쿨비즈’ 첫날… “쿨~ 하긴 한데, 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서울시의 ‘쿨비즈’ 운동이 공무원의 옷차림을 바꿀 수 있을까. 서울시가 간편복 차림으로 근무하도록 한 ‘슈퍼 쿨비즈’ 기간이 시작된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은 정장부터 반바지까지 다양한 차림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8월에는 공무원에게 반바지와 샌들을 권장했고 이러한 지침이 전 부서에 전달됐지만 ‘아직 어색하다’는 반응이었다. 남녀 직원 모두 평소 금요일 근무 옷차림과 비슷했다. 남자 직원은 와이셔츠 대신 폴로 셔츠, 정장 바지 대신 면바지를 입었다. 공무원 A 씨는 “요즘 넥타이는 잘 매지 않는다. 주말 근무 옷차림이지 쿨비즈라고 해서 신경 써 입진 않았다”고 말했다. 공무원 B 씨는 “공무원이 반바지를 입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반바지가 없어 못 입는다는 동료도 많다”고 했다. 여자 직원은 짧은 원피스나 정장 반바지를 입기도 했다. 고위 간부들도 재킷을 입지 않은 셔츠 차림이었다. 가죽샌들을 신은 간부도 있었다. 고위 간부 B 씨는 “어제 동료들에게 반바지를 입을 건지 물어보며 눈치작전까지 폈다”고 말했다. 시장 보좌진이나 환경 관련 부서는 솔선수범했다. 서왕진 정책특보는 오전 7시 30분경 흰색 반팔 셔츠와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구두 대신 단화를 신었다. 서 특보는 “지난해 일본에서 본 슈퍼 쿨비즈 정책의 효과가 인상 깊었다”며 “정책에 동참했는데 시원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서 특보는 반바지 차림으로 내부 회의에 참석했다.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별관 맑은환경본부에서는 황치영 기후변화정책관을 비롯한 직원 50여 명이 반바지를 입었다. 노은주 환경협력팀장은 “환경 부서라 모범을 보여야 할 것 같아 반바지를 입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5일 열리는 쿨비즈 패션쇼에 직접 모델로 무대에 올라 반바지 패션을 선보인다. 다만 업무시간에 반바지를 입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서울시 “올해는 도시농업의 원년”

    올가을 한강 한가운데서 황금물결이 빛날 예정이다. 서울시가 한강 노들섬에서 1000m²(약 302평) 규모의 벼농사를 시작한다. 시는 2일 서울의 첫 도시농업공원인 용산구 이촌동 노들텃밭에서 손모내기 행사를 진행하고 ‘서울도시농업 원년 선포식’을 연다고 31일 밝혔다. 박원순 시장도 시민 1500여 명과 함께 직접 모내기를 한다. 올가을 벼를 수확하면 잔치떡을 만들어 시민과 나눠 먹을 계획이다. 한강대교 아래에 있는 노들섬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당초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 등을 만들려던 곳. 이 계획이 무산된 뒤 시는 2만2554m²(약 6822평) 크기의 텃밭을 조성했다. 벼농사를 하는 곳은 노들섬 서쪽 끝에 있는 ‘맹꽁이 논’이다. 주변에 맹꽁이가 다량 서식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돼지찰벼 조동지 흑조 등 70여 종의 벼를 심는다. 나머지 공간에는 시민텃밭 공동체텃밭 토종밭 미나리꽝 같은 텃밭이 들어선다. 화학비료, 농약, 비닐덮개, 매점, 쓰레기통, 취사가 없는 ‘6무(無)공원’으로 운영한다. 이날 박 시장은 서울시를 세계 제일의 도시농업수도로 만들겠다는 염원을 담아 ‘도시농업 십계명’도 발표할 예정이다. △가구당 3.3m²(약 1평) 이상의 도시농업공간 마련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제정 △도시농업 서울 마스터플랜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일 ‘유기데이(유기농의 날)’를 맞아 노들텃밭을 찾으면 유기농 요리를 맛보고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와 가톨릭농민회 등에서 친환경 쌀, 채소, 막걸리 등을 판다. 초등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페트병 논 만들기’ 행사도 연다. 페트병에 유기농 흙을 담아 토종 모를 심어 직접 키워볼 수 있게 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6-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용산구의회 “대형마트-SSM 강제휴무 조례 거부”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을 정한 조례가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용산구와 동작구를 제외한 23개구에서 공포 또는 시행 중이다. 그러나 용산구의회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 서울시의 일괄 휴업 방침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3월 각 자치구에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로 의무휴업일을 통일할 것을 권고했다.○ 조례 제정해도 대형마트 2곳 영업 가능 용산구와 용산구의회에 따르면 관내 대형마트는 이마트와 하나로클럽 2곳이다. 그러나 2곳 모두 의무휴업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일요일에 쉬지 않는다. 이마트는 아이파크몰과 함께 쇼핑센터로 등록됐다. 농협은 농축수산물 매출 비중이 51%를 초과해 제외된다. 대형마트 외에 SSM 6곳만 조례 적용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용산구의회는 4월 25일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조례를 제정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에서다. 6월 8일 임시회를 개회하면 재상정되지만 구의회는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길준 용산구의회 의장은 “하루 매출이 수억 원에 달하는 대형마트는 문을 열고 하루 매출을 모두 합쳐도 1억 원이 안 되는 SSM 6곳만 문을 닫는다”며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인데 오히려 대형마트 영업만 도와주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일괄 휴업 강요에 제동 구의회는 시가 자치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무휴업 조례를 제정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초 용산구는 실질적인 혜택이 없는 조례안 제정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3월부터 ‘서울 자치구가 모두 조례를 제정하는데 용산구만 빠지기 어렵다’ ‘시가 하는 일을 거부할 수 없다’는 구청의 호소가 이어졌다. 박 의장은 “조례가 시행되면 대형마트는 ‘연중무휴’ 간판을 내걸고 인근 다른 구 손님까지 모두 끌어모을 것”이라며 “생색내기 조례 제정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이마트 용산점은 점포 곳곳에 ‘이마트 용산점은 휴점 없이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두고 있다. 실리보다 명분에 치우친 의무휴업 조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돕는다는 정책 목표는 바람직하지만 실행 방법이 정교하지 못하다”며 “25개 자치구에서 일괄 휴업한다는 명분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번 의무휴업 조례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점포 등록 단계에서 법망을 피해갈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대형마트가 1곳도 없는 동작구는 조례를 통과시킬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일부 구에서 최초 조례 제정을 앞세우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이달 초 구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6-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우면산 복구 96% 끝나 날림공사 의혹 근거 없다”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이후 제기된 우려와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가 제기했던 의혹들에 대해 시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공무원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시는 30일 ‘우면산 산사태 복구 및 현안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정확한 원인 조사 없이 복구공사에 착수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날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우기 전 제2의 산사태를 막기 위한 응급 복구가 최우선이었다”며 “민관합동 TF팀 의견에 따라 복구공사와 원인 조사를 병행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날림 복구공사를 하면서 돈잔치를 했다”고 제기한 의혹에도 반박했다. 김 실장은 “치욕적이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적법하게 공사를 발주해 관리 감독했다”고 일축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우면산 복구는 96% 진행됐다. 다음 달 10일 사방댐, 돌수로 등 예방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특히 피해가 컸던 서초구 방배동 임광아파트에는 4단계 사방시설을 만들어 산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단계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시는 주민, 전문가,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라 산사태 원인 추가 보완 조사를 11월까지 진행해 필요한 경우 보완공사를 하기로 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성북구 ‘사회적기업 제품 우선 구매’ 조례 만든다

    소비할 때 정의와 경쟁력 중 어느 것을 고려해 선택해야 할까. 서울 성북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기업 등 ‘사회적경제제품’ 우선 구매를 명시한 조례를 제정한다. 이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을 정한 조례처럼 착한 규제인가, 시장 왜곡인가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성북구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사회적경제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를 17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다음 달 10일 성북구의회가 열리면 이를 통과시킬 방침이다. 사회적경제제품이란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서 생산한 물품을 뜻한다. 기존 장애인기업이나 중소기업 생산 제품보다 포괄적인 의미다.○ 경쟁력보다 약자 고려 서울시는 최근 사회적기업 장애인기업이 입찰에 들어오면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 기업들의 제품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도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명세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처럼 대기업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업에 대해 정책적 배려가 확산되는 추세지만 내부 지침으로 정한 것일 뿐 법제화한 것은 성북구가 처음이다. 성북구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촉진하는 ‘너지’(nudge·작은 시도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의미) 정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회적인 개입을 통해 취약계층 고용 같은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지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이나 용역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면 이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시장 경쟁이 가능할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7월 법안이 시행되면 올해에만 10억 원 정도 사회적경제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조례안에는 사회적경제제품 우선 구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는 상위법(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 2000만 원 이하 용역이나 제품 구매를 할 경우 사회적경제제품을 사야 한다. 매년 구매 계획과 실적을 보고하도록 했다. 사회적경제제품 구매지원센터도 설치한다.○ 착한 규제냐, 시장 왜곡이냐 이번 조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성북구 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기업은 모두 25개다. 자치구 입찰에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친환경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는 ‘에코준 컴퍼니’ 이준서 대표는 “기업 인지도가 낮다 보니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영업 자체가 어려웠다”며 “이번 조례안 통과로 매출이 150% 정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급한 법제화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공공기관이 제품 구매에 ‘품질’보다 ‘정의’를 앞세울 경우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SSM 규제 조례도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백화점에 소비자가 몰리고 농가가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 감시단장(건설경제연구소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배려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일반기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 구매 과정의 투명성도 논란거리다. 특히 이번 조례는 구청장이 직접 사회적경제제품을 지정할 수 있다. 성북구는 사회적경제제품 구매에는 2000만 원 이상인 제품이나 용역도 구청장이 재량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 2012-05-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서울에 단 1대 뿐인… 링컨 택시 타보셨나요?

    택시는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택시로 이용되는 차종도 정해져 있고 외양도 엇비슷하다. 그러나 서울에서 택시답지 않은 택시를 타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바로 서울 택시 7만7000여 대 가운데 단 22대인 수입차 택시다. 포드 ‘토러스’가 16대로 가장 많고, ‘링컨MKS’와 포드 ‘파이브 헌드레드’가 1대씩이다. 이 가운데 22년 경력의 모범택시 운전사 최윤하 씨(60)가 운행하는 ‘링컨 MKS 택시’에 동승해 봤다.24일 오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국제금융센터 앞. 키가 170cm인 기자의 가슴에 닿을 만큼 천장이 높고 무게가 느껴지는 검은 링컨 택시가 눈에 들어온다.○ 영업 도움 안 돼도 자부심은 남달라 기자가 택시에 탄 뒤 2시간이 지난 밤 12시. 기다리던 첫 손님이 탔다. 서울국제금융센터에서 퇴근해 양천구 신정동 집으로 가는 김모 씨(29). 김 씨는 링컨 택시의 단골손님이다. 그는 “처음 탔을 때는 보통 모범택시로 알고 탔는데 승차감이 남달랐다”며 “뒷좌석이 높아 편안하다. 피곤한 퇴근길에 택시비 1만 원으로 사치를 누리는 것 같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뒷자리의 김 씨가 서류봉투를 만지는 소리가 났을 뿐인데도 최 씨는 바로 실내등을 켜 준다. 모든 서비스를 손님의 눈높이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덕분에 링컨 택시를 탄 손님들은 만족감이 크다. 승객들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도 되느냐” “차도 편안하고 기사님도 친절하다”며 한마디씩 건넸다. 신호를 기다릴 때 앞차나 뒤차에서 운전자가 내려 최 씨의 택시를 구경하는 일은 다반사다.그러나 수입차 운행이 실제 영업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기가 나빠져 모범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이 준 데다 수입차라고 하면 택시비가 비쌀까 봐 아예 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택시에 탄 동안에도 “택시” 하며 손을 들었다가 막상 차가 가까이 가면 손을 내리고 다른 곳을 보는 손님이 여럿이었다. ○ 서비스 정신으로 운행 다음 날 오전 2시 기자는 차에서 내렸다. 그동안 손님은 한 명밖에 태우지 못했다.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기분 좋게 돌아섰다.“당장 손님이 없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아요. 택시 운전을 오래한 만큼 이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모범을 보이고 싶어요. 그게 내 자부심도 살리고 시민도 기분 좋게 만들잖아요.”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한강 수중보 철거’ 바람몰이 나선 朴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연성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한강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0월경 한강의 백년 비전을 담은 ‘한강 자연성 기본계획’을 만들 예정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박 시장은 29일 한강홍보선 1층 회의실에서 시 관계자, 한강시민위원회, 각계 전문가 70여 명과 ‘한강 현장 청책투어’를 열었다. 잠실수중보 현황 보고를 시작으로 신곡수중보(洑) 철거, 강변 경관 개선, 수질 관리, 한강 자연성 회복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먼저 수중보 철거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박창근 관동대 교수(한강시민위원회 부위원장)는 “보 위에 오염물질이 쌓여 있다. 물의 흐름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일시 철거가 어렵다면 잠실보보다 신곡보부터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학술적으로 더 깊은 논의와 연구를 하겠다. 중앙정부와 다른 자치단체와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장기 과제로 삼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박원순 시장 오늘 ‘한강 현장투어’… 수중보 철거 논란 다시 수면위로?

    한강 수중보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관하는 한강 청책(聽策·듣고 나서 정책을 마련한다는 의미)투어에서 수중보 철거를 주제로 한 토론이 벌어진다.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둔 2011년 9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한강 수중보 철거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된 이후 8개월여 만의 재등장이다. 특히 시가 토론 주제로 신곡수중보를 다루기로 하고, 수중보 철거론자를 주제발표자로 선정하면서 철거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9일 박 시장과 공무원, 서울시 한강시민위원회 위원과 도시계획위원, 수질전문가, 공공건축가 등 분야별 전문가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강 현장 청책투어’를 연다고 28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운하와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 나섰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신곡수중보 철거가 한강 복원의 첫걸음’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수중보를 철거하자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보를 철거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것이 기우라는 점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나 학계에서는 수중보 덕분에 갈수기에도 한강 수량을 충분히 확보하게 돼 수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시는 내부적으로 수중보 철거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이런 주장을 직접 드러내기는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신곡수중보는 시 시설이 아니라 국토해양부 소관이기 때문에 시에서 (철거나 유지 같은) 방향성을 드러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교수가 개인 자격으로 주제발표를 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투어에서는 하천관리 권한 재조정의 필요성도 논의될 예정이다. 시는 시내 한강관리를 위해 매년 800여억 원의 유지보수비를 지출하는 등 실절적 관리를 하고 있지만 책임만 있고 권한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메트로 달인]“잔디와 함께 20년” 김종문 잠실야구장 스포츠잔디관리 부장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의 잔디는 항상 푸르다. 직선으로 쭉 뻗은 무늬를 볼 때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항상 푸른 잔디구장이지만 ‘알아서 잘 크는’ 것은 아니다. 잔디와 흙을 항상 최고로 유지하는 데에는 어느 분야보다 치밀한 ‘밀리미터(mm)의 과학’이 필요하다. 25일 오후 4시 반 잠실야구장 관리본부의 스포츠잔디관리팀 사무실이 분주해졌다. 1루 더그아웃 앞의 잔디가 높은 온도에 바싹 말라 물을 줘야 했기 때문이다. 김종문 부장(50)이 밸브를 열며 “오전에는 22개의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지만 오후에는 선수들이 쉴 때 빨리 마치기 위해 사람 손으로 물을 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잔디 관리 경력을 비롯해 20년을 잔디와 함께 지낸 김 부장은 잠실야구장에서만 12년째 잔디와 흙을 관리하고 있다.○ 잔디 위 나무젓가락 어디에 쓸까? “2000년에 처음 위탁을 받았을 때 잔디의 3분의 2가 죽어 있는 상태였어요. 그걸 모두 교체할 때는 힘들었지만 작업하고 나서 ‘내일 구장이 또 얼마나 달라질까’ 생각하면 정말 좋았죠.” 잠실야구장 잔디는 외국종인 ‘켄터키 블루그래스’에 속하는 품종 중 3가지가 3분의 1씩 섞여 있다. 길이를 25∼30mm로 유지하기 위해 2, 3일에 한 번 잔디를 깎는다. 잠실야구장에 맞춘 특별한 관리는 그의 자랑이다. 잔디를 새로 깔면 15일은 그대로 두고 관리해야 잘 고정된다. 하지만 시즌 중에는 바로 다음 날 경기를 하는 경우도 많아 대책이 필요했다. 고정되지 않은 잔디가 밀리면 선수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고민 끝에 ‘나무젓가락’을 이용하기로 했다. 새로 깐 잔디에 일정한 간격으로 10cm 정도 길이의 나무젓가락을 박아 고정한 것. 김 부장은 “2004년에는 파종한 잔디의 5분의 1을 까치가 파헤쳐 비상이 걸렸다. 폭우를 뚫고 충북 청주까지 트럭을 몰고 가 잔디를 구해 다음 날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은 다른 구장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너무 어지럽지 않으면서도 차별성을 지닌 잠실야구장의 잔디 무늬를 만들고 싶었죠.” 잠실야구장 내야와 외야 가운데의 엑스(X)자 무늬와 외야 좌우 측면의 1자 무늬도 모두 김 부장의 작품. 특히 외야의 직선무늬는 얇은 무늬 한 번, 두꺼운 무늬 한 번을 반복해 단순함을 피했다. 무늬만 만들었다고 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1만3200m²(약 4000평)의 구장을 1.8m 정도의 롤러로 자로 잰 듯 매일 눌러줘야 무늬가 선명하게 유지된다. 기계로 할 수 없는 곳은 수작업으로 정리한다.○ 얄미운(?) 멋진 플레이 이날 경기의 홈 팀인 두산 베어스의 연습시간, 3루수가 민첩한 동작으로 공을 잡아 1루로 던졌다. 김 부장은 “수비 잘하고 많이 움직이는 선수가 가끔은 얄미워 보인다”며 웃었다. 스파이크에 흙이 파헤쳐져 잠시 뒤에 또 흙을 정리해 줘야 하고 잔디를 파낼 만큼 강하게 슬라이딩 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김 부장은 “경기장의 흙도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은 흑운모만 쓰던 예전과 달리 마사토를 60% 정도 섞어 단단함을 조절했다. 비가 와도 경기하는 데 지장이 없고 선수들의 스파이크에 쉽게 파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그래야 ‘흙(불규칙 바운드) 때문에 졌다’는 구단의 항의를 받지 않는다”며 웃었다. “전날 경기에서 상한 잔디와 흙이 다음 날 새로 정돈돼 있으면 관중과 선수들이 얼마나 기분 좋겠어요. 한국시리즈 때 최고 선수들의 경기를 보시면서 잔디랑 흙도 수준급인지 한번 봐주시죠. 허허허.”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동네 길 명품 길] 미술가 이원호 씨의 서울 홍제천 그림길

    홍제천 길은 아늑하다. 콘크리트만 가득했던 도로 위와 달리 여유로움이 넘쳤다. 내부순환도로는 따가운 햇살을 막아줬다. 잘 포장된 길 위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 걸린 모네와 르누아르의 명작이 회색빛 교각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24일 오전 미술가 이원호 씨(40)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그림길을 함께 걸었다.○ 명화와 함께 걷는 산책길 “고가도로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까지도 홍제천을 이루는 하나의 사물이죠.” 옆에서 걷던 이 씨가 말했다. 모네의 그림이 20점 걸려 있는 ‘모네길’ 중간쯤이었다. 말하는 이 씨 뒤로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빨간 배’가 보였다. 빨간 배와 그 아래로 센 강의 모습이 보였다. 액자를 통해 홍제천 위로 흐르는 또 다른 강이 이채로웠다. 모네 길에는 모네의 ‘수련’ ‘해돋이’ 같은 명화 20점이 걸려 있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답게 주변까지 밝아지게 했다. 660m 정도 걸어 백련교 아래를 지나면 ‘홍제천 폭포마당’이 있다. 건너편 안산 자락에서 시원한 폭포 세 줄기가 홍제천으로 떨어지며 도심에서 경험하기 힘든 시원함을 준다. 산책하던 시민들은 이곳에서 폭포를 즐기며 쉬어 가곤 했다. 낮 12시에는 음악과 분수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그림길과 함께 서대문구가 2006년부터 추진해 온 홍제천 복원 계획의 성과 중 하나다. 백련교를 넘어서니 ‘르누아르 길’이 시작됐다. 1.4km 길에 르누아르의 그림 20점이 걸려 있다. 이 씨는 백련교에서 흥연2교를 지나는 이 길을 즐겨 걷는다고 했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림만 눈에 들어왔지만 계속 걷다 보니 주변의 작은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맑은 날에는 고가도로 사이로 햇빛 몇 줄기가 홍제천으로 비춰요. 사람들이 그런 작은 것들을 모르고 지나치지 않길 바랐죠.” 르누아르 길의 첫 그림은 ‘부케’였다. 녹색 화병 위에 빨갛고 노란 꽃들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그림의 크기가 원작보다 컸다. 세로가 2m에 달하는 거대한 그림이었다. ○ 예술 감성 흐르는 홍제천 이 씨는 독일에서 공부하며 공공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혼자 지내며 자신부터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 이 씨는 “관심이 내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주변으로, 일상적인 사물로, 공간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씨는 빠르면 이번 달 말부터 홍제천에 감성을 더할 생각이다. 서울문화재단 홍은예술창작센터에서 추진하는 ‘2012 다원예술프로젝트 액션 임파서블(Action Impossible)’의 공동 진행자가 된 것. 이 씨는 8월 4일부터 11일까지 홍제천 일대에 문화적 감수성이 담긴 작품 전시와 퍼포먼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는 시민과 예술가가 기획, 작품 제작, 발표까지 함께하는 공동창작 형태로 진행돼 더욱 뜻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시장님, 우릴 믿고 일 좀 맡겨주세요”

    서울시 공무원들의 ‘박원순호(號) 6개월’ 평가는 어떨까. 익명 게시판을 통해 지켜본 직원들의 속마음은 아직 ‘기대감 속에서 약간 서운한’ 모습이었다.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 식당 입구에 ‘희망보드판’이 나타났다. 화이트보드 가운데에는 “원순 씨와 함께한 6개월, 직원 여러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들려주세요”라는 안내문구가 쓰여 있었다. 네 모퉁이에는 희·로(노)·애·락 네 글자를 나눠 붙여 네 군데로 구역을 정했고, 곳곳에 직원들이 쓴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이날 오후 1시까지 붙은 메모지는 총 29장. 이 중 65%인 19장이 ‘로(노)’와 ‘애’에 붙었다. “원순 씨 지시사항 좀 줄여주세요” “지시사항의 현실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 후 내려주세요”라는 글도 나왔다. “현실적인 복지행정”이라고 간단히 적은 글도 있었다. 수당을 올려 달라거나 성과포인트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직원은 두 장에 “시장님, 저희들 좀 믿고 맡겨주세요.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어요”라고 적었다. 지시사항이 많다는 뜻. 나머지 10장은 ‘희’와 ‘락’에 붙었다. “원순 씨 열린 시정 파이팅!” “덕분에 행복해진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같은 글이었다. 박 시장은 14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장과 직원과의 원탁회의’ 총평에서 가수 SG워너비가 부른 ‘라라라’의 한 소절을 인용했다. 박 시장은 “‘사랑해요, 사랑해요, 내가 그대에게 부족한 걸 알지만’이라는 노랫말이 와 닿는다. 제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다같이 좋은 직장, 좋은 서울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팥빙수가 1만3000원? 커피가 울고갈 ‘거품’

    한낮이면 30도를 넘나드는 요즘 더위를 식히는 데 팥빙수만 한 게 없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4월부터 팥빙수를 팔기 시작했지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재료, 불성실한 정보 제공에 소비자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팥빙수는 8500∼1만3000원에 이른다. 패스트푸드 팥빙수(3500원)에 비해 2∼3배 비싼 가격을 받고 있는 셈. ‘투썸플레이스’의 티라미수 팥빙수는 아이스크림을 추가하면 1000원을 더 받아 1만1500원에 이른다. 자장면 평균 가격(4318원·2012년 4월 서울시 기준)의 3배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빈스앤베리스’의 팥빙수는 1명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빙수가 8500원이다. 2명 이상이 먹을 수 있는 큰 사이즈는 1만1000원이다. 이를 비롯해 ‘할리스 커피’ ‘커핀그루나루’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주커피’ 등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팥빙수 가격은 8000원대 후반에서 1만 원대 초반으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손님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일 서울 중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회사원 이모 씨(28)가 구입한 팥빙수에는 중국산 빙수용 팥이 220g 들어갔다. 빙수용 팥 통조림 3kg은 소매가로 5000∼7000원. 소매가로 쳐도 빙수용 팥의 원가는 367∼513원에 불과하다. 이 씨는 “얼음 팥 연유 떡이 들어간 빙수가 9000원에 가까운 건 너무한 것 같다”며 “브랜드 가치와 임차료도 반영됐겠지만 논란을 일으켰던 비싼 커피보다 더 비싼 팥빙수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국산 팥을 썼다는 ‘아티제’는 팥빙수를 1만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돼 있다. 본보가 서울 중구와 종로구 일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12개 매장을 살펴본 결과 매장에서 원산지 정보를 표시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인터넷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팥빙수를 팔고 있는 대형 업체 홈페이지 14곳 중 절반이 넘는 8곳이 영양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팥 원산지를 공개한 곳은 한 군데뿐이었다. 열다섯 군데 전문점의 고객센터에 고객을 가장해 빙수용 팥의 원산지를 묻자 “매장마다 달라서 모르겠다”는 답이 있었고 “보안상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곳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빙수용 팥의 원산지는 대부분이 중국산 팥으로 만든 통조림이니 굳이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일반 소형 매장의 팥빙수를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16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H팥빙수 전문점은 국산 팥을 이용해 빙수를 만든다. 연유 대신 100% 우유로 빙수를 만들어 단가도 높지만 프랜차이즈와 비슷하거나 더 싼 편이다. 이곳 관계자는 “2011년 4월 문을 연 뒤 원가가 올랐지만 이윤보다는 맛을 중요하게 생각해 인상 폭을 500원 내로 최소화했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신월동에 시간당 100mm 폭우 견딜 배수시설 세운다

    잦은 침수로 마음을 졸였던 양천구 신월동과 강서구 화곡동 주민들은 이제 안심할 수 있을까. 시간당 100mm의 폭우를 견딜 수 있는 빗물배수시설이 국내 최초로 신월동 지역에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2 서울 수해안전대책’을 21일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맞춤형 수해방지대책’을 강조하며 “20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 12월부터 2015년까지 1435억 원을 들여 강서구 월정로부터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까지 3.38km에 이르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짓기로 했다. 이 시설은 빗물을 안양천으로 내보내는 일종의 터널이다. 완공되면 164만 m²(약 49만6100평)에 이르는 지역이 침수 걱정을 덜게 된다. 박 시장은 “해마다 4000여 가구가 반복적으로 피해를 봐 고통이 컸던 곳에 대한 획기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지역의 저류시설 설치는 보류됐다. 시는 현재 시설로도 2011년 7월과 같은 호우는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광화문 지역이 주거지역이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남서쪽을 흐르는 도림천에 대한 대책도 마련됐다. 시는 서울대 정문 앞 광장, 버들골, 공대폭포에 총 8만5000t의 저류시설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단, 서울대 정문 앞 공사에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올해는 6만 t 규모의 강남순환고속도로 터널 공사장 공간을 임시로 사용한다. 또 시는 시민 참여 위주의 수해 대책을 계속 펼쳐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민이 직접 수해현장을 제보하고, 이 내용이 지도에 반영되는 ‘커뮤니티맵’을 만든다. 침수 취약 지역에는 실시간으로 수위를 잴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박 시장은 “시민들의 참여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부탁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분-바늘 사서 보내오… 집에 못다녀가 울고간다”

    500년 전 조선시대 군관도 아내와 가족이 있는 집이 항상 그리웠나 보다.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글 2편이 20일 공개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중 가장 앞선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5월 대전 유성구 안정(安定) 나씨 묘에서 발굴된 미라와 함께 들어 있던 편지글 2편을 복원, 해석해 그 내용을 이날 공개했다. 편지는 나신걸(羅臣傑·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추정)이라는 군관이 함경도로 부임해 가면서 부인 맹씨에게 쓴 것. 기록원은 부인 맹씨의 머리맡에서 편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맹씨가 숨지자 가족들이 편지를 함께 묻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지에는 농사에 대한 당부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나 씨는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답답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면서) 울고 간다”며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한다”고 썼다. 당시 분과 바늘은 귀한 물품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신분이나 경제력, 금실을 추정할 수 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조선시대 부부의 정과 생활상을 생생히 담은 기록물로 조선시대 한글편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개포주공 재건축 통과… ‘소형비율’ 논란 불붙나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2, 3단지 재건축정비구역 신청안이 1년 6개월여 만에 통과됐다. 전체 물량의 50%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소형주택 건설비율은 2단지 34.2%, 3단지 30% 이상으로 결정됐다. 1980년대 처음 준공된 개포지구 단지가 첨단 주거단지로 변할 수 있는 첫걸음을 뗐지만 아직도 소형 평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시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주택시장 트렌드에 맞게 소형을 늘려 공공성을 높이면 재건축을 빨리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주민들은 ‘집값 비싼 강남에서 소형 평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발한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16일 개포 2, 3단지 재건축안을 비롯해 11개 안건을 심의한 이 같은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개포 2단지는 1836채, 3단지는 1272채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60m²(18평) 미만의 소형아파트는 2단지의 34.2%, 3단지의 30% 이상 건설하도록 조정됐다. 시중 전세가의 80% 밑으로 제공되는 장기전세주택은 2단지에 106채, 3단지에 88채가 들어서며 일반분양 아파트와 섞여 건설된다. 문화시설과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선다. 개포 2단지는 개포도서관과 연결되는 광장을 갖춘다. 3단지에는 인근 학생과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원이 생긴다. 시는 개포 2, 3단지에서 소형주택을 30% 이상 확보하도록 한 것에 대해 “시와 조합, 주민들이 소형주택의 필요성을 공감해 나온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당초 소형주택 건설비율이 50%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나온 여러 방안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이번 30% 선이 가이드라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다른 재건축 단지에 30% 소형주택 건설 비율이 일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소형주택 비율은 시 조례에 20% 이상으로 돼 있다”며 “소형이 많은 단지도 있고 대형이 많은 곳도 있어 심의과정에서 단지별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가 심의 중인 개포단지 5곳은 전체 1만2410채 중 60m² 미만의 소형주택이 1만1870채인데 이는 강남구 전체 민간 소형아파트의 34.5%에 해당한다”며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급격하게 소형주택이 줄어들 수 있어 수급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소형주택이 많아진 이곳 주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개포 3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 김모 씨는 “지금 사는 곳이 11평 남짓한데 겨우 10평 더 넓은 곳에 살려고 재건축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장덕환 개포주공4단지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시 조례로 정한 20%로 소형주택 비율을 정하고 나머지는 주민 의사에 따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 2012-05-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횡성한우식당’서 서천産 판다면?

    8일 서울 송파구 H한우식당.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박옥자 점검관이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쇠고기 이력추적 시스템을 통해 조회한 소의 출생지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포장지에 적힌 개체식별번호를 입력하면 출생지와 도축지를 알 수 있다. 이 업소 간판은 ‘횡성한우식당’이었지만 실제 팔고 있는 쇠고기는 충남 서천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법은 아니지만 소비자를 속인 셈이다. 박 씨는 “소비자가 착각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식당 주인에게 주의를 줬다.이날 서울시는 시내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 점검을 시작했다. 식품위생과 공무원 2명과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모니터 요원 2명, 특별사법경찰 1명이 한 팀을 이뤄 모두 3팀이 한 달간 서울 곳곳을 누빈다. 이날 기자가 동행한 식당 3곳의 주인들은 “전혀 속이는 게 없다”고 했지만 식당 안을 점검하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잘못 표시한 쇠고기들이 나왔다.○ ‘국내산’은 한우? 육우?서초구 J식당. 조리실에 쇠고기를 보관하면서 한우와 수입 쇠고기 여부를 아예 표시하지 않아 의심스러웠다. 점검관이 고기를 손에 들고 빛깔을 유심히 살폈다. 한우는 수입육에 비해 찰기가 있어 손에 달라붙는 감촉이 든다. 또 한우는 기름 부위가 우윳빛이지만 수입육은 약간 노란빛이 난다. 김 씨는 “대개 한우는 덩어리로 보관하지만 이곳에서는 미리 썰어둔 점이 의심스러워 유전자 검사를 해야 확실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냉장보관하던 쇠고기 200g을 수거 봉투에 담아 전문기관에 감식을 의뢰했다.이 식당은 메뉴판에 쇠고기 원산지를 ‘국내산, 호주산’으로만 표기했다. 규정에 따라 ‘국내산 한우’인지 ‘국내산 육우’인지 구분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 점검반은 ‘한우가 맞다’고 주장하는 주인에게 주의를 주고 정확한 원산지 표기를 지시했다. 한우일 가능성이 높지만 소비자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싸서 좋지만 가리고 싶은 ‘미국산’서초구 S갈비집은 쌈밥에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고기는 서비스라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법규 위반이다. 이 식당 메뉴에는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왕갈비가 있었지만 창고에는 한우만 보관하고 있었다. 점검관이 “호주산은 없고 왜 한우만 있냐”고 묻자 주인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손님이 외국산은 찾질 않아 호주산 쇠고기도 들여오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서울시에 따르면 15일까지 83개 식당을 점검한 결과 이 중 5개 식당이 쇠고기 원산지를 속여 팔다 적발됐다. 한 곳은 메뉴에 ‘호주산’이라고 표시하고는 버젓이 미국산 쇠고기를 팔았다. 다른 네 곳은 ‘미국산, 국내산’ 혹은 ‘미국산, 호주산’이라고 표시했지만 실제론 미국산 쇠고기만 들여와 판 것으로 드러났다. 26개 식당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증명서를 보관하지 않는 등 가벼운 위반으로 행정지도를 받았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메트로 파일]서울 443개 공공시설 시민에 개방 外

    ■ 서울 443개 공공시설 시민에 개방 서울시는 시와 자치구의 공공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공공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한다고 16일 밝혔다. 서울시청 후생동 강당을 비롯한 회의실 자치회관 문화센터 등 443개 시설의 716개 공간이 개방된다. 이용요금은 2시간 기준으로 1만∼4만 원 선. 예약은 시 홈페이지 ‘차세대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에서 할 수 있다.■ 홍제천 복원 건축위원회 통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홍제천 복개구간이 복원된다. 서울시는 서대문구 홍제천 복개구간을 복원하는 ‘홍제 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안’이 건축위원회를 통과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유진상가가 철거되고 하천이 복원되며 4개동의 복합단지가 생긴다. 이 복합단지에는 공동주택 693가구와 업무시설 1개동, 판매·문화시설이 들어선다. 복원된 하천에는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가 생긴다. ■ 안양과학대, 연성대로 교명 변경 연성대(총장 오금희)는 16일 오전 11시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3동 연성대 연곡문화센터 컨벤션홀에서 새 교명 및 대학이미지통합(University Identity·UI)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연성대는 이날 세계적 수준의 직업교육 중심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비전을 발표했다. 연성대는 옛 안양과학대의 새 이름이다. 1977년 안양공업전문대로 개교해 현재 33개 학과에 63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 2012-05-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재능 팔고 情을 삽니다”

    50대 주부 5명이 10일 오후 5시 서울 개포동 강남종합사회복지관 지하 1층 한울공동체실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용화폐 ‘한울’을 이용해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구두의 가격을 물어보니 ‘1000한울’(1000원)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지역주민이 모여 만든 ‘강남가족 한울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있어 화제를 모았다. 왠지 각박할 것 같아 ‘품앗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강남에서 이런 공동체가 활성화된다는 게 이색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2010년 9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시작했다. 한울공동체의 공동 제안자인 나선경 씨(47·여)는 “처음에는 강남에서 이런 게 될까 싶었다. 하지만 넉 달 만에 회원이 1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인기를 반영하듯 회원은 5월 현재 425명으로 늘었다. 이날 모인 회원들은 “한울공동체 덕에 전혀 모르고 지내던 이웃과 터놓고 지낼 수 있게 됐고, 남을 돕는다는 뿌듯함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울공동체의 가장 큰 사업은 지역단위 화폐를 이용해 중고물품을 나누는 ‘품앗이장터’와 재능기부를 통해 이뤄지는 ‘품앗이학교’다. 품앗이장터는 갈수록 거래가 활발해지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2011년 12월에는 한 달에 900건 이상 거래해 478만여 한울이 오가기도 했다. 품앗이장터의 거래는 ‘한울통장’으로 이뤄진다. 계좌번호에 인감도장까지 찍혀 있어 보기에도 그럴듯하다. 물건이나 품앗이를 주고받으면 개인 통장에 날짜, 받는 회원, 주는 회원, 거래품목, 잔액 등을 상세히 기입한다. 한 회원의 통장을 열자 보온병을 5000한울에 산 명세와 가스레인지를 1만 한울에 산 명세가 보였다. 나들이용 간식을 팔고 5000한울을 벌어들인 기록도 있었다. 한울 가맹점에서는 한울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대치동과 일원동 일대 미용실 식당 의류점 신발가게 등 8개 상점이 가입했다. 품앗이학교는 회원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공간이다. 이종옥 씨(62·여)는 일주일에 한 번 단전호흡을 배우고 있다. 수업료는 6000한울이다. 그는 “일반 스포츠센터에서 하는 수업도 있지만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며 “강사와 수강생 사이가 아니라 이웃이라 더 진지하고 열심히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울공동체를 단순히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곳’ 이상으로 여긴다. 품앗이장터를 관리하는 나 씨는 “싸게 사고파는 것도 재미있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느낌을 받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도권]서울시 “버스운전사 임금, 경기보다 많아… 파업 강력대응”

    총파업을 하기로 의결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요구하는 ‘9.5% 임금 인상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지역 버스 운전사들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버스 운전사나 타 직종 노동자에 비해 임금이 높아서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근속 4∼7년차에 속하는 시내버스 3호봉 운전사는 연봉 4021만6000원을 받고 있다. 이는 마을버스 운전사(2160만 원)나 택시 운전사(법인택시 기준·약 2000만 원)보다는 2배 정도로 많은 액수다. 연봉으로 약 2540만 원을 받는 공무원(기능직 9급) 5호봉보다 1500만 원을 더 받는 셈이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사의 임금은 입사 5년차에 해당하는 서울메트로 기관사 7급 8호봉과 같은 수준이다. 같은 노선을 운행하는 다른 지역 버스 운전사에 비해서도 이들의 임금 수준은 30% 가까이 높다. 2호봉 기준 서울시 버스 운전사가 월급 320여만 원을 받는 반면 같은 노선을 운행하는 경기도 버스 운전사는 80만 원가량 적은 230만 원 안팎이다. 인천시 버스 운전사(280여만 원)에 비해서도 40만 원 정도 많이 받고 있다. 버스노조는 “다른 직종 종사자나 타 지역 운전사들이 (일하는 것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고 있을 뿐이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태주 버스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연봉은 사고가 나면 받을 수 없는 무사고 수당 11만 원 등 다른 수당이 다 포함된 액수”라며 “근로조건이 원래 열악한 다른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강경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사용자)이 올해 표준운송원가를 253억 원 가까이 줄이며 경영개선을 하고 있어 9.5%대의 임금 인상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 시는 파업에 돌입하면 운행률이 낮은 운수업체의 운영지원금을 삭감할 방침이다. 시는 2004년 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운수업체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적자를 시비로 지원해주고 있다. 올해 2월 시내버스 요금을 150원 인상했지만 여전히 이에 필요한 지원금 3016억 원이 부족해 어려운 상황이라 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16일로 예정된 마지막 조정협상에서 타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2-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