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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폐지’, ‘처벌’. 지난해 8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키워드는 이 세 가지였다. 10일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청와대 청원 17만454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입법 요청이나 법률의 폐지,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관련 있는 청원이 많았던 것. 청원 게시판 출범 초기 주를 이뤘던 ‘떼쓰기’식 청원은 점차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인권·성평등’ 분야가 가장 많은 공감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특징은 ‘청원’과 ‘참여’의 구분이다. 청원은 누구나 올릴 수 있지만, 20만 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낸 청원에 대해서만 청와대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본보가 청원 제목과 참여자 수를 합산해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낸 키워드는 ‘법’(365만5174건), ‘폐지’(344만7800건), ‘처벌’(231만7495건)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원 제목만 조사한 결과 7번째로 많았던 ‘이명박’(7위·9896건)은 참여자 수를 합산한 결과에서는 2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청원은 많이 올라왔지만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 이에 청와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불편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과 관련한 청원이 많은 참여를 얻는 양상이 뚜렷하다. 일종의 ‘집단 지성’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청원 운용 초기 말도 안 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던 것에 비해 자정 기능이 생겼다는 자평이다. 25만여 명이 참여한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개정 또는 폐지’ 청원과 21만여 명이 공감한 ‘주취감형(술을 먹으면 형벌 감형) 폐지’ 청원이 이런 기류를 반영한 대표적 청원으로 분류된다. 분야별로는 ‘인권·성평등’(394만2202건), ‘문화·예술·체육·언론’(267만7277건), ‘정치개혁’(237만1841건) 분야가 시민들의 참여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청원 게시판은 청원을 올릴 때 16개 분야(기타 제외)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20만 명 이상이 참여해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은 ‘낙태죄 폐지’,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이 인권·성평등 분야의 대표적인 청원이다. 청원 게시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민들이 주목하는 이슈의 양상이 청원 게시판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 귀순 병사 치료를 계기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지난해 11월의 청원 게시판 최다 키워드는 ‘권역외상센터’였다. 이런 여론은 야간에도 출동이 가능한 ‘닥터 헬기’의 아주대병원 추가 배치로 이어졌다. 또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이 오락가락했던 1월에는 ‘가상화폐’가,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의 팀워크 논란이 불거졌던 2월에는 ‘김보름·박지우’가 각각 월별 최다 키워드로 집계됐다.○ ‘청와대가 다 해결해 달라’는 식의 청원도 여전 그렇다고 청와대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원 게시판과 관련해 “고충을 말씀드리자면 (청와대가) 답변하기 부적절한 성격의 문제가 많이 올라온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2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청원 중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전수조사’, ‘국회의원 시급의 최저시급 책정’, ‘나경원 의원의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등은 청와대 권한 밖의 청원들이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을 맡았던 정형식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은 이 청원을 청와대가 법원에 전달해 삼권분립 위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답변 기준인 ‘20만 명 참여’를 충족시키는 청원이 속속 늘어나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이다. 지난해에는 답변 기준을 충족시킨 청원이 6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벌써 27건에 달한다. 또 사회적 혐오나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청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욕설 및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 내용이 담긴 청원은 삭제하는 규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답변 대상이 늘어나고 있지만 20만 명이라는 기준을 높이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청원 게시판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은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황규인 kini@donga.com·한상준 기자}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는 ‘6월 12일 싱가포르’로 결정이 났다. 막판 결정 직전까지 판문점과 평양 등을 놓고 추측이 난무했지만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핵 담판을 벌이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6·13지방선거 하루 전날이기도 하다.○ 돌고 돌아 결국 싱가포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크게 기대되는 김정은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열릴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를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몇 시간 전까지 “며칠 내에 밝힐 것”이라며 뜸을 들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애용하는 미디어 수단 중 하나인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에 깜짝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후보지에서 제외하면서 회담 장소와 시기를 두고 막판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이었다.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회담 장소가 비무장지대(DMZ)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기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지난달 30일 “DMZ가 회담 장소가 되면 엄청나게 축하할 일이 될 것”이라고 한 지 열흘도 안 돼 판문점 카드를 접었다. 그 직후 워싱턴에선 싱가포르가 0순위로 부상했다. CNN은 정상회담 추진 사정에 밝은 익명의 두 관계자를 인용해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회담을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싱가포르가 가장 유력한 정상회담 개최지”라고 보도했다. CNN의 싱가포르 개최설 보도가 나온 지 8시간여 만에 평양 카드가 잠시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가 10일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직접 마중 나간 자리에서 “방북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한 일이다(It could happen)”라고 답하면서부터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 후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실무팀이 정상회담 직전 한 차례 더 방북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평양행에 힘을 싣는 듯했지만 결과는 중립외교 무대인 싱가포르였다. ○ 회담 장소에서 이긴 美, 비핵화 회담도 우위 선점? 싱가포르는 북-미회담 거론 단계부터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다. 세계적인 교통의 요지인 동시에 국제적 규모의 컨벤션을 치를 수 있는 인프라가 풍부한 게 최대 장점.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전 대만 총통 간 양안 분단 66년 만의 첫 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열렸다. 여기에 싱가포르는 북한의 여섯 번째 교역국이자 대사관을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전용기로도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다. 외교가에선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핵 담판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장소 선점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이 회담의 본질인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더 세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은 끝까지 평양을 원했지만 결국 싱가포르로 서로 양보하는 선에서 만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부터 북-미 간 치열한 막판 전략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방선거 전날 열리는 북-미 회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국내 정치 지형에도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게 됐다.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은 6·13지방선거 하루 전날이다. 지방선거가 한반도 대화 국면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백악관에 “5월 말 또는 6월 초 북-미 정상회담을 가지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지방선거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일으키게 됐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 확정에 대해 “개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상준 기자}
청와대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공식적으로 ‘한일중 정상회의’로 부르고 있다. 통상 3국을 묶어서 부를 때 한중일로 부르는 것과 달리 이번엔 ‘한일중’으로 호칭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의장국의 순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11월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열린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은 일본. 따라서 청와대는 한국을 가장 앞에 두고, 의장국인 일본, 그리고 중국을 이어 부르는 것이다. 2008년부터 정례화 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에서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개최되는데 2015년에는 서울에서 열렸고, 다음번 정상회의는 중국에서 열린다. 당초 매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과거사 문제로 지연돼 이번이 일곱 번째 한중일 정상회의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국가 정상인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석한 반면 중국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시작된 1999년 ‘아세안+3’ 회동에 당시 김대중 대통령,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참석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1992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국가 주석과 총리 모두 중국 정상으로 예우하고 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9일 오전 9시 문재인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일본 하네다공항에 착륙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처음으로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장남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전용기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한국 현직 대통령으로 6년 반 만에 일본 땅에 발을 디딘 순간이다. 하루 동안 이뤄진 짧은 일정이었지만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만남은 석 달 전 평창 겨울올림픽 때와는 사뭇 달랐다. 2월 9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 마련된 한일 정상회담장의 분위기는 무거움 그 자체였다. 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정상회담 내내 치열하게 맞섰다. 당시 아베 총리는 비공개로 회담이 전환되자마자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들고 한일 위안부 협상 파기,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을 조목조목 따졌다. 문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고 하나하나 반박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남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등으로 언론의 주목이 덜했지만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팽팽했던 한일 정상회담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방일로 성사된 이날 네 번째 만남에서 한일 정상은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했고, 아베 총리는 오찬이 끝날 무렵 “문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우리 측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깜짝 이벤트였다. 아베 총리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석 달 사이에 한반도 상황이 급변한 데 따른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문 대통령과 달리 아베 총리는 ‘저팬 패싱’ 논란을 수습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아베 총리는 “올해는 일한 간 파트너십 20주년이라는 아주 기념할 만한 해로,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여러 분야에서 강화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일은 정상 간 셔틀외교도 복원하기로 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중일 3국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9일 일본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리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 미래를 보장해 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북한의 경제 개발을 위해 철도 건설 사업을 검토할 수 있으며 한중 양국 간의 조사 연구 사업이 선행될 수 있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한중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에 “비핵화의 구체적 절차를 밟는다면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 특히 철도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우선적으로 협력을 요청한 분야다. 또 문 대통령, 리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다만 특별성명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담기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와 CVID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3월 26일 첫 방중 이후 40여 일 만에 또다시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訪中)에 청와대는 “예상 밖의 행보”라는 반응이었다. 다만 김정은의 이번 다롄 방문은 3월 베이징 방문 때보다는 충격파가 덜한 듯했다. 3월 중국으로 향하는 김정은 전용 열차의 움직임이 포착됐을 당시 정보당국과 청와대는 김정은보다는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중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처음엔 김정은인 줄 몰랐던 것. 외교 소식통은 “3월에는 북한과 중국이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 방중을 확신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기에 정부는 북-중 관계가 이전 같지 않은 만큼 김정은이 기습적으로 베이징을 찾을 것으로 보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물론 김정은의 이번 방중 역시 예상을 깬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주석이 빠르면 6월경 평양을 방문하기로 한 만큼 김정은이 또다시 방문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와 정보당국이 이번 다롄 방문 이전부터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것은 3월 방중 때와는 달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다롄 회동 사실은 중국 정부가 우리 쪽에 미리 알려왔다. 김 위원장은 1박 2일 일정으로 7일 다롄에 들어가 8일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북한이 공식적으로 방중 사실을 발표하기 전까지 청와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문재인 정부가 10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출범 첫해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도발로 6·25전쟁 후 최대 안보 위기를 겪었던 문 대통령은 올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발판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일단 성공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지만, 국내 정치는 극한 대치 속에 여전히 공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추진했던 개헌 국민투표의 6·13지방선거 동시 실시도 사실상 무산됐다. 》 지난해 7월 4일 오전 북한은 평안북도 방현비행장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쏘아 올렸다. 어느 때보다 높은 2800여 km의 고도를 날아오른 미사일은 39분간 비행한 뒤 동해상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 5시간 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대륙간탄도로켓(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 독일 쾨르버재단 연단에 선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안했다. 2020년을 비핵화 합의 목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승부수였지만 ‘북한에 대한 짝사랑’이란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남북 관계 전환의 기대를 비웃듯 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화성-12형’을 발사한 북한은 9월 6차 핵실험 등 지난해 말까지 11차례 도발을 감행했다. 한반도 운전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내줬다는 말도 나왔다. 수렁에 빠지는 듯했던 한반도 정세는 올 들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끊임없는 대화 제의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후 끊어졌던 남북 대화 채널이 복원됐고, 남북 특사가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대화 국면 속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반전의 배경으로 청와대는 백악관과의 지속적인 공조를 꼽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삐걱거리던 한미 관계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외교 소식통은 “첫 한미 정상회담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한 질문을 쏟아내는 등 긴장된 관계였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극진한 환대와 한반도 위기 상황을 진정성 있게 전달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대화를 확신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가속화한 북한의 도발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강경 기류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서둘러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곧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적중했다. 탄핵 정국에 따른 장기 외교 공백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한중·한일 관계도 갈등의 뇌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순조롭게 복원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 극적으로 사드 갈등을 봉인하기로 한 한중 합의는 북핵 대화 국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과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장 김정은에게서 이끌어낸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비핵화의 최종 무대인 북-미 정상회담이 삐걱거리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고 있다는 모습은 만들어졌지만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 문제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문재인 정부 1년의 외교안보 성적표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훈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본게임’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관심이 쏠리지만 열흘 가까이 그 시기와 장소가 안갯속인 가운데 돌연 한미 정상회담이 먼저 확정된 것. 북-미가 회담 일정을 앞두고 치열한 막판 기싸움을 벌이는 탓에 남북, 한미, 북-미로 이어지는 ‘비핵화 논의 시계’가 조금씩 늦춰지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오전 백악관의 한미 회담 일정 발표가 있은 지 약 1시간 뒤 성명을 통해 22일 한미 회담 개최를 확인하며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방안에 대해서 중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하는 등 본격화된 비핵화 국면에서 다시 한미 공조 강화에 나선 셈이다. ‘북-미 회담 전 한미 회담’이 한미 간 원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행하는 한미 회담이 22일로 잡힌 건 예상보다 시기가 늦어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회담은) 3, 4주 후”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23∼25일 북-미 회담이 열려야 하지만 이렇게 며칠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에 북-미 회담이 6월 초 이후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궁금증은 커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미 회담) 여행 일정을 잡고 있고 지금 날짜와 장소도 갖고 있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5일에도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고 할 뿐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가 흥행성을 노린 트럼프 특유의 ‘티저 광고’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북-미 간 날 선 공방이 재개되고 있어서 양측이 비핵화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핵화한 북한(a denuclearized North Korea)’이라는 목표를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한이 포함된 개념의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를 콕 집어 강조하며 압박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 표명은 3월 3일 이후 두 달 만으로 최근 한반도에 전개된 미 스텔스 전투기 F-22 8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한상준 기자}

당초 청와대는 5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경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방향으로 회담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네 번째 만남은 22일(현지 시간)로 예상보다 다소 늦춰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6일 “한미 간 이견이 있어 늦춰진 것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22일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철저히 북-미 정상회담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22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는 철저히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완비된 백악관 안보 라인 청와대와 외교가의 반응을 종합하면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먼저 고려하고, 그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결정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북-미 정상회담이 5월 말 또는 6월 초로 늦춰지면서 자연히 한미 정상회담도 22일로 결정이 됐다는 것이다. 이 배경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의 새로운 안보 라인이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0일 각각 취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뒤를 이어 미 중앙정보국(CIA)을 이끌게 될 지나 해스펠 부국장은 아직 ‘국장 내정자’ 신분이다. 이들은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한 것처럼 밝혔지만, 정작 실무 준비를 해야 하는 참모들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또 백악관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세부 계획이 어느 정도 수립된 뒤 한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를 위한 세부적인 로드맵을 도출하기 위해서 백악관도 준비해야 할 내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백악관 참모들이 대북 협상 경험이 적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 참모들은 3일 극비리에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의 비핵화 구상, 백악관이 준비할 카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최초이자 최후의 담판’에 美도 신중 이처럼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초이자 최후의 담판’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는 완성 단계 직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다음번에는 ‘진짜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꺼내 든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방법, 기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부 핵 실험장(풍계리) 폐쇄를 5월 중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으로 풍계리 폐쇄 준비나 실행을 하는지 지켜본 뒤 한미 정상이 만나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文, ‘포스트 비핵화 조치’ 언급할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이라고 표현했던 문 대통령은 22일 한미 회담 역시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만이 알고 있는 ‘도보다리 단독 회담’의 내용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올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 협력 등 후속 조치를 언급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문점 선언’의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청와대는 가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협 등을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백악관과 사전 교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가 언제 성사될지도 한미 및 북-미 정상회담과 연관되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백악관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북-미 간 논의의 중재자로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기류도 있다”며 “김정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에 더 비중을 둔다면 남북 정상 간 첫 통화는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정 확정 등 북-미 정상회담의 진척 없이는 남북 ‘핫라인’의 첫 가동도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전체 숲의 30% 이상이 없어질 정도로 황폐해진 북한의 숲을 살리기 위해 남한 정부가 매년 종자와 묘목을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남북한이 한반도의 기상과 기후변화, 지진 가능성을 공동 연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일반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힘든 만큼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도적 차원의 협력 사업부터 추진하려는 것이다. 청와대는 ‘범정부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두고 관련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3일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 고성군에 3ha 규모의 대북 지원용 양묘장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과 기후조건이 유사한 고성 지역에서 키운 묘목을 북한에 보내려는 취지다. 이곳이 완공되면 기존 철원 통일양묘장, 민간에서 조성한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와 함께 남한은 대북용 양묘장 3곳을 운영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산림청은 내년 중으로 대북 지원용 종자저장시설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2011년부터 매년 대북 지원용 종자를 5t씩 모아 왔다. 올해까지 총 35t의 종자를 저장해 북한의 훼손된 산림 2만1000ha(약 6352만 평)를 복구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의 산림이 심각하게 황폐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인 메이플크로프트는 2015년 산림 황폐화가 극심한 9개 나라 가운데 북한의 훼손 정도가 3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수년간 자연재해에 시달리자 식량 생산을 위해 숲에 불을 질러 농사를 짓는 등 무분별하게 산지를 개간했기 때문이다.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구 벌목한 것도 산림 황폐화의 주된 원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북한의 전체 산림면적 899만 ha 중 32%에 이르는 284만 ha가 황폐화됐다. 북한은 2015년 금강산에 병해충이 발생해 큰 피해를 본 만큼 방제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정부는 당시 800ha에 이르는 금강산 지역에 대해 1차로 방제 작업을 했지만 이듬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당초 예정한 2차 사업은 끝내지 못했다. 내년에는 남북 산림협력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북한 산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숲을 만드는 조림 사업뿐만 아니라 농사도 함께 지을 수 있는 ‘혼농임업’에 적합한 지역 리스트도 담길 예정이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서 산림청은 지난달 30일 ‘북한 산림정책 모니터링 및 남북 산림협력 추진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북한 산림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공고에서 산림청은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 경협에 한계가 있는 점을 전제로 “산림 부문은 북한의 식량과 에너지, 안전 등 당면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산림 복원과 먹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임농 복합 경영에 관심이 많은 만큼 식량, 에너지와 연계해 산림 복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산림 부족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 남북이 공동으로 기상, 기후, 지진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남북 기상협력 중장기 전략 및 방안연구’ 용역 공고를 내고 연구자 선정에 착수했다. 청와대에서 3일 처음으로 열린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서도 산림협력이 주된 의제로 논의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쪽이 가장 필요로 하고, 우리도 경험이 많은 분야라 우선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이건혁·한상준 기자}
청와대가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성명 채택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헌법기관장과의 오찬에서 “(북한이)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이낙연 국무총리,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오찬을 갖고 “북한으로선 대단히 큰 위험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것은 물론이고 풍계리 핵시설 폐쇄 등 사전 조치에 착수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담은 특별성명 채택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특별성명은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의 지지까지 더해 구속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다만 청와대는 특별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특별성명에는 CVID나 대북 제재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대북 강경 기조를 부각하기 위해 CVID를 성명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판문점 선언에 이미 CVID와 유사한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데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자체적으로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로 전환하고 이날 오후 첫 회의를 가졌다.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추진위원회 위원장도 계속 맡는다.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까지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임 실장은 “아직 북-미 회담도 남아 있고, 국제사회와의 교감 이후에 진행해야 하는 경협 등은 아직 전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 단위로 회담 체계가 자리 잡힐 때까지 추진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벌써부터 낙관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국면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기류를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이 도출되고,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 급부상하면서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다시 한 번 촉발한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이날 청와대가 재빨리 수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 靑 “북-미 장소는 백악관의 몫” 신중 외신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청와대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트럼프 밀어주기’ 전략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포석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칫 너무 큰 낙관론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 내에서 여전히 판문점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며 “판문점이 무대가 되면 미국이 아니라 남북이 주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올해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 제도적 장치인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선 중국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2단계로 나누고 올해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평화협정 체결을 완료하려면 적지 않은 기간이 걸릴 것이란 점을 밝힌 것.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날 “평화협정 체결은 거의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 설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신중론의 연장선상이다. 청와대의 신중론은 비핵화 논의의 마침표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찍어야 하기 때문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이 최종 결심하고 이를 김정은이 수용해야 그 뒤에 이어질 경제 협력 등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핵화 논의의 첫발을 잘 뗀 건 맞지만 결실을 맺으려면 비핵화를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인 북-미 정상회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문정인 돌출 발언에 여권도 ‘부글부글’ 이런 상황에서 문 특보가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고한 게 논란으로 이어지자 여권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보수층은 물론이고 중도층 일부의 반발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어렵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있다고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직접 나선 것도 이런 취지다. 청와대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문 특보의 돌출 발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불만이 역력하다. 문 특보는 남북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던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문 특보에게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한 여당 의원은 “축구 선수도 경고가 두 번이면 퇴장인데, 청와대로부터 공개 경고를 두 차례나 받은 문 특보가 자리를 유지하는 게 맞느냐”며 “문 대통령이 ‘남북문제는 유리 그릇 다루듯이 하라’고 하는 마당에 대통령 특보라는 사람이 분란을 일으키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철수 등 불필요한 논란과 함께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 등 비핵화 논의에 대한 낙관론이 빠르게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참모진과의 티타임에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기고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문 특보가 지난달 30일 한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박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는 게 비핵화 협상의 중재 역할을 맡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또 문 특보가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 브레인으로 꼽히는 만큼 보수층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해 남남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판문점 선언 채택으로 남북 경제협력 기대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야 남북 경협 사업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며 “당장은 경협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북한과 실무접촉을 갖고 남북 경협 사업 공동조사 연구를 논의하는 등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는 별도로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남북 간 본격적인 실무접촉은 3일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출범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이르면 이번 주에 김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판문점 평화의집, 자유의집에서 개최할 가능성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 카드를 또다시 꺼냈다. 트럼프가 트위터 말고 자신의 입으로 구체적인 북-미 회담 장소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3월 초 회담 개최가 성사된 이후 여러 후보지가 나왔지만 막판에 판문점 카드가 그야말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북-미가 그간 장소를 놓고 한 달 넘게 실무회담을 벌었지만 이동, 보안, 상징성 등을 감안했을 때 판문점이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 세계에 생중계된 판문점의 남북 정상회담 영상이 TV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돼 잇따라 판문점 카드를 거론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판문점, 상징성 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행이 지난달 공개되며 회담 개최가 ‘기정사실화’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장소에 신중했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회담 장소의 베일을 벗겼다. 기업의 티저 마케팅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는 지난달 2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미 회담 날짜 3∼4개, 장소 5곳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회담 장소와 관련해 2, 3곳으로 압축됐다”고 말했다. 회담 후보지들에 ‘×표’를 치며 좁혀가던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판문점을 유력 장소로 공식 언급했다. 물론 트럼프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른 장소일 가능성도 여전히 내비쳤다. 하지만 당장 이달 안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미 당국이 구체적으로 20일 전후를 D데이로 삼아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장소를 놓고 북-미가 각자 어디가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회담을 치러낼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판문점은 경비를 유엔사령부가 맡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가 가깝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제3국보다 회담 준비를 하기 쉽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청와대가 미국, 북한과 모두 호흡을 맞춰본 것도 판문점 회담을 더 안정적으로 인식토록 하는 포인트다. 경호 의전 홍보 등 실무 준비도 다른 지역보다 수월하다. 판문점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치르기 위해 이미 대대적인 정비를 거쳤다. 여기에 30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큰 탈 없이 마무리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는 ‘예행연습’까지 마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력 공급, TV 생중계 시설 등이 이미 완비되어 있어 곧바로 인력만 투입하면 판문점 회담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文 “판문점에서도 주인공 될 수 있다”며 설득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을 추천하면서 “정전협정의 무대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무대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판문점에 대해 “상징적(symbolic)”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였던 북한과 직접 맞닿아 있는 곳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간다는 의미도 백악관은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벌어질 모든 일이 ‘사상 처음’이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판문점행에 부정적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너무 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판문점 회담 개최는 김정은에게 ‘트럼프가 압박이 아니라 회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깜짝 쇼’를 즐기는 트럼프가 판문점행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사전에 밝힌 것은 다른 깜짝 후보지 공개에 앞서 일종의 ‘연막작전’을 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新)경제 구상’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 메모리)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 협력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 뒤로 미뤄놓고 있는 청와대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단순한 ‘퍼주기’가 아닌 ‘공동 번영’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핵심 내용을 읽을 수 있는 단초는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과 러시아는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가스관과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 채널 재개 및 공동연구 수행 등을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도 한-러 정상회담에서 “한-러 협력 자체를 목표 삼아 양국이 협력하되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중 철도 연결은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도 합의한 내용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남북을 잇는 철도를 러시아까지 확대해 유라시아 권역을 묶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구상이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일-러는 물론이고 중국과 몽골까지 포함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동북아의 전력망을 연결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 체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러시아, 몽골의 재생에너지까지도 활용하겠다는 것.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넨 자료 중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구상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처럼 단순히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선 접근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북한을 통과해 한국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연결 사업도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 이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해 에너지 수입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가스관 연결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의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다자간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우발적 국지전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 국가가 많아지면 자연히 한반도 평화를 유지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의 남북 경협은 북한을 도와주는 차원을 넘어 한국 등 주변 국가들도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구체적 세부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실질적인 북핵의 폐기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경제 협력을 논의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북한에 ‘신경제 구상’을 제안하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전제하에 이뤄질 가을 평양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남북 정상회담 후속 외교에 나선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과 연이어 전화통화를 한 문 대통령은 이번 달부터는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만나 비핵화의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4강’ 중 마지막으로 日 방문 문 대통령은 9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난다. 특히 아베 총리와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별도로 만나 오찬을 갖는다. 한일 정상이 만나는 것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후속 조치에 일본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점을 당부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 국면에 대해 ‘저팬 패싱’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일본을 이번 방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국면의 우군(友軍)으로 돌려놓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합의하면 전개될 경제협력 국면에서 일본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일본으로 파견하고, 아베 총리에게 “북-일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기꺼이 나서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남북 정상회담 국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불편한 한일 관계의 복원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이 6년여 만이라는 건 그간 한일 관계가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국면을 계기로 한일 관계도 확실한 미래 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9일 일본을 방문하면 취임 1년여 만에 비로소 주변 4강 국가 방문을 마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러시아,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지만 일본은 방문하지 않았다. 취임 이후 첫 일본 방문이지만 문 대통령은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그만큼 후속 외교 일정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의 진척 상황에 따라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떠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靑, “중국 통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이탈 방지” 청와대는 “중국도 한반도 평화 국면의 한 축”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참여해야 한반도의 진정한 비핵화와 평화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며 “청와대는 중국을 통해 북한이 돌출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9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논의하기에 앞서 이번 주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다만 그 시점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이 끝나는 3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중국 측에는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와 논의 내용을 소상히 설명했다”며 “왕 부장을 통해 중국이 북한의 생각까지 듣고 나면 한중 간에 보다 더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일본을 방문해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연이어 갖는다. 한국 현직 대통령의 방일(訪日)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6년 5개월여 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문 대통령은 9일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당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며 “이번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3국 간 실질 협력의 발전 방안을 중점 협의하는 한편 동북아 등 주요 지역 및 국제 정세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양자 회담 및 오찬을 갖는다. 김 대변인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중일 및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이달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주변국들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지로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한의 국경에 있는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이 있고 중요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장소일까? 그냥 물어보는 거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회담 후보지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싱가포르와 스위스 제네바가 회담 장소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판문점이 후보지 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전부터 물밑으로 백악관에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해 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뒤 이뤄진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지 중 하나로 언급했다”며 “미국으로서는 당사자인 남북미가 다 모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여론 반응을 보기 위해) ‘시험풍선’을 띄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참모진도 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5월 셋째 주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도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만남(북-미 정상회담)에서 그들(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시험해 보길 원한다”며 협상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이 양보하기 전에 모든 핵무기, 핵연료,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라며 ‘선(先) 핵폐기, 후(後) 관계 정상화’의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매우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평양 면담과 관련해 “그(김 위원장)는 그것(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대화를 하고, 우리가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지도를 펼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장소가 좁혀진 만큼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조금 빨리 나오지 않겠느냐”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보고 그에 연동해서 한미 정상회담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백악관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상준 기자}
“(서울과 평양 간) 경평 축구보다 농구부터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스포츠 교류가 화제로 오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은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으로 초청했을 정도로 ‘농구광’이다. 이어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계 최장신인 리명훈 선수(235cm)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가 강했는데, 은퇴한 뒤 약해졌다. 이제는 남한의 상대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남한에는 (키가) 2m가 넘는 선수들이 많죠?”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30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과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했다. 두 정상의 집무실에 설치된 ‘핫라인’도 화제에 올랐다. 김정은은 “이 전화는 정말 언제든 걸면 받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그런 건 아니고 서로 미리 사전에 약속을 하고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솔직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는 주영훈 경호처장은 “(평화의집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만찬장으로 올라갈 때 문 대통령에게 먼저 타시라고 김 위원장이 손짓을 했다”며 “이어 리설주 여사가 타려고 하자 김 위원장이 슬그머니 손을 뒤로 잡아당기며 김정숙 여사가 먼저 타도록 했다”고 했다. 새소리,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30분간 진행했던 ‘도보다리 단독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실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회담이 끝나고 청와대로 와서 방송을 보니 내가 봐도 보기가 좋더라”고 했다. 도보다리 회동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윤재관 행정관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 논의에서 의전을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남측 제안대로 하자’며 손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김씨 일가 3대의 의전을 담당한 김창선이 2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방남해 우리 측의 경호·의전을 경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또 김창선은 두 정상이 소나무 식수를 할 때 사용한 백두산 흙에 대해 “백두산이 화산재로 덮여 있어 흙이 없다. 그래서 만경초라는 풀을 뽑아 그 뿌리에 있는 흙을 털어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두 정상은 도보다리 회동 직후 10여 분간 별도의 단독 대화를 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평화의집으로 오셔서 공동 서명을 바로 안 하시고 다시 접견장에 들어가셔서 배석 없이 얘기를 좀 더 나누셨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 판문점 선언 이행 등과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이날 김일성이 조직한 항일단체인 ‘조국광복회’ 결성 82주년 기념일인 5월 5일부터 한국보다 30분 느린 ‘평양시’를 앞당겨 남북 시간대를 통일한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과 평양 시계가 2개여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북한이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30일 갑자기 판문점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일 후보지로 판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국가들이 회담 장소로 고려되고 있지만 한국과 북한의 경계(on the border)에 있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 있고 중요하며 더 오래 기억될 장소가 아닐까”라고 글을 올렸다. “(팔로어 여러분들에게) 그저 물어본 것(just asking)”이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회담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벌써부터 “트럼프가 회담장으로 판문점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처음엔 폐기됐다 남북 회담 후 판문점 급부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뒤 그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판문점의 이른바 ‘2연속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설마’가 아니라 제대로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5개 장소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2개 장소로 좁혀졌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나선 것은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이 검토하고 있던 싱가포르와 몽골 외에 판문점과 제주도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의 상징성과 장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담을 수락한 3월 9일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당시엔 판문점이 평양, 워싱턴과 함께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제외됐었다. 북한 핵 문제의 직접 당사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특히 판문점에서 할 경우 문 대통령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트럼프가 주목을 못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와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갖고 있는 스웨덴, 몽골, 싱가포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남북미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에 판문점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판문점이 가진 역사적인 상징성을 새삼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으로 시동을 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판문점 그곳에서 완성한다는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일각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강력한 명예욕의 소유자인 트럼프를 움직였을 수 있다. 여기에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한 차례 성공적으로 치른 데다 북-미 모두 정상에 대한 경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