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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이 자신의 '아이행복카드'로 원생 수십 명의 보육료를 결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이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사실을 진작부터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어린이집이 보호자들의 카드를 맡아 놓고 대신 결제하는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음에도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보육료 결제를 담당하는 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 보육료를 결제할 때 다른 사람 카드로도 결제가 된다는 이야기를 다수의 어린이집 원장들로부터 들어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아이행복카드로 원생 수십 명의 보육료를 결제해 부당이득을 취한 경기 이천시 어린이집 원장이 적발되기 전에도 중복결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어린이집이 보호자들의 동의를 구해 아이행복카드를 맡아 놓고 대신 결제한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었다. 만약 보호자로부터 신고가 들어올 시 해당 어린이집은 지도점검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이러한 일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복지부는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재 ARS로 보육료를 결제하면 꼭 어린이집 원장이 아니어도 쉽게 다른 아이 것을 결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이행복카드 명의자인 보호자와 보육료 수혜자인 아동을 매칭 할 수 있는 정보가 복지부에 없어 누구나 인증번호만 알면 다른 아이 것을 결제할 수 있다. 애초 시스템을 만들 때 왜 이러한 정보를 반영하지 않았는지 묻자, 담당자로부터 "개인정보라 민감하다"는 취지의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복지부와 정보원 측은 어찌되었든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한 번만 보육료가 나가도록 돼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에서 중복결제가 가능한 것은 맞지만, 한 아이가 보육료를 중복 수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천 어린이집 사건에서 보듯, 원장이 여러 아이들의 보육료를 자신의 카드로 결제한 뒤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카드 결제를 취소하면 당장 급하게 쓸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등 부정행위의 여지가 있었다. 또 어린이집 재원일수가 월 11일 미만인 아동에 대해 보육료를 쉽게 부정 수급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원일수 11일 미만이면 정부가 제공하는 무상 보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해당 아이의 보호자가 보육료를 직접 어린이집에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원장이 보호자 카드를 소지한 경우라면 출석일수를 11일 이상으로 조작한 뒤 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하면 그만이다. 부정 수급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뒤늦게 문제를 인식한 복지부는 이천 어린이집 사건 적발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부터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 준비에 들어갔다. 부모가 아닌 사람이 결제할 경우 본인이 법정후견인인지 친척인지 등의 정보를 넣게 하고, 보호자로 허위 등록을 경고하는 문구도 띄울 예정이다. 카드사와 공조해 다수 어린이를 결제한 뒤 바로 카드를 해지하는 경우 선지급을 미루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난 겨울시즌 강습을 듣고 올 시즌 처음으로 혼자 스키를 타게 된 대학생 박형민 씨(21)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스키리조트를 찾았다. 흥분한 나머지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서둘러 슬로프를 내려오다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뒤이어 내려오던 스키어와 부딪치며 넘어졌다. 넘어지는 순간 스키가 분리되지 않아 오른쪽 무릎이 스키와 함께 돌아가며 ‘뚝’ 하는 소리가 났다. 박 씨는 다음 날 병원에서 ‘무릎 앞십자인대(전방십자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스키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다.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다 이번 주 들어 올해 첫눈이 내리면서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자 스키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2011∼2012년 시즌부터 2015∼2016년 시즌까지 5년간 스키장 방문객 573만 명을 조사한 결과 1만141명이 슬로프 이용 도중 사고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은 혼자 넘어지는 단독 사고가 55.9%(5596명)로 가장 많았고, 박 씨처럼 다른 스키어와 부딪쳐 발생하는 사고도 43%(4327명)나 됐다. 부상 부위는 머리(1075명), 어깨(956명)도 많았지만, 역시 무릎이 15%(1515명)로 압도적이었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질 때 대개 하체는 장비에 고정된 채 상체만 돌아가기 때문에 무릎이 비틀리며 십자인대가 손상되기 쉬운 탓이다. 무릎 관절의 안쪽에 있는 십자인대는 넙다리뼈(대퇴뼈)와 정강이뼈(경골)를 연결하는 십(十)자 형태의 두 인대다. 앞십자인대와 뒤십자인대가 있는데, 앞십자인대는 정강이뼈가 넙다리뼈보다 앞으로 빠지는 것을, 뒤십자인대는 뒤로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즉, 무릎이 앞뒤로 덜렁거리며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이다. 무릎은 체중을 받아 몸을 지탱하면서 관절이 움직이는 각도도 큰 부위이므로, 신체활동에 있어 이 무릎을 지지하는 십자인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십자인대 파열은 농구, 축구 등 격한 운동을 할 때도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 뚝 하는 파열음을 들을 수 있고, 증상 초기에는 무릎에 피가 차며 붓고 아프다. 가급적 무릎을 쓰지 말고 안정을 취하며 냉찜질로 염증을 가라앉힌 뒤 곧바로 병원에 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이준규 한림대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처음에는 부종과 통증이 있지만, 2∼3주 지나면 이런 증상들이 완화된다. 그래서 단순 타박상이었구나 하고 오인하기 쉬운데, 이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무릎 불안정성으로 인해 반월상 연골(무릎 안쪽 반달 모양의 물렁뼈) 등 무릎 관절 내 다른 조직 손상이 발생한다. 장기간 이런 부상이 방치되면 조기 퇴행성 무릎관절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료는 수술과 보존적 치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보존적 치료란, 보조기 등으로 관절을 고정하고 목발을 짚어 체중 부하를 분산하며 서서히 재활 치료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교수는 “앞십자인대 파열은 부분 파열이라도 수술을 진행한다. 뒤십자인대는 완전 파열이라 하더라도 동반 손상이 없으면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한다. 빨리 회복하려면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하면 좋고, 대부분 3개월 정도 지나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괜한 혈기로 욕심 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고, 타기 전 반드시 10분 이상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체조 같은 준비운동을 해 추운 날씨에 잔뜩 언 무릎을 풀어줘야 한다. 평소 운동을 통해 단단한 인대를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타는 요령만 배울 게 아니라 넘어지는 순간에는 무릎을 굽힌 채 엉덩이 한쪽이 땅에 닿도록 옆으로 넘어져야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어린이용 화장품'이 정식으로 선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유형에 '어린이용 제품류'를 추가하기로 하고 9월까지 기준 및 관리에 관한 시행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현재 화장품법에 규정된 화장품 유형은 총 12가지로 영유아용(만 3세 이하), 목욕용, 인체 세정용, 눈 화장용, 방향용, 두발 염색용, 색조 화장용, 두발용, 손발톱용, 면도용, 기초화장용, 체취 방지용 제품류 등이다. 기존에 어린이 화장품을 표방한 제품들은 그 용도에 따라 파우더면 색조 화장용, 로션이면 기초화장용과 같은 식으로 나눠져 성인용 화장품과 같이 관리돼왔다. 하지만 화장품 사용연령이 갈수록 낮아짐에 따라 어린이용 화장품을 성인용과 다른 기준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시행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새로운 어린이 화장품의 사용 연령은 만13세 미만의 초등학생으로 설정될 예정이다. 어린이가 성인보다 알레르기에 취약한 점을 감안해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는 색소 물질 규제를 강화한다. 현재 타르 색소와 같은 화합물은 성인용 화장품에서 단순히 '향료'로 표기돼 있고 표기 의무 사항도 아니지만 어린이 화장품에서는 이를 정확히 명기하도록 할 계획이다. 타르색소 적색2호 등 일부 색소 물질들은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영유아용 화장품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초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 화장이 보편화한 현실을 반영해 화장품의 올바른 사용법을 소개한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이란 책자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했다.}
◇기상청 <승진> △기상서비스진흥국장 장동언 △수도권기상청장 전준모 <전보> △예보국장 정준석 △관측기반〃 유희동 △기후과학〃 김성균 △지진화산센터장 이미선 △부산지방기상청장 김남욱 △기후정책과장 김현경 △지진화산연구〃 이덕기 △기상레이더센터장 권오웅}
토요일과 일요일인 14일과 15일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춥겠다. 대신 미세먼지 없이 대체로 맑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아침 최저 기온은 철원 영하 15도를 비롯해 서울 영하 11도, 세종 영하 9도, 전주 영하 5도, 부산 영하 4도 등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0도 아래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낮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영하 6도에서 0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추위는 일요일인 15일까지 이어져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6도까지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 기온은 다음주 화요일부터 차츰 올라 18일경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大寒)을 일주일 앞둔 13일부터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과 경기 서해안 지역에 내린 눈은 이날 오전 중 그쳤지만 전라도와 충청도 서해안 지역에서는 이날 밤부터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은 14일 오후부터 차차 그칠 전망이다. 충청·전라 서해안에 최대 3~8㎝, 울릉도·독도와 제주 산간지역에는 최대 5~20㎝ 적설량이 예상된다. 이들 지역에는 모두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중국 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추위와 눈이 이어지지만, 덕분에 한동안 미세먼지 걱정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이 고기압이 매서운 바람을 동반하면서, 대기 중 미세먼지를 흩뜨려 놓기 때문이다. 주말 동안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겠지만, 바람으로 체감온도가 낮은 만큼 기상청은 건강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배출가스 조작으로 ‘클린 디젤’ 신화를 깨뜨린 폴크스바겐의 경유차 2만7000여 대가 리콜(결함시정) 승인을 받았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6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한 티구안 2.0 TDI와 2.0 TDI BMT의 리콜 계획서를 12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15개 차종 12만6000여 대 가운데 2만7010대가 2월 6일부터 리콜 절차에 들어간다. 나머지 9만9000여 대의 리콜은 환경부의 검증을 거쳐 추후 진행된다. 환경부가 승인한 계획서에는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이 처음 포함됐다. 2015년 11월 26일 차량 리콜 명령을 받은 이래 폴크스바겐은 세 번에 걸쳐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고 모두 조작 의도와 관련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반려됐다. 하지만 이번 네 번째 계획서에는 ‘실내(인증시험장)와 실외(도로주행)에서 주행할 때 각각 다른 모드로 배출가스가 나오도록 한 소프트웨어가 깔렸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리콜 계획서에 따라 티구안 2종에 장착된 구형 EA189 엔진에서 임의설정(도로 주행 중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의 작동을 고의로 중단시키는 기능) 소프트웨어를 제거하고 그 대신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자,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20∼59% 줄었고 가속 능력이나 연비도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계획서가 승인됨에 따라 폴크스바겐은 곧바로 리콜 준비에 착수한다. 환경부에 약속한 리콜 이행률 85%를 지키기 위해 소유주에게 픽업·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접 찾아올 경우 교통비도 지원한다. 전용 콜센터도 둘 예정이다. 하지만 차량 소유주들은 환경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피해 소유주 상당수는 리콜이 아닌 차량 교체를 요구해왔다. 폴크스바겐에 대한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티구안 신차만으로 실험했고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량이 너무 적은 점, 리콜 후 차량 내구성에 미칠 영향에 관해 면밀히 연구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이번 조사는 부실 검증”이라며 리콜에 반대했다. 바른은 13일 소유주들을 대리해 서울행정법원에 환경부의 리콜방안에 대한 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2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이 기존 요금에서 44% 인하된다. 무료였던 급속충전 요금을 지난해 4월 처음 책정했는데 1년도 안 돼 절반으로 내린 것. 환경부는 급속충전기 사용 요금을 kWh당 313.1원에서 173.8원으로 인하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요금을 적용하면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으로 100km를 달릴 때 2759원이 든다. 비슷한 크기의 아반떼1.6 휘발유차가 1만1448원, 경유차가 7302원임을 감안하면 각각 24%와 38%에 불과한 수준. 그린카드(친환경 제품 구매 시 포인트를 제공하는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하면 kWh당 86.9원으로 추가 할인돼 휘발유차 연료비의 12%, 경유차의 19%로 떨어진다. 전기차 예산은 지난해 1485억2400만 원에서 2642억74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기차 한 대당 보조금도 지난해 7월 한 대당 1200만 원에서 1400만 원으로 늘었다. 지방자치단체 평균 500만 원 보조금을 추가하면 약 1900만 원에 달해 전기차 보급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난해까지 판매된 전기차는 총 1만1767대. 환경부가 누적대수 1만 대 돌파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 그 가운데 순수 개인이 구매한 것은 3905대에 불과했고 대부분 관공서, 법인, 렌터카 수요였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충전시설 부족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꼽는다. 수리비와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용 번호판을 마련해 공공주차장 요금과 고속도로 통행 요금 할인을 자동으로 적용하는 등 획기적이고 상징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유한킴벌리, 홈플러스 같은 유명 업체의 세정제와 방향제 등에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의 화학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전량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이미 시중에 수만 개가 유통된 이 제품들 중에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포함한 제품도 있었다. 환경부는 탈취제, 방충제 등 19개 공산품목 2만3388개 제품을 전수 조사한 결과 10개 업체의 18개 제품에서 인체 위해 우려 수준을 초과하는 살생물질(미생물·해충 등을 제거·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물질)이 검출돼 회수권고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6∼12월 위해우려제품으로 등록된 15종의 공산품과 그 외 4종의 공산품에 대해 성분과 함량을 분석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위해우려제품은 세정제, 합성세제, 표백제, 접착제, 방향제, 방부제, 탈취제, 소독제, 방충제 등으로, 총 2만3216개 제품 가운데 1만8340개 제품(79.0%)에서 733종의 살생물질이 발견됐다. 살생물질이 가장 많이 나온 품목은 세정제(497종), 방향제(374종), 탈취제(344종) 순이었는데, 흔히 살생물질이 많이 포함됐을 것으로 여겨지는 방충제나 방부제보다 많았다. 워셔액, 부동액, 습기제거제, 양초 같은 공산품 4개 품목은 172개 제품 가운데 106개 제품(61.6%)이 34종의 살생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들 4개 품목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해우려제품에 포함해 안전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인체 흡입 우려가 높은 스프레이형 제품 2166개 가운데 18개 제품은 회수 권고 조치를 받게 됐다. 살생물질을 우려 수준 이상으로 함유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 방향제 5종, ㈜홈플러스 세정제 1종, 피에스피 애완동물용 탈취제 2종 등으로, 모두 살생(殺生)의 목적과는 무관한 품목이었다. 이들 가운데 ㈜랜디오션 섬유항균 탈취제 1종과 ㈜성진켐 탈취제 2종, 아주실업 탈취제 1종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돼 논란이 된 MIT, CMIT 혼합물 성분이 우려 수준 이상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4개 제품은 가습기 살균제 논란 이후 2015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조사에 참여한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살생물질이 우려 수준 이상으로 함유된 제품들은 좁은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흡입했을 때 눈이나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눈을 따갑게 만들거나 기침을 유도하고, 심하면 점막에 손상을 내거나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수 권고 조치를 받은 제품들은 이미 시중에 수만 개 이상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각 업체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에코트리즈의 ‘샤움 무염소 곰팡이 제거제’는 2만 개 가까이 팔렸고, 아주실업 ‘퓨코 깨끗한 우리집 패브릭 샤워’ 9700여 개, 홈플러스 ‘TESCO 안티박테리아 다목적 스프레이’는 5000여 개가 팔렸다. 환경부는 권고 조치를 통해 판매 중인 제품을 모두 수거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는 교환하거나 환불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권고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이행 명령을 내리고, 그마저 어길 시에는 판매 업체를 형사 고발한다. 환경부는 금년 내 공산품, 전기용품 중 화학물질 노출 우려가 있는 23개 품목도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따뜻한 겨울이 가고 매서운 한파가 몰려온다. 지난 주말까지 영상권에 머물며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을 보였던 날씨가 이번 주부터 평년 겨울 기온으로 돌아간다. 10일 전국 대부분의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중국 중부지방에서 내려오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한파의 영향권에 든다고 9일 밝혔다. 경기와 강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10일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10도가량 크게 떨어진다.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지역에는 9일 오후 11시를 기해 새해 첫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10일 아침 최저기온은 철원 영하 12도, 서울 영하 5도, 대전 영하 4도, 전주 영하 3도로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영하권이다. 낮 최고기온은 0에서 8도로 예상된다.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는 전국이 대체로 맑겠다. 지난주까지 기승을 부렸던 미세먼지도 전국적으로 보통 수치를 회복하겠다. 하지만 경기 남부와 충청, 호남 지역에는 낮 동안 구름이 많고 산발적으로 눈이 흩날리는 곳도 있겠다. 경기 남부와 충남, 서해5도는 1cm 내외의 적설량이 예상되고 강수량은 5mm 미만으로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번 추위가 일주일 이상 기승을 부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이 계속 떨어져 11일에는 평년 기온 아래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2일 이후 살짝 반등하긴 하겠지만 주말까지 평년 혹은 평년 이하의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0일 해안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내륙에서도 약간 강하게 부는 곳이 있으니 건강관리 및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 다수가 사교육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산하 국가 정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2016년 8∼10월 전국 만 5세 아동의 부모 704명과 만 2세 아동의 부모 53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 이상(83.6%), 만 2세는 10명 중 3명 이상(35.5%)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받는 횟수는 주당 2회 이상이었다. 만 2세 아동의 경우 평균 주 2.6회였고, 만 5세 아동의 경우 주당 5.2회에 달했다. 사교육이 주로 평일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매일 1회 이상의 사교육을 받는 셈이다. 사교육은 주로 학습 과목에 집중됐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세 아동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사교육 수업은 한글, 독서, 논술 등 국어 수업이었고(24.5%), 이어 체육, 수학, 미술, 음악, 영어, 과학·창의 수업 순으로 나타났다. 만 2세의 경우도 국어 수업이 가장 높은 비율(28.6%)을 나타냈고, 체육, 미술, 과학·창의, 수학, 영어 수업이 뒤를 이었다. 학령기에 비해 예체능의 비율이 높긴 했지만, 만 2세와 5세 모두에서 국어, 수학과 같은 학습 관련 수업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은 유치원 등 기관을 다니는가, 가정 보육을 하는가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하루 평균 한 시간 정도로 조사됐다. 그러나 영어유치원·놀이학교 등 사교육 기관을 이용하는 아동의 경우 길게는 하루 6시간 15분을 사교육에 쓴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모들은 현재 참여하고 있는 사교육 수준이 적당하거나 오히려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 2세 부모 가운데서도 사교육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10명 중 7명(69.4%), 부족하다는 사람은 10명 중 3명 가까이(26.9%) 됐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50대 중반에 노인이 됐단 생각에 ‘늙는 것’에 대한 책을 썼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청춘이었어요. 지금처럼 칠십쯤은 돼야 진짜 늙은 건데….” 55세에 ‘나이듦에 대하여’, 64세에 ‘다시, 나이듦에 대하여’란 수필집을 발표했던 여성학자 박혜란 씨(71).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그가 ‘오늘, 난생처음 살아보는 날’이란 제목의 세 번째 ‘나이’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도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사를 다룬 경쾌한 글 속에 남녀의 성 문제에 대한 촌철살인을 담고 있다. 전기밥솥 하나 다룰 줄 모르면서 삼시세끼 거한 밥상을 바란다는 둥 남편을 ‘묵사발’로 만드는 위트도 여전하다. “언젠가 TV를 보는데 한 출연자가 ‘사람이 절대 살 수 없는 이틀이 있는데, 어제와 내일’이라는 거예요. 우리는 모두 오늘을 살 뿐이고, 어제를 다시 살거나 내일을 앞당겨 살 수는 없다는 거죠.” 박 씨는 그 순간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오늘 하루하루는 난생처음 맞는 날이잖아요. 그 하루를 열심히 살면 더 좋은 내일이 오겠죠. 늙었다고 꿈도 꿀 수 없고 장기적 목표도 세울 수 없다며 좌절할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오늘을 열심히 살면 되겠단 생각으로 세 번째 책이름을 지었어요.” 실제 박 씨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고 했다. 20대 때는 공부 연애 직장생활로, 전업주부가 된 30대에는 세 아들을 키우느라, 40대에는 늦깎이 공부를 시작해 바빴고, 50, 60대에는 여성학자로 강단과 사회를 누볐다. 그러나 이 중 무엇 하나 계획한 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학 전공도 어느 날 신문을 보다 관련기사를 보고 우연히 알게 됐다”며 “뭐가 되자고 한 게 아니라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에 도착한 노학자는 누가 봐도 다복해 보였다. 탄탄한 명성, 든든한 남편, 교수 가수 드라마PD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세 아들. 나이가 엇비슷해 서로 돈독한 손자 손녀들…. 박 씨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노년층 문제의 많은 부분이 잘못된 성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요새 황혼이혼이 늘잖아요. 난 50대에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을 때도 ‘남자만 돈 벌어야 하는 건 아니지’ 하고 내가 돈 벌러 나갔어요. 턱없이 권위를 내세우려 할 때도 ‘가부장제의 틀에서 살아온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신랑을 이해하면 화나지 않아요. 다툴 일도 없죠. 흔히들 오해하는데 여성학의 적(敵)은 남자가 아니라 가부장제예요. 남자들도 가장이 모든 경제사회적 책임을 떠맡도록 한 가부장제의 피해자입니다. 이런 걸 이해하고 부부가 서로 보듬는다면 황혼이혼을 피할 수 있어요.” 그는 책에서 ‘우리 모두 페미니스트로!’라고 주장한다. “여성학은 사랑과 상생의 학문이에요. 남자든 여자든 성별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도와주죠.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자식과 배우자가 떠난 뒤 삶의 의미를 잃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에요. 내 삶의 의미를 나와 나의 오늘에 두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전구(電球)를 북한말로 ‘불알’이라 한다는 거예요. 불알, 날틀(비행기) 이런 게 김일성이 말 다듬기(우리말 순화)를 할 때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진 말이거든요. 북한에서도 전구는 전구 또는 ‘전등알’이라 합니다.” 희수(喜壽·77세)를 넘긴 노학자는 아직도 열의에 넘쳤다. 2005년 탈북한 박노평 씨(78)는 북한 공학 분야 최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김책공업종합대에서 37년간 교수로 재직한 금속공학 전문가다. 그런 그가 뜻밖에도 남북한 언어 비교연구서를 냈다. 최근 출간된 ‘평양말·서울말’은 박 씨가 10년간 수집한 자료를 모아 2년 넘게 집필한 결과물이다. 박 씨는 아들이 남한 노래를 몰래 부르다 발각돼 정치범이 된 것을 계기로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남한에서 북한의 지위와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었기에 2006년 작은 빌라의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근무시간이 길어 출퇴근이 여의치 않자 평일에는 1평(3.3m²) 남짓한 경비실에서 먹고 잤다. 그러던 그가 책을 쓸 결심을 한 것은 오래간만에 찾아간 집에서 들은 부인의 넋두리 때문이었다. “아내가 뉴스를 보면서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다’고 투덜대더라고요. 근데 저도 모르겠는 거예요. 쓰는 단어가 전혀 다르니까요. 나와 아내 모두 북한에서 대학 나오고 교원까지 한 지성들인데 우리가 이럴 정도면 다른 탈북민들은 어떻겠나 싶어 그들을 도울 길을 찾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날부터 박 씨는 수첩과 펜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북한말과 다른 남한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좁은 경비실에 컴퓨터를 들였고 자비로 국어사전을 샀다. “남한말 사전은 쉽게 구했는데 북한의 조선문화어대사전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집에 복사기를 들인 다음 도서관에서 대여한 3000쪽이 넘는 사전을 다 복사했죠. 꼬박 이틀이 걸렸어요.” 쉬는 날이면 전국을 돌아다녔다. 탈북자들을 만나 자료를 수집하고 자문을 하기 위해서다. “김일성종합대 어문과 출신 탈북자가 부산에 산다는 소문을 듣고 부산까지 내려간 적도 있어요. 강원도로 이사 갔다는 말에 강원도 탈북자단체 곳곳을 돌며 수소문했는데 결국 한 교회에서 찾았죠.” 그 덕분에 박 씨는 북한말 역사와 사어(死語)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조사를 할수록 남북한 언어의 이질성은 크게 다가왔다. 특히 탈북자들이 남한말을 모르는 만큼 남한 사람들도 북한말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통일부 자료에조차 잘못된 북한말이 쓰여 있었어요. 먼지를 북한말로 ‘몽당’이라고 한다는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탈북민들도 처음 듣는 말이에요. 없어진 말이거든요. 거짓말은 ‘꽝포’라고 소개하던데, 북한에서도 거짓말은 거짓말입니다. 탈북자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나 옛날 문서에 적힌 것을 검증 없이 적용한 거죠.” 박 씨는 개탄했다. 10년여의 작업을 집대성한 그에게는 이제 더 큰 숙제가 남았다. “제 전공 분야인 과학기술처럼 전문 분야 용어들을 비교연구하고 싶어요. 통일이 되면 남북이 힘을 합쳐 경제와 과학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면 안 되잖아요.” 박 씨에게 ‘언어의 휴전선’은 그 어떤 휴전선보다 먼저 걷어 내야 할 숙제다. “말이 통해야 마음이 통합니다. 말의 이질성을 극복하지 않고는 통일의 한 단계도 나아갈 수 없어요. 여기서 제가 받은 도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남은 생을 ‘언어의 통일’에 헌신할 겁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하루 24시간, 퇴근도 없이 내내 보신각종 관리소에서 먹고 자고 했어요. 당시엔 교대근무가 없었으니까. 혹시 ‘종님’에게 무슨 일 생길지 모른다고, 40여 년을 거기 사셨네요.” 고 조진호 보신각종 관리소장의 부인 정부남 씨(86). 정 씨의 남편인 조 소장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44년을 보낸 종지기다. 정 씨는 “시집와서 들었는데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남편 증조할아버지부터 4대가 170년간 종님을 모셨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정 씨는 25세 되던 1956년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됐다. “처음 중매가 들어왔을 때는 시댁이 무얼 하는 집인지, 종지기란 게 뭔지도 몰랐어요. 와서 보니 시아버지가 보신각종을 관리하는 공무원이시더라고.” 정 씨의 시아버지 고 조한이 씨는 영친왕의 호위군관 출신이라고 했다. 6·25전쟁 때도 피란 가지 않고 종을 지키다 부인, 즉 정 씨의 시어머니가 한쪽 손을 잃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아버지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종 걱정만 했다고 한다. “시아버지가 남편에게 ‘네가 가업을 이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결국 남편이 사업을 포기하고 본가로 들어왔죠. 그때는 시할아버지도 하셨고, 시아버지도 하셨다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남편은 1962년 부친상을 마치고 보신각종 사무실로 들어갔다. 말이 사무실이지 가건물에 가까웠다. 책상도 따로 없어 판자를 두고 썼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화장실인 줄 알고 들어왔다 놀라 나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남편은 군소리 한 번 안 했다고 한다. “그 ‘하코방(판잣집)’에서 매일 씻고 자고, 아침저녁으로 종님을 청소했어요. 결국 나도 매일같이 보신각에 출근했죠. 남편 도시락 싸들고요.” 근무 환경만 열악한 게 아니라 일도 고됐다. “몰래 들어와 종 친다는 사람들 때문에 식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제야의 타종같이 행사가 있는 날은 밤을 꼬박 새웠고요.” 취객 때문에 팬티 바람으로 뛰어나가 몸싸움하다 경찰서에 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게 일흔이 넘은 나이까지 종님을 지키던 남편은 2006년 12월 옆구리가 불편하다며 찾은 병원에서 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 44년 만에 사무실을 떠나 입원했지만 열흘 뒤 남편은 거짓말처럼 세상을 떴다. 평생 종지기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야의 종을 타종하기로 한 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2015년 12월 31일 정 씨는 남편 대신 제야의 종 타종자로 선정돼 다른 10명과 함께 타종했다. 지금도 제야의 타종 행사 때면 남편 생각에 눈물이 나지만 5대 종지기로 선정된 남편의 제자 신철민 서울시 주무관을 생각하면 든든하다고 한다. “막내아들이라고 불러요. 관리소 사무실도 (신 주무관이) 나서서 2층으로 다시 세웠어요. 우리 손자에게 6대 종지기를 물려줘 스승의 대를 잇겠다고 하네요.” 정 씨의 손자는 이제 스무 살이다. 손자가 또 종지기가 돼도 괜찮으냐고 묻자 정 씨는 “손자가 싫다고는 안 하던데?” 하며 웃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1981년 봄, 종로서적 20명 공채 사원모집에 500여 명이 몰렸다. 고졸 여사원 경쟁률은 100 대 1에 이르렀다. 서울 종로서적 주변에 양우당, 동화서적 등 당대 쟁쟁한 대형서점들이 이웃했고, 민음사를 비롯한 주요 출판사들도 빼곡히 둘렀다. 1990년대까지 종로는 그야말로 출판 산업의 메카였다. 이 시대를 기억하는 이라면 누구나 2002년 종로서적이 부도를 내고 문을 닫을 때 큰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다. 1907년 ‘예수교서회’란 이름으로 문을 연 이래 95년간 출판계 정신적 지주로 자리해 온 종로서적. 이 종로서적이 이달 23일 종로구 종로타워 지하에 새로 문을 열었다. 14년 만의 부활이다. “기존 종로서적과 규모나 비중 면에서 같진 않겠지만, 그곳이 지녔던 역사·문화적 의미를 구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서분도 대표(53)는 “이곳이 신(新)종로서적이지 왜 종로서적이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 대형서점들과 장서량을 비교할 순 없겠죠. 하지만 많은 책보다 많은 (책과 사람의) 만남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고 싶어요. 옛날 종로서적이 그랬듯이.” 선대(先代) 회장가에도 그러한 취지를 설명했고 “감사하고 잘 운영해 주시라”는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 종로서적의 재건은 출판인이라면 ‘누구나 바라고 누군가는 해야 했던 일’이었다. 실제 폐업 직후부터 출판계 곳곳에서 재건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기 힘들었고, 더군다나 서 대표는 교보문고와 함께 대형서점 양대 산맥을 이루는 영풍문고에서 임원까지 지낸 이였다.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올 땐 당연히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주변 걱정요? 그거 두려웠으면 나오지도 않았어요.” 서 대표는 어딘가 급히 가더니 기사가 가득 담긴 투명 파일을 들고 왔다. “올 7월 김언호 한길사 대표 등 출판계 원로들이 드디어 ‘종로서적 재창건을 위한 발기인 모임’을 발족했단 소식을 들었어요. 이후 나오는 기사를 스크랩한 거예요.” 곳곳에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며 읽은 흔적이 가득했다. “8월 지인으로부터 종로타워 지하 옛 반디앤루니스 자리를 의미 있게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한단 e메일을 받고, 발기인 모임을 떠올렸습니다. 곧바로 모임에 연락해 이런 제안 메일이 왔으니 제가 그 자리에 종로서적을 되살려 보겠다고 손을 들었어요. 가족도 응원했고, 아들 둘은 지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어요.” 서 대표의 부친인 고(故) 서인환 씨는 한국고전번역연구원의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의 초대 간부였다. 서 대표가 아무도 쉬이 손댈 수 없었던 부활 사업에 뛰어든 데엔 아버지를 이은 ‘출판인 2세’란 사명감도 있었다. 하지만 사명감과 자부심만으론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이때 곳곳에서 도움이 답지했다. 종로구가 종로서적 복원에 모든 행정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고, 종로타워 건물주와 출판문화재단 등도 서점을 과거 만남의 메카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시설 협조를 검토 중이다. 직원 공고엔 열정을 가진 지원자들이 줄을 섰다. 대형서점에 근무하던 부부, 방송작가에 시인까지. “그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서 대표는 앞으로 종로서적이 크진 않지만 특색 있는 책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대형서점의 출발이 된 종로서적이 뒤이은 대형서점으로 인해 폐업한 건 역설적이죠. 영세 서점들이 위기를 겪는 지금, 이번엔 종로서적이 영세 서점들의 희망이 되는 역설을 구현하고 싶습니다.” 1408m²(약 426평), 옛 종로 골목처럼 구불구불 뻗은 서가를 지나며 서 대표의 눈이 빛났다.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동아미디어그룹 종합편성TV인 채널A는 독과점 체제에 안주해 온 지상파TV의 방송 프로그램와 다른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채널A의 방송 콘텐츠는 '본질'에 충실하면서 지상파TV 이상의 '품격과 재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의 감동과 재미를 추구하는 정통 드라마, 자연스런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 국민에 열려 있는 교양, 신문의 심층성과 방송의 속보성을 결합한 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변화하는 시청자의 생활 패턴에 발맞춰 편성도 파격적으로 바뀐다. 평일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오후 9시대에 안방극장을 찾아가고, 평일 오후 11시 이후로 관습처럼 굳어진 예능 프로그램도 시간대를 앞당긴다.》 ● 지상파 뉴스와 차별화채널A 방송 뉴스는 지상파 방송 뉴스와 차별화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심층성을 추구한다. 우선 신문(동아일보) 편집국과 방송 보도본부 기자가 한 사무실에서 나란히 일하는 통합 뉴스룸을 운영한다. 국내 어떤 언론사도 시도하지 못한 신문-방송 통합으로 신문의 심층성과 다양성, 방송의 속보성과 현장성을 동시에 살리는 실험이다. 채널A는 동아일보와 취재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되 기사 가치 판단 등 보도의 독자성은 지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널A 뉴스는 다른 방송사보다 30분 먼저 시작한다. "뉴스는 정시에 시작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시청자의 뉴스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것. 저녁 종합뉴스를 오후 8시 반에, 아침 뉴스는 오전 5시 반에 방송한다. 또 지상파 뉴스의 '1분 30초 룰'에서 벗어나 뉴스의 내용와 성격에 따라 다양한 길이의 뉴스를 선보여 심층성을 강화한다. 현장 기자들이 교육, 의료, 식품, 환경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분야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A특공대'와 현실정치의 '생얼(가식 없는 본 모습)'을 드러내는 '도마 위의 정치'도 선보인다. 교양프로그램은 시청자와 함께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본사 1층에 설치할 '청계광장 오픈스튜디오'에선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과 호흡하는 참여형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생방송 지금 해결해드립니다'는 시민들이 제보한 생활민원으로 꾸린 색다른 형식의 아침프로그램이다. '소비자고발'로 유명한 이영돈 PD가 5000만 국민의 해결사로 나서 크고 작은 민원을 풀어준다. 김성주 아나운서의 '생방송 김성주의 모닝카페'는 정보 짜깁기에 그치고 있는 기존 아침프로그램의 틀을 깬다. 출근길 시민들을 직접 오픈스튜디오로 초청해 커피와 토스트를 나누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다. 개국 특집 다큐멘터리 '트로이의 하얀묵시록' 3부작은 세계 최초로 얼음의 땅 '그린란드' 남북종단에 나선 탐험대의 도전을 그린다. 썰매 개 16마리와 함께 눈보라, 크레바스(빙하나 눈 골짜기에 만들어진 깊은 균열)를 헤치며 탐험거리 3000km를 달리는 여정을 담았다. 이밖에 독수리에 스마트폰을 달아 생태를 추적하고 색다른 화면을 보여줄 2부작 다큐멘터리와 대한민국 이혼 보고서 '해피앤드(Happy And)'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참신한 기획의 예능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은 품격 있는 웃음과 진한 감동을 가치로 내세운다. 스타MC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획력을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자를 찾아간다. 개그맨 이수근 씨가 진행하는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는 시민의 가정을 방문해 퀴즈 문제를 내고 결과에 따라 낡은 살림살이를 최신 제품으로 바꿔주는 '물물교환' 프로그램. 교환·수거된 제품은 수리해 재판매하고 수익금을 기부해 웃음과 정을 함께 담았다. 이스라엘 콘텐츠 제작사 아르모자(Armoza)가 처음 제작해 세계 100여개 국에 포맷이 판매될 정도로 검증된 프로그램이다. 김수미 신현준 탁재훈 씨가 진행을 맡은 한식 토크쇼 '쇼킹'도 채널A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쇼킹'은 '음식과 이야기의 만남'을 표방하는 토크쇼. 톱스타가 초대 손님으로 등장해 '김수미표' 퓨전 한식을 맛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김수미 씨는 5일 '채널A 스토리쇼'에서 "먼저 배우 권상우 조인성 소지섭 씨 등을 섭외할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방청객은 모두 외국 관광객으로 채워 한식의 참맛을 알려준다. MC 신동엽 씨가 진행을 맡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토리텔링 매직쇼'도 준비한다. 세계 정상급인 국내 마술사들의 솜씨에 이야기를 덧씌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통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 연예인과 국내 정상급 프로 마술사들이 팀을 이뤄 같은 주제를 두고 마술쇼 경쟁을 벌인다. '전군 노래자랑'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들이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평범한 젊은이로 돌아가 끼와 재능을 선보이는 장이다. 신구 코미디언들의 코미디 배틀도 시청자를 찾아간다. 최양락 이봉원 씨와 김준호 김대희의 콩트 대결, 최병서 씨와 안윤상 씨의 성대모사 열전 등 재미있는 코너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이산가족 감동 프로젝트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이산가족들이 북녘 땅의 가족에게 보내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감동을 전한다. ●'A드라마', '이야기'의 웅숭깊은 힘 채널A의 드라마는 서사의 본류를 보여주는 '진정한(Authentic)' 드라마, 곧 'A 드라마'를 표방한다. 채널A의 드라마는 억지설정과 극단적 대결의 막가파식 구성에서 벗어나 이야기 본연의 힘으로 승부를 건다. 개국작 '천상의 화원'과 '컬러오브우먼'은 콘텐츠의 경쟁력을 인정받아 일본에 선판매됐다. 특별기획 '인간 박정희'는 '독재자'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영웅'의 상반된 평가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내면을 다룬다. 개인의 공과는 물론 시대의 명암을 객관적으로 보여줘 한국 현대사를 조명할 예정이다. 내년 초 방영 예정. '천상의 화원'은 '차고 단 고향 집 앞마당의 샘물'처럼 청정한 드라마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외딴 산골을 배경으로 할아버지 딸 손녀 등 가족간의 원망과 상처, 화해가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국민 배우 최불암 씨, 유호정 씨, 영화 '아저씨'의 김새론 양이 주연을 맡았다. '천상의 화원'의 주요 배우들은 4일 광화문 동아미디어그룹에서 '대본 읽기'를 하면서 본격 준비에 나섰다. '컬러 오브 우먼'은 여성의 심리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지식과 이성으로 승부를 보는 여자와 외모와 감성을 무기로 내세운 여성의 사랑과 대결을 발랄하고 감성적인 터치로 풀어간다. '닥터 진'은 21세기 의학지식과 기술을 가진 의사가 19세기 말로 시간 여행을 떠나 질병을 치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일본 만화가 원작으로 일본 TBS가 드라마로 만들어 시청률과 작품성 양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아빠와 딸의 7일간'도 일본 원작의 리메이크 작품. 대화가 단절된 18세 여고생 딸과 47세 회사원 아빠가 영혼이 바뀌면서 겪는 소동을 그린다. '발리에서 생긴 일'(2004·SBS)의 이선미 작가가 극본 집필을 맡았다.김용석 기자 nex@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한류 열풍의 주역인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창작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다. 대형 기획사가 뮤지컬 창작을 시도하는 것은 SM이 처음이다. SM은 4일 “전속 공연 프로듀서와 작가 등 5명을 포함한 공연제작기획팀을 이달 중 발족해 빠르면 내년 하반기 첫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SM이 검토하는 공연 후보작에는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H.O.T.의 성공기를 다룬 뮤지컬도 포함돼 있다.기획사가 공연을 직접 제작하게 되면 소속 아이돌과 음원을 활용한 공연이 많아지고 제작단계부터 아이돌을 참여시킨 맞춤 공연도 가능해진다. SM 전속 공연 프로듀서로 영입된 최보규 전 악어컴퍼니 이사는 “‘페임’이나 ‘하이 스쿨 뮤지컬’처럼 아이돌 멤버들의 매력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 제작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아이돌 기획사 자니스는 소속 그룹 멤버들의 캐릭터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강조한 콘서트를 선보여 공연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M도 자니스와 같은 방식으로 소속 가수와 음원을 무대에 접목해 기존 콘서트를 장기화한 실험작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기획사가 갖는 가장 큰 경쟁력은 캐스팅이다. 뮤지컬계에서 아이돌 출연은 흥행의 보증 수표로 통한다.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주연을 맡은 ‘삼총사’는 지난달 22일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예매율 순위 1위에 올랐다. ‘잭 더 리퍼’ ‘늑대의 유혹’ 등 올해 SM 소속 아이돌 멤버가 출연한 공연도 모두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SM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외 시장 공략이다. 전 세계적인 케이팝의 인기를 ‘K-뮤지컬’로 이어가겠다는 것. 장준원 SM 매니지먼트팀장은 “대부분의 공연이 국내에서 성공한 뒤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만들어 해외에서 작품을 먼저 선보일 수도 있다”며 “해외 아이돌 스타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아이돌의 공연계 진출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뮤지컬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아이돌 스타에만 의존한다면 질 높은 공연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기획자는 “뮤지컬 배우들이 드라마 등 방송으로 많이 빠져나가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돌 기획사까지 직접 제작에 나서면 캐스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이미지 채널A 기자 image@donga.com}

종합편성TV 채널A가 2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치러진 공채 1기 신입 아나운서 선발 2차 시험인 카메라 테스트에서 ‘극장 면접’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1차 전형인 100초 분량의 자기소개 동영상 ‘A클립’ 심사를 통과한 지원자 452명은 이날 10인 1조로 극장 무대에 올라 1명씩 프롬프터에 뜬 원고를 즉석에서 읽었다. 극장 면접은 학력이나 집안 배경이 아니라 아나운서의 자질만을 보겠다는 전형 취지에 맞게 ‘무대 위 당신의 모습만 보겠다’는 의도에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채널A는 이날 지원자들에게 1차 때와 다른 수험번호를 부여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지원자의 이력서 등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지원자 이은정 씨(24)는 “시험장 분위기와 편의성 등이 좋아 마음 편하게 시험을 치렀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정혜정 전 MBC 아나운서는 “새로 시작하는 방송의 대표 얼굴을 뽑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채널A가 기존 방송과 다른 방송을 추구하는 만큼 개성 있고 패기 넘치면서 신뢰를 주는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형 결과는 오후 6시 면접이 끝난 뒤 바로 발표했다. 총 46명이 3차 전형에 올랐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대전과 분단의 아픔을 겪은 독일은 이미 1970년대 서독 시절 사회교과 교육에 관한 연방정부 차원의 중등교육지침을 확립했다. 독일 교육을 연구한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근현대사 교육에서 가장 민감한 ‘분단과 동독’ 부분의 교육내용을 정리해 객관성을 확보했다. 1978년 11월 23일 16개주 교육부 장관이 모여 ‘통일 관련 내용을 교육할 때 독일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의 ‘독일 문제에 관한 교육핵심’을 마련한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독일 헌법은 다양한 이념과 가치를 인정하지만 극우와 극좌에 해당하는 입장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교과서는 개별 학교가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채택하고 교과서 관련 행정은 주정부가 관할한다. 국정교과서는 없고 검인정교과서만 있지만 한국과 같은 교과서 논란이 생긴 적은 없다. 김 연구위원은 독일이 근현대사 교육 내용의 합의를 일찍이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전범 국가였던 독일은 자국 근현대사 교육에 지극히 보수적이고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객관적이고 정확한 교육내용을 확립해야 한다는 부담이 논란이 없는 역사교육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외에도 근현대사 교육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은 정권이 바뀐다고 역사교육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는 “오랜 근현대사 교육의 전통을 구축한 영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내용과 방향에 큰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한국과 같은 현대사 교육에 대한 혼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국제관계사·현대사)도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의 1789년 대혁명 이후 ‘현대’라는 의식과 ‘국가’ ‘국민’이 형성됐다고 보는 확고한 믿음 및 자부심이 있다”며 “이런 긍지 덕분에 근현대사 교육과 관련한 논란도 나오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20일 출범한 한국근현대사학회도 외국이 자국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현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권희영 학회장은 “현지 방문조사는 물론이고 현지 유학생들을 인터뷰해 다음 달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경제는 ‘사람냄새’ 나지 않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모든 것을 이득과 손실, 가격의 개념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가격이 생각하는 것처럼 비인간적일까? ‘모든 것의 가격’의 저자 에두아르도 포터는 가격도 인간적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삶 전반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가격은 고전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수학적 공식과 합리적 계산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가치평가로 정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적인 축구경기를 보며 승리 국가에 돈을 거는 관객을 보자. 저자는 말한다. “문화가 (고전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증거는 많이 존재한다. 자존심을 가진 팬이라면 자기 나라 팀이 진다는 데 돈을 걸지 않을 것이다. 국가적 자존심으로 인해 팬들은 항상 자기 팀의 승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자국 팀 승률에 비합리적 가격을 매긴 팬은 예측 가능한 손해를 감수한다. 저자는 이렇게 인간의 삶 ‘모든 것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가격은 전통 경제학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그 대상은 비단 사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명, 행복, 여성, 노동, 공짜, 신앙 등에도 가격이 있고 그들은 인간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어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의 다양한 선택은 바로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대안의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결혼과 출산, 육아에서도 이러한 가격의 논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혼인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 취업이 늘면서 부부가 결혼으로 희생해야 할 것이 많아지자 결혼의 비용,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양육에 필요한 비용이 높기 때문에 아이를 적게 낳는다. 일부 국가의 부모는 딸을 시집보낼 때 부담하는 지참금이 부담스러워 여아를 낙태하기도 한다. 신(神)의 세상에서도 가격의 논리는 있다. 경제학자들은 가톨릭 신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믿음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개신교 신도가 되는 것보다 낮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개신교는 신도들에게 훨씬 더 큰 투자를 요구함으로써 오히려 충성심을 자극한다는 것. 이 같은 가격의 논리는 어디에나 작용하고, 그렇기에 인간은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짜에도 가격이 있다. 조금만 따져보면 우리가 흔히 공짜라며 주고받는 것들은 궁극적으로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웹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뉴스 중 많은 수가 공짜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해당 뉴스 웹사이트는 효과적인 플랫폼이 된다. 기업들은 이 온라인 뉴스업체에 돈을 주고 광고를 싣기 시작한다. 뉴스업체는 그 돈으로 다시 독자를 위한 공짜 뉴스를 만든다. 결국 독자가 돈을 지불하지 않을 뿐 공짜 뉴스도 엄연히 생산가격을 가진다. 공짜로 불법 다운로드한 파일은 어떨까. 정부와 저작권자는 손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제를 가동한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파일의 원래 가격이 상승하고, 그 파일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하기 위한 비용도 따라서 올라간다. 심지어 생명에도 가격을 매길 수 있다. 9·11테러 희생자보상기금 운영자로 뽑힌 변호사 케네스 파인버그는 30대 남성에게 약 280만 달러, 70세가 넘은 남성에게 60만 달러 이하를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가치는 포기된 그들의 생산함수로 결정된다.…생명의 가치는 무한하다는 신념을 굳게 믿고 있는데도 우리는 종종 자신의 생명에 낮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듯 인간이 영위하는 모든 것에 가격이 있고 개별 인간이 그것을 근거로 행위를 결정한다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주장이다. 사실 이 논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여러 지역의 사례를 제시하고 경제·사회·심리학을 넘나드는 다각적 해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멕시코 출신으로 오랫동안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저자는 미국 영국 멕시코 브라질 등을 돌며 경제·금융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아우른 식견을 선보인다. 저자는 책을 통해 여러 사례를 종합하며 모든 것의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고 작동하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그리고 생명 신앙 미래 등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에 가격을 매길 때 발생하는 비합리적인 가격 설정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이기심과 이성에 기초해 행위를 결정하는 ‘호모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가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호모에코노미쿠스의 개념은 ‘억제되지 않은 이기심’으로부터 탈피해 상대적 부의 분배가 개인의 만족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세상에 적합하도록 수정돼야 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인간적 가격에 맞게 상대와 분배를 생각하는 인간의 경제학, 인간적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세상을 보는 더 바른 눈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측면을 포함시킨다면 경제학은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익숙해져 온 것보다 더 지저분하고 수학적으로 덜 고상한 분야가 될 것이다.…그러나 그 대신 이 새로운 경제학은 세상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는 압축 성장으로 인해 충분한 정신적 숙성의 시간을 갖지 못해 생긴 것이 많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으로 출발한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올바른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 계승, 발전시킨다면 국가의 물질적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대통령실장을 그만둔 지 8개월 만에 한중연 15대 원장으로 취임한 정정길 원장(사진)이 13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그는 “일본이 전쟁과 세계 불황 등 위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근대와 현대에 걸쳐 위대한 사상가들이 꾸준히 그들만의 전통을 이어나갔기 때문”이라며 “197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정신문화연구원을 세울 때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한중연 산하 도서관인 장서각이 소장한 자료를 정리하고 이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완공한 새 장서각 건물을 소개하며 “현재 조선 왕실이 소장했던 고(古) 도서와 민간 기증·기탁자료 10여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전시 및 열람을 통해 문화공간으로서 기능을 확대하고 한국학자료센터를 병설해 한국학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에 복귀한 그는 “제안을 받고 숙고한 끝에 잘할 자신이 있는 일이라 여겨 복직을 결정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고문헌 한역을 비롯해 영역도 빨리 진행하는 한편, 한국학 내에서도 학제 간 공동연구가 활발해지도록 지원해 한국학이 선진문화국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학문이 되게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