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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자 코트 위 4명의 선수는 진심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껴안았다. 선수들 눈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끼리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목에 걸게 된 승자는 기쁨과 미안함, 메달을 따지 못한 패자는 아쉬움과 동료를 향한 축하의 마음이 뒤섞였다. 여자복식 세계랭킹 5위 김소영(29)-공희용(25)이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결정전에서 세계랭킹 4위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을 2-0(21-10, 21-17)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끼리 올림픽 메달 다툰 것은 2004년 아테네에서 하태권-김동문이 남자복식 결승에서 이동수-유용성을 꺾은 뒤 17년 만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신승찬은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 팀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네 선수는 경기 전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은 뒤 플레이 도중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기합이나 동작은 자제했다. 김소영-공희용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이소희-신승찬을 몰아붙였다. 김소영-공희용은 이전까지 이소희-신승찬를 상대로 2승 4패를 기록 중이었으나 이날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닥공’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경기 한때 84초 동안 75번 랠리를 주고받는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소영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란 각오로 열심히 했는데 원하는 목표를 이뤘다”며 “이소희-신승찬보다 실수를 적게 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했다. 공희용은 “언니와 복식 조로 만난 지 3년째인데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고 말했다. 경기 뒤 이소희-신승찬은 ‘맏언니’ 김소영의 첫 메달 획득을 축하해줬다. 결승에서는 세계랭킹 6위 그레이시아 폴리-아프리야니 라하유(인도네시아)가 중국의 세계랭킹 3위 천칭천-자이판을 2-0(21-19, 21-15)으로 꺾고 우승했다. 인도네시아의 이번 올림픽 첫 금메달이자 배드민턴 여자복식 첫 금메달이다. 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맏언니’ 김지연(33)이 동메달까지 마지막 1점을 남겨뒀을 때 동생들은 주저앉은 채로 경기를 지켜봤다. 떨리는 마음에 경기를 지켜보지 못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선수들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맏언니가 전광석화처럼 앞으로 달려가 상대 선수를 찔렀다. 마스크에 마지막 초록색 불빛이 번쩍였다. ‘45-42.’ 동생들은 울고 있는 김지연을 향해 곧장 달려가 서로를 안고 각자 흘리던 눈물을 한데 모았다.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선수들은 피스트 위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김지연, 윤지수(28), 서지연(28), 최수연(31)으로 구성된 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 동메달결정전에서 이탈리아에 경기 한때 15-26으로 11점 차까지 뒤졌으나 맹렬한 뒷심을 발휘한 끝에 45-42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여자 사브르 단체에서 획득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 펜싱은 단체전에 출전한 네 개 종목 모두 메달을 목에 걸며 금 1(남자 사브르 단체), 은 1(여자 에페 단체), 동 3(남자 에페 단체, 여자 사브르 단체, 남자 사브르 김정환)으로 도쿄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단체전 4경기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한 것은 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뭉치면 더 강하다”는 말을 한국 펜싱이 보여줬다. 2012 런던 올림픽 이 종목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에이스’ 김지연은 “올림픽을 준비하며 아킬레스힘줄이 파열되는 큰 부상에 힘들었지만, 올림픽이라는 마지막 도전이 있어 포기하지 않았다”며 “정말 간절했던 메달이라 의미가 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0점 이상 뒤져 패색이 짙던 이날 경기는 윤학길 전 프로야구 롯데 2군 감독의 딸인 윤지수가 6바우트에 홀로 11점을 추가한 데 힘입어 26-30을 만들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윤지수는 “다른 펜싱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분위기를 잘 타줘 부러운 마음과 ‘우리도 할 수 있을까’란 걱정하는 마음이 공존했다”며 “중압감을 이겨내고 5년간 준비한 것을 정말로 절실했던 올림픽에서 쏟아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경기 종료를 울리는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누워버렸다. 일부 선수들은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한참 동안이나 도쿄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1일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멕시코에 3-6으로 예상치 못한 대패를 당했다.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8강 고지를 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열심히 준비했지만 미흡했던 모습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6골이나 실점했다는 것은 저로서는 믿기지 않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선수들 문제보다 감독이 대응을 잘 못해서 오늘 같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늦은 밤까지 응원을 해준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이날 전반 초반부터 양 측면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흐름을 주도했으나 멕시코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허둥댔다. 전반 11분 멕시코 공격수 베가의 크로스를 받은 로모가 머리로 골키퍼 앞에 떨어뜨렸고, 이를 공격수 마틴이 가볍게 밀어넣었다. 하지만 한국은 8분 뒤 이동경이 김진규의 패스를 받아 수비를 제친 뒤 그대로 왼발 슛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이후 한국은 공격이 되살아난 듯 전반 24분과 28분 이동경을 주축으로 위협적인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 29분 오히려 로모에게 역전골을 내줬고, 전반 37분에는 페널티킥까지 멕시코에 허용하며 1-3으로 전반을 마쳤다. 측면 윙백 수비수들이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읽지 못하고 크로스와 돌파를 계속 허용하며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이동준은 “전반전이 끝나고 감독님의 ‘절대 포기하지 말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말을 선수들이 머릿속에 넣고 후반전에 임했다”고 했다. 김학범 감독은 또 후반 시작과 동시에 엄원상, 권창훈, 원두재를 교체카드로 넣으며 팀 전술에 변화를 줬고, 후반 5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흐른 볼을 이동경이 강력한 왼발 슛으로 오른쪽 골대 구석으로 꽂아 넣으며 희망탄을 쐈다. 하지만 3분 만에 마틴에게 다시 추가골을 내줬고, 후반 17분과 후반 38분에 연이어 허무허게 실점을 내줬다.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황의조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이미 따라가기엔 시간이 늦었다. 이날 2골을 넣은 이동경은 “조별리그에서도 고비가 있었지만 그것을 잘 이겨내고 토너먼트에 진출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힘든 시기를 포함해 3년 간 대회를 준비했는데 이렇게 대회를 마치게 돼 아쉽다”며 축 처진 어깨를 보이고 경기장을 떠났다.요코하마=김정훈 기자 hun@donga.com}

31일 한국과 이탈리아의 펜싱 사브르 여자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이 열린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 4강전에서 러시아에 26-45로 대패를 한 한국 대표팀은 5바우트까지 15-25로 이탈리아에 뒤져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3바우트부터 5바우트까지 이탈리아가 각 바우트당 5점을 추가할 때, 한국은 1점씩만 보태는데 그쳤다. 사브르 단체전이 총 45점을 9개 바우트에 3명이 3번씩 나눠 경기를 치르는 것을 고려할 때 이날 출전한 3명의 선수 모두가 이탈리아에 밀리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6바우트에 피스트에 올라선 윤지수(28)의 눈빛은 남달랐다. 벼랑 끝에서 포기한 눈빛이 아닌 오히려 ‘한 번 해보자’라는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강한 의지가 통해서 였을까. 윤지수는 재빠른 몸놀림과 과감한 공격으로 6바우트에서만 무려 11점을 추가해 26-30으로 따라서며 대역전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한 끝에 값진 동메달을 추가했다. 김지연(33), 윤지수, 서지연(28), 최수연(31)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도쿄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이탈리아를 45-42로 꺾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은 이날 여자 사브레 단체전 동메달 확보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펜싱 전종목 단체전에서 모두 메달을 확보하는 사상 첫 ‘올메달’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앞서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 남자 사브레 단체전에서 금메달,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한국은 플뢰레 남녀 단체전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윤지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기사회생으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윤지수만이 해낸 일도 아니다. 윤지수에 이어 7바우트에 올라온 서지연은 세계랭킹 28위에 불과하지만 이탈리아 에이스를 상대로 9점을 추가하며 역전승의 서막을 올렸다. 한국이 이날 경기에서 바우트를 먼저 가져온 것도 이 때가 처음이다. 세계랭킹 8위이자 팀의 ‘에이스’ 김지연은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1바우트와 5바우트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준 김지연은 한국의 최종 주자로 피스트에 올라섰다. 김지연은 동생들의 맹활약에 힘을 얻은 듯 과감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마무리했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30일 한국과 중국의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결정전이 열린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 마지막 선수로 나선 박상영(26)은 45-42로 승리가 확정되자 그대로 피스트에 누워 눈물을 흘리며 포효를 터뜨렸다. 팀 동료들이 피스트에 올라올 때도, 응원석을 향해 큰절을 할 때도 눈물은 계속 흘렀다. 그 뒤에도 대기석에서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한동안 펑펑 울었다. 박상영에게 도쿄 올림픽은 부담이 컸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를 되뇌는 긍정 마인드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끝에 금메달을 차지하며 깜짝 스타가 됐다. 하지만 영광 뒤에는 후유증도 컸다. 그는 경기 뒤 “리우 올림픽 이후 부담감이 점점 커져 나에게 돌아왔다. 체중이 10kg이나 빠졌고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탈락하고 국내 대회 성적도 좋지 않아 국가대표에서 제외되는 등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수술을 두 번이나 하면서 성적이 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운동을 했는데 결실이 나지 않을까 봐 두려움이 생겼다”고 밝혔다. 도쿄에 도착해서도 스트레스는 여전했다.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개인전 8강전에서 탈락했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단체전에 함께 나선 팀 동료 권영준(34), 송재호(31), 마세건(27)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그는 끝까지 힘을 내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이날 스위스와의 8강전과 중국과의 동메달결정전은 박상영에서 시작해 박상영으로 끝났다. 8강전 첫 선수로 나서 4-3 리드를 이끌었고, 14-15로 뒤진 상황에서 나선 5바우트에서도 8점을 따며 22-21로 역전시켰다. 압권은 마지막 9바우트였다. 30-34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박상영은 혼신의 힘으로 3분간 무려 14점을 얻으며 44-39 대역전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동메달결정전에서도 34-34 동점 상황이던 9바우트에 나서 3분 동안 11점을 몰아치며 한국 에페 단체전의 사상 첫 메달을 안겨줬다. 박상영은 “형들이 잘해줬지만 내가 실수하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다”며 “내가 제일 잘하는 것만 하고 내려오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를 맞았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동메달 획득에는 ‘맏형’ 권영준의 역할도 컸다. 권영준은 8강전과 일본과의 4강전에서 제몫을 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동메달결정전에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권영준은 8강전과 4강전에서 득점보다 실점이 더 많았다. 하지만 중국전에서 29-32로 뒤진 8바우트에 나서 5점을 얻으며 34-34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것. 권영준은 “몸도 마음도 지쳐 마치 ‘낭떠러지’에 있는 것 같았다”며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고 오로지 상영이한테 점수 차이를 좁혀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멋진 마무리를 해준 상영이에게 고맙다”며 웃었다. 한국 펜싱은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에페 단체전(은)과 남자 사브르 단체전(금)에 이어 단체전에서만 3번째 메달을 땄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세트 스코어 5-5.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은 이제 슛오프에서 단 한 발로 결판나게 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스무 살 신궁 안산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이자 ‘아니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젓기도 했다. 사대에 오른 안산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가 노란색 중앙에 꽂혔다. 10점 만점. 과녁을 응시하던 안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8점을 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옐레나 오시포바는 허탈하게 웃었다. 비로소 안산은 류 감독의 품에 안기며 승리의 환호에 젖어들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8-27<10-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산은 혼성전과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며 한국 선수로는 첫 여름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겨울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진선유, 안현수가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 종목 우승을 휩쓴 데 이어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대회에서 5개 금메달 석권에 한 개만 남겼다. 31일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29)이 마침표에 도전한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슛오프를 치르는 숨 막히는 접전에도 두 번 모두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결승 슛오프에서 안산의 심박수는 118bpm이었던 반면 오시포바는 167bpm까지 치솟았다. 안산은 “끝나고 나니 더 긴장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서 울지 마 울지 마 했는데 나왔다. 한국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양궁장에는 방탄소년단(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세계 양궁을 평정한 안산을 위한 축가였다. 김민정(24)은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ROC)와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4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다. 박상영(26), 권영준(34), 송재호(31), 마세건(27)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30일 도쿄 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쏜 ‘여자 진종오’ 김민정(24·KB국민은행)은 ‘반전의 여왕’이다. 그의 주 종목은 10m 공기권총이지만 그에게 은메달을 안긴 종목은 25m 권총이었다. 한국 사격 여자 권총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건 2012년 런던 대회의 김장미(금메달) 이후 처음이다. 은메달을 따기까지도 ‘반전의 연속’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 공기권총 10m 금메달리스트 진종오(42·서울시청)처럼 2019년 이 종목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는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탈락했다. 실망은 잠시, 대신 곧이어 열린 25m 권총에서 1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이날 경기 뒤 “다들 내 주 종목이 10m라고 생각하지만 25m도 잘 쏜다”며 “10m에 집중한 나머지 25m를 연습하지 않고 있다가 선발전 공식 훈련 때가 돼서야 훈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국제사격연맹 뮌헨 월드컵에 번외 선수로 참가해 25m 권총 비공인 세계기록(597점)을 쏜 적이 있다. 가까스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뒤에도 위기가 있었다. 본선에서 탈락 직전까지 갔던 것. 김민정은 본선 1일 차 완사에서 291점으로 9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둘째 날 급사에서 293점을 쏴 합계 584점으로 조라나 아루노비치(세르비아)와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이너텐(inner ten·가장 중앙의 원)을 쏜 횟수에서 아루노비치(18회)보다 단 1회 많은 19회를 기록해 8위로 결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는 “극적으로 결선에 들어가 기뻤다. 인생에서 올림픽 결선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25m 권총 결선은 급사 50발로 순위를 정한다. 10.2점 이상을 쏘면 1점을 받는다. 시리즈당 5발 단위 사격이며 4시리즈(16∼20발)부터 가장 낮은 순위 선수가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이다. 결선에서 그는 금메달을 놓고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초접전을 벌였다. 9시리즈까지는 34-33으로 앞섰다. 하지만 마지막 10번째 시리즈에서 동점을 허용한 뒤 슛오프에서 패했다. 그는 “그동안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며 다 쏘니 은메달이 된 것 같다”며 “‘내가 조금 부족하구나,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14세 때 사격을 시작한 그는 시력이 0.3∼0.4에 불과해 동그란 사격 안경(교정시력 1.0)을 쓰고 경기에 나선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땄지만 김민정은 다른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경기 전날 그는 아버지 김태형 씨(53)에게 이런 ‘카톡’을 보냈다. “나는 자신 있어.”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세트 스코어 5-5.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은 이제 슛오프에서 단 한 발로 결판나게 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스무 살 신궁 안산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이자 ‘아니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젓기도 했다. 사대에 오른 안산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가 노란색 중앙에 꽂혔다. 10점 만점. 과녁을 응시하던 안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8점을 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옐라나 오시포바는 허탈하게 웃었다. 비로소 안산은 류 감독의 품에 안기며 승리의 환호에 젖어들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8-27<10-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산은 혼성전과 여자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며 한국 선수로는 첫 여름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겨울 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진선유, 안현수가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종목 우승을 휩쓴 데 이어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대회에서 5개 금메달 석권에 한 개만 남겼다. 31일 남자 개인전에 김우진(29)이 마침표에 도전한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슛오프를 치르는 숨 막히는 접전에도 두 번 모두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결승 슛오프에서 안산의 심박수는 118이었던 반면 오시포바는 167까지 치솟았다. 안산은 “끝나고 나니 더 긴장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서 울지마 울지마 했는데 나왔다. 한국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양궁장에는 BTS(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세계 양궁을 평정한 안산을 위한 축가였다. 김민정(24)은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4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다. 박상영(26), 권영준(34), 송재호(21), 마세건(27)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 뇌이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손을 꼭 잡은 한국 펜싱 ‘어벤져스’ 네 명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서로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그들의 표정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9년 기다림 끝에 한국 펜싱이 남자 사브레 단체전에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오상욱(25), 김정환(38), 구본길(32), 김준호(27)로 구성된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45-26으로 이탈리아를 꺾었다. 세계 랭킹 1위 한국은 세계 랭킹 3위 이탈리아를 경기 내내 압도하며 19점 차의 대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부터 줄곧 앞서 나가자 선수들은 “흐름 너무 좋아. 이렇게만 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한국 펜싱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차지한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순환 개최 원칙에 따라 종목 자체가 열리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펜싱은 ‘발 펜싱’을 앞세워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펜싱 강국 유럽 국가에 비해 손기술이 약한 반면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스텝의 변화로 상대를 흔들고 타이밍을 뺏었다. 18세 수영 천재 황선우(서울체고)는 아시아 선수로는 65년 만에 자유형 100m 결선에 진출했다. 황선우는 이날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7초56으로 전체 4위에 올라 결선 티켓을 차지했다. 아시아 남자 선수가 결선에 오른 것은 1956 멜버른 올림픽에서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처음이다. 결선은 29일 오전 11시 37분 열린다. 이 종목은 체격과 힘이 좋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준결선에 출전한 16명의 평균 신장은 192cm로 황선우(186cm)보다 6cm 이상 컸다. 이런 열세를 폭발적인 스타트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파워 영법으로 극복했다. 황선우는 2014년 중국의 닝쩌타오(28·은퇴)가 세운 아시아기록(47초65)을 7년 만에 깨뜨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온두라스와의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황의조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6-0 대승을 거뒀다. 2승 1패를 기록한 한국은 8강에 올라 멕시코와 맞붙는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상대가 한 스텝을 뛰면, 두세 스텝을 더 뛰었다. 은빛 검의 화려한 움직임이 매력적인 펜싱.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1점을 따기 위해 많게는 수십 번 발을 딛는 스텝의 스포츠다.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중학생 때부터 칼을 잡는다. 하지만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칼을 쓰는 유럽 선수들과 손에 밴 칼 감각부터 다르다. 이미 성장한 한국 선수들이 유럽 선수와 대등한 손 기술을 키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한국 펜싱은 ‘발 펜싱’을 선택했다. 번쩍이는 순간을 만든 건, 손보다 빠른 발이었다. 28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구본길(32), 김정환(38), 오상욱(25), 김준호(27) 등은 부지런히 피스트를 앞뒤로 오가면서 상대 선수의 약점을 공략했다. 구본길은 “(처음 금메달을 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머리를 모아서 연구를 많이 했다. 하체가 약해 손동작 위주로 하는 유럽 선수들을 스텝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정환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우리의 발 펜싱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며 “이후 많은 탐색을 거쳐 거기에 대응하는 기술을 들고 나오면 우리는 더 업그레이드된 발 펜싱을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발 펜싱 덕분에 대응도 빨라졌다. 사브르는 상대가 공격해 올 때 적어도 0.17초 안에 반격을 해야 동시타로 인정받아 실점을 막을 수 있다. 에페와 플뢰레보다 더 빨리 찌르고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 화려한 스텝 변화로 상대를 흔들면서 압박감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빠른 속도전이 관건인 사브르에서 발 펜싱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발 펜싱은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도 필수다. 부상 위험도 많다. 우승의 최대 고비가 된 세계 랭킹 4위 독일과의 준결승(45-42)에서 선수들은 스텝을 밟다가 자주 상대 선수와 부딪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55분간의 혈투 끝에 독일을 이긴 뒤 선수들은 지칠 만도 했지만 이탈리아와의 결승에서 다시 절정의 컨디션을 보였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4개(금 2, 동 2)의 펜싱 메달을 딴 김정환은 “순간순간 과격하게 움직이다 보면 타박상은 어쩔 수 없다. 타박상이 교통사고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아프지만 아픈 것 잊고 참고 뛴다”며 “경기 다음 날부터 일주일간 앓아눕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 금메달 들고 귀국해야 하는데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도 부상이 많아 선수들은 오전에는 재활에 전념하다 오후에는 다시 검을 잡았다. 식사 시간도 아끼려고 도시락을 먹어가며 훈련에 집중했다. 세계 랭킹 1위 오상욱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했다. 이날 우승 후 오상욱은 “코로나에 걸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져 힘들었다. 코로나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32강전에서 떨어진 개인전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내려왔다. 확신이 없어 불안했는데 간절함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맏형’ 김정환은 2018년 은퇴를 선언한 뒤 체력에 대한 부담과 부상 위험을 안고 다시 돌아왔다. 예비선수로 출전한 김준호(27)도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왼발 힘줄이 찢어지는 등 힘든 시간을 겪은 끝에 도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원팀으로 뭉친 그들 앞에 그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비결이요? 팀워크입니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세계 랭킹 1위다. 2019년 10개 국제대회에서 무려 9차례 우승하며 ‘어벤저스’라고 불렸다. 당시 연이은 우승 비결을 묻자 구본길(32)은 ‘팀워크’라 답했다. 28일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8강전은 물론 준결승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벌였다. 한 선수가 실점하면 다른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하며 “잘했다”, “할 수 있다”며 응원했다. 한국이 앞서 나갈 때면 ‘맏형’ 김정환(38)이 “들뜨지 말고 집중하자”고 말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날 세계랭킹 3위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팀이 위기에 몰릴 때는 김정환이 우렁찬 목소리로 동생들에게 파이팅을 넣어줬다. 동생들도 맏형의 리더십을 따라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환상의 팀워크가 있었기에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때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여름과 겨울 올림픽을 합쳐 한국의 100번째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 영광을 달성하기 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 때 4명 선수 모두 잘생긴 외모로 ‘판타스틴 포’, 미남 검객’이라 불렸지만 거친 고난을 겪은 탓인지 도쿄 땅을 밟았을 때는 ‘품격 검객’으로 거듭나 있었다. 세계랭킹 1위이자 대표팀 ‘에이스’ 오상욱(25)은 지난해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사브르 월드컵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18∼2019시즌부터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검객이지만 코로나19로 주춤했다. 완치 후 이번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노렸지만 8강에 그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독일과의 준결승전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위기 때마다 팀을 구해낸 구본길(32·9위)도 32강전에서 떨어졌다. 구본길은 “개인전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내려와서 경기 감각이 전혀 없었다”며 “오늘 첫 게임에서 시험을 해야 하는데 확신이 없었고 불안했는데 간절함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김정환과 함께 10년 넘게 한국 남자 사브르를 이끌고 있다. 2008년 구본길이 처음 태릉선수촌에 들어갔을 때부터 한 방을 썼던 둘은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검이 어디로 향할지 짐작할 수 있다. 두 선수는 동반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4개 대회 우승)도 달성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단체전 금메달 이후 한 차례 은퇴를 선언했다 돌아온 김정환도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걸긴 했지만, 숱한 고난이 있었다. 한 차례 대표팀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동안 세계 랭킹은 15위까지 떨어졌다. 체력에 대한 부담과 부상 위험도 있었다. 김정환은 “맏형 입장에서 동생들이 잘해줘 고마웠다”며 공을 동생들에게 돌렸다. 예비선수로 출전한 김준호(27)도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왼발 힘줄이 찢어지는 등 힘든 시간을 겪은 끝에 도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올림픽 시작 전부터 선수 모두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이 중요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구본길은 결승전을 앞두고 물 이외에 어떤 음식도 먹지 않으며 투혼을 발휘했다. 김준호도 “시합 전 음식을 먹는 대신 하나라도 더 배우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오상욱은 자신이 존경한다고 꼽은 김정환의 조언을 들으며 집중력을 높였다. 맏형 김정환은 동생들을 다독였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딴 김정환은 “올림픽은 내게 행운의 무대”라며 동생들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동생들도 미소로 답했다. 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짜릿한 승부 끝에 한국 펜싱이 다시 한 번 세계 최정상 자리에 올라설 기회를 맞이했다. 세계랭킹 4위인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금메달 유력 후보인 세계랭킹 2위 독일을 꺾고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 진출했다. 전날 여자 에페 대표팀이 이루지 못한 한국 펜싱 대표팀 이번 대회 첫 금빛 사냥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오상욱(25), 김정환(38), 구본길(32), 김준호(27)로 구성된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현 지비사의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서 45-42로 독일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날 한국은 경기 초반 체격적 우위를 점한 독일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위기 때마다 등판해 맹활약을 펼친 구본길의 활약에 힘입어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총 45점을 9개 바우트에 3명이 3번씩 나눠 경기를 치르며 해당 바우트 총점 기준에 도달하면 선수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날 대표팀의 첫 주자는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이었다. 192cm의 장신인 오상욱은 큰 키와 긴 팔 다리를 활용해 독일과 엎치락뒤치락 맹공을 주고받으며 4-5로 1바우트를 먼저 내줬다. 하지만 3바우트에서 ‘맏형’ 김정환이 10-10 첫 동점을 만들었고, 4바우트에서는 구본길이 20-18로 역전을 시키며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바우트를 먼저 가져왔다. 위기도 있었다. 25-21로 앞서며 맞이한 6바우트에서 김정환이 독일에 9점을 내주며 30-29로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구본길이 4바우트에 이어 다시 한 번 7바우트에서도 35-33으로 재역전을 성공시키며 승기를 가져왔고, 8바우트에 이어 나온 김정환이 과감한 찌르기 공격으로 40-37로 달아났다. 최종 9바우트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독일이 맹공을 퍼부으며 40-40까지 추격을 해왔기 때문. 하지만 ‘에이스’ 오상욱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경기 운영 능력과 과감한 공격 전술로 45-42 승리를 가져오며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처음과 끝을 완벽하게 책임졌다. 28일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딸 경우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9년 만에 2관왕을 차지한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펜싱에 주어진 금메달 수를 맞추기 위해 단체전 한 종목씩 로테이션으로 올림픽에서 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한국은 금메달을 차지할 경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패색이 짙었지만 마지막 주자 최인정(31)은 포기하지 않았다.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3명의 동료 선수들은 “할 수 있다”며 응원을 보냈다. 10초 사이에 2점을 보탠 최인정은 종료 23초 전 30-31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은메달을 따낸 4명의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이 9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인정, 강영미(36), 송세라(28), 이혜인(26)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세계 랭킹 4위)은 27일 일본 지바시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세계 랭킹 7위)에 32-36으로 패했다. 이번 올림픽 펜싱 여자 대표팀의 첫 메달을 신고하며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다시 이 종목 은메달을 수집했다.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르며 첫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평균 신장이 7cm 가까이 큰 에스토니아(174cm)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는 에페는 신체조건이 유리한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불린다. 한국은 8라운드까지 에스토니아와 26-26 동점을 기록한 뒤 최종 라운드에서 막판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해 3월 헝가리에서 열린 대회를 마친 뒤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국가대표 첫 감염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지만 도쿄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 활짝 웃었다. 한국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뒤 처음으로 ‘노 골드’에 그쳤다. 이날 이다빈(25)이 여자 67kg 초과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혈액암을 극복하고 돌아온 인교돈(29)이 남자 80kg 초과급에서 동메달을 추가하면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지바=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서로 믿고 의지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뭉쳐서 더 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이겨낸 그들이었다.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 4명은 앞서 열린 도쿄 올림픽 개인전에서 단 1명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시련 끝에 출전한 올림픽 무대였기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 보였다. 27일 열린 단체전에서는 달랐다. 세계랭킹 4위 한국은 팀으로 뭉치자 ‘역대급’ 전력이 나오며 8강에서 세계랭킹 5위 미국을 38-33으로 꺾은 뒤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38-29로 완파했다.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7위 에스토니아에 아쉽게 패했지만 이번 대회 한국 여자 펜싱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에페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최인정(31), 강영미(36), 정효정(36), 이혜인(26) 에페 대표팀 4명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그랑프리에 참가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보였다. 도쿄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해외 원정을 갔다가 날벼락을 맞았지만 오히려 ‘국가대표 1호 확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정효정은 그 충격에 대표팀을 관두기도 했다. 당시 확진자 중 2명이 이번에 은메달을 합작한 강영미와 이혜인이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했다. 강영미는 “당시 마음이 많이 힘들었지만 완치 뒤 마음을 다잡고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맏언니 강영미의 리더십도 빛났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노 메달’의 아쉬움을 맛봤던 강영미는 도쿄 올림픽을 위해 은퇴와 출산도 미루고 대회에 출전했다. 강영미는 “올해 결혼 5년 차인데 아이 갖는 걸 미루면서까지 죽기 살기로 훈련했다”고 말했다. 강영미는 동료들과 월계관 반지도 맞추며 올림픽 의지를 북돋았다. 결승과 준결승 마지막 선수로 나섰던 최인정은 ‘믿을맨’ 그 자체였다. 2012 런던 올림픽 은메달 멤버인 최인정은 결승에서 26-26으로 맞선 마지막 9라운드에 나섰다. 부담감이 컸을 테지만 힘을 짜내 자신보다 13cm나 큰 186cm의 에스토니아 선수와 당당히 맞섰다.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도 마지막으로 나서 결승 진출을 이끌며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최인정은 “2012 런던과 2016 리우 때도 마지막에 나섰다. 내가 나서 은메달을 따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동료들은 비록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피스트 위에서 울먹이는 최인정을 다독이고 안아주었다. 후보 선수였지만 결승 7라운드에 나와 분전한 이혜인과 고비 때마다 매서운 공격으로 점수를 대거 획득한 송세라의 힘도 컸다. 무엇보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하나로 뭉쳐 서로를 격려해 주고 응원해 준 것이 눈에 띄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피스트 밖 선수들은 “괜찮아” “잘했어” 등을 외치며 기를 북돋아줬다. 여자 에페 대표팀이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다시 뭉칠 수 있을까. 강정미는 웃으며 말했다. “결승 뒤 파리까지 가자고 말했어요. 노력해 보겠습니다.”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경기 종료 30여 초를 앞두고 3점을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마지막 주자 최인정(31)은 포기하지 않았다. 밖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3명의 동료 선수들은 “할 수 있다”며 애타게 응원을 보냈다. 10초 사이에 2점을 보태면서 최인정은 종료 23초전 30-31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경기 후 네 명의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은메달의 기쁨을 나눴다.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이 9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인정, 강영미(36), 송세라(28), 이혜인(26)으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세계 랭킹 4위)은 27일 일본 지바현 지바시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세계 랭킹 7위)에 32-36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올림픽 펜싱 여자대표팀의 첫 메달이자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 이후 9년 만에 따낸 영광이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은메달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르며 사상 첫 금메달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평균 신장이 7cm 가까이 큰 173.8cm의 에스토니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초 접전이었다. 3명이 팀을 이뤄 1인당 3분 1라운드씩 3차례 겨뤄 총 9라운드를 치르는 단체전에서 한국은 8라운드까지 에스토니아와 26-26 동점을 기록한 끝에 최종 라운드에서 숨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이날 열린 태권도 남자 80kg초과급에 출전한 인교돈(29)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반 콘라드 트라이코비치(슬로베니아)를 5-4로 누르고 동메달을 땄다. 남자 58kg급 장준의 동메달에 이은 이번 대회 태권도에서 나온 두 번째 메달이다. 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뭉치면 산다‘의 본보기였다.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은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을 받으며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에 입성했지만 앞서 열린 개인전에서 단 1명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해 자존심을 구긴 상황이었다. 실제로 세계 2위로 여자 에페 금메달 후보로 관측됐던 최인정(31)은 첫 경기였던 개인전 32강에서 세계 258위에 불과한 아이자나 무르타자에바(러시아)에게 11-15로 패하며 탈락했다. 세계 8위 강영미(36)도 32강전에서 세계 44위인 사토 노조미(일본)에게 14-15로 패했다. 강영미는 은퇴와 출산도 미루고 이번 대회를 자신의 선수생활 마지막 대회라 생각하고 참가했지만 개인전에서 일찍 짐을 싸야했다. 막내 송세라(28)도 16강전에서 세계 1위 안나 마리아 포페스(루마니아)에게 6-15 완패를 당했다. 세계 11위인 송세라는 32강전에서 세계 22위 캐서린 홈즈(미국)를 15-12로 꺾고 여자 에페 대표팀 중 유일하게 16강전에 진출했지만 포페스의 노련미를 넘어서진 못했다. 하지만 한국은 팀으로 뭉치자 ‘역대급’ 전력이 나오며 세계 1위 중국을 꺾고 은메달을 확보해 무너졌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대표팀에서는 동메달이 나왔지만 여자대표팀에서는 메달이 처음이다. 맏언니 강영미의 리더십이 빛났다. 인천 만수여중 1학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처음 칼을 잡은 강영미는 서른 살 넘어서 활짝 피었다. 20대까지는 주로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31세의 나이로 처음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섰다. 이 대회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노메달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던 그가 한숨만 쉰 건 아니었다. 33세 때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펜싱 인생의 전성기를 맞았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기초 체력을 다지는 동시에 자신의 단점인 전술운영능력을 키우는 데 전념했다. 강영미는 “올해 결혼 5년 차인데 도쿄올림픽을 위해 아이 갖는 걸 미루면서 죽기 살기로 훈련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은 새로운 펜싱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역대 여름 올림픽에서 이탈리아가 금메달 48개로 펜싱 종목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차지했고 프랑스(41개), 헝가리(35개)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첫 메달(금 1·동 1개)을 획득한 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1개), 2012년 런던올림픽(금2·은 1·동 3), 2016년 리우올림픽(금 1·동 1)에 이어 도쿄 올림픽에서도 이미 확보한 동메달 외에 최소 은메달 1개를 추가했다. 한국 여자 에페는 2012 런던올림픽 결승에서 중국에 당한 패배도 후련하게 설욕했다. 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세계랭킹 4위인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 에페 단체전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한국 펜싱의 금메달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인정(31), 강영미(36), 송세라(28)로 구성된 여자 에페 대표팀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여자 에페 단체전 4강전에서 중국을 38-29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3명이 팀을 이뤄 1인당 3분 1라운드씩 3차례 겨뤄 총 9라운드를 치르는 단체전에서 이날 첫 주자는 대표팀 막내 송세라가 맡았다. 한국은 경기 초반 세계랭킹 1위 기세에 다소 눌린 듯 2-3으로 뒤진채 출발했지만, 2라운드에서 개인 세계랭킹 2위 최인정이 5점을 몰아치며 7-6으로 역전했다. 한국에는 운도 따랐다. 4피리어드 시작과 동시에 중국 에이스이자 도쿄올림픽 여자 에페 금메달리스트 쑨이원이 부상으로 쉬안치로 교체됐다. 송세라는 이 기회를 이용해 4점을 추가하며 13-9로 달아났다. 7피리어드에서는 맏언니 강영미가 한 때 중국에 18-18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이어진 8피리어드에서 송세라가 4점을 추가하고, 마지막 9피리어드에서 최인정이 15점을 획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중국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오후 7시 30분부터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에스토니아와 금메달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펼친다.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호주 교포 이민지(25·사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8월 4일부터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의 전초전 성격으로 이민지가 상승세를 이어갈지 관심이다. 이민지는 26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G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로 ‘핫식스’ 이정은(25)과 동타를 이뤘고,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이민지는 이날 버디만 7개를 몰아치며 5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던 이정은을 따라잡더니 연장전에서 그림 같은 세컨드샷으로 온 그린을 시켜 버디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승 상금 67만5000달러(약 7억8000만 원)를 챙긴 이민지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다. 우승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단 1명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맏언니’ 박인비(33)가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12위에 자리해 간신히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대회 초반 라운드에서 선두권까지 올라갔던 김효주(26)는 최종 합계 8언더파로 공동 17위, 김세영(28)은 최종 합계 3언더파로 공동 38위에 자리했다. 세계 랭킹 2위 고진영(26)은 최종 합계 2오버파를 기록하며 공동 60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1923년 국내 럭비 도입 이후 98년 만에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 럭비대표팀이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세계랭킹 2위 뉴질랜드를 상대로 ‘올림픽 첫 득점’을 올리는 등 값진 성과를 올렸다. 한국은 26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에 5-50(전반 5-14, 후반 0-36)으로 패했다. 한국은 전반 5분 48초 0-7 뒤지던 상황에서 장용흥(28)의 패스를 받은 ‘에이스’ 정연식(28)이 그라운드 오른쪽 빈자리로 돌진해 상대 팀 골라인 안에 볼을 내리 찍는 ‘트라이(득점)’에 성공해 5점을 올렸다. 세계랭킹 31위인 한국이 ‘올 블랙스’로 불리는 세계랭킹 2위 뉴질랜드를 상대로 올림픽 첫 득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뉴질랜드는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이다. 한국은 이날 오후에 이어진 세계랭킹 6위 호주와 2차전에서도 5-42(전반 0-21, 5-21)로 패했지만, 후반 2분 21초 귀화 선수 안드레진 코퀴야드의 트라이로 득점을 올렸다. 한국은 2019년 1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홍콩에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이날 2연패를 당하며 사실상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27일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체감온도가 33도까지 올라가고, 구름이 잔뜩 낀 날씨 탓에 습도가 높아 불쾌한 날씨가 이어지던 26일 오후 1시경. 남자테니스 세계랭킹 5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4·독일)는 휴식시간에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냈다. 그래도 더위가 사라지지 않는지 얼음물을 계속 들이키며 더위를 이기려고 노력했다. 2020 도쿄 올림픽 테니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상대 선수가 아닌 더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얼마나 더웠는지 ‘골든 슬램’ 도전을 위해 도쿄에 온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는 1회전을 마친 뒤 “너무 덥고 습해 부담이 된다”며 “선수들이 모두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열린 2회전을 오후 5시경에 시작했음에도 휴식시간마다 연신 물을 들이키고 땀을 닦아냈다. 수건이 부족한 지 휴식시간마다 심판대 아래에 놓인 새 수건을 계속해 가져갔고, 경기 중에도 손목 보호대로 이마의 땀을 훔치기도 했다. 휴식시간에 상의를 벗고 몸을 닦기도 했다. 실제로 도쿄는 때때로 바람이 불어 그늘 아래에 있으면 더위를 피할 수는 있지만 햇빛 아래에서는 그 마저도 뜨거운 바람으로 변한다. 기자가 주머니에 잠깐 넣어뒀던 초콜렛이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5분만 서 있어도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날씨 탓만도 아니다.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도쿄도 고토구 아리아케 테니스 경기장의 센터코트의 구조 역시 선수들을 힘들게 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아리아케 테니스 경기장은 2개 면은 지붕이 있지만 나머지 2개 면은 지붕이 없어 코트에 그대로 햇빛이 내리쬐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특유의 ‘고온다습’한 환경까지 더해지니 경기장은 그야말로 ‘찜통’이 되는 것이다. 더위 탓에 이변도 속출하고 있다. 여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애슐리 바티(25·호주)는 25일 열린 여자단식 1회전에서 경기 초반부터 온 몸이 땀으로 젖더니 실책을 27개나 쏟아내며 세계랭킹 48위 사라 소리베스 토르모(스페인)에게 0-2(4-6, 3-6)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바티의 이날 실책 대부분은 힘이 넘쳐 라인을 넘기는 실책이 아니라 힘이 빠져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바티는 휴식시간마다 땀을 닦아내고 물을 들이켰지만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일찌감치 짐을 싸야했다. 선수들의 불만과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단 1명의 스타 플레이어만 이 환경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세계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다. 일본 특유의 날씨 탓에 시간이 갈수록 지쳐가는 선수들과 달리 일본 태생인 오사카는 균일한 컨디션을 보이며 안방 이점을 톡톡히 누리며 1, 2회전 모두 2-0으로 압승하며 금메달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오사카는 아리아케 테니스 경기장과 일본 날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몇 번의 대회를 치러봐 너무 좋고 현재 코트의 상태도 좋다. (고향인) 일본의 날씨 역시 무척 좋다.” 오사카의 금메달이 예상되는 것은 결코 그의 실력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