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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중일 3국 정상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9일 일본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리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 미래를 보장해 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북한의 경제 개발을 위해 철도 건설 사업을 검토할 수 있으며 한중 양국 간의 조사 연구 사업이 선행될 수 있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한중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에 “비핵화의 구체적 절차를 밟는다면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 특히 철도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우선적으로 협력을 요청한 분야다. 또 문 대통령, 리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국 정상회의를 갖고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다만 특별성명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담기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와 CVID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3월 26일 첫 방중 이후 40여 일 만에 또다시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訪中)에 청와대는 “예상 밖의 행보”라는 반응이었다. 다만 김정은의 이번 다롄 방문은 3월 베이징 방문 때보다는 충격파가 덜한 듯했다. 3월 중국으로 향하는 김정은 전용 열차의 움직임이 포착됐을 당시 정보당국과 청와대는 김정은보다는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중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처음엔 김정은인 줄 몰랐던 것. 외교 소식통은 “3월에는 북한과 중국이 우리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 방중을 확신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기에 정부는 북-중 관계가 이전 같지 않은 만큼 김정은이 기습적으로 베이징을 찾을 것으로 보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물론 김정은의 이번 방중 역시 예상을 깬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주석이 빠르면 6월경 평양을 방문하기로 한 만큼 김정은이 또다시 방문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와 정보당국이 이번 다롄 방문 이전부터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것은 3월 방중 때와는 달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다롄 회동 사실은 중국 정부가 우리 쪽에 미리 알려왔다. 김 위원장은 1박 2일 일정으로 7일 다롄에 들어가 8일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북한이 공식적으로 방중 사실을 발표하기 전까지 청와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문재인 정부가 10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출범 첫해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도발로 6·25전쟁 후 최대 안보 위기를 겪었던 문 대통령은 올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발판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일단 성공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지만, 국내 정치는 극한 대치 속에 여전히 공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추진했던 개헌 국민투표의 6·13지방선거 동시 실시도 사실상 무산됐다. 》 지난해 7월 4일 오전 북한은 평안북도 방현비행장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쏘아 올렸다. 어느 때보다 높은 2800여 km의 고도를 날아오른 미사일은 39분간 비행한 뒤 동해상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 5시간 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대륙간탄도로켓(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 독일 쾨르버재단 연단에 선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안했다. 2020년을 비핵화 합의 목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승부수였지만 ‘북한에 대한 짝사랑’이란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남북 관계 전환의 기대를 비웃듯 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화성-12형’을 발사한 북한은 9월 6차 핵실험 등 지난해 말까지 11차례 도발을 감행했다. 한반도 운전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내줬다는 말도 나왔다. 수렁에 빠지는 듯했던 한반도 정세는 올 들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끊임없는 대화 제의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후 끊어졌던 남북 대화 채널이 복원됐고, 남북 특사가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대화 국면 속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반전의 배경으로 청와대는 백악관과의 지속적인 공조를 꼽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삐걱거리던 한미 관계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외교 소식통은 “첫 한미 정상회담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한 질문을 쏟아내는 등 긴장된 관계였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극진한 환대와 한반도 위기 상황을 진정성 있게 전달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대화를 확신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가속화한 북한의 도발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강경 기류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서둘러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곧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적중했다. 탄핵 정국에 따른 장기 외교 공백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한중·한일 관계도 갈등의 뇌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순조롭게 복원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 극적으로 사드 갈등을 봉인하기로 한 한중 합의는 북핵 대화 국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과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장 김정은에게서 이끌어낸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비핵화의 최종 무대인 북-미 정상회담이 삐걱거리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고 있다는 모습은 만들어졌지만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 문제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문재인 정부 1년의 외교안보 성적표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훈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본게임’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관심이 쏠리지만 열흘 가까이 그 시기와 장소가 안갯속인 가운데 돌연 한미 정상회담이 먼저 확정된 것. 북-미가 회담 일정을 앞두고 치열한 막판 기싸움을 벌이는 탓에 남북, 한미, 북-미로 이어지는 ‘비핵화 논의 시계’가 조금씩 늦춰지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오전 백악관의 한미 회담 일정 발표가 있은 지 약 1시간 뒤 성명을 통해 22일 한미 회담 개최를 확인하며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방안에 대해서 중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하는 등 본격화된 비핵화 국면에서 다시 한미 공조 강화에 나선 셈이다. ‘북-미 회담 전 한미 회담’이 한미 간 원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행하는 한미 회담이 22일로 잡힌 건 예상보다 시기가 늦어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북-미 정상회담은) 3, 4주 후”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23∼25일 북-미 회담이 열려야 하지만 이렇게 며칠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에 북-미 회담이 6월 초 이후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궁금증은 커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미 회담) 여행 일정을 잡고 있고 지금 날짜와 장소도 갖고 있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5일에도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고 할 뿐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가 흥행성을 노린 트럼프 특유의 ‘티저 광고’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북-미 간 날 선 공방이 재개되고 있어서 양측이 비핵화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핵화한 북한(a denuclearized North Korea)’이라는 목표를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한이 포함된 개념의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를 콕 집어 강조하며 압박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 표명은 3월 3일 이후 두 달 만으로 최근 한반도에 전개된 미 스텔스 전투기 F-22 8대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한상준 기자}

당초 청와대는 5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경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방향으로 회담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네 번째 만남은 22일(현지 시간)로 예상보다 다소 늦춰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6일 “한미 간 이견이 있어 늦춰진 것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22일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철저히 북-미 정상회담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22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는 철저히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완비된 백악관 안보 라인 청와대와 외교가의 반응을 종합하면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먼저 고려하고, 그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결정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북-미 정상회담이 5월 말 또는 6월 초로 늦춰지면서 자연히 한미 정상회담도 22일로 결정이 됐다는 것이다. 이 배경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의 새로운 안보 라인이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0일 각각 취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뒤를 이어 미 중앙정보국(CIA)을 이끌게 될 지나 해스펠 부국장은 아직 ‘국장 내정자’ 신분이다. 이들은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한 것처럼 밝혔지만, 정작 실무 준비를 해야 하는 참모들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또 백악관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세부 계획이 어느 정도 수립된 뒤 한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를 위한 세부적인 로드맵을 도출하기 위해서 백악관도 준비해야 할 내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백악관 참모들이 대북 협상 경험이 적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 참모들은 3일 극비리에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의 비핵화 구상, 백악관이 준비할 카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최초이자 최후의 담판’에 美도 신중 이처럼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초이자 최후의 담판’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는 완성 단계 직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 다음번에는 ‘진짜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꺼내 든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방법, 기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부 핵 실험장(풍계리) 폐쇄를 5월 중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으로 풍계리 폐쇄 준비나 실행을 하는지 지켜본 뒤 한미 정상이 만나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 文, ‘포스트 비핵화 조치’ 언급할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이라고 표현했던 문 대통령은 22일 한미 회담 역시 북-미 회담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만이 알고 있는 ‘도보다리 단독 회담’의 내용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올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 협력 등 후속 조치를 언급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문점 선언’의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청와대는 가을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협 등을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백악관과 사전 교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가 언제 성사될지도 한미 및 북-미 정상회담과 연관되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백악관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북-미 간 논의의 중재자로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기류도 있다”며 “김정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에 더 비중을 둔다면 남북 정상 간 첫 통화는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정 확정 등 북-미 정상회담의 진척 없이는 남북 ‘핫라인’의 첫 가동도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전체 숲의 30% 이상이 없어질 정도로 황폐해진 북한의 숲을 살리기 위해 남한 정부가 매년 종자와 묘목을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남북한이 한반도의 기상과 기후변화, 지진 가능성을 공동 연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일반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힘든 만큼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도적 차원의 협력 사업부터 추진하려는 것이다. 청와대는 ‘범정부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두고 관련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3일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 고성군에 3ha 규모의 대북 지원용 양묘장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과 기후조건이 유사한 고성 지역에서 키운 묘목을 북한에 보내려는 취지다. 이곳이 완공되면 기존 철원 통일양묘장, 민간에서 조성한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와 함께 남한은 대북용 양묘장 3곳을 운영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산림청은 내년 중으로 대북 지원용 종자저장시설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2011년부터 매년 대북 지원용 종자를 5t씩 모아 왔다. 올해까지 총 35t의 종자를 저장해 북한의 훼손된 산림 2만1000ha(약 6352만 평)를 복구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의 산림이 심각하게 황폐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인 메이플크로프트는 2015년 산림 황폐화가 극심한 9개 나라 가운데 북한의 훼손 정도가 3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수년간 자연재해에 시달리자 식량 생산을 위해 숲에 불을 질러 농사를 짓는 등 무분별하게 산지를 개간했기 때문이다.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구 벌목한 것도 산림 황폐화의 주된 원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북한의 전체 산림면적 899만 ha 중 32%에 이르는 284만 ha가 황폐화됐다. 북한은 2015년 금강산에 병해충이 발생해 큰 피해를 본 만큼 방제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정부는 당시 800ha에 이르는 금강산 지역에 대해 1차로 방제 작업을 했지만 이듬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당초 예정한 2차 사업은 끝내지 못했다. 내년에는 남북 산림협력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북한 산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숲을 만드는 조림 사업뿐만 아니라 농사도 함께 지을 수 있는 ‘혼농임업’에 적합한 지역 리스트도 담길 예정이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서 산림청은 지난달 30일 ‘북한 산림정책 모니터링 및 남북 산림협력 추진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북한 산림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공고에서 산림청은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 경협에 한계가 있는 점을 전제로 “산림 부문은 북한의 식량과 에너지, 안전 등 당면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산림 복원과 먹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임농 복합 경영에 관심이 많은 만큼 식량, 에너지와 연계해 산림 복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산림 부족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 남북이 공동으로 기상, 기후, 지진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남북 기상협력 중장기 전략 및 방안연구’ 용역 공고를 내고 연구자 선정에 착수했다. 청와대에서 3일 처음으로 열린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서도 산림협력이 주된 의제로 논의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쪽이 가장 필요로 하고, 우리도 경험이 많은 분야라 우선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이건혁·한상준 기자}
청와대가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성명 채택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헌법기관장과의 오찬에서 “(북한이)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이낙연 국무총리,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오찬을 갖고 “북한으로선 대단히 큰 위험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것은 물론이고 풍계리 핵시설 폐쇄 등 사전 조치에 착수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담은 특별성명 채택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특별성명은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의 지지까지 더해 구속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다만 청와대는 특별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특별성명에는 CVID나 대북 제재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대북 강경 기조를 부각하기 위해 CVID를 성명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판문점 선언에 이미 CVID와 유사한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데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자체적으로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로 전환하고 이날 오후 첫 회의를 가졌다.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추진위원회 위원장도 계속 맡는다.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까지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이다. 임 실장은 “아직 북-미 회담도 남아 있고, 국제사회와의 교감 이후에 진행해야 하는 경협 등은 아직 전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 단위로 회담 체계가 자리 잡힐 때까지 추진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벌써부터 낙관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국면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기류를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이 도출되고,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 급부상하면서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다시 한 번 촉발한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이날 청와대가 재빨리 수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 靑 “북-미 장소는 백악관의 몫” 신중 외신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청와대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트럼프 밀어주기’ 전략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포석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칫 너무 큰 낙관론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 내에서 여전히 판문점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며 “판문점이 무대가 되면 미국이 아니라 남북이 주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올해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 제도적 장치인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선 중국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2단계로 나누고 올해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평화협정 체결을 완료하려면 적지 않은 기간이 걸릴 것이란 점을 밝힌 것.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날 “평화협정 체결은 거의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 설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신중론의 연장선상이다. 청와대의 신중론은 비핵화 논의의 마침표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찍어야 하기 때문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이 최종 결심하고 이를 김정은이 수용해야 그 뒤에 이어질 경제 협력 등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핵화 논의의 첫발을 잘 뗀 건 맞지만 결실을 맺으려면 비핵화를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인 북-미 정상회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문정인 돌출 발언에 여권도 ‘부글부글’ 이런 상황에서 문 특보가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고한 게 논란으로 이어지자 여권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보수층은 물론이고 중도층 일부의 반발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어렵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있다고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직접 나선 것도 이런 취지다. 청와대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문 특보의 돌출 발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불만이 역력하다. 문 특보는 남북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던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문 특보에게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한 여당 의원은 “축구 선수도 경고가 두 번이면 퇴장인데, 청와대로부터 공개 경고를 두 차례나 받은 문 특보가 자리를 유지하는 게 맞느냐”며 “문 대통령이 ‘남북문제는 유리 그릇 다루듯이 하라’고 하는 마당에 대통령 특보라는 사람이 분란을 일으키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철수 등 불필요한 논란과 함께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 등 비핵화 논의에 대한 낙관론이 빠르게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참모진과의 티타임에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기고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문 특보가 지난달 30일 한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박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는 게 비핵화 협상의 중재 역할을 맡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또 문 특보가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 브레인으로 꼽히는 만큼 보수층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해 남남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판문점 선언 채택으로 남북 경제협력 기대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야 남북 경협 사업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며 “당장은 경협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북한과 실무접촉을 갖고 남북 경협 사업 공동조사 연구를 논의하는 등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는 별도로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남북 간 본격적인 실무접촉은 3일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출범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이르면 이번 주에 김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판문점 평화의집, 자유의집에서 개최할 가능성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 카드를 또다시 꺼냈다. 트럼프가 트위터 말고 자신의 입으로 구체적인 북-미 회담 장소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3월 초 회담 개최가 성사된 이후 여러 후보지가 나왔지만 막판에 판문점 카드가 그야말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북-미가 그간 장소를 놓고 한 달 넘게 실무회담을 벌었지만 이동, 보안, 상징성 등을 감안했을 때 판문점이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 세계에 생중계된 판문점의 남북 정상회담 영상이 TV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돼 잇따라 판문점 카드를 거론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판문점, 상징성 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행이 지난달 공개되며 회담 개최가 ‘기정사실화’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장소에 신중했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회담 장소의 베일을 벗겼다. 기업의 티저 마케팅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는 지난달 2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미 회담 날짜 3∼4개, 장소 5곳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회담 장소와 관련해 2, 3곳으로 압축됐다”고 말했다. 회담 후보지들에 ‘×표’를 치며 좁혀가던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판문점을 유력 장소로 공식 언급했다. 물론 트럼프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른 장소일 가능성도 여전히 내비쳤다. 하지만 당장 이달 안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미 당국이 구체적으로 20일 전후를 D데이로 삼아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장소를 놓고 북-미가 각자 어디가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회담을 치러낼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판문점은 경비를 유엔사령부가 맡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가 가깝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제3국보다 회담 준비를 하기 쉽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청와대가 미국, 북한과 모두 호흡을 맞춰본 것도 판문점 회담을 더 안정적으로 인식토록 하는 포인트다. 경호 의전 홍보 등 실무 준비도 다른 지역보다 수월하다. 판문점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치르기 위해 이미 대대적인 정비를 거쳤다. 여기에 30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큰 탈 없이 마무리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는 ‘예행연습’까지 마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력 공급, TV 생중계 시설 등이 이미 완비되어 있어 곧바로 인력만 투입하면 판문점 회담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文 “판문점에서도 주인공 될 수 있다”며 설득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을 추천하면서 “정전협정의 무대인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무대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판문점에 대해 “상징적(symbolic)”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였던 북한과 직접 맞닿아 있는 곳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간다는 의미도 백악관은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벌어질 모든 일이 ‘사상 처음’이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판문점행에 부정적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너무 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판문점 회담 개최는 김정은에게 ‘트럼프가 압박이 아니라 회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깜짝 쇼’를 즐기는 트럼프가 판문점행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사전에 밝힌 것은 다른 깜짝 후보지 공개에 앞서 일종의 ‘연막작전’을 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新)경제 구상’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 메모리)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 협력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 뒤로 미뤄놓고 있는 청와대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단순한 ‘퍼주기’가 아닌 ‘공동 번영’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핵심 내용을 읽을 수 있는 단초는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과 러시아는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가스관과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 채널 재개 및 공동연구 수행 등을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도 한-러 정상회담에서 “한-러 협력 자체를 목표 삼아 양국이 협력하되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중 철도 연결은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도 합의한 내용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남북을 잇는 철도를 러시아까지 확대해 유라시아 권역을 묶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구상이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일-러는 물론이고 중국과 몽골까지 포함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동북아의 전력망을 연결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 체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러시아, 몽골의 재생에너지까지도 활용하겠다는 것.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넨 자료 중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구상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처럼 단순히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선 접근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북한을 통과해 한국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연결 사업도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 이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해 에너지 수입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가스관 연결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의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다자간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우발적 국지전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 국가가 많아지면 자연히 한반도 평화를 유지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의 남북 경협은 북한을 도와주는 차원을 넘어 한국 등 주변 국가들도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구체적 세부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실질적인 북핵의 폐기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경제 협력을 논의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북한에 ‘신경제 구상’을 제안하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전제하에 이뤄질 가을 평양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남북 정상회담 후속 외교에 나선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과 연이어 전화통화를 한 문 대통령은 이번 달부터는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만나 비핵화의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4강’ 중 마지막으로 日 방문 문 대통령은 9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난다. 특히 아베 총리와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별도로 만나 오찬을 갖는다. 한일 정상이 만나는 것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후속 조치에 일본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점을 당부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 국면에 대해 ‘저팬 패싱’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일본을 이번 방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국면의 우군(友軍)으로 돌려놓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합의하면 전개될 경제협력 국면에서 일본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일본으로 파견하고, 아베 총리에게 “북-일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기꺼이 나서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남북 정상회담 국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불편한 한일 관계의 복원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이 6년여 만이라는 건 그간 한일 관계가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국면을 계기로 한일 관계도 확실한 미래 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9일 일본을 방문하면 취임 1년여 만에 비로소 주변 4강 국가 방문을 마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러시아,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지만 일본은 방문하지 않았다. 취임 이후 첫 일본 방문이지만 문 대통령은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그만큼 후속 외교 일정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의 진척 상황에 따라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떠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靑, “중국 통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이탈 방지” 청와대는 “중국도 한반도 평화 국면의 한 축”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고, 북한이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참여해야 한반도의 진정한 비핵화와 평화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며 “청와대는 중국을 통해 북한이 돌출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9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논의하기에 앞서 이번 주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다만 그 시점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이 끝나는 3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중국 측에는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와 논의 내용을 소상히 설명했다”며 “왕 부장을 통해 중국이 북한의 생각까지 듣고 나면 한중 간에 보다 더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일본을 방문해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연이어 갖는다. 한국 현직 대통령의 방일(訪日)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6년 5개월여 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문 대통령은 9일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당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며 “이번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3국 간 실질 협력의 발전 방안을 중점 협의하는 한편 동북아 등 주요 지역 및 국제 정세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양자 회담 및 오찬을 갖는다. 김 대변인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중일 및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이달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주변국들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지로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한의 국경에 있는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이 있고 중요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장소일까? 그냥 물어보는 거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회담 후보지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싱가포르와 스위스 제네바가 회담 장소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판문점이 후보지 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전부터 물밑으로 백악관에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제안해 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뒤 이뤄진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지 중 하나로 언급했다”며 “미국으로서는 당사자인 남북미가 다 모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여론 반응을 보기 위해) ‘시험풍선’을 띄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참모진도 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5월 셋째 주로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도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만남(북-미 정상회담)에서 그들(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시험해 보길 원한다”며 협상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이 양보하기 전에 모든 핵무기, 핵연료,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라며 ‘선(先) 핵폐기, 후(後) 관계 정상화’의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매우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평양 면담과 관련해 “그(김 위원장)는 그것(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대화를 하고, 우리가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지도를 펼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장소가 좁혀진 만큼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조금 빨리 나오지 않겠느냐”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보고 그에 연동해서 한미 정상회담 날짜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백악관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상준 기자}
“(서울과 평양 간) 경평 축구보다 농구부터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스포츠 교류가 화제로 오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은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으로 초청했을 정도로 ‘농구광’이다. 이어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계 최장신인 리명훈 선수(235cm)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가 강했는데, 은퇴한 뒤 약해졌다. 이제는 남한의 상대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남한에는 (키가) 2m가 넘는 선수들이 많죠?”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30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과의 대화 중 일부를 공개했다. 두 정상의 집무실에 설치된 ‘핫라인’도 화제에 올랐다. 김정은은 “이 전화는 정말 언제든 걸면 받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그런 건 아니고 서로 미리 사전에 약속을 하고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솔직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는 주영훈 경호처장은 “(평화의집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만찬장으로 올라갈 때 문 대통령에게 먼저 타시라고 김 위원장이 손짓을 했다”며 “이어 리설주 여사가 타려고 하자 김 위원장이 슬그머니 손을 뒤로 잡아당기며 김정숙 여사가 먼저 타도록 했다”고 했다. 새소리,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두 정상이 30분간 진행했던 ‘도보다리 단독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실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회담이 끝나고 청와대로 와서 방송을 보니 내가 봐도 보기가 좋더라”고 했다. 도보다리 회동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윤재관 행정관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무 논의에서 의전을 놓고 이견이 있었지만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남측 제안대로 하자’며 손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김씨 일가 3대의 의전을 담당한 김창선이 2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방남해 우리 측의 경호·의전을 경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또 김창선은 두 정상이 소나무 식수를 할 때 사용한 백두산 흙에 대해 “백두산이 화산재로 덮여 있어 흙이 없다. 그래서 만경초라는 풀을 뽑아 그 뿌리에 있는 흙을 털어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두 정상은 도보다리 회동 직후 10여 분간 별도의 단독 대화를 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평화의집으로 오셔서 공동 서명을 바로 안 하시고 다시 접견장에 들어가셔서 배석 없이 얘기를 좀 더 나누셨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 판문점 선언 이행 등과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이날 김일성이 조직한 항일단체인 ‘조국광복회’ 결성 82주년 기념일인 5월 5일부터 한국보다 30분 느린 ‘평양시’를 앞당겨 남북 시간대를 통일한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과 평양 시계가 2개여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북한이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30일 갑자기 판문점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일 후보지로 판문점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국가들이 회담 장소로 고려되고 있지만 한국과 북한의 경계(on the border)에 있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 있고 중요하며 더 오래 기억될 장소가 아닐까”라고 글을 올렸다. “(팔로어 여러분들에게) 그저 물어본 것(just asking)”이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회담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벌써부터 “트럼프가 회담장으로 판문점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처음엔 폐기됐다 남북 회담 후 판문점 급부상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뒤 그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판문점의 이른바 ‘2연속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설마’가 아니라 제대로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5개 장소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2개 장소로 좁혀졌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나선 것은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이 검토하고 있던 싱가포르와 몽골 외에 판문점과 제주도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의 상징성과 장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담을 수락한 3월 9일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당시엔 판문점이 평양, 워싱턴과 함께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제외됐었다. 북한 핵 문제의 직접 당사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특히 판문점에서 할 경우 문 대통령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트럼프가 주목을 못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와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갖고 있는 스웨덴, 몽골, 싱가포르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남북미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에 판문점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판문점이 가진 역사적인 상징성을 새삼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으로 시동을 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판문점 그곳에서 완성한다는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일각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강력한 명예욕의 소유자인 트럼프를 움직였을 수 있다. 여기에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한 차례 성공적으로 치른 데다 북-미 모두 정상에 대한 경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주성하 기자}

27일 오후 9시 30분, 북측으로 떠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를 환송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심야 긴급 참모회의를 소집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은 만찬의 여운을 즐기는 참석자들을 뒤로하고 판문점을 떠나 곧바로 청와대로 향했다. 오후 11시경 시작된 회의는 밤 12시를 넘겨 끝났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회의를 소집한 것은 ‘판문점 선언’의 도출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후속 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 초 한중일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최대 분수령인 북-미 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다. 심야 회의에선 앞으로 펼쳐질 후속 실무 협상을 점검하고, 비핵화의 구체적인 로드맵 등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했다. 또 28일 오후 10시 45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가 끝난 뒤에도 재차 참모회의를 소집해 북-미 정상회담 현안 등을 점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수”라며 “내부적으로도 선언에 담겨 있는 조항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남북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장성급 군사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올가을 평양 정상회담을 논의할 남북 고위급회담 등이 연이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른 외교 현안들도 풀어간다는 구상이다. 당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28일 일본으로 파견한 것이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서 원장의 방일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 진척 상황에 따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다시 백악관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 등을 위해 대북특사로 방북했던 정 실장이나 서 원장이 다음 달 중 다시 북한을 찾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뒤 주변 4강 국가 중 중국과는 아직 통화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중국-인도 정상회담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인도 정상회담이 28일 끝난 만큼 중국과 ‘혈맹 복원’에 합의한 북한이 먼저 중국에 설명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의 정보 공유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만찬주로 오른 문배주가 담긴 술잔이 자유롭게 오가던 27일 오후 8시 무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용히 만찬장 밖으로 나갔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3층에 마련된 만찬장을 나선 김 위원장은 별도의 장소에서 담배를 피웠다. 우리 측 관계자들이 이날 본 김 위원장의 유일한 흡연 장면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애연가라고 들었지만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상징성과, 남북 인사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공개적인 흡연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 잇따라 ‘원샷’한 김정은 당초 청와대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김 위원장의 흡연에도 신경을 썼다. 공개적인 시찰 자리에서 담배를 손에 든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김정은은 애연가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독대하는 도보다리 탁자에 물, 차와 함께 재떨이도 준비했다. 하지만 막상 김정은은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한 청와대 참모는 “취재진이 없는 환담장에서도 김 위원장이 흡연하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34세인 김 위원장이 자신보다 문 대통령(65)이 훨씬 연장자라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고 전했다. 그 대신 만찬장에선 적잖은 술을 마셨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문배주의 알코올 도수가 40도 안팎으로 센 편인데 남측 관계자들이 헤드테이블에 있는 김 위원장을 찾아가 술을 권하면 흔쾌히 일어나 술잔을 채우고 ‘원샷’을 했다”고 전했다. 만찬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이 단 한번도 술을 거절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만찬에는 우리 측에서 30명, 북측에서 24명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도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술잔을 주고받았다. 두 여사가 이야기꽃을 피우자 김 여사 옆자리에 앉아 있던 문 대통령이 “이쪽에 와서 앉아서 이야기하시라”며 자리를 비워주기도 했다. 잠시 뒤에는 리설주 오른편에 앉아 있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자리로 김 여사가 건너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리설주는 김 여사에게 “저와 같이 여사님도 성악을 전공하셔서인지 마음속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 두 사람이 예술산업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또 리설주는 환담, 만찬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김 위원장을 ‘우리 남편’이라고 불렀다.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을 지칭하며 ‘남편이’, ‘우리 남편이’라고 부르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일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리설주의 시누이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문 대통령 내외에게 술을 권하고 건배를 했다.○ 북한 마술사, 미국 달러로 공연 평양냉면도 만찬의 큰 화제였다. “오늘 점심 때 한국의 평양냉면 집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더라”는 고 부대변인의 소개에 참석자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냉면은 물냉면과 비빔냉면 두 종류로 제공됐는데, 두 정상 내외는 모두 물냉면을 골랐다. 만찬에 참석했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옥류관 냉면을 ‘만찬 음식의 꽃’으로 꼽으며 “생각보다 면발은 약간 질긴 편이었는데 육수가 일품이었다. 고명으로 얹은 세 가지 수육도 아주 부드럽고 담백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요술’이라고 부르는 마술사의 공연도 인기였다. 카드 마술로 공연을 시작한 북측 마술사는 테이블을 누비며 우리 측 참석자의 지갑에서 한국 돈 5만 원권을 건네받은 뒤 이를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로 바꾸는 마술을 선보여 큰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또 다른 참석자는 “마술사가 관객 호응을 유도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수행단들도 보조사로 공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가수 조용필 씨와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즉석에서 조 씨의 히트곡인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다. 자연스럽게 남북 참석자들은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테이블을 오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나중엔 지정석도 없이 다들 이곳저곳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적인 정상회담 만찬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인데, 통역이 필요 없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배석자 없이 두 정상 사이에 진행된 ‘도보다리 단독 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긴 거리를 걷고, 언덕을 넘어가야 해서 북측에서 마지막까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회담이 임박해 김 위원장이 최종적으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오전 정상회담이 끝날 무렵 취재진에게 마무리 발언을 공개하자고 한 것도 김 위원장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처음에 북측이 생중계에 주저했지만, 합의를 본 뒤에는 북측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육성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수교를 조건으로 완전하고 신속한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9일 “김 위원장이 오전 정상회담에서 먼저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다”고 확인한 뒤 “이로 인해 판문점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담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1시간 40여 분간 진행된 오전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선언문의 내용에 모두 합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가진 비공개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얘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걱정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29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종전 선언과 상호 불가침 조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은은 이어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회담에서 5월 중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해 북부 실험장 폐쇄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이날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깜짝 제안’인 셈이다. 이는 원래 정상회담 의제에는 없었다. 윤 수석은 “핵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한 핵의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워싱턴타운십에서 열린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북-미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며 “내 생각에는 3, 4주 내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5월 14∼25일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회담) 장소와 관련해서는 2개 나라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CNN은 “미국은 (후보지로 추정되는 2곳 중) 몽골보다 싱가포르를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후 9시 15분부터 10시 30분까지 75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남북 정상회담 결과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긴 한미 정상 간 통화였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해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잘 통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은 2003∼2004년 진행된 리비아식 비핵화를 모델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비아 모델’은 핵보유국이 선제적 핵 포기를 조건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는 해법이다. 볼턴 보좌관은 줄곧 강조해왔던 방식이지만 북한은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상준 기자}